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와르 아인

잡기 2011. 3. 9. 00:35
이번엔 아이패드2를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꿈 속에서 나는 사막 한 가운데, 네 개의 실금같은 강이 모인 장소에 있었다. 전설적인 히와르 아인이 아이패드를 대형 프로젝터에 HDMI로 연결하여 천막에 영사하고 펀다멘탈리스트들 상대로 어떻게 하면 천당에 갈 수 있는지, 천당에서 어떻게 자기를 만날 수 있는지 당연한 PT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자색 토브에 검정색 아갈을 쓰고 모래에 몸뚱이의 2/3가 파묻힌 단봉낙타에 앉아 나눠준 말린 무화과와 대추야자를 씹으며 그걸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모래밭에 야자수처럼 대가리만 나온 낙타에게 대추야자를 나눠줬다. 낙타가 게걸스레 무화과에 달려드는 바람에 내 손에 낙타침이 흥건히 묻었다. 여자는 PT를 멈추고 물끄러미 그 꼴을 쳐다 보다가 베일을 벗어 들고 다가와 내 손에 묻은 낙타침을 베일로 닦아줬다. 낙타는 벌떡 일어서서 퉤퉤 침을 뱉었고 여자는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나는 무화과가 든 접시로 낙타 대가리를 마구 때려 진정시켰다. 이게 대체 무슨 개꿈이지? 

출근길에 전후좌우를 꼼꼼히 따져 궁리한 결과, 아이패드를 사는 것은 알라의 뜻이며, 그게 가장 저렴하다는 계시다. 아이패드2는 내게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 없지만 딸애 교육에는 꼭 필요하며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굳이 아내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친절한 주석이 달린. 

두 말 하면 잔소리. 알라흐 아크바르!

뭘해야 보잘것 없는 삶에 광영이 쬘까? 내 물욕은 법정 스님 수준이라 아이패드 따윌 산다고 행복해지진 않았다. 아이패드가 공짜여야 행복한데(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니 그 소소가 제로로 수렴해야 행복이 극대화 되는 것은 자명한 수리다), 사실 정말 행복해지려면 버마 북부의 소수민족 아이가 정부 지원으로 태양광 발전 타블렛을 무상으로 얻어 집에서 우리 딸애처럼 히히덕거리며 재밌게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어디가나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얘기를 들어서 읽어본 것 같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났다. 별 생각없이, 이런 고색창연한 칸트주의가 새삼스레 회자될 정도로 사람들이 생각없이 살던가, 책을 안 읽긴 안 읽는구나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났다(그렇다고 책을 이것 저것 아주 많이 읽어 어쩌다보니 계보 따라 지젝까지 읽고 나대는 녀석들의 꼴은 영 마뜩찮고). 하여튼, 정언명령과 공리주의는 배치되는가? 저걸 어린 시절에 생각해 봤고(답 없다, 선택이다) 지금 와서 다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버마 북부의 가난한 소수민족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자연인은 값어치가 낮다. 하도 낮아서 주위에서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그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인데 인류의 생존술 중 가장 강력하다. 당신의 욕심과 위선에서 비롯된 찌질하고 메스꺼운 견해도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겠다. 참고 들어주지 못할 땐 아무래도 주먹이 나갈 것 같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짹짹끝-

세미나 참석하고 받은 태양광 발전 모듈은 휴대폰을 300mAh 정도 충전할 수 있었다. 비상시에도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있으나 마나한 가젯. 태양광 발전 모듈과 연결된 Celltide의 보조 배터리팩 AnyCharge 4는 5200mAh 용량. 

7만원대에서 판매되는 애니차지4를 소셜 커머스를 통해 배송료 포함 3만8천원에 구입했다. 24pin TTA 차저로 충전할 수 있고 출력은 표준 USB Type A 커넥터. 테스트:
  • 유전원 USB Hub에 연결하는 어댑터는 5V, 1.5A 출력. --> USB Hub에 USB to TTA 24pin 변환 케이블을 사용해 애니차지4를 충전. 게이지로 확인해 본 바로는 400mA/h 정도로 충전된다. 즉, 5200mAh를 모두 충전하려면 13시간 가량 걸린다. 이게 TTA 케이블 탓인지 유전원 허브 탓인지 알아보려 다시,
  • 유전원 USB Hub --> 옵티머스Q 충전할 때는 540mA/h 로, 만충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보조 배터리 팩은 4.7V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5V를 출력하므로 변환손실이 있다. 효율을 90% 정도로 가정하면(아마도 벅 컨버터의 효율 및 손실을 감안하면 그쯤 나올 것 같다) 1350mAh인 옵티머스Q의 배터리를 3.5회 가량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옵큐로 약 5시간 동안 GPS logging이 가능한데, 여기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 4시간이 빠듯하다. 배터리팩으로 수혈하면 GPS+블투 플레이 시간이 이론적으로 4.5배(18시간)가 된다. 20000mAh 에네루프 전지 4개 가격이 만원 가량 하니까, 이런 걸 득템이라고 할만.


System Panel로 본 배터리 사용량. 좌측: 약 1주일 동안의 배터리 사용 패턴. 일반적인 용도로 약 이틀이면 완전 방전. 우측: 3월 1일 관악산 트래킹 중 배터리 사용 패턴. GPS 트래커 앱인 endomondo 및 MP3를 플레이 하면서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청취. 로그스케일의 엄청난 CPU 사용량. 추세대로면 오후 4시 무렵에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어야 하나 보조 배터리팩으로 충전하면서 사용. 충전량 > 사용량 이라 그래프가 업슬로프. 야호!

LG U+는 3월부터 점진적으로 CDMA Rev.B 망을 확대해 갈 예정이란다(LG는 LTE하기도 바쁠텐데?). Rev.B는 음성 통화 중에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데이터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동호회 회원들 평가에 따르면 옵티머스Q에서 Rev.B로 전환하는 간단한 세팅으로, 심지어, 배터리 시간도 늘어난단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프로요 업데이트 후(LU230053) 블루투스 헤드셋과 페어링할 때 있던 사소한 버그가 사라지면서 나침반에 오차가 생기고 A-GPS 데이타를 제 때 다운받지 않아 위치 오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다. 

LU230054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A-GPS 데이타를 정상으로 수신할 뿐더러, 나침반 오차가 적어졌다. LG에서 적어놓은 개선 사항에는 일부 동영상 재생 문제 개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옵큐의 프로요 소스가 공개된 후, 소위 F4 들의 활약으로 커널 소스 자체를 변경하는 커스텀 커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2011.03.02 현재). 
  • ext4 및 CIFS 마운팅 -- 와이파이로 집안 네트웍에 붙여 동영상 실시간 재생하는 목적으로 CIFS를 마운팅하는 것인데, 애플의 에어플레이와 비슷하지만 720p를 무리없이 재생하는 옵티머스Q다 보니 에어처럼 인코딩이 필요없다.
  • 터치 패널 응답성 및 n 점 터치 개선
  • 리누스 토발즈도 놀랐다는 200줄의 기적 -- 커널 스캐줄러 개선
  • 오버 클로킹
  • 초당 프레임수 패치
  •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 살리기 등 
별별 작업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 가만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하늘에서 꿀떡이 비처럼 내린다. 심지어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커펌 작업을 거의 원터치로 처리해주는 옵큐마이저란 프로그램도 있었다. 옵티머스Q는 심지어 교과서에서 스마트폰의 모델로 등장한다.

교훈: 남들이 정열적으로 사용하는 폰을 구매하면 덕 본다. N5800 때는, 기기 자체가 좋았지만, 열정적인 유저들 때문에 덕 많이 봤다. 옵큐도 마찬가지다. 내가 갤럭시S나 아이폰을 구입했더라면 이만큼 만족했을까? 만족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0원). 

unionFS류의 유틸리티를 사용해 옵큐의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를 /sdcard에 마운팅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기는 귀찮아 대충  적어두기만 하자. 누군가 해 보고 잘되면 정리해서 알려주겠지. 예:

# cat /etc/install-recovery2.sh 
/system/bin/fsck_msdos -y /dev/block/mmcblk0p4 
mkdir -p /mnt/sd2/sd2 
mount -t vfat -o /dev/block/mmcblk0p4 /mnt/sd2/sd2 
mount -t unionfs -o dirs=/mnt/sd2,/sdcard none /sdcard


요새 옵큐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tweetdeck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이 두 프로그램만큼 사용량이 많지는 않았다. 좌측: Google Listen. 매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팟캐스트로 박경철, 손석희만 들어도 무려 2.5시간. 특히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에서는 시중 뉴스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뉴스 언저리 얘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우측: gReader. RSS 리더. 

이 좋은 휴대폰을 2월 14일 저녁 8시 15분에 잃어버렸다. 블투 헤드셋으로 박경철을 들으며 퇴근길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20m쯤 진행하자 소리가 끊겨서 알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일어설 때 비쭉 튀어나와 좌석에 떨어진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버스를 따라가고 싶지만 택시가 안 온다. 안절부절 하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쫓아가며 기사에게 같은 회사 버스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정류장에서 내려 같은 번호 버스를 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앞 버스에 떨어진 휴대폰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전에 기사 아저씨 휴대폰을 빌려 문자를 먼저 보내고 통화 시도를 해 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앞 버스는 여덟 정류장 쯤 앞서 가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부탁해 운수회사를 경유해 앞 차 버스 기사와 연락이 닿았지만 해당 좌석에는 이미 휴대폰이 없단다. 일단 차고지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를 뒤져보니 휴대폰이 없다. 

차고지에서 전화를 빌려 내 휴대폰으로 연락하니 연락이 닿았다. 4거리에서 내 휴대폰의 벨 소리가 울렸지만 어떻게 전화를 받아야 할 지 몰라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벨이 끊겼단다. 짧은 시간에 전화기를 찾아 사례하려니 손사례 치고 달아나신다. 달아나느라 무단횡단 하다가 차에 치여 다칠 뻔 하셨다. 머쓱.

짧은 시간이지만 휴대폰을 잃고 식은땀을 흘렸다. 일정이나 연락처는 늘 구글 서버에 백업이 되어 있지만 백업이 안 된 중요 자료가 몇 개 있었다. 떠난 버스를 잡으려고 쫓기보다는 집에 얼른 가서 인터넷으로 휴대폰의 파일을 삭제했어야 했다. 

주말에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블투 헤드셋으로 컬투쇼를 들으며 미친놈처럼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보조 배터리 팩을 2월 14일에 구입했으니 벌써 3주가 되었다.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되니 편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Nokia Bicycle Charger Kit DC-14를 구입할까 망설였다. 허브 다이나모는 발전이 필요없을 때도 주행 중 일정한 드래그를 만든다. 게다가 값비싸다. DC-14같은 bottle dynamo는 필요없을 땐 부하가 되지 않고, 회전속도가 빨라 저속에서 발전이 가능하고 더 소형화가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단점은 타이어를 갉아먹고 눈비 올 땐 사용하기 어려우며 도난에 취약.  보틀 다이나모의 단점이 모두 허브 다이나모의 장점이 된다. 그런데 타이어란게 어차피 소모품이고(내 경우 2-3년에 한번씩 교체) 옆줄 갈리는 건 주행에 영향을 안 끼치니 굳이 단점이 되지 않는다. 

eBay에서 DC-14를 구입했다가 결재 안하고 취소했더니 eBay에서 경고를 먹었다. 나온지 얼마 안 되었고, 당장 필요하지 않으며, 기다리다보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아내는 미니벨로를 동생에게 주고 자기에겐 새 자전거를 사달라고 말했다. 자전거가 불편하단다. 쇼핑몰을 뒤졌지만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자전거를 찾지 못했다. 아내가 다시 얼마간 자전거를 타 보더니 굳이 자전거를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단다.  

딸아이는 지난 3개월 동안 2cm 가량 자랐다. 벌써 세 번째로 자전거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간단한 정비도 했다. 전보다 아이의 힘이 좋아져 네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딸애 자전거를 쫓아가느라 숨이 찰 지경. 어떻게 하나 보려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 벤치에 앉아 아빠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성격이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기다리지? 혼자 그렇게 앉아 햇볕 쬐고 있으면 지겹거나 무섭지 않나? 

몸을 풀 겸 자전거를 두 번 타 보고, 아이 자전거를 헐레벌떡 쫓아다닌 것 빼고는 2월에 운동이라고 한 것이 없다. 3월 1일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처럼 관악산에 갔다. 

과천역 도서관 앞에서 출발. 눈은 거의 다 녹았고 개울물이 흐르기 시작. 경칩이 머지 않았다.

마하반야바라밀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 연주대에 올라가 컵라면을 먹고 내려오기로 내심 목표를 정했다.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데다 길이 많이 막혀(등산객들로 붐벼) 정상까지 오르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연주암. 산을 좀 오르니 눈이 쌓여 있다. 아이젠을 안 가져왔다. 생각해 보니 이 사진들은 아빠가 어디 돌아다니는지 보고 싶다고 아이가 찍어오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사진 따위야... 뭐... 직접 가서 봐야지.

연주대.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기온이 올라 증발한 수증기로 대기가 뿌연 상태. 레이더 관측소가 몇 년 전부터 일반에게 개방되었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다. 컵라면 다 먹고 바람 맞으며 챙겨온 사과를 씹었다. 사당으로 갈까 팔봉능선을 탈까...

연주대에서 바라본 사당 방면. 클릭=확대. 아이젠이 없으니 좀 쉬운 길로 가야겠다. 사당으로.


클릭=확대. 이렇게 보니 눈이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아이 보여주려고 별 걸 다 찍는다. 

레이다 관측소에는 별다른 볼꺼리가 없었다. 인터넷으로도 기상청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레이다 사진을 PC로 보여준다. 창밖에 망원경을 설치해 볼 수 있게 해 주지. 그리고 이 지점의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던가. 그러면 GPSr이나 기압계가 달린 시계를 들고와 제대로 교정할 수 있는데...

사당 쪽으로 내려오다가 뒤돌아 찍은 사진. 아이젠 없이 소복히 눈이 쌓인 길을 걸으려니 엉거주춤 오리 자세로 뒤뚱뒤뚱 하다가 미끄러져 거의 썰매 타듯이 내려왔다. 알 배기겠군.

사당역 앞 서울 시립 박물관 사당분관. 별 생각없이 들렀다.

100년 되었다는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니 커플 지옥이 펼쳐졌다. 전시 주제가 도시 풍경이었던가? 지저분한 urban sprawl이 뻗어가는 광경을 한두 번 보면 재밌긴 하지만 자꾸 보면 질린다. 

4시간 동안 10.3km를 걸었다. 요새는 산길 10km 걸은 것으로는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연초에 산길을 걸을 때 평속이 8kmh가 나왔던 것은 안드로이드 앱인 엔도몬도의 버그 때문인 것 같다. 

3월 5일. 모처럼 자전거를 탔다. 약 74km 가량 되는 염통길을 돌기로 했다. 오랫만에 제대로 자전거를 타는 거라 무리하긴 힘들다. 만날 가는 곳만 가게 되니 많이 지겹다. 어쩌겠나? 겨울내 떨어진 체력을 틈틈이 보강해 두어야 여차하면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아내 말로는 서울-원주간 기차 구간을 없애고 자전거 도로를 만든단다. 작년마냥 우울한 다람쥐처럼 같은 코스를 쳇바퀴 처럼 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상급식을 결사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던 플로팅 아일랜드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도 '디자인 서울'의 일환일까? 또는... 여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하이힐이 빠진다며 보도블럭의 틈새를 없애 장마 때 물이 빠져 나가지 않아 도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한강이 범람하면 이 구조물이 뜬다고 했던가? 흙탕물이 범람하여 가로등 꼭대기만 간신히 콩나물 대가리처럼 물 위에 떠 있을 때 고고하게 홀로 둥실 떠서 디자인 서울을 빛내줄 플로팅 아일랜드가 어쩐지 기괴할 듯. 

안양천-과천-잠실-반포대교를 지나 한강으로... 오세훈 시장이 한강변 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가했다는게 사실일까? 

맞바람 때문에 평속이 확 떨어졌다. 다리가 무겁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살 것 같다.

안양천 합수부. 여기 도착할 때까지 계속 불어오던 맞바람이 수그러들어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가양대교. 둔치길을 오가는 자전거가 나날이 늘어간다. 

가양대교. 요트가 다닌다. 언젠가는 중고 요트를 구입해 거기서 먹고 자고 할테다.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각도로 찍는다. 한숨. 컵라면을 먹는 바람에 배가 불러 행주산성 아래 잔치국수 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온다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자전거를 돌렸다. 맞바람을 맞으며 20kmh로 비실비실 달리다가 자전거를 돌리니 금방 27kmh가 나온다. 

사진 대부분은 photoworks로 변환해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에는 photoworks 대신 imagefree라는 몇 가지 특허를 가진 국산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다. 화질 손상 없이 상당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후보정을 할 수 없는게 단점이고 UI는 만들다 만 것처럼 완성도가 떨어졌다.

엔도몬도 기록은 86.45km, 20.1kmh, 4h13m, 2905kcal. GPSr에는 84km, 19.8kmh로 나왔다. 앱이기에 훨씬 더 발전할 여지가 있지만 아직 GPSr을 대체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자세하게 얘기하려니 귀찮아서 생략.

보조 배터리와 휴대폰을 자전거 사이드 포켓에 넣어두고 전류를 철철 흘리면서 주행시간 4시간 및 부수적인 이동 시간(사실 주행거리를 다 합치면 100km쯤 나온다) 등을 포함해 5.5시간 동안 배터리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돌아다녔다. 보조 배터리 구입하길 잘했다.

good wife. 처음 보는 광경. "일라이, 후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뭔줄 알아요? 트렌디하지 못한 거에요. 2008년의 힐러리를 봐요." S02E13 에피소드에 멋진 반전이 둘 있었고 good wife는 내 기준으로 명작 반열에 들었다. 

Black Swan. 조류떼가 나와 춤추는게 재밌던 적이 없지만 발레로 두 번쯤 보고 이번엔 영화로도 본 셈. 흡사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기라도 한 건지 감독이 작정하고 카메라로 오직, 이 배우만 비춘다. 말하자면, 배우로는 '복받은 년!' 이러고도 상을 못 받으면 이상한 거지 싶다. 취향에 안 맞아 영 재미가 없었다.

세기말 오컬트 학원. 작중 설정은 2012년 멸망. 노스트라다무스의 키를 찾아 파괴해 세계 멸망을 막아야 한다.

이 애니에서 소위 '서비스컷' 없이 지나가는 꼴을 못 봤다. 진짜 오컬트 오타쿠 하나 붙여서 warehouse 13처럼 괜찮은 오파츠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하면 좋았을텐데, 첫 1,2 화 지나고 마지막 화까지 갈수록 김이 새는 전개. 개그로 대충 때우고 작화도 대충 해 버리고 시나리오는 기대 이하고. 

Tron: Regacy. 스팍스테이션의 솔라리스에서 레이저 작업 하는 진짜 레거시한 광경. 내가 트론을 언제 봤지? 메타암페타민류의 환각에 빠진 컴퓨터 너드가 창조한 네온의 세계. 따라서 해커 자곤에 나올법한 용어들이 환유되고 그 의미가 내포된 개체가 팔팔하게 살아 상호작용 하는 꼴을 환호성을 지르며 보았다. '당시' 퓨처리스틱한 컨셉을 디자인한 이가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시드 미드였다. 트론은 그야말로 해커 테크널로지를 다룬 20세기판 마네였고 모네였다. 그래서 트론 레거시는 트론의 복원판, 트리뷰트일 꺼라고 짐작했다... 완전 똥 밟았다. 원 세상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잖아?  요점(pointer)이 공허(NULL)하고 문맥이 무의미하다(out of context). 

문득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 다소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한국에서 소설에 과학기술을 반드시 친절하게 설명하고야 말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문민을 계몽하겠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이를테면 정재승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SF를 쓰는 작가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트론의 레거시를 보전하지 못할 것 같으면 이름을 빌지 말고 새걸 만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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