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xter'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12.17 행동경제학 1
  2. 2007.12.10 Dexter Season 2
  3. 2007.11.08 how the mind works 1
  4. 2007.02.18 swedish privacy 1

행동경제학

잡기 2008. 12. 17. 00:01
연말 송년회 주최 해야 하는데 나흘 동안 참석자들에게 문자 한 통 안 보내고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 올해 계획된 송년회는 여섯 차례.

26일 가족과 함께 영등포에 있는 씨랄라에 갔다왔다. 흡사 욕설처럼 들리는 '씨랄라 워터파크'는 서울 근교 워터파크 중 싸고 접근이 용이한 것을 찾다가 나온 것. 20% 할인해서 성인 주말 요금 2만원, 3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 흡사 2만원짜리 목욕탕 같았다. 영등포 문래역 근처 지하. 싸우나+실내 수영장 형태. 흐르는 물길은 약 130m로 짧은 편, 미끄럼틀은 무료, 온탕이 몇 개 보이고, 물이 따뜻한 편. 미역국 6천원. 음료수는 반입 가능하나 음식물은 반입 불가. 아내나 나 때문에 간 것은 아니지만 4시간 놀고 나니 지루해서 나왔다. 집에 와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현대인이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쳐다볼 수 있으면 내면이 엄청 아름다운 사람이래." -- '싸우자 귀신아' 중, 하늘을 꽤 자주 보는 날더러 내면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마저도 내 마음이 아름답지 않을꺼라는 편견을 가졌다. 허영만의 '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내 얼굴은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골통처럼 보이고, 40대쯤 되면 재산을 깡그리 까먹을 관상이다. 그런 것들에 몹시 관조적인 편이다. 되레 나보다 더 '못'생겨서 40살이 되도록 총각으로 살아가는 마법사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내려다볼 수 있는 아래가 있다는 것은, 경쟁의 맥락에서 흐뭇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40살이 되도록 총각인 아저씨들, 메리 크리스마스.

목욕탕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다. "수건으로 머리부터 닦고 그 다음에 발을 닦어." "왜요?" "머리부터 닦는 거야. 발은 아래에 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아이에게 발이나 머리나 자지나 민주적이고 평등하다고 가르쳐 주지 않는 건가? 지저분한 발 아래 있는 물건을 던짐으로써 부시를 모욕하겠다는 문화도 있지만, 그런 문화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부시는 신발을 피한 후 낄낄낄 웃고 있었다. 말 잘하는 사람을 대하는 대중의 이중적인 태도, 똑똑한 여성에 대한 지나친 편견. 여성의 가슴과 힙 라인, S라인인지 하는 것들의 가치를 과하게 높게 평가하는 희안한 원시문화권에 살고 있어서인지 목욕하고 나와서 발 닦은 수건으로는 머리를 닦지 않는 비합리적인 아버지의 조언도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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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발의 지위가 다르다는 이상한 말을 아이에게 할 생각이 없지만 음식을 오른손으로 먹는 곳에 가서는 바보같은 짓을 못하게 해야겠지? 동네의 국립 보육원 순번 108번째 아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립 유아원/유치원 보내야 하는데 기본요금이 27만원이란다. 아이한테 뭘 배우길 기대하진 않지만(그림책 한 권 사준 적도 없고), 아내만큼은  전기톱, 망치질 하는 기술이라도 익혔으면 좋겠다. 아내가 일년 내내 DIY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뭔가 보긴 하는데, 실제로 뭔가 만드는 모습은 한 번도 못봤다.

올해의 사진
. 얼핏 봐서... 이 사진들 중 그리스에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청년들이 데모 중 레이저 빔으로 경찰을 사격하는 것은 못 본 것 같다. 뉴스 사이트에서 처음 그 사진 보고 진짜 레이저인 줄 알고 놀랐다.

올해 읽어야 했을 책 목록 중 무려 47권을 읽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것을 보고(도서관에서 2년 내내 항상 대출 중인 이상한 책) 최근에 '행동 경제학'을 읽었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저술이다. 간결명료, 유연한 연결. 매 찹터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적절한 구성, 애당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 사회적 행동의 학문적 재구성.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미없는 책들 때문에 욕지기가 올라왔는데 '행동경제학'을 읽으니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전통적 경제학의 모순,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 받았다는 프로스펙트 이론을 설명, 세 번째로 행동경제학의 커버리지 및 최근의 빛나는 연구 성과를 나열한다. 꽤 재밌어서 책을 사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 책에서 Monty Hall dilemma을 또 봤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걸까? 무수한 논쟁, 그리고 두번째 문을 선택하는 것이 왜 확률을 증가시키는가(1/2이 아니라 2/3이 되는가)에 관한 여러 친절할 설명과 식을 보고도, 실제 확률이 1/2로 수렴하지 2/3가 되지 않겠냐고 어린 시절 프로그래밍을 해서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행동 경제학'의 첫 파트에는 아마도 마틴 가드너가 쓰던 종류의 책에서 보았던 재밌는 퍼즐이 여럿  나왔다. 예: 노트와 연필을 샀는데 합계 1100원으로 노트가 연필보다 1000원 비쌌다. 연필이 얼마인지 5초 이내에 답하라.
 
코스의 정리(Coase's Theorem)같은 흥미로운 주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의깊게 언급된다. 요약 및 정리:
코스의 정리는 두 명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해가 대립함으로써 발생하는 거래관계에 관한 정리다. 공장주 a와 강을 소유한 주민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 소유한 기업은 공해를 발생시키는 재화를 생산하고, 이로 인해 강의 주인인 b에게 피해를 끼치게 됨으로써 a와 b의 이해가 대립하게 되었다. a는 공장주 입장에서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강에 오염된 물을 방출할 권리를, b를 강 주인으로서 오염된 물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권리를 갖고 있다. 결국 b는 a를 만나 협상을 할 것이고, 누가 자신의 권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형성될 것이다. 예컨대 b는 돈을 주고 폐수 방출권을 살 수 있다.

코스의 정리는 당연히 wta(willingness to accept)와 wtp(willingness to pay)가 일치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스의 정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즉 기업a가 공해를 발생시켰더라도 a가 그 재산을 생산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또는 주민b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지, 그 출발점의 차이가 보유효과에 따라 결정적으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 wta는 wtp의 약 7배에 달한다.

보유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wta와 wtp의 괴리는 공공정책의 이론적 기초인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에 중대한 의문을 던진다.
상호 이해의 충돌과 경쟁 뿐만이 아니라, 호혜적 인간(Homo Reciprocans)과 경제적 인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
최종제안 게임. 2명의 참가자가 있다. 제안자는 초기금액 중 임의의 금액을 응답자에게 건네준다는 제안을 한다. 그 다음 응답자는 그 제안을 수락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수락한다면 제언대로 분배되고, 이익은 제인자가 700원이고 응답자는 300원으로 게임은 종료된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에는 양쪽 모두 이익은 제로인 채 게임이 종료된다. 양쪽 모두 경제적 인간이었다면 응답자는 1원의 제안이라도 0보다는 낫기 때문에 수락해야 한다. 제안자는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1원을 준다는 제안을 한다. 따라서 이익은 제안자가 999원, 응답자는 1원을 가질 것이다. 제안자의 평균제안액은 45% 전후, 최대치는 50%, 또한 30% 이하의 제안중 반 정도는 응답자에게 거부되었다.

제안자중 자폐증 환자의 1/3은 0을 제안했다. 자폐증 환자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서, 응답자가 거부할지 말지를 대부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이것이 경제적 인간의 행동 예측에 가장 잘 합치되는 예이다. 또, 경제학을 배우면 이기적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 실험 결과, 배신을 선택한 비율은 경제학 전공 학생이 60.4%, 기타 전공 학생이 38.8%.
 
'몰입(commitment)수단으로서의 감정' 절에서는 알아두면 유용한 생활의 지혜가 소개된다.
 
궁지에 몰린 유괴범 이야기: 유괴범이 겁이 나서 인질을 풀어주고 싶지만, 인질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쉽게 풀어줄 수 없다. 인질은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인질범이 믿을까? 유괴범은 어쩔 수 없이 인질을 죽일 지도 모른다. 인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셰링의 제안은 이렇다: 숨겨야 할 정도의 비밀을 유괴범에게 고백한다. 없다면 유괴범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설혹 인질이 경찰에 고발하여 유괴범이 잡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행동이 밝혀지기 때문에 '경찰에 고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신뢰성이 높아지게 된다.
400회 100분 토론
400회 100분 토론. "글쎄, 이 사람더러 좌익이래요!" 오랫만에 진중권과 유시민이 박터지게 싸우는 광경을 보나 싶었는데 보수 진영의 자중지난으로 쓸만한 이벤트 없이 무산되고, 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방송 프로그램이 되었다.

Need cash for alcohol research
웹에 떠도는,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사진. 내년 전망이 너무 암울해서.

Dexter
Dexter. 얼마 전에 3기 종영. 이 드라마 만큼은 몰아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종영을 기다렸다. 전반부에서 저 양반이 죽을 줄 알았다.
Dexter
Dexter. 어쩐지 남 얘기 같지 않은 연쇄살인범의 성장 드라마. 심지어 마지막에는 결혼도 한다. 3기의 주제는 everybody has little secret쯤 되려나? 2기의 말도 안되는(억지로 뜯어다 맞춘 듯한) 결말과 달리 덱스터는 제 할 일 잘해 가면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 이쯤에서 막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내년에 4기가 나올 모양.
007, Quantum of Solace
007, Quantum of Solace. 전통 마초 스피릿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007처럼 잘 보여주는 시리즈가 있을까? 짝퉁 제이슨 본으로부터 역류했다고 하지만, 그게 원래 시대 흐름이다. 양복 입고 벌이는 첫 격투 장면은 흡사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생사를 걸고 격투하는 사무종합기 상사의 두 샐러리맨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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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먼데이: 항상 울먹울먹한 표정을 짓는 꽃미남 해커가 몹시 신경에 거슬리지만(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래도 얼핏 얼핏 보이는 해킹씬은 자문을 받아서 한 것 같다. 매가 날아다니는 CG가 나올 때마다 그 바보스러움에 온 몸이 뒤틀렸다. CG를 포함한 한심한 연출과 기복이 심한 갈등구조 때문에 재미 없는 드라마지만, 해커가 주연인 드라마라는, 정이 가는 소재 때문에, 끝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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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두 명의 loser가 나와 눈물나게 거지같은 생쑈(뮤지컬)을 하는 드라마. 별 내용은 없고, 이유없이 처절하기만 한데 이 친구들(실제 뮤지션이라 함) 음악이 이상하게 쫀득쫀득 해서 계속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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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어떻게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상식있는 일반 시민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실패자가 주인공이다. '뭐 이런 것까지' 볼리우드 스타일 뮤지컬 드라마로 만드는 흔치 않은 용기와, 열연을 펼치는 두 뮤지션의 열정에 탄복했다기 보다는... 뭐랄까, 음악은 rap이 바탕인데 이건 뭐, 하고 싶은대로 그냥 막 해 내는 프로그래시브다. 작사, 작곡도 이 두 주인공이 하는 것 같다. 웃기려고 웃기는게 아니라, 그냥 웃긴다. 안 보면 생각난다. 실존 인물들이 실재하는 자기 역할을 모델 삼아 시키면 안 하는 것 없이 하나도 안 쪽 팔려하고 다 해내는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종합 예술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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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xter Season 2

잡기 2007. 12. 10. 15:40
카페 삼태극 -- 워낙 끝내주는 사이트라 잊지 않으려고 링크를 달았다. 갖다 붙이면 뭐든지 이야기가 된다고 믿는 것 같다.

2007/08 444
2007/09 746
2007/10 1451
2007/11 2006

지난 8월 태터툴즈로 블로그 툴을 교체한 후 지금까지 블로그 카운터가 5300회 가량 나왔으며 날로 일일 카운트가 상승 중. 친구들이나 들락거리는 언저리 블로그치곤 선전. 수 개월 전 '변두리에 숨어 두더지 굴을 파다가 굴이 무너져 깔려 죽기 전에 사회에 무언가 긍정적인 기여를 해보라'는 유씨의 충고에 따라 블로그를 노출시켰다. 유씨는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얘기는 대부분 신빙성이 부족하고 설득력이 없다. 글이건 말이건.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납득시키려고 수년간 노력한 것이 없다? 아, 아내와의 에피소드: 아내는 고기가 목욕하고 지나간 것 같은 고깃국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 후 그래서 좋아하는 소고기무국을 한 번도 끓여 먹지 못했다. 주말에 아이 먹이려고 소고기를 좀 사와 소고기무국을 끓이니까 아내가 맛있다며 다 먹고나서 한 번 더 끓여달라고 했다.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와 무를 볶고 다시마, 마늘, 파를 얹어 한 냄비 더 끓였다. 아내는 그동안 소고기무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때문에 콩나물국 다음으로 쉬운 소고기무국을 끓일 줄 모를 뿐더러, 나는 아내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수 년 동안 안 했다.

구글 검색을 통해(구글 이미지를 포함하여) 들어온 리퍼러 자료를 보니 검색 키워드가 건전해서 흐뭇하다; 코즈웨이베이윈녹빌딩 , hdd 복구 프로그램 , 목젓을 잘라내는 것  , 60csx 판매  ,  자전거 일주  , 자전거 다이나모, 몰디브 갈 때 간식꺼리 , 삼인조제자훈련 , 델타포스  , 자전거림에기름칠하지않는이유, 객관론적 윤리설, 산악자전거사고, 토마토 냄비, 암석 다운힐, tivoli 라디오, 화이투벤코프 효과 , 개성의탄생, 구립도서관 노트북, xmf 파일, 진중권 문국현, 타이완 타오이안 국제공항 전경사진 

8번 찍으면 팔자가 핀다. -- IQ 430인 허경영의 출마 슬로건.  동네 어귀의 선거 포스터 중 이명박 포스터는 이번 주 들어 세 번째로 찢어졌다. 적발시 벌금 100만원 짜리다. 지금은 누군가 두 눈알을 파놨다. -- 다마네기 리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그렇다.

BBK와 삼성으로 어수선한 시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던가, 그 시대적 상황에 영합하여 출마한 문국현은 비록 다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겠지만 정책에 특별한 것이 없고, 정당 활동을 한 적도 없어 정치력이 떨어진다. 경쟁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 이미지란 것에도 의문이 든다. 그래도 사표가 되던 말던 문국현을 찍을 것이다. 정치가 언제 '이성' 갖고 하는 것이었나? 정치는 느낌인 거다 -_-

한국에 쓸만한 토크쇼가 없다고 박씨와 주절주절 얘기하다가 그가 추천해 준 Studio 60을 봤다. Aaron Sorkin이 제작을 맡았다. 늘 소킨이 우디 앨런 같은 재수없는 유대인일 꺼라고 생각했다.  West Wing을 4기까지 봤고(부통령이 스캔들로 사임할 때까지) 그들 드라마의 특징적인 수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나름대로 지긋지긋하다고 여겼다. 스튜디오60에서도 농담 포맷이 웨스트 윙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식: time flies like an arrow, fruit flies like a banana. 하지만 웨스트 윙을 보면서 간혹 '느낌'이 오던 것처럼 스튜디오60에서도 간혹 '느낌'이 왔다.

Dexter Season 2
다음엔 누굴 죽일까 하는 고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덱스터는 눈빛이 흡사 미친개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독스 형사를 가둬놓고 죽일까 말까 고민하면서 누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곰곰히 따져본다. 여기서도 결혼, 또는 결혼과 유사한 본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딩이 없는 것들은 뒈져도 된다 -- 타당해 보인다. 아무튼 사소한 곳마다 기괴한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이 드라마에서 토막낸 시체를 나르는 덱스터의 배 이름은 slice of life (삶의 조각)이다. 

라일라는 썩어서 덱스터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되고 덱스터의 고민도 끝난 셈이다. 2기를 그렇게 deux ex machina 스럽게 끝낸 것이 약간 무성의하다고 생각했다. 극본가 스스로도 쪽팔렸는지 신의 의지 어쩌구 저쩌구 불필요한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독스 형사를 라일라가 처리해주고 불법체류자이자 파이로매니악인 라일라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덱스터의 룰에 따라 정리되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지능이 안 따라주는 덱스터의 여동생은 1기와 마찬가지로 멍청하게 당한다. 덱스터의 개발도상인격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다(삶에는 답이 없다). 훌륭한 연쇄살인마가 되려면 적절한 본딩과 자의적 해석에 의해 뒷받침되는 하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그저그런 교훈을 남긴 채.

Three choices in this life, be good, get gooder, give up. But you've got a column d. -- House Season 4, Episode 9. 흠... 글쎄... 닥터 하우스, 바이코딘에 쩔어 정신이 어떻게 되어 늘어놓는 저질 농담이란 건 잘 알겠는데, 삶에는 선택지가 없다. 선택지가 있다고 믿는 illusion(마술)이 있을 뿐이다. 대신 attitude가 있다. 후크 선장과 피터팬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하우스 선생은 덱스터란 드라마를 좀 봐야 할 것 같다.

이슬람 (터키 에미노뉘 예니 사원)
신년에 했던 EBS의 이슬람 다큐멘터리 '이슬람 2부 빛의 신전에 달을 걸다'. 사진의 사원은 이스탄불에서 머물 때 내가 놀러가던 에미노뉘 거리의 예니 사원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없는, 꽤 아담하고 정이 가는 마스지드로 아야 소피아나 술탄 아흐메드(블루 모스크)보다 이곳을 좋아했다. 평생 마스지드의 초승달을 만들어 온 저 양반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마스지드 건너편은 마르마라 해다. 왼편으로 주욱 가다보면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고 그 뒤로 흑해가 이어진다.

EBS 다큐멘터리에 대한 총평: 구성 및 내용이 튼튼하고 훌륭하다.  요즘은 한국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BBC, NHK, 디스커버리와 같은 메이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국 여권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보다 많은데 그 정도는 당연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이란, 터키, 모로코 말고 다른 곳들도 좀 더 돌아다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다. 동선을 보아하니 솔직히 말해, 좀 뻔한 곳들만 돌아다녔다.

이슬람: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슬람 3부, 시아 무슬림' 이맘 후세인의 초상. 이란에서 돌아다닐 때 이 양반의 사진을 자주 봤다.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알았다. 이 분이 그 유명한 후세인일 줄이야...

이슬람: Mashad 추모제
Mashad에서 후세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열흘간의 추모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눈물을 펑펑 흘리며 쇠사슬로 자신의 등과 배를 때리며 행진하는 시아파 광신도들 때문에 거리에서 피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라. 성스러운 마스지드엔 들어갈 수도 없고 광신도들이 날뛴다는 얘기에 지레 밥맛이 떨어져 가보지 못한 도시다. 예언자 무하마드 적통의 죽음을 1400년 동안 슬퍼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Tin Man
Tin man. Scifi 채널에서 최근 시작한 미니 시리즈. Lost rooms를 재밌게 봤는데 이 미니 시리즈는 어떨지...  오즈의 마법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여기서 Oz는 outer zone.

저번 주에는, 죽은 이의 DNA로 만든 강화신체 유기 전투 기계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John Scalzi의 Ghost Brigades를 마저 다 읽었다. SF팬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장;  The 8th (company) critically evaluated pre-Conlonial era SF and entertainments about interstellar wars with aliens. The verdicts were reasonally consistent. The War Of The Worlds met with approval until the ending, which struck the 8th as a cheap trick. Starship Troopers has some good action scenes but required too much unpacking of philosophical ideas; they liked the movie better, even though they recognized it was dumber. The Forever War made most of the 8th unaccountably sad; the idea that a war could go on that long was almost unfathomable to a group of people who were a week old. After watching Star Wars everyone wanted a lightsabor and was irritated that the technology for them didn't really exist. Everyone also agreed the Ewoks should all die. ... The Ender's game delighted them all; here were soldiers who were just like them, except smaller. The main character was even bred to fight alien species like they were.

두 문단에 SF팬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한 줄 짜리 평을 달은 SF가 무려 다섯 편 등장한다. 1편에 비해 영양성분표 상의 농담 밀도는 떨어지지만 땅개들 전투는 여전히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크롬형광색으로 번쩍이며 8천원짜리 책을 산 독자가 본전 생각 안나게 독자를 보살펴주는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로써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Old man's war가 한국에 출간된다면 독자들의 열화같은 압력과 성원 속에서도 이 소설을 번역하지 않고 개길 수 있는 출판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출판사는 이웍과 함께 뒈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책 뒤편에는 스티븐 킹이 울다 갈 소설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다. 스티븐 킹이 SF를 썼더라면 이 소설의 1/3만 재밌어도 성공한 것이라는 선전 문구가 적힌 책이 고스트 브리게이드였던가 아니면 일리움이던가? 요즘 SF 작가들은 스티븐 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듯.

추가:
Frontside: "Top-notch." -- Washington Post.
Backside: "If Stephen King were to try his hand at Science Fiction, He'd be lucky to be half as entertaining as John Scalzi" -- The Dallas Morning News on The Ghost Brigades.

일리움의 뒷껍질:
"나는 댄 시먼즈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 스티븐 킹

당연하다. 댄 시먼즈는 한국에 번역되었어야 할 SF작가였다.  하여튼 이제 이 책 저 책 읽다가 내용이 뒤죽박죽 섞인 것이 좀 정리가 된 것 같군.

Dan Simmons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 뭐 Iain Banks의 Consider Phlebas도 번역되었고 Tim Powers도 번역되었다. 최소한 2-3년 전쯤에 번역되었어야 할 책들이 지금에야 슬슬 나오기 시작. 시몬즈는 Hyperion이나 Song of Kali 대신 Illium이 먼저 번역되었다. 950pages나 되는 책이라 몇몇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가볍게 읽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500~700p 가량의 원서를 읽고 나서부터는 뭐, 아무 느낌도 없다. 일리움의 마지막 장에서 2008년 일리움의 후속작인 올림포스가 나올꺼란다. 이언 뱅스, 팀 파워즈, 댄 시먼즈는 원서로 안 사도 기다리기만 하면 제철과일처럼 계절 마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팀 파워즈의 Anubis Gate는 그냥저냥 읽었다. 특별히 재밌지도 않았고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았다. '둠즈데이 북'이나 '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처럼, 정붙일 곳이 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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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he mind works

잡기 2007. 11. 8. 00:45
스티븐 핀커의 저서가 국내에 여럿 번역되었다. 게을러서 안 읽고 게겼던 것 같다. how the mind works, language instinct, tabula lasa. 이중 빈서판은 작년에 읽은 것 같은데? 남은 두 권은 언제나 읽게 될까... 쥬디스 리치 해리스처럼 싸움닭스럽고 쥬이시, 스파이시한 주제로 글을 쓰는 매우 인상적인 학자 임에도 논란의 와류는 제법 요령있게 피해가는 듯. 어떤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글을 읽으면 똑똑해진단다. DHA가 풍부한 교양과학서랄까.

술을 안 마시는 것은 인생에 대한 중대한 직무유기인 것 같아 일주일에 못해도 한두 차례는 술을 마셨다. 중이염 치료가 더뎠던 것은 뇌물에 찌들은 신경계 내지는 부패한 면역계의 외설스러운 반응이나 지방이 풍부한 안주를 곁들인 술 마시기 등의 바람직하지 못한 식습관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개중에는 상갓집에 가서 새벽 네 시까지 퍼마시고 출근한 최근 일도 있었다. 그럼 의사들은 잠꼬대처럼 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추측컨대 술을 마시는 것은 위장과 간에 무리를 주어 수면중 알콜 분해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병균을 죽이고 인체를 재건하는데 열심히 삽질해야 할 세포들이 딴전을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라고 생각했다. 그럴듯하긴 하지만 근거 없다.

2주 동안 병원을 들락거려도 도통 염증이 가시지 않다가(적은 양이지만 술은 마셨다) 갑자기 딴 생각이 들어 병원을 바꿨다. 유크라 정과 알콘시프로바이점이현탁액(퀴놀론계 항균제) 투약 후 약 2시간 만에 염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2주 동안 먹었던 각종 기분 나쁜 소염진통제, 항생제, 위장약 트리오가 아닌, 단 하나의  알약으로 기적같은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날 밤(11월 2일) 편히 잤다. 의약품 검색은 http://www.kimsonline.co.kr/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불신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되야 정상인데, 나처럼 위약 효과가 별 의미가 없으며 현대문명, 특히 의학과 생물학에 대한 뿌리깊은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은 병도 더디게 나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반대였던 적이 더 많았다.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매일 밤 늦게 자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일하는 내가 불가해하게 건강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정신 상태가 가끔 심하게 멀쩡하기 때문. 멀쩡하다고 하긴 뭣하고 명료하다고 해야할지(하얀 눈밭을 에운 검은 숲처럼) 가끔씩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가볍게 한 대 맞은 것처럼(뎅~) 갑자기 의식이 뚜렷해 질 때가 있다고 해야 할지. 하루중 대부분이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런 순간은 짧고 단속적으로 한 두 차례 두서없이 나타날 뿐이다. 그보다는 형편없는 기억력이 생활에 많은 불편을 야기했다. 하여튼 그런 순간이 오면 섭취한 영양분이 삽시간에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비타민이란 괴상한 TV 프로그램에 따르면 건망증은 DHA가 풍부한 삼치로 치료하면 된다.
아니면 똑똑한 채 잘난척하기 좋은 책(이를테면 핀커류)을 몇 권 읽던가.

스푹스는 3기에 들어서 메가리가 없어졌다 심하게 말하면 스파이들이 꼴갑 떨고 있다. 자전거 타기처럼 드라마란 업이 있으면 다운이 있게 마련 -- 영화와 달리 드라마란 것은 원래 너저분할 수 밖에 없게 마련. 덱스터는 2기에 접어들어 자신의 어둠을 드러내는 방법을 서서히 배워가는 중이다. 내게도 덱스터같은 어둠이 있던 시기가 있다. 심연을 뚜러지게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당신을 쳐다본다 고 니체가 말한 적이 있다. 30대 초반까지의 고민과 30대 중반 이후의 고민은, 설령 그것이 프로그래머의 것이건 살인마의 것이건, 질적인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덱스터가 바로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자신이 살해한 18구의 시체가 발굴되면서 화면은 빙글빙글 돌아가고 그동안 별고없이 행복하게 살았던 덱스터는 자신의 인생을 강제로 되새김질하게 되었다. 씹은 것 또 씹는 무슨 황소도 아니고, '나는 뭘까?' 참고로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일관적이다.

애매한 정신세계는 단속적인 성장 상태  또는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 이도저도 아닌 상태  등 몇 안되는 state에서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내가 가끔은 성장했다고 잘난 척 할 처지가 못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나 인간에 관해 그렇게 많이 알아봤자 써먹을 데도 없고 실제로 어떻게 써먹어야 할 지도 모르는 그런 류의 지식을 갈고 닦아봤자 뭐하겠나 싶다. 가끔 당신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 놀래키는 용도? 어떤 면에서는 인간에게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조씨 아저씨는 평소 저 혼자 일하면서 연락도 안하고 사무실에도 가끔 안 나오는 등 나름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다가 사람들이 자기를 왕따 시키는 것 같아 한편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 소외되어 화가 치밀어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자기는 소외되어서 기쁘다며 화를 내는 것이다. 그는 그가 응당 받아야 할 대접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 쓸모도 없이 버려지거나 웃음꺼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 듯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조씨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살아야 할 이유를 늘 오락가락하는 결의와 사회에서의 위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 인정, 감정적 결속(사랑, 신의, 우정 등속) 속에서 굳이 찾아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에 관해 의문을 갖고 다른 것이 있는지 찾아보지는 않으려나? 그런 고민없이 정말 어처구니없게 행복하게 사는 나는  뾰족하게 뭐라고 위로해 줄 수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주윗 사람들의 고집이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나고, 마찬가지로 자존심도 밑도 끝도 없이 커져가면서 머리는 점점 나빠지고 감정적 격앙 등의 정서 반응이 점점 십대스러워지는 모습을 본다. 

AR의 Pushing Ice를 10일에 걸쳐 읽고 감상문을 쓰지 않았다. 레널즈는 드디어 하드SF가 아닌 SF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드한 묘사의 파격적인 생략과 지저분한 인간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센스, 그러면서도 상대론적 속도로 은하계 저 먼 곳까지의 로-맨틱한 여행(만 오천년이던가? 십만년이던가?), 커다란 드럼통에 은하계에서 긁어 모은(흡사 지나가는 강아지를 쏘세지로 꼬시듯이)  각종 외계인을 수집하여 동물원을 꾸미려는 미스테리한 외계인스럽게 밑도 끝도 없이 장려한 계획, 살아남기 위해 피차 발버둥치는 외계인들 간의 처절하고 궁색한 생존 경쟁, 나노테크는 시시해졌는지 이제는 펨토테크가 대세다!  라마와의 랑데뷰 + 링 월드 + 타우 제로 + 영화 아마겟돈 을 합치면 이런 SF가 나온다. 누가 코치라도 해 준 건지 날이 갈수록 글솜씨가 좋아졌다.

 

인터뷰 사진은 시끄러운 옆집 노파를 토막 살해 후 입 닦은 모습이었더랬는데...

Alastair Reynolds
푸싱 아이스의 책 날개 사진은 한 십년쯤 집에 틀어박혀 가사와 사이버세계에 전념해 온 88세대같은 모습이었다. 레빌레이션 스페이스 시리즈가 끝난 후 우리(?)가 포근하게 느껴왔던(?) 그의 고딕 스타일 우주는 그렇게 끝장난 것이다.

레널즈가 이번에 특별히 가볍게 과학기술을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SF 업계에서 네임벨류는 거의 없지만 위대한 하드SF의 거장답게) 디테일의 일부는 어쩔 수 없이 하드했다. 벨라와 스베틀라나의 역학 관계의 이동 중심추가 무식하고 힘만 쎈 웨일즈 촌뜨기 광부를 모티브로 삼은듯한 얼음청소부인 것은 사실 정해진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는 극 전개를 예상하게 하지만 부담 없으면서도 깔끔한 전개와 결말을 비교적 짧은 500 페이지 가량에 균형있게 배열했다. 아무래도 누군가 그에게 작법 지도를 하던가, 편집 쪽에서 상당한 파워를 가했던가, 레널즈가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자고 정신 차린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면에서나 SF 함량 면에서나, 읽기 좋고 즐거운 소설이었다. 떠오르는 작가의 주특기가 몽땅 거세당하고 나서야 소설은 나오게 되는 것인가? 이런 토크플레이러브스러운...

제임스 호건의 giant series중 첫 권인 inherit the star도 마저 읽었다. 7월에 반쯤 읽다가 말았는데 어느 페이지에서 펼치더라도 상관없이 주욱 읽을 수 있는 정말 희한한(rare) 하드 SF다. 극 초반에 달 표면에서 발견된 5만년전의 인류를 쏙 빼닯은 외계인 시체의 미스테리를 푸는 과학자들의 논쟁을 다룬다. 7월에 더 읽을 맛이 안 났던 것이... 결말이 이렇게 저렇게 날 것이라고 예상해서(너무 뻔히 보여서)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증거와 논란 주제를 여러 개 나열하고 그걸 짜맞추기 하다보면 피할 수 없는 단일한 결론이 나온다(그리고 그 논란에 부속된 전개가  이 소설의 전부다). 그게 책의 딱 절반에 모두 제시된다. 마지막 한 둘 쯤은 꼬불쳐 두었다가 클라이막스에 써먹었어야 하는데, 이 책은 도대체가 클라이막스란 게 없다.

그러다가 무릅을 탁 쳤다 / 깨달음이 왔다 / 대뇌피질에서 포도당이 왕성하게 소비되는 느낌이 왔다. OSC가 예시하던 하드SF가 바로 이거였구나. 그러니 OSC가 하드SF의 'ㅎ'도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 바보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는거지.

아울러, 김씨 아저씨던가?  호건을 지지리도 글 못쓰는 얼간이라고 놀리던 기억이 난다. 산소가 부족한 우주선, 가니메데 캠프에서 공기 오염 걱정 없이 툭하면  담배를 뻐끔뻐끔 빨아대는 것, 주인공이 지구에 화상 메일을 보내는 극히 촌스러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외계인의 지구기원설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단체커 교수가 많은 미스테리가 풀린 후 그것을 축하하는 칵테일 파티장에서 인간성을 씹어대는 연설을 멋지게 해 내는 장면이었다. 분위기 정말 cool(썰렁)한 것이, 호건은 '학회SF'라는 소설업계에선 존재해선 안되는 장르를 제대로 개척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싶어졌다. 그게, 70년대 소설임에도 별로 촌티가 나지 않았다 -- 학자들 세계는 백만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테니까.

Danchekker가 이렇게 끝맺었다. "Let us go out, then, and claim our inheritance. We belong to a tradition in which the concept of defeat has no  meaning. Today the stars and tomorrow the galaxies. No force exists in the Universe that can stop us."

피를 끓게 하는 연설같아 보이겠지만... 천성적인 개망나니 인류가 우주로 나가 무슨 짓을 할런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말려도 소용없다 라는 뜻이다 -- 단체커는 cool할 수밖에 없는 학자기 때문에 인류가 그러다 멸종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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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dish privacy

잡기 2007. 2. 18. 11:52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스웨덴의 프라이버시는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미국이나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자동차 번호를 컴퓨터로 검색하면 어디 사는지, 직업이 뭔지 다 나온단다. (달리 말해 스웨덴 사회는 편안한 익명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공포스러운 구석이 있다) 보험아줌마들이 다 알고 있는 신상정보에 흠결이 있다고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못봐주겠다는 것이 한국, 미국식 프라이버시인 것 같다. 이력서에 사진을 못붙이게 하거나 성별, 생년월일, 피부색을 기입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던가? 그걸 기입해도 차별과 불이익이 없어야 까칠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고? 동키호테에서 쉽게 입수가 가능한 이력서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칠 수 있는데, 잠재적인 범죄자들은 훨씬 더 수준높은 상상력을 발휘해 그것을 이해관계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인지도... '사이보그라서 괜찮아'에 나온 말; '희망을 버려. 그럼 편해져. 대신, 밥 먹고 힘 내'. 프라이버시 침해로 피해를 당해본 적이 없어서인지(이건 그냥 삶의 조건이자 양육생장환경인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에 딱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Michael Schenker Group, Lost Horizons (7:07) -- 워낙 게을러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군.



생후 6개월이 지나서야 라자스탄 바보 공주 복장을 한 애가 뒤집기를 했다. 그 동안 뒤집기를 안하려고... 개겼다. 이 아이는 아빠,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인다. 사실 뒤집기를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게다가 나는 행복을 추구해야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성질상 로또같은 것이라서). 손가락이 다섯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것이 축복이겠지만(다르지 않음으로 인해 어딘가에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고 안도함으로써) 그런 안도감이 공허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마찬가지로 그런 안도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것도) 잦은 변화를 겪는 제 정신 상태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평범한' 인간에게 별달리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 그리고 당신에게 삶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안달하거나 관조하게 되는 어떤 대상이 된 점. 삶이 죽음을 비롯한 몇 안 되는 축약 가능한 존재론적 상태보다 굳이 나은 점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점. 나나 당신의 하찮은 삶에 흥미를 잃어, 같은 이유로 친구를 여럿 잃게 된 점. 심지어 내가 염세주의자가 아니라는 점. 라 로시푸코가 주장했다 '태양과 죽음은 똑바로 응시할 수 없다'. 아이 머리의 챠크라(대천문)는 한참이 지나야 닫힐 것이다.

소주 한 병 먹고 다음날 아침 구토가 치밀고 식은땀이 흘러 병원에 가보니 급성 알콜성 위염이라며 일주일치의 약을 처방했다. 집에 돌아가서 종합검진을 제대로 받아보란다. 상태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날은 독기로 일했다. 같은 날 약한 감기에 걸렸다. 작년 9월부터 매우 힘차게 일해왔다. cause and effect로 볼 때, 위염은 당연하다. 마누라를 친정에 보낸 후 며칠 동안 술을 마셨다. 어제는 9시간을 잤다.

영화,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소설 원작. 즐겁게 보았다. 테슬러는 여전히 비범한 변태 싸이코처럼 보였다. 흡사한 변태 싸이코였던 에디슨이 테슬라의 연구시설을 불태워 버렸다. 그런데 에디슨은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 PR의 승리다.

아포칼립토: '모든 위대한 문명은 망하기 전에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된다' 라고 시작한다. 멜 깁슨의 이 변태 사상은 영화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을 열받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도 메소아메리카 여행 중 이 따위 문명은 일찌감치 멸망해 버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한심하고 미래가 없는 문명이라고 느꼈다(그 이유에서, 하던 역사(?) 공부를 접었는데, 어쩐지 뒤가 캥기긴 했다). 인신공양을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대체 어떤 시대일까 궁금했다. 마얀 전고전기? 후고전기? 떼오티후아깐? 올맥? 아즈텍? 대체 저긴 어디야? 단서는 두 번 주어졌다. 제사장이 꾸꿀깐이라고 소리친다. 꾸꿀칸은 남미판 용인 털달린 뱀인데, 께찰코아틀이 신인격화되기 시작한 시대가 있었다. 태양이 뜨거운 동네다보니 께찰꼬아뜰같은 물의 신은 매우 중요해서 사람들 목을 잘라 신에게 생명수를 줘야지만 신이 생기를 얻어 부활한다. 제사장들 없으면 신들은 쉽게 말라 죽어버리는, 말하자면 무능한 신들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두번째로, 버려진 아이들을 떠나는 엄마는 익스첼에게 기도한다. 아, 유카탄이었구나...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욕지기가 치밀었다. 코르테스로 보이는 작자가 접안중이다. 망하기 전에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된 것은 좋은데, 저건 정말 멜 깁슨이 욕을 바가지로 먹을만했다. 디테일이 워낙 훌륭해서 영화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철학이 문제인거다...

샤크가 대체로 기준 미달이라면(대두 변호사가 개과천선?해서 검사가 되어 범죄자들을 때려잡는다는 얘긴데 여러가지로 궁끼가 낀 드라마), 어쩌다가 우연히 다운 받아 1화를 보게 된 dexter는 남 얘기 같지 않아 재미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멋진 대사, 드라마 내내 적절한 자극을 적절한 장소에서 구사하는 능력 등, 프로파일을 교과서적으로 베낀 듯한 시나리오는 대체로 좀 밋밋한 편이다. 독특한 소재와 더블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사랑스러운 연쇄살인마는 4화쯤 드디어 어린아이 티를 벗어나 제대로 된(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살인마의 길을 걷게 된다. 덱스터는 연쇄살인마의 성장통에 관한 드라마다. 타이틀롤이 훌륭. 회를 거듭할수록 좀 더 많은 피가 튀겨 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그런데 경정맥을 절단해 피를 뽑는 건 멧돼지 잡을 때 하는 짓 아닌가? 시즌 1기의 마지막 남은 몇 편을 보기 전까지 나는 경쟁자(?)인 다른 연쇄살인마가 사냥꾼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생각에 잠긴 덱스터 모건; '나는 내가 혼자인 척 하는 것이 좋다. 완전히 혼자. 흑사병 대참사 후이거나... 어쨌든. 정상적인 척 보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내가 진짜 누구인지 숨길 필요가 없다면, 그건 해방일 것이다"
"병신 싸이코처럼 히죽대지 말고 일이나 해!"

블로그에다가 병신 싸이코처럼 잡담이나 이죽거리지 말고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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