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calzi'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3.18 happy new planet
  2. 2007.12.10 Dexter Season 2
  3. 2007.11.23 노인들의 전쟁 3

happy new planet

잡기 2008. 3. 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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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찍은 사진 구도가 워낙 구려서 할 수 없이 크롭질. 동남아에서는 하얀 피부를 숭상한다. 어떤 광고문구에 맞장구를 치자면, '피부는 권력이다' 소울이 피부색은 하얗지 않으므로 동남아에서 숭상받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시간 내서 다시 본 Borne  시리즈. h.264,ac3로 인코딩된 파일 크기는 4.5GB. 트릴로지 중 Bourne Ultimatum이 최고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스파이라면 모름지기 내면의 고뇌나 시시껄렁하고 사소한 일상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여러 군데 활기차게 돌아다녀야 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모로코 해변가에서 폭탄 테러를 한다. 시리즈의 촬영감독은 촬영 스타일이 여행 분위기다. 꽤 좋다. 추격씬 하나도 테이크가 늘상 이런 식이다. 임펄스 페이스, 여행(레저), 자동차, 액션, 여자들을 씬에서 삭제함으로써 쓸데없는 기름기 제거 등 액션 감독질이 캐쥬얼.

모로코,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그리고 동구권의 어딘가를 돌아다녔다. 시리즈를 다 본 기념으로 엔딩롤을 끝까지 쳐다봤다. 러들럼의 소설을 각색한 Tony Gilroy나, 끝내주게 음악을 끼워놓은 Jonn Powell를 찾아냈다. 두 사람은 스파이물이 하드보일드와 필름 느와르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던 노친네들이나 보는 구닥다리가 아닌 얼마든지 리노베이션, 리뉴얼이 가능한, 아직도 개마초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동시에 그런 위대한 스파이물에 쓸모있는 헌사를 바치며 탈장르를 빌미로 천박스러움을 쪽팔리게 드러내는 것들과 달리 전 시대와 현재를 손상시키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체통마저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스파이물은 원래 구질구질하다). 3편의 마지막 장면, 후속편을 예고하는 '삶의 파닥임' 바로 직전, 여자애가 데이빗 웹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TV 뉴스를 보며 씩 웃는 장면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비록 스파이질로 구질구질하게 살아왔지만 그 미소는 그들 삶에도  끄나풀같은 희망이 있음을 나타낸다. 1편도 그랬고 2편도 그랬다. 이 영화는 보면 엔돌핀이 솟아난다.

Vexille
Vexille. 모션 캡쳐로 만든 애니 -- 왜 그랬는지는 의문. 2007년 만든 최신작품이니 기대 좀 하고 봤으나 별 건 없었다. DC겔이라면 '합성이네' 하고 말았을 것 같은? 애플 시드를 만들었던 감독의 예전 닭대가리스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감독 이름이 'Sorry'였던가? 미안할 만도 하지.

Vexille
일본은 쇄국정책으로 자멸의 길을 걷는다. 일본 종족이 멸종하는 영화다. 다른 일본 애니들처럼 화끈하고 멍청하게 망한다. 망할 때는 각본 쓴 놈이 가장 일찍 물에 빠져 죽어야지 싶다. 감독과 짝짝꿍이 맞아서인지, 아무 생각이 없다. 이 영화 만들 때 감독은 그저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고 각본은 다 피운 담배곽에 낙서하는 기분으로 작업한데다 연출이나 비주얼 이펙트, CG 류들은 안방 드라마처럼 카메라를 들이댄다(사실 3d 중에 3d의 풀 이펙트를 제대로 맛볼만한 카메라웍은 거의 드물었지 싶다. 감독들이 보수적이라서 그런가?). 하여튼,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웹질 중 어떤 작자가 게거품을 물고 작품을 칭송하는 걸 보니, 어?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싶어 참 멋적었다.

집 컴의 부팅 시간: 27초, 사무실 컴의 부팅 시간: 34초. PDA폰 SPH-M4650의 부팅시간: 61초. Windows Mobile 6.0은 데스크톱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게 작은 os image를 flash로부터 읽어오고, 파일 시스템이 플래시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팅 속도가 매우 환상적이다.

리셋을 하루 평균 두세 번씩 하니까 감질난다. 세팅이 다 되었다 싶었더만, 이제는 mp3 플레이 하다가 power off 시키면 mp3 플레이가 중단된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뒤지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휴대폰 매뉴얼 훌터 보니 가관이 아니다. 스펙을 제대로 안 적어놓고, 문제 해결 코너는 '껐다 켜십시오'가 주류였다. 여하튼 싸구려스럽게 제품을 만드는 삼성의 이미지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 겠다. 삼성의 완제품은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대다수는 WM 6.0의 문제지만 이 휴대폰은 여러 모로 봐도 생각없이 출시한 제품처럼 보인다.

SPH-M4650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망할 휴대폰. WM 6.0을 밀어버리고 Vista 설치. 농담이고, 며칠 전에 출시된 Spb Mobile Shell 2.0로 인터페이스를 바꿨다.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걸까?

저번 주에 계획했던 대로 20pin 케이블을 만들었다. battery id를 체크하게 하여 휴대폰에서 외부전원으로 인식된다. 충전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active sync 때문인 것 같다.

컴퓨터에 usb 연결해 놓으면 시도 때도 없이 activesync를 통해 동기화가 자주 일어난다. 동기화가 일어나면서 화면이 켜지고 한참 동안 켜져 있다가 꺼졌다가 다시 동기화 한답시고 저 혼자 지랄한다. active sync를 끄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적용해 보았으나 대부분 못마땅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이상하게 작동했다. 뭔가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겠지만 액티브 싱크 프로그램이 원래 그 모양인 것 같다.

일이 많이 바빠서 쉴 시간이 부족하다. 사무실에 일할 때면 두통약을 삼키는 일이 잦다. 머리를 많이 쓰면 과열되서 두통이 생긴다. 6-7시간 자고 12시간 일하기를 반복. 밥 먹고 일상소사 처리하는데 2-3시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1-2시간 인터넷으로 밀린 뉴스를 봤다. 여유작작 드라마나  책 볼 시간이 통 없다.

이 블로그의 타이틀, happy new planet은 Scalzi의 Last Colony에서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콜로니스트들이 주고받는 덕담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그런 덕담을 당신에게 하고 싶다. 그 행성에는 fugli(fucking ugly)라 불리는 짐승이 산다. 퍼글리란 말이 어째 익숙하다 싶어 구글질 해 보니 44000여개의 웹 페이지가 검색되었다. fugly로 검색하면 188만개의 문서가 나온다. 3편의 글래머러스한(?) 유머감각이 1편 보다 나은 이유는 상황이 퍼글리하기 때문이다.  스칼지의 트릴로지가 번역된다면 한국에도 SF를 즐기는 편집자가 있다고 믿겠다. 그들의 작품 보는 눈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독자이기도 한 것인지는 의문이 간다.

아내는 내 생각 해 준다고 저저번주 토요일에 소울이 데리고 놀러 나갔지만 애 유모차 끌고 아내한테 인계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좀 쉬려고 보니 아내가 돌아오고 저녁 해 먹이고 하다보니 밤이 되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암자를 찾아가서 아내가 차를 즐기며 스님들과 잡담하는 동안 보채는 소울이 업고 산 근처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러니까 저번 주말에는 맘 먹고 좀 쉬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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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이런 암자가 있다니... 하고 놀랐는데, 개인사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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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 벽에 새겨진 그래피컬한 옴 글자. 수행할만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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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정신 안 차리면 촌놈들 코 베어간다더니, 부처님 코도 베어갔다.

2008/03/10 02:30 부터 15:00까지 pyroshot.pe.kr 도메인이 정지되었다. 2년 전에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whois.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3월 8일이 만기였다. 만기 고지를 email이나 휴대폰 SMS로 받지 못했는데(그렇다고 내가 2년 전에 결제한 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연장 신청을 하려면 정지 도메인 복구 비용으로 연장 비용과 별도로 11000원을 더 내란다.

홧김에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10일 아침 전화해보니 정지된 도메인은 1개월 동안 삭제 유예된다고 한다. 내 도메인인데도 1개월 동안 삭제 못한단다. 그게 정책이라고? 다른 곳은 도메인 3년 신규 신청해도 27000원인데 whois.co.kr은 3년 '연장 신청'하는데 38700원을 줘야 한다. 거기다가 정지 해제 하는데 11000원을 더내라나? 그래서 제대로 고지도 안 하고서 추가금을 받겠다니 당신 같으면 돈을 내겠냐고, 못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38700원만 받겠단다. 웃기는 서비스다. 시간 있으면 꼬치꼬치 따져 물어 뒤집어 엎어야 속이 풀리겠지만, 일이 바빠서 원...

이 블로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구글질 하다가 찾아온다. 간단히 말해 이 블로그에 들락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별 정보도 없고, 그럴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몇 개월 전 검색엔진에 블로그 노출 후 조회수가 늘어 당혹스럽다. 사실 예전처럼 폐쇄해 두고 싶다.

옥션을 통해 mylg070 무선 인터넷 전화기를 1000원 주고 샀다. 6개월 의무 사용, 기본료 2000원, 3분당 시외/시내 통화료 38원, 국제통화료 50원/분. 070끼리는 무료. 나야 집 전화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아내의 통화 패턴을 분석해보니 시내 전화보다 시외 전화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전화기 교체하면 약 70%의 사용요금 절감 효과가 생긴다.  1년이면 27만원이 절약된다.

약 2년 전에 무선 인터넷 전화기를 구입하려고 알아봤을 때는 기기 값이 16만원 이상 되었다.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일반 전화보다 장애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외 전화와 국제 전화를 사용하지 않을꺼면  일반 전화 쓰는 것보다 딱히 나은 점이 없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기간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하면서 프로모션으로 기기값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화기를 집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개방되어 있는 아무 AP에나 접속해 전화를 걸 수 있다.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 mylg070가 프로모션을 통해 거의 30만에 가까운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고 한다.

WPN-480H
충전 크래들에 놓인 무선 인터넷 전화기 WPN-480H

기기 신청 후 5일 만에 집에 도착. 기기는 본인이 알아서 설치하는 것이다. 같이 포함된 AP는 치워두고 사무실에 있는 유무선 공유기에 접속했다. 공유기에 연결 되어 IP를 받아온다. 하지만 전화는 되지 않는다. 개통 관련해서 lg070 서비스 센터에 오후 2시쯤 전화하니 바로 전화를 받았고 '*77*'를 누르라길래 시키는 대로 했다. 전화가 된다.

사무실 근처 상가 밀집 지역으로 전화기를 들고 나가 무선 AP를 검색해보니 열댓 개가 나왔다. 아무 거나 잡아 통화해 봤다. 된다. 빙고.

Outlook의 전화번호부를 Excel로 export하고 lg070 사이트의 web upload용 엑셀 포맷에 맞춰 가공해서 web에 올려 놓은 다음, 전화기에서 '전화번호부 다운받기'를 하니 그대로 불러온다. web upload UI는 매우 구리다.

작업 방법
  • LG MobileSync II 프로그램으로 아내 휴대폰의 전화번호 PC로 다운로드
  • Ultra Editor로 CSV 파일을 일부 수정
  • CSV 파일을 Excel로 읽어들여 mylg070 사이트의 양식에 맞춰 컬럼 수정
  • mylg070 사이트의 전화번호부 서비스 페이지에서 Excel 파일을 읽어들임
  • 사이트에서 하드웨어 폰 영역으로 전화번호부 복사
  • 전화기에 메뉴에서 전화번호부 다운로드
LG MobileSync II 파일 export 포맷, LGN PC Sync import/export 포맷(mylg070 서비스용 단말기 싱크 프로그램), web upload excel 포맷이 모두 달랐다. 기술의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는 2인자 LG 답다. 이거 다 OEM 하청업자들 등쳐먹으면서 기기 납품 받아 자기들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해 소비자들 가죽을 벗겨먹는 것이겠지?

세상살이 넘 오래했나, 왜 이리 시니컬해진 거야... 기기는 개나 소나 아무나 만들 수 있다. 제대로 된 제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는 세세하고 사소한 마무리에 있다. 나같은 소비자는 허영심이 없어서 들고 다니면 멋져 보인다거나, 리딩 엣지에서 고꾸라져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지 않는다.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효용이 얻어진다면 가치있는 모험이겠지만.

WPN-480H의 장점:
  • 집 밖에 들고 나가서 아무 AP나 잡아 사용할 수 있다. 집 전화기를 들고 나가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그래야 할 경우가 있을까?).
  • usb 충전/데이터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다.
  • SMS 송수신이 된다.
  • TV 리모컨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통화 음질은 일반 전화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로 전송 지연이 거의 없는 것 같다.
  • 한달 사용료 800원 더 내면 아이허브 서비스를 사용하여 인터넷 뉴스 따위를 볼 수 있다. 사실 별 쓸모는 없어 보인다. 전화기로 날씨 정보 보는 것과 구글 검색은 무료.
  • 유무선 공유기가 WDS 마스터 기능을 제공하면 포함된 AP를 WDS 슬레이브로 사용하여 통달 거리를 확장할 수 있다.
  • 집에 유무선 공유기가 없으면 제공하는 AP를 사용할 수 있다. PC 1대 달고 노트북 등은 무선으로 사용하면 되고.  다시 말해 801.11g 유무선 공유기와 인터넷 무선 전화기가 공짜.
안타까운 점:
  • 발신자 id 표시 서비스는 1000원 추가된다. 왠만하면 공짜로 해주지.
  • 장시간 통화하면 전화기가 많이 뜨거워진다.
  • 주변에 AP가 없을 땐 배터리가 다소 빠르게 소모되는 것 같다. 사용 안 할 땐 끄면 된다. 집 밖으로 들고 나왔다는 얘기는 원래 집 전화 같았으면 어차피 전화를 못 받는 것.
  • 셋업이나 AP 검색이 아주 쉽지만 그래도 나이든 양반들에겐 사용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 전화기에 설치된 os가 리눅스 같아 보이는데, 포트를 막아놔서 이것저것 건드려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이런 좋은 기기를 한 대만 신청한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070끼리는 무료 통화이므로 기본적으로 2대는 한번에 신청했어야 했다. 아... 생각해보니 외국 가는 것도 아닌데 매일 들고다니려니 귀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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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xter Season 2

잡기 2007. 12. 10. 15:40
카페 삼태극 -- 워낙 끝내주는 사이트라 잊지 않으려고 링크를 달았다. 갖다 붙이면 뭐든지 이야기가 된다고 믿는 것 같다.

2007/08 444
2007/09 746
2007/10 1451
2007/11 2006

지난 8월 태터툴즈로 블로그 툴을 교체한 후 지금까지 블로그 카운터가 5300회 가량 나왔으며 날로 일일 카운트가 상승 중. 친구들이나 들락거리는 언저리 블로그치곤 선전. 수 개월 전 '변두리에 숨어 두더지 굴을 파다가 굴이 무너져 깔려 죽기 전에 사회에 무언가 긍정적인 기여를 해보라'는 유씨의 충고에 따라 블로그를 노출시켰다. 유씨는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얘기는 대부분 신빙성이 부족하고 설득력이 없다. 글이건 말이건.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납득시키려고 수년간 노력한 것이 없다? 아, 아내와의 에피소드: 아내는 고기가 목욕하고 지나간 것 같은 고깃국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 후 그래서 좋아하는 소고기무국을 한 번도 끓여 먹지 못했다. 주말에 아이 먹이려고 소고기를 좀 사와 소고기무국을 끓이니까 아내가 맛있다며 다 먹고나서 한 번 더 끓여달라고 했다.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와 무를 볶고 다시마, 마늘, 파를 얹어 한 냄비 더 끓였다. 아내는 그동안 소고기무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때문에 콩나물국 다음으로 쉬운 소고기무국을 끓일 줄 모를 뿐더러, 나는 아내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수 년 동안 안 했다.

구글 검색을 통해(구글 이미지를 포함하여) 들어온 리퍼러 자료를 보니 검색 키워드가 건전해서 흐뭇하다; 코즈웨이베이윈녹빌딩 , hdd 복구 프로그램 , 목젓을 잘라내는 것  , 60csx 판매  ,  자전거 일주  , 자전거 다이나모, 몰디브 갈 때 간식꺼리 , 삼인조제자훈련 , 델타포스  , 자전거림에기름칠하지않는이유, 객관론적 윤리설, 산악자전거사고, 토마토 냄비, 암석 다운힐, tivoli 라디오, 화이투벤코프 효과 , 개성의탄생, 구립도서관 노트북, xmf 파일, 진중권 문국현, 타이완 타오이안 국제공항 전경사진 

8번 찍으면 팔자가 핀다. -- IQ 430인 허경영의 출마 슬로건.  동네 어귀의 선거 포스터 중 이명박 포스터는 이번 주 들어 세 번째로 찢어졌다. 적발시 벌금 100만원 짜리다. 지금은 누군가 두 눈알을 파놨다. -- 다마네기 리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그렇다.

BBK와 삼성으로 어수선한 시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던가, 그 시대적 상황에 영합하여 출마한 문국현은 비록 다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겠지만 정책에 특별한 것이 없고, 정당 활동을 한 적도 없어 정치력이 떨어진다. 경쟁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 이미지란 것에도 의문이 든다. 그래도 사표가 되던 말던 문국현을 찍을 것이다. 정치가 언제 '이성' 갖고 하는 것이었나? 정치는 느낌인 거다 -_-

한국에 쓸만한 토크쇼가 없다고 박씨와 주절주절 얘기하다가 그가 추천해 준 Studio 60을 봤다. Aaron Sorkin이 제작을 맡았다. 늘 소킨이 우디 앨런 같은 재수없는 유대인일 꺼라고 생각했다.  West Wing을 4기까지 봤고(부통령이 스캔들로 사임할 때까지) 그들 드라마의 특징적인 수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나름대로 지긋지긋하다고 여겼다. 스튜디오60에서도 농담 포맷이 웨스트 윙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식: time flies like an arrow, fruit flies like a banana. 하지만 웨스트 윙을 보면서 간혹 '느낌'이 오던 것처럼 스튜디오60에서도 간혹 '느낌'이 왔다.

Dexter Season 2
다음엔 누굴 죽일까 하는 고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덱스터는 눈빛이 흡사 미친개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독스 형사를 가둬놓고 죽일까 말까 고민하면서 누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곰곰히 따져본다. 여기서도 결혼, 또는 결혼과 유사한 본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딩이 없는 것들은 뒈져도 된다 -- 타당해 보인다. 아무튼 사소한 곳마다 기괴한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이 드라마에서 토막낸 시체를 나르는 덱스터의 배 이름은 slice of life (삶의 조각)이다. 

라일라는 썩어서 덱스터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고 덱스터의 고민도 끝난 셈이다. 2기를 그렇게 deux ex machina 스럽게 끝낸 것이 약간 무성의하다고 생각했다. 극본가 스스로도 쪽팔렸는지 신의 의지 어쩌구 저쩌구 불필요한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독스 형사를 라일라가 처리해주고 불법체류자이자 파이로매니악인 라일라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덱스터의 룰에 따라 정리되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지능이 안 따라주는 덱스터의 여동생은 1기와 마찬가지로 멍청하게 당한다. 덱스터의 개발도상인격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다(삶에는 답이 없다). 훌륭한 연쇄살인마가 되려면 적절한 본딩과 자의적 해석에 의해 뒷받침되는 하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그저그런 교훈을 남긴 채.

Three choices in this life, be good, get gooder, give up. But you've got a column d. -- House Season 4, Episode 9. 흠... 글쎄... 닥터 하우스, 바이코딘에 쩔어 정신이 어떻게 되어 늘어놓는 저질 농담이란 건 잘 알겠는데, 삶에는 선택지가 없다. 선택지가 있다고 믿는 illusion(마술)이 있을 뿐이다. 대신 attitude가 있다. 후크 선장과 피터팬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하우스 선생은 덱스터란 드라마를 좀 봐야 할 것 같다.

이슬람 (터키 에미노뉘 예니 사원)
신년에 했던 EBS의 이슬람 다큐멘터리 '이슬람 2부 빛의 신전에 달을 걸다'. 사진의 사원은 이스탄불에서 머물 때 내가 놀러가던 에미노뉘 거리의 예니 사원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없는, 꽤 아담하고 정이 가는 마스지드로 아야 소피아나 술탄 아흐메드(블루 모스크)보다 이곳을 좋아했다. 평생 마스지드의 초승달을 만들어 온 저 양반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마스지드 건너편은 마르마라 해다. 왼편으로 주욱 가다보면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고 그 뒤로 흑해가 이어진다.

EBS 다큐멘터리에 대한 총평: 구성 및 내용이 튼튼하고 훌륭하다.  요즘은 한국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BBC, NHK, 디스커버리와 같은 메이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국 여권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보다 많은데 그 정도는 당연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이란, 터키, 모로코 말고 다른 곳들도 좀 더 돌아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다. 동선을 보아하니 솔직히 말해, 좀 뻔한 곳들만 돌아다녔다.

이슬람: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슬람 3부, 시아 무슬림'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란에서 돌아다닐 때 이 양반의 사진을 자주 봤다.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알았다. 이 분이 그 유명한 후세인일 줄이야...

이슬람: Mashad 추모제
Mashad에서 후세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열흘간의 추모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눈물을 펑펑 흘리며 쇠사슬로 자신의 등과 배를 때리며 행진하는 시아파 광신도들 때문에 거리에서 피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라. 성스러운 마스지드엔 들어갈 수도 없고 광신도들이 날뛴다는 얘기에 지레 밥맛이 떨어져 가보지 못한 도시다. 예언자 무하마드 적통의 죽음을 1400년 동안 슬퍼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Tin Man
Tin man. Scifi 채널에서 최근 시작한 미니 시리즈. Lost rooms를 재밌게 봤는데 이 미니 시리즈는 어떨지...  오즈의 마법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여기서 Oz는 outer zone.

저번 주에는, 죽은 이의 DNA로 만든 강화신체 유기 전투 기계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John Scalzi의 Ghost Brigades를 마저 다 읽었다. SF팬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장;  The 8th (company) critically evaluated pre-Conlonial era SF and entertainments about interstellar wars with aliens. The verdicts were reasonally consistent. The War Of The Worlds met with approval until the ending, which struck the 8th as a cheap trick. Starship Troopers has some good action scenes but required too much unpacking of philosophical ideas; they liked the movie better, even though they recognized it was dumber. The Forever War made most of the 8th unaccountably sad; the idea that a war could go on that long was almost unfathomable to a group of people who were a week old. After watching Star Wars everyone wanted a lightsabor and was irritated that the technology for them didn't really exist. Everyone also agreed the Ewoks should all die. ... The Ender's game delighted them all; here were soldiers who were just like them, except smaller. The main character was even bred to fight alien species like they were.

두 문단에 SF팬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한 줄 짜리 평을 달은 SF가 무려 다섯 편 등장한다. 1편에 비해 영양성분표 상의 농담 밀도는 떨어지지만 땅개들 전투는 여전히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크롬형광색으로 번쩍이며 8천원짜리 책을 산 독자가 본전 생각 안나게 독자를 보살펴주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로써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Old man's war가 한국에 출간된다면 독자들의 열화같은 압력과 성원 속에서도 이 소설을 번역하지 않고 개길 수 있는 출판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출판사는 이웍과 함께 뒈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책 뒤편에는 스티븐 킹이 울다 갈 소설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다. 스티븐 킹이 SF를 썼더라면 이 소설의 1/3만 재밌어도 성공한 것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힌 책이 고스트 브리게이드였던가 아니면 일리움이던가? 요즘 SF 작가들은 스티븐 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듯.

추가:
Frontside: "Top-notch." -- Washington Post.
Backside: "If Stephen King were to try his hand at Science Fiction, He'd be lucky to be half as entertaining as John Scalzi" -- The Dallas Morning News on The Ghost Brigades.

일리움의 뒷껍질:
"나는 댄 시먼즈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 스티븐 킹

당연하다. 댄 시먼즈는 한국에 번역되었어야 할 SF작가였다.  하여튼 이제 이 책 저 책 읽다가 내용이 뒤죽박죽 섞인 것이 좀 정리가 된 것 같군.

Dan Simmons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 뭐 Iain Banks의 Consider Phlebas도 번역되었고 Tim Powers도 번역되었다. 최소한 2-3년 전쯤에 번역되었어야 할 책들이 지금에야 슬슬 나오기 시작. 시몬즈는 Hyperion이나 Song of Kali 대신 Illium이 먼저 번역되었다. 950pages나 되는 책이라 몇몇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가볍게 읽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500~700p 가량의 원서를 읽고 나서부터는 뭐, 아무 느낌도 없다. 일리움의 마지막 장에서 2008년 일리움의 후속작인 올림포스가 나올꺼란다. 이언 뱅스, 팀 파워즈, 댄 시먼즈는 원서로 안 사도 기다리기만 하면 제철과일처럼 계절 마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팀 파워즈의 Anubis Gate는 그냥저냥 읽었다. 특별히 재밌지도 않았고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았다. '둠즈데이 북'이나 '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처럼, 정붙일 곳이 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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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전쟁

잡기 2007. 11. 23. 18:11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할 수 없는, '혼자 밥먹기 최상위 레벨'이란 글에 달린 리플들에 대한 해당 사항 체크:
  • 삼겹살집 -- ok
  • 패밀리 레스토랑 -- ok
  • 부페 -- ok
  • 모텔방에서 맥주와 족발 -- ok
  • 유명 음식점 줄서서 기다리다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먹기 -- ok
  • 프랑스 요리집 풀코스 -- ok
  • 중국음식 풀코스 -- ok
  • 도시락 -- ok
  • 길가에 주저앉아 먹기 -- ok
  •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 ok
  • 구걸 -- ok
  • 무전취식 -- ok
  • 산속에서 굶주리다가 이것저것 줏어먹기 -- ok
  • 결혼정보회사 주최 디너쇼 소개팅 이벤트에서 혼자 먹기 -- 여기서 좌절
볼 마음이 없었지만 나아졌다길래 하우스 4기를 보기 시작. 3기에서 워낙 찌질거려 문 닫을 줄 알았던 드라마가 4기에서 별난 병력으로 다시 차도를 보인다. 2화 제목은 Right stuff(같은 제목의 영화에 등장하는 앗싸가오리판쵸클럽(자막 번역 센스가 훌륭)이나 원숭이와 경쟁하는 정신병자 척 예거가 지금도 생각난다),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병을 감추고 어처구니 없는 유방확대 수술을 받는 테스트 파일럿 얘기다. 2화를 감상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평했다(2화를 보기 전에 그의 평을 먼저 보았다). 테스트 파일럿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그 자신 때문에 기회를 잃게 되는 누군가를 생각지 못한 것 같다. 글쎄다, 기회를 균등하게 주려고 인간이 할 만큼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까닭은 기회가 애당초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그의 평은 여러 모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번에 버그 잡은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 기획했던 일들은 사실상 모두 끝났다. 연말쯤 '책임과 반성의 시간'이 온다. 경험상 선의가 사람들에게 이해될 정도로 쉬웠던 적은 평생 없었다.
 
작년 9월에 SW팀을 별도의 사무실로 독립하여 연구소를 설립하고 그쪽의 실질적인 운영책임을 맡았다. (그러니까, 서류상으로는 이사고, 직함은 과장이며, 실제로는 프리랜서인데 하는 일은 연구실장이자 프로젝트 메니저였고 거래처 사람들은 나를 '관계자외 출입금지' 라고 적힌 문 앞에 서 있는 안드로메다 다크호스로 알았다) 연구소를 만들면서 약속한 것은 1년 안에 지정한 과업을 완수하겠으며, 그 기간 동안 내게 연구소의 전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 2개월 지체로 끝맺지 못했다. 그간의 과정과 지체 사유야 어떻든 책임질 시점이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올 연말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만 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런 짓을 하면 당신들 엿 먹어보라는 수작 밖에 안되니까 타이틀을 반납하고 예전처럼 개별 고용된 용병 자격으로 일하며, 제반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9월부터 어떻게 해야 이것을 부드럽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장님에게 9월부터 언질을 줬더니 굳이 책임 안 져도 된다고, 연구실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렸다. 사임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일단 연구실을 접고 연구원들은 본사로 귀속된다 -- 본사의 개발부서로 편입된다. 업무 결정권이 소실되므로 사실상 나는 자유의 몸이 된다. 연봉은 변화가 없다. 즉,  무척 좋은 일이다. 작업량이 1/2로 줄고 연봉은 그대로면서 가외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반드시 책임을 지고 싶다.

나이 들면서 고집이 늘었다. 안타까운 것은 나만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의 고집이 더 센가 자웅을 겨루는 꼴이랄까. 내 견해를 관철시키기가 그래서 어렵다.

11월 10일 토요일 밤에 먹은 멕시카나 치킨은 최악이었다.
 
John Scalze의 Old man's war. 하인라인의 적통을 잇는 훌륭한 밀리SF란다. 웃길 줄 아는 소설가와 웃길 줄 모르는 소설가 중 웃기는 소설가는 글을 좀 못써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후자는 글을 못쓰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자연의 섭리다. 스칼지는 웃기는 소설가다.

첫 30페이지까지 살만큼 산 노인들의 자발적인 고려장 내음이 물씬 풍기지만, 노인들의 끝없는 사르카즘과 위트가 SF로써는 지루했어야 할 전반부를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해 준다. 시트콤 풍의 아메리칸 조크라서 크게 기대할 것은 아니었다. 스칼지의 첫 작품이라는데, 당황스러운 노련미를 풍길 뿐더러 완급 조절이 수준급이고 글 자체가 무척 재밌다. (Conquering the universe was beginning to get to me <-- 일본 개그 아니메에 나올법한 문장이 천연덕스럽게 등장)

그리 많은 SF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40p쯤에서는 이들에게 시술될 기똥찬 의술이 어떤 것인지 감 잡을 수 있었다 -- 그나저나 홍씨나 김씨 처럼 일평생 많은 SF를 읽고도 정신이 멀쩡할 수 있음을 평소 무척 신비스럽게 여긴다. 농담. 

SmartBlood,  CatsEye, UncommonSense, HardArm, BrainPal 등을 장착한 노인네들이 외계인과 땅따먹기를 하며 묻지마 살육전을 벌이는 스토리인데 밀리SF치고 SF novice와 오타쿠들 양자를 잘 배려했으며 (나중에 그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아하, 무릅을 쳤다) 첫 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SF가 지녀야 할 미덕(SF가 SF인 이유)을 유지한다.

김씨 말에 따르면 작가 본인이 SF 왕팬이란다. 그래서인지 SF에 등장하는 여러 가젯을 매우 능숙하게 다룬다. 얼마 전에 김씨와 그런 얘기를 나눴다. 나올만한 가젯은 이미 다 나왔다. 그것들을 조합해 어떻게 짜맞추어 그럴듯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가가 21세기 SF의 대중적 성공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Old man's War를 읽은 것이다. 대박날 작품이다.

2년 전부터 노인의 전쟁이 대박감이란 걸 알고 있던 김씨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놓쳤는지 의아하다. 지금 말하는 대박은 팬덤에서 2-3천권 소비되고 2쇄 간신히 찍는 대박(?)이 아니라 스타쉽 트루퍼급, 은영전급 대박을 말한다. 작가가 아예 작정하고 그렇게 쓴 소설이다. 김씨 사정을 들어보니 단순히 게을렀던 것 같다.

한국은 합리적인 이성이나 문장을 틀리지 않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작가는 물론, 문화란 것이 거의 없는 야만국가인 관계로 국가의 형태를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서구문명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처지인데 국민성이 천박하고 교활하여 체면을 엄청 따지고 개개인의 인격이  본인의 수입과 광활한 학식과 인맥의 폭으로 측정된다. 그중에서도 서구 문물에 대한 감응도 랄까, 감수성이 높고 서구 문명에 대한 깊이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존경받는다. 말하자면, 좋은 작가를 선별하고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소개/번역하는 역자들이 명망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김씨가 그나마 지금까지 '명망'을 누릴 수 있던 것은(명망은 종종 기회를 뜻한다) 옛날 옛적에 번역한 젤라즈니의 소설 몇 권 때문이다. 이제 약빨이 다 닳아 새로운 보약이 필요한데, 최근에 소개 번역한 것들 대개는 그저 그렇거나, 시시껄렁하거나, 단순히 재미가 없다. 예를 들면 pern은 한 권만 내긴 뭣한 책이라 세 권을 내다 보니 엄청난 두께가 되었으나 그 두께만큼의 포스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게다가 Science Fantasy라지만 Fantasy쪽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고 1권에서 나올만한 설정과 장치는 모두 끝난 상태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첫 권 역시 마찬가지, 또 경계소설인지 뭔지 추리소설도 아니고 스팀펑크 흉내 조금 낸 소설류도 마찬가지. 유일하게 쓸만한 글이랄 수 있는 것이 테드 치앙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테드 치앙을 대체로 기묘한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흥미로운 작가임에도 그의 글을 읽으면 흡사 영혼이 빠진 락 음악을 듣는듯한 기분이 든다. djuna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느낌이기도 하다.

주제 넘게 이러쿵 저러쿵 떠들 얘기는 아니지만 김씨가 명망있는 번역기획자로서 명망을 유지해 줄만한 '메이저급' 작품은 당분간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김씨가 명망을 따지는 부류인지는 의문이다.
 
“북극곰 멸종위기 허풍” -- 신문 과학기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철지난 얘기를 잊을만하면 내보낸다. 몇 개월 전, 심하게는 몇 년 전 외국에서 나온 얘기를 올리는 기자는 정말로 낯 뜨겁지도 않은 걸까?

‘한때 위대했다·영국’냉소적 국가 모토 속출 -- 찌질국가가 되가도 과연 영국이다. 기대 이상의 모토들:  
  • 최소한 프랑스는 아니다!
  • 내 온 힘을 바치겠습니다. 뭘 해도 잘 안되는 나라니까!
  • 실컷 술 쳐먹고 로또나 사자!
관음증적 '미녀들의수다'와 경박한 미디어  '자밀라의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미녀들의 수다’가 한국사회가 외국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 우즈베키스탄 처녀들은 예쁘다는 대중적 편견을 조장했다는 뜻이지? 애인 구하기가 힘들어 울부짖는 한국 청년에게 우즈베키스탄은 꿈의 나라가 되었다. 사진에서 도미니크의 가슴 크기를 보면 그런 안 좋은 편견이 마구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진 올려놓은 센스가 뛰어난 경박한 미디어다.

우즈베키스탄이란 전설의 나라를 묘사하는 말: 김태희가 소 몰고 한가인이 밭 메고 샤라포바가 감자 캐는 나라.  어떤 유학생의 또 다른 증언. '우즈벡은 김태희 정도 되면 (외모가 안 따라주므로) 고등학교때 공부에 모든 걸 겁니다. 한가인 정도 되면 기술을 배웁니다.  옆집 전지현씨랑 매일 눈인사 하고 다녔어요. 김아중 정도급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노처녀입니다'  -- 훌륭한지고.

스타트렉 TNG를 다시 보기 시작.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타이즈를 입고 한물간 고물같아 보이는 우주선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저 정다운 촌스러움이란... 김C란 연애인은 시골 춘천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레 생각했다. 나도 그렇다. 날 때부터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인생에 길이 남을 경험을 그닥 많이 접해 보지 못한 것 같다.
도로로
영화 '도로로'의 한 장면. 어린 시절에 반딧불이로 가득한 저런 계곡을 하릴없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반딧불이를 한 가득 모아 그 빛 아래 책을 읽었다는 개뻥을 일찌감치 비웃을 수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서야 저런 반딧불이 떼를 본 사람들이 지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말이 안 통하는 것일께다. 어린 시절에는 반딧불이를 못 봤거나, 스타트랙을 안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

도로로
꽃미남이 나와도 영화가 재미 없다. 내가 네 애비다. 나는 네 애비가 아니다. 다 자라서 이런 말을 듣고 심란해진 아이들은 제대로, 올바르게 성장해 자신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가 시련이라니 우스운데, 아임 유어 파더 변주극들은 60년대 양육을 제대로 못한 부모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던 행동주의자나 프로이트주의자들의 견해를 반영했을 뿐, 순 거짓말이라고 여겼다. 또는 60-70년대 미국에서 문란하고 자유로운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 차 뒷좌석에서 벌인 우연한 섹스로 태어난 아이를 훗날 찾아간 남자가 할 법한 대사일 것이다. 자신과 부모의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 및 희비극이 고대 그리스 비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신화서사적 원형으로 지지되는 것을 그래서 꼴 같잖게 여기는 편이다. 간단한 이유 때문에; 애들은 보통 그리스 비극 속에서 처럼 잠재의식 속에 영원히 뿌리 박힌 트라우마를 지닌 채 성장 장애를 겪으며 자라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이 자란다.

도로로
도로로는 데츠카 오사무 원작의 만화다. 2편, 3편을 연달아 제작한단다. 기대감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일본인은 원작을 망치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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