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ying Gravity'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1.17 레비 스트로스 타계 4
  2. 2009.09.26 수원 화성 관광 1
  3. 2009.09.09 데 포르마

레비 스트로스 타계

잡기 2009. 11. 17. 21:58
하도 바빠 블로그를 작성할 시간이 없었다. 생각난 김에 써버리고 퍼블리시 하자.

LCROSS 덕택에 달 표면에 상당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달과 인연이 없으며,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내가 이런 얘기에 왜 환호성을 지르게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기념으로 블로그에 달을 달았다. 달을 보니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는 볼만 하겠는데?

'여기 원숭이, 팬더 그리고 바나나가 있다. 셋 중 두 개를 묶어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는가?' -- EBS의 다큐 프라임에서 본 문구. 원숭이와 팬더를 묶었더니 서양식 사고방식이란다.

레비 스트로스가 돌아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책을 읽을 무렵(한 15년 전이려나?) 대략 4-5년의 시기가  내 몸에 때처럼 끼어있던 서구식 사고방식 대부분을 재구성하던 시기였다 -- 말이 좋아 재구성이지 서구에 대한 혐오감이 상당했던 시기였다. 내가 내 자신의 바탕을 이루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했지만 여전히 서구식 사고방식으로 현상과 사물을 대했다.

한 삼십년은 기술자가 되려고 애쓰느라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먹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공존공영의 문제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하느냐는 것. 그렇지만 기술적으로 비겁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다. 말 그대로 꼼수를 부리지 않고 알고리즘과 로직으로만 승부하겠다고. 요즘은 절차, 공정, 효율의 문제로 생각보다 가슴아픈 타협을 하면서 근근이 기술자의 양심을 팔아먹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딜버트의 넌센스 시대는 가고 막되먹은 오피스의 시대가 왔다.

"짐은 내 적이죠. 하지만 짐의 가장 큰 적은 그 자신이라는게 밝혀졌죠. 내 적의 적은 내 친구니까 실제로 짐은 내 친구죠.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적은 그 자신이기도 하니까 내 친구의 적은 내 적이고 그러니까 짐은 내 적이 되는 거죠. 하지만..." -- The Office, S6E7 논박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무실 넘버쓰리 드와이트의 논리. 이참에 나도 dunder mifflin의 티셔츠를 구입해서 입고 다닐까? World's best boss 머그 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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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안 되지만 주말에는 지하철 양끝 칸에 자전거를 세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실 접이식 자전거라서 주중에도 얼마든지 들고 탈 수 있었다.

모토롤라에서 드로이드폰이 나왔다. 안드로이드폰의 국내 출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 동안은 이 거지같은 애니콜 Windows mobile로 어떻게든 버티는 거다. 구글은 구글 내비게이터를 무료로 공개했고,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Garmin과 Tomtom의 주가는 구글 내비게이터의 발표 즉시 곤두박질쳤다. 망해도 싸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3개월 가량 되었다. 어보브 반도체로 투자액의 50%를 말아먹고 하이닉스와 모두투어로 그 절반을 되찾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중 투자하려고 생각하는 업체는 두 군데. 주식투자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돈을 벌거나 말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냥 재미가 없다) 흡사, 흐르는 강물에 비친 굴절된 이미지를 좇아 헛발질로 송어를 낚으려고 애쓰는 듯한 기분. 대충하고 말자. 취향에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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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별 일 없으면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낙엽이 다 떨어지기 직전에 물향기 수목원을 방문했다. 갑자기 왠 메타세콰이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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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마을, 딸기가 좋아. 에 가려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갔다. 방콕 중심가의 백화점에 온 듯한 착각. 루이 비통인지 돌체앤 가바나인지 매장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나는 키가 175cm 밖에 안 되는 루저라서 루이 비통 노트북 가방을 살 능력도 없고, 있어봤자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다. 세미나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노트북 가방은 튼튼하고 실용적이다. 매년 하나씩은 받아 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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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치고는 눈빛이 총총하게 생겼다지만 왼쪽의 또래처럼 '글자를 모르니까 답답해. 어서 글자를 배웠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어린 가우스는 시계바늘을 보고 어른들이 시간을 말하는 것을 듣고, 순전히 유추만을 사용해서 시간 읽는 법을 깨우쳤다. 어린 가우스는 심지어 헬로키티 TV컴퓨터를 사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천재는 고사하고 다섯살도 안된 아이에게 그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랄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물으니, 벨로시랩터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아이의 친구는 20여마리의 공룡 장난감이다. 아침, 저녁으로 공룡 책을 읽고 공룡들과 목욕하고 공룡 영화를 보고 공룡 장남감을 가지고 놀았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벨로시랩터처럼 크르릉거리며 위협한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 가브리엘 워커. 첫 장부터 재미있더니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했다. 지구 대기를 다루는 이 과학교양서는 무척 지루하고 재미없는 주제를 관련 인물들의 격정적이고 열렬한 모험 연대기로 바꿔놓았다. 남극에 거주하는 괴상한 과학자들은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제임스 러브록이 과학사의 불운한 희생양이 되는 대목에서는 경악하기도 했고 마르코니의 뚝심과 열정은 감탄스러웠다. 타이타닉과 무선통신에 얽힌 이야기는 신선했다.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책을 고르다가 단지, 차세대 과학저술가라는 가브리엘 워커의 평판에, 어디 얼마나 대단한가 좀 보자는 심술 때문에 빌려 읽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심지어 여성 저술가들에게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유머 감각마저 있다. 책을 뒤적여 적당한 인용구를 당장 찾기 어려워(이를테면 밴 앨런의 결혼 스토리) 반납하기 전에 무작위로 둘 만.
문제는 우리가 산소를 호흡에 사용할 때마다 일부 전자가 떨어져나온다는 데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만 쉬고 있는데도 우리가 소비하는 산소 중 약 2%는 자유 라디칼로 변한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에는 그 비율이 10%로 커진다. 어떤 계산에 따르면, 1년 동안 단순히 호흡하는 데서 입을 수 있는 잠재적 피해는 흉부 X선 사진을 1만 번 찍을 때 방사선으로 입는 피해와 비슷하다.

밴 앨런은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방사능 구름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렇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973년, 무인 탐사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의 청정실에서 작업을 하던 밴 앨런은 은밀히 흰 장갑을 벗고 거기에 지문을 남겨놓았다. 알데바란을 향한 200만년 이상이 걸리는 이 우주 여행에는 밴 앨런의 지문도 함께 승선하고 있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  -- '아무래도 지금 미사와 학원은 과학 숭배를 축으로 한 사이비 종교로 변한 듯하다' 이 애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 마찬가지로 주제와 목적이 없는 듯. 요즘 애니의 추세인가? 아무리 빙하기라지만 일본 SF 애니는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혼블로워 시리즈를 이제야 모두 읽었다. 하루 30분, 주 4일 독서로는 제대로 책을 읽기 어렵다. 는 것을 알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일곱 개나 되었다. 그래서인지 혼블로워 시리즈는 전쟁 역사서에서 보곤 하던 제너럴십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매정하고 냉정하며 목표를 위해서 타인과 나를 희생하고 채찍질하고 엄격한 기준을 들먹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사이코패스 아니, 리더에 적합했다. 그렇지만 내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Stargate: Universe. 시작이 좋았지만 5화에 이르러 stargate의 고질병인 닭대가리 저질 각본이 다시 재연되는 것을 보고 이 시리즈도 보다 말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기우 -- 흐리멍텅하고 흐지부지한 아틀란티스는 끝까지 보지 못했다. 캐릭터 중 일부는 밥맛떨어지게 BA를 닮았다. 스타게이트 시리즈는 군인과 과학자에 관해 바보스럽고 허황된 스테레오타잎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그런 캐릭터나 각본이 재밌을 리가 없다. 누가 대충 함량만 지키면, 말하자면 중국산 대두를 92% 사용하고 메주 페이스트는 고작 23% 가 안 되는 그런걸 된장이라고 시장에 내놓으면서 된장이라고 우기는 것을 인정하는 종류의 '일반인'이 아니라, 100% 국산 메주와 천일염을 사용하는, 친정에서 얻어온 된장이 된장이라고 믿는 종류의 순혈주의를 지향하는 SF 원리주의 오타쿠라서 한국에서 대부분이 SF라고 주장하는 갖잖은 것들에 내심 콧방귀를 즐겨 끼며, 가식적이고 위선적이고 정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 100% 메주에 버금가는 SF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에 관한 친절한 설명은 비평가에게 맡기는 비겁함마저 제대로 갖췄다고 스스로 생각. 다만, 'SF 원리주의 오타쿠'란 1970년대 과학만능시대의 기억이 돌이킬 수 없게 임프린트 되어 서사의 형태로 주어진 매체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행동양식을 반사조건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의 내적 가치체계가 심대한 영향을 받아, 예를 들어 안타레스행 우주선에 탑승할 자격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가족과 친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밑도 끝도 없는 항해에 지원할 정도로 종교적 열광 상태에 빠져버린 미치광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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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미덕이 없는 스타게이트 시리즈지만, 스타게이트: 유니버스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고작 하루 더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정치가다. 더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극 초반의 아이캐치 역할을 할 뿐 곧 잊혀질 인물이란 것. 파이어플라이 이후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웍과 연출은 뭘 봐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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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 in the Blood: 아무래도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 같다. 이런 도서관이 동네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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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기에 들어 헤르미온느가 얼굴이 이 모양이 되어서... 오 쉣! 아줌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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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ying Gravity. 최초로 금성 표면에 발을 내려놓으며 여자가 말했다. 'Mark the day with a footprint. A step forward in the path of man.' 행성에 발을 들여놓을 때 할만한 썩 좋은 대사다. Defying Gravity는 2기까지 가지 못하고 커튼을 내렸다. 로스트식 전개와 휴머니티로 많이 찌질해 보여도, 각본이나 원작, 연출, 음악 등이 나쁜 것은 아니어서 어떻게든 잘만하면 괜찮은 드라마가 될 뻔 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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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관광

잡기 2009. 9. 26. 00:55
이사온 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사무실까지 거리는 15km, 평속19~21kmh 가량, 약 45분 거리. 코스 중 2/3를 차지하는 1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1차선폭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량 때문에 좀 무섭다. 출근할 때 도서관에 들르면 30분 정도 더 걸린다. 서점에서는 절판된(?) 혼블로워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1-5권은 본 적이 없고, 그래서 6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첫번째 책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였다. 평행우주에는 여러 SF가 등장했다. 그중 All the myriad way는 여전히 읽어보지 못했다.

전 대원이 환각에 시달리는 Defying Gravity 4화에서 H2IK Sequence란 것이 나왔다. 로스트를 벤치마크했는지 바보같은 플래시백을 자나깨나 사용하고 심한 낚시질에 내용은 별 거 없고 아울러 재미도 없지만  H2IK 시퀀스는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H2IK=Hell If I Know

9월 23일 밤. 아내는 라면 세 박스를 포함한 다섯 박스의 짐과, 아이를 데리고 오후 11:30분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날아갔다. 오랫만에 하는 여행 탓에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와 달리 아이를 살갑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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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인 9월 24일 술탄 아흐멧의 아야 소피아 앞에서 찍은 사진. 생후 37.5개월 짜리의 첫 해외여행인데 적응을 잘한 듯. 고등어 케밥도 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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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가 터키인들에게 인기가 좋단다.  전형적인 터키 아줌마. 젊었을 땐 날씬하고 예쁘다가 나이가 들면... 음... 멋있어진다.  아내가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줬다. 이제는 기계치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내는 등, 세상 많이 좋아졌다. 아내는 들고 간 070 인터넷 전화기 셋업을 못해 헤멨다. 어떻게 셋업하는지 안다고 우기길래 내버려뒀더니만... 역시 제대로 된 기계치 답다.

한 달 후 귀국할 때 잊지 말고 알려줘야 할 팁: 비행기에서 자다 깬 경우, 수면 중 열이 오르기 때문에 신종플루 검사를 위해 설치한 입국장 적외선 감지기에 걸려 수속이 지체될 수 있으므로 괜히 빨리 빠져나온다고 서둘러 뛰지 말고(나나 아내나 평소에 번거로운 입국수속 지체를 피하기 위해 1등석 승객들보다 더 빨리 빠져나온다) 화장실에 들러 찬물로 얼굴을 씻어 열을 내릴 것.

Solar Roadways --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
Russia's New Holiday: Programmer's Day -- 선진국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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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로그를 보니 2009-9-6 하룻동안 1215명이 방문했다. 망할. 로봇 차단했더니 성과가 만족스럽다. 다시 사이트를 열어놔도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다. 요새는 지인들의 방문이 뜸하다. 언젠가 나도 선배들처럼 온라인의 어둠 속으로 슬며시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그전에 하루에 천명씩 방문하는 꼴이 밥맛이 떨어져서 사이트 문 닫을지도.

드릴 비트 대부분이 부러져 남은 것이라고는 출력이 약한 전지식 전동 드라이버에서는 별 무쓸모인 콘트리트 비트만 남았다. 토크도 토크거니와 멀쩡한 비트가 없어 해머 드릴 기능이 있는 전동 드릴을 새로 구입했다.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드릴 비트의 품질이 영 꽝이다. 그들 중 금속용 비트를 부러뜨려 먹었고 쓸모없는 콘크리트 비트의 숫자를 셋 더 늘렸다. 어쩔 수 없어 다시 드릴 비트만 주문했다. 홈 DIY 별로 안 좋아한다. -_-

9월 2일. 김씨 아저씨가 표를 줘서 디스트릭트9 시사회를 봤다. 그냥 웃겼다. 영화는 무척 웃겼는데 지나고 나니 세부를 대부분 잊어버렸다.

샌드맨을 읽었다/봤다. 닐 게이먼의 글은 좋은데 그림이 질린다. 참 정이 안가게, 재미없게 그려주신다. 일본 코믹스에 익숙해진 탓일까? 그런데 샌드맨의 그림은 잘 그린 것도 아니잖아? 유명 만화가란 것들이 왜 이렇게 개성 없는 그림질인걸까? 똥멋만 들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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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홍천강에 갔지만 피라미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대신 싱싱한 동해산 조개와 꽁치를 배불리 먹었다. 오랫만에 닭갈비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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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딸애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다. 타니까 꽤 기분좋은 스카이 리프트가 있었다.  원숭이 우리에서는 원숭이 어미가 제 자식을 학대했다. 딸애와 함께 그 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간단히 대꾸하면 그만인 것을, 무슨 상관이냐고 할아버지에 대드는 녀석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싸가지가 없는, 말하자면 나처럼 사회성이 결여된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문득 턱주가리를 한 대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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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비어서 오랫만에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찌꺼기로 재료 구성. 바지락, 오징어, 마늘, 파프리카,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  그러고보니 최근 1-2년은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먹는 스파게티에 관심이나 흥미를 잃었다. 사진이 맛 없어 보이려나? 실제로 맛 없다.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는 재료가 검소하다. 파스타와 원재료의 흔적같은 향만 남은 단순한 맛.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졸기 일쑤였다. 졸다가 깨보면 새벽 2시나 3시 무렵. 아침 8~9시에 일어나는 의외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Philanhropist. 이번엔 인도 카시미르. 과부들의 땅. 어떤 이는 필란쓰로피스트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마치 월드비전이 성금 모아서 외국에서 통전선교를 하는게 메스꺼운 것처럼. 담요 한 장 덮지 못해 얼어죽는 아이들을 위해...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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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In the Wild. 에베레스트를 두 번이나 올라갔던 사내가 외로움에 사무쳐 서럽게 운다. 90일간 인간이 닿지 않은 숲 속에서 홀로 지내며 그 기록을 비디오로 남길 계획이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50일만에 포기한 듯.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포기한 것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식량 때문이지 싶다. 2화까지 봤다. 촬영 각도 때문에 혼자서 어떻게 찍었을까 의심을 사기도 하는 모양.

Fringe 2기 시작. A New Day in the Old Town. 이제 본격적인 드라마 시즌. 하지만 볼만한 드라마 대부분이 더이상 방영을 하지 않아 아쉽다.

진 마징가 Z. 비너스A의 출격. 이런 장면을 비롯한 전투씬 등에서 보이는 뛰어난 연출 때문에 아직도 보고 있다. 음악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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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화가 마음에 든다. 옛날 일본 화법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나가에 고의 화법을 모사 발전시켰다.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제목은 '로켓 펀치 백연발'

샹그리라. 여고생 지랄물이라 생각한 건 내 잘못. 무겁고 살벌한 세상살이. 많이도 죽인다. 24화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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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에린은 또 자랐다.

flikr에 사진을 올리면 텍스트큐브에서 쉽게 사진을 임베딩할 수 있다. 하지만 flickr는 바보스런 수동 지도 매핑 방식을 고집했다. 그래서 여전히 사진을 파노라미오에 올렸고 트랙로그는 wikiloc.com에 올렸다. gpson.com 사이트를 만든 상오기님이 사진과 트랙로그를 결합한 것을 만들었다.

트랙로그를 mapsource로 읽어와 gdb로 저장한 다음 gpsbabel로 gdb를 gpx로 변환하고, photoworks로 사진을 일률적으로 조정한 다음 geosetter로 geocoding을 하고 panoramio에는 사진을 올리고, wikiloc에는 트랙로그를 올리는 대단히 복잡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무슨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인스러운 고집도 아니다. mapsource, geostter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해두고, panoramio나 wikiloc은 그것을 대체할 서비스가 없어 보여서다. mapsource와 gpsbabel은 gps track maker를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KOTM v3 지도에서 경로를 대조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panoramio는 jpg의 description(comment)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flickr보다는 낫다.
gpsbabel은 utf-8 엔코딩의 변환에 문제가 있다.
geosetter는 잘 생긴 프로그램이다.
picasa의 웹 앨범은 무료의 경우, 고작 1GB만 지원한다.

저번에 화성행궁을 보고 의외로 대단해서 화성을 제대로 관광하자고 마음 먹었다. 9월 6일. 때마침 아내와 아이가 어디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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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관광에 앞서 학습. 류철현 소장이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화성 지도를 찾아 보았다. 왼쪽 궁궐이 화성행궁, 행궁의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북쪽 상단에 장안문(북문), 남쪽 하단에 팔달문(남문)이 있다.  성곽의 윤곽이 복원되어 남아있는 곳은 팔달산부터 북쪽을 지나 동쪽아래 까지. 옛 지도에 남아있던 수원천은 현재 시 중심에서 일부분을 덮어버렸다.

화성이 유명 관광지이긴 하지만 수원을 방문한 관광객이 수원에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그동안 쓰는 비용은 일인당 1300원 정도다. 수원시의 돈 먹는 하마라는 화성운영재단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돈벌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시의원들이 까대는 핑계인 돈벌이는 그렇다치고, 화성운영재단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도시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다소 지장이 있다. 그건 그렇고 화성운영재단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수원화성사랑채(화성행궁 옆)를 운영하는데, 사랑채의 도미토리 투숙은 1인당 1만원 꼴.

* * *

체제공은 화성 축성에 관한 행정을 총괄했고 정약용은 성설(화성의 설계도)을 지었다. 1792년 정조는 정약용에게 기초 조사 및 설계를 지시하고 1794년 1월 화성 축성을 시작하여 1796년 9월 완성했다. 정조는 규장각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청나라의 고금도서집성중 5천여권을 수입해 외국문물을 연구하도록 했다.

화성의 동쪽과 서쪽은 산을 자연적으로 이용하고 남쪽과 북쪽은 평지에 거중기를 사용해 축성했다. 그리고 도시기반 시설을 마련했는데, 만석거를 건설하고 축만제(서호)를 건설함으로써 과학영농의 중심이 되게 했다. 수원에는 지금도 농업시험소가 있다.

화성의 건축 목적은 행궁을 호위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성의 둘레는 약 5.74km, 성벽의 평균 높이는 5m 정도. 화성의 사대문은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으로 모두 옹성이 있다. 그 사이에 암문을 설치했다. 서장대는 군사 지휘소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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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원 관광 시작. 서호의 한적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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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건너편 수원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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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을 지나 병점역쪽으로 가다가 수원천 자전거 도로로 빠졌다. 이게 자전거 도로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스웠다. 개천을 덮어서 중간에 산책로가 끊겼다.

http://www.youtube.com/watch?v=fARsA3i7q8E
수원천을 따라 자전거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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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창룡문으로 들어섰다. 수원 화성에는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없다.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서. 문화재 보호 구역에 개를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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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외곽을 따라난 소로로 들어서기 전 연무대 앞.

http://www.youtube.com/watch?v=zYmwAWNGeio
성곽을 따라난 길을 달리면서 찍은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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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의 동쪽 끝에 있는 동남각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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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바라본 서장대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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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수원천변으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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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랜드마크 수준의 수원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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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봉돈. 성곽에 있는 유일한 봉돈으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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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마침 열린 수원시장배 전국 궁도 대회. 표적이 먼데다 날아가는 살이 안보였다. 눈이 나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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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눈에 띄게 화려하고 우아하다. 여기서 수원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매향교를 못미쳐 왼쪽에 있는 수원 화성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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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이 복구되기 이전, 고운 옷을 차려입은 아줌마가 폐허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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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정조의 지시로 동서양의 성곽을 벤치마크하여 축성에 필요한 기구를 만들었다. 이것은 인력으로 움직이는 크레인. 어딘가 좀 어설픈 디자인인데, 어쩐지 원본을 제대로 재현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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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 공사 중 돌을 쌓기에 앞서 땅을 다지는 중. 그래야 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으니까. 요샛말로 기초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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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화성 건축에 동원된 노역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 일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성과급제를 시행했다.  어진 임금답게 경우에 따라서는 백성에게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사 중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요새 공사용어로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하던가? 화성의 총 공사 기간은, 계획이 10년이었으나 과학기기의 사용과 성과급제를 통한 동기부여의 덕택에 34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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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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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모내는 자리 뒷전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스님과 농사일에 도움이 안되는 관아의 파견직원을 현실감있게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설마 모내기에서 속도가 안 나는 저 양반이 정조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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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완성한 후 축하연을 벌이고 있다. 아.. 회갑연이던가? 헷갈리는데... 정조는 화성 축조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을 때 축하연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옛날 중국의 삥마용을 구경하러 시안에 간 적이 있는데, 삥마용의 표정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을 듣고 콧방귀를 뀐 적이 있다. 석고로 본을 뜨지 않는 이상 똑같은 얼굴을 만들기 어려울 뿐더러 수백 명의 장인이 동원된 수공예에서 어떻게 똑같은 얼굴이 나올 수 있겠나 해서.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된 수백 개의 인형을 만든 솜씨나 정성이 상당했다. 물론 인형들의 얼굴 표정은 '천인천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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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 앞에서 벌어진 춤 공연. '수원이 자랑하는 엄친딸... 전액 장학금... 블라블라...' 화성 행궁은 전시 비상 집무와 함께 휴양과 관광을 목적으로 지었다. 화성 행궁 앞은 커다란 광장이며, 입구에는 600년 수령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행궁 앞에서 자주 공연을 벌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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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행궁 앞에서 다시 수원천을 따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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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시장 부근에서 수원천을 덮어놓아 자전거길이 일단 끝났다. 차도로 올라와 수원천 주변에 형성된 지동 시장을 비롯하여 꽤 큰 시장을 한가하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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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해서 내려왔던 수원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쪽인 화홍문으로 향했다. 여전히 자전거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보행자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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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에서 바라본 화홍문(북수문). 7칸의 홍예(수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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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바라본 수원천 상류쪽.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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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수원천 상류 끝까지 따라 올라갔다. 광교공원이 나타났다. 광교산 산행로의 시작점이다. 조만간 산 타러 다시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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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저수지가 수원천의 시발점. 녹조 방지를 위해 스프링쿨러를 계속 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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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안문에 들렀다. 화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성문이었다. 군사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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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성곽의 일부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세월이 흐른 후에 '복원'된 것 같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화성성역의궤(화성 성역공사 보고서) 덕택에 화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 콘크리트를 꽤 많이 사용해 좀 안타깝게 복원했다.

이것으로 두 차례에 걸친 수원 화성 관광을 끝냈다. 날이 더워 성곽 동쪽 끝에서 팔달산 꼭대기까지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은 못 했지만 화성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잘 만들었고 예쁘다.

한가하게 약 네 시간 동안 관광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길이 별로 안 좋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7500원짜리 부어치킨과 캔맥주 두 개를 먹었다. 닭맛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소문으로만 알던 부어치킨의 가격대 성능비가 대단하다. 7500원 짜리가 무수한 12000원 짜리 통닭보다 낫다. 이제는 닭 먹고 싶으면 무조건 부어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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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포르마

잡기 2009. 9. 9. 18:52
경제 살린다고 하면 경제가 죽고
서민 살린다고 하면 서민이 죽고
4대 강 살린다 했으니 자연도 조져 놓겟네
2개의 알려진 사실로부터 3번째를 유추? 흥미로운 논리는 아니지만... 어째서 노무현과 김대중이 죽은걸까. '김대중 전대통령은 홧병으로 죽은 거야' 라고 아내에게 말하니 이명박이 전직 대통령 셋을 잡을 관상이란 말을 친구에게 들었단다. 노태우가 있었구나. 논리로선 해소할 수 없는 불가해가 일상적인 세상이 아니라서 나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8/8 마지막으로 북한산에 올랐다. 화창한 날씨, 넓은 시야, 기온은 33.6도. 너무 더워서 금새 지쳐버렸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웠다. 그래서 백운대 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산을 내려와서 시원한 콩국수를 먹고 푹 쉬었다. 북한산과의 작별인사가 그랬다.

세상의 의견이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헛소리를 존중해줄 생각이 없다. 똘레랑스가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이해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고 다만이라도 주장의 합리적 수미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30년을 지켜온 어리석고 밑도 끝도 없는 똥고집을 삶의 방식이나 철학이라고 여길게 아니라. 개나 소나 맘대로 떠들어대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도 똘레랑스로 여길 수 있을까? 그저 안면 있는 이웃으로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원칙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생활은 격이 다르고 상식은 좌우이념과 상관없다. 경우에 따라 내가 늘어놓는 고사원칙이 과부 사정 몰라주는 화냥년의 헛소리처럼 들리리라 수긍하기에 설령 내가 타인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극히 적은 몇몇 사람들은 그저 달관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남은 내 유창한 달변을 들었다.

수 년 동안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서 좋았다. 그곳에서 산 것이 내 의사는 아니었다. 여행 갔다 돌아오니 집이 움직였다. '내 의사가 아니었다'라....  불가에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말이 있다 -- 입 다물면 아름다워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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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했다. 4대문을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다. 집값이 비싸서겠지. 서울을 벗어나는데 미련이 없다. 서울에 홀홀단신으로 들어왔고 나갈 때는 처자식을 전리품처럼 챙겼다. 흡사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트로피 와이프를 얻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 전혀...

결혼 전에는 무일푼이었고 결혼 당시 재산은 월세방과 천만원 가량의 예금이 전부였다. 아내나 나나 검소한 생활에 익숙하고 애당초 돈 벌 팔자는 못 되어, 아내나 딸아이를 호강시켜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눈치는 있어서 아내가 집이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알았다. 그간 집 살 기회를 두 번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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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작고 낡은 집의 내장을 뜯어 고치는 일을 주관했다. 비용도 본인이 조달했다. 공사하느라 닷새 중 사흘 동안 자전거 여행 갔다. 사고가 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왔다. 여행을 하다만 것이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집을 공동명의로 해 달라고 아내가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비유가 적합하지 않으나 어떤 사람은 여자들에게 핵탄두 ICBM의 발사 스위치를 맡기는게 세계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자들의 변덕과 다정함이 세상사가 복잡해진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공동명의 운운하는 것은 만일을 대비한 것이렸다. 나름대로 머리 굴린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훌륭한) 스캠은 한설희의 마술처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남자들의 지각과 감각의 사각에서 호수가 흐르듯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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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정리는 먼 훗날로 미루고 주말에 집 근처의 화성행궁으로 놀러갔다. 대장금을 여기서 찍은 모양. 만한전석의 기원 때문에 대장금이 중국에서 다소 웃음꺼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조 시절에 만한전석이 있었을까? 대장금을 본 적이 없다. 하여튼 대장금 탓인지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수원 화성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기리고, 효의 실천을 핑계 심아 정조 치하의 태평성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 같다. 나중에 조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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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에 아이를 목마 태워 서장대에 올랐다. 아이가 가벼운 것인지 내가 돌쇠 체질인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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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국궁체험을 하는 시민들. 몽골식 활쏘기를 배운 어느 서양인 전승자는 17초에 10발을 쏘기도 하는데 화살을 쥐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용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해서 화성행궁에서 연무대로 향하는 행궁기차를 탔다. 도시 한복판에서 민폐를 끼치며 20분 동안 씩씩하게 달리는 훌륭한 관광열차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새 도시의 트랙로그를 만들고 OSM을 그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게도 GPS를 사무실에 놔두고 왔다. 이 도시에 애정을 갖게 될까? 도시가 영영 깨어나지 않은 생물로 남아, 가끔 뒤척이며 꿈 속에서나 변태하는 탓에 별로 공포스럽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지도. 남녀간의 애정과 마찬가지로 도시에 애정이 생기려면 첫인상과 첫인상을 지속시키는 교류의 끄나풀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거개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에서 아직은 딱히 개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사한 후로 출퇴근 시간이 짧아져 책 읽을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부러 시간을 내서 책 읽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여백을 활자로 채워고, 또, 책을 영혼이 이 생지옥에서 굶주리지 않기 위해 태우는 중국인의 지전처럼 활용했다. 그래서 책을 읽든 안 읽든 도서관에 일단 등록했다. 한 도서관에 가입하면 도시 내의 여덟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XSpeed Internet + LG IPTV 결합상품을 신청하고 이전의 LG070을 묶고 거기에 LGT 까지 결합했다. 패밀리형 2인 기본료 20% 할인 (가족간 음성통화료 50% 할인) xspeed 월 이용료 20% 할인. 인터넷 3개월 무료. 29만원 다음날 지급. 여기에 제휴카드 결제까지 덧붙이면 한달에 4-5000원 정도 통신비 절약이 가능해 보인다. 과정은 귀찮고 복잡했으며 성과(통신비 절약)가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싱가폴처럼 알 라 카르테를 지원하지 않는 LG의 IPTV는 라이브도 그렇지만 VOD 컨텐츠 역시 초라했다. 이전 집에서 보던 디지털 케이블의  VOD에는 못 미쳤다. 특히나 아이가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적었다. 다만 좋아진 점이라면 PC의 공유 폴더에 접근해 영화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코덱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LG에서 제공하는 게이트웨이 + LGTV 단말기(뭐라고 부르더라?) + 070 무선 게이트웨이를 사용하는데, 070 무선 게이트웨이는 스위치 모드로 작동시켜야 무선랜 접속하는 노트북이 데스크탑과 동일 클래스 네트웍에 붙는다. 이게 귀찮아서 IP 공유기 + LGTV 단말기 형태로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LGTV 단말기의 프로그램 정보 업데이트와 펌웨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어떤 프로토콜와 포트를 사용하는지 알게될 때까지는 그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 방법이 나올테고 그때까진 새 공유기 구입을 미뤄야 하나...

왕피천 트래킹 후 너덜너덜해진 낡은 신발을 대체할 새 신발을 샀다. 트렉스타 코브라 530. 사진과 달리 상당히 멋지다. 540을 포기하고 530을 산 것도 530이 good design 상을 받았기 때문이지 2만원 더 싸기 때문은 아니다. 수 개월을 잠복했는데 그동안 가격은 고작 5000원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경기 불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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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화장실에 갔다가 한가하게 남의 집 불구경을 했다. 집에 나돌아 다니는 라이터를 모두 숨겼다. 아이가 언젠가는 라이터 불을 당겨 집을 태우며 환호작약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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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일하다가 고개를 돌리니 창밖으로 무지개가 보였다. 집을 구하느라 생활비 마저 다 떨어졌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지시로 알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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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ist  -- 처음 보는 단어. 자선가, 박애주의자란 뜻. 로또 당첨금 15억을 분산 투자해 얻은 수익을 잘 굴려(아마도 전지 산업과 인도네시아 투자에 역점을 둘 것이다) 내가 억만장자가 되고 나면 그 뒤 해야 할 일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 좋다. 주인공도 멋지고, 음악도 좋고, 세계 여행도 하고. 마침 이런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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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의 2009년판인 샘 다코. 샘은 도니의 여동생. 여전히 세상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어야할 상황. 도니 다코 보다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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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 Notice. 점점 산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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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ying Gravity. 2화까지 봤다. 2060년 무렵 태양계 탐사를 배경으로 한 망할 휴먼 드라마가 될 것 같다. 70년대 무렵에나 국가영웅이었던 우주비행사가 2060년에도 여전히 꿈의 직업 운운하는 것이 놀랍다. 아무도 안가는 우주에 처음으로 간다는 의의는 예전에는 진화상의 이득(?)을 줬겠지만 지금은 글쎄다? SF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보기야 보겠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뒤처진 우주개발의 기술적 진실 탓에 첫 인상이 별로.
 
Inhabited Island Fight. 러시아 액션 SF. 영화를 무슨 TV 드라마처럼 찍는건지 클로즈업이 좀 부담스러웠다.

CG는 이렇게 그림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그림'은 되었다.

만화같은 줄거리에 꽃미남 주인공, 보기드문 '러시아제'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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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십대에게 먹혀 들어갈 것 같은 영화. 우연찮게 몇몇 지명이 귀에 들어와 구글 맵스로 검색해 보니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이었다. 인디언 신화도 진짜였다. 오...

5불 생활자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어떤 여행자가(여행자들이?) 잘난척한다고 비용 안 들이고 남미를 여행할 수 있다고 떵떵거리는 것을 참다못해 ㄷㅏ니님이(게스트 하우스 운영하는 재외교포?) 그들 글에 현지 사정을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다가 순진한 여행자들이 한비야 같은 여행자의 허풍으로 가득한 책 따위를 읽고 굉장히 위험한 지역을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는 현실을 개탄하여 블로그를 비롯,  어떤 동호회에 남미여행의 위험성과 한비야를 비롯한 오지여행가들의 허풍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반향이 상당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긴 댓글을 남겼다가 ㄷㅏ니님(이 분 필명으로 검색해 들어와 이 블로그에 귀찮은 트래픽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표기)의 글이 일으킨 플레임이 생각보다 커서 얼른 지웠다. 그 분의 글에 딱히 맞설 이유는 없지만 (여행지가 워험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 각론에서 무리한 얘기가 몇몇 눈에 띄어 반론을 쓸까 하다가 한비야가 소속된 단체에서 그 분이 월드비전과 한비야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협박(?) 이후 플레임이 사그러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분과 같은 생각을 하는 재외동포를 여러 차례 만났다. 내가 만난 재외동포는 나같은 장기여행자를 한결같이 싫어했다. 타인이 날 싫어하거나 좋아한다고 기분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타잎이라 비교적 건설적이고 격렬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실은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그래서 그렇게 반복되는 그들의 주장에 익숙한 반론이 있었고, 몇  번인가 반론을 적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느꼈지만 매 번 잘 참았다. 앞으로 이걸 언급하지 말자는 생각만 토담처럼 다지고 또 다졌다.

이렇게 촉발된 파장은 월드비젼에 대한 도ㅇㅏ님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 '통전적 선교를 통해 모 지역 인구의 90%를 개종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통전적 선교가 더 확실한 선교라는 방증이죠.'

* '그냥 선교'를 하면 몇 %가 개종하더라, '통전적 선교'를 하면 90%가 개종하더라.
* 이 실험은 n차례 반복되었다/이 관찰은 n 차례 반복되었다.
* 그러므로 통전적 선교가 그냥 선교에 비해 더 확실한 마케팅 방식이다.

피실험 생태계의 특성과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덧붙여 타당성을 설득력 있고 실감나게 묘사했더라면 아름다웠겠지만.

그건 그렇고, 다ㄴㅣ님이 그렇게 욕을 퍼붓던 한비야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해라.

알아들었다. 내가 그렇게 살았는데, 올해는 이사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항상 두근두근해서 한비야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한 적이 없다. 그의 글이 재미가 없어 몇 권 읽은 것도 없었다. 비단 한비야 뿐만 아니라 남의 여행기나 내 여행기나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신천지에 놀러갈 생각을 하면 두근거리는 것으로 보아 내 감수성은 선택적이다.

아내는 한비야의 글을 읽고 허파에 바람이 들어 위험하다는 곳을 겁없이 돌아다녔으며, 가려고 하는 나라 말도 모르고, 거지꼴로 구걸하듯 현지인의 친절과 그들이 주는 음료와 그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잘 받아먹고 그들의 집에서 거리낌없이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다ㄴㅣ님 주장에 따르면, 아내같은 정신나간 여행자들의 배후에는 그들을 선동한 한비야같은 개념없는 장기 여행자들이 있었다. 한비야 같은 이들이 얼빠진 레밍떼같은 여행자들을 위험한 곳으로 내몰면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다ㄴㅣ님의 울부짖음이 귀에 선하다.

낄낄 웃으면서 말하건대, 나나 아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처음 시작할 때 그랬다.  다ㄴㅣ님 글에 토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언제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가게 되면 술 한 잔 드리면서 얘기해야지 싶다. 거절하면 억지로라도 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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