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에 깼다. 황씨가 피곤해 보여 6시에 깨웠다. 날은 흐리고 쌀쌀하다. 아침은 누룽지 탕과 어제 먹다 남은 스팸 반 통. 구수한 누룽지탕을 먹고 핫초코를 끓여 마시니 속이 따뜻하다. -- 이런 음식으로 배가 찬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원래는 2박 3일 동안 종주하려고 했으나, 어제 저녁에 종주 일정을 하루 단축해서 1박 2일로 수정했다. 그야 오늘 상태를 봐가면서 하기로. 황씨가 의외로 기운이 넘쳐 가능하지 싶다.


아침 먹고 출발 준비 중. 배낭에 마누라가 준 종을 매달고 딸랑거리며 다녔다. 곰의 습격을 방지해 준다나?

어제, 오늘 외국인을 네 명 보았다. 지리산 종주 코스가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진 뒷편의 두 노인네는 트레일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꾸준히 만났던 사람들이고 벽소령에서 함께 잤다. 악센트로 봐선 한 명은 독일인이고(독일인들은 산을 잘 탄다. 외국여행할 때 산길에서 늘 독일인들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인상들이 좋았다) 그리고  한 명은 영국계같다. 두 노인네가 힘이 참 좋다. 동행하는 젊은 친구에게 짐 다 맡기긴 했지만 노인네들이 힘이 참 좋다고 말하는데 앞서가던 젊은 외국인 친구가 '먼저 가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한다. 말조심하자. -_- 하여튼 저 양반들에게 영어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만나도 왠지 영어 쓰고 싶지 않다.


7:20 짐을 싸들고 선비샘을 향해 출발. 날은 흐리지만 시원한 바람 덕택에 땀이 덜 난다. 황씨는 자기 때문에 뒤쳐진다고 생각해서 미안한지 날더러 앞서 가란다. 황씨 때문에 속도가 안 난다는 생각은 안 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그의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내가 앞서가봤자 기껏해야 한 두 시간 정도 빠를 뿐. 길이 워낙 좋아서 점심을 먹기로 한 장터목 대피소까지 완샷에 가서 황씨를 기다릴까 하다가 그건 좀 너무하지 싶어 쉬엄쉬엄 황씨 걸음에 보조를 맞추기로. 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좋은 풍광을 즐기러 왔다. 이렇게 한가하게 사진이나 찍으면서.
 
벽소령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5시간 거리라고 게시판에 적혀 있다. 내 걸음걸이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셈(게시판에 기록된 평균 주행시간 곱하기 2/3하면 대략 맞는다).

시계의 기압계를 보니 기압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벽소령부터 장터목 대피소까지 꾸준히 오르막길이라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압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도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기압계의 기압 trend를 본 것이다.

해발 1500m에서 지오 포텐셜 고도는 850gpm인데 현재 GPS로 측정된 비교적 정확한 고도는 1620m(오차범위는 +-2m), 기압계에는 대략 820~830gpm쯤 나와야지 싶은데 현재 기압은 830hPa에서 815hPa로 팍 떨어졌다. 딱 비올 날씨 같다.  

지구과학은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어 정확하진 않다. 기압계는 기압차의 변화만으로 날씨 변화를 어설프게 예측할 때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 17만원이나 주고 산 비싼 시계는 조난 상황의 예보 이외의 고도계로는 그렇게 쓸모가 없다. GPS의 altimeter 역시 기압 변화에 따른 고도 변화를 출력해 주는데, 시계의 기압계로 계산된 고도와 GPS 기압계로 계산된 altimeter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GPS쪽이 훨씬 정밀하다. 뭐야 이 시계는?

카시오 솔라파워 나침반+기압계+고도계+온도계는 지금까지의 사용 경험상, 장난감 이상은 아닌 듯. 온도계는 체온의 영향으로 적어도 4-5도의 편차가 생긴다. 고도를 감안해서 현재 기온은 지상이 29C일 때 29-16x0.6 = 19.4C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24C가 나온다. 이 시계의 1년 누적 오차는 무려 5분 가까이나 된다. 50m 짜리 생활방수는 거진 헛소리에 가까웠다. 뭐 상당히 고가인 순토 시계도 그 지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니 딱히 할 말 없다.

장터목까지 봉우리 다섯개를 넘어야 한다. 하여튼 쉬엄 쉬엄 사진 찍어가면서 천천히 걸었다. 어제 오늘 GPS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버튼이 눌려 두 번이나 꺼졌다. 바지 주머니 말고 배낭 멜빵에 달아둬야 하지 싶다.
 
산길 사이로 살살 빗물이 떨어진다. 장터목까지 얼른 가야겠다.

능선 코스라고는 하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 특별히 '전망좋은 곳(vista point)'라고 할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 한 장쾌한 전망을 내내 즐기며 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리산길이 재밌지는 않다. 암릉이 적고 너덜 지대가 많아 발 밑을 조심해야 한다.
 

여행중 트래킹을 수십차례 하면서 1600m의 광경이 그게 그거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말레이지아 정글처럼 습하고(상대습도가 거의 87%) 소똥 냄새 비슷한 것이 난다. 말라죽은 주목과 바윗결에 낀 초록 이끼, 그리고 어두컴컴한 날씨에 간간이 비바람이 숲 사이로 불어와 등산객이 없는 길을 홀로 걸을 때는 괴괴한 기분까지 났다. 사실 나는 그런 귀신나올 것 같은 한적함을 몹시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종주 코스 트레일에서 내내 보게 되는 무성한 조릿대.


두번째 온 지리산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축축했다. 축축하고 울창하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다양한 식물군락으로 정신없이 복잡하다.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헬기가 오락가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헬기는 바위 푸대를 나르고 있다. 비 때문에 산길이 자주 유실되어 암석으로 길을 다지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암석 길은 다 좋은데 오래 걸으면 무릎이 아프다. 저간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리산이나 북한산이나 폭신폭신한 흙길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섭섭하다.

남성적인 북한산과 달리 지리산은 비교적 여성적이다. 암릉도 적다. 하늘을 캐노피처럼 덮은 높다란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다양한 식생대. 지리산이 백두대간의 마지막 결절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전망 좋은 곳에서 땀을 식히며 황씨가 오기를 기다렸다. 배낭 패킹이 엉망이지만 굳이 건드리지 않았다. 배낭을 자주 싸다보면 요령이 생길 것이다.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스틱의 도움으로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어 좋다. 이 좋은 스틱을 그 동안 왜 사용 안 했는지 모르겠다. 발이 둘 더 생겨 네 발 짐승처럼 걷는 것이 가능하다. 싸구려 스틱인지라(옥션에서 개당 6900원 주고 구입) 마무리가 좀 어설퍼서 카바이트 팁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고 몸체가 부들부들 떨리는 단점이 있다. 좀 사용하니까 굳이 스틱의 사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스틱은 하중의 1/3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스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어제 본 풍경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하다. 외계인 엑소스켈리톤 갈빗대처럼 켜켜이 이어진 산과 골. 골짜기 마다 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 수백년, 수천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세석 산장을 지나치니 슬슬 천왕봉이 시야에 드러난다. 천왕봉 앞에는 널다란 고지 평원, 제석평전이 펼쳐져 있다. 십수년 전에 이것과 똑같은 광경을 빗속에서 우울하게 쳐다보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심지어 비옷까지 입고 간간히 내리는 빗 속에서 GPS로 앞으로 가야할 길의 궤적을 평가하고 이 광경을 디지탈 카메라에 담으며 즐기고 있다, 는 것일께다. 피로하지도 않고, 다리 양쪽에 생채기 하나 없이 말끔하다.

1600~1700 고지 부근이라 간간이 평지가 드러났다. 드러난 평지엔 어김없이 꽃이 피어있고, 날씨가 맑으면 어김없이 벌떼가 앵앵거린다.


천왕봉이 조금씩, 꾸준히 가까워진다. 오른쪽에 나타났다가 왼쪽에 나타났다가 오락가락하면서.


마녀의 산발머리를 닮은... 남미에서 보던 세이버 나무처럼 생겼다. 죽었다.


이제 고개 하나만 넘으면 장터목 대피소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  사진 중앙에 등산객 둘이 앉아 식사 중인데 잘 안 보인다. 삼도봉에서 본 연인들 같다. 천왕봉에는 구름이 드리워져 비가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오후 12:00, 느적느적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 황씨는 20분 후에 도착. 빗발이 거세져서 김치국밥을 끓이다 말고 취사장으로 철수했다. 비를 피해 몰려온 사람들 때문에 금새 취사장이 꽉 찼다. 황씨는 천왕봉 생략하고 바로 내려갈지 묻는다. 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정상에 굳이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리산 와서 천왕봉 안 올라가는 것만큼은 바보짓이다. 더더군다나 황씨는 지리산에 볼거리가 없다고 내내 투덜거렸다. 비가 내리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꼭대기에 가야겠다.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점심으로 김치국밥과 미트볼을 끓여먹고 남은 라면도 마저 끓여 먹었다.  짜다. 천왕봉에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로 마음 먹은 이상 식량을 남길 이유가 없다. 비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내려가는 길이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소주 반 병쯤 마셨다. 비가 잦아들었다. 기압 동향을 살펴보니 한 시간쯤 후에는 비가 그칠 것 같다. 배낭을 싸고 비옷을 입었다. 출발.


운무가 낮짝을 간지럽히는 제석평전을 지나친다. 난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찍어대며 룰루랄라 놀고 있지만(술도 한 잔 했겠다) 꾸역꾸역 따라오는 황씨는 힘겹고 피곤해 보인다. 어이 황씨 힘내라고.

 
제석평전의 늪지대? 언제 이런게 생겼지?


제석평전. 말은 룰루랄라 라지만 장터목 산장에서 천왕봉까지 300m를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야 한다. 아침부터 다섯 시간을 걸어와서 밥 먹고 다시 한 시간을 걸어가려니 힘든 것은 당연하지.


제석평전을 지나 통천문으로 가는 길. 천왕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어떤 사람은 비옷을 입고, 어떤 사람은 고어텍스 오버 트라우저를 입고 있다. 고어 텍스 할아버지라도 하루 종일 폭우를 맞으면 방수성이 현저하게 저하된다. 그 때는 차라리 천 원짜리 얇은 비닐로 된 비옷이 더 낫다. 그러다보니 트래킹할 때 무거운 오버 트라우저 대신에 가벼운 비닐 비옷을 챙겼다. 몹시 폼이 안 난다는 문제가 있지만.


천왕봉 정상 부근에 이르자 비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


운무가 '춤추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네팔 같아 보이기도. 중간에 5000m 급 허연 영봉 하나만 버티고 있으면 이 광경은 네팔이 된다.


천왕봉 꼭대기. 1915m. 저 멀리 진주행 도로가 슬며시 보인다. 맑은 날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부산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시끌벅적하게 점심을 먹고 있다. 무척 맛있어 보인다.


장엄한 운무와 코딱지만한 인간. 동영상으로 찍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마음에만 담아두자. 바람이 휘휘 불고 온 천지가 안개와 구름에 휩싸여 있다.


인증샷. 육포를 안주 삼아 정상에서 소주 한 잔 해서 대략 알딸딸. 비도 그치고 끝까지 다와서 기쁘다. 황씨도 정상에 오른 보람을 느끼는 듯.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15:00가 다 되어서야 천왕봉에서 하산 시작. 증산리로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다. 끝없는 돌계단과 미끄러운 바위 때문에 법제사를 지나 칼바위 부근에 다다랐을 때는 무릎이 슬슬 아파왔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열을 식혔다. 3일 동안 못했던 세수도 했다.

증산리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 막차 시간이 19:40이기 때문에 18:00까지는 하산해야 한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황씨에게 타이레놀 두 알을 주고 먹으라고 했다. 하산길에 무릎이 들쑤셔도 한 동안은 진통제 약빨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17:40에 증산리 안내소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앞으로 30분 거리. 증산리 안내소에서 15분쯤 걷자 막걸리 파는 집들이 나타났다. 황씨와 19:00까지 하산주를 마시다가 증산리 버스 정류장에서 19:40 진주행 막차를 타기로 했다.

딱히 고생한 것이 없는, 기분좋은 산행이다. 막걸리 두 항아리에 파전과 도토리묵으로 뱃속을 채우니 기분이 많이 묘하다. 술 마시면서 북알프스와 안나푸르나 서킷에 관해 얘기했다.

버스 타러 내려가는 길에 지나가던 택시가 두당 만 오천원에 진주까지 간다고 손짓했다. 무시했다. 그 차가 손님을 하나 태우더니 내려가는 길에 두당 만 원에 진주에서 원하는 곳 어디에든 모셔준다고 말했다. 버스로 1시간 30분 길이면 차비가 4-5천원은 될터이니, 괜찮은 조건이라 두 말 없이 택시에 탔다.

기사에게 괜찮은 횟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처음 가 보는 식당에 데려다 주고 소개비 조로 식당으로부터 회밥을 얻어 먹는다. 식당 입구에 '모범음식점' 푯말이 붙어 있어 잔소리 안 하고 들어갔지만 황씨는 삐끼에게 당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열 아들딸 보다 잘 키운 삐끼 한 마리가 낫다는 속담이 있다. 회밥 얻어먹는 거야 우리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제값에 맛있고 싱싱하고 푸짐한 회를(스끼다시로 전복이 나오더라) 먹었으면 된거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진주 맛집'을 키워드로 찾아봤더니 '안타깝지만 진주에는 맛집이란 것이 없습니다'는 답글을 보고 황당했다.  맛집이라... 횟집은 강남의 망경식당, 중앙시장 인근의 천황식당에서는 육회 비빔밥을 팔고, 촉석루 부근에는 장어구이집들이 몰려있다는 정도만 알고 왔다. 사실 시간 여유가 좀 있으면 아예 부산이나 여수에 가서 진짜 회다운 회를 먹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쨌든 회를 먹고 바에서 맥주 한 잔 했다. 황씨는 전화기를 꺼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술이 상당히 취한 상태라 걱정스러워 주변을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싶어 바에서 NGO 활동에 관심많은 젊은 처자와 노닥거리다가 소개받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아침에 깨어 보니 골이 아프다. 어제 이것저것 술을 섞어 마셨더니 송곳으로 머리속을 들쑤시는 것 같다. 황씨와 연락이 닿아 육회비빔밥 먹으러 가다가 귀찮아서 포기하고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GPS가 있으니 느적느적 걸어 다리를 건넜다.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시켜먹었다. 경주에서 돼지국밥 먹었던 것만큼이나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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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식당에 배낭을 맡긴 다음 터미널에서 촉석루까지 강변도로를 따라 슬슬 걸어갔다. 카메라를 배낭에 놔두고 와, 항상 사진 찍으면 거지같은 기분이 드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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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루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고 삼삼하다. 누워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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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강이 도시를 휘감아 도는 형태가 춘천과 비슷해서 언젠가는 한 번 들러보겠노라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도시가 예쁘다. 진주에서 30년 살았다는 택시 기사 말에 따르면 인구 33만인 진주에는 일제 시대에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재산을 챙긴 갑부들이 많단다. 논개가 왜구 수장을 죽인 애국충절의 고장에 친일파 갑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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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대상에 맞춰 2008년 다시 그렸다는 논개의 영정. 젊은 시절의  신사임당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신사임당이 멋내고 뽐내기 좋아했다면 논개와 달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촉석루 인근 어디를 둘러봐도 왜장을 껴안고 강에 뛰어들었을 때 왜장이 죽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런 의문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 누구나가 한 번씩은 품어 보지 않았을까? 왜장은 물에 빠져 죽은 것이 아니라 머리가 깨져서 죽었다... 또는 사시미로 밀었다...

9월 7일 진주의 한낮 기온은 32.7도. 아침 나절부터 푹푹 쪄대서 뙤약볕 아래 관광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아 11시 서울행 버스를 탔다.

황씨 덕택에 매우 만족스러운 산행이 되었다. 나 혼자 였다면, 지리산에 안 왔을 것이다. 다음에 또 오겠냐면, 글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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