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Ceiba

여행기/Honduras 2003. 4. 25. 12:10
Copan Ruinas -> San Pedro Sula -> La Ceiba

어제 만났던 한국인은 과테말라 비자를 국경에서 받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돌아왔다. 남미 쪽에서 비자 받아 올라오기가 힘든 듯. 방을 같이 썼다. http://www.wowlife.net

꼬빤 루이나스에서 중국 음식점을 발견하고 저녁을 거기서 먹었다. 중국 음식점들은 하나같이 양과 맛에서 사람을 감동시킨다. 지금까지 먹은 중국 음식 중 접시를 다 비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La Ceiba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으러 배낭을 매고 한 시간 반을 돌아다녔다. 싼 숙소가 안 보이거나 싼 숙소는 너무 싼 탓인지(2$ 가량) 머물기 꺼려졌다. 구멍이 숭숭 뚫린 판자로 사면 벽을 대충 막고 천정을 덮은 로맨틱한 방인데 아름답고 지저분한 침대가 하나만 달랑 놓여있고 창문이 없다. 전등이 없다. 바닥은... 환경친화적인 흙바닥이었다. 문명의 도시에서 날문명 내지는 비문명을 힐끗 쳐다본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막연히 시내를 헤메다가 그라스를 파는 잘 생기고 자메이카식 영어를 하는 믈라토의 도움으로 찾아보려던 숙소를 포기할 수 있었다. 그의 영어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치 레게를 듣는 것처럼 리드미컬한 영어였다. 토킹을 뮤직으로 만든 것 같다. 하여튼 믈라토의 말에 따르면 그 숙소는 시내에 있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헤메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시내와 버스 터미널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가이드북이 깜빡 잊고 안 적어 놓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땀으로 걸죽하게 목욕하며 운동 하니까 건강은 점점 좋아지기만 한다. LP의 지도를 보고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LP에는 길 이름도 없었고 길 위에는 아무 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길을 찾을까. 택시를 탈까? 택시를 딱 한 번 타봤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국의 거리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렇게 해야지만 내가 먹은 음식들도 위장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소화될 것 같았다.

몹시 더웠다. 흠뻑 젖었다. 어깨가 쑤신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내를 돌자 하다가 운 좋게 100 (5.8$) 짜리 아주 깨끗한 더블을 얻었다. 시내의 더럽고 지저분한 방이 10$ 가량이었는데 훨씬 낫다. 멋진 실링팬과 TV가 있었다. TV 있는 방에서 자보기는 중미 여행 중 처음이다. 호텔 부페에서 음식을 사와 베란다에서 garafono라는 사람들의 삶을 쳐다보면서 밥을 먹었다. 가이드북을 보니 내가 택한 숙소 근처의 거리는 더럽고 지저분해서 하룻밤을 간신히 잘만 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럴듯한 말이다. 판자촌 한가운데니까. 밤이 되자 한 가라포노가 다른 가라포노를 때렸다. 남자 가라포노는 여자 가라포노를 울리기도 했다. 여러 여자 가라포노가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바가지를 긁는 모습도 보였다.

경로 짜야 하는데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한된 시간에 남미에서 하나만 제대로 본다면 페루가 나온다. 엄한 곳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페루와 볼리비아만 가자고 일단은 정했다. 이 재미없고 시시한 중미는 어쨌거나 빠져 나가야 하는데, 정말 귀찮아 죽겠다.

멕시코의 깐꾼에서 운이 좋았다. 버스를 타던 날 섬머타임을 실시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한 시간 일찍 가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탔다. 아구가 맞아 떨어진다. 빨렝게에서 과떼말라로 넘어올 때 왜 한 시간 일찍 깨우러 왔는지... 같은 투어 버스를 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기습적으로 섬머타임을 실시한 멕시코 정부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