잡기

웃자고 하는 어려운 얘기들

paedros 2003. 12. 13. 05:00
엘리야 너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길에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갈림길에서 나는 두번째 토끼를 쫓기로 했다. 장송곡 대신 네가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줄께. 잘 가라. 헤르메스가 늘 함께하길.

Goran / Bregovic, Arizona Dream (OST) - This is a Film (4:16)

늙은 소년들과 함께 극장에 앉아 졸면서 올드보이즈를 보고 있는 동안 0x052 가 에스엠에스를 보내주셨다. '메이 히즈 그레이스 샤인 어폰 유 인 얼 유 두, 샬롬.' 누가 보낸 메시지지? 샬롬은 이스라엘 호모같은 놈들이 밤낮으로 중얼거리는 인삿말인 것 같은데.

사스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사슴 고기를 언급하자 내가 반쯤 미쳤다고 생각했다. 사스케를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사스케는 누굴까? 올드보이즈는 일본인들의 심각한 정신 지체를 말과 기억의 문제로 태연하게 바꿔 놓았다. 어쨌거나 영화는 연극적으로 잘만 돌아갔고 최민식은 베르사체 선글래스를 낀 채 뱃대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다니는 전인권 처럼 보였다. '웃어라. 만인이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대는 혼자 울게 될 것이다.' 많이 웃었다.

달랏의 사랑의 계곡에서 만난 해골처럼 생긴 일본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도 거개 일본인들처럼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갖 병이란 병을 두루 섭렵하고 다녔다. 참 희안한 여행이었다. 말라리아, 식중독, 알러지, 황열병, 댕기열, 일사병, 열대증후군, 특히 그녀가 '체험한' 말라리라의 다양성에는 기가 질렸는데 이런 식이었다. 저번에 걸린 말라리아하고는 미묘하게 증세가 달랐어. 후에의 뱃머리에서 다시 만났던가, 후에에서 먼저 만나고 달랏에서 다시 만났을 것이다. 어쨌건 달랏의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커다란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그녀에게 병을 치료하고 싶은가, 애당초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많은 남자를 만나 키스를 하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믿지 못하겠는지 깔깔 웃었다. 내가 자기한테 뽀뽀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글쎄다. 키스는 타인과 타액을 교환함으로서 면역 글로브린 생성에 도움을 준다. 타인은 외계인, 병원체, 그리고 악이 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함께 부르며 여러 심심한 미치광이들과 마찬가지로 여행 중에는 나도 희안한 궤변을 정성껏 생산했고 그 얘기들 중 일부가 인기리에 떠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음... 갑자기 생각해 내려니 기억이 안나는데... 남자와 달리 여자는 살, 아니, 삶 덩어리다. 이러저러 자질구레한 이유 때문이다. 내 말에 동의하는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럼 이어서, 따라서 진정으로 삶을 추구하는 자는 마땅히 여자를 쫓아야 한다. 앞뒤가 연결되기만 하면 뭐든지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잘 먹혀 들어갔다. 나 같으면 그저 여자를 쫓아다녀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분통 터진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나서, 내가 삶과의 관계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고백한 후, 단속 평형 타입 코카 콜라 유전자나 양자역학적 연애관계에 관한 내 새로운 가설이나 최근에 섭렵한 '콩점수'에 관한 보다 발전된 모델을 제시할 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어려워서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십대 십새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콩점수란, 외국인과 자면 100점, 연애인과 자면 100점, 결혼을 앞둔 처녀와 자면 50점, 여자친구와 자면 1점, 아줌마와 자면 -20점, 창녀와 자면 -5점, 집에서 딸딸이를 치면 -1점씩 메겨지는 점수 체계를 말한다. 이것만으로는 거의 모든 남자가 -200 점 이상을 얻기 어려워지는 불합리성이 존재하므로 자존심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일단의 강력한 조정이 필요하다. 각자가 현실성있는 모델을 궁리한 후 다 함께 고득점의 길, 살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경주하기로 하자. 얘들아 힘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