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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6.19 sum of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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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4.06 헤로도토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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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2009.03.10 리만 가설
  12. 2009.03.01 검증 주행 1
  13. 2009.02.26 맥주 만들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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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2009.02.11 사이버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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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2009.01.21 테메레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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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2009.01.06 Hikmah
  20. 2009.01.02 hakunamatata 1
  21. 2008.12.17 행동경제학 1
  22. 2008.12.16 In Search of Stupidity 5
  23. 2008.12.02 PAD 9
  24. 2008.11.28 PID 제어 2
  25. 2008.11.16 Most lives are like that 2
  26. 2008.10.21 Into the Wild
  27. 2008.10.15 개마초 스마트폰 1
  28. 2008.10.13 별을 쫓는 자 7
  29. 2008.10.13 et tu?
  30. 2008.10.02 USB Memory setup

Ghostwritten

잡기 2009. 8. 6. 00:16
중국 잠자리가 창공을 가리고 중국 매미가 나무를 뒤덮었다. 장관이다. 끄리가 베스를 잡아먹고, 가물치가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듯이 일시적인 생태계 교란은 자연이 알아서 또다른 평형 상태를 찾아갈테니 방송의 호들갑과는 달리 별 걱정 안 한다. 그런데 해파리는 조금 두렵다. 최근 몇 년 동안 무지막지한 해파리 떼가 전 세계의 무수한 해변을 동시다발적으로 침공 중이다.

황씨가 술 마시다 이런 얘기를 했다: 신체 중 딱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성장을 멈춘단다. 역으로 말해 인체 중에는 성장을 계속하는 부위가 있는데, 그게 바로 귀란다. 그 맥주집이 제공하는 생맥주가 하이트 맥스 생맥주라는데 맥스 맛이  안 났다. 안 그래도 먹는 맥주가 맥스 뿐이라 다른 맥주와 쉽게 구분이 된다.맥스 스페셜 2009를 마셔보고 싶지만 세븐 일레븐에 들를 일이 없어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아내는 코스트코에서 맥스를 한 박스 사왔다. 별 불만은 없지만, 다른 맥주를 마셔볼 기회가 사라졌다. 황씨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점점 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 성장이라는... 알레고리로 알아들었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성장을 계속하는 기관은 심장이다.  심장은 점점 무거워지고 양심의 질량 역시 날이 갈수록 증가한다.  귀든 심장이든 이것들은 알레고리로 읽는 것이다. 그쯤 해 두자.

다큐프라임의 '설득의 비밀'에서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알아야 할 세 가지 사실을 정리해 준다. 잘 들어주고, 설득은 논쟁이 아니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러고보면 대인관계를 관 속에 묻고 못 박은 후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적이 없다. 인생은 각자 자기들이 알아서 살면 된다. 피아간의 아름다운 거리를 확보한 채. 흡사... 똥을 피하듯?

똥을 밟았다 치고...  달착륙 조작설을 반대하는 증거는 이제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는 한물간(?) 음모론이라 요새는 그런 거 써서 성의있는 응답을 얻기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달착륙 조작설의 신빙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없는 얘기도 지어내며 심혈을 기울였는데, 신실하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서 그런 작업이 무의미해졌다.

음모론에 관한 설명을 보니, 최면에 잘 빠지는 것처럼 음모론에 쉽게 넘어가는 체질이란게 존재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인 노력을 들여야 작용하는 긍정적 피드백은 암울한 세상에서 자신의 멀끔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게으름과 고독과 고통의 연쇄를 끊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자기암시의 주술이다.

마누라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잘 믿지 않는다. 심지어는 콩이 메주가 되는 과정을 두 눈으로 봐도 잘 믿지 않는다. 나같이 믿음이 결여된 사람들을 위해 아우구스투스는 고백록에서 이런 조언을 했다; 우주를 창조하기 전에 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신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기 전에 그런 질문을 할 사람들이 갈 지옥을 만들었다. -- 그래서 대대수 과학자는, 사이코패스, 악당, 독재자, 살인마와 함께 지옥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프로그래머도.

세상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의외로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자기 긍정 -- 세상은 (보잘 것 없는) 당신의  판단에 따라 살기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독특한 시공간이 아니다.

내가 노력하면 세상이 바뀌던가 공공에 기여하게 된다던가 적어도 자신은 기쁘게 된다는 것 -- 그것들을 계량할 방법이 자의적이거나,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행복의 총계의 경우와 같다) 자기 기분만이라도 나아지면 썩 좋을텐데, 이것마저 자신의 정신세계에 의도적 조작을 가한 것이라면? 사회 봉사로 땀을 흘리는 것이나 정신이 멍해질 때까지 땅 파는 것이나 정서 효과는 매우 비슷하지만 전자는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훈훈하게 해주니 누구나 추천할 따름. 노력은 계량되기 어렵고, 성과 역시 계랑되기 어려운데 둘의 상관 관계를 말해 무엇하랴.

EBS의 개념 프로그램, 다큐프라임에서 올초, '인간의 두 얼굴' 시즌2를 방영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또는 저렇게 행동하는가? '착각' 때문이다. 작년 '인간의 두 얼굴' 시즌1은 윤리가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설령 그것이 심리학 교재 등에서 흔히 설명하는 실험을 재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재미나 즐거움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다큐프라임이 지속적으로 장안에 화제가 되는 워낙 대단한 프로그램이라 대체 누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나 궁금해서 조사해 보기도 했다.  PD 십수명이 TFT를 구성해서 상큼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기심을 끌만 하고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지금도 열심히들 만든다.

컨텐츠 외에 누가 만들었는지 보통은 신경쓰지 않는 편. 평생  무수한 교향곡을 작곡한 악성 베토벤 마저도 걸작은 고작 3개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다큐프라임은 내가 본 40여편 중 무려 7편씩이나 흥미진진했다. 적어도 누가 만들었는지 이름은 알아야 할 이유가 된다) 베토벤은 그나마 다른 사람보다 대단히 높은 확률이지만, 창작자가 평생을 삽질해봤자 쉽게 걸작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봐야 할 것은 무척 많은데 누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의 철학은 도대체 무엇일까? 따위부터 창작자의 별 시답지않은 시시콜콜한 인생사까지 파헤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박식한 오타쿠 친구가 있으면 술자리에서 슬쩍 화두를 던져주기만 해도 뼈다귀를 물러 달려가는 개처럼 정열적으로 요점을 설명해주니 오타쿠 한 명으로 인해 술자리가 더더욱 감칠맛 나니까 그런 편리를 도모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지 싶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귀에 선하다; 당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지면 그것의 똥구멍마저도 감사히 핥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말인데, 다큐프라임의 '인간의 두 얼굴' 시즌  3,4,5는 강박증과 집착, 그리고 중독을 다루는 것이 마땅하다. 감사히 똥구멍을 핥고야 마는 대표적인 자가 약물 중독 현상이자 일상적인 집착/강박인 falling in love 도 흥미로운 소재꺼리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달착륙 조작설은 어린이들의 지능 계발에 도움이 되는 레크레이션 활동(동화 구현 같은)이라 여겼는데 요즘은 마치 창조론처럼 광신도가 생기는 걸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the Sun지에 나오는 가십 정도지, 달착륙이 거시 규모  자본 이동이나... 입에 풀칠하고 살기에 미미한 영향마저 끼치지 않는 관계로 정말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온라인에서 한물간 음모론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두세 번째 아이덴티티로써 정신세계가 무척 자유로운 뉴에이지 또라이를 만든 다음 꽃 보살피듯 정성스레 가꿔가는 것에 뭐라 할 말이 없다. -- 농담을 착각한 후, 착각한 자신을 긍정해 버린 다음 자기 똥구멍을 핥는 일에 집착하는데야 뭐...

주말에 비가 온다길래 물놀이는 글렀고, 마침 괜찮아 보이는 투어 코스를 추천해줘서 아이를 데리고 노원구청에서 하는 공룡전을 보러 갔다. 엄청난 인파 -- 초딩 monster wave. 전시실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정체불명의 용각류 새끼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잔뜩 겁을 집어 먹었다. 안 그래도 요즘에는 타르보사우루스 따위 육식공룡이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공룡 다큐 따위를 보여주면 애가 기겁을 한다.

툭하면 심술을 부리는 울보가 감정이입을 배울 무렵이 되었나? 아이에게 글자 하나 안 가르치고 있지만 보상과 처벌을 똥개 훈련시키 듯 할 때는 내 자신이 좀 야비하게 느껴졌다. 성격 형성의 주요 파트가 거의 끝났다(만 2-3세 무렵에 형성됨). 이제 되든 안되든 그 성격으로 평생 살아갈 것이다. 아내에게 아이 성격 보정에 관해 알려주지 않은 것을 어떤 면에서는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내가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아이 문제로 속 썩일 가능성은 높았다. 고집이 아내를 닮았으니까.

딸아이와 여행할 기회가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얼마 되지 않겠지.

아이가 아마도 평생 기억하게 될 아빠의 모습을 새기는 작업을 근 2개월 가량 정성들여서 했다. 말하자면 아빠에 대한 원형 기억을 임프린트 하는 일 --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정서와 혼합하여 해마에 질기고 오래가는 시냅스 가닥을 형성하는 것인데(농사에 시기가 있듯이 애 키우기에도 단계가 있는 것 같다) , '너는 앞으로 아빠 도움없이 혼자 살아야 한다. 아빠는 네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엄마도 마찬가지!' 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켜 주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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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과학공원에서 찍은 이구아노돈. 특징적인 엄지 손가락이 아니었으면 무슨 공룡인지 알 턱이 없는데, 공룡의 피부는 일부가 화석으로 남아 피부 텍스쳐가 조금은 알려졌지만 색깔은 전혀 알 수 없다. 마치 원래는 채색되어 있던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석상이 세월이 흘러 탈색되어 후대에는 색깔을 전혀 짐작할  수 없게 되면서 흡사 고대 그리스 석상은 다 이렇게 생겼다고 일반에 받아들여진 것처럼? 채색한 공룡 모델은 그래서 순전히 상상만으로 아그리파에 피부톤을 칠하고 눈동자를 그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공룡 삽화 또는 상상화의 대부분이 연도별로, 또는 알려진 사실에 따라 채색이나 체형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십년 전에 본 그 놈이 지금 본 이 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공룡 피부가 우중충한 국방색을 벗어나 덜 지루하달까... 이구아노돈 옆의 브론토 사우르스(아파토 사우르스)는 최근에 38톤에서 18톤으로 다이어트 당했다. 같은 용각류 중 디플로도쿠스는 후세인들에 의해 내키는대로 등에 비늘이 돋은 것도 있고 돋지 않은 것도 있으며, 브라키오사우르스의 특징중 하나인 길고 튼튼한 앞다리와 경사진 몸통과 엄청난 몸무게 역시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옆의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는 앞에서 본 두개골 모양이 어쩐지 낯설었다. 넌 뭐냐? 이 이구아노돈은 흡사 목장에서 고기를 얻기 위해 방목해서 키우는 가축같은 생김새랄까... 왠지 적응이 안된다... 돼지 사육의 최적 중량은 100kg 가량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 키우면 먹은 사료만큼 살로 가지 않는다.

아이한테 뭐 먹고 싶어? 물으니 칼국수를 먹고 싶단다. 칼국수 따위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가 돼지나 이구아노돈처럼 토실토실 살이 좀 올라야 할텐데... 이상, 아빠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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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주에는 아이를 데리고 선유도공원에 갔다. 합정역에 내리니 비가 와서 비 그칠 때까지 잠시 쉴 겸, 합정역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마포만두에서 갈비만두를 먹었다. 특이한 만두다. 선유도공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떤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분위기, 썩은 콘크리트를 감싸며 무성히 숲을 이룬 곳. 담쟁이는 빨라도 6-10년을 자라야 벽을 뒤덮는다. 선유도공원에는 이번이 처음, 데이트하러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밤에 오면 분위기 좋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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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 분위기 탓인지 모델을 데리고 사진 찍으러 많이 오는 것 같다. 아이는 조그만 물 공원에서 물보라를 튀기며 주위의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자기 만의 세계에 빠져 놀았다. 아내 말로는 혼자 노는게 아빠를 닮았단다.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가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꺼먼 달리트 사이클 릭샤 왈라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전거를 몰고 가는데, 자전거 뒤편의 차양 달린 편한 의자에는 브라만 계급의 철없는 부잣집 딸내미가 팔자 좋게 앉아 과자를 먹으면서 바깥을 기웃거린다. 가끔 릭샤왈라에게 '천천히! 천천히!' 소리를 지르면서. 그런 오해나 편견이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사진 따위를 일체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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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놀러갔다. 북한산 산책길 개울에서도 아이는 혼자 즐겁게 잘 놀았다. 장차 고독한 여행자가 되려면 혼자 노는 것이 중요한 자질이 될 수도 있다. 튜브를 들고 있는 아이는 체적이 작은데다 지방량도 적고 운동량이 적으니 물에 들어가면 늘 떤다. 물에서 안 나오려 하는 걸 억지로 끌어냈다.

입술이 새파래진 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저 먼 바위 아줌마 셋이 부러 참견해 별 생각없어 보이는 젊은 아빠에게 큰 소리로 충고했다: '아저씨! 아이가 쉬 마려운가봐요. 얼른 소변보게 해 줘요!' 대꾸했다. '아이가 추워서 그래요' 그러자 세 아줌마가 이구동성으로 지지않고 말한다. '아니에요. 쉬 마려운 거에요' 추위 탓에 방광이 오그라들어 몸을 비비 꼬고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 있는 거지만 계속 우기다가 아이가 덜컥 오줌이라도 싸면 우기는 바보 아빠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오줌 눌 곳을 찾았다. 아이는 오줌을 눗지 않았다.

아줌마들에게 철철 넘치는 애정과 감과 달리 내가 주로 알아먹는 것은 데이타 정도다. 데이타로도 인간에 관한 통찰을 이끌어 낼 수 있고 je ne sais quoi 개개인의 별처럼 반짝이는 특별함을 찾아낼 수 있다. 애정이 없는 싸이코패스가 납치한 남의 집 아이를 더 잘 키울 수도 있다. 내가 그렇다는 얘긴 아니지만, 어떤 때는 30년 후 평범한 아줌마가 되느니 차라리 아이를 스폭처럼 키워 애완견 데이타와 함께 알파 사분면으로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다.

기수 서수 구분도 아닌데, 소설에서 숫자로 써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꼭 문자로 썼다. 여섯시 십육분 처럼. 읽기가 아주 지저분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불편하다. 최근 들어 흡사 짜고 하기라도 한 것처럼 읽는 책마다 그랬다. 입말처럼 써야 하기 때문이지 라고 말할 것 같은데(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숫자로 보는 것이 훨씬 직관적이란 거 모르나. 학습 덕택에 숫자는 브로카로 읽는 것이 아니다. 인지적으로 숫자는 발음하는(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게다가 피트, 마일, 갤런 따위 단위도 도량형 변환을 하지 않고 적을 때도 있다. 무식한 소설 나부랑이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과학교양서가 그 모양이면 안되지 싶은데? 한국 독자가 전세계에서 표준미터법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딱 두 나라의 시민 -- 양키나 잉글리시라도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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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세계 걸작 다큐. 50년 후의 미래. 도시 편. 미치오 가쿠가 나와 나레이션을 한다. 50년후의 도시: 고령화 사회, PDA를 능가하는 3D 퍼스널 아바타, 스마트 카와 스마트 로드... 컴퓨터라이즈된 도시 행정. 50년후 도시에 뭔가 빠진 것 같은데... 타이틀이 도시니까, 그냥 심시티 플레이를 보여주는게 훨씬 나았을 듯. 도시 편에서 만큼은 미치오 가쿠 아저씨 안목이 경로당에 쳐넣을 수준이었다.

그런데 '에너지'편은 재밌었다. 궤도 엘리베이터, 효율 83%짜리 태양전지, 화성, 은하계 여행 운운하면서 기술로 이 추악한 세계를 구원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추악한 세계를 구해서 그보다 나은 추악한 세계를 건설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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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계에 투사되는 3D 가상 이미지는 수많은 SF에서 울궈먹는, 말하자면 이제는 진부해서 하품이 나오는 아이템이다. Basquash!에도 물론 나왔다. 하지만 언제봐도 멋진 화면빨. 뭐 이런 괴물같은 애니가 다 있지? 일본 애니 같지 않다고, 언리얼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일본에서 돈대고 만들었지만 주요 파트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손 댔을 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무슨 글을 읽은 것으로는 (배경이나 인맥 류의 오타쿠스런 이야기엔 관심이 없어 확실친 않지만) 프랑스 사람들을 미원처럼 한 스푼쯤 얹었다던가... 그래서 감칠맛이 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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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타카: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의 비극은 둘 밖에 없다. 하나는 돈이 없는 비극, 다른 하나는 돈이 많은 비극. 세상은 돈이다. 돈이 비극을 낳는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해보자는  진지한 일본 드라마. 비극에 관한 속좁은 관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네르바가 추천해서 유명해졌으며, 평범한 극에 연출. 귀에 감기는 음악. 내용이 잔잔해서 졸립다.

David Mitchell, 유령이 쓴 책: 그가 지금까지 쓴 책은 넘버 나인 드림, 클라우드 아틀라스, 블랙 스완 그린이다. 유령이 쓴 책을 제외하고 한 권도 번역되지 않아 아쉽다. 유령이 쓴 책이 그의 데뷔작인데, 데뷔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글빨이 살아있다. 종횡사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동하는 불노불사의 유령이 여러 도시와 시대를 거치는 이야기.
홍콩: 지난 몇 달간, 나는 여자 셋과 함께 살았다. 한 명은 유령이었고 이제는 여인이 되었다. 한 명은 여인이었고 이제는 유령이 되었다. 한 명은 유령이었고 언제나 유령일 터였다.
문장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성산: 부처님은 삶에서 용서가 꼭 필요하다고 종종 내게 말씀해주셨다. 동의한다. 하지만 용서받은 사람의 평안을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한 사람의 평안을 위해서이다.
그러게 말이다.  이런 대목처럼, 서양인 작가 치고 동양의 구전이나 배경에 관한 이해가 의외로 놀랍다. 설령 일본인 아내를 얻어도 이런 것은 스스로 사랑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데이타에 집착하는 반 사이코패스던가. 젠장 칭찬하려고 써놓은 게 어쩌다 보니 반은 욕이 되었군.
몽골: 배낭여행자와 나 둘 다 기생생물이다. 나는 숙주의 머릿속에 살면서 기억을 조사하며 세상을 이해한다. 배낭여행자는 자기 소유가 아닌 숙주의 나라에서 살며 배우기 위해 또는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그 문화와 풍경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실체가 없고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고독의 분비액을 씹는다.
 여행, 여행, 여행.... 자기가 누군지 모른 채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기생 유령. 내가 여전히 하고 싶어하는 것은 배낭여행이다. 그외의 여행 방식은 별로 고려하고 싶지 않다.
페테르부르크: "한 여행자가 천사와 함께 여행을 떠났죠. 둘은 여러 층으로 된 집에 들어갔어요. 천사가 문을 하나 열자, 방 안에는 벽을 빙 둘러 길고 낮은 벤치에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죠. 방 중앙에는 음식이 쌓인 식탁이 있었고요. 사람들은 각자 아주 긴 은 숟가락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람 키만한 숟가락이죠.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려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숟가락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음식이 계소ㅓㄱ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모두가 먹을 수 있을 만큼 음식이 충분한데도 다들 배가 고팠죠. 천사가 설명했어요. '이게 지옥입니다. 이 방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먹으려고만 할 뿐입니다' 이윽고 천사는 여행자를 데리고 다른 방에 갔어요. 처음 방과 정확히 똑같았고, 단지 이번에는 사람들이 자기가 먹으려고 하는 대신 자기 숟가락으로 방 반대편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먹이고 있었죠. 천사가 말했어요. '이 방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생각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이 먹을 수 있게 되죠. 여기가 천국입니다.'"
타티아나는 잠시 생각했다. "아무런 차이도 없어요."
"차이가 없어요?"
"아무 차이 없어요. 천국과 지옥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단 한 가지만을 원했어요. 자기 배를 불리는 거죠. 하지만 천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 협력을 잘 했죠. 그게 다예요." 그렇게 말하고 타티아나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 표정을 보고 타티아나가 덧붙였다. "정말 미안해요, 마르기리타..."

총 맞은 할리우드 갱스터가 복도를 기어가듯 시간은 슬금슬금 다가왔다.
어린 시절에 저런 교훈극을 보고 읽고 듣고 자란 세대가 훗날 그들 교훈극의 부조리를 교정할 적절한 기회를 얼마나 얻었을까? '총 맞은 할리우드 갱스터가 복도를 기어가듯 시간은 슬금슬금 다가왔다' 비주얼이 팍 가슴에 와닿는 멋진 표현이다.
런던:
철학과 교수가 아이에게 묻겠지. "왜 넌 존재하지?" 아이는 코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한다. "질긴 욕망과 찢어진 콘돔 때문입니다."
 
무엇을 읽고 있는 걸까? 이쪽으로 조금만 그걸 기울여보렴, 사랑스러운 이여... 나보코프! 그럴 줄 알았다. 저 여자에게는 뇌가 있다!
 
언젠가 포피는 바람둥이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왜 피해자야?"
"다른 방식으로는 여자와 소통할 능력이 없으니까."
 
"우리는 모드 쓰인대로 사는 거야, 이 친구야. 그리고 그건 단지 우리 기억뿐만이 아니야. 우리 행동도 마찬가지라고. 우리는 자기 삶을 자기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 있는 힘에 의해 미리 쓰여 있는 거야. ... 그리고 마지막 조언은... 나는 책을 끝마쳐야 하는 사람한테 전부 해주는 말인데, 나보코프는 읽지 말게. 나보코프를 읽으면 자기가 얼간이 글쟁이 같은 기분이 든다네."
그렇다. 나보코프를 읽으면 자신이 얼간이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고보면 나보코프에 대해 느끼는 몹시 격한 감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는 듯.

판타스틱 여름호 효용 평가:

머리말 x
비둘기들은 지옥에서 온다 x
야경꾼 x
개들의 묘지 .
고양이 x
괴기사진작가 x
버스정류장 소녀 x
나의 공포체험 .
사람들은 어째서 근심걱정을 버리고 공포물을 즐기는가? .
SF&판타지 도서관을 찾아서 .
숨결 .
그림자 잭 o
곤륜 .
독랑 .
레진 vs 쿄코, 두 스타블로거의 솔직화끈 토크 x
저승에서 온 소환장: 중세 중국인의 생과 사 o
아서왕 전설 o
책+alpha 소개하는 만화 .
한국에서 장르문학은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문학과 대중문학 o

판타스틱 여름호를 다 읽어본 느낌은 별로... 였는데 이렇게 점수를 메겨보니 전체 기사 중 무려 57%나 견딜만 했다. SF 라고는 달랑 하나 뿐이면서 '장르문학' 한다는 잡지치고 성적이 괜찮은 거 아니야?

숨결: 아르곤 가스의 압력차를 무리하게 에너지와 열역학 제 법칙에 대입하느라 글이 횡설수설해서 이게 테드 치앙이 제정신으로  쓴 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뭐 원래 별로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다. 그렉 이건의 야경꾼은 실망스럽다.

김씨 아저씨가 그림자 잭을 번역하지 않는다고 몇 년 전에 말해서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났다. 사람들더러 젤라즈니의 진수를 보려면 신들의 사회와 그림자 잭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쉐도우잭에는 트릭스터의 엑기스가 담겨 있다. 그 '분야'의 분수령이다. 뭐 경험이 일천하여 언제든지 이런 속좁은 생각은 뒤집히겠지만.

한국에서 장르문학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낄낄 거리면서 읽었다. 기사의 인삿말에 따르면 주류문학에서는 찌질이 취급 받고 장르문학 판에서는 듣보잡인 본인이 자기가 왜 판타스틱에 기사를 써야 하는지 나름 의미부여를 하더라. 남들 다 아는 얘기에 데이터를 정성껏 결들였다. 장르문학 열심히 즐기면서 나중에 이쪽 비평도 해 보길 기대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SF 번역 시장이 얼마나 개인화되었고 변태스럽게 일그러졌는가 같은. 서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원서 몇 권 읽은 것으로 자신들이 세계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적잖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유치한 행위는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는 한, 우리로서는 그 책을 이 세상에 없는 책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역으로 말해, 이는 어느 나라 언어로 쓰였건 그것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면, 그것은 한국문학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얘기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비평가 집단인 것 같다. 비평가 집단은 내가 아는 독자와는 아주 다른 영감탱이인 것 같다. 주류 문단과 비평가들이 얼마나 찌질한지 차분하게 욕을 늘어놓는 걸 보면 이 아저씨 의외로 강심장인 거 같다. 하여튼 그래서 대다수 독자들이 비평가를 보면 듣보잡 찌질이로 여기게 된 것이 아닐까?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비평을 해대니.

읽을게 없어서 배가 고픈 나머지, 외국 SF를 부러 찾아 읽는 나같은 SF 오타쿠 및 독자 개개인은 어떠한 수상쩍은 범주(예: '우리')에도 포함되지 않지만, 세계적인 감각을 뽐내는 것을 게을리 할 생각은 아마 없을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제는 고사했다고 확신하는 과거의 한국 SF 팬덤의 찌질함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제적인 수준'이었다.

눈에 띄는 낭비: '레진vs쿄코, 두 스타 블로거의 솔직화끈 토크' 술자리 한담을 캡쳐해서 올려놓은 것 같다.  재미가 없어도 덤덤 넘어가는 평범한 기사와 달리, 이런 것도 기획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체 19개의 기사 중 이 기사는 30p로 총 551p 짜리 책에서 5%의 비중을 차지한다. 장르문학지란 것이 여성 잡지나 하이틴 잡지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가 틀렸을 것이다. 그간 판타스틱이 해왔던 찌질스러운 기사꺼리들을 종합해 보면 애당초 하이틴 여성 장르잡지를 지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판타스틱에 BL, 백합물이 실릴까? (또는, 실린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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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잡기 2009. 7. 22. 20:34
DDoS 공격 진원지로 몇몇 언론이 북한을 집더라.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시장주의를 찬미하던 어떤 언론은 포이즌 필을 옹호하기도 했다. 콧방귀를 뀌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즈음에는 그런 언론더러, 'you are not 언론' 이라고 말하더라.

술 먹고 집에 가기 위해 늦은 시각 택시를 잡으러 도로변에 나왔다. 마침 비가 내려 일행을 먼저 택시에 태우려고 얼른 앞에 보냈는데 그들을 안 태우고 내 앞에 서서 나를 태운다. 택시 기사에게 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안 태우냐고 물으니 비 오는 날 우산 안 쓰고 있는 사람은 택시가 보통 태우지 않는단다. 밤새 영업해야 하는데 비맞은 사람 태우면 시트 젖고 냄새 밴다고. 내리자마자 승차거부로 다산 콜센터에 신고할까... 하다가 기사 양반 사연이 기구해 관뒀다: 얼마 전에 강도를 당했고, 저번 주 금요일 밤에는 택시 영업해서 번 돈 23만원을 털렸다. 억울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요즘은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 택시 번호를 알려주면 택시기사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승차거부에 관한 전화를 하지 않았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 '개발자들이 피고름 짜내고 각혈하고 팔 한쪽 잘라서 맞바꾸면서 '신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는 쌍팔년도 '신화창조의 비밀'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이라고 믿는 좀 순진한 견해지 싶지만(만선의 기쁨 운운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욕이 되진 않겠지), 개발자가 된 동기가 돈벌이인 사람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은 양심의 질량 얘기를 자주 했다. 한 번도 전체 스토리를 말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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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으니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데?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행주산성에 갔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처음 일반도로를 달릴 때는 신경이 곤두섰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편. 서울의 도로사정이 뻔한데 일반도로에 아이 태우고 돌아다니는 건 정신나간 짓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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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짓인 줄 알면서도 북한산성 탐방로 옆 골짜기에 아이를 태우고 갔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이가 꽤 좋아한다. 자전거 타면 집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고향에서나 보던 종류의 계곡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덕택에 산행도 거의 못하고, 자전거도 별로 못 타서인지 뱃살만 늘었다. 아니 사실은 최근 몇 주 동안 자주 술을 마신 탓일께다. 허리를 수그리면 뱃살의 두께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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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대피 개념도. 잘 그렸다. 개념사진이다.

OSM에 도로를 올리고 2주가 지났다. 서울 시내 도로를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소한 한국의 유명 산 트래킹 코스를 OSM에 시간나는 대로 넣어보려고 노력중이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설악산, 수리산, 청계산 코스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 여러 개의 GPS 트랙로그를 합쳐 올린 다음 편집하면 오차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튼 그중  북한산 및 도봉산 트래킹 코스는 그야말로 대작이다.

북한산 작업만 일주일이 걸렸다. 아는 지식이 일천하고 데이터가 부족해 능선 코스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도 약도 수준의 paran 등산지도 보다 낫고 네이버, 다음 맵에는 없는 지도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흐몽족에게는 미국이 좋아요. 여자애들은 대학에 가고 남자애들은 감옥에 가죠.' -- Gran Torino.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치고 재미가 없었다.

닐 게이먼, 인터월드: 그저그런 애들용 동화. 별 감상 없다.

로버트 하인라인: 므두셀라의 아이들: '우주선은 대기권 재진입을 끝낸 다음 길고 단조로운 불완전연소 활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불완전 연소 활강? 그게 뭐지?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저는 독자여서 어머니께서 계속 따라다니셨습니다. 저를 찾으시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착륙선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더 젊어지지 않을 거고요. 타십시오."
"하지만..."
"한심한 놈!"
젊은이는 라자러스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딱 한 번 걱정스러운 눈으로 비탈 쪽을 돌아보았다. 라자러스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체외수정에 대해서 논란이 참 많았지.'
체외수정이 마마보이를 만들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므두셀라의 아이들에서 늘어놓는 과학기술 묘사는 고색창연하기 그지없었다.

"... 우주 전체에 인간이 코를 들이밀 수 없는 일은 있어선 안 되지.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맞아. 어쩌면 그냥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농담일지도 모르지. 아무 의미도 없는."
라자러스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다음 갈빗대를 긁었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네, 리비, 해답이 뭐건 간에 나무가 서 있는 한 계속 기어올라서 구경거리가 뭐 있나 하고 끝없이 둘러볼 원숭이 한 마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 말이야."
하인라인은 원래 이랬다. 아니면 그 시절 SF가 전부 저랬던가. 역자후기에서 하인라인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무지하고 단순하며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다는 비난을 듣기로 작정하고, 사건의 전개 양상과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에 따라 과학소설이라는 이름의 수평선을 그어보자. 선의 왼쪽에는 두뇌 중시형 주인공이 등장하며, 독자는 이쪽 작품들의 참맛을 알기 위해 지적 추리 능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 한다. 반면 오른쪽 주인공들은 뛰고 날고 행동하며 독자들은 그들의 운명을 좇아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과학소설을 양분한다면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단연코 우측에 몰려 있다.
내 취향은 그럼 중도좌파 모더니스트라고 해두지.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옛날 SF답게 고리타분해서 '최신 유행'에 민감한 나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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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작전을 이렇게 말했다: "숨어있는 저평가주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거지." 배우들이 많이 풋풋하지만 재밌게 봤다. 주변에서 보고 듣던 얘기들이라서 친근감마저. 배합을 매끄럽게 유지해 숨결대로 따라가기 편한 영화 였다. 캐릭터 구현도 좋았고 대사가 느끼하지 않았으며 메시지가 적당했다. 그런데 matching transaction이 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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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장면. 한쪽에선 포대로 시체 말고 한쪽에서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개자식이 장 마감을 몇 분 앞두고 매도할지 말지 고민하고. 술자리에서 '작전'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게타카'와 '남자 이야기'란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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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매력적인 컷 분할. 졸지 않고 완샷에 읽어버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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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eapple Express. "이게 바로 대마초의 미래야. 동시에 세 군데에 불을 붙여. 그럼 연기가 모여서 세 배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지. 네 손자들은 이걸로 피울 꺼야." 저렴한 예산에, 되는대로 갖다 붙인 무의미한 스토리 라도 천사와 악마보다 재밌다. 보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것이 진정한 주말 시간 때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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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매그니튜드 8.0. '본 작품은 수도권에서의 거대 지진 발생을 가정하여, 방대한 리서치와 검증을 기반으로 제작된 픽션입니다.' 라고 말했다.  주인공 아이들이 어려서 앞으로의 내러티브를 우연과 운의 도움없이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저 슬프고 가엾은 이야기라면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재앙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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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제목이 참... 촌스럽다. 일루미나티 흉내내는 것들이(초반부터 사기란 걸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심한) CERN의 LHC에서 만든 반물질로 바티칸을 날려버릴 궁리를 한다는 설정  -- 안 그래도 영양가 없고 그저 생각만 해도 얼토당토 않고 정 떨어지는  소재. 원작은 얼마나 거지같은 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최소한 각본과 연출이 쓰레기 같아 왜 저 따위로 밖에 못 만들었을까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 영화 본 사람들은 화살표를 다음 장소를 가르키며 간발의 차이로 지정한 장소에 찾아가는 이 영화가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그래서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차원에서 적었다.

사이먼 싱, 빅뱅: 역시! 사이먼 싱의 글은 뭘 봐도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다. 이제까지 과학저술가들의 입을 빌어 알던 빅뱅을 대단히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바꿔 놓았다. 정말 재밌다. 첫장의 인용문: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삶을 코미디 수준보다 조금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극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스티븐 와인버그.

코메디는 이해하겠는데, 무슨 비극? 인생의 목적에 관한 독특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경에 살았던 급진적인 사상가로 인생의 목적은 "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책의 서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에라스토테네스가 시에네의 우물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기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월식을 이용해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손톱을 이용해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아리스타르쿠스가 반달일 때 태양과 지구가 직각을 이루는 것을 알고,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그리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이용해 태양의 크기를 측정한 방법
이미 알만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명쾌하게 해내는 것이 글쟁이의 재주다. 그 다음 장도 마찬가지. 단조로운 사실 관계로 지루해질만한 글을, 발로 뛰면서 수집한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총기와 익살을 곁들여 드라마타이즈한다.
역사학자들은 Giordano Bruno가 별들이 각자 행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다고 한 '무한한 우주와 세상에 대하여 On the Infinite Universe and Worlds'라는 책을 쓴 것에 교회가 분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루노는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마 형을 선고하는 당신들이 형을 받는 나보다 더 큰 공포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00년 2월 17일 그는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로 옮겨져 발가벗겨진 후 화형당했다.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내가 한 때 SF 단편을 쓰려고 했던 소재였다. 아울러 빅뱅에는 재치있는 농담꺼리가 즐비했다.
천문대로 운전해 가고 있던 천문학자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경찰을 속이려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붉은 신호등인데도 지나가다가 걸린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신호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청색편이가 일어나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 신호 위반 딱지를 취소했다. 그 대신 속도 위반 딱지를 떼고 벌금을 두 배로 물렸다.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일 정도의 도플러 편이가 일어나려면 그 천문학자는 시속 2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싱어 부인은 아들 앨비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앨비는 의사에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렇다면 주변의 모든 것도 팽창하여 결국은 모두 파괴되어 버리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싱어 부인이 끼어든다. "우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 그리고 브루클린은 팽창하지 않아." 싱어 부인의 말이 확실히 옳다.

후테르만스는 외조부모 한 사람이 유대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반유대적인 말을 들으면 "당신 조상이 아직 나무 위에서 살고 있을 때 내 조상은 이미 수표를 위조하고 있었어" 라고 반격했다.

후테르만스는 자신과 앳킨슨이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들의 연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별 내부의 핵융합에 관한 연구 논문을 완성한 날 밤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밤, 논문을 완성하고 여자 친구와 산책을 나섰다. 어두워지자 별이 하나둘씩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참 아름답지?" 여자 친구가 소리쳤다. 나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어제부터 별이 왜 빛나는지 알게 됐어."

그의 여자 친구 카를로테 리펜슈탈은 확실히 감동 받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후테르만스의 여자 친구는 혹시 착각하지 않았을까?
과학자 대부분은 빅뱅에 관한 교황의 지지는 진지한 과학적 토론에서 인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황의 지지 발표 후 오래지 않아 빅뱅 지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반격이 시작되었다. 경쟁 이론인 정상우주론 지지자들이 교황의 연설을 빅뱅 모델을 모욕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물리학자 Williamson Bonner는 빅뱅 이론은 기독교를 선전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프레드 호일 역시 빅뱅 이론은 기독교적 기반 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정상우주론자인 토머스 골드도 동조했다. 교황 비오12세가 빅뱅 이론을 지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골드의 반응은 짧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교황은 정지해 있는 지구도 지지했었다."
읽다가 너무 웃겨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쳤다.
'마법의 용광로 The Magic Furnace'의 저자 Marcus Chown은 별 연금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수십 억, 수백 억, 심지어는 수천 억 개의 별이 죽어야 한다. 우리 피 속에 있는 철, 뼈 속의 칼슘, 숨을 쉴 때마다 우리 폐를 채우는 산소는 모두 지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죽어간 별의 용광로 속에서 만들어졌다."
 저번에 읽은 이언 뱅크스의 '다리'에서 이와 유사한 대목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이 다음 문단은 이랬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별의 먼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하고 커트 보네것은 후자였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모자를 벗고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빅뱅의 열기를 느껴보라. 아주 성능이 좋은 FM 라디오를 가지고 있고 방송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쉬-쉬-쉬-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미 이런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마음을 달래준다. 때로는 파도소리 비슷하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수백억 년 전부터 오고 있는 잡음의 0.5% 정도이다.
어린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고 나가 컨택트의 여주인공처럼 백색잡음을 멍하니 듣곤 했다.하여튼 빅뱅과 정상우주론의 스코어보드 전쟁 덕택에 오랫만에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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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잡기 2009. 7. 9. 20:02
대부분 판단과 숙고가 필요한 잡일로 이래저래 바쁜데다가 더위에 돌아다니려니 지친다. 저번주 토요일 모처럼 자전거를 타러 갔다. 섭씨 32도의 도로에서 40km 가량 달렸는데, 후끈한 열파에 당했다. 얼음과자를 먹어도 먹어도 지친다.  중간에 벤치에 누워 30분을 쉬었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길을 물었다. 능숙하게 자전거 길을 알려주는 자신에게 좀 흠칫했다.

어떤 기사에 따르면, 자전거를 20kmh의 속력으로 20분쯤 탈 때 평균적으로 140kcal 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25kmh로 1시간 타면 720kcal가 소모된다. 25kmh로 4시간을 타면 2900kcal다. 이거 의외로 열량 소비가 엄청나서 살찔 틈이 없겠다.

NASA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지도’ 공개 -- 기쁜 소식! 어딘가 미심쩍은 지금의 등고선 지도 대신, 고해상도 등고선 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도 이런 사업 좀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이것으로 작업해봐야겠다. 지금은 사용자가 몰리는지 다운받기가 좀 힘들어서... 사이트는 여기

택시비 인상: 집을 나서 도서관 올라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20분 동안 남의 집 차고 처마 밑에서 폭우가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기본료 2400원, 지하철 역까지 움직인 거리는 350m. 지하철 역 앞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한 달 교통비가 10만원 안팎.

얼마 전에는 지하철 타고 가던 중 김씨 아저씨를 만났다. 서울에 사는 동안 아는 사람을 길 가다가 만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다. 김씨 아저씨나 이씨 아저씨나 날더러 트위터질 안 하냐고 물었다. 할까?

EBS 세계테마기행의 얼마전 주제는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캄차카 반도였다. 일요일 오전에 재방송하던 것을 일요일 저녁으로 옮겨 좀 아쉽다. 오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밥맛을 돋구었는데...  주말에 아내는 어디로 놀러가고 아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세계 테마 기행 캄차카 반도 편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나도 저기 가고 싶다' 고 말했다. 나도 가고 싶다. 아이는 요즘 날고 싶어했다. 아내가 가겠다면 애와 함께 보내야지 생각했다.

아파토사우르스(브론토사우루스)의 몸무게가 알려진 38t 보다 작은 18t 가량으로 밝혀졌다. 이건 좀 충격인데?

Ronald L. Mallett, 시간여행자(Time Traveller): 링 레이저를 이용해서 닫힌 시간 곡선을 만들면 frame dragging에 의해(시공간 변형)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만든 흑인 과학자의 수필. 어쩌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본 책이다. 어린 시절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가 읽거나 본 책과 영화의 대부분이 SF라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몰렛 박사는 타임머신을 특허 내기도 했다. 이하:
미국 특허 지침을 조사하면서 타임머신 그 자체로 특허를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 Laser Optical Time Machine and Receiver Transmitter) 로 2003년 7월 2일 미국 특허 상표 사무소에 출원한 특허 신청안에서 다음 정보를 세부사항 아래 제시했다.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는 신호 송수신 장치와 연결된 단방향 순환 광선으로 이루어진 통신장치다. 타임머신 수신기는 특정 용도로 구축된 외부 송신 장치의 장거리 신호를 지정된 미래의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할 수 있다. 그래서 타임머신 내부 송신기는 후속 외부 조건에 관한 정보와 함께 신호를 닫힌 시간 선들을 따라 이전 순간으로 보낼 것이다. 일례로, 불특정한 미래에 행성 우주 비행이 성공하면 신호는 착륙 모듈로부터 지구 지향의 원통형 광 타임머신으로 전송될 것이다.

청구항에서는 LOTART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 순환 광선의 중력장에 관련된 닫힌 시간 고리들과 불특정 미래 시간에서 발신하여 현재로 전송될 신호의 수신을 발생하는 방법.
* 적절한 광학 매질에서 단방향 원통 광선을 구성하는 방안으로, 원통형 구성 방안은 광자수정이나 광섬유, 단방향 링 레이저 다수의 중첩 배열로 근사할 수 있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그 타임머신을 가동한 시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몰렛 박사는 자신이 과학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한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부터 과거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을 맞이한 적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렇게도 답할 수 있다. 최초의 실용 타임머신을 아직 작동시키지 않아서 시간 여행자들이 안보이는 거라고 말이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이 가능하건 말건, 그를 과학자로 이끈 동기는 과학자들이 특히나 애지중지하는 '우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여쁜 아가씨 앞에서 시선을 못 떼는 것처럼 그들 역시 우아함에는 정신 못 차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몰렛의 책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놀랍게도 원자 폭탄 제조의 동기는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펜하이머의 단언에 따르면, 그 연구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달콤했고', 그 부분이 끝내는 전쟁을 종식하는 새로운 종류의 폭탄을 만들어내고 만 과학자 대다수에게 진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언 뱅크스, 다리: 그러고보니 국내에 번역된 뱅크스의 글은 빠짐없이 읽은 것 같다. 다리, 말벌공장,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공범. 이렇게 독특하고 운치있는 작가가 왜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의문이다. 카프카를 베이스로 여러 종류의 모더니즘 문학과 누보로망의 적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SF를 쓰건 순문학 소설을 쓰건 그 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설령 괴롭고 무거운 주제라도 그의 소설은 명랑함을 잃지 않았고, 위트가 넘친다. 매 소설마다 매력적인 여자가 등장한다. 평균 30페이지마다 입으로 곱씹을만한 문장을 가판의 얼음방석에 얹은 싱싱한 고등어처럼 늘어놓는다. 번역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다리'는 이전 그의 소설에 비해 훨씬 감칠맛 나게 읽혔다. 다리의 번역자가 이왕이면 그의 SF도 번역해줬으면 하고 내심 바랬다. 그런데 한국에 이언 뱅크스의 팬이 있을까?
나는 등으로 팔을 뻗어 다시 어둠을 켠다.

물론 그건만 준 건 아녀찌. 마녀들이 말야. 침대서도 마법을 제대로 쓰거든.

"어찌 됐든. 내가 못 견뎌 하는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말대꾸하는 기계일세. 침묵하라!"

지금 나는 장소가 되어버린 사물, 위치가 되어버린 연결 고리, 결과가 되어버린 수단이자 목적지가 되어버린 길 위에 주저앉아 있다.

브릭은 소금을 눈보라처럼 치고, 후추를 화산재처럼 끼얹었다.

모두들 암석의 생을 살고 있다. 처음 어린아이일 때는 화성암으로, 한창 때는 변성암으로, 굼뜬 노망기에는 퇴적암으로(그리하여 섭입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진상은 이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 별인 것이다.
'이끼'가 끝났다. 첫 몇 편을 보고 감질맛 나서 잼겨놓고 보려 했다. 그러고보니 몇 개월 전에 김씨 아저씨가 날더러 이끼를 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시간날 때 몰아서 봐야지.

그랜드 펜윅 시리즈를 작년에 두 권 봤는데 뭘 봤는지 잊어버려서 같은 책을 다시 빌렸다. -_- 개중 안 읽은 석유시장 쟁탈기를 읽었다. 이런 번잡한 유머 코드는 이상하게 잘 안 맞는다. 체질상 슬랩스틱 개고생 아니면 희비 공감회로가 작동하지 않아서일까?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꽤 재밌는 단편 두셋, 피갑칠하는 호러소설이야 뭘 봐도 시큰둥하지만 피의 책에서 두세 편이나 건졌다는 건 의외였다. 보고 2주가 지났는데 파도를 타고 시체가 뒤집히며 오락가락하고, 섬에서 희생양을 키우는 단편은 두고두고 생각났다. 나중에 더 출간되면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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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애가 많이 컸다. 찰떡같은 호기심과 강한 집념, 인간과 짐승에게 공감하는 뛰어난 감정이입 능력, 높은 지능과 학습 능력 등이 설마 부모, 특히, 엄마를 잘 만난 탓이라고 극화가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 딸이 이런 여자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세상을 구할 수 있는 보살같은 자질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했다. 스포츠천재 김연아 같은 건 좀 시큰퉁한 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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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아이와 걷고 있노라면 젊은 처자들이 아이가 귀엽다며 '발광'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저체중에 키가 작아 애가 인형같아 보이는 것 같다. 미운 성격이라 제 엄마는 아이와 두어 시간만 걸어도 녹다운이 된다. 그렇게 예쁜 애도 아니고, 지능도 평범한 수준이라 거리에서 딱히 주목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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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에덴에는 눈에 띄는 벤처 아이템이 하나 등장한다. 그건 그렇고, 초식남/건어물녀 니트족들이 보기에는 몹시 허당같아도, 힘을 합치면 이렇게 일본을 구한다. 동쪽의 에덴 설정: 어느날 난데없이 천억원과 그 천억원을 맘대로 쓸 권한이 주어지고 그 돈으로 장래가 암울한 일본을 구하라고 한다면?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주저없이 개인의 영달은 접어두고 사천만의 일상이 치대는 이 나라의 장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 하겠다. 돈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지혜로운 이를 부러워한 적도 없었다. 존경하는 스승마저 없다. 어? 갈수록 점입가경일세? 이쯤에서 없는 궁상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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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rain. 기무라 타쿠야. 김 새는 드라마.  첫 화의 연출이 영 글러먹었고 뇌과학 어쩌구를 늘어놓는 추리극은 갈릴레오 만도 못했다. 과학실험 열심히 하는 갈릴레오가 그나마 성의 있어 보일 정도랄까? 배우 면상으로 꾸역꾸역 안되는 극 이어갈 생각하지 말고 왠만하면 그냥 집어치는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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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중반부쯤 되니까 좀 시시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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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작년인지 제작년에 Blood: The Last Vampire 애니판을 봤다. 우리나라 여배우 주연으로 영화화했다길래 호기심에 다시 봤는데, 어? 본 것이다. 재미가 없어서 기억이 안났던 모양. 영어 더빙인지 아니면 애초 영어로 녹음한 것인지, 듣고 있으면 징그럽다. 두 번째 봐도 딱히 건질 것 없고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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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 of happiness

잡기 2009. 6. 19. 15:21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닭의 수명이 무려 20년이나 한다는 것을 알았다. 20년 전에 나온 책 내용이라 도무지 믿기지 않아 조사해보니 정말 20년 이상 산다. 심하게는 30년 사는 닭도 있었다. 그런 닭을 대량 생산해서 45일만에 잡아 먹는다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고기가 닭고기다. 아이에게 병아리를 선물해 주면 그 아이가 결혼하는 날까지 파닥거리는 닭이 있을 수 있다. 30년 산 닭은 과연 현명할까?

황석영은 전에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으로 보인다. 뭔가 해야 되겠다고 믿고 행동했지만, 되레 아무 것도 안하고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는 사람 못지 않게 욕을 먹고 아무 것도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면서 켜켜이 쌓였던 그간 신뢰를 잃어간달까. 내 얘긴 아니다. 황석영을 태깅한(규정한?) 식자들의 배신감이 실은 우스워 보였고, 되레 그 배신감이 빚어낸 놀라울 정도로 거친 잔인함은 사람을 죽인 시민의 감상적인 냉정함(내가 보기엔 그저 잘난척과 인터넷 찌질이들의 심심풀이용 욕설)과 닮았다고 여겼다. 여하튼 시민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고, 나도 그들 틈에 숨어 그동안 비겁하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6.10 저녁에 쪽수나 보태려고 서울광장에 갔다. '문화행사'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한쪽에서는 폭력경찰 물러가라며 대치중이고 그 사이로 마스크를 파는 상인이 지나다닌다. 도로 복판에서 오뎅 국물에 소주를 들이키는 사람도 있고, 한국-사우디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켠에선 조문을 한다. 일본인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관광중이다. 어떤 여자가 전경을 향해 소리쳤다; 니들이 나한테 오면 절~대로 취업 안 시켜줘! 사회당 덕후위원회, 전국 고양이연합 등의 깃발이 펄럭였다. 민주 항쟁 기념식은 이명박 성토장이었다. MB = Major Byongsin의 약어란다. 10시 조금 지나 문화행사가 끝나고 전경들이 슬슬 모이기 시작했다. 비도 오고 곧 강제 해산에 들어갈 것 같아 부슬비를 맞으며 종로3가쪽으로 걸어갔다. 술 한 잔 하고 싶다. 참자, 참자. 집에 와보니 11시 30분경 진압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한 동안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별 일 없어도 저녁 때면 술을 마시고 싶었다. 심하다 싶어, 이제는 가능하면 술을 자제할 생각이다.

김 새고, 술 마시느라 최근에는 책을 거의 안 읽었다. 로버트 소여의 멸종을 키득거리며 읽었다.  공룡 뼈다귀를 글자로 만든 판화가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두 또라이와 등장 공룡들의 상호작용을 신문의 시사만평처럼 그렸더라면 이 개그소설이 더더욱 웃겼을 것 같다(한 장면 한 장면이 골 때리게(부조리하게) 웃긴다는 거, 판화가는 눈치 못 챘나?). '중력'이 쉽게 언급되어 공룡이 어떻게 번성하고 살아남고 뒈졌는지 초반부터 뭐 금새 알아 버렸지만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아쉬운 것은 공룡 수가 적다는 것 정도? 주인공이 찌질하긴 하지만 서사 진행에 협조적이라 읽고 즐기기 편했다. 영혼에 개그끼가 사라진 때라서인지, 멸종이 위안꺼리가 되었다.

어슐러 르 귄, 파워: 초반, 중반, 종반 어디나 단조로웠다. 3부작 중 가장 두꺼웠던 것 같은데도 한 2주 지나니까 뭘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끼리끼리 잘들 논다고 시니컬하게 지껄였던 기억만 어렴풋이 떠올랐다.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옛날에 미에빌이 끝내준다길래 그의 단편을 읽다가 졸았던 기억이 난다. 소설의 무대는 그 때 읽었던 것과 같았다. 근본을 알 수 없는 더럽고 지저분한 스팀펑크 도시에서 변태 동식물들이 알콩달콩 먹고 살자고 벌이는 짓거리들. 그때처럼 초반에 읽다가 졸았다(일부는 전날 숙취 때문). 글을 잘 쓰는 것인데도, 화자의 말투에 적응이 안 된다 -- 미엘빌의 예전 단편 원서가 그랬는데,  그 지랄같은 말투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번역본에도 잘 구현되어 있다. 한 마디로 미에빌의 문체가 취향은 아니다. 사고의 변두리 내지는 언저리로 신경을 긁으며 들려오는 도심의 짜증나는 소음이란게 작법이자 의도된 연출이라면, 세계 묘사와 진행 솜씨와 더불어 어느 면에서도 상당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부러 찾아 읽지는 않겠지만 뭐라도 번역되면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기시 유스케, 신세계에서: 일본 SF상 받은 소설. 글 쓰면 늘 이렇게 쓸 꺼 같은, 딱 범생 스타일의 소설가. 심지어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 마저 그랬다. 서술 방식과 소설의 세계관까지 합치면 플라스틱 모델 조립하듯 지나치게 '왜색'에, 짜 맞추고 광 낸 티가 난다. 스펙트로그래피로 본 SF 성분 함량은 상당히 높다(포스트 카타스트로피, 초능력, 생물학적 변이). 하지만 SF라고 하기엔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얘기들이 교과서 읽듯 평면적이고 주제와 소재 양면에서 뚜렷하게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닌데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설명하지 않고 자기가 설명하고 싶은 것만 설명하고 대충 얼버무려서 편의상 내 주관으로는 판타지로 분류해 버렸다. 그런데 구성에 있어, 왜 그렇게 바보스러운 회상 스타일로 했을까 궁금하다 -- 글에 힘을 주는 여러가지 역동성을 많이도 말아먹었다. 그래도 넘기는 손맛이 있고, 재밌게 읽었다.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과 연달아 읽은 탓에 드림싯 먹고 날뛰는 괴물쥐가 꿈에 나타났다.

김이 새서인지 서평에 마저 고생해서 없애버린 독기가 서리는 걸?  조심해야겠다.

공리주의적 행복의 총합에서, 행복의 구성 요소는 행복의 질과 무관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으리라 짐작. 행복이 환상이자 언어유희라는, 이를테면 그렉 이건의 reason to be cheerful이나 도가사상의 무위, 또는 내 주장, 스스로를 멍청하게 만듦으로써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가시권을 좁혀 제한된 계 안에서의 각자의 소망 충족을 통해 만족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개개인의 행복은 공리주의가 말하는 행복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행복에 '질'이 있다는 근거를 대체로 의심한다.  질이 있다면 그 질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우기겠다. 아참, 어차피 각자의 가치 규범이 거론되면 토론은 그쯤에서 접어야 한다.

삶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 무수한 요소들의 총합이 일상이란 평형 상태를 교란/산란시켜고  소망 충족이 불가능해지거나 지연되어(인류공영, 호혜평등, 민주주의 실현 따위로 대개는 별로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고, 거창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것들이지만 종종 용기와 피를 요구하는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감정이 고조된 나머지, 세상이 꽃 같고 인간이 꽃 같고 이념이 꽃 같아 김 새고 때로 울분에 겨워 상황을 개선시키려 안달하는 것을 우습게 보지 않고, 미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추구해야 할 그 무엇도 아닌 행복이라 내놓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요새 내 행복을 구성하는 것들:

  • 걱정 근심 안 끼치고 건강하게 잘 놀고 있는 아이/마누라
  • 세계가 화평하게 지내는 모습
  • 좋은 책 읽기
  • 예기, 가끔 떠오르는 빛
  • OSM 지도 그리고,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기
  • 주말 저녁 치킨/맥주
그리고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들:

  • 나 자신
  • 내 잘못
  • 내 모자람
  • 그리고 나만도 못한 꽃같은 개새끼들
naver news가 개편되면서 iSilo용 new clipping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naver news는 전에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개편 이후 더 나빠진 것 같다. news clipping 사이트를 업데이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날 네이버 뉴스 사이트가 다운되었다가 몇 시간 후에 복구되었다.

사카이항에서 동해로 가는 유람선 노선을 만든단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나 오사카로 가는 것 말고도 동해에서 사카이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는 옵션이 생긴 셈.

저번 주말 자전거 타고 체중이 2kg쯤 빠졌다. 참 편리한 몸이다. 자전거 타면 빠지고 안 타면 늘고.

자전거로 야간 주행을 가능한 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간 주행을 무작정 피할 수도 없다. 가로등이 없는 지방도를 달릴 때 값싼 전조등으로는 전방 10여m를 비추기가 버겁다. 몇 번인가 야간 주행 중 어두운 전조등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도로 요철에서 험하게 튀어본 경험이 있어, 밝은 전조등이 있으면 한다. 이것저것 뒤져보니 Fenix LD10이란 것을 찾았다. 중국제임에도 튼튼하고 믿을만하게 생겼고 80 ansi lumen이나 나온다. 하지만 자전거 마운트까지 합쳐 꽤 비싼 가격이라 좀 더 시간을 들여 알아보기로.

에너지나투라(energynatura) -- 도메인이 열리지 않았다. 벌써 망한 걸까? 시민 주주가 모여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발전 에너지를 한국전력에 팔아서 시민 주주에게 원금상환하고 이익을 재분배한단다. 태양광발전소와 태양열집열발전방식.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바람에 사업성이 있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취지가 훌륭하다.

일본은 대체에너지 발전이 고르지 않아 망을 간섭할 우려가 있어 NAS 전지에 전기를 축적해서 부하변동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NAS 전지의 원리 NAS 전지에 관해 알수록 이거 사업화하기 좋은 아이템이란 생각이 자꾸 든다.

태양광, 태양집열, 풍력, 조력 어느 것이든 축전지가 중요하다. 축전지 관련 회사 주식이나 사둘까? 안그래도 한국에서 전력사용의 효율화를 제고하는 목적의 스마트 그리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http://arxiv.org -- Cornell 대학에서 운영하는 천체물리학,물리학,수학, 비선형과학, 컴퓨터과학, 수치생물학?(Quantitative Biology) 아카이브. 이렇게 좋은 사이트도 있구나... 한국에도 이런 사이트가 있을까?

연초에 말 나온 것처럼, OSM으로 대동여지도 그리기가 취미가 되었다. 한 동안 너무 지독하게 집착해서 지금은 좀 쉬고 있다. OSM 때문에 책을 안 읽는다거나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다거나 감정과 이성을 투자해야 할 온갖 것들 중 일부를 도외시한다는 것과는 다른데, 최근 몇 년간 인생이 1.5배속으로 진행되었다면, OSM 하면서 삶이 2배속으로 빨라졌다. 이럴 때 내가 가장 먼저 희생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관계'였다.

textcube 1.7.5의 버그인지 아니면 정신 사나운 플러그인 때문인지, firefox에서 랜더링할 때 stylesheet 때문에 글이 깨져서 나타난다 --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문제다. 그래서 혹시 textcube를 업그레이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싶어 얼마 전에 나온 1.7.8 Con Moto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이왕 하는 김에 커널도 포함해 서버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사용하는 시스템이 CentOS4라 설치된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낡았다. MySQL 4.x를 5.0.58로 먼저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yum으로 mysqlclient10을 centosplus repositary의 mysqlclient14로 업그레이드 했다. utterramblings repositary를 이용해 MySQL 업그레이드를 끝낸 후, apache 2.2.8, php 5.2.6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업그레이드 후 시스템의 여러 부분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잡아 먹었다.

textcube 1.7.8 역시 firefox에서는 화면이 깨져 나온다. 그 대신 이전 버전에서 파일 업로드가 안되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1.7.5에 자잘한 버그가 많았는데 1.7.8에서는 줄어든 것 같다. 뭐 이 블로그는 내장을 업그레이드 해 봤자 UI가 바뀌지 않으니 예전과 달라진 구색이 눈에 띄지 않지만.

알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있으라! 그럼 그리 되리라.  그렇게 되었다. 블로그 카운터가 10만을 넘겼다. 나는 내가, 그리고 내 블로그가 존재해서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고 알려져서 버겁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노출되었다가 나를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던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심쩍은 이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게다가 나는 30년 넘게 내가 안 좋았고.
 
Winterface Winterface
SPH-M4650의 쉘로 Winterface를 한동안 사용하다가 최근에 나온 SPB Mobile Shell로 바꿨다. 그 동안 이 아이팟 짝퉁 인터페이스를 잘 사용했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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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bjective. 아프간에 모종의 비밀 임무를 띄고 파견된 CIA와 용병들의 이야기. 장르 규정이 어려울 정도로 뒤죽박죽이라 뭐라 말하기 뭣한데,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건 SF가 되었다.

므네모슈네의 딸들
19금 애니. 므네모슈네의 딸들. 영생을 누리는 여자들의 전쟁. 작화가 80년대 스타일로 구질구질하지만 꽤 재밌게 봤다.

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 디가 빠졌는데, 이 또라이들의 너저분한 짓꺼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영혼을 살찌우는 개그심이 솟는달까.

바스커슈
바스커슈. 최근 기대작. 요새 애니의 전반적인 추세인가? 아니면 몇몇 애니들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일까. 스토리, 작화, 음악, 매카닉 뭐하나 딱히 빠지지 않는다.

바스커슈
아침 무렵의 파하르간즈가 떠오르는 장면.

바스커슈
처음 볼 땐 해독 불가능했는데, 자꾸 보니까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거 영어다.

바스커슈
그래! 작화품질만이면 말을 안하지, 한국에 맡겨 캐릭터, 배경 잘 그린 애니야 흔하니까. 그런데 이건 키네틱스도 훌륭해.

바스커슈
피구왕 통키를 보고 자란 20/30대 오타쿠가 만들었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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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모처럼 잘 찍은 사진. 이 엔트리 중 유일하게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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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검찰 및 언론과 합심해(?) 노무현의 모든 것을 말려죽이려고 작정하고 최근 1년여 동안 심하게 괴롭히다가 파이널 블로우로 비열하게 당사자가 아닌 가족을 학대함으로써 양심의 죄를 물어 사실상 '포괄적 살인'에 준하는 자살을 이끌어냈다.
 
그게 사실처럼 보이나? 하나가 빠졌다. 언론에 잘 놀아났으니 언론 탓이 크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애당초 심지가 얇은 국민은 그에게 화끈하게 등을 돌렸다. 노무현도 해먹었구나 그럼 그렇지. 죽어버려 하면서. 노무현 꼴 보기 싫어서 노무현 탓하고 그러다가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서는 그가 싫다고 말하기도. 내심 캥기고 양심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있는 모양.
 
정서가 메말라서인지 현 정권에 대해 행동과 판단에 장애를 느낄 정도의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이명박이 당선된 후로 머리속에는 SF가 떠오르고는 했다. 그가 저격당하면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까 -- 증오 살해가 아니라, 근미래 판타지라고 해도 좋을 정치계의 재편을 의미. 말이 씨가 된다고 이런 걸 블로그에다 끄적이다가 떡찰에게 잡혀가 추궁 끝에 판타지 소설을 그들에게 자랑스레 나불거리고 남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아내와 딸아이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 내 머리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목숨에는 언제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우던 담배가 클라우드나인이었구나. 구운몽과 청춘가를 연상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거짓으로 판명났지만 담배 한 대 물고 꿈을 꾸는 것은 그럴듯 했다. 거짓으로 판명났지만, 그래도 죽은 자 대신 담배를 많이 피웠다. 노무현의 소원은 치열하게 서로 드잡이질하는 열린 토론으로써의 민주주의 구현이었지 싶다. 한국인의 정서에 안 맞고 어쩔 수 없는 민주시민 찌질이들의 다구리를 까부술 수 있는 제왕적 군림을 통한 사회통합과 경제 발전을 원하는 작자들이 많아서인지 그가 인생을 건 정치는 사정없이 배척당했다. 시끄럽고 정신 사납단다. 난 그의 회고록을 보고 싶었다. 구운몽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청춘가와 비슷할 것이다. 소울이가 자라서 내게 구운몽이 어떤 이야기인지 물어본다면 대답 대신 인터넷을 뒤져보라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구글은 좀 그렇고... 천재 Wolfram이 만든 울프람 알파를 써보니 꽤 좋았다. 특이한 엔진이다. integral exp(1/x^2) 정도만 계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시험삼아 이런 것을 입력해봤더니 답이 나온다: 70kg 30m terminal velocity -- 70kg의 정도 되는 사람이 봉화산의 30미터의 절벽에서 떨어질 때 최종속도는 어떻게 될까?
 
tonedeaf test에서 77.8% (Normal performance).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와 의아하다. 주의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후 일주일 내내 술만 퍼 마셔서 그런가.
 
마누라는 어딘가 놀러갔고, 기분이 우울해서 영화나 보자고 혼자 CGV IMax에서 하는 Star Trek: The Begining을 보러 갔다. 지금까지 스타트렉을 영화화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우후라 first name을 처음 들어봐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번 스타트렉에서 그녀의 이름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 맞단다(훌륭한 팬 서비스). 각각의 인물이 화면에 소개될 때마다 기뻤다. 각 등장인물이 등장할 당시의 그 박수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다소 심하게 과장하자면 '교성을 질러야 할 곳'을 재대로 연출했다. 심지어 니모이도 모셨다. 빛나는 캐스팅에, 오리지널 시리즈의 마초스러움을 아무의 신경도 긁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재현했다. 커크는 커크 스러웠고 스팍은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된 것이 단 한 명도 미스캐스팅이라고 느껴지지 않다니 원! 실은 오랫만에 보는 스타트렉이라 뭐든 사랑스러운 것이다 -- 트집은 잠시 접었다.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봤다. 하나둘셋넷, 영화의 첫 15분 동안 줄줄 이어지는 시퀀스는 스타워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강렬한 기쁨을 재삼 안겨주었다. 시원하다. 다시 보고 싶다. 속편이 기대된다.
 
Solar Water Disinfection -- 줄여서 SODIS, 오지에서 별다른 도구 없이 PET 병만으로 물을 소독해서 마시는 것. 수억의 목숨을 구하는 몹시 간단한 방법.
 
탈이념화된 후로는 때때로 내 인생 자체가 병신스러워 할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참호전을 해본 40대 386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바다로 간 양들의 모험 처럼 로맨틱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역할이 끝난 그들은 내 선배들, 꼬라지 한심해지고 째째해지고 비겁해진 선배들이었다. 그 다음이 내 차례다. 내 차례에는 드디어 피비린내가 가셔 어디 멀리 가서 전기를 가설하거나 SODIS 따위로 자원봉사나 하는 말년을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면 후배들에게도 30년 후의 미래를 기획하는 자기 차례가 돌아갈 것이다. 세대를 전승해도 인간에 대한 내 비웃음과 절망은 결코 빛이 바랜 적이 없지만, 민주주의가 뭐가 좋은지 제대로 체험해 본 적이 없는 탓에 누구나 얘기할만한 건더기가 없어도, 아무튼 서로가 비겁해지지 않도록... 모쪼록.
 
의기소침한 사람한테 내가 '기운내'라고 말해봤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못 봤다. 의기소침한 사람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내가 당차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치 불활성 가스처럼 타인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나란 존재에 사뭇 신비감을 느끼며 감탄하다가...  아차... 그러고보니 타인과 섞이지 않겠다고 십여년 전에 결심하고 인연을 자근자근 끊은 것이 기억났다. 불량한 현재는 불량한 과거의 총합인 것이다.
 
요새 좋아하는 애니는 에린, 짐승의 연주자 에린이다. '에린'이 야생사과라는 뜻이란다. 초록색의 눈동자, 누가봐도 딸같아 보이는 착하고 명석한 소녀. 어쩌면 우리 소울이가 절대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일지도 모르겠다. 옥션에서 5만원짜리 유아용 자전거 안장을 사서 주말마다 아이에게 자전거를 태워줬다. 아이가 자라서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멀리멀리 바람맞으며 돌아다닌 것을 기억하게 될까? 논밭 길 미류나무에 걸려 있던 석양과, 짧은 삶에 본 적이 없던 괴상하고 흥미로운 세계에 매료된 채 길을 잃고 헤메던 유년의 기억은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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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지는 손주 이름을 노다지라고 지으려 했다지? 딸아이 이름 둘을 정해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아 아이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을 소여로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투표는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give me a cigalette, give me a sign. give me a reason to walk the fire. 이 정도는 해병대 구호로도 괜찮다. 군대 판타지의 극강을 보여주는 유닛. 관전 포인트는 미션이 아니라 캐릭터였다. The Unusuals와 마찬가지로 The Unit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되는가 보다. 김이 샜다.
 
you'll remember me when the west wind moves upon the fields of barley... 오래 전 가라오케가 붙은 바에서 술김에 스팅의 fields of gold를 불렀다. 내 다음으로 어떤 여자가 같은 곡을 에바 케시디 버전으로 불렀다. 그 여자가 노래를 잘 불렀지만 우린 기차놀이에 바빠서 인디헤나나 들락거리는 이런 로컬리 바에는 결코 들어오는 일이 없는 희귀한 그 백인 여자가 누군지 잊어버렸다. 그야... 여자는 많았다. 전날 밤에도 술을 마셨고 전전날 밤에도 낯선 사람들과 마셨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밤에 술을 마셨다. 출장갔다가 돌아온 저번 주 밤 술 먹고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스팅의 노래와 옛날 생각이 났다. 엊그제 술 마시고 택시를 탔을 때는 기사 아저씨가 자기가 지은 싯귀를 들려줬다. 여자애랑 헤어지고 나는 잠깐 불행했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했다. 잠깐 보리밭에 바람이 스칠 때나, 내가 지나가는 중성미자 샤워에 당해 살짝 미쳤을 때를 빼고는. 아마 노무현도 그렇게 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것이다.
 
'하드SF 르네상스'를 읽었다. 그렉 이건의 reason to be cheerful을 빼고 별로 주목할만한 작품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단편을 읽은 것이 십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때의 사정도. '갈릴레오의 아이들'도 읽었다. 피에 새겨진... 뭐라는 단편 정도만 기억났다.
 
하드SF 르네상스에서는 작가중 상당수가 90년 당시 혜성같이 등장하여 여러 사람 맛가게 만들었던 그렉 이건을 언급했다. 그의 단편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완전히 맛이 갔다. 정말 뛰어난 SF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게 바로 SF다, 이게 바로 SF가 한 20년 잃어버렸던 그것이다 란 느낌에 가까웠다. 그렉 이건의 몇몇 단편과 장편은 2009년인 아직까지도 그에 견줄만한 작품이 없다고 본다. 쿼런틴과 퍼뮤테이션 시티는 SF 장르에서도 보기드문 수작이다. 어쩌면 나처럼 SF에서 줄곳 언급하는 고전적인 경이감을 겪는 것이 아니라, 지구인이 외계인이 되는 심대한 소격화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렉 이건의 소설보다 더 하드한 것을 보려면 SF쪽에서는 특별히 기대할만한 것이 없지 싶다. 하드SF란 것들 절대 다수에서 묘사되는 물리학은 7-80년대 수준이고 생물과학은 80-90년대 수준, 정보과학은 21세기를 턱걸이 했달까? <-- 농담일 뿐.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같은 책은 왠간한 SF에 등장하는 우주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황당한 우주가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 과학교양서가 표준모형과 수퍼스트링, M이론에서 대충 마무리를 짓는데 랜들은 자신의 연구주제인 비틀어진 여분의 차원(5차원)을 대단히 그럴듯한 SF처럼 모델링했다. 놀랍도록 설득력 있다. 이론 물리학자나 실험 물리학자 사이에서도 워낙 흥미진진한 탓인지 그의 저술에 대한 논문인용수가 지난 십년간 3600회가 넘었다. 연초에 핑커의 책을 보고 히히덕거리며 올해 과학교양도서 1순위는 단연 핑커라고 확신했지만 랜달의 책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리만 가설도 재밌었지만 미래가 캄캄했고, 핑커의 글도 그의 선구안이 입증되거나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려면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랜들의 여분공간은 앞으로 십여년 동안은 LHC 실험을 통해 손에 땀을 쥐며 관전이 가능하다. 랜들의 책 때문에 정말 스릴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고 안도했다.
 
'황석영식 실용주의'에 대한 실용적 단평 -- 그렇다. 황석영은 낭만주의자고 환상주의자다. 그것보다는 그냥 소설가라고 생각. 하지만 '민족문학작가협회'인지 하는 단체의 '민족' 만큼은 시대착오적인 헛소리라고 평소부터 생각했다. 민족을 떼도, 문학이 남고 작가도 남고 협회도 남았다. 셋이나 남았는데 팔팔한 그것들이 민족 운운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문학은 젊고 열정적이고 푸르러야 하고, 시류를 사유하고 반영해야 하는데(?), 최근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열렬하게 유행하는 것은 민족주의다 아주 무섭다). 저간 사정 때문에, 선진 또는 급진 문학작가협회가 되려면(더 지독하게 퍼래지려면) 최신 유행을 한 발 앞서 구질구질한 '민족'을 떼어냄으로써, 또, 민족을 95km 상공에서 바라보며 더더욱 그것을 초월하여 시대를 리드하는 트랜드세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님 민족적으로다가 글도 못쓰고 유행을 앞서가지도 못하는 찌질이 집단으로 길고 가는 똥이나 싸대고 벽에 똥칠이나 하며 장수하던가.

심난해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횡설수설만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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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오후 12시 아이를 데리고 대한문에 도착. 두 시간쯤 기다려 분향했다. 김이 좀 많이 새지만, 뒤는 남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편안히 가세요 노짱. 잠잠해지면 당신 비석에 절하러 갈께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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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법

잡기 2009. 5. 14. 16:57
젊은이들이 남자, 여자를 '남자 사람', '여자 사람'으로 부르나 보다. 성별에 굳이 '사람'을 붙이면 화자에게는 상대 성을 존중하는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청자중 일부(물론 본인)는 그렇지 않다; 내 탓도 네 탓도 부모 탓도 아닌 성차에 존중을 담을 이유가 없어서. 아울러 남자 새끼, 여자 새끼 라고 부르며 욕하거나 히히덕거릴 것도 없지만. 그냥, 애들 하는 행동이 희한스러워서.

이 나라 저 나라 일없이 돌아 다니다가 굳이 그들의 가난이 비참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이 동네에 전등불이 있으면 아이들이 저녁 때 공부해서 40년 후 이 나라에서 달 탐사선을 띄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전세계 오지에서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피코수력발전기(Pico Hydro)에 관해 알아봤다. 조그만 저수지(10m^2 정도?)로 낙차를 만들고 지름 15cm의 5-10m 길이의 플라스틱 도관으로 물을 집중해서 흘려 보내 중국제 20$ 짜리 발전기의 수차를 돌려 200~500W의 가량의 전력을 얻어 오지의 불을 밝힌다. 설치나 구성이 쉽다. 작은 시냇물 하나만 있으면 그런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데, 문제는 저질 부품을 사용해서 부속 중 고정자와 터빈의 고장이 잦다는 것. 싼게 비지떡이지. 달리 말하자면 100$ 내외의 제대로 된 부속을 사용하면 컴컴한 밤에도 전구 2-3개와 TV, 라디오, 노트북, 휴대폰 등을 장기간 사용 가능한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발전기의 정비라고 해봤자 이물질 제거, 터빈 청소, 베어링 교체, 그리스 먹이기 정도? AVR이나 PIC 따위 프로그래밍과 전력 제어 회로 구성 따위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KSLV-I 이름이 '나로'로 결정되었다. 예쁜 이름이다.

이것저것 바빠서 요즘은 주마간산 격으로 읽는 '신문'에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레잡기 -- 누군가 했더니 닭아이님이구나. 스트로스의 엑셀러란도는 글에 쓰인 것처럼 막가는 소설인데 굉장히 웃겼다. 하여튼 그가 쓴 소설들은 다 웃긴데다 읽고난 한참 후에도 다시 생각나는 것들이다. 스트로스나 닥터로우의 장편은 아예 번역된 적이 없어서 아쉽다고 해야할 지...  근근이 주어지는 SF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진 마징가Z
최근 시작한 '진 마징가 Z'의 나레이션: "팔이다! 가슴이다! 거대한 얼굴이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흑철의 성. 마징가 Z!!"

그저 좋다.

동쪽의 에덴
동쪽의 에덴. 오프닝송을 오아시스가 불렀다. 귀여운 그림체. 이거 SF인가? 재미없어 보인다.

옛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삽질하는 자를 삽으로 두들겨 팬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개되어 있는 전국 국도, 지방도 shp 파일을 보고 그간 OSM에서 도로 그리느라 삽질한 것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반포대교 앞에 뭔가를 만들어 놨다. 반포대교에 만들어놓은 분수쇼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한강 부근의 강한 바람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탓에 그걸 전부 틀어놓으면 잠수교 밑을 지나가는 시민이나 차량은 홀딱 젖게 생겼다. 개장식 때 잠깐 틀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모양이다. 멋있을진 모르지만 설계할 때부터 뭔가 좀... 물값도 많이 들어서인지 하루 중 제한된 시간에만, 그것도 풍향을 고려해서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얼마전 반포대교 앞에서 개장식을 하는지 인파가 버글버글 한 가운데  잠수교 길을 통제했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다리 위로 낑낑매고 올라가지 않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잠수교를 행사 한답시고 통제하니 여기저기 실랑이가 벌어졌다. 뭐 나야.. 생까고 기도같이 생긴 것들이 만들어놓은 통제선을 밀고 들어가 잠수교를 건넜다. 몇몇은 나처럼 건넜지만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들이라 실랑이만 벌이다가 물러난다.

자전거 도로 건설하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다.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서 일반도로에 자전거  병행 도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행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자전거 도로(향후 추산 교통분담량을 10%로 잡았단다. 연중 맑은날 220일 기준 140일 가량 비게 될 도로)를 위해 1m 폭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놓으면 차도를 줄이던가 보행자도로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일반 도로의 경우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도 큰 쓸모는 없어 보였다. 자전거 2대가 나란히 지나갈 길도 안되면서 십중팔구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일 것이고 버스/택시의 승하차 때문에 자전거 운행자들 안전하라고 만든 자전거 도로가 어차피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한국, 특히 서울 도심은 애당초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시피 하다.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연결로/연계 도로를 만드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멀쩡한 도로의 일정 용적에 자전거 통행 전용도로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했다. 만일 그런 자전거 전용 도로라면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주행자, 행인들끼리 각자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결국 손해보는 쪽은 자전거가 되지 싶다.

마누라한테 핀잔을 들으면서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탔다. 방문할 때마다 행주산성의 원조 국수집에서 한 번 국수를 먹고, 다음에 그 옆 가게에서 다시 국수를 먹었다. 총 세 번 국수를 먹었다. 원조국수집 국물이나 면이 좀 더 나았다. 어디 갈데가 없어서 한강만 죽어라고 뺑뺑이 돌고 있는 신세가 좀 처량하다. 한강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자전거 타면서 언제나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맞서면 힘들다. 바람은 주행의 제1조건처럼 일반적이었다. 근육이 단단해지자 내가 바람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알드는 우리 신들에게 침을 뱉어요"
"뱃사람은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

르귄의 소설 '보이스' 중.  자전거 타는 사람도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이스는 뭔가를 자꾸 생각나게 했다. 마음에 걸려서 한켠에 두고 생각하다가 꿈 속에서  hafez를 봤다. 하페즈는 이란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무덤에 적힌 싯구를 옮겨 적었던 생각이 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완전한 싯구를 찾았다. 구글에서는 영어로 번역된 그 싯구가 이 세상에 두 페이지 밖에 없음을 알려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I swear, wilt Thou Thy servant name me, by all my love sublime
Higher than my desire of lordship o'er space and time to rise.
 
Vouchsafe, Lord, from Thy cloud of guidance to pour on me thy rain,
Ere Thou command me as an atom from man's domain to rise.
 
Bring minstrels and the wine-cup with thee, or at my tomb ne'er sit:
Permit me in thy perfume dancing from the grave's pit to rise.
 
Though I am old, embrace me closely, be it a single night:
May I, made young by thy caresses, at morn have might to rise!

mausoleum of hafez at shiraz
쉬라즈에 있는 하페즈 무덤. 당시에는 뭐하는 작자인지도 몰랐고 젊은 여자들을 비롯한 이란인들이 무덤에 경배하며 그의 싯구를 읽는 것을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7년 전에 찍은 사진.

설마 르귄이 보이스 쓰면서 하페즈를 떠올린 것은 아니겠지?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디반을 좋아했다. 하페즈의 재능(gift)은 광범위한 감정이입으로 유의에서 유의로 이어지며 마치 레이저같이 결맞은 마법으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것... 설령 그것이 파르시가 아니어서 외계인에게 완전한 감각의 폭풍을 경험케 해주지 않을지언정 -- 워즈워드의 싯귀가 굳이 한글이었더라도 크게 상관없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르귄의 gift에서는 아이러니도, 비극도, 장대한 서사의 발자취도,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문장도 구경하지 못했다 -- 두 촌뜨기가 깝깝한 고향집을 떠나 개고생하러 간다는 평범한(별 거지같은) 서사였다. 반면 voice는 읽기 편했고, 좋았다. 다음 권인 파워를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약오르게도 신청해놓으면 누군가 덥썩 먼저 물어갔다. 한두 번이 아닌데, 소이어의 멸종을 그래서 아직도 못 읽었다. 아이는 스미소니언 공룡 전집을 즐겨 읽고 공룡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데, 난 이게 뭐냐?

예전에 이씨가 배명훈 소설이 읽을만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그 반대로 그 작가가 그저그런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알라딘에서 얼마전부터 연재중인 그의 소설, '타워'를 읽었다. 그리하여, 왜 그의 글을 재미없어 했는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 별로 웃기거나 재밌지 않은 개그 나부랑이를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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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도쉬 바루쿠 후

잡기 2009. 4. 29. 21:09
트렉스타 코브라 540: Goretex XCR, 380g, boa system. 3개월 째 사려고 잠복 중. 자전거 주행과 산악 트래킹, 일상 생활에서 전천후(?)로 사용할 가벼운 신발 후보 중 1순위. 고어텍스 신발에 맛들인 후, 방수/발수 소재가 아닌 신발을 사는 것은 아웃도어 이단이라는 종교적 신념을 갖게 되었다. 최저가가 12만원 대인데 지난 3개월 동안 가격이 전혀 안 떨어진다. 거참... 경기도 안 좋은데 재고 떨이 좀 하지 않고... 이 신발의 고어텍스 맴브레인은 낮은 발목 안으로 필연적으로 흡입되는 모래 알갱이 따위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맨땅과 육산에서 사용할 때는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비용 지출이 될 수 있다.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 얼마전 몇 안 되는 진리와 함께 신경세포의 가소성과 IQ의 정규 분포 따위로 지루하고 난폭한 대화를 했다. 책읽기에 관해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읽던 책을 나꿔채 손수 찢은 후 진짜 삶을 살라고 충고해주는 나름 편안한 친구도 있었다. 부끄럽지. 그래도 요 몇 년 동안 대화 중에 인용구를 거의(99%) 안 쓰잖아!

책벌레들 만나도 즐거웠던 적은 흔치 않았다. 게걸스럽게 잡식한다고 해도 결국은 취향으로 귀결되어 각자의 행성에서 꽃을 키우니까.

책을 읽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나 재미를 추구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관성에 불과하다. 저번 주에는 5권, 이번 주엔 3권 읽었다. 주말엔 책을 안 읽었다 -- 독실해 보인다. '랍비의 고양이'에서는 유태인과 무슬림이 길에서 만나 친구가 되어 각자 메카와 예루살렘에 기도하고 알라흐 아크바르, 하카도쉬 바루쿠 후 따위를 말한다. 랍비의 고양이는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은 널리 읽히도록 소개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손에서 떨어지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이건 놀랍기 그지없는 신경세포의 가소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랍비의 고양이'를 읽었군!
시간이 흘렀는데 제목을 기억하다니!

TV에서는 savant syndrome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왔다. 애와 놀아주며 자다 깨다 주말을 보냈다. 서번트 신드롬도 꽤 오랫만에 듣는 말. 자폐증,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듯. 이런 다큐의 시청율은 높은 편일까? EBS에서 매일 아침에 하는 뽀로로는 한국에서도 인기지만 프랑스 방영 당시 평균 시청율이 47%에 육박했다. 얼마전 기사에서는 뽀로로가 불법복제 영상물 1위로 꼽혔다.

아내를 비롯한 여러 여자들이 공감하던 것인데, 내가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상태가 개중 나아 보인단다. 입만 열면 유창하게 헛소리를 하는데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내용에 공감이 안 되서? 사이코패스와 거리가 너무 멀었다. 타고난 범죄자로서는 역량 부족이다.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가져야 할 자질: 깊이없는 달변, 자기중심적, 심한 과장, 공감능력 부족, 유창한 거짓말과 속임수, 피상적인 감정, 충동적, 서투른 행동제어, 자극 추구, 책임감 없음. -- 한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속칭, 완전체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이중 몇 가지 자질(?)을 공유하는 것 같다.

얼마전에 '진단명: 사이코패스'란 책에서 본 것이다. 관심사는 사이코패스의 유전, 변별, 치료, 사회 통계 분석 등등 이었는데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런 자질 설명에 곁들여진 사례 연구였고, 사회생물학적 해석 몇 페이지, 애착형성 이론 몇 페이지를 합쳐, 전체 300여 페이지중 약 10페이지 정도만 알아두어야 할(알고 싶은) 내용이 나왔다.

사이코패스는 현재에만 집착하고 충성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파이, 테러리스트, 갱단으로 성공하기 힘들단다. 질문을 받은 Ted Bundy 왈, " 좋은 질문이군요. 나도 나같은 사람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리라 짐작했지만 사회생물학 쪽에서는 사이코패스가 진화 적응의 피치못할 산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인구중 10%(유아층에서는 25%, 아니었나? 범죄자 중이었던가?)에 달하는 대단히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는 사이코패스를 설명하려면 이것 밖에 길이 없지 않을까? 그것으로 끝.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 유전적 소인은 뚜렷하지 않고(연구자료가 없는 듯), 애착 형성 이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기쁘게도) 간단히 무시 당했다. 사이코패스가 피치못할 현상이라면 그 대책과 치료, 사이코패스와 접했을 때 살아남는 법 등등이 중요할텐데 아직은 별게 없어 보인다.

진단: 전문가가 아니면 하지 말 것.
치료: 현재 불가능.
대책: 그들의 점진적 사회화를 모색
생존전략: 사이코패스의 자질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자신의 약점을 평소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그들의 공허한 염소눈을 극도로 조심하는 것 외에, 근본적으로 방법 없음.

연구자의 성의와 필생의 과업이 절절이 느껴지지만, 안타깝게도 책에서 건진 것이 없다. 아줌마들 미용실 호들갑에나 등장할법한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운 사례 연구는 몇 껀 정도 빼고 별로 관심도 없고. 어쩌면 일반인 상대로 너무 쉽게 책을 쓴 탓인지, 저자가 오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너무 몸을 사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같으면 극형 예정의 범죄자를 fMRI나 PET로 스캔하면서 그들에게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을 주어 실험 데이터를 모으겠다.  연구자 중에도 사이코패스 같은 놈들 많다. 그들에게 맡기고 데이터를 얻은 후,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없는 그들은 없애버리면 간단하지 않을까?  <-- 사이코패스 말투로 적어봤는데, 내 평소 말투와 거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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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스완, 돛단배인 펠루카를 타고 나일강을 흘러가는 중. 저 친구는 괜히 나하고 같이 다니다가 땡볕에 왕들의 계곡을 무작정 헤메 다니게 되었다. 그 친구의 사진을 신통하게 얻어온 것은 아내였다.

법칙: 누구든 나와 함께 다니는 사람은 몹시 개고생한다. 하여튼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내가 신통하게도 이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대체 어떻게 저 친구를 찾아낸 거지? 라고 생각했다가... 당시엔 장기 여행자들은 어떻게든 연결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이가 남자아이였다면 가지 못할 곳이 없는데... 모험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끄고 아이를 쫓아가야 했다. 집으로부터 8000km 떨어진 곳에 가서 개고생하는 것을 흔히 '모험'이라고 한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의 자질로 판단컨대, 모험-개고생할 자격이 충분하다. 니들캐스트로 의식을 전송하여 머나먼 우주 저편 할란스 월드에서 원하는 육체로 깨어나길!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 오랫만에 하드보일드 사이버펑크 'SF'를 읽었다. 이 정도 작문이면 고래적 하드보일드 소설가들의 오마쥬 운운하며 은근히 내리깔 수준이 아니다. 원서를 사서 1/5쯤 읽다가 번역된 것을 알고 무려 4개월을 기다려 손에 쥐게 되었다. 4개월쯤 기다리다 보면 뽕빨을 뽑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그 기간을 기다린 반발로 백퍼센트 불건전한 냉소와 회의가 싹트기 마련인데, 중반쯤 흘러가면 용두사미격으로 힘을 잃어가는 많은 소설과 달리 갈수록 나아진다.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면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어리석은 냉소와 니힐리즘, 그리고 싸이코패스 범죄자의 무감각에 버금가는 잔혹한 폭력, 양념처럼 곁들이는 너절한 자기중심적 감상주의 따위를 두루 늘어놓고, 거기에 통통 튀는 유머감각에 주류문학 필의 문장력까지 갖췄다. 이게 심지어 데뷔작이다. 뭐 이런 작자가 다 있지? 3류 하드보일드 사이버펑크 패치물이라던데, 아니다. 다르다. 전반부 까지만 읽으면 그저그런 빌어먹을 양의 탈을 쓴 하드보일드 사이버펑크라고 오쉣 하면서 집어던질텐데 후반부 가면서 공작이 날개를 펼치듯 색채가 분명한 오리지널리티를 발산한다. 도약이 워낙 심해 빨리 읽다보면 흐름을 놓친다. 작가는 독자가 자기가 쓴 글을 읽어주길 바란건지, 마치 갈구리에 등짝이 꿴 참치처럼 넘실거리는 파도의 굴곡을 훑으며 배로 끌려가게 된다.

미친 재단사 루드밀라는 망해 가는 벨라위드 공장을 갖고 있었는데 자식 셋은 어머니 일을 전혀 돕지 않았소. 늦게까지 밖으로만 돌아다니고 오락이나 하고 하루 종일 잤지. 그래서 어느 날 어머니는 발끈했소. 어느날 저녁, 아이들이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루드밀라는 커피에 약을 탔소. 아이들은 몽롱해졌지만 아직 의식은 있었는데, 루드밀라는 그런 애들을 미첨스 포인트로 데려가서 하나씩 탈곡기에 집어넣어 버린 거요. 늪지 건너편까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하지. 루드밀라는 쓸모없는 애들을 처치했지만 그렇다고 도움이 된 것도 없었소. 약품 처리통을 관리할 사람, 벨라위드를 들고 공장 계단을 오르내릴 사람은 필요한데 돈은 여전히 없었으니까. 루드밀라는 아이들의 조각난 시체를 다시 건져온 다음 바늘로 기워서 키가 3미터나 되는 거대한 송장으로 만들었소. 그런 다음 어둠의 힘이 지배하는 어느 날 밤에 덴구를 불러내서 송장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덴구를 불러낸 뒤 송장 안에 넣고 기워 버렸소. 루드밀라는 덴구의 영혼을 안에 넣고 기웠지만, 9년 동안 봉사하면 풀어 주겠다고 약속했어. 9는 할란의 신전에서는 신성한 숫자이기 때문에, 덴구와 마찬가지로 루드밀라도 이 약속을 지킬 의무를 지게 됐지. 불행하게도 덴구는 참을성이 별로 없는 족속이고, 루드밀라 역시 같이 일하기 쉬운 사람이었을 것 같진 않거든. 어느날 밤 계약 기간이 1/3도 끝나기 전에 덴구는 루드밀라를 덮쳐서 갈기갈기 찢어 버렸소. 혹자는 기시모진이 덴구의 귀에 뭔가 끔찍한 이야기를 불어넣은 거라고 하지만, 어쨌든 그 결과 덴구는 주문에 사로잡혀 송장 안에 영원히 갇혀 있게 되었소. 원래 주문을 불어넣었던 사람이 죽었고 게다가 배신 때문에 그렇게 됐으니 송장은 썩기 시작했지. 여기 한 조각, 저기 한 조각, 살려낼 수 없이. 그래서 덴구는 섬유 지대 인근의 공장과 거리를 배회하며 썩은 부분을 대신할 신선한 육체를 찾아다니게 됐소. 언제나 아이들만 죽였지. 대체해야 하는 부위가 모두 아이들 거니까. 하지만 몸을 갈아 넣어도 며칠만 지나면 새로 간 부분도 썩기 시작해서 다시 사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소. 섬유 지대에서는 이 요괴를 조각보 사나이라고 불렀소.
얼터드 카본의 주제 의식이 드러나는 도시전설. 어디서 본 듯하지만 다른 듯한. 주제의식? 제목이 워낙 '적나라'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나, 소설에서는 친절하게 아래 하이쿠까지 적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왜 적었는지 좀 바보같긴 했다. 마땅히 적을 데가 없지만 작가가 생각하기에 멋졌는지 꼭 끼워놓고 싶었던 것 같다).

빌린 장갑처럼 새 몸을 입으니
다시금 손가락을 데는 고행이 시작되누나

치앙, 닥터로우에 버금가는 호소력 있는(?) 글빨, 안정적인 내러티브, 잘 설계된 임팩트 포인트와 클라이막스, 수준 급의 대사 처리, (워드로 타잎하고 고민한 티가 줄줄 나는) 문단의 세심한 마이크로 매니징, 그래도 잊지 않고 막가는 하드보일드, 성분 함량을 제대로 지키고 모르는 것은 입닥치고 아는 것은 제대로 설명한 '모던' 사이버펑크, 계산된 우연과 행운, 끝은 해피 엔드. hellblazer와 달리 얼터드 카본의 주인공은 담배를 끊기 위해 (내 입에서 욕 나올 정도로) 짜증나게 군다. 아참, 기시감이 느껴지는 친숙한 경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자'

누군가 싸구려 오마쥬라고 혹평한 '얼터드 카본'이 자기와 상생이 맞는지 확인할 겸 낚시용 문장 몇 개 적어 하드보일드 SF 팬이 기꺼이 낚이길 기대해 보겠다.

관중은 열광했다. 나는 어두침침한 객석 쪽으로 시선을 들고, 문명의 피부가 벗겨져 나가고 분노가 속살처럼 드러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잊어버려. 다 업무니까. 경찰들을 끌어들인 건 미안한데 지원병력이 급하게 필요했어. 여기서는 경찰을 그렇게 부르잖아? 인근에서 가장 큰 갱단이라고."
 
라이커의 몸에 인생의 시련에 온 몸으로 돌진한 남자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면, 거울 속의 남자는 역경이 닥칠 때마다 약삭빠르게 살짝 비켜서서 운명의 신이 꼴사납게 옆으로 넘어지는 모습을 구경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고양이 같은 동작이었다. 매끈하고 수월해 보이는 경제적인 움직임은 앙카나 살로마오의 무대에 서도 될 것 같았다. 남색에 가까운 숱 많은 머리카락이 날렵한 어깨 위로 찰랑거렸고, 우아하게 찢어진 눈빛에는 우주가 살만한 곳이라는 듯한 부드럽고 무심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취할 때까지 마실건가?"
"물론. 나 자신과 이야기 하면서 꼭 멀쩡할 이유는 없으니까."

나는 다음 계단을 향해 돌아서면서 가슴 속 어딘가에서 나직한 클클거림을 찾아 내뱉었다. 순간 확 치밀어 오르더니 웃음 비슷하게 입 밖으로 나왔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소표 칼국수 - 건면임에도 맛있다. 영남일보 맛기행을 보니 60여년전 우후죽순 생겨난 국수공장들 끼리 혈투를 벌이다가 90년대쯤 오뚜기 OEM 국수 공장이 대구를 제패한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국수공장 중 하나란다. 다가수 국수야 요즘 개나 소나 다 만들지만 소표 칼국수는 유난히 맛있다. 오죽하면 출출한 밤에 먹고는 하던 라면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칼국수를 끓여먹을까? 칼국수 조리 시간은 4분, 재료는 애호박, 양파, 파, 마늘, 감자, 당근, 바지락 중에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라면은 조리 시간 3분, 아무리 좋은 라면이라고 해도(맛있는 라면 같은) 생야채 넣고 끓인 소표 칼국수만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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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usuals. 최근 시작한 범죄물. 음악을 언어처럼 사용. 그런데 캡쳐할 마땅한 장면이 없다. 꽤 웃겨서, 요즘은 범죄물이 코믹으로 개종하는 추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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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시대가 다른건지, 문화가 다른건지, 첫 몇 화가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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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생각 중이야."
"뭘 원하는데?"
"평화로운 영혼."
"뭐가 필요한데?"
"더 큰 총."

매 화마다 뭔가 좀 별난 장면이 한 번씩은 나오는 라이프가 2시즌을 마감했다. 저 장면은 형사가 차로 사람을 들이받아 죽이는 장면. 카메라 각도를 보면 이 장면 찍던 스태프와 감독과 연출이 히히덕거리며 즐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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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ity

잡기 2009. 4. 16. 00:13
美 차기 우주정거장 모듈 이름 '고요' -- 경악했다. ISS의 모듈명에 Serenity는 너무나 당연해서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다. SF 드라마 Firefly를 함께 즐겼던 미국의 오타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무척 안타깝다. Serenity가 겨우 4만표를 얻었다니, 한국의 디겔만도 못한 미국의 희박한 오타쿠 갯수가 의외다.

얼마전 마감된 KSLV-I 명명 이벤트에서는 감히 단언컨대, '미르'나 독도, 고구려 관련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을 것이다. 나? 나는 '솜다리'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이로드가 코딱지 만해 거창한 이름 붙이는게 낯 부끄러워서. 21세기임에도 한국이 스페이스 클럽에 끼지 못한 게 처량하고, 발사체를 러시아에서 기술 이전 받아야 하는 팔자가 민망하고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로켓 날리는 동안 과거 미국과 합의된 로켓 추력 제한에 설움마저 느낀다. 그래서 그런 거창한 이름은 자주, 독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7년 무렵 달 착륙선 띄울 때에나 써먹으면 좋겠다. 그 동안은 발사체 이름에 (민들레)홀씨, 나리, 이끼, 잔디 같은 쉽고 야들야들한 이름이 낫지 않나?

생각나서 들어간 KSLV 공식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발사 의의를 읽다가 웃었다. “첫 발사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용기가 없었다면 인도의 우주개발은 불가능 했을 것”  -- 2007년 한국을 방문시 인도의 압둘칼람 대통령의 말.

국립공원, 지리산에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고요? -- 아고라 청원 진행 중. 케이블카 놓는 걸 반대했지만(난 고생해서 올라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쉽게 올라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산을 쉽게 올라가려면 뭣하러 산에 가나?),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너나 없이 자연보호를  명분 삼았다. 저간 사정을 둘러보면 순진하거나, 위선적으로 보인다.

다음의 '케이블카 없는 자연공원' 까페 자료실에 있는 양양군이 제출한 삭도 건설 계획 '설악산 국립공원내 오색-대청봉간 케이블'은 고발용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의 의도와 달리, 케이블카 건설이 타당해 보인다(적어도 그에 반하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접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설악산이 얼마나 개판이 되어가는지 알기는 하나? 개떼같은 등산객들 때문에 낮이나 밤이나 시끄럽기 그지없는 설악산은 오랜 기간에 걸친 종 다양성 감소로 유네스코 자연공원 지정에 실패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리산 성삼재 까지 올라가는 차량 통행로는 케이블카에 비해 더 안 좋은 환경오염원이다. 북한산에서는 산새가 사라진지 오래다.

환경운동 다수가 선의를 담보로 삼은 위선적인 프로파겐다인 것은 아니지만, 케이블카를 가설해 지역 경제를 부양하려는 지자체의 '탐욕'을 문제 삼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설을 밀어붙이는 코메디 소재꺼리 '지자체'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놈들이 아니다. 댁은 어쩌면 지역불균형과 소득격차로 자기들은 절대 행복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일상적으로 소외되는 지방민들의 악에 받친 정서에 감정이입이 가능할런지도 모르겠다. 난 그게 잘 안 되지만,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납득은 된다.

요즘은 인기가 없는 '개발 논리'에 반대하며 '자연 보호'를 명분 삼고 싶다면 케이블카 이전에,

(아참, 물론 케이블카 건설도 반대하고 골프장 건설도 반대하고, 터널 뚫고 길 내는 것도 반대하고, 갯벌도 살려야 하는 등 정신나간 막무가내식 개발에 저항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노력해야 겠지만, 그전에 앞서 사회적 비용과 이익의 정량화 시도는 남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자 예절이라고 환경운동가들에게 말하고 싶다. 흡사 내 아내처럼 비합리적이고 막무가내에 인류애로 가득찬 그들, 선한 골통들의 주장을 별로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도로 따위를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  이 김에 포장된 사찰 진입로도 갈아엎어 버리자. 불살생의 철학을 실천해야 하는 사찰의 진입로에 다람쥐 가죽이 길죽하게 말라붙어 있는 아이러니를 앞으로도 계속 보지 않으려면. 이들 포장길을 운행하는 차량에 의한  오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치 않다. 차량이 뿜어내는 오염물질 1년치를 다 합쳐도 1ha도 안되는 면적에서 산불 한 시간 번진 것에 비하면 그 오염 정도가 세발에 피다.

국립공원 입장료 부활 -- 국립공원 관리비 충당.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 다음 등산객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등산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국민 레져 활동이 되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부활하면 사람들이 덜 찾게 된다. 등산객들의 증가와 반비례해서 그들의 매너는 매년 하향평준화되는 추세인데(쓰레기 투기, 고성방가, 휴식제 구간의 신나는 등산로 개척, 즐거운 산속 캠핑과 비지땀을 흘리며 오른 산정에서 즐기는 깊숙한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추억의 쥐불 놀이 따위)  이들의 '탈선'을 관리할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등산객 편의를 봐주려고 건설하는 '등산로 정비'같은 반자연주의적인 행동은 케이블카 건설과 마찬가지로 반대해야 한다. 한국의 자연공원은 누구말마따나 '튼튼하고 건장한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어야 바람직하다. 등산로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돌 계단을 만들고, 값싼 외래수입종 나무로 고즈넉한 산책로를 꾸미는 것 등은 사실 자연를 '원래 그대로 내버려두고 최소한만 간섭하는 것'에서 벗어난 훼손 행위다. 한국의 잘 정비된/정비될 등산로가 그렇다. 또한 외래종 나무에는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 외래 종자나 미생물이 붙어 수입될 우려도 있다.

입산 통제 -- 등산객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북한산 같은 곳은 휴식제를 확대하거나 일일 등산객 숫자를 제한한다 -- 입장료가 폐지되기 이전인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북한산 능선길이 이제는 거의 신작로가 되었고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일상적으로 붐빈다. 이왕 하는 김에 산에 들어가려면 일정 수준의 장비를 갖추었는지 체크하자. 등산 난이도로 구간 통행을 통제하는데, 하이힐에 미니 스커트 입고 암릉을 오르는 왠 미친년들의 어머니 자연에 대한 불손한 태도는 매로 교정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추락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자연공원내 불법행위시 더욱 강한 제제 -- 비록 전 국토의 5% 미만에 불과한 국립공원 면적이지만 관리는 아주 다른 문제다. 산에 가면 거나하게 술 처먹고 지랄하는 등산객은 일상적이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놈들, 과일 껍데기를 여기저기 버리거나, 심지어는, 경악스럽게도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 고난의 근대사를 경험한 어르신들이 떼로 뭉치면 무적에 가까워 어른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젊은 단속요원은 속수무책으로 다구리 당한다. 요주의 지역에 야생동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서 이런 짐승들의 사진을 찍어 하산시 곤장으로 다스리고 벌금을 심하게 먹인다. 도주시에는 3대가 개망신 당하도록 한다. 죄질이 무겁지 않다면 산과 계곡에서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한 푸대 담아올 때까지 사회봉사활동 형에 처해 친환경적인 개과천선을 유도하자.

자연공원내 상행위 금지 -- 굳이 멀리갈 것도 없이 서울 인근의 북한산 송추계곡이나 관악산 주변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 과연 케이블카 문제가 이들보다 심각할까? 그리고 산속 깊숙이 틀어박힌 '인기있는' 민박집과 음식점은 사실 대단한 환경 오염원이다. 순진한 당신은 아마 이들이 땅 파서 쓰레기를 묻거나 한밤중에 드럼통에 쓰레기를 불태우는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 생계 유지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어내기 쉽지 않은 문제가 되는데 ,  가난한 지자체는 보통 이들 이주 비용 마련은 커녕 '자연공원내 불법 취사행위'를 단속할 예산이나 인력이 없다.

더 떠들면 케이블카 놓는 거 반대하는 사람들 놀리는 것처럼 들릴테니 농담따먹기는 이쯤 해 두자.

목련이 후두둑 떨어지던 토요일 오후 자전거 타고 멀리 멀리 떠나갈까 하다가 정신 차리고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비포장 도로에서  온갖 오물이 다 묻은 자전거를 닦기로 했다. 작년에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뭐 그런 심정으로 2009년에는 자전거를 팔고 새 자전거를 살 생각이었는데, 원자재가 상승, 불황, 기타 등등의 이유로 자전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열심히 닦아 더 타기로.

분해한 자전거
물 빨래하고 말리는 중. 분해하고 나니 자전거가 흡사 로드킬처럼 보인다. 이렇게 놔두고 동네를 두리번 거리다가 생수통을 줏어 주유소에 가서 등유를 사왔다. 집안에 굴러 다니던 500ml 짜리 물통에 등유를 300ml 정도 넣고 체인을 분해한 다음 한 줄로 살살 구겨 넣어 체인에 묻은 끈적끈적한 기름때를 녹였다.

체인 때를 녹이는 용매로 신너가 더 좋긴 한데... 오래 전에 덥수룩한 수염에 세수도 안 하고 츄리닝 차림으로 신너를 사러 가니 주인 아저씨가 나를 마치  직장을 잃고 가정 파탄 후 머리 꼭지에 신너를 부어 대로변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하려는 비장한 30대 가장 쳐다보듯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인 적이 있다.

등유 사러 갈 땐 수염을 깎아야 할까?

분해해서 물 청소 하는데만 한 시간, 등유 사오느라 30분, 저것들을 조립하느라 다시 한 시간, 구정물처럼 검은 등유를 태우고 체인을 정리하는데 30분, 디레일러 조정에 30분을 보냈다. 14:00 시작해서 17:30이 되어서야 작업을 끝냈다. 오랫만에 하는 정비라 정성을 기울였다. 정비 잘해 봤자 자전거 성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정비 해봤자 별 소득 없다. 그저 깨끗해진 자전거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30분 동안 시내에서 시험주행을 했다. 앞뒤 디레일러 조정이 전보다 쉽게 느껴졌다. 기름 한 방울 안 먹였는데도 비꺽이지 않고, 변속 또한  원활하다. 완벽하다.

'완벽한 여자를 만나본 적이 있소?' 두 남자가 고개를 끄떡인다. '술에 안 취한 상태로?' 그러자 고개를 젓는다. -- Life Season 2, Episode 16. 아무렴.

햇님이 살짝 숨을 죽인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몰고 올림픽 공원에 가서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 요즘은 왠일인지 황사가 없다. 3kmh 미만의 저속에서 실속 후 자빠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균형감각이 영 안 좋아 자꾸 넘어진다. 한 번은 한 발에 얹힌 체중 때문에 홱 돌아가버린 뾰족한 페달 날에 왼쪽 정강이를 찍혀 눈물이 찔끔 나왔다. 오른 손, 왼 손 번갈아 한 손만 사용해서 8자 커브 틀기 연습도 했다. 정지 상태에서 stand still은 아주 어려웠다. 안장에 엉덩이를 얹지 않으면 자전거 균형 잡기가 좀 수월해진다는 요령 정도만 익혔다. 입맛을 쩝쩝 다실 정도로 소득이 별로 없다.

자전거 오래 타봤자 반응속도나 균형감각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주행 중 의외의 상황에 대비해서 조금씩은 미리 연습해 둬야 도움이 된다. 제작년에 벽 보고 치킨런하며 브레이크 잡기 연습한 것만으로 그 후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나?

한 시간쯤 엄벙덤벙 자전거 걸음마 연습을 하고 성산대교를 건너 한강로를 따라 행주대교까지 간 다음, 다리를 건넜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다리를 건너서 한 동안 역주행하느라 기분이 묘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행주산성의 국수집에 들렀으나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거려 국수 먹기를 포기하고 여러 농로를 거쳐 수색 역에 다달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벚꽃이 떨어지며 흩날렸다. 꽃들이 전쟁하듯 번식에 열을 올리는 봄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자전거 전조등의 전지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새로 산 건전지인데도 기전력이 떨어져 LED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편의점 전지들은 대개 그 모양이다. 장시간 방치되어 방전되어 있기 일쑤였다. 편의점 알바는 판매한 것이 새 전지라고 말했다. 글쎄다. 닥달해서 교환을 요구했으나 자기 권한 밖이란다. 400원 거슬러 받고 우겨서 다른 건전지로 바꿨다. 불이 들어온다. 일곱 개짜리 그런 건전지 뭉치가 무려 5300원이나 한다. enelope AA 4개가 만 원 가량, 한번 사면 몇 년 동안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에넬루프 충전지를 사야겠다.

체인에 기름을 먹이고 창고에 넣은 후 포대를 씌웠다. 약 40kmh를 한가하게 달렸음에도 몇 주 동안 자전거를 못 타서인지 몸이 피곤하고 나른하다. 요즘 잠을 통 못 잔 탓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간혹 타는 정도로는 자전거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자니 사무실에 샤워실이 없어서 곤란하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

Battlestar Galactica: 시즌4 중반부터 왠일로 성의를 보이더니... 20화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끝났다. 갤럭티카에서 볼 꺼라곤 음악과 연출 정도? 연출이 안타까울 정도로 소똥 같은 극의 분위기는 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내치지 못하고 '임종'을 지켜본 셈.  하여튼 마지막까지 맛 가게 만들어 주신다. 4기 내내 꼬마애 때문에 갖은 지랄을 떨더니 제2의 지구와 미토콘트리아 이브로 3분 즉석요리처럼 간편하게 결론을 내버렸다. 하여튼 내 주위에는 온통 BG가 재밌다는 사람들 투성이다!

GeoSetter for Windows -- 요새 OSM 때문에 email을 주고받는 로버트씨가 gpicSync 대신 추천해 준 프로그램. 괜찮다.

GeoSetter
사진을 구글 맵 프리뷰(한국 지도도 잘 나온다)에서 바로 볼 수 있다.

GeoSetter
sync 속도 역시 만족스럽다. 즉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저장은 역시 속도가 느린 편.

GeoSetter
덤으로 JPEG 안에 여러 가지 태그를 삽입할 수 있다. panoramio와 이런 종류의 태그(JPEG Comment)가 자동으로 교환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 사진 따로 캡션 따로가 아니라  사진 안에 캡션을 임베드하는 것인데 더 많은 그래픽 뷰어들이 이것들을 지원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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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버디 decode. 그림이 animate되면, 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액션씬은 컬러가 사라진다 -- 사람 뇌가 그렇게 처리한다. 색상, 면, 윤곽선, 방향 벡터를 자근자근 해체한 다음 포스트모던하게 재구성했다. 그래서인지 철완버디의 액션씬은 찰떡처럼 쫀득하고 이해가 아주 빨리 된다. 철완버디도 2기가 끝났다. 3기가 과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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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투 미의 주인공은 인상만 드러운게 아니고 평소 행동도 건달같다. 재밌는 건지 아닌지 아직 모르겠다. 한국 대사관 편에서 무표정한 동양인 역시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표정과 제스쳐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주장한다. 맞겠지만(거기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표정이 참 풍부하다), 무릎에 단정하게 손을 올려놓고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오직 입만 움직이고, 제스쳐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아무런 열정이나 내색 없이, 졸지도 않으면서 회의에 참여하는 사이코패스같은 사람들이 서양인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동양'에는 의외로 많다 그래서 속내를 알기 위해 비일상적으로 살과 말을 부비적거리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본능의 밑바닥까지 함께 추락해야 피차 상대 욕망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서가 동양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

샹그리라
샹그리라. 도쿄가 저 모양이 되었다. SF인데, 1화부터 위화감을 느꼈다. 작화와 작위적인 컨셉 때문인 듯. 심지어 탄소세 운운 상투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주제에 나같은 SF 매니아를 바보 취급하듯 친절하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이 나왔다. 제발 세일러복 입은 여자 고삐리가 팬티 보이며 설치는 '그렇고 그런 애니'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 그래도 SF가 날이 갈수록 귀해진다.

요즘은 일주일에 평균 2-3권 정도 책을 읽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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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

잡기 2009. 4. 6. 01:12

아이가 고집이 늘었다. 기질과 달리 성격은 후천적이다 -- 내향성은 평생 가지만 쓸데없는 고집은 대부분 고칠 수 있다. 말도 좀 늦고 애가 그리 똑똑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제 자식이 주위 또래에 비하면 꽤 똘똘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지 싶다.

좀 빠른 아이는 소울이 또래에 신발끈을 묶는다. 신발끈 묶는 정도면 대단한 경지다. 지금 아이 나이에는 평균적으로 하루 20단어 정도를 습득하는데 주말에 간혹 테스트하면 속도나 단기기억력이 선천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속도는 아직 수초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대뇌에서 p300이  출현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짐작된다. 아내 성격상 신경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지방류,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장려할 것 같지는 않아 그래도 생선만큼은 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DHA가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아직 근거가 불분명한 얘기는 믿지 않았다. 포화지방이니 불포화지방이니 하는 바보같은 얘기도 마찬가지고, 그냥 돼지기름보다는 생선기름에 거부감이 덜하니까 생선이라도 먹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여튼 아이 아빠는 네 살 무렵 스스로 한글을 익혔는데, 어린 나이 때부터 채식주의자였다(16세가 넘어서야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좋더라). 소울이가 제 아빠처럼 할 것 같지는 않다.

아이는 이 블로그 상단 이미지의 공룡을 보고 친근감을 느꼈던 것 같다. 아내는 값비싼 디스커버리 원서를 부러 주문해서 아이에게 줬다. 공룡 책이라면 16페이지 짜리가 무려 만원씩이나 하는 빌어먹을 것 말고 더 좋은 것도 있는데... 사실 20년 전 책보다 요즘 책들이 더 좋다고 말할 부분이 별로 없다. 예전 공룡책과 요즘 공룡책에서도 별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주류의 견해가 바뀌어 삽화가 약간 달라졌다. 알로사우르스나 몇몇 익룡들, 벨로키렙터의 깃 따위), 공룡 책 이외의 자연도감 류의 책들도 몇몇 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가격대 성능비가 요즘 책들이 떨어진달까? 호랑나비가 어느새 도심에 걸맞게 적응해서 회색 날개를 달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니. 다만 달라진 것은 아이들이 장수하늘소나 사슴벌레를 잡아 놀던 옛날과 달라서 지금은 그런 천연기념물의 채집을 법으로 금지한다 정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 책은 비쌌고, 여전히 비싸다.

멘탈리스트: 심리해킹의 미학 -- 현직 최면술사가 멘탈리스트에 사용된 각종 테크닉을 해설. 멘탈리스트는 챙겨보는 드라마. 워낙 압도적. 최면술사의 친절한 설명도 도움이 되지만, 보통은 추리소설 독자 정도면 친절한 카메라를 따라가며 많은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멘탈리스트와 비슷한 부류의 드라마로 Lie to Me란 것도 있다. 마이크로 익스프레션 딱 하나의 소재 만으로 드라마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짝짝이 눈의 주인공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포스텍, 사람의 표정 읽는 기술 개발 -- 이런 기사도 있고. 라이 투 미에서 0.065초 사이에 변화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감정 상태를 판별한다더라. 65msec이면 29.95fps로 돌아가는 영상에서 고작 2 프레임에 해당한다.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대뇌의 시각 처리기가 뭔가를 보고 의식적으로 판단/처리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표정과 제스처의 그런 미세하고 재빠른 변화는 피나는 훈련을 통해 연습하거나 어렴풋한 본능과 육감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기억은 사소해서 기록되지 않고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사실은 아니지만 맥락은 그렇다. 당신을 알 수 없다 -- 기록되지 않아서. 그 오랜 세월 뭘 했을까? 모른다. 기록되지 않아서. 기억과 달리 블로그질은 내게 코딩과 같다. 단락과 단어 사이의 협소하고 듬성한 여백에 기억의 의미와 감상을 모종처럼 심어두었다가 말려 죽이는. 가끔 몇 년 전의 블로그 기사를 본다. 나는, 많이, 변했다.

언제부터 호이겐스를 하위헌스로 표기하게 된 것일까? 타이슨의 우주교향곡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우주의 배경색이 연한 베이지색에 가까운 Cosmic Latte로, 웹 색상으로 치면 #FFF8E7이라는 것이다.  비록 3-4K의 낮은 온도지만, 우주는 구린 빛으로 가득차 있다.

우주 평균 색상의 별칭을 짓는데 사람들이 워낙 관심이 없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봤던 81명이 투표에 참가해 그중 Cappuccino Cosmico가 17표를 얻어 득세. 하지만 발견자는 코스믹 라떼를 고집했다. 라떼건 카푸치노건, 사이트 배경색을 그것으로 바꿨다.

바꿨는데 아무 티가 나지 않았다 -- 진정한 배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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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를 거의 다 올렸다. 이전 지도와 비교.  POI 작업이 워낙 손이 많이 갔지만(약 3주) 효용은 아직 글쎄다. 78000여개의 POI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작성해 돌려보니 6시간 가량 걸렸다. 스레드를 10개 병렬로 돌렸지만 업로드 속도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 작업은 Garmin GPS에서 POI가 제대로 표시되게 하기 위해 map feature를 만드는 것이다.

등산로를 수집해서 정리하는 작업도 남았다. 그러고나서 이제는 '가고 싶은 곳'에 도로를 깔고 적당한 위치에 POI를 손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할 일은 특정 도로를 뜯어와 트랙 데이터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다. 어쨌든 전반부 작업은 끝났다. 어떤 POI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도 있고 어떤 POI는 어설픈 한국어-영어 기계번역 때문에 속이 뒤집히지만 78000개라는 데이터를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검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술자리에서 유이사님과 산행 얘기를 했다. 요즘 지도 작업 하다가 한국의 산하에서 도로가 없는 상쾌한 초록의 바다를 몇몇 발견해서 탐험욕을 자극한다고 했더니 함께 가잔다. 그 와중에 올 여름에는 캠핑 기어를 갖추고 오지 여행을 함께 가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힘들게 다니기는 어렵겠다. 길없는 산길을 4-50km씩 걸으면 체내 염분 결핍이나 칼슘 부족으로 쥐가 나거나, 멀쩡해 보이는데 픽 쓰러질 수도 있고... 정선 인근이나...  덕풍계곡/왕피천 등지를 1박 3일 트래킹 할 수 있는 곳을 잡아봐야겠다.

이 김에 nova stove, nalgene 수통, lexan 용기 따위 럭셔리하게 장만해 볼까? 어... 미쳤지. 하지만 백금이나 티타늄으로 코팅된 미러 코팅 보안경은 언젠가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눈밭을 돌아다닐 때 보안경이 없으면 눈이 아프다. 대체로 초록색 렌즈가 눈이 편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시계가 선명하다.

라메즈 남이 지은 '인간의 미래'에서는 신앙심의 26%가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IQ와 국내 총생산 사이의 상관계수가 0.76이며, IQ와 경제 성장율의 상관관계가 0.64라고 한다. 사실같아 보이지 않았다. 책의 결말부에서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본성적인 인간들 때문에 우리 후손은 놀라운 다양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다양성? 글쎄. 개버릇 남 못 주지 싶다.

한편 2006년 LA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넌픽션' 노미네이트 작품인 대니얼 J. 래비틴의  '뇌의 왈츠'에서는 마지막 장을 할애해 음악은 언어중추의 진화에서 파생된 spandrel에 불과하다는 스티븐 핑커로 대표되는 일부 사람들의 견해를 반박했다/하려고 애썼다. 음악을 몹시 사랑하는 저자 마음에는 스팬드럴 운운이 음악을 비하하는 것처럼 들린 모양이다. 책 전반부가 어설프고 중반부도 어설프다가 종반에서는 데이터가 부실한 아님 말고식 주장으로 뒷끝마저 좋지 않았다. 음악이 진화사상 성적 적합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예로 유명한 록스타들은 주변에 항상 여자들이 들끓었단다(그렇게 예를 들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면서 록스타와 결혼하려는 여자들보다는 그냥 하룻밤 자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뭐야 이건?

농담이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도구로써 음악은 언어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뭐가 어떻게 나은데? 음성 언어에도 리듬과 강박이 있고 당기고 밀고 엇박자 치는 싱코페이션이 있고 미묘한 뉘앙스와 감정을 심을 수 있다. 음악에 있는 것은 다 있다. 원시언어는 원시음악과 마찬가지로 소뇌와 대뇌피질의 운동부위와 브로카, 베르니케 영역을 자극하고 편도체에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나 같은 그 분야의 비전문가에게는 음악과 음성언어를 확연히 구분지을 수 있는 뚜렷한 경계를 논의 전에 먼저 제시해 줘야 한다. 뭘 구체적으로 입증한 것이 없는데다 언어와 음악을 가르는 기준 마저 없어서 농담따먹기 하자는 것인지, 장난삼아 책 낸 것인지 구분이 안 갔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블로그 엔트리를 쓸 때도 AABA나 ABBA AAB 따위로 음절마다 마디를 만들고 종지를 제어하며 발성 시간에 따른 문장의 길이를 압축하거나 팽창시키는 것을 알기는 할까? 한때는 글 쓰기에 아주 미쳐서 문장을 기술할 때 자음과 모음과 받침의 효과까지 감안한 적이 있다. 문자로 쓴 그 '음악'은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을 때만 들리는 것 같지만! 글자에서 색깔은 물론 갖가지 특수효과도 본다.

음악도 과학도 이도저도 아닌 잡담에 김이 샜다.  과학교양서로는 꽝이었지만 책 읽는 내내 알만한 음악들이 머리속에서 울려퍼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요즘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출서적은 단연 '화폐전쟁'이다. 항상 예약 대기자가 밀려 빌리지 못하고 있다. 구입하기는 돈 아깝고.

저번주에 북한산에 올랐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의상능선 방면으로 빠졌다. 이제 녹기 시작한 눈으로 등산로는 진창이었고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엉거주춤 내려오다보니 다리에 알이 배겼다.

암벽을 안 타니 사람들 겁주기 위한 결정적인 포인트를 사진으로 남기기 어렵다. 북한산은 그리 쉬운 산은 아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 부상당한다. 종종 죽는다. 그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코스에서 죽는게 아니라 방심해서 가신다.

족두리봉
족두리봉. 불광사에서 시작하여 관리소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나타나는 능선 코스(왼쪽은 향로봉 방면). 반대편에서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여름에는 사고 안 나지만 겨울에 이쪽 방면으로 오다가 다리가 풀려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이 업고 30분에서 2시간 사이의 마실 코스로 여기 자주 오른다. 호연지기를 키워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아이가 겁만 늘었다.

백운대, 진관사, 삼천사, 평창동 방면에서 불광사로 오는 사람이라면(북에서 남으로) 불광사 방면으로 내려가지 말고 족두리봉을 넘어(우회하여) 좌측으로 틀어 대호 아파트 방면으로 빠지는 것이 등산을 장쾌하게 마무리하는데 좋다. 꽤 경치가 좋다.

클릭하면 원본. 불광사에서 향로봉 방면으로 오르다가 뒤돌아서 온 길을 찍은 사진.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다. 경치 좋은데 양쪽 난간이 낭떠러지다. 향로봉 코스는 염초봉, 원효봉 따위 암벽등반코스를 제외하고 한동안 북한산 전체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발을 헛디디지만 않으면 죽을 일은 없는데, 꼭 막걸리 한 잔 하고 다니는 등산객들이 문제다. 북한산은 대낮부터 얼굴 벌개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다. 사진의 아저씨는 사진 찍으려고 뒤로 뒤로 살금살금 물러나는데 이런 사람은 안 떨어진다. 보통 방심하다가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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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 족두리봉이나 향로봉은 워낙 코스가 그 모양이라 관리요원이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비봉에서만큼은 작년부터 관리원이 서서 오르는 사람들을 통제한다.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이는데 지금 사람들이 올라가는 저 지점에서 미끄러지면 매우 크게 다친다. 별 거 아닌 것 같아서 오르다가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장비 없는 사람들 통행을 금지시킨다.

나도 처음 한두 번은 저 사람들처럼 저 길로 잘만 올라갔다가, 언젠가 한 번 등산화가 쫙 미끄러진 적이 있어(소름이 쫙 끼쳤다) 신발 밑창을 다시  갈 때까지는 안 올라가기로 했는데 관리원이 지켜서 앞으로 영영 기회가 찾아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등산하다 죽으면 모양새가 매우 안 좋은 관계로 다시는 이쪽으로 안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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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 보기에는 좀 살벌해 보여도 몇 년 전에 난간을 설치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겨울에는 안 오르는게 좋지 싶다. 난간을 잡고 60-80도의 눈비로 미끄러운 경사면에서 신발의 접지력은 못 믿을 수준이라 팔 힘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린 채 올라가게 된다. 팔 힘이 약한 여자들이 주말에 인파들 틈에 끼어 난간을 잡은 채 오도가도 못하는 꼴을 여러 번 보았다. 난간 옆의 위험스러운 '문수봉 오리지널 코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떨어지면 직벽으로 50m ~ 100m 가량  추락한다.  문수봉 옆의 우회로인 깔딱고개가 오르기는 좀 힘들더라도 그쪽이 안전하다.

장비를 갖춰야 하는 암벽을 제외하고라도, 북한산에는 시시콜콜하게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고다발(또는 우려)지역이 무척 많다. 아쉽게도 찍은 사진이 없다. 약주 한 잔 드셨으면 객기 부리지 말고 안전한 우회로 다녔으면 좋겠다. 저번주에도 산에 갔다가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암릉을 한 번에 발 굴러 오르냐 마냐 내기를 한다고 호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욕이 나왔다. 비단 술을 안 마셨어도 정신 놓으면 바로 사고가 나는 곳이 북한산이다. 북한산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한국의 전체 국립공원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50%를 차지한다. 사망자수도 단연 톱이다 -- 사망자의 절반이 장비 갖추고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고, 그 나머지가 일반 등산객이다. 

역으로 말해 언제 가도 조금만 느슨하면 바로 골로 간다는 긴장과 스릴 때문에 북한산은 꽤 매력적인 산이다. 암. 그 재미지.

집 나가면 개고생? 이 광고가 불편한 이유 -- 엄홍길 편을 특히 낄낄거리면서 봤다.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에베레스트를 오르더라도 본인이 당시 그 작업을 과연 가치있는 일로 생각할까? 웃음. 그냥 미친거지. 당사자가 아닌 한, 그리고 당사자라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게 그건 굳이 '가치의 전도'가 아니다. '개고생'도 맞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채찍질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는 평균적으로 10만 시간 이상 한 분야에 노력을 투입한 사람을 뜻한다는 자료가 있는데, 자기애와 자존감이 귀찮고 또 하찮다는 것을 10만 시간 안에 배울 수도 있고 못 배울 수도 있다.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은 자기가 거의 10만 시간에 이르는 동안 삽질해 왔다고 말한다고 버럭 화를 낼 것 같지도 않다. 본인이 하는 삽질을 남이 알아주건 말건 상관없으니까. 하여튼 저 기사 보면 별 걱정을 다해 주신다 아마추어같이.

한국에는 직업의 귀천이 있을까? 귀천은 모르겠지만 16:1의 경쟁율을 뚫고 채용되는 청소부와 500:1의 경쟁율을 뚫고 뽑힌 가수와 그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 죽겠다고 욕하는 기가 막힌 전문직 중 하나인 만년 인력 기근현상을 보이는 프로그래머 부류가 있다. 자기는 야근에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집에 못가서 아이 얼굴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형광등 불빛이 반짝이는 고객 사이트에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파견근무 중인 프로그래머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고질적인 착취와 대단한 노동량을 우려한다.

회사 직원들 상대로 매년 한두 번 정도는 멘토링을 했다. 마틴 파울러 왈, '컴퓨터가 이해할수 있는 코드는 어느 바보나 다 짤 수 있다. 좋은 프로그래머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짠다.' 거의 20년 동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짜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Kent Beck의 책을 봐도 별로 배울게 없다... 고 말하면 꽤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들리겠는데? 정교하고 단단한 코드를 구사하는 그쪽 진영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린 시절엔 hacker's delight 따위에 호들갑을 떨며 코드로 제사를 지냈다. 그래서 마법과 코딩과 코드 브레이킹은 삼위일체처럼 당연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10만 시간을 우습게 넘긴 '전문가'가 된 탓에 프로그래밍을 훨씬 철학적으로 짜게 되어, 돈을 안 주면(돈이 안되면) 도가처럼 무위한다.

프로그래밍이란 그 자체로 꽤 즐거운 것이다. 그 재미를 평생 모르고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고등학생들에게 살짝 귀뜸해 주자면, 섹스보다 낫다. 패러디라고는 해도, '공부 열심히 하면 연애인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수험생을 북돋워준 만화가 있었다. 예쁜 여자랑 자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품위 유지와 같은 것이라서, 그런 준 합법 거래 또는 관점을 달리하면, 강간은 근절되기 어렵다. 남의 일을 해주며 밤을 새는 프로그래머는 연애인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래도 연애인과 하는 것보다 낫다. 뭣 때문에 낫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자전거 타기처럼 타인에게 기꺼운 노고의 행복을 전하기 어렵다. 신들의 전쟁에서 인용된 헤로도토스는 '죽을 때까지는 아무도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티 라이더'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자전거를 차량으로 취급하여 도로에서 정당한 공간을 확보하자는 사람들의 견해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차량으로서 자전거 타기 원리 Vehicular-Cycling Principle). 반대도 하지 않는다. 주말에 도로 점거하고 떼잔차질 하는데 평생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뭐든 떼로 하는 건 똥 보듯이 피할 뿐이고... 원칙과 규율은 필요없을 뿐이고...

우리는 원칙과 규율을 가장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생활의 혼란에 적응할 것이다. 우리는 저항이 제일 적은 길을 찾을 것이면, 교통의 흐름을 강조하기 보다 우리가 교통의 흐름이 되고 그것이 우리가 되게 할 것이다.무엇보다, 우리는 재미를 찾고 무사히 집에 닿을 것이다.
 
도심 주행의 핵심은 재밌게,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것이다. 제대로 집었다. 계속...

제기랄, 꽃 배달 차가 빨간불에 달리고 그래서 배알이 꼬일 때 당신은 누구를 비난하겠는가? 당신이라면 씨근거리기를 멈추고 무슨 욕을 그 운전자에게 하겠는가? "운전 잘한다 거시기 똥꼬야!" 라고? 꼬부랑 할머니처럼 비틀거리며 나가서 소송이라도 제기할 터인가? 이제부터는 이렇게 생각하라. 어떤 잡놈이 책에 나오는 법이란 법은 다 어기다가 당신을 치었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닌 당신의 잘못이라고. 그게 진정한 자유의 뜻이다.
 
라이더의 제일 목표는 첫째도 마지막도 중상을 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라이더의 결론이다. ... 출퇴근 하는 도중에 구급차 뒷자리에 실려 가면 원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또 확실히 재미도 없을 것이다.
도로에서 핍박 받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면 무슨 권리장전을 챙겨먹어야 하기에 역사적 사명감을 안고 미친 택시운전수들을 향해 의무적으로 삿대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질 않기 때문에, 이 작자가 도로에서의 중용과 조화를 강조하고, 사고의 일차적 책임이 자전거 주행자에게 있음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책의 일부만 발췌했기에 저자의 의도를 재단했고 그래서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건 오직 내 뜻이다.

자전거 주행자는,

운전자에게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일 뿐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다. 받아들이는 것이 속 편하다. 아니면 당신이 개조가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개조하던가.

필라델피아 같은 도시에서는 라이더의 헤드폰 사용을 금지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이 입안했을 이 법률은 약간은 권위적이고 위선적인데가 있다. 운전자들 반은 스테레오를 듣고 그 반은 전화를 받는다. 이러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피차(자전거 주행자나 운전자나)  마찬가지다.
이어폰 볼륨을 평소의 1/3 정도로 듣는다. 자전거 주행 때문에 듣는 음악도 지난 4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지금은 오직 클래식만 듣는다. 볼륨이 적고 산만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도로에서 나는 거의 모든 소리를 생생하고 '클래시컬'하게 체험한다.

감각을 모두 깨어 있게 하면서, 도로의 통행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도로에 순응하면서 주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운전자들에게 더이상 욕설을 늘어놓지 않게 되었달까?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아스팔트 길에 항상 감사했다. 예외적인 운전자들의 친절에 감사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관심없다.

현실적으로 라이더는 도시 지역의 접근성에서 거의 역사적 정점에 서 있다. 아래로만 아니라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라이더는 교통 영역에서 특권에 버금가는 고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타볼 만한 도로는 거의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러니 감사할 수 밖에! '시티 라이더'에서 주행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자면,

  • 라이더에게는 자신의 무능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 자동차-자전거 충돌은 라이더가 단순히 일반적인 교통법규를 지키기만 해도 막을 수 있다.
  •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자동차-자전거 사고의 90%가 회전 및 교차 상황과 관계되어 있다.
깊이 공감한다. 세번째 항목에 관해서는 자전거 도로 주행 초보자들에게는 여러 장의 도해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곁들여 설명해 줘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내 머리속에서 당장 떠오르는 상황만도 여러개다. 그걸 PPT로 만들어 강연할 수도 있을 지경이다.  왜냐고? 도로에서 수십번 간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얻은 값진 체험이니까.

자전거 타면 회음부가 약해져 불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없는 헛소리부터, 헬멧 착용의 필연성에 관해, 인터넷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것을 입증할 데이터다. 그런데 '시티 라이더'에서 데이터를 드디어 목격했다.

헬멧 착용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이 되었다. ... 헬멧이 심각한 머리 부상 사고를 88%까지 줄인다는 수치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시애틀 지역의 응급실에서 모은 자료들을 종합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 연구자들은 단순히 헬멧을 쓴 부상자와 헬멧을 쓰지 않은 부상자를 비교해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헬멧 쓴 부상자가 부상이 더 적고 머리 부상도 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소비자 안전 위원회(Consumer Produc Safety Commision) 스티커는 그 헬멧이 시속 18km의 충격으로 자갈이나 연석 등 뾰족한 표면에, 또는 23kmh에 평평한표면에 부딪혀도 머리가 보호된다는 검증의 표시를 의미한다.
내가 헬멧을 안 쓰는 이유는 자전거 사고의 80% 이상이 심각한 머리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근거없는 허튼 소리와, 고작 23kmh에서 부서지는 값비싼 헬멧이 결국은 머리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 때문이었다. 23kmh는 서로 마주보며 달려오는 두 마라토너가 충돌했을 때의 속도와 같다. 저자는, 굳이 머리를 보호하고 싶으면,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라고 권했다. 저자나 나나, 헬멧을 쓰는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바보짓이니까, 헬멧을 쓰는 편이 헬멧을 안 쓰는 것보다 그래도 나으니까.

자전거 장비에 관한 괜찮은 충고도 있다: 값싼 장비는 잘 작동하지도 않고 비싼 것만큼 오래가지도 않는다. 흔히 하는 말로, 다음 셋 중에서 두 가지만 고른다. 가벼운 것, 튼튼한 것, 싼 것. 가령 가볍고 튼튼한 것을 골랐다면 값은 포기해야 한다.

자전거 체인의 피치: 1.3cm, 이론적으로 24개의 체인핀에 해당하는 길이가 30.48cm보다 길어지면 교체해야 한다. 체인을 바꾸려면 카세트, 프리휠과 체인링도 교체하는 것이 좋다. <-- 작년에 체인이 늘어나 체인만 바꿨다. 한동안 체인이 체인링 톱니와 맞지 않아 기어 변속 때 덜컥거렸다. 지금은 체인이 적당히 '늘어나' 덜컥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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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굉장한 책이다. 마지막 문장까지 봄바람처럼 향긋하다.

자전거를 타고 행복해지는 것은 자전거 때문이 아니다. 사이클링은 고도의 정신적/육체적 활동이 필요한 운동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사람은 바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차량과 타협하는 일은 공을 주고받는 게임이나 다름없다. ... 둘러싸여 있는 운전자와 다르게, 라이더는 드러나 있다. 무거운 기계류에 완전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하늘에 툭 터져 있기 때문에, 어떤 날씨든 느낄 수 있다. 이 드러남은 두려움과 어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기쁨의 원천이다. 그로 인해 자전거 주행이 다채롭고 강렬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일상의 주행마저 추억이 된다. 여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그것은 오롯한 삶이다. ...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 앨버트 아인슈타인
정작 자전거는 3주째 못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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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잡기 2009. 3. 12. 18:01
3월 15일 자전거를 탔다. http://www.wikiloc.com/wikiloc/view.do?id=321363

주행거리 51.3km, 주행시간 2h25m, 쉰 시간 22m, 평균속도 21.2kmh. 맞바람 때문에 의정부에서 월릉으로 내려올 때 속도가 많이 깎였다. 맞바람을 맞으면 2-3kmh 정도 속도가 줄어든다. 송추계곡에서 의정부로 내려오는 기나긴 내리막길에서 56kmh가 나왔다. 때마침 모자가 날아갔다. 모자를 줍기 위해 자전거를 멈추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60kmh를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자전거 탈 때 버프를 착용했다. 버프를 복면처럼 착용하면 귓가의 바람소리가 필터링되고 감쇄된다.

wikiloc.com이 드디어 구글 어스의 레이어로 깔린다. 내가 wikiloc에 올린 tracklog 중 조회수가 무려 900회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한국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이고 구글어스에 노출되지도 않았음에도.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American Gods)'을 읽기 시작했을 때, Tomas Pynchon의 V와 Gravity's Rainbow가 떠올랐는데, 책 내용 중에 중력의 무지개를 언급한다. 신들의 전쟁은 환타지라기보다는 환타지 형식을 빌은 주류 문학에 훨씬 가깝다. 하여튼 반갑고 재밌다. 재미도 없고 그저 수면제 역할이나 하는 프루스트 소설 같은 것도 번역되는데 중력의 무지개는 왜 번역되지 않을까?

"커피는 어떻게 해줄까? 여기서 우리는 밤처럼 검고 죄악처럼 달콤하게 마신다네"  -- 소설이 소설다운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노인네 잠꼬대처럼 주절거린다면, 문장력이 떨어지는 것은 소설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편. 소설은 문장의 심미성을 다루는 예술 분야다. 21세기 들어서 유행하는 말처럼, 소설은 서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더러, 문장으로 받치지 못하는 서사는 다소 쓰레기 취급하는 편.

'영하 40도. 온도계에서 그 지점은 섭씨와 화씨가 똑 같아지는 이상한 지점이다.' --   F=C*9/5+32, C=(F-32)*5/9. 평면에서 기울기가 다른 두 1차 방정식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니까 이상할 것 까지야... C=F 인 지점을 찾아보면(접선을 찾아보면), 1=5/9-(32*5/9)/C, C=32*5/9/(5/9-1) = -40이 나온다. 미친 미국인들이 화씨와 피트, 갤런 따위의 독특하고 고색창연한 단위를 언제쯤 포기할 지 궁금하다. 

이리하여 미국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귀신을 믿는데다, 싸이코패스를 비롯한 각종 정신병이 전염성 질환처럼 창궐하고, 이제는 신들마저 외면하는 땅이라는 관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며칠 동안 신들의 전쟁 에피소드에나 어울리는 꿈을 꿨다. 피곤한 탓도 있지만 워낙 책이 인상적이다.

Flight of Conchords에 아트 가펑클이 아트 가펑클 짝퉁 가수로 출연했다. 뉴질랜드 총리와 미 대통령 짝퉁도 나오고 매트릭스의 결함도 언급된다. 심지어 한국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 이 드라마 보고 있으면 참,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리고 빅뱅 이론에는 Firefly의 여배우가 나왔다.

도서정가제에 해당되지 않는 버림받은 책들이 예스24, 교보, 알라딘, 지마켓을 통해 거의 50%나 할인 판매되고 있다. 책을 요 몇년 거의 안 사서 이 김에 몇 권이라도 사 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리스트를 만들어 봤는데... 결론은 사고 싶은 책이 없거나 도서관에 왠만하면 다 있으니 빌려 보기로 했다.
 
은평구립도서관과 증산정보도서관은 3월 10일부터 '책단비 서비스'를 한다.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다음날 구파발역, 녹번역, 수색역 구내의 보관함에서 책을 찾아 읽고 그리로 반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만일 3권을 빌려 읽고 반납을 하면 반납이 확인되는 시점까지 약 8시간에서 24시간의 시차가 생기는데 그 시간 동안에는(반납 확인이 되기 전에는) 다시 책을 빌리지 못한다. 결국은 빌린 책을 도서관에 갖다 주고 반납 확인을 한 후, 도서관에서 다시 책을 고르는 것이 더 빠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책이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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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가설

잡기 2009. 3. 10. 20:33
바쁜 나날.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OpenStreetMap에 자료를 입력하고 있다. 주요 고속도로 그리기가 거의 끝났다. 현재 작업한 POI는 도시명과 전국 지하철역, 그리고 24000여개의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 정보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지금까지 약 10일 작업했다.

OSM: 한국
OSM 한국 지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거의 열흘이 걸려서 고속도로가 어느 정도 완성되니 흐뭇하다.

OSM: 서울
83개의 도시, 전국의 573개 지하철역 위치를 손으로 입력했다는 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 오늘은 86개의 행정 단위 군을 입력할 것이다. 이번주까지는 전국 대학 위치 정보 입력이 가능할 것 같다.

POI만 얻을 수 있어도 단순 변환하는 것만으로 OSM을 럭셔리하게 꾸밀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들 정보를 무료로 공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다. 그래서 내가 GPS에 사용할 목적으로 OSM을 거의 사적인 지도로 만들고 있는 셈. 나만 쓸게 아니라 이왕 하는 김에 한/영 표기를 함께 하기로 했다(think globally, act locally). 이 때문에  간단한 한글-로마자 번역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한글의 영문(로마자)표기법 개정안이 2000년에 나온 건가? 무려 9년 동안 모르고 있었군. 한글을 영문 표기로 변환해 주는 쓸만한 소스가 잘 눈에 띄지 않아 할 수 없이 '매뉴얼' 보고 만들었다. 맞는지 틀리는지 일일이 점검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표음 규칙들, 자음동화와 구개음화 대부분은 구현했지만, 몇몇 규칙들은 의아해서 내버려 뒀다. 캐멀 케이스(봉화->Bongjhwa가 아닌 BongHwa)와 하이픈 사용(Bong-hwa), 문자열 전/후방위 대치 등을 포함하고 facility tag를 붙일 수 있게 해 같은 범주의 POI에 대해 일괄 변환이 가능하도록.
 
지명 등의 고유 명사는 괜찮지만, '서울역사박물관'을 SeoUlYeokSaBakMulGwan 으로 변환한다.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길을 물을 때는 표음으로 된 것이 맞긴 한데,  저렇게 되면 외국인은 이게 박물관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표기는 Seoul History Museum과 SeoUlYeokSaBakMulGwan 을 병기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아주 귀찮은 일이라 일단은 표음으로 내버려 두고 고유 명사에 번역 가능한 일반 명사가 섞여 있을 때는 변환할 것인가를 선택했다. 벽제주유소삼거리 -> ByeokJe Petrol Station SamGeoRi. 문맥을 파악하지 않는 단순 문자열 대치이므로 은행나무입구사거리가 'Bank NaMu Entrance Crossroad' 가 되기도 한다.
 
한글 처리는 언제 뭘 하게 되도 기분이 나빠진다. 한글 처리를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워낙 많다. 특히 조사 생략에 임의 띄어쓰기 같은 것은 난감하다. 처리를 제대로 하려면 코퍼스를 가지고 빈도수 통계를 내고 그 통계에 따라 확률 기반 마코프 체인을 구성해 렉시컬 아날라이저를 꾸미고 태깅을 하던 어떻게든 해야 할 듯. -- 이런 자연어 처리 따위를 학계나 정부에서 만들어(이미 만든 것들이 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는 꿈같은 얘기겠지? 공공재화로써 전자 지도 한 장 없어서 외국 공개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생노가다로 도로 그리고 POI 입력하는 판인데.

POI2JOSM
POI2JOSM: 한글 표기된 POI(또는 GPS에서 추출한 waypoint)를 그에 상응하는 영문 표기명으로 바꿔 OSM 포맷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 이 파일을 JOSM에서 불러들여 OSM에 한꺼번에 업로드하면 작업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입력 가능한 파일은 KML(UTF-8), GPX(UTF-8), Garmin CSV(POILoader에서 사용, ASC) 이고 출력 파일은 .OSM(UTF-8). 추후 생각나면 버전업할 항목:
 
- GPX -> GPX(한글을 영문으로 바꾸기만 해서) 옵션 추가.
- gpsbabel을 이용, 다양한 확장자의 파일을 직접 다룰 수 있게 한다.
- 한글 변환 풀옵션.
- postfix, prefix
- 상용어 변환 테이블 외부 파일로.
- 입력한 문장 즉시 변환 출력해서 클립보드 in/out
 
작업자가 워낙 적어(실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았다.
 
메모: Visual C++ 2005 runtime 및 MFC의 unicode 파일 핸들링은 올바르지만 JOSM은 unicode BOM이 없는 파일만 정상적인 파일로 간주한다. linux에서는 unicode BOM이 없는 파일이 흔하긴 하니까 자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windows에서 파일을 UTF-8로 생성/저장하고 나서 파일의 첫 3 bytes로 들어가는 unicode BOM을 제거해야지만 JVM에서 작동하는 JOSM이 정상적으로 파일을 읽는다. 나중을 위해 이 3바이트 제거하는 것을 옵션으로 빼놨다.
 
지리산길 -- 완성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동네 할아버지들이 삽으로 다지고 있는 중인가? 아내하고 애 데리고 한 번 가려고 했는데... 제주 올레는 약 15년 전에 가봤다. 남부 해안선 도보 일주, 한라산 횡단, 그리고 오름 몇 개 오른 정도? 서귀포시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두 번은 자전거를 타고 돌았다. 그중 한 번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 텐트 치고 비 맞으면서 잤다. 두번째 자전거 여행 빼고는 딱히 재미가 없었다. 회는 정말 맛있다. 하여튼 재미없는데(고생만 했는데) 다들 재밌다니, 재미있다. 동해올레란 것도 만들려나 보다. 그쪽 길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지리산길에는 바람도 안 불고 햇볕을 피할 그늘이 간간이 있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그것이 지리산길의 유일한 장점처럼 보인다.

0.001mm 침범하면 천백배 보복할 것
-- 0.001mm의 천백배 보복이면 11mm냐? 미국엔 입도 벙긋 못하면서 상대적 약자(?)인 한국은 갈구는구나. 이명박 정권이 물론 잘못했지만 때만 되면 민족입네 어쩝네 하면서 발광하는 너같은 놈더러 비열하다고 하는 거야.

3월 8일 자전거 타고 헤이리에 갔다왔다. 주행시간: 4h30m, 쉰시간: 1h10m, 주행거리: 90.6km, 평균속도: 20.0kmh.

일산에서 출발하면 왕복 50km 거리의 썩 괜찮은 하이킹 코스가 되지만, 집에서 출발하니 반나절 거리가 되어 버렸다. 코스: 연신내역 -> 구산역 -> 원당역 -> 일산 -> 이산포 IC -> 자유로를 따라난 샛길을 죽 진행 -> 자유로 휴게소,  파주출판단지 -> 헤이리, 헤이리 영어마을.

파주 출판단지
파주 출판단지에는 처음 와봤다. 알만한 출판사 이름이 꽤 여럿이다.

송촌교에서 바라본 공릉천
송촌대교와 나란히 있는 송촌교에서 찍은 공릉천. 헤이리 사진은 안 찍었다. '문화예술촌'이란 것이 나한테는 '집창촌'같은 느낌이라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파주출판단지도 집창촌 같은 느낌이었다. 건축이 주는 분위기 탓, 길가에서 호객하듯이 곱게 꽃단장하고 서 있는 건물의 열에 들어갈 마음 보다는 후다닥 지나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점 때문에?

아니다. 집창촌이 집단창작촌의 약어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길에 자유로 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사 먹었는데 꽤 잘 끓인다. 휴게소는 바이크 라이더들의 집합소 같았다. 몇 년 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일산 호수공원
돌아오는 길에 일산 호수공원에 들렀다. 해질 무렵이 되니 기온이 떨어졌다. 작년 11월에 창고에 쳐박아 두었다가 지금까지 정비 한 번 제대로 안 하고 타는 자전거를 보니 온통 흙투성이다. 올해 자전거를 네 번 탔는데, 탈 때마다 오프로드 구간을 지났다.  이번 주행은 유난히 요철이 많아 골이 많이 흔들렸고 가랑이 사이가 아팠다. 위 사진은 아픈 부위를 표시한 것. 아... 이 고물 자전거...

책 '리만 가설' (리만 가설 소개 홈페이지): 홀수 장에는 수열, 로그의 특성, 자연지수, 간단한 미적분 따위 리만 가설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배경 지식을 소개한다.  고등학교 수준. 짝수 장에는 리만 가설의 배경과 역사를 실었다. 읽기 어려운 '수학 교양서'라서 오랫동안 읽지 않고 버티다가 요즘 읽을 것이 없어 읽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 오일러의 golden key가 등장하는 1부의 중반부에서 요새 개그맨들 말로, 빵 터졌다. 소수 정리가 이렇게 간단하단 말이야?  황금열쇠:


그럴리가... 해석학은 머리에 쥐나는 분야다.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재주다. 수학교양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읽기 전까지 읽기를 지체하면서, 정작 읽으면 정신없이 읽고 히히덕거리게 된다. 왠만한 지식 전달 위주의 넌픽션은 시간당 50~60p 정도 진도가 나가는데, 이건 무려 75pph(pages per hour)가 나왔다. 얼마나 재미 있었으면 지하철도 두번 걸렀다. 앉으나 서나 틈만 나면 읽었다.
 

앤드루 오들리즈코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한때 '소수 정리를 증명하는 사람은 영생을 얻는다'는 소문이 있었지요.실제로 아다마르와 발레 푸생은 90년 넘게 살았으니 아주 허황된 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소문에서 파생된 또 다른 소문이 나돌고 있씁니다. '리만 가설은 거짓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든 리만 가설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급사할 것이며 그가 얻은 결과는 결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지독한 소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타 함수의 함수 평면 궤적 그래프.

'리만 가설'은 전형적인 수학 교양서라서 언제나처럼 수학 천재들이 등장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들이 얼마나 천재같은지 칭송한다. 말하자면  그 동네 수퍼히어로물이다. 수퍼히어로물이자, 사회성 떨어지는 오타쿠들이 세계에 기여하는 알려지지 않은 방식을 설명해 주려 애쓰며 그들이 세운 빛나는 업적들을 소개하고 때로는 기적을 시연한다.



뫼비우스 함수를 사용한 제타함수의 다른 표현. 뭐 이 다음부터는 점점 어려워져서, 입 다물고 구경만 하세여~ 분위기다. 그나저나 수열이나 복소수나 아이겐 밸류를 참 오랫만에 봤다 -_-
 
'리만 가설'은 전형적인 수학교양서 답지 않게 재밌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짜릿짜릿하다. 작법의 힘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작자는 후주에서 소재의 불필요한 부가 설명을 적는게 아니라 가끔은 소재 외부의 이야기, 아니면 잡담을 늘어놓았다. 작자만 그런게 아니라 옮긴이도 본문과 후주에서 작가와 함께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따라서 놓치면 아쉬운 이 재밌는 후주를 읽기 위해 책장을 오락가락 해야 하는데, 출판사가 후주를 각주로 해 뒀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 뿐,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와 마지막의 전혀 소득없는 피날레는 감동마저 안겨준다. 원제가 Prime Obsession인데 제목 참 잘 지었다. 오랫만에 책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승산의 책 홈페이지 -- 내가 읽은 것이 무려 3쇄라서, 이런 책을 읽으면 들게 마련인 오타쿠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특히 좋았다.

힐베르트의 연설: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려면 '모든 수학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외치고 있다. 여기 문제가 있으니 해답을 찾아라! 우리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결코 무지하지 않으며 자연과학도 무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무지함'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단어로 대치되어야 한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결국 알게 될 것이다."

과학사상 가장 유명하다는 힐베르트의 감동적인 연설을 기억한다. youtube 어딘가에도 있다.

시간여행자의 사랑 -- 브루노 발터, 뉴욕 필하모니, 말러 9번 교향곡. 이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소설에서는 시시하고 평범한 소재로 감질맛 나게 낚시질한다. 물론 낚였다. 열정과 의지가 결여된 사람은 시체같아 보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책에 인용된 프랜시스 톰프슨의 시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세상 모든 것은
영원불멸한 힘에 의해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으니,
땅에서 꽃 한 송이만 꺾어도
하늘에서는 별 하나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 싯귀를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통 기억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십여년 전 어떤 과학 교양서에서 읽지 않았을까...

Sky Crowlers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신용하지 않거든요" -- 오시이 마모루, 스카이 크롤러즈. 우울한 애니. 창공의 전투씬을 무척 잘 만들어서 두세 번씩 리플레이하게 만든다. 감독은 정작 독자가 알아먹을 수 있는 수준에 맞추려고 공중전의 스피드를 늦추려고 거지같은 프로펠러 전투기를 등장시켰다던데. 감독 아저씨, 시청자 배려한답시고 그런 짓 좀 하지 마세요. 댁이 잘 만들면 뭐든 프레임 단위로 안 보겠어요? 이거 원작이 좋아 보이고 전쟁쇼 벌이는 킬드런 설정도 마음에 들어요. 댁이 딱히 망친 것 같진 않지만, 그걸 SF로 만들었다면 독자가 당신이 지향하는 (그다지 공감하지도 않는) 연출의도를 못 알아차릴까봐서 설정을 틀어 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요.


rideback
갈수록 궁상스러워지는 라이드백. 요즘 돌고 있는 사진. 한국에 외주를 줬는지 자동차 번호판이 매우 낯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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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주행

잡기 2009. 3. 1. 02:57
2월 22일 주행이 당혹과 자괴감으로 점철되어 원인이 어디에 있나 살펴보려고 2월 28일 자전거를 탈 생각이었다. SF&F 도서관 개장식이 마침 같은 날이라 그 곳에 살짝 들러 표도기님과 얘기 좀 하다가 개업식 하기 전에 나와 '주행테스트'를 계속 해 보기로.

아내는 져지에 츄리닝 입고 나가니까 정말 그 몰골로 돌아다닐 꺼냐고 한숨을 푹 쉬었다. 이거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이 트레이닝복 입고 벌건 대낮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적도 있다. 옷가지 만큼은 타인의 눈에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개소식 하는 곳에 가는 것이 좀 거시기하지만 그 곳 사람들도 적응하면 금새 익숙해질 것이다.

오후 2시 8분 출발. 잊지 않고 지하철 역 앞에서 자전거에 바람을 넣었다. 강변로까지 22kmh 정도로 워밍업하듯 달리다가 강변로에 진입해 28~31kmh로 줄곳 달렸다(평소 22~25kmh로 달리던 구간이다. 2월 22일에는 타이어에 바람이 좀 빠졌다고 평속이 18kmh가 나왔다). 바람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더 났다. 그나저나 한강변에서는 35kmh쯤 되면 아무도 추월하지 못한다.

이명박 시장 시절엔 한강에 오페라 하우스 세운다고 하다가 갖은 욕을 먹었는데, 오세훈 시장은 임기 초부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반포대교를 자전거 전용 도로로 만들고 그 앞에 수상 레저 타운 같은 것도 만들 계획이란다. 어쨌거나 반포대교로 차량 통행이 중지되고(가능할까?) 한강변 자전거 도로가 정비되면 꽤 볼만한 예산 낭비 작품이 나올 것 같다. 뭘 하는지 자세하게 관심은 없지만 이래저래 공사가 한창이다.

사당역을 지나 SF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GPS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찾아갔다. 14:08출발, SF 도서관에는 15:50 도착. 아직 손님이 없어 서가에서 책들을 들쳐보며 운영 스태프들과 시간을 보냈다. 표도기님이 도착해 리허설을 했다. 고삿상을 옮기던 도중 살짝 내용물을 보고 웃었다. tai0님을 처음 만났다. 오래 전에 tai0님 글이 이상하다고 내가 말했단다(옛날옛날에 내가 그 바닥에서 빼먹고 욕하지 못한 사람은 없지 싶다 -_-). 곧 결혼할 이씨와 이웃사촌이 될 것 같단다.

예정보다 30분 늦게 개소식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행사 준비로 바쁜 표도기님과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만들긴 힘들 것 같다. 저녁을 함께 할 시간도 안 되지만, 다스베이더 헬멧과 광선검이 올라온 웃기는 고삿상이 서로 뻘쭘한 사람들에게 아이스 브레이킹 챈스가 되었길 바란다.

한가할 때 살짝 들렀다 일찌감치 빠져 나가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자전거 타러 나가야 한다. 해지면 춥다. 많이 늦었다. 하는 수 없이 질의응답 시간에 직지 얘기를 하고(그것도 포멀하게!) 개소식이 끝나자마자 SF도서관을 나왔다. 사이파이님한테 사이트 알려준다는 걸 잊었다. http://www.beerschool.co.kr/

머문 한 시간 동안 물 한 컵과 포도주 반 병, 치즈케익 한 조각, 빵 두 조각, 쿠키 세 개를 먹었다. 어쩌다가 '짐승의 연주자 에린'의 원작이 '야수'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랬군. 라이드백 만화책을 봤고, 블레임 이전 세계를 다룬 바이오메가 1권을 봤다. 보고 싶었던 만화책들이다. 도서관에 있는 SF들 대개는 본 것들. 어쩌다 기회를 놓쳤을 뿐, 현재 가지고 있지 않아도 88년 이후 출간된 SF 중 못 읽어본 것은 극히 드문 것 같다. 한국에 출간된 SF의 총수는 500여권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사전 스타워즈 아동용 요약판을 보고 변사를 동원해 스크린 깔고 코스프레 복장으로 연기하면 재밌을 것 같다며 스태프들과 히히덕거렸다. SF 읽는 사람들과 SF 얘기 하는 것이 오랫만이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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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 출발. 꽉꽉 막히는 차량 틈을 요리조리 통과해 신림역을 거쳐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다다랐지만 건너편 안양천변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탐험주행이라 온 길로 가지 않으며, 돌아가는 길을 모른다 -- 때문에 요즘 OSM에 정진한다.

전철로와 평행한 좁은 도로를 따라 차량과 함께 구로역까지 올라가서 가까스로 안양천변에 다다랐다. 오금교에서 성산대교까지 고속주행했다. 성산대교를 건너 산책객들이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불광천을 따라 응암역까지 다다른 후, 다시 시내에서 차들과 나란히 달리며 집에 돌아왔다. 주행거리 55.6km, 2h49m 주행, 30m 휴식. 평속 19.7kmh. 제 속도다. 시내 주행 구간이 길던가 맞바람을 받으면 평속은 18-19kmh 사이가 된다.

주행 평가: 타이어에 충분한 공기가 없어 접지면적이 늘어나면 다리에 상당한 부하를 가한다. 안장에 체중을 실으면 절반 정도 짜부러드는 뒷 바퀴로 주행할 때 평균속도는 3kmh 저하되었다.
그 동안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던 OSM 도로 지도 제작을 하고 있다. 틈틈이 potlatch를 이용해 yahoo aerial map을 참고해서 서울 주요 도로를 만든다. 이 작업이 제대로 결실을 맺게 되면 트랙로그를 일일이 만들지 않고도 GPS 만으로 전국 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potlatch는 정교하거나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에 적합치 않아 JOSM과 merkaartor를 같이 사용했다. 몇몇 사이트에 OSM을 소개한 후 자신이 가진 트랙로그를 올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작년에 농조로 디지털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에서는 OSM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 '아마추어 지도 제작자의 모임'이다.

한국 도로 지도 만들기 삽질 모임 같은 공공 프로젝트를 이끌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OSM은 대단한 포텐셜을 지녔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작년에 처음 알았을 때 wikipedia에 버금가는 이 대단한 공공 프로젝트가 왜 여태까지 항간의 소문으로 들어본 적이 없나 놀랐다.

일하다가 쉬는 시간이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며칠 전 꿈을 꾸면서 OSM으로 지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전체 윤곽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제 맥주를 들고 아마추어 지도 제작자들과 거나한 뒷풀이를 하는 꿈도 꾸었다. 우리는 UTC 시각과 경위도로 약속을 잡아 만난다!

* OSM에 사람들이 널리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트랙로그만 수집해 놓기만 하면 지도 편집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할 수 있다.

* OSM 도로 지도는 다음, 네이버, 구글 한국 지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 다음, 네이버, 구글 지도는 사용자가 수정할 수 없다.
 - 업데이트 반영이 OSM처럼 실시간이 되지 못한다.
 - 해당 지역 주민은 그 지역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 OSM은 전세계를 아우르는 데이터베이스다.
 - 데이터베이스 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현(응용)도 공개되어 있다.
 
* 전국 주요 고속도로(highway)와 주요도로(primary road, trunk)를 확보한다. 지도 제작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참고 지표가 된다. 아무래도 전국도로지도 책을 구해야 할 것 같다.

*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무료 공개지도보다 나은 훌륭한 응용 분야가 있다. 트래킹 트레일(footway)과 바이크 트레일(cycleway)이다. 파란 맵이 등산 지도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정교한 등산로 지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GPS를 사용하는 산악동호회와 자전거 동호회에 꽤 축적된 트랙자료가 있다.

* POI의 확보 방법: 네이버/다음/구글 지도 중 네이버 것이 POI가 가장 풍부하다. 그것과 yahoo 항공사진(2006년 판)과 구글 어스(2009년 판도 일부 있음)의 항공 사진을 참조해 POI를 수작업으로 만든다(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아직은 유출된(?) 자료가 없으니까). 이중 가장 실용적이고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POI는 기차역, 지하철/전철역, 버스터미널(이하 transportation)이다.

* POI의 구축은 현재로선 구글 어스 외에 방법이 없다. GPS waypoint로는 제한적이고, 아직 네이버 맵 오버레이를 이용한 ajax 소프트웨어를 내 손으로 만들 정도의 시간이나 실력은 없다.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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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황량했던 한국이 불과 며칠 사이에 몇몇 사용자들의 참여로 이렇게 변했다. 흡사 내 손으로 도시를 건설하며 문명을 일으켜 세우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작업 진행 후 결과물을 흡족하게 바라볼 때면 좋은 SF 읽은 후에나 찾아오는 포만감을 느낀다.  요즘 내가 하는 작업은 지하철/전철역 총정리다.

최근 읽은 넌픽션 중 가장 재밌는 책은 토니/모린 휠러의 '론리 플래닛 스토리'다. 나와 마찬가지로 토니 휠러 역시 이스라엘리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지랄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여행할 때 점잖고 좋았던 친구들은 내 경우, 하나 같이 독일인이었다. 그들은 말수도 적다. 영어를 못하는 작자면 '친절한 원주민' 분위기까지 나서 금상첨화다. 토니 휠러도 독일의 여행 문화가 가장 선진화되어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독일 배낭 여행자들에게 딱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일광욕에 환장해 있다는 것. 어? 그런데 휠러가 그것도 똑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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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가 몇 년전 아내에게 선물한 것. 서재에 높이 걸려 있는 이 것을 볼 때마다 비비디 바비디 부가 생각난다.

론리 플래닛 스토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는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떠들어대는 것, '범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ing Globally, Acting Locally)' -- 주변에서 자주 보는 흔한 문구다. 토니 휠러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증오와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OSM은 외국에 알려지는 첫번째 상세 한국 영문 지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천연 비누 만드는 건 지루하고 귀찮다, 지도 만들기야 말로 범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할만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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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만들기

잡기 2009. 2. 26. 20:18
인기절정(?)인 F4를 보다가... 여자애가 왜 저렇게 늙었지? 어휴 재미없어라.

제 4회 2008년 올해의 과학도서 10권(2008.12.2일 선정)  -- 보고 싶거나, 봐야할 책만 링크를 걸어뒀다.
2월 22일, 올 들어 두번째로 자전거를 탔다. 강변로에서 잠실 방면 양재천 합수부를 통해 과천까지 가서 과천에서 안양으로, 안양천을 따라 다시 한강 합수부까지 이어지는 속칭 'Heart Course'. 실제로 관악산을 빙 두르는 심장 모양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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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강변까지 약 9km를 제외하면 하트 코스의 길이는 69km 가량. 주행거리 77.6km, 주행 시간 4h50m, 쉰 시간 1h25m, 평균속도 15.9kmh. 꽤 한심한 기록이다.

35km 부근부터 이상하게 패달이 무거워 뒷바퀴를 흘낏 살펴 보니 바람이 없어 타이어 접지면이 넓다.헉! 저번에 자전거 타면서 바람 넣어야지... 하고 잊어버렸다. 어찌나 힘이 들던지 약 50km 주행해서 안양천에 도달했을 때는 근육 사이에 송송이 맺힌 젖산 때문에 다리가 뻣뻣해져서 중도 포기하고 마침 가까운 사무실에 자전거를 놔두고 돌아갈 생각을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완주하자, 가다 보면 타이어 바람 넣을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평속 12~14kmh 노인네 관광 유람 속도로 두 시간 가량을 달렸지만 끝내 바람을 넣지 못했다. 다리는 점점 굳어가고, 저녁 무렵이 되면서 날은 추워지고(손이 시려서 기어 바꾸기가 힘들다), 먹은 거라고는 500ml 짜리 생수 뿐이라 배가 고파서 안양천 자전거 도로변 노점에서 2천원 짜리 컵라면을 사 먹는데, 주인이 날더러 '잘 생겼다'며 슬며시 삶은 달걀 두 개를 공짜로 줬다.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월드컵 경기장 부근에서 할아버지를 추월할 때, 할아버지가 핸들을 잘못 틀어 내 자전거 뒷바퀴를 박고 길에 엎어지셨는데, 멈춰서 일으켜 드리고 괜찮으시냐고 물으니 별로 안 괜찮다고 막 욕설을 퍼붓다가 내 '잘 생긴 얼굴'을 보시더니 난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말씀 하셨다.

성수대교를 건너고 인상 긁으면서 힘겹게 패달을 밟아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샤워 하고 나서 활활 타는 것 같은 다리 근육 때문에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아무 생각 안 난다. 아무리 맞바람을 맞았다지만 평지 70여 km를 이렇게 고생스럽게 주행한 것은 오랫만이다. 바람 빠진 타이어 탓이 크지만, 조만간 다시 그곳을 주행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리뷰하기로 했다.

술 마시면서 십여 년 만에 본 박씨와 등산 얘기를 하다가 그가 등산학교 가자고 말했다.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이 공포심을 느낀 장소는 두 번 다시 안 간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곳에 몇 번씩 가지 않았나(실은 그렇긴 한데, 알아주니 고맙지 뭐). 고로 겁이 없던가 극복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산등성이 하나만 더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그러게 말이다.

박씨에게  차가 지나지 않는 한적한 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상태를 상상하고, 눈을 감은 후 20초 동안 걷고 나서 눈을 뜨고 자기가 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추측해 보라고 말했다. 그게 내가 느끼는 무지와 감각차단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나이 들수록 점점 심해졌다. 일찍부터 싸돌아 다니길 좋아해 사고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반사 신경과 균형 감각의 부족. 의지는 누구 못지 않지만.

밍밍한 맥주 범인은 탄산수?
-- 비단 이런 기사 때문은 아니지만 우연히 기회가 닿아 맥주 만들기 동호회 초보 교육에 참석했다. 조교의 잠언은, '라면 끓이는 정도면 맥주도 만들어 먹는다'. 아내한테는 아무 말 안하고 갔다.
 
1.7kg 내외의 캔 맥주(beer kit)를 설탕(또는 맛을 좋게 하려면 드라이몰트)과 23리터(21리터가 좋단다) 정도의 물에 섞은 다음(물은 그냥 수돗물. 잡세균이 있는 생수 류의 미네랄 워터는 곤란)  깨끗이 소독한 발효조에 넣어 섞고, 물의 온도가 20~25도 부근일 때 효모를 넣고 뚜껑을 닫아 공기를 차단한 다음, 일주일쯤 상온에서 발효한다. 비중이 1.01 정도면 발효가 끝난 것이다.

PET 맥주병 같은 빈 내압용기에 설탕을 5-7g 쯤 넣고 발효된 맥주를 병입한 후 뚜껑을 밀폐해 상온에서 며칠 동안 발효시키면 효모가 산소+당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때 쯤 되면 PET 병이 벽돌처럼 딱딱해진다. 이후 냉장고에 넣고 1주 이상 숙성시켰다가 마신다. 이것이 그날 교육의 전부다. 쉽다는 건 주워들은 풍월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고 들으니 어처구니 없이 쉬웠다. 하지만 다년간 홈 브류어리를 해 온 '전문가'의 짬밥과 경험 역시 쉬울까?

21리터 정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비어 킷 33000원 가량, 설탕 한 봉지(얼마나 될까?). 초기 투자비(자재비)는 6만원 가량. 매달 3-4만원 정도 투자하면 전문가가 제대로 만드는 시내 하우스 비어 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망할) 카스 생맥주보다는 나은 맥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교육 참가비는 2만 원이었는데, 네 종류의 각기 다른 맥주와 꽤 잘 만든 훈제 돼지고기, 훈제 닭 안주와 함께 시음했다. 그리고 1차 발효가 끝난 앰버 에일(Amber Ale), Dark Ale, Mii 뭐라는 맥주 각각 1리터씩 세 병을  받았다. 2주 쯤 후 개봉해서 기분좋게 마시란다. 교육장에서 맛 좋은 안주와 함께 썩 괜찮은 맥주를 1리터 쯤 들이마신 탓에 알딸딸했는데, 맥주도 세 병씩이나 주니, 교육비 2만원이 하나도 안 아까워 흐뭇하다.

여름에는 맥주를 잘 안 만든단다. 만들어봤자 6월까지라고. 아마도 효모 활동에 적합한 온도 때문인 것 같다. 라거 종류의 하면 발효 주조는 낮은 온도를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18~25도 사이에서 발효시키는 에일, 스타우트 같은 상면 발효 맥주가 간단하고 쉬운 홈 브류어리의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그냥 추측이다). 뭐, 에일 보다는 필스너나 라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집에 돌아와 즐겨먹는 하이트 맥스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비교할 겸 한 병을 사와 마셨다. 교육장에서 마신 것이 여러 모로 낫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서 혹시 실패하지는 않을까? 저 제작 과정 어디서 어떻게 해야 실패할 수가 있지? 실패하기가 무척 어렵진 않을까?

직접 제작과 시중 판매 맥주 사 먹는 비용 사이에 경제성을 비교해 보았다. 1.6리터 PET가 4300원이라 가정할 때,

시중 맥주 판매가 = 2687원/리터.
초기 투자비(자재비) = 6만원 (발효조, 비중계, PET 병 따위들 세트로 판매)
1회 제작비 = 비어 키트 33000원 + 설탕 2000원(추정).

2687원/리터 > ((33000 + 2000) * n + 60000)원 / (21 * n)리터  일 때,
n=3회 이상. n=3일 때 제조단가는 2619원/리터

맥주를 10회(210리터) 만들면 제조단가는 1952원/리터로 떨어진다. 맥주 한 번 만드는데 1개월 걸린다고 치고, 3월 중순부터 만들기 시작한다고 치면, 상반기 3개월 동안 16만5천원을 들여 4월 중순부터 63리터의 맥주를 그야말로 배터지게 마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 5일, 하루 1리터씩 매일 마실 수 있다. 주 3일로 하고 하루 2리터로 할까? 음...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비용을 줄이면서 첫 21리터를 합리적으로 소비할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 당장은 보관용 냉장고가 문제라서.

전업주부랍시고 집에서 놀고 있는 마누라 시켜서 맥주 제조해 판매할까?
오...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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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Fit

잡기 2009. 2. 23. 20:16

코오롱스포츠 ‘물에 뜨는 등산화’ 출시 -- 이거 구정 때부터  보던 기사인데? 신발 살 일이 있어서 뒤져보다가, 7만5천원 짜리 파이브텐에서 나온 고어텍스 XCR 경등산화를 옥션에서 팔길래 사려고 했더니 해당 사이즈의 재고가 없단다. 값도 싸고 좋아 보였는데, 무척 아쉽다.

SF&판타지 도서관 개장.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듯. 몇 년 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표도기님이 만든다고 했는데 정말 만들었다. 역사적 유물인 직지CD를 갖다 줘야 겠다. 쓸모가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조만간 시간날 때 직지 사이트 유지 보수도 좀 해둬야지.

이재용 삼성 전무이사가 이혼한 것이 여자 관계 때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문득 생각난 것은,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에서 서즈데이 할머니가 한 말;  사랑을 하면 공갈협박을 당할 여지가 커지지.

아이는 이제 31개월 살았다(살아남았다?). 아내는 아이가 하나에서 열까지 숫자를 세고 읽을 줄 안다고 흐뭇해 했다. 지하철에서 꽥꽥 숫자를 발음하고 사탕도 얻어먹는 모양이다. 30개월 무렵이면 아이들이 보통 숫자를 셀 수 있다고 말하니, 모르는 소리 말란다. 육아 가지고 지아비가 미주알 고주알 훈수 둬봤자 좋을 것도 없고, 그쪽은 아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둔다.

아내는 좀 배운 녀석들의 사고방식이 획일적이고 답답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공부 잘 하는 헛똑똑이보다는 아이를 차라리 날나리로 키우고 싶어했다. 공부 좀 하는 것들에 대한  편견은, 아마도 그들이 지닌 개념과 의미 개연의 순서에 대한 훈련된 반사 작용의 고리타분함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아내는 특히, 내가 책줄에 나온 대로만 읆어대는 헛똑똑이라고 여기면서 흐뭇해 했다. 상황이 순발력을 요구할 때 전후 인과관계나 따지고 있는게 여간 바보스럽지 않겠나? 그렇다고 내가 definition과 concept 따위로 업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지만.

결혼 5주년 선물로 아내에게 Wii Fit 세트를 사줬다. 살이나 빼라고(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아내의 BMI 측정치가 23 정도... 정상 체중으로 나왔다. 그럴 리가 없는데?). 39만 6500원. Wii Sports + 처음 만나는 Wii + Wii Fit + 눈차크. 기계치인 아내가 택배 받은 물건의 포장을 풀고 조립해서 바로 작동 시킬 정도면 대단한 게임기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해외여행 보내주는 것보다는 싸게 먹혔다.  

Wii Sports는 오다가다 한 번 쯤은 해 봤고 처음 만나는 Wii에 위모컨이 포함되어 있어 그걸 함께 구입하면 2인용 세트가 된다. 다른 건 몰라도 Wii Fit (Balance System)이 꽤 재밌는 물건이다.  4개의 로드셀 센서에서 검출된 체중 밸런스에 의한 압력차를 블루투스를 통해 본체로 전송한다는 원리는 그다지 안 복잡하지만 그것을 요가와 체력 훈련 및 게임에 적용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측정한 BMI는 22.95로 정상. 목표치를 22.03으로 하니 2.3kg을 감량해야 한단다. 약 40분 Wii Fit으로 이것 저것 해 보고 다시 몸무게를 측정해보니 400g 정도가 줄었다. 너무 많이 줄어 믿기지가 않았다. 참고로 500ml 생수를 뱃 속에 채우면서 자전거 3시간쯤 타면 500g쯤 가벼워진다. 즉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자전거 몰고 1kg 가량을 뺀다(내 경우). Wii Fit으로 하는 요가 따위가 자전거의 운동량에 비하면 세발에 피지만, 그래도 Wii Fit으로 운동하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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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주년 기념으로 가족 사진을 찍자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서 돈 안 들이고 한 장 찍었다. Mii 셋이 모여 Wii가 되었다.

엘마레따, 회식 장소로 적합한지 알아볼 겸, 그 김에 저녁 식사나 할 겸 찾아갔다가 입맛만 버렸다. 원래 부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부페 가서 음식을 깨작거리며 먹는 편. 종류가 꽤 많았던 초밥 대부분은 다양성에 비해 특별히 맛이 없다. 구운 새우와 대게는 많이 짠 편. 국물 음식은 일반적인 부페 수준, 과일류는 빈약, 타르트, 초콜릿 무스, 티라미스 등 일단 구색은 갖춰 놓은 제과 디저트 정도만 평균 수준 이상이고 해산물 부페라지만 해산물 어디에도 별 특색 없음. 부러 '맛있게' 먹으러 갈만한 곳은 못 되는 것 같다. 하긴 어느 부페나 두 번째 방문하면 맛이 없다.
 
Life After People
Life After People. World without Us를 미흡하게 연출한 듯한 다큐멘터리. CG, 해설 다방면에서 좀 촌스러운데다가 중언부언하지만, 그래도 누계 500만인지 5000만인지가 본 인기 다큐멘터리다.


Life After People; David Brin
Life After People에 David Brin도 나왔다. 젊었을 때도 대머리이긴 했지만 이 양반은 어느새 이렇게 늙어버린 거지? Earth에서 선보인 예언 같은 것들이 계속 잘 맞아 떨어진데다, SF 오타쿠부터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작가였다. 한국에 번역본이 더 출간되지 않았다. 또는, 박씨 아저씨가 브린 소설 출간 기념 해설 쓸 때 쯤 돌아가실 지도 모르겠다.  


사이버리아드: 아.. 읽기 무진장 힘든 풍자서. 읽다 졸다를 반복.

테메레르 5권: 주인공 남자는 거의 시체 수준으로, 전편에 비해 전투씬은 늘었지만 하는 일 없고, 내가 읽는 내내 정신이 산만해서 그런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꾸역꾸역 읽기야 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로맨스가 역시 취향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책을 읽은 거였지? 아, '시간 여행자의 사랑'을 보려고 했다가 도서관에서 누군가 먼저 빌려가서 대신 이거라도...

환영의 도시: 르귄의 책이 번역 출간되면서 번역자가 르귄과 서면 인터뷰를 했는데,  르귄은 자신이 남자 스타일로 글을 쓴다는 말을 해서 비딱하게 한 마디 하려고 환영의 도시를 다시 읽었다. 설마... 부사, 형용사구 왕창 생략하는 헤밍웨이 스타일 글쓰기면 남자처럼 글 쓰는 것으로 보일까?  욕설을 한참 늘어놓으려다가 뭔가를 비판하려면 전두엽에서 바로 끌어다 붙여 쓸 다양한 증거 자료(인용구)와 튼튼한 배경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책 한 권 달랑 재독하고(기억 나는 것은 거의 없고, 그가 여성 작가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논리적 과정은 이제는 거의 생각나지 않고 어렴풋 하기만 해서) 싸잡아 욕하기 뭣해 멋쩍어서 관뒀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황우석 사태를 비롯한 과학계에 만연한 과학사기에 관한 이야기. 감상은 무덤덤. 그런 것이야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지만, 책 중간 부분에 의미심장한 결론이 나온다. '과학의 궁극적인 수문장은 동료 평가도 심사 제도도 재연도 아니고, 이들 세 가지 제도 속에 함축되어 있는 보편주의도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다. 결국 나쁜 이론은 작동하지 않으며, 거짓 개념은 올바른 개념처럼 훌륭하게 세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리얼 실험 프로젝트 X: 무인도에서 한 달 살기

EBS 리얼 실험 프로젝트 X: 무인도에서 한 달 살기. 어쩌다 가끔 보는 프로그램. 다섯 가지 물건만 들고 무인도에 들어가 한 달 동안 살아보기. 무대책, 무대포인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줄창 고생하다가 나왔다. 나라고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여기 출연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무인도에 함께 가면 고생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건이 좋아, 미팅할 때 패거리를 구성해서 가져올 물건을 분담하고(특히 식량) 역할과 룰을 미리 잘 정해 공부 좀 했더라면 사정이 나았을 텐데... 출연자들은  Survivor나 Man Vs. Wild 같은 프로그램을 한 번도 안 봤나? 그게 뚝심으로 무인도에서 한 달 버티는게 아니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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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도서관

잡기 2009. 2. 11. 20:21
은평도서관에서 2월부터 도서관 통합 상호 대차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러 도서관이 참여해 이 도서관에 없는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것. 전에 보니 배송료 4500원 중 3000원을 정부가 지원해 주고 1500원을 내면 배송해 주는 것 같다. 아주 마음에 든다. 언제 한 번 이용해 봐야지.

SF 직지 프로젝트 사이트가 클리앙에 알려지는 바람에 1일 트래픽(1GB)을 초과해 다운되었다. 나흘째 그 모양이다. 요즘은 트래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겠나, 잦아들길 기다려야지. 다행히 이 블로그는 트래픽이 줄었다.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 -- 가입하면 상당량의 eText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책은 많은데 볼만한게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오늘의 추천 도서 리스트 -- 왠지 나한테는 크게 쓸모가 없어 보이는 리스트. 오늘의 추천 장르 소설 리스트는 누가 안 만드나? 라고 투덜거렸는데 김씨가 어쩌면...

2009년 2월 8일. 올해 들어 자전거를 처음 탔다. 비교적 짧은 거리를 달렸다. 한강변을 거쳐 행주 산성에 갔다. 주행 거리 35.2km, 주행 시간 2h27m, 쉰 시간 23m45s, 평균속도14.3kmh(행주산성 내부를 걸어 돌아다닌 것을 빼면 18kmh쯤?). 낮 최고 기온 8도, 바람이 불어, 져지만 입고 갔더니 약간 쌀쌀하다. 목적은 행주산성 입구에 있는 원조국수집에서 3천원짜리 국수를 먹는 것. 워낙 맛집으로 유명한데다, 자전거 라이더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소문난 곳. 하지만 바깥은 물론 가게 안까지 이어진 기나긴 줄에 기가 질렸다.

행주산성
그래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입장료 천원 주고 행주 산성에 올라갔다.  2300명의 한국 정규군+비정규군이 3만 왜군을 무찌르고 임진왜란의 흐름을 바꾼 곳. 행주산성은 단순히 흙만 쌓아올린 것은 아니고, 흙을 쌓고 물을 부어 다지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부어 쌓은 것이다. 견고한 토성과 토성 위에 세운 나무 방책으로 이루어진 방어 진지는 지름 약 300m, 둘레 1km 가량 된다. 그중 200m 가량이 한강에 면해 있다쳐도 2300명으로 진지 전체를 커버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일본 '정규군'이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바위 직벽도 아닌 토성에서 그렇게 작살났을까 싶다.

행주산성
행주산성=행주치마의 발상지. 뭐 사실 한국 아줌마들만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치마에 돌 날라 꼭대기에서 표고차 40m의 완만한 비탈에 돌 굴리고 던졌다고 설마 3만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행주대첩에 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기전과 화차를 비롯한 무기 체계 덕분에 일본군 1만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성 능선을 걸어보니 신기전을 직사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구릉의 장애물을 치우는 등 왜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모종의 토목공사를 벌였을 것 같다. 그런 준비와, 신통치않은 권율 장군의 지휘에서도 화포로 기선을 잡고 그 기세로 밀어붙이는 한국인 특유의 전투적인 영혼 탓에 승리했을지도 모르겠다.

행주산성 관람을 마치고 원조국수집으로 돌아왔지만 3시가 넘은 시각에도 기다리는 줄은 여전했다. 하는 수 없이 마찬가지로 붐비긴 하지만 줄은 안 서 있는, 그 옆의 안동 잔치국수란 곳에 들어가 3천원 짜리 국수를 배불리 먹었다. 국수 맛이 용을 써봤자 그게 그거지, 원조집이라고 특제 황금 멸치 사용했겠나 싶다. 하여튼 양만큼은 엄청 나서 배불리 먹었다.

뭘 찾고 있다가 익숙한 가락을 듣고 여기저기 뒤져서  Charlene, I've Never Been To Me 를 찾았다. 왠 노파가 꿈 많은 유부녀에게 '네 남편과 애 돌보며 사는게 제일 행복한 거다' 라고 기분 나쁘게 충고하는 건지, 아니면 잘난 척 하며 자랑하는 건지... 가사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소름이 끼친달까? 또,  그런다고 꿈많은 유부녀의 벌렁거리는 심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나? 다행히 아내는 집구석에 틀어박혀 빨래하고 밥하고 애 돌보며 일상의 굴레에 갇혀 인생을 허비(?)하는데 딱히 관심이 없다. 더 구질구질해서 심금을 울리는 남자 버전(오리지날이란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노래에 얽힌 사연. 위키피디아에는 생략된 이야기.

노랫가사와 견해 차이: 뜻대로 천국에 있을 수 있고, 그때 자유로울 수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좋은 친구들과 향기로운 약초를 해 보면 안다. 자기 자신인게 뭐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는데... 음... 신채호 말대로 (개개인의 사적을 포함한) 역사가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면, 아가 비아일 경우, 비아와 비아만 우글거리니 싸울 일도 없다. 내가 내가 아닐 때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애당초 자아가 보잘 것 없으니, 아예 없애서 걱정근심을 날려버리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날이 갈수록 농담따먹기만 늘어가는군.

하고 싶은 일: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운전, 태평양 요트 횡단, 미국 자동차 여행, 블랙록 및 로키 트래킹, 일본/네팔-티벳 자전거 여행, 써핑,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 말이나 낙타 타고 실크로드 여행, 저개발국가에서 애들 컴퓨터 교육, 산티아고 길 도보 여행,  그외 당장 생각나지 않는 많은 것들.

어린 시절에 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 뿐이었다. 열반. 그래서 40되면 승천할 작정이었는데, 낼모레가 40인데 아직 멀쩡히 잘 살아서 이렇게 수다나 떨고 있다. 하여튼 그 때에 비하면 희망 사항이 많이 소박하고 실현가능성이 크지만, 돈 한 푼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열반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나나 아내가 본딩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뜻대로 살아간다고 행복해질까? 나름 지켜야 할 정언명령이 있으니까, 글쎄다. 내가 결혼한 것이나, 결혼해서 아내와 가끔 부질없는 기싸움을 하며 기구한(?) 팔자로 살아가는 것, 아이를 낳게된 것, 아이를 키우게 된 것 등등은 애당초 내가 너무너무 자유로운 존재임을 워낙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총각 때처럼 훨훨 달아나지 않고 '자유롭게' 개고생하는 거지.

rideback
카사하라 테츠로 원작, 라이드백. 만화책으로 두고두고 못 보고 있다가(만화방에 안 가게 된 것이 몇 년 되었다) 결국은 최근 나온 애니판을 보게 되었다. 내가 메카닉광이었나 싶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멋지다. 오! 와! 우와! 하면서 4화까지 단숨에 봤다.

영상앨범 산
요새 가끔 보는 KBS HD 프로그램. 일요일 아침 7시에 해서 그 시간에 깨어본 적도 없으니 본방사수는 불가능해 보인다. 다운 받은 파일의 해상도가 1920x1080에  크기가 4.5GB. KMP에서 내장 디코더를 사용하여 플레이하면 컴퓨터가 버벅거렸다. 하는 수 없이 MPEG2 코덱을 CoreAVC로 바꿨더니 CPU 점유율이 5%로 떨어졌다.

영상앨범 산: 호주 태즈매니아 Frenchman's Cap
최근에 다운받아 본 것은 호주 남부 태즈매니아 french man's cap(?)에 오르는 길. 하루종일 진창길을 걸어 화이트캡에 다다른다. 풍광은 아름답지만, 가이드비를 지불하고 가서 흥미진진한 개고생이 적어 특별히 재미는 없었다. GPS와 지도 한 장만 들고 가도 될 것 같은데.. 중간에 보니 왠 할머니가 4박 5일 여정의 그 진창길을 딸과 함께 뚜벅뚜벅 가기도 하더라. 나라면 혼자 간다. 혼자 가서 갖은 궁상을 떨다가 오겠다.

Flight of the Conchords
Flight of the Conchords 2기 시작. 여전들 하시다. 이것과 똘아이 패거리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는 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를 함께 보고 있노라면 정신세계가 엄청 황폐해진다.

기록만 해놓고 보지 않던 링크들 정리:

7720번 버스가 언제 도착하나? -- 집앞을 경유하는 오직 하나 뿐인 버스인 7720번 버스의 예상 도착 시간을 보여줌. bakion.com에서 Wifi, Wibro 휴대폰 단말기를 통해 해당 버스 도착 시간을 표시해 줄 목적으로 만든 것.

RnD Jobs -- 이공계 전문 취업 사이트

국정원 세계경제 정보 -- 국가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세계 경제 첩보(?) 수집 자료.

Panel Power -- 설문조사에 참여하여 용돈벌이 하는 사이트

최무영의 과학 이야기 -- 언젠가 시간날 때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프레시안 연재 컬럼.

중고서적 판매 사이트 리스트(아직 안 망한)
http://www.usedbooklove.com/
http://www.book017.co.kr
http://www.obookstore.co.kr
http://www.bybook.co.kr/
http://www.hiseller.com/
http://www.ingbook.co.kr/
http://www.gajagajabook.co.kr/
http://www.gore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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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테스트

잡기 2009. 2. 3. 21:32
천인공노한데다 인기만점인 연쇄살인범 때문에 호기심에서 해 본 사이코패스 테스트(PCL-R). 첫번째 테스트에 11점. 두번째 테스트에서 5개. 사이코패스일 리가 없지.

Mr. Monk
어린 시절의 나는 오히려 미스터 몽크와 비슷했지 싶다.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몽크처럼 온갖 종류의 공포증(phobia)에 시달리다가(더러움, 어둠, 추락, 분리, 고소, 폐소, 광장, 비존재, 절단, 물, 피, 불, 맹, 가스, 냄새, 짐승, 시체 등등), 성장하면서 하나둘씩 공포증이 사라진다. 볼 게 없을 땐 몽크를 짬짬이 봤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젠 짜증이 안 난다.

Windows 7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바뀐 것은 Index Service인 것 같다. 예전 인덱스 서비스는 시도 때도 없이 HDD를 긁고 사용자 process 자원을 소비했는데 이번에 깔끔하게 바뀌었다. 변경된 파일만 인덱싱을 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아웃룩 일정, 연락처를 포함해 200여종의 파일에 대한 내용 검색과 미리보기를 지원한다. XP에서도 돌아가는 버전을 다운받아 작업용 XP에서 한달 째 맛배기로 돌려봤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 역으로 말하자면 왜 진작 이렇게 안 만들었나?

세 번째 geosynchronous 위성인 F3 런칭 후, 위성을 사용한 광대역 인터넷 통신망인 Imartsat BGAN 서비스가 2월부터 시작될 예정. KTInmarsat에서도 장비 임대가 가능한 듯. 외국에서는 분당 14$이라는 어마어마한 패킷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데...

집 컴퓨터를 24시간 켜 놓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컴퓨터가 놀고 있어 가용 컴퓨팅 자원을 공공 이익을 위해 사용해 보려고 알아보니 SETI@Home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BOINC 라는 공개 네트웍 컴퓨팅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BOINC로 World Community Grid(댕기열, 에이즈 치료법 발견, 암 정복, 단백질 접힘 연구), Rosetta @home(말라리아, 탄저병, HIV, 알츠하이머 연구), Climateprediction.net (지구온난화로 21세기 닥칠 환경 변화 예측) 등에 subscribe했다. 사무실 컴퓨터에도 boinc를 설치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설치를 권유했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알고보니 소재가 cordura plus 500사다. 지퍼가 멀쩡하고 박음질이 튼튼하다면 앞으로도 10년은 버틸 것 같다. 지금까지 2년 사용. 이렇게 마음에 드는 가방은 십여년 전에 산 밀러 배낭 빼고 없다. 여러 종류의 배낭을 사용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무겁고 더러운 그 배낭을 여전히 사용 중.

신년 들어서 일거리가 줄어 격주 휴무에서 5일 근무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노는 날이 늘자, 흡사 인력 사무실에 새벽부터 출근했다가 일이 없어 돌아가기 뭣해 근처 선술집에서 아침부터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기분으로 사무실에 출근. IT 업종은 워낙 부침이 심해서 하는 일에 '언젠가 잘 되겠지,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하는 믿음같은 것은 없다. 믿음이란 기도할 때나 필요한 것. 과학자의 93%가 무신론자 이거나 불가지론자 라고 한다. 그럼 엔지니어는?

TV 방송에서 30년 동안 가방을 만든 장인이 재료만 가져오면 진품과 똑같은 가방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PD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3만 5천원어치 재료를 사 왔고, 장인은 12시간에 걸쳐 91만원 짜리 진품과 거의 똑같은 가품을 만들었다. 대다수가 짝퉁과 진품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그의 실력이면 91만원짜리 뿐만 아니라, 587만원 짜리 가방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30년 장인질해서 그는 그만한 실력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SW 엔지니어는 20년 장인질 해봐야 MS Office 짝퉁을 6개월이 걸려도 만들 가능성이 없다.

나란 엔지니어는 믿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실력도 안되는 것이다. 이 김에 값싼 믿음이라도 가져볼까?

내 친구 KLDP보고 왈  -- 하마터면 댓글 달 뻔 했다. 댓글 다는 순간 디겔 폐인 되는 것이다.


신은 없다(Religulous).
신은 없다(Religulous). 코메디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기독교인들을 엿멋이는 다큐멘터리. 신랄한 조크. 상당한 무례함. 그 바닥에서 신성모독으로 명성을 떨친 탓인지 주인공은 취재 중 바티칸에서 쫓겨난다. 바티칸과 로마의 경계 금줄 바깥에서 전직 신부와 농담따먹기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찾는 여러 성인들의 순위를 메겼더니 예수가 6위 란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저 무슬림 사원은 네덜란드의 어느 축구 경기장 옆에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 당시부터 지역 사회로부터 상당한 거부와 반대를 불러 일으켰다(건축 허가는 법대로 난 것일까?). 사원이 멀쩡한 걸 보니 네덜란드인들이나 사원을 출입하는 무슬림이 아직 서로를 해꼬지 하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보니 반갑다.

많은 책에서 인간은 지난 1만년 전에 비해 육신과 정신 상태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며, 인류는 그 동안 그들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이상과 문명에 훨씬 못 미치는 정신 지체 상태로 일생을 마감한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종교 현상을 꼽는다.

Outlander
Outlander. 특별히 따지고 볼 것도 없고, 시간 때우기 적합한 SF 액션 영화. 발달된 외계문명인이 바이킹과 손 잡고 외계 괴물(또는 그렌델?)을 물리치는 이 영화가 드라마가 되려면 청자가 알아먹을 수 있는 인간 드라마(증오, 사랑, 투쟁, 용기, 눈물 따위)가 되어야 한다. 나도 인간이라 인간 외의 것에 감정이입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인간이라 타인의 믿음과 소망과 꿈과 사랑을 폄훼할 자신이 없다. 물론 정신 지체와 종교도 마찬가지.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기 안 적고,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10년 후에도 기억하고 있을 지 두고 보자. 그런데 10여년 전에도 이 짓을 한 것 같은데?

번역출간 된 것을 알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Fritz Leiber Jr.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Conjure Wife)'를 읽었다.

'이것이 마법이다. 마법은 우스꽝스러운 중세의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하는 손쉬운 속임수도 아닌, 오직 상징만을 조작해서 '소환된 힘'을 조정하는, 매우 힘들고 긴장된 싸움이다' -- 부끄러운 얘기지만 철없던 시절 나도 인터넷 곳곳에서 recipe를 찾아 돌아다녔다.

'문명은 빛으로 된 물건이다. 빛이 사라지면 문명은 꺼져 버린다.' -- 그러게 말이다.

"오, 노먼. 당신이 얼마나 용감하고 영리했는지 알아. 당신이 어떤 위험을 감당했는지 알고, 나 때문에 어떤 희생을 했는지도 알아. 당신은 일주일 동안이나 합리적이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 여자의 적나라한 야수성을 견뎌냈어. 당신은 이블린 소텔과 거니슨 부인을 '정당하게' 이겼어. 그 여자들과의 게임에서 이겼어..."

아내의 파우더룸을 훔쳐본 댓가로 무려 일주일이나 합리적으로 살지 못하고, 여자들의 발톱으로 여자들과 싸우는 등,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그건 그렇고 오랫만에 보는 훌륭한 코믹 장르 소설이다. 겉장에는 심지어 이런 문구도 있다; 위대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프리츠 라이버는 직접 물 위를 걸어보였다 -- 할란 엘리슨.

책 다 읽은 후, 리만 브라더스가 아니라, 리만 시스터즈나 리만 브러더스 앤 시스터즈 였다면 금융 위기가 없거나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기사를 보았다. '여성이 주도했다면 금융위기 왔을까?' -- 요즘 여자들은 마법 수련을 게을리 하는 것 같다. 경제위기를 매듭과 부적으로 막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법으로 남편을 보필하는 등 본분을 게을리하였으니 진정 분개할 일이다.

John Updike가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의 못 다 읽은 토끼 시리즈가 생각난다. 혹시 해서 알라딘과 교보문고를 뒤져 보았는데 토끼 소설은 한 권도 없었다. 뒤져보니 조셉 콘라드, 노먼 메일러, 필립 로드, 리처드 브라우티건, 귄터 그라스, 토머스 핀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예브게니 자먀찐, 가브리엘 마르께스(야 신기하네? 이런 이름들이 마구 생각나는게) 등속은 그들의 썩 괜찮은 작품이 다만 한 권이라도 남아 있다. 괴수 작가가 많았던 근/현대 문학이 요즘은 인기가 없는 듯. 업다이크의 소설이라고 읽은 것이라곤 '달려라 토끼야' 달랑 한 권 뿐인데, 서정적인 묘사가 한 편으로 인상적이었지만,  서가에 마침 있는 옛날 책 표지에 실린(쌍팔년도 범한 출판사 현대 세계문학 전집 중) 그의 사진이 참 토끼 같아 보여서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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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잡기 2009. 1. 21. 09:37
2개월 전에 비해 하루 방문자수가 200% 가량 늘었다. 트래픽의 50%가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왔다. 네이버가 검색엔진 경유 트래픽의 50%를 차지.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홈페이지는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방문자 수가 늘면 검색엔진에서 검색이 안되게 하던가 사이트를 폐쇄할 생각이다. 그런데... 공개 일기장으로 써서 지인에게 안부나 전하자 -> 헛소리는 그만 하고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기도 하자 -> 방문자가 늘면 사이트 닫자. 라는 것이 말이 안되니까, 손톱을 물어 뜯으며 방문자 수가 저절로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야후 블로그 랭킹은 4351241중 169964위. 즉 상위 4%이내. 와! 놀랍다.

Why Google Employees Quit -- 잡 인터뷰하고 출근하는데 6개월? 그런 때문인지 구글에서 인사담당자들을 짤랐다는 소문을 들었다. 구글도 회사다. 사훈이 don't be evil인 회사니까, 멍청할 가능성이 타사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CAM with me -- ending type c. 딸애가 31세가 되자 손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캠코더 보다는 여자를 만나는게 시급한 오타쿠들은 딸도 없으면서 이거 보고 감동에 북받쳐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 같다. 딸 아이가 노트북 위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거나 키보드에 물을 붓고 팬타그래프 키캡을 뜯어내고 화초에 물 주듯 노트북에 우유를 뿌리고, 중요한 파일을 있는대로 삭제하고 카메라의 사진을 지우고 카메라를 멋지게 집어 던지며 하이에나처럼 킥킥킥 웃는 꼴을 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는 소니제 제품군을 살 마음이 때로는 사라지지 않을까? 마누라와 딸애가 처가로 가는 귀하고 짧은 안식을 누리는 기쁨을 알기나 할까? 하여튼 오타쿠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취향을 존중해 주시죠?' 내가? 왜?

City of Ember
City of Ember. 저 혼자 주절거리다가 끝나는 가벼운 판타지. '더 할 말 없으니 문의 사항은 원작을 참조하삼' 하는 듯 했다. 영화를 보면 원작을 더 참조할만한 게 없어 보인다.

갈릴레오
갈릴레오. 재밌다길래 봤는데 별로... 넘버스 짝퉁 같기도 하고(딱 넘버스스럽게), 나오는 트릭들이 그저 그런 밀실 추리물보다 못한 수준이라 금새 추측이 가능하던가 별로 기발하지 않은 억측(어거지로 뜯어다맞춤)으로 밝혀진다. 10화까지 봤는데 감으로 찍고, 과학으로 미스테리를 밝힌다가 컨셉인 모양. 와 닿지 않았다.

짐승의 연주자 에린
짐승의 연주자 에린. '그림'같은 작화. 아직 초반이라... 어떻게 진행될까? 두고 봐야지.

철완버디 Decode
어느새 2기가 진행 중인 철완버디 Decode. 별 내용 없이 1기를 마감했다. 1기 끝의 로맨틱하고 인상적인 포즈. 어떤 그림에서 저 포즈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영...  아무튼 이상하게 그림이 쏙쏙 눈에 들어오고 동화가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살면서 저런 키스를 몇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개중 하도 술을 퍼 마셔대서 옛 여자친구들의 이름을 잊어먹고 희안해 하는 바보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그 바보다.

印 빈민들 항의시위.."슬럼독은 모독" -- Slumdog Millionaire에 대한 인디안의 감상평. 이 영화가 그렇게나 많은 상을 휩쓸 줄이야...
Slumdog Millionaire
꼴까타의 빈민굴이 주 무대가 되는 이 영화가 꽤 재밌다. Danny Boyle이 감독했다. 특히 꼬마애가 먹고 살기 위해 아그라의 타즈마할에서 관광객 상대로 삐끼질하고 사기치는 대목은 관광객 입장에서 가슴 뭉클하게 현실적이다.

공룡이 수백만년 동안 살아 남은 이유가 강력한 면역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심스러운 가정을 바탕으로 쓴(독일제 SF라고도 하는) 토마스 티마이어의 '렙틸리아'라는, 쥬라기 공원과 비슷한 스릴러를 읽다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 '진짜 터너 그림이라는 것을 5미터 거리에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화려한 하얀 범선이 검은 거룻배에 이끌려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 당시 스페인 프랑스 연합함대를 향해 돌격하던 넬슨의 H.M.S. Victory 후방에서 충실히 보필했던 전함인 Temeraire의 퇴역을 소재로 그린 Joseph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를 두고 하는 말인 듯. 바로 이 그림이다.
 
멋진 황혼 속에서 범선인 테메레르는 증기로 움직이는 강철 바지선에 이끌려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항구에 들어선 후 완전 분해되어 똥값에 팔려 나간다. 꽤 유명한 이 그림은 범선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구로 들어올 당시 테메레르는 저렇게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지는 않았고, 사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  안 가는 터너 나름의 환타지스런 그림이야 뭐... 그런데 이 그림이 정말 팔렸나?
 
최근에 안 그래도 '테메레르'라는 환타지를 읽었다. 테메레르는 용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의 바로 그 전함 테메레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작가에게도 저 그림이 몹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 꽤 재미있어서 그 두꺼운 책을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4권까지 읽었는데, 영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넬슨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멀쩡히 살아남아 아프리카 노예 무역 폐지를 반대한다. 어쩌면 나일 해전 당시 입은 부상에다가 허파에 난 구멍 등등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 + 드래곤 판타지 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Pern 시리즈 보다는 한결 낫다. 여자애들이 귀여워할 타입의 용들이 등장하는 환타지 물이라서 그런지(이해는 안 가지만) 취향에는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1권의 해전 묘사가 그럴싸 하고, 중국, 터키, 유럽 전역, 아프리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느라 꽤 바쁘다.

공중전 묘사는 박진감이 떨어지는 편. 공중전이 머리속에 3차원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며 싸우는 해전이나 육전에 익숙한 작가의 어두운 성장 배경 탓일지도 모르겠다. 용가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지르는 소설을 쓰기 전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트 게임이나 홈월드 따위로 내공 좀 키우지 않구선...

중국과 유라시아, 아프리카 횡단 때 어쩐지 작가가 잘 모르는 것을 책 몇 권 읽고 짜집기한 티가 나서인지 전 4권에 걸쳐 품질이 고르지 않고 그 대단한 모험을 하는 인물들의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 딱히 멋진 소설이란 생각은 안 들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나, 주제가 무겁고 책 읽으며 잔머리 굴리기 괴로울 때 시간 때우는 페이지 터너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건 휴가때 해변에 누워 읽었어야 하는건데... 5권도 마저 읽을 생각이다.

'노인의 전쟁(Old Man's War)'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게 뻔한 소설이지만 표지가 쉣이다. 배나온 도마뱀들이 날뛰는 테메레르 같은 판타지의 내외를 치장한 아트웍과 나란히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유독 SF만 이렇게 볼품없고 궁상스러운 표지를 달고 출간되는지, 허구헌날 이런 '차별'과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괜히 울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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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극명한 대조라고 한다. 오른쪽을 보자. 시발스러운 배경에 극과 별 상관없는 상판데기에다 갖잖은 타이포로 영문 제목을 더 크게 표출하는 것은 내가 우둔해서 잘 모르는 21세기스러운 싸가지일 것이다. 책이란 송혜교 같은 반반한 표지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법이라고 우기자. 노인과 전쟁 2권, 3권이 별 차질없이 계속 출간되길 바란다.

즐겨보는 EBS 세계 테마 기행의 '사바이디! 라오스' 편에서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 나왔다. 차승민. 여기저기 뒤져보니 옛날에 여행하면서 국악하던 사람들 중 한 명. 웹질해 보니 지금은 인터넷 만화 그리며 애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뭐 사실 지금까지 본 EBS 세계 테마 기행 중 가장 여행 잘했던 사람은 '여행생활자 유성용'이란 사람일 것이다. 궁금해서 뒤져보니 '여행생활자'란 책을 썼다. 그 양반 말대로 여행기 사서 보지 말고, 여행이란 그냥 해 보면 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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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loc의 프로필에 올릴 사진 찾다가 2003년에 정글에서 한가하게 마야 유적지에 누워 담배 피우던 사진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찍었지? 어떤 사진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부탁하고(외로운 배낭여행자끼리 서로 찍어주기 -_-) 어떤 것은 셀프 타이머 돌린 설정샷이다. 아무래도 설정샷 같다. 6년전이지만 이때는 정말 젊었다.

인도네시아에 언제나 가게될까 한숨만 쉬다가... 구정 연휴에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다가 마지막 날에 관악산에 올랐다.  관악산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편이라(떨어지면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우습게 봤다. 관악역-삼성산-팔봉 능선-연주대-사당역 코스를 잡았다. 주행 시간 3h26m, 쉰 시간 1h40m, 거리 13.8km, 평균속도 4.0kmh. GPS의 기압 고도계가 고도를 잘못 출력해 629m짜리 산이 933m로 나타났다.

삼성산 꼭대기에 올라가긴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무너미 고개에서 팔봉 쪽으로 간다는게 오봉 능선 쪽으로 갔다. 오봉 능선 이름이 원래 학바위 능선이었나? 연주대에서 3000원짜리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졸면서 내려왔다. 눈이 덜 녹아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려니 생각보다 빡세서 산을 내려오고 나서 다리가 후끈거렸다. 사당역으로 간다는게 낙성대역으로 나왔다. 관악역 쪽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산행 초입에서 아이젠을 사지 못해 고생했다. 북한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관악산이 재미가 없다. 암벽의 살벌함도 그냥 아기자기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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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서 모처럼 찍은 사진. 몇 년 새에 많이 삭아서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을 것 같은 교활한 인상. 머리털은 허얘지고 모공은 월면 크레이터처럼 커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뭐, 나만 늙은 것은 아니다.

송혜교도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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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남미 어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다. 꼴은 말이 아니지만 머리털이 검고 눈빛에 그럭저럭 생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남미 아가씨들이 술 한 잔 하자고 먼저 들이대곤 했다. 밤새 술 마셔도 거뜬했던 좋은 시절 얘기는 노후에 마저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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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대 부근에 뜬 헬기. 북한산 벗어나면 구조헬기는 안 보게 되나 싶더만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저게 소방 헬기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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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 올라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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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꼭대기에서 막걸리 판다. 한 잔에 3000원은 좀 너무하지 싶다. 그렇다고 맛있어 보이는 막걸리를 두 눈 뜨고 보면서 입맛 다시기는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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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설날 소원지 다는 모습을 찍었다. 아내가 내 몫까지 알아서 새해 소원 적어 달았을테니  가족의 안녕이나 뒤숭숭한 국내 사정과는 상관없는 소원을 적었다: salam pale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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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지나니 1월도 다 갔다. 아내 말마따나 술주정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 토다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내버려두면 주정도 점점 심해질 것이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술자리를 가급적 멀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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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바르지만,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

아내가 아이와 함께 처가에 가 있는 동안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 주행거리 6.11km, 평속 3.5kmh, 주행 1h45m, 쉰 시간 27m, 

영하 12C, 찬바람에 볼이 얼었고 가방에 넣은 물병 역시 얼어붙었다. 잠깐 마실가는 기분으로 간단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올라갔다가 이왕 올라온 김에 좀 더 가보자, 해서 돌아다녔다. 한 자리에 10초 이상 서  있기 힘들다. 몹시 춥다. 트레이닝 복 호주머니에 껌이 있어 껍질을 벗기고 물으니 툭 부러진다. 껌 역시 얼었다. 껌 씹기가 몹시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턱이 얼었다.

북한산에 카메라를 들고가 천천히, 여러 사진과 경로를  '체계적으로' 남길 생각이었는데 트래킹 후 집에 돌아와 사진에 geocoding만 해 놓고 바빠서 잊어버렸다. '공익'을 위해 북한산 곳곳 풍경에 관해 코멘트를 달고 트레킹 구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붙이고 전망좋은 곳에서 파노라믹 뷰를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향로봉의 이 구간은 사고 다발 지역으로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죽는 곳이다 같은...  귀찮아졌다.  대충 올리자.

북한산 백운대
향로봉 부근에서 찍은 북한산 백운대.  날이 추워지자 공기가 얼어붙어 시야가 확 트였다. 클릭하면 확대.

아내가 없는 동안 집에서 밥을 해 먹었고, 그동안 볶음밥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아내가 있을 땐 아내와 아이가 먹을만한 밥을 만들고, 아내가 없을 땐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주말에 집에서 밥을 안 하고 하릴없이 자빠져 누워 있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귀한 해외토픽을 듣는 것 같다.

볶음밥
최근 만든 볶음밥. 그 동안 약 10여차례 만들어 먹었다. 코팅이 좀 아쉽다. 가운데가 움푹한 웍 비슷한 프라이팬을 사용해도 가스렌지의 화력이 약해 중국 요리사처럼 솜씨 있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늘, 파를 볶은 기름에 계란을 두르고 센 불로 재빨리 볶은 볶음밥은 향긋하고 꽤 맛있다. 기본기가 제대로 몸에 익으면, 어쩌면 여름 쯤엔 남에게 자랑할만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 지도... 희망사항일 뿐.
 
뭣하면 언급하는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을 최근에 다시 들었다: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로봇은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가전제품 설계할 때도 로봇 3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한다. 로봇 또는 전기밥통이 앞에 있는 것이 인간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까? 로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로봇 3원칙이  간단히 허튼 소리가 된다.  전기압력밥솥이 뜨거운 증기를 휙휙 내뿜을 때 6개월된 아기가 조심성없이 엉금엉금 기어오면 증기를 멈춰야 하는데 그 아기하고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와 구분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증기에 데어도 되지만 아기는 데이면 안된다는게 제 1원칙일까? 대체 인간을 현묘하게 감지하는 그 밥솥 가격은 얼마나 할까? 연쇄 살인마가 계단참 가려진 곳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체인톱으로 잘라 죽이고 있을 때 청소 로봇은 바닥에 고인 핏물과 잘게 썰어진 인간의 시체를 묵묵히 청소해야 할까?

하도 경우의 수가 많아 뭣부터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시모프는 개중 몇 가지 예를 사용해 자기 소설을 새끼쳐 가며 죽죽 썼다. (어린 나이에 그걸 읽을 때도 꽤 시답잖아 보였고 그래서 아시모프 소설을 반쯤은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읽곤 했다. 아참, 난 아시모프를 좋아한 적이 없다) 가까운 시기에도 생각보다 어렵고, 현재의 과학기술로 적정 단가에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신비스러운 양전자두뇌의 성능은 워낙 경이로워, 로봇 3원칙은 인간보다 나은 존재를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봉사케 하는 그야 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예 계약처럼 보인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데이터 검색과 수치 계산과 논리적 연산에 매우 취약할 뿐더러 42도 이상이나 8도 이하에서 맨 몸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다. 인간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없지만, 성능 좋은 양전자두뇌를 달고 다니는 신통방통한 로봇은(물론 대량 생산도 가능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어려움을 과장하며 이렇게 막나가지 않고도, 인간의 적절한 물리적 특징만을 사용해 인간 임을 판단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오차가 워낙 크다. 생뚱맞게 큰 머리통을 달고 2족 보행을 하는 로봇과 인간은 보통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항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워낙 까다로워 그런 로봇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런 로봇이 시판된다면 시민권을 얻기 위해 피눈물나게 투쟁하는 대신 제조되자마자  시민권을 줘야 할 판이다.  1항이 그 지경이라 2항, 3항까지 가면 로봇 3원칙은 공학적으로는 사고실험 축에도 끼지 않는 코메디에 가까워진다. 아, 너무 비관적으로 과장했나?
 
2008/10/24 건강 검진 결과

  • 체위검사: 신장 175cm, 체중 69kg, 허리둘레 79cm, 비만도 정상체중, 혈압 106/68 mmHg
  • 요검사: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요잠혈 +1, 요 pH 5.0pH
  • 혈액검사: 혈색소 15.7 g/dL, 혈당 98mg/dL, 총콜레스테롤 258mg/dL
  • AST(SGOT) 24 U/L (정상A: 40이하, 정상B: 41-50)
  • ALT(SGPT) 25 U/L
  • γ-GTP 19 U/L
  • 판정: 고지혈증, 신장질환 의심. 2차 수검 요망.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1kg 늘고, 혈액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졌다(?). 혈뇨가 좀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고지혈증 의심). 콜레스테롤 수치는 2년전에도 높았다. 혈뇨는 아마도 누적된 피로 때문인 듯. 생각보다 건강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왠만한 싸구려 로봇 한 둘쯤은 때려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옐로우스톤 주변 160㎞ 내, 모두 떠나라"-과학자들 --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가라앉기 전에 old faithful 따위를 볼 기회가 있을까?

어느날 부터 상판 패널을 열면 노트북이 켜지다 말고 core dump를 내뱉고 리부팅했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sd card slot에 cr2032 전지가 끼어 있다. 헉. 나름 baby proof한 노트북을 꾸몄다고 좋아했는데, 아이가 그 슬롯에 전지를 끼워넣은 것이다.  요즘은 아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레프트 클릭을 하기도.  24시간 별 이유 없이 켜 놓는 컴퓨터에도 암호를 걸어놔야겠다.

드루아가의 탑; 길가메쉬의 탑; the Sword of Uruk
기다리던 드루아가의 탑이 2기를 시작했다. 이번 제목은 길가메쉬의 탑이다. 아울러 '정령의 수호자'를 만들었던 프로덕션 I.G.에서는 '짐승의 연주자 에린'을 최근 내놓았다. 정령의 수호자를 재밌게 봤는데, 어쩌다 평을 들어보니 작화 퀄리티가 극강의 수준에 이른 작품이라더라. 그게 그 정도였나? 어째 좋드만.

시구루이
그럼 '시구루이'는? 이거 꽤 괜찮은데...

시구루이
피가 워낙 많이 튀기는 고어물이나, 시시한 시나리오를 압도하는 비주얼.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한다.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한시킨다.
몇 개 문단을 적당히 잘라 짜집기. 기호와 패턴 조작이 지능의 성능을 변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내 평소 생각과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가령 수 헤아림을 비롯한 덧셈, 뺄셈 등의 연산은 기호/패턴 조작이다.  사랑과 연애도 말하자면 호르몬이 개입된 감정 패턴의 조작이다. 나는 전자나 후자나 잘 하는게 없다.
우리의 연산 기관들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눈먼 시계공이라 불렀다. 마음의 경우, 우리는 자연선택을 '눈먼 프로그래머'라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마음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돌멩이, 도구,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능숙하게 다뤄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도록 그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용과 이번 인용을 합친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종합이다. 이 뒤로부터 무려 800여 페이지를 들인 대량의 데이터 폭격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는 방대한 실례와 자신의 생각을 나열한다.
"인간의 평균 IQ는 107입니다. 송어의 평균 IQ는 4죠. 그런데 왜 인간은 송어를 못 잡을까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75ms의 시차가 있다. 이 시간이 바로 인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진화심리학은 교육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특히 수학 교육에서 분명해진다. 미국 어린이들은 산업화된 나라들 중 수학 성취도 시험에서 최하위를 맴돈다. 미국 아이들이 멍청이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문제는 진화를 무시하는 교육 체제에 있다. 미국 아이들은 개념의 의미에 대한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모험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수학적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교사는 자료와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되 강의를 하거나 토론을 이끌지 않는다. 자동성으로 가는 길인 훈련과 연습은 '기계론적'이고, 이해에 해롭다고 간주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는 한국의 '창의력 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계론적 반복을 통해 학습된 '강압적' 지식이 나중에 패턴을 탐색하고 구조화하고 자동화하는데(인식의 자동적인 자극과 반응의 연쇄) 엄청나게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단순 반복 암기를 시키는 것이 그렇게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음... 뭐가 좋을까... 구구단을 암송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간단한 한 자릿수 곱셈을 못한다.
 
핑커는 미국인이 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문장을 책 뒷편에서 다시 보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의 25%가 마녀를 믿고,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절반이 악마를 믿고, 절반이 창세기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69%가 천사를 믿고, 87%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믿고, 96%가 신이나 만유의 영을 믿는다고 한다.
저 정도면 중세 미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아래는 행복에 관한 유쾌한 격언들(요전에 본 행동심리학의 개척자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언급되기도 했다).
  • 행복 [명]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스 비어스
  • 성공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 이디시 속담
도덕주의적 과학은 도덕에도 나쁘고 과학에도 나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공감한다. 그래서 사회윤리(사회적 책임)와 과학을 뒤섞는 것은 뒤끝이 아주 나쁘다. 핑커의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하는 좀 더 희망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체는 감정이입의 결정적 장벽이다. 당신의 치통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울 뿐 나에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유전자는 신체에 감금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유전자의 흩어진 사본들은 신체에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서로를 부른다. 사랑, 동정, 감정이입은 서로 다른 몸 속의 유전자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치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든 자식을 대신해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이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은 종이나 집단이나 부모의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기적 유전자다.
뭐야 이건? 오락가락? '본질적으로 테레사 수녀는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이유는 그녀의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생각하는 희망적인 방법이 이기적인 테레사 수녀와 내 피가 수십만 세대에 걸쳐 희석된 혈연 종이거나,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주의를 유발하는 근원이라는 얘기는 '테레사 수녀가 이기적이다'을 희망적으로 만들어주는 종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왜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핑커는 이렇게 쩔쩔 멜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핑커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까? 관점을 어떻게 바꾸든, 이기적 유전자는 '어떠한 감정 교류가 없이' '사회윤리와 무관하게' 이기적이다.
 
아까 도덕과 과학을 섞으면 서로에게 안 좋다가 핑커가 말한 바 있다. 빈 서판에서도 이렇게 오해를 살만한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고 앞뒤로 변명을 적어 놓았다. 도킨스나 윌슨처럼 미친 척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기에는 훗날이 두려운 것 같다 -- 핑커는 업계(학계)에 적응(fit)해야 하기 때문? 하여튼 핑커는 업계에서 평이 좋다.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의식하는 듯한 학계에 만연한 보편적인 투쟁을 묘사하는 부분이 뒤에 나온다.
학회가 열린 자리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톡 쏘는 질문, 통렬한 뒤찌르기, 도덕적 모욕, 위압적인 독설, 분노의 항변,  원고 검토 및 연구비 심사 등이 난무한다. ... 원칙상 강제력은 이론 자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옹호자들은 그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협박("명백히..."), 위협("...라고 한다면 비과학적일 것이다"), 권위("포퍼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모욕("이 연구는 ...을 위한 엄밀함이 부족하다"), 비하("오늘날 진지하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언어적 우위 전술을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때문에 H. L. 멩켄은 "대학 풋볼은 학생들 대신 교수들이 뛴다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썻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낸 공모가 아니다. ...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 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 나는 페미니즘 이론을 건드리지 않고 성성의 진화심리학을 논의하고 싶지만, 오늘날의 지적 풍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종 성에 대한 다윈주의적 접근법은 반페미니즘적이라는 공격을 받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비난은 특히 페미니즘 이론을 발전시키고 연구해 온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명백히 당혹스럽다. 페미니즘의 핵심에는 성적 차별과 착취를 끝내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어떤 과학적 이론이나 발견으로도 흔들릴 위험이 없는 윤리적/정치적 입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정신조차도 페미니즘의 이상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언급 때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에서도 정치적 공정함을 보인다. 패미니스트의 궁극적 목적은(뭐라고 지껄이든) 대다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권력 확보(확대)다. 패미니스트와 과학은 그래서 별로 상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굳이 그런 걸 설명하다니... 이기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핑커는 여기서도 쩔쩔 메는 걸까?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흡사 놀리는 것 같잖아?
인간의 성성에 대한 다윈주의 이론에 반대하는 많은 이론들 뒤에는 자연은 좋은 것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무사태평한 섹스는 자연적이고 좋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남자는 여자보다 그런 섹스를 더 많이 원한다고 주장하면 남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여자는 신경과민이고 억압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므로 남자가 여자보다 무사태평한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성욕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만일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면 강간은 악한 행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간은 악한 행위이므로,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주장에는 엉터리 생물학(자연은 좋은 것이다), 엉터리 심리학(마음은 사회에 의해 창조된다), 엉터리 윤리학(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결합되어 있다. 그것들을 포기해도 페미니즘은 전혀 손해보지 않는다.
놀리는게 맞는 것 같다. 오죽 페미니스트들이 닭대가리 같아 보였으면...

핑커의 저술 마지막 문장: 오랜 세월 인간 의식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일 것이다.
 
860여 페이지나 공들여서 써 놓고도 마음의 신비에 관해 발견된 사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부끄러움은 아니다. 핑커는 '마음'에 관해 책 앞머리에서 주장한 것들을 충분히 설명해줬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하루 평균 200페이지를 읽었으니 대략 5일 걸린 셈인데 실제로는 대출을 일주일 더 연장해 3주간 책을 가지고 있었다. daemon을 악마로 번역해놔서 생뚱맞았고(핑커가 말한 daemon은 컴퓨터 용어다), 번역자 말마따나 여러 학제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용어와 해석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은 책이다. 심리학/인지과학, 생물과학, 컴퓨터 공학 등은 사실 학제간 공동작업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서로 인접한 학문이라 광범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요즘은 믹스견 접붙듯이 활발하게 붙어다녀 사실 이런 류의 과학저술은 꽤 즐겁게 읽히며 다양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앞부분에서 prolog 프로그래밍을 오랫만에 봤다. 십수년 만이다.
 
구조적인 증오와 폭력의 고리:  하마스 펀다멘탈리즘 익스트림리스트 개새끼들은 팔레스타인 시민을 볼모로 삼아 증오심을 부축여 가자 지구 이스라엘 측에 무작위적인 로켓포 테러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측의 정밀 유도 폭격보다 더 잔인하고 더러운 수작인데 이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력 시위에 의해 막대한 '계산된 희생'을 치름으로써 이스라엘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것!? 또는 그러한 로켓포 공격을 유도하고 사전에 그것을 감안한 이스라엘 매파의 계산도 떠올릴 수 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했을 때 유대계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끌어들였고 미 권력 공백의 시기에 시도된 침공은, 흡사 무슨 시나리오라도 돌리고 있는 것처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음모론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음모론? 하마스와 이스라엘 매파 집권 때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가 맞겠지.

요르단 측 사해에서 돌아오는 길에 히치하이크했던 트럭의 운전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인데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족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격언: 정의는 무척 값지고 귀한 것이라서 흔히 발견되지 않으며, 거래되지도 않는다. 정의는 그렇다치고, 난 뭘 해야 할까? 1. 행복하게 잘 산다. 2.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산다. 3.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아내, 딸은 물론 팔레스타인 운전수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들 항목엔 우선순위가 있다. 살아온 날 동안 선구자들의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그런 결론을 얻었다. 학습할 시간이 앞으로 그리 많지 않으니 부디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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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mah

잡기 2009. 1. 6. 00:43

잊기 전에 써 두는 2008년 베스트.

  • 책(비소설) -- 도모노 노리오, 행동경제학. 그외: 주디스 리치 해리스, 개성의 탄생, 션 캐럴, 이보디보.
  • 책(소설) -- Charles Stross, Accelerando, 그외: Charles Stross, Atrocity Archives,  John Scalzi, Old Man's War 1,2,3, 이언 뱅크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애니메이션 -- 드루아가의 탑, 그외: 전뇌코일, RD 잠뇌조사실, 시구루이
  • 일드 -- 비기너. 그외: 네 개의 거짓말, 라이어 게임, 호타루의 빛.
  • 미드 -- Generation Kill. 그외: Lost Room, Space: Above and Beyond, Office, Burn Notice, Dexter, Life on Mars, Mentalist.
  • 다큐멘터리/리얼리티쇼 -- Man Vs. Wild, Zeitgeist. 그외: 제목을 기억할 수 없는 EDIF 다큐멘터리 상당수.
  • 영화 -- Batman: Dark Knight
책(비소설)중 아쉬운 점: 송년회 등등으로 바빴다. 연말에 빌린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다 읽었으면 2008 베스트는 그 책이 되었을 것이다. 1/4밖에 못 읽었지만 대단한 저술이고, 잘못될 일이 없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후가 '빈 서판'이다. 빈 서판은 책 읽기 전에 그와 유사한 내용을 이래저래 들은 것이 많아 별로 재미가 없었다. 마음은...은 매우 유려한 문장력, 감정과 완급 조절(?)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스티븐 핀커의 저술을 두 권 밖에 안 읽었는데, 스티븐 핀커 완전 짱이다. 2009년 비소설 베스트 1순위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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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잡기 2009. 1. 2. 18:52
이번에 네이버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는 큐브리드를 언젠가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아키텍쳐가 괜찮은데 속도가 느려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좋아졌을까?

[취재여록] 아쉬움 남긴 네이버 기술개방 -- 논조는 '오픈소스는 돈벌이가 안된다. 돈을 벌자고 작정한 애플 앱스토어같지 않아서 아쉽다.'

네이버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돈벌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회 환원(자선), 이상, 협업, 철학, 기타 등등이다. 그러므로, 어떤 작자가 '돈벌이가 안 되어서 네이버 기술개방이 의미없다'고 악의에 찬 허튼 소리를 늘어놓는건지 그 면상과 근거가 궁금했다. 기자의 얼굴과 견해는 숙지했다.

이렇듯이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가끔 놀라움을 느낀다. 서울에 올라와 기생충처럼 살면서 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을 꼽으라면 초겨울 한강변에서 벌이는 불꽃축제 후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에 아무렇게나 뒹굴던 엄청난 쓰레기 더미였다. 자기 쓰레기를 자기가 가져가는 것은 공중질서와 별 상관없지 싶다. 교감과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몸과 마음에서 나온 쓰레기도 주체하지 못하는 '민주시민' 같은 것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세계적이란 점이다.

박씨는 쓰레기나 펑펑 만들어 버리는 놈들에 대한 내 불평을 듣더니 주변에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며 자신을 유지하는 행위는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더 큰 규모, 이를테면 우주적 차원에서 보자면 인류가 보편적으로 하는 행위는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생각이 짧았다.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때로 인간은 자신을 쓰레기 더미에 기꺼이 던져넣기도 한다.

자신을 기꺼이 쓰레기 더미로 던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란 영화에서 자칭 길 감식가인 리버 피닉스가 궁시렁거리던 말이 생각난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나서 WikiQuote를 뒤졌다: "I always know where I am by the way the road looks. Like, I just know that I've been here before, I just know that I've been stuck here like this one fucking time before, you know that? yeah. There's not another road anywhere that looks like this road, I mean exactly like this road. It's one kind of place, one of a kind. Like someone's face. Like a fucked up face." 그리고 그... 대사가 나오던 첫 장면도 찾았다. 심지어 그 대사가 나온 후 주인공이 기면발작증으로 뻗어버린 다음 흘러 나오던 서정적인 카우보이 요들송도 찾았다.  Eddy Arnold, Cattle Call

IMDB를 뒤져보니 아이다호는 1992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했고, 구스 반 산트가 감독했다. 구스 반 산트는, 미비한데다 감정과 유대가 결여된 사회안전망은 물론,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 하루 끼니를 때우고 아무데서나 자빠져 잠들거나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 자기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등, 부평초처럼 떠도는 당대 젊은이들(나도 포함해)의 심금을 울렸던 아이다호 이후 뭐 볼만한 영화를 찍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인생의 개고생과 삽질을 통해 일련의 정신적 여행을 이어가는 와중에 삶이 바뀌던가/바뀌지 않던가, 도(道) 운운하는 주인공 녀석이나, 첫 장면의 도로 감식 행위에서 느끼는 애끓음이나, 영화의 이매저리가 훌륭해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생각난다. 이런 종류의 로드 무비가 요즘은 왜 별로 안 만들어질까? 촛불시위 나가 두들겨맞는 고삐리만도 못해 길거리에 쓰레기나 버리는 저소득 민주 청년들이 워낙 세속적인 밥통이라서 먹혀들지 않는 것일까? 박씨라면 필경 다른 언어로 말해줄 것이다.

The.Darjeeling.Limited
로드 무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Into the Wild도 있고 저런 The.Darjeeling.Limited도 있다. 도정은 이제 코메디가 되었다. 인디아 방방곡곡에서 찍은듯한, 공작 깃털로 소원을 빌고, 쓰레기를 버리다가 쫓겨나서 떠나는 기차에 화풀이로 돌을 던지는 이 영화는 왜 이런 것까지 찍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케 한다.

Born Into Brothels
Born Into Brothels. 헤네시양이 복사해 줬다. 꼴카타의 사창가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학생들의 인생을 개선해 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성공률은 낮지만 어린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길은 교육, 딱 한 가지 뿐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미친 부모들 때문에 '교육' 하면 일단 짜증부터 났다. 클라이막스까지 인간극장류의 희망극이다가 막판에 속을 뒤집어 놓는다.

Blindness
딱 노벨상 받기 좋은 소설 쓴다고 생각하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Blindness(눈먼 자들의 도시)를 영화화. 영화가 원작의 감동(?)과 다르다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책을 읽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뭔 감동? 개중 연꽃도 피겠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는 쓰레기 더미로 자신을 집어 던지는 똥같은 민주시민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등장했다 -- 소설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쓴 것 뿐.

사창가에서 태어나 피치못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나, 눈이 멀었다는 핸디캡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가 어렵다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자신을 쓰레기로 던져버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다. 하쿠나 마타타. 입 다물고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

http://cafe.daum.net/gangdalf1214 -- 반쥐원정대?

2008/12/28. 불광사 - 향로봉 - 칼바위 능선 - 정릉 코스. 주행시간 2h35m, 쉰 시간 1h9m, 주행거리 9.53km, 평균속도 3.7kmh

12월 28일에는 산자락 곳곳에 인파가 가득했다. 심지어 수학여행 온 듯한 일본 고교생들이 북한산 근처를 까마귀 떼처럼 깍깍거리며 배회하기도 했다. 칼바위 능선에는 절벽을 뛰어서 건너는 코스가 딱 한 군데 있다. 그곳에 눈이 쌓여 있고 신발을 더 이상 믿지 못해 우회했는데 그곳을 지나간 직후 누군가 떨어져 구조헬기가 떴다. 아무래도 내 뒤로 오던 아저씨가 절벽을 뛰다가 떨어진 것 같다.

2008/12/31. 불광사 - 비봉 - 위문 - 숨은벽 - 밤골 코스. 주행시간 3h09m, 쉰 시간 1h37m, 주행거리 13.1km, 평균속도 4.1kmh

12월 31일 트래킹은 기념비적이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웠음에도 13.1km를 4h40m만에 주파했다. 올 초가을 지리산 종주 첫날 주행 거리가 14.8km였고 12시간 걸렸다. 12시 20분에 출발해 5시쯤 내려왔는데 산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산에 사람이 없어서 아주 오랫만에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귀신떼가 몰려다니는 것처럼 계곡의 잔가지를 스치며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칼바람이 쌩쌩 불어 볼기짝이 떨어질 것 같은 추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떨어질 것 같아 몹시 으시시했던 숨은벽을 지나, 2008년의 마지막 해가 지는 모습을 밤골에서 보았다. 산을 내려와 연신시장에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한 후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화제 & 인물] 속보산행의 달인 송병연 교사  -- 평균 6kmh! 6kmh가 되려면 오르막 경사에서 평속 4kmh, 평지나 내리막에서 7-8kmh, 즉, 거의 뛰는 속도가 나와야 한다. 기사를 보다가 대체 내가 왜 산을 오르나 새삼 생각해 보았다. 별 이유는 없다. 땀을 한 바가지 빼고, 아무 생각없이 트래킹 할 뿐이고, 불필요한 상념과 피하지방과 묵은 때 등 여분의 체중을 쓰레기처럼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줄인 후부터 트래킹이 끝나면 고질적으로 찾아오던 두통이 사라졌다. 한참 바빴던 11월에는 예전마냥 하루에 한 갑씩 피워댔지만 일이 없어지자 담배 피우는 일이 다시 시들해졌다.

등산화를 2005년 10월 무렵 구입했는데 이제 새 등산화를 사야할 것 같다. 등산화를 등산할 때만 신은게 아니라 고어텍스가 워낙 훌륭한 탓에 겨울에 늘 신고 다녀 훨씬 빨리 닳은 듯. 고어텍스 멤브레인 뒷꿈치 일부가 찢어지고 밑창의 골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암릉에서 좍좍 미끄러지며 스키 타는 듯한, 무척 살벌한 느낌이다.

트렉스타는 딱딱하고 오래 가지만 그립은 좀 떨어지는 비브람 창을 쓰고 캠프라인은 부드럽고 빨리 닳지만 그립이 우수한 릿지엣지 창을 사용한다고 함. 대부분 캠프라인 블랙스톰을 추천하는 듯. 물건 구매할 때는 시장에서 2등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게 금과옥조인데 캠프라인(1위)와 트렉스타(2위) 사이의 가격차가 무려 6만원 가량. 캠프라인 14~15만원, 트렉스타 8~9만원. 6만원이면 좀 더 보태서 중등산화(봄,가을,겨울), 경등산화(여름)를 각각 한 켤레씩 구입할 수도 있을 듯. 좀 더 알아보고.

2008년 12월 31일 보신각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KBS의 생쑈가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컬러TV가 끝날 때까지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를 비교 관람하며 한가하게 웹질했다.

2008년 송년회 모임은 7회 였고 그중 6회 참석했다. 2009년 1월 1일에는 아내가 놀러나간 동안 집에서 애를 보았다. 동태전을 부치고 이면수 구이를 했다. 아이가 성장통 때문에 밤에 깨어 울었다. 사람들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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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잡기 2008. 12. 17. 00:01
연말 송년회 주최 해야 하는데 나흘 동안 참석자들에게 문자 한 통 안 보내고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 올해 계획된 송년회는 여섯 차례.

26일 가족과 함께 영등포에 있는 씨랄라에 갔다왔다. 흡사 욕설처럼 들리는 '씨랄라 워터파크'는 서울 근교 워터파크 중 싸고 접근이 용이한 것을 찾다가 나온 것. 20% 할인해서 성인 주말 요금 2만원, 3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 흡사 2만원짜리 목욕탕 같았다. 영등포 문래역 근처 지하. 싸우나+실내 수영장 형태. 흐르는 물길은 약 130m로 짧은 편, 미끄럼틀은 무료, 온탕이 몇 개 보이고, 물이 따뜻한 편. 미역국 6천원. 음료수는 반입 가능하나 음식물은 반입 불가. 아내나 나 때문에 간 것은 아니지만 4시간 놀고 나니 지루해서 나왔다. 집에 와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현대인이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쳐다볼 수 있으면 내면이 엄청 아름다운 사람이래." -- '싸우자 귀신아' 중, 하늘을 꽤 자주 보는 날더러 내면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마저도 내 마음이 아름답지 않을꺼라는 편견을 가졌다. 허영만의 '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내 얼굴은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골통처럼 보이고, 40대쯤 되면 재산을 깡그리 까먹을 관상이다. 그런 것들에 몹시 관조적인 편이다. 되레 나보다 더 '못'생겨서 40살이 되도록 총각으로 살아가는 마법사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내려다볼 수 있는 아래가 있다는 것은, 경쟁의 맥락에서 흐뭇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40살이 되도록 총각인 아저씨들, 메리 크리스마스.

목욕탕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다. "수건으로 머리부터 닦고 그 다음에 발을 닦어." "왜요?" "머리부터 닦는 거야. 발은 아래에 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아이에게 발이나 머리나 자지나 민주적이고 평등하다고 가르쳐 주지 않는 건가? 지저분한 발 아래 있는 물건을 던짐으로써 부시를 모욕하겠다는 문화도 있지만, 그런 문화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부시는 신발을 피한 후 낄낄낄 웃고 있었다. 말 잘하는 사람을 대하는 대중의 이중적인 태도, 똑똑한 여성에 대한 지나친 편견. 여성의 가슴과 힙 라인, S라인인지 하는 것들의 가치를 과하게 높게 평가하는 희안한 원시문화권에 살고 있어서인지 목욕하고 나와서 발 닦은 수건으로는 머리를 닦지 않는 비합리적인 아버지의 조언도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머리, 발의 지위가 다르다는 이상한 말을 아이에게 할 생각이 없지만 음식을 오른손으로 먹는 곳에 가서는 바보같은 짓을 못하게 해야겠지? 동네의 국립 보육원 순번 108번째 아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립 유아원/유치원 보내야 하는데 기본요금이 27만원이란다. 아이한테 뭘 배우길 기대하진 않지만(그림책 한 권 사준 적도 없고), 아내만큼은  전기톱, 망치질 하는 기술이라도 익혔으면 좋겠다. 아내가 일년 내내 DIY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뭔가 보긴 하는데, 실제로 뭔가 만드는 모습은 한 번도 못봤다.

올해의 사진
. 얼핏 봐서... 이 사진들 중 그리스에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청년들이 데모 중 레이저 빔으로 경찰을 사격하는 것은 못 본 것 같다. 뉴스 사이트에서 처음 그 사진 보고 진짜 레이저인 줄 알고 놀랐다.

올해 읽어야 했을 책 목록 중 무려 47권을 읽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것을 보고(도서관에서 2년 내내 항상 대출 중인 이상한 책) 최근에 '행동 경제학'을 읽었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저술이다. 간결명료, 유연한 연결. 매 찹터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적절한 구성, 애당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 사회적 행동의 학문적 재구성.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미없는 책들 때문에 욕지기가 올라왔는데 '행동경제학'을 읽으니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전통적 경제학의 모순,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 받았다는 프로스펙트 이론을 설명, 세 번째로 행동경제학의 커버리지 및 최근의 빛나는 연구 성과를 나열한다. 꽤 재밌어서 책을 사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 책에서 Monty Hall dilemma을 또 봤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걸까? 무수한 논쟁, 그리고 두번째 문을 선택하는 것이 왜 확률을 증가시키는가(1/2이 아니라 2/3이 되는가)에 관한 여러 친절할 설명과 식을 보고도, 실제 확률이 1/2로 수렴하지 2/3가 되지 않겠냐고 어린 시절 프로그래밍을 해서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행동 경제학'의 첫 파트에는 아마도 마틴 가드너가 쓰던 종류의 책에서 보았던 재밌는 퍼즐이 여럿  나왔다. 예: 노트와 연필을 샀는데 합계 1100원으로 노트가 연필보다 1000원 비쌌다. 연필이 얼마인지 5초 이내에 답하라.
 
코스의 정리(Coase's Theorem)같은 흥미로운 주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의깊게 언급된다. 요약 및 정리:
코스의 정리는 두 명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해가 대립함으로써 발생하는 거래관계에 관한 정리다. 공장주 a와 강을 소유한 주민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 소유한 기업은 공해를 발생시키는 재화를 생산하고, 이로 인해 강의 주인인 b에게 피해를 끼치게 됨으로써 a와 b의 이해가 대립하게 되었다. a는 공장주 입장에서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강에 오염된 물을 방출할 권리를, b를 강 주인으로서 오염된 물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권리를 갖고 있다. 결국 b는 a를 만나 협상을 할 것이고, 누가 자신의 권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형성될 것이다. 예컨대 b는 돈을 주고 폐수 방출권을 살 수 있다.

코스의 정리는 당연히 wta(willingness to accept)와 wtp(willingness to pay)가 일치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스의 정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즉 기업a가 공해를 발생시켰더라도 a가 그 재산을 생산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또는 주민b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지, 그 출발점의 차이가 보유효과에 따라 결정적으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 wta는 wtp의 약 7배에 달한다.

보유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wta와 wtp의 괴리는 공공정책의 이론적 기초인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에 중대한 의문을 던진다.
상호 이해의 충돌과 경쟁 뿐만이 아니라, 호혜적 인간(Homo Reciprocans)과 경제적 인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
최종제안 게임. 2명의 참가자가 있다. 제안자는 초기금액 중 임의의 금액을 응답자에게 건네준다는 제안을 한다. 그 다음 응답자는 그 제안을 수락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수락한다면 제언대로 분배되고, 이익은 제인자가 700원이고 응답자는 300원으로 게임은 종료된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에는 양쪽 모두 이익은 제로인 채 게임이 종료된다. 양쪽 모두 경제적 인간이었다면 응답자는 1원의 제안이라도 0보다는 낫기 때문에 수락해야 한다. 제안자는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1원을 준다는 제안을 한다. 따라서 이익은 제안자가 999원, 응답자는 1원을 가질 것이다. 제안자의 평균제안액은 45% 전후, 최대치는 50%, 또한 30% 이하의 제안중 반 정도는 응답자에게 거부되었다.

제안자중 자폐증 환자의 1/3은 0을 제안했다. 자폐증 환자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서, 응답자가 거부할지 말지를 대부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이것이 경제적 인간의 행동 예측에 가장 잘 합치되는 예이다. 또, 경제학을 배우면 이기적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 실험 결과, 배신을 선택한 비율은 경제학 전공 학생이 60.4%, 기타 전공 학생이 38.8%.
 
'몰입(commitment)수단으로서의 감정' 절에서는 알아두면 유용한 생활의 지혜가 소개된다.
 
궁지에 몰린 유괴범 이야기: 유괴범이 겁이 나서 인질을 풀어주고 싶지만, 인질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쉽게 풀어줄 수 없다. 인질은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인질범이 믿을까? 유괴범은 어쩔 수 없이 인질을 죽일 지도 모른다. 인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셰링의 제안은 이렇다: 숨겨야 할 정도의 비밀을 유괴범에게 고백한다. 없다면 유괴범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설혹 인질이 경찰에 고발하여 유괴범이 잡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행동이 밝혀지기 때문에 '경찰에 고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신뢰성이 높아지게 된다.
400회 100분 토론
400회 100분 토론. "글쎄, 이 사람더러 좌익이래요!" 오랫만에 진중권과 유시민이 박터지게 싸우는 광경을 보나 싶었는데 보수 진영의 자중지난으로 쓸만한 이벤트 없이 무산되고, 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방송 프로그램이 되었다.

Need cash for alcohol research
웹에 떠도는,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사진. 내년 전망이 너무 암울해서.

Dexter
Dexter. 얼마 전에 3기 종영. 이 드라마 만큼은 몰아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종영을 기다렸다. 전반부에서 저 양반이 죽을 줄 알았다.
Dexter
Dexter. 어쩐지 남 얘기 같지 않은 연쇄살인범의 성장 드라마. 심지어 마지막에는 결혼도 한다. 3기의 주제는 everybody has little secret쯤 되려나? 2기의 말도 안되는(억지로 뜯어다 맞춘 듯한) 결말과 달리 덱스터는 제 할 일 잘해 가면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 이쯤에서 막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내년에 4기가 나올 모양.
007, Quantum of Solace
007, Quantum of Solace. 전통 마초 스피릿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007처럼 잘 보여주는 시리즈가 있을까? 짝퉁 제이슨 본으로부터 역류했다고 하지만, 그게 원래 시대 흐름이다. 양복 입고 벌이는 첫 격투 장면은 흡사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생사를 걸고 격투하는 사무종합기 상사의 두 샐러리맨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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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먼데이: 항상 울먹울먹한 표정을 짓는 꽃미남 해커가 몹시 신경에 거슬리지만(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래도 얼핏 얼핏 보이는 해킹씬은 자문을 받아서 한 것 같다. 매가 날아다니는 CG가 나올 때마다 그 바보스러움에 온 몸이 뒤틀렸다. CG를 포함한 한심한 연출과 기복이 심한 갈등구조 때문에 재미 없는 드라마지만, 해커가 주연인 드라마라는, 정이 가는 소재 때문에, 끝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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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두 명의 loser가 나와 눈물나게 거지같은 생쑈(뮤지컬)을 하는 드라마. 별 내용은 없고, 이유없이 처절하기만 한데 이 친구들(실제 뮤지션이라 함) 음악이 이상하게 쫀득쫀득 해서 계속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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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어떻게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상식있는 일반 시민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실패자가 주인공이다. '뭐 이런 것까지' 볼리우드 스타일 뮤지컬 드라마로 만드는 흔치 않은 용기와, 열연을 펼치는 두 뮤지션의 열정에 탄복했다기 보다는... 뭐랄까, 음악은 rap이 바탕인데 이건 뭐, 하고 싶은대로 그냥 막 해 내는 프로그래시브다. 작사, 작곡도 이 두 주인공이 하는 것 같다. 웃기려고 웃기는게 아니라, 그냥 웃긴다. 안 보면 생각난다. 실존 인물들이 실재하는 자기 역할을 모델 삼아 시키면 안 하는 것 없이 하나도 안 쪽 팔려하고 다 해내는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종합 예술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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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rch of Stupidity

잡기 2008. 12. 16. 16:45
신들림도 한 사회 문화의 일부라서인지, 가톨릭 귀신을 잡으려면 엑소시스트를, 토종 귀신에 씌이면 무당을 불러야 하고, 기독교에도 귀신 쫓는 역할을 하는 작자가 있단다. 조씨 친척이 얼마 전에 귀신에 씌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는데? 퇴마의식을 할 수 있는 사제를 짧은 시간에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기독교나 토종 귀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지만!?... 이건 뭐...

2009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불황형 소비' -- BIG CASH COW에 뜯어다 맞춘 말들, 불황 속에서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는 소비형태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업체 입장에서는 훌륭한 캐시 카우가 된다는 뜻인 것 같다. PDA로 읽다가 뿜을 정도로 웃었다.

이씨가 최근 본 달이 엄청 커보인다고 말해서 이것저것 기억에 의존해 뒤져 보았다. 달의 위치(크기 변화)는 달과 지구, 태양의 공전, 자전, 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계측장비 없이 맨 눈으로 보는 달의 크기가 실감날 정도로 차이가 나려면... 눈썰미가 좋던가, 달에 관심이 많아야지... 최근이라고 했다. 최근 보름달이 뜬 날은 12월 12일로, 근점에 도달했을 때 지구 중심과 달 사이의 거리는 356567km로 원점인 406600km와 비교해 약 1.14배 차이난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보통 384401km 정도니까 근점과 비교했을 때 약 1.07배. 7% 크기 변화에다가 광량은 1.07^2 = 1.1449 = 14% 정도 증가하니 눈으로 구분이 잘 안 간다(우리 눈은 광량 변화를 지수적으로 파악한다).

이씨는 아마 우연히 남산을 통과하며 근점에 도달한 보름달을 본 것 같다. 가장 현저한 차이가 날 때, 그러니까 근점, 원점에 다다른 달과 비교해 광량은 1.14^2 = 1.2996 = 30% 가량 증가하고 달의 크기는 14% 이상 커 보이니까. 사실 그날 그 커다란 보름달이 북한산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야간 산행하고 싶어했다. -- 38분만 올라가면 족두리봉에 다다를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직장인 중에 퇴근길에 보는 달 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수수께끼를 풀었다' -- '의식의 소실은 뇌파의 시간적·공간적 자기조직화가 깨지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뇌파 실조 순간, 무의식과 의식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 술 먹다가 필름이 끊기는 순간 찰싹 뺨을 때려주는 로봇 개발도 멀지 않았군. ?일본 연구팀, 꿈·생각 그려내는 데 성공? -- 어디서 많이 본 기사 같아 부패한 생선처럼 기분나쁜... 이를테면 한 20년 이상 저런 얘길 계속 들어왔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시피 지지부진하달까. 1차 시각 피질에 재구성된 신경 집합의 신호와 망막에 맺힌 상과 1대1로 연결했다는 의미인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v2,v3,v4는 어떻게 하려고?

[겨울의 과학 이야기] 2. 수식은 과학이 아니다.(http://insaint.egloos.com/2168018) -- 수식이 과학이 아니라는 설명은 맞겠지만, 과학을 가장 잘 기술하는 것은 수학. F=ma가 책상=의자*맥주가 될 수도 있다. 과학이나 수학을 비롯한 대다수의 이학 연구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패턴이고 방법론적 접근은 패턴의 탐구에 가까우며 그것을 정식화한 것은 다시 패턴이 된다.

어쩌다 말이 나와 몇 주 전에 술주정했다. 그렇게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 패턴에 능하다. 패턴에 능하다는 것은 광범위한 상징 조작과 의미 개연에 능하다는 것이기도 한데, 정량화나 방법론에서 과학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다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IQ가 높은 사람들이 패턴을 다룰 수 있는 포텐셜이 크다. 그리고 적절한 훈련과 자극을 받으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패턴 패브리케이션: 아라크네처럼 찌질한 인격신의 질투심을 자아낼 정도로 씨줄날줄 엮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패턴을 다루는 비범한 재능이 특별히 언어로 꽃피면 소설가나 뛰어난 시인이 된다. 예술가 중에, (병아리 죽여 관중석에 던지는 앨리스 쿠퍼나, 무대에서 박쥐를 우걱우걱 뜯어먹던 오지 오스번같은 '행위 예술가들' 빼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 심미안은 ?미세한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는 재능이다. 알고리즘은 대개 패턴의 전개다. 오죽하면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는 디자인 패턴이란 것이 몇년 전까지 유행했다.

이상, 과학과는 무관한 뉴에이지적 유연 관계 설정은 단지 내 주장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지 않았다. 고은이 지은 짧고 무의미한 싯귀 정도는 외웠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이따위 글이 그 바닥에 횡행하기 때문: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자 마을 불빛들은 모두 앞다퉈 몰려나와 물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읽기만 해도 저것처럼 그냥 밥맛이 떨어지는 싯귀도 있고, 아무 생각없고 뜬금없기는 고은과 마찬가지라서 읽고 잊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대체로 싯귀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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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실천 동력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좋은 심미안을 가졌다고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 뿐더러,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거의 99%의 경우, 사람은 사람을 만나 바다와 하늘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

맛없는 횟집, 맛없는 삼합, 비싸기만 한 씨푸드 레스토랑 따위를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VJ특공대 류의 맛집 소개하는 코너에서 자주 언급하는 '착한 고기'라는 곳에 갔다. 600g에 34000원 하는 특상등심을 배불리 먹었다. 2차는 입가심으로 가짜 흑생맥주를 마셨다. 어제는 용산의 홍돈에 들렀다가 기륭주점에서 입가심 했다. 애니 붉은 돼지에서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최근 몇 년 술을 잘 안 마셨더니 술 주정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요즘은 김이 많이 샌다.

그러고 보니 '전복라면'이란 것도 먹어봤다. '굴국밥'이 아닌 '굴밥'이란 것도 먹어봤다. 마누라는 굴밥 먹고 행복해 했다.

경기 침체 이후 지하철 승객이 늘었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갈아탈 때는 급류에 휘말려 강바닥을 닥닥 굴러가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다. GM 대우 자동차 판매 연신내영업소의 문대리는 '만남은 맛남이다'란 영업맨 특유의 어설픈 말장난이 새겨진 명함을 건네주었다. 길거리 자동차 영업이라니... 길거리에서 구걸하듯 차 영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고로 병실에 누워서조차 자동차를 8대나 판 사람도 있다. 자동차를 8대나 팔아 심지어는 교수가 된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최진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네 가지 힘이 있어요. 매력, 정력, 박력, 노력이죠." 보시다시피 8대를 팔거나, 못 팔거나 영업사원들 말투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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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 처음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국어가 두서없고 난해한 것이 내가 다시 난독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언 뱅크스의 글 중 player of the game이나 플레바스가 번역되리라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듣고 뱅크스 글을 안 읽고 놔뒀다. 플레바스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끝까지 삽질하다가 개죽음 당한다. 뱅크스의 워낙 뛰어난 글솜씨(유별나게도 그로데스크하고 변칙적이란 점에서) 덕택에 발베다를 죽이지 않고 이디란 편을 든 호르자가 심지어 이해되기도 했다. 에픽이 갖추어야 할 모범적인 수칙을 잘 지켰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근데 잘 알려져 있나?) 작가가 몹시 냉정해야 한다. 호르자의 뻘짓이나 서로서로 적과 닮아가던 발베다의 헛된 죽음으로 이언 뱅크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이 우주는 벌레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꾸역구역 살아간다'. 후기에도 그렇게 써 놨다. 개개인은 너무 하찮아서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간다. 내 관점도 그렇다 -- 알라께서는 이 세계를 소수의 유능한 미친놈들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알라께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이 세계는 무식하고 포악하며 탐욕스러운 일반인들이 경영한다.

75년 동안의 전쟁에서 이디란측은 8500억이 죽었다. 나는 컬쳐가 그저 재수없다는 이유로 주인공 호르자처럼 컬쳐의 적이 될 타잎이다. 읽는데 일주일 걸렸다. 감정이입이 잘되어 인물들의 처절한 삽질 때문에 아무런 흡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젠장. 젠장맞을. 망할. 빌어먹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몹시 엿같은 상황 때문에 인물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다녔다.

워낙 인기가 좋아 도서관에 가면 1년 내내 대출중이던 '인간 없는 세상'을 드디어 읽었다. 내가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나?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책. 몰입은 글렀다. 사실 책도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저널리스트가 노인네가 젊은 시절 얘기해 주듯이 건조하고 친절하게 주절거린 것 정도였고, 상상력이 시시한 수준이라 이미 알고 있는, 알만한 얘기에서 그다지 진전이 없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타오를 플랜테이션, 폭발할 핵 발전소, 다시 막힐 파나마 운하, 환류에 갇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우주로 날아가는 히틀러 방송, 땅밑 땅속에 얕게 묻힌 잔류 중금속과 GMO의 궤멸, 지구 온난화, 뭐 새로운 게 없잖아?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길 내심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조잡하고 보잘 것 없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자기 입으로 뭘 주장한 것도 아닌, 누구 그랬더라 수준의 글로 쓸데없이? 중언부언 주절주절 맥 빠지게 늘어놓는,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저술.

초난감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Stupidity; 베스트셀러였던 In Search of Excellence를 패러디함). 조엘이 추천한(왜 했지?) 최근 보기 드문 싸이코 스릴러물. 지난 40년간 첨단 IT기업들이 벌인 온갖 이상하고 바보같은 실수와 오만함에 대한 바다같은 사르카즘. 아쉽지만 이런 글 번역하려면(악의, ?냉소를 맛있게 풀어내려면) 역자에게도 내공이 좀 있어야 하는데, Joel on Software 같은 책 번역하는 딱 그 정도 수준. 옛날에 OS/2 warp를 좋아했다. IBM이 그런 뻘짓을 한 덕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볼랜드 터보 파스칼이나 터보 씨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근무하기도 했으며,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 온갖 저주와 독설을 늘어놓은 회사인 애시톤 테이트는 당시나 지금이나 망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애시턴 테이트를 내심 신이 저지른 두번째 실수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달까?

이 책을 통해 마케팅 팀에 살해 욕구를 느끼는 것은 적절하고 건강한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순으로 나열하자면: 신뢰의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의 결핍, 책임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 크기 순일 뿐만 아니라 인과 관계가 될 것도 같다. 신뢰의 결핍이 원인이 되어 충돌을 피하게 되니까.

이런 책 부류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은 회사 생활이 이성과 노력, 단합, 공동의 목표, 그리고 능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게 많은 부분 공감한다. 적어도 현상 파악과 원인 제시에 설령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안구에 습기가 차서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재삼 숙고하게 해준다.

팀이란 것이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책에서처럼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단점과 결점을 깨닫고 개과천선해서(?)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한다고 좋은 팀원을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팀원을 뽑을 때 회사 사정과 단가, 궁합이 맞기란... 그야말로 2008년 12월 2일처럼 금성과 목성과 초승달이? 하늘에서 우연히 웃는 얼굴로 배치되는 것처럼 어렵다.? 남들 다 봤다는 웃는 얼굴 대신 나는 며칠 전 하늘에서 우는 얼굴을 보았다. 딱 이 모양이었다 -> :(

이런 낯익은 말: 기업에서 사람은 비용이고, 스테이플러는 자산이다. 노동자가 착취의 대상이란 증오심에 가득찬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자가 악의를 품고 퍼트린 말일까? 대다수의 착취당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이런 (처절하게 가슴을 후비는?) 냉정한 실용주의를, 절대로 버려서는 안될 휴머니즘의 뜨거운 가슴으로 돌파해서 말살해야 할 공공의 적쯤으로 여길 때가 있다 -- 배운게 없고 알아주지 않아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거둘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저질 사회 개선에 공감할 따름.

팀 운영은 그래서 대단히 큰 비용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으르고 감상적이고 이해타산이나 따지는 밥맛 떨어지는 인간은 어디 베짱이들처럼 해변에서 일년 내내 놀게 하고(마치 컬쳐의 시민들처럼) 나는 마인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우주선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언제가 될지 기약없는 순례 여행을 하며 도 닦자. 나는 사람을 통해 바다와 우주를 보는 타잎은 아니다.

그런데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이 읽기 좋은데 왜 '5가지'로 표기했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책들에서는 연도를 1984년 대신 일천구백팔십사년으로 표기한다. 사과 삼십개는 사과 30개가 읽기 편한데, 그건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다.

간혹 주목할만한 SF&F 작가인 김보영의 '땅밑에서'를 읽다가, '극지방이 중력이 낮은 이유는 세상이 극점을 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가벼운 기체라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밀도가 낮아졌다' 같은 문장을 보다가 해괴해서 읽기를 중단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무감에 마저 '땅밑에서'를 읽고 섣부른 예단에 반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설마 환타지스런 니븐을 기대했던건 아니겠지?

HBO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 파일럿을 만든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트루 블러드 1기를 마무리했다. 거위떼 몰고 하늘로 날아가던 소녀로 밖에 기억에 없는 안나 파퀸이 얻어 터지면서 시작해서, 두들겨 맞는 것으로 끝난다. 피아노 때나 xmen 때나 어떻게 보면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안 생기는 기구한 팔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흡사 원작이 국산 순정만화 스토리 처럼 허름해 보였다. 남부 사투리만큼은 징하게 들었다.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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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th Hour
Eleventh Hour. 영국판 원작을 미국에서 개작한 듯.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천재적인 주인공(말하고 나니 거진 보살이잖아?) 미궁에 빠진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Fringe
Fringe. 안해 본 것이 없는 레오날도 다빈치 같은 과학자와 그 과학자가 온갖 야매스러운 실험 끝에 살린 사기꾼 아들, 죽은 자기 애인과 의식이 합쳐진 FBI가 합심해서 '패턴'을 쫓기도 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독특한 기크 마인드로 해결한다. 하도 야매스러워 미국인의 48%가 창조론을 옳다고 주장하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가 수긍이 간다. 물질은 왜 단단한가? 실제로 원자 주위에 확률 분포하는 전자운을 빼면 대부분의 물질은 속이 텅텅 비었다. 그래서 물질의 속이 비었으므로 거기에 적당한 주파수 스펙트럼의 파동 에너지를 가하면 사람이 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며, 스크린샷 좌측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은행을 털다가 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Leverage
Leverage: 전직 보험사기조사관(보험수사관?)이 도둑, 사기꾼, 해커, 용병과 힘을 합쳐 갑부 악당들의 등을 쳐서 선량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훈훈한 미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

Survivor 2008
Survivor 2008: 평균적인 영국 SF 드라마 답게 재미가 없다. 바이러스로 전세계 인류의 90% 이상이 사라지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게 될 것인가, 를 그려보고 싶은 것 같았다. 시즌 프리미에르부터 신통치 않아서 계속 볼 생각은 그닥 없다.

IT Crowd
IT Crowd: 웃겨서 시즌3이 언제 나오나 싶더만 최근에 3화까지 나왔다. Big Bang Theory가 샐던 캐릭터와 나머지 떨거지들의 우울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어 Dr. House처럼 차츰 식상해져 가지만, IT Crowd에는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 캐릭터만 나와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다.

Mentalist
Mentalist(A master manipulator of thoughts and behavior): 대박날 것 같은 드라마. 호기심이 생겨서 웹질해 보니 역시나 대박 드라마였다. 3화까지 보면서 밑바닥이 뻔히 보이는 소재꺼리로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가 의아한데, 캐릭터가 워낙 좋아 3기까지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것 같은 이 매력적인 배우 덕에 (그리 잘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드라마가 유지될 것 같다. 이런 캐시 카우 한테는 뒷머리에 후광을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근거없는 소리라고 미리 밝혀 두고 얘기; 삼성에서는 5%가 가능하면 30%도 가능하다는 신개념 경영기법을 가르친다. 거래처 통해 납품건을 받을 때 네고 폭이 5%가 가능하다면 30%도 가능하다는 마인드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부분 대기업들은 투 벤더 체계를 통해 독점적 공급의 폐해를 사전에 막고 중소 벤더 끼리 치열하게 경쟁시켜(경쟁을 유도해) 중소업체를 통제한다. 기업활동에는 매우 유용한 전략일지 모르나, 삼성이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얘기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예를 들면 오늘, 내일 하는 키몬다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6억5천 정도 되는데, 삼성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1억 6천 정도한다. 전자는 '적정 가격'이고 후자는 삼성이 중소업체를 궁지에 빠진 토끼를 몰 듯 이리저리 몰면서 후려친 가격이다.

삼성이 국산화 지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외국 업체 기계 들여오면 메인티넌스 비용과 엔지니어링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지만 국내업체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심하고 최후의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발라 먹을 수 있다. 삼성 납품해서 메인트 비용 따로 잘 받고 있는 장비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업체가 썩 괜찮은 기계를 '발명'하면 JDP, JEP 따위 계약을 통해 공동소유권으로 만들던가, 특허를 가로채던가, 장비 사 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스펙만 빼내 다른 경쟁 업체에 넘기고 더 싸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한다. 하여튼 삼성 하는 짓꺼리 보면 기업경영을 너무들 잘 하신다. 삼성과 키몬다, 엘피다, 르네사스 등등 반도체 회사는 지난 2년여간 피튀기는 DRAM 가격 인하 경쟁을 펼쳤고, 삼성은 국내 중소업체들과 그렇게 잘 협력해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요점은 삼성의 비열한 행동이나 거기에 느끼는 분개가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지 않는다(아마 내가 뼛속은 실은 악당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성장해 온 방식은 위험해서 장래가 없어야 하는데, 요즘의 삼성은 정말로 장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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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

잡기 2008. 12. 2. 16:17
이런 저런 신문 기사에서 탁신'만' 부패한 정치가인 것처럼 언급하는 글을 보다가 좀 아닌 것 같아서;  탁신을 반대하는 PAD는 국민 대다수가 너무 멍청해서 투표로 국사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왕당파다.

빨간 옷 입고 거리에 나선 탁신의 추종 세력이나 노란 옷 입고 공항을 점거한 귀족 취향 왕당파나 학살과 살인을 묵인했던 전력이 있고 부패의 정도 면에서는 발톱을 다투는, 그야말로 피차 똥 묻은 개들이다. 태국 지도층의 만성적인 부패는 명망높은 국왕의 힘이 십수년에 걸쳐 차츰 쇠잔해져 가기 때문일 것이다. 국왕은 사재 털어서 어려운 국민을 물심양면 도왔겠지만 그가 했어야 할 일은 '멍청하다는 국민을 깨우쳐' 입헌군주국가의 점진적인 정치적 근대화를 지지하는 일이었을 것이다(희망사항일테고, 그 방향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민층은 일견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탁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D는 국왕을 등에 업고 군부가 재차 쿠데타를 일으키길 바라고 있어 유혈을 조장한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이걸 심각하게 들으면 나도 심각하다). 몇 년전 난데없이 튀어나온 PAD가 왜 저렇게 기가 살아서 설치는 지 자세한 사정을 알지는 못 하지만(PAD를 이끄는 다섯 지도자 중 몇 명은 옛날에 탁신과 결탁해서 사이좋게 떡고물을 나눠먹던 인간들이다) 아마도 푸미폰 국왕의 병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늘, 내일 하는 국왕이 죽으면 태국의 권력을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때문에 세력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 모르고 섣불리 추측할 수는 없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그런 의구심이 든달까.

그런데 타이 국민들은 생각보다 그리 멍청하지 않다. 대다수 국민은(내가 며칠 전에 방콕신문에서 본 데이터로는) 58% 이상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혈 사태를 (독실한 불교도들답게?) 타이 얼굴에 똥칠을 하는 수치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PAD가 부러워한다는 한국 민주주의는 피비린내나는 50년을 보내고 나서 독재자의 목을 사시미 칼로 긋는 것이 법치국가가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러므로, PAD가 빌미로 삼던 왕을 포기하고, 탁신파도 겁나서 안해 본, 국왕이 없어도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을 위해 일생 내지는 목숨을 바칠 자신이 있는지, 국왕과 국민과 군바리들 상대로 입바른 개소리를 하는 건지, 기사를 볼 때마다 (흡사 태국 시민들처럼) 의문이 드는 것이다.

본론은, 직원들과 펀드계를 들었던 것이 -19%의 손실을 기록하고(선방하고) 이번 12월에 끝나는데, 남은 잔액을 한 사람에게 몰아 태국 관광 보내주자고 했었다. PAD의 태국 공항 검거 농성 때문에 한동안 지켜보다가... 무산되었다.

택시를 거의 안 타기 때문에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최근 드물다. 어쩌다 하게 되는 얘기도 경기 침체 이전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던 탓에 흔히 택시기사 상당수인 이명박빠들에 대한 전반적인 교화(내지는 옥신각신)로 귀착되기 마련.  태국인이 멍청하지 않듯이 이명박을 선택한 한국인도 멍청하지 않겠지만 이 나라 시민은 탐욕과 허영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 이 문장이 너무나 엉성하기 때문에 아이러니인 것이다.

엊그제 만난 만난 택시기사하고 나눈 대화는 사시미를 쑤실 때 어떻게 하면 그 분을 고통없이 보내드릴 수 있는가, 가 주제였다. '리만 브라더스' 얘기하다가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출소한지 얼마 안된 분인 것 같다. 갈비뼈 어디쯤 부터(일러줬는데 잊어버렸다)  사시미를 상방 25도쯤 기울여 오른쪽 가슴을 쑤시면 폐에 예쁜 구멍을 낼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곧 멀리 가실 분을 유언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보내 드릴 수 있다고 한다.

그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신장 쑤시기의 단점은 곧 가실 분께서 여남은 인생에 회한을 느낄 만큼의 여지를 남길 수 있어 비추란다. 하여튼 한 시간 반 동안 여러 가지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전문 분야의 기술자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기쁨이다. 택시에서 내릴 때 '대화가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요즘은 많이 적어진 것 같은 '기술자'(전문가)를 만나면 존경심을 표한다.  A 차장이 그 케이스다. 그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기술자다. 그가 회사에서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일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가 없으면 심지어 회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다. 말하자면 핵심인재다.

이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독보적 기술력과 일년에 70일이 넘는 밤샘 작업,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20년차 베테랑, 꾸준한 학습과 자기개발, 두터운 부하직원 및 거래처의 신뢰와 동종업계에서 쌓은 높은 수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마저, 기술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바닥의 일상다반사이기도 한,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회사가 망하면,  기술자들은 회사에서 나와 치킨집을 차리거나, 택시기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과장이다.

사교 자리에 가면 박쥐 같이 오락가락하는 유연한 언변 때문에 호시탐탐 씹어 먹을 기회가 생기길 바래왔던 김씨가 어느 날 뜬금없이 계산이 맞는지 물은 적이 있다.

아는 친구에게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을 빌려줬는데(요새 애들 말로 '토나올 정도로' 거지같은 표지로 행복한 책읽기에서 타임패트롤이 복간되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특정 단편을 꼽아 구체적인 수치 얘기를 하길래 살펴보니, 그때 김씨가 돌다리도 두들겨가자는 심정으로 묻던 산법이었다.

타임패트롤 중 유독 재미가 없었던(오래 전에 읽었고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지브롤터 해협 관련 단편이었다. 그것 때문에 단편을 다시 읽었다. 물론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지각 변동에 의해 육선이 붕괴되면서 대서양의 바닷물이 마침 메마른 지중해 저지대로 쏟아져 들어갈 때의 유량을 번역하는데, 그 계산이 맞는지 재판 간행 겸 확인한 것이다. 

막말로,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숫자 대충 끄적여놔도 문제 될 소지가 없었다. 그냥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지금의 지중해로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만 해도 그만인 것이다. 어차피 주목할만한 글도 아니었다. 누가 원문 대조해서 따질 것도 아니고,  전문가라도 수억 년 전의 정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지질학적 이벤트의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가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바닷물의 비중을 생각않고 단위계가 등가하다고 알려줬는데 다행히 그건 안 적혀서 안도했다.

하지만 아까 A차장 예로 익히 알겠지만 '제대로' 일하면 병신 소리 듣는다. 실제로 번역자는 인터넷에서 '젤라즈니로 여태 입에 풀칠하면서 살았겠지만 젤라즈니 빼고는 번역도 제대로 못하는 등신'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말을 여흥 삼아 김씨와 함께 낄낄거리고 이죽이긴 했지만 제 새끼같은 번역본을 씹는 그 양반에게 별 일 없으면 제대로 일하는 김씨가 내심 살해 욕구를 느끼진 않았을까? 또는, 김씨가 번역을 때려치우고 치킨집을 운영하거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을까? 사시미 쑤시는 각도나 연구하면서?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얼마 전에 판타스틱이 폐간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하는 말: 한 줌 밖에 안되는 기사들 외에 볼꺼리가 없는 희안한 잡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블로그나 슬래시닷 읽는게 낫다. 아무리 골수(?) 장르(?)독자라지만 서점에서 기사 제목을 열람하고, 꼭지 첫 몇 문단 읽어보면 거의 매번 사고 싶은 생각이 증발했다. 서점에서 언제 들춰보더라도 일러스트부터 정이 뚝 떨어졌으니까. 그 빌어먹게 귀엽고 앙증 맞고 아스트랄해서 살해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일러스트 스타일은 죽어도 안 바꾸던데? 취향에 안 맞아...

첨엔 SF&F&무협 잡지인 줄 알았는데 편집기획자가 바뀐건지, 기사 뭘 봐도 비장한 장르정신(?)이 부족한건지, 전문성을 겸비한 토실토실 말빨 오른 쓸만한 원고의 만성적인 기근 때문인지, 기사를 보면 어쩐지 약해 보이는데다, 요즘 들어 죽은 고양이 경련하듯 파르르 떠는 현상에 특별한 애증이나 감상은 없다. 개념 탑재된, 장르에 미친 싸이코 오타쿠 기자단과 기고자들의 기버리시 같은 셀프 판타지와 격정의 오르가즘 속에서 메아리치는 울부짖음을 편집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뜯어 말리고 싹둑싹둑 가위질해야 정상인 것 같은 이 바닥 잡지가 메인스트림에 키치 취향을 MSG처럼 듬뿍 쳐바른 리더스 다이제스트나 코스모폴리탄 읽는 느낌이었달까? 폐간 직전 다음호 특집 예고:

지금, 가장 뜨거운  SF 드라마의 세계.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해도 아직 장르의 침투가 취약한 한국 드라마계와 달리 해외 드라마들에서는 장르물 아닌 것을 솎아내기가 더 쉽다. 우리에게는 낯선 SF 역시 영미권 TV 드라마계의 큰 주춧돌이자 인기 효자 종목.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히어로즈'를 비롯, '새라 코너 연대기' 등 SF 드라마의 최신 조류를 점검한다. 아울러 '닥터 후', '라이프 온 마스' 등 영국 SF 드라마의 독자적인 발자취 또한 살펴보고자 한다.

보시다시피 인트로만 봐도 흥미가 안 생긴다. 저런 글 자주 읽다 보면 발기 부전으로 평생 불구자로 살아갈 것 같다. 그래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언제 발행될지도 모를 다음 호도 안 산다. 요샛말로 '포지셔닝'이 이상한 특집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SF뉴비가 기획한 것처럼 보인다. SF드라마의 역사적 지점을 상징하는 마일스톤이라고 찍어놓은 것도 없고 주목할만한 컬트도 없고, 장르의 내재적 특징을 대표하거나, 돋보이는 작품 선정과도 거리가 멀다. SF 드라마라고 제대로 본 것 없는 불행과 없는 집안의 가난함이 돋보일 따름이랄까. 흡사 장르문화를 수요일 외출복 악세사리처럼 달고 다니려는 사람에게나 먹힐 것 같은 특집이랄까 -- 어쩌면 그 것이 왠지 방향 못잡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이 잡지의 목적일 지도 모르겠다.

'본격 장르 잡지'란 것이 거의 폐간 직전까지 가서야 '악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래도 그런 프랑켄슈타인  출판물이나마 한 줌 밖에 안되는 업계 관계자들의 용돈 벌이 겸 대동단결로 쏠쏠했으니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잘 망했다고 씹는게 아니라, 이제 '거의' 완간 되었으니 그럴 때가 되어 재미 없었노라고 짤막한 감상평을 적어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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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D 제어

잡기 2008. 11. 28. 16:45
갑자기 온도 제어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 미적분만 사용했다. 무식해서, 백여 년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는 PID(비례적분미분) 제어 방식을 모르고 있었다. 제어공학과는 인연이 멀고 그저 기억나는 건 라플라시안? PID에 관해 죽 읽어보니 내가 짠 제어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펌핑 업에서는 반은 PI를 사용했고 안정 구간에서는 게인 스케쥴링을 해서 배율이 약한 PI를 사용했다. 센서 AD 오차를 줄이기 위해(AD 오차 1.25 LSB + 망할 노이즈 24mv) LPF를 사용했다. 우연찮게도 미분 제어는 온도 제어에 알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PID 논문 따위를 읽어보니 그간 내가 한 삽질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혹시 난 천재일까?).

오버슛 0, 언더슛 0, Tr <2m, Tf<3m, 20-100도 제어, 편차 0.2도라는 그저 어처구니 없는 조건에, 첫 설계서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딱 한 달 전이다. PID 제어기의 구현은 비교적 쉽지만 올바른 제어 파라미터 설정이 어려워 '개고생'이 보인다. 일단 만들고 PID 제어기의 과적분 방지를 위한 wind up을 간단히 구현했다.

첫 PI 구간에서는 적분 시간이 30초로 거의 고정되므로 Kp, Kd만 구하면 되는데 Kp는 비례구간의 상방 경직성 에너지 레벨이 변수이고 Ki는 진동을 흡수하기 위한 파라미터.  이렇게 해서 설계하고 테스트 후 현장에서 다시 테스트하자 결과가 엉망으로 나왔다. 아침에 캘리브레이션 해 놓은 다음, 점심 때 테스트한 것과 저녁 때 테스트한 결과가 달랐다.

챔버 내부의 온도가 교란에 민감한 것은 챔버와 외부의 단열이 잘 안된 탓이다. 조그만 챔버의 열 특성을 계산하는 모델 따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챔버 내외부의 온도 차이가 챔버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작동 중 동작은 상관없으나 캘리브레이션에서 산출한 최적 제어 파라미터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이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그 바닥 기술자들 열에 아홉은 PID 제어를 하지 말란다. SP 별로 온도 프로파일을 떠서 최적 제어 파라미터를 표로 정리해 찾는게 장땡이란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작업이고 그런 챔버가 1000개 라면 미친 짓이 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수학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수학을 어설프게 하면 그렇게 된다.  실세계는 카오스다. 그리고 튜닝은 수학이나 알고리즘과는 또 다른 문제다. 온도별 에너지 소비량이 다른 데다가 PID 제어계의 여러 자동 튜닝 알고리즘이 찾는 비례상수나 적분상수 따위가 최적값이 아닌, 적당한 값이기 때문에 어차피 자동 튜닝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Cohen-Coon의 알고리즘은 너무 어그레시브한데다 적용하니 오버슛이 강하게 발생해서 포기. PID 튜닝 관련 논문 중 개중 재미있었던 것은 Sigurd Skogestad가 쓴 Probably the best simple PID tuning rules in the world였다. 물론 그의 룰 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Ziegler?Nichols Method가 낫다. PID는 사실상 퍼지 로직과 거의 유사하다. 가만있자.. 퍼지 로직을 알고리즘 구현에서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때 무척 유행했다. -_-
단순화한 PID code
[code] class CPIDControl { var pv; // previous error var iv; // Integral Value var iMax; // integral Maximum var iMin; // integral Minimum var Kp; // Proportional Konstant (Gain) var Ki; // Integral Konstant (Gain) var Kd; // Derivative Konstant (Gain) var Ti; var Td; function CPIDControl(p, i, d, ix, im) { Kp = 1.0; Ki = 0.0; Kd = 0.0; pv = 0.0; iv = 0.0; Ti = 1; iMax = 10000.0; iMin = 0.0; } function setupConst(p, i, d) { Kp = p; Ki = i; Kd = d; tWait = util::tick(); } function resetInt() { pv = 0.0; iv = 0.0; } function setupInt(im, ix) { iMax = ix; iMin = im; } // e : tempSet - tempRead // v : tempRead function update(v, e) { var p = Kp * e; iv += e; if (iv > iMax) iv = iMax; if (iv < iMin) iv = iMin; var i = Ki * (iv / Ti); var d = Kd * (v - pv); pv = v; return p + i + d; } } // read temperature from AD converter function getADTemp() { } // set PWM control value to output function setPWM(v) { } function main() { var cPID = new CPIDControl; var tempSet = 200.0; // set SV while (1) { var tempRead = getADTemp(); // get PV var e = tempSet - tempRead; // get error var cv = cPID.update(tempRead, e); // get control value cv = cv / 100.0; // control value scaling setPWM(cv); } } [/code]
한 달 내내 온도 제어하는 임베디드 어플리케이션 작성하다 보니 온도가 오락가락하고 머리가 어떻게 되서 현재 경제 상황을 잊어버렸다(온도 제어는 어떻게 잘 되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딱히 한 마디로 묘사하자면, fear left no room for other emotion쯤? (나야, 그다지 공포스럽게 긴장한 것은 아니지만, 뜻대로 안되서 짜증스럽다) 그래서 '경기침체기 글로벌 투자 전력(Conquer The Crash)'란 책을 읽었다. 2001년 엘리엇 파동 이론으로 곧 도래할 엄청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예측한 작자의 글이다.  작금 경제 상황은 한 마디로 신용의 붕괴다. 

작자가 추천해주는 경제 공황 생존법을 요약하자면, 미국 재무부 채권 구입, 공매도 활용, 현금 보유, 금/은 실물 보유, 스위스/싱가폴 은행 계좌 개설 및 스위스/싱가폴 국채 구입이다. 이들 규칙대로 하고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 세계 금융 시장의 혼돈과 몰락을 즐긴다''.

Donnie Darko
Donnie Darko. SF라고 해야 하나? 양심상 그럴 수는 없지. 왠 토끼가 나타나 지구가 며칠 후 멸망할 꺼라고 알려준다. 그후 도니 다코의 신상 변화. 근간에 본 영화 중, 대단히 감상적이고, 과정이 악몽같고, 끝이 웃기면서도 괴상하고, 여러 장르가 섞여있고, 각기 다른 결말에 대한 해석이 가능한 복합적인 틴에이지물이다. 달리 말해 두 번은 봐야 할 훌륭한 영화다.

테리 프라쳇의 Disc World 시리즈중 호그파더(Hog father)를 EBS에서 자막 입혀 틀어준 적이 있다. 어쩌다 구해서 봤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The Colour of Magic보다 상태가 양호해 보인다. 어 영화에 나온 저 양반 테리 프라쳇 아닌가?  호그파더를 책으로 읽은 것 같은데, 언제 읽었고 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아, 그때 그랬었지! 하는 꼴이다.

Life

Life
드라마 Life의 별난 검거 장면.

True Blood 1화를 봤다. 뱀파이어가 인간과 어울려 사는 얘기. 뱀파이어 피가 건강에 좋다고, 뱀파이어를 사로 잡아 피를 뽑는 장면이 첫 화에 나온다. 여자애를 심하게 두들겨 패는 장면도 나왔다. 개념 HBO답게 뱀파이어는 물론, 인간 여성도 폭력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True Blood와 함께 Black Books라는 영국 드라마를 봤다. 첫화를 보고 정신없이 웃었다. 생각해 보니 비슷한 코메디물이었던 IT Crowd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최근 들어 가장 기대되는 문화적(?) 성과인 Europeana Digital Library & Archive, Museum이  시간당 천만회 접근 시도로 사이트가 꾸준히~ 다운되어 12월 중순에 재개장한다는 공지를 내고 열심히 작업 중이다.  무슨 블랙 프라이데이 연말 쇼핑몰에 쳐들어간 게걸스러운 인파도 아니고...

아이를 업고 족두리봉을 거쳐 불광동으로 내려왔다. 마침 아이가 자고 있어서, '오죽 산에 오고 싶었으면 아이를 등에 업고 올까, 아이가 얼마나 고생일까?' 하는 표정으로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아빠는 안중에 없는 듯. 애 업고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어떤 코메디 프로그램 격언대로, 해보지 않았으면 얘기도 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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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lives are like that

잡기 2008. 11. 16. 22:51
갑자기 바빠져서 블로그를 장기간 방치했는데도 방문자수는 전보다 늘었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더니, 요즘은 또 다시 옴므 파탈이 주목을 받는다나? 꽃미남, 훈남이란 한철 사쿠라같은 잡것들 때문에 소위 나쁜 남자인 내가 한 동안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신 유행과 거리가 먼 탓에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나쁜 남자도 아니고 심지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아저씨일 따름이다.

네이버의 지도가 개편되었다. 구글도 한국 지도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다음의 지도 서비스는 네이버보다 facility 면에서 한 수 위가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오픈스트릿맵 같은 걸 거들떠 보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오픈스트릿맵은 마치 위키처럼 사용자의 참여로 전세계의 거리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http://www.openstreetmap.com

가끔 시간날 때 지도 첨삭을 하곤 있지만 서울시 지역만 거드는 정도고 나머지 지역은 손대기가 어렵다. 이 나라 저 나라 거리 지도를 볼 때마다 부러웠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상당한 양의 도로 지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한국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도로 지도 보기: http://www.informationfreeway.org/
 
Allies and Aliens, Roger MacBride Allen, Torch of Honor + Rogue Powers의 합본. 낙후된 기술을 조합한 밀리물치고 꽤 재밌다. 시간 때우기에 정말 훌륭했다. 두께가 하도 두껍고 표지가 80년대 스럽게 촌스러워 걸어다니면서 읽을 땐 쪽팔렸다. 워낙 안 팔리는 소설이라 그런지 웹질해봐도 도통 쓸만한 문건을 찾기가 힘들다.

아하에너지가 지하철공사에 데모기를 납품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미 온라인에 명성이 자자하다. 아하에너지 같은 업체야 전 세계에 널려 있으니 그렇다치고 그런 회사에 속아 넘어가는 지하철공사의 멍청함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게 비극적 희극인지, 희극적 비극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러고 보니 예수 출생의 비밀과 세계 통화 지배에 얽힌 음모론을 주장하는 자이트가이스트에 이어 What the hell do we know(what the bleep do we know?)라는 나름 인기 있다는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전자야 그렇다치고 what the hell...은 처음엔 그럴듯 하게 나아가는 듯 하다가 무한한 진공 에너지나, 양자역학과 정신세계의 가능성을 엮어내는 얘기로 진행하면서, 헛소리가 눈덩이처럼 점점 부풀어 감당이 안 된다. 절반쯤 보고 나서야 정신나간 뉴에이지물임을 뒤늦게 깨닫고 지저분한 사상에 더 오염되기 전에 즉시 지워버렸다.  뉴에이지류는 주어진 사실을 주섬주섬 갖다붙여 본래 의미를 호도하고 곡해하는 메스꺼운 수법을 통해 진실과 본질에 이르는 몇 안 되는 오솔길을 그나마 가로막는다. (누가 나더러 진리의 오솔길이 개개의 사람수만큼이라고 말하면 엿이나 처드시라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그래서 워낙 그럴싸하게 들리는 뉴에이지 사상에 설령 사랑의 실천과 개개인의 자유, 그리고 요가나 하며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무수히 많은 착한 사람들이 빠져 있다하더라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뉴에이지 자체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단지 눈을 가린 채 세상을 보는 척 하면서 세계를 보고 있다는 믿음이란 점에서 종교와 유사할 따름.

MR73
뱁새가 황새 쫓아가듯이 헐리웃 영화를 쫓다가 거의 망해버린 프랑스 영화 업계에서 오르페브르 36번가 이후 통 쓸만한 것이 없다 싶더만, 간만에 괜찮은 물건을 건졌다. MR73이란 느와르.  이렇듯이 한 장면만 봐도 느낌이 온다.

MR73
이런 대사가 나왔다. "Wanna remain a Lt all your life? You tinker in your garage, your wife's an eyesore, your kid despises you, your home's a dump, you can't park your ass in." 그러자 이렇게 대꾸한다. "Most lives are like that."

MR73
느와르 답게 '다들 그렇게 살다가' 구리게 끝난다.

어렸을 때부터 나르니아 연대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화로 보는 것들이 통 재미가 없다. 그러고보면 일루미나티, 오컬트,  마니, 조로아스터, 수메르 문화, 이집톨로지, 템플러 기사단, 성배 전설, 예수 부활, 베다, 부두교 따위 이것저것 보통 이상으로 줏어듣고 아는 건 많아도 뭐 하나 사랑한 것이 없다. 반면, 무신론자의 유물론적 실재라는 지옥 또는 현상계를 단 몇 줄의 수식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커다란 경이감을 느꼈던 것 같다. -_-

전뇌코일
전뇌코일을 마지막화까지 봤다.

Amazing Race Asia에 한국인 형제가 나오긴 하는데, 중간에 탈락한다. 우승하는 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여섯 편쯤 보다가 어린 녀석들이 별 것 아닌 상황에 처했음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설을 입에 달고 돌아다니는 것이 꼴사나워 보기를 중단했다.  

Heroes는 대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덱스터와 더불어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악어와 악어새가 등장하는 Burn Notice는 한 동안 소식이 없다. The Office는 영국판에 적응이 안되서 미국판을 계속 보고 있다. 오피스에 등장하는 상사는 그야말로 모든 상사의 금형이자 프로토타입이지 싶다. 아마도 life sentence를 줄인 제목인 것 같은 life는 초반의 역겨움에도 불구하고 차차 나아져서 주인공이 닥터 하우스같은 미친 또라이가 아니란 걸 입증했다. 새로 시작한 크루소(로빈슨 크루소)는 볼만했다.  외딴 섬에서 프라이데이와 함께 무척 럭셔리하게 산다.  크루소같은 드라마는 초딩들 보게 3대 방송에서 자막 입혀 틀어줘야 한다. (EBS에서는 은하철도 999도 틀어준다. EBS를 제외하고 방송이 하도 거지 같아서 요즘 애들은 포르노 외에는 정말 볼 게 없다) \

Eureka
Eureka S03E07. 초딩이 만든 인공태양의 백색왜성화가 진행되기 전에 성공적으로 없앤 후.

분위기상 SF로 분류되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Fringe나 Eleventh Hour, Oddyssey 5는 아직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고 Stargate Atlantis와 Eureka는 여전히 잔잔하게(?) 스토리를 이어간다. Eureka는 안 보면 생각나는 타잎의 드라마다. The Unit는 시즌 4 들어서 (아마도 나같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질타를 받아) 마누라들을 몽땅 집에 가두고 임무 수행에 열중한다.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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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시즌4 7화. 딸이 납치당해 평소답지 않게 냉정을 잃고 울화가 치민 나머지 심하게 M240을 갈기는 Snake Doc. 드라마 24시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출연해서 낯이 익은 듯. 근데 흑인 대통령역 맞나?. 개마초물인데 드라마가 꽤 재미있고 독특해서(델타포스 부대를 다룸) 많은 사람들이 볼 꺼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보는 사람들이 적다.

스네이크닥이 들고 있는 저 M240B가 이라크전에서 흔히 쓰이던 것과 좀 다른 것 같지 않냐고 조용히 중얼거릴 수는 있겠지만, 소수에게만 알려진 Generation Kill이나 Unit 보는 층이 밀리 오타쿠 뿐이라고  단정해선 곤란하지 싶다. 근묵자흑이라고 밀리 오타쿠는 야오이(BL) 보는 오덕녀나  백합물이나 마법소녀에 환장한 오타쿠들과 그다지 거리가 멀지도 않다. 겸업하기도 하고 오타쿠 친구 오타쿠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밀리 오타쿠가 낀다. 심지어 승부사, 꾼, 더 챌린저, 홀리피셔맨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FTV를 보는 낚싯꾼들이나 소위 대간꾼이라 불리는 산 타는 작자들도 일단은 오타쿠로 분류할 수 있다. 라면 먹으러 일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오타쿠를 출연시키는 방송도 있다. 그런데 소위 미식가라거나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오타쿠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식탐정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닭꼬치에 프리미엄 같은 게 어딨어?
닭꼬치가 붐을 일으키는 거 봤어?
닭꼬치로 투기하는 사람 봤냐고?
닭꼬치는 닭꼬치인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나는 이것을 닭꼬치 지상주의라고 부르리라!
그리고 닭꼬치라는 빛나는 별 옆에는...
맥주라는 황금의 반려자가 있으니!!
사람들은 아무 허영심도 명예욕도 없이,
고저 먹고 마실 뿐!
뜨거운 기름이 뚝뚝 흐르는 닭꼬치를 한 입 물고,
구운 파를 먹으면 목이 후끈 달아올라!
그때 차가운 맥주를 쭈욱 들이키면!
목 안이 탁 트인다!
닭꼬치와 맥주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우주!
그 멋을 표현하는 진리의 한마디!!
카아--!!

흠.... 이런 귀절 때문에 비록 광적이라 할지라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술 좋아하는 사람을 오타쿠로 분류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완전체오타쿠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려면 백괴사전을 봐야 할지도.

시간날 때마다 조선일보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뜻대로 잘 안될 때가 많았다. 최근 뒤숭숭한 경제 상황에 대한 코멘트 중 이런 글귀를 보고 나도 좀 더 조선일보를 보려고 노력해야지 생각했다; '다른 신문을 보면 가슴이 답답한데, 조/중/동을 보면 왠지 희망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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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Wild

잡기 2008. 10. 21. 17:48
30rock이 재미있다고 소개해 줘서 봤다. girlish한 수다라서 취향에 안 맞는다. 스마트폰에 넣어 두고 볼 게 없을 때 꾸역꾸역 보고 있다. 써티락을 기획하고 주인공을 해 먹고 있는 Tina Fey가 어째 낯이 익다 싶더만, 한 동안 메케인 진영에서 바보짓을 일삼던 페일린 흉내로 인기를 끌었다. 실은, 티나 페이가 페일린인 줄 알았다. 좀 뒤져보니 티나 페이가 꽤 유명한 코메디언이다. 얼마전에 30rock으로 에미상도 받았다. 허걱이군.

Sun Techday 세미나 무료 초대장 받고 점심이나 먹으러 갔다가 돗대기 시장 같은 분위기에 기가 질렸다. 잠실롯데호텔의 부페는 해산물 선도가 훌륭한 편인데 접시 한 번 담고 뒤를 돌아보니 흡사 메뚜기떼라도 지나간 것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세미나홀은 미어터져서 뒤에 서서 발돋움질 하고 렉쳐를 들어야 할 판. 관심꺼리는 zfs 정도 밖에 없었다. zfs는 GPL이 아니라서 리눅스 커널에 포함되지 '못'했다. 리눅스 2.6.28에 ext를 대체할 차세대 FS로 btrfs를 사용할꺼란 루머가 돌았다. 이름이 이상해서 슬래시닷에서는 butter face나 but here face is...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여튼 세미나가 정이 떨어져 점심 먹고 옥션이 뿌린 1000원 티켓으로 메가박스에서 영화나 보자고 직원들과 삼성역으로 갔다. 옥션이 휴대폰으로 바코드 이미지를 보내주지 않아 제 돈 내고 영화를 봤다. 제목은 'Eagle Eye'. 주인공이 트랜스포머의 그 주인공이란다. 10분마다 뭔가 쉴틈없이 터지는 액션활극이다. 앞뒤가 이상하게 꼬이고 하이테크를 얼토당토않게 과대포장한  영화지만 모든 걸 잊고, 미친 인공지능인 아리아가 하는 귀여운 짓이 한국에서 정말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23일 한국물리학회 대중강연 -- 미국의 크리스마스 강연 같은 건가?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같은 블로그에서 소개한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 복사를 관측하는 NASA의 Glory Project에서 딸아이 이름으로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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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Duke를 들고 있다. 프로그래밍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자괴심과 그 억제할 수 없는 폭력성을 해소하는 용도로 쓰이는 인형이 외계 생물 듀크다.

하여튼 가끔 아이 이름을 나사 미션에 올려주마. 나사는... 날이 갈수록 불쌍해진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세입 올리고 경기 부양하면서 사회안전망 확충 한다며(전통적인 민주당 프로파겐다) 그나마 쥐꼬리만해진 다수의 나사 미션을 대폭 축소할 것만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린다고 IT 신규사업 중단하듯이?

벤 에플렉, 맷 대이먼, 크리스 무어, 웨스 크레이븐이 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한(그러니까 얼굴 마담으로 투자를 끌어 모은) 공포영화, Feast. 누군가 이 영화의 감상평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친구가 개를 샀다기에 놀러갔다. 아직 어린 강아지였다. 그런데 암컷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수컷은 싸잖아, 왜 수컷으로 안 샀어?" 친구는 말했다. "개라도 암컷으로 갖고 싶었어."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개도 울었다. 낄낄 웃다가, 그래서 Feast를 보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영화가 유행인가 보다.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 덤비는 좀비떼에 생살 그대로 노출된 인간군상의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고어물이다. 영화 초반에서 술집으로 뛰어든 Hero가 바로 죽어 나간다. 곧 Heroine도 히로의 뒤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괴물에게 아이가 잡아 먹혀 돌아버린 Heroine 2가 역할을 물려받는다. 기십명의 피갑칠 난도질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비교적 친절해서 플롯을 따라가기(떨어진 머리와 다리를 적절히 갖다 붙이기)가 수월하다.

흥미롭게 보고 나서 내친 김에 Feast 2도 찾아 봤는데, 다 보고나니 B급 무비니 뭐니를 떠나, 감독이 무척 변태 같아 보였다.  이런 오타쿠 변태는 정말 오랫만에 접해 본다. 1편과 달리 이건 뭐... 맛이 갔다고 밖에... 유아 살해가 나오는데, 그건 보통 공포물에서 금기시되는 것 아니던가? 요즘 공포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 트랜드를 잘 모르겠다.

전뇌코일:방화벽
전뇌코일: 해커할멈
전뇌코일. 어쩌다 '발굴'한 사이버펑크물. 워낙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게, 아내 말로는 내 성격이 까칠하고 모가 나서란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까칠한게 아니라 아내를 포함한 다수의 인간이 사회 적응에 쓸데없이 유연한 것이다.

하여튼 컬쳐 벌쳐도 아니고, 뭔가 재밌는 것을 보려면 이 노쇠한 몸을 몸소 똥밭과 쓰레기밭에서 한참 뒹굴려야 한달까?  전뇌코일은 그 와중에 발견한 예상 외의 수확이다. 다음 세대가 살았으면 싶은, 구체적으로 내 딸이 살았으면 싶은 바로 그 세계다. 2025년 무렵의 현실감이 팍팍 넘치는 이런 세계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할 일이 많아 행복하지 않을까?

Into the Wild
영화 Into the wild. Art of Travel과 유사한 영화다. 주인공은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타잎이다. 고교를 졸업하자 마자, 타고 가던 차를 버리고 모은 돈은 모두 기부하고 손에 있던 돈은 태워 없애고 미국 유랑을 시작한다. 음악이 그럴싸하고 영화가 심상치 않아 뒤져보니 숀 펜이 만들었다.

Into the Wild
김씨가 칼을 선물로 줬다. bucks 110. 주인공이 들고 있는 칼과 유사한데 날끝이 좀더 치켜 올라가 사냥용으로 쓸만한 것.


Into the Wild
보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소로우와 잭 런던을 존경하던 그는 인간을 등지고 야생의 알래스카에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정착하기를 바랬다.

Into the Wild
주인공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2년 동안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잔정을 남기지 않았다. 카누를 타고 콜로라도 협곡을 지나 멕시코까지 가기도 했다.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쇼핑카트에 카누를 싣고 가는 주인공. 사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lake mead로부터  콜로라도 협곡, 그랜드 캐년 아래를 여행하고 싶어했다( 최근에 별을 쫓는 자, Men Vs. Wild, Amazing Race, 낚시에 미친 청년 등의 TV 프로그램 때문에 그야말로 융단 폭격을 당했다).

Into the Wild
영화를 보는 내내 주옥같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가 야생보다 더 야생같은 인디아를 여행했더라면 자신의 똥고집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다.  그랬더라면, 어쩌면 주인공과 내가 인도나 볼리비아의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

Into the Wild
이 바보는... 고기 훈제에 실패한다. 야영과 방랑과 고독이 뜬금없는 로망이 되는 월든 류의 글줄은 살벌하고 척박한 자연에서의 삶에 관한 조그마한 힌트나 지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 혼자 야생에 정착하는 건 거의 미친짓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

Into the World
그림처럼 아름다운 야생에서 주인공은 울부짖었다. "x같은 동물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배고파 죽겠는데! 암 뻐킹 헝그리! 암 뻐킹 헝그리! 엉엉"

Into the World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Into the Wild의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하지만 인생의 기쁨이 인간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영화는 실화였다. 마법의 버스를 배경으로 찍은 저 사진은 실제 그의 사진이다.  주인공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가 사람들과 주고 받는 대화는 그래서 내가 어린 시절 주위 사람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많이 유사하다. 그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자신할 수 없지만...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만 같다. 석 달 동안 눈덮인 산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정신이 나갈 무렵, 그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Happyness only real when shared. <-- 감독(숀 펜)은 자신의 관점을 이 한 문장에 투사한다.  하여튼 안타까웠다.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만났더라면... 연출이 괜찮고 풍광이 훌륭한데다 나같은 주인공이 나오니, 그야 말로 볼만한 영화였다.

그러고 보면 저번 주말엔 건진 작품들이 평소의 300배 이상이네?

시간날 때 USN을 만들어 볼까 해서 뒤지다가 발견한 The Contiki OS 에서 얼마전 12KB의 code와 2KB의 RAM 만을 사용하여 IPv6 를 구현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IPv4의 어드레스 공간은 2^32 = 10^10가량인데, IPv6는 2^128=10^38이 된다. 아주 작은 센서라도 전 세계에 걸쳐 겹치지 않는 ip address를 가질 수 있으니까 꽤 쓸만한 것이다. 콘티키 os 덕택에 새로운 mcu로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TI의 MCU 샘플 오더를 했다. MCU 가격이 싼 편이다. 언제 한 번 써먹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뭐든 개떼같이 군중이 모이면 밥맛 떨어지기 일쑤였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저그떼처럼 길 막고 몰려다니며 떼잔차질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관악산 자운암 능선길
단풍이 흡사 설악산처럼 곱게 들었는데 카메라폰이 색상은 물론 계조, 선까지 뭉개 버렸다. 단풍이 고운데, 학교 입구에서 정부가 황우석 호주 특허를 고의로 취하시켰다고 확성기 차가 크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산꼭대기까지 왕왕 울려서... 풍경의 격조를 떨궜다.

2주 전에는 집에서 애 보느라 관악산행을 취소했다. 저번주 일요일에 갈 수 있었다. 자전거로 1h30m 걸려 서울대 신공학관 입구에 도착. 연주대에서 팔봉을 거쳐 다시 서울대 입구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편도 거리가 29km 밖에 안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무척 힘들었다. 특히 학교 입구에서 신공학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내내 오르막.

자전거에서 내려 쉬지 않고 자운암 능선길을 따라 올라갔다. 연주대를 눈 앞에 두고 오를까 말까 망설였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몹시 고파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마침 명당 자리가 보여 주저 앉았다. 서울대 입구의 '한솥밥'에서 산 '도련님 도시락 스페셜(3900원)'을 까 먹었다. 밥 먹고 쉬면서 단풍 감상하다가 기운 차리고 내려왔다. 이상하게 힘든 하루였다. 등산화의 바닥을 갈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만간 관악산에 다시 와야겠다.
61.5km 주행. 이중 2.5km 가량이 산길 올라간 것. 평속 13.2kmh, 주행시간 4h40m(이중 1h30m은 산을 오르내린 시간), 쉰 시간  2h8m. 총 6h4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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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저저번주에 한강 일주할 때 찍은 사진이다. 반포대교에 한창 뭔가를 설치하고 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낙하분수라는 것이다. 설령 돈지랄이라고 원성이 자자해도 우중충하고 삭막한 한강변에 뭔가 볼꺼리를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David Weber, Mutineers' Moon :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온라인에서 Mutineer's Moon이 첫 권인 Heirs of Empire series볼 수도 있다. 콜린 맥킨타이어는 과연 뭐하는 놈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그다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대사도 없는 주인공과 18세기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언청이 같아 보이는 질타니쓰 때문인지 재미가 없다.

가슴을 뛰게 하는 우주전은 커녕, 인류의 시조인 우주인들이 패가 갈려(Anu와 Horus) 지구에서 싸워대는 전형적으로 꼴사나운 (요새 헐리웃 영화 같은) 줄거리는 소설이 출간된 20년 전에는 참신했겠지 싶다. 2권쯤 가면 차도가 있을까? 별로 더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우주전쟁류를 쓰는 작가들 중에는 기초 물리학 상식도 없는 작자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무시하고 읽었는데, 이젠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인지 그런 글은 읽기가 힘이 든다. 작가와 기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Michael McCollum, Antares Dawn. 흡사 스타 트랙을 읽는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2권인 Antares Passage의 1/3 정도까지 읽었다. 작가가 워낙 친절하고 쉽게 글을 쓰고 캐릭터가 안정적인데다 서사도 무난. 다시 말해 평이한 글이라 쉽게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전형적인 80년대 SF. Mutineer's Moon과 마찬가지로 20년 전 소설임에도 두 소설이 차이가 나는 것은 비교적 정확한 기술적 묘사를 구사하는 저자가 나사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인 듯.  읽기가 쉽다는 것이지 흥미진진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foldpoint 입구에 기뢰를 잔뜩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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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초 스마트폰

잡기 2008. 10. 15. 09:57
네이버에서 배포한 서체 벤치마크.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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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사용하는 맑은 고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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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고딕. 그럴싸 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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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하니, 역시 맑은 고딕이 낫다. 나눔고딕은 웹 페이지 렌더링 중 줄간격이 약간 벌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자간 간격이 다소 답답하다.  하지만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폰트는 인쇄했을 때 썩 그럴듯 하다. 공짜 폰트에 감사한다.

칼라일이 경제학을 dismal science라고 말했었지. 요즘은 경제 분위기가 그로데스크하기까지 하다. 신용경색, 위기, 공황, 패닉, 리세션. 뉴욕 타임즈 에세이로 종종 심금을 울려주던 폴 크루그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진중권 같은 쌈닭이라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 뭐 하나 배운 것 같아 항상 기분이 업되었다(물론 그의 주장 대부분은 주로 부시에 관한 욕설과 장기경기침체를 이끌어낸 돼지같은 공화당 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이었지만). 그가 썼다는 The Theory of Interstellar Trade를 읽었다. Economy 2.0이면 타임 딜레이션에 따른 이율 산정은 말끔히 해결될 것도 같은데, 크루그먼이 스트로스를 진작 만났더라면 그의 항성간 무역 이론이 한 층 더 아스트랄해졌을 것 같다.

서비스 센터에 거듭 불평을 늘어놓자, 집의 인터넷 속도가 드디어 100MBps에 이르렀다. 광랜 쓰는 기분을 누려야 하지만, 공유기가 안 따라주어 실제 속도는 30Mbps 언저리를 맴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새 공유기를 사는 대신) 기존 LinkSys WRT54V v4 공유기의 펌웨어를 핵펌으로 교체했다. DD-WRT, Tomato가 물망에 올랐다. Tomato에서는 43Mbps, DD-WRT에서는 216Mhz로 CPU를 오버클로킹한 상태에서 34MBps 가량 나왔다. Tomato의 설정 몇 가지를 건드리자 속도가 6~24Mbps로 중구난방이 되어 하는 수 없이 핵펌을 DD-WRT로 되돌렸다. http://speed.nia.or.kr이 오랜 보수 공사 끝에 재개장.
스마트폰, 과연 필요한가? -- 예스. 댁한테는 개 목에 진주 목걸이일테지만.
 
스마트폰=휴대폰+PDA. PDA를 10년 이상 써 온 나같은 사람은 조그만 가방에 읽을 책 한두 권 넣고, PDA에 읽을 꺼리를 잔뜩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출근길에 PDA로 책을 읽고, 퇴근길에도 책을 읽는다. 남는 거의 모든 시간에 코를 쳐박고 뭔가를 읽는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에는 볼 게 없으니까(흔해빠진 미녀에게도 관심 잃은지 오래고). 종이책 말고 PDA로 책을 읽으면 그건 '아날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한심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 글을 쓴 양반은 지하철에서 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PMP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한심해 했다. 노트북으로 email 보내는 것이 편하다나? 난 그 거지같다는 pda로 여차하면 a4 2-3장 분량 에세이 따위를(이를테면 이런 블로그 엔트리를) 느긋하게 쓰기도 한다. 말 그대로 느긋하게. 하여튼 저 양반의 글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보이는 이상한 열정이, 결국은 효율이나 비용을 생각지 않는 일시적인 유행과 허영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워낙 견해가 과감하고 병세가 심해, 얼핏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는 이뭐병이었다.
 
공유기의 무선 네트웍의 취약성은 WEP에만 국한된다. 얼마전에 nVidia GPU를 사용하여 brute force로 DES나 WPA 암호를 깨기 위한 계산의 수행 속도를 100배 향상시켰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걸 기사라고 쓴 건가? 요즘 암호는 10^53 이상인데, 100배 빨라졌다는 GPU 1조개를 모아 병렬 연산하면 1/10^40으로 암호를 깰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췄다는, 말 그대로 가엾은 헛소리다. 암호학의 권위자인(어플라이드 크립토그래피의 저자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비교적 깨기 쉬울 것으로 예측되는 패스워드(word), 패스 프레이즈(phrase) 대신 패스포엠(pass poem)이란 걸 사용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패스포엠은, 흠... 일곱 북구 영웅 신화 서사시다. 슈나이어 형님은 그래서 늘 존경스럽다. 전자상거래할 때는 오딘을, 게시판에 들어갈 때는 300단어 짜리 프레야 찬가를 암호로 직접 타이핑 하신다!

마초(마초물이 아닌)에 대한 혐오감을 감수하는 것 역시 생활의 일부다. 마초/마초물에 대한 접근이 달랐다. 개념이 달랐다. 내것은 무수한 모험소설에 적용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마초물을 마초물!이라고 욕설처럼 늘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마초물을 좋아하니까). 그저 사물의 형질을 설명하는 감탄사였달까? 그래서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상황이 영... 짜증나는데...
 
이건과 스트로스와 닥터로우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저 그런 남자로 남아있는 동안, 피터 해밀턴은 무기와 기술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남정네 소설을 쓰고 데이빗 웨버는 영악한 전략과 생존술에서 지적 근육을 과시한다. 그런 예는 과거로부터 얼마든지 있다. 소설가의 80%는 남자이고 베토벤이 귀가 먹어도 작곡을 계속한 것인 예술적 열정을 드라이브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아무튼 지천에 널린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남자들은, 상황이 엉망이고 줄곳 만신창이가 되어도 입만 살아 낄낄 거리며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매를 벌고 목숨을 버린다. 젤라즈니의 빌리는 똥고집을 피우며 정신이 나갈 때까지 길을 걷는다. 남자들의 뻣뻣한 척추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에게서 마초성은 공통적이고 원형적이다. 쟁투의 심볼리즘 또는 클링곤 잠꼬대 같은 마초류는 관심 밖이니 제하자면, 최근 들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신마초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시대가 변하면서 계산본능(?)이 개제되고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법(지적, 경제적으로 세련되었지만 강도면에서는 전혀 손색없는 유창한 언어 폭력과 유혈 불사)과 취향(작동범위를 사전 인지하는 메니퓰레이티브 컨트롤 프릭 및 각기 다른 매너리즘과 예술적 성향, 섹스 취향을 가진 너드, 더드, 오드)과 경향(다양한 의지와 실천의 벡터)이 세기가 넘어가면서  점차 변화했으니(보통은 근대화라고도 표현) 시대상에 부합되지 않아 오작동하기 일쑤인 마초의 사전적 정의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보잘것 없는 예로, 아르헨티나에서 마초는 여전히 말떼를 몰지만, 여자들이 심하게 날뛰는 멕시코에서는 과거 힘세고 섹시했던 마치스모가 지금은 '사내놈이... 남자 구실은 해야...' 정도의, 앙상하고 자조적인 의미로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열혈남아와 쿨가이가 메이팅 파티 전면에서 환영받지 않는다.

'모험하는 성격과 유전자, 개기고, 갈구고, 적게 얻으면서도 리스크는 엄청 떠 안는, 단지 테스토스테론의 지랄'이 마초성의 리트머스가 되는 공통점이지만, 최근에 벡터가 바뀌었으니, 마초 확장 컨셉으로 정의하고 단어를 재발명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난 그러지 않았어.

젤라즈니가 영원히 단초를 제공할테고,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젤라즈니 소설을 관통하는 마초성의 질과 특소성에 관한 조명(왜 그 아저씨 꺼를  마초소설이라고 하나?), 마초에 대한 지루한 나열, 그 다음에 그 둘을 연결, 마초의 현재와 미래, 결론 및 요약 등등을 열나게 써갈겨야 하지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쥐좆만해서 관두기로 하자. 난 친우들과 우애를 나누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글 쓰는 부류도 아니고 마초류를 계몽하려는 사명감이 아주 희박하다.
  • 젤라즈니는 전 시대에서 남정네의 묘사에 '반 발 앞선 세련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그걸 서술하는 기름끼엔 메스꺼움이 올라오고? 의도적인 심리묘사의 생략을 통해 별볼일 없는 놈을 남자답게 만드는 것도 작법의 팁과 테크닉이다. 결과는 같다. 하여튼 지금은 그게 구닥다리로 보인다. 아님 내가 엄청 세련된 것이던가.
  • 한국을 비롯한 몇몇 문명 세계에서 마초 또는 남성우월주의자는 멸종 직전에 몰린 해충으로 박멸 1순위감이다.
  • 한국의 산업 비중은 1차,2차 생산 및 가공업이 꾸준히 감소해서 30% 미만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은 50% 이상으로 신장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진짜 근육은 그 장식성과 심미성으로 평가되며, 실용적으로는 소위 '지적 근육'을 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써 놓고 보니 덜 인문적이라 뜬금없어 보이네?
  • 아까도 말했지만 마초는 실세계와 분리되었다. 실세계에는 마초라 불릴만한 병신들이 지극히 드물어졌다. 생존과 교미의 성공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초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남성성, 즉 소설 속에서나 양식과 관념으로 잘 살고 있다. 
  • 따라서 마초가 attitude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입을 닫게 된다. 그런 질문은 뭔 소리를 해도 이미 설명하긴 글른 단계를 반증한다. 그런 의문은 셀 수 없이 들어봤다. 마초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놈들이 설마 중학생 양아치에게 두둘겨 맞을 것 같은 남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초가 무슨 전염병이나 PC나 되는 것처럼 벌벌 떠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20세기 끝 무렵부터 마초는 변질되고 '야사시'해졌다. 열공했지만 보고도 인지 못하면서 마초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작자들과의 피차 술주정은 그래서 사양이다. 아, 그나저나 스트로스의 영향이 꽤 오래간다. 요즘은 무슨 생각이 떠올라도 스트로스의 소설이 수입산 미친소처럼 각 부위 별로 연상된다.
 
마초의 그런 비단결처럼 고운 심성이 요즘은 여자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은 굳이 '여자마초물'이라고 별정할 것이 없다. 알려진 위험을 감수하고 이 짓 해도 죽고 저 짓 해도 죽는데 저 짓하면 0.5초 더 사는, 말하자면 없는 것보다 나은 기회를 순식간에 계산해서 기꺼이 불 속에 뛰어드는 여자들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아무 생각없이 상대에게 펄쩍 안기는 미친년 얘기가 아니고 calculated risk를 베로니케 영역 보다 살짝 앞 쪽에서 떠올릴 수도 있는 부류 말이다. 그래서 개막장마초를 의미하는 '개마초'라거나,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마초'가 아닌, 전시대적 정의에서는 발전(?)했다는 뜻으로 개마초(열린 마초; open macho)라는 조어를 즐겨 사용했다. 내 보잘것 없는 주장이지만, 개마초는 남녀 성 구분 없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흐뭇...
 
거듭, 마초의 정의에 관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스노비즘 엉덩이 사이에 끼어 PC를 부르짓는 남색가같은 것들과 논쟁을 번복할 이유는 없고(영업하나?), 그렇다고 젤라즈니가 왜 마초물을 쓴다고 우기냐?에 관해 명백하게 그 반대편을 설득하려는 노력에 관심이 없어 야사시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시대가 변해 마초도 변했는데, 공교럽게도 젤라즈니의 이전 소설에서 보이던 그나마 세련된 개마초 캐릭터가, 별을 쫓는 자에서 눈에 띄게 퇴화해서 가히 전형성의 교과서적 이행이라고 할만큼 뻔했고, 한심해서, 김 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재미를 봤다' 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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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

잡기 2008. 10. 13. 18:51
이것도 써놓고 안 올렸던 떨거지: 아마도 책 읽고 평가를 한 줄 밖에 안 올린다는 것에 자극받아 쓴 듯. (근데 써서 뭐하나... 재밌는 건 그냥 재밌으면 된거지)

별을 쫓는 자(Eye of Cat) -- '고양이 눈깔'이라고 하긴 좀 어색하니까, '삵의 눈'이나 '미친 나바호의 노래' 정도? 번역한 제명이 '별을 쫓는 자'인 까닭은 종반의 한 싯귀에서 따온 걸까?

내가 가는 길, 내 마음 속에 가득 찬 별들.
회전하는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봄을 향해 가는 별들이여

문구만 봐도 구색이 어떨지, 확 삘이 오는 젤라즈니의 글들은 대체로 비평가 프렌들리해서 썰었다가 붙이기도 편하다. 게다가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그너티즘도 강하고. 
"베고치디 여자와 베고치디와 '말하는 신'과 '검은 신'이 사녕감을 창조했기 때문에 그들이 사냥을 지배한다는 얘기가 맞습니까?"
"그럼. 마음이 내킨다면 그들은 사냥꾼을 도울 수 있지."
"하지만 당신은 예전과는 달리 거의 사냥을 안 하던데요?"
"사실이야."
"그럼 그들도 최근엔 별로 할 일이 없겠군요."
"아마 뭔가 다른 일을 찾아내서 열중하고 있겠지."
"그런데요, 당신이 속한 부족의 구조적 맥락에서 볼 때, 그런 행동은 토템적 존재의 규정을 벗어나는 일 아닐까요?"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다들 원래 맡은 역할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우리에 관해서 헛소리만 늘어놓는 인류학자 놈들에게 대신 복수를 해 주기도 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겠지만, 젤라즈니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별을 쫓는 자'는 모험 소설 또는 하드보일드 마초 소설의 표준 모델을 준수한다. 자학적이고 운명론에 심취한 주인공이 극중 전개를 통해 자기 본성과 운명론으로 수렴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가 구축한 세계의 정당성을 편의에 걸맞게 리믹스한다.

잃어버린 여자가 있고, 잃어버린 여자의 대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이 헛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다. 교미는 하지만 번식이 안되는 멸종 직전의 별난 짐승과 마찬가지랄까? 메이팅이 없으니 자손이 없어서 사회 일반과의 공감각이 의도적으로 차단된다-차단시킨다. 제임스 본드는 그래서 아이가 없다. 인디애나 존스도 마찬가지다. 유사 대용품이 있긴 한데, 이들(주로 아이들, 맞고 모욕당하는 힘없는 여자들)의 출연과 역할은 어쩐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이를테면 아이를 좋아하는 한 개마초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다른 개마초보다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진다 -- 아이를 좋아하는 개마초는 여자들의 호감을 쉽게 얻어 교미에도 유리하다. (사실 문화인류학은 그놈에 시적이고 자의적인 부분을 거세하고 단층처럼 존재하는 사실을 건조하게 추렴함으로써 '사회생물학'에서도 똑같이 느끼는 그런 시적인 메스꺼움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인디언이 인류학자를 희롱하듯이)

또한,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단발성 인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 소설 전후반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찌질스런 숙명론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마초인) 주인공의 극단적인 선택과 세계에서 벌어지는 자기 통제를 벗어난 우연한 사건(의 연속)이다. 젤라즈니 소설은 늘 그랬지만. 주인공은 샤먼의 길을 걸음으로써, 완곡하게 말해, 시대를 초월해서 퇴행한다.
 
별을 쫓는 자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마초물이다(내가 왜 젤라즈니 소설군이 마초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꿀릴까? 하지만 사실 타협하고 그들 견해를 존중한다). 이 소설에는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여자는 이미 죽은 애인 하나 뿐이다(얼마나 편리한가? 불가능한 정조를 통한 여성 일반에 대한 호감과 신뢰의 구축 면에서는 아이를 좋아하는 개마초와 경우가 같다). 마초 표준 모델에 부합하는 또 다른 측면을 들라면; 깡촌오지에서 자기만의 세계관에 시달리며 삽질하다 소득없이 쫑나거나 자기 만족에 집착한다.

그럼, 교미 유희 없이 외계 깡촌 오지에서 고립되어 개고생하는 소설을 종종 쓰는 우르술라 르귄 같은 여작가의 글은 마초물일까? 그렇진 않다. 그의 여러 작품을 보면 여성의 목소리로 글을 쓰는 법이 별로 없고, 여성의 목소리로 쓰여진 소설은 영 꽝이다(할멈 스스로가 더 잘 알지 싶다). -- 젤라즈니와 르귄은 스타일과 벡터가 영 딴판이라고 느끼곤 했다.
 
시대를 리믹스한 마초 활극 신화물이란 유사성에서 비교로 사용할만한 젤라즈니의 전작들로는 '신들의 사회'와 '내 이름은 콘라드' 정도. 엇비슷한 신화적 맥락을 따라가지만 별을 쫓는 자에서는 영웅의 길이 내재화되었고(실은 없고) 트릭스터의 역할이 크지 않으며(심지어 자기자신을 기만하는 자기자신이라고 텍스트에서 노골적으로 떠들어댄다), 작가가 주인공과의 감정이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젤라즈니 소설이 언제 안 그랬냐고 마지막 항목에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전작들처럼 작가가 독자를 희롱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길을 막아 버렸다. 멸종을 눈 앞에 둔  주인공은 그걸 반복해서 언급할 정도로 처량하고 감상적이다. 숲에 취해 아름다움에 휩싸여 걷는 미친 인디언이 툭하면 헛소리를 늘어놓는 대목에서 감정이입은 커녕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캣의 추격과 친니의 추격이 심화될수록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은 갈수록 (적응 안 되는 현대에서 소외되어 뽕 맞고 술병에 주둥이를 아예 갖다붙인) 인디언식 횡설수설로 빠져든다. 거진 마스터베이션 수준. 주인공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면서도 그 모양이다. 젤라즈니가 즐기는 독자 상대 희롱이 아니라 갖은 인디언 키취로 간을 본 의도적인 독자 개무시인 것 같다.
 
별을 쫓는 자의 스토리 요약은 한 줄로 충분하지 싶다. 한물간 인디언이 암살자를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예전에 자기가 힘겹게 잡아들인 외계인 짐승을 풀어 암살자를 사냥하지만, 그 짐승이 투사한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미쳐 버린다.
 
어느 신화나 마찬가지로 나바호 신화에서도 항상 선의 뒤를 잇는 악이 쫓아오고 도깨비처럼 간교한 트릭스터가 존재한다. 특별히 티나는 점은 베스터의 스타일을 계승했다는 것. 어린 시절에 어설픈 자유연상에 시달리고, 글자가 알록달록 색깔로 보이는 공감각 때문에 미치겠던 나같은 꼬마나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횡설수설과 텔레파시 묘사로 글자들이 행과 열을 채우고 있다는 점 -- 미친 인디언을 다루기 적합한 구조? 그리고 콜로라도 협곡 여정과 툭하면 겹치는 친니를 잡는 내적 탐사. 이 둘은 외연->캣을 통한 소통->거울상인 자기 자신의 소멸(또는 적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젤라즈니는 이런 글을 쓰는데 타고난 사람이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독자 신경 안 쓰고(개무시하고) 그걸 전개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신들의 사회나, 콘라드와 완전 딴판인 신세계로 독자를 낚시질한다. 그 낚시질이 워낙 심오한 탓에 오의를 깨닫고 기꺼이 낚여주는 이가 적은 건 아닌지, 노파심이 생긴다.
 
재밌는 소설은 형식과 스타일에 상관없이 웃겨야 한다(훈계 모드. 그걸 아는 사람이 말야!). 웃을 일이라곤 없는 실세계의 불완전한 동태를 잠시 잊어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뭣하면 내가 모르던 신기한 것들이나 영악한 아이디어가 무성한 잎사귀 처럼 그 매력적인 설정과 세계관을 풍요롭게 팔딱팔딱 손짓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감정이입이 이루어지는 캐릭터 구현을 통해서. 이 셋과는 동떨어졌지만 이 소설은 다른 이유에서 심금을 울렸다.

물론 종종 그 세 가지 이유가 아니어도 소설에 애착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이토록 많은 변화를 목격하면 영혼이 상처입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남자는(또는 인간은) 유체이탈을 해봐야 한다. 세계와의, 타인과의 간섭이 최소화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 자신이 지각하는 현재와 세계가 불완전하게 틀어져 있고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세계에서 유리되고, 존재가 연속성과 항상성을 지니지 않다는 '유체이탈'적 경험의 대표적인 과정이 가상이든, 실제든, 방랑-여행이다.

그래서 하시시 빨고 뿅가는 것도 여행이고 빌리가 콜로라도 협곡을 헤메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방랑이 되고, 삽질이 되면 여행에서 만나는 또다른 찌질한 자아 / 거울상 / 생존을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악마와 대면하게 된다. 마치 빌리가 트립박스를 통해 무수한 점프를 거듭했음에도 언제나 그를 죽이려는 적인 캣을 만났던 것처럼, 자기가 대면하고 싶어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허약한 빈 틈을 후비고 들어오는, 자기 존재에 위협적인 네메시스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방랑-여행은 삶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인간의 여러 자발적인 행위중 하나다. 생존과 존재를 위한 여행은 그래서 종종 내면화된다. 비록 빌리가 미쳤지만, 그점에서는 개개의 타자들이 다 그런 셈 아닐까? 어쩔 수 없이 지각하는 그런 광막한 절곡심상 만화경같은 여행을 통해 (심지어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란 걸 알아차리기도 했으며) 자기가 몰랐던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고(제2자) 이도저도 아닌 세 번째 사람(제 3자)이 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중독증을 합리화하려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제2자와 제3자에 취해 여정은 끝이 없어진다. 그리고 결절마다 또다른 여정을 갈망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죽은 인디언들의 영혼이 떠도는 계곡에서 헤메며 죽을 고생을 하는 Man Vs. Wild의 쿠퍼 캐년 편이 떠올랐다. 빌리가 떠도는 그.. 사막과 유사한 협곡,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살다보면 어쩌다 처하게 되는 물리적이기도 하고 정서적이기도 한 그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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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tu?

잡기 2008. 10. 13. 18:51
블로그 엔트리 써놓고 안 올리는 것은 게으름 탓일까 아님 바빠서 일까?

자전거 주행: 한강변 76km 가량을 일주. 예전에 한강변 일주할 때는 집에 돌아와서 파김치가 되었는데 지금은 안 그런걸 보면 담배를 덜 피워 건강해진 탓일까 아니면 체력이 좋아진 것일까? 때마침 바람이 거의 안 불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평속 20.2kmh, ?주행시간 3h45m, 쉰 시간 55m 나왔다.



eBaco라는 전자 담배를 카트리지 6개 포함해서 약 16만원 주고 사서 한 달쯤 피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원래 담배를 네 갑 사서 피웠고(The One 0.1mg), 전자담배용 6mg 카트리지를 2개 사용했다. 이러다가 담배를 끊게 될 지도? 장점:

담배 피우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폐포의 타르 오염이 정화될 전망이다.
언제 어디서나 피울 수 있다.

단점:

담배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배터리 충전이 귀찮다.

최재천ㆍ장회익 교수에 묻는다 -- '통섭'이 개념 없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만 왠 뚱딴지 같은 방향에서도 두들겨 맞는군.? 저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보니 김.지.하.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상목 교수가 시사2580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 양반이 한국 과학기술 교육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탐욕과 공포. 주식시장에서 흔히 떠도는 말이고, 그렇게 말하니까 흡사 요즘 세계 금융 위기 상황 같았다.

번번이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경악스럽다. 우연히 카와시마 히로유키의? Market(주식시장)이란 만화책을 보았는데, 탐욕과 공포 때문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주옥같은 문구들이 줄줄이 나왔다;

"왜 내가 요트에서 생활하는지 아십니까?"
"관심없어!"
"대자연 속의 인간은 하잘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죠."

어안이 벙벙.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말씀하셨지. 실의에 빠졌을 때는 아침 해를 보라고. 대답은 없어도 기운을 차리게 된다고.

엔지니어라면 잊지 마라. 우리들의 차는 꿈을 연료로 달린다!

주식에 있어 제일의 상승 재료는 바로 꿈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회사는 꿈을 팔고 주주는 꿈을 사라. <-- 이걸 자꾸 잊어버린다. 이걸 잊으니까 투기가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일해서 버는 것. 절약하는 것. 이익을 내는 것(돈을 불리는 것)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 솔직하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놈들이 두 부류 있지. 선생이라 불리는 인간과 경찰관.

진정한 주식 투자라는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리스크를 잡는다는 의미와 용기를 배우는 장이라는 겁니다. -- 재차 요점 정리, 인생에서 스스로 생각해 리스크를 잡는다. 용기를 갖고 도전한다. 이것이 '리스크'라는 말의 본래 의미다. 그나저나 대머리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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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erTools 1.1.3을 2007/08/05에 설치. 대략 1년이 지났다. 블로그를 TextCube 1.7.5 Risoluto로 업그레이드. '누구나 탄압받지 않고 주장할 수 있는 웹을 결연하게 (Risoluto) 계속 지켜나가길 기원하는 버전'이란다. 어설퍼 보이는 작명이랄까. 1.8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1.8은 php 5.2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에 설치하려니 좀 귀찮다.

하여튼, 1.8 차기 버전인 2.0 버전은 그럼, 싱귤라리티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환경의 본질적인 변화를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코드명을 Accelerando 쯤으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

이 사이트는 Movable Type 때부터 외양에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이 UI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덕지덕지 지저분한 남들 웹페이지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과 삶에서 유일하게 '내키는 대로' 잡담을 늘어놓을 수 있는 블로그가 '조직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눈부신 몸부림 -_-) 사실 업그레이드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업그레이드 하면서 달라지게 할 생각도 없다.

업그레이드하면서 좋아지거나, 바뀐 점: 맞춤법 검사기[각주:1], 주석[각주:2], 플리커&유튜브[각주:3], Thumbnail Viewer + Cooliris PicLens[각주:4], LightBox[각주:5], Woopa[각주:6], Google Analytics[각주:7], Source code Syntax Highlight, 웹 표준을 준수하게 된 텍스트 에디터 인터페이스.

마지막으로, 내가 불편하지 않아 고치지 않았던 블로그 내비게이션(page 이동) 버그를 고쳤다.

[code]
void string::set_length ( int length, bool preserve_content )
{
? ? if ( ( length <= my_data->allocated ) && ( my_data->ref_count <= 1 ) )
? ? {
? ? ? ? my_data->length = length;
? ? ? ? my_data->chars [ length ] = '\0';
? ? ? ? return;
? ? }
? ?
? ? data *dt = new_data ( length, 1 );
? ?
? ? if ( preserve_content )
? ? ? ? ::memcpy ( dt->chars, my_data->chars, my_data->length );
? ?
? ? release_data();
? ? my_data = dt;
}
[/code]
?

Youtube 임베딩

?
Cooliris PicLens Demo: flash로 picture wall을 만들어 주는 때깔 중심 application. 로딩에 시간이 걸린다(3MB 네트웍 부하). 마우스를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뭔지 알 수 있음. 트래픽 때문에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뭣하러 하나 싶어진다.

블로그 사이트의 모든 그림을 섬네일로 만들어 검색이나 열람 화면에서 섬네일로 아티클을 출력해주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off site link image인 경우 섬네일이 생성되지 않는 것. 사실 동일 도메인에 속하는 이미지이므로 off site link라고도 볼 수가 없는데 말이야!

시구루이
시구루이: 매우 늘어질 법하고 찌질한 스토리를 잘 커버하는 비주얼 아트로 오리지널 코믹스를 200% 구현한 애니메이션. 잔혹, 고어물 어쩌구 하는데 목 잘리고 내장 후벼내는 건 요즘 추세 아닌가?

강철의 라인배럴
최근 새로 시작한 강철의 라인배럴. 주인공이 병맛 찌질이인 특이한 애니. 표정부터 범상치 않다.
  1. 블로그 텍스트 편집기에서 짜증나는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본문으로]
  2. 어깨글자로 각주를 달아줌 [본문으로]
  3. 텍스트 편집기에서 플리커나 유튜브 동영상의 임베딩을 쉽게 해줌 [본문으로]
  4. 블로그에 등재된 사진을 섬네일로 만들어 보여주거나, Picture Wall을 만들어 보여주는 플러그인. 블로그 상단의 Start Slideshow를 누르면 PicLensLite가 실행 [본문으로]
  5. 아티클의 그림을 클릭하면 예쁘게 보여주면서 내비게이션을 가능케함 [본문으로]
  6. 웹 사이트의 실시간 추적을 가능케 해주는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본문으로]
  7. 구글에서 만든 웹사이트 통계 사이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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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Memory setup

잡기 2008. 10. 2. 18:01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두자.

'민주주의 2.0' 이라니까, Charles Stross의 소설에 나왔던 Economy 2.0이 생각났다. 경제 2.0은 인공지능인데, 비효율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인간 대신 최적 자원 분배 알고리즘으로 세계 경제를 파탄내고 화폐를 무효화시켜서 경제활동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아울러 그 소설의 주인공은 저작권을 무효화시킨다. 속 사정은 흥미진진한 소설을 보면 되고, 하여튼 그것이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Democracy 2.0도 비슷한 일을 해줄 것만 같은 이름이다.

한 번 울리고 끊기는 전화 -- 뭐야 이건? Business 2.0?

EBS에서는 아침 10시 무렵 '부모 2.0'이란 프로그램을 한다.

제품 발표회 초청장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기계 설계 분야라서 참석했다. 모사의 웍스테이션 설명할 때 좀 우스웠다. ECC Memory를 사용하기 때문에 웍스테이션이 뻑나도 자동으로 복구가 된다거나(Error Correction Code를 말 뜻 그대로 해석) 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95Khour 동안 테스트를 한단다.

95khour = 10년인데, 설마 제품 설계 및 개발을 10년 해서 간신히 모델 하나 시장에 내놓지는 않을 테고, bath curve 그리려고 burn in test를 그렇게 한다는 뜻일께다.

뜬금없는 그래픽 카드 선전과 웍 스테이션 선전도 따지고 보면 기계 설계 캐드 프로그램 선전하는 것과 다를 것 없고(CAD가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했다니, 놀랍다) 영업 차원에서 윈윈 전략한다고 SW 신버전 발표회에 최신 HW도 곁다리로 끼워 넣은 것이고 나야 호텔 부페 점심 잘 얻어먹고 경품으로 4GB짜리 USB 메모리도 받았으니, 유창하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영업사원을 비웃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LCD의 color space를 늘리려고 LED backlite 달고 컬러 관리 좀 신경 쓴 30bit-RGB 24인치 모니터를 아티스트/엔지니어용이라며 290만원에 팔아먹는 것은 좀 심해 보인다.
 
이전에 사용하던 1GB 메모리의 열쇠고리 연결부위가 부러져 안 그래도 USB 메모리를 하나 사야지 했는데, 4GB USB 메모리를 공짜로 받았으니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Windows XP 설치용 CD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왕 하는 김에 NTLDR에 GRLDR 얹어서 linux live cd도 얹고 WinXP PE도 얹고, Portable S/W를 잔뜩 담아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
 
CD 만들다가 USB 메모리가 맛이 갔다. 파티션이 날아가고 드라이브가 잡히지 않는다. PnP 디바이스는 USB Host가 USB Device에 request를 하면 그에 해당하는 configuration 정보를 리턴해 주는데 그때 VID, PID, usb device class 및 sub class를 알게 된다. usb device가 host에 삽입되면 os는 그걸 검출해서 그에 해당하는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로드하는데, usb mass storage까지 잡히고 volume manager에 디바이스가 추가되지 않았다. 파티션이 날아가면서 컨트롤러 칩 어딘가 꼬인 것이다.
 
요즘 USB 메모리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4GB가 1만원 수준이다. 만 원 짜리 장치를 A/S하려고 용산 가기도 뭣하고 뭐 어떻게 해결할 방법 없을까 대원 컴퓨터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지다가(제품명 i-Clip RT Black) 펌웨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보니, 생산라인에서 쓰이는 QC용 툴 같다. 디렉토리를 뒤져 USB Mass storage device driver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Factory Driver라는 것을 찾았다. 드라이버 교체하니까 SMI Mass Production Tool 프로그램에서 장치가 인식된다. 싱글벙글.

SMI 프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니 생산후 기본적인 테스트와, 포맷, 프로그램 설치, CD 파티션 설치 따위를 지원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컨트롤러 칩이 동일하다면 비슷한 종류의 뻑난 USB Memory를 복구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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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작업 시작. 웹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일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꽤 복잡하게 작업한다는 것. 일단 Windows XP SP3 Snoopy 버전을 SMI Mass Production Tool로 별도 파티션을 잡아 설치한 다음, 다음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목표

  • USB-CDROM: Windows Install용 CD 이미지를 넣어둔다
  • USB-HDD로 부팅할 때 응급 복구 및, Windows PE, Linux 이미지 셋 중 하나에서 부팅이 가능하도록 한다
  • Windows에서는 Portable Application Package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 나머지 짜투리 공간은 파일 교환등의 목적으로 사용.
준비물
설치

  • Windows XP PE Image를 daemon tool등의 virtual cd image 프로그램으로 마운팅
  • PE to USB 프로그램으로 USB를 포맷하고 설치
  • PC의 C:\NTLDR, C:\BOOT.INI 파일을 USB Memory의 root 디렉토리에 복사
  • USB Memory에 복사한 boot.ini 파일 수정
    [boot loader]
    timeout=0
    default=c:\grldr
    [operating systems]
    c:\grldr="GRUB"
  • Xubuntu 설치: iso의 디렉토리 .disk와 casper를 USB Memory의 root 디렉토리에 복사.
  • USB Memory 루트 디렉토리에 있는 MENU.LST 파일 수정(Win PE 패키지 안에 Hiren CD Image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주 간단하게 작업이 끝남)
    splashimage /SPLASH.XPM.GZ

    title Boot from HardDisk
    rootnoverify (hd0,0)
    makeactive
    chainloader +1

    title Microsoft Windows PE(Uniprocessor)
    find --set-root /minint/SETUPLDR.BIN
    chainloader /minint/SETUPLDR.BIN

    title Microsoft Windows PE(Multiprocessor)
    find --set-root /minint/SETUPLD2.BIN
    chainloader /minint/SETUPLD2.BIN

    title Xubuntu 8.04.1 I3
    find --set-root /casper/vmlinuz
    kernel /casper/vmlinuz file=preseed/xubuntu.seed boot=casper persistent quiet splash --
    initrd /casper/initrd.gz

    title Hiren's BootCD
    map --memdisk-raw=1
    map --mem /HIRENS.IMG (fd0)
    map --hook
    chainloader (fd0)+1
    rootnoverify (fd0)

    title ---------------------------------------------------------------------------
    default 0

    title Restart the Computer
    reboot
  • Uopack 프로그램 실행하여 USB Memory에 포터블 어플리케이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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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니까 이렇게 쉬울까 싶을 정도로 간단해서, 거진 4시간 이상을 인터넷 뒤지고 찾은게 무색해진다. 아울러, Grub이 몹시 쓸모있는 부트 로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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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rub으로 USB Memory 루트 디렉토리에 있는 menu.lst 파일 편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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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b을 부트로더로 사용하기 위해 USB Memory의 MBR(Master Boot Record)에 Boot Record를 기록. Install 버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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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USB Partition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 Tools->Partition List를 확인해 둔다. 이 경우 (hd1,0)

 설치가 끝난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USB Memory의 root directory에 위치한 파일들을 read only, hidden으로 숨겨두었다.

지금 쓴 이 아티클은 USB Memory에 OS 2개를 담고 부팅 CDROM을 제작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다룬 것이다. 장담한다.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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