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quipa

여행기/Peru 2003. 5. 13. 17:45
Nazca Lines Over Flight tour는 아침 8시에 시작해서 딱 한 시간 만에 끝났다. 공항 픽업, 3인승 경비행기 35분, 다시 시내로. 예쁜 일본 아가씨가 함께 해서 즐겁게 오버했다. 그나저나 너무 일찍 끝나서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 Arequipa행 버스는 저녁 8시에 떠난다. 체크아웃한 숙소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세 시간쯤 잤다.

40년 동안 나스카 라인을 연구한 마리아 라이히 Maria Leiche 여사의 주장에 따르면, 나스카 라인은 별자리를 나타낸다. 몽키가 큰곰자리하고 같다나? 그 그림들은 나스카 사람들이 심심해서 그린 것 같다. 왠일인지 학계는 인류 문명과 예술을 발전시켜 온 가장 큰 동인인 '심심함'을 줄곳 무시했다. '심심한데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다가 시작한 것들.

예술이 죽여주는 점은 처음에는 심심해서 했는데, 하다 보니까 의미와 추상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찍어 놓은 나스카 사진은 맨눈으로 판독이 불가능해 이미징 작업이 필요해서 아직 안 올렸다. 미스테리 스럽지는 않았다. 심심해서 만든 티가 확연히 났다.

라이히 여사는 1998년에 죽었는데 올해는 라이히 여사의 100년째 탄신을 맞아 이런 저런 행사를 일주일 동안 하는 모양이다. 행사, 축제는 가능한 피해 다니는 형편이라 뭘 하는지 관심은 없지만.

LP를 보고 들어간 파스타 집에서 맨 스파게티를 시켜 먹었다. 그게 가장 쌌으니까. 맨 스파게티에 약간의 소금과 후추와 버터 가루만 뿌린 것 임에도 맛있다. 오랫만에 잘 만들고 제대로 삶은 스파게티를 먹어본다.

책 만드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면 차라리 이 사이트를 화석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읽기나 할까? 재미없고 쓸데없이 긴 여행기로 텍스트의 쓴 맛을 보여주지.

아레뀌빠까지 9시간. 버스는 좋았지만 자기엔 매우 불편했다. 터미널에서 바로 꼴까 계곡으로 가려다가 감기 기운 때문에 하루 쉬기로 했다. 음... 가지 말까? 가봤자 별 것도 없을텐데. 콘돌 몇 마리 보고 1200m 짜리 계곡을 잠시 걸어다니는 것이 전부다. 3-4000미터고, 추울테고, 가면 1-2일 묵어야 할 것이다. 교통이 불편하다.

평생에 한 번 와볼까 말까 한 곳이니 빼먹지 않고 다 가는 여행자와 내가 다른 점은 그런 것에 별 미련이 없다는 점이다. 여행 중 포기를 잘 했다. 귀찮거나 힘들어서.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고, 실패란 바느질할 때나 쓰는 말이다." -- 어느 집의 가훈.

가훈이 왜 저 모양일까. 배추가 없어서 꼴까 계곡 투어를 신청했다. 처음 들어간 여행사에서 가격도 묻지 않고 신청했다. 아줌마가 믿음직스러워서. 18$. 14시간 왕복 교통편, 하룻밤 숙박, 아침식사, 입장료 포함.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는 리마, 삐스꼬, 나스까를 거치면서 점점 싸지더니 아레뀌빠에서는 2솔(0.5$)에 새우 스프와 오징어 튀김, 샐러드, 밥, 음료수가 나왔다.

페루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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