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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9.25 careless talk cost lives 1
  3. 2008.08.28 modus operandi
  4. 2008.07.31 필요악
  5. 2008.07.29 마이크로 브류어리 3
  6. 2008.07.17 노트북 재구입 1
  7. 2008.07.09 노트북 구입, A/S
  8. 2008.06.27 노트북 튜닝
  9. 2008.06.15 World Wide Telescope
  10. 2008.06.08 bystander #2
  11. 2008.06.01 bystander 2
  12. 2008.05.18 임진각 주행 2
  13. 2008.05.10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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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2008.04.13 총선 마감 3
  16. 2008.04.02 이보디보
  17. 2008.03.26 디지탈 케이블 방송 2
  18. 2008.03.18 happy new planet
  19. 2008.03.09 LHC 4
  20. 2008.03.02 talk, play, love 3
  21. 2008.02.27 DDR2, Cool'n' Quiet
  22. 2008.02.21 라면 끓여먹기 2
  23. 2008.02.14 Clan, Clave, RPG 1
  24. 2008.02.03 feather's ascension 2
  25. 2008.01.24 Vista HCx 구입? 와봐야... 1
  26. 2008.01.13 데카르트의 아기 2
  27. 2008.01.05 Lost Fleet 1
  28. 2007.12.29 일름 1
  29. 2007.12.19 Year Song
  30. 2007.12.10 Dexter Season 2

buena vista

잡기 2008. 9. 29. 16:13
약 두 달 전쯤 컴퓨터에 비스타를 설치했다 -- XP가 단종되고 앞으로 개발할 SW의 호환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가상머신에 vista를 설치해서 작동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았다.

설치하고 나서 주욱 써 본 결과, 이 놈에 OS에 처음 가졌던 인상, 어쩐지 기분나쁘다, 은 바뀌지 않았다. 유려한 UI 빼고는, 줄이고 줄여도 늘 1GB의 주 메모리를 잡아먹는다 -- 2GB 밖에 없는 주 컴퓨터 메모리 보다 종종 더 많은 메모리가 사용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열댓 개의 창을 띄워 쓰는게 불가능하다. 1. 내가 모르는 뭔가가 배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것이고, 2.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한데다, 3. 그 모르는 것을 지워 나가다가 맛가서 세 번째로 vista를 설치했다.
 
정품 인증 메시지가 나와서 지웠다. 비스타 쓰다가 XP 사용하니까 컴퓨터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다. 흡사 새 하드웨어를 구입한 효과를 맛보았다. Windows 7이 내년 중에 출시된다면 Windows Vista는 아마도 사라지겠지.

9/3, Google이 Chrome 베타 버전을 런칭했다. 사용해보니 Firefox보다 낫다. sandbox와 secret 모드가 바로 내가 필요했던 것. multi processing이 뭔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 javascript 가상 머신인 v8의 성능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그 때문에 구글 아이, 구글 리더, 지메일 등등 크롬과 궁합이 잘맞는 사이트에 자주 들락거렸다.

8살엔 '칭찬', 12살 이후엔 '꾸중'이 효과적
-- -- 실험을 위해 그런 불편한 모델을 만들어 놓고 '아직 알 수 없다'느니, '아마도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느니 말하는게, 참, 여러 모로 성의가 없어 보인다.

中, 우유 1톤으로 50톤까지 불려 -- 오, 천잰데?

Macross Frontier 마지막 장면. 이건 뭐... 툭하면 튀어나오는 삼각형부터... 막장에는 민메이 로켓까지 등장하시고... 이전 마크로스 시리즈를 이것 저것 갖다 붙여 총정리한 느낌이랄까? 음악이 워낙 칸노 요코 스타일이라 (이젠) 물린다. 감상평: 잼없다.

Art of Travel
Art of Travel이란 영화를 보았다. 'Do not go where the path might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 형님의 한 말씀으로 시작한다(나같은 Mr. Plan에게도 계획대로 여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 저 곳은 내가 라파즈에서 하루에도 몇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곳, 볼리비아 최대의 번화가. 저 위 언덕으로 시장과 여행사 골목과 게스트하우스 촌이 있다.

그건 그렇고,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서점에서 읽는 내내 what a waste, what a sucks를 연발했다 -- 내 보기엔 갖가지 눈꼴사나운 지랄을 떤다.

별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 여행의 기술은 신선했다. 예전 자극과 영감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결혼 하게 된 친구가 결혼을 취소하고 식장을 뛰쳐나와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공항에서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니카라구아의 마나구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스빠뇰 한 마디 모른 채, 전형적인 바보 그링고처럼 게스트 하우스에서 숨겨둔 돈을 털리고 강도를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럭저럭 여행에 적응할 때쯤, 파나마시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부부와 콜럼비아의 다리엔 갭 최단 기간 통과에 도전한다. 그리고 정말로 마체테 한 자루 들고 정글을 336일만에 뚫고 나온다. 오오!!

중남미를 돌아다니는 병신같은 그링고에 대한 욕설을 포함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이렇게 배낭여행자와 여행을 다루는 영화는 레오날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The Beach 이후 아주 오랫만인 셈이다. 63년 마다 한 번씩 용출한다는 전설의 ulti geyser를 찾아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좋은 여자를 버리고 어렵게 볼리비아의 살라 데 유우니를 찾아 가지만, 가보니 친구들한테 사기당한 것이다.

여행자들의 개뻥이 가득 섞인 이바구를 믿고 자기 삶을 바꾸어 찾아간 비스타는 흔히 그 모양이다. 정말 엄청 공감 가는 대목이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이렇게 말했다; mastering the art of travel. ... It's way of life(그렇다. 삶의 방식이다). unknown to the majority. it's almost impossible to convey to your friends back home over the course of a single conversation(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여행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않았다/안할 것이다). The art of travel is to deviate from one's plan. 여행은 길을 벗어나면서 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난 길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지금 아내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게 되었으며, 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예측가능한 삶에 천착한다. 그것이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부에나 비스타가 된 셈이다.

Amazing Race
Amazing Race Season 12. 두 친구가 우승하길 바랬다. 우승했다. 이들만 유일하게 '배낭여행자' 같이 생겨서랄까? 이 재밌는 프로그램은 11개 팀에게 목적지와 경비를 주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미션을 수행하다가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팀에게 상금 백만불을 준다. 참 아쉬운 것은 여기 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여행을 제대로 즐길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아내와 내가 팀으로 출전하면 꽤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잘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내나 나는 피차 같이 여행하고 싶은 생각들이 없지만, 프로그램이 몹시 매력적이다. 어메이징 레이스 아시아판에 한국인 형제가 출연해 우승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고 찾아본 것이다.

Man Vs. Wild: Cooper Canyon. 이전 편까지는 부싯돌, 칼 따위를 들고가는 것을 야유했지만,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악어 투성이 늪지대를 통과하는 편과, 얼음과 불의 나라인 아이슬랜드 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주인공이 고생하거나, 제작진이 주인공을 학대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설정이라느니 어쩌구 얘기들이 많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간대 야생이란 프로그램의 목적은 애당초 주인공이 꽃미남 서바이버 먼치킨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 그러기에는 주인공이 너무 못 생겼다. 마누라와 자식도 있다. 게다가 매 회 마다 기어다니는 온갖 벌레를 목구멍으로 삼키고(살기 위해) 똥구덩이를 굴러다니고 짐승이 덮칠까봐 늘 밤잠을 설치는데 그런 것 때문에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따뜻한 집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렇게 한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에 늘 감사한다.

당장 써먹을만한 것으로, 인간 대 야생을 통해 냇가에서 티셔츠를 이용해 물고기 잡는 것이나, 신발끈을 묶어서 나무 타는 것을 배웠다. 눈을 파서 쉘터를 만들 때 차가운 공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구멍을 파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정말 뼈저리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에는 아내가 놀러 나가서 혼자 애 보며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발(EIDF) 참가작들을 하루 종일 보았다.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볶음밥을 잘하는 비결을 깨달았다. 저녁으로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양파로 단맛을 조절. 당근과 양파를 잘게 썬다. 햄, 피망, 오징어, 새우 따위 부재료가 있다면 그런 것들도 썰어 넣던가. 기름에 마늘향이 배이게 하고 계란을 까 넣어 스크램블 하듯 섞다가 식은 밥을 넣고 센 불에 볶는다. 밥에 코팅이 적당히 되면 당근과 양파를 투입. 부재료에 따라 30초~2분 정도 익히다가 불 끄고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를 투입해 한 두 번 뒤섞는다. 여기에 생선 간장 뿌리고 오이를 얹으면 태국식 볶음밥이 된다. 그 동안 볶음밥을 하면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황금 볶음밥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볶음밥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었다(볶음밥에는 무조건 계란이 들어가야 한다). 라면 끓여먹는 시간이나 볶음밥 해 먹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라서 조금씩 변주해가며 자주 해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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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less talk cost lives

잡기 2008. 9. 25. 14:05
블로그에 하루에 수십 개씩 스팸이 꾸준히 올라온다. Eolin Anti Spammer를 설치했더니 67% 정도 차단한다. 100개중 33개는 수동으로 삭제. 하는 수 없이 몇몇 정규(?) 스패머의 이름은 무조건 차단했다.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말이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때문에 발생한 위험한 상황이 달갑지 않고, 돈이 없으니 기회도 없다.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두 번이나 펀드 환매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망한 케이스랄까? 경우에는 안 맞지만 옛 격언이 있다; 악이 승리하기 위한 단 한 가지 필요 조건은 좋은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못하는) 것이다.

트랙로그를 분석하려면 여러가지로 귀찮다. GPS Trackmaker는 쪼개진 유관 track log를 merge하는 기능이 없어 Garmin Map Source에서 트랙 로그를 합쳐야 한다.
 
GPS 관련 프로그램이 워낙 많고 다양하다보니 뭐 하나 하려고 해도 과정이 참 복잡다단하다. 어디서 줏어온 *.img map 파일을 gps에 올리려면 mapwel을 사용 하고(또는 sendmap) shp 파일이나 dxf 파일을 img로 변환하려면 mapedit와 cpgsmapper, dem2topo, wintopo, idl 따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포맷 변환은 gpsbabel을 많이들 사용. GPS Trackmaker는 Google Earth와 함께 사용하면서 route를 잡을 때 주로 사용. google earth에 naver 지도나 콩나물 지도를 overlay 해야 구글 어쓰에서 라우팅이 편해지는데 오버레이 맵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어느 착한 분이 사이트로 만들어놓았던 예전 것은 사라졌고, 어떤 블로그에서 그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놨는데 구글 어스 용으로 변환하려면 스크립트를 짜야 하는게 귀찮아서 개기는 중. 기다리다 보면 누군가는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전에 홍씨가 지리학과 출신이라 이런저런 그쪽 방면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스크립트 짜기: (얼마 전에 업그레이드된) 네이버 맵의 open API를 사용.  네이버 맵만을 가지고 GPS용 트랙 로그를 작성해 gpx나 kml로 저장하면 써먹을 데가 많다.
 
더더욱 좋은 케이스는 구글 코리아에서 제대로 된 지도를 구글 맵에 올리고 구글 맵을 구글 어스에 오버레이하는 것이다. 구글맵 오버레이는 이미 나와 있으니 구글 코리아가 한국 지도를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주 사용하는 Garmin Map Source나 GPS Trackmaker에서는 altitude profile이나 cartographical length 정도 외에 track에 관한 유의미한 통계를 뽑을 수 없어서 gpx를 파싱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짤까 하다가 google 부터 뒤져봤더니 좋은 사이트가 이미 있다. uTrack - online GPX track report generator 여기서 2008/09/21 의정부를 거쳐 강북쪽 시가지를 지나는 56km 주행 궤적을 넣어봤다. 최고속도, 최저속도, 무엇보다도 평지 평균 속도와 구간별 속도 변화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 인상적. pdf 파일 출력을 지원한다(Garmin Map Source에서 gpx로 파일을 저장할 때 UTC offset이 적용되지 않는 버그를 발견했다.):
  • 고도 프로파일과 속도 변화 그래프를 겹쳐서 보여주면 더 좋겠고,
  • 웹 사이트이다 보니 작은 그래프 하나로는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불편하다.
  • 주행 시간과 쉰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gps에 찍힌 평균 속도는 19.3kmh 이나 사이트에서 계산한 평균 속도는 19.6kmh로 나왔다. 계산에서는 주행시간과 쉰 시간을 분리해 놓은 것이다.
  • 최고 속도 출력할 때는 gps의 글리치 때문에 생긴 오류를 걸러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상 여러가지 개선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짤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른 프로그램을 찾던가 저 사이트를 그냥 계속 사용할 것 같다.

1-2시간 자전거를 탈 때는 티가 안 났지만, 오랫만에 4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 보니 지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알았다. 뭐, 제작년에 5시간 20분 걸린 코스를 4시간에 왔으면 잘한거지 싶기도 하지만...

Google Earth에 Wikiloc이란 것이 보여 한국 지도에서 찾아봤으나 별로 없다. 자기가 돌아다닌 GPS 트랙을 등록/공개하는 사이트다. 가지고 있던 GPS의 트레일을 몇 개 등록했다.  Wikiloc에 donation한 것처럼 흐뭇하다. -- 그러고보니 위키록을 비롯해 지난 몇 년 동안 파노라미오, 구글 어스, 지오캐싱 등에 올려 놓은 것들이 이것저것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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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바라본 음산한 바깥 풍경. 이전 사무실보다 환경이 열악해져서, 왜 사무실을 옮겼나 싶을 정도. 한 주 동안은 일이 거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워서.

28도가 넘어야지만 중앙냉난방실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는데 천정이 높아 공기 순환이 안되는 탓에 사무실 내부의 체감온도는 29~30도 가량. 오후 6시가 넘으면 에어컨을 껐다. 사무실 옮긴 후 팀원들이 더위 때문에 다들 맛이 갔다. 사무실이나, 새로 옮긴 건물에는 샤워 시설이 없어 자전거 출퇴근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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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생장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어 올려두는, 그나마 잘 나온 사진. 아내와 내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은, '애가 인물은 좀 아니다' 였다 -- 날이 갈수록 아내를 닮아간다.

아내는 내가 가끔 버럭 화를 내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 이전에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물어본 적도 없고, 알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1. 한 말 또하게 하는 것, 2. 같은 실수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 3.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카운터(무의미한 대들기). 1, 2 번은 내가 조심하고 있지만 3번은 많은 날이 지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 아내는 대다수의 여자가 지닌 논리적 오류를 반복했다. 범주화,  흑백논리, 순환논증, 부적절한 일반화, 논점이탈, 감정 및 권위에의 호소...

적어놓고 보니... 평소 내 관점과 일치했다; 여자는 별로 논리적이지 않다. 아울러 뚜렷한 인식과 비전을 지닌 여자는 인류 역사상 극히 드물었고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이런 견해들을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고 말한다. 나도 하루 빨리 편견을 깨고 싶다 -- 여성과 한 세상을 같이 사는 건, 칼 세이건의 책 제목처럼, 요술과 악령이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것 같으니까.

행복을 바란 사람은 행복해지고, 불행을 원했던 사람은 불행해진다. <--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물리적인 측면을 배제한 채; 행복해지려면 삶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된다. 또는, 재수없는 기억을 지우고 닭대가리가 되면 된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스스로의 지능을 낮추는 일 없이 삶에 관해 '착각'하지 않음으로써 최저 에너지 준위를 자기도 모르게(어느새) 유지한다. 사실 자기에게 관심없는 우주와 꽃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아야 상태가 나아진다 -- 대다수의 사람/사물/외계인/인공지능은 내 행복에 관심이 없다. 나도 내 행복에 (특별히) 관심이 없을 뿐더러, 뚜렷한 우주애나 자기 인식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어쩌다가 나한테 관심없는 우주나 꽃들을 사랑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울러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로서, 비록 그 영향이 비록 미미하다 할 지언정, 엔트로피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과 비가역적, 비대칭적 시간의 흐름, 깨달음을 포함한 귀납추리, 엔트로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나는 내가 왜 복스럽게 존재해야 하는지 다분히 회의적이다. 당신의 (행복한?) 존재도 마찬가지고.

주씨가 날더러, 애 키우면서 딸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지 않느냐? 고 물으면 명색이 깨달음을 취미로 추구했던 땅거지 입장에서 이상과 같은 저간의 배경을 설명하기가 난처해진다. 간신히 변명처럼 얼버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양육은 자식의 행복이나 부모의 행복과 상관없지 싶다.  내가 바란다고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끝-

아이와  내가 느끼는 서로의 행복은 n초 짜리 현재에서 상호의존적 감정 교류의 환시와 지속에 바탕을 두고 있고, 굳이 아이와 나 사이가 아니라도 다수의 인류가 느끼는 행복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의 편의에 따른 기억의 조작, 노스텔지어, 자아/존재(감)의 영속성 따위를 주성분으로 한다. 드물게 학습한 자가  억수로 행복해지는 또 다른 길이 있긴 한데... 이 세계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이해를 얻는 것이다.  깨달은 자는 그래서 행복할 가능성이 있으나,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남이 그걸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은 없다.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녹아내리고 아이가 블랙홀 한 가운데 혼자 내팽개쳐져도 꾸준히 행복해지려면 그래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굳이 생각했다. 그 깨달음이란게 누가 가르쳐 준다거나, 보리수 그늘 아래 한 30일 앉아 있다가 날로 먹는 건 아닌 것 같고. 쉬운 세 가지를 다시금 반복하자면, 1. 닭대가리가 되거나, 2. 기대 수준을 낮추거나, 3. 최면과 암시 등의 정신승리법, 존재감의 획득, 노스텔지어와 자기환시의 꾸준한 반복을 통해 행복감(고양감)을 얻는 것이 훨 쉽다 -- 함께 하면 좋은 사람이 있거나, 쉬려고 앉은 나뭇그늘 아래 들꽃을 바라보며 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땀을 식힐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괜찮은 그림을 보거나 마누라나 강아지가 기특하게 굴 때 '행복해 한다'.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러 힘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설명하는 이론이 완성되면 엄청나게 행복해질 수도 있다. 또, 세계 증시 상황이 좋아지면 조금쯤 행복해질 것도 같다.

최근 Accelerando, Atrocity Archives, Jennifer Morgue, Glass House 등 Charles Stross의 책만 네 권을 읽었다. 말이 350p 짜리 소설이지 글자 크기가 워낙 작아서 이건 뭐 500p가량은 되어 보이는 정말 수다스러운 책들이라 네 권 읽는데 거진 한 달이나 걸렸다.

Atrocity Archives와 Jennifer Morgue는 컴퓨팅과 흑마술을 흥미진진하게 뒤섞어 놓았다. 튜링이 유니버셜 튜링 머신을 만들면서 동시에 프랙탈 차원 또는 플랑크 차원과의 수리적인 연결을 입증, 어떤 수식이나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어스(geas)를 사용하면 접혀 있는 플랑크 시공간의 악마를 소환할 수 있다는 기괴하고 별난 설정을 만들었다. 하나 더: observers are required to collapse the wave function. 그래서 아우슈비츠 학살은 나치가 아차원과 이 세계를 연결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파동함수를 붕괴시켰던 것이다 -_- 희대의 과학자들로부터(Today we performed Young's double-slit experiment upon Subject C, our medusa. The results are unequivocal; the Medusa effect is both a particle and a wave...) 온갖 종류의 별난 사람들이 수리적 한계를 논증하다가 발견하는 이러한 아차원 지옥을 막는 것이 주인공과 주인공이 소속된 첩보기관의 임무다 -- 간단히 말해 세계를 구하는 것.

워낙 배경이 별난 소설이기도 하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튀어 나오는 양아치 geek의 농담따먹기(didn't they know that the only unhackable computer is one that's running a secure operationg system, welded inside a steel safe, buried under a ton of concrete at the bottom of a coal mine guarded by the SAS and a couple of armoured divisions, and switched off?)가 꽤 골 때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설정은 그렇다치고 정보기관의 관료주의와 부서간 알력, 정보기관에 고용되어 일하는 샐러리맨의 애환이 심금을 울린다.

엑셀러란도(김씨 말로는 아첼레란도라고 읽는게 맞단다. 아첼레란도든 엑셀러란도든 제목의 함의가 싱귤라리티를 향한 지수적 가속(?)이란 것에는 변함없음)와 글래스 하우스는 책 뒷편에 적힌 가드너 도조와 말대로 'where charlse stross goes today, the rest of science fiction follows tomorrow'에 걸맞는 훌륭한(읽으면서 지난한 SF 독자 인생에서 항상 부족했던 2%를 채워주는) 포스트 사이버 펑크물이다. 본격 싱귤라리티 시대의 태동과 싱귤라리티 이후 Urth(earth)를 떠난 인간의 이야기(Glasshouse)를 다룬다 -- 글래스하우스는 그닥 취향에 맞지 않았다.

책 두께와 분량이 점점 늘어나고 배경과 묘사가 복잡하게 얽혀버린(?) 요새 SF를 읽으려면 독자는 보다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안 그럼 지루할 수도?). 스트로스가 스크립트 키드 세대이고(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영유아시절부터 독실한 SF 신자였기 때문에 컴퓨터 공학과 양자역학, 그리고 현대 물리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다가 머리에 쥐가 날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썼다. 하다 못해 업계용어로 농담 따먹기하는 거 제대로 알아먹기도 힘들 것 같다.

SF를 읽는 평균적인 한국 독자에게 그렉 이건의 소설에 등장하는 코펜하겐 학설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얘길 몇 차례 들었다. 그 따위로 일반화하긴 곤란하지만, 최근에는 LHC 때문에 (정작 호킹은 그 발견에 부정적인) 발생할 수 있는 호킹 블랙홀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지구가 멸망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살충제를 먹고 자살한 인도 소녀, cern의 과학자들을 협박하는 작자들의 얘기를 보고 들었다. 이건 뭐...

하여튼 상황이 그렇다보니 스트로스의 아트로시티 아카이브 같은 소설은 나같은 사람에겐 웃기자고 마음 먹고 쓴 흥미진진한 본격 개그소설이지만(스트로스가 설마 SF계의 테리 프라쳇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종종 어떤 사람들에겐 그럴듯한 설득력(있을 수 있는 일이야!)과 미래와 현생 인류에 관한 멋진 인사이트를 갖춘 훌륭한 픽션이 될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술자리에서 가볍고 로맨틱한 농담따먹기로나 할만한 얘기인 칼 세이건의 말, '이 우주에 오직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공간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를 정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변수가 어설퍼서 확률 자체가 성립될 지가 의심스러운 숫자놀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들먹이며 외계인의 실재에 나름의 확신과 믿음을 갖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안 그래도 인생 복잡한데, 다른 사람 이야기로 이 블로그를 오염시키는 것은 좀...
Initial D와 원작자가 같을 것으로 추측되는 완간 미드나잇, 애니판을 24편까지 봤다. 자막으로  '법 원리를 무시한 도로교통법 제 63조를 개정하라!'는 메시지가 가끔 떴다.  도로교통법 제63조가 뭔가 싶어 뒤져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도쿄 근처의 도로를 실제로 매핑한 것 같다. 완간 익스프레스(한국으로 치자면 강변북로, 올림픽 대로, 서울 외곽 순환 도로 및 자유로쯤 되려나?) 에서 새벽에 돈을 쏟아부은 튜닝카를 몰고 나와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폭주질을 하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사실 왜 그렇게 달려대는지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는데, 달리는 작자들도 자기들이 왜 달리는 지 모른다. 자기가 왜 사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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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거짓말'. 첫 두 편을 볼 때는 desperate house wives의 짝퉁인 줄 알았다. 40대 아줌마들의 사쿠라 연애 얘기. 전남편의 시어머니에게 딸을 양자로 보내고, 치매 걸린 아버지를 끌고 건널목을 건너며 자기를 기다리던 전 애인을 뒤돌아보는, 이 위험한 여자의 하루살이같은 인생의 소망은 자기와 같은 꿈을 꾸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 찰스 스트로스의 이야기 때문에 생각했다 -- 이 세계에서 배역을 맡은 좀비와 진짜 인간을 구분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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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념의 잠드. 어째서인지 미래소년 코난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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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ekicker 2화. 한 고고학자가 고증을 맡고 있지만 이뭐병 내지는 여병추 같은 주요 출연진의 오버액션에 정이 안가서 보는 맛이 점점 떨어진다. 뒤져보니 BBC에서 본키커가 시작될 당시의 높은 시청율은 회가 거듭될수록 떨어졌단다. 1화에서 기독교 순수주의자가 영국에 정착한 이슬람 이민자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2화에서는 독립전쟁 당시 워싱턴과 함께 영국군과 싸웠던 자유 흑인 집단이 밀항해서 영국의 어느 섬에 정착해 살았다는 얘기와 그들의 후손인 미국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등장. 그건 그렇고 오바마 연설하는 거 들어보면 왠지 시장통 약장수 같아 보였다. 미국은 과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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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Vs. Wild.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다큐멘터리.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부싯돌 정도만 주어진 채 낙하산 타고 오지에 떨어진 전직 SAS 출신의 아저씨가 쌩야생을 통과하여  문명으로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

모하브 사막의 45도 넘는 더위를 견디기 위해 티셔츠를 찢어 자기 오줌을 적신 후 머리에 뒤집어 쓰는 장면이 퍽 쓸모 있어 보였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감탄하면서 무릅을 쳤다. 근데 이왕이면 수통, 칼, 부싯돌 없이 던져 버리지. 야생에서 생존법을 가르치면서 사람들이 평소에는 들고다니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다니면 불공평하지 않나?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운이 너무 좋아 계속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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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s operandi

잡기 2008. 8. 28. 19:33
2년 6개월을 사용한 예전 노트북을  들고 용산의 중고 매입상을 찾아가니 상태가 A+에 가까운 최상품이라고 칭찬하고 30만원을 결제해 주려고 했는데,  매장 직원이 LCD 표면의 실금을 발견했다. 도트가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전에 아이가 노트북 밟고 지나가다가 생긴 흠이다. 그 덕에 5만원 깎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25만원에 판매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치뤄야 할 댓가다.

보유 펀드의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돈이 없고 해서 추불 기회를 번번이 놓쳤지만, 러시아 펀드 같은 경우에는 그저 '바빠서' 환매 타이밍을 놓쳤다. 매우 이상하게 바빠서 사무실에 진득히 앉아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이번주 금/토요일에는 사무실 이사, 그래서 지리산 트래킹은 9월 4일로 미뤘다. 근육을 풀어둬야 고생 안 할 것 같은데, 요즘 거의 운동할 시간이 없어 근육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정신 상태는 약 먹은 것처럼 약간 뿅 가 있고.

북한산 향로봉
8월 16일 뒷산에 마실 갔다. 약 2시간 트래킹. 향로봉에서 바라본 서울시 행정의 여러 실패작 중 하나인 은평 뉴타운 공사 현장.

8월 23일에는 애를 업고 잠깐 산에 올라갔다 왔다. 고지까지 대략 1km의 거리, 고저차는 300m 가량 / 평균 경사각은 17.5도.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애를 업고 올라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집에서 족두리봉까지 오르는 트래킹 코스는 경사가 좀 있는 구간에 속한다. 그보다 심한 트래킹 코스는 숨은벽에서 백운대까지 오르는 길로 평균 경사각 23.6도 -- 땀 한 바가지 분량.

24일에는 오랫만에 맛 좋고, 싸고, 영양가 풍부한 코다리찜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들고 산에 올랐다. 얼마나 빠른 시간 동안 익숙한 코스를 주파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볼 겸, 불광사에서 출발해 위문을 거쳐 숨은벽 능선까지 대략 26km를 가 보기로. 하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에 위문에 다다를 무렵에는 어느덧 18시 가까이 되었다. GPS를 보니 해지는 시각이 19시 14분.  그래 벌써 가을이다.

위문에서 숨은벽 능선을 타고 밤골까지는 13km 정도로, 아무리 빨리 걸어도 3시간 이상 걸린다. 한밤중에 랜턴 하나 없이 그 아슬아슬한 능선을 타는 것은 정신나간 짓 같아, 아쉽지만 위문에서 북한산성 방면으로 내려왔다.

며칠 비가 와서 수량이 늘어난 계곡에 발 담그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간혹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적없는 계곡에서 바라본 노을이 멋지다.

걸은 시간 3h22m + 식사 및 휴식시간 1h43m  = 5h. 13.1km를 걸었고 순 이동 평속 3.9kmh.  쉰 시간까지 합해 계산하면 13km/5h = 2.6kmh, 12시간 트래킹 한다고 가졍하면, 2.6kmh x 12h = 대략 31km를 걸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늙고 다 썩어가는 근육으로도 하루면 노고단에서 천왕봉 종주(34km)가 가능하다. 그럴 리가 없지. 산지를 하루에 25km이상 가면 꽤 잘 돌아다니는 축에 낀다. 

지리산에 함께 가기로 한 황씨는 1박 2일이면 노고단-천왕봉 정도는 가능하다는데도, 수 개월간 산악 트래킹을 해 온 자기 몸이 미덥지 못한지 굳이 2박 3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극기훈련하러 산에 올라가는게 아니라 놀러가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노고단(1507m)에서 천왕봉(1914m)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이다.  그 중 힘든 구간은 노고단에서 반야봉(1750m) 까지의 2.8km 구간. 그래봤자 평균 경사각 10도 내외이고, 구간 마지막 8km는 순전히 내리막길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다 고저차가 무려 700m에 이르는 북한산보다 고저차 400m 가량하는 지리산이 덜 빡세다. 어디까지나 노고단 출발일 때 얘기지만.

RD 잠뇌 조사실 2화 -- 주변 오타쿠들은 꼭 봐야할 훌륭한 애니의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주제가. 가사:

보이지 않는 라인으로 구분된 누더기투성이인 세계 지도
국경은 역사의 상처라서 낫게 할 약을 찾고 있어
머나먼 과거로부터 말없이 전해진 메시지
아아, 이 별을 계속 걸어 나가며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바람이 될 때까지

증세가 심할 때는 발자국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하루 평균 50km를 걸었다. 걷는 일은 괴롭고 고독하다. 나는 어쩌다 고통과 고독을 삶의 정수로 받아 들이게 되었을까? 다음에 걸을 때 무덤 파둣이 두개골을 파보자.

옛날 옛날에 불린쌀 한 봉지 들고 지리산 종주할 땐 구례역에서 천은사를 거쳐 성삼재까지  걷고 또 걸은 후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구글 어스로 직선거리를 재보니 그것만 16km다. 밤마다 비 맞고 잠도 못 자고 덜덜 떨다가 근육이 뻑뻑하게 굳은 탓에, 혼자서 낙오된 빨지산처럼 매우 지랄같은 2박 3일을 보낸 기억이 난다. modus operandi: 그때는 루신의 소설에 나오는,  정신승리법으로 버틴 것 같다.

앞으로 1년 동안 머리칼에 잔뜩 섞인 흰머리들의 숫자를 오로지 의지만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자연스러운 세월의 과정에 굳이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1년 후 흰머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사실 그것들은 진정한 흰머리가 아니며, 여전히 검은 머리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자부하면 된다. 이렇듯이 정신승리법을 잘 활용하면 젊음의 끝없는 패퇴를 지연할 수 있다.

오랫만에 근육을 혹사했더니 미오신과 액틴이 타들어가 다리근육이 후끈거린다. 연서 시장에 들러 막걸리와 빈대떡을 시켜 먹었다. 4500원. 알딸딸하게 취하니 기분도 좋고 초가을 저녁 바람이 신선하다.

TEM을 이용한 냉각장치

펠티어-제백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15000원짜리 Thermoelectric module을 구입했다. P,N 접합 텔루오르화 금속 계열에 전압을 가하면 한 쪽은 뜨거워지고 한 쪽은 차가워진다. 온도차는 대략 70캘빈 정도 되는데 구입한 제품 규격을 살펴보니 12V, 4.6A의 전력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소비한다. 이론적으로 -20도 까지 온도를 떨굴 수 있을 것 같지만 열이 나는 쪽의 방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좌우되는 듯. 대략 -2도 정도까지 표면 온도를 낮추니 떨구어놓은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한다. 직원들이 그걸 보더니 신기해 하던데, 펠티어 소자는 실험실에서 쓰이는 소형 냉장고 따위에서 흔히 보던 것 아닐까 싶은데,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어서인 듯.

CPU 냉각팬 대신에 TEM(주로 Thermoelectric cooler로 소개된다)을 끼우고 냉각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평소 idle시 CPU 온도가 35C 가량 나오는데, TEC를 장착하니 16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프라임 테스트를 돌리자마자 60도 가까이 치솟았다 -- 원래 AMD 정품 쿨러와 같은 정도의 냉각효율을 보인다. 방열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CPU 냉각에 큰 효과가 없으면서 60W 이상의 전력을 먹는 듯. 뭐 CPU 냉각을 목적으로 실험한 것은 아니다. 15000원짜리 장난감일 뿐.

올봄에 1300원짜리 AVR을 사용하여 프로그래머들 상대로 몇 가지 제어 회로 실험을 하다가 일이 바빠서 중단했는데 내일쯤은 LCD 제어와 PWM 팬 컨트롤러를 만들어 보고 PWM으로 TEM을 제어하는 것과 온도 측정하는 것을 만들어볼 생각. 이들 실험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지만, 실은 순수한 호기심 충족과 취미활동이다.  매일 출장이라 사무실에 붙어 작업을 연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짜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

16x2 Character LCD 실험

Character LCD 제어는 비교적 쉬워서 브레드보드에 회로 대충 꾸며서 2시간 정도 걸려 결과를 만들었다. 8비트 제어는 쉬웠고 4비트 제어에서 헤멨는데, 프로그램 코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배선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걸로 뭘 하지? 특별히 응용해서 써 먹을 데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나면 zigbee로 Ubiquitos Sensor Network나 만들어볼까? 하루에 한두 시간씩 취미생활한다고 연구활동(?)을 하다 보면 언젠가 활로가 갑자기 확 나타나겠지. 내 직업도 내 취미생활 때문이고, 특정 방면에서만 집요한 호기심 때문이다. modus operandi: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정신승리법의 활용을 찾고 있는, micro management를 일삼는 control freak.


Generation Kill
Generation Kill.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Evan Wright의 이라크 참전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이 장면의 상황에 해당하는 이라크 침공에 관한 기사를 운 좋게 찾아냈지만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다. 보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쩍 벌어지는 해병대의 삽질을 다룬다. Band of Brothers 이후 오랫만에 보는 흥미로운 전쟁 드라마.

Terry Pratchetts 원작. 영화 The Colour of Magic.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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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

잡기 2008. 7. 31. 00:57
휴대폰 수리하러 A/S 센터에 찾아갔을 때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안내양 앞에서 당황했다.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폰, 집과 사무실 컴퓨터의 아웃룩에 중복 저장되어 있어 안심이다. 만일에 대비해 인터넷에도 저장해 둬야겠다.

“주머니가 팍팍하다” 美 경기침체로 베니건스 파산신청 --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여자 친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찾아가서 비싼 돈 들여 먹고는 얄팍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왜 안 망하는 것일까? 그런 맛 없는 식당은 망하는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혹시 그런 식당은 사회악이 아닐까? 아니면, 필요악일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부러 나가 주경복을 찍었으나 공정택이 되었다. 실은 그나마 공약같은 걸 내놓은 5번을 찍으려고 했다. 뭐 애 키우는데 비용 드는건 여전히 안 좋게 생각한다. 애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량한 위선자들과 견해가 일부 다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강남구의 부모들이 '솔직해서' 낫다. 솔직한 사람들을 북어처럼 두들겨 패서 그 신념을 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고, 교육 역시 정치 문제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6번을 찍었다. 논리가 매우 기괴하군 -_-

오이도
사진 찍으면 24개월 밖에 안 된 애가 다 자란 것처럼 보인다. 신묘하다. 아빠는 늘 도깨비처럼 나오고. 문맥을 통해 문형을 뉴런에 고착시키는 단계. 대사가 많지 않은 집안 분위기상 교육은 글렀다. 여자애들은 아주 일찍부터 고속 사회화되므로 언어능력은 그리 걱정할 것 없지만.  언어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지 싶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공평하게도, 나 역시 사람들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글일 때는 좀 형편이 낫지만.

오이도
지지난주엔 오이도에서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아내,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 본 적이 거의 없다. 바쁘기도 하지만 감당 안되는 애 때문에 어디 나가기가 겁난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홍천 서면에 놀러 갔다. 전날 비로 그나마 맑아진 홍천강에서 죽은 물고기처럼 둥둥 떠내려가면서 새파란 하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을 보았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하도 할 일이 없어 석회 동굴을 둘러보고 돌아와 튜브를 대여해 강을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 후, 몇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강가에서 튜브를 빌려 떠내려가는 투어가 여러 지역에서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tubing이라 부른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 진 다음 술기운으로 알딸딸해 진 상태로 다시 강에 들어가 둥둥 떠내려가며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물살 따라 잔자갈이 강바닥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피라미들 지느러미가 물결에 스치는 소리마저 들린다. 술이 확 깼다. 도깨비꿈 꾸면서 덧없이 떠내려 가다가 보통은 죽는다.

어디 가서 소주를 네 병쯤 마시고 생뚱해진 심씨는 날더러 리스크 없는 평범한 삶을 집어치우기 위해 머리 염색하고 바람을 피우란다. 돌이켜보니 심씨는 인생을 뜻한 대로 살았다.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은 한, 뜻대로 살면 비용이 드는데, 심씨는 그리 큰 댓가를 치루지 않았다. 나는 갖은 악다구니(필요악과 불가피한 희생) 끝에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얻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천둥 번개와 비바람 속에서 흠뻑 젖은 채 좋아라 낄낄거리는, 여전히 그 본성이 반쯤은 미친 옛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내가 참 생각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 싶다. 나 역시 비바람을 좋아한다.

구질구질한 사이버펑크물에 대한 원시적인 혐오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였던(보면 볼수록 공각기동대와 비교 된다고 여겼던) RD잠뇌조사실을 공각기동대 팀이 만들었다길래 아연실색했다.

그래, 원하던게 RD 잠뇌 조사실의 그 방향이다. 디지타이즈된 미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게 정상이니까. 또는, 메탈 속에서 의체가 떠돌아다닌다고 기계혐오주의자들의 어둡고 음산한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들은 인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고교생 자원 봉사자와 반신불수의 메탈 다이버, 그리고 무술로 사이보그를 이겨 보겠다고 안달하는 젊은 친구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기분 나쁜 콧소리 내는 여고생 성우와 늘어지는 휴머니타리안 사이버펑크란 점을  빼고 아직까지 딱히 택 잡을 것 없이 그냥 즐겼다.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현란한 공중전을 소재로 한 'The Sky Crawlers'가 8월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양반이 평소 밥벌이하던 사이버펑크를 때려치운 건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Jack Campbell의 Valiant를 읽었다. 초장부터 박력넘치는 우주전이 벌어진다. 캠벨의 전작과 달리 '내면의 고뇌'가 현저하게 줄었다. 무려 200여 페이지에 걸쳐 줄기차게 우주전만 나온다. 아쉽게도 앨리언스와 신디케이츠 사이의 백년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외계인의 활약은 다음 권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듯. 다음 권도 아니고 그 다음 권까지 밀릴 것 같다.

발리언트 다음 권에서는 하이퍼게이트를 제외한(응용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함대전의 타임랙 서술을 줄여 발리언트 전작의 지루함을 많이 제거했지만, 그래도 함대전 자체가 슬슬 지루해져 가고 적용가능한 전략/전술도 대충 다 나왔지 싶다. 그래서인지 발리언트의 마지막 전투는 기만과 트릭이 제거되어 나름 희생을 치른다. 캠벨이 용두사미 격으로 다음 권에서 캡틴 기어리 시리즈를 황급히 마감하지만 않았음 좋겠다. 여유가 생긴 건지, 자기 뜻대로 꾸준히 글 쓰는 캠벨이 기어리 함장의 입을 빌어 이런 농담도 한다; i will hit that station of yours so hard that the quarks making up its component atomic particles will never find their way back together.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지... 암.

발리언트 때문에 마일즈 보르코시건 2권 '보르 게임'의 우주전은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인다. 이 개그물은 랜스를 끌어넣기 위해 근접 함대전을 무리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이란 것도 고작 단 한 페이지 분량, 나머지는 마일즈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운이 좋고 주둥이를 잘 놀리며 신밧드처럼 갖은 모험을 하는지 잡다한 설명을 늘어 놓기 바쁘다.

발리언트의 잭 기어리같은 한심한 캐릭터라이제이션과 비교해 그래도 혈관에 폐윤활유 비슷한 것이 흐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보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내 건조하고 무감동한 취향에 비추어볼 때 크게 흥미가 안 생긴다. 무엇 보다도 Alastair Reynolds를 비롯한 몇몇 현대작가들 덕분에 현대(?) 우주전에 관한 상상의 지평이 확 트이면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서브장르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우주전이 스타워즈류의 날파리들 싸움과 전혀 다른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고, 반드시 감안해야 할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고찰과 사고 실험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달리 말해, 몇몇 고어틱한 맛집에 길들여지다 보니 입맛이 아예 바뀐 것 같다.

다이디타운.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또는 이 세상에 널린 그런 류의 온갖 잡동사니들)로 끝날 뻔한 하드보일드물이 무수한 SF 가젯으로 리뉴얼 색동 단장. 분위기 어둡고 오직 '인간이 희망'이라는 듯한 플롯에 마지막에는 대규모 몹씬 마저 등장하는 것이 한 시간 반 짜리 시간 때우기 적합한 영화로 만들만 하다. 또는 시나리오를 찾는 영화업자들에게 바칠 미끼였던가? 첫장부터 글빨이 불안해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나머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잘 아는 세계 같다. 김씨 말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단다. 찾아본다는게 깜빡했군.

계집애들처럼 나 역시 연애와 로맨스를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퀸은 밥맛이지만
) 하드보일드를 좋아했다. 그것들은 소년 시절의 불가능한 연애를 나이든 늙은 놈에게 인간미로 치장해 연장하는 찌질스러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심취한 '우리'는 그래서 마초처럼 여자를 개무시하고, 떠난 아내의 대용품으로 또다른 아내를 만들지 않았으며, 수줍움을 감추기 위해 팜므파탈을 즐겨 찾는다. 사실 악녀처럼 부담이 적은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 반대편에는 악녀에게 성적 희열을 느끼는 변태의 드넓은 바다가 위험스럽게 넘실대긴 하지만. 하드보일드가 조금 더 진전되면 여성은 상징이 되고, 때로 페티시즘의 불명확한 표의가 되고, 양식화된 시니시즘이 된다(스타일과 취향이 된다). 생물로서의 여자는 진작에 사라진다. 사실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물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여자같은 거 필요 없어진다. 극중 이해를 돕기 위한 양념이지, 사건의 주요 배역 내지는 참고인이 되기에는 모자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홀론.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훌륭. '척을 바라보는 파이 장수의 심정은 오직 백마 탄 왕자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Pushing Daisies
'지금 척의 심정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교 있는 시니컬함이 곁들여진... 대사의 쫀득함과 주섬주섬 갖다 붙이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 imdb를 검색해 보니 Dead like me 팀이다. 죽음에 대한 농담따먹기가 데드 라이크 미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는 그래서 죽은 소녀가 자신을 연모하던 옆집 소년을 만나 결코 시들지 않는 조화(또는 산송장)처럼 살아가는 희극이다. 그런데 죽음과 여성 따위가 대상화 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일까?

Survival: Fans vs Favorites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전작에 등장한 유명한 악당들, 또는 팬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을 끌어모아 서바이버 팬들과 한 판 붙는 리얼리티쇼. 서바이벌 1기에선 처음 쥐를 먹는 얘기가 나왔다. 오지를 접한 미국인들의 호들갑이 눈꼴 시려웠다면, 서바이버 시즌이 거듭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강해졌다. 이 작자는 자기 팀을 배신하고 다른 팀에 붙었다가 쫓겨난다. Fans vs FAvorites 편에서는 게임 중 부상을 입고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퇴장.

Survival: Fans vs Favorites
적응과 꼼수의 달인. 난 이 여자가 아주 밥맛 떨어짐.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자' 타잎이 아닐까 싶다. 멕시칸 포토그래퍼. 그저 '너무 쎄다'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한 운명을 맞이 한다.

Survival: Fans vs Favorites
온갖 협잡으로 출중한 남자 넷을 골로 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Fans vs Favorites 편의 악녀들. 이중 한 여자가 백만달러를 손에 거머쥔다. 하나같이 정 떨어지지만 그 악착같은 생명력에는 박수를 쳐준다.

Bonekickers
고고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다길래 보게 된 Bonekickers. 시즌 첫 편에서 템플러 기사단의 유물을 다룬다. 하여튼 몇 편 볼 때까지 이렇다한 감흥을 남기기 어려움. 이건 왠 삽질이람?

Fringe Pilot
올해 가을에 나올 Fringe의 파일럿. 70년대 필링의 Pseudo Science를 소재로 한 듯. 많이 약함...

Fringe Pilot
Fringe의 분위기가 대충 이런데.. 미친 과학자(가운데)와 미친 과학자의 아들인 사기꾼. 시즌 프리미어부터 망가졌으니 super natural 꼴나지 싶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전투씬이 정신없음. 황제의 명을 받고 불사약 구하러 온 파란눈의 서양 로닌들이 활개치는 이야기.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내용은 여늬 사무라이물처럼 재미없지만, 색깔이 예쁘다.

오센
오센. 영 작중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은 아오이 유우. 음식 잘하는 부잣집 딸내미가 태생적으로 지닐법한 프레스티지 오라빨이 약해 보임. 오히려 궁끼가 줄줄 흐른달까. 아오이 유우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가 없었는데, 10편에서 흐지부지 끝내버리고 만 것 같다. 잘 했다. 더 볼 생각이 안 들었다.

정의의 아군
정의의 아군. 각본 쓴 작자가 한국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들 정서가 물씬 풍기는 느낌. 9월 중순쯤 미드가 쏟아져 나올 때까지 이런 드라마로 근근이 연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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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브류어리

잡기 2008. 7. 29. 20:38
매번 맥주 사먹기가 귀찮아 맥주 제조기를 알아봤다. 국내에서 수입/판매하는 것이 18만원 가량. beer mix 10리터 짜리가 2만6천원. 시중 유통되는 맥주의 단가는 2.15원/ml 정도. 즉 시중 유통맥주 10리터는 21500원 인데, 신선한 맥주를 자기가 부러 만들어(약 10일 걸림) 먹는데 드는 비용이 비싸고 귀찮고 손이 간다. 게다가 왠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이 야매스럽다. 그냥 맥주나 사다 먹자.

EBS 세계 테마 기행(EBS의 여럿 되는 개념 프로그램 중 하나)에서 인도네시아 얘기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가겠다고(또는 가야만 한다고) 계획을 잡았던 생각이 났다. 또 7~8년(?) 전에 말레이지아 말라카에서 그놈에 벼룩에 물려 며칠 동안 고생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행 배를 타지 못한 기억도 난다.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여행 루트는 이랬다; 자카르타->족자카르타->솔로->화산대->발리 섬. 보르네오, 수마트라를 아우르기엔 무리고 그래서 자바섬만이지만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 코스.

세계 테마 기행에서는 보르부르드 유적지가 불교 유적이라고 나왔다. 인디아, 캄보디아, 미얀마, 타일랜드 등 모두 가봤으니(말이 불교 유적이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그냥 힌두사원이다) 이제 남은 곳은 거기 뿐이다. 무거운 역사 때문에 기분 상하는 돌무더기 유적지와 화산을 돌아다니다가 발리에서 푹 쉬는 썩 괜찮은 코스.

자전거가 맛이 가서 망연자실하다가 옥션 등지를 돌아다니며 자전거 가격을 알아보니 대략 34만원이면 27단 디스크 브레이크 달린 12.7kg짜리 자전거 구입이 가능하다. 올해는 휴가 때 인도네시아나 후쿠오카 자전거 일주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휴가갈 짬이 있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약 7개월쯤? 새벽 2~3시에 잠들어 9시쯤 일어나니 머리가 텅 비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상인의 수면시간은 보통 5~6시간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는 잠을 덜 자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그런데 지병인 두통이 사라진 것이 신기하달까? 그간의 생활을 반추해 보니 그 동안 책을 읽지 않았고 체스로 치자면 세 수 앞 정도를 보는 복잡한 생각을 거의 안 한 탓인 듯. 하여튼 잠을 못 자니 술 먹다가 졸기도 하고 자전거 4-5시간 타면 피곤해서 눈꺼풀이 떨린다.

이제는 뭘 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려서 엑셀 시트로 지금까지 몇 기 몇 편까지 봤는지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를 정도로 미국 드라마/일본 드라마를 많이 봤다. 대략 100여편이 넘었다. 드라마는 식상해져 hell's kitchen과 survivor를 보기 시작.

우연히 survivor china편과 cook island편 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쿡 아일랜드에서 권율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우승을 한다. 한국계가 우승 후보로 두 명이나 올라갔다. 권율은 무슨 경영 컨설턴트 였고 다른 한국 여자는 변호사였다. 둘은 만나자 마자 동생, 오빠로 끝장을 볼 때까지 같이 가기로 한다. 여자는 무능하지만 권율이 워낙 유능해서 최종 경쟁자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의 최종 경쟁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멕시칸 친구였다. 권율이 우승한 것은 그의 정치적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비단 미국계 한국인이 우승한 것만이 아니라 쿡 아일랜드 편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재밌게 봤다.

서바이버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실력과 재능, 사회 적응력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자들은 tribe merge 이후 대단히 야비해져서 약자 연대와 박쥐같은 casting vote, 그리고 자기가 밟고 올라가서 judge가 되는 사람들의 평가 따위가 합쳐져서 혼란스러운 평가가 이루어진다. 연대를 이루지 않으면 개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찌질이 연대가 합심해서 떨구기 일쑤다.

헬스 키친: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영국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미국에 건너와 TV 쇼를 할 목적으로 요리사 열댓 명을 모아놓고 평균 30초마다 그들의 무능에 욕설을 퍼부어 끝까지 살아남는 요리사 한 명에게 음식점을 주는 프로그램. 요리사에게만 욕하고 음식을 그들의 얼굴에 집어던지는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욕한다. 일관성이 있다. 보다가 좀 질리긴 하지만 정 볼게 없을 때 마져 봐야겠다.

The Man From Earth -- 참 싸게 만든 SF... 랄 것도 없는 드라마. 자신이 1만4천년 전부터 생존해 온 크로마뇽인이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라기 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드라마. 고흐와 친구, 부처와 잘 아는 사이. 내키지 않는 듯 자신이 이에수스임을 밝히는 대목에서 킥킥 거렸다. 종말전 십억년이 딱 이 분위기였다. 불필요한 마지막 반전을 없애고(그래서 뭘 어쨌다는 거야?) 좀 더 현학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사가 많았더라면 '볼만한 SF'라고 했을 것이다. 1만 4천년 동안 살면서 폐렴과 흑사병, 뉴턴과 마녀 사냥과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온 친구가 지적 열정을 잃어버린, 남은게 건조한 노스텔지아 밖에 없는 수준 이하의 닭대가리라서 실망스럽다.

어딘가 면접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단다. 저 혼자 잘나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이룬 성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고,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탓할 핑계꺼리를 찾기 때문이라나? 작년 까지만 해도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각종 경품 당첨) 올해 들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올해 들어 뜯어진 신발 두 켤레와 망가진 노트북, 망가진 자전거, 엊그제는 소울이가 안경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리고 어제는 심지어 휴대폰까지 망가졌다.

하여튼 운이 나쁜 건 내 탓이 아니다. 서바이버로 치자면 각종 찌질이들의 연대 투쟁에 하루 평균 5-6시간 밖에 못자서 두어수 앞을 대비할 정신적 여유 없이 사정없이 깨지는 상황인 것이다.

휴대폰 SPH-M4650에서 어떤 파일을 지운 후 active sync가 되지 않았다. 하드 리셋을 하고 백업받은 것을 덮어씌우자 액티브싱크가 된다. 이 김에 오랫 동안 미루었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삼성 사이트에서 MITs Upgrade software를 다운받아 설치하려니 winusb.dll 파일이 없다거나, 모델 이름을 읽지 못한다는 에러나 나왔다.

웹을 뒤져보니 M480용 MITs upgrade는 그런 문제가 없다길래 그걸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다가(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휴대폰이 맛이 갔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30분 정도 A/S를 받았다. 다시 백업받은 파일을 덮어 씌워 정상 복귀했다.

업그레이드 이후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었네, 늘었네, 이전과 같아졌네 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렇듯이, LG 냉장고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LG 냉장고를 사는 아줌마들과 차이가 없는 사용자 평가를 보면 데이터가 없어서 항상 짜증이 난다. '배터리가 한 3일쯤 가는 것 같아요' 같은... 무의미한 내용.

보르 게임을 3/5쯤 읽었다. 개그SF에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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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재구입

잡기 2008. 7. 17. 20:14
Stargate Continuam: 언제 봐도 내용 없고 생각 없고 재미도 없는 SF 드라마인데 이런 것도 영화로 만든다. 영화를 참 거지 같이 만들어 놓았다.

수 개월간 책에서 손을 떼고 지냈더니 머리에 세상의 온갖 똥이 차고 넘친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대다수의 남자는 불합리함을 참고 견딜 줄 안다. 숙고할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극히 적고, 그 대부분은 땀과 눈물 없이 얻기 힘든 탓도 있다. 그리고 각자의 담력에 따라 그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제한적 합리성이 적용되는 엉성한 시스템으로 개선하거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그저 짜증이 나서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대부분은 쥐새끼처럼 비겁하게 산다.

대다수의 어른은 (어른인 척 하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아이로 남는다. 그러고 싶어한다. 아이는 아이와 만나고, 패거리를 만들어낸다. 아이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서 인과와 역학이 발생한다. 바퀴벌레처럼 떼를 지어 사는 인간이 여기저기 똥을 싸며 질병을 옮는 도시 바퀴벌레보다 나은 점이 그래서 별로 없다. 비관적으로 봐서 그런가? 하여튼 떼를 지어 사는 인간 사이의 역학 관계가 지닌 예술, 내지는 최고의 정치적 역량은 맹렬한 투쟁과 희생 끝에 얻어지는 화유의 기술이다. 방법이나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같지만, 강퍅하게 살아온 탓인지 애들이 싸움을 일체 모르고 자라면서 주접처럼 떠들어대는 평화 어쩌구 하는 꼴사나움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비오는 저번주 토요일 저녁,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엘리를 만났다. 내가 술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한적한 섬에서 레게 바를 만들게 되면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팔 꺼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제조방법이 간단하면서 적당히 이것 저것 섞으면 막걸리같지 않은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는 블루 그라스가 합법이라고 말한다. 법 자체가 없으니 불법이고 나발이고 없단다. 난 레게바에서 죈종일 밥 말리 틀어 놓고 막걸리 칵테일에 파전을 팔고 싶을 뿐이다.

대다수의 성질 더러운 예술가들처럼 엘리도 괜찮은 여자가 아예 없을까? 내가 옛날 옛적 성질 더러운 예술가처럼 꼴사나운 몰골로 돌아다닐 때 여자들이 꼬이긴 했지만, 그 여자들에게 나는 스바로프스키의 새 크리스털 컬렉션처럼 별나고 신기한 아이템에 불과했다. 반짝이는 돌덩이도 되지 못해 궁상을 떠는 작자들보다 사정이 다소 나았겠지만 잘 배운 원숭이가 재주넘길 기대하며 눈알을 반짝이는 여자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마 엘리도 나처럼 정나미가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사랑과 섹스에 관심이 없는 나머지 어린 나이에 여자에게 흥미를 잃어) 수도승처럼 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썩 괜찮은 여자는 없어 보이지만 엘리는 요가하고 피리 불고 풍등 띄우고 UFO를 기다리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잘 지냈다. 내 착각인지, 난 많이 변했는데 엘리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A/S 때문에 용산으로 아침마다 출근한 지 사흘 만에 Anynote PAQ4500 T83K를 반품했다. 뭐, 몹시 안 좋은 키보드와 심한 발열, 그리고 낮은 해상도 때문에 반품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A/S 기사가 두 말없이 기계를 받아준다. 그러면서 중국제에 뭘 바라겠어요 하는 투의 말을 한다.
 
HDD만 교체한 예전 노트북을 그대로 쓰기도 뭣해서 다른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숨 한 번 쉬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이 14인치 짜리인 줄 알았는데, 15인치 짜리였다. 게다가 무게가 무려 2.64kg나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2.2kg짜리 Anynote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1280x800이란 애들 장난감 같은 낯간지러운 해상도는 접어버리고 15인치 노트북 중에 광활한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울러 무게는 3kg 미만이면 아무 거나 괜찮다. 내 HP 노트북에 GPS 리시버(220g)을 더하면 보통 2.9kg 가량의 노트북 무게와 같아진다. 2.64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2.9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에 별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늘 그렇고 들고 다녔다. 하여튼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다음은 CPU, 45nm High-K 공정으로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높였다는 인텔의 Penryn 프로세서군은 어쩐지 특징이 없어 보이는 CPU다. 같은 2.4GHz 클럭인 T8300과 T7700 사이에 속도 차이가 별로 없다. 실수 연산 유닛의 속도가 좀 더 빨라졌고 펜린 프로세서 쪽이 좀 더 저전압을 사용하나, 실제 노트북에서 CPU보다는 LCD 쪽이 전력 사용량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 정확치는 않지만 간단히 계산해 보면 Merom CPU와 Penryn CPU의 전력량 차이는 3~4w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시간으로 따지면 10~20분 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데 high-K를 사용하여 게이트 누설 전류를 줄이면서 열로 손실되는 전력을 줄였다는 펜린 프로세서 노트북들이 전반적으로 뜨겁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노트북들을 만져보면서 느낀 점이다. 어쩌면 펜린 프로세서의 저전력 저발열 특성 때문에 노트북 메이커 측에서 발열 대책을 덜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적절한 기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펜린 프로세서에 별다른 장점을 느끼지 못했다.
 
펜린의 2.5GHz CPU는 45nm 공정 덕에 칩 공간이 널널해지면서 2차 cache memory를 6MB까지 올려놓았다. 고용량 2차 cache memory가 실제 application 환경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글쎄... 별로 없다. application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캐시 히트율이 많이 감소했고, Super PI 등의 캐시 히트율이 유난히 높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뿐.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센트리노2 몬테비나 플랫폼 기반의 노트북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 제대로 막말 하자면 펜린 프로세서군은 별 특징 없는(개떡같은) 제품이다. 메롬과 몬테비나 플랫폼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에서 인텔이 마케팅 수단 또는 테스트베드 또는 갭 필러로 내보낸 CPU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걔들 자주 그랬다.
 
하여 Penryn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구매할 노트북을 Merom까지 확장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15인치,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하자 쓸만한 노트북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중 Lenovo의 노트북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일단 노트북 전체를 감싸는 케이지 시스템으로 내충격성을 강화했고 키보드야 IBM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으며, 아울러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그것을 발수하는 희안한 설계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노트북 후보들을 검토해 본 결과 레노보의 노트북이 발열이 가장 적었는데, 레노보의 R61 시리즈가 이중 냉각핀을 도입한 훌륭한 냉각팬 시스템 덕택에 저발열과 정숙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HDD 용량은 어차피 신경쓰지 않았다. 2-3일간 조사 및 실사를 마치고 2.9kg짜리 15인치 Lenovo Thinkpad R61 8918-A17을 골랐다.
 
* 지문 인식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를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저번 노트북 HDD가 날아간 이유는 아이가 노트북의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걸 즐겨서 인 듯)
* 발수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안전하다. (우유 쏟은 적 있음)
* 튼튼한 케이지는 아이의 몸무게가 늘어도 안전하다 (저번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 놓으면 아이가 발로 밟고 올라서곤 했다)

적어놓고 보니 어째 아이가 적이 된 것 같다.

 
스펙:
 
CPU: Intel Core 2 Duo T7700, 2400 MHz (12 x 200) 
Chipset: Intel Crestline-PM PM965 
Memory: 2048 MB (DDR2 SDRAM 667Mhz PC5300 1GB x 2) 
Video: NVIDIA Quadro NVS 140M
LCD: LG Philips LP154W02-TL06 [15.4" LCD]  1680x1050
Battery: 10.8V, 4800mAH
Audio: Analog Devices AD1984 @ Intel 82801HBM ICH8M - HD Audio Controller 
Modem: ThinkPad Modem 
LAN: Intel(R) 82566MC Gigabit Network Connection 
Wireless LAN: Intel(R) WiFi Link 4965AGN
CD/DVD: MATSHITA DVD-RAM UJ-850 z 
기타: Bluetooth 2.0 EDR, 지문인식기, 웹캠, USB 3 port, S-VHS, SD/Memory Stick Reader, IEEE1394
 
노트북에는 Vista Home이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Windows XP SP3 (snoopy) 버전으로 미련없이 밀어버렸다. 설치 후 드라이버 셋업하는데 좀 헤멨다. 레노버의 System Update 는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드라이버를 인터넷으로 모두 다운받아야 한다. 심지어 드라이버 CD도 제공하지 않았다. 택배로 온 노트북에는 배터리, 어댑터, 노트북 본체, 간단한 매뉴얼이 전부. 제대로 된 매뉴얼을 보려면 Access Help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키보드를 두들겨보니 이게 몇 년만인가 싶을 정도로 키감에 감동. 용산의 노트북 매장에서 키보드를 안 두들겨 본 노트북이 없는데, 역시 IBM 아니, 레노보다.
Lenovo 8918-A17
나사 다섯 개만 돌리면 아주 쉽게 상판을 들어내 마그네슘 케이지를 볼 수 있다.
 
Lenovo 8918-A17
CPU 및 GPU 냉각팬 시스템.  중앙 윗쪽에 4965AGN 무선랜 카드, 그 왼쪽이 블루투스, 아래가 백업 배터리, 백어 배터리 아래 2GB DDR2 SDRAM 2개. 4965 AGN 무선랜은 기존의 801.11g만 지원하던 HP 노트북에 비해 수신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레노버 노트북은 안테나를 제대로 달아놓아 동종 펜린 노트북 중 같은 무선랜 카드를 사용하는 노트북보다 수신율이 높은 편이다. -- 사무실에서 여러 노트북으로 수신율 비교해 봤다.

Lenovo 8918-A17
1680x1050의 방대한 스크린. nVidia Quadro NVS140이 AMD HD2400보다는 3DMark06 점수가 떨어지지만 Intel GMA X3100보다는 2배 이상 낫고, 왠만큼은 3D 게임은 돌아간다.
 
설치하면서 이것 저것 뜯어서 살펴보고 113만5천원 주고 산 노트북에 상당히 만족했다:

튼튼하다.
조용하다.
발열이 적다.
키보드가 좋다.
해상도가 높다.
CPU나 3D, DVD, HDD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보기 드물게, 내가 원하던 사항들 모두 충족. 이래서 노트북 살때는 신중하게 알아보고 사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트북 산지 3일도 안되어 몬테비노 플랫폼이 출시된 걸 보면 나도 참 운이 없다. 나보다 더 운이 없는 사람은 사무실 동료 중 어제 펜린 노트북을 산 사람이다.

모니터 상단에 웹캠이 달려 있어 여기저기 동료들과 NateOn으로 화상대화를 시도해 봤다. 흥미롭게도 네이트온 화상대화 플러그인은 H.264 포맷으로 화상을 전송하면서 4명까지 동시에 대화가 가능하다. 언제 이런 걸 지원했지?

일단 설치를 어떻게 끝내고 나서 원래 있던 HDD를 빼고 16GB 짜리 SSD를 달았다. 남들 말로는 16GB가지고 윈도우즈 깔아 뭘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나는 MS Office와 Visual Studio .net 2005 따위 무거운 것들을 비롯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그러고도 6GB 가량을 남겨 잘만 쓸 수 있다. 최근 작업 소스는 다 합쳐봤자 1.7GB 분량, 컴파일해서 바이너리 만들어 봤자 5GB가 안되고 그나마 그것들 모두 NTFS 압축 디렉토리로 사용하니까.
 
다음은 하면 할수록 피곤하고 밥맛 떨어지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전력 제어에 착수. 일단 레노버에서 제공하는 Power Manager를 사용해 봤다. 그럭저럭. CPU 전압 및 배속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없다. Notebook Hardware Control(일명 NHC)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RMClock 2.3.5 버전을 다운받아 셋업. 최대 사용시간 예상:
 
LCD Brightness: 최고 밝기에서 2단계 다운
Core Clock: 200Mhz x 6 = 1.2GHz
Core Voltage: 0.962v
Discharge Rate: 16878mW (3h5m) -> 따라서, 대략 2h30m 정도의 일반적인 사용
 
프라임 테스트에서 안 뒈지며 작동하는 최저 전압을 찾아 RMClock 2.3.5를 셋업했다.
 
AC Power: performance on demand (6x,8x,10x)
Battry: performance on demand (6x,7x,9x)
 
Clock / Voltage Setup:
 
6x 0.9625v
7x 0.9875v
8x 1.0125v
9x 1.0375v
10x 1.075v
11x 1.1v
12x 1.125v
 
다음 셋업할 때 기억날 리 없으니, RMClock 2.3.5 세팅을 기록해 둔다.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만, RMClock을 사용한 후로 CPU 온도가 40도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배속이나 전압 세팅은 제대로 되었는데 왜 이러지? 어떻게 공회전하는 시스템의 온도가 48도씩이나 나올까? RMClock이 가끔 다운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다시 레노버의 Power Manager로 복귀. 괜한 짓으로 시간 낭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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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구입, A/S

잡기 2008. 7. 9. 01:20
이유 모를 이임식... "자립도 1위로 키웠는데...", ‘핵융합’도 이명박정권 ‘코드인사’로 무너지나 --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 때문에 KSTAR 기관장이 잘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펼쳐진 장대한 시산혈해야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가고 있지만,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골 빈 아저씨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여전히 두렵다.

뛰어난 정치가가 없었던 한국이 이만큼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은 국민 개개인의 수준이 생각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적 수준은 낮지 않지 않지만, 뭐, 높지도 않다.

회사 직원의 노트북 배터리가 어댑터를 빼면 5분도 안 간다는 소리를 듣고 알려준 것:

배터리 캘리브레이션 -- 배터리 충전량 인식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음.

1. 완전 충전
2. 2시간 이상 어댑터 연결
3. 어댑터 빼고 배터리 모드로 계속 사용 (저절로 셧 다운될 때까지)
4. 그 상태로 5시간 이상 방치
5. 어댑터 연결 후 완전 충전.

리튬 이온 배터리는 중간 정도의 충전 영역에서 자주 충방전 시키는 것이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는 비결.

훈훈한 사이버펑크물인 RD 잠뇌 조사실의 배경은 사이판 마나가하섬이란다.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사이판에서도 한인 업소를 통한 투어는 80-90$ 가량 하는데 알아서 하는 투어는 $20. 아... 열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고 싶다.

Battlestar Galatica Season 4 Final
BSG는 드디어 지구에 도착. 참나원...

Odyssey 5
최근 시작한 Odyssey 5는 첫 화부터 지구가 작살난다. 재미 없어 보임.

철완버디 Decode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철완버디 Decode' 제 1화. 간만에 즐겨볼만한 애니가 나타난 것일까? 스토리는 어째 아닌 것 같지만 작화빨로 즐겼다.

Soul Eater도 최근 보기 시작.

20면상의 딸. 나름 지루해서 소개는 생략. 그외 안봐도 괜찮은 다수의 애니는 개무시.

노트북 HDD가 지난 주 금요일 아침 갑자기 맛이 갔다. 지하철 타고 가면서 코딩 중이었는데 HDD가 날아가는 바람에 2일분의 소스를 날렸다. 복구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HDD의 물리적 에러. 이 김에 노트북을 새로 사자고 마음 먹고 금요일 저녁에 노트북을 주문했다.

월요일 출장 가기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하다. 토요일 아침에 노트북 구매한 업체에 연락해서 용산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없겠냐고 물으니 자기네는 택배만 한단다. 월요일 오후에 배달된단다. 나름대로 우습군.

사무실로 돌아와 원래 노트북의 HDD 복구는 포기하고 Low Level Format 시도했으나 그것도 실패. 오후 3시. 황급히 용산 상점에 전화해 2.5인치 HDD를 결제해 놓고 오후 4시 부슬비를 맞으며 용산에 도착해 HDD를 찾아왔다. 삼성 2.5인치 EIDE 80GB 47500원. 속은 쓰리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노트북을 뜯어 새로 산 HDD를 장착하고 windows XP SP3 설치를 시작했다. 집에 도찰할 무렵 설치가 대충 마무리 되었다. 몇 년 전에는 정말 이런 식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길에서 셋업하고 길에서 코딩하고 길에서 PT를 작성해서 10분 전에 준비하는 것. 늙으니까 그게 하나도 재미가 없다. 토요일 저녁 내내 여러 가지 툴들을 설치하고 일단 작업은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한숨 푹.

월요일 출장 갔다가 밤 늦게 집에 돌아오니 구입한 노트북이 도착해 있다. 금요일 저녁에 한 시간 동안 쇼핑하고 별 생각없이 구입한 것이다. 일단 CPU는 Penryn이어야 하고 4965AGN을 사용하므로 소위 Santa Rosa RF를 만족하는 규격을 추려보니 시장에 의외로 많은 제품이 나와 있었다.

해상도는 적당히 포기하고 무조건 저가에 고성능을 고르니 한성 컴퓨터의 Hasee Anynote PAQ4500 T83K로 결정. 81만원 짜리 2.4GHz 펜린 노트북. 리뷰, 평가 따위를 뒤져봤으나 거의 악평 일색. 특히 키보드 이격 문제가 심각하다나? 하여튼 새벽 3시까지 셋업.

PAQ4500 T83K의 키보드는 최악이다. 양쪽 손을 얹은 키보드 양단이 살짝 들려 있어 출렁거리는데다 싸구려 맴브레인 키캡을 사용해서인지 타격감이 형편없다. 터치패드의 마우스 버튼은 1mm쯤 들어가 있어 타이핑 중 클릭이 좀 힘들고, 터치 패드 위치도 왼쪽으로 1cm쯤 쏠려 있어 툭하면 터치패드 스크롤 영역을 건드리게 된다. 터치 패드 자체도 이상한 문제가 있어 마우스 커서가 갑자기 건너 뛰는 현상이 발생.

화요일 아침 출근길에 용산에 들렀다. 구입 하루 만에 A/S를 받는 제품이 되겠다. 직원에게 설명을 해 주니 이 모델군의 키보드가 모두 그 문제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중국에서 만든 게 어디가겠냐고 말한다(당신도 싼 맛에 이거 산거 아니오? 라는...). 터치패드는 분해 교체가 불가능해서 노트북을 교환했다. 터치 패드 버튼은 도저히 답이 안 나오고, 키보드는 하판에 양면 테잎을 발라 고정시켰다(아주 익숙한 듯). 직원 말로는 외장 마우스/키보드를 사용하는게 속 편하단다.  -_- 터치 패드의 스크롤 영역을 비활성화시키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

사무실 출근길에 새 노트북으로 코딩을 해 보았으나 타이핑 실수가 엄청나다. 이 거지같은 키보드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 그러다가 살짝 노트북을 당겼는데 갑자기 전원이 꺼졌다. 뒷판을 살펴보니 배터리 고정쇠가 헐겁다. 얼씨구?  배터리와 본체 사이가 1mm쯤 이격이 있어 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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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테스트 해 보고 싶은게 있어 HDD를 떼고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SSD 16GB를 장착하느라 뒷판을 뜯다가 쿨러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뒷판을 모두 들어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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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팜 레스트가 뜨끈뜨끈하다 싶더만... 이렇게 허접하게 생긴 쿨러는 처음 본다. 저게 쿨링이 제대로 되긴 하는 걸까? 아울러 보드 자체가 참 싸구려틱해 보인다.

SSD에 Windows XP를 새로 설치하고 서너시간 삽질한 다음, 정체불명의 고주파음이 나는지 다시 점검. HDD 였을 때는 HDD 탓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SSD를 달자 고주파음이 확연히 들렸다. CPU 전원 레귤레이션 부분에서 나는 소리로 짐작된다. 싸구려 부속을 사용했던가 코일 접착이 덜 되었던가 싶다. 노트북에 가동 부위라고는 팬 소음 뿐인데, 일단 RMClock으로 속도를 현저하게 낮춰놔 팬을 끈 상태고 LCD도 off 했으니 CCFL 발진음은 아니다. (그래서 SSD를 달아 본 것)

또 다른 문제는 배터리 모니터링 중에 주기적으로(10초 마다) 배터리 잔량 검출에 실패한다(18초 동안). 배터리나 메인보드 어딘가에서 뭔가 잘못된 듯 싶은데, 교환 받은 것도 이 모양인가?

환장하겠다. 이걸 다시 들고 가서 A/S(그래봤자 교품)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환불하고 130만원씩이나 하는 제대로 된 노트북을 사야 하나? 싸게 사서 막 굴리다가 2년 정도면 버릴 생각으로 80만원짜리를 구입했건만, 이건 모두 뽑기운이지 생각했건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작년에 대형 LCD TV 시장에서 철수했다. 워낙 A/S가 많이 발생해서. 노트북을 구입할 때 믿었던 것은 콴타에서 OEM 생산한 제품이란 것.

못해도 삼세번이니까 오늘 다시 A/S 받아 보기로.

PAQ4500 T83K 하루 사용 소감:

Pros: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 및 스펙(동급 최강).

Cons:

마무리가 개떡.
키보드가 많이 안 좋음.
발열 심함 (및 팬 컨트롤 엉망 -- 아무래도 HP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이런 종류의 소음에 비교적 예민한 편이라 고주파음이 신경에 거슬림.
산타로사/펜린에 사용된 48nm과 하이K 때문에 상당한 사용 시간과 저발열을 기대했으나 생각보다는 별로.

LOT: B471H0118240026, S/N: SW7TFCCCC8090C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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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튜닝

잡기 2008. 6. 27. 12:56
촛불 시위하는 시민들, 소고기로 심하게 생떼 부리는 것은 이제 적당히들 좀 하시지. 원래 소고기 문제가 아니었잖아?

노트북 들고 출장 나갈 때 먼 거리를 이동하면 30분이 아쉬워서 노트북을 닫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노트북 사용 전력을 줄일 궁리를 하게 되었다. Notebook Hardware Control 2.0으로 일단 전력량을 모니터링해서 얻은 데이타;
 
CPU 6x배속, 코어 전압 0.972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25w, 예상 사용시간 1h30m
CPU 13x배속, 코어 전압 1.148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35w, 예상 사용시간 1h5m
배터리 만충전시 실제 사용 시간: 2h20m 가량.
노트북의 리튬이온 전지 규격: 12V, 3200mA = 38400mWh = 38.4wh
 
전력 사용량을 계산하기 위한 식: p = vi, i = v/r, p = v^2 * (1/r)
사용전력으로부터 1/r 결정. 1/r = p/v^2 = 35w/1.148^2 = 26.50911
여러번 측정하여 1/r 평균값을 취함.
부하(r)가 일정하다고 볼 때, CPU 전압을 낮추면 사용전력을 감소 시킬 수 있다. 6x, 13x일 때의 전압을 낮추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계산치와 실측치 비교;
 
배속, 전압, 계산, 실측 (풀로드 사용 예상 시간)
6x, 0.716v, 13w, 17.627w (2h10m)
13x, 0.988v, 26w, 28.172w (1h21m)
 
CPU 전압만 낮춘다고 전력 사용량이 줄지는 않는다. 노트북의 전력 먹는 귀신은 LCD니까, LCD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했을 때 전력량 변화를 살펴보면(6x, 0.716v에서 LCD 밝기만 조절했을 때);
 
17.63w (2h10m) 최대 밝기, CPU 100%
14.95w (2h34m) 최대 밝기, 워드 작업
12.85w (2h59m) 1단계 낮춤, 워드 작업
12.21w (3h8m) 2단계 낮춤, 워드 작업
 
하여튼 만충전된 상태에서 전압을 0.972v->0.716v로 낮춰봤자 실질 사용시간 단축 효과는 10-20분 차이 밖에 없고, LCD 밝기를 한 단계 낮추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크다는 결론에 도달 -> 다 아는 사실을 쓰잘데기 없이 재확인한 것에 불과. 김 샜다. 괴테가 오류는 오로지 방황을 통해서만 치료된다고 했던가? 피곤한 인생.

LCD가 흐리다는 것으로 HP가 악명을 떨칠 때 샀던 비즈니스 노트북이라 액정 밝기를 줄이면 대낮에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 그나저나 (노트북 관리를 상당히 잘 해서인지) 구매한지 3년이 지났건만 배터리 사용 시간은 예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산에 갈까 하다가, 산타기는 똥배를 없애는데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운동량이 자전거 타기보다 적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8월쯤 지리산 종주하기로 황씨와 약속해놓고 멍하니 손놓고 있다가 2-3일간 산속에서 무릎 나가고 근육 굳어 고생할 수야 없겠고. 아무튼 지난 주 토요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후 한때 비가 올 확률이 60% 였는데, 아침에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활발한 야외 활동을 결심했다. 비가 오는(올) 날에는 참새들이 저토록 기고만장하게 지저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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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 지하철에서 물끄러미 바라본 '비빔밥'이란 제목의 싯귀. 아빠, 엄마와 무관하게 겁대가리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는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너도 그렇게 혼자 싸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다가 애비처럼 외롭게 살 것 같다 -- 단점은 극히 적고 장점이 많은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삶이랄 수 있지. 야, 근데 사진 잘 나왔다. 저 코는 어떻게 성형수술 하고 싶어지는데.
 
마누라는 옛날에 노르웨이에 갔다 왔다. 나는 EBS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통해 오슬로를 보았고, 생수 500ml를 5천원에 팔고 햄버거를 2만원에 파는 목조건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름은 모름)를 알고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후로는 가 보지 않은 도시를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 편견과 환상을 가지느니 직접 가 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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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일주를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어 서울숲에 들렀다. 나무들이 예전보다 많이 자라 1-2년 전에 비해 황량함은 많이 사라졌다. 날이 후덥지근하여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피부를 핥으면 소금끼가 까끌하다. 작년에 점심 먹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올해에도 점심을 먹었다.

서울숲에서 서울광장으로 가는 길에 티타늄으로 된 바디와 클립 패달, XTR급 기어셋을 달고 있는 대단히 값비싼 자전거와 어쩌다가 나란히 진행하게 되었다. 체격마저도 XTR급으로 보이는 험로 다운힐 전문가 다운 그의 라이딩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그와 거의 같은 속도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는 점이 흐뭇하지만, 차없는 거리에서 그를 추월하겠다고 다리를 저으면 뱁새가 황새 쫓는 격이지. 한강변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의 자전거를 만져보고 몰아봤는데, 한 손으로 번쩍 들리는 자전거에, 내 부실한 다리로도 평지에서 35kmh 주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35kmh로 2시간을 계속 주행할 수 있을까? 결국은 하루 10여 시간씩 타고 돌아다닐 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근지구력이지 싶다.

2주전 자전거 정비 중 쇽 앱저버가 맛이 갔고 앞 바퀴의 베어링 케이지 일부가 손상되었고 뒷바퀴 베어링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휠과 뒷 바퀴의 케스케이드 기어(이름이 뭐였더라? 오래되니 기억 안 나는군) 역시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엔진(몸)의 성능이 중요하다지만 자전거가 이 꼴이면 몸에도 무리가 가게 된다.

구동계 전반이 그 모양이 된 후로 다운힐에서 최속이 40kmh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55kmh까지 나오던 것. 정비를 잘 했지만 이제는 평속 25kmh 주행도 슬슬 버거워진다. 잦은 야근과 늦은 취침으로 내 몸이 말이 아니라 올해 평균 속도는 18kmh에 불과하다. 올해 아홉 번 자전거를 탔고 350km를 주행했다. 올해는 다른 해 보다 자전거 타는 횟수나 거리가 현저하게 줄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자전거 가격은 작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 것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대공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이명박 정권은 747 정책을 7% 물가성장율, 4% 경제 성장율, 7% 실업율로 계산하게 될 것 같다.

민감한 정서 탓에 한미FTA 같은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걸까?  IMF때 카길에 종묘까지 팔아 먹은 한국이 미국 농축산물에 대항할 수 없고, 다국적 금융/보험 회사의 물량 공세와 사업 영역 차별 완화 및 법제도 정비를 비롯한 전방위적 압박에 한국 기업이 무너지고 흡수되거나 종속화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한 10년은 한국의 1차 산업과 3차 산업 전반이 작살 나고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인 찌질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학교 교육 수준이 하도 질이 떨어져 학교를 나온 저능아들은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물건 파는 정도 이상의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강기갑인지 강달프인지 하는 수염난 작자는 바로 그 관점에서 한미 FTA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경제는 보살피고 보호하지 않으면 뒈지는 허약한 찌질이이자... 음,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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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산을 탔다. 독바위에서 출발해 비봉을 거쳐 칼바위능선을 타고 정릉으로 내려왔다. 여기가 어디 였더라? gpicsync 사용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데, 무슨무슨대 였던 듯. 광화문과 서울타워가 횅하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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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야가 훤했다. 웹을 뒤져보니 오츠카 해협에서 밀려온 고기압이 대기중 미세 먼지를 싹쓸이한 덕분이란다. 옛날에 한겨울에 칼바위 능선을 지나갈 때는 발 잘못 내디뎠다가 떨어져 죽을까봐 등골이 오싹했는데 한 여름에 와보니 별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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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백운대 방면. 분위기가 흡사... 죽음과의 7년 동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시킴. 산에서 내려오라. 내려와서 삶을 살라. 칼바위 능선 코스는 북한산 처음 오르는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되지 싶다. 북한산 주봉 및 능선 어디에나 닿을 수 있을 뿐더러, 앞으로 북한산에 다시 오게 되면 가 봐야 할 곳들에 관해 스펙타클한 전망을 보여주니까. 오른쪽으로 오봉이 보인다. 언젠가 북한산-도봉산 종주 코스를 한 번  가봐야지 싶은데 피곤하고 시간 많이 걸려서 벌써 몇 년을 미뤘다.

아프로 사무라이. 오려붙인 3류 색종이치고는 그래도 나름 품위가 남아 있는 마초 애니. 하지만 보는 내내 딴 생각을 했다. 샘 페킨파 같은 감독은 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궂으면 쑤시는 관절염 같은 삶이지 싶다.

책은 한 권도 안 읽고, '절망적인 가정주부들'이란 사고뭉치 아줌마들의 드라마를 출퇴근 길에 보고, 자전거 타고, 산 타고 주말을 보람있게 보냈다. 주중에는 죽어라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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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Wide Telescope

잡기 2008. 6. 15. 23:58
5월 초에 대략 1000여개의 스팸 댓글 폭격을 받았다. 손으로 지웠다.

6월13일 서울광장에 나갔다. 적은 수의 인원이 남아 기타 치고 노래부르고 있을 뿐, 썰렁하다. 마포대교 건너 여의도로 행진 중이란다. 기껏 찾아갔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뉴스를 보니 한나라당사와 KBS 앞에서 시위를 했나 보다. 잘하고 있다.

World Wide Telescope는 MS가 야심차게 장난 삼아 만든 프로그램. 수시로 프로그램이 다운되고 freeze 되지만(spring beta version) 이미지의 품질이 우수하고 guided tour는 이제까지 보지못한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그 동안 심심할 때는 구글 어스의 스카이뷰 모드에서 추억의 별들을 찾아봤는데(이미지가 구려서 보다가 늘 김이 새 버리지만) wwt설치하고는 며칠 동안 넋을 잃고 밤을 새서 알만한 별들을 찾아 봤다. 뉴턴 사이언스 등의 컬러풀한 잡지에서 이미 보아왔던 성운이지만, 그것이 하늘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그동안 추상적이고 단편적이었다. 하여튼 구글 어스와 WWG의 이미지 퀄리티를 맛배기로 비교;

Google Earth, Crab Nebula.
Google Earth, Crab Nebula. 강렬하게 게살을 연상시킴.

WWT, Crab Nebula
WWT, Crab Nebula, 에러가 있어 보이지만 총천연색 게살이다.

Google Earth, Orion
Google Earth, Orion 자리의 별들이 탄생하는 곳. 적당히 구분 되긴 하지만 이미지 구리다.

WWT, Orion
WWT, Orion의 같은 부분. 역시 컬러. 디테일이 아주 선명해서 원소/입자선 샤워를 받으며 열나게 항성계가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음.

Google Earth, Eta Carina
Google Earth, Eta Carina. 곧 터질 불알처럼 생긴(실은 이미 터진) 에타 카리나. 이건 비교적 선명.

WWT, Eta Carina
WWT, Eta Carina. 그런데 WWT에는 예시한 이것보다 더 선명한 총천연색 사진도 있음.

MS가 오랫만에 일 냈다. 흑백TV보다가 컬러TV 보는 기분. WWT가 좀 안정화되면 아주 끝내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쓰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UI는 Google Earth가 낫다. 두어달 전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왔을 때 WWT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맞나? 광우병 의심환자라서 잘 기억이...

촛불 정국이 시작될 즈음 West Wing 마지막 시즌인 7기를 끝냈다. 웨스트윙을 장장 5년에 걸쳐 본 셈인데, 스타트랙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렇게 오랜 기간 시간을 들여 본 드라마는 웨스트윙이 유일하지 싶다. 망할 놈에 수다 때문에 짜증이 나서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하기를 되풀이. 뭔가 감상문을 써야 할텐데, 쓰잘데기 없는 짓 같아 관뒀다. 한 달이 좀 넘으니 주연들 이름도 잊어 버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러 모로 심금을 울렸다. 민주당 경선, 한국의 대선 등등...

기무라 다쿠야 주연하는 체인지(Change)라는 정치 드라마를 5월께 부터 깨작깨작 보기 시작. 언제나 그 모양인 기무라 다쿠야의 변함없는 캐릭터로 시골 교사가 어처구니 없게 일본 총리가 되어 활약하는 과정을 다뤘는데, 일본에는 조중동이 없나? 설마, 진심이면, 열심이면 통한다는 나이브한 사고방식이 매스미디어나, 시대가 변해도 늘 변함없이 짜증나는 국민이나, 정치판에 통할 꺼라고 믿는 순진한 일본 프로듀서가 만든 극화는 아니겠지.

http://cafe.naver.com/nonodemo -- 2008년 6월 13일자 100분 토론에서 소위 '서강대녀'가 소개하던 까페. 암... 돌이켜보면 3.1운동, 4.19, 6.10도 모두 광포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지랄하던 불법 시위였지.

개그 콘서트를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준 100분 토론에서 국제법 전문가인 이대의 최원목 교수가 친절하게도 '국제법상 정권이 바뀌면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 그런 묘수가 있었구나. 그나저나 이명박 정권은 두렵지 않을까? 곧 초등생 방학이 시작될텐데.

Macros Frontier
마크로스 프론티어 음악이 어째 익숙하다 싶더만 칸노 요코다. 에피소드 7의 공중전투는 흥미진진하게 봤다. 7화만 세 번쯤 봤다. 8화에서 곧 제자리를 찾았다. 개그물이 아닌 것만 해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크로스 초기작은 음악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었던 히피 키치 문화를 구가하던 시대에 히트한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상하게도 일본 음악은 체질에 잘 맞지 않았다.

Blassreiter
Blassreiter 1화. '저는 특촬물 애니판이에요' 라고 떠드는 듯한 애니. 정교하며 박진감 넘치는 씬과 흔해 빠진 스토리. 그건 그렇고, 2008년 들어서 쓰레기같은 애니만 줄줄이 나온다. 개그물이 아닌 것만 해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RD 잠뇌 조사실
RD 잠뇌 조사실. 1화 보고 왠지 흥미가 댕겨서 보기 시작. 아마 그런 흥미는 엑조틱한 배경 및 소재 탓이지 싶다.

RD 잠뇌 조사실
작화 담당의 여성 취향도 나하고 비슷한 듯. 둔부 묘사나, 리본과 넥타이를 보면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대충 알 것도 같다.

RD 잠뇌 조사실
이런 장면이 신선했다. 몇 화 만에 자폭해서 말아 먹을지 흥미진진하게 두고볼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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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구매한 모니터, 9월에 스위치 불량 문제로 A/S 신청하려 했으나 전화를 해도 안 받아 내가 적당히 고쳐 쓰다가, 올 5월 30일에 아예 모니터가 off 되는 이전 스위치 문제가 다시나타나 모니터 수리를 보냈다. 12일이 지나서 고친 모니터를 받았다. 간단한 고장인데 AD 보드를 비롯한 모니터 뒷판을 몽땅 교체했다. 그런데 pivot 되는 스탠드와 나사가 맞지 않아 다시 나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보내준 나사도 맞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사를 구하고 뒷판 중심부근을 드릴질 하는 등 주말에 연결했다. 저 그림은 나사 잘못되었으니 다시 보내달라고 참고하시라고 그 회사에 보낸 그림.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을 38000원(배송료 포함)에 공구하길래 구입했다가 정확히 1분 10초 마다 7초 동안 끊기는 현상이 발생해 교체, 교체한 헤드셋은 2분 마다 1.8초씩 끊기는 현상 발생. 회사에 물어보니 호환이 잘 안 되는 것  같단다. 그러고는 환불을 추천해 준다. 환불 안 하고 A/S 받고 싶다고 우겼지만 환불 하시라고, 자기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며 6월 중순 경에 그런 문제를 해결한 새 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한다. 그럼 기다렸다가 (그 시점에서는 약 한 달 정도) 그 제품으로 교환하고 차액을 지불하겠다고 했으나(급할 것 없으므로), 고사하더니 환불해 준다. 희안한 회사다. 그 후로는 마음에 드는 블루투스 헤드셋(값싸고 막 쓸 수 있는)을 발견하지 못해 쓸쓸하게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볼게 없어서 꾸역꾸역 보고, 보고 나서 꼭 욕설을 늘어놓게 되는 BSG. 바이퍼를 저렇게 싣는 센스는... 아무리 화물선이라지만 좀 이해가 안 가는데.

내일의 키타 요시오
내일의 키타 요시오. 최씨가 권해줘서 보았음. 11일 후 죽겠다고 결심한 가운데 주인공. 왼쪽은 주인공이 자기와 가장 절친한 친구... 라고 믿고 있지만 병원에서 사고 때문에 맺어진 몇 개월 안 되는 인연. 오른쪽은 그의 분수에 넘치는 신부. 6개월후 달아남. 골룸스러운 고뇌와 결말의 부시시함, 중반부 부터 진행의 날림성 때문에 평가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Andrew Wyeth
내일의 키타 요시오. Andrew Wyeth의 그림. 마누라와 인연이 맺어지게 된 동기. 일본의 자살율이 대단히 높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 편인데 키타 요시오가 죽지 않았던 이유는(해피엔딩?), 자기가 죽길 바라지 않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키하바라에서 칼부림을 하고 잡힌 친구나, 여차하면 꼴사납게 자살 하겠다는 무수한 히키코마리나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소통 부재가 그 원인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일본 출생의 히키코마리 이명박이 한 동안 자살하겠다고 땡강을 부린 적이 있다 -- 추측.

저번주 일요일에 자전거 정비. 아내는 2박 3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하루 더 제주도에서 보냈다. 나는 일주일 내내 삽질하다가 이번 주에는 산에 갈지, 자전거를 탈지 고민했다.

북한산 숨은벽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도 타고 산도 타기로 했다. 수영까지 했다면 트라이애슬론이 될 뻔 했다. 수영을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통 시간이 안 난다. 효자동까지 가서 밤골을 거쳐 북한산 숨은벽에 올랐다.

북한산 숨은벽
장쾌한 암릉 코스는 2년 전 방문했을 때나 지금이나 골이 시원해진다. 늘 신고 다녔던 샌달의 그립이 시원찮아 저번주에 백운대에서 몇 번 미끄러진 다음엔 45도 경사의 일명 '빨래판 슬랩'을  겁이 나서 우회했다.

북한산 숨은벽
저 아줌마가 걷고 있는 저 아래는 400m 낭떠러지. 이런 건 쉽지만...

북한산 숨은벽
위문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 백운대 아래까지 갔다가 줄 서서 올라가는 꼴이 영 마음에 안 들어 백운대에는 안 올라갔다. 백운산장에 들러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암릉 어딘가에서 자전거 장갑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2년 전 숨은 벽 올라갔을 때 찍은 사진과 위 사진을 비교해 봤다.


신기하게도 구도가 완전히 똑같다. 트래킹한 시기도 비슷하고. 그땐 45도 릿지 코스를 잘 올라갔는데 그새 겁이 생긴걸까?

결산: 자전거 주행 총 1시간. 산악 트래킹 4시간. 쉰 시간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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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tander #2

잡기 2008. 6. 8. 03:21

6월 1일 오후. gps에 경로를 입력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과연 청와대를 뚫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사전 답사 하려고. 평속 19kmh.

동십자각
6월 1일 새벽 그 유명한 물대포 직사 및 과격 진압이 벌어졌던 동십자각 앞.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 돌파는 불가능하다. 오후 5시 무렵인데 전경들이 버스로 진입로를 막아놓고 검문 중. 지역 주민이라니까 통과시켜 준다. 길 양측으로 수 많은 전경들이 대기 중, 그들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닭장차로 가득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뚫고 청와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접어야 한다.

경복궁역 부근 닭장차 블럭
비슷한 시간대에 경복궁역 앞에서는 구속자 석방을 주장하는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 중. 자전거를 세우고 구경 중인데 어디서 많이 본 재수없는 복장이 후다닥 내 뒤에서부터 뛰어간다. 체포조. 자전거 세우고 중간에 끼려는 순간 시민들 자진 해산. 왠지 김이 새서 비좁은 골목길로 자전거를 몰고 들어갔다. 골목 곳곳마다 전경들이 길을 막아 놓았다. 말 그대로 모든 골목마다.

지역 주민인 체 하며 전경들 틈을 뚫고 지나갔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 상명대 앞까지 가는 동안 청와대 방면 소로는 모두 닭장차로 막히고 거리는 텅 비었다. 간혹 사복 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길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하여튼 6월 첫째주 내내 촛불집회 대책회의인지 집행부인지 하는 것들이 쪼다 같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동시다발적, 산개 도로 점거 시위가 답이다. 시위 장소는 조중동,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나라당 당사, 이건 뭐 닭대가리 히피 모임도 아니고 띵가띵가 광화문에서 노래나 부른다고 들리냐? 이명박이 즐겨보는 조중동에서 위기감 팍팍 느껴지는 압박감을 전해줘야지. 평화적으로.

6월 5일 저녁. 사무실 직원들과 맥주 한 잔 하고 퇴근하는 길에 광화문에 갔다. 나는 방관자다. 소고기 협상에 별 관심 없다. 수 개월 전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이 확실시 되자 얼이 빠져서 거리를 무작정 헤메던 기억이 난다. 시민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받아 들여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시민은 번쩍이는 황금(또는 부동산)에 눈이 멀어 자기가 또라이를 뽑았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지 싶다.

6월 5일 저녁. 나만 한 잔 해서 삘릴리한 것은 아니고, 광화문은 촛불 켜고 맥주 한 잔 하는 수많은 시민들로 이미 돗대기 시장이 되었다. 여기저기 MT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둘러 앉아 쥐잡기 놀이를 한다. 아이들이 낭만 고양이 노래를 부른다. 이순신 동상 밑에 모인 사람들은 닭장차 타이어의 바람을 빼고 있다. 태반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적은 수가 전경들과 놀고 있고 나머지는 노래 자랑?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아주 지겹게 듣는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였지만, 그 동안 제대로 된 축제(시위)를 함께 한 적이 없어 같이 부를만한 노래가 거의 없다. 그건 그렇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제서야 간신히 쥐구멍에서 기어나온 대학생 애들 하는 짓거리가 왜 이리 재수 없어 보일까.

차량 위 방패 뒤에 숨어 꼼짝 하지 않는 전경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패 뒤에서 팔이 살짝 뻗어나와 닭장차를 흔드는 사람들 사진을 찍고 재빨리 사라진다.

장기 자랑(?) 끝나고 가두 시위 시작.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어청수 물러가라고 소리 질렀다. 휘날리는 학교 깃발들, 전에 시위할 때 봤으면 좋겠다 싶었던 수많은 깃발이 이제서야 휘날린다.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보인다. 학력 수준이나 이성적 사고 프로세스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순수함을 잃어 왠지 변명을 늘어놓는 기회주의자 같아 보이는 대학생에게  정이 안 간다. 고삐리들이 촛불 들고 밤을 지샐 때 학교 축제에서 너도나도 원더 걸스 볼려고 몰려들다가 자빠지기나 하던, 꿈도 기개도 희망도 직업도 없는 88세대 탕아들이 이제야 시위할 마음을 먹어서 일까?

예비군이 중앙 분리대 부근에서 벨트를 형성. 쓸데없는 짓. 시민들처럼 신선하지도 않고, 한 삼십분 창의력 없고 넉살 없는 구호 떠들다가 돌아갈 것 뻔한 메가리없는 애들 구호를 들으니 시대 상황이 서글퍼져서 뒤돌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예비군이나 나나, 그저 하드웨어로 때우는 몸빵질을 시대적 사명감 삼아 활활 태워야 하는데 이 놈에 평화시위에서는 주먹쥘 일이 없어 보인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 아프리카 TV로 이번주 내내 그랬듯이 생방송을 지켜보았다. 심심해진 시민들이 닭장차 상대로 줄다리기질 하고 전경들과 몸싸움하며 놀았다. 별다른 폭력은 없었다.

6월 7일. 아침에 일어나 애 먹일 닭곰탕을 끓였다. 닭곰탕은 자취생활 할 때 가끔 끓여 먹었다. 닭 한 마리 잘 씻어서 꼬리, 날개끝 자르고 큰 냄비에 넣고 마늘과 생강 넣고 한 20분 끓이다가 익은 닭을 건져내 뼈를 발라내고 살점은 결 방향으로 잘게 찢어 후추와 소금, 참기름으로 살짝 간해 둔다.

발라내고 남은 뼈는 다시 냄비에 넣고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우린다. 마누라는 닭기름을 싫어하므로 채에 받쳐 걸러내어 기름기 없는 육수를 얻는다. 육수를 먹을 분량 만큼 냄비에 덜고 깍둑썰기한 무를 넣고 한 소끔 끓여 국 그릇에 담고 간해 둔 고기를 얹고 송송 썬 파를 살살 뿌리고 깍두기를 곁들이면 된다.

준비하는데 한두 시간 걸린다. 남은 육수는 페트병에 보관했다가 이런저런 국거리로 사용. 닭고기 수프나 곰탕이나 조리법이 거의 비슷해서 비교적 간단하게 준비해두고 4-5끼를 울궈 먹을 수 있으니 자취생 보양식으로 훌륭하다. 

곰탕 먹고 땀낸 다음 북한산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사장님과 전화 통화 하느라 등산로 입구에서 무려 한 시간을 보냈다. 향로봉, 비봉만 돌고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북한산에 예전처럼 자주 갈 수 없을 것 같아 오랫만에 백운대까지 올랐다. 민주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느라 등산객이 현저히 줄어 평소라면 등산객으로 우글거릴 백운대가 한산하다. 발가락 부근이 늘어난 트래킹 샌달에서 발이 움직이면서 암반에서 두어 차례 미끄러졌다. 난 괜찮은데, 사람들이 그 꼴을 보더니 탄식과 비명을 질렀다. 북한산을 자주 올랐더니 그새 깡이 늘어난 건지 죽죽 미끌어져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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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향로봉 정상 부근. 샌달이 좍좍 잘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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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 백운대. gps를 보니 트래킹 2:52:00, 쉰 시간 1:00:00 정도, 합해서 4시간 정도 걸렸다. 먹은게 별로 없어 기운이 빠져서 그렇지 큰 봉우리 3개를 오르는 꾸준한 오르막길을  4.0kmh라는 썩 훌륭한 속도로 움직였다. 지루한 우이동 아스팔트 길부터 gps를 껐다.

배가 몹시 고파 내려오다가 산장에서 막걸리에 두부김치나 먹고 가려고 지갑을 열어보니 어제 아내가 지갑을 다 털어가서 한 푼도 없다. 우이동 버스 종점까지 가는 길이 왜 이다지도 긴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기운이 다 빠져 내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내려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 연초부터 광장시장에 들르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다. 6천원으로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했다. 포장마차나, 바나, 시장 좌판에서 혼자 술 마시곤 했다.

내 팔자가 고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내와 애가 생겨도 고독하다. 되려 더 고독해진 것 같다. 일부는 서울에 올라온 후 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어진 것과 관련있지 싶다. 20대 중반에 내 삶이 언터처블이 되고 방관자가 된 것과 상관있지 싶다. 내 자랑꺼리는 관찰에 바탕을 둔 개개 인간성에 관한 적나라한 통찰인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표현 방식에 상관없이 대부분 욕설이라 아무도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길에서 돈은 많이 주워 봤지만 길에서 사람 만나는 일은 없다. 일을 할 때 운이 좋았던 적도 없다. 죽어라 삽질해서 얻는 소득은 항상 쥐꼬리만 했고 항상 악운의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다녔다. 사람들 사이에서 얻는 평가는 기껏해봤자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냉정하고 정 안 가는 악바리 정도? 종합해 보건대, 내겐 운이 없다. 다시 말해 재수 없는 놈이다.

재수없는 놈이라... 술김에 결정적인 팩트 한 가지를 발견한 것 같아 흐뭇. 막걸리 한 병 비운 다음 일어섰다. 배를 채우고 술 한 잔 하니 기운이 난다.

별명은 땅박 정책은 엇박
언행은 경박 부패는 쌈박
서민은 핍박 의리는 깜박
범죄는 해박 인상은 박박
그래서 씨박


5월 31일 저녁 때 본 웃기고 구구절절히 옳은 싯귀를 아내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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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첫 촛불집회에 참석한 아이. 아내야 말로 유모차 시위대 원조다. 소고기에는 그다지 관심 없지만 독재 타도는 적당한 명분만 있으면 솔찬히 보람 있는 일이다.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순신 동상 앞 닭장차 근처에 주저 앉았다. 날이 선선하다. 조선일보 전광판이 어스름이 깔리는 사거리 한 편에서 번쩍인다. 조중동 처단은 시대적 사명이다.

누군가 '집시법 철폐'라는 개념 피켓을 들고 지나간다. 바람직한 시위는 국회를 조지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시민들이 슬슬 모이고, 이미 한 팀은 종로 쪽으로 가두 시위중. 저쪽 서울 광장 방면에서는 사람들이 놀고 있다.

총 나흘 동안 촛불 문화제에 참석. 이틀은 맨 정신에, 이틀은 술 먹고. 집회에 가봤자 딱히 할 일이 없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콩나물 사오라고 하셔서 수퍼 문 닫기 전에 시위 현장을 떠났다. 내 시위 참여 행태가 참 어줍잖고 시답잖은게, 방관자 행태를 벗지 못한다. 시민발언대에 나가 청와대 삽질 집어 치우고 국회로 쳐 들어 가자고 선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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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tander

잡기 2008. 6. 1. 15:14
왕회장(정주영)과 이명박의 공통점: 둘 다 소몰이꾼이다.

5월 24일부터 아프리카TV로 시위 상황을 지켜보았다. 저번주에 있었던 강경 진압 와중 여자들이 '남자들은 어디갔냐'고 비명을 지를 때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클로버필드 보는 기분이었다. 일주일 내내 일 때문에 바빠서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토요일 근무를 일찍 마치고 서울 광장으로 향했다. 몇 년 전에는 노무현 탄핵 반대하러 집회에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 탄핵 때문에 집회에 참석한다.
 
5월 31일 7.30pm 종각 근처에서 떡볶이 한 접시 먹고 소라광장으로 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전경 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데모하는 자리에서 어떤 젊은 친구가 역성을 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서울광장으로 향하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사실 비장한 데모대라기 보다는 무슨 축제같은 분위기. 촛불이나 종이 쪼가리 한 장 가진 것 없어 촛불문화제 구경.
8pm 조금 넘어서 문화제는 대충 집어치우고 좀이 쑤신데 가두시위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회자는 오늘은 청와대로 가자고 외쳤다. 소라광장->서울광장->광화문->청와대는 당연한 수순아닐까? 문화제->가두시위로 문화제의 모습이 변질되는 것처럼. 그때까지는 그냥 돌아가려고 했지만 청와대라니, 구미가 당겨서 가두시위대를 따라 나섰다. 시위대가 떠난 자리는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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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가두 시위대의 산발적인 이동 경로. 경복궁쪽 상황은 잘 모름.

광화문 쪽에 저지선을 쳐 놓아(보라색) 시위대는 두 파로 나뉘어 한 팀은 덕수궁을 돌아 경복궁 쪽으로 가고 다른 팀은 소공로를 통해 종각을 지나 안국역 방면으로 진행. 요르단 전이 끝나고 상암 경기장의 인파가 시위대에 합류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명동을 지나면서 인도변의 많은 시민들이 합류하거나, 성원했다. 구호는 '이명박은 물러나라', '민주 시민 함께 해요' 등등.
 
안국역이 가까워 지면서 선봉을 지나 선두에 섰다. 국민대책회에서 나눠주는 구호문('이명박 OUT')을 들었다. 어쩌다보니 시위대의 맨 앞에 섰다. 1차 저지선에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도로는 텅 비어 있고 나를 비롯한 대여섯명이 달려가기 시작, 수백명의 방패 앞으로 달려갈 때 이러다 두들겨 맞고 뒈질지도 모른다는 전율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리가 들이닥치기 전에 전경들은 신속히 닭장차 뒤로 후퇴하고 닭장차가 후진하면서 도로를 차단했다. 

10pm 무렵까지 시위대가 속속들이 도착했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아줌마 둘이 닭장차에 올라가 전경들을 향해 백팔배를 한다. 한 동안 소강 상태가 이어졌다. 조직적인 시위와 거리가 먼 탓에 구호는 산발적이고 자발적이고 즉흥적이지만 고시 철회, 협상 무효 보다는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주류를 이뤘다.
 
10.30pm쯤 전경들이 후퇴, 시민들이 저지선을 뚫은 것이 아니라 전경들이 막아놓은 닭장차를 내버려 두고 2차 저지선(빨간색)으로 후퇴한 것이다. 시위대는 닭장차 사이의 비좁은 틈을 지나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닭장차는 시동이 걸린 채였고 많은 시민이 지나간 후 퇴로가 차단될 것을 우려해 일부 시민과 나는 닭장차를 노변으로 끌어내기 위해 닭장차 문을 강제로 열고 숨어있던 전경 운전수를 끌어내렸다. 그 와중에 한 시민이 전경을 걷어찼고 다른 시민 몇몇이 비폭력을 외치며 뜯어 말렸다. 어쨌거나 이미 많은 시민들이 막아놓은 닭장차 사이로 빠져 나왔다. 다른 시위대는 경복궁역 방면, 사직터널 등지에서 전경과 대치 중이라고 한다.
 
11.30pm 무렵까지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다. 최전방 전경들에게 시민들이 물을 나눠주거나 수고가 많다고 말을 걸었다. 매우 평화적인 시위였고 광화문 일대는 가두시위중인 시민들로 가득찼으며 보라색 차단선이 사라진 상태라 더 많은 시민들이 들이닥쳤다. 온다던 상암 응원단은 도착하지 않았고 사직 터널 쪽은 막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많은 시민들이 준법 시위를 외치는 와중에도 일부 시민은 경복궁 담을 넘고 들어갔다. 피곤해서 그쯤 해두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12am 에서 4am까지 아프리카 TV를 통해 시위 상황을 지켜보았다. 닭장차 너머로 물병이 날아왔다. 소화기가 터지고 살수차에서 물을 맞고 오들오들 떨던 시민들이 땔감을 구해 모닥불을 지폈다. 디씨음식갤을 비롯한 몇몇 단체, 개별 시민들이 먹거리와 담요, 옷가지를 싸들고 시위대를 지원했다. 끊임없이 물을 뿜는 살수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상암팀이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수가 좀 더 많았더라면 진압 때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략 2-3만명이 처음에 그 자리에 있었고 12시가 넘으면서 많은 수가 집으로 귀환. 약 5-6천명의 시민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105개 중대 약 만명 이상의 진압대가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청와대는 여전히 조용하고, 시위대에서 청와대까지의 거리는 약 1.5km. 4.30am쯤 진압이 시작되어 시민들이 연행되고 방송하던 진중권도 잡혀 들어갔다. 시위대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다. 아침 무렵에는 남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재집결했다.
 
6월 1일 오늘도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어젯밤의 상황으로 짐작컨대 촛불 켜고 소원이나 비는 '문화제'는 이미 물 건너 갔고 오늘은 대낮부터 주로 가두 시위가 이루어질 것 같다. 한밤중의 대치 상황은 서로에게 위협적이고 일부 객기가 지나친 시민들이나 며칠 동안 계속 동원되어 스트레스를 받은 전경들 사이에 감정적인 충돌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걸 피하려면 시위는 낮에 하는 편이 낫다. 낮에 하면 아줌마, 어린이들을 비롯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고, 텍사스 소떼같은 엄청난 수의 시민은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 시위가 상상 이상으로 평화적이고 끝까지 자기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경들도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인 걸 아는 것 같다. 교통경찰도 이해하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보는 버스 운전수들도 짜증을 부리지 않았다.

일주일여 동안 밤마다 시위대의 실시간 동영상을 보면서 언론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주요 매체에서 시위의 양상이 제대로 소개된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80년대 식의 효과적인 언론통제? 지금은 아프리카TV, 라디오21, 오마이뉴스 생방송, 진보신당의 방송을 통해 알음알음, 지인들을 통해 소문이 번지고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 기온이 조금 더 올랐고 살수차에 대비해 판초 우의와 우비, 우산, 가방에 여분의 옷가지, 식수와 간식꺼리를 담고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을 소지한(말하자면 단단히 무장한) 시민들이 서울광장과 광화문으로 몰려들 것 같다. 닭장차 앞 바퀴에 밧줄 달면 닭장차를 도로변으로 옮길 수 있단다. 밧줄 뿐만 아니라 사다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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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주행

잡기 2008. 5. 18. 23:44
의 안써야 우리말이 깨끗해진다. -- 찾았다. 기사 한 꼭지로 끝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연재물이었구나.

중국 지진 -- 예전에 중국 여행할 때 청도를 비롯해 사천성에서 꽤 오래 묵었다. 소수민족, 특히 중국어를 사용하는 티벳인들을 많이 본 기억이 난다. 중국의 해안 지방과 달리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 폐허를 보니 마음 아프다.

광우병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 광우병이 지금 만큼 한국에서 인기가 없던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가 광우병 환자인지 의심을 품고 있다.
  •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시피 vCJD는 '빌어먹을 조선,중앙,동아'의 약자다.
  • 국회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 에 별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 작년 쯤에 마트에서 미국산 척아이롤을 사서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는데 영 맛이 없어 다시 사 먹지 않았다.
  • 그런데 보험사에서 광우병 특약이 나올까?
자전거 타고 임진각에 갔다왔다. 5월도 어느새 반이 지났지만 올해 자전거 탄 것은 임진각 갔다온 것을 포함해 고작 네 번, 총 198km 주행에 주행시간은 10시간이 전부다. 가정에 충실하면 이렇게 된다.

임진각 주행은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84km 주행에 평속 18.0kmh, 4h30m 주행했다.  2005년 9월 3일 주행 평속은 18.4kmh. 어찌나 오랫만에 자전거를 탔는지 엉덩이가 쑤시고 온 몸이 뻐근하다.

갈 때는 평속 20kmh 였지만 올 때는 다리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쑤셨다. 약 3년 만에 임진각을 다시 방문한 것이다. 그때보다 나아져야지 어째 더 나빠졌는데, 작년 겨울부터 쭉 운동 못하고 일과 가사에 시달리다보니 뱃살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평화공원
3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그때는 구글 어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평화공원.

Cacao 72
집에 남아있던 페스트리와 지하철에서 개당 500원 주고 산 일제 초콜렛으로 평화공원에서 먹은 런치 스페셜. 설탕이 결여된 초콜렛은 유감스럽게도 지친 근육에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

임진각 구글어스
GPS와 정확한 촬영시간이 기록되는 PDA폰 카메라에 구글 어스가 결합되면 여행이 정밀해진다. 임진각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담배 한 대 피웠다.

임진각에서 바라본 북한 땅
3년 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듯 싶다. 세월이 지날수록 분단의 아픔도 점점 희석되는 느낌이다. 언제쯤 자전거로 저 다리를 건너 보려나...

추돌사고 지점
돌아오는 길에 추돌 사고를 목격했다. 언덕받이에 건널목이 있는데 우하에서 중상 방향으로 앞 차가 언덕을 오르던 중 신호등에서 급정거 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가 박았다.

주행로그
30m에서 64m까지 오르는, 시야가 제한된 커브 길 언덕 꼭대기에 건널목을 설치한 고양시의 미친 센스 탓이지 싶다.

오랫만에 자전거를 타 보니 나 역시 두 차례 인명 사고가 날 뻔 했지만 슬기롭게 대처하여 자전거에는 아무런 흠집이 생기지 않았다.

주행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 들렀더니 7900원짜리 프라이드 치킨을 5800원에 판매한다. AI 때문에 값이 내린 것이지 싶어 냉큼 집어들었다. 그리고 새로 나온 카스 레몬이 먹을만 하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어 1.6리터 짜리를 하나 샀다. 평: 카스 레몬은 혓바닥이 마비된 환자들이나 마실 것 같은 맥주였다.

하도 볼게 없어서 찌거지나 정리하는 셈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 3기 마지막과 4기 일부를 연달아 보면서 닭과 맥주를 먹고 마셨다.  한 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임을 끊임없이 벽에 머리 박아가며 입증하고자 애쓰는 보기드문 닭대가리 드라마(이 정도면 곤조지 싶다)에 맛 없는 맥주를 곁들이니 절로 졸음이 쏟아진다.

하도 졸려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잠에서 깨기를 반복하며 수 차례 설사했다. 희안한 것은 설사 탓인지 대낮의 격렬한(?) 운동 탓인지, 아니면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환골탈퇴 때문인지 뱃살과 옆구리 살이 평소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청바지를 입자 혁대를 안 차면 쑥 벗겨질 기세다.

저번 주에는 아내가 내 늘어진 뱃살을 트집 잡으며 집에서 짜장면 따위나 시켜먹으니 그렇지 라고 핀잔을 준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주욱 그렇게 먹고 살았다. 그때는 술까지 심하게 마셨다. 요즘 뱃살이 붙은 것은 움직이는 양이 적고 운동을 통 안해서 그렇다. 올해 내가 자전거를 탄 횟수가 지금까지 고작 4회다. 자전거 타러 나가고 싶지만, 집안 사정상 그럴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 아내가 절에 가서 봉사활동 하는 동안, 주말에 집에 틀어박혀 애를 보거나 수퍼에서 50명 한정으로 300g짜리 딸기 한 패키지를 500원에 판매하는 4시 이벤트 줄에 아줌마들 틈에 애를 업고 서 있던가.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일요일 오후에는 배가 푹 꺼진데다 혁대가 없어 질질 끌리는 청바지를 입고 빗 속을 돌아다녔다. 집에 돌아와서 신발을 꼬매려고 보니 반짓고리가 없다. 저번 주말에는 신발 밑창이 떨어져 본드로 붙였다. 생각해보니 굉장히 궁상스럽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궁상스러운 생활과 달리 최근 서너 차례에 걸쳐 젊은 여자들이 먹음직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날더러 잘 생겼다고 말했다. 살다보니 광우병 의심환자에게 별 일이 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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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잡기 2008. 5. 10. 03:14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페르시아 특별전 관람. 만원을 50% 할인한 입장료 5000원이 아깝다. 유물의 수준이 그저 그랬다. 이란(페르시아)의 찬란하고 럭셔리한 이슬람 문명과 문화만큼은 소개를 자제했다. 실크로드 표시 지도에는 케르만, 쉬라즈, 밤 등의 도시를 빼먹기도 하고... 다리우스, 크레스크세스와 페르세폴리스에서 파르시의 역사가 정지되는 신기도 보여준다. 누가 기획한 것인지 큐레이터가 미친소를 장복한 후 최근 증세가 나타나는 중이던가, 머리에 든 것 없는 흔한 국내산 AI 닭대가리지 싶다. 모처럼 보기 드물게 접하는 한심한 전시회라서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듯. 그건 그렇고, 럭셔리하고 볼 것이 많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의 입장료는 0원이다.
 
이 세상은 일곱 온라인과 두 개의 현실-지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래밍, 게이밍, 소셜 네트워킹, 애드버타이징, 메가 마켓, 섹스 판타지, 인포메이션 스피어, 그리고 현실과 초현실. 써놓고 보니 명약관화하군.

Big Bang Theory, ep.14 Nerdvana Annihilation
진지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인류의 명약관화한 진화 과정을 다룬 드라마, Big Bang Theory, Ep.14 Nerdvana Annihilation. 타임머신을 앞에 두고 있는 주요 배역들. 점심 먹다가 저 드라마에 관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직원들이 저 아이들 대화가 가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난 거의 100% 잘 알아듣지만 굳이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옥에서는 가능한 너드 같아 보이지 않는게 건강에 좋다.

Horton Hears a Who
세상은 오타쿠가 구한다. 오랫만에 재밌게 본 애니인 Horton Hears a Who의 클라이막스. 'We're here! We're here!' 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보잘 것 없는 인류가 막막한 우주를 향해 외쳐댈법한 말이니까. 이 애니의 교훈은 a person's a person, no matter how small. 카시니가 찍은 토성 사진들이 실은 훨씬 감동적이지만.

you're there. 콩알만하지만(no matter how small) 너도 사람이다. 인정. 무럭무럭 오타쿠로 자라라.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 해피엔드. 건어물녀가 울면서 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있다. 울어라 바보야, 그대와 상관없이 500마일 떨어진 허름한 야생에서도 삶은 티끌처럼 보잘 것 없다. 그래서 적절한 때의 맥주 한 잔은 기쁘고 가치있는 거야. 끝에 가서 팔자가 피는 부장이 말했다. '니체는 결혼은 긴 대화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대화가 길어지면 흡사 두 마리의 원숭이가 서로의 털에 붙은 이를 잡아주듯이 정성을 들여 서로의 흠집을 잡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결혼은 철학이 아니므로, 짧고 간단한 대화로 껀껀이 좋게좋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는 메마른 영혼에 맥주와 치킨으로 보습효과를 준다.

닐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다. 이론이 있긴 하지만 4만년 전 오오츠카를 통해 유입된 대륙인 또는 1만 5천년전 한반도를 통해 유입된 한국인과 조몬인 잡종이 일본인이라는 설. 문화란 것은 불과 천년 만에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지닌, 변별가능한 민족성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고작 1만 5천년'은 과소평가 내지는 헛소리가 될 수도 있다.  레밍 떼같은 무차별적인 인구이동으로 문화적 상대성을 곡해할 수 있을까? 이런 류의 사실이나 부가 지식들은 곡학아세의 자료로 사용되기에 편리하다. 나 역시 억지 주장이나, 단순히 즐거움 때문에 그런 짓을 하곤 했다. 일본의 민족성을 모욕하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죄책감 전혀 느낀 적이 없다. 우린 한 핏줄이니까. 가족한테는 잔인한게 정상 아닌가?

노무현의 어떤 메모 -- 그렇겠지. 그래야지.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5월 2일 청계천에서 벌어진 '미친 소 너나 쳐먹어라' 집회에 참석했다. '친박연대'나 '미친소 너나 쳐먹어라'  집회의 안드로메다적인 네이밍 센스와 세계 경제 규모 14위의 나라는 참... 매치가 잘 안 된달까...

올림픽공원
어린이날에는 수많은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이의 극성에 시달렸다. 그날 가족을 버리고 놀러간 아내는 gmarket에서 꼬리꼬리라 불리는 몹시 실용적인 개줄을 구입했다 -- 이제는 안심하고 끌려다닐 수 있다.

Visitors/Month
이 블로그는 9개월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9개월간 하루 평균 83명이 들어왔다. 통계를 보면 대부분 구글 검색을 통해(73%) 이 사이트에 들어왔다. 특이하게도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여기 들어온 것이 눈에 띈다.

블로그를 1.6.x로 업그레이드 할까 하다가 좀 더 기다려 Textcube 1.8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 RSS 피드를 feedburner로 바꿨다.  RSS 구독자가 무려 14명이나 되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Dirty, Sexy, Money
Dirty, Sexy, Money. 갑부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변호사 집안의 2대째 이야기.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볼게 없어서 꾸역꾸역 보고 있음. 낚싯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코드 기아스나 마크로스 프론티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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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 cum laude

잡기 2008. 4. 30. 01:52
기상청 예보는 믿을 게 못 되서, 오랫만에 아내, 애와 함께 산정호수로 놀러갔더니 기상청 기준으로 맑을 날에 비가 와서 콘도에 주욱 박혀 지냈다.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갑자기 중국에서 올림픽 깡패 구름이 개떼처럼 몰려오기라도 했나?

산정호수는 두 번 갈만한 곳은 아니었다. 아내나 나나 젊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에 왠만한 곳은 그게 그거 같다고 생각하는 편. 경찰서 옆의 음식점 하나 빼고는 딱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 분식점에서나 팔 것 같은 부실한 우렁된장 2인분을 15000원씩이나 받아먹는 심하게 관광지스러운 곳.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시내버스 관광을 해 보잔다. 몇 년 전에 유행하던 시내버스 타고 전국 일주 하는 그 것? 이 몸은 어린 시절에 이미 해 봤다. 시대가 좋아져서, 웹에 그쪽 버스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곳이 많다.

"믿었던 론리플래닛, 거짓 또는 표절"  --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입소문도 천연덕스럽게 사실처럼 늘어놓지만 그래도 LP가 개중 제일 낫다. 마누라는 나를 가이드북만 믿고 여행가는 반병신들 중에 하나 라고 생각하는 편. 하여튼 여행자들 사이에선 '가이드북에서 지도(약도)만 본다'는 사람들 많다.

네팔 마오반군黨, 총선개표 초반 돌풍(종합)  --경축. 이후 기사에서 마오반군이 과반을 점했다. 네팔의 마오이스트 정부는 과연 몇 년 안에 왕당파들처럼 썩어버릴까? 수년 전 카트만두 시민의 반응: 이놈이나 그놈이나 똑같죠 뭐. 그래도 민주화는 축하할 일이다.

월드 사이언스 포럼 TV 광고를 보다가 뇌 과학의 권위자들, 특히 제럴드 에델만의 얼굴이 스쳐 갔다. TV에 왜 저런 광고가 나오지? 오래 전에 에델만의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문에 며칠 잠도 못 자고 공상에 빠졌다. 책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아직도 기억한다. Bright Air, Brilliant Fire. 내친 김에 알라딘을 검색해 보니 뇌는 하늘보다 넓다(Wider than the sky)가 2006년 번역되어 나왔다. 의식과 인식에 관한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가설을 펼치는 학자라 기대가 된다.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Bright Air, Brilliant Fire)는 내 생애 읽은 것 중 몇 안되는 최고에 속한다.

TV 광고 등의 어떤 자극이나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장애인의 삶에 희망의 에너지를 퍼부어 준 걸작들은 일부러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아쉽다.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어지면 그것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취향 테스트 -- 다섯 번 해보니 4번은 아방가르드 어쩌구로 나왔고 한 번은 '키치 예술 취향'이라고 나왔다. 아방가르드 어쩌구 설명 인용: '이런 선천적인 예술 에너지는 당신을 수준 높은 문화/예술 소비자로 만들어 줍니다.' -- 소비할 문화가 없어 찌질한 미드나 보고 있다. 미드가 수준 높고 완성도 높다느니 하는 말들은 미드의 수준을 과대평가 했을 뿐더러, 상대적일 뿐이라서 아방가르드적인 내 예술혼을 제대로 운율하기엔 함량 미달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 시절부터 드라마란 것들은 본래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찌질이들이다'란 것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미천한 인생 경험으로 이바구를 까는 극작가들의 보잘 것 없는 견해와 달리 인간은 그보다 나아질 수 있다.
 
유전질환 내지는 광우병 같은 치료 불가능한 키취 취향 때문인지 제목이 특이해서 어쩌다가 현시연이란 만화책을 봤다. 현대시각문화 연구회라는 오타쿠 모임에 관한 것. 어렸을 적엔 간혹 코믹 페스티발에 가보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동인지 나부랑이를 사려고 밤새 기다린다는 소릴 들은 후 생각을 접었다. 만화책은 그런 녀석들에 관한 얘기다. 3천종에 달하는 그놈이 그놈같은 바퀴벌레를 구분하거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폐인이 된 긍정적인 종류와 달리(적어도 비행기 몰 줄은 알게 되잖아?) 방 안에 틀어박혀 벌거벗은 어린 여자애들 그림 쳐다보는 오타쿠에 관해선 매우 부정적이다. 키취 취향(20%)의 아방가르드 예술혼(80%) 때문에 하여튼 종류를 막론하고 오타쿠들하고는 비교적 사이가 좋았지만. 흠... 그러고보니 불우한 환경 탓에 어린 시절 내 주위에 일반인이 드물었다. 일반인 여성의 따뜻한... 이건 아니군.
 
며칠 전부터 쿰 라우데가 입에 붙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행한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그런 것들은 보통 잠재의식에 짱박혔다가 적절한 수단을 통해 부분적인 복원이 가능하다는 말들이 있는데, 뇌의 대부분을 텍스트로 채우고, 슬프고 기분나쁘거나, 단지 쓸모가 다해 버려지는 기억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일반인이나 하는 말이다. 하루에 평균 2MB 이상의 텍스트를 30년 이상 쑤셔놓다 보면 오컬트나 독일군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12시간 이상 떠들어도 지치지 않는 김씨 같은 양반의 얘기 상당 부분에 기시감을 느끼거나, 지어낸 얘기와 책에서 본 얘기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두 김씨와 시가를 피웠다. 살맛 났다).

뿌붕이, 포로로, 선물공룡 티보 -- 미친놈처럼 '안녕'만 해대는 텔레토비보다 진보한 아이들용 사극들. 특히 포로로는 품질이 우수해서 먹고 살기 바빠 미처 성장할 틈이 없던 성인 또는 정신병자들도 봐야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소울이는 방귀대장 뿌붕이만 좋아한다. 야후 꾸러기에 상위 10위권 동요의 가사를 외우고 EBS 아침 방송의 유아 프로그램 주제가를 흥얼거릴 줄 알게 된 나는야 일반인 '아빠'다. 과연 소울이가 자라서 가오가이거같은 애니를 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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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기술 때문에 CG 영화를 그다지 미더워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예산 절감 목적으로 만든 저예산 3류 CG 영화같다. 원작을 하도 어린 시절에 읽어 영화가 원작과 같은지 모르겠다. 앞부분은 비슷한 것 같은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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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장면과 마찬가지로 이런 자궁 회귀 퇴행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희대의 영웅도 여자의 뱃속에서 잉태되었다 -- 암 그런 말이 많지. 여자와 사욕 때문에 인생을 조지는 평범하고 구질구질한 스토리로 전락. 이런 것들은 연출을 아무리 훌륭하게 잘 해도 원래 재미가 없다. 인간성의 찌질한 한계를 무한반복하는 고전 서사란 것들이 그래서 재미가 없다. 인간에 관해 배울 점이 많은데다가 어린 시절엔 뭘 봐도 재미가 있으니, 고전 서사는 어린시절에나 보면 되는 것이다. 베오울프, 바리데기, 콩쥐팥쥐, 리어왕 따위를 어린 시절에 봐서 정말 다행이다.

난 아무래도 애들 성장만화 체질이지 싶고, 아방가르드 예술혼이 빚은 거대한 자존심 때문에 재테크 서적, 처세술 책, 기타 등등 요령, 요행, 점술책 류를 거의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쇼펜하우어의 책 중에 '의지와 표상으로써의 세계' 란 것이 있는데, 제목에서부터 넉넉히 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도 그렇고, 쥐죽은 듯이 고요하게,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개마초의 일일 세계관에 얼추 부합한다.

자의든 타의든 마초로 불리는 한 배우는 카메라 앞에 사무라이처럼 무릎을 꿇고 노인을 두들겨 팬 것을 사과한다. 플래시가 펑펑 터진다. 제대로 된 개마초라면 애당초 움실거리는 근육이나, 물리적 폭력, 천금같은 말 한 마디가 실제로는 만고에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의 지능은 있을 것 같다. 그 배우는 '자기 마음 속에 감방을 만들어 자기를 가두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말한다. -- 안해도 될 짓을 하고 나서 하게 되는 '부질없는 말 한 마디'의 대표적인 사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이왕 납치, 감금할 꺼면 폭행, 고문, 항문 강간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가 지은 가장 큰 죄는 오만함과 멍청함이다. 민주사회의 법률은 정신병과 더불어 그 둘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

The Office 4기 10화까지 보며 낄낄거렸다. 팸은 참 귀여운 아가씨다. 여흥을 즐긴 후 다시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의 세계로 돌아와, Criminal Mind를 3기까지 봤다. 흡사 현실감이 결여된 개뻥같이 황당할 정도로 쪽집게처럼 범인을  집어내는 판타지스러움을 제외한다면('범인은 20-35세 사이의 백인 중류층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존재이며 어린 시절 매를 맞고 자랐으며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지거나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으로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30km 떨어진 도심까지 출퇴근 함') 크리미널 마인드는 제목 그대로 연쇄살인범의 프로파일링, 살인자의 심리가 주된 테마다. 개중 인상에 남는 경구: 삶의 진정한 비극은 어른이 되어 빛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에 맞서는 주연들은 하나둘 피폐해져 간다. 크리미널 마인드 1기 첫 화에서 아마(?) 니체의 유명한 경구가 나왔던 것 같다;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 역시 당신을 들여다 본다. 4기쯤 되어 이런 말도 나왔다; 어느 한 쪽을 믿다 보면(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그 반대 쪽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암, 그렇게 해서 3억의 신을 섬기는 힌두교가 되는 거지~ 가톨릭이나 기독교의 우둔하고 딱딱한(그 기본이 워낙 단순해서 유치한) 사상체계로는 그래서 시바, 깔리를 이해할 수 없는 듯.

저간의 사정을 합리적이고 도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간 이성에 관한 신뢰가 매우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형에 찬성한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점입가경의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들이 날뛰는 크리미널 마인드를 몇 주 동안 계속 보았기 때문일까?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후 FBI Behavioral Analysis Unit을 떠나며 인간에 대한 실낫같은 희망을 되찾고 싶다고 말하던 아저씨에게 공감한다. 나도 그것을 평생 찾아다니는 안스러운 꼴이지 싶다. 문학, 예술 제반에도 있고, 기술, 과학에도 있다. 심지어 쓰레기장 같은 웹에도 끄나풀은 있다.

사형에 찬성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린 아이를 죽인 극악무도한 살인마에 관해 격렬한 감정을 발산할 만큼 감정이 풍부한 편은 아닌 것 같고, 사형법 폐지 및 사형 반대론에 관해선 충분히 들었다. 인간 본성에 관해선 성선설이나 성악설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으며(감상적인 부분?), 생명의 고귀함에도 이견이 있다(가치관의 문제?). 살인마를 죽임으로써 인간 사회의 다양성의 감소로 인한 제한적 유전자풀 때문에 닥칠 미래 환경 재앙(농담), 인권으로써 누구에게나 동등하다는 생명의 가치와 사회를 독소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한 개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잔혹한 행위'를 혼동하는 것도 아니고, 사형 제도 존속을 주장하며 법치사회의 근간이 되는 인권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계산없는 막연한 추측에 기댄 기계적인 효율 때문에 AI 걸린 닭들 살처분 하듯 사형에 찬성할 따름.

거듭 강조하지만, 내 자신이 인간 이성에 관한 신뢰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사회가 인간을 살해하는 행위를 용납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현학적인 문제가 있다.

말하고 나니 사람 목숨 가지고 한가하게 농담따먹기 한 셈이군.
언젠 안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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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마감

잡기 2008. 4. 13. 17:33
특별히 이슈가 없는 총선이었다고 말한다. 민영보험과 대운하만 해도 엄청 심각한 이슈였다고 생각하므로 언론의 그 의견에 공감할 수 없다. 국정 운영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데 노원구 집값 걱정하면서 국회의원 뽑는 걸 시의원 뽑는 것과 헷갈리는 것이 민의인가 보다.  비전이 결여된 정치 탓이겠지.

유럽의 1000유로 세대 짝퉁 버전인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텔레토비를 보고 자란 20대의 53%가 한나라당을 뽑았다는 얘기나 그들 중 19%만이 선거에 참가했다는 얘기(나중에야 투표권자의 19%가 20대였다는 얘기로 정정됨)는 요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어느 대학에 가야 하는지 엄마에게 물어 원서 넣는다는 얘기나, 20대 응시자들이 워낙 많아 사상 최대의 경쟁율로 치솟은 공무원 시험이나, 20대 벤처 기업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나,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일맥 상통하지 싶다. 종합해보면, 4,50대가 세상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한심하게 키워놓은 20대를 우둔한 겁쟁이가 되도록 방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해는 그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다. 의도와 다른 불가피한 피해를 collateral damage라 부른다. 군사용어 였고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된 것 같다.

20대 욕하는 것 아니다.
내가 20대였을 무렵 민주주의에 참여한 적 없다. 벤처질 하느라 바빴다.

어리석은 바보 야당의 삽질이 돋보였던 총선이었고 친박연대라는 희안한 당이 선방했다. 당선된 친박연대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무사히 회당해서 자중지난으로 한나라당을 말아먹길 기대해 본다.

서울에서 가장 못 사는 동네 2위인 은평구 구민은 3선 의원인 이재오를 상당한 표차로 떨구고 지나가던 문국현 철새를 국회로 보냈다. 아내와 나는 문국현과 더불어 진보신당을 찍었는데 노회찬, 심상정 등과 문국현이 함께 되었더라면 그럭저럭 그림이 나왔을 법도 한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소 실망했다.

디지털 케이블 TV 설치 후 방송 채널수가 팍 줄어들었고 가끔가다 no signal 메시지가 TV 화면에 떴다. 그러니까 MBC, KBS가 시청 중 갑자기 중단되는 것이다. 선로 문제라고 말한다. 기사를 부르는 김에 인터넷을 최근 손 본 이후 왜 외국 사이트에 접속하면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지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기사 아저씨는 약 1시간에 걸쳐 라인을 손보고 공유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 집에 돌아와 정말 공유기 문제인지 살펴 보았다. PC에 인터넷 라인을 연결하니 외국 사이트 접속 할 때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없어졌다.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결론지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유기 설정은 지난 2년 동안 건드린 적이 없고 외국 사이트 접속할 때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무렵. 살펴보니 공유기로 접속할 때와 PC에 직접 연결할 때 모뎀을 통해 받는 IP address가 다르다. 공유기의 MAC Address Cloning을 이전까지 사용하지 않았는데(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드레스 클로닝을 해 봤다. IP가 같아졌다. 그러면서 youtube, bbc, cnn 접속할 때 느려지는 현상이 사라졌다.

MAC cloning 안 한 상태로 WRT-54G 공유기 달고 traceroute
 
  9    11 ms    10 ms    10 ms  POS14-7.gw2.sel2.asianetcom.net [203.192.142.149]
 10    47 ms    46 ms    46 ms  gi2-0-0.cr1.nrt1.asianetcom.net [202.147.0.57]
 11   181 ms   179 ms   179 ms  po2-1-0.gw3.lax1.asianetcom.net [202.147.0.162]
 12   171 ms   171 ms   171 ms  ip-202-147-61-254.asianetcom.net [202.147.61.254]
 17   175 ms   171 ms   171 ms  youtube.com [208.65.153.253]
 
PC에 직접 연결하고 traceroute
 
 11   156 ms   139 ms   146 ms  gi2-2.mpd01.sjc04.atlas.cogentco.com [154.54.10.33]
 12   173 ms   271 ms   176 ms  te4-1.mpd01.sjc03.atlas.cogentco.com [154.54.5.106]
 13   149 ms   150 ms   162 ms  you-tube-llc.demarc.cogentco.com [38.101.188.170]
 17   154 ms   149 ms   153 ms  youtube.com [208.65.153.253]
 
PC 직접 접속, 옆집 컴퓨터(?)의 IPTIME 공유기 접속, 어떤(?) 호스팅 업체, 어떤(?) 대학 등지에서 youtube.com에 접속할 때는 cogentco.com 게이트웨이를 거치나, MAC 클로닝을 안 한 공유기 세팅에서는 asianetcom.net이라는 듣보잡 게이트웨이를 경유한다. 원인은 그것 때문이다.
 
결론: 공유기 탓이 아니다.
 
생각난 김에 mylg070 신청할 때 받아 놓고 방치해 둔 APA-2000 공유기를 테스트 해 봤다. 인터넷 전화에 번들로 대충 끼워주는 무선 공유기 임에도 원래 사용하던 Linksys WRT-54G보다 전송 속도가 약 40% 빠르다. 그만큼 WRT-54G가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신기한 것: 올해 들어 속도 문제로 케이블 인터넷 회사에 불평을 두 번 정도 했는데, 불평할 때마다 인터넷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2008/02/17 13,678 1,637 (WRT-54G)
2008/04/05 23,910 1,750 (WRT-54G)
2008/04/08 59,080 1,734 (APA-2000)
2008/04/08 41,532 1,737 (WRT-54G)
 
이것이 바로 고객이 발광하면 속도가 업그레이드 되는 다이나믹 코리아?

저번에 디지털케이블방송+인터넷 상품으로 교체할 때 저희들 멋대로 약정 기간을 4년(2008~2012년)으로 설정한 것이 괴상해서 난 그렇게 약정한 적 없으며 정 그렇다면  이 좋지도 않은 서비스 당장 해지하겠다고 말하니 위약금 안 물릴테니 약정 기간 신경쓰지 말란다. 약정 4년짜리 금액으로 할인 받고 언제든 해지해도 위약금 없다는 뜻이다.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여러 가지로 흡족한 나머지, 서비스 해지하고 LG 인터넷으로 갈아타려다가 관뒀다.

집에서 인터넷을 몇 시간이나 사용한다고, 통 보지도 않은 TV 가지고 그쪽 서비스 센터를 괴롭히는 것은 왜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예전에 호빵 사서 집에 가져와 쪄먹으려니 유통 기한이 3주나 남았음에도 곰팡이가 쓸어 있었는데 반품 안 하고 삼립식품에 연락 하지 않았다. 뜯어내고 먹었다. 새우깡에서 쥐머리가 나올 때도 그럴 수도 있겠거니, 된장국에서 바퀴벌레가 나와도 숟가락으로 건지고 잘 먹는 편인데, 작년 부터던가? 음식에 바퀴 몇 마리 들어있다고 사무실에 대고 먹던 음식점을 끊었다. 나야 괜찮지만 그렇게 소리 지르고 액션을 취해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만족센터에 전화를 걸고 email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암. 공익을 위해서지. 스트레스 해소도 할 겸.

Apple Seed: Ex Machina
Apple Seed: Ex Machina. 얘들은 왜 이렇게 망가졌지? Vexille과 마찬가지의 3d 모션 캡쳐에 2d 표면을 입힌 애니인데 액션 씬의 다이나믹함은 advent children과 흡사하나, 벡실보다는 낫다. 둘이 등을 맞대고 360도 총질하는 장면은 관객들 웃기자고 만든 씬이라고 수긍.

Apple Seed: Ex Machina
다 좋은데 여자애들이 하나 같이 뽕브라 한 것 같아 보였다. 사소한 젖꼭지 하나에도 장인 정신을 담던 일본인의 혼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리얼리티 떨어지는 뽕브라라니, 이런 조센징스러운...

출퇴근 길에 노트북 들고 다니며 프로그래밍하기도 지겹고, 책 읽기도 지겹고, 휴대폰의 광활한 4GB 공간에 PDA용으로 엔코딩된 The Office 3기를 통째로 넣었더니 그래도 2GB가 남아돈다. PDA용 동영상을 만들어 올려주시는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The Office의 직장생활이 정말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흡사 딜버트의 실사판 같달까? 영국 드라마가 원작인데 영국판은 구할 수 없었다.

오피스를 다 보고 Criminal Mind 1기분을 넣었다. FBI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상을 다룬다. 극화가 거듭될수록, 덱스터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정신상태가 연쇄살인마와 그다지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Q: 나는 어째서 살인마가 되지 않았을까? A: 리스크는 큰데 반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시시하기 때문. 동네 전파상 아저씨 같은 50대 영감, 히틀러 친위대 처럼 뻣뻣한 댄디, 20대 천재 소년, 그외 감초들이 주인공. 전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인용구로 시작해서 인용구로 끝맺는다. 메히꼬에서 의뢰 받아 연쇄 살인마의 프로파일링을 작성중 범인에게 강간당한 아줌마들이 범인을 몽둥이로 때려잡는 극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제목이 아마 Machismo. 메히꼬 말로 남성성 비슷한 개념으로 추정됨.

Miracles
Miracles: Skeet Ulrich 주연의 미스테리 판타지. 작년에 3화까지 나온 걸 봤다. 그 동안 구할 수 없었다. 최근 7화까지 구했다. Hemography로 쓰여진 God is now-here이 단초가 되었고, 신과 악마의 대리 투쟁이 메인 테마인 것 같다. 기적을 검증하는 일을 하는 사나이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제목이나 극화가 주는 느낌은 처음부터 가톨릭 엑소시즘 분위기다. 초자연현상에 워낙 거부감이 강하고 SF&F쪽 극본 류와 무게중심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느끼함=0g인데다 어두운 악역이나 영웅물, 로맨스, 미스테리, SF물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타잎의 특정 형태 극화에 잘 어울리는 복합적인 이미지를 지닌 스켓 울리히란 배우 때문에 보고 있다. 

약 2개월 동안 정신 사납게 지냈다. 술 안 마시고 사람도 안 만났다. 전화 오면 꺼 버렸다. 그 생활이 원래 체질에 맞는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그런 생활을 오래 해서 적응하게 된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다사다난한 생활을 할 때도 흡사 암굴에 틀어박혀 도 닦는 것 같은 기분은 항상 들었다.

내일부터 작성하던 프로그램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4월 20일에 끝내기로 한 일을 제때에 끝내는 셈. 작년 11월에 제안하여 설계 검토를 죽 하다가 2월 15일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금 일로 올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내년도. 사실상 업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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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

잡기 2008. 4. 2. 03:59
벌써 새벽 4시. 갑자기 회사에서 목요일에 있을 매우 중요한 미팅에 사용할 문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하다보니... <-- 이렇게 해서 회사에 말리는 거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현 주소: 언젠가 신문기사를 보니 맥주를 즐긴다는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서 먹을만한 맥주는 맥스 뿐이라고 말했다. 그 양반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신문기사에 그대로 실릴 리는 없을테니, 굳이 행간을 읽어 그가 아마도 하고 싶어했을 말을 보충하자면, '맥스는 그나마 인간이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고, 나머지는 개성도, 맛도 없는 쓰레기다'. 짝짝. 브라보.

며칠 전에 '이상한 회사'라는 책을 읽었다. 나고야에 있는 어떤 목재 가공 기계 제작 회사에 관한 얘긴데, 회사의 사훈이 'F=ma'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인 것 같다. 본문에서는 F=ma를 이렇게 소개한다. 'F=ma가 갖는 세 가지 마음의 심오한 경지: 얽매이지 않는 마음, 구애되지 않는 마음, 치우치지 않는 마음'

입사하면 무조건 물리학을 배워야 한다. 직원수 80명, 사옥 꼭대기에 사우나가 있고, 특허를 700여개 가지고 있다. 한 해 매출액이 270억엔, 순이익이 그중 30%, 빚 0엔, 사장이 직원들에게 돈 좀 그만 벌어오라고 만류한다. 이 회사의 급여는 사원들끼리 정하는데, 직함이나 호봉은 없고 각 사원의 차원을 정한다. 차원은 이렇게 정한다;

  • 0.5차원 --  아직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남의 일에 간여할 여유라곤 전혀 없다.
  • 1차원 -- 자기 일만을 그런 대로 해내는 사람
  • 1.5차원 -- 선배 한 명이 같이 협조해 준다면 주어진 일을 장기간에 걸쳐 처리할 수 있는 사원
  • 2차원 --  5,6명을 자신의 개성적 경험과 약간의 논리로 단단히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2.5차원 -- 10-20명을 논리적,행동적으로 납득시켜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3차원 --  3차원 이하 사람들에게도 고도의 인간성 지도를 할 수 있는 사람
  • 4차원 -- 3차원의 사람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5차원 -- 4차원의 사람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
차원은 연봉을 결정한다. 연봉=일본의 평균연봉 x 2 ^ n. n=차원. 3차원급은 일본 평균 연봉의 8배(2^3)를 받는다. 사장은 4차원급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저축한 액수만큼 무담보 무상 대출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다. 입사 3년차 직원이 130평의 땅에 자기가 설계한 38평짜리 단독 주택을 가지고 있다. 언급한 숫자는 부정확하지만 대충 그렇다. 회사의 모집 공고문 일부;

우리는 고릴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회사는 일개 소기업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인간으로서 각기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집단으로 만들고자 뜻있는 동료들이 모여 고투해 나가고 있다. 벨트 컨베이어 위에 있는 젊은이여, 자네는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인생은 돈과 오락과 지위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공허한 것이 아니다.

이 지면만으로는 우리의 생각을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다소라도 공명되는 바가 있다면 한 번 찾아와 주기 바란다.
차원 환산표에 따르면 나는 겨우 2.5차원 될까말까 한, 프랙탈 차원적인 인간이다. 물리학을 배우는데다가, 연봉 계산법이 훌륭해서 저 회사에 입사지원서 넣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올블로그에서 사람 뽑았다가 적합치 않다고 판단하고 합격취소 통보를 한 후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올린 글에 올블로그의 팀장쯤 되는 친구(이 친구 유명하지 않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이디인데?)가 반박하다가 온라인에서 심하게 두들겨 맞는다. 뭐 사측이 잘못했으니 욕 먹는 거야 당연하지만 개발자 뽑는게 워낙 어려운 일이라서 남 얘기 같지가 않다.

개발자 뽑을 때 아주 사소한 단편에 불과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자기가 쓸 사람인데 마음 안 맞는 사람 뽑으면 안 뽑으니만 못하지 싶을 정도로 개고생한다. 개발자 중에는 철딱서니 없거나 쓸데없이 따지면서 까다롭게 굴거나 단순히 미쳤거나 적성에 안 맞는데 끝까지 개발하겠다고 우기는 미련한 녀석들이 많은데(거의 70%가 이 부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미친 개발자나 스트레스를 주는 개발직 동료라는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저런 얘기를 나오면 으례, 회사 vs 개인이 되어 대다수가 약자인 개인을 변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게 마련이고, 때때로 입사 합격 취소 당한 사람이 내 말마따나, 그럼 미친놈이냐고 발광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 언급할 가치가 없으므로 당연히 무시.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사측이 공개된 곳에서 내 잘못 없다고 굳이 언급해서 갖은 욕을 먹는 것이다. 말 잘못 했으니 책임자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개발팀장 일이 원래 그렇지 뭐. 일로 깨지고, 거래처에 깨지고, 말 안 듣는 애들로 깨지고, 그런 애들 보호해준답시고 감싸다가 깨지고, 개긴다고 깨지고,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아내한테 깨지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아내는 요즘 애한테 뭘 시키는 거지? 애 하고 놀러가 본 지가 꽤 오래되서...

이제서야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Endless Forms Most Beautiful : The New Science of Evo Devo And The Making Of The Animal Kingdom)를 읽었다.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거의 3개월이 지났다. 내가 신청한 책이라도 예약을 걸어놓지 않으면 항상 대출 중으로 나오는 책들이 무척 많다. 책의 서두;

나는 여러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썼다. 첫째로 자연과 자연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 둘째로 자연과학자, 공학자, 컴퓨터 과학자, 그밖에 복잡성의 기원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 세번째 독자층은 학생과 교육자들, 네번째 독자는 '나는 어디서 왔을까?'를 늘 고민하는 사람이다.

네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는 나같은 독자도 있다. 작가인 캐럴 역시 네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싶다. 절반쯤 지나서 핵심을 정리해줬다. 요약하면 (발생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진화적 혁신의 네 가지 비밀은 재활용, 다기능성, 중복, 모듈화에 있다.

발생 생물학의 눈부신 성과와 인접 영역과의 교차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적었고 시각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끄는 나비의 날개 색상에 관한 설명은 천연색 화보 까지 담아 질질 늘어 놓았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징그럽게 구구절절 반복하는 걸 보니 과학저술에는 초심자 같지만 책 날개에 씌어진 Library Journal의 평은 이랬다; '캐럴은 천부적인 글재주를 지녔다.'

책 내용이 워낙 훌륭해서(스위치 박스 역할을 하는 Homeo Box; 줄여서 hox 또는 툴킷 유전자에 의한 지정학적 개폐로 발생시 형태와 기능이 지정된다 같은 맛가는 문장이나, 진화의 역사는 부속지의 발달이다 같은 백 마디를 대신하는 완빵 한 줄 문장도 다수 나옴) '천부적인 글재주' 같은 사소한 것들은 잊어버려도 될만 했다.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사람들이지만 '천부적인 글재주' 운운하려면 쟈크 모노나 스티븐 제이 굴드, 일리야 프리고진 쯤은 되야지 싶다...

책 말미에는 미국인이 얼마나 무식한지 처참한 설문 조사를 공개해 놓았다. 문항: '인간은 이전의 다른 동물종으로부터 발달한 것이다.' 1=분명한 사실,2=아마도 사실,3=아마도 사실 아님,4=절대 사실 아님으로 평가했을 때, 국가별 득점 평균치: 동독 1.86, 일본 1.89, 캐나다 2.45, 러시아 2.80, 미국 3.22

두번째 문항: '최초의 인간은 공룡과 동시대에 살았다.' 미국인 응답자중 32%가 그렇다, 모르겠다는 20%를 차지했다. -- 미국인의 52%가 똥오줌 못가린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책의 저자, 션 캐럴의 논평 '미국인들이 얻은 한심한 점수에서 밝은 면을 찾자면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교육계의 생물학 교육 개혁을 제안한다.
생물학을 배우는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진화는 유전자 발생 빈도의 변화이다' 같은 (집단유전학에서 온) 개념을 공부한다. 이런 개념에 초점을 맞추면 유전자에 대한 추상적인 묘사와 수학으로 이어질 뿐, 나비나 얼룩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네안데르탈인의 참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형태의 진화는 생명의 이야기에서 주가 되는 드라마이다. 화석 기록을 봐도 그렇고 현생 종의 다양성을 고려해도 그렇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가르치자. '유전자 빈도의 변화' 대신 '형태의 진화는 발생 과정의 변화에서 온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상당히 훌륭한 발언이다. 이보디보(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진화론적 발생 생물학)는 진화론을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역동적이고, 우리 동네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가르칠 수 있는데다 애들이 환장하는 공룡 얘기(고생물학)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보디보가 언급한 재활용, 다기능성, 중복, 모듈화가 개체지향 프로그래밍의 룰과 일치한다. 유사하다,가 아니고 일치한다. 물론 개체지향 프로그래밍은 생물학적 개념에서 차용한 것이므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얘기는 할 필요 없다. OOP는 다형성(polymorpishm), 캡슐라이즈, (다중)상속, 인터페이스로 재활용과 모듈화를 구현한다.

개념을 차용한 OOP는 약과고, 예전에 Genetic Algorithm이라 불리는 공학적 모델은 돌연변이, 크로스오버(전사), 게놈 스플라이싱 등을 노골적으로 베껴왔고 실제로 휴리스틱한 최적해를 병렬 연산 하는 것이 효과적인 프로그래밍 필드의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효용성을 인정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손을 떼고 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은 유전 알고리즘이라고 하지 않고 그 방면을 통합하여 진화 연산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보디보에 흥미를 느낄만한 독자층에 '툴킷' 및 방대한 API에 익숙한 프로그래머가  포함되는 것이다. 온갖 해괴하고 바보스러운 생명 현상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머는 늘 버그 투성이의 프로그램을 짠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한 지역 최적화 문제에 손을 댄 적이 있다. 실제로 적용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유전 알고리즘을 공부한 다음 설마 이걸 필드에서 써먹을 일은 없겠지 했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진화 연산 프로그래밍이 게임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MMORPG에서 MOB들은 여전히 병신 같을까?

이보디보에 수식은 단 한 줄 나온다. 돌연변이가 개체군에 퍼지는 시간을 세대 단위로 계산하는 공식: T = 2/s ln(2N), N:개체수, s:선택계수(상대적 적합성 차이)

책에서는 저런 수식 같은 집단유전학과의 연관이 느슨하고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가서 아쉬웠는데, 앞으로 이보디보가 진화론에 상당한(그리고 혁신적인) 기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캐럴의 다음 책 The Making of the Fittist에서 집단유전학과 이보디보의 통섭(?)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들이 언급될 것 같아 내심 기대된다. 이왕 쓰는 김에 일반인 교양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만 쓸데없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이번 번역본에서는 캐럴이 괜찮은 편집자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려면 중언부언하지 말고,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서술하는 방식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추천 서문 쓴 사람이 장대익씨? 아무리 책 내용이 좋고 흥미진진하다지만 그 양반이 한 일은 정말 재밌는 미스테리 영화를 기대하면서 보려던 사람에게 '범인은 절름발이다!' 라고 말한 것과 같다. 왠만하면 입 다물고 독자가 알아서 즐기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보디보에서 언급된 Henry Walter Bates의 Naturalist on the River Amazons 책이 번역되었나 알라딘에서 뒤져보니 없다. 교보 외서부에서 검색하니 하드커버 중에는 37만 9천원에 팔리는 것도 있었다. 하여튼, 기권.

한강변
한강변의 괴물 먹이감들.

SPH-M4650의 2백만 화소 카메라로 뭘 찍을 때마다 좀... 카메라 소프트웨어에 대체 무슨 짓을 해 놨길래 찍는 사진마다 이렇게 3류 찌라시 기사용으로 날조(?)된 것처럼 나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찍는 사진들이 하도 이상하게 나와서 '원본'을 포토샵으로 400% 확대해 봤다. 와 이건 참... 아무리 저질 폰카메라지만 이왕 만드는 것인데 신경 좀 쓰지.

엊그제 한강변에서 자전거 탄 주행 기록: 총 주행시간 3h26m, 순수 주행시간 2h43m, 쉰 시간 43분, 주행거리 51.67km, 평속 18.90kmh. 시내에서 줄곳 신호등 걸리고 지체되었는데도 2주 전보다는 좀 나아진 셈. 근간에 도로주행을 해봐야겠다.

수많은 미드 중 최고의 대물 낚시에 속하는 Lost.  로스트중 가장 끔찍한(멋진) 장면은 이게 아닐까? 그런데 너무 티 난다.

시즌3 부터 중심인물인 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Pillip K. Dick의 Valis. 쾍. 당황스럽군. 로스트는 서바이벌 게임 -> 권력쟁탈전 -> 미스테리 -> SF로 탈바꿈하는 중. 대형 참사후 조사나 구조가 이상하게 안되는 섬이다 보니 섬 자체가 시공간 왜곡의 중심에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황급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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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케이블 방송

잡기 2008. 3. 26. 00:39
연서시장
선거구로 은평을에 속하는 우리 동네에서 찍은 사진. 여기가 텃밭인 이재오에 대적하고자 문국현이 출마한다. 허경영은 옥중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04년 4월에 했던 내 생애 첫 투표가 오로지 이재오 떨구려고 한 것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내를 설득해서 저번 대선처럼 문국현을 찍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부지런하고 일 잘한다는 평을 듣는 이재오는 최근 은평구민에게 민심을 잃었다.

3월 24일 부탄에서는 이대로 가면 인도, 중국에 밀린다고 생각한 국왕이 총선을 실시해 입헌군주제로 나라를 바꿨다. 부탄 국민은 '이런 걸 왜 하나' 심드렁하게 선거에 참가했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국민당의 마잉주가 당선되었다. 대만증시가 매력적이 되는 바람에, 한국증시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듯. 러시아에서는 예상대로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미얀마는 민주화에 실패하고 많은 중들이 죽거나 두들겨 맞았다. 티벳인은 중국인에게 학살당했다. 후쿠다의 지지율은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차기는 민자당의 오자와가 유력하지 않을까? 자민당이 그만큼 말아먹었으면 정권 교체 할 때도 되었지. 이라크에서는 죽어라고 폭탄이 터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질라니 인민당 당수가 총리로 선출되었다. 팔레스타인은 내부 분열로 갈등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 해제는 기약이 없다. 언제 봐도 재수없는 딕 체니는 팔레스타인만 조지고 있다. 최근의 부시는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은 칠면조같다.

부활절에 비가 왔다. 올 부활절에는 찐계란을 얻어 먹지 못했다.

LGT의 기분존 알리미 기계를 사무실에서 빼내 집에서 써 보다가 다시 사무실로 가져가 쓰려고 하니 기분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나온다. LGT에 기분존 알리미 기계를 '재등록'하고 나서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안내양 말로는 그런 '재등록'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할 수 없단다. 서비스 설명서를 제대로 안 읽은 탓인지 그런 문구는 금시초문. 사실 기분존 서비스의 정확한 정의도 아직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잘못 봤는지, LGT에서 기분존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한 탓에, 평소부터 작동 방식이나 컨셉이 궁금했던 기분존 알리미 기계에 관한 예전 추측에 내멋대로 살을 붙였다.  휴대폰과 알리미가 블루투스 페어링을 한 다음, 휴대폰은 알리미에서 전송받은 고유 등록 번호(를 비롯한 일종의 다이제스트 코드 블럭?)와 함께 셀 기반 위치 정보를 LGT에 전달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기분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셀 위치 정보가 두 번 이상 달라지면 알리미 서비스를 중단한다.

요약하자면, 기분존 서비스는 휴대폰이 지닌 가장 중요한 장점인 이동성을 포기할 때 혜택을 입는 희안한(?) 서비스다. 의문은, 기분존 요금 및 서비스로부터 LGT가 어떤 이익과 단가 경쟁력을 얻길래 그런 요금제를 상품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굳이 알리미 기계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추측하기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휴대폰의 블루투스 페어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양쪽 기계 모두에서 쓰잘데기 없이 전기를 처먹는 알리미 기계가 굳이 필요한 이유는 블루투스 통달 거리를 기분존 서비스 반경으로 정하기 위해서다.

일이 바빠 SPH-M4650의 셋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하루 3시간 가량 PDA로 글을 읽으면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지는 것을 여전히 해결하지 않았다; 뭐 xcpuscaler로 다운클럭후 테스트해 보기.  한 가지, 블루투스와 전화기를 꺼놓고 PDA만 사용해도 전력소비량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역으로, PDA를 사용 안하고 전화기를 켜둔 채 방치해 두면 50시간 이상 버티는 것 같다. Palm 계열의 battery checker program도 하나 구해서 정확한 사용시간을 알아봐야 할 듯.

작년, 올초까지 케이블 방송에서 케이블 TV를 디지탈 방송 상품 교체하라고 귀찮게 굴었다. 특별히 교체할 이유가 없었지만 금액은 같고 채널 수를 더 늘려준다길래 그럼 그러라고 했다.

집 TV가 NTSC 시그널을 받는 아날로그 TV라 디지탈 방송으로 바꾼다고 화질이 현저하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 방송 채널 대부분이 아직 디지탈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아니라서 바꾼다고 특별히 좋아질 것은 없다.

5년 후 전면 디지탈 방송이 시행되면 지금 TV로는 디지탈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던데, 아내는 그때쯤 되면 집에서 TV를 치우자고 말한다. 나야 밥 먹을 때 YTN 뉴스 정도나 볼 뿐 TV 볼 일이 없으니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지만 아내가 TV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저번 주 일요일 오후에 교체 작업/셋업을 하러 왔다. 셋업 박스를 설치하고 케이블 모뎀도 교체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고 기사가 말한다. 인터넷 속도 느려지는 것하고 디지털 케이블 방송하고 무슨 상관이지?

양군에게 물어보니 IPTV 설치하면 인터넷이 느려진단다. 그런가? 디지털 방송은 원래 TV의 NTSC 대신에 시그널링을 디지털로 해서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니 당연히 밴드가 다른 인터넷 전송선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IPTV는 기존의 인터넷 망을 통해 VOD를 전송하기 때문에 VOD 방송을 보고 있으면 인터넷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사가 부러 IPTV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넷이 느려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구나... 왠지 좀 괴상한데...

국내는 상관없지만, 요즘 들어 외국 접속해서 다운 받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케이블 모뎀 교체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단순히 디지털로 전송만 해주는 줄 알았는데(전송 포맷은 MPEG2) IPTV처럼 Video On Demand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그 때문에 땡 잡은 기분이 든다. 디지탈 방송을 처음 써보고(주변에 써본 사람도 없고) 좋은 TV를 써본 적이 없어 디지털 케이블 방송으로 바꾸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기능들:
  • 채널 검색: 가나다 또는 알파벳으로 키워드 첫 글자를 입력하면 전 채널의 현재 방영중인 프로그램을 검색해서 표시해준다.
  • 방송일정표: EPG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즉 지금 시청중인 프로그램 이후 방송을 리스트업할 수 있다.
  • 채널 예약: EPG중 Ok 버튼을 눌러 채널 예약해 두고 다른 방송 시청하고 있으면 예약된 시간에 맞춰 팝업 윈도우가 떠서 채널 전환할 것인지 묻는다.
  • 셋탑 박스 리모컨: 집 TV 제조 메이커가 망했고 중소기업이라 리모컨 구할 일이 난감했는데(유니버셜 리모컨도 제각각이라 어떤 것을 골라야 할 지 알 수 없다) 셋탑 박스의 리모컨에서 그냥 잡힌다.
  • VOD: 밀려서 못 본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나하고는 상관없지만. 리모컨으로 REW, FF를 쓸 수 있다. REW, FF 없이는 TV로 프로그램 보는게 영 지루하다. 게다가 PC HDD를 쓰는 것도 아니고.
아쉬운 점

  • 셋탑 박스의 부팅 속도가 (참 거지같이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매우 느리다. (뜬금없이) 삼성에서 만든 거라서 그런가?
  • 셋탑 박스에 이더넷 포트가 있는데 PC와 연결해 MPEG2 엔코딩된 것을 PC의 HDD에 녹화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반대로 HDD에 있는 파일을 재생할 수 있게 해줬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 인터넷은 왜 안 되는 거야?
  •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에 비해 볼만한 채널 수가 줄었다.
VOD 채널이 항상 비어 있어 테스트를 못해 봤다. 기사 말로는 시스템 상의 오류이므로 고쳐준다더니 그네들 시스템 리셋만 해 보고 일주일이 지나도 상태가 그대로다. VOD야 볼 일이 거의 없으니 그렇다쳐도 일반 방송이 잘 나오다가 자주 멎었다(black out/no signal). 담주에 기사를 불러야 할 것 같다.

한강변 자전거 주행: GPS 장착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독바위 역 앞에 있는 자전거 펌프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가볍게 워밍업 한다는 생각으로 2시간 30분 동안 한강 고수부지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중 실 주행시간은 2시간 남짓.

자전거의 보전 상태가 양호해 핸들바의 먼지만 닦고 탔다. 체인이 조금씩 튀어서 신경이 거슬린다. 또, 앞 디레일러의 이격이 정확히 맞지 않아 2->3단 전환은 잘 되지만 3->2단 전환이 잘 되지 않는다.

Garmin Vista HCx를 처음 마운팅해 본다. 액정의 가독성은 생각보다 양호하다. GPS로 재보니 이동평균속도가 18.4Kmh로 나왔다. 예전 GPS로 18kmh와 지금 GPS의 18kmh는 의미가 다르다. 예전 것은 정지되어 있는 동안에도 속도 평균을 계산하므로, 평균값을 까먹었다. 하여튼 겨울 동안 뱃살이 손에 잡힐 정도로 붙었고, 그간 운동이 부족했다. 시내 주행을 빼고 걸리적거리는게 없는 평지라면 올해는 이동평균이 25kmh 정도는 나와줘야...

고수부지에 있던 많은 수의 매점들이 사라졌다. 이젠 고수부지 갈 때 미리 간식꺼리를 준비해야 하는건가? 자전거 타다가 매점 앞에 앉아 컵라면 먹는게 낙이었는데... 언젠가 뉴스에서 본 예정대로 매점은 대부분 철거한 것 같은데, 세븐 일레븐은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영업 중이다.
어쨌든 매점이 사라져 생수를 살 데가 없어서 한강변의 생명수인 아리수라도 마시려고 찾았지만 동절기 동안 수도꼭지를 막아놓는다는 안내문만 달랑 붙어있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매우 건조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점퍼
스티븐 굴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Jumper. 주인공은 피지에서 서핑을 마치고 스핑크스 머리 위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옛날 프랑스군 점령 시절 사격연습 한답시고 코를 뭉개놓은 그 스핑크스. 화면 중앙은 기자 피라미드 중 카프레의 것. 의아한 것은 스핑크스 옆이 출구라 관광객들이 우글거리는데 스핑크스 대가리에서 어떻게 한가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점퍼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여자친구에게 잘난척 하려는 씬을 찍는 류의 촬영 허가가 났다는게 대체로 신기했다. 점핑해서 간 곳들은 몇 안되면서 생각없는 십대가 나와 설쳐서인지 영화는 부족하고 아쉬웠고 그래서 재미가 없다. 결투는 삥마용에서, 점심은 티칼에서, 파도는 그레이트 리프에서, 저녁에 맥주 한 잔 하기는 고아가, 별장은 겐팅 하일랜드나 치앙마이에 두고 긴급 대피처는 아파미아나 포카라가 바람직해 보인다. 십대 관광지 정도나 나올법한 애들 판타지에 뭘 기대할 수 있겠냐만은, 영화도 그 지경이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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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game

마인드 게임, 유아사 마사아키의 애니메이션. 클레이모어 애니판 3화쯤 보다가 기분을 잡쳐서 뭐 재밌는 애니 없을까 뒤지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실은 예전에 못 본 것 같아서 그냥 다운받아 보았다.

Mindgame
사랑 고백하는 장면. 씬에 낭비가 없어서 정신 차리고 애 재우고 제대로 감상 시작.

Mindgame
여자친구가 강간 당할 처지인데 구석에서 벌벌 떨다가 똥고에 총 맞고 비참하게 죽은 주인공. 친절한 자막.

Mindgame
얼마나 낯 뜨겁게 죽었는지 입체적으로 주인공의 죽음을 보여준 신.

Mindgame
새 삶을 살게 되자 마자 고래 뱃속에 갇혔다가 빠져 나오기 위해 갖은 발버둥을 친다. 이 부분부터 클라이막스. 훌륭한 시퀀스.

Mindgame
용기를 내서 살라는 평범한 교훈을 담은 2004년 작. 극이 끝나가면서 도무지 뭘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던 극의 도입부를 미세 변주 리플레이하면서 '이 극화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라고 마무리 짓는다. 작화가 어째 철콘 근크리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닌 것 같다.

Mindgame
어, 그런데 이 장편 애니 장난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런 류를 단편으로 만드는 건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봤지만 장편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버릴 것 없고 지방끼 없이 날씬한 씬들이 리드미컬하게 줄줄이 이어진 장편이다. 감독을 맡은 유아사 마사아키로 뒤져보니, 이노센스, 스팀보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당해 거장들(?)의 작품을 제치고 제 8회 문화청미디어 예술제 대상 수상했단다. 언급된 세 작품 모두 경쟁상대라고 보기엔 영 찌질스러운 것들 뿐이라 마인드게임이 상 받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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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planet

잡기 2008. 3. 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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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찍은 사진 구도가 워낙 구려서 할 수 없이 크롭질. 동남아에서는 하얀 피부를 숭상한다. 어떤 광고문구에 맞장구를 치자면, '피부는 권력이다' 소울이 피부색은 하얗지 않으므로 동남아에서 숭상받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시간 내서 다시 본 Borne  시리즈. h.264,ac3로 인코딩된 파일 크기는 4.5GB. 트릴로지 중 Bourne Ultimatum이 최고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스파이라면 모름지기 내면의 고뇌나 시시껄렁하고 사소한 일상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여러 군데 활기차게 돌아다녀야 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모로코 해변가에서 폭탄 테러를 한다. 시리즈의 촬영감독은 촬영 스타일이 여행 분위기다. 꽤 좋다. 추격씬 하나도 테이크가 늘상 이런 식이다. 임펄스 페이스, 여행(레저), 자동차, 액션, 여자들을 씬에서 삭제함으로써 쓸데없는 기름기 제거 등 액션 감독질이 캐쥬얼.

모로코,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그리고 동구권의 어딘가를 돌아다녔다. 시리즈를 다 본 기념으로 엔딩롤을 끝까지 쳐다봤다. 러들럼의 소설을 각색한 Tony Gilroy나, 끝내주게 음악을 끼워놓은 Jonn Powell를 찾아냈다. 두 사람은 스파이물이 하드보일드와 필름 느와르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던 노친네들이나 보는 구닥다리가 아닌 얼마든지 리노베이션, 리뉴얼이 가능한, 아직도 개마초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동시에 그런 위대한 스파이물에 쓸모있는 헌사를 바치며 탈장르를 빌미로 천박스러움을 쪽팔리게 드러내는 것들과 달리 전 시대와 현재를 손상시키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체통마저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스파이물은 원래 구질구질하다). 3편의 마지막 장면, 후속편을 예고하는 '삶의 파닥임' 바로 직전, 여자애가 데이빗 웹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TV 뉴스를 보며 씩 웃는 장면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비록 스파이질로 구질구질하게 살아왔지만 그 미소는 그들 삶에도  끄나풀같은 희망이 있음을 나타낸다. 1편도 그랬고 2편도 그랬다. 이 영화는 보면 엔돌핀이 솟아난다.

Vexille
Vexille. 모션 캡쳐로 만든 애니 -- 왜 그랬는지는 의문. 2007년 만든 최신작품이니 기대 좀 하고 봤으나 별 건 없었다. DC겔이라면 '합성이네' 하고 말았을 것 같은? 애플 시드를 만들었던 감독의 예전 닭대가리스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감독 이름이 'Sorry'였던가? 미안할 만도 하지.

Vexille
일본은 쇄국정책으로 자멸의 길을 걷는다. 일본 종족이 멸종하는 영화다. 다른 일본 애니들처럼 화끈하고 멍청하게 망한다. 망할 때는 각본 쓴 놈이 가장 일찍 물에 빠져 죽어야지 싶다. 감독과 짝짝꿍이 맞아서인지, 아무 생각이 없다. 이 영화 만들 때 감독은 그저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고 각본은 다 피운 담배곽에 낙서하는 기분으로 작업한데다 연출이나 비주얼 이펙트, CG 류들은 안방 드라마처럼 카메라를 들이댄다(사실 3d 중에 3d의 풀 이펙트를 제대로 맛볼만한 카메라웍은 거의 드물었지 싶다. 감독들이 보수적이라서 그런가?). 하여튼,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웹질 중 어떤 작자가 게거품을 물고 작품을 칭송하는 걸 보니, 어?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싶어 참 멋적었다.

집 컴의 부팅 시간: 27초, 사무실 컴의 부팅 시간: 34초. PDA폰 SPH-M4650의 부팅시간: 61초. Windows Mobile 6.0은 데스크톱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게 작은 os image를 flash로부터 읽어오고, 파일 시스템이 플래시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팅 속도가 매우 환상적이다.

리셋을 하루 평균 두세 번씩 하니까 감질난다. 세팅이 다 되었다 싶었더만, 이제는 mp3 플레이 하다가 power off 시키면 mp3 플레이가 중단된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뒤지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휴대폰 매뉴얼 훌터 보니 가관이 아니다. 스펙을 제대로 안 적어놓고, 문제 해결 코너는 '껐다 켜십시오'가 주류였다. 여하튼 싸구려스럽게 제품을 만드는 삼성의 이미지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 겠다. 삼성의 완제품은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대다수는 WM 6.0의 문제지만 이 휴대폰은 여러 모로 봐도 생각없이 출시한 제품처럼 보인다.

SPH-M4650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망할 휴대폰. WM 6.0을 밀어버리고 Vista 설치. 농담이고, 며칠 전에 출시된 Spb Mobile Shell 2.0로 인터페이스를 바꿨다.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걸까?

저번 주에 계획했던 대로 20pin 케이블을 만들었다. battery id를 체크하게 하여 휴대폰에서 외부전원으로 인식된다. 충전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active sync 때문인 것 같다.

컴퓨터에 usb 연결해 놓으면 시도 때도 없이 activesync를 통해 동기화가 자주 일어난다. 동기화가 일어나면서 화면이 켜지고 한참 동안 켜져 있다가 꺼졌다가 다시 동기화 한답시고 저 혼자 지랄한다. active sync를 끄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적용해 보았으나 대부분 못마땅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이상하게 작동했다. 뭔가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겠지만 액티브 싱크 프로그램이 원래 그 모양인 것 같다.

일이 많이 바빠서 쉴 시간이 부족하다. 사무실에 일할 때면 두통약을 삼키는 일이 잦다. 머리를 많이 쓰면 과열되서 두통이 생긴다. 6-7시간 자고 12시간 일하기를 반복. 밥 먹고 일상소사 처리하는데 2-3시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1-2시간 인터넷으로 밀린 뉴스를 봤다. 여유작작 드라마나  책 볼 시간이 통 없다.

이 블로그의 타이틀, happy new planet은 Scalzi의 Last Colony에서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콜로니스트들이 주고받는 덕담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그런 덕담을 당신에게 하고 싶다. 그 행성에는 fugli(fucking ugly)라 불리는 짐승이 산다. 퍼글리란 말이 어째 익숙하다 싶어 구글질 해 보니 44000여개의 웹 페이지가 검색되었다. fugly로 검색하면 188만개의 문서가 나온다. 3편의 글래머러스한(?) 유머감각이 1편 보다 나은 이유는 상황이 퍼글리하기 때문이다.  스칼지의 트릴로지가 번역된다면 한국에도 SF를 즐기는 편집자가 있다고 믿겠다. 그들의 작품 보는 눈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독자이기도 한 것인지는 의문이 간다.

아내는 내 생각 해 준다고 저저번주 토요일에 소울이 데리고 놀러 나갔지만 애 유모차 끌고 아내한테 인계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좀 쉬려고 보니 아내가 돌아오고 저녁 해 먹이고 하다보니 밤이 되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암자를 찾아가서 아내가 차를 즐기며 스님들과 잡담하는 동안 보채는 소울이 업고 산 근처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러니까 저번 주말에는 맘 먹고 좀 쉬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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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이런 암자가 있다니... 하고 놀랐는데, 개인사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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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 벽에 새겨진 그래피컬한 옴 글자. 수행할만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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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정신 안 차리면 촌놈들 코 베어간다더니, 부처님 코도 베어갔다.

2008/03/10 02:30 부터 15:00까지 pyroshot.pe.kr 도메인이 정지되었다. 2년 전에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whois.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3월 8일이 만기였다. 만기 고지를 email이나 휴대폰 SMS로 받지 못했는데(그렇다고 내가 2년 전에 결제한 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연장 신청을 하려면 정지 도메인 복구 비용으로 연장 비용과 별도로 11000원을 더 내란다.

홧김에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10일 아침 전화해보니 정지된 도메인은 1개월 동안 삭제 유예된다고 한다. 내 도메인인데도 1개월 동안 삭제 못한단다. 그게 정책이라고? 다른 곳은 도메인 3년 신규 신청해도 27000원인데 whois.co.kr은 3년 '연장 신청'하는데 38700원을 줘야 한다. 거기다가 정지 해제 하는데 11000원을 더내라나? 그래서 제대로 고지도 안 하고서 추가금을 받겠다니 당신 같으면 돈을 내겠냐고, 못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38700원만 받겠단다. 웃기는 서비스다. 시간 있으면 꼬치꼬치 따져 물어 뒤집어 엎어야 속이 풀리겠지만, 일이 바빠서 원...

이 블로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구글질 하다가 찾아온다. 간단히 말해 이 블로그에 들락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별 정보도 없고, 그럴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몇 개월 전 검색엔진에 블로그 노출 후 조회수가 늘어 당혹스럽다. 사실 예전처럼 폐쇄해 두고 싶다.

옥션을 통해 mylg070 무선 인터넷 전화기를 1000원 주고 샀다. 6개월 의무 사용, 기본료 2000원, 3분당 시외/시내 통화료 38원, 국제통화료 50원/분. 070끼리는 무료. 나야 집 전화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아내의 통화 패턴을 분석해보니 시내 전화보다 시외 전화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전화기 교체하면 약 70%의 사용요금 절감 효과가 생긴다.  1년이면 27만원이 절약된다.

약 2년 전에 무선 인터넷 전화기를 구입하려고 알아봤을 때는 기기 값이 16만원 이상 되었다.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일반 전화보다 장애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외 전화와 국제 전화를 사용하지 않을꺼면  일반 전화 쓰는 것보다 딱히 나은 점이 없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기간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하면서 프로모션으로 기기값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화기를 집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개방되어 있는 아무 AP에나 접속해 전화를 걸 수 있다.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 mylg070가 프로모션을 통해 거의 30만에 가까운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고 한다.

WPN-480H
충전 크래들에 놓인 무선 인터넷 전화기 WPN-480H

기기 신청 후 5일 만에 집에 도착. 기기는 본인이 알아서 설치하는 것이다. 같이 포함된 AP는 치워두고 사무실에 있는 유무선 공유기에 접속했다. 공유기에 연결 되어 IP를 받아온다. 하지만 전화는 되지 않는다. 개통 관련해서 lg070 서비스 센터에 오후 2시쯤 전화하니 바로 전화를 받았고 '*77*'를 누르라길래 시키는 대로 했다. 전화가 된다.

사무실 근처 상가 밀집 지역으로 전화기를 들고 나가 무선 AP를 검색해보니 열댓 개가 나왔다. 아무 거나 잡아 통화해 봤다. 된다. 빙고.

Outlook의 전화번호부를 Excel로 export하고 lg070 사이트의 web upload용 엑셀 포맷에 맞춰 가공해서 web에 올려 놓은 다음, 전화기에서 '전화번호부 다운받기'를 하니 그대로 불러온다. web upload UI는 매우 구리다.

작업 방법
  • LG MobileSync II 프로그램으로 아내 휴대폰의 전화번호 PC로 다운로드
  • Ultra Editor로 CSV 파일을 일부 수정
  • CSV 파일을 Excel로 읽어들여 mylg070 사이트의 양식에 맞춰 컬럼 수정
  • mylg070 사이트의 전화번호부 서비스 페이지에서 Excel 파일을 읽어들임
  • 사이트에서 하드웨어 폰 영역으로 전화번호부 복사
  • 전화기에 메뉴에서 전화번호부 다운로드
LG MobileSync II 파일 export 포맷, LGN PC Sync import/export 포맷(mylg070 서비스용 단말기 싱크 프로그램), web upload excel 포맷이 모두 달랐다. 기술의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는 2인자 LG 답다. 이거 다 OEM 하청업자들 등쳐먹으면서 기기 납품 받아 자기들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해 소비자들 가죽을 벗겨먹는 것이겠지?

세상살이 넘 오래했나, 왜 이리 시니컬해진 거야... 기기는 개나 소나 아무나 만들 수 있다. 제대로 된 제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는 세세하고 사소한 마무리에 있다. 나같은 소비자는 허영심이 없어서 들고 다니면 멋져 보인다거나, 리딩 엣지에서 고꾸라져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지 않는다.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효용이 얻어진다면 가치있는 모험이겠지만.

WPN-480H의 장점:
  • 집 밖에 들고 나가서 아무 AP나 잡아 사용할 수 있다. 집 전화기를 들고 나가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그래야 할 경우가 있을까?).
  • usb 충전/데이터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 SMS 송수신이 된다.
  • TV 리모컨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통화 음질은 일반 전화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로 전송 지연이 거의 없는 것 같다.
  • 한달 사용료 800원 더 내면 아이허브 서비스를 사용하여 인터넷 뉴스 따위를 볼 수 있다. 사실 별 쓸모는 없어 보인다. 전화기로 날씨 정보 보는 것과 구글 검색은 무료.
  • 유무선 공유기가 WDS 마스터 기능을 제공하면 포함된 AP를 WDS 슬레이브로 사용하여 통달 거리를 확장할 수 있다.
  • 집에 유무선 공유기가 없으면 제공하는 AP를 사용할 수 있다. PC 1대 달고 노트북 등은 무선으로 사용하면 되고.  다시 말해 801.11g 유무선 공유기와 인터넷 무선 전화기가 공짜.
안타까운 점:
  • 발신자 id 표시 서비스는 1000원 추가된다. 왠만하면 공짜로 해주지.
  • 장시간 통화하면 전화기가 많이 뜨거워진다.
  • 주변에 AP가 없을 땐 배터리가 다소 빠르게 소모되는 것 같다. 사용 안 할 땐 끄면 된다. 집 밖으로 들고 나왔다는 얘기는 원래 집 전화 같았으면 어차피 전화를 못 받는 것.
  • 셋업이나 AP 검색이 아주 쉽지만 그래도 나이든 양반들에겐 사용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 전화기에 설치된 os가 리눅스 같아 보이는데, 포트를 막아놔서 이것저것 건드려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이런 좋은 기기를 한 대만 신청한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070끼리는 무료 통화이므로 기본적으로 2대는 한번에 신청했어야 했다. 아... 생각해보니 외국 가는 것도 아닌데 매일 들고다니려니 귀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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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C

잡기 2008. 3. 9. 00:14
2007년 11월 가동 예정이었던 제네바의 Large Hadron Collider 가 몇몇 사고 때문에 올 5월 쯤으로 일정이 밀렸다. 올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40년 전부터 질량의 원천으로 추정되며 '신의 입자'로 불리던 Higgs 입자가 발견되느냐 하는 것이다.  발견된다면 2008년이 물리학의 신기원을 이룩할 원년이 될 것이다. LHC로 마이크로 블랙홀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 쓸만한 블랙홀을 만들만한 충분한 에너지가 없지만, 사고라도 나면 래리 니븐 소설 처럼 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사고로 만들어진 블랙홀이 지구 중심핵을 향해 추락.

Higgs Found Simulation
힉스 입자 출현 상상도.

클레이모어 애니판
클레이모어 애니판. 만화는 만화같아야 만화지. 1편 보니 이 정도면 볼만하겠지 싶다.

무한도전에서 인도 특집을 했다. 얼핏 보니 코넛 플레이스고 또 얼핏 보니 파하르 간즈다. 얼핏 지나치는데, 그들이 묵는 숙소가 Anub Guset Houst였다. 델리에 있을 때 주로 뉴링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지만 저녁은 아눕에서 먹었다. 루프탑 레스토랑이 썩 괜찮은 곳이다. 사진 찍어놓은 날짜를 확인해 보니 2002년 11월 4일 밤 9시 46분. 허걱 엊그제 같은데 그게 무려 6년 전 일이다.

todaysppc에서 SPH-M4650용 실리콘 케이스를 공동구매했다. 옥션 판매가 13000원(배송료 제외), 공구가 10000원(배송료 포함). 게다가 사은품으로 액정보호지를 준다. 사용평이 아주 안 좋았는데, 케이스를 직접 씌워보니, 뭐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어놨나 싶다. 케이스가 웃긴다. -_- 워낙 그립이 안 좋아 여차하면 떨굴 것 같아 케이스 없으면 안되겠다 싶어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액정보호지 붙이고 휴대폰의 WM 6.0에 기본으로 설치된 솔리테어를 몇 번 하면서 터치 스크린을 긁으니 액정 보호지에 스크래치가 엄청 생겼다. 안 끼워 주느니만 못한 망할 사은품 같으니라고, 이거 설마 떼어낼 때 욕보는 거 아니야? -_-

휴대폰 구입할 때 20 pin 커넥터를 안 주고 24 pin용 충전기와 24 pin to 20 pin gender 커넥터만 줬다. 그걸 사용해 싱크하고 충전을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젠더를 매일 들고 다녀야 하니까. 사무실에는 USB 데이터/충전 겸용 케이블이 있지만 집에서는 충전기 + USB 데이터 케이블을 사용한다.

옥션에서 3000원 짜리 20pin 충전/데이터 케이블을 2개 구입했다. 택배 아저씨의 게으름 탓에  5일이나 걸려 배송되었다. 하나는 단자가 녹슬었고 다른 하나는 케이스가 부러졌다. 둘 다 싱크도, 충전도 제대로 되지 않아 클레임을 거니 죄송하다며 케이블 2개를 새로 보내준단다. 다시 보내준다니 고맙긴 한데, 나중에 온 것들 역시 충전은 되지 않았다.

그 물건을 산 사람들의 사용기에도 충전이 된다, 안된다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판매자가 SPH-M4650에서는 충전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는 공지를 올려놓았다. 간단히 바보되었다. 돈 깨지고 시간 깨지고 결국은 지금처럼 계속 불편하게 사용해야 한다니... 삼성이나 실리콘 케이스 제작자나 충전/데이터 케이블 판매자나 참 한국스럽다. 하는 수 없이 케이블 개조를 하기로 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들러 TTA 24pin 휴대폰 충전/데이터 케이블 규격을 알아봤다. 올해 말까지 24pin 규격 대신 20pin 규격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있다. 20pin 규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지 커넥터 핀 맵이 나와 있지 않다. 웹질로 시간을 보내 표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삼성의 20 pin 규격을 알아냈다.
 
웹질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24pin 케이블은 다음과 같이 몇 종류로 나누어진다.
  • 휴대폰 충전기
  • 휴대폰 데이터 전용 케이블
  • 휴대폰 충전/데이터 겸용 케이블
  • PDA 충전/데이터 겸용 케이블(?)
떠도는 얘기에 따르면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인증을 받지 않은 충전기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정격 전압 및 정전압, 보호 회로 등의 미비로 인증을 내주지 않은 충전기나 충전/데이터 겸용 케이블이 나돌아다녀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휴대폰 쪽도 단가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충전회로를 만들어 놓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말해 인증받지 않은 충전기를 잘못 사용하면 배터리가 폭발할 수도??

SPH-M4650의 배터리 게이지가 엉터리인데 그것과 결합하면 환상적이겠다. 베터리 게이지 버그를 해결한 펌웨어가 나와 있지만 아직 업그레이드를 미루고 있다. mymits.net에서 M4650의 여러 버그 리스트를 삼성에 보내주고 버그 수정을 의뢰하는 중이니 좀 있으면 괴상한 버그들이 다 해결된 펌웨어가 나오겠지.
 
하여튼 24 pin 규격과 알아본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테이블을 만들 수 있었다.
TTA 24pin 충전/데이터 케이블
  • 사용하는 핀만 노란색 배경으로 출력
  • PDA는 4,5번 핀을 전원으로 사용해서 충전
  • 휴대폰은 21,22번 핀을 전원으로 사용해서 충전
  • 1번핀 배터리 아이디가 high가 아니면 SPH-M4650같은 PDA폰에서는 외부 전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 3/10 추가: 데이터 및 충전 케이블 커넥터를 뜯어보니 과충전 방지회로가 들어있다. LM385A low power dual op amp를 사용.
집에 있는 두 개의 휴대폰 충전기를 뜯어 배선을 검토해 보니, TTA 인증을 받은 선린전자의 TC-300은 정격전압에 정격 전류 출력, 1번 핀 배터리 아이디를 사용해서 SPH-M4650에서 외부전원으로 인식되나, 금오전자의 KT-200D는 인식되지 않았다. KT-200D는 정격전압이 3.9V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 출력되는 전압은 4.2V였다.

데이터/충전 케이블은 사무실에 있어 핀 맵을 알아보지 못했다.  (업데이트) 데이터/충전 케이블 역시 battery id는 사용하지 않았다.(테이블에는 사용하는 것으로 표시) 이것만 충전 케이블로 사용이 가능하다.
20pin data 케이블

20 pin 규격. PDA나 PDA폰에 Mappy를 구입 설치하고 내비게이션용 GPS를 달려고 하는 사람들 덕에 이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freenavi에서 24 pin, 20pin connector와 GPS Module을 판매한다. 블루투스 GPS 모듈을 달면 PDA폰이 아주 쓸만해지긴 하는데 돈 드는게 아까워서(-_-) 아직 생각 없다.
 
조사/정리 해보니 옥션에서 구입한 20 pin 케이블을 조금 개조하면 충전/데이터 겸용으로 사용할 방법이 있겠구나 싶다. eagle cad로 간단한 커넥터 연결도를 그려봤다.

USB to TTA 24pin 충전/데이터 케이블 회로도

USB to 24 pin 충전/데이터 겸용 케이블. PDA, 휴대폰에 모두 사용 가능. 문제점: 회로에서 USB의 5V 전원을 다이오드를 통해 강제로 전압강하시켜 4.2~4.3V를 만들었다. 5.0v - 0.7v(diode) = 4.3V. 이렇게 해 놓으면 TTA 인증 충전기와 달리, 과충전 보호가 되지 않는다. 만약 휴대폰 쪽에 과충전 보호회로가 없다면 outcome이 매우 안 좋을 수 있다.
USB to 20pin 충전/데이터 회로도

인두와 테스터 등등 장비를 MCU 실험한답시고 사무실에 갖다 두는 바람에 집에 공구라곤 막쓰는 DVM 달랑 하나 뿐이라 저 테이블과 회로가 작동할런지 검증해 볼 방법이... 짱구를 굴리다가...

3/10 추가: 안되는 케이블 3개를 저 회로대로 고쳐 충전 및 싱크, 충전 표시 문제 해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전에 사용하던 큐리텔 스마트폰의 크래들을 뜯어보니 테스트하기 알맞게 되어 있다. 인두가 없으니 전선 쪼가리로 갖다대고 DVM으로 찍다보니 열 손가락이 비비 꼬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4핀 데이터 전용 케이블을 달아놓고 1번 배터리 아이디를 USB 5V 전원에 연결하니 휴대폰에서 외부전원으로 인식. 5V를 4.2V에 연결하니 충전도 되는 것 같다. 위험해서 그쯤해뒀다. 월요일에 사무실 가면 부품을 그러모아 옥션에서 구매한 고장난 20pin 케이블로 다시 실험해 봐야겠다. 아울러 24핀 데이터/충전 겸용 케이블에 20pin 커넥터를 달면 완충전 LED 표시 문제나 과충전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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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play, love

잡기 2008. 3. 2. 23:36
몇몇 펀드의 적립을 중단하면서 새로 가입한 적립식 펀드:

  • 유리명품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 펀드
  • JPM 중동&아프리카펀드 (이집트, 터키 유망해 보임)
  •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 (예정)
이로써, 러시아, 라틴아메리카(죽쑤고 있음), 이머징유럽(동유럽), 한국, 중국 등과 합쳐 꽤 여러 지역을 커버하는 포트폴리오를 완성. 흡사 오줌으로 요에 그린 세계지도 같달까. 중앙아시아는 좀 더 기다리는 중. 인도는 예전 여행할 때 결론 냈음. 인도는 안함.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을 신청해야 하는데 바빠서 미루고 있다. 사실 바빠서 투자를 어떻게 해야할 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지 못했다. 준비한다고 뭐가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펀드 투자해서 이익을 그다지 보지 못했다. 큰 맘 먹고 펀드 투자 3년 한 것 치고 펀드 수익율은 한심한 편. 첫 펀드가 타이완 중심의 아시안 배당주였는데 천수이벤 때문에 망했다. 수익율 6.7%로 당시 은행 이율도 안 나왔을 뿐더러 환헷지 개념이 없던 시절에 외화로 투자한 것인데 달러 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입어 실 수익율은 3% 가량 나와 속이 쓰렸다. 그 다음에 한 일본 펀드는 수익율 -8%를 기록. 처음 한 펀드로 본전을 까먹으니까 뒤통수 맞은 느낌. 그 다음에 투자한 삼성 J-리츠가 1년만에 수익율 -25%를 기록. -25%가 되던 날 미련없이 환매했다. 400만원 투자해 100만원이 까졌다. 그냥 내버려 뒀으면 지금쯤 -40%까지 나왔다(실제로 모네타에서 계산해보니 -43%가 된다).

예전 일이지만, 첸수이벤이나 아베 같은 바보가 총리가 되니까 대만, 일본이 희망이 없던 것이다. 한국에도 대운하에 환장한 지도자가 있긴 하다. 변심하길 기대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는 일본에서 경기활성화 방안으로 지방의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내걸었던 규제 완화 때문에 되레 지방 경제를 말아 먹었다는 내용을 거꾸로, 일본의 규제완화가 경기부양을 견인했다느니 하는 헛소리로 기사를 창작했다. 만약 내가 일본 지자체의 실패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면 잘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사건과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조선일보의 변태적이고 창의적인 시각과 낚시질에 잡힐듯 안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오락가락하는 걸 즐기는 재미에 몇 년째 조선일보를 손에서 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누라 사진 찍는 솜씨가 점점 나빠진다. 그가 찍은 것을 크롭해서 확대한 것. 팁: 인물 사진 찍을 때는 잘 안 나올 것 같거나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땡겨서(과감하게 클로즈업) 표정을 살릴 것. 그나저나 저런 무표정한 얼굴은 찍어서 뭐하려고... 애가 파닥파닥 잘 도망다녀서 사진 찍기 힘든 것은 이해한다. 사실 마누라같은 사람에겐 산요 작티같은 동영상 카메라가 필요하다.
북한산
집 옥상에서 바라본 눈 내린 뒷산. 이번 겨울에 제대로 눈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H-M4650
새로 산 휴대폰. Anycall(any time any call anyway '불러주면 언제든지 달려간다는 창녀' 같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삼성 휴대폰 브랜드) PDA폰 SPH-M4650. 그들 선전(talk,play,love)은 수작질(작업)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직 액정보호지가 없어 원래 붙어있던 제품보호비닐을 안 벗긴 상태. 24-20pin gender 변환기를 저렇게 지참하고 다녀야 배터리 떨어졌을 때 전원 구걸할 수 있다니... 안습. 저게 없으면 충전도 데이터 교환도 안된다. 그래서 아예 20핀 케이블을 옥션에서 구입했다.

SPH-M4650 : 배터리 홀더
열기 엄청나게 힘든 뒷 배터리 커버를 벗기면 1300mAH라는, PDA + 휴대폰이라는 전지귀신에게는 ridiculous한 용량의 배터리와 T-Flash(Micro SD) 슬롯이 보인다. LGT에서 땡처분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는 휴대폰.  

한달은 강제로 써야 하는 기분존 알리미의 작동 원리가 궁금하다. 기분존 알리미는 목적이 의심스러운(쓸데없다는 의미에서) 기계인데, 파워 탭에 꽂으면 전원과 블루투스 활성화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휴대폰에서 알리미를 활성화시키면 알리미 기계와 pairing이 된다. 즉, 알리미는 블루투스 패어링 디바이스이다.

알리미가 220V 전원과 휴대폰을 제외하고 어디 연결된 곳이 없다. 추측으로는 알리미가 전화 통화 시점에 일종의 코드 블럭을 가입자 휴대폰을 통해 LGT 중계기로 전송하고 이 코드 블럭이 적법한가 여부를 체크하는 것 같다. 이런 귀찮은 기계 말고는 방법이 없나... LGT의 잔대가리질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데...

SPH-M4650 vs PH-S8000T
원래 가지고 있던 스마트 폰과의 크기 비교. 액정 크기가 2"에서 2.8"로 넒어짐. 프로세서 속도가 훨씬 빨라짐. 전지 사용량은 비슷. 왼쪽 것은 2002년의 기술로 만든 것. 오른쪽은 2007년의 기술로 만든 것. 5년 동안 쓸만한 기술적 진보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전율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SPH-M4650 vs PH-S8000T
새로 산 휴대폰은 얇아서 그립감이 한결 나빠졌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으나 PDA폰은 전화를 걸려면 양 손을 다 써야 한다. Wifi를 빼버리고 별 쓸모도 없는 지상파 DMB를 넣는 삼성의 센스, 비즈니스도 애들 트랜드 반영도 아니고 폰인지 PDA인지 명확한 정의도 없어보이는 괴상한 컨셉 등이 돋보임. 자기가 구입한 기기에 실없는 욕설을 퍼붓는 이유는 시장에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PDA폰이 없어 매우 섭섭해서 그렇다.

SPH-M4650 vs PH-S8000T

Windows CE, Windows Mobile, Windows CE Smartphone Edition 등등... 그쪽은 OS의 족보가 하도 복잡해 외우기도 힘든데 두 폰 사이에 근본적인 개념이 바뀌는 변화는 없어 보인다. 구글폰, 아이폰과 비교해 봤을 때 Microsoft는 무개념이 상팔자라고 굳세게 믿는 듯.

SPH-M4650 today
휴대폰 탓이 아니라 휴대폰에 들어가는 OS가 지랄맞은 건 어쩔 수 없다. 술 약속은 하나도 없지만 진행 중인 작업만 23개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스케쥴. 스케쥴 같지도 않은 스케쥴. 짜증나는 스케쥴. 스케쥴 관리를 안하고 싶게 만드는 스케쥴.

SPH-M4650
전혀(?) 개선된 것 같지 않은 Microsoft Windows Mobile 6.0 UI의 독보적인 위용.

기분존 서비스의 단가 경쟁력: 기존 SKT의 통화 패턴을 분석해 보니 국제 통화는 지난 6개월 동안 한 건도 없었고, 국내 통화 시간은 달 평균 1시간 30분 가량으로 SKT 기본료 11000원에 통화료 15000원 가량을 지불하여 월 평균 26000원을 지불. 그래서 보조금이 4만원 밖에 안 나왔는데, 보조금이 10여만원 가까이 되는 사람은 옥션질 잘 하다보면 SPH-M4650을 9만5천원에 구입이 가능했다. 소비자로서는 66만원짜리 기계를 날로 먹는 셈이다.

하지만 Windows 계열 OS PDA의 수많은 버그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하면서 PDA폰을 사용할 깡이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심심할 때 블투 이어폰 꽂고 DMB나 mp3 보고 들으며 가끔 애인과 영상 통화하는 (상대적인) 단순 전화질에는 3G 폰이 왔다!다.

내달 이후 휴대폰에 관한 법규제가 바뀌면서 휴대폰 가격이 오르리라는 루머가 수 개월 전부터 나돌았다. 3월이 값싸게 휴대폰 구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는 셈이다. 어째 매년 듣는 얘기라서인지, 통신사의 봄 가을 바겐세일 프로모션 정도로 여겼지만.

어쨌건 LGT의 SPH-M4650 단말기 떨이 판매로 19개월 동안 써오던 SKT를 미련없이 내팽개칠 절호의 기회(그리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LGT의 기분Zone 서비스 일반 기본료 14000원. 알리미가 있는 지역내 통화권에서의 사용료는, 통화량 4시간 이내(내가 여기 해당) 1도수(10초)당 2.1원이다. 초당 0.21원 x 5400초(1시간 30분) = 1134원.
 
알리미를 출장 다닐때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출장 중 사용하는 통화량을 반땡해서 다시 계산하면, 1.8(출장중 초당 단가) x 2700초 + 0.21 x 2700초 = 5427원, 여기에 알리미 요금제 14000원을 합치면 한달 사용료 19427원. 알리미 기계 대금 19800원 / 12(개월) = 1650원을 더하면 21000원.
 
LGT로 서비스 이동하고 1년 사용 기준으로 실 기계 구매 단가를 계산하면, 원래 SKT에서 지불하던 금액이 26000원이니까 (26000-21000) * 12 = 6만원. 기계 구입비 16만 5천원 + 가입비 3만원 - 6만원 = 13만 5천원.

한달 후 기분존 알리미 서비스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그 계산은 차차 하기로 했다.
이런 계산을 다 하고 기계 구입을 결정했냐면, 그렇다.

기계 구입 후의 추가 지출에 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 4GB T-Flash 구입 24000원 -- 단가 대비 용량 면에서 4GB가 가격경쟁력이 가장 높음
  • 실리콘 케이스(+사은품 액정 보호지) 공동구매 10000원 -- 무려 17만원 가까이나 하는 값비싼 기계이니만치 안 살 수도 없고...
  • 20pin 충전/데이터 케이블 2ea = 8500원 -- 24pin to 20pin gender를 늘 들고 다닐 수 없어서 사무실과 집에 사용할 것 각각 하나씩.
  • 대용량 배터리(28000원+배터리 덮개 3000원? = 31000원) -- 아직 구입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용량만 느는 것이 아니라 그립감도 좋아질 것 같아 보여서. 아무튼 모두 배송료 포함 -_-
M4650 구입 후 기대했던 것:
  • 영한한영 사전 -- mDict 및 번들 PowerDic. John Ringo 소설 읽다가 모르는 단어 나올 때 그냥 지나간 것들이 하도 많아 최근 전자사전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중.
  • 오프라인 뉴스 서비스 -- iSilo. 2.8" 320x240의 광활한(!) 화면.
  • RSS 뉴스 서비스 -- SPB Insight 프로그램 사용. 주로 BBC, NYT의 RSS 서비스를 사용할 목적. 펀드 때문에 세계 뉴스를 좀 봐야할텐데, 국내 신문의 세계면 기사는 아무 도움이 안됨.
  • 국내 지도 -- iNavi 또는 mappy 등의 뚜벅이 모드용 국내 지도(추후 Bluetooth GPS를 장착하면 어느 정도 의미가 생김)
  • 기존의 스마트폰이 커버하지 못했던 PDA 기능 활용
기대했던 것들을 포함하여 구입후 앞으로의 활용:
  • PDA로 돌아왔다. 몸과 정신이 저주받을 아날로그인 탓에 뭔가 하나 쯤은 제대로 digital한 것이 있어야 했던 것 같다. 그 동안 PDA가 없어서 삶이 환타스틱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블루투스 서비스는 물론 전화 서비스를 off 시킬 수 있다. 즉, 순수하게 PDA로써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폰용 MCU를 끄는 것만으로도 배터리를 꽤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 받으려고 하는 전화기의 벨이나 진동음을 무심한 척 견딜 필요가 없는  진실한 offline 모드가 생긴다.
  • 오버클로킹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오버클로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더클로킹을 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더더욱 늘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진실한 offline 모드'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 충분히 가격이 떨어진다면 Bluetooth GPS를 추가 구입하여 매핑 소프트와 내장 200만 화소 카메라를 연계하는 활용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여행할 때는 디지탈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GPS와 4650 하나로 간단히 때운다. freenavi 등의 사이트에서 이런 PDA용 단품 GPS 리시버를 판매한다. 25시간 연속 사용 가능한 MTK 32채널 Bluetooth GPS가 7만원 가량.
  • 4GB의 플래시 메모리면 활용의 폭이 상당히 넓다. (몇년 전 PDA에 256MB CF 카드 하나 달랑 들고 다녔을 때만 해도 256MB의 2/3 용량을 읽다가 지쳐 잠들 분량 정도가 되는 수백 권의 소설로 채웠다)
SPH-M4650 카메라 테스트
SPH-M4650 내장 200만화소 카메라의 성능은... 좀 아니다 싶음.

SPH-M4650 카메라 테스트
언제 어디서나 F4.3 고정! EXIF에 날짜/시간만이라도 제대로 들어가는 것에 크게 만족. GPS와 연동할 길은 열려있다.

불평 불만(안타까움 또는 욕설):
  • 스마트폰의 한 손 조작에 워낙 익숙해져 있던 터라, 터치 스크린 때문에 양 손을 사용하는 불편함이 일단 거슬린다.
  • 삼성이 생산하는 여러 디지털 제품의 일반적으로 희안한 특성들을 준수: 이 기계의 디자인 컨셉, 제품의 타깃시장 또는 지향점이 불분명(있기나 할까?). 지나치게 얇게 만들어 그립감이 한심한 수준.
    624Mhz로 작동하는 MCU에 폰용 MCU가 동거하는 구조적 특성상 배터리 소모를 감안하여 2000mAH 이상의 배터리를 장착하는게 맞다(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판매하는 일반용 1400mAh와 고용량 전지 (용량 표기 없음) 가격은 28000원으로 동일하다. 장난하냐? 그럼 애당초 대용량 배터리를 끼워줄 것이지!).
    PDA로써 활용도를 높이려면 DMB 보다는 wifi를 장착하는게 나았다. dmb 빼고, wifi + GPS + 3000mAH 대용량 전지를 장착하고 디자인을 개선해 두께를 좀 늘리더라도 그립감을 향상시켰더라면 엄청난 괴물 베스트셀러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삼성은 왠일인지 절대로 베스트셀러는 안 만들고 누군가 만든 걸 배껴서 시장에서 2인자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다.
  • WM6.0: 이전에 쓰던 휴대폰은 Smartphone OS로 2002년 판. 지금은 2008년. 4650의 제작년도는 2007년. 개발자로써 호기심 따위 이유로 MEDC 등의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에서 Windows Mobile 6.0의 '혁신적인' 특징들에 관해 강도높은 세뇌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눈에는 2002년에서 2007년까지 5년 동안 microsoft mobile os팀은 밥만 축낸 밥벌레들 같아 보인다.
    그렇게 개선 많이 되었다는 디자인은 여전히 구리기 짝이 없고(단색 컬러를 간신히 모면하고 나몰라라 스킨을 입힌 수준), 심지어 기본 포함되는 PIMS는 무려 10여년 동안 한심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가끔 똥침을 먹여줘야(hard reset) 기계가 정신을 차리는 것이나, 별도의 서드파티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는 파워 매니지먼트, PXA300 624Mhz의 엄청난 고성능 MCU를 사용함에도 OS나 UI가 왜 그렇게 복잡하고 느려터진 것인지는 웃음꺼리 밖에 되지 않는다.
종합해보면, MS가 삼성과 함께 10년 이내에 망할 징조로 여겼다.
 
일과 가사에 치여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설치에 3일이 걸렸다. 하루 평균 너댓 번 정도는 hard reset을 했다. 무수한 app를 설치했다가 지웠다. phone과 pda software라서 안정성과 상호 충돌 배제가 가장 중요했다. PDA류 기계 중 windows 계열 os 사용은 이번이 두번째지만, 모바일 기기에 Microsoft OS 사용은, 팔다리에 이름 모를 주사 바늘 수백 개 찍는 마루타가 될 각오로 임해야 한다.

과자를 구해야 해서 소유자 이름을 Endy로 바꿨다. Endy로 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늘부터 내 이름은 Endy다. 그는 중국인인 것 같다. 이 바닥도 중국이 점령한 듯...

UI를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freeware, PointUI는 아직 깔지 못했다. UTF/Multi-lingual 관련 버그는 다른 버그보다 우선 순위가 낮은 편이라 나중에 수정할 것이라고 제작자가 말했다. 무척 기대하고 있다.

MS Soapbox는 업로드한 비디오 클립을 제멋대로 잘라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naver는 블로그에 삽입한 동영상의 링크를 내보내는 방법을 모르겠다. 네이버 블로그 동영상 보기 

  • today 화면에 설치한 plugin: SPB Insight(RSS 보기), Weather Bar(한국 날씨), BatterryStatus(배터리, 메모리 등의 상태). 우하 아이콘 첫번째는 MyMobiler(동영상 캡쳐, pda 제어등)
  • 무선 관리자를 통해 Bluetooth를 꺼서 알리미 서비스 죽여버리기. 밑의 버튼 누르면 phone도 죽는다.
  • RSS Feeder로 NYT 기사 보기 + mDict로 단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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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cket Subway로 최단 경로 찾기
  • Pocket Stars로 별자리 및 lunar phase, sunrise,set 검색
  • iSilo로 offline 기사 검색 (weather bar와 마찬가지로 usb 케이블로 충전하면서 동시에 기사를 다운받아옴. spb insight도 알아서 기사 긁어옴)
  • 간단한(?) 공학용 계산기
  • S2P라는 괜찮은 ui의 뮤직 플레이어(mp3,ogg만 지원하는 듯)
  • TCPMP subtitle버전으로 The Office 라는 미국 드라마 감상(화면 캡쳐 안됨) 잘 나온다고 믿으면 됨
  • Resco Photoviewer pro로 사진 보기 (상당히 만족스러운 속도)
자.. 이 정도가 스마트폰에서도 해왔던 기본. 일과 가사에 치여 셋업할 시간이 없어 안정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주간 일정관리를 요약하면 일,일,일,일,일,가사,가사 로 간단한 편이지만, 괜찮은 프로그램 구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듯.

아마존에서 책 구입하려다가 아마존에서 7권 구매할 금액으로 교보에서 11권을 주문했다. 그중 Robert J. Sawyer, Mindscan(7380원)은 적립금으로 공짜 구매. 나머지 10권은 해외 주문 배송 상품. 아마존 책 배송료는 30$ 가량인데 교보에서 해외 주문 배송 상품으로 주문하면 배송료가 없다. 아마존에서 구입하게 되면 눈 뜨고 볼 수 없는 카드 수수료와 한심한 카드 적용 환율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교보 구입 서적은 한화로 계산되며 종종 기준환율로 계산한 원서보다 가격이 쌌다. 매릿이 상당해서 요즘은 원서 구매를 교보에서만 했다. 음... 그리고 한글 서적은 지난 몇 년간 채 20권을 구입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도서관에 신청 후 한 달쯤 지나 도서관에서 빌렸다. 리스트:
  • Wilson, Robert Charles, Blind Lake 6,370원
  • Morgan, Richard K., Altered Carbon 7,290원
  • Haldeman, Joe, Camouflage 7,290원
  • McDevitt, Jack, Seeker 7,290원
  • Stross, Charles, Glasshouse 7,290원
  • Vinge, Vernor, Rainbows End 7,290원
  • Asaro, Catherine, The Quantum Rose 7,290원
  • Scalzi, John, The Last Colony 21,840원
  • McDonald, Ian, River of Gods 13,680원
  • McDonald, Ian, Brasyl 22,800원
합계 10종 / 총액 108,430원 / 적립금 3260원.
 
재테크를 제대로 하려면 책 구입을 자제해야 한다. 열댓 권의 책을 한꺼번에 사는 것도 오랫만에 큰 맘 먹은 것이다(개념이 없던 어린 시절엔 한 달에 대략 30만원씩을 책값으로 썼다). 정말 재테크 할 맘이 있으면 김씨가 대부분의 책을 가지고 있을테니 김씨에게 빌려도 되었을 것이다. 로버트 윌슨, 리차든 모건, 조 할드먼, 캐서린 아사로, 로버트 소여의 책은 아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찰스 스트로스나 이안 맥더널드는 그 양반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은 포스트 사이버펑크물이지만 안 읽어도 수집 악취미인 그 양반이 어쩌면 가지고 있을 것 같다.
 
S.M. Stirling의 Peshawar Lancers를 1/3쯤 읽고 읽기를 중단한 상태. 운석이 떨어져 북반구에 겨울이 닥치고 '대영제국'은 그들의 수도를 델리로 옮긴다는 도입. 페샤와르는 비단길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치던 곳,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기시장으로 유명했다. 스털링의 글이 재밌고, 잘 썼고, 상당히 친근감이 드는 언어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내 취향과는 동떨어졌다. 그래서 최근 SF 추세를 쫓아가 보자는(스칼지 제외, 스칼지는 그냥 재밌으니까), 샘플링 목적으로 열 권의 책을 골랐다.
 
바빠서 점점 밀려만 가는 '앞으로 읽을 (한국)책'이 점점 쌓여가고 있기에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전자사전 구입 목적으로 6개월간 상품 모니터링을 했다. 결론은 구입 보류. 전자사전을 사느니 PDA에 전자사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게 낫다. 요즘 전자사전들은 디지탈 컨버전스에 환장해서 정신이 제대로 나간 것 같다. 그걸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뭐든 어설프게 했다.
 
수 년 동안 손 놓았던 SF의 최근 추세를 분위기만이라도 알아보려고 책을 구입하는 것이나(내 생각은 그런데 주변에선 여전히 SF 오타쿠로 알고 있다), 통신사 보조금 폐지 1개월을 앞두고 휴대폰을 교체하는 것, 이상한 펀드 투자 감각 등이 몇 개월 동안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혀 있었다. 그걸 풀었다.

황사도 불고, 어제는 애 데리고 산에 올라갔다 왔다. 무수한 사람들이 등 뒤에 업힌 아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나는 묵묵히 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예전에 박씨 말에 따르면 아주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여자 낚기 좋단다. 그때는 허튼 소리로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귀찮아서 이유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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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2, Cool'n' Quiet

잡기 2008. 2. 27. 00:11
사무실과 집에서 주 메모리 2GB, 2GHz 이상의 듀얼 코어 CPU를 사용하게 되면서 처음 한 일은 Scientific Visualization Library와 DEM2TOPO 프로그램을 사용해 한반도 DEM(Digital Elevation Model) 파일 변환 작업을 하고 그것을 다시 mapedit와 cgpsmapper를 사용해 Garmin GPS에서 사용가능한 지형도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그 작업들은 듀얼 코어 CPU를 사용하더라도 single thread만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라 한 번 하는데 3시간 가량 걸리는 상당량의 계산 집중적인 작업이라 밤에 자기 전에 걸어두고 아침에 결과를 확인한다. 메모리가 모자르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면서 몇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 의아한데, 혹시 지도가 커서 그런 지도 모르니(500MB) 쪼개서 다시 해보기로.

작업 중에 컴퓨터 속도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것 같아 의심을 품고 살펴보게 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보드: Asrock Alive NF7G-HD720P R1 을 구매한 줄 알았는데 R3를 구매했다. 작년 8월에 구입한 같은 모델의 메인 보드는 R1. R1과 R3는 Gigabit Ethernet(R3)이냐 100 MBps Ethernet(R1)이냐의 차이.

첫번째, 8월에 BE-2350과 함께 구입했을 때 디폴트 세팅에서 15% 정도 성능을 향상시켜준다는 묻지마 오버클로킹 모드(일명 AM boost mode)를 사용했는데, AM Boost 옵션을 켜면 Cool'n' Quiet가 작동 안 하는 것을 몰랐다.

두번째, Everast Utimate version으로 Memory Bandwidth benchmark 테스트를 해보니 DDR2 PC6400 SDRAM을 설치했음에도 DRAM clock이 400MHz가 아닌 333Mhz로 나타나서 PC6400의 밴드위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이상하다 싶어 BIOS 셋업을 건드려 DDR2 클럭을 강제로 400MHz로 설정해 보았으나 벤치마크 자료에서는 800Mhz가 아닌 733Mhz로 나타났다. 한참 머리를 굴려보고 나서야 메모리 클럭이 CPU 클럭의 분주 및 배수를 따라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Brisbane 4200+의 경우 프로세서 기준 클럭이 200MHz면 이것을 11배수한 2.2Ghz로 작동하고, 2.2GHz(프로세서 클럭)/6(RAM 클럭 분주비) = 366.66MHz * 2(DDR2 듀얼 엣지) = 733.33MHz가 되는 것이다. BE-2350 CPU에서는 200MHz x 10(배수) = 2GHz / 6 * 2 = 666Mhz.

따라서 양 CPU에서 DDR2가 800MHz의 풀 스피드로 작동하려면 브리스번 4200+의 경우 CPU Base clock을 218Mhz(2.2GHz -> 2.4GHz)로 올려주고, BE-2350에서는 238Mhz(2GHz -> 2.38GHz)로 오버클로킹 해야 한다. 오버클로킹 덕택에 CPU는 각각 9%, 19% 성능이 향상되었다.

어쨌거나 오버클로킹을 안하면 메모리가 제 속도로 작동 안 하는 황당한 경우다. 저가 보드라서 그런가? 그 비슷한 Gigabyte의 저가 보드로 테스트해 보니 그런 일이 없다.

두번째, BIOS에서 AM2 Boost 모드를 반드시 꺼줘야 Cool'n' Quiet 옵션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Cool'n' Quiet driver (AMD CPU Driver)를 설치하더라도 쿨앤 콰이엇이 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고 전원 옵션을 반드시 '최소 전원 관리'로 설정해야 한다. 이걸 몰라서 한참 헤멨다.

사무실이나 집 컴을 24시간 켜놓고 유휴시간 동안 CPU가 풀 스피드로 작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더러(절전!), 풀 스피드로 작동하게 됨으로써 팬이 쓸데없이 고속 회전을 하게 되면서 먼지를 더 많이 끌어당기고 시간이 흐를수록 팬의 베어링이 닳는데다 먼지 등등의 이물로 저항이 생겨 점점 팬 소리가 시끄러워지게 된다.

케이스, HDD, 파워, 그래픽 카드, CPU 팬들로 조용할 날이 없는(심지어 이들 사이의 하모닉스도 발생) 컴퓨터에서 일차적으로 파워의 팬과 케이스 팬은 뽑아버렸고 그래픽 카드는 메인보드 것을 사용함으로써 팬 소음을 원천 봉쇄하고(집이나 사무실에서 고사양의 3d 게임을 할 일이 없으므로) 남은 것이 CPU 팬이다. 사무실이야 원래 배경소음이 있으니 컴퓨터 소음이 조금 있어도 상관없지만 집에서는 조용한 밤에 본체에서 들리는 소음이 신경쓰인다. 또 다른 소음의 원인인 HDD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기 모드(Sleep mode)로 돌려놓아 작업 안 할 때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일 년에 한 번은 컴퓨터를 뜯어 먼지를 털어내고 냉각팬의 오물(먼지구덩이)을 제거하고 실리콘 그리스를 새로 바르는 작업을 한다. 얼마 전에는 직장 동료의 노트북이 OS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마우스 커서가 이동 중 주춤주춤 멈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CPU는 과열되면 일부 회로를 차단하여 열을 식히는 작업을 하는데 냉각팬에 먼지가 많이 끼어 냉각 효율이 저하되면 그만큼 CPU에 열부하가 커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전체적으로 시스템이 느려진다).

공장에서 마구(?) 사용하는 막노트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 두 노트북을 분해해(어차피 AS기간이 지나서 뜯고 수리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블로워로 팬을 깨끗이 닦고 바짝 말라붙은 CPU와 팬 사이의 방열 그리스를 제거한 다음 그리스를 새로 칠하고 나니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

하여튼 쿨앤콰이엇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CPU의 온도가 간밤 동안 35C를 유지하고(Mainboard는 32C), 유휴기간 동안 클럭 스피드는 대충 절반 정도로 낮아지고(2.4GHz->1.1GHz, 따라서 소비전력도 절반쯤?) 팬 속도가 3000rpm에서 2500~2700rpm으로 떨어졌다.

Asrock 저가 보드를 몇 년째 사용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저가 보드는 저가 보드일 뿐이다. 이제 알았으니까 나중에는 더 나은 저가보드를 사서 만족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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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여먹기

잡기 2008. 2. 21. 02:19
밀가루값 폭등으로 25일부터 라면값이 오른다길래 농심 신라면 한 박스(개당 507.5원)와 삼양 맛있는 라면 한 박스(개당 662원)를 샀다. 아내는 신라면'만' 먹었다. 신라면이 맵고 짜서 끓일 때는 스프의 5/6에서 2/3만 넣었다. 삼양의 '맛있는 라면'은 낚시질이라 믿고 시험삼아 얼마 전 구입했는데 정말로 맛있다. 짜지도 맵지도 않고 대충 끓여도 면발이 쫄깃하다. 신라면보다 가격이 비싼 편. 누군가 라면에 MSG 첨가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포장지를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여태까지 MSG도 없는 맛없는 라면을 먹어왔단 말인가? :)

라면 주문한 후 며칠 지나서 신문에 라면 사재기 기사가 실렸다.

내가 '신'라면'만' 맛있게 끓이는 방식: 양은 냄비에 1인분만 끓일 때가 경험상 가장 맛있다. 봉투에 적힌 대로 딱 그 분량의 물+20~40cc 정도 더 넣어 가스렌지의 화력을 최대로 해서 물이 팔팔 끓으면 건더기와 스프를 먼저 넣고 라면을 딱 이등분해서 잘라 넣는다. 50초~1분쯤 지나 라면이 슬슬 풀어지면 젓가락으로 라면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공기 중에 노출시켜 '온도차'를 준다 -- 면발이 쫄깃해진다. 계란은 미리 풀어놓았다가 한 번에 붓고 젓가락으로 젓지 않고 내버려 둔다. 계란을 미리 풀어 넣으면 지나치게 짜고 매운 맛이 덜하면서 계란 덩이 때문에 계란 먹을 때 뒤끝이 텁텁해지지 않고, 휘젓지 않고 넣어 라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는다. 약 30초 후 라면이 익으면 뚜껑을 덮고 불을 끈 후 10초쯤 내버려 두었다가 뚜껑을 열고 먹는다. 부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리지날 빨간색 삼양라면이 신라면보다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삼양라면 끓일 때는 찬 물에 마늘 한 쪽 넣어두고 끓이면 약간 덥덥한 삼양 특유의 쇠고기 국물 뒷맛이 깔끔해진다. 라면 끓일 때 부재료 어설프게 넣으면 원래 라면 맛만 망가지는 것 같고 마누라나 나는 라면을 그냥 봉투에 적힌 요리법 정석대로 끓일 때가 가장 맛있다고 여겼다. 아내와 식성이 일치하는 것은 동네 짜장면과 라면 뿐이다. 생각해보니, 와... 우리 부부한테도 공통점이 있긴 있구나...

Reaper -- Kevin Smith가 만든 드라마. 부모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아이가 부채를 값기 위해 지옥을 탈출한 영혼들을 잡아들인다. 캐빈 스미스가 만들었기 때문에 수퍼마켓에 죽치고 사는 88세대 개그물이 되었다. Cloak, Cloak 2, Mallrat 등 이 작자가 만드는 영화는 맨날...

Weeds 3기가 나온 줄 모르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자 태반 배역이 더럽고 치사한 이기주의자에 메스꺼운 위선자들인(애들은 빼고) 드라마다. 값비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백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풀 장사를 시작하여 잘 나가는 아줌마의 이야기. 굉장히 재수없는 드라마지만 적절한(더도 덜도 아닌 알맞은) 사르카즘과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 70년대 히피 스타일의 타이틀송이 매력적이라 몇년 전에 보기 시작.

Weeds
이 마을을 잡아먹은 윗 마을에서 훔친 십자가로 조명을 밝혀 정성스레 풀을 재배한다. 주인공을 망가뜨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3기를 마무리지었다. 시즌 엔딩 마저도 그렇게 메스껍다.

몸살로 힘겨운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 저녁에 피자와 로제와인을 먹다가 갑자기 오한이 끼쳤다. 감기몸살의 순간을 어디 그처럼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을까? 온 몸이 쑤셔 애가 먹다 남은 해열제로 버티다가 마누라가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다줬다. 이틀 후 시간날 때 검색해보니 하나는 의약품 목록에 나타나지 않는 건강보조제였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언저리에서 간신히 성분대조해서 찾을 수 있었던 영양제였다. 그럼 그렇지. 진찰 받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하진 않겠지 설마.

월요일에는 판매한 GPS를 우체국 택배로 부치고(4950원) 병원에 들러 한 시간을 기달려 간신히 감기약을 처방 받았다. 사실 감기약 정도면 나라도 처방하는데 굳이 의사 진단이 필요할까 싶다. 액티피드, 지르텍, 아세트 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정도?

용산에 가서 오래된 부속을 처분하고(AMD Venice 3000+ 6000원, Asrock 939 Main board 15000원, Samsung PC3200 512MB x 2 = 30000원) 사무실에서 사용할 컴퓨터 부속을 구입했다(AMD 브리즈번 4200+ 61000원, Asrock Alive NF7G-HD720P R1 53000원, Samsung DDR2 PC6400 1GB x 2 = 42000원). 부품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다나와에서 세 군데 업체의 견적을 뽑아갔는데, 세 군데 모두가 낚시였다. 저번에 16포트 허브 사러 용산 갔을 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용산 낚시질이 좀 심하다 싶다. 다나와 없던 시절처럼 몇 군데 견적받으러 돌아다녔더니 시간 잘 갔다.

GPS와 중고 처분으로 새 보드 살 돈 중 2/3를 마련. 감기몸살에 맛간 몸으로 장장 6시간 가량을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니 죽을 맛이다. 감기몸살인 줄 알았는데 월요일, 화요일 이틀 먹은 약이 안 듣길래 이상하다 싶어 출근한 후 다른 병원에서 진단 받아보니 인후염이었다. 작년부터 병원만 찾아갔다 하면 첫 진단은 항상 오진인게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의사들 잘못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밀려오는 환자떼에 환자당 3-4분 정도의 시간 동안 간단한 문진으로 감기몸살 외에 다른 진단이 나올 것 같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처방전#1: 감기약으로써 배합은 거의 전방위 종합감기약 수준이었는데... 진통제 만큼은 빼주셔서 화요일 밤에는 목이 아파 제대로 잠도 못 잤다.

  • 세파트린정 (Cefatrizine) 인두염,편도염. 아침 약에만 코딱지 만큼 들었음
  • 코데닝정 (...) 진해거담/기침감기약
  • 볼맥스서방정 (Salbutamol Sulfate) 기관지확장제
  • 타리온정 (Bepotastine besilate) 항히스타민제
  • 레더코트정 (Triamcinolone) 부신피질호르몬 천연/합성 코르티코스테로이드
  • 스티렌정 - 소화성궤양용제
두번째 찾아간 병원에는 PDP display에 Patient Waiting System이란 걸 깔아놓아, 멍청한 기계음으로 진찰받을 사람 이름을 호명해 줘서(나름 첨단이랍시고 설치한 것 같지만) 혐오감을 자아냈다. 카운터 옆의 혈압 측정기도 큰 소리로 어떤 처녀의 고혈압 증세를 떠벌렸다. 그 따위로 만드니까 IT가 인도에 밀리지.

처방전#2: 의사한테 인후염이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받은, 어쩐지 한국스러운 3콤보(소염/진통/항생제) 처방전.
  • 아리제정 (Serratiopeptidase) 소염효소제
  • 그린세파클러캡슐 (Cefaclor) 페니실린계 항생제(폐렴,인후두염)
  • 바이오아세트에프정(Acetaminophen) 진통제
정말 징하다. 최근 자주 아팠다. 매번 오진으로 1주일~한달씩 고생하고 평소에는 간헐적으로 두통에 시달리고, 이젠 술은 소주 한 병 이상 마시지 못한다. 의료보험 없으면 비꺽이는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마누라는 책상에 올려두었던 내 종합검진표를 대체 어디에 치워놨을까? 이번에는 수면 내시경 검사를 맘 먹고 한 번 받아봐야겠다.

저번주에 다음 GISGPS 동호회에 GPS 중고 판매건을 올렸지만 입질이 잘 오지 않았다. $106에 판매되는 새 제품을 7만원에 살 사람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튼튼한 명품이라 호가를 7만원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 아저씨는 매일 문자질로 6만원에 판매해 달라며 충전기, 충전지, 매뉴얼, 시리얼 케이블 따위가 포함되는지 물어보았다. 6만원으로 한 살림 장만할 생각인가? 정중하게 우회적으로 판매를 거절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딴엔 네고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시는 듯. 내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고 믿기 때문에 중고 매물 거래에 가격협상 안 한다. 알만한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믿었던 다음 GIS 동호회에 올린 것은 실수였지 싶어 마음을 바꿨다.

다나와와 클리앙에 게시물을 새로 올렸다. 2시간이 안 되어 원하던 대로 7만원에 팔라는 메시지가 왔다. 직거래였다면 6만5천원에 해줬을 것이다. 택배 우송료 때문에 5천원을 더 붙였던 것이다. 말 안해도 매뉴얼 깨끗이 프린트해 제본해 주고, 새로 만든 자작 시리얼 케이블(싯가 30$ 가량) 포함하고, GPS에 새 알칼라인 전지 2개를 넣어주었다.

중고 판매할 때 여러 시간에 걸쳐 전 기능을 테스트하고 깨끗이 닦고 잘 포장해서 내가 택배비를 내서 보내준다. 여태까지 그래왔다. 심지어 엊그제 중고 보드를 업자에게 판매할 때도 그랬다. 단순히 닦는 수준이 아니라 정비 수준이다. CPU팬에 방열그리스도 새로 칠했다. 가져가니 업자가 새 보드냐고 물을 정도였다.

어쨌든 목숨을 여러 번 살려줬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GPS를 새 보드를 사기 위해 처분했다. 마누라 말마따나 내가 사람에게 정을 잘 주지 않는 것처럼, 기계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정산이 있을 따름이다:
  • GPS 7만원에 판매
  • 구형 보드,CPU single 3000,RAM(1GB PC3200) 5만 1원에 판매
  • 새 보드, CPU dual 4200, RAM(2GB PC6400) 15만 6천원에 구입
평가: 선방한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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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 Clave, RPG

잡기 2008. 2. 14. 23:58
설날 처가집에 내려갔다가 처음 보는 친척이 제대로 인사해야 한다며 복날 개 잡을 때 쓰임직한 '야외 큰 솥 세트'에서 밧줄을 꺼내 내 발목을 묶어 매달았다. 마누라는 자기와는 상관없다며 옆 방에서 희희낙낙 놀고 있었다. 아이가 울고 장모님이 화를 내서 발목에 심한 멍이 들기 전에 끝났다. 화가 나거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발목이 조금 까졌다.

진중권 "숭례문이 불우이웃이냐? -- 그러게 말이다.

마누라와 아이가 소리를 꽥꽥 지르며 비이성적인 언쟁을 할 때는 흡사 원숭이 행성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누라가 아이 다루는 거에 큰 불만은 없지만, 아이를 혼낸다고 어둠 속에  울게 내버려 두는 것이나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전자는 아이 대뇌피질이 아직 덜 발달되어 있는데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 없으니 어둠과 분리는 소뇌에 깊숙이 짱박히는 공포로 프로그래밍 되어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기 때문(경험에 비춰볼 때 그런 종류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후자는 그런 때문에 아이의 개성이 현저하게 발달되어 버렸다. 벌써부터 의사 표현이 분명하다. 애비를 닮아서 그렇다는 얘기는 무의미하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일란성 쌍둥이 실험(?)에 따르면, 동일 유전자를 공유하는 두 아이의 성격은 각각 다르다. 개성은 유전되지 않는다가 요지다.

처가에서 KTX 입석을 타고 서울로 올라와 이틀쯤 잠을 푹 잤다. 마누라, 놀아달라고 울먹이는 애가 없으니까 푹 자고 푹 쉬게 된다. 몇 주 만에 잘 쉬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편안히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지지직 거리며 컴퓨터가 맛이 갔다. 살펴보니 그래픽 카드의 캐패시터가 터졌다. 노트북으로 pc에 접속해보니 그래픽 카드만 고장 났을 뿐, pc는 정상 동작한다. 그래픽 카드를 갈아 끼웠지만 왠지 찜찜하다. 그래픽 카드를 새로 장만할 돈이면 메인보드와 cpu를 교체하고 내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게 낫겠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불편한대로 노트북에 스피커를 연결해 관람을 계속했다.

황금 나침반 - 원작과 비교하면, 내용을 그럭저럭 잘 살린 편. 다소 불만은 앞부분 20분을 적당히 잘라버리고 마녀, 짚시, 아이스베어 등의 주변부에 좀 더 할애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감독 생각에는 풀먼의 원작 1편에 등장하는 방대한 내용을 주마간산 격으로 읆다가 조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듯.

주인공 여자애의 인상이 너무 강해(잘한 캐스팅이지만) 스토리에 강한 양념이 된 것 같다. 풀먼의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는(전 3권을 거의 6년에 걸쳐 읽은 셈) 애들 보는 동화도 아니고 성인소설도 아닌 아주 애매한 영역의 소설 부류라 생각했는데 해리 포터를 들춰 보다가 요즘 아이들의 독서 능력(이해력)을 과소평가했구나 하고 반성한 기억이 난다. 내 경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헨리5세나 주홍글씨, 제인 에어의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주여, 스스로를 속일 만큼의 지능이 있는 젊은이를 (전쟁터로) 보내주십쇼. Space: Above & Beyond의 한 장면. 주인공들은 극이 다 끝나갈 때까지 별로 군바리처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를 속일 만큼의 지능은 없어 보인다. 해병대라기 보다는 special ops쯤 되는 병사들이지 싶은데, 편대 비행 소대 인원도 아닌 것 같고, op 1, demo 1, comm 1, armo 1 이런 유닛도 아니고 a team 처럼 9명도 아니고 13명도 아닌 좀 이상한 구성의 팀원들.

설날 연휴 동안 어쩌다 우연히 발견해서 보기 시작. 첫 편의 10여분을 보고 다음 편은 안 봐도 되겠다 싶었는데, 1시간 30분 중 40분 동안 우주 전투를 메들리로 보여주는 괴력에 감탄해서 2편, 3편 살금살금 보다가... 끝까지 봤다.

chig인지 chicken인지 하는 외계인 종족은 시체를 두려워해서 적을 살해한 후 분해한다. 무덤까지 파헤쳐서 신체를 조각내야 안심한다.

chig라는 외계인과 박터지게 싸우는 스페이스 오페라(장장 23편 중 신파극 몇 편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싸워댄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비슷한 포맷인데 나온지 오래되어 CG는 구질구질하고 캐릭터도 그저 그랬지만 주관적으로 업계 최저(최악) 수준인 SG, BG 보다 좀 사정이 나았다. 특히 BG는 회를 거듭할수록 훌륭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정신나간 시나리오에 맞장구치는 한심한 내면연기와 정신분열 과학자, 스타벅이란 년이 감정 연기 하거나 술 처먹고 주정 부리는 종류의 수작 빼고는 진전이란게 도무지 보이질 않는 쓰레기 중에 왕쓰레기 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주선이 참 정이 안 가게 생겼고, 캐릭터도 낙제점 부근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정에  사운드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촌스럽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해병 다섯은 의전 에스콧 서비스부터 공수여단식 강습, 침투/정찰, 초능력 사용, 심지어 전투기도 모는 등 여러가지 하는 수퍼맨들이다. 그래서 제목도 종횡무진(space above & beyond)이다. 타이틀 나레이션에서 '부르기만 하면 우주,땅, 바다 어디든 달려가 싸운다'고 말씀하셔서 의문의 여지를 없앴다. 그거면 됐다.

CGI는 1995년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볼만하지만 전반적으로 극화가 하도 촌스러워 보고 있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지경이지만, '재밌어서 번역했다'는 자막의 부연처럼, 재밌다!
 
생각나서 적어둠: 얼마 전에 읽은 John Ringo의 Hymn before battle는 대체로 황당했다. 군 편제에 관해 잘 모르는 관계로 계급장 따먹기 놀이 하는 동안 엄청 헤멨지만 애로가 꽃피는 군 생활과 개떼처럼 몰려드는 외계인과의 전투씬이 섞였다. 여러가지로 괴상한 외계종족들이 등장하고 평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전쟁을 벌이기 보단 멸종의 길을 택한 다른 외계종족들을 위해, 흡사 자유주의를 수호한답시고 실은 앵벌이하러 베트남에 팔려간 한국군처럼 대리전을 치룬다. 곧 외계인들이 쳐들어 올 지구는 준비가 안되었고 동맹외계종족은 외상으로 찔끔찔끔 무기를 빌려줬다(그 외계종족은 채식주의자들이라는데 이빨이 튼실했고 협상중인 지구인을 종종 잡아먹는듯).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던' SF작가들을 그러모아 외계전을 준비하고 지구에서 소집된 베테랑 군인들은 팬저 그래네이더 따위로 적의 레이저포와 싸우다가 파견군의 80%가 전사했다. 적군은 수백만 단위로 중공군처럼 밀려온다. 지상전에서 죽음의 규모가 참, 장쾌하다. 시종일관 아머드 수트가 맹활약을 하고 마지막이 맹숭맹숭하게 끝나 이상했는데 시리즈물인가 보다. 더 봐야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평범한 미드티어 매니저들이 날뛰는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Space: Above and Beyond
S:AAB의 장면; black forest(공중 지원 없음), red sea(추가 지상 병력 지원 없음) 이란 무선을 받고 어안이 벙벙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58소대원들. 10주 동안 굶주린 채 쫓겨다니던 25000명의 해병대 중 23000명이 이 행성 탈환전에서 사망.

Space: Above and Beyond
마지막 장면. 전세가 역전되었던 과달카날에 비유되는 스윙해머 작전 D-1(시리즈 전체에 걸쳐 수많은 전쟁사가 나열되는게 어지간한 전쟁사오타쿠(밀리 오타쿠하고는 다름)가 각본을 잡은 듯). S:AAB 역시 저주받은 컬트 시리즈가 되어 버렸다.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대략 1년 동안 1기가 폭스TV를 통해 방영되었는데 수퍼볼 따위에 밀려 시청율이 형편없어 원래 계획했던 5시즌 분량의 드라마는 달랑 1기로 마무리되었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2기 제작 루머가 회자될 정도로 일부 팬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제작자 둘은 저작권을 포기했고 2기 제작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전망. 5기까지 너끈히 나올만한 구성인데 아쉽다. 장면 좌측은 Invitro라 불리는 AI전 때 만들어진 클론 닭대가리. 둘을 제외한 소대원 전멸.

설날 연휴가 끝나자 마자 정신없이 바빠졌다. 책 읽을 시간도 없고 회의에 쫓아다니며 설계서 따위를 작성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날더러 50살 되서도 프로그램 짜겠냐고 묻는다. 아마도 필드 프로그래밍을 접더라도 설계서는 작성하지 않을까?

GPS의 지도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꽤 애썼지만 성과는 아직 보잘 것 없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엄청 돈이 드는) DEM 지도를 NASA에서 구했다. 도로 선도, routable path, 폴리곤, POI따위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으면 GPS용 지도를 만들어 볼텐데... 인터넷을 돌아다녀 보니 취미생활로 디지털 지도 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김에 디지탈 대동여지도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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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her's ascension

잡기 2008. 2. 3. 23:13
눈 다리끼 때문에 안과 진료 후 조제받은 약

  • 뮤코라제정(효소제제)
  • 플루탈정(해열,진통,소염제)
  • 국제시메티딘정(소화성 궤양용제)
  • 오로신정(퀴놀론계 농양치료)
  • 오트라점안액(안과용 항염제)
  • 오큐프록스안연고(안과용 항염제)
엄청나군... 오로신정과 오트라 점안액만 사용.  기분 나쁘게도 나이가 드니까 육체에서 에러가 많이 난다. 주 원인은 격무로 쌓인 피로다.

북한산 올라갔다가 향로봉-비봉 구간 즈음에서 사람이 떨어졌는지 구조헬기가 코 앞에서 왔다갔다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니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그 부근에서 네 번의 사고를 보았다.


첫번째 만든 회로는 직원들 모두 성공했다. 스위치로 LED를 제어하는 간단한 실험인데, 납땜질에 대략 4-5시간 가량 걸렸고 프로그래밍은 한 시간 정도에 끝낸다. 아쉽게도 데이터시트를 아직 이해하지 못해 타이머 인터럽트와 pin change 인터럽트, internal pull-up, internal RC oscillator등의 개념에 익숙치 않다. AVR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좀 더 조사해보라고 했다. 프로그래머가 하드웨어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인지, 무게추를 달아주는 것인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치 않다.

http://cafe.naver.com/carroty.cafe
http://cpu.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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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devicemart.co.kr에서 부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두번째 회로를 만들었다. 스톱워치, 디지털 시계, 전압계, 서미스터 및 CDS 등의 실험에 사용할 것이다. 클럭 디바이더를 사용하는 스톱워치와 디지털 시계, 전압계는 비교적 쉽게들 끝냈다.

첫번째 실험 후 땜질과 회로도 읽는 법에 속도가 붙자 ISP 프로그래머 갯수가 부족하여 USB ISP를 하나 사고(22000원), 2개의 패러렐 ISP 프로그래머를 만들었다. 달랑 하나 밖에 없는 패러렐 ISP 프로그래머를 내 컴퓨터에 달아놓아 프로그래밍 하고 디버깅한다고 내 자리를 차지해서 일할 시간이 줄었다.

나야 한 거 또 해 보는 거니 시큰둥하지만, 처음 하는 친구들은 희희낙낙이다. 엄청 재밌어 하고 회로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면 뛸 듯이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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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회로도는 OrCAD를 포기하고 EagleCAD로 작업했다. 간단한 회로를 만드는데 OrCAD는 너무 무겁고 복잡해서(무려 6년 만에 써본다!) 이것 저것 뒤져보니 EagleCAD가 사용하기가 참 쉬웠다. PADS나 OrCAD처럼 VHDL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아마 다음 번에 하게 될 FPGA 실험은 Xillinx의 Spartan 2/3 칩을 사용할 것이므로 Xillix의 툴을 사용하지 싶다. VHDL은 어렸을 적에 에트리에서 ASIC 디자인 교육만 받고 실제로 써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_-

저 회로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먼저 아이디어를 짜고 그것을 어떻게 스키메틱으로 디자인하고 그 다음에 PCB 디자인을 할 것인가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회로 설계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이론을 가르칠 것이다. 그렇게 기대 하지 않았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나 배우면 된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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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캐드 사용법을 가르치는 셈. EagleCAD에서 단면 기판으로 설정해 놓으니까 auto route가 안 되는 것 같다. 라우팅은 참... 하기 싫은 작업인데... 점퍼 다섯개 나왔다.

다음에 할 것은 Serial, SPI, 1-wire, CAN, I2C 등등의 chip to chip, chip to pc 통신과 transformerless power supply 제작, 초음파 센서 실험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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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중 한 명이 조립해서 서미스터로 실험 중인 보드. 땜질에 시간이 워낙 많이 걸리지만 만능기판에 납땜하는 것을 2회까지 고집했다. 일단은 납땜은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남자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사나이가 된다(종종 2MB같은 바보도 나온다). 사무실에 레퍼런스로 사용할 정밀 온도계 같은 것이 없어서 순전히 통계와 수식만을 이용해 정밀도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 -_-  다음번 부터는 브레드 보드를 사용할 예정.

센서 인터페이싱 실험에서 사용한 서미스터는 25도에서 5Kohm +-1%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고, B정수는 3970(25~85도 구간)인데, 실측치를 그래프로 그려 로그 그래프를 B정수와 연관시키고, 서미스터와 직렬 연결하는 바이어스 저항의 최적값을 찾는 연습을 시켰다. 아울러 ADC의 양자화 오차의 개념과 온도 정밀도에 관한 얘기, 계산량을 절감하고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로그 출력치를 구간 회귀분석을 하고 프로그래밍으로 선형보간법을 구현하는 방식 따위를 설명해 줬는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뭐 사실 나도 아주 오랫만에 해보는 터라 서미스터의 물성에 관한 수식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웹 문서를 이것저것 뒤져야 했다.

납땜에 워낙 시간이 많이 소비되어 다음 실험 부터는 브레드 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각자  11000원씩 각출해서 6 장의 브레드 보드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동안 조이사와 내가 투자한 돈이 무려 35만원이 넘었다. 초음파 센서나 스텝 모터 구동 따위를 실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기 돈으로 사라고 했다.

그런데 집 앞 지하철 역사에 들어선 편의점에서 마이크로 로봇을 80만원에 팔고 있더라. 언제부터 편의점에서 로봇을 판매한 거지? 아스트랄하군.

Garmin eTrex Vista HCx가 도착. 실구매  5개월 전, 심지어 출시 전부터 스펙을 달달 외우고 있던 기계다. 야호. 주문을 토요일에 해서 3일 건너뛰고 business day로 8일 만에 도착. 즉 3주 만에 도착했다. USPS의 로그

  • Out of Foreign Customs, January 30, 2008, 2:01 pm, KOREA
  • Into Foreign Customs, January 30, 2008, 1:47 pm, KOREA
  • Arrived Abroad, January 30, 2008, 1:46 pm, KOREA
  • International Dispatch, January 25, 2008, 4:45 pm, MIAMI
  • Electronic Shipping Info Received, January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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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의 센스가 철철 흘러넘치는 송장이다. 친절하게도 gift 표시해서 보내준데다 값어치를 40$로 적어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통관세를 물지 않았다. 통상 업자 소개는 안 하는데 업자가 너무 귀여워서 기록을 남김. eBay의  myronglobal@gmail.com에게 구매. 업자에 관한 정보는 다음 GPSGIS 동호회의 잡담 게시판에서 얻었다.

Garmin eTrex HCx
포장을 뜯고 전지 장착. 전원을 켜자마자 치트키 입력. 조이스틱 버튼을 누른 상태로 전원 버튼을 동시에 눌러 전원을 켜면 출하시 QC 팀이 테스트에 사용하는 화면이 나타난다. 여기에 하드웨어 정보와 소프트웨어 정보, 수신 감도, LCD 테스트, 버튼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다.

실내에서 위성이 무려 여섯개나 잡힌다.  창가에서 2m가 안 되는 거리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앉아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SiRF-III 칩은 간신히 한두 개 잡히는게 고작이었다! 하여튼 상당히 인상적인 수신율이다.

업데이트 로그를 보니 별 내용은 없었지만 펌웨어 업데이트. MapSource CD 버전을 설치하고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Garmin eTrex HCx
다음날 용산에 가서 Sandisk의 2GB microSD를 11000원에 구매했다. 몇몇 SD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었다. 구매한 것은 잘 작동했다. 아쉽게도 SDHC는 지원하지 않는다. 

Garmin eTrex HCx
주문할 때 바이크 마운트를 함께 사고 싶었지만 업자가 판매하지 않아 불안했는데, 바이크 마운트에 장착이 가능한 노치가 포함되어 있다. 예전에 쓰던 가민제 바이크 핸들바 마운트에 삽입해 보니 딱! 하고 잘 들어맞았다. 돈 굳었다.

Garmin eTrex HCx : Battery Holder & SD
표준 알칼라인 전지로 무려 25시간 동안 연속 작동한다. 수신율, 전지 사용 등의 측면에서 아직까지 이 지구상에 전용 GPS 리시버를 능가하는 PDA나 소비자 가전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소 아쉬운 점은 마이크로SD 슬롯과 전지 하우징의 방수 대책이 불안해 보인다. 평상시라면 괜찮겠지만 대마도에서처럼 폭포수같은 비를 맞으면 전지 하우징으로 빗물이 새들어간다. 그래서 전지가 녹슬었다. GPS 자체는 방수가 잘 되어 망가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전지 하우징도 방수가 되게 해줬더라면 좋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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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료로 공개된 일본 중부지방의 맵을 설치하면 POI 분류에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레스토랑, 관광지, 지명지물 따위는 기본적으로 나온다. 2. Vista HCx의 바로미터. 바로미터를 사용하는 고도계는 정밀도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그런데 정밀도는 뭣하러?) 기압의 트랜드 해석에 따라 오지에서는 목숨이 좌우될 수도 있다. 정말 필요한 기능이다. 3. 낚시하기 좋은 시간대, 일자를 알려주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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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그네틱 컴퍼스 내장. 속도가 n Kmh이하에서 n 초 이상 지속될 때  사용할 컴퍼스를 GPS 컴퍼스에서 자기 컴퍼스로 자동 전환해주는 설정 메뉴가 있다. 2. 트랙로그를 gpx(GPS Exchange Format)으로 외장 SD 카드에 저장할 수 있다. 장기간의 여행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이를테면 한 달 동안 인도를 돌아다니며 아무데서나 사진을 마음껏 찍어대고 한국에 돌아와 어디서 찍었는지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3.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POI를 보여주는 메뉴. map이나 트랙, 웨이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어야 나타나는 기능으로 뭐 예전부터 있었겠지만 매핑 디바이스는 처음 사용해 보는 나로서는 아주 재밌고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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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가까운 숙박지를 찾아보자. 2. 교토의 시내 관광지 부근 지도. 3. 한국 지도는 없어서 땅과 바다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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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토 시내 중심가 확대한 것. 가본 적도 없는 도시지만 무슨 까닭인지 교토 시가지를 보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곳을 알고 있다.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2. 메인 메뉴. 게임 등의 잡동사니도 들어있다. 스톱워치의 거리 랩은 쓸모 있어 보인다. 3. GPS에 자그만 압전 스피커를 달아놨다. 접근 알람을 설정해 놓으면 목표 설정점 반경 n m에 다다랐을 때 알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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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I(Point of Interest) 전체 보기. 2. 위성 수신 상황 화면. 총 32채널 트래킹이 가능한데다 막강한 수신율. 3. 해와 달의 상변화 추적. 예전부터 GPS 사용할 때 해지는 시각만큼은 늘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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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rip Computer. 화면에 나타나는 항목들은 재설정이 가능. 내 설정 상태는 Heading, Time of Day, Moving Time, Moving AVg., Stopped Time, Overall Avg., Elevation, Odometer. 2. 아무 화면에서나 조이스틱 버튼을 2-3초 누르고 있으면 waypoint를 찍을 수 있다. 조이스틱으로 자판 사이를 움직여 글자를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이전에 가지고 있던 eTrex 노랭이보다 입력 속도가 현저하게 빠르다. 아주 좋다.

화면이 너무 많아서 다 집어넣긴 뭣하다. 이것 외에 geocaching site와 연결해서 find, found 리스트를 관리해준다. 테스트 겸 해서 뒷산을 2시간 가량  산책하듯 한 바퀴 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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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산책이지 1시간 동안 꾸준히 올라가는 코스다. 계곡, 울창한 숲, 바위그늘 따위를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단 한 번도 수신이 잘못된 적이 없다. 아참, Vista HCx를 상의 호주머니에 넣어 둔 상태였다. 놀라운 수신율이다. 배낭 안에 gps를 짱박아 놓고 돌아다니다가 가끔 waypoint나 찍어 주고 지난 트랙 보면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끔 수신 상태가 좋으면 위치 오차가  +-2m로 찍혔다.

Vista HCX의 단점?
223$ 짜리라 단점이 전혀 없다. 굳이 꼽자면,

직사광 아래서 액정이 흐린 편.
백라이트 설정이 저장되지 않음.
tone 볼륨이 작다.
2GB 밖에 지원 안한다.
지도가 없다.

MP3 재생 및 동영상 재생이 안 된다.
DMB가 안 된다.
블루투스, 무선 인터넷이 안 된다.
사전 기능이 없다.
목에 걸었을 때 뽀대가 안 난다.

지도가 없다. MapSource에 누군가 친절하게 올려준 북한산 지도를 오버랩 해놓고 트랙로그를 gps에서 로드했다. 사실 GPS trackmaker로 예전부터 저 정도는 다 해봐서 대수롭게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GPS 유닛에 장착된 2GB의 마이크로SD를 채워줄 지도다.

아쉽게도 한국의 DEM 지도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DEM 뿐만 아니라 POI나 건물/도로 레이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무료로 구하는게 아주 힘든 것 같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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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중 Lost Fleet 구글 영문 번역 -- 누군가 이 블로그에 들어와 구글 번역기를 돌려 기사를 본 것 같다. 엉망진창으로 번역되었지만, 영문 번역본 역시 한글판과 마찬가지로 smartass가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잘 살아 있다 -_-

바쁘니까, 짧게 지난 일주일 요약.

시간이 별로 없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간단 요약

  • 부의 탄생: 신선한 관점. 가끔 웃김(루이 14세, 합스부르크 왕가가 쪼다로 등장). 타당성있는 자료 제시.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곤조.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흥미진진. 널리 소개되어 마땅한 책.
  • 한눈에 쏙쏙 들어오는 경제신문 따라읽기: 무려 12쇄나 인쇄된 놀라운 책으로 아주 쉬움. 너무 쉬움 -_- 하여튼 나도 베스트셀러를 읽어 봤다!
  • 금융상식 완전정복: 경제신문 따라읽기의 아류작 같은 느낌. 두번째 읽은 베스트셀러인데 책 내용은 경제지 기자가 쓴 것 치고 무성의하고, 가끔 책 쓰기 싫었던 나머지 '생활의 지혜: 음식이 싱거우면 소금을 치면 된다' 같은  헛소리를 늘어놓음.
  • 행복의 공식: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쓴 글 특유의 서툴고 엉성한 운영. 영양가 없고 깊이(명석한 통찰력)도 없다. 중요한 것을 빼먹었고 흥미 유발에도 실패. 단점이 많은 책. 이 작가 이런 류의 책들로 꾸준히 성공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멍청하달까? 올해 읽은 세번째 베스트셀러.
교보문고에서 외서를, 그것도 마이너한 SF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어달 전에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몇 권 구매하기도 했다. 모임에서 김씨는 스페이스 오페라 세 권을 빌려줬다. 어쨌거나 그래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책을 구매할 생각이 별로 없다.

Jack Campbell의 Lost Fleet 3부 Courageous를 3일 걸려 봤다. 감상평: 1,2부 지나면서 점점 나아진다. 재밌다. 4권도 봐야겠다. 더 할 말 없다.

nerd 광시곡이라 할 수 있는 Big Bang Theory를 봤다. IT Crowd와 함께 박씨가 추천해 줬는데 극화를 통해 동종 인류를 만나는 것이 여러 모로 애매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얘들 연구는 언제 하는 거야? 최근 2주는 미드 볼 시간이 없었다.

musca domestica를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무스카 도메스티카는 시체에 알을 까는 파리라고 한다. 한때 채식주의자였던 소년이 구더기 먹는 것에 역겨움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인간의 사고나 행위가 파리 구더기에 비할 바 없이 역겹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때문일 것이다(농담). 아니면 구더기가 맛있어서(역시 농담).

유감스럽게도 Super Mapple은 일본 윈도우즈에서만 깔리는 것 같다.

windows update중 실수로 노트북에 internet explorer 7.x를 설치했다. 이게 뭐가 좋다는 거지? IE6에 비해 페이지 렌더링 속도가 더 느려졌다. 이거 참... -_-

1월 19일 토요일 저녁에 Garmin GPS Vista HCx를 충동 구매했다. 더 기다려봤자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eBay에서 국제배송 되는 딜러를 찾기도 어렵지만 지불 방법 때문에 한 시간 넘게 헤맸다. 환율이 낮을 때 살 껄 가격 떨어지는 거 괜히 기다렸다. 물건값은 223.95$, 보험료와 배송료를 합해 $256.85. 아무튼 기록을 위해.

paypal 가입확인 -- 하도 오래전에 거래해서 id, pwd가 기억날리 없으니
ebay 가입확인 - paypal과 마찬가지
ebay에서 물건 낙찰(win)
ebay에서 payment method를 paypal로 해서 구매
paypal credit card activation ($1.95)
ebay에서 결제 확인
국내 카드사에서 결제 내역 확인
카드사에서 결제 확인 전화 통화
판매사에 거래금액외 3$더 지급청구된 것에 관해 컴플레인

갠지스강에서 버터플라이 -- 이 얘기 안다. 오래 전 여행 중에 그 바보 일본인이 책을 썼다던가 갠지스강에서 수영을 했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이 어째 낯익다 싶었다.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아내와 맥주를 마시면서 꼴까다의 수데르 스트리트를 다시 보니 정겨웠다. 아마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한 친구가 아내에게 메일을 보냈다. 암만에서 만난 아가씨였고 요즘은 어디 나돌아다니지 않으면 아내와 가끔 만난다.

그 아가씨가 5년 만에 다시 암만을 방문하고 팔라펠 가게나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가 여전하다고 알려줬다. 방금 아웃룩으로 암만의 4년전 이맘때쯤인 그 날 기록을 살펴보니 라면과 계란, 파를 사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끓여 먹었다. 날이 추웠지만 사해에 갔고 죽은 바다 건너편의 망할 이스라엘 땅을 노려보며 덜덜 떨다가 한 팔레스타인 차를 히치 하이크를 해서 암만 시내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묵던 게스트 하우스 입구에 염소인지 양떼를 메어 놓아 인상깊었던 기억. 그때 대절 택시비가 비싸다고(500$) 바그다드에 안 간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내 인생에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 유적을 볼 기회가 과연 있기나 할까?

인도야, 하도 못 가본 곳이 많아 언젠가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사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유라시아 횡단을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다시 해 보는 것이다. 이번에 가면 예전처럼 허투루 보지 않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인도, 네팔에 들르면 되니까... 참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튈 기회가 생길 것이다. 스트러글, 인텐션, 윌링네스, 호프 등이 없으면 경험상 럭과 해피네스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개나 소나 인생에 한 번 쯤은 가봐야 할 곳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아이를 엄마와 함께 인도에 보내줄 것이다. 다음 달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상하이에 간다고 했다가 아직 그쪽 날씨가 쌀쌀한 편이라 포기한다. 거기 보통 난방을 안 한단다.

여권법이 바뀌었는지 요즘은 17개월 짜리 아기도 여권을 만들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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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엊그제 터키의 셀축에서 죽치고 지내다 오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나와 아이가 서로 몇 개월, 몇 년 못 보는 것을 걱정한다. 수 많은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아버지는 아이의 성장에 필수요소는 아닌 것으로 결론냈다. 생존을 위해 아이는 관계를 형성하고 학습해야 하는데(아스퍼거 신드롬이라도 좋은 살인마가 될 수 있는 남자와 달리 특히 여자애는), 그런 모델을 제공하거나 환경에서 불완전하고 엉성한 요소만 없다면 양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편모, 편부 슬하거나, 절간에서 늙은 중과 산다거나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요점이 그렇다. 관계형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정 요소만 없으면 된다.

철콘 근크리트... 이건 대체 언제 보고 스크랩 해뒀던 거지? 멋진 작화와 연출.
철콘 근크리트: 스토리 따위는 필요치 않아!
새로 시작한 마크로스 프론티어. 아직 적응안됨. 왠지 불길한게, 마크로스는 매년 개수작질.

로보콘
'갠즈스강에서 버터플라이'와 함께 '로보콘'이란 영화를 이씨가 구워줬다. 재밌어서 깔깔 웃고 박수 치면서 봤다. 훌륭하다. 꿈도 희망도 아무 생각도 없는 양아치 계집애가 로봇 조정을 한다. 연초에 일이 많아 기분이 저조했는데(꿈에서도 프로그래밍을 했다) 이 영화로 웃을 수 있었다.

로보콘을 본 김에 작년 연말에 할까 말까 생각하던 것을 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간단한 MCU 컨트롤 교육을 시킬 참이다. AVR은 가격이 싸고 프로그래밍이 쉬운데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os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다 못해 datasheet 보는 법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회사에 그 계획을 말하니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하잔다. 흠. 내 독단적으로 하기로 했다. 회사에 여섯 명 교육에 부품값이 17.4만원 드는 그 계획을 말하니 자금 지원은 없단다. 그래서 내 돈으로 두 번 정도 실습할 분량의 부품과 공구를 구입했다. 그렇게 회사에다 말했더니 현업에 지장을 줄까 우려했다. 업무시간 외로 돌렸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단순한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시스템 엔지니어가 절실히 필요한 회사에서 프로그래머가 하드웨어 지식을 학습할 기회는, 난데없이 자가발전 오타쿠 취미생활이 되었다.

아무튼 처음 시작하는 것은 시중에서 5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자전거 LED 깜빡이를 만원 들여 굳이 만드는 것이다. Atmel의 AVR ATTiny26 MCU Chip 한 개와 세 개의 LED, 두 개의 푸시버튼 스위치를 사용하는 간단한 회로다. 시작이 어렵지 한두 번 하고 나면 자연발생하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일단 심어주는게 중요하다.

한 친구는 너무 앞서가서 자립 이족 보행 로봇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직원들에게 로보콘을 괜히 보여준 것 같다. 기초 전자공학은 커녕 뉴턴 역학도 잊어버린 평범한 사칙연산 프로그래머가 로봇을 대체 어떻게 만들겠다는거지?

A: (언제나처럼 존경심을 담아) 상상력과 의지로!
 
AVR Studio와 WinAVR을 설치하고 Code Vision, OrCAD등을 회사 PC에 설치했다. 상당히 오랫만인데 프로그램들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AVR Studio로는 심지어 시뮬레이션까지 된다. 회로를 그리고 코드비전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LED 드라이브하는 거야 워낙 간단하니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작업을 마쳤다. 그건 내 사정이고... 처음 시작하는 이 친구들은 과연 며칠이나 걸릴까... 180p 짜리 이해가 하나도 안가는 외계어로 가득한 MCU 영문 매뉴얼을 읽는 것이나,  V=IR도 모르는데 저항이나 컨덴서를 난생 처음으로 만능기판에 납땜하게 된다.

그래서 내일 몇몇은 생애 처음 납땜. sleep tight, dream android, juni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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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잡기 2008. 1. 13. 18:12
The Nerd Test, v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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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군.

자폐증 지수 검사(Autism Spectrum Quotient Test)
  -- 당신의 자폐증 지수(AQ)는 28점 입니다. 이 점수는 다소 평균에서 벗어난 결과이며 경우에 따라 당신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예상대로다.

자세한 분석결과: 남자 평균은 17점, 여자 평균은 15점.  Simon Baron-Cohen 및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을 받은 성인의 80%는 본 테스트에서 32점 이상을 기록. 26점을 기준으로 본 테스트 결과는 자폐증의 일종인 Asperger Syndrome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정상인을 임상적으로 구별하는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  수학, 물리학 및 공학 계열 종사자는 본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 캠브리지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학과 학생 평균은 21.8점, 전산과 학생 평균은 21.4점. 한편,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여섯 명의 평균은 24점.
그도 그럴 밖에, 인생의 태반을 혼자 보내면서 책을 읽고 여행 다니고 15년 이상 틀어박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이 자폐 증세가 없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폴 블룸이 지은 '데카르트의 아기' 에서 발췌:
자폐아를 자식으로 둔 작가 닌 혼비는 "무엇보다 말도, 말을 배우려는 어떠한 충동도, 세상을 알고픈 욕구도 갖고 태어나지 않고,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저 혼자 뱅글뱅글 맴돌거나 그림맞추기 퍼즐만 하고 또 하고 줄기차게 그것만 하려는,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고 흉내도 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말 그대로, 이따금씩 손톱과 이빨, 고사리 같은 주먹을 동원해 처절하게 싸우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다가가겠는가?" 라고 반문하며 아버지로서의 좌절감을 드러낸다.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을 맛 보고 있을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 --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나 흥미와 활동의 제한은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인지/언어 발달에는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일반적으로 인간을 사물화한다. <-- 매우 중요. 역으로 생각하면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경영자나 군인으로서 리더가 되기에 바람직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리더를 그리워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잘 맞을 것 같다.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 정신이상자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는 대부분 덜미가 잡히거나 치료 받은 사람, 다시 말해 성공하지 못한 정신이상자로부터 나온 것이다. ... 미소를 머금은 리더들이 냉혹한 괴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졸아든다. 게다가 기업의 사장이나 그밖의 유명 인사가 느닷없이 정신 이상 진단을 받는 경우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지만 마치 그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즉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처럼, 또는 나쁜 짓을 저지른 다음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살아야만 한다.
성공한 정신이상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작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 대다수는 나처럼 위선자로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지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략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사위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 들키지 않을 확신이 서면 가끔은 거추장스러운 도덕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유연성이 있으면 돈 벌고 예쁜 마누라 얻고 하고 싶은 짓 다 하면서도 장수할 수 있다.
지렛대를 누르면 가끔 먹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방에 있는 쥐가 충격을 받도록 해서 이것을 보여주었다. 쥐는 굶어죽는 선택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종의 다른 성원이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덜 먹으려 했다. 나중에 원숭이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원숭이는 훨씬 더 오랫동안 먹이를 삼갔다. 원숭이의 감수성은 같은 종의 성원에게만 적용되었으며, 먹이를 얻기 위해 토끼에게 충격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원숭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은 유전적으로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는 흑인, 백인을 자기와 전혀 다른 종족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이도록 설계된 장치라서 '우리'가 리더를 뽑을 때 유난히 지독한 자폐증 정신이상 합병증 병신만 콕 찍어 골라 뽑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잘 뽑은 리더라야 우리 죄를 제대로 짊어질 수 있다.
 
작가는 이 다음에 폭넓은 상호이타적 행위가 동종을 넘어서 다른 종으로, 우주로 널리 퍼질 수 있는 여건을 설명한다. 사실 그 부분은 인간의 대뇌용적이 훨씬 늘어나지 않는 한 개소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별세한 커트 보네것은 대뇌용적이 훨씬 작아져야 인간성이 바람직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견해를 따르거나 보네것의 견해를 따르거나 상관없이 인간이 반병신이란 애초 전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타 등등...
 
아프리카에 도착한 최초의 지중해 사람들은 어느 섬의 서식 동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쪽 만의 외진 곳에 있는 어느 섬에는 야만인들이 넘쳐났다. 여자도 있었는데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다. 그들은 털북숭이 몸을 하고 있었다. ... 우리는 그들을 쫓았으나 남자는 한 명도 잡을 수 없었다. 다들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파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돌을 던지며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여자는 세 명 생포했다. 깨물고 할퀴고... 우리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여 가죽을 벗긴 다음 카르타고로 갖고 왔다.
원주민들은 이 야만족을 '고릴라' 라고 불렀다.
인지 능력중 범주의 혼란을 묘사하면서 예로 든 것.
로마 화에 알라가발루스는 붉은 피가 초록색 풀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풀밭에서 노예들을 학살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명백히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예술일까?
예술이 자의적인 노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데카르트의 아기' 요약:
  • 물질적인 존재와 비물질적인 존재의 구분 -- 정신/영혼의 기원
  •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 -- 예술적 가치 판단
  • 천성적인 공감 및 혐오감 -- 양심과 사회 윤리의 기원
  • 자연의 작위성 -- 종교의 기원
  • 육체와 정신의 이원성 -- 유머의 기원
매우 흥미진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잘 쓴 책이며, 내용이 꽤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증거라고 든 것들의 신빙성이나, 총합적 파괴력은 약한 편이라서 작가의 글빨로 쉽게 커버되지 않았다. 인체실험이 워낙 비도덕적이라 쓸만한 자료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해야 하나? 비도덕적으로 제대로 된 자폐증 정신이상 천재 과학자와 그 과학자와 죽이 맞는 자폐증 정신이상 군부 독재자의 환상적인 결합을 막연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번역자는 곽미경,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개성의 탄생'의 번역자. 눈에 거슬리는 일반 명사의 복수형이나 어순의 선택, 문장의 장황스러움 등 '개성의 탄생'에 비해 번역질은 좀 떨어졌다. 시간순으로 보자면 데카르트의 아기를 먼저 번역하고 개성의 탄생을 나중에 번역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번역 품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점. 연초부터 기분 좋게,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시락과 물병을 챙겨 적어도 4시간 이상하는 본격적인 산악 트래킹이란 의미에서, 오랫만에 북한산에 올라갔다. 몇 개월 운동을 안하고 실내에 틀어박혀 일하고 술 먹고 하다보니 체중이 최근 1kg 늘었다. 날이 추워야 오르는 맛이 날텐데 날이 따뜻하니 땀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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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에 매달려 혼자 암벽을 타는 이 아저씨의 용기에 그다지 감명을 받지 않았다. 오늘 따라 바위가 매우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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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안개가 잔뜩 끼어 '사일런트 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암반이 미끌미끌하다. 이런날은 안전한 산행로로 다니는 것이 윤리적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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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로 줌 해서 촬영하니 사진이 엉망인데, 사람 둘이 떨어졌다. 북한산은 심심하면 오르락내리락하는 내가 보기에도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산이다. 헬기가 그들을 구조했다. 다행히 사망은 아닌 것 같다.

자연공원법 86조에 의하면 통제된 곳을 오르는 사람에게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언제부턴가 그런 현수막이 북한산 곳곳에 설치되었다). 헬기 한 번 부르면 내가 알기론 200만원, 골절 등 부상 치료비로 대략 100만원 잡으면, 한 잔 하고 호기가 발동해 미끌미끌한 바위를 올랐다가 자칫하면 300-400만원을 날리게 된다.

이번 주에도 북한산에 올랐다.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한바퀴 도는 원점 회귀 코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웠는데 아이젠을 깜빡해서 얼음이 낀 암반에서 미끄러지는 살떨리는 경험을 했다.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다리 근육은 알 안 배기고 잘 움직이지만 폐포에서 가스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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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Fleet

잡기 2008. 1. 5. 16:31
Altered

Altered: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B급 고어물로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갖은 인체실험에 시달리다가 쓰레기처럼 버려진 몇몇 사람들이 홧김에 외계인 사냥에 나서 쏘고 썰고 지지고 때리고 하는 제대로 된 영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를 만든 Eduardo Sanchez 가 감독.

I Am Legend: 버려져 초토화된 도심 외에는 별달리 볼꺼리가 없고(윌 스미스의 갑바는 예외로 인정하자?) 재미도 없는 돈지랄 쓰레기.
 
2008년 들어 처음으로 끝낸 책은 Jack Campbell의 Lost Fleet: Fearless. 1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 4일 끝냈다. 300p/3d = 100p/d. 연휴에 놀러간 마누라 대신 애를 보면서 읽은 원서치고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은 셈. 오늘이 5일. 그 동안 Fearless를 포함해 책 3권을 읽었다.
 
스토리라인 앞부분: 블랙잭 기어리는 Syndics를 피해 여전히 도망다닌다. 전쟁포로 구출 작전 후 기어리에 맞먹는 명성을 지닌 20년전의 명장(?) Fighting Falco를 구출하나, 팔코는 자기가 도탄에 빠진 앨리언스를 구원할 적법한(또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또라이였다. 팔코는 신딕에 맞서 싸우지 않고 전략적으로 도망만 다니는 기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다가 40여척 함선 선장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신딕과 무턱대고 싸우러 간다.
Fearless, Lost Fle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상평: 1권에 비해 꽤 재밌어졌다. 1권에서 전개에 필요한 설정과 상황 설명을 주로 했다면 2권이 전개가 된다. 따라서 3권도 읽어야 하고 올해 여름에 나오는 4권과 내년쯤에 나올 5권까지 읽어야 끝난다. 기어리의 (불필요한) 내면 독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구질구질한 에누리가 돋보이는 서술 역시 줄었다. 전투씬이 2권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고 함대전에 대한 묘사가 1편보다 자세하고 정밀하다. 이를테면 작전지시 때 '우현 상방 앙각 23도 기함 중심 45도 방향으로 04시 감마 포메이션을 전개하라' 라고 '제대로' 말한다.
 
1권이 구질구질해서(이미 SF를 볼만큼 본 사람들에게는 50p 이내로 압축되도 무방한 분량을 300p로 늘려 놓아서) 암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2권에서 차도가 보이니... 설정은 이렇다;
 
  • 방어체계: 0.2c로 가속하면 통상적으로 함선의 사람들은 짜부러진다. inertial damping field를 도입하여 사람들이 오징어포가 되는 것을 방지. 아울러 에너지 병기 및 사출 병기의 일차적 임팩트를 저지하기 위한 에너지 방호막을 사용. 비전투시에는 0.2 ~ 0.4c의 대단한 속도로 주행하는 함체를 우주먼지와 데브리스, 기타 등등 고에너지 입자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원리는 알려지지 않음.
  • 전략적 포메이션을 이용한 함대전이 쇠퇴하고 막무가내 개싸움이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전장에서 영웅적인 용기를 보여준 블랙잭 기어리와 백여년 동안 벌어진 전쟁 기간 동안 영웅적인 용기를 보여주다 죽어나간 수많은 고참 지휘관들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 -- 이건 좀 이해가 안 간다. 전략전 시뮬레이션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전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non so blind. 이건 뭐 네안데르탈 전투도 아니고... 백년 동안 자다가 얼떨떨하게 깬 블랙잭 기어리의 등장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불필요하지만 있어야 할 장치 정도로 이해.
  • 액티브 센서리는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ping을 날려서 그것을 받으려면 2배의 시간이 드는데 함대간 거리가 수 광시에 해당하면 액티브 센서리보다는 고성능 패시브 센서리가 전략수립에 더 유용하기 때문.
  •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두 함선의 상대 속도가 무려 0.4c나 되어) 타겟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말은 이렇고 타게팅이 불가능). 함대전 또는 전함 대 전함이 싸우려면 양자가 모두 '싸우겠다'고 마음 먹을 때만 전투가 성립한다는 점은 반질거리는 현실감으로써 타당하다. 따라서 용맹이 최고의 전술적 가치가 되는 개싸움도 일부는 이해가 간다.
  • 무기체계: 스텔스 지뢰가 큰 역할을 한다. 근거리에서 상대의 shield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grapeshot(세라믹 코팅된 금속볼 고속 사출 무기), 근거리에서 함선에 구멍을 내는 hell lance,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지능형 spector 미사일, 극단적인 단거리에서 사용하는 원자간 힘을 상쇄시켜 물질을 완전히 분해하는 null field가 있다(레널즈의 SF에서도 소름끼치는 고딕풍으로 등장). 마지막으로 행성을 폭격할 때 사용하는 grapeshot과 유사한 무기가 있다. 행성 폭격에 사용하는 탄환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앨리언스와 신디케이트 월드의 무기체계는 호환되지 않는다.
  • 추진계: 연료전지(fuel cell)을 사용. 캠벨의 설명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고 실제로 책에서도 설명이 안 되어 있다. 정지 상태에서 0.2c(12만km/sec) 가속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텐데 연료전지로 추진한다?
  • 보급 체계: 캠벨이 정성을 들여 부러 서술한 부분. 무기체계가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적 병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무기는 아스테로이드 원석에서 추출, 또는 행성계의 적 거주구에서 징발된 자원을 가공한다. 이 때문에 대단히 규모가 크고 느린 공장선을 함대에서 질질 끌고 다닌다. 함대의 전략적 아킬레스건. 무지막지하게 소모되는 무기(수백 킬로 미터 범위의 광대한 공간에 산탄을 사출하는 엄청난 수준이니)와 추진계 때문에 함대에서 보급선을 보전하기 위해 기어리 함대장은 사력을 다한다.
  • 도약: 전형적인 jump gate는 항성계에서 알려진 항성계 사이의 근거리 도약에 사용하고, hypernet이라 불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원거리 직접 점프 게이트가 있다. 두번째는 근원부터 원리까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신딕은 앨리언스에서 그 기술을 훔쳤다고 여기고 앨리언스는 신딕이 자신들의 기술을 훔쳤다고 여긴다. 아마도 외계인 기술을 사용한 듯. 2권에서 이것에 관해 잠깐 언급되는데 3,4권까지 열나게 싸우고 5권 쯤에서 뭔가 결론이 나올 것 같다.
  • 선단 구성요소: 배틀십, 배틀 크루저, 디스트로이어 등 규모가 큰 강력한 함선이 주로 함대전에 사용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나 스타워즈 류에서 익히 보아왔던 파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썩 괜찮은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설정이다. 파이터나 전술 폭격기는 크기 제한 때문에 약한 배리어와 다소 가벼운 무기체계, 지극히 짧은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연료를 실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배틀십을 때려부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레이프샷 한 방이면 나가 떨어지고 0.4c 가속을 견뎌주는 배틀쉽의 배리어를 돌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니 의미가 없다. 사람이 타는 바이퍼나 타이 파이터 등은 우주전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역할을 할 뿐 우주전에서 그닥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논란의 소지가 있음)
  • AI: 무인함선은 원격제어의 취약성(해킹 가능성)과 AI의 자율체계에 대한(로봇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신딕이나 앨리언스나 개발하지 않았다. 고속 무인 전술 파이터와 AI는 밀리SF팬들 사이에 논란꺼리가 될만한 소재다. 수년 전에 진 로덴버리가 만든 안드로메다란 드라마에서 안드로메다는 무인 드론를 자체 생산하고 근접 전투시에 활용하는 이전에 없었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이게 전부다(김씨는 혼블로우류에 뭘 더 기대하냐고 낄낄거렸다). 전방위적으로 윤기가 잘잘 흐르는 흡족하게 '잘 쓴' SF는 아니다. 설정의 몇몇 부분은 대충 얼버무리거나 해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에 방황하는 함대 시리즈의 핵심인 '상대론적 시간 지연이 감안된 함대전의 묘사'라면 밀리 SF로서 상당한 성의를 보여줬고 노력도 엿보인다. 설정이 잡힌 상태라 2권은 그야말로 무협지처럼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정신없이 좍좍 읽어내렸다.
 
한 가지 신경에 거슬리는게 있다면, 캐릭터 중 Callas Republic을 대표하는 Co-President Rione. 1권에 이어 여전히 밥맛 떨어지는 캐릭터로 시빌리언인 리오네가 왜 자꾸 브릿지에 등장해서 작전마다 끼어들어 뻔한 허튼 소리로 사사건건 간섭하게 내버려두는 지. 목숨이 걸린 군사작전인데. 3권 이후에 앨리언스와 신딕스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하이퍼넷으로 인류의 우주 진출 범위를 규정한 그들 공동의 적인 외계인을 쳐부수러갈 때(이게 다 외계인 때문이야!) 정치적 합의를 위해 필요한 캐릭터라 내버려둔 것 같다. 2권에서도 1권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진 리더십에 대한 찬송가는 여전하지만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바라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주었으므로 이런 저런 사소한 단점은 넘어가도 무방할 것 같다.
 
잭 캠벨의 본명은 John Hemry이고 퇴역해군장교 출신이다(그래서인지 함대전에 필요한 군바리 리얼리티가 어느 정도 배어 있는 듯). 존 헴리가 잭 캠벨이란 필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재밌다: 서점 컴퓨터에 한번 기록된 필명으로 이전에 주문된/팔린 책의 판매 부수가 적으면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가  다음 번에 다시 주문하지 않게 되어(우선순위에 밀려) 자신이 새 책을 써서 판매하려고 할 때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필명을 바꾸어 서점의 전산 소프트웨어를 우회한 것이다. 책 팔기가 그렇게 어렵다 -_- Campbell은 물론 전설적인 SF 편집자였던 John Campbell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재밌게 읽었고, 무협지 류이므로 본격적인 전개가 기다리는 3권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아너 해링턴과 마일즈 보르코시건은 다른 사람들처럼 다음 권이 번역되길 그다지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지 않았다. 보르코시건의 경우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개성이 강한 난장이 캐릭터에 비해 임팩트가 다소 떨어졌고 후편이 어떻게 될런지 아무런 힌트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아너 해링턴이건 마일즈 보르코시건이건 떠도는 함대건, 긴급한 업무를 기꺼이 뒤로 미루고 재밌는 SF를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은 유전자 깊숙히 프로그래밍된 인간의 선천적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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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름

잡기 2007. 12. 29. 02:52
점점 블로그 쓰기가 귀찮아진다.
그러나 ilm, 지식의 추구는 무슬림의 의무다. 2007년의 마지막 글을 쓰자.

자전거 타고 휴전선 넘는다 -- 오오!

2007 대선 득표수와 구글검색결과의 관계 -- 공교롭게도 대선 며칠 전쯤 심심풀이로 링크와 같은(유사한이 아니라 같은) 조사를 했다. 검색 결과가 다른 점이 인상적인데, 내 경우 2위가 정동영이 아니라 이회창이었다.

개발자분들, 패션에 신경쓰고 삽시다! --  시장에서 떨이로 파는 싸구려 옷에 부시시한 얼굴로 돌아다니지만(대부분은 내가 세수를 하건 안 하건 구분하지 못하는 듯) 옷가지와 액새서리, 약간의 개폼등으로 인간의 품격을 계량하는 천박함과 거리가 먼 생활을 오래한 탓에 무시... 개발자가 개발을 잘하면 예수나 부처처럼 뒤통수에서 후광이 은은하게 반짝인다. 여자 사귀기는 좀 힘들지 몰라도 패션 / 스타일 보다 그게 약간 낫지 싶은데...

아내는 여름 내내 주말마다 튀긴 닭과 맥주를 시켜먹는 내 모습에 질린 듯. 겨울에는 간단한 안주꺼리를 만들고 포도주를 한 잔 마시며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웹질을 했다. 그 모습에도 질렸는지 12시가 넘은 시각에 웅크리고 앉아 양파를 까고 있으니 싫은 소리를 늘어놓는다. 젊은 시절에는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여자 꼬시는 재미가 있었지, 결혼하고 부터는 아무런 낙이 없다는 것을 아내가 이해할 리가 없지. 한밤중에 안주꺼리를 만들거나 주말에 통닭을 시켜먹는 궁상이라니... 으쓱. 이게 다 카르마야.

12월 들어 송년회가 잦아 떡이 될 때까지 술에 취할 일이 많았다. 몸을 추스려 보려고 하지만, 마음 먹고 지정사 모임에서 일찍 돌아온 날도 집에 돌아오니 심바와 충언군이 소주병을 비우고 있었다. 심바는 며칠 후 아프리카인지 남미인지로 떠난단다. 이명박이 당선된 그 날 새벽 네 시까지 술을 마셨다. 김씨 아저씨를 본 것이 심바나 충언군을 본 것보다 오래되었지만 술친구로 꼼장어에 소주 한 잔 마시는 허름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정사 모임 멤버들과 술로 밤을 샌 적은 드물다. 지정사 모임에서 김씨는 사람들에게 지정사나 만금클럽(내가 이름 짓지 않았다), 쿠키단 따위의 유래를 이야기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래 전 얘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세트 알데히드로 쩌든 맛간 몸으로 손수 해장국을 끓여 먹었다(아내가 해준 음식은 성의 없이 대충대충 흉내만 내는 종류라 먹으면 역효과가 난다). 12월 19일은 내 인생 최고의 황태 해장국을 끓여 먹은 날이다. 음식을 만드는 다수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음식점에서 뭔가를 먹으면 음식에 들어간 재료의 배합이나 조리법 따위를 생각한다. 얼마 전에 먹어본 황태 해장국의 재료는 무, 황태, 청양고추 약간, 마늘, 파가 전부였다. 황태를 물에 잠시 불리고 참기름에 버무려 볶은 다음 무를 넣고 잠깐 볶는다. 물을 붓고 팔팔 끓이다가 마늘, 파를 넣고 간 맞추는 것이 전부다. 음식점에서 사먹은 6천원짜리 황태 해장국은 미원이 들어갔다. 집에서 해먹을 때는 황태를 많이 넣으면 미원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14,16,18,19,21,26. 21일 역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잤다. 아내가 전화를 걸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6호선을 한 바퀴 돌았다. 삼각지 역에서 출발해 삼각지 역에서 내렸다.  Lost Fleet: Dauntless를 읽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하도 술을 마셔대 290p 밖에 안되는 그 책을 읽는데 1주일이나 걸렸다.

김씨에게 Jack Campbell의 책을 두 권 빌렸다. 이제 Lost Fleet의 두번째 권인 Fearless를 약 20p쯤 읽기 시작했다. 무협지류라서 술술 잘 읽히는 편.

내용: 100년 동안 떠돌아다니던 lifepod를 건지고 보니 전설적인 영웅 Black Jack Geary였다. 당시 인류는 Alliance와 Syndicates로 갈려 프라이드와 나와바리 문제로 피튀기게 싸우고 있었는데 기어리를 구한 앨리언스는 때마침 함대가 전멸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동맹은 Syndics를 완샷에 때려부술 수 있는 hypernet key를 훔쳐서 달아나는 길이었다. 기어리는 동태 상태에서 깨자 마자 투항 조건을 협상하러 갔다가 죽은 전 함대 사령관의 유지를 받들어 동맹 함대 뿐만 아니라 하이퍼넷 키를 무사히 집에 보내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나저나 매번 엘리언스를 읽을 때마다 aliens로 기억된다. -_-

감상: 전설적인 영웅이 제네럴십(또는 리더십)을 회복하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밀리활극물로 안 읽어봐도 재밌을게 뻔한 SF. 당연히 일정 정도의 재미는 보장되었다. 경구는 조낸 익숙하고 함대 사령관의 카리스마와 고뇌와 리더십도 조낸 익숙(스타트랙 TNG와 보이저를 보며 자란 세대니까!). 그러나 이탤릭체로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주변 인물들이 영웅은 이래서 잘났다고 거드는 조낸 짜증나는 말들이 읽을 때마다 거슬린다. 왠만하면 그런 걸로 짜증난다느니 따위 말을 하지 않지만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잊을만하면 찬송가처럼 되풀이되는 얘기로 페이지를 까먹는게 아깝달까. 입 닥치고 전투나 왕창 묘사하지.

기대했던 아광속 함대전(잭 캠벨이 이걸 제대로 묘사한 작가란 평이 있길래)은 딱 한 번 나왔다. 하지만 그놈에 함대전도 적색편이가 어쨌다느니 왕복 6광분 후 acknowledge가 들어왔다느니를 거의 무한 반복하다시피 해서 리듬이 자주 깨진다(작가가 아마추어 티가 풀풀 난다). 흥미로운 것은 20시간 후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상대를 인지하고 그 20시간 동안 서로 조우하기 까지의 긴장을 간단히나마 묘사하거나 하다못해 시도라도 해낸 것. 만화나 애니, 게임 중에 그런 걸 제대로 언급한 것은 내가 본 것 중 이것이 처음이다.

항성계에서 항성을 향해 우현 기준으로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3차원 전술을 설명할 때의 이동 벡터가 어색했다. 어떻게 up, down과 앙각, 시간-속도만 가지고 함대의 전개를 지시할 수 있을까... 애리조나 촌뜨기가 미시시피 촌뜨기에게 백년 전의 함대전의 기본 대형을 가르치는 꼴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작가가 '자동계산'이 가능한 컴퓨터의 힘을 개무시한 덕택일까. 우주전에서 기준 좌표를 설정할 때 마치 북극성처럼 3개 이상의 먼 항성을 기준 좌표계의 중심점으로 삼아 전술 전개 방향 지시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앨러스태어 레널즈처럼 천문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의 글은 1대 1 전투씬에서 무기나 우주선의 상대속도를 이해하기 때문에 굳이 잔대가리를 굴리지 않아도 짧은 서술과 묘사 속에 풍부한 지식이 배어있는 힌트를 드러내고 쉽게 이해가 가는 편이지만 캠벨의 우주전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였다.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아마추어 티가 풀풀 나는게 흡사 은영전 보는 것 같았다. (은영전이 무슨 우주전이냐?) 어쩌면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에게 SF에 필수적인 자양분이 되는 이공학적 배경이 다소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의심도 되지만.

그러다보니 리더십과 긴장관계를 시시콜콜 들먹이고(이렇게 말 안 듣는 놈들은 보통 총살이다), 백년 전란 동안 수 많은 우수한 사관을 잃어버려 전술 이해가 부족하다는 핑계꺼리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함대전의 혁혁한 승리 끝에 얻은 만족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어리는 몇 척 안되는 함선을 잃어버린 것으로 쩨쩨하게 인간성/윤리가 실종되었다느니 징글맞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대체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기어리같은 사람이 뭣하러 그런 소리를 늘어놓는건지 원. 뭐 따지고 보면 막장 모드 아너 해링턴에서도 18세기에나 나올법한 어처구니 없는 선체 충돌 같은 것도 나오지만.

결론: 점프 게이트와 방어 거점(주로 행성과 행성의 위성 거점들)  사이의 시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공간 벡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술 전개에다가 보통 0.1c로 움직이는 함선의 상대론적 효과가 전술 포메이션 변형 지연에 끼치는 영향이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리라 기대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홈월드라는 위대한 게임이나 여러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의 영향 탓에 우주전을 비주얼라이즈할 수 있는 독자 개개인의 심상개발이 준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지 싶다. 홈월드 역시 지극히 제한된 체적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투가 주이다보니 상대론적 효과같은 것은 감안하지 않았다. 3차원 우주전은 오직 소설 속에서만 묘사가 가능한, 말하자면 미디어가 차용 불가능한 순수한 문학적 소재일 수 있다.

IMAX 영화인 Fighter Pilot의 한 장면. 조기경보기에서 전투기의 실시간 정보를 받아 업데이트되는 화면. 군 홍보물같아서 김이 새는 다큐지만, 요즘의 구닥다리 기술로도 이런 게 가능하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실시간 독파이트 화면이다.

Life -- 7,8화까지 재미가 없어서 더 봐야하나 망설이던 라이프에서 주인공이 그가 먹여 살리고 있는 고용인에게 말한다; You are not Robin. What? You're not Robin.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배트맨이 되는게 훨 낫다고 이 드라마를 씹었는데 작가도 느끼고 있었나보지 -_-) 10화에서 별 이유없이 느려터진 얘기가 좀 풀리고 11화에서 새로운 전개를 위한 떡밥을 뿌린다. 이 드라마 각본 쓰는 작자는 뭐 하나 제대로 시원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박씨에게 늘어놓다가 박씨가 한 마디 했다. 미국인들이 주인공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나 같은 한국인이 주인공의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박씨가 말하길, 내가 주인공이 별스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아마 없을 꺼라고 한다. 냉철하고 터프하며 다소간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고 감방에서 수십년간 복역수들과 칼질을 나누면서 선도를 갈고 닦으며 기행을 일삼는 캐릭터가... 음. 그러고보니 전개가 감질나게 느리다고 여겼던 부분들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개발/연출하느라 시간을 보내던 부분들인 것 같다. 그 장면들을 쓸데없는 군더더기로 여겼다. 말하자면 제작진이나 제작진이 의도한 타깃과 인지모델에서 차이가 나므로 나같은 사람에겐 라이프가 재미있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

납득이 가는 해석이지만 재미없는 영화가 재미가 없는데 (그렇게 많은 시시콜콜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를테면 얼마 전에 본 D-War는 이래도 저래도 그냥 쓰레기다.

다른 설명도 물론 있다; 별달리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개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특소성이 '인지'되면서 사건 하나 하나가 쏙쏙 이해가 잘 가는 NCIS는 최근 즐겨보게 된 드라마다.
NCIS
FBI를 엿 먹이고 기뻐서 낄낄 웃고 있는 NCIS의 마음씨 좋은 주인공. 정작 NCIS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자갈밭 굴러가는 목소리를 지닌 goth족 여자 -- 아 데이트 상대로는 꽝이지만 목소리만.

두번째 예: Intacto -- 천운을 타고 난 사람들의 갬블링.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소재의 운용이 좀 아쉬운 편. 재밌을 뻔 했는데, 밥 먹듯이 오바 하는 일본 드라마 라이어게임(만화책 원작)보다 재미가 없다.

뭐.. 영화나 드라마란게... 어차피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보는 것인만큼 2,3기를 넘겨 보더라도 주인공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에 남을만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 정도인데 업치락 뒷치락 하는 거기서 거기인 헐리웃의 각본 시스템이 만드는 이야기에서 특별히 신선한 점은 느끼지 못했지만 누구나 거론하는 전문직 종사자의 직장 생활이 지닌 특수성만큼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미국 드라마를 몰아 보며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예: 웨스트 윙을 4시즌까지 본 덕택에 백악관의 구조를 눈 감고도 알만하다. 스타트랙 덕택에 알파 쿼드런트의 역사와 세력 분포가 이해되고,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대통령, FBI, CIA, NSA를 비롯한 미국의 거의 모든 첩보 기관과 미국 경찰은 하나같이 썩었으며 정부는 인민에게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대북정책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으며 심지어 장사를 하려면 마약이 최고다 라는 생계형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고 해서 4만 9천원 주고 스피커를 구입했다. Sound Device의 S3 Tallboy. 소비자 평가는 영 꽝이었다. VFD 는 작동 안하는 게 정상이라는 불평, 보통은 왼쪽 또는 오른쪽 앰프 칩에서 문제가 생겨 반환하거나 화이트 노이즈, 우퍼 험 노이즈 등 각종 버그가 레포트되었다. 사실 전자제품에 관한 소비자 평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간혹 보이는 음향평가에서 요점은 모두 잡았기 때문에 모험하는 셈치고 gmarket에서 주문했다.

음향은 포도주 향과 맛 처럼 인지모델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라 잘 믿지는 않는 편. 가격대 성능비가 꽤 좋았다. 막귀는 살짝 벗어났지만 에이징처럼 귀찮은 일을 굳이 시간들여 할 이유가 없는 탓에 내 주관적인 평가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퍼가 비교적 가볍고 고음부는 맑으나 중저음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좀 떨어지는 편. 전반적으로 pc 스피커다 싶은 느낌인데 싸구려 명품이라는 브릿츠 1100보다는 나았고 이전에 쓰던 인켈의 에로이카 스피커셋+디지털 앰프보다 고음부가 청아했으며 비슷한 가격대의 보노보스나 오자키와  선예도 면에선 비슷한 것 같다(사실 용산에서 사운드 디바이스 스피커를 제외한 다수의 스피커를 벤치마크했었다. 그런데 왜 검증도 안된 스피커를 샀냐하면, 그런 정신상태가 내 피, 내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

우퍼가 둔중하지 않아 볼륨을 키워도 실내에서 부담스러운 울림과 진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자면 우퍼의 주파수 레인지가 미드 레인지와 약간 걸치는 것 같다. 스피커로써는 그리 좋은 건 아니다. 딱 책상 위에 얹어두고 쓰기 좋은 '그 가격에 그러려니' 스피커다.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뽑기 운도 좋아 화이트 노이즈가 없다. 아마 소비자 평가 중 절반 가량은 내장 사운드 카드의 그라운드 처리가 잘못되거나 싸구려 부품을 써서 만든 메인 보드의 앰프 출력단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고 그 절반은 정말 이 스피커에 문제가 있어서 였을 것이다. 이 스피커에 점수를 후하게 메기고 구매를 결정하게 된 동기는 우퍼를 떼어낼 수 있고(집에서 우퍼 울리면 사방에 민폐다. 저음은 도달 거리가 상당히 길다) 앰프가 우퍼와 분리되어 있으며 트위터와 미드렌지 스피커를 담은 인클로저의 크기가 적당해서다.

4.1ch, 5.1ch 등은 충분히 질렸고 너저분한 선 문제나, 질좋은 2ch 스피커가 허접한 4.1ch 스피커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김. S3 Tallboy의 디자인? 스타킹을 씌워놓은 듯한 촌스런 그릴과 앰프의 촌스러움 등등은 나같은 실용주의자가 고민하진 않는 부분. 스피커 장만한다는 전씨에게도 권했다.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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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말로는 아이가 내 얼굴을 닮았단다. 1.5살이 되었으니 호불호가 생기고 생떼를 쓴다. 아내는 내가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라도 해준다고 여겼다. 내가 365일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뒀다. 참견한다고 더 좋아질 일도 없다. 그런데 소울아, 나한테 생떼 등의 전략이 통하리라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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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색감 모두 만족스럽다. 연말인데 어디 갈 데도 없고 술은 좀 사양하고 싶고, 그렇다고 집에만 붙어 있자니 갑갑하고... 애 보기는 힘들고... 또 드라마나 보며 시간 때우게 생겼군. 이번주는 이틀 출근하고 거의 열흘을 논 셈.

연말이니까... 2007 베스트
  • 영화 - Syriana, American Ganster, Eastern Promises
  • 미국 드라마 - Dexter, Sofranos
  • 일본 드라마 - 화려한 일족(마음이 무거워 보다 말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
  • 애니메이션 - 선정 못함
  • 만화 - 선정 못함
  • 다큐멘터리 - Sicko, IMAX Amazing Cave, 차마고도

올해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봤는데 왜 생각나는게 별로 없을까? 이를테면 올해 읽은 책 베스트 10같은... 영화 목록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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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Song

잡기 2007. 12. 19. 02:40
  • 이보디보 -- 교재 빼고 발생생물학 책은 거의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기회.
  • 만들어진 신 -- 읽다가 졸려서 좀...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온 사방에서 핀커, 핀커 해대니 최근 핀커의 책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낌. 안 그래도 읽을껀데 자꾸 들으니까 부아가 나서 안 읽고 개기는 중...
  • 소수의 음악 -- 소수에 관해선 대충 낯 익을 만큼 본 것 같은데 뭐가 더 있을까.
  • 스트링 코스모스 -- 안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또는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성과라도 있다면 모를까.
  • 스피노자의 뇌 -- 안 봐도 내용이 뻔할 것 같은 (초심자용) 마음과 인식의 가이드북으로 보임.
  • 인간 없는 세상 -- 얼마 전에 소개받은, 헐리우드 재난 영화 같다는 책. 암, 두통약은 걸러도 블럭버스터물이라면 꼭 봐줘야지.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걸렸는지 흥미로워 보임
  • 칼 세이건 -- 그의 왠간한 에피소드는 이미 보고 들을만큼 경험한 것 같은데... 파인만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닌 노력형 범생이라서...
  • 특이점이 온다 -- 가끔 지인에게 권해주긴 하지만 (광기어린 문장으로 가득찬) 그 두께에 다들 질려버리는 것 같음.
서점에서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책에 돈 들이는 것이 점점 아깝다는 조잔한 생각),  2007년에는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흥미로운 과학교양서적이 적은 것일까? 이보 디보, 인간 없는 세상 정도를 일단 구해봐야겠다.

길 가다가 '느리게 살자'는 문구를 보고 웃었다. 0.5x 나 0.1x 정도로 살면 느리게 사는 것일까?  '나'를 세상에 갖다 맞추지 말고 세상을 내게 갖다 맞추자는 부류의 얘기지 싶다. 또는, 느리게 살자는 말은 그저, 건강을 생각해 가끔 게으름 피우고 지내자는 뜻일께다.

중천에 뜬 달이 질 때까지 해변에 누워 달 쳐다본 적 여러 번 있다. 정말 느리게 살다보면 쓸데 없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명상 한다고 앉아 있으면 텔로미어도 그만큼 멍하니 짧아지게 마련. 하루 6시간 자고 14시간씩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총알이나 말뚝이 몇 개 뚫고 지나간 것 같은 가슴으로 인생을 허비하여 후회하노라고 말하는 거야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 즉, 조건에 들어맞는 인간 누구나 언제든지 내키면 할 수 있다.

산을 넘는 달이나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짧지만, 생활 속도는 1x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 멈추거나 느려지면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 멍청할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뇌가 놀 시간이 없어 굳이 느려져야 자기 자신을 명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평소에 자기 자신에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대개 인간의 두뇌는 8g 이상의 중력 가속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심박이 낮으면 저혈압을 동반한 갖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신경의 반사속도가 0.7s 이상이 되면 길에서 걷는 사람과 충돌하여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느린 인간은 인간의 맞대면 소통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제스쳐, 얼굴변화, 톤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어 소통 장애에 시달리며  때로는 상대의 감정 변화를 제때 읽지 못해 사랑(교미와 번식)의 실패로 이어진다. 아울러 이 사회는 자폐아를 격리하려 하고 사고 속도가 느린 사람을 정신지체라는 장애로 취급한다.

또는, (웃음을 머금고) 난 주변에서 1x 이상의 가공할 스피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1x였고 보통은 0.7~ 0.9x의 속도로 살아간다. 나쁘게 보자면 인간은 대체로 게으르다.

마음을 데우는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소수의 초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필요한 경우 주변의 시공간을 축퇴시켜 시간을 멈추거나 느리게 흐르도록 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끔 스스로에게 되뇌이듯이  '느리게 살면 참 좋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생략하고, '느리게 살아보세'에 대한 내 정서는 보통 '엿이나 쳐드삼'에 많이 가깝다.

애를 업고 일요일에 북한산에 올랐다. 멀리는 안 가고 약 한 시간쯤 능선까지 기어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등에 진 것이 무생물 배낭과 달라서 산길을 걷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어려웠다. 아이는 바짝 쫄았는지 등 뒤에서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얌전히 앉아 있었다. 숨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겁 먹은 것 같다. 환영할만한 분위기 인지라 애를 겁주기 위해 가끔 데려와야겠다.

청와대
영욕의 역사 현장을 증언하는 듯('20년전 저 앞은 피바다였어') 인상을 긁는 소울이는 며칠 전 제 엄마와 관광차 청와대를 방문했다.

아무튼. 항간 등산객들의 욕설처럼 등산로 조성한다며 등산로에 바윗돌을 박아놨다. 이런 길을 몇 시간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 노인네들 무릅 다 나간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해 놓은건지. 그러다가.... 연신내 역이던가, 아니면 구파발 역이던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당신 한 사람 북한산에 안 올라와 주시면 산이 살아납니다' 비슷하게 적힌 커다란 광고판을 본 기억이 난다. 등산로 조성 사업은 이렇게 조금만 앞뒤를 살피면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산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많이 훼손되었다. 비교적 산세가 험해 매 주 사고가 생겨 다리가 부러지거나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최근 수 년 새에 무슨 까닭인지 북한산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 연초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주5일 근무제 때문인 것 같다. 이건 뭐, 겨울에도 산 꼭대기가 바글거리니 점점 산타기가 내키지 않는다.

일리움, 트로이, 헬렌 오브 트로이, 오 브라더 웨얼 아 유?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일주일을 일리아드 오딧세이 속에서 허부적거렸다. 일리움 -- 댄 시먼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훌륭한 장편 시대 서사물을 썼으나(그는 서사의 대가다. 이야기로써뿐만 아니라 문장력으로써도) 문제는 일주일 동안 그 무거운 책을 한 손에 받쳐들고 지하철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를 오락가락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헬쓰보이'가 되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을 젠장맞을 낚시질로 끝냈을 뿐만 아니라, 후속편인 올림포스는 2008년 출간 예정이라는 더더욱 엿같은 선전 찌라시로 막장을 닫았다. 출판사나 역자의 순수한 호의와 친절이 두 배로 울컥 치밀어 오르게 했달까?

이건 뭐, 묵향도 아니고.

형제여 너는 어디 있나? 라는 코헨 형제의 영화 중 한 장면.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목가적인 저 풍경 아래서 두들겨 맞는다. 조지 클루니가 왜 뭇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조지 클루니의 표정을 봤다. 아, 저 느끼한 양반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동네 어귀의 이명박 포스터는 통산 다섯 번 찢어졌다. 웃동네 포스터도 역시 몇 번 찢긴 흔적이 있다. 다른 동네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왜 이 동네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다. 공약의 질은 권영길이 제일 낫지만 대통령 당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자가 차기 총선에서 민노당의 생존을 보장하는 그럴듯한 차선책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 내년 총선에서 과연 의석이나 확보할 수 있을런지. 정동영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이탈을 조장한(방관한) '배신자'라서 안 뽑을 것이고, 공약이라고 내세운 여러 정신 나간 헛소리와 부패비리로 썩은 이명박과는 애당초 인연이 없고, 출마하면서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늘 겉도는 우직한 애국애족 수구꼴통 이회창을 찍을 일도 없다. 대선 쇼핑의 가격대 성능비 및 감상적 지지 성향을 따져보면 역시 문국현이다. 문국현의 공약은 그저 그랬다.

오랫만에 만난 김씨 아저씨와 술 한 잔 하면서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약 2개월에 걸쳐 HW 개선 아이디어를 수십개 정리한 67페이지 짜리 pt 자료를 연례 발표 했다. 내용이 워낙 안드로메다적이고 전문적이라 참석자의 90%가 졸았다. 대충 하고 송년회 하러 갔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소주 2.5잔, 맥주 1000cc. 날이 갈수록 술맛을 잃었다. 술 좀 마시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거의 멀쩡한 정신에 노래방에서 2시간 반 동안 꽥꽥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물론 노래방에도 가지 않는다.
 
사실을 수식하는 쓰잘데 없는 잔털을 깨끗이 제거하면 태어날 때부터 오류 투성이인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독버섯처럼 우후죽순 곡해와 오해가 꽃핀다 -- 편의상 21세기 오캄의 전기 면도기 정의 --  진실과 사실은 '따라서' 사과 껍데기 벗겨 먹듯이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수식을 일정 정도 필요로 한다. 

John G. Hemry says:  As a writer, too, I wanted to see what the replies in this discussion said. I have some marketplace evidence that the opinions here do reflect what a lot of people want. When the first book in my latest series came out (Dauntless, under the pen name Jack Campbell) one magazine reviewer complained that it could have been serialized in John Campbell's Astounding. This attempted put-down helped my sales, as a number of people have told me they sought out the book because that's the kind of story they were looking for. In terms of science I put in something that isn't normally done, including light-speed limitations and relativistic effects in engagements ranging over light minutes and light hours of distance. Far from complaining about that level of complexity, many people have praised it. So pay attention to the posts here, Greg. Readers want good, intelligent space opera.
잭 캠벨,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의 What do you think is missing from today's SF?에 대한 주절주절 늘어놓는 코멘트 중 밑줄 친 부분 100% 공감.  게시판에는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빌어먹을 인권 및 환경 문제 보다, 단 한 권의 읽을만한 SF가 없다는 서글픈 결론에 투정을 부리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블로그들 사이에 떠도는 설문.
 
【1】당신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유명한 동화지만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떨 것같습니까? 인어공주가 살아있는 삼치를 먹는 이야기
 
【2】책장을 넘기니 한 장만 색깔이 다릅니다. 그것은 전체의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합니까? 첫장 바로 뒤
 
【3】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인어공주가 달빛 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삼치 뼈로 된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부른다.
 
【4】당신은 지금, 다이아몬드를 한 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다이아몬드입니까? 되도록이면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손톱 반 정도의 핑크빛 다이아몬드 원석.
 
【5】당신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누군가가 뒤에서 훔쳐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요? 거울에 비친 내 뒷모습
 
【6】당신은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가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떤가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졌나요? 아니면 변화가 없나요? 여전히 아름다우나 그 가치에 관해 의문을 가짐.
 
【7】당신은 그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 건가요? 누르
 
【8】당신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시내에 나갑니다. 집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1차선 도로
 
【9】시내에 도착해서 당신은 인형을 사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집은 인형을 보고 "저거 갖고 싶어!"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몇 살 정도의 사람입니까? 20대 초반. 흔해빠진 오타쿠.
 
【10】당신은 인형을 포기하고 수제 케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자, 완성된 케익을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해주세요. 보기보다는 맛있을 꺼야
 
【11】선물을 건네주기 위해 당신은 택시를 타려고 합니다. 택시를 타려고 하니까 기사가 승차거부를 합니다. 멀어져 가는 택시에게 한마디 한다면? 할 말 없음.
 
【12】책장에서 뽑은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거기에 마녀그림이 있었습니다. 그 마녀는 어떤 성격, 어떤 마법을 쓰나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조용히 최음제를 만듬. 특별한 마법은 없으나 사람들은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듯한 투명한 눈알을 보고 마녀라 부른다.
 
【13】그 마녀가 사는 성의 지하에는 사람이 갇혀있었습니다. 몇 명의 사람이 잡혀있을까요? 해악을 끼치며 존재해서는 안될 오크-인간 하이브리드 두어마리
 
【14】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갇혀 있는 걸까요? 나뭇꾼을 잡아먹었음
 
【15】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마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가 구해준 마을 사람이 자신을 저주받은 마녀라 부르며 달아남.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거 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해본 기억이 남.

Mike Resnick이 썻다길래 빌린 책,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Alien)'은 말투부터 내용까지 아동용 전기물 같았다. 키리냐가와 너무 달라 황당했다. 읽는 내내 지루해서 지하철에서 졸다 읽다를 반복.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드라마타이즈된 다빈치 미니 시리즈를 본 기억이 난다. 새장에서 새들을 꺼내 하늘로 날리고 공원에 앉아 그들의 비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던 다 빈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묘하게도 주인공 얼굴은 잊어 버렸지만 그가 그린 새 그림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처럼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살고 싶은 소망. 다 빈치를 보면서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여자와 인연이 없고(할 일이 많아 관심이 안 가는 것임) 채식을 주로 하며 들판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인간. 그래서 친근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천재였다.

사이먼 싱의 '코드북' 이후 '암호의 과학'을 오랫동안 읽으려고 기다렸다. 결국 엊그제 읽긴 읽었다. 어째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 반쯤 읽다가 결론을 내렸다. '암호의 과학'은 '코드북'과 같은 책이다. -_-

유씨가 모성본능의 본질에 관해 물었다. 옥시토신 이라고 간단히 대꾸했다. 뭔가 설명할 줄 알았더니, 그래요 하고 대화를 끝낸다. 이제 한두 달 밖에 안 남았다. 한두 달 후면 아이 말문이 트인다. 기억이 한동안 늘어나고 뇌량이 보다 조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울이가 3-4살 무렵에 저 혼자 한글과 영어를 학습할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 지능은 110~120 사이로 평범할 것이다. 후천적으로 변위가 너무 커서  키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공간지각이나 제어조응은 또래 평균 수준. 체중 및 신장 미달. 자폐 증세는 없고 체형, 얼굴 윤곽, 성격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 엄마는 자기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른다. 둘 다 서로를 괴롭히며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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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xter Season 2

잡기 2007. 12. 10. 15:40
카페 삼태극 -- 워낙 끝내주는 사이트라 잊지 않으려고 링크를 달았다. 갖다 붙이면 뭐든지 이야기가 된다고 믿는 것 같다.

2007/08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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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태터툴즈로 블로그 툴을 교체한 후 지금까지 블로그 카운터가 5300회 가량 나왔으며 날로 일일 카운트가 상승 중. 친구들이나 들락거리는 언저리 블로그치곤 선전. 수 개월 전 '변두리에 숨어 두더지 굴을 파다가 굴이 무너져 깔려 죽기 전에 사회에 무언가 긍정적인 기여를 해보라'는 유씨의 충고에 따라 블로그를 노출시켰다. 유씨는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얘기는 대부분 신빙성이 부족하고 설득력이 없다. 글이건 말이건.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납득시키려고 수년간 노력한 것이 없다? 아, 아내와의 에피소드: 아내는 고기가 목욕하고 지나간 것 같은 고깃국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 후 그래서 좋아하는 소고기무국을 한 번도 끓여 먹지 못했다. 주말에 아이 먹이려고 소고기를 좀 사와 소고기무국을 끓이니까 아내가 맛있다며 다 먹고나서 한 번 더 끓여달라고 했다.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와 무를 볶고 다시마, 마늘, 파를 얹어 한 냄비 더 끓였다. 아내는 그동안 소고기무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때문에 콩나물국 다음으로 쉬운 소고기무국을 끓일 줄 모를 뿐더러, 나는 아내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수 년 동안 안 했다.

구글 검색을 통해(구글 이미지를 포함하여) 들어온 리퍼러 자료를 보니 검색 키워드가 건전해서 흐뭇하다; 코즈웨이베이윈녹빌딩 , hdd 복구 프로그램 , 목젓을 잘라내는 것  , 60csx 판매  ,  자전거 일주  , 자전거 다이나모, 몰디브 갈 때 간식꺼리 , 삼인조제자훈련 , 델타포스  , 자전거림에기름칠하지않는이유, 객관론적 윤리설, 산악자전거사고, 토마토 냄비, 암석 다운힐, tivoli 라디오, 화이투벤코프 효과 , 개성의탄생, 구립도서관 노트북, xmf 파일, 진중권 문국현, 타이완 타오이안 국제공항 전경사진 

8번 찍으면 팔자가 핀다. -- IQ 430인 허경영의 출마 슬로건.  동네 어귀의 선거 포스터 중 이명박 포스터는 이번 주 들어 세 번째로 찢어졌다. 적발시 벌금 100만원 짜리다. 지금은 누군가 두 눈알을 파놨다. -- 다마네기 리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그렇다.

BBK와 삼성으로 어수선한 시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던가, 그 시대적 상황에 영합하여 출마한 문국현은 비록 다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겠지만 정책에 특별한 것이 없고, 정당 활동을 한 적도 없어 정치력이 떨어진다. 경쟁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 이미지란 것에도 의문이 든다. 그래도 사표가 되던 말던 문국현을 찍을 것이다. 정치가 언제 '이성' 갖고 하는 것이었나? 정치는 느낌인 거다 -_-

한국에 쓸만한 토크쇼가 없다고 박씨와 주절주절 얘기하다가 그가 추천해 준 Studio 60을 봤다. Aaron Sorkin이 제작을 맡았다. 늘 소킨이 우디 앨런 같은 재수없는 유대인일 꺼라고 생각했다.  West Wing을 4기까지 봤고(부통령이 스캔들로 사임할 때까지) 그들 드라마의 특징적인 수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나름대로 지긋지긋하다고 여겼다. 스튜디오60에서도 농담 포맷이 웨스트 윙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식: time flies like an arrow, fruit flies like a banana. 하지만 웨스트 윙을 보면서 간혹 '느낌'이 오던 것처럼 스튜디오60에서도 간혹 '느낌'이 왔다.

Dexter Season 2
다음엔 누굴 죽일까 하는 고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덱스터는 눈빛이 흡사 미친개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독스 형사를 가둬놓고 죽일까 말까 고민하면서 누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곰곰히 따져본다. 여기서도 결혼, 또는 결혼과 유사한 본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딩이 없는 것들은 뒈져도 된다 -- 타당해 보인다. 아무튼 사소한 곳마다 기괴한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이 드라마에서 토막낸 시체를 나르는 덱스터의 배 이름은 slice of life (삶의 조각)이다. 

라일라는 썩어서 덱스터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고 덱스터의 고민도 끝난 셈이다. 2기를 그렇게 deux ex machina 스럽게 끝낸 것이 약간 무성의하다고 생각했다. 극본가 스스로도 쪽팔렸는지 신의 의지 어쩌구 저쩌구 불필요한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독스 형사를 라일라가 처리해주고 불법체류자이자 파이로매니악인 라일라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덱스터의 룰에 따라 정리되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지능이 안 따라주는 덱스터의 여동생은 1기와 마찬가지로 멍청하게 당한다. 덱스터의 개발도상인격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다(삶에는 답이 없다). 훌륭한 연쇄살인마가 되려면 적절한 본딩과 자의적 해석에 의해 뒷받침되는 하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그저그런 교훈을 남긴 채.

Three choices in this life, be good, get gooder, give up. But you've got a column d. -- House Season 4, Episode 9. 흠... 글쎄... 닥터 하우스, 바이코딘에 쩔어 정신이 어떻게 되어 늘어놓는 저질 농담이란 건 잘 알겠는데, 삶에는 선택지가 없다. 선택지가 있다고 믿는 illusion(마술)이 있을 뿐이다. 대신 attitude가 있다. 후크 선장과 피터팬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하우스 선생은 덱스터란 드라마를 좀 봐야 할 것 같다.

이슬람 (터키 에미노뉘 예니 사원)
신년에 했던 EBS의 이슬람 다큐멘터리 '이슬람 2부 빛의 신전에 달을 걸다'. 사진의 사원은 이스탄불에서 머물 때 내가 놀러가던 에미노뉘 거리의 예니 사원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없는, 꽤 아담하고 정이 가는 마스지드로 아야 소피아나 술탄 아흐메드(블루 모스크)보다 이곳을 좋아했다. 평생 마스지드의 초승달을 만들어 온 저 양반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마스지드 건너편은 마르마라 해다. 왼편으로 주욱 가다보면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고 그 뒤로 흑해가 이어진다.

EBS 다큐멘터리에 대한 총평: 구성 및 내용이 튼튼하고 훌륭하다.  요즘은 한국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BBC, NHK, 디스커버리와 같은 메이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국 여권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보다 많은데 그 정도는 당연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이란, 터키, 모로코 말고 다른 곳들도 좀 더 돌아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다. 동선을 보아하니 솔직히 말해, 좀 뻔한 곳들만 돌아다녔다.

이슬람: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슬람 3부, 시아 무슬림'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란에서 돌아다닐 때 이 양반의 사진을 자주 봤다.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알았다. 이 분이 그 유명한 후세인일 줄이야...

이슬람: Mashad 추모제
Mashad에서 후세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열흘간의 추모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눈물을 펑펑 흘리며 쇠사슬로 자신의 등과 배를 때리며 행진하는 시아파 광신도들 때문에 거리에서 피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라. 성스러운 마스지드엔 들어갈 수도 없고 광신도들이 날뛴다는 얘기에 지레 밥맛이 떨어져 가보지 못한 도시다. 예언자 무하마드 적통의 죽음을 1400년 동안 슬퍼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Tin Man
Tin man. Scifi 채널에서 최근 시작한 미니 시리즈. Lost rooms를 재밌게 봤는데 이 미니 시리즈는 어떨지...  오즈의 마법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여기서 Oz는 outer zone.

저번 주에는, 죽은 이의 DNA로 만든 강화신체 유기 전투 기계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John Scalzi의 Ghost Brigades를 마저 다 읽었다. SF팬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장;  The 8th (company) critically evaluated pre-Conlonial era SF and entertainments about interstellar wars with aliens. The verdicts were reasonally consistent. The War Of The Worlds met with approval until the ending, which struck the 8th as a cheap trick. Starship Troopers has some good action scenes but required too much unpacking of philosophical ideas; they liked the movie better, even though they recognized it was dumber. The Forever War made most of the 8th unaccountably sad; the idea that a war could go on that long was almost unfathomable to a group of people who were a week old. After watching Star Wars everyone wanted a lightsabor and was irritated that the technology for them didn't really exist. Everyone also agreed the Ewoks should all die. ... The Ender's game delighted them all; here were soldiers who were just like them, except smaller. The main character was even bred to fight alien species like they were.

두 문단에 SF팬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한 줄 짜리 평을 달은 SF가 무려 다섯 편 등장한다. 1편에 비해 영양성분표 상의 농담 밀도는 떨어지지만 땅개들 전투는 여전히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크롬형광색으로 번쩍이며 8천원짜리 책을 산 독자가 본전 생각 안나게 독자를 보살펴주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로써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Old man's war가 한국에 출간된다면 독자들의 열화같은 압력과 성원 속에서도 이 소설을 번역하지 않고 개길 수 있는 출판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출판사는 이웍과 함께 뒈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책 뒤편에는 스티븐 킹이 울다 갈 소설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다. 스티븐 킹이 SF를 썼더라면 이 소설의 1/3만 재밌어도 성공한 것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힌 책이 고스트 브리게이드였던가 아니면 일리움이던가? 요즘 SF 작가들은 스티븐 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듯.

추가:
Frontside: "Top-notch." -- Washington Post.
Backside: "If Stephen King were to try his hand at Science Fiction, He'd be lucky to be half as entertaining as John Scalzi" -- The Dallas Morning News on The Ghost Brigades.

일리움의 뒷껍질:
"나는 댄 시먼즈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 스티븐 킹

당연하다. 댄 시먼즈는 한국에 번역되었어야 할 SF작가였다.  하여튼 이제 이 책 저 책 읽다가 내용이 뒤죽박죽 섞인 것이 좀 정리가 된 것 같군.

Dan Simmons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 뭐 Iain Banks의 Consider Phlebas도 번역되었고 Tim Powers도 번역되었다. 최소한 2-3년 전쯤에 번역되었어야 할 책들이 지금에야 슬슬 나오기 시작. 시몬즈는 Hyperion이나 Song of Kali 대신 Illium이 먼저 번역되었다. 950pages나 되는 책이라 몇몇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가볍게 읽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500~700p 가량의 원서를 읽고 나서부터는 뭐, 아무 느낌도 없다. 일리움의 마지막 장에서 2008년 일리움의 후속작인 올림포스가 나올꺼란다. 이언 뱅스, 팀 파워즈, 댄 시먼즈는 원서로 안 사도 기다리기만 하면 제철과일처럼 계절 마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팀 파워즈의 Anubis Gate는 그냥저냥 읽었다. 특별히 재밌지도 않았고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았다. '둠즈데이 북'이나 '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처럼, 정붙일 곳이 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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