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Ceiba에 있을 때 TV에서 farscape란 SF 드라마를 봤다. 대충 훌터보니 지구인 우주 비행사가 재수없게 웜홀에 빠져들어 엉뚱한 외계인들 한 통속과 돌아다니며 자기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기를 고대한다는... 그런 얘기인 것 같은데 재미있어 보였다. 돌아갈 곳이 없거나 돌아가는 일이 불가능해서 한가해진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온두라스 정보 정리. 온두라스 사진

한 프로그래머가 미국의 침략전쟁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어떤 잡지의 인터뷰에 밝히고 나서 DoD는 그가 손보고 있던 OpenBSD 개발자금을 중단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가 되어 만들고 손질하고 있는 openbsd가 국방성에서 미사일의 os로 탑재되는 것을 탐탁치않게 생각했고 그래서 국방성에 밉보여 한 마디로 짤린 것이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i love the universe. it doesn't love me back. but that's okay.

돌아다니다가 어느 홈페이지에서 본 말.

1. 우주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2. 그냥 일 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사랑하려면 보통 용기나 정성이 아닌 것 같다.
3. 나는, 지나가는 개미들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실없이 히죽 웃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다.
4. 사랑 받는 편이 사랑하는 편보다 편하지 않나? 사랑받지 않을 때도 생활에 별 무리는 없다. 여자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지만.
5. 그래서 저 문장들을 다시 재구성해 보았다. the universe doesn't love me. that's okay/fine/even nice.
6. 5항을 적어 놓고 보니까 내 정신상태와 훨씬 접근한 것 같다.

꽃의 유혹/샤먼 앱트 러셀/이제이북스 - 샤먼 앱트 러셀은 화원 한 가운데 서 있다가 열정적으로 섹스를 나누는(거의 무차별적으로) 꽃들에 둘러싸여 민망해서 얼굴을 붉힌 채 몸둘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꽃을 사랑한다. 꽃들이 그를 사랑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꽃들이 그에게 꽃잎을 유혹적으로 흔들려 애교를 떨었으리라고는 상상이 불가능) that's okay 내지는 no problem이었을 것이다.

우주나 꽃들에게 사랑받았던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인류의 지성을 총 동원해도 아직은 밝힐 수 없는 문제다. 대개의 인류는 우주나 꽃들의 사랑을 느낄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사랑이 없더라도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 음. 우주가 인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인류는 망했을 지도 모른다. <-- 이런 주장은 심지어 최근의 과학자들까지도 한다. 과학자들 버젼의 목적론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가능성 속에서 인간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마치 인간을 위해서, 우주가 존재한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조차 한다. 왜냐하면 우주는 인간이 쳐다보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같은 이유로, 꽃들이 더이상 인류를 사랑해 주지 않으면 인류는 멸종할지도 모른다. 나를 심하게 물어뜯은 개미들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기에 물었다?

며칠 전에 후세인이 자신의 궁전 은밀한 곳으로 종종 외계인을 초청했으며 후세인이 갑자기 증발한 것은 외계인들이 그를 데려갔기 때문이라는 이라크인들 사이의 소문을 들었다.

꽃들이 나를 사랑한다거나 후세인이 외계인의 도움으로 탈출한 것이나 잠시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주제에 관해 말하다보면 어느새 바보로 되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 보다 하면 될 것을 생각한답시고 자꾸 말하다보면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같은 불쌍한 바보들을 위해서 '바보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있는 행위이며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는 먼저 우리가 바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다'... 라는 위로를 하자는 것인지 희롱하자는 것인지 하는 주장도 있었다.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시켜먹으면서 생각했다. 접시 한가득 나온 볶음밥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최소한 3인분은 되는 양이었다. 2인분까지는 어떻게 되었지만...

4월 25일부터 멕시코에서 즉시 발급해 주던 과떼말라 비자가 약 3주 이상 소여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본국의 허가를 받는 기간이 그렇다는 얘기고 비자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본국의 심사 여부를... 기가 막혔다. 시리아 때도 그렇더니만 과떼말라 마저... 그럼 과떼말라를 마지막으로 통과한 사람이 나와 나 다음으로 다음 날 국경을 넘은 어떤 한국 아가씨, 둘 뿐이라는 얘긴데... 그러고보니 그 아가씨가 국경에서 나를 기억하고 내 얘기를 하더란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액운을 몰고 다니는 것인가.

산 빼드로 라 라구나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환상적인 곳에 못가게 된 사람들이 왠지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