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 Ballestas

여행기/Peru 2003. 5. 12. 14:18
Isla Ballestas 투어 참가. 여행사를 돌며 깎아보려고 애 쓰다가 그냥 40솔 짜리로. 거의 12$ 가량 되는 투어. 차 타고 배 타고 한 시간쯤 섬을 빙빙 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인데 왜 이렇게 비싼가. 추워 죽겠구먼. 펭귄 한 마리, 펠리컨 잔뜩, 그리고 바다 사자의 군락지를 보고 왔다. 바다 사자들이 떼거지로 모여 목청껏 소리지르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물개는 컹컹 짖지만 바다 사자는 으르렁거린다. 그 차이다. [바다사자의 울음 소리]


바에스따스 섬 가기 전에 빠라까스 반도에서 깐델라브라라는 이상한 그림을 목격했다. 모터 소리에 파묻혀 가이드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모래밭에 그려진 저 그림은 2000년전 것이란다. 황당했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바에스따스 섬에는 투어 외에는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뭐 원하는 장관을 구경했으니 40솔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차 시간이 남아 시장 구경 하다가 시장통에서 세비체를 먹었다. 멸치(anchovy)와 조갯살, 문어를 잘라 야채와 레몬즙으로 버무려놨다. 거기에 푹 끓인 마 비슷한 식물이 곁들여져 나왔다. 맛있다.

버스를 탔다. 차가운 사막이다.

중남미 오기 전에는 그 나라가 그 나라 같았는데, 바로 옆 나라라도 워낙 다른 것이 많아 마치 동남아시아 인접국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듯 했다. 동남아시아는 잘 지내고 있을까?

5시. 일찌감치 해가 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반갑게 아우성치는 삐끼들, 10솔을 부르는 삐끼가 있어 미끼를 물은 붕어처럼 나도 모르게 끌려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르는 숙소 가격은 10솔로 한결 같았다. 나스카라인 보려면 항공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담합이라도 한 것인지 40$로 일정했다. 숙소 삐끼 말로는 독점이란다. 삐끼 말은 안 믿는다. 날더로 오늘이 어버이날이라며(feliz mama dia; good mother day쯤 되겠지. 이젠 그냥 몰라도 찍는다) 가격 다 똑같으니까 어서 계약하고 자길 집에 보내달라며 사정한다. 그를 자리에 앉혀두고 만일 다른 곳도 가격이 다 똑같으면 10분 후에 돌아와서 당신 껄로 해 주겠다고 말하고 거리로 나왔다. 45$ 부르는 도둑놈들 투성이였다. 한 시간쯤 느적느적 돌며 대여섯 군데를 둘러보고 돌아보니 가격이 다 그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 자기들도 다 알아봤단다. 걔들도 40$. 어? 그런가? 숙소로 돌아오니 삐끼가 처량한 표정으로 아직도 앉아 있다. 정성이 갸륵해서 계약했다. 입이 찢어지게 좋아한다.

밥 먹으러 숙소를 나오니 누군가 나를 잡는다. 아까 들렀던 사무실인데 30$에 해달라고 우기다가 영 협상이 안되서 그냥 나온 곳이다. 그가 이제 와서 30$에 해 주겠단다. 한숨이 나왔다. 진작 그럴 것이지. 계약 다 해놓으니까...

짱께집에서 5솔 짜리 식사를 주문, 또 다시 엄청난 양의 접시를 보고 기겁했다. 거기다가 620ml짜리 맥주까지 시켜 놨으니... 맛이 없으면 남기겠지만... 그렇지도 않고... 꾸역꾸역 먹고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갈수록 운동량은 적어지고 식사량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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