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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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edros 2004. 5. 12. 18:54
betanews의 어떤 기사를 보고 생각난 김에 핸드폰의 수리를 맡겼다. 액정이 흐리고, 통화음질이 나쁜 데다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화질이 못 봐줄 정도로 구렸다. PG-K7000의 계산기 모드에서 3.14*12345678012을 두들기면 핸드폰이 맛이 갔다.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으로 시도해 봤지만 에러가 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 핸드폰을 되돌려 받았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스피커를 교체했다. 액정과 카메라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PG-K7000에 두 종류의 기계가 있고 내 것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기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모델의 기계를 왜 두 종류로 만들었을까. 희안했다.

media player rc, gom player, adrenalin 등등을 테스트해 본 결과 pentium iii 600Mhz에서도 무난하게 동영상을 출력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오직 아드레날린 뿐이었다. CPU 부하율이 다른 두 프로그램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바이저가 수시로 하드리셋 되었다. 데이터는 매번 날아가기 일쑤고 해서 이김에 pda를 갈아볼까 생각 중. 물망에 오른 것은 Tungsten E, zire71, sj-33 정도. 몸과 마음은 텅스텐 E를 지향했다. 머리털 마저도 그쪽으로 쏠리는 것만 같다. sj-33 중고를 사고 싶은데 보통 18-19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가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소니가 만들었으니까?

사용중인 리브레또 L1을 대체할만한 노트북도 알아봤다. 전혀 없다. end of discusion.

우주의 팽창이 정보 저장과 처리의 근본 한계 설정 -- 며칠전 그렉 이건의 소설 엔딩을 보고 나서 한 동안 정신 못 차렸다. 대낮에는 모니터의 2차원 평면 scape를 방황하고 꿈 속에서 마저 우주를 떠돌았다. (엔딩이라기 보다는 은하계 'core'가 붕괴해 50만 광년(숫자는 정확치 않다. 소설 속의 시간의 규모가 수백만년이다) 내에 존재하는 6만개의 문명이 뉴트리노 복사선에 의해 절멸한다는 설정) 은하계의 문명들이 웜홀을 통해 다른 우주로 이주하는 동안(소설의 주된 맥락), 자신의 오리지널을 남겨두고 트랜스뮤터의 흔적을 쫓아 수백만 우주를 떠도는 두 지구인 비슷한 '것'들이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은 거대한 결정으로 자신들만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한 우주를 건설했던 Transmuter의 '문명'이다. 기사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근본적인 컴퓨팅 한계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이건이 새로 작성한 가설인, '모든 입자는 웜홀의 표현형이다'를 인정하고(Kozuch theory), 트랜스뮤터가 하던 방식을 좇는다면(페르미온과 보존 사이를 왔다갔다 하도록 입자의 스핀을 조절해 입자를 무겁게 하고 그것을 정보로 사용하는 저장 방식)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

소외감이란 '아, 나는 소외되었구나'하는 sentient being의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핵연료는 자기가 소외당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본인은 바빠서 느껴본 적이 없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쟤는 소외당해서 불쌍해. 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계 전체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망상 또는, 생래적 조화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었다. 합의는 있어도 공감한 적 없다. 어쩌면 한번도 소외감이라는 실감과 자극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들어서야 시야각이 극단적으로 좁아져서 세계와 사물을 보는 내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따름이다. 그렇게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 마당에 이제와서 불평을 늘어놓고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물을 질량과 촉감, 구성성분으로 분해하여 왜 그것들이 '합의도 없이' 머리 위로 떨어져야 하는지 짜증을 내거나 음식이 맛이 없어서 세상을 증오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되나? 그래도 된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고독을 맛보고 싶어도 갈구는 존재들이 워낙 많아서. 존재감을 일종의 질량으로 취급하고 그것 사이에 상존하는 인력과 척력을 수치화한 메타과학이 왜 없나. 이를테면 귀신은 존재감이 미미한데, 질량이 워낙 작아 상호 간섭의 영향력이 작아 일상 생활에서는 무시해도 되는 것들이라고. 염력은 전자기력으로, 광자를 매개로 전달되며 속도가 유한하다고. 메타과학을 하는 작자처럼 소외된 자들도 없을 것이다. 소외 되고 차별 당하고 상처 받은 그들을 위해 인권단체가 해준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뭔가를 비웃기 위해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놈이 되는 관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