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kyakarta
대낮부터 마사지 하고 가라는 손길을 뿌리치며... Yogyakarta Tugu Stasiun(족자카르타 투구역) 남쪽길 숙소 밀집 거리를 찾아 가는 중.
투구역 앞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골목을 돌았다. 여러 숙소를 전전했지만 마음에 들거나, 가격이 싼 곳은 보이지 않았다. 연말이라 방이 꽉 차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골목길을 한 시간쯤 전전하다가 twin bed, bathroom inside를 100,000 루피아에 얻었다. ISTI 라는 곳.
음... LP를 안 봤다. 봐도 별 무소용이라 그냥 발로 뛰는 형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과 대화를 하는데 숙소에 묵고 있던 일본인 아가씨 둘이 옆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다. 주인장은 지금 쁘람바난에 가면 늦을 꺼란다. 오후 다섯시면 돌아오는 버스 타기가 힘들고 연휴라 관광지인 그곳에 사람이 지금 엄청나단다. 한숨... 아닌게 아니라 오는 길에 본 족자 시내는 엄청난 차량과 인파로 미어터졌다.
Jalan Malioboro(말리오보로 거리)의 인파로 붐비는 상점들. 연말연시 탓인지, 아니면 족자카르타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인지 하루종일 인파로 북적거렸다.
박물관과 kraton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숙소거리에서 약 1.6km 정도. 인파로 미어터진 Jalan Malioboro를 걷다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사람이 방글방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반겼다. 지금 가봤자 kraton이 문을 닫았을 꺼란다. 영어가 유창하고 사람 좋게 생겨서 한 동안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자기가 아는 사람이 하는 어떤 바틱 전시장에 가서 훌륭한 예술품을 감상하라는 것. 바틱에 관심이 없어 그냥 가겠다고 했다. 아까 듣기론 끄라톤은 그래도 따만사리는 그냥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고 들었다.
마스지드에서 기도 중인 사람들. 손과 발을 씻고 신발을 마당에 벗고 마스지드에 들어갔다. 기도할 시간. 같은 이슬람 국가인 옆 나라 말레이지아와도 사뭇 다른 내부 분위기. 마치 흔한 동남아의 불교 사원 분위기랄까...
끄라톤은 문을 닫았다. 배가 고파서 자리를 접고 떠나려는 미 아얌 포장마차를 잡아 음식을 시켰다. 맛 없다. 마스지드에 들러 손발을 씼고 잠시 쉬다가 따만사리로 가니 자칭 경비(security)라는 친구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더니 날 안내해 주겠단다. 혼자 가면 길을 잃는다나?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무료란다. 한 눈에 봐도 삐끼인데 이렇게 아는 척 해주시니 고맙다. 난 삐끼가 없으면 여행이 안 되는 타잎이라서...
삐끼의 아버지는 끄라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government officer)인데 여전히 잘 살고 있으며 족자에서 심하게 존경 받는 술탄을 위해 봉사하고 있고(공무원이?) 엄마는 와양극 가수란다. 자기 집은 따만 사리 옆에 있단다.
그림자 인형극에 사용하는 인형을 만드는 장인. 버팔로 가죽에 세공
따만사리의 목욕탕. 술탄의 부인들이 여기서 목욕.
길을 잃기 딱 좋은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술탄의 목욕탕을 구경하고 골목 어귀의 kakilima에서 과일을 사서 나눠 먹었다. 까끼리마는 다섯(lima) 다리(kaki)라는 의미로 노점의 두 바퀴와 스탠드, 그리고 주인의 두 다리를 뜻한다. 나시 고랭, 미에 고랭, 박소(bakso, baksu), 과일 등을 파는 간단한 노점상인데 인도네시아 어디 가나 널려 있다. nasi는 rice, mie는 noodle, goreng은 볶았다는 뜻. 논에서 자라는 벼는 padi라고 부르고 시장에서 파는 쌀은 beras, nasi는 찐(끓인) 쌀.
따만사리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가다가 만난 과일장수 아저씨. 1달러 정도(10000rp)면 한끼 식사 대용으로 열대 과일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삐끼가 족자에 왔으니 Nasi Gaduk을 먹어 보란다. 한참 친절하고 싹싹하게 군 다음 가족이 운영한다는 바틱 매장에 나를 데려갔다. 자기 친형님이란 분이 나와(그럴 리가 없겠지만) 물건을 이것저것 보여주신다.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지만 바틱이나 그림자 연극 소품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형님이란 사람은 하지만 왜? 왜 물건을 안 사냐? 이렇게 훌륭한데? 라고 의아해 하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눈으로 찰칵찰칵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찰칵찰칵. 조카, 아우가 운영하는 다른 매장을 두어 군데 더 돌며 찰칵찰칵 눈으로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하니까 삐끼는 실망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가이드해 줘서 고마웠다.
지나가다 본 인터넷 가게(wartel). 30분에 보통 2000rp. 정도, 1시간에 3000~4000rp 가량인데, 여행자 거리에서는 시간 당 7000~10000rp 사이. 256 Kbps ADSL 라인이라 속도는 어느 정도 나온다.
왕궁 앞 광장으로 천천히 걸었다. 놀이기구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장터에 널린 자자난(길에서 파는 여러 종류의 간식꺼리를 총칭)을 몇 개 사 먹었다. 하나당 2000~4000rps. 시골 장터 구경하는 기분. 티셔츠 하나가 10000~20000rps. 품질이 조악. 단기 여행이라 굳이 옷을 살 필요가 없었다.
놀이터에서 파는 잡다한 간식꺼리들(대개 0.5달러 미만)을 주워 먹으며 한가하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70~80년대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도 21세기다.
해 질 무렵 동네 한 바퀴 도는 기분으로 말리오보로 거리를 벗어나 크게 외곽으로 걸었다. 거리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볐고 어제처럼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1차선 도로에 한데 뒤엉켜 심한 교통체증으로 정체되어 있다. 가는 길에 과학관으로 보이는 건물을 바깥에서 구경했다.
족자카르타(Yogyakarta)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같은 고적지이자, 문화예술의 중심 도시. 한낫 신호등 제어기에도 까꿍 괴물같은 수묵 그래피티를 그려놨더라. 그 때문에 도시가 지저분해 보였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한 복판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Mal Malioboro) 꼭대기 층의 food court에서 박수 세트 메뉴를 주문. 1층에서 바비걸 경진대회가 벌어졌다. 조그만 아이들이 저마다 미를 뽐내며 날카롭게 짹짹 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거리에서 먹는 음식보다 현저하게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삼켰다. 테이블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카운터에서 재떨이를 들고와 딱히 할 일도 없고 담배 한 대 빨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 라이온 에어 항공권의 스케쥴을 12/31에서 1/1로 변경.
- 가루다 인도네시아의 귀국 항공편 스케줄을 12/31로 하루 댕기기.
- 그게 안되면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환불하고 1/1 다른 항공편으로 자카르타로 간다. 연휴인데 가능할까?
- 그마저 안되면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환불하고 인천행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편을 jakarta to incheon에서 denpasar(bali) to incheon으로 변경한다. 생각해보니 가루다 인도네시아에 출발지 변경을 문의했었고 답변을 준다고 했는데 답변이 없었다. 바빠서 다시 연락할 틈이 없어 떠나기 전 날 밤 갑자기 생각나서 백업으로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구입한 것이다 -- 요새 하도 바빠서 경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