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
hic et nunc
paedros
2011. 1. 2. 21:17
놀기 바빠 늦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이 엔트리를 퍼블리시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푸코 이후로는 어... 프랑스 철학과 견해 차이가 심하던가, 취향에 안 맞았다. 그 후로 오랫동안 지금, 여기서 쓸만한 통찰과 직관을 철학이 건넨 적이 없었다.
아이에게 자이로스코프를 사줄까 해서 한가하게 ebay를 뒤졌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 시절 저것과 똑같은 것을 봤지만 내 소유였던 적은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아 놀랍다. 소울이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저걸 바란다면 사 주는데 의미가 있을 테지만, 평생 자이로스코프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바라지 않는 걸 선물로 주는 것이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자이로스코프는 접어 두고(아니면 내 추억을 먹여 살리고 한풀이도 할 겸 구입하던가)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알아봤다. 앨리스 인 더 원더랜드 아이패드 판을 보고 사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내 생각은 달랐다. 아이패드같은 게 왜 필요하냐고 여겼다.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꺼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시대'란 소설을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마존의 킨들3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이 밀려 2010년 내에 받기는 글른 것 같다. 사실 원서 보기가 고단하다. B815를 알아보다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ebook 컨텐츠가 많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ebook reader에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구매를 미뤘다.
모처럼 미술관 방문.
경기도 박물관 요령 고대 유물전에서 본 청동기 주조 틀. 돌을 깎아 만들었다.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그리고 저만한 낚싯바늘에 끼울 미끼는 무엇이고, 어떤 고기를 낚으려고 만들었을까?
아내가 59피자에서 사온 9900원짜리 불새(불고기와 새우) 피자. 도우가 밀가루가 아니란다. 배달을 안 하지만 동네 저질 피자(유사(?) 치즈를 사용하는, 먹고 나면 왠일인지 꼭 설사를 하게 되는...) 보다 나았다. 그러다가, 피자가 흡사 목성같이 생겼구나! 하고 경탄했다.
자이언트. '가장이 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용기' 1시간짜리 60편 짜리 드라마. 자이언트 보다가 얼핏 황석영 소설 강남몽이 떠올랐다. 자이언트는 빈틈이 꽤 많은 수상쩍은 드라마지만 보는 재미가 없지 않았다.
The Walking Dead의 원작 만화책을 우연히 구했다. 약 3시간에 걸쳐 68권을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더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좀비물이란게 거기서 거기라는.
인셉션. 의외로 비주얼이 시시한 편. 머리아픈 영화라고 해서 긴장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쉬웠다.
인셉션. 에셔(여기선 펜로즈로 언급)의 계단 역시 독창적이라기보단... 솔직히 데이빗 린치의 The Fall이나, TV 드라마인 Warehouse 13의 에셔 볼트 보다는 멋져야 할 비주얼이 겨우 이 모양이라... 좋은 각본과 배우가 빛이 바랜달까? 감독의 연출 솜씨엔 유감이 없다. 그래도 컴퓨터 그래픽스 운영이 그거 밖에 안된다니 이건 상상력의 부재랄 밖에.
인셉션. 처음 소개받았을 땐 메멘토와 매트릭스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했는데 로저 젤라즈니의 dream master(he who shapes)와 디카프리오의 전작, 셔터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주연배우의 저 표정, 시지푸스의 삽질을 연상시키는 저 표정 정도가 나와줬으니 재밌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얼마후 우연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을 제작할 때 CG를 얼마 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사진을 다시. 이걸 CG가 아닌 세트로 만들었단다. 경탄하거나, 존경스럽지 않았다. 21세기에 타자기로 글 쓰는 걸 선호하는 소설가를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별난 작자군' 하는 정도랄까?
시라노 연애조작단. "난 애드립 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연애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치하고 재밌는 것인데 성인이 되어서야 그 짓을 하려니 쪽팔리고 우스운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연애를 못해 본 녀석들이 가장 불쌍했다.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심지어 별점을 준다면 인셉션과 큰 차이가 안 날 듯. 인셉션 류의 '장르 영화'에는 워낙 익숙해서 뭘 봐도 그저 그랬다. 다만 21세기 hard SF라면 파블로프의 똥개처럼 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현실은, SF영화란 것들이 한 30년은 시대에 뒤쳐진 것 따위나 대량 생산된다.
Heroman. 이제 와서야 문득 깨우친 것은 SF와 소위 메카닉 물은 다르다는 것. 바퀴벌레 외계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주제다.
기동전사 건담 00 극장판. 외계인의 침공에 본의 아니게 단합하는 인류? -- 정치적으로 그렇게 나이브하게 살면서도 욕을 제대로 안 먹는 것은 어쩜 일본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 특권인 듯.
건담00 극장판. 뉴턴 사이언스의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장면. 적색거성이 어쩌다 갑자기 백색왜성이 되는 과정인건지, 갑작스러운 초신성의 폭발인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