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뒷산에서 점심 먹고

paedros 2005. 4. 17. 21:48
아내가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점심을 준비. 북한산 간단다. 느즈막히 일어나 사우나 가려다가 지퍼락 도시락 케이스가 보이길래 나가서 점심이나 먹을까 해서 아내가 남긴 반찬과 밥을 챙기고, 쭈그리고 앉아 어깨 죽지가 찢어진 네팔 색동옷을 바느질해 기워 붙였다. 그리고 트레이닝복과 반팔 티셔츠를 걸치고 새벽 조깅하는 기분으로 뒷산에 올랐다.

독바위-평창동 코스가 날이 갈수록 마음에 든다. 입장료 1600원. 초입부터 대뜸 오르막길, 한 시간 빡세게 올라가고(쉬지 않고 헉헉대니까 운동 되고) 비봉 한 번 타고, 능선에 올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사모바위에서 점심 먹고 깔딱재라고 하는 문수봉 우회로, 대략 800m를 줄창 올라가는 길. 그 길 보면 한숨이 푹 나오지만 이번에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문수봉 코스는 위험해서 나이든 할아버지들만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내 신발이 죽죽 잘 미끄러지므로 무서워서 다음에 신발 사면 올라가 보련다.

소방헬기가 능선을 오락가락 해서 누가 산 타다가 다친 것 같아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 사고 안 났단다. 불광동에서 모여 간다길래 아마 버스 타고 구기터널이나 북한산성쯤으로 올라갔겠거니 싶더니만 나중에 들어보니 효자동으로 올라가 우이동으로 나온 것 같다.

대동문을 지나 평창동 쪽으로 내려오면 절 하나, 약수터 하나, 그리고 졸졸 흐르는 개울 둘을 지난다. 땀과 바람으로 어두워진(?) 얼굴을 맑고 차가운 개울물로 씻어내고 줄곳 평탄한 내리막길을 내려와 썰렁한 부자 동네 구경하면서 가나 아트홀 옆길로 천사가 강림하 듯 사뿐사뿐 내려와 평창수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500원) 담배 한 대 맛있게 빨고 올림피아 호텔에서 7211 버스(800원)를 타고 연신내로 돌아온다. 다들 구기 터널 근처로 내려오므로 그 보다 앞선 올림피아 호텔에서는 버스 타는 사람이 거의 없어 편안히 앉아올 수 있다. 오늘은 북한산에 사람이 워낙 많아 3시간 조금 더 걸렸다. 적당한 시간에 운동량 많고 경치 좋고 비교적 편안한 코스다. 추천할만한 코스다.

연신내 역에서 내려 잘 가는 덕수 목욕탕(대인 3500원)에 들어가 땀을 뺐다. 들어가기 전 64.8kg, 사우나 끝내고 나오니 64.3kg, 500g이 땀인지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럽게 뜨거워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 사우나를 네 번 들락거리고 냉탕의 폭포수와 수류제트(110m 암반수)로 골고루 몸 이곳저곳을 안마하고 온탕에 앉아 TV를 보다가 나온다. 시장통 중간에 있는 새장골에 들러 냉면이나 갈비탕을 먹는다. 살얼음이 송송 뜬 냉면 육수가 시원하고(6000원, 정체를 알 수 없는 냉면인데 맛이 썩 좋다), 갈빗대가 서너 대는 나오는 한방 갈비탕(8000원)도 맛있다. 다만 약간 단 편.

저번 일주일을 계속 걸은 탓인지 이번에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총 경비는 12400원, 대략 12$ 가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