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

잡기 2008. 7. 31. 00:57
휴대폰 수리하러 A/S 센터에 찾아갔을 때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안내양 앞에서 당황했다.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폰, 집과 사무실 컴퓨터의 아웃룩에 중복 저장되어 있어 안심이다. 만일에 대비해 인터넷에도 저장해 둬야겠다.

“주머니가 팍팍하다” 美 경기침체로 베니건스 파산신청 --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여자 친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찾아가서 비싼 돈 들여 먹고는 얄팍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왜 안 망하는 것일까? 그런 맛 없는 식당은 망하는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혹시 그런 식당은 사회악이 아닐까? 아니면, 필요악일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부러 나가 주경복을 찍었으나 공정택이 되었다. 실은 그나마 공약같은 걸 내놓은 5번을 찍으려고 했다. 뭐 애 키우는데 비용 드는건 여전히 안 좋게 생각한다. 애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량한 위선자들과 견해가 일부 다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강남구의 부모들이 '솔직해서' 낫다. 솔직한 사람들을 북어처럼 두들겨 패서 그 신념을 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고, 교육 역시 정치 문제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6번을 찍었다. 논리가 매우 기괴하군 -_-

오이도
사진 찍으면 24개월 밖에 안 된 애가 다 자란 것처럼 보인다. 신묘하다. 아빠는 늘 도깨비처럼 나오고. 문맥을 통해 문형을 뉴런에 고착시키는 단계. 대사가 많지 않은 집안 분위기상 교육은 글렀다. 여자애들은 아주 일찍부터 고속 사회화되므로 언어능력은 그리 걱정할 것 없지만.  언어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지 싶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공평하게도, 나 역시 사람들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글일 때는 좀 형편이 낫지만.

오이도
지지난주엔 오이도에서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아내,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 본 적이 거의 없다. 바쁘기도 하지만 감당 안되는 애 때문에 어디 나가기가 겁난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홍천 서면에 놀러 갔다. 전날 비로 그나마 맑아진 홍천강에서 죽은 물고기처럼 둥둥 떠내려가면서 새파란 하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을 보았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하도 할 일이 없어 석회 동굴을 둘러보고 돌아와 튜브를 대여해 강을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 후, 몇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강가에서 튜브를 빌려 떠내려가는 투어가 여러 지역에서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tubing이라 부른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 진 다음 술기운으로 알딸딸해 진 상태로 다시 강에 들어가 둥둥 떠내려가며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물살 따라 잔자갈이 강바닥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피라미들 지느러미가 물결에 스치는 소리마저 들린다. 술이 확 깼다. 도깨비꿈 꾸면서 덧없이 떠내려 가다가 보통은 죽는다.

어디 가서 소주를 네 병쯤 마시고 생뚱해진 심씨는 날더러 리스크 없는 평범한 삶을 집어치우기 위해 머리 염색하고 바람을 피우란다. 돌이켜보니 심씨는 인생을 뜻한 대로 살았다.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은 한, 뜻대로 살면 비용이 드는데, 심씨는 그리 큰 댓가를 치루지 않았다. 나는 갖은 악다구니(필요악과 불가피한 희생) 끝에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얻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천둥 번개와 비바람 속에서 흠뻑 젖은 채 좋아라 낄낄거리는, 여전히 그 본성이 반쯤은 미친 옛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내가 참 생각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 싶다. 나 역시 비바람을 좋아한다.

구질구질한 사이버펑크물에 대한 원시적인 혐오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였던(보면 볼수록 공각기동대와 비교 된다고 여겼던) RD잠뇌조사실을 공각기동대 팀이 만들었다길래 아연실색했다.

그래, 원하던게 RD 잠뇌 조사실의 그 방향이다. 디지타이즈된 미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게 정상이니까. 또는, 메탈 속에서 의체가 떠돌아다닌다고 기계혐오주의자들의 어둡고 음산한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들은 인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고교생 자원 봉사자와 반신불수의 메탈 다이버, 그리고 무술로 사이보그를 이겨 보겠다고 안달하는 젊은 친구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기분 나쁜 콧소리 내는 여고생 성우와 늘어지는 휴머니타리안 사이버펑크란 점을  빼고 아직까지 딱히 택 잡을 것 없이 그냥 즐겼다.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현란한 공중전을 소재로 한 'The Sky Crawlers'가 8월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양반이 평소 밥벌이하던 사이버펑크를 때려치운 건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Jack Campbell의 Valiant를 읽었다. 초장부터 박력넘치는 우주전이 벌어진다. 캠벨의 전작과 달리 '내면의 고뇌'가 현저하게 줄었다. 무려 200여 페이지에 걸쳐 줄기차게 우주전만 나온다. 아쉽게도 앨리언스와 신디케이츠 사이의 백년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외계인의 활약은 다음 권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듯. 다음 권도 아니고 그 다음 권까지 밀릴 것 같다.

발리언트 다음 권에서는 하이퍼게이트를 제외한(응용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함대전의 타임랙 서술을 줄여 발리언트 전작의 지루함을 많이 제거했지만, 그래도 함대전 자체가 슬슬 지루해져 가고 적용가능한 전략/전술도 대충 다 나왔지 싶다. 그래서인지 발리언트의 마지막 전투는 기만과 트릭이 제거되어 나름 희생을 치른다. 캠벨이 용두사미 격으로 다음 권에서 캡틴 기어리 시리즈를 황급히 마감하지만 않았음 좋겠다. 여유가 생긴 건지, 자기 뜻대로 꾸준히 글 쓰는 캠벨이 기어리 함장의 입을 빌어 이런 농담도 한다; i will hit that station of yours so hard that the quarks making up its component atomic particles will never find their way back together.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지... 암.

발리언트 때문에 마일즈 보르코시건 2권 '보르 게임'의 우주전은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인다. 이 개그물은 랜스를 끌어넣기 위해 근접 함대전을 무리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이란 것도 고작 단 한 페이지 분량, 나머지는 마일즈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운이 좋고 주둥이를 잘 놀리며 신밧드처럼 갖은 모험을 하는지 잡다한 설명을 늘어 놓기 바쁘다.

발리언트의 잭 기어리같은 한심한 캐릭터라이제이션과 비교해 그래도 혈관에 폐윤활유 비슷한 것이 흐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보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내 건조하고 무감동한 취향에 비추어볼 때 크게 흥미가 안 생긴다. 무엇 보다도 Alastair Reynolds를 비롯한 몇몇 현대작가들 덕분에 현대(?) 우주전에 관한 상상의 지평이 확 트이면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서브장르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우주전이 스타워즈류의 날파리들 싸움과 전혀 다른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고, 반드시 감안해야 할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고찰과 사고 실험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달리 말해, 몇몇 고어틱한 맛집에 길들여지다 보니 입맛이 아예 바뀐 것 같다.

다이디타운.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또는 이 세상에 널린 그런 류의 온갖 잡동사니들)로 끝날 뻔한 하드보일드물이 무수한 SF 가젯으로 리뉴얼 색동 단장. 분위기 어둡고 오직 '인간이 희망'이라는 듯한 플롯에 마지막에는 대규모 몹씬 마저 등장하는 것이 한 시간 반 짜리 시간 때우기 적합한 영화로 만들만 하다. 또는 시나리오를 찾는 영화업자들에게 바칠 미끼였던가? 첫장부터 글빨이 불안해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나머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잘 아는 세계 같다. 김씨 말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단다. 찾아본다는게 깜빡했군.

계집애들처럼 나 역시 연애와 로맨스를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퀸은 밥맛이지만
) 하드보일드를 좋아했다. 그것들은 소년 시절의 불가능한 연애를 나이든 늙은 놈에게 인간미로 치장해 연장하는 찌질스러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심취한 '우리'는 그래서 마초처럼 여자를 개무시하고, 떠난 아내의 대용품으로 또다른 아내를 만들지 않았으며, 수줍움을 감추기 위해 팜므파탈을 즐겨 찾는다. 사실 악녀처럼 부담이 적은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 반대편에는 악녀에게 성적 희열을 느끼는 변태의 드넓은 바다가 위험스럽게 넘실대긴 하지만. 하드보일드가 조금 더 진전되면 여성은 상징이 되고, 때로 페티시즘의 불명확한 표의가 되고, 양식화된 시니시즘이 된다(스타일과 취향이 된다). 생물로서의 여자는 진작에 사라진다. 사실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물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여자같은 거 필요 없어진다. 극중 이해를 돕기 위한 양념이지, 사건의 주요 배역 내지는 참고인이 되기에는 모자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홀론.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훌륭. '척을 바라보는 파이 장수의 심정은 오직 백마 탄 왕자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Pushing Daisies
'지금 척의 심정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교 있는 시니컬함이 곁들여진... 대사의 쫀득함과 주섬주섬 갖다 붙이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 imdb를 검색해 보니 Dead like me 팀이다. 죽음에 대한 농담따먹기가 데드 라이크 미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는 그래서 죽은 소녀가 자신을 연모하던 옆집 소년을 만나 결코 시들지 않는 조화(또는 산송장)처럼 살아가는 희극이다. 그런데 죽음과 여성 따위가 대상화 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일까?

Survival: Fans vs Favorites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전작에 등장한 유명한 악당들, 또는 팬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을 끌어모아 서바이버 팬들과 한 판 붙는 리얼리티쇼. 서바이벌 1기에선 처음 쥐를 먹는 얘기가 나왔다. 오지를 접한 미국인들의 호들갑이 눈꼴 시려웠다면, 서바이버 시즌이 거듭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강해졌다. 이 작자는 자기 팀을 배신하고 다른 팀에 붙었다가 쫓겨난다. Fans vs FAvorites 편에서는 게임 중 부상을 입고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퇴장.

Survival: Fans vs Favorites
적응과 꼼수의 달인. 난 이 여자가 아주 밥맛 떨어짐.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자' 타잎이 아닐까 싶다. 멕시칸 포토그래퍼. 그저 '너무 쎄다'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한 운명을 맞이 한다.

Survival: Fans vs Favorites
온갖 협잡으로 출중한 남자 넷을 골로 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Fans vs Favorites 편의 악녀들. 이중 한 여자가 백만달러를 손에 거머쥔다. 하나같이 정 떨어지지만 그 악착같은 생명력에는 박수를 쳐준다.

Bonekickers
고고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다길래 보게 된 Bonekickers. 시즌 첫 편에서 템플러 기사단의 유물을 다룬다. 하여튼 몇 편 볼 때까지 이렇다한 감흥을 남기기 어려움. 이건 왠 삽질이람?

Fringe Pilot
올해 가을에 나올 Fringe의 파일럿. 70년대 필링의 Pseudo Science를 소재로 한 듯. 많이 약함...

Fringe Pilot
Fringe의 분위기가 대충 이런데.. 미친 과학자(가운데)와 미친 과학자의 아들인 사기꾼. 시즌 프리미어부터 망가졌으니 super natural 꼴나지 싶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전투씬이 정신없음. 황제의 명을 받고 불사약 구하러 온 파란눈의 서양 로닌들이 활개치는 이야기.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내용은 여늬 사무라이물처럼 재미없지만, 색깔이 예쁘다.

오센
오센. 영 작중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은 아오이 유우. 음식 잘하는 부잣집 딸내미가 태생적으로 지닐법한 프레스티지 오라빨이 약해 보임. 오히려 궁끼가 줄줄 흐른달까. 아오이 유우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가 없었는데, 10편에서 흐지부지 끝내버리고 만 것 같다. 잘 했다. 더 볼 생각이 안 들었다.

정의의 아군
정의의 아군. 각본 쓴 작자가 한국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들 정서가 물씬 풍기는 느낌. 9월 중순쯤 미드가 쏟아져 나올 때까지 이런 드라마로 근근이 연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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