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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7 luke rocuta, causa finita
  2. 2007.08.25 싱크로 2
  3. 2007.07.17 mentis incognita 2

luke rocuta, causa finita

잡기 2007. 9. 27. 22:18
로버트 조단이 9월 16일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작가라 뉴스꺼리도 안되겠지만.

`깐수' 정수일씨 보호관찰 벗는다 -- 이제야 보호관찰을 벗는다. 그래도 축하드린다.
Jasmina Te?anovi?: Korea - South, not North -- 이건 왠 SF?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 놓고 정수리에 올려 놓은 다음, 그 휴대 전화로 전화를 걸면 전화올 때의 진동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 해보니 정말 그랬다, 흡사 닭대가리가 된 기분이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어렵게 읽었다. 책의 소재가 '과학사'인 것을 감안할 때 읽고 건질 것이 없다는 불편함을 꾹 참았다.
웜홀과 여분의 차원, 그리고 양자 컴퓨터의 개념은 우주 전체를 '살아있는 삶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 마틴 리스
살아있는 삶의 현장?
내가 배웠던 모든 교과서는, 모든 것을 식으로 표현하면 명백해진다는 재밌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심사숙고했던 문제들을 보여주는 설명을 해주면 미국 어린이들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만든 것이다.
고상한 남자들의 바보같은 생각에 저항할 목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는 뜻인가?
부시 대통령이 경솔하게 제안했던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은 4,500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고, 탐사선의 우주인들은 모두 목숨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무 설명도 없이 폐기되어버렸다.
'목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탐사가 취소되었다니 몹시 한심한 이유네. 미국인들이 자랑하던 그... 정신병, 프론티어 정신은 대체 어디 간거지? 그것 마저 없으면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있긴 한건가? '지구에서 달까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마녀사냥은 집어치우고 당장 (달로) 보내주쇼' '로켓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비행사는 죽을 수도 있는거지' 우주 탐사를 목숨 때문에 관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1999년 2월 국제천문연합이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것은 좋은 소식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랬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그동안 주욱 유지하고 있었던 이유는 '우주가 외로운 곳이라서 이웃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 한다고 믿는' 미국 때문이었다. 다행히 국제천문학회는 그런 바보같은 주장에 아랑곳 않고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다.
결국 우리는 나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도 없고, 거리를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별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확인도 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채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물리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우주에 살고 있는 셈이다. ... 우리가 지구마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몇 가지 알아낸 것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말투를 바꾸면 괜찮았을텐데... 옳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유시민이 생각난다.
인체에는 100만 가지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그런 단백질 하나하나가 작은 기적이다. 모든 확률 법칙에 따르면 단백질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생명의 발생을 왜 자꾸 확률 문제로 왈가왈부 하는 것일까? 생겼으면 생긴 거고, 안 생겼으면 안 생긴거지. 생명이 생겨난 기적을 겸손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신경증(너나 나는 좆도 아닌 존재다 운운)에서 논리가 출발하니까 그렇겠지. 사실 우주도 좆도 아니다. 우주나 삶의 경이에 관해 거만할 것도 겸손할 것도, 인간중심적 사고의 잣대로 계량할 필요가 없는데 왜 자꾸...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의 말처럼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기만 하면 어느 곳에서나 출현할 수 밖에 없는 물질의 의무적인 발현"이다.
책 여기저기에 저런 재수없는 인용구를 갖다 붙여대는 바람에 부질없이 두꺼운 책을 만들고 뉴턴의 털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제에(게다가 유머감각은 밑바닥 수준) 매우 건방진 제목을 갖다붙인 빌 브라이슨은 관망자였고, 산업혁명과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이룩한 본질적인 원인중 하나였으며, 먹이 사냥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됨으로써 그 시간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닌텐도 게임을 하거나, 남아도는 힘으로 헬스장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거나, 평화의 확산에는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우주론에 관한 사색을 하게 될 시간이 늘어난 것과 아무 상관 없는,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것일까?
지의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생물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애튼버러에 따르면, "지의류는 가장 단순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그저 자신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감동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생명이라는 것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생명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소망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존재라는 스스로의 믿음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지의류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지의류가 존재하고 싶어하는 충동은 우리만큼 강하거나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숨속의 바위에 붙어서 수십 년을 지내야만 한다면 절망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의류는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끼류는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어떠한 모욕도 참아낸다.
집 근처의 알맞은 지의류를 상대로 갖은 욕설을 퍼부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잘 참아낸다는 뜻이구나. 하필이면 꼭 괴상한 문구를 인용하거나 '잘못된 믿음을 가진 남자들'과의 차별성을 한심한 유머감각을 통해 드러내는 빌 브라이슨의 계집애같은 감상주의에 염증을 느꼈다. 하지만 굳이 욕할 것도 없었다. 그는 그저 '살내음이 나는 과학'에 관한 뭔가를 쓰고 싶었던 거다.
에드워드 O. 윌슨의 '생명의 다양성'에서 우리의 상황을 더 이상 간결할 수 없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실험(One planet, one experiment)"이라고 표현했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이다.
'삶은 기적이다'에서는 에드워드 윌슨을 잡아먹으려고 책 한 권을 부질없이 허비했는데 브라이슨은 윌슨을 인용하며 '삶이 행운이다'라고 에필로그를 맺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삶은 기적이다?
삶은 행운이다?

재미가 없다. 5일간의 기나긴 연휴였던 추석 때는 어디 안 가고 집에서 애를 보며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얼마 전에 새로 산 22인치 LCD 모니터의 전원 스위치가 제대로 안 먹는데다 추석 전날부터 고객센터가 전화를 안 받아 장장 5일 동안 예전에 사용하던 조그마한 17인치 LCD 모니터를 보려니 한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모니터를 뜯어 고쳤다가(A/S는 이것으로 물 건너 간 것이다, 본드칠에 납땜질에 부품 하나를 떼는 등등...), 다시 고장나서 또 고쳤다. 그렇게 이틀에 걸쳐 각각 한 시간씩 보냈다. 그래서 삶의 질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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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고친 후 집에 들러 붙어 틈틈이 밀린 드라마와 애니를 시청했다. BBC에서 연재하던 Life on Mars의 주인공 샘 타일러. 2기 마지막 편의 마지막 장면. 인상적인 엔딩을 보여준다.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SF(라고도 함) 멜로 경찰물 이라는 독특한 장르 포지션과 양보 없는 매트릭스 존재론적 주제의식(무거움) 그리고 1973년이란 배경이 지닌 시대적 마초성,  연기가 썩 괜찮은 주연, 조연들 때문에 간만에 즐겁게 본 드라마 되겠다. '영국 드라마'이므로 보다가 되도 안되는 농담따먹기를 해서 졸리울 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교훈: 삶은 느낌이다(느끼지 못하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명랑애니인 '로켓걸'을 보다가 아, 우주여행의 로망을 제대로 쌈싸먹었구나, 하하 하고 웃었다. '어떤 기계에 앉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원숭이도 할 수 있다' 라고 고1 여학생을 꼬셔 우주로 보내는 것이다. 프로젝트 리더의 이름은 NASDA다. 3화까지 봤는데 더 재밌어질런지는 의문이지만 더 보기로 했다. 곁들여 애니 '문라잇 마일'을 봤다. 컷 분할/배치(연출)을 제대로 못 한다. 만화는 재미있었는데, 1화를 보다가 더 볼 맛이 안나 접어버렸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건지 걸레같이 편집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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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라간.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싸워대는 애들 열혈물. 가끔 이런 장면도 나와 놀래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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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열혈물이므로  일정한(열혈물 스러운) 작화 패턴에서 여지 없이 벗어나질 않았다. 이런 그림을 두고, 멋질뻔 한 그림에 병신같은 로봇이 등장해 깽판쳤다라고 한다. 저 녹색 형광칠해 놓은 꼴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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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비용 들인 것에 비해 어딘가 좀 어설픈데...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니(흡사 D-Wars 같은 영화를 만들어 줘서 애국심이 절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대견하다.

실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작가가 태왕사신기의 만화를 그린다길래,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드라마도 다 안 끝났는데 만화화 한다는 걸까 궁금해서 봤다. 얼마 전에 모임에서 본 박씨 아저씨 말로는 김씨가 태왕사신기의 노벨라이즈를 했다더라. 김씨가 과연 담덕을 드라마의 저런 느끼남으로 묘사할지 흥미롭다. 연기력 자체가 발랑까진 아이들을 포함해 배역들이 참, 마음에 안 들었지만 무의미한 CG빨이 떨어진 지금부터가 재밌을(제대로 망가질) 지도 몰라 계속 보기로 했다. 5화까지 감상평: 순정만화였군 --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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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CG빨에 큰 관심이 없지만서도, 더 이상 볼 것이 없어 '히로익 에이지'를 찾아 봤다. 작명 센스가 영 아닌 거 같고, 첫 몇 화보고 CG로 떡칠한 그저그런 애니일 꺼라 지레 짐작하고 하품을 열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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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스타크래프트를 베꼈다고 하던데, 10화쯤 나가니 그렇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점점 그럴듯해지고 그래픽스는 점점 더 입을 벌어지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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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란한 그래픽은 몇 차례씩 되돌려 보기도 했다. 뭐 삑사리나 재활용은 없나 세심하게 찾느라고. -_- 메카닉이 참 세련되었고 디테일을 뭉개버리지도 않았다. 이런 애니가 한국에서 과연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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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다소 못생긴 것이 아쉽지만(왠지 아구찜이 생각나는 인상) 보면 볼수록 성질이 돋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비하자면 양호한 세계관이다. 그러고보니 Xebec의 작품 중에는 건담 류의 그 얼빠진(납득도 설득도 안되는) 군국주의 세계관에 쩌들어 우주관이 스토리에 밀려 심하게 왜곡된 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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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웨이의 멋진 묘사. '별이여, 그들을 이끌어 주소서' 대사 마음에 든다.  초능력 무당 주인공 공주의 비련미 물씬 풍기는 오바에도 불구하고 불가해한 선의로 가득찬 칼 세이건식 우주가, 감상하는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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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족의 유산. 3D 그래픽은 여전히 장려하다. 애니가 애니답지 않고 점점 영화같아 지는 것 같다. 나는 진골 SF다 라고 주장하는 듯한 연출 수준이 상당하다. 이 정도 연출을 하려면... 이 애니 만든 사람들 잠은 제대로들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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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로 통하는 길. 10차원/11차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각광 받는 우주론은 inflation 우주(대세)와 m-이론이 묘사하는 진동하는 막(membrain) 우주가 있다. 평행우주(새끼우주)는 하도 미친 생각이라 일부 비주류가 주장하고 있는데, 후자 둘이 각광 받는다고 말하긴 좀 뭣하지만, 아무튼, 이 우주의 특정 지점에서 특정 지점으로 움직일 땐 워프를 하고, 다른 우주로 가는 길은 이렇게 게이트로 만들었다. 최소한 이 애니를 만드는 사람들이 교양과학서 정도는 읽고 있다는 뜻이다. 연출에선 연출로 승부를 하고,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면 뭔가 갖다붙일 것들을 풍부히 활용한다는 점에서.

권력은 지식을 수하로 사용하는데, 시대의 지식인은 민주주의의 확산, 여성 평등, 전쟁의 종식, 공정한 기회의 확대, 세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확산, 정보와 지식의 공유, 국가간 갈등의 완화/해소, 폭력에 대한 저항, 환경운동, 다양성의 확대, 정치적 공정함 류의 메스꺼운 위선 등등 매우 좋은 일들을 해주는 나름 유익한 존재들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왜 그들이 똥개라 불리는가와, 지식(무생물?)이 권력(무생물?)과 타협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걸 이해한 후 돌파구를 찾게 되면 권력의 (반려동물로써) 믹스견이 되지 않고 눈에 띄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짓 다하면서 개마초로 장수할 수 있다. 요즘 대세 내지는 유행이 수구적 민족중심주의, 또는 실용적인 우익 순혈주의 임은 시대적 소명의식을 느끼는 지식인이라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개그가 나온다;

[펌]일본을 공격한다

Q.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한국의 동의 없이 공격한다면 ?
서울시민 : 일본을 공격하겠다.

밑의 그래프

-결과-
북한을 돕겠다 47.6%
미국 편을 들겠다 31.2%
일본을 공격하겠다 21.2%

...................


아니 저 질문에서 뜬금없이 왜 일본을 공격한다는건지..
북한을 돕겠다는 사람이나..미국을 돕겠다는 사람이나..
뭐, 어찌 이해는 되는데.
대체 일본을 공격하겠단 말은 왜 나오는지...

...그래도 뭐, 여기까지는 그냥 이상한 설문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게 올라오고나서 한 양키가 운을 띄웠습니다.

Q.If you won 10,000,000,000W, would you

a. Buy a nice apartment in Gangnam
b. Emigrate to South Central LA and open a supermarket
c. Attack Japan.

그래서 시작된 것이...

Q.만약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

1. 아구창을 날려버린다
2. 행복을 빌어준다
3. 일본을 공격한다

Q.평행사변형의 넓이가 38.786 ㎠ 이고 . 밑변의 길이가 4.73 cm 라면 높이는 몇 cm 인가 ?

(1) 8.1cm
(2) 8.15 cm
(3) 8.2 cm
(4) 8.25 cm
(5) 일본을 공격한다.

Q.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1. 엄마가 좋다.
2. 아빠가 좋다.
3. 일본을 공격한다.

국왕 : 용사여. 마왕으로부터 상처입은 나의 딸을 부디 되살려 주게나.

- 예
- 아니오
- 일본을 공격한다

(연예 시뮬레이션)오빠.. 나 오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1) 아버님 어머님이 걱정하실테니 어서 복귀 찍으셔야지요
(2) 좋아 오늘은 우리들의 날이야
(3) 난 널.. 난 널.. (와락)
(4) 나와함께 일본을 공격하지 않을래 ?

- 2009년 서울을 배경으로 연쇄폭탄 테러범의 무차별 폭탄테러에 맞서는 서울시경 경찰특공대 폭발물제거팀의 활약을 그린 액션영화가 개봉되어 흥행성공을 거둔다. 아래는 그 액션영화의 클라이막스 중 한 장면에 나오는 배우들의 대사 중 일부이다.

"박현우 순경, 폭탄은 발견했나?"

"팀장님, 환기구 아래에 마지막 폭탄이 있었습니다. 폭탄 모양새를 보니 블루-3 타입의 폭탄입니다. 해체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블루-3 타입이라고? 침착하고 잘 들어, 그 폭탄은 파란 상자 모양으로 되어서 뚜껑 오른쪽 시계 밑에 전선 회로가 위치해 있을 거야."

"맞습니다! 시계 밑에 빨간 선과 파란 선이 있습니다!"

"좋아. 그 회로를 발견했으면 이제 자네가 선택할 문제네. 빨간 선을 자르던지, 파란 선을 자르던지, 아니면 일본을 공격하게. 어떤 걸 선택하겠나?"


- 2009년 서울의 Web 2.0 전문 회사를 배경으로 웹 디자이너와 PHP 프로그래머 남녀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린 러브코미디 영화가 개봉되어 흥행성공을 거둔다. (중략)

"오빠, 이제 선택해. 저 여자야 나야? 아니면 일본을 공격할 거야?"

-각 나라별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

미국 : 첨단기술로 코끼리가 들어갈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든 다음 윈도를 설치하여 오류발생으로 코끼리를 넣는데 실패한다.

영국 : 여왕이 영연방 국가들을 방문하며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어달라고 호소한다.

독일 : 한치의 오차도 없이 코끼리가 들어가는 가정용 사이즈 냉장고를 설계하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생산계획이 중지된다.

러시아 : 정부가 냉장고에 코끼리가 들어갔음을 발표한다. 사실여부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실종된다.

일본 : [SOD]신인Debut! 나오미, 냉장고 안에서 코끼리와 극렬 퍽 20연발!.avi

한국 :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갈 때까지 일본을 공격한다.

Q . 이성계가 사대주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이성계가 당시 정권을 잡으려면 당시 정권 즉 왕에 반대하는 인물을 규합해야 했으므로 일본을 공격한다

Q . 그 여자의 선택 . KBS 2TV 월 - 토 아침 9 시 방송 , 서유정 / 유태웅 / 박민호 / 차서원 출연
└ 인간의 선택 중 가장 중요하고도 고민스러운 선택은 결혼일 것이다 . 결혼만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건 없기 때문에 일본을 공격한다

Q . 그렇다면 Umehara Daigo 氏 에게 여쭙겠습니다 .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단 중킥 캔슬을 노릴 생각을 하셨는지요?
└ 상대방은 블로킹을 포기하고 가드를 굳힌 상태이므로 2 ? ( 하단 또는 중단 ) 으로 가야 했기에 일본을 공격했습니다.

나얼짱님께서 1:1 대화신청을 요청하셨습니다.
신청에 응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일본을 공격한다
,

싱크로

잡기 2007. 8. 25. 12:25
종합소득세를 엄청 내고 나니 어이 상실. 한 달 새 끊임없이 밀어 닥치는 여러 악재와 무더위로 기분은 다운되고 그야말로 급핀치에 몰린 것 같은데 간신히 버티는 이유는 이 우주에 편재하는 나선력(spiral power) 때문이지 싶다. 그렌 라간 22화를 보고 맛이 갔다. 작화품질이 고르고 음악 좋고, 스토리 무난하다. 가이낙스가 간만에 작품 하나 만들었다. 그야말로 수습이 안되게 막가는 이 극화의 결말이 슬슬 걱정될 지경이다. 이게 일요일 8:30am 애들 보는 만화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사람과 짐승의 두 가지 길이
비틀려 만나는 나선도
어제의 적으로 운명을 깨부수고
내일의 길을 이 손으로 붙잡는다!
숙명합체 그렌라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냐!!!

22화에 등장하는 위의 문구에 심오한 영감을 얻어 맥주 마시다 말고 사장님에게는 M&A와 ODM을 제안했다. '어제의 적으로 운명을 깨부수고.. 숙명합체를 이뤄 내일을 도모한다' 뭐 그런 의지... 기업활동은 그 자체로 놀이문화 열혈인 것이다!

좌우구분도 잘 안되고 권력을 얻자는 건지 이름을 남기자고 발버둥을 치는 것인지 뚜렷한 비전과 희망이 없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실망할 것은 없지만 가끔 가다가, 말 잘하고 내 마음에 꼭 맞는 좌익, 그저 똥오줌 못 가린다는 차원에서가 아닌 사민주의를 지지할 이유가 있는 지능과, 죽어서 1억을 남기는 우익 보험 류도 이제 한국에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정치권을 욕하기 앞서, 스무디 킹은 이렇게 말했다; be good to youself

사무실 직원들과 민주적으로 합의해 문국현에게 몰빵하기로 했다. 목표는 4일 근무다!!!
 
소울이는 남들 얼굴을 뚜러지게 쳐다보거나, 제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것 외에 뚜렷한 지적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숙명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발달의 뚜렷한 징후는 두 차례 밖에 보지 못했다(아니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부모님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 아이의 숙명이다. -- 미야베 미유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미유키의 전 4권에 달하는 '브레이브 스토리'를 읽었는데 대체 뭘 읽었나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런 면에서 참 인상적인 소설이다.

술집에서 D-war 얘기중, 군중심리의 동조 현상에 관한 얘기가 나와(한 밤중에 귀뚜라미가 찌질찌질  동조를 맞춰 우는 것이나 반딧불이의 깜빡임 따위)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싱크'를 찾아 읽었다. 과학교양서라기 보다는 수필에 가까웠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300여개에 달하는 레퍼런스를 미주로 달아놓고 자신에게 영향을 준 과학자(또는 지인)의 소개와 연구 내용을 줄줄이 늘어놓다가 마지막 장에는 그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여지없이 '일반인'의 수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수식이나 그래프로 설명하면 몹시 간단한 것을 장황한 말로 늘어놓으니 읽다가 두 번쯤 졸기도 했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는 경험을 이렇게 서술했다;

.... 흥분해서 윈프리에게 편지를 썼다. 어디로 가야 수리생물학 대학원 과정을 밟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2주일 후 퍼듀 대학 주소가 찍힌 편지를 받았을 때 내 심장은 빠르게 고동쳤다. 윈프리의 친필 답장이었다.

스티븐 스트로가츠: 물론, 당연히 내게 와야만 하네.

꿈이 실현된 것이다. 그때쯤 윈프리는 나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생물학부에 있었다. 그리고 생물학 석사 학위는 내 계획에 없었다. 나는 수학 전공이 아닌가. 그러면 여름방학 때 일을 같이 하면 어떨까? 그래서 가능성을 물어보는 수줍은 편지를 보냈다. 2주 후 답장이 왔다.

자네의 1981년 12월 1일 편지를 받은 지 5분 후

친애하는 스티븐
이번 주 내게 돈이 한 뭉치 떨어졌다네. 그래서 여름방학 일자리는 오케이네. 급여를 줄 수 있네...
내 실험실은 공간이 널찍하다네. 멋진 주변 기기를 다양하게 장착한 애플 컴퓨터도 두 대 있네. 연구할 주제는 위상수학일세. 자보틴스키 수프의 3차원으로 꼬이고 매듭이 있는 파동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걸세. 그리고 야간 아르바이트로는 이 파동을 심장 근육에 적용하는 문제를 연구할 걸세(심장마비 돌연사에 대한 내 논문이 내년 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 실릴 걸세. 그걸 보면 이해가 될 것으로 믿네). 이런 분야들을 자네와 공동으로 연구하게 되면 정말로 기쁘겠네.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걸세.
자네가 이 제안을 거절하기 전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자네에게 여름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부추기지 않을 작정이네. 부디 거절하지 말기를 바라네.

감정에 이끌려서, 아서 윈프리

1982년 여름 윈프리의 여구실에 도착했을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코네티컷 주에서 인디애너 주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에 아버지가 함께 따라왔다.

연구실은 조용했다.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에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나 말고 함께 일할 연구자가 있냐는 질문에 윈프리는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다른 학생들이나 공동 연구자의 이야기를 꾸며낼 수도 있을 걸세.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아무도 없다네. 아마도 내가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너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지. 몸에서 냄새가 나는 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내 연구실의 인구밀도는 1일세. 동첨할 사람은 자네가 유일하네. 이런 사살이 나에 대한 자네의 신뢰감을 저하시키는가?"

이공계식의 처절함과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이런 내용 때문에 정작 보고 싶었던 동조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은 주마간산 격이다. 역자도 한 몫했다. 이런 대목;

캘리포니아 공대의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크와 프랜시스 크릭이 최근 발표한 공동 논문 '내부의 좀비'를 보자. "의식은 뉴런들이 1000분의 1초 수준에서 동조 발화하는 것을 수반한다. 이에 비해(뉴런들의 1000분의 1초 수준 동조와: 옮긴이) 관련되지 않은 발화는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뇌 속에 그 특별한 윙윙 소리(의식을 말한다: 옮긴이)를 발생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추론이다.  ... 자기 자신의 의식, 스스로의 자기 인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를 표현할 단어를 나는 지금 더듬거리며 찾고 있다. 수많은 물 분자와 단백질과 지질,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이 망할 놈의 물건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나를 마주 쳐다보고 (거울 속에서: 옮긴이) 있다. ... 만일 의식이 어떤 종류의 신경 동조의 부산물이라면, 그렇다면 동조에 대해 단지 생각하는 것만도 동조 자체의 엄청난 활동(1000분의 1초 단위의 분주한 동조의 연속: 옮긴이)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므로.

387p가 되어서야 역자는 갑자기 친절해지기로 결심했는지 문맥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쓸모가 없는 역자주를 여럿 달아 놓았다.  옮긴이의 말에는 '변명과 제안'이 적혀 있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자로서 자연과학 분야의, 그것도 비교적 전문적인 교양서를 옮긴데 대해 변명을 하고 싶다... 옮기는 과정에서 역자의 과학적 소양이 총체적으로 점검당하는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분야별 전문 용어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으리란 우려가 남는다.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다지 전문적인 과학교양서는 아니다. 하지만 스트로가츠의 오락가락 하는 문장이 정제되지 않고 남아 역자도 오락가락해서 책의 문맥 파악하는데 애를 먹은 것도 사실이다. 후기에 적어놓은 역자의 우려와 달리 나는 작자만큼이나 그 책을 소개하고 번역한 역자를 대접해준다. 책을 고르는 안목, 책을 감동적으로 읽고 번역해야겠다는 결심(인류애지 뭐겠나?), 번역은 잘 안되었지만 과학교양(또는 마땅히 일반 상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등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밌게 읽은 책이면 같은 역자의 책을 찾아본다. 후기 인지 변명인지를 읽은 후  지속적으로 그 분야 내지는 과학교양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그가 번역한 책들을 인터넷 서점에서 뒤져보았다. 역자는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번역했다. 평가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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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is incognita

잡기 2007. 7. 17. 01:59
이씨가 추천해 줬는데 잘못 들어 '그랜드나간'으로 검색하니 나타나지 않았다. grand + naga + n이라고 생각했다. '열혈 로봇물'로 웹을 어렵게 검색하니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앞으로는 뭘 들으면 글자로 적자. -_- 제대로 된 제목은 '천원돌파 그렌라간' 간만에 가이낙스제 열혈물을 봤다. 그러고보니 그 동안 열혈물은 씨가 말랐던 것이 아닌가? '너를 믿는 나를 믿어' 굉장한 횡설수설을 늘어놓지만, 의지가 있는 한 움직여야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실낫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변은 인류 역사상 사나이들에게 품질이 보증된 몇 안되는 잠언중 하나다. 애들 만화인데 그 정도의 대사가 나왔다. '너를 믿는 나를 믿어'는 언제든 골로 갈 준비를 갖춘 신념의 사나이들간에 흔히 일어나는 MAD(상호 확증 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다.

여자애들 역시 상호 확증 파괴의 잔취미를 가지고 있으나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인류를 쓸어버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나이들뿐.

옛날옛날에 영웅본색을 좋아했다. 지킬 것이 없었던 주인공이 땅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줏어먹으며 비굴하다가도, 지킬 것이 생기자 갑자기 쌍권총 명사수가 되어 친구를 위해,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지금 봐도 재밌다. 이타적인 행동의 가치는 그야말로 무량했다. 이 문명은 선조의 시체가 남긴 피바다 위에 선 것이다. 비근한 예로 한국을 들자면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민주화 투쟁 등 지난한 노도의 시간을 거쳐 이 땅에 무개념이 상팔자라고 믿는듯한 100일녀가 태어나기도 했다. 수백년간의 양적, 질적 희생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댓가라고 할 수 있겠다. 군가산점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100일녀하고는 이유가 다르다. 이 세상에 공정한 경쟁이 없으며 핸디캡은 필연적이다. 공부와 학습이 유일한 신분상승의 갖잖은 기회일 수 밖에 없어 어쩌다보니 알파걸들이 늘었다지만 남성이 지녀야 하는 핸디캡은 애당초 필연이다. 군가산점이 있건 없건. 어쨌거나 남자아이들은 철밥통 땡땡거리며 사는 것보다는 땅바닥에 떨어진 밥알 줏어먹으며 비굴하지만 위험하게 살았으면 싶다. 평안하고 잔잔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어지는 남은 찌꺼지들은 여자들이 차지하도록 내버려두자.

처절함과 악다구니 근성 면에서 좀 부족했던 그렌+라간은 그저 먹고살기 위해 땅을 파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두더지소년의 맹활약을 다룬 것인데, 관점을 달리 해서 보면, 흡사 일본의 두더지같은 히키코마리를 위한 절전형 진혼광시곡 같았다. 골방의 천정을 뚫고 나가라. 첫 합체씬은 걸작이다. 비웃는 것은 아니고, 새벽에 의자에서 나동그라질 정도로 웃었다. 그래, 그렇게들 어설프게 의지와 용기만 믿고 정점을 향해 병신 몸으로 달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윌리엄 니얼리의 '혼자 배우는 산악자전거'라는 걸작이 생각난다. 몸에 관한 책이다. '기술적으로 근사하게 나가떨어지는 방법'을 가르치며, 자전거를 타다가 나동그라져 심한 부상을 입은 동료에게 '네 자전거는 이상 없어. 어이, 넌 어때?' 라고 말해주는 품위있는 매너를 가르친다. 훌륭한 라이더가 되려면 그을린 피부, 찰과상과 타박상의 무도회로 점철된 무릎, 최근에 치료한 쇄골, 윗옷에 묻은 진흙, 그리고 못이 박힌 손바닥이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딩시 항상 광적인 미소를 잊지않는 것이다. 덤으로 산악 자전거를 타면서 이성에게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식도 가르친다 '제가 묵는 곳으로 가서 함께 자전거나 광나게 닦아보지 않을래요?'

자전거 주행의 철학적 교훈도 잊지 않았다 '어떤 시련도 그대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그대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킬 것이다 -- 니체' '산악자전거의 단일성은 존재의 단일성에 우선한다 -- 변증법적 유물론' '사색할만한 가치를 지닌 대상들은 새로운 부품과 섹스다'

preface에 '이 책을 사랑하는 홀리에게 바친다'라고 적혀 있는데 아무리봐도 홀리가 옆에 누워 TV보고 있는 마누라같진 않고, 아마도 자전거 이름인 것 같다. 마지막 장에는 원조 열혈이었던 니체의 경구가 말 그대로 선명하게 번쩍였다.

자신을 믿어라! 인생에서 최고의 결실을 거두고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니체의 저 익숙한 경구를 믿었다. 아동 로봇물인 그렌+라간의 교훈과 정말 똑같지 않은가?

워낙 인쇄상태가 훌륭한 책이라 산악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권해줄만하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큰 기쁨이다. 그래서 내가 쓴 '쓰시마 여행기'를 보고 흥미를 느껴 여름 휴가로 쓰시마를 가겠다는 직원에게 빌려주려고 한다.

그는 엊그제 자전거를 처음 샀다. 그에게 추천해 준 자전거는 알톤의 알로빅스 500과 RCT 마스터 터보였다. 고리를 뜯는 옥션과 달리 gmarket에서는 20만원 미만으로 자전거를 구할 수 있었다. RCT 마스터 터보는 로드 타이어를 단 13kg대 국산 자전거였다. 국민자전거감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꿈도 못꿨을 상당히 괜찮은 스펙의 자전거지만 값비싼 외산 자전거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내 자전거는 뒷짐받이를 달지 않은 상태에서 17kg쯤 된다(15kg인줄 알았는데 전자저울로 달아보니 17kg였다). 무거워서 한 손으로 자전거를 들어 어깨에 들쳐메고 석양의 설악산을 오른다던가 하는 로맨틱한 라이딩은 할 수 없다.

자전거 여행을 하겠다는 친구에게 마이크로파이버로 만든 버프가 얼마나 훌륭한 장비인지 시범을 보여줬다. 8천원짜리 버프를 산 지 딱 하루만이다.

주말 오후에는 자전거 정비를 했다. 7월 5일 돌아온 후 부속이 없어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팽개쳐 둔 자전거다. 여행 중 하도 비를 맞아 인기 가수 비가 싫어졌다. 가랑비라도 맞으면 쓰시마의 악몽이 떠올라 평소 취향에 안 맞는 노래들이 여럿 튀어나왔다. 버킷으로 퍼붓는 듯한 빗속이었지만 휴가를 알차게 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그 반대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당시에는 선구자의 가르침인 '광적인 미소' 역시 잊지 않았다. 여행기는 직원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위를 많이 낮췄지만(최소한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여행을 할 때 내가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미친개처럼 싸돌아다닌다는 것쯤은 마누라도 안다.


체인의 늘어난 정도. 처음,중간,끝. 아래의 새 체인과 대비해 한 마디 정도 늘어났다. 아직은 버틸만한 수준인데 좌우로 비틀면 이격이 상당해서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체인 2~3회 교체에 스프라켓/체인링을 교체하는 정도니까 앞으로 3년 안에 자전거를 갈아야 한다. 체인+체인링+스프라켓+체인 공구 등속을 합치면 차라리 자전거 한 대 사는 것이 낫다. 내 자전거는 그만큼 싸구려다. 구한말 40kg짜리 짐자전거에 짐을 싯고 어렵게 살았던 선조들과 밥알을 줏어먹던 주윤발을 상상해보자. 요즘 자전거 동호회에서 나이 서른일곱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독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일주를 하는 양반의 글을 읽는다. 인생을 바꾸겠다는, 무언가 이루어보겠다는, 그것은 용기다.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자동차에 치여 병원 신세를 지고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것도 용기다. 용기는 무모한 의지 없이 성립되지 않는다.


앞 브레이크 패드. 아랫 것은 wear line이 전부 닳아버린 원래 자전거의 브레이크. 윗 것은 3000원에 2조를 판매하는 싸구려 브레이크 패드


윗 것은 한 조에 5000원이나 하는 시마노의 정품 브레이크 패드. 아랫것은 원래 자전거의 다 닳아버린(녹아내린) 뒷 브레이크 패드. 저런 앞/뒤 브레이크 패드로 빗속의 내리막길에서 속된 말로 쌔려 밟았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쫙 끼쳤다. 하긴 그때는 브레이크 패드는 신경 끄고 타이타닉 호 뱃전에서 바람을 안은 케이트 윈슬랫 같은 자세로 다운힐을 했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으하하하 광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


스프라켓을 닦고 새 체인을 장착.


디레일러의 폴리에는 주행중 압력이 거의 가해지지 않는다. 체인의 텐션을 유지하는 정도인데 워낙 깨끗하게 닦아 눈이 부시다. 이 정도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거다.


완전 새것은 아니고... 체인링은 닦기가 참 어렵다.


앞 브레이크도 번쩍번쩍


믿음직하게 번쩍이는 새 뒷 브레이크. 진부령 다섯개 정도는 문제없어 보인다. 나는 나를 믿는 너를 믿는 cogitan이다.


정비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

무려 4시간에 걸쳐 땡볕 아래서 닦고 기름칠하고 조인 정비였지만 자전거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4시간 동안 바퀴 청소, 스포크 장력 조절, 림 청소, 스프라켓 청소, 체인링 청소, 체인 교체, 뒷 디레일러 청소, 앞 디레일러 청소, 브레이크 패드 교체, 각종 와이어 정비, 앞뒤 디레일러 조정 밖에 하지 못했다. 차체를 닦는 다거나 구동부를 제외한 다른 부분을 손 볼 시간은 없었다. 그 동안 자전거를 정비하느라 구입한 각종 부품과 공구,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17만원짜리 RCT 마스터 터보를 사는 것이 싸게 먹힌다.

와일드 바이크 사이트의 산악 자전거 주행 동영상을 밤새 쳐다봤다. 풀샥을 장착한 다운힐 자전거는 심장을 쿵쿵 뛰게 한다. 해 보고 싶다. 해 보고 싶다. 산길을 60kmh로 달려보고 싶다. 버니홉은 커녕 스탠딩 조차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자전거 동호회에서 하룻동안 280km를 달리고 자기는 초보자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글을 봤다. 그 양반이 초보면 나는 최근에 감정을 가지게 된 뉴본차일드다. 소울이처럼 말을 배우기 전 소위 천사의 목소리라는 것으로 꽥꽥 기버리시를 주절거리는 수준이다.


소울아, 자세 똑바로 하고 들어. 네가 세계 거울을 이해하게 되면 아빠가 안 맞는 몸뚱이에 머리통을 꽂아 합체하고 아빠의 삶을 이끈 니체의 잠언을 가르쳐 주겠다. 영혼은 iskra, 타오르는 불꽃일 때가 아름답다. 네 아빠가 애들 열혈물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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