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안양예술공원
paedros
2010. 3. 17. 21:42
'짜짜로니의 비밀' 이라고 인터넷에 나도는 글을 보고 집에서 짜짜로니를 만들어 먹었다. 매뉴얼에 따른 조리시간 엄수는 면발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지 싶다. 진짜 짜장을 사용한다니, 짜장의 시고 짠 맛을 중화하려면 양파 따위 부재료를 사용해서 짜장을 볶는게 낫고 그러려면 편수 냄비나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짜파게티보다 조리시간이나 방법이 복잡했다.
물을 끓이고 건더기 스프와 면을 넣어 3분 더 끓이고(wakening water를 붓거나 면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지 않았다) 썰어놓은 양파 반 개를 넣고 1분 더 끓인 후 두어 숫가락 남을 정도만 남긴 채 물을 덜어내고 짜장을 넣은 다음 센불로 2분 볶았다. 그나저나 미치겠군. 며칠 전부터 wakening water의 한국어가 뭔지 머릿속에 맴돌기만 하고... 검색해도 안 나오고 혹시 잘못 안 건 아닐까?
먹어보니 짜파게티보다 낫다. 양파를 넣지 않았으면 짜파게티보다 못할 것 같다. 짜파게티에는 무슨 부재료를 넣건 어울리지 않는데다 부재료와 조리법을 바꾸는 등의 자유도가 낮은데 반해, 짜짜로니는 베이스가 좋아 이것저것 부재료를 넣어가며 여러 종류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 액상짜장을 따로 볶아 해물짜장이나 사천짜장 같은 것을 만든다던지 버섯을 볶아 스님짜장을 해 먹는다던지. 다만, 뭘하건 조리시간이 10분 가량 걸릴 것은 각오해야 할 듯. 뭐 맛있으니까.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안양예술공원 놀러갈 때 얼마 전에 산 Nokia N5800 Express Music 휴대폰을 제대로 사용해 봤다. 사진의 품질은 그저 그랬다. 아무리 칼 짜이즈 렌즈를 썼다지만 좁쌀만한 ccd에서 뭘 바라겠나 싶었다. 그런데 h.264로 인코딩되는 동영상이 의외로 좋았다. 휴대폰을 새로 사놓고 주욱 바빠서 셋업이나 튜닝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필요한 Apps. 대부분은 갖춘 것 같다. 심지어 아이 보라고 영화도 몇 편 인코딩해서 넣어놨다.
다음팟 인코더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음성 채널을 선택하는 옵션이 없어 옥의 티라며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파일이름에서 오른쪽 버튼 클릭하면 음성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할 뿐더러 자막 및 오디오 싱크 마저 조절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애니메이션인 도라에몽 공룡대작전(?)을 한국어 더빙판으로 노키아 폰에 맞게 인코딩할 수 있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청소로봇이 등장하는 Wall E의 4초 싱크를 맞추고 한국어 더빙판으로 다시 인코딩했다. 경험상 어디에도 무난한 인코딩 방식은 H.264 baseline profile 1.1 과 AAC 128Kbps 였다.
어차피 잊어버릴 것이 뻔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Dinosour에 등장하는 육식공룡은 아무래도 제노타르소사우르스인 것 같다. 작년에 있었던 두 번의 송년회에서 만난 두 박씨 내외가 아이의 나이를 각각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부끄러워 아웃룩의 일정을 검색해 보니 2006년 8월, 팔삭동이로 태어났다. 다섯살이지만 아직 4년을 채우지 못했다. 3월 7일 놀이터에서 만난 어떤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아이의 나이를 물었을 때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내게는 숫자가 균질해서 숫자를 외우지 못하는 버그가 있다.
630만 화소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320만 화소짜리 노키아 폰으로 찍은 풍경 사진이 대략 비슷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Nokia N5800처럼 마음에 드는 휴대폰은 처음이다. A-GPS는 1-2초만에 위치를 잡았다. 구글 맵스나 garmin mobile xt를 켠 채 돌아다니며 내장된 320만 화소 카메라로 geo tagging이 된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는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었고(휴대폰은 약 20시간 가량 재생) 충분히 쓸만한 기본 브라우저로 3.5G 패킷망을 사용해 뉴스를 읽고 웹질을 했다. 뉴스 클립 사이트를 개정해 iSilo로 다운받아 보던 것을 온라인으로 직접 보았다. 뉴스 클립 사이트가 이런저런 mobile 사이트보다 패킷을 적게 먹는 탓에 15일 출퇴근 중 줄기차게 웹질을 하고 구글맵을 다운받았는데도 아직 30MB를 채 사용하지 못했다.
하루 정도의 인근 산행이나 자전거 여행이라면 카메라, gps를 다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팟캐스트로 다운받은 컬투 베스트를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들으면서 가끔 gps로 산길을 확인하며 등산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 그렇게 했다.
3/13 운동이나 하자고 자전거 타고 광교산에 갔다. 10km 쯤 걸었다. 스타킹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를 보았다. 16세기인지 17세기인지 독일에서 일할 때 편해 스커트를 입었다는 문구를 기타와 가방에 붙였다. 산길에서는 운동화를 신었는데 산 밑에서 다시 보니 굽 높이가 좀 있는 하이힐로 갈아 신었다. 하이힐은 스커트 마냥 편해서 신는게 아니잖아? 가발은 또 왜?
별로 가진게 없어 고작 남을 것이 말 밖에 없다는 법정스님이 입적하면서 남긴 말: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 듣고나니 이 시대의 언어 인플레가 새삼 엿같이 버거워, 죽을 때 죽더라도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중력의 묵직한 실재감을 인정하듯 홱 뛰어내리며 검이불루화이불처! 하면 더더욱 좋았을 것 같다. 속좁게 아는 한국의 대승불교는 입만 살아서 무소유를 떠들어대는 편이라 그다지 심금을 울리는 도그마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등속 운동을 하는 두 물체의 상대 속도에 관한 질문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설명할 수 없으면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자랐을 때 지금까지 배웠던 방만한 지식을 수식이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알맞게 설명해 줄 수 없어(그저 한다는 말이 '조금 더 크면 배우게/이해하게 될 꺼야') 소름이 끼쳤다. 헛살았잖아? 공감과 이해가 적었던 어리석은 인생이라서? --. 그건 좀 아니다. 한때, 평균 이상의 감정 이입이 가능해 이거야 말로 정말 하늘이 준 치졸하게 더럽고 고통스러운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다 함께 술을 마셨던 손대장은 '여우같은 마누라하고는 어떻게 살 수 있어도, 곰같은 마누라하고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내게는 그럴만한 이유라서, 녹슬고 무뎌진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세속의 격언을 '은유'로써 마음에 담아두겠다. 용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곰같은 이스라엘 놈들은 하느님 곁으로 보내는게 바람직하다.
김연아 올림픽 금메달 즈음에서 나돌던 말. '피겨의 신은 이 땅에 아사다 마오를 보내시고... 여신은 그냥 강림하셨다.' Stella et Fossilis에서 본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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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강림하여 금메달을 따던 그 날, 그의 공연 시간 동안 주식거래량 마저 평소보다 절반이 줄었단다. 거래량과 상관없이 주식시장에서 12%의 이익을 냈다. 100만원 투자해 12만원 벌어 2만원 보태 전구가 나간 스탠드 대신 LED 스탠드를 샀다. 5만원짜리 블루투스 헤드셋도 그렇게 장만했다. 주식으로 용돈 벌어 가젯 사자.
감기 걸리면 처방전의 약품명을 적어놓고 약국에서 조제해 준 약을 받은 다음, 집이든 사무실로 돌아와 약들을 검색해보고 먹어도 괜찮다 싶은 것들만 먹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항생제(antibiotics)는 몸안에 침투한 미생물 뿐만 아니라 몸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것들도 함께 학살하는데, 살생을 금하는 불교도라면(예를 들어 법정 정도의 내공에 견주건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미생물이 자기를 먹어치우게 하여 자연스럽게 죽는게 바람직할까, 침투한 미생물이 자신의 몸을 갉아먹으면서 몸과 동화한 것이니만큼 병의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어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좀 더 큰 몸 전체를 민주주의적으로 살리는 것이 타당할까? 가톨릭과 기독교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과학의 도전을 받아오며 다양한 변명과 방어기제를 만들어 놓았는데, 불교 역시 양자역학적으로나, 분자생물학적으로나 누가 물어도 묵언수행으로 입닥치지 않는 장황한 입장을 가지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