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bareborn
paedros
2006. 8. 12. 17:11
대낮에 잘 돌아다니던 아내가(심하게 잘 돌아다녔다. 우린 '괴물'을 보러 갔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전화기를 붙들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속닥이더니 양수가 터졌단다. 경과를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니 애가 나오려고 한단다. 여러 가지로 알아봤지만 작년에 자궁근종 수술을 했고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평소 고통을 두려워하는 아내가 자연분만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수술동의서에 사인했다. 수술실 바깥에서 휴대폰으로 Tangram puzzle을 풀고 있었지만 이 쉬운게 잘 되지 않는다.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마취후 채 20분도 안되어 애가 나왔지만 아내는 그 후로 한 시간 후에야 나왔다. 탱그램 퍼즐은 글렀고 디스크 월드 2권을 마저 봤다. 병원에 오기 전부터 출산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내가 느긋한 것이 아무 생각 없어 보였나 보다. 3주 일찍 아이가 나와 그동안 준비를 못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딸아이. 2.6kg
파김치가 되어 집에 와서 뻗었다. 깨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고 집안 청소를 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점심을 먹었다. 이 벌레가 늘 노린재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소 중에도 저렇게 생긴 녀석들이 있다. 지구가 왜 둥글어야 하지? 라는 의문에 무려 22년이나 걸려서야 답을 알게 되었다. 태어난 아이는 몇 년이나 걸릴까, 아니면 자기가 무슨 의문을 품었는지조차 모르고 죽을 수도 있겠지. 제가 밟고 있는 땅이 헤르메스의 다섯 기둥인 줄 모르는 하늘소처럼. 그게 행복한 삶이라고들 하더라. 그럴 것이다. 머리를 비우면 인생이 쉽고, 행복해진다.
몽고반점. 아이가 몹시 조용한 편. 눈가위가 아빠를 닮아서 인상이 대락 난감. i am hngry. i wanna eat a dream 이란 푯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거대한 개인형을 쳐다보며 걷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신도가 이렇게 물었다. 천당에 가고 싶지 않아요? 인상 좀 펴라 얘야. 세상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곳은 아니다.
아내는 아이 코가 자길 닮았을까봐 걱정했다. 공부와 성형은 자기가 벌어서 해결하자.
그런데 엄마 아빠를 닮아 조금 못생긴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로부터 쓸데없는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인생의 12%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될테니.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 똑똑하던 여자애들마저 바보가 된다.
요새는 그게 불가피한 자연현상일꺼라고 생각했다. 산모와 아이, 두 여자는 모두 건강하다. 사람들은 아이가 나 같지 않기를 바랬다.
애를 안고 한 손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아이가 나처럼 살기를 바란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딸아이. 2.6kg
파김치가 되어 집에 와서 뻗었다. 깨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고 집안 청소를 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점심을 먹었다. 이 벌레가 늘 노린재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소 중에도 저렇게 생긴 녀석들이 있다. 지구가 왜 둥글어야 하지? 라는 의문에 무려 22년이나 걸려서야 답을 알게 되었다. 태어난 아이는 몇 년이나 걸릴까, 아니면 자기가 무슨 의문을 품었는지조차 모르고 죽을 수도 있겠지. 제가 밟고 있는 땅이 헤르메스의 다섯 기둥인 줄 모르는 하늘소처럼. 그게 행복한 삶이라고들 하더라. 그럴 것이다. 머리를 비우면 인생이 쉽고, 행복해진다.
몽고반점. 아이가 몹시 조용한 편. 눈가위가 아빠를 닮아서 인상이 대락 난감. i am hngry. i wanna eat a dream 이란 푯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거대한 개인형을 쳐다보며 걷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신도가 이렇게 물었다. 천당에 가고 싶지 않아요? 인상 좀 펴라 얘야. 세상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곳은 아니다.
아내는 아이 코가 자길 닮았을까봐 걱정했다. 공부와 성형은 자기가 벌어서 해결하자.
그런데 엄마 아빠를 닮아 조금 못생긴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로부터 쓸데없는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인생의 12%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될테니.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 똑똑하던 여자애들마저 바보가 된다.
요새는 그게 불가피한 자연현상일꺼라고 생각했다. 산모와 아이, 두 여자는 모두 건강하다. 사람들은 아이가 나 같지 않기를 바랬다.
애를 안고 한 손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아이가 나처럼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