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otihuacan

여행기/Mexico 2003. 3. 25. 03:02
속상하게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하는 수 없이 떼오띠화깐을 보러갔다. 땡볕 아래서 걸으니 짜증이 솔솔 나기 시작했다. 태양 신전에 올라가니 하늘에 활짝 팔을 벌리고 '기'를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망은 달의 신전이 더 좋았다. 아스떼까인들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52(4x13)년마다 지구가 망한대나 뭐라나 해서 지구 멸망을 막아보려고 인신공양을 했다. 한번은 2만명의 포로들의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꺼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 지구 멸망을 막으려면 지구상 전 동식물계의 두통거리인 인류를 없애기만 하면 된다. 이집트의 지어놓고 올라가지도 못하게 해 놓은, 지들 말로는 발전된 형태의 피라밋보다 떼오띠화깐 것은 올라갈 수 있어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다만, 계단에 워낙 사람들이 많아 거진 경사가 45도 가량 되는 사면을 기어 올라갔다가 기어 내려와야 했다. 일요일이면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을 노렸는데 입구에서 돈을 받아 슬펐다. 태양 신전 꼭대기의 정수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북위 19.69, 서경 98.84, 해발 2363m, 오차 +-4m 지점이었다. 정확히 4시간만에 관광 끝냈다. 더워서 박물관은 제끼고 바로 버스 타고 돌아왔다.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자꾸 비비적거려서 몹시 괴로웠다. 말도 못 하고...


지하철 탈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꼈다. 지하철 바퀴가 고무 타이어여서 소음이 심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하지만 왜 하필 고무 타이어를 썼을까. 승차감이 영 꽝인데), 집전자를 아래 철로 상에 배치해 놓아 다소 위험스러웠다. 아무래도 건설 경비를 줄이려고 천정에 달아놓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정말 멕시코적인 것인지, 아니면 멕시코의 지하철을 수주한 외국인 업체의 어리석은 발상인지 궁금했다. 지하철에 소매치기가 횡행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여기저기를 왔다갔다 했지만 별다른 위험이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음료수와 물을 2리터 이상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호텔 근처에서 먹지 뭐 하면서 방심하고 있다가 오늘이 일요일이라 가게들이 몽땅 문을 닫아 낭패를 당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닭 반 마리와 콜라로 때웠다.

심혈을 기울여 웹 사이트와 가이드북을 면밀히 검토해 본 끝에 아까뿔꼬와 뿌에르또 에스꼰디도는 제끼기로 했다. 태국이나 필리핀에 싸고 좋은 해변들이 많다. 7달러면 태국에서 굉장히 럭셔리한 해변 방갈로를 얻을 수 있는데 여기선 시장통의 꽤죄죄한 도미토리에서 7~8달러를 주고 묵으면서 구질구질하게 지내야 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 사이트에서 중남미에 관한 환상적인, 감상적인 여행기들을 여러번 읽어보면서 내가 지금 여행하는 현실을 비춰보면 이 사람들 다른 나라는 안 가본 건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는 했다. 이런 동네에서 잘 살아 남으려면 박물관과 유적들이나 챙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보았다.

맘 같아서는 움직일 때마다 돈 나가는 소리가 절그럭 거리는 멕시코를 어서 빨리 지나가고 싶은데, 워낙 땅덩이가 넓고 볼 것들이 광대하게 흩어져 있어서 앞으로 2주는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다지도 빨리 움직이고, 왠간하면 안 보고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크다는 소깔로 광장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이전 여의도 광장이 더 컸달까? 하여튼 거기서 오늘은 락 밴드가 제대로 잘 하지도 못하면서 지랄하고 있었고 청중 중에서 일부 몰지각한 청소년들이 맥주를 몰래 마시다 경찰에 걸려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는 즉결인 것 같은데? 어째서 한국은 대낮에 공원에서 소주병 까도 잡아가지 않는 것일까.

전쟁 때문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야 정상일 것 같은데 오늘은 과일가게를 찾으려고 한동안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지만 과일쥬스 한 잔 마시고 말았다...

와하까로 떠나기 전 사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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