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당했다.
paedros
2005. 1. 24. 15:16
저번주 금요일이다. 황씨 아저씨가 약속에 늦는다고 해서 교보문고의 기술서적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PIC 매뉴얼을 보고 있었다. 16F84 칩을 써볼까 생각중이었다. 16 DIP 패키지에 우겨넣은 RISC 프로세서인데 산업현장에서 매우 인기있는 디바이스지만 그동안 그것과 인연이 없었다. 나처럼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기술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자기는 PIC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꾸하고 이책 저책 끄집어 보는데 그 때마다 자기는 그 책들을 예전에 다 봤다며 말을 붙였다. 제기랄 약속 시간이 남아서 나름대로 보람있는 취미 생활하는데 왜 귀찮게 구는거야. 그러더니 내 입술에 뭐가 묻었단다. 오후 늦게 세면을 하고 수 시간 동안 뭘 먹거나 입에 손을 대지 않아서 뭔가 묻을 리가 없는데? 손가락으로 입술을 비볐다. 아직 묻어있단다. 다시 닦았지만 고개를 가로 젓고는 제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갖다 대더니 이리저리 비비적거렸다. 마침 김씨 아저씨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나를 발견해서 일어섰다. 술 먹다가 문득, 그 놈이 하던 짓이 성적 제스쳐에 가깝다고 자각했다. 방심하다가 한심하게 당했다. 순진하게 호모의 먹이감이 되다니...
지하철에 최근 설치된 비상등
과연 저 전등이 연기가 자욱한 지하철 안에서 쓸모가 있을까? 비상등을 슬쩍 들어 보았다. 삑- 하는 버저음 때문에 들고 튀기는 부적합해 보여 제자리에 다시 꽂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거치대에 꽂아 두었을 때 두 전지 사이의 간격이 플라스틱 때문에 벌어져 있다가 빼면 불이 켜지고 버저 소리가 난다... 같다. 도식화하면, 휙, 철퍼덕, 반짝,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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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최근 설치된 비상등
과연 저 전등이 연기가 자욱한 지하철 안에서 쓸모가 있을까? 비상등을 슬쩍 들어 보았다. 삑- 하는 버저음 때문에 들고 튀기는 부적합해 보여 제자리에 다시 꽂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거치대에 꽂아 두었을 때 두 전지 사이의 간격이 플라스틱 때문에 벌어져 있다가 빼면 불이 켜지고 버저 소리가 난다... 같다. 도식화하면, 휙, 철퍼덕, 반짝, 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