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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Myanmar 2005. 4. 11. 12:41
아침 8시에 일어났다. 할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씰롬에 괜찮은 식당이 있대서 찾아갔으나 문을 닫았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이시에 들어가 수끼+초밥 부페를 먹었다. 배불리 먹었다. 오이시가 돈 좀 벌더니 예전 같지 않아 입맛을 다셨는데 아직 부페를 하는구나... 그러나 역시 초밥은 맛이 없었다. 배 터지게 먹고 펭귄처럼 걷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월텟 4층에 올라가 벤치에 누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잤다. -_-

아내는 참 운이 없다. 이세탄 백화점에 들러 두 시간 동안이나 쪽팔림을 무릅쓰고 정성들여 보석을 둘러보고 간신히 25만원짜리 썩 괜찮은 사파이어 목걸이를 골라 포장까지 마치고 계산 하는데, 점원이 실수로 4밧 더 많게 계산해서 그걸 취소하고 다시 카드로 긁으려니까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한참 시도 해 봤지만 만밧이 조금 넘는 트랜젝션을 두 번 실수한 탓인지, 아니면 한국의 은행이 영업시간을 넘긴 탓인지 거래가 되지 않는다. 점원 말로는 하루 사용 금액을 초과했다고 한다. 글쎄? 내가 한미카드 vip고객인 것으로 아는데? 국제 전화를 걸어야 하는 등, 일이 귀찮게 꼬여서 거래를 취소하다. 한가하게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사 먹었다.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 백화점 사이를 전전하며 빈둥대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사하라' 영화가 별로 재미 없다.

밤 아홉시 가까이 되어 수쿰빗으로 가서 이런 저런 바를 돌아다녔다. 생음악 하는 술집들은 보통 아홉시 반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술은 안 마시고 서성이며 분위기 보다가 다른 바로, 또 다른 바로, 여기저기 메뚜기처럼 바 호핑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일본인들 상가 부근의 도쿄 조'스 블루스 바에 들렀는데 분위기 괜찮다. 사약같은 기네스 드라프트를 시켜 먹으면서 흥겨운 음악을 들었다. 아, 방콕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바 안에 있는 사람들 절반이 뮤지션이다. 오늘 잼 세션이 있는 날이라서 악기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분위기 매우 훌륭하다. 블루스가 워낙 마초 폼 잡는 음악이라 그런지 집적거리는 게이도 없고 재즈바처럼 음악에는 별 관심없는 찌꺼지들 아니 계집애들도 없고 담배 연기 자욱한 가운데 다들 입 다물고 음악을 듣는다. 연주솜씨가 괜찮다. 분위기가 좋아서 자정을 넘겼다. 너무 늦어버렸다. 거리로 나오니 썰렁하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아쉽다. 엊그제 한국인 젊은 친구 도와준답시고 이틀을 같이 다니는 바람에 밤마다 수쿰빗의 바를 전전하는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방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동안 배낭 여행 한답시고 거지처럼 돌아다니느라 방콕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런데, 나는 왜 맨날 방콕에 올 때마다 처음 방콕에 오는 친구들의 가이드질을 하게 될까. 아무래도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 묵어서 그런 것일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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