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코코망가스 식당을 찾아갔다. 피자를 제대로 만들긴 하지만 14가지 토핑을 얹어준다던데, 맛이 가고 기름이 질질 흐르는 참치를 포함해 토핑 수가 일곱 가지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피자가 찌꺼지 음식으로 만드는 것이라지만 다 시들은 피망 따위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용서가 안된다. 297 페소 짜리 미디엄 사이즈 피자를 거의 혼자서 꾸역꾸역 먹었다. 보라카이 해변 중심에 독일인이 운영하는 steak house라는 집이 유명하다던데 갈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스테이션 2 피어 근처에 앉아 한국인들이 내리는 모양을 구경하고 있었다. 젊은 필리핀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5시간 동안 1200 페소에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서 한국인 가이드에 관한 얘기를 또 들었다. fun diving 원래 단가가 50$, 라이센스가 있으면 25$ 가량인데 한국인 가이드를 통하면 100$ 이란다. 아웃트리거 보트 1시간 타는데 10$ 받는 것을 두당 20$씩 따로 받는단다. 그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한국인 가이드와 한국인 업소가 그들의 일을 빼앗아 가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정말 그런지 궁금해서 아내가 한국인 다이빙 업소에서 바삐 뛰어 나오는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 봤다. fun diving 2시간에 100$란다. 다음은 독일인이 하는, 나이트록스 장비를 제대로 갖춘, 꽤 괜찮은 다이빙 샵에 들어가 물어봤다. 50$를 불렀다. 글쎄다... 태국의 한국인 다이빙 샾은 그런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데...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다이빙 강사를 모셔 오기가 무지 힘든 관계로 단가를 두 배 받아야 하는가 보다. 한국인 관광 가이드나 한국인 다이빙 샵이나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150 페소 주고 트라이시클 타고 Luho 산에 올라갔다. 전망이 끝내준다는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트라이시클을 타거나 물건을 살 때나, 필리핀 사람들이 기본적인 바가지 이외에 별다른 사기를 안 치고 독한 면이 없어서 대하기가 편했다. 오직 이 동네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들은 한국인 업소, 한국인 가이드 뿐인가 보다.


가랑비가 살살 와서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저 그것 밖에 하지 않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냈다. 필피피노 컵라면을 먹다가 워낙 맛이 없어서 버리고 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사다가 먹었다. 섬에서 별로 먹을만한 것이 없다. 어젯밤에 부페를 먹을 때는 해산물이 신선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사도 신선한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 뿐더러 가격 마저 비싸다. 이제 그만 섬을 나가고 싶다.

아내는 살이 쪄서인지 사진 찍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아내가 나온 사진은 지웠다.

보라카이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나이트에도 안 가고, 밤에 바에 앉아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 한 잔 기울여 보지도 못했다. 시시하다. 수퍼 가서 맥주나 사 들고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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