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angel in the bedroom, whore in the kitchen

paedros 2006. 8. 31. 00:13

용산에 갔다. 자전거를 타고 즐겁게 가다보면 몇 가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렸다. 예를 들면 해남-강진 코스를 주행할 때 길가에 거꾸로 박힌 자동차를 보거나 자동차 사고로 길섶에 피가 웅덩이져 있었는데, 잊어먹고 있었다. 즐거운 인생.

"도박 해킹프로그램 개발" 父子사기 -- vnc를 이런 건설적인 용도에 사용하는데 나는 왜 게을렀을까?

노트북PC 어댑터 표준화 왜 안되나 -- 그러게 말이다.

조디악을 팔았다. 15만원에 팔았는데 그 가격에 팔긴 힘들꺼란 얘기가 대세였다. 지금껏 써본 기기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고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주저없이 중고물품을 15만원에 내걸었다. 첫 주에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내 생각이 틀렸나 보다 했다. 다음 주부터 전화가 여러차례(12통) 걸려왔지만 조디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별로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예약되었습니다' 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저, '조디악을 사겠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원했다. '조디악 상태가 괜찮아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공지를 낸지 14일 후에야 기계를 팔았고 마누라가 들어가려는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탰다.

사무실을 옮긴 후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알맵을 띄우고 라우트를 살펴보니 한강의 강변도로에서 안양천을 따라 안양까지 진행한 후 대략 10여킬로미터를 일반도로를 주행하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맵 가지고는 부족해서 구글 어쓰로 도로 상태를 살폈다. 충분히 가능하다. 편도 40km, 왕복 80km였고 가는데만 2시간 가량 걸릴 것이다.

출근 둘쨋날 대충 라우트를 잡고 자전거를 몰고 나갔는데,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와서 당황했다.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달려 사무실에 도착했다. 의외로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틀쯤 자전거로 사무실을 출퇴근했다. 평균속력 25kmh라는, 빠르다면 빠르고, 일년 자전거를 탄 것 치고 느리다면 느린 속도로 주행했다.

'자출사'라는 모임이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란 온라인 동호회다. 가입하고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굳이 활동할 생각은 없다. 일주일에 이틀에서 사흘 정도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생각이다. 마누라는 왕복 80km를 달리는 내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려는 이유는 마누라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먹여 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로 나 역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건강하지 않으면 십년쯤 먹여살릴 수 있는데, 건강하면 15년까지 가능하다.

드디어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글래머)'이 번역되었다. 이 글은 순문학이나 SF 양면에서 보더라도 뛰어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번역한 번역자는 그다지 생각이 없었겠지만(한국의 번역출판계가 그렇고 그렇다보니) 이런 작품이 황당하게 번역될 수 있는 한국 번역문학계를 상당히 좋게 보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책을 출판할 생각을 한 '열린책들'이란 출판사에 설마 기획이란게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모쪼록 책이 많이 팔려서 프리스트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읽은 글을 한글로 다시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번역은 잘 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믿을만했다. 한국의 번역출판계에서 제대로 된 감수를 할만한 연쇄살인범이나 오타쿠 스러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좀 아쉽달까. 번역이 끝나면, 번역문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래도 좀 다듬어야 하지 않나? 적당히 후려쳐서 돈주고 팔기는 좀 쪽팔리지 않을까? 그건 그저 이렇게 좋은 작품이 제대로 된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 싶은 내 마음일테지.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cosmos)'를 보기 시작. 그의 전작 때문에 생긴 기대 탓인데, 680p라는 하드 커버의 책 두께를 보자면 전작에 비해 성의가 좀 떨어지는 편. 제목의 거창함에 비해서도. 그린씨, 그만 좀 울궈먹고 당신이 생각하는 베스트셀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대중 생각도 좀 적당히 해줬으면 싶거든? 읽을만한 부분을 전체의 2/5로 유지하는 대신.


지정사(지구를 정복하려는 사람들)란 모임이다. 불건전하고 데까당해서 계란말이를 안주 삼아 J&B 15년산을 먹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데니 크레인 식으로 말하자면 순 빨갱이 모임. 내 카메라폰은 저해상도 모자이크 처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