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루의 빛'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8.12 phenomenology
  2. 2010.08.02 대수학자
  3. 2008.05.10 생지옥

phenomenology

잡기 2010. 8. 12. 23:56
김씨가 인터넷에서 하는 반달 행위를 트롤링이라고 하길래 한참 못 알아듣다가 뒤져보니, 제물낚시를 말하는 거였고 '순수' 한국어로는 낚시질이었다.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곳에 제목과 다른 글을 올려놓거나 기사 제목과 따로 노는 헛소리를 본문으로 적는 신문 기사에 속아 넘어가는 것을 '낚였다'고 말할 때의 그 낚시질이었다.

제목을 잘 쓰면 블로그가 온 사방에 노출된다. 역으로 말해 남들 관심 없어하는 주제와 소재를 이용한 일반 명사만을 사용하는 제목을 적어야 불필요한 환경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설령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더라도 내 라이프타임 스토리는 쪽팔리고 찌질한 비망록 같은 것이라 사람들의 시선에 평가받는 걸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블로그질을 사회화된 동물로써 당연히 치러야 할 업보(?)로 생각지 않았다. 아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17800원짜리 신발. 막 신는 싸구려 신발을 샀더니 바닥판이 잘 고정되지 않아 뛰거나 산을 탈 때는 쓸 수 없을 듯. 매시 소재라더니 겉감만 매시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상생황에서 사용할 신발 역시 등산화가 최고 같다.

김씨가 SF&F pdf가 잔뜩 널려 있는 보물단지 같은 사이트를 알려줬다. 웹 스파이더로 긁을 수 없는 형태라서 pdf 다운로드용 python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500여편 다운받는데 4시간 넘게 걸렸다. 스크립트를 그대로 걸어둔 채 퇴근. 700여편 정도 다운 받다가 웹 사이트가 다운되었는지 응답이 없어 다운로드에 실패. 집에서 스크립트를 일부 수정해 일단 목록만이라도 다운받도록 해서 돌리고 아침에 확인해 보니 2800여개 목록만 얻어오고 역시 실패.

목록을 바탕으로 2800여개의 pdf를 수집하는 한 편, 에러가 나도 가능한 거머리처럼 악착같이 목록을 받아오도록 스크립트를 수정해서 실행하고 목록이 만들어지는 대로 pdf를 다운로드 했다. 에러 안 나고 목록을 모두 다운 받았다. 그래도 사이트가 느려 주말 내내 스크립트가 돌아갈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완료. 1453명의 작가, 9645편의 작품, 4GB의 용량 -- 이 정도면 그 웹사이트가 불법복제계의 끝판왕은 되지 싶은데?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파이썬은 적은 줄수와 적은 노력으로 우아하고 잘 작동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어 쓸 때마다 마음에 든다. 제대로 배울 틈은 없지만 필요할 때마다 익혀서 사용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code]#!/usr/bin/python# -*- coding: utf-8 -*-import timeimport osimport sysimport socketfrom HTMLParser import HTMLParserfrom urllib2 import urlopensocket.setdefaulttimeout(1000.0)base_url = "http://..."class Spider(HTMLParser): def __init__(self): HTMLParser.__init__(self) def collect(self, url, cond): self.data = "" self.xref = "" self.cond = cond self.lst = {} fc = 0; failed = True while failed: try: req = urlopen(base_url + url) self.feed(req.read()) return self.lst except socket.error, msg: fc +=1 if fc > 100: raise print 'Request Error:', msg time.sleep(2) def handle_starttag(self, tag, attrs): self.xref = "" self.data = "" if tag == 'a' and attrs: self.xref = attrs[0][1] def handle_data(self, data): self.data = self.data + data def handle_endtag(self, tag): if tag == 'a' and self.xref[:len(self.cond)] == self.cond: self.lst[self.xref] = self.data self.data = "" st = time.time()f = open("list.bat", "w")sp = Spider()mainpage = sp.collect("...", "...")for aurl, author in mainpage.iteritems(): # author's book list print author books = sp.collect(aurl, "...") for burl, title in books.iteritems(): # get pdf url from each book pdfpage = sp.collect(burl, "...") for purl, fulltitle in pdfpage.iteritems(): # only one # save pdf url print "\t", fulltitle s = "wget -c -O \"" + fulltitle + "\" " + base_url + purl; # os.system(s) f.write(s) f.write("\n") f.flush()f.close()print "\nJob done. %.0f" %(time.time() - st), "secs ellapsed"[/code]

Free PDF to Word Doc Converter를 사용하면 PDF 파일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포맷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다른 것들도 시험해 봤는데 저 프로그램이 개중 나은 듯. 배치 변환이 안된다.

날이 더워서 쉬 지친다. 자전거 타고 장거리 여행은 여건상 힘들다. 여건: 체력.
 
운동삼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사무실까지 약 40분 거리를 시간 되는 대로 자전거 타고 출퇴근 했다. 사무실에 갈 때는 15km, 올 때는 의왕의 왕송 저수지를 에두르는 코스로 약 20km 정도인데, 이런 정도로는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없다. 주말에는 아이와 놀아줘야 하므로 오히려 자전거를 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일주일은 돌아다녀야 여행이 여행같아진다.

주말에 아내가 아이 데리고 놀러간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이 나 자전거를 몰고 85km쯤 달렸다. 오랫만에 여러 시간 자전거에 앉았더니 엉덩이가 아프다. 석수역까지 자전거를 끌고가 바로 이어지는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지나 탄천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죽전 근처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왔다.

여의도 물빛 광장
여의도 물빛 광장. 야트막한 케스케이드 폭포.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맞은편은 빛의 카페, 이 근처 어딘가 플로팅 스테이지, 한강 100:1 축소한 피아노 물길 등. 물빛 광장에 발 담그고 점심 도시락으로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물때가 많이 낄 것 같은데 전반적인 '느낌'은 청계천 짝퉁 같았다.

탄천변 노천 수영장
자전거 타고 탄천에 처음 와 봤다. 탄천 변 수영장. 지나가다가 이런 수영장을 몇 개 보았다. 샤워장 이용료 별도에, 무료로 운영되는 것 같은데?  애들 부모한테는 엄청 매력적이겠다. 작년에 자전거 여행 중 삼척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놀다간 곳이 생각났다. 흐르는 개울 바닥을 조금 더 파내 친환경 천연 실외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실로 감탄했다. 수도권 인근에서는 물가에 인공 구조물로 물놀이터를 만드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냄새나는 2급수 하천 옆에 수돗물로 관리 잘 되는 수영장 같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워서 수내역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아마도 황새울 다리로 짐작되는 곳을 건너며 찍은 사진. 분당, 판교 지역에는 늘 한밤중에 술먹으러만 와 봤다.  지리고 뭐고, 한때 로또 동네로 소문났던 이 곳에 관해 아는 게 없다. 하여튼 수원 영통 지구나 이곳을 보다가 집 근처를 돌아보면 낙후된 촌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글쎄, 잘 모르겠다. 쿄님 말로는 수원이 교육열이 지랄같이 높은 동네라던데. 옆에 있던 고님도 맞장구를 치고. 다들 낙후된 환경에서 살다보니 공부해서 신분상승에 열을 올리는건가?

주말에 혼자서 맥주 1000cc에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먹는다니까 그런 말을 듣는 사람마다 놀랬다. 닭 한 마리라고 기껏 해봤자 큰 것이 1.2kg 정도인데 뼈를 발라내면 많아도 800~900g 내외다(밥 한 공기가 200g 가량 되고, 국과 반찬을 다 합치면 한끼에 먹는 양은 400~500g 가량, 식사 한 끼로 섭취하는 칼로리는 1500~2500kcal 정도 되지 싶다). 4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서 82km를 움직였다면 약 4200kcal를 소비한다. 맥주 1000cc 는 450kcal 정도,  프라이드 치킨 800g은 2500kcal 정도 된다. Q.E.D.

프라이드 치킨을 주로 먹고 양념 치킨은 왠간해선 먹지 않았다. 양념치킨은 그냥 이단이다. 마늘, 간장, 매운맛, 오븐구이, 그외 기억나지도 않는 여러 종류의 슬립스트림을 다년간 시도했지만 언제나 프라이드로 복귀했다.

그렇게 정도를 지키는 치맥을 추구하다가 저번 주에는 파닭을 처음 먹어봤다, 이건 또 새로운 세계. 닭튀김에 단순히 파를 얹어 먹는 것인데 전혀 맛이 다르다. 집에서 한 번 시켜 먹었는데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을 연달아 가는 계획을 세워놓은 황씨를 만날 때도 파닭을 먹었다.  그때는 마늘 치킨에 파를 얹었는데, 배달치킨과 달랐다. 배달 치킨은 덮어놓은 케이스 안에서 파가 대충 익어 파의 숨이 대충 죽고 매운 맛이 사그라 드는데 매장에서 시켜 먹은 파닭은 닭 위에 단순히 파를 얹어 놓은 것이라 매운 파 맛이 오랫동안 입 안에 맴돌았다.

다음 주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구와 대천 해수욕장에 놀러 간단다. 댕큐.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내 저주받을 성격 탓에 같이 가지 않고 샌드위치나 만들어 챙겨주고 떠나 보냈다. 그리고 웹으로 날씨를 훌터본 다음 자전거를 몰고 바로 집을 나왔다.

평택호
아산 방조제길. 평택호. 8월 8일. 온양온천역까지 전철을 타고 갔다. 거기서 서해안을 두루 돌다가 수원까지 돌아오는 코스를 잡았다. 대략 120km 정도. 오후 한 시 출발. 그런데 날씨가 안 도와줬다. 일기예보의 현재 기상 상태라면 평택, 아산 인근에는 비가 오고 있어야 했다. 비가 오던가 날이 흐려야 달릴만 하다. 그런데 왠걸. 섭씨 33도에 이렇게 해가 쨍쨍하다. 이런 도로를 30분 달리니까 금방 지친다.

진위천
찌는듯이 더운 가운데 어느 조그만 휴게소에서 싸온 김밥 두 줄과 우유를 먹고 마셨다. 너무 더워 120km 코스는 포기했다. 하여튼 달리긴 달려야 했다. 진위천을 따라가면 오산에 이를 수 있을꺼라 막연히 믿고 갔다가 엄한 비포장 길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대기 기온이 33도지, 달아오른 아스팔트 탓에 후끈거리는 종아리에 느껴지는 기온은 36도 이상이다. 2005년 8월 13일 자전거를 타던 날 날씨가 지금 같았다. 햇살과 더위 속에서 달랑 500cc 짜리 물 한 병으로 간신히 버텼다.  

숙성교와 숙성라멘교 사이 어느 지점에서 잘린 엄지 손가락이 버려진 것을 보았다. 더위에 헛 것을 본 것일까? 아차 하는 사이에 잠자리를 밟아 죽였다. 로드킬 중에 너구리가 있었다. 비포장길을 가로지르는 뱀을 보았다.  

오산 공군 기지 옆 비포장길을 달리다가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자전거나 다리가 흙탕물 범벅이다. GPSr을 살펴보니 가장 가까운 역까지 11km 가량 남았다. 2km쯤 자전거를 몰았다. 펑크났을 때는 자전거를 타면 휠이 망가진다. 하지만 이 더위에 인적없는 이곳에서 11km를 걸을 수는 없었다. 삼거리 도로변 나무에 앉아 쉬었다. 물은 다 떨어졌다. 기운을 내서 자전거를 끌고 걸으면서 보이는 트럭을 잡아 근처 지하철 역까지 가려 했지만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는다. 사내처럼 욕하고 사내처럼 걸었다.

증오스러운 뙤약볕 아래에서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건너편 길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빵구 났냐고 소리쳤다. 네, 혹시 자전거 펌프 있어요? 있단다. 펌프에, 대야도 하나 빌려 물을 받아 놓고 그늘에 철퍼덕 주저앉아 타이어 구멍을 때우며 그 동네의 두 아저씨와 값비싼 자전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아저씨 친척은 천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끌고 다닌단다. 그 동네에서 오산으로 출퇴근하는 어떤 아저씨는 250만원 짜리를 끌고 다녔다. 나는 오늘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견적이 3-400은 나올 것 같은 자전거를 봤다.

이렇게 좋은 자전거 펌프가 있다니 놀랍군요 라고 말하니, 요새 시골 농가에 자전거 펌프 없는 집 없단다. 자전거 공기 주입 밸브가 꼴에 프레스타 타잎인데, 다행히 늘 컨버터 플러그를 가지고 다녀 던롭 펌프로 공기를 넣을 수 있었다. 안쪽 튜브를 꺼내 물 속에 담그고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를 보았다. 펑크는 비교적 쉽게 찾았다. 찢어지지 않았고, 압정에 찔린 듯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고맙습니다, 펑크를 때우고 물 한 잔 얻어 먹고 출발했다. 전혀 모르는 이상한 길을 따라 오산역으로 향했다. 어느새 다섯 시가 넘었다. 시내를 두리번 거리며 돌아 다니다 롯데마트를 발견했다. 롯데리아에서 4500원짜리 값 비싸고 맛있는 팥빙수(베리빙수?)를 먹고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지쳤다. 역으로 향했다. 무수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베트남어, 태국어가 들려온다. 이국에서 심심하고 외로워 보인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 마셨다.

집에 돌아와 GPSr을 살펴보았다. 주행거리는 겨우 62km, 3시간 달리고 1시간 30분 가량 쉬었다.  뭐 이런 깡패같은 날씨가 다 있나 싶었다. 날 더울 때 한 번 더 실험해 보자 -- 물이 충분하다면 버틸만한가 아니면 이런 더위는 버틸 수 없는 종류의 장해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단 한 번의 땡볕 주행으로 어엿한 '미녀와 야수' 다리를 만들었다. 어 생각보다 징그럽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펑크난 채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니 휠이 휘어진 것 같아 자전거를 손봤다. 자전거를 뒤집어 놓고 케이블 타이를 프레임에 묶어  림에 아슬아슬 닿게 만들고(휠 조정용 캘리퍼스 대용) 바퀴를 살살 돌리다가 케이블 타이에 걸리면 그 위치 부근에 있는 스포크의 장력을 스포크 렌치로 조절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늘한 광채, 댄 로이드. 모처럼 재미있게 본 소설 형식의 뇌과학 교양서. 현상학과 fMRI의 다변량 해석이 만났다. 책에는 삽화가 여러 장 있었고, 소설이 꽤 재밌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질리지 않았으며 위트가 넘쳤다. 꽤 다양한 견해를 소설화했다. 아무래도 자기와 견해가 다른 인지과학자들을 대놓고 까대긴 그렇고,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하고 말도 많고 성과는 쥐꼬리 같은 인지과학을 포괄적으로 해설하자니 시간낭비고 해서 소설로 가볍게 풀어놓은 것 같다. 아무튼 글솜씨가 있으니 좋은 작가다.
1리터 정도의 부피에 불과한 인간의 뇌가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개념적이고 인지적인 가능성의 공간은 천문학적 우주 전체보다도 더 크다. 뇌의 이러한 놀라운 속성은 1000억개의 뉴런과 그들을 연결하는 100조개의 시냅스의 조합 때문이다. ... 뇌가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시냅스 연결의 가능한 배열은 대략 계산해서 10의 100조승이다. ... 세스는 이 값에다가 '마음 Mind'이라고 이름붙였다. ... 전시실 한 가운데엔 윤기 나는 까만 받침돌 위에 물이 채워진 유리잔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옆엔 '이 유리잔 안에 있는 분자들의 가능한 배열의 수, 10^1,000,000,000,000,000,000,000,000'이란 문구와 함께 '당신이 있는 곳 You are here'이란 제목이 붙여졌다.

...

맥스는 이 전시를 좋아했다. 개막 전시회에서 그는 낄낄 웃으며 몇 작품엔 사인을 했고, 유리잔 앞에서는 넋이 빠져 황홀한 표정으로 서 있어서 그가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 맥스가 유리잔 받침돌을 형해 몸을 돌리더니 잔을 들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
"다다이즘은 죽었다고들 하더군요.' 세스가 이쪽으로 걸어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으며 맥스에게 말했다. 그가 잔을 집어 건배하는 포즈를 취하더니, 잔을 가지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예술은 영원하다. 영감의 샘물은 다시 채워질 것이므로.
시냅스 연결이 우주보다 복잡하다느니 하면서 경외감을 억지로 뽑아내는 헛소리를 쿨하게 날려버리는 이런 걸 예술적 균형감각이라고 한다.
"맞아요, 우린 얽혀 살고 있어요. 특히 사랑에 있어 가장 심하게 얽혀 있죠. 사랑하는 사람은 우주도 감싸죠. 마침내 사랑은 층층이 의미로 겹쳐 쌓여 있는 모든 것을 적셔요. 그것이 의식의 핵심 전부예요. 그리고 사랑은 궁극적으로는 현상학이죠."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대의 혀가 지칠 때까지 말해 봐요."
내가 기억하는 현상학은 인식되는 실재의 진실성, 그리고 객관성에 대한 편집증적인 탐구였다. 따라서 사랑은 '궁극적으로' 현상학이 맞다. 삶이 살아지기에, 존재가 존재하기에, 그대가 없으면 세상은 무의미하기에. 웃음.
철학은 보통 위험한 직업이 아니다. 소크라테스 사건 이후 철학자들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자신들의 최고 사상을 조심스레 감췄다. ... '새로운 것'은 철학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직면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가 죽고 나서 우리 철학자들은 플라톤에게 칼을 들이대며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사형당하지 않은 몇몇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우리가 익히 배운 것은, 아주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은 재빨리 '옛 것과 같은 것'이거나 '거짓'이거나 아니면 잘해 봐야 둘 모두인 것으로 판명난다는 점을 확실히 해 두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철학 대학원생이면 누구나 우리의 신념의 내적 일관성과 신념과 세계의 일치에 대해 재빨리 대답할 것이다. '진실'을 고집하기만 하면 영원히 바쁘게 뛰어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은퇴해서 연금을 받는 것보다 낫다.
한 번도 '진실'을 고집해 보지 않은 인생은 재미가 없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세상 대다수의 견해는 그와 다르지만.
"그런데 우리는 왜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을까요?" 그가 물었다.
"현상학의 전율의 또 다른 경우군요." 그가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내 학위논문 제목이에요. 나는 진정한 현상학적 존재론은 실재하는 무엇을 바로 직면하고 있을 때만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합리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황폐해져 봐야 하고, 사랑의 밑바닥까지 가 보려면 바보처럼 곤두박질쳐 봐야 하고, 세상이 뭔지 알려면 죽어봐야 하는 것이죠."
원숭이 종족 같은 철학과 대학원생이 이런 얘길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데? 굉장히 늙고 지혜로운 원숭이 같잖아? 합리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황폐해져 봐야 한다니, 달리 말해 인도 촌구석을 여행하면 합리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싯달타처럼 깨닫게 된다는 거잖아?
"모든 것이 어떤가, 그것이 정말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 어떤 것도 어떻게 그것이 될 수 있나요?"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경험과 세계는 하나란 겁니다. 하나. ... 각각 하나의 패턴이 하나의 경험입니다. 그 패턴들이 뇌에 있죠. 각 패턴은 주체와 객체가 함께 하는 완전한 패키지입니다. 그 패턴은 모든 사물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관계를 이미지화한 것이죠. 그것은 우리 앞에 놓인 세계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도 포함합니다. 그 모든 것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실재적이죠. 결국 미로는 현실이고 패턴들은 세계입니다. 그 패턴들은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는 세계입니다. 세계는 자기 스스로를 보일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가 뜻하는 것이자 '세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삶과 우주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천착은 모두 패턴을 살피는 일이다.
"당신 학과에 누가 있더라? 칸트? 그가 아직 거기 있나?"
"아뇨, 죽었습니다."
"아, 명예 교수로군 강의가 줄었겠군, 응?"
"그렇죠."
"결국 우리는 모두 분해되지, 어? 재는 재로, 텍스트는 텍스트로. 만나서 반가웠어."
21세기 들어 고대 거인들의 잠언은 대부분 불필요해졌다. 설령 빛바랜 권위가 보전된다 해도 이제는 난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과거의 거인 어깨에 올라가 세상을 조망하는 것을 영광스러워 하는 것은 촌티난달까? 재는 재로, 텍스트는 텍스트로.
누군가 연구를 시작하면, 하나의 산이 산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구가 좀 이루어지고 나면, 그 산은 더 이상 산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후 연구를 완수하고 나면 그 산은 다시 하나의 산이 된다.
산은 산이다. 산도 산이고.
그런데 그 산은 무슨 산일까? 가 개중 쓸모있다고 판단되는 문장.
세 지표, t, tr, s가 모두 공유하는 것은 뇌가 분산처리 장치란 가정이다. 그 가정 아래에서는 뇌의 어떠한 영역도 많은 기능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다변수 유사성 측정은 뇌의 모든 부분은 잠재적으로 모든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진보적인 가정을 받아들인다.
시대가 흘러 이제는 자명해 졌다고 생각했는데(분산처리, 전일적 뇌), 그게 진보적인 가정일 줄이야... 2부 실재하는 반딧불이는 1부 현상학의 전율에서 이미 설명한 것들에 철학자다운 지겨운 문장으로 가필한 것 같았다. fMRI로 지금까지 연구해서 얻은 결과가 생각보다 진전이 많지 않음에도.

총몽
총몽 2부. 총몽 첫 시리즈를 대체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평균 이상의 품질과 컨텐츠를 지닌 SF. 살아야 할 이유를 무척 현상학스럽게 설명하기도.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고야를 먹고 있는 호타루. 고야가 뭔가 싶어 뒤져보니 시장에서 가끔 봤던 것이다. 왠지 먹고 싶어졌다.


,

대수학자

잡기 2010. 8. 2. 00:54
그냥 걷기 -- 아내에게도 있고 내게도 있고 앞으로 소울이에게도 생기길 희망하는 모종의 정신질환. 그냥 걷기를 쓴 청년에게 굳이 해주고 싶은 말은; 실망할 것 없어요. 무슨 짓을 해도 삶은 무의미해요. 게다가 거기엔 으례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붙이는 '다만'도 안 붙어요.

리비아 간첩 사건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은 글로발 호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말했다가 나라 팔아먹을 정신나간 놈 소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한국의 동쪽에 있으니까 동해, 서쪽에 있으니까 서해라... 우물안 개구리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 '동해'는 돌고래의 파바다로 하고 서해는 기름진 바다(oily sea)라고 부르면 좋겠다. 동해의 경우 솔까말,  sea of japan만 아니면 만족하잖아?

본의 아니게 나처럼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씨(진보신당빠)와 술도 안 먹고 열을 내며 6.2지방선거에 관해 서로의 아름다운 견해를 격렬하게 교환했다.

정서적 가난을 달랠 물질적 풍요가 부족한데, 요즘 시쳇말로 그걸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박씨가 말했다. 3년 동안 홍콩에서 일하다가 통장 잔고를 47엔 남기고 돌아온 드라마 속의 호타루는 여전히 그렇게 살았다. 심지어 합리적 이성이나 원리주의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기술자면서도 굉장히 진보적이고 가난하여(가난하고 진보적인? 순서야 어떻든...)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을 좇게 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가끔은 그저 나처럼 심지가 굳어서(문명화된 삶의 불필요한 럭셔리를 차례차례 제거하다 보면 끝까지 남을 것은 칫솔과 비누 정도 뿐이다. 그 마저도 줄이면 칫솔이고, 그 마저도 줄이면 비닐봉투와 일회용 라이터와 사냥용 칼이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집안에 그림 한 점 없고 어디서나 흔하게 굴러다니는 이케아 소파도 침대도 장농도 LCD TV도 없는 그야말로 정신적인 간단주의(미니멀리즘)을 웅변하듯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는 '가난해서...' 라고 리얼리스틱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다.
 
이사온 지 1년여 지났지만 횡뎅그레한 집안은 의외로 널찍해서 좋았다. 아내나 나나 이렇게 사는게 편하다. 가끔 아내는 길거리에서 사과상자나 남들이 버린 가구를 줏어오기도 했다. 그럼 우아한 미니멀리즘이 조금 손상된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볼 때마다 치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거실의 저... 흉물스럽게 대충 액자를 짜 맞춘  보살상이 석굴암에서 뜬 탁본이라고 아내가 놀러온 스님한테 자랑했다. 그때 든 생각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문화재 훼손' 이었다. 차근차근 제거해 가자.

아내는 요즘 현미를 먹었다. 어디서 책 한두 권 보고 혹했지 싶다. 현미는 그야말로 온갖 성인병에 즉효한 건강식이라고 극찬을 받는 것 같다. 현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이미 쌀독에 현미를 붓고 섞어 버렸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서 양과 질을 포기하면서 까지 왜 쌀 도정을  해 왔는가, 풍부한 섬유소에 영양만빵인 현미라지만 소화가 안 되면 말짱 황이다, 내가 소인가? 입에서 백 번씩 씹어 목으러 넘긴다니 라고  궁시렁거리며 그걸 먹어야 했다. plain rice가 먹고 싶다... 주말에나 집에서 간혹 먹게 되는 소위 '집밥'인데,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집에 놀러온 손씨는 아내 하는 짓이 내심 부러웠던지 날더러 대체 왜 결혼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게 말이다. 세상에 대한 보은심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을 것 같다.

주말에 소화가 안되는 현미 밥을 먹고, 딸애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딸애에게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주니 좋아했다. 책은 별로 안 좋아했지만 아빠와 같은 모양의 도서관증은 엄마나 자기 친구인 장난감 멍멍이한테는 없는 것이다.

아이 이름이 특이한데다 툭하면 온갖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바람에 동네 여기저기서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히키코마리 처럼 소심하고 비사회적인 아버지와 귀염성 있는 딸 애가 거리에서 함께 마주치는 떨떠름한 상황들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대충 예상을 했지만 딸애가 만 네 살 넘으면서 슬슬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제제하지는 않았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밤이면 아이를 재우면서 금방 머릿 속에 떠오른 지어낸 얘기를 들려주었다.  감정이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6세 아이들 육성 게임(?)에서 중요한 팩터는 소위 인성 교육으로, 사건 연쇄의 인과를 통해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 삶이란 교훈을 심어주는 것이다. 편의에 따라 여러 방법을 택할 수 있으며, 상황이 맞다면 때려줘도 무방하지만 내가 아이를 때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반면 마누라가 구해 직접 시전하던 허접한 회초리는 '적시 운용' 도중 부러졌다.

아이가 전후좌우 앞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치루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흔한 조언이 있는데, 대부분 성인의 인생의 그렇게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겠지만, 본인도 자기가 왜 때로 가혹한 운명에 휘말리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이해 못하는 상황을 억지로 합리적으로 화 안내며 이해시키려고 부모와 아이가 다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이를테면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스럽게 간단히 두들겨 패는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대부분의 육아서적들이 권하는 방식은 그와 달리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격자 내지는 어설픈 위선자가 되는 길을 걷길 권하는 것 같았다. 약한 의지 때문에 비겁하게 타협하는  자기 삶에 관해서는 성인들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불장난을 즐겁게 하던 중인 아이는 아빠가 동참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되는 불장난이 왜 해서는 안 될 짓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안되는 맥락이 파악되지 않아서인데, 닭대가리보다 지능이 조금 나은 수준인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매 번, 일일히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나, 구타가 뚜렷하고 효과적인 상벌체계의 한 축이이며 그런 상벌체계의 대안으로써 '칭찬하는 것:칭찬하지 않는 것'은 이성이 깃드는 아이에게(거짓말을 하는 시점이다)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익히 예전 학습 결과가 떠올랐을 뿐.

여자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원하는게 뭔지 갈수록 알 턱이 없게 되겠지만(아내는 현 상태 유지를 가장 선호했다. 행복하다는 증거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제재 방법으로 분리불안을 가중시키는 수단 만큼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로 보긴 무리고 소시오패스보단 한 술 더 정신나간 것 같은 나같은 아빠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아내가 불합리하고 가혹한 운명의 장난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 내키진 않겠지만 즉시 재혼해야 할 것 같다. 더럽게 까탈스러운 딸애 입맛에 맞는 먹이감을 구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지만.

팀 파워즈, 라미아가 보고 있다 -- 오랫만에 보는 활기찬 고딕풍 소설. 바이런, 셀리, 키츠가 고대의 뮤즈에 얽혀 운명에 농락당하며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의지박약아로 나왔다.  기억하기론 번역서의 가제가 '시인의 피'였다. 역자는 김씨나 최씨가 될 줄 알았지만 김씨가 번역하고 제목도 바뀌었다(팬덤과 상관없어지다 보니 몇 년째 그걸 모르고 있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나 시인의 피나 메두사의 눈길이나 다 좋은 제목이다.

아누비스의 문 을 몇 년 전 읽었을 때 팀 파워즈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막연하게 느꼈다. 하지만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자가 재현하고 해석하는 컨텍스트의 풍성함, 유머의 강도, 내러티브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감탄스러운 파노라마가 펼쳐졌으며 오랫만에 눈길을 다른데 돌리지 못하고 본 판타지 소설이 되었다. 알프스 산행과 페르세우스와 지쟈스와 카르보나리 패러디는 이 바닥 오덕용 서비스일지도 모르겠다. 낄낄 웃으면서 읽었다.

찰리 휴스턴, 이미 죽다 -- 라미아 때문에 피맛이 당겨 뱀파이어 느와르물을 하나 더 찾아 읽었다. 비행기 기다리다가 가볍게 읽으며 시간 때우기 적합했다. 인용:
"시간 좀 있어 조?"
"시간이 엄청 많으 지도 모르지. 그동안 조금씩 모아온 시간이 꽤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나 혼자 쓰고 싶은데,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내 삶을 들여다본다.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매일 조금씩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발밑의 땅이 꺼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상관없다.
내 인생이라고 남들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파도는 우르르 큰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마치 맹목성과 완고함을 액체 형태로 바리바리 꾸려 놓은 것 같았다. -- 이언 M. 뱅크스, 대수학자. 뱅크스 소설은 뭐가 나왔던 다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심지어 개그물이었다. 인용:
- 아, 그럴 때는 절대로 논란이 없습니다. 드웰러는 그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 문제 해결 방법요?
- 우아함이 그 방법입니다.
 
'뭐 당신은 그걸 뭐라 부르든 객관적 진실이라는 저속하고 절박한 필요성에 지나치게 얽매이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 기억은 왠지 흐릿해서요. 아무래도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고 증언하게 될 것 같네요.' 파신이 말했다.
재삼 깨닫지만 판타지 없어도 먹고 살만 하다. 판타지 같은 SF를 아우르는 대집합에서, 순혈주의가 얼어죽을 운명에 침식당한 영혼의 몸부림 덕택에 충분히 웃기지가 않은 반면, 많은 수의 SF는 즐겁고 웃겼다.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선배'소리 듣고 몹시 기쁘나, 믿기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짓는 아메미야. 2화에서는 말로만 듣던 전설의 '하몽 이베리코'가 나왔다.

How I Met Your Mother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이렇게 음탕하게 자랐다.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그저그런 쓰레기, 웃기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은 청춘연예 시트콤에 불과했을 것이다 Suit up!  legendary!

How To Train Your Dragon
How To Train Your Dragon. Iron Man 2 보다 재밌다길래 부러 구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신데렐라, 라푼젤 따위를 개작하는 엘라의 모험 류는 즐기지 않지만 괴물 따위를 좋아하는 딸애는 당연히 좋아했다.

I Love You Phillip Morris
I Love You Phillip Morris. 짐 캐리가 살 빼느라 고생한 영화 같다. 재미 없다.

The Crazies
The Crazies. 밑도 끝도 없는 공포영화? 핵 뜨는 새벽이 왔다.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좋으 솔루션은 만장일치로 핵인 듯.

,

생지옥

잡기 2008. 5. 10. 03:14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페르시아 특별전 관람. 만원을 50% 할인한 입장료 5000원이 아깝다. 유물의 수준이 그저 그랬다. 이란(페르시아)의 찬란하고 럭셔리한 이슬람 문명과 문화만큼은 소개를 자제했다. 실크로드 표시 지도에는 케르만, 쉬라즈, 밤 등의 도시를 빼먹기도 하고... 다리우스, 크레스크세스와 페르세폴리스에서 파르시의 역사가 정지되는 신기도 보여준다. 누가 기획한 것인지 큐레이터가 미친소를 장복한 후 최근 증세가 나타나는 중이던가, 머리에 든 것 없는 흔한 국내산 AI 닭대가리지 싶다. 모처럼 보기 드물게 접하는 한심한 전시회라서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듯. 그건 그렇고, 럭셔리하고 볼 것이 많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의 입장료는 0원이다.
 
이 세상은 일곱 온라인과 두 개의 현실-지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래밍, 게이밍, 소셜 네트워킹, 애드버타이징, 메가 마켓, 섹스 판타지, 인포메이션 스피어, 그리고 현실과 초현실. 써놓고 보니 명약관화하군.

Big Bang Theory, ep.14 Nerdvana Annihilation
진지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인류의 명약관화한 진화 과정을 다룬 드라마, Big Bang Theory, Ep.14 Nerdvana Annihilation. 타임머신을 앞에 두고 있는 주요 배역들. 점심 먹다가 저 드라마에 관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직원들이 저 아이들 대화가 가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난 거의 100% 잘 알아듣지만 굳이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옥에서는 가능한 너드 같아 보이지 않는게 건강에 좋다.

Horton Hears a Who
세상은 오타쿠가 구한다. 오랫만에 재밌게 본 애니인 Horton Hears a Who의 클라이막스. 'We're here! We're here!' 하는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보잘 것 없는 인류가 막막한 우주를 향해 외쳐댈법한 말이니까. 이 애니의 교훈은 a person's a person, no matter how small. 카시니가 찍은 토성 사진들이 실은 훨씬 감동적이지만.

you're there. 콩알만하지만(no matter how small) 너도 사람이다. 인정. 무럭무럭 오타쿠로 자라라.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 해피엔드. 건어물녀가 울면서 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있다. 울어라 바보야, 그대와 상관없이 500마일 떨어진 허름한 야생에서도 삶은 티끌처럼 보잘 것 없다. 그래서 적절한 때의 맥주 한 잔은 기쁘고 가치있는 거야. 끝에 가서 팔자가 피는 부장이 말했다. '니체는 결혼은 긴 대화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대화가 길어지면 흡사 두 마리의 원숭이가 서로의 털에 붙은 이를 잡아주듯이 정성을 들여 서로의 흠집을 잡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결혼은 철학이 아니므로, 짧고 간단한 대화로 껀껀이 좋게좋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는 메마른 영혼에 맥주와 치킨으로 보습효과를 준다.

닐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다. 이론이 있긴 하지만 4만년 전 오오츠카를 통해 유입된 대륙인 또는 1만 5천년전 한반도를 통해 유입된 한국인과 조몬인 잡종이 일본인이라는 설. 문화란 것은 불과 천년 만에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지닌, 변별가능한 민족성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고작 1만 5천년'은 과소평가 내지는 헛소리가 될 수도 있다.  레밍 떼같은 무차별적인 인구이동으로 문화적 상대성을 곡해할 수 있을까? 이런 류의 사실이나 부가 지식들은 곡학아세의 자료로 사용되기에 편리하다. 나 역시 억지 주장이나, 단순히 즐거움 때문에 그런 짓을 하곤 했다. 일본의 민족성을 모욕하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죄책감 전혀 느낀 적이 없다. 우린 한 핏줄이니까. 가족한테는 잔인한게 정상 아닌가?

노무현의 어떤 메모 -- 그렇겠지. 그래야지.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5월 2일 청계천에서 벌어진 '미친 소 너나 쳐먹어라' 집회에 참석했다. '친박연대'나 '미친소 너나 쳐먹어라'  집회의 안드로메다적인 네이밍 센스와 세계 경제 규모 14위의 나라는 참... 매치가 잘 안 된달까...

올림픽공원
어린이날에는 수많은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이의 극성에 시달렸다. 그날 가족을 버리고 놀러간 아내는 gmarket에서 꼬리꼬리라 불리는 몹시 실용적인 개줄을 구입했다 -- 이제는 안심하고 끌려다닐 수 있다.

Visitors/Month
이 블로그는 9개월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9개월간 하루 평균 83명이 들어왔다. 통계를 보면 대부분 구글 검색을 통해(73%) 이 사이트에 들어왔다. 특이하게도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여기 들어온 것이 눈에 띈다.

블로그를 1.6.x로 업그레이드 할까 하다가 좀 더 기다려 Textcube 1.8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 RSS 피드를 feedburner로 바꿨다.  RSS 구독자가 무려 14명이나 되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Dirty, Sexy, Money
Dirty, Sexy, Money. 갑부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변호사 집안의 2대째 이야기.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볼게 없어서 꾸역꾸역 보고 있음. 낚싯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코드 기아스나 마크로스 프론티어도 마찬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