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03.07.25 dodge, undeclare, evade, and defraud 2
  2. 2003.07.23 channel destined 10
  3. 2003.07.23 inner rhythm of undying saturation 1
  4. 2003.07.22 unseemly 1
  5. 2003.07.19 add wood
  6. 2003.07.17 i left my heart at the gate of the universe 3
  7. 2003.07.17 readiness 3
  8. 2003.07.16 while(1) ; 1
  9. 2003.07.15 limbic regulation 1
  10. 2003.07.14 junksf.net에 방금 올린 글
  11. 2003.07.13 flavor 8
  12. 2003.07.11 cool universe 1
  13. 2003.07.10 endless poverty 5
  14. 2003.07.06 성 생활 5
  15. 2003.07.03 Saving private Money 7
  16. 2003.07.01 gun, fire and drum 4
  17. 2003.06.26 wretched sort of existence 3
  18. 2003.06.25 In a crouch 4
  19. 2003.06.24 Higher Dimension 1
  20. 2003.06.23 신비로 상어 1
  21. 2003.06.21 luke reloaded 1
  22. 2003.06.20 강남갔던 제비는... 3
  23. 2003.06.17 셋업 5
  24. 2003.03.12 여행준비 4
  25. 2003.03.09 update
  26. 2003.03.08 잡기 1
  27. 2003.03.08 너나 많이 착하게 살아라.
  28. 2003.03.07 영화 보기 2
  29. 2003.03.05 서울 생활 적응..
어렸을 적에는 진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 몸과 영혼을 다 팔아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팔 데가 없었다. 내 몸과 영혼이 별 상품 가치가 없다는 점 만큼은 이제 똑똑히,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싸구려 영혼과 싸구려 몸뚱이로는 그보다는 약간 더 비싼 진리를 살 수 없다는 것.

히말라야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사두는 행복했다. 그는 재산, 컴퓨터, 기타 등등,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사두 깡통, 사두 막대기(불쏘시개), 사두 지팡이, 걸레 같은 옷쪼가리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심지어 옵션이다. 나는 쥐꼬리만한 재산이 생겼고 어젯밤 노트북을 장만했으며, 심지어 그것과 무관하게, 행복하기까지 하다. 행복하고 재산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재산이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던가? 성형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OL에 관한 어떤 만화책이 들었던 전제가 떠올랐다.

1. 예쁘지만 머리가 나쁘고 일을 못한다.
2. 예쁘고, 똑똑하고 일을 잘한다.
3. 평범하지만 똑똑하고 일을 잘한다.
4. 평범하고 머리도 나쁘고 일도 못한다.

예쁘다, 안 예쁘다로 단순화 했으니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만화책이라고 생각했건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낄낄거리면서 읽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3항에 해당하는 사람은 성형을 하면 2항이 된다. 4항에 해당하는 사람은 성형을 하면 1항까지는 갈 수 있다. 1항은 노력하면 2항이 된다. 성형 안 해서 손해를 감내하느니 성형 해서 손해를 안 보는 것이 낫다. 왜 그다지도 여자들이 성형을 하려고 애쓰는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글쎄다.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좀...

조사장님과 나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나는 3개월 짜리 아르바이트 생으로 둔갑했다. 아르바이트는 국가의 조세 체계를 10년 전부터 저주했다. 저주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바보같은 놈들이 내가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을 강제로 뜯어가서 10 여년 동안 바다를 메꾼답시고 삽질을 했고, 또 다른 바보들이 법원에 소송을 걸어 삽질해서 메꾼 바다를 다시 터 놓아 무위로 돌려 놓았던가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결론적으로 나는 가만히 앉아 내가 원치도 않은 삽질에 시간과 정력을 쏟아부은 셈이 되었다. 그것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와 그것을 중단 해야 하는 이유가 각각 있을 것이다.

진리도 얻을 수 없는 가엾은 이 상황에서는, 절세와 탈세 만이 살 길이다.

황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암환자가 하나 더 있다고 말했다. 누구지? 라고 물으니 알려줄 수 없단다. 질문 한 번으로 그가 누군지 알아맞췄다. 그리고 노련한 상식과 같잖은 의학 지식으로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흠. 암에 걸린 사람들이 꽤 많군.

황가에게 usb memory를 얻어 reenet lan card의 드라이버를 노트북으로 옮기고 그 동안 외롭게 버려져 있던 그놈을 3.3V의 전자열이 기어다니는 네트에 연결했다. 한숨을 푹 쉬었다. 또 삽질했구나...

한숨 돌리고 나자, 물건을 판 작자가 드라이버 다운 받아 노트북에 설치하라는 요지의 메일을 뒤늦게 보냈다. 만약 그 편지를 일찌감치 받았더라면 욕설을 바가지로 퍼붓고 물건을 돌려 보내고 구매 거부를 했을 것이다. 바보 아냐? 드라이버를 다운 받아도 노트북에 집어 넣을 수단이 전혀 없다. 그의 무성의함, 멍청스러움에 좀... 질렸다.

nt2003을 설치하면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winbbs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2003의 드라이버 지원을 문제 삼았다. 세상에 왜 이렇게 바보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내 관심사는 아닌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성능이 끝내줬다. 네트웍 작업과 파일 관련 작업에서 눈에 띄는 속도 향상을 보았다. 당분간의 테스트를 거쳐 여러 모로 영 마땅치 않은 xp를 없앨 생각.
,

channel destined

잡기 2003. 7. 23. 02:20
술집에서 얼핏 들은 얘기로는 내 손금에는 36살 까지 밖에 못 산다고 나와 있단다. 콧방귀를 뀌었다. 손금을 본 사람들은 말하기를 주저했다. 세상에 이런 손금은 처음 본다고. 그게 어느날 바뀌었다. 마치 릴리양의 견해처럼.

그는 한 일 년 쯤은 나를 순 악당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가 내 얼굴을 딱 한 번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착한 사람이라나? 틀렸다. 어떤 사람이 악당이냐고 물었다. 여러 여자를 사귀면서 거짓말 하는 사람이 악당이란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건 아니야. 그는 한국어를 곧잘 했다. 이 세상에 적어도 두 여자 만큼은 나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한국이 나였고,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면 한국도 매력적인 나라가 된다.

며칠 전 문득 내 몸끝이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격을 자랑하는 비엔나 소세지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훗.

'런치의 여왕'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벙벙한 젊은 요리사에게 그의 친구가 말했다. 세상에서 무슨 짓을 해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연애 밖에 없잖아?

어떤 일본 학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결혼을 하게 되면 남성 학자들의 연구 실적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고 하더라. 암. 헛소리지. 창의력과 열정은 결혼을 하건 안 하건 떨어지게 마련이지.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하지만 여자 하나를 꼬시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창의력)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애인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난다 해도 어깨를 으쓱하고 어쩔 수 없잖아? 그동안 행복했으면 됐지 하고 가볍게 등을 돌릴 것 같다. 젊은 요리사의 친구 말처럼 연애는 삽질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온다면? 1년 정도면 나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을 것 같다.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겟타로보에서 가오가이거로.

엊그제 본 유머;

화이트 데이에 사탕을 주지 않은 남자친구 한테 복수하는 법:

1. 그의 친구를 꼬신다.
2. 그의 선배를 꼬신다.
3. 그의 후배를 꼬신다.

마지막으로,
그를 꼬신 후 하지 않는다.

이 땅의 젊은 사나이들에게 사탕의 중요성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유머일까?
사탕을 주면 할 수도 있다는.

오늘은 blog를 두 개 쓰는구나... 아야야.
,
남은 담배 세 갑, 냉장고는 텅 비었다.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집에서 짱박혀서 나가지 않았다. 짜장면 한 그릇 배달해 먹지 않았다. 음. 짜장면 배달해 먹지 않은 것이 그동안 제일 억울했던가? 비가 오고, 밤이 가고, 날이 밝으면 깨어 샤워하고 18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잠은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만 잤다.

그러면서 놀았다. 오늘은 '트릭' 1기 1편부터 10편까지 쉬지 않고 봤다. 주인공 여자애가 바보라도 귀여워서 용서가 된다. 프리스트의 프레스티지와의 유사점을 억지로 뜯어 맞추려고 애썼지만 드라마의 통속성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질질 끄는 에피소드보다는 얼핏 스쳐가는 두 주인공의 개그가 재미있어 보는 것 같다. 자기 사진을 연구실에 걸어놓고 있는 바보 물리학과 조교와 벌이가 신통치 않은 역시 바보 마술사라... 왜 좀 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 x-file에서 몇 가지 신통찮은 기법들을 배운 것 같다. 너의 트릭은 간파당했다 에헤헤헤 하고 웃는 절벽 가슴 마술사와 어디 하나 신통한 구석이 없는 대물 물리학자의 귀염성 정도면 된거지. 암.

"난 이성 밖에 없는 인간이야"
이런 대사를 들으면 좀... 서글퍼졌다.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냐 바보야?

일은 안 하면서 빈 서류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연애질에 몰두하는 한국 드라마를 생각하니 그런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가엾게 여겨졌다.

냉장고를 채우러 바깥에 나갔다가 2층 창문에 불이 켜 진 내 방을 보고 별 이유없이 눈쌀을 찌푸렸다.

아아... 대살에 꽂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진실들. 푸른 구름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았다. 그래도 나는 시를 쓰지 않았다. 이성 밖에 없는 바보라서.
,

unseemly

잡기 2003. 7. 22. 07:15
게으름 피우면서 지냈다. 장장 8시간에 걸쳐 '런치의 여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달짝 지근한 일본 드라마는 오무라이스에 얹는 데미그라스 소스에 관해 세뇌 교육을 시켰다. 암. 데미그라스 소스는 지구가 망해도 지켜야 한다. 맛을 찬미하는 방식: 구질구질하게 수십 마디를 늘어놓아 짜증이 돋아나는 맛의 달인 방식은 아니었다. 오무라이스에 눈물을 비벼 먹는 사람들이 다섯 명 등장했다.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인생의 맛이라나? 아무 말 없다가 한 마디 내뱉는 것이 '오이시' 정도 였다. 그래... 그, 눈물을 찔끔 흘리며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좀 더 보려고 8시간이나 들여서 본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나도 안 했다.

옥션에서 리브레또 L1 중고가 덜컥 입찰되어 버렸다. 58만 5천원. 시험삼아 입찰 해 본 것인데 될 줄 누가 알았나? 기계는 이틀 후에 도착했다. 뜯어보니 껍데기부터 허접하기 짝이 없다. 랜 카드가 포함된 것인데 드라이버를 하드에 설치해 놓지 않았다. usb 스토리지나 floppy, cd-rom 따위가 없으므로 기계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싸 놓았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무성의하게 기계를 팔아먹는 사람은 처음 봤다. 지금 당장 아무 대책이 없으니 구매 거부를 해 버릴까? 하다못해 SMC나 CF 메모리라도 있으면 손을 쓸 수 있으련만.

환상적으로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은 대나무 숲속의 글들을 조금 읽었다. 뭣하러 대나무 숲을 만들어 놨을까? 애당초 입이 싼 사람들이 건덕지만 있으면 사방에 소문을 다 퍼뜨릴텐데.

trick을 드디어 다 받았다. 새벽 6시 50분이니 인터넷이 빨라서 좋구나.

창밖으로 비가 시원스럽게 내린다.
뿌리에서 비 맞으며 해변을 팔짝팔짝 뛰던 생각이 났다.
드라마틱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수염이 슬슬 자란다.
한 잔 할 껀수가 없으면 별로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갈 때는 꼬박꼬박 면도를 했다.

간만에 본 혓바닥은 술 몇 잔 마시고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여전하구나... 자빠져도 일으켜 세우거나 하지 않았다. 술 다 마실 때까지 정신 안 차리면 내버려 두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알아서 집에 돌아가는 것만큼은 잘 했다.

한숨 자고 서버를 만들자.
손가락과 머리가 모두 천연덕스럽게 썩어 적응하려니 힘들다.
,

add wood

잡기 2003. 7. 19. 03:42
동 사무소에 귀국 신고를 하지 않으면 예비군 훈련이 안 나오는 것 아닐까?
개기자.

볼링 포 컬럼바인 비디오를 보면서 블로그질 시작. 낄낄낄 웃었다. 아이러니를 대할 때 현실의 척박함 보다는 웃기는 것을, 다음에는 뭐가 더 웃길까 하는 점에만 신경썼다. 이를테면, 보네것이 무슨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쓴 글이 몹시 웃겼다는 것 만큼은 잘 기억난다.

생각했다. 그 말을 용케 기억했다. '내 마음이 사막인데 사막엔 뭣하러 또 가나요?' 라고 내가 말했다나? 그러고서 사막에 갔으니 웃기지도 않는 자기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꺼냐,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한다. 라는 요지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보내지 않은 답장의 내용은 이랬다: 동물의 왕국 안 봐요? 특히 코끼리편.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제 고향으로 돌아간다지요. 내 마음이 사막 같으니 내 고향이 바로 거기 아니겠어요. 사막에 가서 골로 갈 생각이었는데 나 때문에 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가다가 말고 되돌아왔죠. 변명치고 참 그럴듯했다. 그럴듯한 변명이라 답장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진담이었으니까.

아잔타에서 샀던, 보내지 않고 간직한 1998년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몹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뱃살이 많이 빠졌어요. 돌아가서 뵙겠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타일랜드에서 희희락락하고 돌아온 날, 민사장님이 돌아가셨다. 그는 젠틀했고, 고통을 잘 견뎠다. 저들의 평가에 따르면 내 못 되먹은 성질머리를 견딜만한 인격을 가진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다. 그들이 맞다고 치자. 이제 나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그럼 할 수 없지. 견딜만한 사람이 되는 수 밖에.

quiji table을 돌려 민 사장님의 혼령을 불러내면 정작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떠난 옛 애인들을 떠올릴 때처럼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었다. 고생 많이 시켜드렸다. 그동안 죄송했다고 웃으면서 말할 것 같다. 슬픈 것이 아니라 별나게 웃겼다. 남은 가족은 그렇다치고, 그는 행복했다. 내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점이었다.

평생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시간도 얼마 없는데 왠만하면 떼로 만났으면 좋겠다.
업무 효율을 생각해서.

봉당 아저씨와 지나치게 술을 자주 마셨다. 술김에 날더러 대단한 놈이라고 중얼거렸다. 술 잘 마시고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쓸 줄 알고, 여행도 해 봤고, 사진도 원하는 대로 찍고, 심지어는 카사노바다? 거럼. 대단하지. 그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이샤 우파니샤드에서 한 귀절 발췌: 무지를 숭배하는 자는 그저 어둠 속으로 빠져들지만, 지혜만을 숭배하는 자는 그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그가 그렇다고 믿었다. 이샤 우파니샤드는 어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읽고 교훈을 얻을만한 글이기도 했다. 한 귀절 더: 저것은 완전하고 이것 또한 완전하다. 완전함에서 완전함이 생겨난다. 완전함에서 완전함을 빼면 또한 완전함이 남는다. 수년 동안 나는 이샤 우파니샤드를 달달 외웠고, 나중에는 모두 잊어버렸다. 이샤 우파니샤드에서 나를 위한 귀절은 이것이었다:

의지를 가진 마음이여!
네가 한 일을 기억하라!
네가 한 일을 기억하라.
시팔.

i've got to go. things to destroy. -- 신밧드, 일곱 바다의 전설 중.
,
샐즈버리 로드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 내 말이라면 뭐든지 잘 참고 들어주는 여자와 언젠가 한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맥주 한 캔 따고 담배 한 대 물고 물고기가 한 마리도 살지 않는 시끄러운 홍콩만의 어두운 하늘에 펼쳐졌던 불꽃 놀이를 멍하니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더라?

생각 없이 사는 덕에 행복의 본질을 알고 있다고 회자되는 물고기에 관해 생각 하다보니 문득 낚시가 하고 싶어졌다. 동향 사람으로, 약간 제정신이 아닌 이외수의 주장에 따르면 낚시란 자기 마음을 낚아 우주에 방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생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아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내 마음을 몇 마리나 낚을 수 있을까? 마음들을 낚는데 적합한 미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성의 호수 어느 지점에서 어떤 깊이에 찌를 드리워야 제대로 낚을 수 있을까? 적어도 미끼로 사용해 보았던 돈, 예쁜 여자, 아름다운 싯귀, 대칭의 아름다움, 빼어난 기술, 천재적인 영혼의 번쩍임, 불을 뿜어내며 저 먼 우주로 희망을 찾아 날아가는 로켓 등등으로는 낚을 수 없었다. 낚은 다음 방생에도 문제가 있었다. 절대 4도의 어두컴컴한 우주에 마음을 놓아주면 그 즉시 꽁꽁 얼어붙고 말 것이다. 이외수 바보. -_-

'나'에 관한 유일한 전문가인 '내'가 내 마음을 낚을 수 없다면, 타인이 내 마음을 낚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아니다. 그들은 때로 버려진 구두짝이나 눈 먼 마음쯤은 낚았을 것 같다. 아하하하.

´″"`°³о。º??▶?。˚´″"`°³о。º??▶?。˚´″"`°³о。º??▶?。˚´″"`°³о。º??▶?。

하이텔을 해지하기로 했다. 12년 동안의 '구질구질한' 천착은 이것으로 끝이다. 잡기 몇 개 이동.

2002-04-07 잡

바보인 척 하다가 바보가 아님이 탄로난 사람들의 말로는 매우 끔찍했다.

악어가 풀장에 반쯤 떠서 건들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이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거기 있을 권리가 있다. 상어 따위는 쨉도 안되는 최강의 육식동물인 악어가(수륙양용) 마이애미에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악어는 거기 있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철십자훈장이 어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두말 할 것 없이 받으러 갔다. 어? 감독이 페킨파잖아? 영화는 밝고 맑은 소녀들의 합창으로 시작했다. 영화 보다가 맛이 갔다. 역시 샘 페킨파였다. 와일드 번치를 보다가 맛이 간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인상파가 미술계의 콧잔등을 한 방 날려준 충격과 비슷할 것 같다. 인상파의 그림 만큼은 제대로 보고 싶다. 인상파의 그림은 술먹고 거리로 나와 맞닥드린 갑작스러운 강렬한 햇살에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았던 세상과 정말 똑같았다.

가이 피어스가 주연한 타임머신이란 영화는 뭘 하자는 영화인지 잘 몰라서 다 보고 나서 파일을 지우고 머리속에서 지웠다. 첫번째 볼 때는 심지어 잠이 들기도 했다. 영화 볼 때마다 '언제나 문제는 여자였다' 류의 신파를 보고 있노라면 심정적으로 공감이 가지만 저런 이상한 해결 방식을 원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티븐 박스터는 웰즈에 대한 존경심으로 타임 쉽스를 쓴 것 같았는데 웰즈의 증손자인지 하는 감독 작자는 할아버지를 헐리웃에 싸게 팔아 엿 먹인 것만 같다.

'당신은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실존적인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과연 누가 우주선을 탈 수 있는가 라는 얘기를 하면서 한 일본인이 지극히 유창한 영어로 해설했다. 실존적인 충격? 웃기잖아? '우주로 나가기 전 우리 자신 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것: 나의 위장은 얼마나 튼튼한가.' 거럼. 저 웃기는 일본인 이론 물리학자는 무척 낯이 익은데... 칼 세이건 이후로 가장 재밌는 작자. 이것 저것 뒤지다가 기억났다. 미치오 가쿠의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낄낄거리며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 생각이 나서 서점에 선 채 뜬금없이 엘레간트 유니버스를 읽다가 나왔다. 책 제목이 웃겨서였다. 그쪽 책을 읽으면 어쩐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늘 기분이 상쾌해졌다. 미치오 가쿠가 나오는 다큐멘타리로 돌아가서: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중 가장 재미있었다. science frontier 시리즈. 이어지는 인용...

18개월 걸리는 화성 여행은 플라즈마 엔진을 쓸 경우 90일 정도로단축될 수 있는데, 이것은 인류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죠.

동감이다.

90일 동안 바이오 플렉스에서 땀과 오줌을 거른 물을 재활용하는 우주인들은 어떤 사람이 하루에 몇 번 화장실에 가는 지 조차 알게 됩니다. 그들이 90일 동안 같이 사이좋게 지내려면 유머 감각이 필요하지요.

동감이다.

불가능한 일을 하는 것은 재밌다 - 월트 디즈니

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15년 이내에 외계로부터 생명체의 흔적 또는 생명체를 발견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예전의 미치오 가쿠는 약간 미친 것 같은데, 인류의 윤리와 종교, 신학 등 가장 지랄같이 안 변하는 것들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고 사실 그건 그의 작은 소망인 듯 싶다. 뒤집히는 것은 좋은데 인류는 그때쯤 가장 꼴사나운 모습을 현란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 보았다. 나는 sf를 많이 봐서 준비가 철저하기 때문에,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 하나도 떨지않고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새로운 성경: 인간의 품에 안긴 갓 태어난 외계 생명체를 보기 위해 세 명의 불칸인이 그들이 귀히 여기는 초광속 엔진을 들고 누추한 실험실을 찾는다. 새로운 세기는 after et, before et로 나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집집마다 이런 팻말도 걸릴 것이다: 개와 외계인은 출입금지. 외계인은 이스라엘 인들의 사리사욕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된다. 그들의 동강난 몸뚱이는 라그랑지안 포인트에서 30년 동안 다른 외계인들에 대한 본보기로 아무렇게나 전시된 채 지나가는 우주선에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채인다. 그러다가 지능을 갖춘 분노한 외계 미생물들의 복수에 의해 인류는 거의 멸종하며 그중 극소수가 인류 대이주 계획에 따라 우주 곳곳에 뿔뿔이 흩어진다. 동태였다가 해동된 루크는 지하드를 다짐하며 빅토리녹스 한 자루 쥐고 20명의 쭉쭉빵빵 블론디 특공대와 함께 알파 센타우리에서 인류의 장래를 건 최초의 전투를 시작한다.

luke

´″"`°³о。º??▶?。˚´″"`°³о。º??▶?。˚´″"`°³о。º??▶?。˚´″"`°³о。º??▶?。

2003-02-28 페트로스키

일 안하고 주욱 놀면서 여섯 사막과 일곱 바다를 건너다보니 정서적으로 매우 황폐해졌습니다. 예쁜 아가씨들을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하고 알고 있던 사람들은 최근에 모두 외계인으로 밝혀졌습니다.

luq

´″"`°³о。º??▶?。˚´″"`°³о。º??▶?。˚´″"`°³о。º??▶?。˚´″"`°³о。º??▶?。

2003-03-07 오류와 광기

볼륨을 있는 대로 올려 outer limits의 20분 짜리 잡동사니 클래식 the scene of the pale blue를 듣고 갱생했다. 이런 류의 음악은 따뜻하고 빨간 심장에 따뜻하고 빨간 피가 돌게 해 주었다. 심지어 미래에 대한 가열찬 희망 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모든 잘 만든 예술 작품들은 거울에 비친 날개를 공통적으로 연상케 했다. 날고 싶다는, 날 수 있다는, 날아봤다는 달콤한 복감적 환상과 혼동, 그리고 세계속으로의 상쾌한 추락을 동반하며.

아마도 제목이 long love letter 였던 것 같다. 매우 못마땅하고 인정하기 싫은 기분나쁜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단 한 종류의 소설만이 존재했다. 1편에서 그는 얼빵하게 생긴 학생들을 상대로 칠판에 아인슈타인적인 세계선을 그리며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동경하던 여자에게 다가가는데 갑자기 생긴 모종의 신비스러운 폭발 사고로 그와 그녀와 학교가 통째로 날아갔다. 보다가 입을 쩍 벌렸다. 마음 깊은 곳에서 2편은 안봐도 된다는 모호한 기쁨이 슬금슬금 솟아나왔다. TV 시리즈물 드라마란 그렇게 시작해서 사꾸라 정신으로 끝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어떤 제품이 정말로 가능한가 하는 따위의 논쟁으로 32시간을 보냈다. 성냥개비 모양으로 생겼다. 땅에 꽂으면 30일 후 꽃이 핀다고 한다. 3개월 후에는 딸기를 따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제 3차 농업혁명이라고도 했다. 쓰잘데기 없는 꽃이야 그렇다치고, 화분에 성냥개비를 꽂아 놓고 90일 동안 너는 정말 딸기가 될 수 있는거냐? 라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는데도 과연 딸기가 생길지는 의문이다. '철학적으로' 그것이 딸기 모양을 하고 딸기 맛이 나는 딸기의 오마쥬 내지는 파스티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련과 스트레스를 딛고 꿋꿋이 자란 빨갛고 달콤한 딸기를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2시간 동안 모두의 마음을 철저하게 황폐하게 만든 토론을 마친 후, 한 근에 2000원 하는 딸기를 사다 먹었다. 먹으면서 심수봉의 '딸기 밖에 난 몰라'라는 노래를 들었다.

luke

´″"`°³о。º??▶?。˚´″"`°³о。º??▶?。˚´″"`°³о。º??▶?。˚´″"`°³о。º??▶?。

2003-03-31 donde voy...

워낙 단순무식한 국제정세 탓에 자나깨나 부시 생각을 하며 돌아다녔다. 이를테면 다라 시장에서 220달러 짜리 psg-7을 장만해 부시의 목구멍에 강철로 만든 커다란 쿠키를 쳐박아 놓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키득거렸다. 아랍인들과 줄창 만나면서 그들처럼 거칠어졌다.

여성의 날 서울역 청사 앞에서 '유급 생리휴가 쟁취'라는 피켓을 보았다. 직장에서 미혼 여성들이 월차와 생리휴가를 고도로 지능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늘 보아왔다. 이를테면 생리 때는 참고 회사 나오고 월차, 생리 땡겨서 휴일 끼고 한 나흘 벚꽃놀이 간다던지...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노숙자 아저씨가 '난 쟤들 데모하는 걸 두 시간 넘게 지켜보는데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어. 담배 한대 있음 줘바바' 라고 말했다.

함께 쭈그리고 앉아 뭐라고 말하나 지켜 보았다. 노동 환경 개선, 임금 차별 반대 등등 이었다. 그래도 그날의 하일라이트는 '유급 생리 휴가 쟁취'라고 생각했다. '유급 생리휴가 쟁취' 운운하면서 떠들어대면 벌떡 일어서서 지랄하려고 했다.

해장국 집에서 국 말아 먹고 있을 때 '반미' 시위대에 안 꿀리려고 해병대 복장을 하고 종로에 나가서 미군 철수 반대를 외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그 식당의 모든 할아버지들한테 칭찬과 격려를 듣고 있었다. 유일하게 '반미'할 것 같아 보이는 젊은 놈이 나 밖에 없어서인지 유독 목소리를 높여가며 요즘 정신나간 젊은 것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여기서 미국이 세상에 한 짓을 들먹이며 반미를 나발 불면 그 노인네들이 사력을 다해서 살아온 인생에 대한 도전이 된다. 국을 마져 비우고 벌떡 일어나서 장내를 둘러본 후 주인을 찾아 한 마디 했다. 얼마에요?

해장국 맛이 썩 괜찮아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은 집이다. 설렁탕집과 해장국집은 할아버지들 입맛이 틀림이 없다. 노인분들이야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하시고 싶은 말 하시면 된다고 봤다. 근심 걱정 없이 남은 나날이나마 행복하게 사시길...

간호사가 참다참다 낄낄낄 웃었다. 이빨은 베트남에서 부러졌구요, 태국에서 템포러리를 박았다가 흔들려서 인도에서 이빨을 했어요. 그러니까 나를 무슨 오지에서 굴러먹다 온 멋모르는 바보 취급을 했다. 치과 현판에는 '서울대'가 의미심장하게 반짝이고 있었고 의사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후진국들의 낙후된 기술 수준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웃었다. 치료과정을 지켜보면서 말은 안 했지만 수준이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치과의 시설면에서 베트남을 따라올 곳은 없었다. 최고였다.

'서울대' 간판 있는 곳에서 치료 후 일주일만에 접착제가 떨어져 나갔다.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건 말건 치료를 강행하는 그 무식한 몬도가네 인도에서 조차도 단돈 500원 짜리 시술로 6개월을 버텼는데 보험증 내밀고 3만 5천원을 지불한 치료가 일주일 밖에 가지 않은 것. 수소문해서 그 동네 최고라는 치과를 찾아 온건데 취직도 못하고 빌빌 거리고 있던 시리아의 젊은 견습 치과의사 만한 식견도 없어서 속으로 웃었다.

욕실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세면용, 화장용 도구들을 노려보았다. 일종의 대치상황이었다.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배낭에서 비누와 치약과 칫솔을 꺼내 샤워를 마쳤다. 내가 여기서 머무는 동안 이렇게 복잡한 것들을 사용했단 말인가? 인생을 허비하면서?

0.1달러 짜리 일회용 면도기 하나로 털이 뽑혀나갈 때까지 한 달 반을 사용했다. 대개는 지저분한 수염이 휘날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비누는 2주에 한 개 사고 치약은 1-2개월에 하나, 칫솔은 8개월 동안 사용했다. 옷장의 옷들 중 2/3를 동네 어귀의 옷 수거함에 던져 넣었다. 짐을 정리해 보니 옷은 트렁크 하나에 모두 들어갔고 '빌어먹을' 책들만 처치곤란한 지경이었다. 떠날 때 팔던가 버리라고 했는데 폼 난다고 버리지 않았다나... 폼이라... 하기야 책은 쓸데없는 호기심과 관성의 버릇 때문에 읽지.

6개월간 코란을 제외하고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내 평생 처음있는 '사건'이었고 그녀의 말대로... 책에는 삶이 없었다.

2주 내내 소주만 마셨다. 맛있다. 특히나 맛있었던 것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했던 오리지날 진로 소주였다. 사카린 때문에 첫맛이 쓰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땐
벼랑에서 비틀거리는 기분이었다. 1도 차이다.

Tish Hinojosa, Donde Voy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디로 가야만 하나요? 난 희망을 찾아 가고 있어요 난 혼자서, 외로이 사막을 헤매며 도망쳐 가고 있어요. 하루 이틀 날이 가고 달이 가면서 당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좋은 가사다.
돈데 보이~ 돈데 보이~
에스뻬란싸 에쓰 미 데스띠나씨온...

luke

´″"`°³о。º??▶?。˚´″"`°³о。º??▶?。˚´″"`°³о。º??▶?。˚´″"`°³о。º??▶?。

2003-04-15 카리브식 파동함수

나침반과 gps가 있다. 따라서 정글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그것들을 사용하길 꺼렸다. '자기 주장'이 강해진 탓일께다. '자기 주장' 덕택에 실컷 고생한 다음에 나침반을 보았다. 원숭이들이 빽빽한 밀림 속에서 낮고 음산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정착해서 살기에는 상당히 부적합한 곳이었다.

모자를 눌러 쓰고 차가운 비가 내리는 밤거리를 걸었다. 번개가 치고 있었다. 상점 쇼윈도우에서 얼핏 화산이 담긴 엽서를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화산은 살아 있냐고. 그렇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다시 한번 '자기 주장'을 실험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서 엄청난 비바람 덕택에 혼자 길을 잃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빨이 닥닥 부디칠 정도로 추워서 분화구에서 불을 쬐다가 간신히 살아서 내려왔다.

거대한 수증기의 벽을 보았다. 세계를 구하는 대신에 자신을 구하기 위해 사악한 결혼 반지를 분화구에 집어던지는 관광 코스로 개발하면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악천후와 모진 고난과 추위와 산적과 악령 등이 보태지면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서로 외롭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노천 까페에 앉아 하품을 연신 하며 시시껄렁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달은 얇은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피차 이름이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얼핏 스쳐가는 단서를 통해서 그의 이름과 나이와 과거 전공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나에 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밤하늘로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가고 거리에서 불빛들이 하나 둘씩 사라질 무렵, 내가 로맨스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마저 비우고 인사 없이 헤어졌다.

아미고들처럼 나 역시 그링고들을 싫어했다. 반미..랄 수 있을까? 17만의 그링고가 부질없이 죽었던 어느 나라의 해안에서 여자가 불을 붙여준 담배를 피우고 그녀가 권하는 싸구려 포도주를 연신 홀짝이며 구명의를 입은 채 바다에 둥둥 떠서 히히덕거리다가 고주망태가 되었다. 물결이 볼기짝을 가볍게 두들겼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하면서. 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시아를 떠돌다보면 호흡하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 반제국주의같다. 어떤 프랑스년이 인도차이나의 어린시절 불장난을 낭만적으로 각색한 어떤 영화의 무대로 잠깐 나오는 그림 같은 하롱베이에서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시대에 강간 당한 동양의 노란 원숭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

제국주의는 철지난 20년 전 유행이지만 적나라한 현실이기도 했다.

그때는 어리고 철이 없어서 예쁜 여자와 하이테크를 신봉했다.
지금은 오래 타는 시가와 마르가리따 한 잔이면 족하다.

입술에 아바나산 시가를 걸치고 우윳빛 마르가리따가 담긴 거대한 젖가슴처럼 생긴 잔을 오른손으로 받친 채, 해변에 비스듬히 누워 넘실거리는 카리브 해와 출렁거리는 여자들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바에서 그 얘기를 자랑스레 하니까 그는 톱에서의 메스꺼운 경험을 말했다. 톱이 뭐지? 지 머신이야. 아항. 그는 8g에서 토하지 않았지만, 술 먹다가 행패 부리고, 토하고, 짤렸다. 그는 아바나산 시가를 사러 거리로 나갔다. 나처럼 마르가리따를 들고 해변에서 시가를 피우고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지구의 스핀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적도가 머지 않은 아름다운 '여자의 섬'이었다.

싸늘한 맥주와 치즈를 듬뿍 얹은 나쵸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팔깍지를 하고 침대에 누워 실링 팬이 돌아가는 모습을 우둔하게 쳐다보았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한히 중첩된 우연에 가까웠다. 삶이란 행운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래서 책들이 우겼다; 그동안 만큼은 눈을 제대로 뜨고 빛과 바람을 즐기라고. 그의 가엾은 견해처럼 책에는 삶이 없었고, 삶의 광경 속에서는 선택받지 못한 고양이 시체들이 매순간 끊임없이 쌓이고 있었다.

luke
,

readiness

잡기 2003. 7. 17. 02:49
일 하면서 자신감이 없기는 예전과 마찬가지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다. 타임라인이나 퍼포먼스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그 자체가 문제다. 세계 인류 논란에 따르면, 호머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드라마틱한 변심의 핵심은 자의식에 있었다.

그 자의식이 말하길, 너는 형편없어. 부끄러울 정도지.

이렇게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이 싫고 지인이 세뇌 해 놓은 사람들이 싫다. 시팔. 정말 자신없는데 입 다물고 들어주면 안되나? 애인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정말로.

프로그래밍의 진정한 벗인,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귀가 있어 모든 말을 듣는 봉제 곰돌이를 하나 사야 할까?

혹시 새만금 댐에 관해 아세요? 라고 묻는 택시기사에게 원자력의 안전성에 관해 강의했다. 뭔가 좀 아구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음... 원자력 외에 대안이 없다. 집 마당에 폐기물을 쌓아둬도 무방하다. 원자력 발전, 희생, 애국, 생매장해도 괜찮은 환경주의자 등등. 그것들을 묻으려면 내 집 마련을 위해 정진해야 할 것이다.
,

while(1) ;

잡기 2003. 7. 16. 04:38
2주 동안 벌써 8대를 놓쳤다. 적정 가격을 60 정도로 잡았지만, 대개 70선에서 거래되었다. 마땅한 물건이 나타날 때 쯤이면 누군가 먼저 찜했다. 과연... 언제쯤 중고 노트북을 살 수 있을까.

wikiX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개발 철학의 부재라는 wikiX에 관한 누군가의 평가에 화가 난 사람들이 써 놓은 장문의 글을 읽었다. 내가 보기에 wikiX는 위키가 지향하던 바를 뒤집어 반대로 가고 있었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거의 사용하지도 않을 것 같은 기능을 추가하면서 위키가 본래부터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던 단순함, 우아함, 편리함, 빠른 속도를 하나도 남김없이 희생했다. 그렇게 쉽게 속단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 나하고 상관없다. wikiX의 모든 스펙을 면밀하게 읽고나서 내게는 필요없는 종류의 소프트웨어로 결론지었다. 개발 철학의 부재라기 보다는 그의 개발 철학 내지는 방법론에 공감할 수 없었다. 아니, 반대한다.

GyparkWiki의 개발자는 다음 달에 rss 코드를 위키에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뻤다. GypoarkWiki가 세련되고 귀여운 위키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아멜리에 같은.

'기온은 24도, 습도는 70 퍼센트, 기압은 990밀리바였다.' -- 아멜리에

아멜리에가 사랑에 빠졌을 당시의 기상 조건.

온도 45.1도, 전압 1.53v, 주파수 800MHz.

이건 내 미친 컴퓨터의 상태.
,

limbic regulation

잡기 2003. 7. 15. 03:03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도 피곤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피곤한 것은 본 적도 없는 사람의 희안한 선입견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변연계를 조직적으로 작살낸 덕택에 감정이 결여되어 있게 망정이지 남 얘기를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는 녀석을 보면 새끼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을 때가 있다.

27시간 동안 닭질했다. 머리 좀 식혀야겠다. 문득 캘커타가 생각났다. 2층으로 방을 옮긴 후 왠간하면 방문을 열어 두었다. 낮에는 비가 왔고 밤에는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내 방문 앞에서 기웃거렸다. 옆 방에 있는 두 독일 여자애들이 노래를 불렀고 나는 침대에 비딱하게 누워 오이를 깎아 먹었다. 앨범을 뒤적여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찾아 변환했다. Holderlin - Ewarchen.wma

오, 음악에 흔들리는 몸이여, 반짝이는 빛이여.
내 모든 자아는 그대와 함께 가고
이제 남은 것은 그림자 같은 허깨비 또는 껍데기 뿐!
지랄 그만 하고 자자.
,
행책에 올리려다가 날짜를 보니 기한을 넘겨서 괜히 똥 싸다만 기분이 들어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Iain M. Banks, Player of Games, Consider Phlebas, Feersum Endjinn -- 이안 뱅크스의 다른 글들은 역겹고 괴상했는데 그의 문체, 그의 스타일, 그의 스토리텔링, 어느 것 하나 이안 뱅크스의 괴상하게 꼬인 글들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그는 어쩌면 이미 수퍼스타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나라에 가던 그의 책이 없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중독성이 있는 걸까?

Neal Stephenson, Diamond Age. -- SF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나노테크를 편집증적으로 다룬 SF. 다만 아쉽게도 그의 글빨은 전작인 스노우크래시, 조디악 시절부터 뭔가 문제가 좀 있어 보였다. 그렉 이건이 출간될 정도면 그보다는 상태가 좀 나아보이는 스티븐슨 정도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 닐 스티븐슨의 책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그는 SF 독자가 아니라 일부 광신도들 사이에서 이미 컬트가 되었다! 나노테크 스테디셀러를 원한다면 이것만한 것은 없을 듯. 노무현 대통령한테 읽혀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과학기술 정책이 왠지 한심해 보여서. 국가를 한시적으로나마 이끌어갈 사람이라면 적어도 10년, 20년 후의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음. 괜한 개소리 했군.

Gene Wolfe, Shadow and Claw -- New Sun series의 첫 권. 수많은 SF 독자가 썸스업을 하는 글. '절대로 번역될 것 같지' 않은, 읽기 무진장 힘든 글. 가톨릭대의 영문학 교수님에게 넌지시 보여주면 아마도 그가 알아서 전 시리즈를 번역하지는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게 만든다.

Jack Vance, Planet of Adventure -- 시리즈물. 상상력을 자극하는, 외계문명의 공동 소유지에 추락한 가엾은 인간이 벌이는 액션 어드벤쳐. 독자들로부터 하나같이 찬사(?)을 받는, 수수께끼의 작가. 심지어 진 울프 마저도 new sun 시리즈를 이 작가의 Tales of the Dying Earth에 빚지고 있는 것 같다.

Ken MacLeod, The Cassini Division -- 인류에게 장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싸이코 좌파 아나키스트들이 위트가 곁들여진 56배속 짜리 문체에 순정을 담아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인 개새끼들을 신나게 때려부수러 떠난다. 상상만 해도 피가 끓어 오른다.

Alastair Reynolds, Revelation Space -- 21세기 들어 갑자기 나타난, 당황스럽게 밀도가 높은 hard sf(?)를 쓰는 작가. 그의 충격적인(?) 데뷰에서 보여주는 괴기스럽고 음산한 우주와 거의 절대4도에 이르는 쿨함을 과시해서 평생 친해질 것 같지 않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에픽의 첫 권. 워낙 뒤통수를 많이 때리는 작가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의 시리즈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추천을 받고 있는지 가끔 궁금해진다. 닐 스티븐슨의 장미빛(?) 나노테크를 읽었다면 그의 음산한(?) 나노테크는 아무래도 음양 또는 상생상극의 관계. 그렉 베어와 그렉 이간, 피터 해밀턴의 가장 좋은 점들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버무렸다. 아마도 그의 두번째 책 Chasm City는 올해 읽은 가장 재밌었던 책이 될 것 같다.

Michael Flynn, Firestar -- 인간은 우주로 나가야만 한다. 과학기술의 괴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극복해야 한다. 정부와 환경주의자들이 세상을 망쳐놓고 있다(동감!) 비뚤어진 좌파 논리를 갖고 있는 억만장자 CEO가 이끄는 다국적 기업만이 비좁은 지구에 갇혀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인류를 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작가 아닌가? sf를 일종의 불가능한 환타지로 전락시킨 절대 다수의 sf작가들 중에서는.

-*-

광활한(-_-) SF 팬덤계에서 무수히 빛나는 수 많은 작가들의 세계관이 지닌 비전과 결점에 관해 세계 sf freak들과 맞짱을 뜰 수준이 되려면 읽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맞짱 뜨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편협하고 비틀린 시각을 보완하기 위한 건설적인 토론을 하자면 말이에요.

때만 되면 애타게 지원해줄 것 없냐고 유령처럼 사방을 헤메다니는 과학기술문화재단의 지원을 출판사에서 타낼 방법은 없습니까?

아무튼 행복한 SF 100권 화이팅.
행덤 컴, 팬덤 컴, 킹덤 컴.

luke
,

flavor

잡기 2003. 7. 13. 01:52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질문을 잊어버린지 꽤 오래되었다. 몇 년 전에 그럴듯한 답을 발견했고 그 이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답을 얻었으니까 답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흠... 파스칼이 아마도 마음은 이성이 전혀 모르는 그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윌리엄 제임스 였나? 아무렴 어때.

김xx님에게 얻어피운 시가는 지금까지 피워봤던 것들 중 품질이 가장 우수했다. 맛 좋다. 아... 이것이 진정 아바나 시가의 위력이란 말인가... 시가 만드는데 2년이 걸린단다. 반달칼 하나와 담뱃 잎사귀, 그리고 숙련된 손가락이 전부였다. 이런 시가라면 책상에 고양이처럼 도사리고 앉아 행복하게 피우며 책 한 권 해치우기 딱 좋을 것 같다. 김xx님이 사정상 못 와서 그 사람 주려고 가져왔던 시가가 내 손에 거저 들어왔다. 김xx님에게 김xx님이 다른 기회에 꼭 만났으면 한다... 고 한 말을 전하지 못했다. 메신저라고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음에도.

장르, 하위장르로 깔데기를 따라 내려오면 좋은 점은 하나 있다. 스스로의 취향이 명확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 알고 책을 추천해줄 때 알아서 평가해 괜찮은 것들을 추천해 준다. 취향이란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사귀와 같은 것이므로 알맞은 취향의 알맞은 책들을 읽은 후 미련없이 버리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면 되는 것이다.

어젯밤에 술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에게 벤처업계의 현실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다. 그가 '힘 내세요' 라고 말하며 천원을 깍아줬다. 난데없이 날이 밝고 있었다. 대체 몇 시까지 마신거지? 이어폰으로 뉴 트롤즈의 카덴짜가 흘러나왔다. 이런 곡에도 춤을 출 수 있는 자신이 무척 괴상했다. 성철이라면 아마도 노래는 노래고 춤은 춤이다 라고 말했을 것 같다.
,

cool universe

잡기 2003. 7. 11. 15:50
"만약 세상이 된장찌게라면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된장찌게가 아니다." 이외수가 그랬다. 생각난 김에 얼음을 얹은 쿨한 콩국수를 먹었다. 아... 콩국수스러운 세상.

그닥 예쁜 것도 아닌데, 지하철에서 어떤 여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틀 동안 일 해 보겠답시고 심하게 머리를 굴렸더니(오버클라킹) 새벽에는 그냥 나가 떨어졌다. 하루 12시간 걷는 것보다 12시간 머리 쓰는게 더 힘들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Wake On Lan 패킷을 보내는 간단한 c 프로그램을 짜면서 놀았다. 아쉽지만 이 프로그램이 서브넷 안쪽에서만 작동했다. 방법이 없을까...

부천 영화제 시간표를 보니 몇몇 인도 영화를 틀어주는 것 같다. 좌석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예약하지 않았다. 데브다스 divx를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endless poverty

잡기 2003. 7. 10. 23:08
사우나에서 산 200원 짜리 칫솔과 면도기를 집에 가져와서 한 달쯤 사용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에 2달러로 생활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루에 2불 정도로 생활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했다.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생활하면 한국 경제가 마비될 것 같다.

예전에는 속물로 불리던 것들을 요즘은 명품족이라고 부르더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우기던데 아쉽지만 속물도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로또 당첨되서 떼돈이 들어오면 3-4억 떼고 나머지는 항공우주산업 인재 육성에 기부할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투자는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애들한테 어떤 식으로 투자할 지를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소비도 일종의 기술이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명품족 애들한테 맡기면 잘 해낼까? 옥석을 가리는 안목이 있을테니.

[아프리카 人皮거래 활발..1만달러까지] --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 마법사라면 제대로 된 가죽 한 장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짝퉁 가죽 말고. 명품족 마법사라면 흰색 가죽으로 자신의 품위를 높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죄질이 나쁜 강간범, 유아 유괴범들의 껍질을 벗겨서 아프리카에 수출하면 짭짤할 것 같다.

보험이 없고 연금도 없고 직업도 없고 돈도 물론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영혼도 없다. 내 영혼은 옛날 옛날 어둠 속으로 뒷걸음질 치며 달아났다. 안 그랬으면 목을 땄을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문득 그리워졌다.

할머니는 날 봤다고 말했다. 저녁 일곱시쯤 양복을 입고 이 거리를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양복? 연탄 생고기집 주인 아저씨도 날 봤다고 말했다. 아마 영혼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우연히 닥터스쿠르를 구해 다시 읽었다. 수 년 전에 본 것인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것과 함께 2001년 야화, 쵸비츠, 현대문명진단, 하대리 따위를 봤다. 기대했던 하대리는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책은 세 권쯤 읽었다. 언급할 가치가 없다.

최근 빌려 읽기 시작한 프리스트의 프레스티지에서 돋보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힘이었다. 지난 2주 동안 삭막한 책들을 읽어서인지, 아니면 소위 문학에 느끼는 거리감이 예전보다 심해져서 인지 생각보다 별로였다. 글 솜씨는 훌륭하지만... 더 읽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리고 줄곳 또다른 삭막한 글들을 읽었다.

로버트 퍼시그의 '도와 오토바이 정비 기술 zen and the art of motocycle maintenance'가 영문으로 있었다. 닥터스쿠르와 마찬가지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즐겨 사용하는 paedros라는 늑대 아이디는 그의 책에서 따온 것이었다. 파에드로스는 아마도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중 어딘가에 언급된 적이 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난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서양 철학, 동양 철학, 20대를 넘긴 어느 날, 그것들 모두가 밥맛 떨어졌다.

SF etext를 정리했다. 상당수의 최근 단편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콜렉션으로선 썩 괜찮았다. 최씨 아저씨한테 줄 것을 하나 복사해 두었다.

1년 만에 ftp를 다시 열었다. 공유기-공유기 상황에서는 passive mode를 on하고 proxy 역시 on 해둬야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공인IP로 접속을 테스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되는 것이었는데 안되는 줄 알고 있었다.

웹에 널려 있는 ftp client를 하나 하나 다운받아서 테스트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려 5년이 흘렀건만 LeechFTP 이상의 ftp client는 본 적이 없다.

웃기는 얘기를 들었다. 후배가 집을 옮기면서 이 집의 케이블모뎀을 끊었는데 게을러서 모뎀을 아직 반납하지 않았단다.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 무료로 초고속 케이블 통신을 사용 하는 것이다. 심심해서 대낮에 스캔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이 지역에서 초고속 케이블 통신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돈도 없는데 잘 되었다. 묵묵히 사용해주지.

컴퓨터의 전원 절전 모드를 hibernation에서 STR(suspend to ram)으로 설정. 추정되는 소비전력은 5w쯤? 두 대의 컴퓨터 모두 제대로 멋있게 작동하지 않았다. 주 컴퓨터는 wake on lan용 케이블이 없고 STR 상태에서 키보드로 부팅이 불가능하다. 천상 발가락으로 전원 스위치를 눌러줘야 했다. 서브 컴퓨터는 STR 상태에서 팬이 돌아 황당해서 다시 하이버네이션으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전원을 올리고 부팅하는데 10초 가량 걸렸다. ftp 서버를 운영하면서 그나마도 STR을 없애버렸다.

VIA 보드의 AGP 4x에 문제가 있어 os를 새로 설치했다. os 설치하자 마자 VIA 패치를 해주고 그 다음에 ATI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컴퓨터가 잘 가다가 그냥 멎고는 했다. 꾹 참고 있었지만 메인보드를 갈아 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비디오 오버레이 모드는 훌륭하게 작동했다.

옥션의 내 관심 물품 보기에는 후지쯔 P-1000, 도시바 리브레또 L1, L2K, 소니 C1, LG IBM 240X 따위 1kg 가량의 귀여운 서브노트북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노트북은 징그러워서 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일을 해 볼 생각이다. 낮에는 일, 밤에도 일. 남는 2%의 시간에는 사랑을 할까? 때문에 영혼이 도망간 것이 아닐까? 일에 미쳐 있으면 등을 돌리고 떠나는 사랑이나 어둠 속으로 슬며시 뒷걸음치는 영혼을 잡을 시간이 없다. 서글프지만.

집 뒤에 북한산이 있었다. 언제나 존재감을 느꼈다. 어두워지면 의례적으로 산 아래 부근을 산책했다. 행복했다.
,

성 생활

잡기 2003. 7. 6. 01:18
1년 동안 여행하면서 어떻게 여자 없이 살 수 있었냐고 묻는다. 그래서 실실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살 수 없지.

'목구멍으로 넘김이 좋은 맥주'란 걸 마시며 자... 블로그질 시작. 냉동실에 넣어 식힌 주석잔에 맥주를 담았다. 첫키스처럼 탁 트인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애원하는 시대 온다 -- 웃었다. 재밌다.

극단적인 성비 때문에 한국의 장래가 암울하다고 하던데, 여성들이 앞으로는 남성들 없이도 정자은행에서 쓸만한 정자를 사다가 애를 낳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적극 권장하고 싶다. 놈과 지저분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보려고 애쓰거나 유지하느라 애를 먹는 것이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에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무릎을 꿇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 꿇어? 여자들에게 섹스를 구걸한다고? 지난 수 천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는 좀 달라질 것 같다. 여자 말고도 괜찮은 장난감들이 많이 생길 테니까. 때로는 여자보다 나은 것도 생길 것 같다. 여자들은 남자애들이 귀찮게 굴지 않아서 좋고, 남자는 여자에게 애원하지 않아서 좋고. 다 좋은거다.

말대꾸하는 인공지능 장난감이 나오면 다 해결된다. 간단하다.

미녀 삼총사: 최대 속도.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다. 데스티네이션2, 품행제로, 마법의 성, 가제트2, 질투는 나의 힘, 선생 김봉두, 장화/홍련, how to lose a guy in 10 days 등의 영화를 봤다. 다 쓰잘데기 없다. 뭐니뭐니 해도 미녀가 나와서 꼬리 치는 영화가 제일이지. 암.

이원님을 메신저에 등록하면서 갑자기 생각나 폭렬갑자원을 다시 봤다. 역시 명작은 다시 봐도 명작이다. 대사 메들리:

"겐지, 지금 돌아오면 곤장 100대로 용서해 주마."
"돌아오지 않겠다면?"
(후까시 왕창 집어넣고) "곤장 100대다!"

"뭐야, 저 비천한 놈들은!!!"
"진정하십시오... 도련님."
"할아범. 난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세 가지가 있어. 맛없는 요리와 재미없는 오페라... 그리고 천한 녀석들이다!!!!!"

20대에는 세상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술에 물 타는 것. 그때는 칵테일을 마시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르가리따와 얼음 넣은 맥주도 잘 마셨다.

"제가 그랬습니다.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일어나라 소년. 자신의 의지조차 갖지 못한 남자는 죽일 가치도 없다. 네 목숨 따위로는 사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된단 말이다. 어리석은 녀석!!!"

그렇다. 사나이에게 필요한 것은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문제 해결 능력 중 가장 골치아픈 것은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인 것 같다.

"난 이 녀석들한테 빚이 있다구. 그걸 갚을 때까지 끝은 없다!"
"여긴 갑자원이다! 그런 깡패의 논리는 인정 못해!"
"우린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한 명의 깡패다!"

맛이 갔다. 대사 중 최고다.

Trick 극장판은 구할 수 있지만... 드라마 시리즈물을 구할 수 없었다. 마법사와 물리학자가 나온다던데. 왜 이런 드라마는 소식이 늦는 것일까.

인성/적성 검사를 했다. 논리와 언어 능력은 출중하지만 응용력과 창의력이 형편없다고 나왔다. 제대로 봤다.

다음 중 옳은 것은? 한 사람의 목표나 그 성원들의 욕구총족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행위는 인정을 받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제재를 받음으로써 옳은 행위와 그른 행위가 구분된다.

1. 객관론적 윤리설, 2. 주관론적 윤리설, 3. 상대론적 윤리설, 4. 보편론적 윤리설

정답: 개소리.

잔이 식고 맥주가 떨어졌다. 자꾸 히히 웃음이 나왔다. 토요일 밤이다.
,

Saving private Money

잡기 2003. 7. 3. 00:47
도시바 리브레또 30은 사망하셨다. 그동안 노환을 참고 끝까지 버텨 줬는데... 아쉽다. 마당에 땅 파고 묻을까? 그나저나 이전 하드를 날리면서 기껏 작업해 두었던 파노라마 뷰나 인물 사진을 몽땅 날리고 말았다. cheerful 해지려면 후지쯔 본사에 ddos질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사람 저 사람들의 블로그질을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대개 존댓말을 사용하던가 청자를 의식했다. 왜들 저러지? 라고 의아해하다가 아항. 했다. 이 나라에 수입된 거의 모든 기술은 철저하게 로컬라이즈가 되는 것 같다. 게시판(포럼)도 그랬고 위키도 그랬고 블로그도 그렇다. 블로그질이 어째서 커뮤니티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적 특성이려니 생각하는 편. 그걸로 장사 하는 친구들 역시 잘 먹고 잘 살길 바랬다. 진심이다. 뭘 설치해서 사용자를 끌어들이던 값싸게 컨텐츠를 뜯어먹겠다는 생각은 훌륭했다. 장사는 그렇게 해야 한다. 선량한 사용자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닐 스티븐슨의 크립토노미콘: 전산 하는 사람들은 슈네이어의 '빨간' 책과 암호 공부를(좀 더 삽질하면 엔트로피나 정보이론 따위가 나온다) 어렸을 적에 한번씩 들은 해 봤을 것이다. 전산학에서는 아주 중요한 책이니깐. 스티븐슨은 그걸 멋지게 각색한 것 같아 보이긴 했다. etext로 나돌아다니는 크립토노미콘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지겹고 그지같은 전산 역사였다. 영문 텍스트로 길고 긴 그 글을 정말 지겨워 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읽은 기념으로 책을 사두기까지 했다. 1100페이지 짜리 페이퍼백은 흔치 않으니까. 어? 그런데 오늘 혹시나 해서(하드 하다길래, 그럴 리가 하면서) 확인해 보니 etext 하고 책의 내용이 다르다. 크립토노미콘 욕을 실컷했는데, 내용이 다른 것이었다니. 바보가 되서 심기가 편치 않았다. 그건 그렇고, 술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먹이며 웃기는 책이라고 말하는 동안 맞장구를 치던 김상훈 아저씨는 대체 뭐란 말인가...

크립토노미콘을 언제 다 읽지? 영문으로 1100페이지면... 어휴...

Ghost In the Shell Stand Alone Complex 을 구해서 보다. 쿠사나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 쿠사나기보다 예쁘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그리고 왜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 공각 기동대 제작 위원회라는 것은 또 뭘까? 칸노 요코의 국적을 알 수 없는 이니그마틱하다면 한, 국적 불명의 음악을 오랫만에 들어본다. 카우보이 비밥 이후가 되는 셈인가? 시리즈는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보면서 사이버펑크 클래식이구만 했다. 다만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녀서... 좀...

Oh! Mickey! 라는 사이코스러운 애니도 봤다. 쀍쀍거리는 폐인들이나 보는 영화같은데, 워낙 그 친구들 하는 행태가 취향에 안 맞았다. 대략 좆치 안타.

이전 호스팅 업체였던 x-y.net을 해지하고 나니 돈을 돌려준다. 술값에 보탬이 되는 훌륭한 회사다. 16300원.

파나마에서 찾지 못했던 플래시플러스 CF 어댑터가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2만원 굳었다.

kpug.net을 들락거리며 정기적으로 바이저 중고 가격을 점검해 보고 있다. 바이저가 점점 인기를 잃어 중고시장에서 똥값이 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바이저 외에 좋아하는 PDA가 없다. 싸고 오래 가니까. 특히 빨래판처럼 생긴 플라스틱의 그립감을 좋아했다. 다른 PDA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4만원이면 산다.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를 모아서 구워 갖다주면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다? 훌륭하다.

페트릭이 최근 내 홈페이지를 보고(얜 한글도 못 읽는 주제에 왜 들어와서 시비람.) 보내온 메일의 견해에 따르면, 내가 선곡한 4개의 라틴 얼터너티브에 일단 불만을 표하고, 후아네스의 라 빠가가 그의 타이틀 곡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래서 너도 블로그질 하면서 딸딸이나 치라고 권했다.

추억: 라 빠가는 남미의 어느 요란한 바에서 페트릭과 내가 벌떡 일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던 곡이다. 우리만 일어섰던가? 바에 있던 모든 녀석들이 일어나 술병을 깨고 싸움이 붙는 등 아비규환이 되었을 때 흘러나온 곡이다. 그러고보니 여행할 때 적던 블로그에 술집에서 있었던 일들은 적지 않았다. 뭐 좋지 않은 일만 있었다. 바에서 단체 싸움이 붙으면 한 가지가 좋았다. 술값 안 내고 나가도 된다. 종종 천하장사처럼 생긴 기도들이 문을 닫고 버티고 선 채 사람들이 못 나가게 막았지만 의자를 머리 꼭대기까지 치겨 들고 우어어 소리를 지르며 달겨드는 일부 미친놈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라 젠떼, 라 루나, 우리는 후아네스의 광팬이었고, 우리는 함께 후아네스의 유행가와 공짜 맥주를 즐겼다.

재주껏 알뜰 살림 구현하여 나라 경제 구하자.

김명철님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잘 기억하고 있어요. 러시아 SF! 제 email 주소를 화면 옆의 LINKS에 적어 놓았습니다.
,

gun, fire and drum

잡기 2003. 7. 1. 22:51
누워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에 맛 들인 후 윈도우즈의 '화상 키보드'를 자주 애용했다. 화상 키보드는 장애자용 키보드인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장애자다. 세상의 따뜻한 온정을 기대해 본다.

Last Exile과 Gunparade March 를 봤다. 후자는 쓰레기였다. 새로운 아톰 시리즈도 보았다. 왜 어린 시절 아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가 싶더만, 아톰은 마징가 제트처럼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착한 로봇은 취향에 안 맞는 것 같다. 아톰은 원자력 엔진을 달고 있었지만, 30대 성인 남자의 최대 관심사인 섹스를 하지 못했다. 장애 로봇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주 컴퓨터의 후지쯔 40GB HDD가 맛이 가서 다소 얼이 빠졌다. 아무런 예고나 징후조차 보이지 않았고, 다만 하드 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컴퓨터가 멍청히, 가만히 있었다. 별 수 없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맛이 간 하드 디스크의 A/S를 하려고 전화를 해보니 교환 외에는 방법이 없단다. 그런데 구입 시기가 2년이 넘어 교환은 불가 하며 오늘은 일요일이라 A/S 센터가 문을 열지 않았다고 친절하게 덧붙인다. 어...

그런가?
일요일 아침부터 난데없이 엿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손이 떨려서 한 시간쯤 담배를 자제했다. 그리고 HDD 껍데기 표면에 인쇄된 2001-3월 글자를 2001-8월로 고쳤다. 대성이형에게 보여주니 구분하지 못했다. 그의 눈을 속일 수 있으면 세밀화와 관련이 없는 A/S 센터 직원들의 눈을 속이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일 것이다.

컴퓨터도 맛이 갔고... 그래서 나도 술 먹고 맛이 갔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심하게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부끄럽다.

월요일 아침, 술기운이 아직 안 가셨고 몸에서 열이 많이 났다. 머리가 어질어질 하지만 HDD를 들고 A/S 센터를 찾아갔다. 철도는 파업 중이었다. 후지쯔 A/S 센터 직원에게 하드 디스크를 보여주니 (위조한) 일자를 꼼꼼히 체크하다가 별 말 없이 다른 40GB HDD로 바꿔줬다. 일요일 아침부터 사람 열 받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사기치고 교환하는 대신 8만 7천원 짜리 새로운 HDD를 장만했을 것이다. 하여튼 CR 파트에서 일하는, 괜히 친절한 척 하면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되는 아가씨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용산에 간 김에 아이쇼핑을 좀 하고 파워가 포함된 3만원 짜리 값싼 케이스와 7천원 짜리 키보드를 샀다. 블랙 앤 실버. 색깔은 맞췄다. 둘 다 몹시 허접스러워서 살 때 매장 직원이 궁시렁거렸다. 집에 돌아와 순대를 먹으며 칫솔로 부품을 깨끗이 닦고 조립하니 새 컴퓨터 같았다.

어제 하루 동안 임시로 사용했던 상패 케이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20GB 짜리 삼성 하드에는 놀라운 자료가 들어 있었다. 6GB 분량의 프로그레시브 락 mp3와 darkeye의 ftp에서 받았던 230MB, 1125개의 SF 전부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정말 놀랍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것들을 백업받아 놓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알 수 없는 음악가' 폴더 밑에 '알 수 없는 앨범' 폴더 밑에 알 수 없는 곡들마저 있었다. 그렇다. 백업은 이렇듯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세!
,

wretched sort of existence

잡기 2003. 6. 26. 22:38
노는 것과 일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하는 동안에는 하도 멍청한 상태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노는 동안에는 힉스 입자의 존재 유무 나 우주의 얼개, 외계 생명체의 존재, 인류의 장래 등등 여러 가지 잔걱정에 휩싸여 지냈다.

최근에 본 어떤 스파이 영화에서 '아이스나인'이 거론되었다. 유창석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스나인은 오따구 같은 작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코드란다. 하긴 그 얘기를 안다면 일단 정상인은 아닌 것 같고... (짜증나게) 잡학다식한 주변 사람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난 뭘까? 난 좆도 아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제목처럼 더럽고 지저분한 절망감 대신 기운을 낼 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도 다 그럴 것이다.

선릉역에 가는 길에 로또를 만 원 어치 샀다. 처음으로 복권을 사 본다. 그 자리를 함께 해 준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3개월 전에 내 운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니까 당장 펜을 꺼내 번호를 불러 달라던 친구가 있었다. 적어준 6개의 번호로 로또 5등을 해서 만원을 챙겼단다. 그것만 봐도 업그레이드 된 운이 내 몸 값 보다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전파상에 들러 땜납을 얻어와(살 돈은 없고...) 집에서 디지탈 카메라를 고쳤다. 자기가 망가 뜨리고 자기가 고쳤다. 그래서 그 복잡한 기계를 고쳤다는 사실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iRiver IMP-350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만으로 플레잉 시간이 1시간 늘어난다니... 멋지다. 일주일 째 거의 미친 것 같은 음악을 들었다. 이런 음악을 예전에 즐겨 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흔히 듣는 말: 저음역이 뭉게진다?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뭉게지는 것은 당연했다. 청자의 '아름다운 것과 친해지고 싶은' 기분과는 상관없이.

이어폰을 잘 쓰려면 에이징을 해야 한다나? 몇년째 듣고 있는 말. 웃음이 나왔다. 콩나물이 그야 말로 미친x처럼 널을 뛰는 50dB 이상의 사운드를 최소한 20년 이상 꾸준히 듣느라 세월을 먹으며 망가진(aging) 귀의 가엾은 청세포가 실낫같은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에 제대로 경련을 일으킬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에이징 운운하는 녀석들을 보면 속으로 비웃거나, 아니면 '망할' 락 따위를 듣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세월에 찌든 귀부터 제대로 바로 잡아야 스피커나 이어폰의 에이징이 소용이 있는 것이지.

자토 아저씨의 말을 듣고 MSN Messenger 6.0를 설치했다. 로그가 남았다. 괜찮은데?

y tu mama tambien의 평론을 읽다. 그 영화의 스토리를 잘못 알고 있었다. 한 친구의 주장에 따르면 사면초가에 직면한 조연 여자의 절박한 상황을 멕시코의 비참한 현실에 대입하고, 주인공 중 한 친구를 부르즈와, 다른 친구를 정치가로 대체하면 영화를 전혀 새로운 문맥으로 읽을 수 있다나. 재밌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관점에서 그만큼 중요한 축을 이루는 멕시코 성직자가 빠졌다.

비슷한 이유에서 당대 히트를 쳤던 Crimen del padre Amaro(아마로 신부의 죄악)은 리베라가 묘사하지 못했던 오로쓰꼬의 관점을 투사하고 있었다. 멕시코 근대 화가 중 오로쓰꼬가 유난히 인상깊었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개제되어 있었던 것 같다. y tu mama tambien에서 잠깐 흘러나왔던 brian eno의 by this river를 다운 받다가 실패. 브라이언 에노라니... 하하. 얼마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이름인가. 그는 여전히 윈도우즈의 '새로운 시작' 따위 배경음악을 만들고 있을까?

wakeup frame에 의한 원격 컴퓨터의 wake up을 구현. 안방에 앉아 건너방에 꺼져 있는 컴퓨터를 켤 수 있게 되었다. 동선은 그만큼 짧아졌고, 그만큼 게을러졌다.


´″"`°³о。º??▶?。˚´″"`°³о。º??▶?。˚´″"`°³о。º??▶?。˚´″"`°³о。º??▶?。

이틀 전 술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시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을 하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말투로)나라가 걱정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혹 욕설을 섞었다. 시발. 나라꼴이 존나 개판이야. 하면서.

택시 기사와 무의미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에게 노무현을 하야 시키면 누굴 대통령 시켜야 겠어요? 라고 물었더니 그야 당연히 박근혜란다. 왠간하면 참을라고 했는데... 말도 안된다 싶어서 언성을 높였고 몇 분 지나자 기사 아저씨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손님을 태운다. 나이 지긋한 경상도 아저씨였다. 택시 기사가 역시 세태를 들먹이면서 박근혜 얘기를 꺼내자(그 아저씨의 도움을 빌어 나를 한코 죽이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 아저씨 마저 발끈하고 말았다. 갑자기 아저씨가 택시를 세우란다. 오늘 당신 벌 택시값 내가 다 낼테니까, 우리 셋이 어디 근처 술집에 가서 제대로 얘기해 보잔다. 나는 당연히 찬성했다(할 일도 없는데 한 잔 기울이면서 나라 걱정이나 해야지). 사면초가에 몰린 택시 기사 아저씨가 그 아이디어에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중히 내려야 할 곳에 내렸다. 버림 받은 기분이었고, 입맛을 다셨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Modern C++ Design.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http://www.headlineviewer.com blog 어플리케이션.

새벽부터 공항에 갔다 왔다. 인도의 한국 대사관으로 라면 배달? 별 걸 다... 공항에서 캐나다로 간다는 아저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묻는다. 아저씨는 내가 여행을 아주 많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아주 많이 한 친구들도 인천 국제 공항 지하에 값싼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대개 모르고 있었다. 탐색과 발견과 모험과 로맨스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며 대개의 사람들에게 있는 능력이다. 그들은 다만, 경제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심심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비를 많이 맞았다.
오랫만에 집에서 짜장면을 해 먹었다.
,

In a crouch

잡기 2003. 6. 25. 04:10
한 곡 땡기고 시작하자. 생각난 김에 2002년 중남이 전역에 걸친 최고의 히트작들을 한번 '장르' 별로 올려보았다. 감상 요령: 볼륨을 최대한 올린다, 그리고 흔든다. 무작정...

Marco Antonio Solis - Si no te hubieras ido <-- 이 곡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면 댁은 남미인이다. 수퍼 히트곡
Juanes - Adios le pido <-- 이놈 노래는 여행 중 단 하루도 안 빼놓고 온 거리 사방에서 들려온다. 도망칠 수가 없다. -_-
Jerry Rivera - Vuela Muy Alto <-- 히트곡들 중 개중 좋아하는 곡. 노래를 부르려면 이 정도는 되야지...
Cristian Castro - Azul <-- 중남미판 신승훈... -_-

더 많은 음악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홈페이지 용량이 별로 없다. 으쓱. 별 수 있나? 중남미 가서 직접 들어봐야지.

y tu mama tambien(and your mother, too)이라는 멕시코 영화를 엊그제 봤다. 해석이 안 되 잘은 알 수 없지만 친구 엄마와 자는 얘기같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Marco Antonio Solis의 음악은 적어도 거리에서 기백번은 들어봤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그야 말로 개판이었다. 여러 모로 더스틴 호프만의 졸업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어젯밤에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여행 전에는 가 보지 않은, 보이지 않는 도시에 관한 상상과 희망으로 살고 여행 후에는 불건전한 추억과 해괴하게 각색된 회고로 지내는 것 같다. 드물게 체험하는 우연 덕으로 그의 이름이 생각났다. 보이지 않는 도시의 저자는 이탈로 칼비노였다. 가 보지 않은 도시는 보이지 않는 도시와 다를 것이 없었다. 가 본 도시라 해도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듯이 가나 안 가나 마찬가지인데 가서 뭘 하나? 엉? 가서 뭘 하냐고?

다만 내 뛰어난 망각의 기술을 믿을 뿐이다. 그 건망증이 여행 기억을 날려주길 희망했다. 사실 숙소 가격 같은 것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 도시를 갔는지 이름을 잊어먹고는 했다. 명사가 과연 신을 위한 것이고 동사가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이라 해도, 기억하는 것들은 전치사와 관사, 감탄사, 욕설 등등 밖에 없는 것 같다. 하하하.

http://www.phillove.com 가고 싶긴 하지만, 은행 잔고가 얼마 안 남아 포기.

서점에서 우연히 본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중 한국편이 영문으로 번역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중국, 일본, 한국을 비교한 첫 챕터만 읽었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종종 설명한답시고 울궈 먹었다. 중국은 일(一), 일본은 화(和), 그리고 한국인의 심성은 충(忠) 으로 서술했다. 설명이 과연 그럴듯하여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뭐 '충'에 관해서 이원복 교수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

Higher Dimension

잡기 2003. 6. 24. 12:47
방송이 끝난 TV에 나타나는 노이즈, 빅뱅이 일어난 다음 최초의 우주의 잔광을 맨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그 중요한 배경 복사를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것인지도. 24시간 케이블 방송 때문에. 케이블을 뽑고 봤다. 저 랜덤 노이즈 패턴 중에는 반드시 선구문명의 초광속 우주선 설계도가 들어 있을 꺼야 하는 웃기는 희망도 품어 보았다. 어쩌면 칼 세이건의 그런 식의 대책없는 낭만이 그가 설명한 우주보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과학에서 낭만은 수퍼스트링에서 밖에 찾아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수퍼스트링을 거론하는 학자치고(이제는 M-theory지) 감정이 격앙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욕설을 늘어놓건, 찬미하건, 아니면 머리를 굴리며 회의적인 체 하건. 다행스럽게도 머리가 굳어 M-이론에서 사용하는 수학은 전혀 해석이 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그보다는 신문의 정치, 경제, 사회면을 보고 먹고 살 걱정을 주로 했다. 먹고 사는 걱정은 플랑크 시간의 10^43 이상의 규모로 일어났다. 먹고 살 걱정을 할 때는 양자 요동이나 네 가지 힘의 통합,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상상이 안 되는 11차원의 복잡한 토폴로지와 수학 등등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주요 변수를 제거하고 마음을 단단히 잡아 놓으면 얼마든지 1차원 적으로 살 수도 있었다. 걱정 근심 없이 간단하게. 하지만 뭔가 중요한 생각을 할 때는 바람을 쐬면서 2차원이나 3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이를테면 3차원의 현상은 시간이 개입된 4차원의 문제로 평가함으로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5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5차원이란 현상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파생한 바람직하지 못한 문제들은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라고 보는 것이다. 5차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6차원도 있고, 7차원도 있다. 11차원까지 안 가도 대개의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

간단하다.

2/3쯤 읽은 Alastair Reynolds의 Chasm City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쳤다. 간만에 SF 읽는 재미가 느껴졌다. JunkSF에서 홍인기 아저씨가 프리스트의 글을 설명할 때 문뜩 프리스트의 글을 읽고 싶어졌다.

Sex and the City를 보았다. 보다가 잠이 들고는 했다. 어쩐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Sex 버전 같았지만 이런 류의 정신없는 '수다'에도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꾹 참고 읽은 보람을 느꼈다.

TV 드라마 식의, 아니면 TV 식의 한심한 일반화나 무책임한 방조(지가 떠들어 놓고 설명과 해석의 책임을 면하려고 시청자에게 슬그머니 떠넘기며 세상에는 이런 류의 다양성도 존재한다는 등의)에는 사실 놀라움을 많이 느꼈다. '옥탑방 고양이'라는 드라마를 잠깐 보고 나서 어째서 저런 류의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드라마에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까 라고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조선일보로부터 배운 교훈이 생각났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편안함(level of comfort)에 집착하는 성향이 아주 강할 뿐더러 때로는 그것을 위해서 죽기 살기로 덤비기도 한다는 것.

대책: TV 드라마를 보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신문을 매일 매일 좀 더 맹렬하게 읽고 적응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windows script 5.6을 설치한 다음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엉망이 되었다. 안 깔고 버티고 있었지만 os를 다시 설치하고 말았다. 설치하면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각각 1시간 씩 걸렸다.

Oreiss님에게 감사 말씀: 덕택에 태스크 바가 툭하면 멎는 현상이 없어졌습니다. 그 현상을 없애려면 service pack을 설치해야 한다더군요.
,

신비로 상어

잡기 2003. 6. 23. 23:03
집에서 사용하는 IP 공유기인 HIP-400plus의 virtual host setting이 안 되었던 이유가 기기 잘못이 아니라 신비로 샤크 측에서 패킷 필터링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컨대 집에서 웹 서비스나 ftp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몇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어 HIP-400plus를 들고 가 A/S 하는 과정을 지켜 보았다. 간단한 테스트인데 한 시간이 걸렸고 결국 기기를 바꿨다. 전혀 작동 방식을 알 수 없는 복잡한 기기에 로그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기실, 기기 수리를 핑계로 뭔가 매뉴얼에는 없는 숨겨진 관리 화면을 보게되길 기대했다. NAT router인데 리눅스에서 동작하는 것 같다.

만일 다음에 인터넷 IP 공유기를 산다면 이 기종만큼은 보류하고 싶다. 신비로 샤크도 마찬가지고. 누군 VDSL을 사용한다는데... -_-

----

카드를 잃어버려 은행에 신청하러 갔다. 30분을 기다려 차례가 돌아와 창구에서 통장을 꺼내 펼쳤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카드가 굴러 떨어진다. 괜찮아. 카드는 그렇다치고 보안 카드 역시 잃어 버렸으니 그거라도 발급하면 헛걸음은 아닌거지.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보안 카드가 굴러 떨어졌다. 아... 이놈에 건망증...

며칠 전 꿈 속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기에 꼭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와 암호를 지급 받았다. 꿈에서 깨어나자 마자 잊어버려 새로운 신분으로 새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꿈 속에서 얻은 아이디와 암호가 다시 기억났으면 좋겠건만...

Windows XP Professional의 product key가 잘못되었다는 핑계로 xp service pack 1을 설치할 수 없다. windows 2000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을 꾹 참고 있다.
,

luke reloaded

잡기 2003. 6. 21. 22:34
VIA C3 Ezra CPU는 동작 클럭이 900Mhz임에도 성능은Celeron 433Mhz만도 못했다. 그래서 64MB 짜리 CF와 Celeron 600Mhz를 교환하기로 했다. Celeron 600Mhz는 사용하기도 버거운 초고성능 CPU였고, CPU를 달고 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eDonkey를 사용하다가 eMule로 바꿨고 다시 MediaVamp로 바꿨다. 셋 다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Johny English를 다운받고 싶은데.

web host에 perl XML 모듈과 RDF 모듈을 설치하는 것은 계속 실패했다. 작동은 커녕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유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관심이 생기는 것은 무선 랜 정도인데, PCI Adapter와 PCMCIA 무선 랜 카드 각각 2장씩 구매하고 거기에 IP 공유기 기능이 있는 AP를 달면 못해도 40만원 정도는 들 것 같다. 방 사이를 돌아다니는 랜 케이블 한 줄 없애는 댓가 치고는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댓가 치고도.

화장실에서 인터넷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책을 덜 읽겠지. 서점에 갔다가 본의 아니게 10시간씩 있었다. 딱히 읽을 책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책 저 책 게걸스럽게 읽었다. 그동안 책처럼 '얌전한 텍스트'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

심심할 때 집에서 크루즈 미사일 만들기
,

강남갔던 제비는...

잡기 2003. 6. 20. 01:00
..
집 앞 플랭카드: "당신이 담배를 끊으면 모두가 웃습니다."

웃음꺼리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 피워야 겠군.
,

셋업

잡기 2003. 6. 17. 06:00
www.x-y.net에서 hosting.cafe24.com 으로 호스팅 업체를 옮겼다. 500MB 스페이스에 MySQL 커넥션을 제공하면서도 x-y.net(200MB)과 가격이 같았다. 쉘에서 gcc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blog와 wiki를 옮기면서 작업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3일이 걸려서야 간신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워낙 작업이 지겨워서 어젯밤 나가서 술을 마셨다. 둘이서 소주 2병과 맥주 8병을 먹고 거의 맛이 갔다. 새벽 4시에 파장, 택시를 타고 졸다 깨보니 택시기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한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여행 중에 완전히 망가졌던 생체 컴퍼스가 제대로 작동했다. 생판 모르는 거리에서 한 번도 헤메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야생의 감각'이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싶어 내심 기뻤다. 맛이 간 관계로 먹은 것들을 모두 화장실에서 게우고 정신 차렸다. 한국 음식에 적응이 잘 안된다. 특히 고기류...

사우나를 하고 속이 쓰려서 뭔가 따뜻한 국물을 먹으려다 차가운 콩국수를 뱃 속에 우겨 넣었다.

할 일이 많은데 뭐 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당분간 집에 쳐박혀서 두문불출하고 재활에 힘쓰기로. 재활......
,

여행준비

잡기 2003. 3. 12. 02:16
동대문을 뒤졌지만 쓸만한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싸지도 않고. 연신내 지하철 역 지하에서 보았던 가방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 듯. 동대문에서 허탕치고 연신내 역에서 가방을 샀다. 인라인을 타는 작자들이 쓰는 종류의 가방인데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8시간 가량 남은 셈인가? 떠나기 전날 후다닥 짐을 싸는 것은 여전한 듯. 그 대신에 지난 2주 동안 술 마셨다. 음... 그래서 비행기 타고 가는 동안 루트를 짜기로 했다. 졸거나 자지 않기만을 빌 뿐이다. 지금은 LA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도 모른다. 똥 싸다 말고 미국에 가는 것 같아 뒤가 찝찝하다.

결국 사려다가 못산 책들:
336609. [도서]잉카속으로
276940. [도서]라틴 문화 여행: 배낭 여행의 천국
,

update

잡기 2003. 3. 9. 03:02
지난 여행중 깨진 그림들 다시 업로드. 이집트 정보 업데이트.
3시간 자고, 이빨 수리하고,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비가 오다가 눈이 왔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도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났다.
지하철에서 졸다가 내려야할 곳을 지나쳤다.
전설의 두꺼비 '진로 소주'를 마셨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소주의 쓴 맛.
오래된 맛을 되찾을 수 있는 기쁨을 주어서 고마웠다.
,

잡기

잡기 2003. 3. 8. 01:06
볼륨을 있는 대로 올려 outer limits의 20분 짜리 잡동사니 클래식 the scene of the pale blue를 듣고 갱생했다. 이런 류의 음악은 따뜻하고 빨간 심장에 따뜻하고 빨간 피가 돌게 해 주었다. 심지어 미래에 대한 가열찬 희망 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모든 잘 만든 예술 작품들은 거울에 비친 날개를 공통적으로 연상케 했다. 날고 싶다는, 날 수 있다는, 날아봤다는 달콤한 복감적 환상과 혼동, 그리고 세계속으로의 상쾌한 추락을 동반하며.

아마도 제목이 long love letter 였던 것 같다. 매우 못마땅하고 인정하기 싫은 기분나쁜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단 한 종류의 소설만이 존재했다. 1편에서 그는 얼빵하게 생긴 학생들을 상대로 칠판에 아인슈타인적인 세계선을 그리며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동경하던 여자에게 다가가는데 갑자기 생긴 모종의 신비스러운 폭발 사고로 그와 그녀와 학교가 통째로 날아갔다. 보다가 입을 쩍 벌렸다. 마음 깊은 곳에서 2편은 안봐도 된다는 모호한 기쁨이 슬금슬금 솟아나왔다. TV 시리즈물 드라마란 그렇게 시작해서 사꾸라 정신으로 끝을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어떤 제품이 정말로 가능한가 하는 따위의 논쟁으로 32시간을 보냈다. 성냥개비 모양으로 생겼다. 땅에 꽂으면 30일 후 꽃이 핀다고 한다. 3개월 후에는 딸기를 따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제 3차 농업혁명이라고도 했다. 쓰잘데기 없는 꽃이야 그렇다치고, 화분에 성냥개비를 꽂아 놓고 90일 동안 너는 정말 딸기가 될 수 있는거냐? 라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는데도 과연 딸기가 생길지는 의문이다. '철학적으로' 그것이 딸기 모양을 하고 딸기 맛이 나는 딸기의 오마쥬 내지는 파스티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련과 스트레스를 딛고 꿋꿋이 자란 빨갛고 달콤한 딸기를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근에 2000원 하는 딸기를 사다 먹었다. 먹으면서 심수봉의 '딸기 밖에 난 몰라'라는 노래를 들었다.
,
배낭여행자가 본 한국의 세계화 (부제: 세계화 전략은 재검토돼야 한다) 라는 기사에 딴지 달려다가 관뒀다. 재수없으면 이름이다 뭣해서 알려지니까. 음...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은 매너 없고 욕심 많고 싸움질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매너 좋다고 알려진 서양인들 역시 마찬가지고(까놓고 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사람들이라 내게는 정서적으로 잘 안 맞는다) 다른 세계 사람들도 그점에서는 마찬가지인 듯. 가식을 한꺼풀 벗겨보면 세상 어디가나 사람들이 다 비슷비슷하달까. 내가 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서양인(독일인, 미국인, 이탈리아인) 단체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하는 행동이 똑 같았다. 소리 지르고 안하무인에 아무데서나 플래시 터트리고 쓰레기 마구 버리고. 사람을 단점, 장점으로 나누어 분류하는 것도 우습고,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지능이 높아서(잔대가리가 잘 발달해서) 세계 정상 수준의 사기 범죄가 한국에 창궐한다는 것 정도랄까. 어쩌다가 한국인이 외국 나가서 눈치나 보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놈에 단점이나 장점을 모두 합쳐야 한국인이라는 형태의 윤곽을 잡을 수 있는데 말이다.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배워야 할 점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냥 그대로 살게 내비뒀으면 좋겠다. 게다가 왜 사람들이 착한 척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나쁜 짓만 줄곳 하던 사람이 어느날 착한 일을 하면 착한 구석도 있구나, 역시 사람은 다각도로 봐야해 하면서 다시 봐 주는데, 줄곳 착한 일만 하다가 나쁜 짓 한 번 하면 원래는 속이 시커먼 나쁜 놈으로 찍히는데 말이야.

gbook.jpg

들춰보고 있는 가이드북은 모두 3권. '자신만만 세계 여행 미국편' -- 사고 나서 바로 후회한 책. Footprint Central America & Mexico -- 숙소 정보가 애매모호한 책. 대상이 거지여행자부터 관광객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그런 듯. Lonely Planet South America on a shoestring -- Santiago에서 미국행 티켓을 알아보려는데 정보가 없다. -_-; 뭐 하나 아구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별로 없어 왠지 여행이 순 삽질판이 될 것 같다. 인터넷은 뒤져봐도 별로 쓸만한 정보가 안 보인다. 아무래도 갔다 온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봐야 할 듯.

고민은 그것. 예산은 3개월 분량인데(예산이 많이 든다) 실제 중남미 횡단은 6개월 가량이 걸린다. 따라서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지금까지 경로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중동 지역과는 현격하게 다른 점). 머리 속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항공 구간인가?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고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 갈 수 있는가? 비자 문제와 경로 문제가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경로를 최적화한다면? 골치야...

골이 아파서 서브pc용으로 적당한 것이 있나 뒤져 보았다. 컴퓨터 하드웨어 정보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역시 기분 전환으로는 가장 좋은 방법인듯. 이전에 여행중에 샀던 서브피시 BookStation은 제조사가 애매하고 성능이 영 꽝인데다(VIA C3 933MHz 실제로는 Celeron 433Mhz 정도의 성능) 소리가 심하다.

http://www.congnamul.com -- 서울 지도 보기. 그나마 개중 제일 나은 지도였던 듯.

혹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

> 애고애고...안녕하세요? 아.. 무지반갑네요... 혹시인터넷 스타 되신건 아닌가요? 가끔씩 놀러와서 무지 부러운 맘으로 사진 구경햇어요.. 남미가나요? 진짜루 좋겟어요...제가 누굴까요... 문라이트에서 4000리알..전화카드.. 보자기(?)등등 ..암튼 살아서 돌아와서 넘 기쁘네요... Welcome to Korea^^ 쓰는라구 열라고생햇슴다..

글을 못보고 있다가... 3월 1일 글을 쓰셨군요. 기억합니다. 이스탄불, 문라이트 팬션 맞죠? 돌아 오셨나 보군요. 늦게 봤어요. 한국에 돌아왔으니 이제 일상으로 복귀하셔야죠. 열심히 사세요. :)
,

영화 보기

잡기 2003. 3. 7. 05:34
8 mile 보다가 재미없어서 바꿨다. i'm sam 꽝, 오스틴 파워즈 , 해리 포터 , 패밀리 맨 , 기쿠지로의 여름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메트로폴리스 . 캐치 미 이프 유 캔 . 뭐 이런 젖비린내 나는 영화들 밖에 없는거지? 애도 아니고.

그러다가 무심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있길래 다운받아 다시 봤다. 그래 영화란 이래야지. 꿈과 희망과 음주가무가 있어야지. 이 영화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씬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세어본 사람은 없겠지. 소주병이 몇 병이나 넘어지는지 세어본 사람은 없겠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은 캬바레와 아무도 없는 자취방 바닥에 주저앉아 악보를 끄적이는 모습이다. 그가 여자에 흥미를 잃어가는 그 모습이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공감이 간다. 인생에 있어서, 대화가 거의 통하지 않는 여자와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흠.

Hace frio(아쎄 프리오)...
'춥군요' 라는 뜻의 에스파뇰.

새벽 다섯시에, 심수봉의 '사랑 밖에 난 몰라'를 들으며 스페인어 회화책을 뒤적이고 있다. 영화 와이키키의 그 노래는 오지혜가 부른 것 같다.
,

서울 생활 적응..

잡기 2003. 3. 5. 01:50
일주일이 넘었다. 여전히 한국에 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여행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여행 얘기를 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게 여겨졌고 사람들이 내 여행에 관심을 두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들은 변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고, 나는 지극히 파란만장한 변화를 체험했건만. 장기간의 여행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느끼게 된다는 몇 가지 전형적인 증상을 이런 저런 텍스트를 읽어 잘 알고 있었다. 내게는 부적응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서울과 한국에 일정 부분 떨어져 있었다는 낡고 유치한 거리감이 문제였다. 그 거리감은 평소에 여행자를 만나거나 현지인을 만날 때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mp3cdp에 mp3 cd가 한 장 들어 있었다. 10개월전과 마찬가지로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던 것이다. 어댑터를 찾아 충전하고 거리를 걷는 도중 음악을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난 관계로 iRiver의 사용법이 가물가물해 버튼을 잘못 눌러 suffle mode에서 흘러나온 곡은 outer limits였다. 곡이 다 끝나갈 무렵 가슴이 설레였다. 지금까지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이 정체모를 이질감이 마치 봄햇살에 녹아내리는 겨울 눈처럼 천천히 사라져갔다. 우스운 일이지만 한국 음식에도 별 정을 느끼지 못했고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 평범한 일상을 얘기하는 동안에도 느끼지 못했던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을 음악을 통해 절절하게 느꼈다. 그 음악은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고, 누구나 들으면 지겨워하는 종류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하기 전, 그러니까 10개월 전을 떠올리게 한 것이 아니라... 4년 전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다.

만화가게에 들러 책장을 넘겼다. 다른, 많은 변하지 않았던 것들처럼, 이것 조차도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친근감이 든다든지...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원서로 읽었을 때와는 여러 모로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젤라즈니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텔리 초인들의 비틀어진 조크가 어색하고 가엾어 보였다. 한동안은 중독자처럼 책을 그렇게 읽어댔지만 그래서 남는 것은 날렵하고 간사한 혓바닥 정도인데 무언가를 설득하거나 자기 주장을 늘어놓을 일이 없으니까 머리통으로 들어갔다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지식이란 것이 한낱 쓰잘데없는 미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호기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책은 계속 읽을 것이고... 그런 책들을 읽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

사람들을 만나러 바깥에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 박혀서 밥을 해 먹거나 영화를 다운 받아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삶이 이보다 더 간단해 질 수는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다. 아니 모든 사소한 일들에 신선함을 느끼던 감각과 감정이 지극히도 무디어진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 등등이 없다. 그냥 고독하다.
movable type으로 써보는 첫 일기 치고는 씁쓸하고 비관적인 듯. 멕시코의 작열하는 태양이 우울증을 날려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