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vin, ciga, gamble, glutton

paedros 2006. 10. 26. 00:02

추석때 남들처럼 극장에 가서 조조할인으로 '타짜'를 봤다. 주인공 남자애가 징글징글해서 영 입맛이 개운하지 않아 여기저기 뒤져 '올인'을 찾아냈다. 잘 나가다가 신파가 되어 버린다. 뭐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이병헌 머리가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박쥐(Black Bat)라는 담배를 선물 받았다. 초콜렛 맛이 난다. 조잡한 인쇄상태로 보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제작된 짝퉁이 틀림없지만 맛은 괜찮았다. 미국에서 로드 라이프를 살아가는 흑인들은 '짝퉁은 한국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암. 짝퉁 하나를 만들어도 장인정신을 담아 제대로 만들어야지.

블로그 제목을 Cosmic Background Noise로 할까, Cosmic Noise로 할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해 봤다. '유한 상태 기작으로서의 삶'(또는, 안간힘을 써봤자 그게 그거인 부처님 손바닥)을 너무 오래 울궈 먹었다.

야동계의 거물급 인사인 김본좌(kimcc)가 경찰에 잡혔다. 한국에 퍼진 일본 포르노물의 70%를 유통시킨 사람이란다. 어떤 평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김본좌가 막았단다. 사회의 큰 별이 졌다고 애통해한다. '당신이야 말로 음지의 슈바이쳐였습니다.' '이 분께서는 8.15에는 업로드하지 않으셨어.' '우리 삼보일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주에는 책을 다섯권 읽고 27시간 분량의 드라마를 해치웠다. 이름만 들었던 '문라잇 마일'도 간신히 구해봤다. 일하고 자는 시간 빼고는... 이건 아니지 싶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많이 섭취했다.

"(저 달을 상대로) 뭘 걸텐가?"
"마이 라이프~"

"밥, 우린 어떻게 될까?"
"울지마. 눈물이 어니까."

-- 문라잇 마일 중


뱅 드 빠이스(VDP)를 하나 집어 들다가 만오천원씩이나 해서 내려놨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에 한잔씩, 이름모를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는 물을 타지 않기 때문에 보통 750ml짜리 포도주 한 병은 대략 1kg의 포도에서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남은 용량과 같다. 과일을 잘 먹지 않는 나로서는 하루 100여그램의 포도 엑기스를 몸에 좋은 알콜과 함께 섭취하는 것과 같다. 왜 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누구도 안 다치고 여자들에게도 껄덕거리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마초가 되는 길: 아무도 없는 산, 바다, 들판에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하등 쓸모없는 도전을 한다. 삽질인데, 유래가 깊어서 시지푸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지푸스는 삽질의 신화적 원형을 제시했다.

터키의 아라랏 산 꼭대기에는 대홍수 시절 떠돌아다니던 노아의 방주가 있다고 한다. 뒤져봤더니 없었다. 방주에 미친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비지땀을 흘리며 그것을 찾아다니고 있다. 하나님께서 방종한 지상의 잡것들을 제거하겠다고 결심하시고 손수 실행에 옮기셨을 때 (그러니까 성서에 따르면) 노아는 종자와 동물 한쌍씩을 배에 태웠다고 하던데, 노아가 챙기지 않은 것들은, 말하자면 하나님의 별도 지시가 없었거나 노아로서는 불가항력이었던, 물고기들은 어땠을까? 사실 하나님이 역사하신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20미터 밑바닥 모래에서 한가하게 뻐끔거리고 있던 광어는 대홍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지질학적 증거로 유프라테스 강의 범람에 의한 홍수는 정말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인 것 같다. 홍수보다 더 심각한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면(환경오염은 방종한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로 보이지 않는다) 저 혼자 먹고 살려고 종자를 챙기고 스스로를 얼려서 우주로 토낄 노아같은 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문라잇 마일은 이래저래 마초 만화다.

지난 달 30일 동안 서버가 7번 다운되고 4번 네트웍이 단절되었다. 원인이 대충 밝혀져 원래 있던 1kwh짜리 UPS를 어디서 얻어온 10kwh짜리 UPS로 교체했다. 10월 1일부터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여차하면 사무실로 서버를 들고 오고 vdsl 고정 ip를 받으려고 했는데, 고정 ip를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말을 kt로부터 들었다. 회사에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네트웍과 서버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2 대의 서버는 굴러다니는 부속을 그러모아 조립한 것인데 하는 일이 꽤 여러가지인 굉장히 중요한 서버다. 원격지의 서버가 다운되면 업무를 중단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데 공장 한 구석에 쳐박힌 채 먼지를 먹어가며 열악한 네트웍 상황과 열악한 파워 컨디션에도 1년 6개월 동안 가동중이다. 서버가 다운되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물론 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서버가 다운되면 다운되었다고 그 서버가 내 휴대폰으로 문자라도 날려주는게 예의지만, 그렇게 되면 주말이나 휴가 중에 김이 새버리니까.


XBOX 360을 일주일 내내 집안 구석에 팽개쳐 둔 채 잠시 짬이 나서 써먹을 용도를 궁리해 보았으나,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들어 팔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20만원에 팔려니 사는 사람이 없다. 하긴 엑박이 별로 좋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게임기는 Wii다. 매물을 올리자마자 입질이 왔다. 직거래하러 가보니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놓은 부분을 트집잡혔다. 새거지만 새것 같아 보이지 않는 포장 때문에 결국 판매하지 못해 낑낑 매고 사무실로 들고 갔다. 엑박을 팔아서 카메라를 장만하려다가 카메라를 먼저 장만하고(28만원, 추가 배터리, 1GB, 작은 삼각대 등등 기타 한보따리 분량의 잡것들 포함) 그 카메라로 엑박 사진을 찍어 올리고 다시 팔았다(판매가 27만원). 이번 디카 구매의 컨셉은 '막 찍어도 잘 나오는 똑딱이' 였다. 너무 잘 찍혀서 당황스럽다. 이렇게 성능 좋고 가볍고 한번 충전에 무려 500장이나 찍히는 값싼 디카가 있었다니... 만 원 주고 산 셈이라 해피하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F11, ISO가 무려 1600. 1GB xD 픽쳐카드로 600만화소짜리 사진을 371장 담을 수 있고 전원켜고 바로 찍을 수 있다. 배터리는 그보다 훨씬 오래간다. 잘 샀다.

"야!"
"아앙!"
"얌마."
"아앙!"
"암 유어 파더"
"우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