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분골쇄신
paedros
2005. 2. 18. 02:43
뼈를 부수면 가루만 날린다. 짜증나니까 그러지 말자.
오늘은 일도 안 되고 확 열 받아서 나갔다. 술 마시면서 '양아치스러운' 의경들을 비웃다가(비웃을만한 것이긴 한가?) 요즘 인기 있는 '공공의 적2'가 검사 똥구멍을 열심히 핥아대는 영화라는 얘기가 나왔다가(물론 내가 했다, 심지어 그걸 극장에서 봤다), 양동근이 주연한 영화 제목이 와일드카드(*)라고 말하고 그 유래까지 설명해 줬더니 적어도 세 명이 와일드카드가 아니라 와일드 키드(kid)라고 우겼다. 그중에 한 명은 바로 전에 평소 환청을 자주 듣는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각자 핸드폰으로 영화 제목이 맞는지 확인했는데, 와일드 키드가 맞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언제나 꼼꼼해서 여러 사람 열 받게 만드는 말카 아저씨는 손수 몇 통의 전화를 걸여 판도를 뒤집었다. '와일드카드'가 맞다는 것이다. 정치적 협상 끝에 우리는 그 영화가 '양동근이 최초로 벗은 영화인 와일드 오키드'라고 합의했다. 언제나 사람을 열받게 만들고 분위기를 잡치는 말카 형은 '와일드카드'라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애꿎게 나와 선후배 사이에서 쌍욕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람에 적응이 무진장 쉽다고 여기는 가엾은 후배 놈은 분위기에 편승해 선배인 황가를 씹었는데, 당근, 황가는 호응이 없었다. 나도 호응이 없었다. 아무도 호응이 없었다. 보드라운 선배를 계란말이처럼 칼질해 먹으려면 내공이 되야 하는데 나처럼 애당초 마기를 솔솔 풍겨 '쟤는 글렀어'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언제나 실력만을 숭상한다는 마교에서조차 그건 안되는 거다.
그러다가 '점잖은' 술자리로 워프하니, 혜관과 함께 (망할) 인간성의 장래에 관해 얘기했다. 요점 정리를 잘 했는데, 혜관은 인간성의 미래에 관해 나처럼 '가설'을 풀지 않았다. 가설을 푸는 대신 책 세 권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그게 참 희안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내 세계관이 절망적이고 비관적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관점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달성될 수 없는 생물학적이고 교조적이고 인문적인(이 셋은 표현의 수위를 떠나 거의 동격이다) 개소리의 끊임없는 나열로부터 별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남 얘기 같지만 이게 다 내 얘기다.
오늘은 그랬다.
오늘은 일도 안 되고 확 열 받아서 나갔다. 술 마시면서 '양아치스러운' 의경들을 비웃다가(비웃을만한 것이긴 한가?) 요즘 인기 있는 '공공의 적2'가 검사 똥구멍을 열심히 핥아대는 영화라는 얘기가 나왔다가(물론 내가 했다, 심지어 그걸 극장에서 봤다), 양동근이 주연한 영화 제목이 와일드카드(*)라고 말하고 그 유래까지 설명해 줬더니 적어도 세 명이 와일드카드가 아니라 와일드 키드(kid)라고 우겼다. 그중에 한 명은 바로 전에 평소 환청을 자주 듣는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각자 핸드폰으로 영화 제목이 맞는지 확인했는데, 와일드 키드가 맞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언제나 꼼꼼해서 여러 사람 열 받게 만드는 말카 아저씨는 손수 몇 통의 전화를 걸여 판도를 뒤집었다. '와일드카드'가 맞다는 것이다. 정치적 협상 끝에 우리는 그 영화가 '양동근이 최초로 벗은 영화인 와일드 오키드'라고 합의했다. 언제나 사람을 열받게 만들고 분위기를 잡치는 말카 형은 '와일드카드'라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애꿎게 나와 선후배 사이에서 쌍욕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람에 적응이 무진장 쉽다고 여기는 가엾은 후배 놈은 분위기에 편승해 선배인 황가를 씹었는데, 당근, 황가는 호응이 없었다. 나도 호응이 없었다. 아무도 호응이 없었다. 보드라운 선배를 계란말이처럼 칼질해 먹으려면 내공이 되야 하는데 나처럼 애당초 마기를 솔솔 풍겨 '쟤는 글렀어'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언제나 실력만을 숭상한다는 마교에서조차 그건 안되는 거다.
그러다가 '점잖은' 술자리로 워프하니, 혜관과 함께 (망할) 인간성의 장래에 관해 얘기했다. 요점 정리를 잘 했는데, 혜관은 인간성의 미래에 관해 나처럼 '가설'을 풀지 않았다. 가설을 푸는 대신 책 세 권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그게 참 희안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내 세계관이 절망적이고 비관적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관점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달성될 수 없는 생물학적이고 교조적이고 인문적인(이 셋은 표현의 수위를 떠나 거의 동격이다) 개소리의 끊임없는 나열로부터 별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남 얘기 같지만 이게 다 내 얘기다.
오늘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