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nge'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9.26 수원 화성 관광 1
  2. 2008.12.16 In Search of Stupidity 5
  3. 2008.07.31 필요악

수원 화성 관광

잡기 2009. 9. 26. 00:55
이사온 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사무실까지 거리는 15km, 평속19~21kmh 가량, 약 45분 거리. 코스 중 2/3를 차지하는 1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1차선폭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량 때문에 좀 무섭다. 출근할 때 도서관에 들르면 30분 정도 더 걸린다. 서점에서는 절판된(?) 혼블로워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1-5권은 본 적이 없고, 그래서 6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첫번째 책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였다. 평행우주에는 여러 SF가 등장했다. 그중 All the myriad way는 여전히 읽어보지 못했다.

전 대원이 환각에 시달리는 Defying Gravity 4화에서 H2IK Sequence란 것이 나왔다. 로스트를 벤치마크했는지 바보같은 플래시백을 자나깨나 사용하고 심한 낚시질에 내용은 별 거 없고 아울러 재미도 없지만  H2IK 시퀀스는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H2IK=Hell If I Know

9월 23일 밤. 아내는 라면 세 박스를 포함한 다섯 박스의 짐과, 아이를 데리고 오후 11:30분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날아갔다. 오랫만에 하는 여행 탓에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와 달리 아이를 살갑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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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인 9월 24일 술탄 아흐멧의 아야 소피아 앞에서 찍은 사진. 생후 37.5개월 짜리의 첫 해외여행인데 적응을 잘한 듯. 고등어 케밥도 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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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가 터키인들에게 인기가 좋단다.  전형적인 터키 아줌마. 젊었을 땐 날씬하고 예쁘다가 나이가 들면... 음... 멋있어진다.  아내가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줬다. 이제는 기계치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내는 등, 세상 많이 좋아졌다. 아내는 들고 간 070 인터넷 전화기 셋업을 못해 헤멨다. 어떻게 셋업하는지 안다고 우기길래 내버려뒀더니만... 역시 제대로 된 기계치 답다.

한 달 후 귀국할 때 잊지 말고 알려줘야 할 팁: 비행기에서 자다 깬 경우, 수면 중 열이 오르기 때문에 신종플루 검사를 위해 설치한 입국장 적외선 감지기에 걸려 수속이 지체될 수 있으므로 괜히 빨리 빠져나온다고 서둘러 뛰지 말고(나나 아내나 평소에 번거로운 입국수속 지체를 피하기 위해 1등석 승객들보다 더 빨리 빠져나온다) 화장실에 들러 찬물로 얼굴을 씻어 열을 내릴 것.

Solar Roadways --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
Russia's New Holiday: Programmer's Day -- 선진국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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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로그를 보니 2009-9-6 하룻동안 1215명이 방문했다. 망할. 로봇 차단했더니 성과가 만족스럽다. 다시 사이트를 열어놔도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다. 요새는 지인들의 방문이 뜸하다. 언젠가 나도 선배들처럼 온라인의 어둠 속으로 슬며시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그전에 하루에 천명씩 방문하는 꼴이 밥맛이 떨어져서 사이트 문 닫을지도.

드릴 비트 대부분이 부러져 남은 것이라고는 출력이 약한 전지식 전동 드라이버에서는 별 무쓸모인 콘트리트 비트만 남았다. 토크도 토크거니와 멀쩡한 비트가 없어 해머 드릴 기능이 있는 전동 드릴을 새로 구입했다.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드릴 비트의 품질이 영 꽝이다. 그들 중 금속용 비트를 부러뜨려 먹었고 쓸모없는 콘크리트 비트의 숫자를 셋 더 늘렸다. 어쩔 수 없어 다시 드릴 비트만 주문했다. 홈 DIY 별로 안 좋아한다. -_-

9월 2일. 김씨 아저씨가 표를 줘서 디스트릭트9 시사회를 봤다. 그냥 웃겼다. 영화는 무척 웃겼는데 지나고 나니 세부를 대부분 잊어버렸다.

샌드맨을 읽었다/봤다. 닐 게이먼의 글은 좋은데 그림이 질린다. 참 정이 안가게, 재미없게 그려주신다. 일본 코믹스에 익숙해진 탓일까? 그런데 샌드맨의 그림은 잘 그린 것도 아니잖아? 유명 만화가란 것들이 왜 이렇게 개성 없는 그림질인걸까? 똥멋만 들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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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홍천강에 갔지만 피라미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대신 싱싱한 동해산 조개와 꽁치를 배불리 먹었다. 오랫만에 닭갈비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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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딸애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다. 타니까 꽤 기분좋은 스카이 리프트가 있었다.  원숭이 우리에서는 원숭이 어미가 제 자식을 학대했다. 딸애와 함께 그 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간단히 대꾸하면 그만인 것을, 무슨 상관이냐고 할아버지에 대드는 녀석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싸가지가 없는, 말하자면 나처럼 사회성이 결여된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문득 턱주가리를 한 대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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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비어서 오랫만에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찌꺼기로 재료 구성. 바지락, 오징어, 마늘, 파프리카,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  그러고보니 최근 1-2년은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먹는 스파게티에 관심이나 흥미를 잃었다. 사진이 맛 없어 보이려나? 실제로 맛 없다.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는 재료가 검소하다. 파스타와 원재료의 흔적같은 향만 남은 단순한 맛.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졸기 일쑤였다. 졸다가 깨보면 새벽 2시나 3시 무렵. 아침 8~9시에 일어나는 의외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Philanhropist. 이번엔 인도 카시미르. 과부들의 땅. 어떤 이는 필란쓰로피스트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마치 월드비전이 성금 모아서 외국에서 통전선교를 하는게 메스꺼운 것처럼. 담요 한 장 덮지 못해 얼어죽는 아이들을 위해...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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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In the Wild. 에베레스트를 두 번이나 올라갔던 사내가 외로움에 사무쳐 서럽게 운다. 90일간 인간이 닿지 않은 숲 속에서 홀로 지내며 그 기록을 비디오로 남길 계획이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50일만에 포기한 듯.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포기한 것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식량 때문이지 싶다. 2화까지 봤다. 촬영 각도 때문에 혼자서 어떻게 찍었을까 의심을 사기도 하는 모양.

Fringe 2기 시작. A New Day in the Old Town. 이제 본격적인 드라마 시즌. 하지만 볼만한 드라마 대부분이 더이상 방영을 하지 않아 아쉽다.

진 마징가 Z. 비너스A의 출격. 이런 장면을 비롯한 전투씬 등에서 보이는 뛰어난 연출 때문에 아직도 보고 있다. 음악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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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화가 마음에 든다. 옛날 일본 화법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나가에 고의 화법을 모사 발전시켰다.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제목은 '로켓 펀치 백연발'

샹그리라. 여고생 지랄물이라 생각한 건 내 잘못. 무겁고 살벌한 세상살이. 많이도 죽인다. 24화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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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에린은 또 자랐다.

flikr에 사진을 올리면 텍스트큐브에서 쉽게 사진을 임베딩할 수 있다. 하지만 flickr는 바보스런 수동 지도 매핑 방식을 고집했다. 그래서 여전히 사진을 파노라미오에 올렸고 트랙로그는 wikiloc.com에 올렸다. gpson.com 사이트를 만든 상오기님이 사진과 트랙로그를 결합한 것을 만들었다.

트랙로그를 mapsource로 읽어와 gdb로 저장한 다음 gpsbabel로 gdb를 gpx로 변환하고, photoworks로 사진을 일률적으로 조정한 다음 geosetter로 geocoding을 하고 panoramio에는 사진을 올리고, wikiloc에는 트랙로그를 올리는 대단히 복잡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무슨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인스러운 고집도 아니다. mapsource, geostter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해두고, panoramio나 wikiloc은 그것을 대체할 서비스가 없어 보여서다. mapsource와 gpsbabel은 gps track maker를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KOTM v3 지도에서 경로를 대조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panoramio는 jpg의 description(comment)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flickr보다는 낫다.
gpsbabel은 utf-8 엔코딩의 변환에 문제가 있다.
geosetter는 잘 생긴 프로그램이다.
picasa의 웹 앨범은 무료의 경우, 고작 1GB만 지원한다.

저번에 화성행궁을 보고 의외로 대단해서 화성을 제대로 관광하자고 마음 먹었다. 9월 6일. 때마침 아내와 아이가 어디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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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관광에 앞서 학습. 류철현 소장이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화성 지도를 찾아 보았다. 왼쪽 궁궐이 화성행궁, 행궁의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북쪽 상단에 장안문(북문), 남쪽 하단에 팔달문(남문)이 있다.  성곽의 윤곽이 복원되어 남아있는 곳은 팔달산부터 북쪽을 지나 동쪽아래 까지. 옛 지도에 남아있던 수원천은 현재 시 중심에서 일부분을 덮어버렸다.

화성이 유명 관광지이긴 하지만 수원을 방문한 관광객이 수원에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그동안 쓰는 비용은 일인당 1300원 정도다. 수원시의 돈 먹는 하마라는 화성운영재단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돈벌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시의원들이 까대는 핑계인 돈벌이는 그렇다치고, 화성운영재단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도시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다소 지장이 있다. 그건 그렇고 화성운영재단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수원화성사랑채(화성행궁 옆)를 운영하는데, 사랑채의 도미토리 투숙은 1인당 1만원 꼴.

* * *

체제공은 화성 축성에 관한 행정을 총괄했고 정약용은 성설(화성의 설계도)을 지었다. 1792년 정조는 정약용에게 기초 조사 및 설계를 지시하고 1794년 1월 화성 축성을 시작하여 1796년 9월 완성했다. 정조는 규장각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청나라의 고금도서집성중 5천여권을 수입해 외국문물을 연구하도록 했다.

화성의 동쪽과 서쪽은 산을 자연적으로 이용하고 남쪽과 북쪽은 평지에 거중기를 사용해 축성했다. 그리고 도시기반 시설을 마련했는데, 만석거를 건설하고 축만제(서호)를 건설함으로써 과학영농의 중심이 되게 했다. 수원에는 지금도 농업시험소가 있다.

화성의 건축 목적은 행궁을 호위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성의 둘레는 약 5.74km, 성벽의 평균 높이는 5m 정도. 화성의 사대문은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으로 모두 옹성이 있다. 그 사이에 암문을 설치했다. 서장대는 군사 지휘소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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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원 관광 시작. 서호의 한적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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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건너편 수원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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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을 지나 병점역쪽으로 가다가 수원천 자전거 도로로 빠졌다. 이게 자전거 도로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스웠다. 개천을 덮어서 중간에 산책로가 끊겼다.

http://www.youtube.com/watch?v=fARsA3i7q8E
수원천을 따라 자전거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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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창룡문으로 들어섰다. 수원 화성에는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없다.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서. 문화재 보호 구역에 개를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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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외곽을 따라난 소로로 들어서기 전 연무대 앞.

http://www.youtube.com/watch?v=zYmwAWNGeio
성곽을 따라난 길을 달리면서 찍은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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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의 동쪽 끝에 있는 동남각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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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바라본 서장대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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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수원천변으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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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랜드마크 수준의 수원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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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봉돈. 성곽에 있는 유일한 봉돈으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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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마침 열린 수원시장배 전국 궁도 대회. 표적이 먼데다 날아가는 살이 안보였다. 눈이 나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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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눈에 띄게 화려하고 우아하다. 여기서 수원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매향교를 못미쳐 왼쪽에 있는 수원 화성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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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이 복구되기 이전, 고운 옷을 차려입은 아줌마가 폐허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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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정조의 지시로 동서양의 성곽을 벤치마크하여 축성에 필요한 기구를 만들었다. 이것은 인력으로 움직이는 크레인. 어딘가 좀 어설픈 디자인인데, 어쩐지 원본을 제대로 재현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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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 공사 중 돌을 쌓기에 앞서 땅을 다지는 중. 그래야 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으니까. 요샛말로 기초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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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화성 건축에 동원된 노역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 일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성과급제를 시행했다.  어진 임금답게 경우에 따라서는 백성에게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사 중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요새 공사용어로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하던가? 화성의 총 공사 기간은, 계획이 10년이었으나 과학기기의 사용과 성과급제를 통한 동기부여의 덕택에 34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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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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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모내는 자리 뒷전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스님과 농사일에 도움이 안되는 관아의 파견직원을 현실감있게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설마 모내기에서 속도가 안 나는 저 양반이 정조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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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완성한 후 축하연을 벌이고 있다. 아.. 회갑연이던가? 헷갈리는데... 정조는 화성 축조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을 때 축하연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옛날 중국의 삥마용을 구경하러 시안에 간 적이 있는데, 삥마용의 표정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을 듣고 콧방귀를 뀐 적이 있다. 석고로 본을 뜨지 않는 이상 똑같은 얼굴을 만들기 어려울 뿐더러 수백 명의 장인이 동원된 수공예에서 어떻게 똑같은 얼굴이 나올 수 있겠나 해서.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된 수백 개의 인형을 만든 솜씨나 정성이 상당했다. 물론 인형들의 얼굴 표정은 '천인천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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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 앞에서 벌어진 춤 공연. '수원이 자랑하는 엄친딸... 전액 장학금... 블라블라...' 화성 행궁은 전시 비상 집무와 함께 휴양과 관광을 목적으로 지었다. 화성 행궁 앞은 커다란 광장이며, 입구에는 600년 수령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행궁 앞에서 자주 공연을 벌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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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행궁 앞에서 다시 수원천을 따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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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시장 부근에서 수원천을 덮어놓아 자전거길이 일단 끝났다. 차도로 올라와 수원천 주변에 형성된 지동 시장을 비롯하여 꽤 큰 시장을 한가하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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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해서 내려왔던 수원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쪽인 화홍문으로 향했다. 여전히 자전거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보행자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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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에서 바라본 화홍문(북수문). 7칸의 홍예(수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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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바라본 수원천 상류쪽.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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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수원천 상류 끝까지 따라 올라갔다. 광교공원이 나타났다. 광교산 산행로의 시작점이다. 조만간 산 타러 다시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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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저수지가 수원천의 시발점. 녹조 방지를 위해 스프링쿨러를 계속 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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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안문에 들렀다. 화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성문이었다. 군사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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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성곽의 일부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세월이 흐른 후에 '복원'된 것 같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화성성역의궤(화성 성역공사 보고서) 덕택에 화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 콘크리트를 꽤 많이 사용해 좀 안타깝게 복원했다.

이것으로 두 차례에 걸친 수원 화성 관광을 끝냈다. 날이 더워 성곽 동쪽 끝에서 팔달산 꼭대기까지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은 못 했지만 화성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잘 만들었고 예쁘다.

한가하게 약 네 시간 동안 관광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길이 별로 안 좋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7500원짜리 부어치킨과 캔맥주 두 개를 먹었다. 닭맛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소문으로만 알던 부어치킨의 가격대 성능비가 대단하다. 7500원 짜리가 무수한 12000원 짜리 통닭보다 낫다. 이제는 닭 먹고 싶으면 무조건 부어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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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rch of Stupidity

잡기 2008. 12. 16. 16:45
신들림도 한 사회 문화의 일부라서인지, 가톨릭 귀신을 잡으려면 엑소시스트를, 토종 귀신에 씌이면 무당을 불러야 하고, 기독교에도 귀신 쫓는 역할을 하는 작자가 있단다. 조씨 친척이 얼마 전에 귀신에 씌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는데? 퇴마의식을 할 수 있는 사제를 짧은 시간에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기독교나 토종 귀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지만!?... 이건 뭐...

2009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불황형 소비' -- BIG CASH COW에 뜯어다 맞춘 말들, 불황 속에서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는 소비형태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업체 입장에서는 훌륭한 캐시 카우가 된다는 뜻인 것 같다. PDA로 읽다가 뿜을 정도로 웃었다.

이씨가 최근 본 달이 엄청 커보인다고 말해서 이것저것 기억에 의존해 뒤져 보았다. 달의 위치(크기 변화)는 달과 지구, 태양의 공전, 자전, 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계측장비 없이 맨 눈으로 보는 달의 크기가 실감날 정도로 차이가 나려면... 눈썰미가 좋던가, 달에 관심이 많아야지... 최근이라고 했다. 최근 보름달이 뜬 날은 12월 12일로, 근점에 도달했을 때 지구 중심과 달 사이의 거리는 356567km로 원점인 406600km와 비교해 약 1.14배 차이난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보통 384401km 정도니까 근점과 비교했을 때 약 1.07배. 7% 크기 변화에다가 광량은 1.07^2 = 1.1449 = 14% 정도 증가하니 눈으로 구분이 잘 안 간다(우리 눈은 광량 변화를 지수적으로 파악한다).

이씨는 아마 우연히 남산을 통과하며 근점에 도달한 보름달을 본 것 같다. 가장 현저한 차이가 날 때, 그러니까 근점, 원점에 다다른 달과 비교해 광량은 1.14^2 = 1.2996 = 30% 가량 증가하고 달의 크기는 14% 이상 커 보이니까. 사실 그날 그 커다란 보름달이 북한산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야간 산행하고 싶어했다. -- 38분만 올라가면 족두리봉에 다다를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직장인 중에 퇴근길에 보는 달 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수수께끼를 풀었다' -- '의식의 소실은 뇌파의 시간적·공간적 자기조직화가 깨지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뇌파 실조 순간, 무의식과 의식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 술 먹다가 필름이 끊기는 순간 찰싹 뺨을 때려주는 로봇 개발도 멀지 않았군. ?일본 연구팀, 꿈·생각 그려내는 데 성공? -- 어디서 많이 본 기사 같아 부패한 생선처럼 기분나쁜... 이를테면 한 20년 이상 저런 얘길 계속 들어왔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시피 지지부진하달까. 1차 시각 피질에 재구성된 신경 집합의 신호와 망막에 맺힌 상과 1대1로 연결했다는 의미인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v2,v3,v4는 어떻게 하려고?

[겨울의 과학 이야기] 2. 수식은 과학이 아니다.(http://insaint.egloos.com/2168018) -- 수식이 과학이 아니라는 설명은 맞겠지만, 과학을 가장 잘 기술하는 것은 수학. F=ma가 책상=의자*맥주가 될 수도 있다. 과학이나 수학을 비롯한 대다수의 이학 연구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패턴이고 방법론적 접근은 패턴의 탐구에 가까우며 그것을 정식화한 것은 다시 패턴이 된다.

어쩌다 말이 나와 몇 주 전에 술주정했다. 그렇게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 패턴에 능하다. 패턴에 능하다는 것은 광범위한 상징 조작과 의미 개연에 능하다는 것이기도 한데, 정량화나 방법론에서 과학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다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IQ가 높은 사람들이 패턴을 다룰 수 있는 포텐셜이 크다. 그리고 적절한 훈련과 자극을 받으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패턴 패브리케이션: 아라크네처럼 찌질한 인격신의 질투심을 자아낼 정도로 씨줄날줄 엮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패턴을 다루는 비범한 재능이 특별히 언어로 꽃피면 소설가나 뛰어난 시인이 된다. 예술가 중에, (병아리 죽여 관중석에 던지는 앨리스 쿠퍼나, 무대에서 박쥐를 우걱우걱 뜯어먹던 오지 오스번같은 '행위 예술가들' 빼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 심미안은 ?미세한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는 재능이다. 알고리즘은 대개 패턴의 전개다. 오죽하면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는 디자인 패턴이란 것이 몇년 전까지 유행했다.

이상, 과학과는 무관한 뉴에이지적 유연 관계 설정은 단지 내 주장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지 않았다. 고은이 지은 짧고 무의미한 싯귀 정도는 외웠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이따위 글이 그 바닥에 횡행하기 때문: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자 마을 불빛들은 모두 앞다퉈 몰려나와 물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읽기만 해도 저것처럼 그냥 밥맛이 떨어지는 싯귀도 있고, 아무 생각없고 뜬금없기는 고은과 마찬가지라서 읽고 잊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대체로 싯귀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되었다.
?
패턴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실천 동력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좋은 심미안을 가졌다고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 뿐더러,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거의 99%의 경우, 사람은 사람을 만나 바다와 하늘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

맛없는 횟집, 맛없는 삼합, 비싸기만 한 씨푸드 레스토랑 따위를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VJ특공대 류의 맛집 소개하는 코너에서 자주 언급하는 '착한 고기'라는 곳에 갔다. 600g에 34000원 하는 특상등심을 배불리 먹었다. 2차는 입가심으로 가짜 흑생맥주를 마셨다. 어제는 용산의 홍돈에 들렀다가 기륭주점에서 입가심 했다. 애니 붉은 돼지에서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최근 몇 년 술을 잘 안 마셨더니 술 주정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요즘은 김이 많이 샌다.

그러고 보니 '전복라면'이란 것도 먹어봤다. '굴국밥'이 아닌 '굴밥'이란 것도 먹어봤다. 마누라는 굴밥 먹고 행복해 했다.

경기 침체 이후 지하철 승객이 늘었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갈아탈 때는 급류에 휘말려 강바닥을 닥닥 굴러가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다. GM 대우 자동차 판매 연신내영업소의 문대리는 '만남은 맛남이다'란 영업맨 특유의 어설픈 말장난이 새겨진 명함을 건네주었다. 길거리 자동차 영업이라니... 길거리에서 구걸하듯 차 영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고로 병실에 누워서조차 자동차를 8대나 판 사람도 있다. 자동차를 8대나 팔아 심지어는 교수가 된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최진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네 가지 힘이 있어요. 매력, 정력, 박력, 노력이죠." 보시다시피 8대를 팔거나, 못 팔거나 영업사원들 말투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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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 처음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국어가 두서없고 난해한 것이 내가 다시 난독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언 뱅크스의 글 중 player of the game이나 플레바스가 번역되리라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듣고 뱅크스 글을 안 읽고 놔뒀다. 플레바스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끝까지 삽질하다가 개죽음 당한다. 뱅크스의 워낙 뛰어난 글솜씨(유별나게도 그로데스크하고 변칙적이란 점에서) 덕택에 발베다를 죽이지 않고 이디란 편을 든 호르자가 심지어 이해되기도 했다. 에픽이 갖추어야 할 모범적인 수칙을 잘 지켰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근데 잘 알려져 있나?) 작가가 몹시 냉정해야 한다. 호르자의 뻘짓이나 서로서로 적과 닮아가던 발베다의 헛된 죽음으로 이언 뱅크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이 우주는 벌레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꾸역구역 살아간다'. 후기에도 그렇게 써 놨다. 개개인은 너무 하찮아서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간다. 내 관점도 그렇다 -- 알라께서는 이 세계를 소수의 유능한 미친놈들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알라께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이 세계는 무식하고 포악하며 탐욕스러운 일반인들이 경영한다.

75년 동안의 전쟁에서 이디란측은 8500억이 죽었다. 나는 컬쳐가 그저 재수없다는 이유로 주인공 호르자처럼 컬쳐의 적이 될 타잎이다. 읽는데 일주일 걸렸다. 감정이입이 잘되어 인물들의 처절한 삽질 때문에 아무런 흡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젠장. 젠장맞을. 망할. 빌어먹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몹시 엿같은 상황 때문에 인물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다녔다.

워낙 인기가 좋아 도서관에 가면 1년 내내 대출중이던 '인간 없는 세상'을 드디어 읽었다. 내가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나?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책. 몰입은 글렀다. 사실 책도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저널리스트가 노인네가 젊은 시절 얘기해 주듯이 건조하고 친절하게 주절거린 것 정도였고, 상상력이 시시한 수준이라 이미 알고 있는, 알만한 얘기에서 그다지 진전이 없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타오를 플랜테이션, 폭발할 핵 발전소, 다시 막힐 파나마 운하, 환류에 갇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우주로 날아가는 히틀러 방송, 땅밑 땅속에 얕게 묻힌 잔류 중금속과 GMO의 궤멸, 지구 온난화, 뭐 새로운 게 없잖아?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길 내심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조잡하고 보잘 것 없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자기 입으로 뭘 주장한 것도 아닌, 누구 그랬더라 수준의 글로 쓸데없이? 중언부언 주절주절 맥 빠지게 늘어놓는,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저술.

초난감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Stupidity; 베스트셀러였던 In Search of Excellence를 패러디함). 조엘이 추천한(왜 했지?) 최근 보기 드문 싸이코 스릴러물. 지난 40년간 첨단 IT기업들이 벌인 온갖 이상하고 바보같은 실수와 오만함에 대한 바다같은 사르카즘. 아쉽지만 이런 글 번역하려면(악의, ?냉소를 맛있게 풀어내려면) 역자에게도 내공이 좀 있어야 하는데, Joel on Software 같은 책 번역하는 딱 그 정도 수준. 옛날에 OS/2 warp를 좋아했다. IBM이 그런 뻘짓을 한 덕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볼랜드 터보 파스칼이나 터보 씨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근무하기도 했으며,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 온갖 저주와 독설을 늘어놓은 회사인 애시톤 테이트는 당시나 지금이나 망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애시턴 테이트를 내심 신이 저지른 두번째 실수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달까?

이 책을 통해 마케팅 팀에 살해 욕구를 느끼는 것은 적절하고 건강한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순으로 나열하자면: 신뢰의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의 결핍, 책임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 크기 순일 뿐만 아니라 인과 관계가 될 것도 같다. 신뢰의 결핍이 원인이 되어 충돌을 피하게 되니까.

이런 책 부류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은 회사 생활이 이성과 노력, 단합, 공동의 목표, 그리고 능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게 많은 부분 공감한다. 적어도 현상 파악과 원인 제시에 설령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안구에 습기가 차서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재삼 숙고하게 해준다.

팀이란 것이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책에서처럼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단점과 결점을 깨닫고 개과천선해서(?)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한다고 좋은 팀원을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팀원을 뽑을 때 회사 사정과 단가, 궁합이 맞기란... 그야말로 2008년 12월 2일처럼 금성과 목성과 초승달이? 하늘에서 우연히 웃는 얼굴로 배치되는 것처럼 어렵다.? 남들 다 봤다는 웃는 얼굴 대신 나는 며칠 전 하늘에서 우는 얼굴을 보았다. 딱 이 모양이었다 -> :(

이런 낯익은 말: 기업에서 사람은 비용이고, 스테이플러는 자산이다. 노동자가 착취의 대상이란 증오심에 가득찬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자가 악의를 품고 퍼트린 말일까? 대다수의 착취당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이런 (처절하게 가슴을 후비는?) 냉정한 실용주의를, 절대로 버려서는 안될 휴머니즘의 뜨거운 가슴으로 돌파해서 말살해야 할 공공의 적쯤으로 여길 때가 있다 -- 배운게 없고 알아주지 않아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거둘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저질 사회 개선에 공감할 따름.

팀 운영은 그래서 대단히 큰 비용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으르고 감상적이고 이해타산이나 따지는 밥맛 떨어지는 인간은 어디 베짱이들처럼 해변에서 일년 내내 놀게 하고(마치 컬쳐의 시민들처럼) 나는 마인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우주선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언제가 될지 기약없는 순례 여행을 하며 도 닦자. 나는 사람을 통해 바다와 우주를 보는 타잎은 아니다.

그런데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이 읽기 좋은데 왜 '5가지'로 표기했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책들에서는 연도를 1984년 대신 일천구백팔십사년으로 표기한다. 사과 삼십개는 사과 30개가 읽기 편한데, 그건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다.

간혹 주목할만한 SF&F 작가인 김보영의 '땅밑에서'를 읽다가, '극지방이 중력이 낮은 이유는 세상이 극점을 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가벼운 기체라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밀도가 낮아졌다' 같은 문장을 보다가 해괴해서 읽기를 중단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무감에 마저 '땅밑에서'를 읽고 섣부른 예단에 반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설마 환타지스런 니븐을 기대했던건 아니겠지?

HBO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 파일럿을 만든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트루 블러드 1기를 마무리했다. 거위떼 몰고 하늘로 날아가던 소녀로 밖에 기억에 없는 안나 파퀸이 얻어 터지면서 시작해서, 두들겨 맞는 것으로 끝난다. 피아노 때나 xmen 때나 어떻게 보면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안 생기는 기구한 팔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흡사 원작이 국산 순정만화 스토리 처럼 허름해 보였다. 남부 사투리만큼은 징하게 들었다.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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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th Hour
Eleventh Hour. 영국판 원작을 미국에서 개작한 듯.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천재적인 주인공(말하고 나니 거진 보살이잖아?) 미궁에 빠진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Fringe
Fringe. 안해 본 것이 없는 레오날도 다빈치 같은 과학자와 그 과학자가 온갖 야매스러운 실험 끝에 살린 사기꾼 아들, 죽은 자기 애인과 의식이 합쳐진 FBI가 합심해서 '패턴'을 쫓기도 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독특한 기크 마인드로 해결한다. 하도 야매스러워 미국인의 48%가 창조론을 옳다고 주장하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가 수긍이 간다. 물질은 왜 단단한가? 실제로 원자 주위에 확률 분포하는 전자운을 빼면 대부분의 물질은 속이 텅텅 비었다. 그래서 물질의 속이 비었으므로 거기에 적당한 주파수 스펙트럼의 파동 에너지를 가하면 사람이 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며, 스크린샷 좌측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은행을 털다가 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Leverage
Leverage: 전직 보험사기조사관(보험수사관?)이 도둑, 사기꾼, 해커, 용병과 힘을 합쳐 갑부 악당들의 등을 쳐서 선량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훈훈한 미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

Survivor 2008
Survivor 2008: 평균적인 영국 SF 드라마 답게 재미가 없다. 바이러스로 전세계 인류의 90% 이상이 사라지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게 될 것인가, 를 그려보고 싶은 것 같았다. 시즌 프리미에르부터 신통치 않아서 계속 볼 생각은 그닥 없다.

IT Crowd
IT Crowd: 웃겨서 시즌3이 언제 나오나 싶더만 최근에 3화까지 나왔다. Big Bang Theory가 샐던 캐릭터와 나머지 떨거지들의 우울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어 Dr. House처럼 차츰 식상해져 가지만, IT Crowd에는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 캐릭터만 나와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다.

Mentalist
Mentalist(A master manipulator of thoughts and behavior): 대박날 것 같은 드라마. 호기심이 생겨서 웹질해 보니 역시나 대박 드라마였다. 3화까지 보면서 밑바닥이 뻔히 보이는 소재꺼리로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가 의아한데, 캐릭터가 워낙 좋아 3기까지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것 같은 이 매력적인 배우 덕에 (그리 잘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드라마가 유지될 것 같다. 이런 캐시 카우 한테는 뒷머리에 후광을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근거없는 소리라고 미리 밝혀 두고 얘기; 삼성에서는 5%가 가능하면 30%도 가능하다는 신개념 경영기법을 가르친다. 거래처 통해 납품건을 받을 때 네고 폭이 5%가 가능하다면 30%도 가능하다는 마인드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부분 대기업들은 투 벤더 체계를 통해 독점적 공급의 폐해를 사전에 막고 중소 벤더 끼리 치열하게 경쟁시켜(경쟁을 유도해) 중소업체를 통제한다. 기업활동에는 매우 유용한 전략일지 모르나, 삼성이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얘기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예를 들면 오늘, 내일 하는 키몬다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6억5천 정도 되는데, 삼성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1억 6천 정도한다. 전자는 '적정 가격'이고 후자는 삼성이 중소업체를 궁지에 빠진 토끼를 몰 듯 이리저리 몰면서 후려친 가격이다.

삼성이 국산화 지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외국 업체 기계 들여오면 메인티넌스 비용과 엔지니어링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지만 국내업체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심하고 최후의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발라 먹을 수 있다. 삼성 납품해서 메인트 비용 따로 잘 받고 있는 장비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업체가 썩 괜찮은 기계를 '발명'하면 JDP, JEP 따위 계약을 통해 공동소유권으로 만들던가, 특허를 가로채던가, 장비 사 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스펙만 빼내 다른 경쟁 업체에 넘기고 더 싸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한다. 하여튼 삼성 하는 짓꺼리 보면 기업경영을 너무들 잘 하신다. 삼성과 키몬다, 엘피다, 르네사스 등등 반도체 회사는 지난 2년여간 피튀기는 DRAM 가격 인하 경쟁을 펼쳤고, 삼성은 국내 중소업체들과 그렇게 잘 협력해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요점은 삼성의 비열한 행동이나 거기에 느끼는 분개가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지 않는다(아마 내가 뼛속은 실은 악당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성장해 온 방식은 위험해서 장래가 없어야 하는데, 요즘의 삼성은 정말로 장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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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

잡기 2008. 7. 31. 00:57
휴대폰 수리하러 A/S 센터에 찾아갔을 때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안내양 앞에서 당황했다.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폰, 집과 사무실 컴퓨터의 아웃룩에 중복 저장되어 있어 안심이다. 만일에 대비해 인터넷에도 저장해 둬야겠다.

“주머니가 팍팍하다” 美 경기침체로 베니건스 파산신청 --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여자 친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찾아가서 비싼 돈 들여 먹고는 얄팍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왜 안 망하는 것일까? 그런 맛 없는 식당은 망하는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혹시 그런 식당은 사회악이 아닐까? 아니면, 필요악일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부러 나가 주경복을 찍었으나 공정택이 되었다. 실은 그나마 공약같은 걸 내놓은 5번을 찍으려고 했다. 뭐 애 키우는데 비용 드는건 여전히 안 좋게 생각한다. 애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량한 위선자들과 견해가 일부 다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강남구의 부모들이 '솔직해서' 낫다. 솔직한 사람들을 북어처럼 두들겨 패서 그 신념을 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고, 교육 역시 정치 문제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6번을 찍었다. 논리가 매우 기괴하군 -_-

오이도
사진 찍으면 24개월 밖에 안 된 애가 다 자란 것처럼 보인다. 신묘하다. 아빠는 늘 도깨비처럼 나오고. 문맥을 통해 문형을 뉴런에 고착시키는 단계. 대사가 많지 않은 집안 분위기상 교육은 글렀다. 여자애들은 아주 일찍부터 고속 사회화되므로 언어능력은 그리 걱정할 것 없지만.  언어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지 싶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공평하게도, 나 역시 사람들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글일 때는 좀 형편이 낫지만.

오이도
지지난주엔 오이도에서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아내,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 본 적이 거의 없다. 바쁘기도 하지만 감당 안되는 애 때문에 어디 나가기가 겁난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홍천 서면에 놀러 갔다. 전날 비로 그나마 맑아진 홍천강에서 죽은 물고기처럼 둥둥 떠내려가면서 새파란 하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을 보았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하도 할 일이 없어 석회 동굴을 둘러보고 돌아와 튜브를 대여해 강을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 후, 몇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강가에서 튜브를 빌려 떠내려가는 투어가 여러 지역에서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tubing이라 부른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 진 다음 술기운으로 알딸딸해 진 상태로 다시 강에 들어가 둥둥 떠내려가며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물살 따라 잔자갈이 강바닥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피라미들 지느러미가 물결에 스치는 소리마저 들린다. 술이 확 깼다. 도깨비꿈 꾸면서 덧없이 떠내려 가다가 보통은 죽는다.

어디 가서 소주를 네 병쯤 마시고 생뚱해진 심씨는 날더러 리스크 없는 평범한 삶을 집어치우기 위해 머리 염색하고 바람을 피우란다. 돌이켜보니 심씨는 인생을 뜻한 대로 살았다.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은 한, 뜻대로 살면 비용이 드는데, 심씨는 그리 큰 댓가를 치루지 않았다. 나는 갖은 악다구니(필요악과 불가피한 희생) 끝에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얻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천둥 번개와 비바람 속에서 흠뻑 젖은 채 좋아라 낄낄거리는, 여전히 그 본성이 반쯤은 미친 옛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내가 참 생각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 싶다. 나 역시 비바람을 좋아한다.

구질구질한 사이버펑크물에 대한 원시적인 혐오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였던(보면 볼수록 공각기동대와 비교 된다고 여겼던) RD잠뇌조사실을 공각기동대 팀이 만들었다길래 아연실색했다.

그래, 원하던게 RD 잠뇌 조사실의 그 방향이다. 디지타이즈된 미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게 정상이니까. 또는, 메탈 속에서 의체가 떠돌아다닌다고 기계혐오주의자들의 어둡고 음산한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들은 인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고교생 자원 봉사자와 반신불수의 메탈 다이버, 그리고 무술로 사이보그를 이겨 보겠다고 안달하는 젊은 친구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기분 나쁜 콧소리 내는 여고생 성우와 늘어지는 휴머니타리안 사이버펑크란 점을  빼고 아직까지 딱히 택 잡을 것 없이 그냥 즐겼다.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현란한 공중전을 소재로 한 'The Sky Crawlers'가 8월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양반이 평소 밥벌이하던 사이버펑크를 때려치운 건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Jack Campbell의 Valiant를 읽었다. 초장부터 박력넘치는 우주전이 벌어진다. 캠벨의 전작과 달리 '내면의 고뇌'가 현저하게 줄었다. 무려 200여 페이지에 걸쳐 줄기차게 우주전만 나온다. 아쉽게도 앨리언스와 신디케이츠 사이의 백년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외계인의 활약은 다음 권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듯. 다음 권도 아니고 그 다음 권까지 밀릴 것 같다.

발리언트 다음 권에서는 하이퍼게이트를 제외한(응용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함대전의 타임랙 서술을 줄여 발리언트 전작의 지루함을 많이 제거했지만, 그래도 함대전 자체가 슬슬 지루해져 가고 적용가능한 전략/전술도 대충 다 나왔지 싶다. 그래서인지 발리언트의 마지막 전투는 기만과 트릭이 제거되어 나름 희생을 치른다. 캠벨이 용두사미 격으로 다음 권에서 캡틴 기어리 시리즈를 황급히 마감하지만 않았음 좋겠다. 여유가 생긴 건지, 자기 뜻대로 꾸준히 글 쓰는 캠벨이 기어리 함장의 입을 빌어 이런 농담도 한다; i will hit that station of yours so hard that the quarks making up its component atomic particles will never find their way back together.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지... 암.

발리언트 때문에 마일즈 보르코시건 2권 '보르 게임'의 우주전은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인다. 이 개그물은 랜스를 끌어넣기 위해 근접 함대전을 무리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이란 것도 고작 단 한 페이지 분량, 나머지는 마일즈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운이 좋고 주둥이를 잘 놀리며 신밧드처럼 갖은 모험을 하는지 잡다한 설명을 늘어 놓기 바쁘다.

발리언트의 잭 기어리같은 한심한 캐릭터라이제이션과 비교해 그래도 혈관에 폐윤활유 비슷한 것이 흐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보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내 건조하고 무감동한 취향에 비추어볼 때 크게 흥미가 안 생긴다. 무엇 보다도 Alastair Reynolds를 비롯한 몇몇 현대작가들 덕분에 현대(?) 우주전에 관한 상상의 지평이 확 트이면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서브장르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우주전이 스타워즈류의 날파리들 싸움과 전혀 다른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고, 반드시 감안해야 할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고찰과 사고 실험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달리 말해, 몇몇 고어틱한 맛집에 길들여지다 보니 입맛이 아예 바뀐 것 같다.

다이디타운.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또는 이 세상에 널린 그런 류의 온갖 잡동사니들)로 끝날 뻔한 하드보일드물이 무수한 SF 가젯으로 리뉴얼 색동 단장. 분위기 어둡고 오직 '인간이 희망'이라는 듯한 플롯에 마지막에는 대규모 몹씬 마저 등장하는 것이 한 시간 반 짜리 시간 때우기 적합한 영화로 만들만 하다. 또는 시나리오를 찾는 영화업자들에게 바칠 미끼였던가? 첫장부터 글빨이 불안해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나머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잘 아는 세계 같다. 김씨 말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단다. 찾아본다는게 깜빡했군.

계집애들처럼 나 역시 연애와 로맨스를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퀸은 밥맛이지만
) 하드보일드를 좋아했다. 그것들은 소년 시절의 불가능한 연애를 나이든 늙은 놈에게 인간미로 치장해 연장하는 찌질스러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심취한 '우리'는 그래서 마초처럼 여자를 개무시하고, 떠난 아내의 대용품으로 또다른 아내를 만들지 않았으며, 수줍움을 감추기 위해 팜므파탈을 즐겨 찾는다. 사실 악녀처럼 부담이 적은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 반대편에는 악녀에게 성적 희열을 느끼는 변태의 드넓은 바다가 위험스럽게 넘실대긴 하지만. 하드보일드가 조금 더 진전되면 여성은 상징이 되고, 때로 페티시즘의 불명확한 표의가 되고, 양식화된 시니시즘이 된다(스타일과 취향이 된다). 생물로서의 여자는 진작에 사라진다. 사실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물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여자같은 거 필요 없어진다. 극중 이해를 돕기 위한 양념이지, 사건의 주요 배역 내지는 참고인이 되기에는 모자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홀론.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훌륭. '척을 바라보는 파이 장수의 심정은 오직 백마 탄 왕자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Pushing Daisies
'지금 척의 심정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교 있는 시니컬함이 곁들여진... 대사의 쫀득함과 주섬주섬 갖다 붙이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 imdb를 검색해 보니 Dead like me 팀이다. 죽음에 대한 농담따먹기가 데드 라이크 미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는 그래서 죽은 소녀가 자신을 연모하던 옆집 소년을 만나 결코 시들지 않는 조화(또는 산송장)처럼 살아가는 희극이다. 그런데 죽음과 여성 따위가 대상화 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일까?

Survival: Fans vs Favorites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전작에 등장한 유명한 악당들, 또는 팬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을 끌어모아 서바이버 팬들과 한 판 붙는 리얼리티쇼. 서바이벌 1기에선 처음 쥐를 먹는 얘기가 나왔다. 오지를 접한 미국인들의 호들갑이 눈꼴 시려웠다면, 서바이버 시즌이 거듭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강해졌다. 이 작자는 자기 팀을 배신하고 다른 팀에 붙었다가 쫓겨난다. Fans vs FAvorites 편에서는 게임 중 부상을 입고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퇴장.

Survival: Fans vs Favorites
적응과 꼼수의 달인. 난 이 여자가 아주 밥맛 떨어짐.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자' 타잎이 아닐까 싶다. 멕시칸 포토그래퍼. 그저 '너무 쎄다'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한 운명을 맞이 한다.

Survival: Fans vs Favorites
온갖 협잡으로 출중한 남자 넷을 골로 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Fans vs Favorites 편의 악녀들. 이중 한 여자가 백만달러를 손에 거머쥔다. 하나같이 정 떨어지지만 그 악착같은 생명력에는 박수를 쳐준다.

Bonekickers
고고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다길래 보게 된 Bonekickers. 시즌 첫 편에서 템플러 기사단의 유물을 다룬다. 하여튼 몇 편 볼 때까지 이렇다한 감흥을 남기기 어려움. 이건 왠 삽질이람?

Fringe Pilot
올해 가을에 나올 Fringe의 파일럿. 70년대 필링의 Pseudo Science를 소재로 한 듯. 많이 약함...

Fringe Pilot
Fringe의 분위기가 대충 이런데.. 미친 과학자(가운데)와 미친 과학자의 아들인 사기꾼. 시즌 프리미어부터 망가졌으니 super natural 꼴나지 싶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전투씬이 정신없음. 황제의 명을 받고 불사약 구하러 온 파란눈의 서양 로닌들이 활개치는 이야기.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내용은 여늬 사무라이물처럼 재미없지만, 색깔이 예쁘다.

오센
오센. 영 작중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은 아오이 유우. 음식 잘하는 부잣집 딸내미가 태생적으로 지닐법한 프레스티지 오라빨이 약해 보임. 오히려 궁끼가 줄줄 흐른달까. 아오이 유우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가 없었는데, 10편에서 흐지부지 끝내버리고 만 것 같다. 잘 했다. 더 볼 생각이 안 들었다.

정의의 아군
정의의 아군. 각본 쓴 작자가 한국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들 정서가 물씬 풍기는 느낌. 9월 중순쯤 미드가 쏟아져 나올 때까지 이런 드라마로 근근이 연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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