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9.03 R136a1 1
  2. 2010.06.23 나로호 발사 실패
  3. 2010.01.11 2010
  4. 2009.01.21 테메레르 2
  5. 2008.10.21 Into the Wild

R136a1

잡기 2010. 9. 3. 00:44
며칠 전부터 '두샨베'란 단어가 머리에 맴돌았다. 찾아보니 타지키스탄의 수도였다. 하루 정도면 더 볼 것도 없는 조그만 도시 이름이 착착 입에 감긴다. 무의식은 웹 크롤러처럼 이상한 단어들을 긁어모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녀 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지도 모르겠다. 덕택에 타지키스탄의 경제 사정도 알게 되었고 초거대 항성도 알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왔지만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Textcube의 버전업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텍스트큐브 소갯글에서 이 문구를 보았다;  Omnis mundi creatura quasi liber et pictura nobis est, et speculum -- 세상의 모든 창조물은 우리에게 책이자 그림이자 거울이다. -- 세상의 모든 창조물 거의 대부분이 지저분한 패치워크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못했다, 잘했다, 되게 잘했다 정도의 rating만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고 평소의 시시한 삶로 돌아갔던 것 같은데?

자비심 부족한 문화예술 애호가, 범고래 영화 취향 -- 테스트 결과:  '좋다는 영화보다 싫다는 영화가 더 많은 편으로, 거장의 작품이라도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욕을 하는 오만방자한 취향'. 질문 몇 가지로 뭘 아는 척하는 바보스런 설문이지만, 과한 자신감에 행성만한 자아를 지니고 있어 세상의 온갖 창조물 중 다수가 구미에 맞지 않아 히치하이커에 등장하는 녹색 외계인처럼 평소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것은 맞다.

예: 교통사고 사망자는 하루 16명인데, 자살자 수는 하루에 35명이란다. 어떤 시인은 '죽음은 시공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라고 말했다. 내 오만방자한 견해 및 감정: @#$%$!!

이론의 여지없이 인간의 감정과 지능은 전적으로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사랑할 수 없는 자,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자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었어야 하지만 적은 수라도 쏘시오패스와 싸이코패스는 의외로 잘 먹고 또 열심히 잘 살았다. 인간 사회가 병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들의 삶은 눈에 띄는 확률, 가능성 높은 우연일 뿐이다.

담배 피우다가 제일 캥기는게 아이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는 옆으로 슥 비켜 갔다. 담배를 빨지 않았다 -- 입으로 담배를 빨아서 내뱉어야 풍부한 유독가스가 나온다. 며칠 전 퇴근길에서 담배로 적자생존 생태계는 구성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진화가 확률적으로(또는 관찰되기에) 적자가 생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100중 20은 적자가 아닌 운에 의해 생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진화가 그렇고 사는게 그렇지 뭐.

담배값을 8천원으로 올린다던가, 통일세를 걷는다던가, 나라가 궁상스러워지니 국민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괴롭힌다'. 정부 및 정부 수반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담배값이 올라 담배를 적게 피우면 -> 국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므로 -> 노인 요양 비용이 증가하고 ->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담과 국민연금 부담액이 늘어날 수 있다 . 농담.

옛날에 김부선은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라 한약재라고 말했다. 무척 참신했다. 그럼 담배는? 세금 수거용 공인 독극물? 언젠가 종교인 여자와 사귀다가 헤어진 조씨가 이렇게 말했다; 독 중에 가장 지독한 독은 기독이래요. 기독교의 기독이요. 담배만 아니면 되지 싶다.

9월 첫 포스팅.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조건이 변할 뿐' -- 드문 경우겠지만 조건이 갖잖아 보일 수도 있겠다. 5개월 전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늬 평범한 쏘시오패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설명에서 문득 '바탕화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란 문구를  보고 301장의 풍경사진을 모아 450MB 짜리 바탕화면 테마를 만들어서 집과 사무실 컴퓨터에 설치했다.  음... 테이트나 구겐하임, 루부르의 작품들을 모아 통째로 테마로 만들어 돌릴까? 나라면 가능하다. 삽질의 대가인데다 비상식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상태라서.

인간은 변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8/14 비오는 날 놀러가서 팬션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건너편에 덕유산이 보이고, 그 건너편 저 멀리 지리산이 있다. 그 시각에 지리산 종주한다고 비를 맞으며 고생 중인 친구가 문득 생각나 전화했다. 잘 살아있다.  전북, 전남, 제주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술 마시다가 맛이 갔고 아침에는 비가 내린 개울가에 발 담그고 세수했다.
딸애가 나보다 잠자리를 잘 잡았다. 그것도 맨 손으로. 무주구천동엔 세 번째 왔다. 한 번도 '관광'이란 걸 못했다. 술 먹다가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그러고 다음 날 덜 깬 정신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잠자리나 잡고. 이게 팔자인가?

낙원의 이방인
딸애와 미술관에 들렀다. '낙원의 이방인'이란 전시회였다. 어디든 지금과 다른 곳에서 평안을 느낀다면... 고향을 떠나 행복해진 이방인이겠지.

낙원의 이방인
재밌고 웃기는 작품들이 많았다. 딸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쁜 짓이라며 자기 얼굴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었다. 그래봤자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게 내 딴엔 흡족하다. 취향의 탄생이다.

낙원의 이방인
산차이 짝퉁 같은 낸시 랭처럼 강아지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아빠의 얼굴은 이렇게 반사경에만 비치는 것 같은데? -- 아이는 늘 엄마, 아빠가 빠진 독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네 아빠는 뼈 빠지게 돈 버는 취향은 아니야, 아참. 사내는 핑크다.

낙원의 이방인
이 작품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화살 맞고도 부조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곰돌이. 곰돌이는 귀여워야 하니까 늘 그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죽음 따위야 뭐 영생을 누리는 이마고보다 덜 중요하고.

8/21, 서울/경기도 지역에 폭염경보,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몇 주전 비슷한 폭염 속에서 자전거를 타던 날, 내가 더위에 약해 빌빌댄 것인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 힘을 못 쓴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이번에는 비슷한 조건에서 산행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중 가장 더운 때에 8봉 능선을 거쳐 6봉 능선쪽으로 내려오기로. 기온은 34도, 햇볕은 살인적으로 번쩍였다.

8봉 능선을 지나 육봉 능선으로 들어가는 갈림길 역할을 하는 국기봉에서 더위에 퍼졌다. 능선 그늘에 앉아 쉴 때 불어오는 바람의 기온이 30도였다. 국기봉 꼭대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한테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GPSr 화면을 보며 고민 좀 하다가 6봉 코스의 중간 지점부터 능선을 내려 가기로 했다. 체력이 다해 다리가 후들거려 3봉의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바보짓을 한 것 같다. 봉우리마다 있을 우회로를 타고 그냥 편하게 내려올껄 괜히 중간에 내려온답시고 옆으로 새서 길을 잃고 헤멨다. GPSr을 보았더라면 쉽게 찾았을텐데, 맞는 길인줄 모르고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다. 그러다가 갑갑해서 등고선만 보고 등산로를 벗어나 내려갔다. 지칠대로 지쳐 시냇물에서 좀 쉬어가자는 심산이었다. 다행히 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길이 없고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훌훌 옷을 벗고 발가벗은 채 물웅덩이에 들어가 15분쯤 냉탕을 하니 살 것 같다. 천국이 따로 없다. 옷에서 물기를 짜내어 다시 입었다. 갑자기 기운이 나서 과천역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10.8km  걸었다. 시장에 들러 맥주와 과일을 샀다. 집에 와서 맥주에 파닭을 시켜먹고 퍼졌다. 땡볕 아래서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따가운 암벽을 기어 오르내리느라 사지를 다 썼더니  그간 녹슬었던 온 몸의 근육이 신음했다. 그 때문에 잠을 설쳤다. 더위 먹어 빌빌거리고 필요한 때 필요한 근육은 없으면서 1년 전보다 체중이 2kg나 늘었다. 그야말로 저질체력이다. -_-

Merida Dakar 616
딸애 자전거를 샀다. 이번에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멋있는 포즈'란다. 코스터 브레이크가 달린 자전거를 사려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그냥 이베이에서 살 껄 그랬나?). Merida의 Dakar 616을 이십만 백원 주고 샀다. 핸들에 꽃술도 안 달렸고, 짐칸도 없고 핸들바에 장착하는 바구니도 없는 밋밋한  9.6kg짜리 유아용 알루미늄 프레임 MTB다. 다리 힘이 없어 평지에서 꾸역꾸역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수준이다.  밥 많이 먹고 힘쎄져야 자전거를 잘 몰 수 있다는 핑계로 밥을 먹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는 친지들의 각종 찬조금과 아이가 꾸준히 돼지저금통에 모아놓은 상당량의 동전으로 샀다.

빈 저금통을 다시 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8/28 흐리고 간간히 비. 관악산에 다시 올라갔다. 저번 주와 같은 코스.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괜히 없는 길 만들면서 다니지 말라'고 말해 캥겼다. 안 그래도 산을 타면 상처가 많이 생겼다.

넋 놓고 걷다가 무너미 고개 부근에서 길을 잘못 들어 8봉 능선 왕관바위로 오르는 길을 놓쳤다. 되돌아가긴 귀찮고 등고선을 보고 그냥 등산로를 개척했다. 비가 온 탓에 바스라진 나뭇검댕이 옷 여기 저기 묻고 잔가지가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할켰다.

버섯이 듬성듬성 돋아난 나뭇그늘을 지나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고 가시나무와 거미줄을 헤치고 손가락, 발가락 끝으로 바위에 매달리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간신히 200여 미터를 기어 올라 능선에 오르니 시원한 비바람이 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젖은 바위에 앉아 아침에 만든 점심을 먹었다 -- 아내와 아이 아침밥을 차려주고 둘의 점심을 만들어주고 내 점심도 챙겼다. 계곡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다 흩어졌다. 비가 내려 허겁지겁 밥을 먹어 치웠다.

문원 폭포
문원 폭포. 오후 다섯시 무렵. 비가 와서인지 이 코스로 산행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틈에 폭포에 몸을 담그고 씻었다. 더러워진 옷을 빨았다. 저번 주에는 더위에 지쳐 개고생 했는데 이번에는 룰루랄라 편하게 산행을 즐겼다.

가는 길 내내 귓가에는 베토벤의 여러 교향곡이 줄기차게 흘러 나왔다. 마지막으로  Adiemus의 앨범 Vocalize를 들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편곡한 것과 7번 교향곡을 편곡한 것도 있어 이번 산행은 거의 100% 베토벤과 함께 오른 셈이다. 베토벤의, 9번을 제외한 여러 교향곡을 벤치마크한 결과, 노다메 칸타빌레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7번 교향곡이 산행할 때 가장 적합한 것 같다. 하이킹할 때는 6번 교향곡이 발걸음에 딱딱 들어 맞지만, 능선에서 하늘과 땅을 보며 걸을 때나 비에 젖은 바위에 지이익 미끄러질 때는 경쾌한 임펙트와 스윙감 있는 7번이 알맞았다.

과천은 복받은 도시다. 청계산과 관악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계곡들은 접근성이 매우 좋아 언제고 찾아가 놀고 즐기기 편해 보였다. 과천 시내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비를 맞고 있는 너덜너덜한 플랭카드가 보였다 --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빠져 나가면 과천이 삼류 도시가 되는 걸까? 집값 비싸고 여전히 생활 여건은 좋아 보이는데? 비 맞고, 푹 젖은 옷을 입은 채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쐬니 몸이 덜덜 떨렸다.

하늘의 물레, 우르술라 르귄:  딱히 재미는 없었던 그냥 '르귄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같은 소재를 다룬 적이 있는 젤라즈니와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이 글은 공감각 뿐만 아니라 비주얼이 너무 약하다. 인용:
역병이 누구러든 지 겨우 10년 만에, 결딴났던 인류문명은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서 지구 궤도로, 달로, 화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을 만났다. 형태 없고 말 없고 분별없는 만행을, 우주의 어리석은 증오를.

그는 차로 돌아가는 그녀의 뒤쪽에 손전등을 비추어 주었다. 개천이 소리쳐 대고, 나무들은 말없이 늘어져 있고, 하늘에서는 달이 노려 보고 있었다. 외계인의 달이.
불가능은 없다 Physics of the Impossible, 미치오 가쿠: 오랫만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책. 저자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SF를 좋아하는 작가가 SF 소재로써 자주 등장하는 불가능을 3단계로 분류한 솜씨가 몹시 좋았다. 인용:
새로 발견된 과학적 진실은 반대론자들을 설득하여 깨닫게 함으로써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반대론자들이 모두 죽은 후  새로운 진실에 익숙한 신세대가 과학을 이어받았을 때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수구꼴통이 다 죽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뜻이다.
물체복사기가 기적의 도구 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실 자연에는 이와 같은 기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고기와 야채를 9개월 동안 꾸준하게 공급하면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생명이란 원자 규모에서 물질을 생체조직으로 변환시키는 천연 나노공장의 산물이다.
이렇듯이 미치오 가쿠는 고기와 야채같은 열정과 지성은 물론, 여제자들에게 사랑받을 귀여움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앞으로 생명체는 은하 전체, 또는 그 이상의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오늘날 생명체는 우주를 오염시키는 사소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영원히 그런 존재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 Astronomer Royal Sir Martin Rees
그거 참 위안이 된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사람은 남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풀어주는 등 방종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투명인간이 되었는데도 이런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불쌍한 얼간이라며 놀릴 것이다.
토리그비 에밀슨은 불확정성 원리를 놓고 다음과 같은 농담을 떠올렸다. "역사학자들은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삶을 반추하다가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일리있는 주장이다. 어쩌다가 놀 시간이 나면 에너지가 부족하고, 시기가 적절하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웃기는 과학교양서가 정말 좋다.

라이어, 존 하트: 해피엔드로 끝나는 시골 스릴러. 맹점에 속아 넘어가 범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해 약이 올랐다. 나중에 같은 저자의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까? 한 권쯤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뒤져봤더니 달랑 한 권 번역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한 가지 더, 이오인 콜퍼: HHGTG 팬픽인데 원작삘이 잘 살아(심지어 더글라스 아담스를 능가하는 광기어린 오버질까지) 그럭저럭 즐겁게 읽었다. 더글라스 아담스는 죽어서 가죽을 남겼다. 많은 팬들과 함께...

제빵왕 김탁구: 시청율이 무려 40%나 되는 시리즈. 일본 드라마인 줄 알았다. 20개의 에피소드를 이틀에 걸쳐 봤다. 앞 몇 에피소드가 막장스런 아침 드라마 분위기지만 맥락은 일본 드라마처럼 진행되고, 일본인 캐릭터에 비하면 훨씬 감칠맛나고 매운 한국형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배역 이름은 김탁구 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회장님과 사모님의 패션은 썩 좋은 눈요기꺼리였다. 드라마 탓에 빵 만들기가 만만해 보였다. 오븐을 구입할까? 저녁에 반죽을 만들어 놓고 아침까지 숙성시켰다가 오븐에 굽고 그 빵을 딸애한테 먹이는 것이다. 아이는 울면서 빵을 먹으며 '맛있어요'라고 말하고.

How I Met Your Mother:  코메디 맞지?
"You have to choose right now."
"I choose bimbos."
 "What?!"
"Hey, Lily, bimbos make me happy. Bimbos make me feel alive. Bimbos make me want to pretend to be a better man."
"No, no, this is just a defense mechanism. because you're afraid of getting hurt. You're just confused."
"Oh, I'm not confused, Lily. You know who is confused? Bimbos. They're easily confused. It's one of the thousand little things I love about them. I love their vacant, trusting stares; their sluggish, unencumbered minds; their unresolved daddy issues. I love them, Lily, and they love me. Bimbos have always been there for me, through thick and thin. Mostly thin."

EIDF가 시작되었다. 바빠서 한 편 제대로 감상할 새가 없었다. 일주일 만에 페스티벌이 속절 없이 끝나버렸다. 하지만  torrent가 있다.

스페이스 투어리스트
스페이스 투어리스트. 국민 세금을 탕진해 뽑기 이벤트를 해서 최종 선발한 어떤 한국인 행운아의 시시한 얘기에 관심이 없어 언론 기사를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신문 연예면 가십 같달까?) , 이 다큐는 꽤 재밌다. 한국 정부 관료의 머리에 꽉 찬 똥이 우주개발사업을 뽑기운, 날림공사, 영성체험 또는 대국민 홍보사기극 따위로 만들어 버렸는데, 정부란게 하는 짓이 생각없고 병신같아야 진정 정부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민간 우주여행을 다녀온 안사리는 그 유명한 안사리 엑스프라이즈를 만들었고, 그게 훗날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LXP)로 발전했다. 다큐멘터리가 의외의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후반 40분은 그야말로... 아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찰스 시모니는 돈지랄로 우주관광하는 백만장자로 나와 늘그막에 훈련받느라 고생했다. 천칭의 무게 중심이 잘 맞았던 다큐였고, 러시아가 우주관광산업으로 살림이 나아졌는지 도표를 곁들여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Sherlock
Sherlock. 셜록 홈즈의 현대판. 셜록홈즈의 미친 광팬들에 대한 예우도 갖췄고 현대적인 연출 솜씨도 그렇고 인물 조형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영화판의 느끼한 BL물스런 분위기도 없었다. 왓슨이 좀 찌질해 보여서 안 쓰럽긴 한데, 그나저나 어디서 저런 매력적인 주연 배우를 구했지?

Warehouse 13
Warehouse 13 Season 2. 시리즈가 재개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등장하는 가젯 대부분에 고풍스런 역사가 스며 오덕향을 제대로 풍겨줘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데다 소재가 빈약하니까 수퍼내추럴같은 등신 콤비물로 만들 기미가 보여 2기 나오면 망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SF 개그물은 우울한 인생에 빛이 되주는 관계로 뭐든 환영한다.

Warehouse 13
Warehouse 13. 빅토리안 스팀펑크스러운 안틱 통신기를 제대로 활용해 보라고. 디자인만 있지 그걸 받쳐주는 잘 연결된 고증과 스토리(덕후담)가 없잖아?

Warehouse 13
Warehouse 13. 에셔 볼트를 거니는 두 사람. Syfy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라 그런가? 요즘 SF 추세일지도 모르겠는데, SF라는 어깨뽕을 빼고 아이디어나 소재, 주재가 생활밀착형 편재를 지향하며 대중에게 먹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 꾸준히 형변환을 해 온 몇몇 드라마가 있어왔다. Warehouse 13 뿐만 아니라 Eureka, Kyle, Fringe 등은 SF같지 않은 SF였다. 심지어 유레카의 컴퓨터 기크와 웨어하우스의 컴퓨터 기크는 기탄없이 서로의 세계를 방문하는 사이다. 없는 살림에 엔터테인먼트라곤...


,

나로호 발사 실패

잡기 2010. 6. 23. 00:37
나로호 발사 실패에 아무 유감없다. 기술과 경험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 연구 개발 투자 없이 그런 식으로(사다 쓰는 식으로) 날로 먹을 수 없을 것이다. 1차 발사 실패 후 이 얘기 저 얘기 나로호와 연관된 얘기를 주워 들으면서 차라리 2차 발사가 실패했음 좋겠다고 발사 몇 분 전까지 전화로 푸념했다. 아울러, 나로호가 폭발하는 바람에 쎄트렉아이 주식으로 개죽쒔다.

나로호 3차 발사에 집착하지 말고 이명박이 깎은 KSLV-2  예산(700억->150억)이나 복구했으면 좋겠다. 150억 가지고 액체연료 분사계 실험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50억이면 대학생들 장난감 중 하나인 cansat 정도는 꽤 날릴 수 있겠다. 사실 그쪽이 훨씬 보람찰 것 같다. 국산화했다는 위성체에 별 신뢰가 가지 않았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ccd 렌즈 경통부 주름 덮개 만들어 놓은 걸 자랑이랍시고 위성체 개발 연구원이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 후에는 개발 위성체나 발사체가 그렇게 비쌀 이유가 대체 뭘까 하는 기술자로써의 의아함 때문이다. 마침 싼 값으로 로켓 개발하는 비법? 이란 기사를 봤다.

NASA가 달에 유인탐사하라고 보낸 아폴로 시리즈의 궤도 계산용 CPU보다 요새 밥통 MCU가 더 고사양이다. 밥통 MCU의 소매가격은 5$ 미만이고 아폴로 달 탐사선에서 사용한 CPU보다 수십~수백배 빠르다. 우주개발은 별 것도 없는 과학기술적 지식보다는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것이 우선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항공우주산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좀 기괴하게 느껴진다 -- 70~80년대나 통했음직한 관 주관의 성과없는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靑 “‘4대강 기술’ 수출할 것” -- 목성에 친환경 운하 건설이라도 하나? 노무현 때 과학기술 예산에 박하게 굴더만, 이명박은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셨다. 기초 과학기술 육성과 과학기술 교육은 미래에 한국의 돈벌이 영역을 개척하거나 넓히자는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기의 재량을 모두 사용하여 인간으로써의 가치와 존엄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고 만족하는 것을 독려하는데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업이다. 과장하자면, 우주개발 사업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복지정책'이다.

http://www.youtube.com/v/gfYA4f-AIL0 -- JAXA의 열정이 담긴 하야부사가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장면.  목성갔다 돌아온 탕아처럼, 껍데기는 다 타버리고 하나뿐인 양심만 남은 것처럼.

부럽다.

IT업계 회사 인근 치킨집의 위엄;;;;; --  딩동댕 닭 컴이란 상호로  치킨집 차릴까? 비주얼 치킨 스튜디오 같은 이름은 벌써 누군가 선점한 상태. 주문하면 code recipe를 보여주는 거야.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김씨가 날더러 프로그래밍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recipe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뭐 늘 영어로만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없었다. 일상적으로, 시니어에게 '어 이게 (코드) 레시피야' 라고 사용하는 말이라 조리법이나 비법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러고 보면 code snippet도 자주 쓰는 말인데, 그건 조각 코드로 번역하면 될 것 같다.

만석공원
6월 2일. 투표를 마치고 아이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동안 공원에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지방 선거 다음 이슈가 나로호 발사라고 생각했고, 나로호 발사를 서두를 땐 욕지기가 나왔다.

일은 많은데 되는 일은 없어서 한가하게 누워 있으면 괜히 빈정상한다. 저번 프로젝트는 '갑'이 하도 바보 같아서 사실상 절반은 실패했다고 보지만, 그래도 받을 돈은 다 받았고 사업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갑 회사 직원들이 실패를 감추느라 전전긍긍하다가 아마도 사업 완료가 정상적으로 보고될 것이다. 세계 일류 기업이 기술력은 밑바닥 수준에 일 처리가 엉망이라 벌이와 상관없이 한심해 보였다.  괜히 함께 고생한 팀원들에게 미안할 뿐.

이런 저런 이유로 지치고 피곤한(과연?) 팀원들과 함께 1박 2일 코스로 속초에 MT를 다녀왔다. MT의 목적은 휴식; 바닷가에서 바베큐 파티하며 배불리 먹고 푹 쉬다 온다가 컨셉. 바다 바로 옆 팬션을 잡고 금요일 오후에 도착하자 마자 속초중앙시장에 들러 회, 매운탕꺼리, 조개, 성게, 산오징어, 구이용 생선, 새우 왕창, 기타 야채, 과일 등속을  사고 emart에서 술과 고기 등 다양한 안주꺼리를 샀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유명하다는 닭강정은 이미 산 것들이 너무 많아 할 수 없이 포기했다. 저녁부터 배불리 먹고 마시고 밤 늦게 해수욕장에서 첨벙거리며 헤엄치고 뛰놀다가 푹 잤다.

돌아오는 길에 구불구불한 강원도 산길을 돌고 돌아 정선에 도착해 5일장 구경을 하고 점심으로 한우 꽃등심을 삼겹살처럼 먹었다 -- 값비싼 한우 꽃등심을 저렴한 가격에 배가 터지도록 먹어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다음 MT는 전주로 가야겠다. 일찍 출발해서 내장산 구경하다가  전주로 돌아와 막걸리와 가맥을 거나하게 먹고, 아침엔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전주 한옥 마을에서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점심으로 시내에서  한정식이나 비빔밥을 먹고 돌아오면 괜찮을 듯. 실은 제주도가 딱인데 회사에서 경비 대줄 것 같지 않다. 그나저나 올해에는 휴가를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화성행궁 운한각
6월 13일. 아이를 데리고 화성행궁에 놀러갔다. 폐가처럼 뒤숭숭한 운한각. 왜 색깔을 안 입혔을까.  대형 할인점에서 장 보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다. 방송하고 찾았다. 딸애는 길을 잃어도 히죽히죽 웃으며 아빠를 잃어버렸다고 주윗 사람에게 말한다. 애가 어째 양 부모의 나쁜 점만 집적해 놓은 것 같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는 정말 집안의 보배일 것 같다.

자전거를 자주 탔다. 주말에 탈 시간이 없어 주중에 출퇴근하면서 탔다. 평속 22kmh 가량 나왔고 자전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내 몸이 좋아져서인지 예전 같으면 45-50분 걸리던 거리를 35-40분에 주파해서 기분은 일단 좋았다. 출퇴근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 하는 셈치고 퇴근길은 종종 멀리 돌아서 집에 돌아왔다. 비가 올듯 말듯한 어느 날, 황씨와 오랫만에 술을 마시다가 문득 내 체력이 정말 좋아진 건지 테스트 해 보고 싶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 관악산으로 향했다. 정부과천청사역 관악산 입구. 등산로가 지나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과천 시민들이 여기서 연주대를 마실가듯 자주 오르기 때문일까? 하여튼 줄기차게 돌계단, 나무 계단이 이어져 있어 흙을 밟을 일이 없을 지경이었다.

연주암
연주암(이 맞을 듯). 마지막으로 등산한 것이 지난 2월. 오르막 길에서는 산타는 근육이나 자전거 타는 근육이나 매한가지라 비교적 쉽게 올라왔다. 과천정부청사역에서 연주암까지 약 1시간 걸렸다.

연주대
연주대가 보였다. 연주대 정상에서 파는 3천원 짜리 컵라면과 점심으로 들고온 김밥을 먹었다.

관음바위
관음바위. 조금 뒤로 팔봉 코스와 육봉 코스 갈림길이다. 관악산 코스 중에는 육봉, 팔봉이 제맛이지만 오늘은 테스트 드라이브 격이라 두 코스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성사에서 내려가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곡이 보여 멈춰서 발 담그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매는 날아가고 시냇물은 흘렀다. 찌들은 일상에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했다.

안양예술공원까지 꾸역꾸역 걸었다. 4시간 동안 13km 걸었다. 1500kcal 쯤 소비했다. 같은 시간이라면 자전거 4시간 타는 쪽이 월등히 운동량이 크다. 집에 돌아오니 평소 안 쓰던 근육들, 특히 내리막길에서만 사용하는 근육들이 후끈후끈했다.

나혜석 기념 작품전
아이 데리고 나혜석 기념 작품전에 갔다. 대상 받은 작품. 젊은 나이에 SI 파견 근무 프로그래밍으로 개고생하다가 뇌일혈로 갑자기 쓰러진 시체같은데? 내가 심사위원이면 대상 줄 것 같지 않은 그림이다.

나혜석 기념 작품전
이런 그림이나...

나혜석 기념 작품전
나혜석 기념 작품전
이런 그림이 정서에 맞았다. 오만한 화가의 붓끝에서 시작된 봄. 이 그림의 제목이 blosom? bloom? 였던 것 같다. 미술관에 들르기 전에 딸애와 들판을 돌아다니다가 저 손에 들고 있는 보리를 땄다. 출품작 대부분에서 풋풋한 청년 냄새가 났다. 딸애는 작품 중 해바라기 그림을 좋아했다. 그러고보니 노땅들이나 아줌마 아저씨들 그림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갑갑했다.

The Good Wife
The Good Wife. 포커페이스의 여주인공 변호사 아줌마.  재미있어서 시즌 1을 모두 봤다. 시즌2는 어쩐지 막장크리를 탈 것 같다.

Rampage
Rampage. 단순하고 자뻑나기 좋은 줄거리와 철학을 가지고 그저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뭐하는 감독인지 찾아봐야겠다.


,

2010

잡기 2010. 1. 11. 20:01
2010년 올해 소망도 전과 같다. 살람 팔레스티나!

그다지 깔끔하고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가 내 인생이 한 해 만에 이렇게 찌질해진 것일까?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안다. 원인: 내 탓이다. 해결책: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으니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포기한다. 설령 찌질해졌어도 하던 거나 제대로 잘 하자.

'번역의 탄생'이 알라딘의 독자가 뽑는 2009 올해의 책 후보로 선정되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만, 내 눈에는 후보 중 문학 분야에서 의외로 볼만한 책이 없었다. 실은 다섯 권 빼고는 뭐 이런게 후보일까 싶은 지경? 책을 예전만큼 읽지 못하는 형편이라 교양과는 거리가 멀어 불감증에 걸린 외계인 몽크 아저씨처럼 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눈을 천안에서 맞았다. 눈 오는 밤에 직원들과 망년회를 했다. 눈이 온 날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망년회를 몇 번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대략 6~7번 한 것 같다. 연말인데 우울해서 술을 적게 마셨다. 12월 30일 종무식을 마친 다음 직원들을 데리고 횟집에 갔다. 12월 31일 쉬는 날이지만 회사에 나와 지도 작성으로 시간을 보냈다.

12월 31일 밤 시장 떡집에서 떡국떡과 만두를 샀다. 1월 1일 아침 떡만두국을 끓여 먹었다.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만들고 국간장 약간과 소금으로 간을 보고 만두를 넣고  만두가 떠오를 때까지 끓이다가 건져내고, 떡국떡을 넣고 역시 떠오를 때까지 끓이다가 만두와 떡, 파를 넣고 끓이다가 그릇에  내어 황백지단과 김을 고명으로 얹었다. 떡국떡은 괜찮지만 만두맛이 별로다.

쓰레기더러 쓰레기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

1월 2일 효행공원에서 출발해 지지대 고개를 거쳐 광교산을 종주했다. 이번에도 GPSr의 충전지가 방전되어서 경로를 잡지 못했다. 14.5km를 3시간 30분 걸려 주파했다. 인상적인 속도이긴 하다. 눈이 와서 아이젠을 착용했고, 아이젠 때문에 무릎이 아팠다. 아이젠을 벗고 두 번쯤 눈길에서 나자빠졌는데 그러다가 왼쪽 손목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 자빠질 때 왼손으로 받치는 나쁜 버릇을 없애야지 이거원 다친 데 또 다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의 10여년쯤 쓴 것 같은 4 점 아이젠을 버리기로 하고 제대로 된 아이젠을 스패츠와 함께 구입했다. 1월 9일 관악역에서 출발해 삼성산을 넘었다. 1주일째 녹다 말은 눈이 남아 있었다.

삼성산 바로 아래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보온병의 진공이 깨져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미지근한 물을 컵라면에 붓고 혹시나 해서 가져간 밥을 미리 먹은 다음 전혀 익지 않은 컵라면의 면발을 부숴 억지로 위장에 밀어넣었다. 옆에서 오뎅 장사 하는 할머니 곁으로 어떤 등산객이 지나가며 '와 돈 많이 벌으셨겠네요'  라고 말하자 할머니가 버럭 성을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눈은 내리는데 삶이 고단하고 팍팍한 할머니가 말을 건넨 또 다른 등산객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관악산에서 어떤 사람이 사고로 죽었단다.

배를 채워도 배를 채운 것 같지 않다. 잠깐 움직이지 않으니 춥다. 눈이 녹은 바짓가랭이와 땀범벅이 된 모자는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삼성산에서 내려가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해가 오후 5.30pm에 진다. 4.30pm까지만 연주대에 도착하면 사당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다. 4.30pm 까지 연주대에 도착하지 못하면 두 말 없이 서울대 쪽으로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상예보와는 달리 오후 1시 출발할 때부터 눈이 왔다. 앞산이 안 보일 정도로 시야가 뿌옇다. 오후 4시가 넘으니 등산객들이 거의 없다. 약수물을 떠먹고 잃어버린 장갑을 찾으러 잠깐 돌아갔다가 무너미 고개 부근에서 관악산으로 향했다. 쉬지 않고 학바위 능선을 넘었다.  하얗게 눈이 얼어붙은 연주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쉬지 않고 사당 쪽으로 가다가  시계를 흘낏 보니 이런... 벌써 5시 30분이다. 해가 진 것이다. 사당 방면으로 하산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내린 눈 때문에 등산로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릎까지 잠기는 눈 속을 헤치며 하산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서두를 수 없고, 서두르지 않을 수도 없다. 눈발로 얼어붙은 GPSr의 액정 화면에 생명선처럼 가느다랗게 뻗은 등산로를 따라 박명에 그저 하얗게만 반사되는 눈밭에서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발을 디뎠다. 절벽을 지나고 눈밭에서 고꾸라지고 넘어졌다. 사지를 모두 사용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부르며 내려갈 길이다. 전화가 몇 번 왔다. 아내가 전화해서 저녁밥을 앉힐까 물었다. 제 남편은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한가하시군. 먼저 밥 먹으라고 말했다. 어 지금 목숨 걸고 내려가는 중이야 라는 말은 생략했다. 그러고 보니 상황이 몹시 안 좋을 때면 어김없이 아내의 전화를 받고 일상과의 심한 괴리를 느꼈다. 전에도 비봉에 오도가도 못하고 매달려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응급실에서 엑스레이 찍을 때도 수화기를 통해 왜 전화를 안 받냐는 질책을 들었다.

금요일 저녁에 GPSr의 지도를 업데이트했다. 그간 꽤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이번이 업그레이드 후 처음으로 지도를 검증하는 것이다. 만약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면 조난 상황이다. 지도의 등고선이 올바르지 않으면 눈으로 확인이 안되는 형편이니 아래는 절벽인데 절벽이 아니라서 떨어질 수도 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300m 이상을 내려가야 한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발을 뗄 때마다 되뇌였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니 집을 나설 때부터 있던 편두통마저 사라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질이나 기타 등등은 무시하고, 그저 매우 의미심장한 기념사진. 제목은 살았다! 서울대 공학관 불빛이 보여서 안도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15분쯤 푹푹 빠지는 눈 속을 내려갔다. 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를 때까지 멍하니 걷다 보니 아이젠을 벗지 않았다. 절그럭절그럭 쇠소리를 내며 걸었다. 몸에서 김이 펄펄 나고 물방울이 둑둑 떨어졌다. 꼴이 말이 아니다.

사당역에서 오뎅 국물로 속을 덥히고 유난히 오지 않는 버스를 줄서서 기다렸다. 채 마르지 않은 신발에서 발이 얼어갔다. 벌벌 떨면서 30분쯤 기다리다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길이 막혀 한 시간 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했다. 아홉 시가 다 되었다. 통닭을 사들고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맥주와 통닭을 먹었다. 새로 산 아이젠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일주일 새 눈이 반쯤은 녹았으리라 생각하여 스패츠를 안 가져간 것이 후회되었다. 죽을 뻔해서 그런지 정신이 또릿또릿하다.

GPSr의 로그를 살펴보니 5시간 동안 12km를 걸었다. 연주대에서 서울대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미만, 거의 미친 속도다. 작년 이맘 때도 관악산에 갔다. 내년에 또 갈까? 위기에 처하니까 리프레시가 제대로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뻐근했다. 어디에 부대꼈는지 허벅지에 멍이 들어 있다. 어제 일이 꿈만 같다. 아이를 데리고 일월 저수지로 놀러갔다. 아이를 눈밭에 굴릴 겸,  근육도 풀 겸 일월 저수지에서 emart까지 걸었다. emart는 며칠 전부터 할인행사가 시작되어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아이를 놀이터에 맡기고 매장 안을 여기저기 정처없이 헤멨다. 보온병을 사야 되는데... 어제 물에 말은 라면 스넥을 먹은게 한이 맺힌다. 대략 4시간쯤사람들에 치대면서 걸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해준 홍게에 라면을 끓여 먹고 맥주 한 잔 하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야말로 통나무처럼 쓰러져 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꿈을 이룬 것과 꿈을 이루지 못한 것. 내 비극은 꿈을 이루지 못한 쪽. 아내는 아이와 함께 터키와 그루지아에서 즐겁고 신나게 지냈지만 난 인도네시아행 티켓 조차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왜 그렇게 어리석은 삶을 살았을까? 이유가 많지 않았다. 내가 한 약속을 지켰다. 올해는 지켜야 할 약속이 없지만 돈이 없다. 한 사장이 올해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정신줄 놓고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해도 탄약과 계획은 늘 챙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생의 두 가지 비극보다 실감나는 경구는 덱스터에 나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다. 그들은 절대로 휴일에 당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덱스터가 멀티 열심히 뛰는 4기가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소재가 절여놓은 양념갈비니 만큼 특별한 기교 없이도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는데, 이 시나리오 작가가 매 시즌의 피날레를 흡족스럽게 끝내는 것을 3년째 못 봤다. 마지막은 충격과 경악, 죄의식과 피바다였어야 했다(TV 드라마라서 그럴까?). 시즌 내내 인성 교육 하다가 deux ex machina와 하등 차이가 없는 '카르마'라니... 설령 '일정 품질'이 나와 청자 입장에서 불만스럽지 않더라도, 점입가경을 구현했어야 할  '게으른 작가'는 때려 죽여도 할 말 없어 보였다.

GD의 heartbreaker가 표절이라고 한 동안 떠들썩했다. 훌륭한 표절(?)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반성하는 차원에서 룸싸롱을 방문해 술 마시고 행패 부리다가 깨어보니 집이었다는 뮤직 비디오에 희안하게 공감이 간다(뮤직비디오는 그 옛날 에어로스미스 표절 같은데?).

2009년 내내 흥겹게 풍악을 울려대던 걸그룹들이 많았지만 2NE1 빼곤 그저 그랬다. i don't care i don't care 소녀시대, 원더걸즈, 카라, 모두 화무십일홍 같았다. mp3 무료로 듣기가 어려워 보였는데, youtube 따위 동영상 사이트 가니 인기곡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가 좋아졌다기 보다는 뮤직비디오나 사운드 프로듀싱 솜씨가 대단했다 -- 전면에 내세운 메이크 업 걸 그룹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정하고 기획하고 프로듀싱하는 이면의 존재감을 훨씬 더 묵직하게 느낀다. 요점을 제대로 짚은 예술적인 타깃 마케팅을 보는 것 같달까? 그러니까 거국적으로 먹혀 들어가는 것이겠지.

Jeff Beck이 내한공연 온단다. 다른 뮤지션이나 그룹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대충 넘기고 말았지만... 젠장 갈 수 있을까? GD나 2NE1 등의 어린 애들 사랑 타령 따위를 아무리 들어도 제프 벡의 기타소리에서 느끼던  영혼의 솔리톤적인 떨림을 경험할 수 없으니까. 그게 라이브라고! 1월 20일 티켓 오피스가 열린단다. 고민하자...

서울, 세계 최악의 도시 3위? -- LP 설문에서 최악의 도시 3위가 나왔다고 서울시가 발끈할 이유가 없는데 이 기사가 나온 며칠 후 서울시는 NYT 선정, 꼭 가봐야 할 도시 3위에 올랐다. 무슨 로비라도 한 건 아닐까 싶었다. 가난한 여행자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는 정붙일 구석이 없는 도시다. 멍하니 죽때릴만한 데가 없고 어딜 가든 사람에 채이고 어딜 가든 쇼핑몰이니까. 청계천? 녹조가 낀 청계천 개울에 발 담그고 건너편 콘크리트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괜히 처량해질 것 같은데... 맛이 갈 때까지 술 마시고 흥청망청 놀아도 밤거리가 안전한 도시라는게 뭐 대단한 장점일 리는 없고.

떠난 이상 서울에 관심 끊자. 여기 수원은 가진 떡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바보같은 도시다. 방만한 경전철 계획과 예산안으로 시의원에게 질타받던 수원시장은 단순히 열이 뻗친 나머지 경전철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뭐야 이건?). 이왕 그렇게 말한 것, 그대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1번 국도를 중심에 둔 수원 시내 도로 사정 상 경전철로 2-3년 공사하면 아비규환이 되고 만다. 여러 국책 연구 평가결과에서도 경전철보다는 BRT(Bus Rapid Transit) 도입이 수원의 도시계획 면에서 유리하다고 추천한다.

예전에 먹었던 인스탄트 짜장면 이름이 기억나지 않다가 마트에 가서 제품을 보고야 알았다. 팔도 일품짜장인데 그냥 먹으면 신맛이 나지만 양파를 미리 볶은 다음 짜장을 섞고 볶다가 면을 섞으면 먹을만 했다. 짜파게티의 면발은 꾸준히 적응이 안된다. 요즘은 짜파게티나 신라면이나 너구리나 쌀국수 뚝배기나 농심에서 나온 것들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라면 안 먹었다.

스티븐 핑커, 언어본능: 한국인 중에 이 책의 전반부를 재밌게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전반부가 흥미롭긴 하지만 영미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 아닌 이상 나와 상관없는 순수하게 학술적인 내용이다. 핑커는 사멸되어가는 언어의 죽음을 멈춰야 하는 이유로 언어학자로서의 자신의 욕심을 말했다. 다양한 언어가 있어야 자기가 제대로 학문할 수 있다나?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리는 석기 시대를 떠나지 않았어도 된다. 중간계층에 속할 필요도 없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필요가 없다. 심지어 학교에 갈 만큼 자랄 필요도 없다. 부모의 언어 세례를 받을 필요도 없고, 부모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도 된다.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지적 수단이나, 집과가정을 꾸려나가는 기술이나, 확교한 현실 이해능력도 필요없다. 사실 이 모든 이점들을 다 가졌다 해도 유전자가 두뇌 일부에 결함이 있으면 우리는 유능한 언어 사용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게 말이야.

자연어 처리 등의 인공지능의 역사는 컴퓨팅의 역사와 동일한데, 지난 40여년 동안 컴퓨터 공학자는  핑커의 책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지 못했다:
여자: 나 떠날 꺼야.
남자: 어떤 놈이야?
사람의 두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해석하는 정교한 신경계가 존재한다. 지극히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고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므로 여러 인종간 신경계에 차이가 없어 보이고 따라서 영미 문화권과 계통상 거의 고립어로 간주되는 한국어와 오스트로네시안 등의 언어를 사용하는 두뇌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S+O+V 형 문장과 S+V+O 형 문장은 인간의 두뇌에서 처리과정이 같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문법 상 차이 역시 그리 크지 않다. 핑커가 써 놓은 것이 공교롭게도 EBNF다 :
S := NP VP, NP := [det] N [PP], VP := V NP [PP], PP := P NP
명사구(NP)와 동사구(VP)는 거의 전문화권에서 동일한데, 동사구는 한 문장에서 단일하지만 명사구는 재귀되며 반복될 수 있다.

EBNF는 유한상태기계라 노이먼 머신에서 처리가능하다. 그런데 왜 자연어 처리가 어려울까? 앞으로 십 년 이상 자연어를 인식하고 발화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가망은 거의 없다. 자연어가 어려운 것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연어 조합 가능성과 불규칙, 광범위한 상식과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화용 면에서 의미구조를 해석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희재가 번역의 탄생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어는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많은 영어와 달리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구, 전치사구가 많고  격조사와 어미 변화가 심하다. 차이가 심대해 보이지만 번역의 탄생에서 보여준 변환 테이블은 그 변환 테이블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이 어렵지(정리가 어렵지) 실제로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탄스러웠다. 한국어가 영어보다 우월한 것도 없고 영어가 한국어보다 나은 것도 없다. 다만 아이의 두뇌는 어느 언어의 한 문법을 정확하게 익히면 다른 언어의 문법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과, 아이들 조기 교육은 주로 발성법을 가르치는 것이란다.

물론 영어는 한국어로 완벽히 기계적으로 번역될 수 없다. 인지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 살 미만의 아이들이 문법은 90% 이상 정확하단다(나도 가끔 애 키우면서 잘못된 문장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 남은 10%의 오류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고 한단다. 10년 전 아이디어회관 문고를 전자화하던 작업에서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OCR 프로그램의 글자 인식율은 평균 95% 가량 되는데, 수치상으로 높아 보이지만, 이것은 평균 100글자당 5 글자가 틀린 것이다 -- 따라서, 거의 엉망진창인 문장으로 여기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Moon. 싸고 질좋은 SF 영화. 왜 공포물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걸까 의아해하며 영화의 중반까지 봤다. 고전SF다. 그래서 시시한 트릭이나 추리물같은 반전을 사용하지 않은 것 뿐이다. 순리대로 진행해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으니까. 오랫만에 깔끔한 멸치국수같은 SF를 봐서 기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erminator: Salvation. 옛날 옛날 처음 나온 터미네이터가 등신 인증 러다이트를 흥분시키는 공포물이었다면, 그 후속작들은 전작의 후광으로 빌어먹고 살았달까. 전작보다 점점 다운그레이드 되가는  모습이 특히나 애처러웠는데 salvation이 이 괴상한 시리즈물을 그나마 똥통에서 구제한 것 같다. 감독의 서비스 정신 덕택에(아, 플롯도 있다고 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CG로 재현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andorum. SF로는 싼 티가 나는 전형적인 케이스. 청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똥대가리 취급해 미스테리와 공포를 떠먹여줄 때, 또는, 감독이 그냥 똥대가리 라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을 때. 그럴 때 싼 티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우레카 극장판. 아네모네와 에우레카7. '인간은 어리석어. 안이한 상상으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렸어. 그 결과가 이 세계야.' 엔딩 크레딧이(엔딩 크레딧만) 멋지다. 에우레카7 TV판도 일제애니에서 느끼던 구린내를 느끼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세상이 망하건 말건 내 사랑을 위해 적이건 아군이건 닥치는 대로 죽여도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은 '구린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vatar. 보는 내내 포카혼타스가 생각나서 잡친 영화. 디지탈 3D나 아이맥스로 보지 않아도,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인데, 이 영화는 좋은 영화 같지 않았다. 현란한 그래픽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캠 버전으로 봤기 때문인지 예전에 본 어떤 스패니시 개잡종의 남미침공기만 못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재미가 없다. 페라리처럼 생긴 빨간 새 몰고 오면 여자들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한방에 훅 간다는 알만한 교훈을 반복했을 뿐이랄까? 어처구니가 없는 2012는 재밌었는데 이 영화가 재미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영화의 메시징을 외면하기 힘들어서 였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Up. 초반 할아버지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인상적인 부분, 중/후반부는 평범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atchman. 미국 코믹스라서 로르샤흐(Rorschach)를 로어세크라고 읽는 건가?  주인공이 찌질해서 별론데...? 이게 그 유명한 왓치맨이구나 하고 봐서 그런 듯. 기회 되면 만화책을 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르고 윈치. 붉은 돼지에 나올법한 섬으로 향하는 요트. 요트가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자, 마치 날개를 활짝 편 것 같은 모양새.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 몇몇 장면 때문에 인상에 남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래그 미 투 헬. 오랫만에 보는 전설의 고향 류의 클래식 공포물. 요즘 공포물은 인과관계를 배제한 채 물어 뜯고 썰고 다지는데 초점을 맞춰 재미가 없어 부러 찾지 않았다. 감독 이름만 믿고 본 영화 치고 재미있었다.

,

테메레르

잡기 2009. 1. 21. 09:37
2개월 전에 비해 하루 방문자수가 200% 가량 늘었다. 트래픽의 50%가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왔다. 네이버가 검색엔진 경유 트래픽의 50%를 차지.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홈페이지는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방문자 수가 늘면 검색엔진에서 검색이 안되게 하던가 사이트를 폐쇄할 생각이다. 그런데... 공개 일기장으로 써서 지인에게 안부나 전하자 -> 헛소리는 그만 하고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기도 하자 -> 방문자가 늘면 사이트 닫자. 라는 것이 말이 안되니까, 손톱을 물어 뜯으며 방문자 수가 저절로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야후 블로그 랭킹은 4351241중 169964위. 즉 상위 4%이내. 와! 놀랍다.

Why Google Employees Quit -- 잡 인터뷰하고 출근하는데 6개월? 그런 때문인지 구글에서 인사담당자들을 짤랐다는 소문을 들었다. 구글도 회사다. 사훈이 don't be evil인 회사니까, 멍청할 가능성이 타사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CAM with me -- ending type c. 딸애가 31세가 되자 손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캠코더 보다는 여자를 만나는게 시급한 오타쿠들은 딸도 없으면서 이거 보고 감동에 북받쳐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 같다. 딸 아이가 노트북 위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거나 키보드에 물을 붓고 팬타그래프 키캡을 뜯어내고 화초에 물 주듯 노트북에 우유를 뿌리고, 중요한 파일을 있는대로 삭제하고 카메라의 사진을 지우고 카메라를 멋지게 집어 던지며 하이에나처럼 킥킥킥 웃는 꼴을 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는 소니제 제품군을 살 마음이 때로는 사라지지 않을까? 마누라와 딸애가 처가로 가는 귀하고 짧은 안식을 누리는 기쁨을 알기나 할까? 하여튼 오타쿠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취향을 존중해 주시죠?' 내가? 왜?

City of Ember
City of Ember. 저 혼자 주절거리다가 끝나는 가벼운 판타지. '더 할 말 없으니 문의 사항은 원작을 참조하삼' 하는 듯 했다. 영화를 보면 원작을 더 참조할만한 게 없어 보인다.

갈릴레오
갈릴레오. 재밌다길래 봤는데 별로... 넘버스 짝퉁 같기도 하고(딱 넘버스스럽게), 나오는 트릭들이 그저 그런 밀실 추리물보다 못한 수준이라 금새 추측이 가능하던가 별로 기발하지 않은 억측(어거지로 뜯어다맞춤)으로 밝혀진다. 10화까지 봤는데 감으로 찍고, 과학으로 미스테리를 밝힌다가 컨셉인 모양. 와 닿지 않았다.

짐승의 연주자 에린
짐승의 연주자 에린. '그림'같은 작화. 아직 초반이라... 어떻게 진행될까? 두고 봐야지.

철완버디 Decode
어느새 2기가 진행 중인 철완버디 Decode. 별 내용 없이 1기를 마감했다. 1기 끝의 로맨틱하고 인상적인 포즈. 어떤 그림에서 저 포즈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영...  아무튼 이상하게 그림이 쏙쏙 눈에 들어오고 동화가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살면서 저런 키스를 몇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개중 하도 술을 퍼 마셔대서 옛 여자친구들의 이름을 잊어먹고 희안해 하는 바보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그 바보다.

印 빈민들 항의시위.."슬럼독은 모독" -- Slumdog Millionaire에 대한 인디안의 감상평. 이 영화가 그렇게나 많은 상을 휩쓸 줄이야...
Slumdog Millionaire
꼴까타의 빈민굴이 주 무대가 되는 이 영화가 꽤 재밌다. Danny Boyle이 감독했다. 특히 꼬마애가 먹고 살기 위해 아그라의 타즈마할에서 관광객 상대로 삐끼질하고 사기치는 대목은 관광객 입장에서 가슴 뭉클하게 현실적이다.

공룡이 수백만년 동안 살아 남은 이유가 강력한 면역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심스러운 가정을 바탕으로 쓴(독일제 SF라고도 하는) 토마스 티마이어의 '렙틸리아'라는, 쥬라기 공원과 비슷한 스릴러를 읽다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 '진짜 터너 그림이라는 것을 5미터 거리에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화려한 하얀 범선이 검은 거룻배에 이끌려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 당시 스페인 프랑스 연합함대를 향해 돌격하던 넬슨의 H.M.S. Victory 후방에서 충실히 보필했던 전함인 Temeraire의 퇴역을 소재로 그린 Joseph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를 두고 하는 말인 듯. 바로 이 그림이다.
 
멋진 황혼 속에서 범선인 테메레르는 증기로 움직이는 강철 바지선에 이끌려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항구에 들어선 후 완전 분해되어 똥값에 팔려 나간다. 꽤 유명한 이 그림은 범선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구로 들어올 당시 테메레르는 저렇게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지는 않았고, 사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  안 가는 터너 나름의 환타지스런 그림이야 뭐... 그런데 이 그림이 정말 팔렸나?
 
최근에 안 그래도 '테메레르'라는 환타지를 읽었다. 테메레르는 용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의 바로 그 전함 테메레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작가에게도 저 그림이 몹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 꽤 재미있어서 그 두꺼운 책을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4권까지 읽었는데, 영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넬슨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멀쩡히 살아남아 아프리카 노예 무역 폐지를 반대한다. 어쩌면 나일 해전 당시 입은 부상에다가 허파에 난 구멍 등등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 + 드래곤 판타지 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Pern 시리즈 보다는 한결 낫다. 여자애들이 귀여워할 타입의 용들이 등장하는 환타지 물이라서 그런지(이해는 안 가지만) 취향에는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1권의 해전 묘사가 그럴싸 하고, 중국, 터키, 유럽 전역, 아프리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느라 꽤 바쁘다.

공중전 묘사는 박진감이 떨어지는 편. 공중전이 머리속에 3차원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며 싸우는 해전이나 육전에 익숙한 작가의 어두운 성장 배경 탓일지도 모르겠다. 용가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지르는 소설을 쓰기 전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트 게임이나 홈월드 따위로 내공 좀 키우지 않구선...

중국과 유라시아, 아프리카 횡단 때 어쩐지 작가가 잘 모르는 것을 책 몇 권 읽고 짜집기한 티가 나서인지 전 4권에 걸쳐 품질이 고르지 않고 그 대단한 모험을 하는 인물들의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 딱히 멋진 소설이란 생각은 안 들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나, 주제가 무겁고 책 읽으며 잔머리 굴리기 괴로울 때 시간 때우는 페이지 터너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건 휴가때 해변에 누워 읽었어야 하는건데... 5권도 마저 읽을 생각이다.

'노인의 전쟁(Old Man's War)'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게 뻔한 소설이지만 표지가 쉣이다. 배나온 도마뱀들이 날뛰는 테메레르 같은 판타지의 내외를 치장한 아트웍과 나란히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유독 SF만 이렇게 볼품없고 궁상스러운 표지를 달고 출간되는지, 허구헌날 이런 '차별'과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괜히 울컥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것을 극명한 대조라고 한다. 오른쪽을 보자. 시발스러운 배경에 극과 별 상관없는 상판데기에다 갖잖은 타이포로 영문 제목을 더 크게 표출하는 것은 내가 우둔해서 잘 모르는 21세기스러운 싸가지일 것이다. 책이란 송혜교 같은 반반한 표지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법이라고 우기자. 노인과 전쟁 2권, 3권이 별 차질없이 계속 출간되길 바란다.

즐겨보는 EBS 세계 테마 기행의 '사바이디! 라오스' 편에서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 나왔다. 차승민. 여기저기 뒤져보니 옛날에 여행하면서 국악하던 사람들 중 한 명. 웹질해 보니 지금은 인터넷 만화 그리며 애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뭐 사실 지금까지 본 EBS 세계 테마 기행 중 가장 여행 잘했던 사람은 '여행생활자 유성용'이란 사람일 것이다. 궁금해서 뒤져보니 '여행생활자'란 책을 썼다. 그 양반 말대로 여행기 사서 보지 말고, 여행이란 그냥 해 보면 되는 것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kiloc의 프로필에 올릴 사진 찾다가 2003년에 정글에서 한가하게 마야 유적지에 누워 담배 피우던 사진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찍었지? 어떤 사진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부탁하고(외로운 배낭여행자끼리 서로 찍어주기 -_-) 어떤 것은 셀프 타이머 돌린 설정샷이다. 아무래도 설정샷 같다. 6년전이지만 이때는 정말 젊었다.

인도네시아에 언제나 가게될까 한숨만 쉬다가... 구정 연휴에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다가 마지막 날에 관악산에 올랐다.  관악산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편이라(떨어지면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우습게 봤다. 관악역-삼성산-팔봉 능선-연주대-사당역 코스를 잡았다. 주행 시간 3h26m, 쉰 시간 1h40m, 거리 13.8km, 평균속도 4.0kmh. GPS의 기압 고도계가 고도를 잘못 출력해 629m짜리 산이 933m로 나타났다.

삼성산 꼭대기에 올라가긴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무너미 고개에서 팔봉 쪽으로 간다는게 오봉 능선 쪽으로 갔다. 오봉 능선 이름이 원래 학바위 능선이었나? 연주대에서 3000원짜리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졸면서 내려왔다. 눈이 덜 녹아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려니 생각보다 빡세서 산을 내려오고 나서 다리가 후끈거렸다. 사당역으로 간다는게 낙성대역으로 나왔다. 관악역 쪽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산행 초입에서 아이젠을 사지 못해 고생했다. 북한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관악산이 재미가 없다. 암벽의 살벌함도 그냥 아기자기 하기만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악산에서 모처럼 찍은 사진. 몇 년 새에 많이 삭아서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을 것 같은 교활한 인상. 머리털은 허얘지고 모공은 월면 크레이터처럼 커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뭐, 나만 늙은 것은 아니다.

송혜교도 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년전 남미 어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다. 꼴은 말이 아니지만 머리털이 검고 눈빛에 그럭저럭 생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남미 아가씨들이 술 한 잔 하자고 먼저 들이대곤 했다. 밤새 술 마셔도 거뜬했던 좋은 시절 얘기는 노후에 마저 하기로 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악산 연주대 부근에 뜬 헬기. 북한산 벗어나면 구조헬기는 안 보게 되나 싶더만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저게 소방 헬기가 맞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악산에 올라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 꼭대기에서 막걸리 판다. 한 잔에 3000원은 좀 너무하지 싶다. 그렇다고 맛있어 보이는 막걸리를 두 눈 뜨고 보면서 입맛 다시기는 안타깝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가 설날 소원지 다는 모습을 찍었다. 아내가 내 몫까지 알아서 새해 소원 적어 달았을테니  가족의 안녕이나 뒤숭숭한 국내 사정과는 상관없는 소원을 적었다: salam palestine!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정 지나니 1월도 다 갔다. 아내 말마따나 술주정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 토다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내버려두면 주정도 점점 심해질 것이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술자리를 가급적 멀리 하자!
 
,

Into the Wild

잡기 2008. 10. 21. 17:48
30rock이 재미있다고 소개해 줘서 봤다. girlish한 수다라서 취향에 안 맞는다. 스마트폰에 넣어 두고 볼 게 없을 때 꾸역꾸역 보고 있다. 써티락을 기획하고 주인공을 해 먹고 있는 Tina Fey가 어째 낯이 익다 싶더만, 한 동안 메케인 진영에서 바보짓을 일삼던 페일린 흉내로 인기를 끌었다. 실은, 티나 페이가 페일린인 줄 알았다. 좀 뒤져보니 티나 페이가 꽤 유명한 코메디언이다. 얼마전에 30rock으로 에미상도 받았다. 허걱이군.

Sun Techday 세미나 무료 초대장 받고 점심이나 먹으러 갔다가 돗대기 시장 같은 분위기에 기가 질렸다. 잠실롯데호텔의 부페는 해산물 선도가 훌륭한 편인데 접시 한 번 담고 뒤를 돌아보니 흡사 메뚜기떼라도 지나간 것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세미나홀은 미어터져서 뒤에 서서 발돋움질 하고 렉쳐를 들어야 할 판. 관심꺼리는 zfs 정도 밖에 없었다. zfs는 GPL이 아니라서 리눅스 커널에 포함되지 '못'했다. 리눅스 2.6.28에 ext를 대체할 차세대 FS로 btrfs를 사용할꺼란 루머가 돌았다. 이름이 이상해서 슬래시닷에서는 butter face나 but here face is...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여튼 세미나가 정이 떨어져 점심 먹고 옥션이 뿌린 1000원 티켓으로 메가박스에서 영화나 보자고 직원들과 삼성역으로 갔다. 옥션이 휴대폰으로 바코드 이미지를 보내주지 않아 제 돈 내고 영화를 봤다. 제목은 'Eagle Eye'. 주인공이 트랜스포머의 그 주인공이란다. 10분마다 뭔가 쉴틈없이 터지는 액션활극이다. 앞뒤가 이상하게 꼬이고 하이테크를 얼토당토않게 과대포장한  영화지만 모든 걸 잊고, 미친 인공지능인 아리아가 하는 귀여운 짓이 한국에서 정말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23일 한국물리학회 대중강연 -- 미국의 크리스마스 강연 같은 건가?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같은 블로그에서 소개한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 복사를 관측하는 NASA의 Glory Project에서 딸아이 이름으로 인증을 받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가 Duke를 들고 있다. 프로그래밍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자괴심과 그 억제할 수 없는 폭력성을 해소하는 용도로 쓰이는 인형이 외계 생물 듀크다.

하여튼 가끔 아이 이름을 나사 미션에 올려주마. 나사는... 날이 갈수록 불쌍해진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세입 올리고 경기 부양하면서 사회안전망 확충 한다며(전통적인 민주당 프로파겐다) 그나마 쥐꼬리만해진 다수의 나사 미션을 대폭 축소할 것만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린다고 IT 신규사업 중단하듯이?

벤 에플렉, 맷 대이먼, 크리스 무어, 웨스 크레이븐이 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한(그러니까 얼굴 마담으로 투자를 끌어 모은) 공포영화, Feast. 누군가 이 영화의 감상평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친구가 개를 샀다기에 놀러갔다. 아직 어린 강아지였다. 그런데 암컷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수컷은 싸잖아, 왜 수컷으로 안 샀어?" 친구는 말했다. "개라도 암컷으로 갖고 싶었어."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개도 울었다. 낄낄 웃다가, 그래서 Feast를 보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영화가 유행인가 보다.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 덤비는 좀비떼에 생살 그대로 노출된 인간군상의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고어물이다. 영화 초반에서 술집으로 뛰어든 Hero가 바로 죽어 나간다. 곧 Heroine도 히로의 뒤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괴물에게 아이가 잡아 먹혀 돌아버린 Heroine 2가 역할을 물려받는다. 기십명의 피갑칠 난도질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비교적 친절해서 플롯을 따라가기(떨어진 머리와 다리를 적절히 갖다 붙이기)가 수월하다.

흥미롭게 보고 나서 내친 김에 Feast 2도 찾아 봤는데, 다 보고나니 B급 무비니 뭐니를 떠나, 감독이 무척 변태 같아 보였다.  이런 오타쿠 변태는 정말 오랫만에 접해 본다. 1편과 달리 이건 뭐... 맛이 갔다고 밖에... 유아 살해가 나오는데, 그건 보통 공포물에서 금기시되는 것 아니던가? 요즘 공포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 트랜드를 잘 모르겠다.

전뇌코일:방화벽
전뇌코일: 해커할멈
전뇌코일. 어쩌다 '발굴'한 사이버펑크물. 워낙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게, 아내 말로는 내 성격이 까칠하고 모가 나서란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까칠한게 아니라 아내를 포함한 다수의 인간이 사회 적응에 쓸데없이 유연한 것이다.

하여튼 컬쳐 벌쳐도 아니고, 뭔가 재밌는 것을 보려면 이 노쇠한 몸을 몸소 똥밭과 쓰레기밭에서 한참 뒹굴려야 한달까?  전뇌코일은 그 와중에 발견한 예상 외의 수확이다. 다음 세대가 살았으면 싶은, 구체적으로 내 딸이 살았으면 싶은 바로 그 세계다. 2025년 무렵의 현실감이 팍팍 넘치는 이런 세계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할 일이 많아 행복하지 않을까?

Into the Wild
영화 Into the wild. Art of Travel과 유사한 영화다. 주인공은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타잎이다. 고교를 졸업하자 마자, 타고 가던 차를 버리고 모은 돈은 모두 기부하고 손에 있던 돈은 태워 없애고 미국 유랑을 시작한다. 음악이 그럴싸하고 영화가 심상치 않아 뒤져보니 숀 펜이 만들었다.

Into the Wild
김씨가 칼을 선물로 줬다. bucks 110. 주인공이 들고 있는 칼과 유사한데 날끝이 좀더 치켜 올라가 사냥용으로 쓸만한 것.


Into the Wild
보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소로우와 잭 런던을 존경하던 그는 인간을 등지고 야생의 알래스카에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정착하기를 바랬다.

Into the Wild
주인공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2년 동안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잔정을 남기지 않았다. 카누를 타고 콜로라도 협곡을 지나 멕시코까지 가기도 했다.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쇼핑카트에 카누를 싣고 가는 주인공. 사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lake mead로부터  콜로라도 협곡, 그랜드 캐년 아래를 여행하고 싶어했다( 최근에 별을 쫓는 자, Men Vs. Wild, Amazing Race, 낚시에 미친 청년 등의 TV 프로그램 때문에 그야말로 융단 폭격을 당했다).

Into the Wild
영화를 보는 내내 주옥같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가 야생보다 더 야생같은 인디아를 여행했더라면 자신의 똥고집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다.  그랬더라면, 어쩌면 주인공과 내가 인도나 볼리비아의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

Into the Wild
이 바보는... 고기 훈제에 실패한다. 야영과 방랑과 고독이 뜬금없는 로망이 되는 월든 류의 글줄은 살벌하고 척박한 자연에서의 삶에 관한 조그마한 힌트나 지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 혼자 야생에 정착하는 건 거의 미친짓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

Into the World
그림처럼 아름다운 야생에서 주인공은 울부짖었다. "x같은 동물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배고파 죽겠는데! 암 뻐킹 헝그리! 암 뻐킹 헝그리! 엉엉"

Into the World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Into the Wild의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하지만 인생의 기쁨이 인간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영화는 실화였다. 마법의 버스를 배경으로 찍은 저 사진은 실제 그의 사진이다.  주인공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가 사람들과 주고 받는 대화는 그래서 내가 어린 시절 주위 사람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많이 유사하다. 그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자신할 수 없지만...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만 같다. 석 달 동안 눈덮인 산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정신이 나갈 무렵, 그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Happyness only real when shared. <-- 감독(숀 펜)은 자신의 관점을 이 한 문장에 투사한다.  하여튼 안타까웠다.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만났더라면... 연출이 괜찮고 풍광이 훌륭한데다 나같은 주인공이 나오니, 그야 말로 볼만한 영화였다.

그러고 보면 저번 주말엔 건진 작품들이 평소의 300배 이상이네?

시간날 때 USN을 만들어 볼까 해서 뒤지다가 발견한 The Contiki OS 에서 얼마전 12KB의 code와 2KB의 RAM 만을 사용하여 IPv6 를 구현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IPv4의 어드레스 공간은 2^32 = 10^10가량인데, IPv6는 2^128=10^38이 된다. 아주 작은 센서라도 전 세계에 걸쳐 겹치지 않는 ip address를 가질 수 있으니까 꽤 쓸만한 것이다. 콘티키 os 덕택에 새로운 mcu로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TI의 MCU 샘플 오더를 했다. MCU 가격이 싼 편이다. 언제 한 번 써먹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뭐든 개떼같이 군중이 모이면 밥맛 떨어지기 일쑤였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저그떼처럼 길 막고 몰려다니며 떼잔차질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관악산 자운암 능선길
단풍이 흡사 설악산처럼 곱게 들었는데 카메라폰이 색상은 물론 계조, 선까지 뭉개 버렸다. 단풍이 고운데, 학교 입구에서 정부가 황우석 호주 특허를 고의로 취하시켰다고 확성기 차가 크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산꼭대기까지 왕왕 울려서... 풍경의 격조를 떨궜다.

2주 전에는 집에서 애 보느라 관악산행을 취소했다. 저번주 일요일에 갈 수 있었다. 자전거로 1h30m 걸려 서울대 신공학관 입구에 도착. 연주대에서 팔봉을 거쳐 다시 서울대 입구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편도 거리가 29km 밖에 안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무척 힘들었다. 특히 학교 입구에서 신공학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내내 오르막.

자전거에서 내려 쉬지 않고 자운암 능선길을 따라 올라갔다. 연주대를 눈 앞에 두고 오를까 말까 망설였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몹시 고파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마침 명당 자리가 보여 주저 앉았다. 서울대 입구의 '한솥밥'에서 산 '도련님 도시락 스페셜(3900원)'을 까 먹었다. 밥 먹고 쉬면서 단풍 감상하다가 기운 차리고 내려왔다. 이상하게 힘든 하루였다. 등산화의 바닥을 갈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만간 관악산에 다시 와야겠다.
61.5km 주행. 이중 2.5km 가량이 산길 올라간 것. 평속 13.2kmh, 주행시간 4h40m(이중 1h30m은 산을 오르내린 시간), 쉰 시간  2h8m. 총 6h48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저저번주에 한강 일주할 때 찍은 사진이다. 반포대교에 한창 뭔가를 설치하고 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낙하분수라는 것이다. 설령 돈지랄이라고 원성이 자자해도 우중충하고 삭막한 한강변에 뭔가 볼꺼리를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David Weber, Mutineers' Moon :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온라인에서 Mutineer's Moon이 첫 권인 Heirs of Empire series볼 수도 있다. 콜린 맥킨타이어는 과연 뭐하는 놈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그다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대사도 없는 주인공과 18세기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언청이 같아 보이는 질타니쓰 때문인지 재미가 없다.

가슴을 뛰게 하는 우주전은 커녕, 인류의 시조인 우주인들이 패가 갈려(Anu와 Horus) 지구에서 싸워대는 전형적으로 꼴사나운 (요새 헐리웃 영화 같은) 줄거리는 소설이 출간된 20년 전에는 참신했겠지 싶다. 2권쯤 가면 차도가 있을까? 별로 더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우주전쟁류를 쓰는 작가들 중에는 기초 물리학 상식도 없는 작자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무시하고 읽었는데, 이젠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인지 그런 글은 읽기가 힘이 든다. 작가와 기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Michael McCollum, Antares Dawn. 흡사 스타 트랙을 읽는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2권인 Antares Passage의 1/3 정도까지 읽었다. 작가가 워낙 친절하고 쉽게 글을 쓰고 캐릭터가 안정적인데다 서사도 무난. 다시 말해 평이한 글이라 쉽게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전형적인 80년대 SF. Mutineer's Moon과 마찬가지로 20년 전 소설임에도 두 소설이 차이가 나는 것은 비교적 정확한 기술적 묘사를 구사하는 저자가 나사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인 듯.  읽기가 쉽다는 것이지 흥미진진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foldpoint 입구에 기뢰를 잔뜩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