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over & under exposure
paedros
2004. 5. 3. 00:46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만 이용했더라면 각본은 더 나아질 수 있었다. 지루했지만 일단 시작한 것을 마지막까지 봤다. 자기 여동생하고 잤다는 사실을 쉬쉬 하다가 잘 살아도 될 것 같은 둘이 죽었다. 넌더리 나게도 (일본식) 사회적 죄의식을 어거지로 우겨 붙이는 거개 드라마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제목은 죽여줬는데 말이야...
두번째로 만들어 본 '전통' 김밥. 사이다와 곁들여 먹어야지 비로서 머나먼 소풍을 추억할 수 있다. 만들어 놓고 6시간 정도가 지나야 진정한 소풍 김밥 맛이 난다. 그점에서는 양보나 타협이 있을 수 없다.
'효자동 이발사'를 보러 갔다가 어린이날 개봉 한다길래 '범죄의 재구성'을 보았다. 한국에서 추리, 사기극이 발붙이지 못하는 까닭과 SF가 인기 없는 이유가 같지 않을까 싶다. 냉정하고 날카롭고 뒤가 깔끔한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항상 가능성만 남긴 채 용두사미를 반복하는 것만 같다. 범죄의 재구성은 구성이 허술해서 날카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윤식은, 만날 조연만 할 것이 아니라 느와르 물에서 악당 주연으로 나와 오일리 후까시를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아무나 할 수 있는 역을 맡은 염정아는 은퇴해서 팬션 사업이나 하며 노후를 대비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팜므 파탈이라나? 이 나라의 진정한 팜므 파탈은 아줌마 밖에 없다. 남편은 미련한 생쥐같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로맨스는 물 건너 갔고 정 붙일 데가 없어 부동산 시세나 콩나물 가격 때문에 법과 도덕의 언저리를 아슬아슬 하게 오고 가며 어딘가 한 군데 악착같이 '게임'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따라서 여기저기 빌붙어 사는 벌레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염정아가 범죄의 언저리에서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어 댄다고 팜므 파탈이 되지는 않는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삐리에게 면박 당하는 존재가 팜므 파탈 일리야 없지.
불 구경. 버스가 지켜보고 있다. 용달차도 지켜보았다. 오토바이도 지켜보았다. 참새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무효. 이번에는 색깔이 제대로 나오게 찍었다.
고속철도: 그렇게나 탈 기회가 많았음에도 이제서야 한 번 타봤다. 아홉 시가 넘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천안아산 역에서 영등포로 가는 30분 짜리가 10700원이었다. 시내에서 천안아산역까지 대중교통 편이 없어 만원이나 주고 택시를 타야 하는 형편. 차편도 그리 많지 않아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라 고속철도를 타느라 들이는 정성+금액이면 차라리 고속버스(5000원)를 타던가 일반 열차(4900원)을 타는 것이 나은데 고속철도 때문에 운행간격이 늘었고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보다 일반 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늘어 역이 항상 혼잡스러운 데다가 예전에는 서지 않던 역에도 기차가 정차하느라 작년에는 1시간 걸리던 거리가 지금은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연착도 잦았다. 고속철도가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든 것이다.
카메라의 자동 모드로 찍은 사진. 실패.
수동으로 조정했으나 노출 부족. 숨을 참고 총 쏘듯이 해야 하는데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디지탈 카메라의 조작 버튼은 하여튼 짜증스럽다.
결혼식장 가는 길에, 안경을 닦다가 나사가 부러졌다. 신사동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안경점이 보이지 않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말 그대로 더듬거리며 가서 간신히 수리했다. 장애인 처우에 관해 최근에 어디서 들은 말: 장애라고 하지 말고 개성이라고 하자. 개성? 그래 좋다. 안경 부러지니까 개성이 향상되었다. 팔 다리 다 부러지고 목까지 부러졌으면 개성이 주체못할 정도가 되겠군. 장애자에게 별 편견이 없다(아마도 나처럼 그들에게 편견 없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병신 더러 병신이라고 불렀다. 병신이 재주 부리면 신기해 하는 작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병신이고 세상에 넘쳐 나는 정신질환자들 탓에 내가 지닌 장애는 보잘 것 없고 심지어 시시해 보이기까지 했다. 운동 신경 엉망, 눈 나쁘고, 이빨도 다 나갔고 애정 결핍, 인간에 대한 심한 경멸감 등 심각한 정서 장애가 있지만 복지국가 건설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며, 굳이 국가가 도와준다고 해도 거절하겠다. 철창 속의 원숭이로 남들의 호기심꺼리로 살아온지 어언 30년.
언제쯤에나 사람이 나오는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줄지 않는 한, 가망 없다. 식장에서 아내 친구들이 날더러 잘 생겼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 살 때 도움이 되는 훌륭한 눈썰미라고 생각했다. 봉당 아저씨가 가르쳐준대로 손바닥(그레이)를 이용해 조절하는데, 1-2초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야전에서 그보다 나은 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진 솜씨는 여전했다. 차도가 안 보인다.
두번째로 만들어 본 '전통' 김밥. 사이다와 곁들여 먹어야지 비로서 머나먼 소풍을 추억할 수 있다. 만들어 놓고 6시간 정도가 지나야 진정한 소풍 김밥 맛이 난다. 그점에서는 양보나 타협이 있을 수 없다.
'효자동 이발사'를 보러 갔다가 어린이날 개봉 한다길래 '범죄의 재구성'을 보았다. 한국에서 추리, 사기극이 발붙이지 못하는 까닭과 SF가 인기 없는 이유가 같지 않을까 싶다. 냉정하고 날카롭고 뒤가 깔끔한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항상 가능성만 남긴 채 용두사미를 반복하는 것만 같다. 범죄의 재구성은 구성이 허술해서 날카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윤식은, 만날 조연만 할 것이 아니라 느와르 물에서 악당 주연으로 나와 오일리 후까시를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아무나 할 수 있는 역을 맡은 염정아는 은퇴해서 팬션 사업이나 하며 노후를 대비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팜므 파탈이라나? 이 나라의 진정한 팜므 파탈은 아줌마 밖에 없다. 남편은 미련한 생쥐같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로맨스는 물 건너 갔고 정 붙일 데가 없어 부동산 시세나 콩나물 가격 때문에 법과 도덕의 언저리를 아슬아슬 하게 오고 가며 어딘가 한 군데 악착같이 '게임'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따라서 여기저기 빌붙어 사는 벌레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염정아가 범죄의 언저리에서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어 댄다고 팜므 파탈이 되지는 않는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삐리에게 면박 당하는 존재가 팜므 파탈 일리야 없지.
불 구경. 버스가 지켜보고 있다. 용달차도 지켜보았다. 오토바이도 지켜보았다. 참새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무효. 이번에는 색깔이 제대로 나오게 찍었다.
고속철도: 그렇게나 탈 기회가 많았음에도 이제서야 한 번 타봤다. 아홉 시가 넘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천안아산 역에서 영등포로 가는 30분 짜리가 10700원이었다. 시내에서 천안아산역까지 대중교통 편이 없어 만원이나 주고 택시를 타야 하는 형편. 차편도 그리 많지 않아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라 고속철도를 타느라 들이는 정성+금액이면 차라리 고속버스(5000원)를 타던가 일반 열차(4900원)을 타는 것이 나은데 고속철도 때문에 운행간격이 늘었고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보다 일반 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늘어 역이 항상 혼잡스러운 데다가 예전에는 서지 않던 역에도 기차가 정차하느라 작년에는 1시간 걸리던 거리가 지금은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연착도 잦았다. 고속철도가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든 것이다.
카메라의 자동 모드로 찍은 사진. 실패.
수동으로 조정했으나 노출 부족. 숨을 참고 총 쏘듯이 해야 하는데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디지탈 카메라의 조작 버튼은 하여튼 짜증스럽다.
결혼식장 가는 길에, 안경을 닦다가 나사가 부러졌다. 신사동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안경점이 보이지 않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말 그대로 더듬거리며 가서 간신히 수리했다. 장애인 처우에 관해 최근에 어디서 들은 말: 장애라고 하지 말고 개성이라고 하자. 개성? 그래 좋다. 안경 부러지니까 개성이 향상되었다. 팔 다리 다 부러지고 목까지 부러졌으면 개성이 주체못할 정도가 되겠군. 장애자에게 별 편견이 없다(아마도 나처럼 그들에게 편견 없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병신 더러 병신이라고 불렀다. 병신이 재주 부리면 신기해 하는 작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병신이고 세상에 넘쳐 나는 정신질환자들 탓에 내가 지닌 장애는 보잘 것 없고 심지어 시시해 보이기까지 했다. 운동 신경 엉망, 눈 나쁘고, 이빨도 다 나갔고 애정 결핍, 인간에 대한 심한 경멸감 등 심각한 정서 장애가 있지만 복지국가 건설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며, 굳이 국가가 도와준다고 해도 거절하겠다. 철창 속의 원숭이로 남들의 호기심꺼리로 살아온지 어언 30년.
언제쯤에나 사람이 나오는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줄지 않는 한, 가망 없다. 식장에서 아내 친구들이 날더러 잘 생겼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 살 때 도움이 되는 훌륭한 눈썰미라고 생각했다. 봉당 아저씨가 가르쳐준대로 손바닥(그레이)를 이용해 조절하는데, 1-2초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야전에서 그보다 나은 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진 솜씨는 여전했다. 차도가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