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 Utila

여행기/Honduras 2003. 4. 26. 19:13
La Ceiba -> Isla Utila -> San Pedro Sula

선착장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버스도 없고... 배 시간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50 렘피라(3$ 가량) 정도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정가는 25렘피라였다. 이거야 원.

배 타고 섬에 진입할 때 부터 영... 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스쿠버가 아니면 별로 오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섬이었다. 작은 해변이 한 둘 있고 근처에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볼거리였다. 해변에는 샌드플라이가 우글거렸다. 대낮에는 샌드플라이에게 뜯기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개미들에게 뜯겼다. 특히 개미한테 물린 정도가 워낙 심해 뭘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밤새도록 뜯겼다. 다음 날, 마침 배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서 바로 짐 싸들고 섬을 나와 산 뻬드로 술라로 향했다.

산 뻬드로 술라에서 괜찮은 숙소를 싼 값에 잡고 샌드플라이와 개미한테 얼마나 물렸나 살펴보니 이건 좀 심했다. 왼팔에만 80방쯤, 오른팔, 다리, 허리, 목 부위까지 합치면 수백군데를 뜯긴 것 같다. 육보시 한 번 징하게 했다. 개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섬이 좀 실망스러워 만사(스쿠버, 스노클링, 해변에서의 한가한 오후) 다 포기하고 나왔다. 원래 계획은 적어도 4-5일은 짱박혀서 논다는 것. 멕시코의 이슬라 무헤레스에서 그래보지 못했으니까. 거기서 뭘 기대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뭔가, 여태까지 가봤던 섬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걸 해변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은... 보잘 것 없는 해변에서 한숨이 나왔달까...

캐리비언 최고의 섬 중 하나라는데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라... 인터넷 가격이 시간당 5$~10$로 지난 1년 가량의 여행 중 최고의 물가를 자랑했다. 스쿠버 비용이 가장 싼 곳 중 하나라는데 여러 모로 비교해봐도 뭐가 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이빙을 안 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워낙 섬이 마음에 안 들어서 후회스럽지는 않다. 가까운 태국에서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으니까.

무척 덥다. 남미로 내려갈 때 까지는 이 더위에 한동안 정신 못 차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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