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핸드폰 사진과 gps를 꺼내 데이터를 뽑았다. 출장 다니고 살 찌우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행 기간 중 나름대로 신경 쓴 주행 복장. 굳이 말 안 해도 애들이 흉내낼 것 같지는 않다. 모자가 황이었다. 바람에 펄럭여 시야를 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보자. 눈빛 만큼은 그래도 싱싱하게 살아있지 않은가??



경주 동대 황토 찜질방. 나흘 여행하고 사진을 너무 안 찍은 것 같아 막판에 두 장 정도는 찍어주는 센스.



멕시코 티후아나 동쪽으로 278km 떨어진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홀로 위치한 라쿠카라차 황토 찜질방 분위기로 바꿔 봤다.



긴 여행을 마치고 라쿠카라차 황토 찜질방의 미딛이 문을 열고 들어선 자전거 강도는 어깨에 묻은 모래먼지를 툭툭 털고 모자를 살짝 들어 찜질방 안을 둘러본다.

장난은 그만하고,
동해안 주행의 실패 요인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반성.

1. 지구력 -- 연습 중 기어 변속에 문제가 있었다. 앞 기어를 2단으로 놓고 꾸준히 밟아주는 연습을 했어야 하는데 3단에 놓으니 높은 기어비를 가지게 되어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서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고 안정적인 케이던스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기어 변속이 잘 안 이루어지니 업힐이 연속되는 구간에서 힘의 분배가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구력 보강은 물론 충분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계속해야 할 것이다.

2. 음식과 수분 -- 2-3시간의 주행으로도 쉽게 허기를 느꼈다. 주행 1-2시간 전에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고(탄수화물:지방=6:4) 에너지바나 쵸코바를 몇 개 준비해 가는 정도의 대비는 있어야 할 것이다. 10시간 동안 4-5kg의 체중이 빠진 것이 애들 말대로 '어의'가 없다. 더위 속에서 주행을 계속해 가기 위해 시간당 450ml 분량의 수분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다.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몸을 무겁게 할 꺼라는 오해 때문에 물 섭취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햇살이 쨍쨍한 35도의 더위에서 무슨 깡으로 버텼는지 모르겠다.

희안한 것은 동해-울진 간 10시간 주행 후 찜질방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도 그 다음날 알이 배기거나 근육의 피로 등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햇살에 다리가 타서 욱신 거리는 것이 귀찮은 정도? 적어도 3주 동안 하루에 한두 시간씩 자전거를 탄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지구력을 키우고 업힐 연습을 좀 더 하자. 돌아오고 나서 체중은 아주 빨리 회복되었고(아마도 체중이 감소한 것은 수분의 증발 때문인 것 같다) 옆구리와 뱃살의 지방층도 현저하게 감소했다. 놀랍다.

GPS trackmaker를 사용해 GPS에 남아있는 tracklog를 다운 받고 구간을 제대로 정리한 후 살펴 보았다.



8/15 남부 고속터미널에서 불광천 자전거 도로가 끝날 때까지의 약 18km 동안의 주행 중 고도 변화 그래프. 강변 자전거 도로는 해발 20m 수준의 평탄한 지형이다. 6km와 8km 지점, 다리 밑에서 쉬면서 gps가 시그널을 받지 못해 고도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집에서 남부터미널까지 22.45km, 주행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

gps의 성능 향상을 위해 보조 안테나의 장착을 고려해 봐야겠다. 오차가 크고 빌딩숲이나 산간 트래킹 중에는 토끼 현상이 일어나서 gps에 찍힌 최고속도가 113km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주행 중 순간속도가 45kmh를 넘은 일은 없다. 일부분은 모르는 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굽이굽이 마다 브레이크를 잡은 탓도 있고 일부는 자전거 핸들 바에 장착한 가방에 부딪이는 바람의 저항으로 자연감속 되기도 했다. 맞바람에 저항하느라 체력의 2-30%가 (실없이) 소비된다는 글을 읽었다. 핸들이 무겁고 공기 저항이 있는 등 자전거 가방이 그리 좋아뵈지 않는다. 차라리 짐을 줄이고(옷가지를 없애고) 간단한 전용 자전거 가방을 등에 메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8/14 경주 불국사-보문관광단지-경주 시내 코스. 고도 변화가 비교적 완만하며 업힐 구간은 2km에 이르는, 단 하나 밖에 없다. 시내-불국사 구간은 gps를 켜지 않아 트랙 로그가 남아있지 않으나 대략 18km, 거의 평탄하고 토함산 부근에 이르러 오르막길. 즉, 이 반토막짜리 그래프에 따르면 경주-불국사-보문관광단지-경주 라는 코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불국사에서 보문관광단지를 거쳐 시내에 이를 때도 대략 18km, 합계 36km 가량으로 3시간 정도면 경주 시내 전역의 유적지와 불국사를 주파할 수 있는, 상당히 편하고 훌륭한 코스다. 경주에 놀러 가면 터미널 앞에 즐비한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 한 대 빌려 하룻 동안 여기저기 둘러보고 하룻밤 묵고 다음날 올라오는 코스로 괜찮아 보인다. 자전거 대여료가 비싸니(하루가 14000원 이던가?) 나 같으면 자전거를 버스에 실어 가겠지만.



8/13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자료로 남기려고 부러 맵 매칭을 하고 고도추이도를 붙여 만들어 봤다. 동해시에서 울진군 시내까지 주요 언덕구간은 총 11개, 거리는 81.76km(이 거리는 지도 평면상의 단순 거리(78.5km)가 아닌 실제 고도 고저차가 반영된 아주~ 정확하고 훌륭한 거리다), (내 경우) 주행시간 7시간 30분 가량.

그림 한 장 만들어 놓으니 한 눈에 확 들어와서 좋구나. 그나저나 이런 자료는 국내 웹에서 찾아봤는데 안 보인다. 티벳-카트만두 사이에는 훌륭한 자전거 지도가 있더라. 사실 자전거 타고 연습 좀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 티벳-카트만두 구간을 자전거로 간다는 기획을 올린 한 여행사의 야심찬(항간에는 미쳤다는) 기획안을 보고, 또 어떤 회장 아저씨가 빌려준 멋진 네팔, 티벳 자전거 지도를 보고 나서다.

자전거 타는 친구들이 통 gps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고, 자전거 도로를 편찬하는 회사가 국내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주먹구구식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 같은데,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 모양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자만심을 비롯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동해안 일주에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특히 주문진에서 삼척 아래까지 즐비하게 널려있는 해수욕장들은 사람들이 바글거렸지만 울진 부근의 해수욕장은 사람도 없고 접근도 편하고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아 마음대로 들락거렸다 -- 왜 삼척 윗 부분에서만 바글거리는지들 모르겠다 좋은 해수욕장이 아랫 지방에 즐비하고 같은 '동해안'인데. 비록 하루 뿐이지만 물놀이는 네 차례나 즐긴 셈이 되었다.

7/28: 39.900km (2h43m) max: 32.3kmh, avg.: 14.6kmh
8/17: 30.185km (1h38m) max: 55.1kmh, avg.: 17.9kmh

이런 것을 발전이라고 한다 -- 오늘은 내리막길에서 좀 밟았다. 60kmh가 충분히 나올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러나 평지에서 아무리 페들링을 열심히 해도 50kmh를 넘기지 못했다. 덕분에 젖산이 생성되었을 것이다. 젖산은 심하게 근육을 움직이면 15~18초 후부터 생성된다고 한다. 이 값을 잘 알아두면 인터벌 트레이닝할 때 쓸모가 있다. 15초 이내로 업힐에서 전력 질주, 3분 쉬고 반복, 을 계속 연습하는 것.



자주 가는 송추계곡의 주행 고도 변화도. 계곡까지 왕복하고 돌아오는 코스이므로 대칭을 이루는데 양단의 가는 코스와 돌아오는 코스가 조금 다르고, gps의 오차로 완전한 대칭은 아니다. 아무튼, 이 따위로 딱 하나 밖에 없는 업힐로 하루에 고작 한 번 연습했더니 실전에서 작살난 것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