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9.07.22 Big Bang 1
  2. 2009.01.21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3. 2009.01.02 hakunamatata 1
  4. 2008.06.27 노트북 튜닝
  5. 2008.06.15 World Wide Telescope
  6. 2008.06.08 bystander #2
  7. 2008.01.13 데카르트의 아기 2
  8. 2007.12.19 Year Song

Big Bang

잡기 2009. 7. 22. 20:34
DDoS 공격 진원지로 몇몇 언론이 북한을 집더라.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시장주의를 찬미하던 어떤 언론은 포이즌 필을 옹호하기도 했다. 콧방귀를 뀌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즈음에는 그런 언론더러, 'you are not 언론' 이라고 말하더라.

술 먹고 집에 가기 위해 늦은 시각 택시를 잡으러 도로변에 나왔다. 마침 비가 내려 일행을 먼저 택시에 태우려고 얼른 앞에 보냈는데 그들을 안 태우고 내 앞에 서서 나를 태운다. 택시 기사에게 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안 태우냐고 물으니 비 오는 날 우산 안 쓰고 있는 사람은 택시가 보통 태우지 않는단다. 밤새 영업해야 하는데 비맞은 사람 태우면 시트 젖고 냄새 밴다고. 내리자마자 승차거부로 다산 콜센터에 신고할까... 하다가 기사 양반 사연이 기구해 관뒀다: 얼마 전에 강도를 당했고, 저번 주 금요일 밤에는 택시 영업해서 번 돈 23만원을 털렸다. 억울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요즘은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 택시 번호를 알려주면 택시기사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승차거부에 관한 전화를 하지 않았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 '개발자들이 피고름 짜내고 각혈하고 팔 한쪽 잘라서 맞바꾸면서 '신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는 쌍팔년도 '신화창조의 비밀'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이라고 믿는 좀 순진한 견해지 싶지만(만선의 기쁨 운운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욕이 되진 않겠지), 개발자가 된 동기가 돈벌이인 사람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은 양심의 질량 얘기를 자주 했다. 한 번도 전체 스토리를 말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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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으니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데?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행주산성에 갔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처음 일반도로를 달릴 때는 신경이 곤두섰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편. 서울의 도로사정이 뻔한데 일반도로에 아이 태우고 돌아다니는 건 정신나간 짓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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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짓인 줄 알면서도 북한산성 탐방로 옆 골짜기에 아이를 태우고 갔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이가 꽤 좋아한다. 자전거 타면 집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고향에서나 보던 종류의 계곡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덕택에 산행도 거의 못하고, 자전거도 별로 못 타서인지 뱃살만 늘었다. 아니 사실은 최근 몇 주 동안 자주 술을 마신 탓일께다. 허리를 수그리면 뱃살의 두께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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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대피 개념도. 잘 그렸다. 개념사진이다.

OSM에 도로를 올리고 2주가 지났다. 서울 시내 도로를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소한 한국의 유명 산 트래킹 코스를 OSM에 시간나는 대로 넣어보려고 노력중이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설악산, 수리산, 청계산 코스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 여러 개의 GPS 트랙로그를 합쳐 올린 다음 편집하면 오차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튼 그중  북한산 및 도봉산 트래킹 코스는 그야말로 대작이다.

북한산 작업만 일주일이 걸렸다. 아는 지식이 일천하고 데이터가 부족해 능선 코스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도 약도 수준의 paran 등산지도 보다 낫고 네이버, 다음 맵에는 없는 지도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흐몽족에게는 미국이 좋아요. 여자애들은 대학에 가고 남자애들은 감옥에 가죠.' -- Gran Torino.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치고 재미가 없었다.

닐 게이먼, 인터월드: 그저그런 애들용 동화. 별 감상 없다.

로버트 하인라인: 므두셀라의 아이들: '우주선은 대기권 재진입을 끝낸 다음 길고 단조로운 불완전연소 활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불완전 연소 활강? 그게 뭐지?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저는 독자여서 어머니께서 계속 따라다니셨습니다. 저를 찾으시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착륙선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더 젊어지지 않을 거고요. 타십시오."
"하지만..."
"한심한 놈!"
젊은이는 라자러스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딱 한 번 걱정스러운 눈으로 비탈 쪽을 돌아보았다. 라자러스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체외수정에 대해서 논란이 참 많았지.'
체외수정이 마마보이를 만들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므두셀라의 아이들에서 늘어놓는 과학기술 묘사는 고색창연하기 그지없었다.

"... 우주 전체에 인간이 코를 들이밀 수 없는 일은 있어선 안 되지.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맞아. 어쩌면 그냥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농담일지도 모르지. 아무 의미도 없는."
라자러스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다음 갈빗대를 긁었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네, 리비, 해답이 뭐건 간에 나무가 서 있는 한 계속 기어올라서 구경거리가 뭐 있나 하고 끝없이 둘러볼 원숭이 한 마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 말이야."
하인라인은 원래 이랬다. 아니면 그 시절 SF가 전부 저랬던가. 역자후기에서 하인라인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무지하고 단순하며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다는 비난을 듣기로 작정하고, 사건의 전개 양상과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에 따라 과학소설이라는 이름의 수평선을 그어보자. 선의 왼쪽에는 두뇌 중시형 주인공이 등장하며, 독자는 이쪽 작품들의 참맛을 알기 위해 지적 추리 능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 한다. 반면 오른쪽 주인공들은 뛰고 날고 행동하며 독자들은 그들의 운명을 좇아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과학소설을 양분한다면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단연코 우측에 몰려 있다.
내 취향은 그럼 중도좌파 모더니스트라고 해두지.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옛날 SF답게 고리타분해서 '최신 유행'에 민감한 나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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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작전을 이렇게 말했다: "숨어있는 저평가주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거지." 배우들이 많이 풋풋하지만 재밌게 봤다. 주변에서 보고 듣던 얘기들이라서 친근감마저. 배합을 매끄럽게 유지해 숨결대로 따라가기 편한 영화 였다. 캐릭터 구현도 좋았고 대사가 느끼하지 않았으며 메시지가 적당했다. 그런데 matching transaction이 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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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장면. 한쪽에선 포대로 시체 말고 한쪽에서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개자식이 장 마감을 몇 분 앞두고 매도할지 말지 고민하고. 술자리에서 '작전'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게타카'와 '남자 이야기'란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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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매력적인 컷 분할. 졸지 않고 완샷에 읽어버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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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eapple Express. "이게 바로 대마초의 미래야. 동시에 세 군데에 불을 붙여. 그럼 연기가 모여서 세 배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지. 네 손자들은 이걸로 피울 꺼야." 저렴한 예산에, 되는대로 갖다 붙인 무의미한 스토리 라도 천사와 악마보다 재밌다. 보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것이 진정한 주말 시간 때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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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매그니튜드 8.0. '본 작품은 수도권에서의 거대 지진 발생을 가정하여, 방대한 리서치와 검증을 기반으로 제작된 픽션입니다.' 라고 말했다.  주인공 아이들이 어려서 앞으로의 내러티브를 우연과 운의 도움없이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저 슬프고 가엾은 이야기라면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재앙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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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제목이 참... 촌스럽다. 일루미나티 흉내내는 것들이(초반부터 사기란 걸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심한) CERN의 LHC에서 만든 반물질로 바티칸을 날려버릴 궁리를 한다는 설정  -- 안 그래도 영양가 없고 그저 생각만 해도 얼토당토 않고 정 떨어지는  소재. 원작은 얼마나 거지같은 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최소한 각본과 연출이 쓰레기 같아 왜 저 따위로 밖에 못 만들었을까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 영화 본 사람들은 화살표를 다음 장소를 가르키며 간발의 차이로 지정한 장소에 찾아가는 이 영화가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그래서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차원에서 적었다.

사이먼 싱, 빅뱅: 역시! 사이먼 싱의 글은 뭘 봐도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다. 이제까지 과학저술가들의 입을 빌어 알던 빅뱅을 대단히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바꿔 놓았다. 정말 재밌다. 첫장의 인용문: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삶을 코미디 수준보다 조금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극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스티븐 와인버그.

코메디는 이해하겠는데, 무슨 비극? 인생의 목적에 관한 독특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경에 살았던 급진적인 사상가로 인생의 목적은 "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책의 서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에라스토테네스가 시에네의 우물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기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월식을 이용해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손톱을 이용해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아리스타르쿠스가 반달일 때 태양과 지구가 직각을 이루는 것을 알고,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그리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이용해 태양의 크기를 측정한 방법
이미 알만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명쾌하게 해내는 것이 글쟁이의 재주다. 그 다음 장도 마찬가지. 단조로운 사실 관계로 지루해질만한 글을, 발로 뛰면서 수집한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총기와 익살을 곁들여 드라마타이즈한다.
역사학자들은 Giordano Bruno가 별들이 각자 행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다고 한 '무한한 우주와 세상에 대하여 On the Infinite Universe and Worlds'라는 책을 쓴 것에 교회가 분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루노는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마 형을 선고하는 당신들이 형을 받는 나보다 더 큰 공포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00년 2월 17일 그는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로 옮겨져 발가벗겨진 후 화형당했다.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내가 한 때 SF 단편을 쓰려고 했던 소재였다. 아울러 빅뱅에는 재치있는 농담꺼리가 즐비했다.
천문대로 운전해 가고 있던 천문학자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경찰을 속이려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붉은 신호등인데도 지나가다가 걸린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신호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청색편이가 일어나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 신호 위반 딱지를 취소했다. 그 대신 속도 위반 딱지를 떼고 벌금을 두 배로 물렸다.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일 정도의 도플러 편이가 일어나려면 그 천문학자는 시속 2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싱어 부인은 아들 앨비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앨비는 의사에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렇다면 주변의 모든 것도 팽창하여 결국은 모두 파괴되어 버리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싱어 부인이 끼어든다. "우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 그리고 브루클린은 팽창하지 않아." 싱어 부인의 말이 확실히 옳다.

후테르만스는 외조부모 한 사람이 유대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반유대적인 말을 들으면 "당신 조상이 아직 나무 위에서 살고 있을 때 내 조상은 이미 수표를 위조하고 있었어" 라고 반격했다.

후테르만스는 자신과 앳킨슨이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들의 연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별 내부의 핵융합에 관한 연구 논문을 완성한 날 밤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밤, 논문을 완성하고 여자 친구와 산책을 나섰다. 어두워지자 별이 하나둘씩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참 아름답지?" 여자 친구가 소리쳤다. 나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어제부터 별이 왜 빛나는지 알게 됐어."

그의 여자 친구 카를로테 리펜슈탈은 확실히 감동 받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후테르만스의 여자 친구는 혹시 착각하지 않았을까?
과학자 대부분은 빅뱅에 관한 교황의 지지는 진지한 과학적 토론에서 인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황의 지지 발표 후 오래지 않아 빅뱅 지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반격이 시작되었다. 경쟁 이론인 정상우주론 지지자들이 교황의 연설을 빅뱅 모델을 모욕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물리학자 Williamson Bonner는 빅뱅 이론은 기독교를 선전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프레드 호일 역시 빅뱅 이론은 기독교적 기반 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정상우주론자인 토머스 골드도 동조했다. 교황 비오12세가 빅뱅 이론을 지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골드의 반응은 짧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교황은 정지해 있는 지구도 지지했었다."
읽다가 너무 웃겨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쳤다.
'마법의 용광로 The Magic Furnace'의 저자 Marcus Chown은 별 연금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수십 억, 수백 억, 심지어는 수천 억 개의 별이 죽어야 한다. 우리 피 속에 있는 철, 뼈 속의 칼슘, 숨을 쉴 때마다 우리 폐를 채우는 산소는 모두 지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죽어간 별의 용광로 속에서 만들어졌다."
 저번에 읽은 이언 뱅크스의 '다리'에서 이와 유사한 대목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이 다음 문단은 이랬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별의 먼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하고 커트 보네것은 후자였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모자를 벗고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빅뱅의 열기를 느껴보라. 아주 성능이 좋은 FM 라디오를 가지고 있고 방송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쉬-쉬-쉬-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미 이런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마음을 달래준다. 때로는 파도소리 비슷하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수백억 년 전부터 오고 있는 잡음의 0.5% 정도이다.
어린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고 나가 컨택트의 여주인공처럼 백색잡음을 멍하니 듣곤 했다.하여튼 빅뱅과 정상우주론의 스코어보드 전쟁 덕택에 오랫만에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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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바르지만,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

아내가 아이와 함께 처가에 가 있는 동안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 주행거리 6.11km, 평속 3.5kmh, 주행 1h45m, 쉰 시간 27m, 

영하 12C, 찬바람에 볼이 얼었고 가방에 넣은 물병 역시 얼어붙었다. 잠깐 마실가는 기분으로 간단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올라갔다가 이왕 올라온 김에 좀 더 가보자, 해서 돌아다녔다. 한 자리에 10초 이상 서  있기 힘들다. 몹시 춥다. 트레이닝 복 호주머니에 껌이 있어 껍질을 벗기고 물으니 툭 부러진다. 껌 역시 얼었다. 껌 씹기가 몹시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턱이 얼었다.

북한산에 카메라를 들고가 천천히, 여러 사진과 경로를  '체계적으로' 남길 생각이었는데 트래킹 후 집에 돌아와 사진에 geocoding만 해 놓고 바빠서 잊어버렸다. '공익'을 위해 북한산 곳곳 풍경에 관해 코멘트를 달고 트레킹 구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붙이고 전망좋은 곳에서 파노라믹 뷰를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향로봉의 이 구간은 사고 다발 지역으로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죽는 곳이다 같은...  귀찮아졌다.  대충 올리자.

북한산 백운대
향로봉 부근에서 찍은 북한산 백운대.  날이 추워지자 공기가 얼어붙어 시야가 확 트였다. 클릭하면 확대.

아내가 없는 동안 집에서 밥을 해 먹었고, 그동안 볶음밥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아내가 있을 땐 아내와 아이가 먹을만한 밥을 만들고, 아내가 없을 땐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주말에 집에서 밥을 안 하고 하릴없이 자빠져 누워 있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귀한 해외토픽을 듣는 것 같다.

볶음밥
최근 만든 볶음밥. 그 동안 약 10여차례 만들어 먹었다. 코팅이 좀 아쉽다. 가운데가 움푹한 웍 비슷한 프라이팬을 사용해도 가스렌지의 화력이 약해 중국 요리사처럼 솜씨 있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늘, 파를 볶은 기름에 계란을 두르고 센 불로 재빨리 볶은 볶음밥은 향긋하고 꽤 맛있다. 기본기가 제대로 몸에 익으면, 어쩌면 여름 쯤엔 남에게 자랑할만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 지도... 희망사항일 뿐.
 
뭣하면 언급하는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을 최근에 다시 들었다: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로봇은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가전제품 설계할 때도 로봇 3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한다. 로봇 또는 전기밥통이 앞에 있는 것이 인간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까? 로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로봇 3원칙이  간단히 허튼 소리가 된다.  전기압력밥솥이 뜨거운 증기를 휙휙 내뿜을 때 6개월된 아기가 조심성없이 엉금엉금 기어오면 증기를 멈춰야 하는데 그 아기하고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와 구분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증기에 데어도 되지만 아기는 데이면 안된다는게 제 1원칙일까? 대체 인간을 현묘하게 감지하는 그 밥솥 가격은 얼마나 할까? 연쇄 살인마가 계단참 가려진 곳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체인톱으로 잘라 죽이고 있을 때 청소 로봇은 바닥에 고인 핏물과 잘게 썰어진 인간의 시체를 묵묵히 청소해야 할까?

하도 경우의 수가 많아 뭣부터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시모프는 개중 몇 가지 예를 사용해 자기 소설을 새끼쳐 가며 죽죽 썼다. (어린 나이에 그걸 읽을 때도 꽤 시답잖아 보였고 그래서 아시모프 소설을 반쯤은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읽곤 했다. 아참, 난 아시모프를 좋아한 적이 없다) 가까운 시기에도 생각보다 어렵고, 현재의 과학기술로 적정 단가에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신비스러운 양전자두뇌의 성능은 워낙 경이로워, 로봇 3원칙은 인간보다 나은 존재를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봉사케 하는 그야 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예 계약처럼 보인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데이터 검색과 수치 계산과 논리적 연산에 매우 취약할 뿐더러 42도 이상이나 8도 이하에서 맨 몸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다. 인간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없지만, 성능 좋은 양전자두뇌를 달고 다니는 신통방통한 로봇은(물론 대량 생산도 가능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어려움을 과장하며 이렇게 막나가지 않고도, 인간의 적절한 물리적 특징만을 사용해 인간 임을 판단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오차가 워낙 크다. 생뚱맞게 큰 머리통을 달고 2족 보행을 하는 로봇과 인간은 보통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항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워낙 까다로워 그런 로봇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런 로봇이 시판된다면 시민권을 얻기 위해 피눈물나게 투쟁하는 대신 제조되자마자  시민권을 줘야 할 판이다.  1항이 그 지경이라 2항, 3항까지 가면 로봇 3원칙은 공학적으로는 사고실험 축에도 끼지 않는 코메디에 가까워진다. 아, 너무 비관적으로 과장했나?
 
2008/10/24 건강 검진 결과

  • 체위검사: 신장 175cm, 체중 69kg, 허리둘레 79cm, 비만도 정상체중, 혈압 106/68 mmHg
  • 요검사: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요잠혈 +1, 요 pH 5.0pH
  • 혈액검사: 혈색소 15.7 g/dL, 혈당 98mg/dL, 총콜레스테롤 258mg/dL
  • AST(SGOT) 24 U/L (정상A: 40이하, 정상B: 41-50)
  • ALT(SGPT) 25 U/L
  • γ-GTP 19 U/L
  • 판정: 고지혈증, 신장질환 의심. 2차 수검 요망.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1kg 늘고, 혈액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졌다(?). 혈뇨가 좀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고지혈증 의심). 콜레스테롤 수치는 2년전에도 높았다. 혈뇨는 아마도 누적된 피로 때문인 듯. 생각보다 건강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왠만한 싸구려 로봇 한 둘쯤은 때려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옐로우스톤 주변 160㎞ 내, 모두 떠나라"-과학자들 --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가라앉기 전에 old faithful 따위를 볼 기회가 있을까?

어느날 부터 상판 패널을 열면 노트북이 켜지다 말고 core dump를 내뱉고 리부팅했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sd card slot에 cr2032 전지가 끼어 있다. 헉. 나름 baby proof한 노트북을 꾸몄다고 좋아했는데, 아이가 그 슬롯에 전지를 끼워넣은 것이다.  요즘은 아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레프트 클릭을 하기도.  24시간 별 이유 없이 켜 놓는 컴퓨터에도 암호를 걸어놔야겠다.

드루아가의 탑; 길가메쉬의 탑; the Sword of Uruk
기다리던 드루아가의 탑이 2기를 시작했다. 이번 제목은 길가메쉬의 탑이다. 아울러 '정령의 수호자'를 만들었던 프로덕션 I.G.에서는 '짐승의 연주자 에린'을 최근 내놓았다. 정령의 수호자를 재밌게 봤는데, 어쩌다 평을 들어보니 작화 퀄리티가 극강의 수준에 이른 작품이라더라. 그게 그 정도였나? 어째 좋드만.

시구루이
그럼 '시구루이'는? 이거 꽤 괜찮은데...

시구루이
피가 워낙 많이 튀기는 고어물이나, 시시한 시나리오를 압도하는 비주얼.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한다.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한시킨다.
몇 개 문단을 적당히 잘라 짜집기. 기호와 패턴 조작이 지능의 성능을 변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내 평소 생각과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가령 수 헤아림을 비롯한 덧셈, 뺄셈 등의 연산은 기호/패턴 조작이다.  사랑과 연애도 말하자면 호르몬이 개입된 감정 패턴의 조작이다. 나는 전자나 후자나 잘 하는게 없다.
우리의 연산 기관들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눈먼 시계공이라 불렀다. 마음의 경우, 우리는 자연선택을 '눈먼 프로그래머'라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마음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돌멩이, 도구,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능숙하게 다뤄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도록 그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용과 이번 인용을 합친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종합이다. 이 뒤로부터 무려 800여 페이지를 들인 대량의 데이터 폭격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는 방대한 실례와 자신의 생각을 나열한다.
"인간의 평균 IQ는 107입니다. 송어의 평균 IQ는 4죠. 그런데 왜 인간은 송어를 못 잡을까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75ms의 시차가 있다. 이 시간이 바로 인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진화심리학은 교육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특히 수학 교육에서 분명해진다. 미국 어린이들은 산업화된 나라들 중 수학 성취도 시험에서 최하위를 맴돈다. 미국 아이들이 멍청이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문제는 진화를 무시하는 교육 체제에 있다. 미국 아이들은 개념의 의미에 대한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모험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수학적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교사는 자료와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되 강의를 하거나 토론을 이끌지 않는다. 자동성으로 가는 길인 훈련과 연습은 '기계론적'이고, 이해에 해롭다고 간주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는 한국의 '창의력 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계론적 반복을 통해 학습된 '강압적' 지식이 나중에 패턴을 탐색하고 구조화하고 자동화하는데(인식의 자동적인 자극과 반응의 연쇄) 엄청나게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단순 반복 암기를 시키는 것이 그렇게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음... 뭐가 좋을까... 구구단을 암송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간단한 한 자릿수 곱셈을 못한다.
 
핑커는 미국인이 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문장을 책 뒷편에서 다시 보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의 25%가 마녀를 믿고,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절반이 악마를 믿고, 절반이 창세기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69%가 천사를 믿고, 87%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믿고, 96%가 신이나 만유의 영을 믿는다고 한다.
저 정도면 중세 미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아래는 행복에 관한 유쾌한 격언들(요전에 본 행동심리학의 개척자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언급되기도 했다).
  • 행복 [명]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스 비어스
  • 성공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 이디시 속담
도덕주의적 과학은 도덕에도 나쁘고 과학에도 나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공감한다. 그래서 사회윤리(사회적 책임)와 과학을 뒤섞는 것은 뒤끝이 아주 나쁘다. 핑커의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하는 좀 더 희망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체는 감정이입의 결정적 장벽이다. 당신의 치통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울 뿐 나에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유전자는 신체에 감금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유전자의 흩어진 사본들은 신체에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서로를 부른다. 사랑, 동정, 감정이입은 서로 다른 몸 속의 유전자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치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든 자식을 대신해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이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은 종이나 집단이나 부모의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기적 유전자다.
뭐야 이건? 오락가락? '본질적으로 테레사 수녀는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이유는 그녀의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생각하는 희망적인 방법이 이기적인 테레사 수녀와 내 피가 수십만 세대에 걸쳐 희석된 혈연 종이거나,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주의를 유발하는 근원이라는 얘기는 '테레사 수녀가 이기적이다'을 희망적으로 만들어주는 종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왜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핑커는 이렇게 쩔쩔 멜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핑커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까? 관점을 어떻게 바꾸든, 이기적 유전자는 '어떠한 감정 교류가 없이' '사회윤리와 무관하게' 이기적이다.
 
아까 도덕과 과학을 섞으면 서로에게 안 좋다가 핑커가 말한 바 있다. 빈 서판에서도 이렇게 오해를 살만한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고 앞뒤로 변명을 적어 놓았다. 도킨스나 윌슨처럼 미친 척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기에는 훗날이 두려운 것 같다 -- 핑커는 업계(학계)에 적응(fit)해야 하기 때문? 하여튼 핑커는 업계에서 평이 좋다.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의식하는 듯한 학계에 만연한 보편적인 투쟁을 묘사하는 부분이 뒤에 나온다.
학회가 열린 자리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톡 쏘는 질문, 통렬한 뒤찌르기, 도덕적 모욕, 위압적인 독설, 분노의 항변,  원고 검토 및 연구비 심사 등이 난무한다. ... 원칙상 강제력은 이론 자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옹호자들은 그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협박("명백히..."), 위협("...라고 한다면 비과학적일 것이다"), 권위("포퍼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모욕("이 연구는 ...을 위한 엄밀함이 부족하다"), 비하("오늘날 진지하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언어적 우위 전술을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때문에 H. L. 멩켄은 "대학 풋볼은 학생들 대신 교수들이 뛴다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썻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낸 공모가 아니다. ...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 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 나는 페미니즘 이론을 건드리지 않고 성성의 진화심리학을 논의하고 싶지만, 오늘날의 지적 풍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종 성에 대한 다윈주의적 접근법은 반페미니즘적이라는 공격을 받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비난은 특히 페미니즘 이론을 발전시키고 연구해 온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명백히 당혹스럽다. 페미니즘의 핵심에는 성적 차별과 착취를 끝내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어떤 과학적 이론이나 발견으로도 흔들릴 위험이 없는 윤리적/정치적 입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정신조차도 페미니즘의 이상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언급 때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에서도 정치적 공정함을 보인다. 패미니스트의 궁극적 목적은(뭐라고 지껄이든) 대다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권력 확보(확대)다. 패미니스트와 과학은 그래서 별로 상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굳이 그런 걸 설명하다니... 이기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핑커는 여기서도 쩔쩔 메는 걸까?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흡사 놀리는 것 같잖아?
인간의 성성에 대한 다윈주의 이론에 반대하는 많은 이론들 뒤에는 자연은 좋은 것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무사태평한 섹스는 자연적이고 좋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남자는 여자보다 그런 섹스를 더 많이 원한다고 주장하면 남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여자는 신경과민이고 억압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므로 남자가 여자보다 무사태평한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성욕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만일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면 강간은 악한 행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간은 악한 행위이므로,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주장에는 엉터리 생물학(자연은 좋은 것이다), 엉터리 심리학(마음은 사회에 의해 창조된다), 엉터리 윤리학(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결합되어 있다. 그것들을 포기해도 페미니즘은 전혀 손해보지 않는다.
놀리는게 맞는 것 같다. 오죽 페미니스트들이 닭대가리 같아 보였으면...

핑커의 저술 마지막 문장: 오랜 세월 인간 의식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일 것이다.
 
860여 페이지나 공들여서 써 놓고도 마음의 신비에 관해 발견된 사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부끄러움은 아니다. 핑커는 '마음'에 관해 책 앞머리에서 주장한 것들을 충분히 설명해줬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하루 평균 200페이지를 읽었으니 대략 5일 걸린 셈인데 실제로는 대출을 일주일 더 연장해 3주간 책을 가지고 있었다. daemon을 악마로 번역해놔서 생뚱맞았고(핑커가 말한 daemon은 컴퓨터 용어다), 번역자 말마따나 여러 학제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용어와 해석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은 책이다. 심리학/인지과학, 생물과학, 컴퓨터 공학 등은 사실 학제간 공동작업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서로 인접한 학문이라 광범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요즘은 믹스견 접붙듯이 활발하게 붙어다녀 사실 이런 류의 과학저술은 꽤 즐겁게 읽히며 다양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앞부분에서 prolog 프로그래밍을 오랫만에 봤다. 십수년 만이다.
 
구조적인 증오와 폭력의 고리:  하마스 펀다멘탈리즘 익스트림리스트 개새끼들은 팔레스타인 시민을 볼모로 삼아 증오심을 부축여 가자 지구 이스라엘 측에 무작위적인 로켓포 테러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측의 정밀 유도 폭격보다 더 잔인하고 더러운 수작인데 이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력 시위에 의해 막대한 '계산된 희생'을 치름으로써 이스라엘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것!? 또는 그러한 로켓포 공격을 유도하고 사전에 그것을 감안한 이스라엘 매파의 계산도 떠올릴 수 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했을 때 유대계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끌어들였고 미 권력 공백의 시기에 시도된 침공은, 흡사 무슨 시나리오라도 돌리고 있는 것처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음모론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음모론? 하마스와 이스라엘 매파 집권 때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가 맞겠지.

요르단 측 사해에서 돌아오는 길에 히치하이크했던 트럭의 운전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인데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족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격언: 정의는 무척 값지고 귀한 것이라서 흔히 발견되지 않으며, 거래되지도 않는다. 정의는 그렇다치고, 난 뭘 해야 할까? 1. 행복하게 잘 산다. 2.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산다. 3.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아내, 딸은 물론 팔레스타인 운전수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들 항목엔 우선순위가 있다. 살아온 날 동안 선구자들의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그런 결론을 얻었다. 학습할 시간이 앞으로 그리 많지 않으니 부디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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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잡기 2009. 1. 2. 18:52
이번에 네이버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는 큐브리드를 언젠가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아키텍쳐가 괜찮은데 속도가 느려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좋아졌을까?

[취재여록] 아쉬움 남긴 네이버 기술개방 -- 논조는 '오픈소스는 돈벌이가 안된다. 돈을 벌자고 작정한 애플 앱스토어같지 않아서 아쉽다.'

네이버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돈벌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회 환원(자선), 이상, 협업, 철학, 기타 등등이다. 그러므로, 어떤 작자가 '돈벌이가 안 되어서 네이버 기술개방이 의미없다'고 악의에 찬 허튼 소리를 늘어놓는건지 그 면상과 근거가 궁금했다. 기자의 얼굴과 견해는 숙지했다.

이렇듯이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가끔 놀라움을 느낀다. 서울에 올라와 기생충처럼 살면서 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을 꼽으라면 초겨울 한강변에서 벌이는 불꽃축제 후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에 아무렇게나 뒹굴던 엄청난 쓰레기 더미였다. 자기 쓰레기를 자기가 가져가는 것은 공중질서와 별 상관없지 싶다. 교감과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몸과 마음에서 나온 쓰레기도 주체하지 못하는 '민주시민' 같은 것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세계적이란 점이다.

박씨는 쓰레기나 펑펑 만들어 버리는 놈들에 대한 내 불평을 듣더니 주변에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며 자신을 유지하는 행위는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더 큰 규모, 이를테면 우주적 차원에서 보자면 인류가 보편적으로 하는 행위는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생각이 짧았다.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때로 인간은 자신을 쓰레기 더미에 기꺼이 던져넣기도 한다.

자신을 기꺼이 쓰레기 더미로 던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란 영화에서 자칭 길 감식가인 리버 피닉스가 궁시렁거리던 말이 생각난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나서 WikiQuote를 뒤졌다: "I always know where I am by the way the road looks. Like, I just know that I've been here before, I just know that I've been stuck here like this one fucking time before, you know that? yeah. There's not another road anywhere that looks like this road, I mean exactly like this road. It's one kind of place, one of a kind. Like someone's face. Like a fucked up face." 그리고 그... 대사가 나오던 첫 장면도 찾았다. 심지어 그 대사가 나온 후 주인공이 기면발작증으로 뻗어버린 다음 흘러 나오던 서정적인 카우보이 요들송도 찾았다.  Eddy Arnold, Cattle Call

IMDB를 뒤져보니 아이다호는 1992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했고, 구스 반 산트가 감독했다. 구스 반 산트는, 미비한데다 감정과 유대가 결여된 사회안전망은 물론,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 하루 끼니를 때우고 아무데서나 자빠져 잠들거나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 자기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등, 부평초처럼 떠도는 당대 젊은이들(나도 포함해)의 심금을 울렸던 아이다호 이후 뭐 볼만한 영화를 찍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인생의 개고생과 삽질을 통해 일련의 정신적 여행을 이어가는 와중에 삶이 바뀌던가/바뀌지 않던가, 도(道) 운운하는 주인공 녀석이나, 첫 장면의 도로 감식 행위에서 느끼는 애끓음이나, 영화의 이매저리가 훌륭해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생각난다. 이런 종류의 로드 무비가 요즘은 왜 별로 안 만들어질까? 촛불시위 나가 두들겨맞는 고삐리만도 못해 길거리에 쓰레기나 버리는 저소득 민주 청년들이 워낙 세속적인 밥통이라서 먹혀들지 않는 것일까? 박씨라면 필경 다른 언어로 말해줄 것이다.

The.Darjeeling.Limited
로드 무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Into the Wild도 있고 저런 The.Darjeeling.Limited도 있다. 도정은 이제 코메디가 되었다. 인디아 방방곡곡에서 찍은듯한, 공작 깃털로 소원을 빌고, 쓰레기를 버리다가 쫓겨나서 떠나는 기차에 화풀이로 돌을 던지는 이 영화는 왜 이런 것까지 찍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케 한다.

Born Into Brothels
Born Into Brothels. 헤네시양이 복사해 줬다. 꼴카타의 사창가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학생들의 인생을 개선해 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성공률은 낮지만 어린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길은 교육, 딱 한 가지 뿐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미친 부모들 때문에 '교육' 하면 일단 짜증부터 났다. 클라이막스까지 인간극장류의 희망극이다가 막판에 속을 뒤집어 놓는다.

Blindness
딱 노벨상 받기 좋은 소설 쓴다고 생각하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Blindness(눈먼 자들의 도시)를 영화화. 영화가 원작의 감동(?)과 다르다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책을 읽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뭔 감동? 개중 연꽃도 피겠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는 쓰레기 더미로 자신을 집어 던지는 똥같은 민주시민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등장했다 -- 소설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쓴 것 뿐.

사창가에서 태어나 피치못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나, 눈이 멀었다는 핸디캡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가 어렵다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자신을 쓰레기로 던져버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다. 하쿠나 마타타. 입 다물고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

http://cafe.daum.net/gangdalf1214 -- 반쥐원정대?

2008/12/28. 불광사 - 향로봉 - 칼바위 능선 - 정릉 코스. 주행시간 2h35m, 쉰 시간 1h9m, 주행거리 9.53km, 평균속도 3.7kmh

12월 28일에는 산자락 곳곳에 인파가 가득했다. 심지어 수학여행 온 듯한 일본 고교생들이 북한산 근처를 까마귀 떼처럼 깍깍거리며 배회하기도 했다. 칼바위 능선에는 절벽을 뛰어서 건너는 코스가 딱 한 군데 있다. 그곳에 눈이 쌓여 있고 신발을 더 이상 믿지 못해 우회했는데 그곳을 지나간 직후 누군가 떨어져 구조헬기가 떴다. 아무래도 내 뒤로 오던 아저씨가 절벽을 뛰다가 떨어진 것 같다.

2008/12/31. 불광사 - 비봉 - 위문 - 숨은벽 - 밤골 코스. 주행시간 3h09m, 쉰 시간 1h37m, 주행거리 13.1km, 평균속도 4.1kmh

12월 31일 트래킹은 기념비적이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웠음에도 13.1km를 4h40m만에 주파했다. 올 초가을 지리산 종주 첫날 주행 거리가 14.8km였고 12시간 걸렸다. 12시 20분에 출발해 5시쯤 내려왔는데 산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산에 사람이 없어서 아주 오랫만에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귀신떼가 몰려다니는 것처럼 계곡의 잔가지를 스치며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칼바람이 쌩쌩 불어 볼기짝이 떨어질 것 같은 추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떨어질 것 같아 몹시 으시시했던 숨은벽을 지나, 2008년의 마지막 해가 지는 모습을 밤골에서 보았다. 산을 내려와 연신시장에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한 후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화제 & 인물] 속보산행의 달인 송병연 교사  -- 평균 6kmh! 6kmh가 되려면 오르막 경사에서 평속 4kmh, 평지나 내리막에서 7-8kmh, 즉, 거의 뛰는 속도가 나와야 한다. 기사를 보다가 대체 내가 왜 산을 오르나 새삼 생각해 보았다. 별 이유는 없다. 땀을 한 바가지 빼고, 아무 생각없이 트래킹 할 뿐이고, 불필요한 상념과 피하지방과 묵은 때 등 여분의 체중을 쓰레기처럼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줄인 후부터 트래킹이 끝나면 고질적으로 찾아오던 두통이 사라졌다. 한참 바빴던 11월에는 예전마냥 하루에 한 갑씩 피워댔지만 일이 없어지자 담배 피우는 일이 다시 시들해졌다.

등산화를 2005년 10월 무렵 구입했는데 이제 새 등산화를 사야할 것 같다. 등산화를 등산할 때만 신은게 아니라 고어텍스가 워낙 훌륭한 탓에 겨울에 늘 신고 다녀 훨씬 빨리 닳은 듯. 고어텍스 멤브레인 뒷꿈치 일부가 찢어지고 밑창의 골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암릉에서 좍좍 미끄러지며 스키 타는 듯한, 무척 살벌한 느낌이다.

트렉스타는 딱딱하고 오래 가지만 그립은 좀 떨어지는 비브람 창을 쓰고 캠프라인은 부드럽고 빨리 닳지만 그립이 우수한 릿지엣지 창을 사용한다고 함. 대부분 캠프라인 블랙스톰을 추천하는 듯. 물건 구매할 때는 시장에서 2등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게 금과옥조인데 캠프라인(1위)와 트렉스타(2위) 사이의 가격차가 무려 6만원 가량. 캠프라인 14~15만원, 트렉스타 8~9만원. 6만원이면 좀 더 보태서 중등산화(봄,가을,겨울), 경등산화(여름)를 각각 한 켤레씩 구입할 수도 있을 듯. 좀 더 알아보고.

2008년 12월 31일 보신각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KBS의 생쑈가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컬러TV가 끝날 때까지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를 비교 관람하며 한가하게 웹질했다.

2008년 송년회 모임은 7회 였고 그중 6회 참석했다. 2009년 1월 1일에는 아내가 놀러나간 동안 집에서 애를 보았다. 동태전을 부치고 이면수 구이를 했다. 아이가 성장통 때문에 밤에 깨어 울었다. 사람들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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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튜닝

잡기 2008. 6. 27. 12:56
촛불 시위하는 시민들, 소고기로 심하게 생떼 부리는 것은 이제 적당히들 좀 하시지. 원래 소고기 문제가 아니었잖아?

노트북 들고 출장 나갈 때 먼 거리를 이동하면 30분이 아쉬워서 노트북을 닫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노트북 사용 전력을 줄일 궁리를 하게 되었다. Notebook Hardware Control 2.0으로 일단 전력량을 모니터링해서 얻은 데이타;
 
CPU 6x배속, 코어 전압 0.972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25w, 예상 사용시간 1h30m
CPU 13x배속, 코어 전압 1.148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35w, 예상 사용시간 1h5m
배터리 만충전시 실제 사용 시간: 2h20m 가량.
노트북의 리튬이온 전지 규격: 12V, 3200mA = 38400mWh = 38.4wh
 
전력 사용량을 계산하기 위한 식: p = vi, i = v/r, p = v^2 * (1/r)
사용전력으로부터 1/r 결정. 1/r = p/v^2 = 35w/1.148^2 = 26.50911
여러번 측정하여 1/r 평균값을 취함.
부하(r)가 일정하다고 볼 때, CPU 전압을 낮추면 사용전력을 감소 시킬 수 있다. 6x, 13x일 때의 전압을 낮추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계산치와 실측치 비교;
 
배속, 전압, 계산, 실측 (풀로드 사용 예상 시간)
6x, 0.716v, 13w, 17.627w (2h10m)
13x, 0.988v, 26w, 28.172w (1h21m)
 
CPU 전압만 낮춘다고 전력 사용량이 줄지는 않는다. 노트북의 전력 먹는 귀신은 LCD니까, LCD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했을 때 전력량 변화를 살펴보면(6x, 0.716v에서 LCD 밝기만 조절했을 때);
 
17.63w (2h10m) 최대 밝기, CPU 100%
14.95w (2h34m) 최대 밝기, 워드 작업
12.85w (2h59m) 1단계 낮춤, 워드 작업
12.21w (3h8m) 2단계 낮춤, 워드 작업
 
하여튼 만충전된 상태에서 전압을 0.972v->0.716v로 낮춰봤자 실질 사용시간 단축 효과는 10-20분 차이 밖에 없고, LCD 밝기를 한 단계 낮추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크다는 결론에 도달 -> 다 아는 사실을 쓰잘데기 없이 재확인한 것에 불과. 김 샜다. 괴테가 오류는 오로지 방황을 통해서만 치료된다고 했던가? 피곤한 인생.

LCD가 흐리다는 것으로 HP가 악명을 떨칠 때 샀던 비즈니스 노트북이라 액정 밝기를 줄이면 대낮에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 그나저나 (노트북 관리를 상당히 잘 해서인지) 구매한지 3년이 지났건만 배터리 사용 시간은 예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산에 갈까 하다가, 산타기는 똥배를 없애는데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운동량이 자전거 타기보다 적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8월쯤 지리산 종주하기로 황씨와 약속해놓고 멍하니 손놓고 있다가 2-3일간 산속에서 무릎 나가고 근육 굳어 고생할 수야 없겠고. 아무튼 지난 주 토요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후 한때 비가 올 확률이 60% 였는데, 아침에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활발한 야외 활동을 결심했다. 비가 오는(올) 날에는 참새들이 저토록 기고만장하게 지저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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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 지하철에서 물끄러미 바라본 '비빔밥'이란 제목의 싯귀. 아빠, 엄마와 무관하게 겁대가리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는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너도 그렇게 혼자 싸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다가 애비처럼 외롭게 살 것 같다 -- 단점은 극히 적고 장점이 많은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삶이랄 수 있지. 야, 근데 사진 잘 나왔다. 저 코는 어떻게 성형수술 하고 싶어지는데.
 
마누라는 옛날에 노르웨이에 갔다 왔다. 나는 EBS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통해 오슬로를 보았고, 생수 500ml를 5천원에 팔고 햄버거를 2만원에 파는 목조건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름은 모름)를 알고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후로는 가 보지 않은 도시를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 편견과 환상을 가지느니 직접 가 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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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일주를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어 서울숲에 들렀다. 나무들이 예전보다 많이 자라 1-2년 전에 비해 황량함은 많이 사라졌다. 날이 후덥지근하여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피부를 핥으면 소금끼가 까끌하다. 작년에 점심 먹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올해에도 점심을 먹었다.

서울숲에서 서울광장으로 가는 길에 티타늄으로 된 바디와 클립 패달, XTR급 기어셋을 달고 있는 대단히 값비싼 자전거와 어쩌다가 나란히 진행하게 되었다. 체격마저도 XTR급으로 보이는 험로 다운힐 전문가 다운 그의 라이딩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그와 거의 같은 속도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는 점이 흐뭇하지만, 차없는 거리에서 그를 추월하겠다고 다리를 저으면 뱁새가 황새 쫓는 격이지. 한강변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의 자전거를 만져보고 몰아봤는데, 한 손으로 번쩍 들리는 자전거에, 내 부실한 다리로도 평지에서 35kmh 주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35kmh로 2시간을 계속 주행할 수 있을까? 결국은 하루 10여 시간씩 타고 돌아다닐 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근지구력이지 싶다.

2주전 자전거 정비 중 쇽 앱저버가 맛이 갔고 앞 바퀴의 베어링 케이지 일부가 손상되었고 뒷바퀴 베어링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휠과 뒷 바퀴의 케스케이드 기어(이름이 뭐였더라? 오래되니 기억 안 나는군) 역시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엔진(몸)의 성능이 중요하다지만 자전거가 이 꼴이면 몸에도 무리가 가게 된다.

구동계 전반이 그 모양이 된 후로 다운힐에서 최속이 40kmh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55kmh까지 나오던 것. 정비를 잘 했지만 이제는 평속 25kmh 주행도 슬슬 버거워진다. 잦은 야근과 늦은 취침으로 내 몸이 말이 아니라 올해 평균 속도는 18kmh에 불과하다. 올해 아홉 번 자전거를 탔고 350km를 주행했다. 올해는 다른 해 보다 자전거 타는 횟수나 거리가 현저하게 줄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자전거 가격은 작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 것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대공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이명박 정권은 747 정책을 7% 물가성장율, 4% 경제 성장율, 7% 실업율로 계산하게 될 것 같다.

민감한 정서 탓에 한미FTA 같은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걸까?  IMF때 카길에 종묘까지 팔아 먹은 한국이 미국 농축산물에 대항할 수 없고, 다국적 금융/보험 회사의 물량 공세와 사업 영역 차별 완화 및 법제도 정비를 비롯한 전방위적 압박에 한국 기업이 무너지고 흡수되거나 종속화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한 10년은 한국의 1차 산업과 3차 산업 전반이 작살 나고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인 찌질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학교 교육 수준이 하도 질이 떨어져 학교를 나온 저능아들은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물건 파는 정도 이상의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강기갑인지 강달프인지 하는 수염난 작자는 바로 그 관점에서 한미 FTA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경제는 보살피고 보호하지 않으면 뒈지는 허약한 찌질이이자... 음,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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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산을 탔다. 독바위에서 출발해 비봉을 거쳐 칼바위능선을 타고 정릉으로 내려왔다. 여기가 어디 였더라? gpicsync 사용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데, 무슨무슨대 였던 듯. 광화문과 서울타워가 횅하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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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야가 훤했다. 웹을 뒤져보니 오츠카 해협에서 밀려온 고기압이 대기중 미세 먼지를 싹쓸이한 덕분이란다. 옛날에 한겨울에 칼바위 능선을 지나갈 때는 발 잘못 내디뎠다가 떨어져 죽을까봐 등골이 오싹했는데 한 여름에 와보니 별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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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백운대 방면. 분위기가 흡사... 죽음과의 7년 동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시킴. 산에서 내려오라. 내려와서 삶을 살라. 칼바위 능선 코스는 북한산 처음 오르는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되지 싶다. 북한산 주봉 및 능선 어디에나 닿을 수 있을 뿐더러, 앞으로 북한산에 다시 오게 되면 가 봐야 할 곳들에 관해 스펙타클한 전망을 보여주니까. 오른쪽으로 오봉이 보인다. 언젠가 북한산-도봉산 종주 코스를 한 번  가봐야지 싶은데 피곤하고 시간 많이 걸려서 벌써 몇 년을 미뤘다.

아프로 사무라이. 오려붙인 3류 색종이치고는 그래도 나름 품위가 남아 있는 마초 애니. 하지만 보는 내내 딴 생각을 했다. 샘 페킨파 같은 감독은 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궂으면 쑤시는 관절염 같은 삶이지 싶다.

책은 한 권도 안 읽고, '절망적인 가정주부들'이란 사고뭉치 아줌마들의 드라마를 출퇴근 길에 보고, 자전거 타고, 산 타고 주말을 보람있게 보냈다. 주중에는 죽어라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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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Wide Telescope

잡기 2008. 6. 15. 23:58
5월 초에 대략 1000여개의 스팸 댓글 폭격을 받았다. 손으로 지웠다.

6월13일 서울광장에 나갔다. 적은 수의 인원이 남아 기타 치고 노래부르고 있을 뿐, 썰렁하다. 마포대교 건너 여의도로 행진 중이란다. 기껏 찾아갔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뉴스를 보니 한나라당사와 KBS 앞에서 시위를 했나 보다. 잘하고 있다.

World Wide Telescope는 MS가 야심차게 장난 삼아 만든 프로그램. 수시로 프로그램이 다운되고 freeze 되지만(spring beta version) 이미지의 품질이 우수하고 guided tour는 이제까지 보지못한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그 동안 심심할 때는 구글 어스의 스카이뷰 모드에서 추억의 별들을 찾아봤는데(이미지가 구려서 보다가 늘 김이 새 버리지만) wwt설치하고는 며칠 동안 넋을 잃고 밤을 새서 알만한 별들을 찾아 봤다. 뉴턴 사이언스 등의 컬러풀한 잡지에서 이미 보아왔던 성운이지만, 그것이 하늘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그동안 추상적이고 단편적이었다. 하여튼 구글 어스와 WWG의 이미지 퀄리티를 맛배기로 비교;

Google Earth, Crab Nebula.
Google Earth, Crab Nebula. 강렬하게 게살을 연상시킴.

WWT, Crab Nebula
WWT, Crab Nebula, 에러가 있어 보이지만 총천연색 게살이다.

Google Earth, Orion
Google Earth, Orion 자리의 별들이 탄생하는 곳. 적당히 구분 되긴 하지만 이미지 구리다.

WWT, Orion
WWT, Orion의 같은 부분. 역시 컬러. 디테일이 아주 선명해서 원소/입자선 샤워를 받으며 열나게 항성계가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음.

Google Earth, Eta Carina
Google Earth, Eta Carina. 곧 터질 불알처럼 생긴(실은 이미 터진) 에타 카리나. 이건 비교적 선명.

WWT, Eta Carina
WWT, Eta Carina. 그런데 WWT에는 예시한 이것보다 더 선명한 총천연색 사진도 있음.

MS가 오랫만에 일 냈다. 흑백TV보다가 컬러TV 보는 기분. WWT가 좀 안정화되면 아주 끝내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쓰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UI는 Google Earth가 낫다. 두어달 전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왔을 때 WWT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맞나? 광우병 의심환자라서 잘 기억이...

촛불 정국이 시작될 즈음 West Wing 마지막 시즌인 7기를 끝냈다. 웨스트윙을 장장 5년에 걸쳐 본 셈인데, 스타트랙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렇게 오랜 기간 시간을 들여 본 드라마는 웨스트윙이 유일하지 싶다. 망할 놈에 수다 때문에 짜증이 나서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하기를 되풀이. 뭔가 감상문을 써야 할텐데, 쓰잘데기 없는 짓 같아 관뒀다. 한 달이 좀 넘으니 주연들 이름도 잊어 버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러 모로 심금을 울렸다. 민주당 경선, 한국의 대선 등등...

기무라 다쿠야 주연하는 체인지(Change)라는 정치 드라마를 5월께 부터 깨작깨작 보기 시작. 언제나 그 모양인 기무라 다쿠야의 변함없는 캐릭터로 시골 교사가 어처구니 없게 일본 총리가 되어 활약하는 과정을 다뤘는데, 일본에는 조중동이 없나? 설마, 진심이면, 열심이면 통한다는 나이브한 사고방식이 매스미디어나, 시대가 변해도 늘 변함없이 짜증나는 국민이나, 정치판에 통할 꺼라고 믿는 순진한 일본 프로듀서가 만든 극화는 아니겠지.

http://cafe.naver.com/nonodemo -- 2008년 6월 13일자 100분 토론에서 소위 '서강대녀'가 소개하던 까페. 암... 돌이켜보면 3.1운동, 4.19, 6.10도 모두 광포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지랄하던 불법 시위였지.

개그 콘서트를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준 100분 토론에서 국제법 전문가인 이대의 최원목 교수가 친절하게도 '국제법상 정권이 바뀌면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 그런 묘수가 있었구나. 그나저나 이명박 정권은 두렵지 않을까? 곧 초등생 방학이 시작될텐데.

Macros Frontier
마크로스 프론티어 음악이 어째 익숙하다 싶더만 칸노 요코다. 에피소드 7의 공중전투는 흥미진진하게 봤다. 7화만 세 번쯤 봤다. 8화에서 곧 제자리를 찾았다. 개그물이 아닌 것만 해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크로스 초기작은 음악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었던 히피 키치 문화를 구가하던 시대에 히트한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상하게도 일본 음악은 체질에 잘 맞지 않았다.

Blassreiter
Blassreiter 1화. '저는 특촬물 애니판이에요' 라고 떠드는 듯한 애니. 정교하며 박진감 넘치는 씬과 흔해 빠진 스토리. 그건 그렇고, 2008년 들어서 쓰레기같은 애니만 줄줄이 나온다. 개그물이 아닌 것만 해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RD 잠뇌 조사실
RD 잠뇌 조사실. 1화 보고 왠지 흥미가 댕겨서 보기 시작. 아마 그런 흥미는 엑조틱한 배경 및 소재 탓이지 싶다.

RD 잠뇌 조사실
작화 담당의 여성 취향도 나하고 비슷한 듯. 둔부 묘사나, 리본과 넥타이를 보면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대충 알 것도 같다.

RD 잠뇌 조사실
이런 장면이 신선했다. 몇 화 만에 자폭해서 말아 먹을지 흥미진진하게 두고볼 SF.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 8월에 구매한 모니터, 9월에 스위치 불량 문제로 A/S 신청하려 했으나 전화를 해도 안 받아 내가 적당히 고쳐 쓰다가, 올 5월 30일에 아예 모니터가 off 되는 이전 스위치 문제가 다시나타나 모니터 수리를 보냈다. 12일이 지나서 고친 모니터를 받았다. 간단한 고장인데 AD 보드를 비롯한 모니터 뒷판을 몽땅 교체했다. 그런데 pivot 되는 스탠드와 나사가 맞지 않아 다시 나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보내준 나사도 맞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사를 구하고 뒷판 중심부근을 드릴질 하는 등 주말에 연결했다. 저 그림은 나사 잘못되었으니 다시 보내달라고 참고하시라고 그 회사에 보낸 그림.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을 38000원(배송료 포함)에 공구하길래 구입했다가 정확히 1분 10초 마다 7초 동안 끊기는 현상이 발생해 교체, 교체한 헤드셋은 2분 마다 1.8초씩 끊기는 현상 발생. 회사에 물어보니 호환이 잘 안 되는 것  같단다. 그러고는 환불을 추천해 준다. 환불 안 하고 A/S 받고 싶다고 우겼지만 환불 하시라고, 자기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며 6월 중순 경에 그런 문제를 해결한 새 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한다. 그럼 기다렸다가 (그 시점에서는 약 한 달 정도) 그 제품으로 교환하고 차액을 지불하겠다고 했으나(급할 것 없으므로), 고사하더니 환불해 준다. 희안한 회사다. 그 후로는 마음에 드는 블루투스 헤드셋(값싸고 막 쓸 수 있는)을 발견하지 못해 쓸쓸하게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볼게 없어서 꾸역꾸역 보고, 보고 나서 꼭 욕설을 늘어놓게 되는 BSG. 바이퍼를 저렇게 싣는 센스는... 아무리 화물선이라지만 좀 이해가 안 가는데.

내일의 키타 요시오
내일의 키타 요시오. 최씨가 권해줘서 보았음. 11일 후 죽겠다고 결심한 가운데 주인공. 왼쪽은 주인공이 자기와 가장 절친한 친구... 라고 믿고 있지만 병원에서 사고 때문에 맺어진 몇 개월 안 되는 인연. 오른쪽은 그의 분수에 넘치는 신부. 6개월후 달아남. 골룸스러운 고뇌와 결말의 부시시함, 중반부 부터 진행의 날림성 때문에 평가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Andrew Wyeth
내일의 키타 요시오. Andrew Wyeth의 그림. 마누라와 인연이 맺어지게 된 동기. 일본의 자살율이 대단히 높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 편인데 키타 요시오가 죽지 않았던 이유는(해피엔딩?), 자기가 죽길 바라지 않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키하바라에서 칼부림을 하고 잡힌 친구나, 여차하면 꼴사납게 자살 하겠다는 무수한 히키코마리나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소통 부재가 그 원인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일본 출생의 히키코마리 이명박이 한 동안 자살하겠다고 땡강을 부린 적이 있다 -- 추측.

저번주 일요일에 자전거 정비. 아내는 2박 3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하루 더 제주도에서 보냈다. 나는 일주일 내내 삽질하다가 이번 주에는 산에 갈지, 자전거를 탈지 고민했다.

북한산 숨은벽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도 타고 산도 타기로 했다. 수영까지 했다면 트라이애슬론이 될 뻔 했다. 수영을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통 시간이 안 난다. 효자동까지 가서 밤골을 거쳐 북한산 숨은벽에 올랐다.

북한산 숨은벽
장쾌한 암릉 코스는 2년 전 방문했을 때나 지금이나 골이 시원해진다. 늘 신고 다녔던 샌달의 그립이 시원찮아 저번주에 백운대에서 몇 번 미끄러진 다음엔 45도 경사의 일명 '빨래판 슬랩'을  겁이 나서 우회했다.

북한산 숨은벽
저 아줌마가 걷고 있는 저 아래는 400m 낭떠러지. 이런 건 쉽지만...

북한산 숨은벽
위문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 백운대 아래까지 갔다가 줄 서서 올라가는 꼴이 영 마음에 안 들어 백운대에는 안 올라갔다. 백운산장에 들러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암릉 어딘가에서 자전거 장갑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2년 전 숨은 벽 올라갔을 때 찍은 사진과 위 사진을 비교해 봤다.


신기하게도 구도가 완전히 똑같다. 트래킹한 시기도 비슷하고. 그땐 45도 릿지 코스를 잘 올라갔는데 그새 겁이 생긴걸까?

결산: 자전거 주행 총 1시간. 산악 트래킹 4시간. 쉰 시간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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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tander #2

잡기 2008. 6. 8. 03:21

6월 1일 오후. gps에 경로를 입력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과연 청와대를 뚫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사전 답사 하려고. 평속 19kmh.

동십자각
6월 1일 새벽 그 유명한 물대포 직사 및 과격 진압이 벌어졌던 동십자각 앞.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 돌파는 불가능하다. 오후 5시 무렵인데 전경들이 버스로 진입로를 막아놓고 검문 중. 지역 주민이라니까 통과시켜 준다. 길 양측으로 수 많은 전경들이 대기 중, 그들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닭장차로 가득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뚫고 청와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접어야 한다.

경복궁역 부근 닭장차 블럭
비슷한 시간대에 경복궁역 앞에서는 구속자 석방을 주장하는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 중. 자전거를 세우고 구경 중인데 어디서 많이 본 재수없는 복장이 후다닥 내 뒤에서부터 뛰어간다. 체포조. 자전거 세우고 중간에 끼려는 순간 시민들 자진 해산. 왠지 김이 새서 비좁은 골목길로 자전거를 몰고 들어갔다. 골목 곳곳마다 전경들이 길을 막아 놓았다. 말 그대로 모든 골목마다.

지역 주민인 체 하며 전경들 틈을 뚫고 지나갔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 상명대 앞까지 가는 동안 청와대 방면 소로는 모두 닭장차로 막히고 거리는 텅 비었다. 간혹 사복 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길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하여튼 6월 첫째주 내내 촛불집회 대책회의인지 집행부인지 하는 것들이 쪼다 같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동시다발적, 산개 도로 점거 시위가 답이다. 시위 장소는 조중동,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나라당 당사, 이건 뭐 닭대가리 히피 모임도 아니고 띵가띵가 광화문에서 노래나 부른다고 들리냐? 이명박이 즐겨보는 조중동에서 위기감 팍팍 느껴지는 압박감을 전해줘야지. 평화적으로.

6월 5일 저녁. 사무실 직원들과 맥주 한 잔 하고 퇴근하는 길에 광화문에 갔다. 나는 방관자다. 소고기 협상에 별 관심 없다. 수 개월 전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이 확실시 되자 얼이 빠져서 거리를 무작정 헤메던 기억이 난다. 시민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받아 들여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시민은 번쩍이는 황금(또는 부동산)에 눈이 멀어 자기가 또라이를 뽑았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지 싶다.

6월 5일 저녁. 나만 한 잔 해서 삘릴리한 것은 아니고, 광화문은 촛불 켜고 맥주 한 잔 하는 수많은 시민들로 이미 돗대기 시장이 되었다. 여기저기 MT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둘러 앉아 쥐잡기 놀이를 한다. 아이들이 낭만 고양이 노래를 부른다. 이순신 동상 밑에 모인 사람들은 닭장차 타이어의 바람을 빼고 있다. 태반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적은 수가 전경들과 놀고 있고 나머지는 노래 자랑?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아주 지겹게 듣는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였지만, 그 동안 제대로 된 축제(시위)를 함께 한 적이 없어 같이 부를만한 노래가 거의 없다. 그건 그렇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제서야 간신히 쥐구멍에서 기어나온 대학생 애들 하는 짓거리가 왜 이리 재수 없어 보일까.

차량 위 방패 뒤에 숨어 꼼짝 하지 않는 전경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패 뒤에서 팔이 살짝 뻗어나와 닭장차를 흔드는 사람들 사진을 찍고 재빨리 사라진다.

장기 자랑(?) 끝나고 가두 시위 시작.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어청수 물러가라고 소리 질렀다. 휘날리는 학교 깃발들, 전에 시위할 때 봤으면 좋겠다 싶었던 수많은 깃발이 이제서야 휘날린다.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보인다. 학력 수준이나 이성적 사고 프로세스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순수함을 잃어 왠지 변명을 늘어놓는 기회주의자 같아 보이는 대학생에게  정이 안 간다. 고삐리들이 촛불 들고 밤을 지샐 때 학교 축제에서 너도나도 원더 걸스 볼려고 몰려들다가 자빠지기나 하던, 꿈도 기개도 희망도 직업도 없는 88세대 탕아들이 이제야 시위할 마음을 먹어서 일까?

예비군이 중앙 분리대 부근에서 벨트를 형성. 쓸데없는 짓. 시민들처럼 신선하지도 않고, 한 삼십분 창의력 없고 넉살 없는 구호 떠들다가 돌아갈 것 뻔한 메가리없는 애들 구호를 들으니 시대 상황이 서글퍼져서 뒤돌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예비군이나 나나, 그저 하드웨어로 때우는 몸빵질을 시대적 사명감 삼아 활활 태워야 하는데 이 놈에 평화시위에서는 주먹쥘 일이 없어 보인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 아프리카 TV로 이번주 내내 그랬듯이 생방송을 지켜보았다. 심심해진 시민들이 닭장차 상대로 줄다리기질 하고 전경들과 몸싸움하며 놀았다. 별다른 폭력은 없었다.

6월 7일. 아침에 일어나 애 먹일 닭곰탕을 끓였다. 닭곰탕은 자취생활 할 때 가끔 끓여 먹었다. 닭 한 마리 잘 씻어서 꼬리, 날개끝 자르고 큰 냄비에 넣고 마늘과 생강 넣고 한 20분 끓이다가 익은 닭을 건져내 뼈를 발라내고 살점은 결 방향으로 잘게 찢어 후추와 소금, 참기름으로 살짝 간해 둔다.

발라내고 남은 뼈는 다시 냄비에 넣고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우린다. 마누라는 닭기름을 싫어하므로 채에 받쳐 걸러내어 기름기 없는 육수를 얻는다. 육수를 먹을 분량 만큼 냄비에 덜고 깍둑썰기한 무를 넣고 한 소끔 끓여 국 그릇에 담고 간해 둔 고기를 얹고 송송 썬 파를 살살 뿌리고 깍두기를 곁들이면 된다.

준비하는데 한두 시간 걸린다. 남은 육수는 페트병에 보관했다가 이런저런 국거리로 사용. 닭고기 수프나 곰탕이나 조리법이 거의 비슷해서 비교적 간단하게 준비해두고 4-5끼를 울궈 먹을 수 있으니 자취생 보양식으로 훌륭하다. 

곰탕 먹고 땀낸 다음 북한산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사장님과 전화 통화 하느라 등산로 입구에서 무려 한 시간을 보냈다. 향로봉, 비봉만 돌고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북한산에 예전처럼 자주 갈 수 없을 것 같아 오랫만에 백운대까지 올랐다. 민주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느라 등산객이 현저히 줄어 평소라면 등산객으로 우글거릴 백운대가 한산하다. 발가락 부근이 늘어난 트래킹 샌달에서 발이 움직이면서 암반에서 두어 차례 미끄러졌다. 난 괜찮은데, 사람들이 그 꼴을 보더니 탄식과 비명을 질렀다. 북한산을 자주 올랐더니 그새 깡이 늘어난 건지 죽죽 미끌어져도 별로 무섭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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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향로봉 정상 부근. 샌달이 좍좍 잘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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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 백운대. gps를 보니 트래킹 2:52:00, 쉰 시간 1:00:00 정도, 합해서 4시간 정도 걸렸다. 먹은게 별로 없어 기운이 빠져서 그렇지 큰 봉우리 3개를 오르는 꾸준한 오르막길을  4.0kmh라는 썩 훌륭한 속도로 움직였다. 지루한 우이동 아스팔트 길부터 gps를 껐다.

배가 몹시 고파 내려오다가 산장에서 막걸리에 두부김치나 먹고 가려고 지갑을 열어보니 어제 아내가 지갑을 다 털어가서 한 푼도 없다. 우이동 버스 종점까지 가는 길이 왜 이다지도 긴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기운이 다 빠져 내려왔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내려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 연초부터 광장시장에 들르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다. 6천원으로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했다. 포장마차나, 바나, 시장 좌판에서 혼자 술 마시곤 했다.

내 팔자가 고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내와 애가 생겨도 고독하다. 되려 더 고독해진 것 같다. 일부는 서울에 올라온 후 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어진 것과 관련있지 싶다. 20대 중반에 내 삶이 언터처블이 되고 방관자가 된 것과 상관있지 싶다. 내 자랑꺼리는 관찰에 바탕을 둔 개개 인간성에 관한 적나라한 통찰인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표현 방식에 상관없이 대부분 욕설이라 아무도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길에서 돈은 많이 주워 봤지만 길에서 사람 만나는 일은 없다. 일을 할 때 운이 좋았던 적도 없다. 죽어라 삽질해서 얻는 소득은 항상 쥐꼬리만 했고 항상 악운의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다녔다. 사람들 사이에서 얻는 평가는 기껏해봤자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냉정하고 정 안 가는 악바리 정도? 종합해 보건대, 내겐 운이 없다. 다시 말해 재수 없는 놈이다.

재수없는 놈이라... 술김에 결정적인 팩트 한 가지를 발견한 것 같아 흐뭇. 막걸리 한 병 비운 다음 일어섰다. 배를 채우고 술 한 잔 하니 기운이 난다.

별명은 땅박 정책은 엇박
언행은 경박 부패는 쌈박
서민은 핍박 의리는 깜박
범죄는 해박 인상은 박박
그래서 씨박


5월 31일 저녁 때 본 웃기고 구구절절히 옳은 싯귀를 아내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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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첫 촛불집회에 참석한 아이. 아내야 말로 유모차 시위대 원조다. 소고기에는 그다지 관심 없지만 독재 타도는 적당한 명분만 있으면 솔찬히 보람 있는 일이다.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순신 동상 앞 닭장차 근처에 주저 앉았다. 날이 선선하다. 조선일보 전광판이 어스름이 깔리는 사거리 한 편에서 번쩍인다. 조중동 처단은 시대적 사명이다.

누군가 '집시법 철폐'라는 개념 피켓을 들고 지나간다. 바람직한 시위는 국회를 조지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시민들이 슬슬 모이고, 이미 한 팀은 종로 쪽으로 가두 시위중. 저쪽 서울 광장 방면에서는 사람들이 놀고 있다.

총 나흘 동안 촛불 문화제에 참석. 이틀은 맨 정신에, 이틀은 술 먹고. 집회에 가봤자 딱히 할 일이 없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콩나물 사오라고 하셔서 수퍼 문 닫기 전에 시위 현장을 떠났다. 내 시위 참여 행태가 참 어줍잖고 시답잖은게, 방관자 행태를 벗지 못한다. 시민발언대에 나가 청와대 삽질 집어 치우고 국회로 쳐 들어 가자고 선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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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잡기 2008. 1. 13. 18:12
The Nerd Test, v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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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군.

자폐증 지수 검사(Autism Spectrum Quotient Test)
  -- 당신의 자폐증 지수(AQ)는 28점 입니다. 이 점수는 다소 평균에서 벗어난 결과이며 경우에 따라 당신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예상대로다.

자세한 분석결과: 남자 평균은 17점, 여자 평균은 15점.  Simon Baron-Cohen 및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을 받은 성인의 80%는 본 테스트에서 32점 이상을 기록. 26점을 기준으로 본 테스트 결과는 자폐증의 일종인 Asperger Syndrome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정상인을 임상적으로 구별하는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  수학, 물리학 및 공학 계열 종사자는 본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 캠브리지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학과 학생 평균은 21.8점, 전산과 학생 평균은 21.4점. 한편,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여섯 명의 평균은 24점.
그도 그럴 밖에, 인생의 태반을 혼자 보내면서 책을 읽고 여행 다니고 15년 이상 틀어박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이 자폐 증세가 없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폴 블룸이 지은 '데카르트의 아기' 에서 발췌:
자폐아를 자식으로 둔 작가 닌 혼비는 "무엇보다 말도, 말을 배우려는 어떠한 충동도, 세상을 알고픈 욕구도 갖고 태어나지 않고,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저 혼자 뱅글뱅글 맴돌거나 그림맞추기 퍼즐만 하고 또 하고 줄기차게 그것만 하려는,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고 흉내도 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말 그대로, 이따금씩 손톱과 이빨, 고사리 같은 주먹을 동원해 처절하게 싸우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다가가겠는가?" 라고 반문하며 아버지로서의 좌절감을 드러낸다.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을 맛 보고 있을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 --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나 흥미와 활동의 제한은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인지/언어 발달에는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일반적으로 인간을 사물화한다. <-- 매우 중요. 역으로 생각하면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경영자나 군인으로서 리더가 되기에 바람직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리더를 그리워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잘 맞을 것 같다.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 정신이상자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는 대부분 덜미가 잡히거나 치료 받은 사람, 다시 말해 성공하지 못한 정신이상자로부터 나온 것이다. ... 미소를 머금은 리더들이 냉혹한 괴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졸아든다. 게다가 기업의 사장이나 그밖의 유명 인사가 느닷없이 정신 이상 진단을 받는 경우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지만 마치 그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즉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처럼, 또는 나쁜 짓을 저지른 다음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살아야만 한다.
성공한 정신이상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작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 대다수는 나처럼 위선자로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지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략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사위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 들키지 않을 확신이 서면 가끔은 거추장스러운 도덕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유연성이 있으면 돈 벌고 예쁜 마누라 얻고 하고 싶은 짓 다 하면서도 장수할 수 있다.
지렛대를 누르면 가끔 먹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방에 있는 쥐가 충격을 받도록 해서 이것을 보여주었다. 쥐는 굶어죽는 선택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종의 다른 성원이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덜 먹으려 했다. 나중에 원숭이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원숭이는 훨씬 더 오랫동안 먹이를 삼갔다. 원숭이의 감수성은 같은 종의 성원에게만 적용되었으며, 먹이를 얻기 위해 토끼에게 충격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원숭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은 유전적으로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는 흑인, 백인을 자기와 전혀 다른 종족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이도록 설계된 장치라서 '우리'가 리더를 뽑을 때 유난히 지독한 자폐증 정신이상 합병증 병신만 콕 찍어 골라 뽑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잘 뽑은 리더라야 우리 죄를 제대로 짊어질 수 있다.
 
작가는 이 다음에 폭넓은 상호이타적 행위가 동종을 넘어서 다른 종으로, 우주로 널리 퍼질 수 있는 여건을 설명한다. 사실 그 부분은 인간의 대뇌용적이 훨씬 늘어나지 않는 한 개소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별세한 커트 보네것은 대뇌용적이 훨씬 작아져야 인간성이 바람직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견해를 따르거나 보네것의 견해를 따르거나 상관없이 인간이 반병신이란 애초 전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타 등등...
 
아프리카에 도착한 최초의 지중해 사람들은 어느 섬의 서식 동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쪽 만의 외진 곳에 있는 어느 섬에는 야만인들이 넘쳐났다. 여자도 있었는데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다. 그들은 털북숭이 몸을 하고 있었다. ... 우리는 그들을 쫓았으나 남자는 한 명도 잡을 수 없었다. 다들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파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돌을 던지며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여자는 세 명 생포했다. 깨물고 할퀴고... 우리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여 가죽을 벗긴 다음 카르타고로 갖고 왔다.
원주민들은 이 야만족을 '고릴라' 라고 불렀다.
인지 능력중 범주의 혼란을 묘사하면서 예로 든 것.
로마 화에 알라가발루스는 붉은 피가 초록색 풀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풀밭에서 노예들을 학살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명백히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예술일까?
예술이 자의적인 노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데카르트의 아기' 요약:
  • 물질적인 존재와 비물질적인 존재의 구분 -- 정신/영혼의 기원
  •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 -- 예술적 가치 판단
  • 천성적인 공감 및 혐오감 -- 양심과 사회 윤리의 기원
  • 자연의 작위성 -- 종교의 기원
  • 육체와 정신의 이원성 -- 유머의 기원
매우 흥미진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잘 쓴 책이며, 내용이 꽤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증거라고 든 것들의 신빙성이나, 총합적 파괴력은 약한 편이라서 작가의 글빨로 쉽게 커버되지 않았다. 인체실험이 워낙 비도덕적이라 쓸만한 자료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해야 하나? 비도덕적으로 제대로 된 자폐증 정신이상 천재 과학자와 그 과학자와 죽이 맞는 자폐증 정신이상 군부 독재자의 환상적인 결합을 막연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번역자는 곽미경,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개성의 탄생'의 번역자. 눈에 거슬리는 일반 명사의 복수형이나 어순의 선택, 문장의 장황스러움 등 '개성의 탄생'에 비해 번역질은 좀 떨어졌다. 시간순으로 보자면 데카르트의 아기를 먼저 번역하고 개성의 탄생을 나중에 번역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번역 품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점. 연초부터 기분 좋게,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시락과 물병을 챙겨 적어도 4시간 이상하는 본격적인 산악 트래킹이란 의미에서, 오랫만에 북한산에 올라갔다. 몇 개월 운동을 안하고 실내에 틀어박혀 일하고 술 먹고 하다보니 체중이 최근 1kg 늘었다. 날이 추워야 오르는 맛이 날텐데 날이 따뜻하니 땀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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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에 매달려 혼자 암벽을 타는 이 아저씨의 용기에 그다지 감명을 받지 않았다. 오늘 따라 바위가 매우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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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안개가 잔뜩 끼어 '사일런트 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암반이 미끌미끌하다. 이런날은 안전한 산행로로 다니는 것이 윤리적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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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로 줌 해서 촬영하니 사진이 엉망인데, 사람 둘이 떨어졌다. 북한산은 심심하면 오르락내리락하는 내가 보기에도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산이다. 헬기가 그들을 구조했다. 다행히 사망은 아닌 것 같다.

자연공원법 86조에 의하면 통제된 곳을 오르는 사람에게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언제부턴가 그런 현수막이 북한산 곳곳에 설치되었다). 헬기 한 번 부르면 내가 알기론 200만원, 골절 등 부상 치료비로 대략 100만원 잡으면, 한 잔 하고 호기가 발동해 미끌미끌한 바위를 올랐다가 자칫하면 300-400만원을 날리게 된다.

이번 주에도 북한산에 올랐다.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한바퀴 도는 원점 회귀 코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웠는데 아이젠을 깜빡해서 얼음이 낀 암반에서 미끄러지는 살떨리는 경험을 했다.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다리 근육은 알 안 배기고 잘 움직이지만 폐포에서 가스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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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Song

잡기 2007. 12. 19. 02:40
  • 이보디보 -- 교재 빼고 발생생물학 책은 거의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기회.
  • 만들어진 신 -- 읽다가 졸려서 좀...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온 사방에서 핀커, 핀커 해대니 최근 핀커의 책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낌. 안 그래도 읽을껀데 자꾸 들으니까 부아가 나서 안 읽고 개기는 중...
  • 소수의 음악 -- 소수에 관해선 대충 낯 익을 만큼 본 것 같은데 뭐가 더 있을까.
  • 스트링 코스모스 -- 안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또는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성과라도 있다면 모를까.
  • 스피노자의 뇌 -- 안 봐도 내용이 뻔할 것 같은 (초심자용) 마음과 인식의 가이드북으로 보임.
  • 인간 없는 세상 -- 얼마 전에 소개받은, 헐리우드 재난 영화 같다는 책. 암, 두통약은 걸러도 블럭버스터물이라면 꼭 봐줘야지.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걸렸는지 흥미로워 보임
  • 칼 세이건 -- 그의 왠간한 에피소드는 이미 보고 들을만큼 경험한 것 같은데... 파인만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닌 노력형 범생이라서...
  • 특이점이 온다 -- 가끔 지인에게 권해주긴 하지만 (광기어린 문장으로 가득찬) 그 두께에 다들 질려버리는 것 같음.
서점에서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책에 돈 들이는 것이 점점 아깝다는 조잔한 생각),  2007년에는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흥미로운 과학교양서적이 적은 것일까? 이보 디보, 인간 없는 세상 정도를 일단 구해봐야겠다.

길 가다가 '느리게 살자'는 문구를 보고 웃었다. 0.5x 나 0.1x 정도로 살면 느리게 사는 것일까?  '나'를 세상에 갖다 맞추지 말고 세상을 내게 갖다 맞추자는 부류의 얘기지 싶다. 또는, 느리게 살자는 말은 그저, 건강을 생각해 가끔 게으름 피우고 지내자는 뜻일께다.

중천에 뜬 달이 질 때까지 해변에 누워 달 쳐다본 적 여러 번 있다. 정말 느리게 살다보면 쓸데 없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명상 한다고 앉아 있으면 텔로미어도 그만큼 멍하니 짧아지게 마련. 하루 6시간 자고 14시간씩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총알이나 말뚝이 몇 개 뚫고 지나간 것 같은 가슴으로 인생을 허비하여 후회하노라고 말하는 거야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 즉, 조건에 들어맞는 인간 누구나 언제든지 내키면 할 수 있다.

산을 넘는 달이나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짧지만, 생활 속도는 1x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 멈추거나 느려지면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 멍청할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뇌가 놀 시간이 없어 굳이 느려져야 자기 자신을 명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평소에 자기 자신에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대개 인간의 두뇌는 8g 이상의 중력 가속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심박이 낮으면 저혈압을 동반한 갖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신경의 반사속도가 0.7s 이상이 되면 길에서 걷는 사람과 충돌하여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느린 인간은 인간의 맞대면 소통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제스쳐, 얼굴변화, 톤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어 소통 장애에 시달리며  때로는 상대의 감정 변화를 제때 읽지 못해 사랑(교미와 번식)의 실패로 이어진다. 아울러 이 사회는 자폐아를 격리하려 하고 사고 속도가 느린 사람을 정신지체라는 장애로 취급한다.

또는, (웃음을 머금고) 난 주변에서 1x 이상의 가공할 스피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1x였고 보통은 0.7~ 0.9x의 속도로 살아간다. 나쁘게 보자면 인간은 대체로 게으르다.

마음을 데우는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소수의 초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필요한 경우 주변의 시공간을 축퇴시켜 시간을 멈추거나 느리게 흐르도록 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끔 스스로에게 되뇌이듯이  '느리게 살면 참 좋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생략하고, '느리게 살아보세'에 대한 내 정서는 보통 '엿이나 쳐드삼'에 많이 가깝다.

애를 업고 일요일에 북한산에 올랐다. 멀리는 안 가고 약 한 시간쯤 능선까지 기어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등에 진 것이 무생물 배낭과 달라서 산길을 걷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어려웠다. 아이는 바짝 쫄았는지 등 뒤에서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얌전히 앉아 있었다. 숨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겁 먹은 것 같다. 환영할만한 분위기 인지라 애를 겁주기 위해 가끔 데려와야겠다.

청와대
영욕의 역사 현장을 증언하는 듯('20년전 저 앞은 피바다였어') 인상을 긁는 소울이는 며칠 전 제 엄마와 관광차 청와대를 방문했다.

아무튼. 항간 등산객들의 욕설처럼 등산로 조성한다며 등산로에 바윗돌을 박아놨다. 이런 길을 몇 시간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 노인네들 무릅 다 나간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해 놓은건지. 그러다가.... 연신내 역이던가, 아니면 구파발 역이던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당신 한 사람 북한산에 안 올라와 주시면 산이 살아납니다' 비슷하게 적힌 커다란 광고판을 본 기억이 난다. 등산로 조성 사업은 이렇게 조금만 앞뒤를 살피면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산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많이 훼손되었다. 비교적 산세가 험해 매 주 사고가 생겨 다리가 부러지거나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최근 수 년 새에 무슨 까닭인지 북한산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 연초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주5일 근무제 때문인 것 같다. 이건 뭐, 겨울에도 산 꼭대기가 바글거리니 점점 산타기가 내키지 않는다.

일리움, 트로이, 헬렌 오브 트로이, 오 브라더 웨얼 아 유?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일주일을 일리아드 오딧세이 속에서 허부적거렸다. 일리움 -- 댄 시먼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훌륭한 장편 시대 서사물을 썼으나(그는 서사의 대가다. 이야기로써뿐만 아니라 문장력으로써도) 문제는 일주일 동안 그 무거운 책을 한 손에 받쳐들고 지하철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를 오락가락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헬쓰보이'가 되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을 젠장맞을 낚시질로 끝냈을 뿐만 아니라, 후속편인 올림포스는 2008년 출간 예정이라는 더더욱 엿같은 선전 찌라시로 막장을 닫았다. 출판사나 역자의 순수한 호의와 친절이 두 배로 울컥 치밀어 오르게 했달까?

이건 뭐, 묵향도 아니고.

형제여 너는 어디 있나? 라는 코헨 형제의 영화 중 한 장면.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목가적인 저 풍경 아래서 두들겨 맞는다. 조지 클루니가 왜 뭇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조지 클루니의 표정을 봤다. 아, 저 느끼한 양반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동네 어귀의 이명박 포스터는 통산 다섯 번 찢어졌다. 웃동네 포스터도 역시 몇 번 찢긴 흔적이 있다. 다른 동네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왜 이 동네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다. 공약의 질은 권영길이 제일 낫지만 대통령 당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자가 차기 총선에서 민노당의 생존을 보장하는 그럴듯한 차선책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 내년 총선에서 과연 의석이나 확보할 수 있을런지. 정동영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이탈을 조장한(방관한) '배신자'라서 안 뽑을 것이고, 공약이라고 내세운 여러 정신 나간 헛소리와 부패비리로 썩은 이명박과는 애당초 인연이 없고, 출마하면서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늘 겉도는 우직한 애국애족 수구꼴통 이회창을 찍을 일도 없다. 대선 쇼핑의 가격대 성능비 및 감상적 지지 성향을 따져보면 역시 문국현이다. 문국현의 공약은 그저 그랬다.

오랫만에 만난 김씨 아저씨와 술 한 잔 하면서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약 2개월에 걸쳐 HW 개선 아이디어를 수십개 정리한 67페이지 짜리 pt 자료를 연례 발표 했다. 내용이 워낙 안드로메다적이고 전문적이라 참석자의 90%가 졸았다. 대충 하고 송년회 하러 갔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소주 2.5잔, 맥주 1000cc. 날이 갈수록 술맛을 잃었다. 술 좀 마시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거의 멀쩡한 정신에 노래방에서 2시간 반 동안 꽥꽥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물론 노래방에도 가지 않는다.
 
사실을 수식하는 쓰잘데 없는 잔털을 깨끗이 제거하면 태어날 때부터 오류 투성이인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독버섯처럼 우후죽순 곡해와 오해가 꽃핀다 -- 편의상 21세기 오캄의 전기 면도기 정의 --  진실과 사실은 '따라서' 사과 껍데기 벗겨 먹듯이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수식을 일정 정도 필요로 한다. 

John G. Hemry says:  As a writer, too, I wanted to see what the replies in this discussion said. I have some marketplace evidence that the opinions here do reflect what a lot of people want. When the first book in my latest series came out (Dauntless, under the pen name Jack Campbell) one magazine reviewer complained that it could have been serialized in John Campbell's Astounding. This attempted put-down helped my sales, as a number of people have told me they sought out the book because that's the kind of story they were looking for. In terms of science I put in something that isn't normally done, including light-speed limitations and relativistic effects in engagements ranging over light minutes and light hours of distance. Far from complaining about that level of complexity, many people have praised it. So pay attention to the posts here, Greg. Readers want good, intelligent space opera.
잭 캠벨,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의 What do you think is missing from today's SF?에 대한 주절주절 늘어놓는 코멘트 중 밑줄 친 부분 100% 공감.  게시판에는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빌어먹을 인권 및 환경 문제 보다, 단 한 권의 읽을만한 SF가 없다는 서글픈 결론에 투정을 부리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블로그들 사이에 떠도는 설문.
 
【1】당신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유명한 동화지만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떨 것같습니까? 인어공주가 살아있는 삼치를 먹는 이야기
 
【2】책장을 넘기니 한 장만 색깔이 다릅니다. 그것은 전체의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합니까? 첫장 바로 뒤
 
【3】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인어공주가 달빛 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삼치 뼈로 된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부른다.
 
【4】당신은 지금, 다이아몬드를 한 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다이아몬드입니까? 되도록이면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손톱 반 정도의 핑크빛 다이아몬드 원석.
 
【5】당신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누군가가 뒤에서 훔쳐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요? 거울에 비친 내 뒷모습
 
【6】당신은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가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떤가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졌나요? 아니면 변화가 없나요? 여전히 아름다우나 그 가치에 관해 의문을 가짐.
 
【7】당신은 그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 건가요? 누르
 
【8】당신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시내에 나갑니다. 집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1차선 도로
 
【9】시내에 도착해서 당신은 인형을 사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집은 인형을 보고 "저거 갖고 싶어!"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몇 살 정도의 사람입니까? 20대 초반. 흔해빠진 오타쿠.
 
【10】당신은 인형을 포기하고 수제 케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자, 완성된 케익을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해주세요. 보기보다는 맛있을 꺼야
 
【11】선물을 건네주기 위해 당신은 택시를 타려고 합니다. 택시를 타려고 하니까 기사가 승차거부를 합니다. 멀어져 가는 택시에게 한마디 한다면? 할 말 없음.
 
【12】책장에서 뽑은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거기에 마녀그림이 있었습니다. 그 마녀는 어떤 성격, 어떤 마법을 쓰나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조용히 최음제를 만듬. 특별한 마법은 없으나 사람들은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듯한 투명한 눈알을 보고 마녀라 부른다.
 
【13】그 마녀가 사는 성의 지하에는 사람이 갇혀있었습니다. 몇 명의 사람이 잡혀있을까요? 해악을 끼치며 존재해서는 안될 오크-인간 하이브리드 두어마리
 
【14】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갇혀 있는 걸까요? 나뭇꾼을 잡아먹었음
 
【15】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마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가 구해준 마을 사람이 자신을 저주받은 마녀라 부르며 달아남.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거 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해본 기억이 남.

Mike Resnick이 썻다길래 빌린 책,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Alien)'은 말투부터 내용까지 아동용 전기물 같았다. 키리냐가와 너무 달라 황당했다. 읽는 내내 지루해서 지하철에서 졸다 읽다를 반복.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드라마타이즈된 다빈치 미니 시리즈를 본 기억이 난다. 새장에서 새들을 꺼내 하늘로 날리고 공원에 앉아 그들의 비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던 다 빈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묘하게도 주인공 얼굴은 잊어 버렸지만 그가 그린 새 그림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처럼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살고 싶은 소망. 다 빈치를 보면서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여자와 인연이 없고(할 일이 많아 관심이 안 가는 것임) 채식을 주로 하며 들판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인간. 그래서 친근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천재였다.

사이먼 싱의 '코드북' 이후 '암호의 과학'을 오랫동안 읽으려고 기다렸다. 결국 엊그제 읽긴 읽었다. 어째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 반쯤 읽다가 결론을 내렸다. '암호의 과학'은 '코드북'과 같은 책이다. -_-

유씨가 모성본능의 본질에 관해 물었다. 옥시토신 이라고 간단히 대꾸했다. 뭔가 설명할 줄 알았더니, 그래요 하고 대화를 끝낸다. 이제 한두 달 밖에 안 남았다. 한두 달 후면 아이 말문이 트인다. 기억이 한동안 늘어나고 뇌량이 보다 조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울이가 3-4살 무렵에 저 혼자 한글과 영어를 학습할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 지능은 110~120 사이로 평범할 것이다. 후천적으로 변위가 너무 커서  키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공간지각이나 제어조응은 또래 평균 수준. 체중 및 신장 미달. 자폐 증세는 없고 체형, 얼굴 윤곽, 성격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 엄마는 자기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른다. 둘 다 서로를 괴롭히며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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