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 때가 밀린다. 도미토리에는 아무도 없다. 완전 싱글룸이다. 이 아름다운 중세 (껍데기) 도시의 밤 하늘에 99% 찬 달이 떠올랐다. 두근두근...

각종 바에서 쿵작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발코니를 열어 놓았더니 취한 목소리의 한국어가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꼬리를 흔들며 발코니로 달려 나갔다가 한 떼거지의 한국인들, 특히 여자들을 보고 기가 죽어서 슬며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마도 어학연수 온 학생들이 뭉쳐서 술 한 잔 한 것 같아 보인다. 그냥 나그네의 고독을 씹기로 했다.

빛과 바람과 별들만 찾는 곳에 안온히 며칠 쉬고 싶다 -- xxx

내가 지금 그 비슷한 곳에 있긴 하다. 빛과 바람과 관광객들만 찾는 곳이니까. 그나저나 저런 걸 시라고 쓰는 작가도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어는 1943년에 죽었다. 1943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국어가 뒈졌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삐삘라 언덕에 올라갔다. 영 실망스러운 도시 전경이다. 직접 걸을 때는 이국적이고 멋졌지만 전경은 꽝이랄까... 뮤제오 모미아스까지 걸어갔다. 미라를 무더기로 쌓아놨는데 임산부들 배가 꺼진 상태로 곶감처럼 말려 놓은 모습이 웃기고 나란히 앉아있는 애들도 웃겼다. 남 시체 보고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뗌쁠로 라스 발렌시아노를 보러 한 시간을 기어 올라갔다. 차로 내려올 때는 5분 밖에 안 걸렸다. 무제오 이코노그래휘꼬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는 중. 싸고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며칠 더 쉬다 가려고 했건만 보이지 않았다.

오늘 식사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2.3$ 가량에 4 가지 음식에 음료수, 그리고 입가심으로 푸딩까지 나왔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할 지경이 되어 음식을 남겼다.

위키, blog 재조직. 사진 업로드. 작품 사진이 아니고, 메모리가 아까워서 화질이 더 떨어지더라도 사진을 좀 더 압축했다. 사진을 이미 1600장 이상 찍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기억 속에서는 더 많은 사진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웠는데 머리 속에는 남아 있는 것 같다.

Back to Iraq 2.0 노트북과 위성전화기를 들고 이라크로 들어가서 bLogging을 하겠다는데... 이 친구 왠지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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