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ana Republic

여행기/Mexico 2003. 4. 9. 05:26
아끼느라 애를 썼지만 섬에서 이틀 쓴 돈이 80$ 가량 되었다. 멕시코에서 펑펑 쓰는 돈을 생각하면 500$이 아까워서 안 간 이라크 생각이 절로 났다. 미국의 침략군이 바그다드를 부수고 있어서 더더욱 속이 쓰렸다. 이제 다시는 옛 바그다드를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깐꾼으로 돌아가는 느린 페리는 15n$ 밖에 안 했다. 1시간 45분 후에 출발. 45분 소여. 느린 걸 타도 되지만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시각을 확인해 보지 않아 일단 빠른 페리를 탔다. 35n$, 25분 소여. 바보.

가는 길에 카리브해의 연초록색 물결을 바라보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고보니까... 물이 별로 안 짰다.


7.30pm 빨렝게행 차표를 끊고나니 할 일이 없다. 배낭을 맡기고 끝내주는 카리브 연안에서 여자들 몸매나 구경할까.. 하다가 짐 맡기는 데 7시간에 35n$, 허그덕. 남은 돈이 얼마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뙤약볕에서 배낭을 짊어지고 싼 식당을 찾아 방황하다가 가장 싼 메뉴를 주문해서 식탁에 있는 것들을 남김없이 다 먹고 시간이 펑펑 남아 인터넷 좀 쓰다가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6.30pm 빨렝게행 버스, 차장에게 타도 되냐고 물으니 타란다. 한시간 일찍 도착하면 빨렝게에서 바로 과테말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밤 늦게 메리다에 잠시 섰다. 5분간 정차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알아들은 나 자신이 신기했다. 서당개 삼년이면...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재빨리 버스를 뛰쳐나가 터미널을 지나쳐 편의점에서 4.5n$짜리 컵라면을 샀다. 뜨거운 물이 없다. 급한 대로 찬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넣고 초조하게 3분을 기다렸다가 떠나려는 버스를 가까스로 탔다. 컵라면을 후루룩 들이켰다. 맛있다. 배가 고파서 더더군다나.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플로레스행 투어편부터 알아봤다. 투어 아니면 '미친' 가이드북이 설명한, 해골 복잡하고 돈은 돈대로 드는 이상한 코스를 택해야 한다. 아쉽게도 내일 아침 6시에 출발한단다. 돈을 세어 보았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투어비와 숙박비를 빼면 50n$가 남았다. 값싼 식사 한끼하고 내일 먹을 먹이를 구하면 딱 떨어진다. 바나나를 잔뜩 사자. 바나나는 영양가가 풍부하지. 배도 부르고. 핫핫핫.

그러다가 빨렝게 유적이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0n$이면 입장권과 왕복 차비를 합친 것보다 1n$이 많다. 여차저차해서 사정하면 1n$쯤은 깎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까 그러면 밥을 못 먹는구나... 바보. 밥값을 조금 아껴서 10n$만 인터넷에 쓰기로 했다.

갈 시간이다. 과떼말라가 예전에 악명높은 'banana republic'이었지. 바나나를 사서 숙소에 돌아가 과떼말라의 루트나 잡으며 여행지에 관한 꿈을 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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