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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7 태국 가족 여행 #2 방콕-꼬 쑤린 2
  2. 2014.02.27 태국 가족 여행 #1 방콕-치앙마이
  3. 2014.02.12 we all have baggage 2
  4. 2014.01.29 생물 다양성
  5. 2014.01.22 라스 프리마스 그란 파밀리아 1
  6. 2014.01.04 태양광 발전
  7. 2013.12.17 Beaglebone Black B/D에서 LM92, TMP513 test
  8. 2013.12.16 주말에 놀기
  9. 2013.12.13 Beaglebone Black B/D에서 TSL2561 test
  10. 2013.12.13 BeagleBone Black B/D에서 HT11 test
  11. 2013.03.24 올레 데이터 로밍 서비스 체험
  12. 2013.02.27 여행 준비하기
  13. 2013.02.27 올레 로밍 체험단
  14. 2013.02.22 osmand
  15. 2012.08.15 et voila!
  16. 2012.08.15 touch wood
  17. 2012.04.03 fate always finds a way
  18. 2012.02.22 तत्त्वमसि
  19. 2012.02.05 hunt the cunt 2
  20. 2012.01.10 nitrogen cycle 1
  21. 2011.12.30 Kuta
  22. 2011.12.29 Ubud
  23. 2011.12.27 Bromo
  24. 2011.12.26 Borbudur
  25. 2011.12.25 Yokyakarta
  26. 2011.12.23 Jakarta
  27. 2011.12.16 reason will prevail! 2
  28. 2011.11.01 DBAA
  29. 2011.10.01 who cares wins
  30. 2011.09.04 joie de vivre

여행 전에 남부의 어떤 해변에 갈까 궁리했다. 푸켓? 꼬 피피? 아오낭? 크라비? 꼬 따오? 꼬 사무이? 꼬 창? 꼬 사멧? 파타야? 식상하다. 꼬 따오 정도가 괜찮았다. 꼬 창도 가볼만 하지 않을까? 기나긴 화이트 샌드 비치... 카약을 타고 섬을 왕복하며... 그러다가 인도네시아 여행 중 만났던 여행자로부터 태국의 어떤 섬에 관한 얘기를 오래 전에 들은 기억이 났다. 여행자들 하는 얘기는 일정 정도 정형화 되어 있다. 당신이 여행한 곳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아내와 아이를 그 섬에 데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 때가 덜 묻은 섬, 무꼬 쑤린으로.


치앙마이에서 방콕 돈무앙으로 가는 녹에어의 비행기는 737-800으로 인천에서 방콕으로 올 때 타고왔던 비행기와 같았다. 그리고 녹에어쪽의 비행기는 앞좌석 간격이 다소 넓었다. 항공권 가격은 두당 1600B 가량. 800B 가량의 기차표는 미리 예약을 시도했지만 침대칸 좌석을 구할 수 없었고, 500B 짜리 버스로 12시간을 달려 방콕에 도착하자 마자 당일 저녁에 다시 9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자니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된다.


10.45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돈무앙 공항에 도착. 공항에서 35B 짜리 A1 버스를 타고 머칫 역에 도착. 머칫에서 아눗싸와리 까지 BTS를 타고 센트럴 플라자에 도착. 왜 이렇게 교통편이 분절되고 복잡하냐면 시위 때문에 길이 막혀서.


MK 수끼에 가 보고 싶어하는 아내에게 더 좋은 대안을 추천. 샤부시에서 수끼와 초밥을 먹었다. 1시간 10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 1시간 4분에 샤부시에서 나왔다. 그 동안 책상 밑의 아웃렛에 충전기를 달고 휴대기기들을 충전시키면서 식사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의외로 쓸모가 있었던 것이 Ankor 25W 5 port 충전기였는데, 어쩌다 Aliexpress에서 22$에 구매하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6주가 지나 한국에 도착, 그 이틀 후에 여행을 갔으니 운이 좋은 셈. 이걸로 나, 아내, 아이 휴대폰과 여분 배터리 2개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 있었다.


밤버스를 타고 가기 전에 셀트럴 플라자의 top super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컵라면, 빵, 따위 섬에서 사면 비싼 것들. 무꼬 쑤린(쑤린 섬)에 관한 정보가 태사랑이나 몇몇 한국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의외로 알려진 섬인데? 갔더니 관광객으로 버글거리면 어쩌지? 실없는 걱정을 하다가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식료품을 꽤 비싸게 파는 섬의 매점이 점심, 저녁 시간에만 잠시 문을 열고 스노클링 투어라도 갔다오면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배를 곪는다는. 


아눗싸와리에서 물어물어 512번 버스를 타고 콘 송 사이 따이 마이(남부터미널) 까지 가는데, 12km 가량 되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서 도착. 위만멕 궁전에서 짜오프라야 강 근처까지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6시가 다 되어 남부터미널에 도착해 버스표를 받고 짐 정리를 한 후 버스에 올랐다.


저녁에 출발한 버스는 새벽 5시 무렵 쿠라부리에 도착했다. 사비나 투어에서 픽업이 나와 국립공원 입구의 여행사까지 데려다 준다. 방콕-쿠리부리 간 왕복 배편과 쿠라부리-꼬 쑤리 사이의 스피드보트 왕복 티켓 등이 포함된 투어 가격이 두당 2100B. 만일 티켓을 개별 구매한다면 대략 1700B 가량 되지 싶다. 좀 더 싸게 한다면 1500B 까지 가능하겠다. 나 혼자라면 아마 그렇게 갔을 것이다.


여행사 사무실에서 샤워를 하고 제공한 간단한 간식꺼리를 먹고 커피도 줬지만 안 마셨다. 생각보다 친절하다. 우연찮게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예전에 꼬 쑤린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부부가 아이스박스를 사 오길래 우리도 아이스 박스를 샀다. 중간 크기의 스티로폼 박스가 90B, 얼음 한 덩이에 7B x 4 덩이 = 28B. 가게 주인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 여기서 35B 하는 창 캔맥주가 섬에서는 80B 한단다. 그래서 맥주 몇 병과 아이 먹을 음료수 몇 병을 사고 수박도 한 통 사고 오이도 잔뜩 사서 아이스박스에 쟁여놓고 오징어 한 묶음도 샀다. 이렇게 하다보니 섬에 머물 이틀 동안 먹을 것만 잔뜩 챙긴 셈이다.


스피드 보트에 오를 때 어떤 아저씨가 내 딸을 귀여워 하며 이름을 묻길래 알려줬다. 아울러, 아내를 턱으로 가르키며 She's my heart, 그리고 딸을 턱짓으로 가르키며 And she's my soul. 이라고 말했다. 씨익 웃는다. 나도 씨익 웃었다. 하트와 소울은 보트 운전수 옆 상석에 앉았다. 


그러고보니 치앙마이 트래킹 중에 샘이 내 딸 더러 daddy's girl이라며 아빠랑 달싹 붙어 다니며,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강인하다는 류의 칭찬을 늘어 놓았다. 


한 시간쯤 달리자 에머랄드 색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섬이 나타났다. 


아름답다. 


슬로우 보트로 갈아타고 다른 쪽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 내려 아까의 한국인 부부가 찜해 놓은 손수레에 짐을 실었다. 이럴 때 경험이 빛을 발하는구나. 짐수레를 끌어 200m 쯤 오솔길을 가니 관리사무소가 나타났다. 우리가 일착으로 도착했고 아내 말대로 관리소에 가장 좋은 자리를 부탁했다.


그래서 가장 좋은 텐트 자리를 확보했다. 열 걸음을 걸으면 바다. 아이가 환호성을 지르며 바다로 달려간 동안 아내는 피로에 지쳐 잠이 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짐을 풀고 텐트 구석에 아이스 박스를 놓아두고 배낭에서 덜렁거리는 자물쇠를 텐트 출입문에 달았다. 한국인 부부 말에 따르면 여기 섬에 온 사람들 중에 질 나쁜 사람들은 텐트를 털기도 하는데, 돈은 내버려 두고 음식만 털어간단다. 왠지 이해가 갔다. 이 섬에 관해 내가 아는 얘기는, 매 년 방문하는 장기 체류자들이 많다는 것, 일 년 중 6개월, 건기 때만 일반에 문을 개방한다는 것, 그리고 개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우리 옆 텐트는 갓 결혼한 서양 부부였다. 텐트 사이트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이게 내가 내심 바라던 바로 그런 곳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대와 달리 낙담스럽거나,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멋진 곳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기대 수준에 딱 알맞는 장소는 생각 이상으로 적었다. 나는 여기에서 아이와 스노클링을 하면서 쉴 생각이다.


얕은 해변에서 아이와 아내에게 스노클링을 가르쳤다. 아내는 물을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아이는 금방 배웠고 망그로브 숲 주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물고기를 쫓았다. 휴대폰 방수팩에도 불구하고 쓸만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놀기 바쁘니까.


소울이는 해변을 사랑했다. 산호사에서 뒹굴고, 밀물에 몸을 맡기고, 썰물에 해변 멀리까지 걸으며 게와 망둥어와 갖가지 신기한 해물을 '발견'했다.


아침 식사 1시간, 점심 식사 1시간, 저녁에는 서너 시간 문을 여는 매점과 식당. 


식당의 각 끼니 때 세트 메뉴는 미리 주문을 해둬야 한다. 우리 식구는 두 번 디너 세트 메뉴를 예약했고 음식은 꽤 먹을만 했다. 두당 250B, 아내와 나만 주문해서 500B에 세 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아이스 박스에서 차갑게 식힌 맥주와 음료수를 곁들여... 식당 한켠에는 50B 짜리 닭다리 튀김과 상당히 맛있는 70B짜리 솜땀을 팔았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간 망그로브 숲의 뿌리


놀랍게도 산호가 살아나고 있다! 대략 12년쯤 나는 태국에서 산호의 절멸을 목격했다.


식당의 아침식사. 숯불 토스터기. 설탕과 버터와 잼은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


딸애는 해변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오전에 스노클링 투어를 떠났다. 9am에 시작해서 12am쯤 끝난단다. 롱테일 보트를 타고 작은 섬 부근에 정박. 애와 나는 바다로 뛰어 들었다. 살아나기 시작한 산호 사이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볼륨 댄스를 추듯 부드럽게 미끄러져 갔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내 등짝을 당기는 손길에 수면으로 얼굴을 드니 창백하게 질린 딸애가 배가 저 멀리 가 버렸다고 말한다.


우리를 내려준 배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200m 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애가 무서워해서 배로 가려고 하는데 자꾸 고개를 들어 수면에서 어푸어푸 거리거나 내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그 와중에 조류를 타고 천천히 흘러가는 배와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 힘으로는 아이를 끌고 배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손을 흔들어 배를 불렀지만 이미 너무 멀어져 일렁이는 파도 속에서 흔들어대는 우리 손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는 점점 더 겁에 질려 울상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그나마 가까운 바위 투성이 해안으로 향했다. 조가비가 날카롭게 박혀 있는 바위 위로 아이를 올렸지만 내가 올라가긴 좀 어려웠다. 간신히 바위에 올라섰지만 이미 조가비가 다리와 손바닥 여기저기 살을 베었다. 내 발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아이는 더더욱 공포에 질려 울먹였다. 피 냄새를 맡고 상어가 올 꺼에요. 


손을 흔들고 소리쳤다. Help me! 아이가 따라 했다. Help me! 5분 쯤 그러고 있으니 멀리 있는 배 중 한 척에서 사공이 우릴 알아차리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이와 나는 다시 바다로 뛰어 들었다. 배는 높은 파도 때문에 접안할 수가 없어서였다. 아참 아이가 무서워 한 것을 배가 너무 멀리 떨어진 탓도 있지만 얕은 바다와 달리 여기는 파도가 높아서인 탓도 있었다.


무사히 배 위에 올라왔고 조금 있다가 다른 일행들도 배 위로 올라왔다. 모두 핀을 챙겨 왔다. 핀을 대여해서 가지고 올 껄 하고 후회했다. 핀이 있었으면 소울이를 데리고 배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었을텐데... 한 친구가 대략 1m 길이의 상어를 봤다고 흥분해서 말했다. 혹시 내 피 때문일까?


다음 스노클링 포인트로 이동했다. 아이는 파도가 높은 그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조가비에 베인 발의 상처에서 피가 질질 흘러 나왔다. 우리는 그렇게 30분 쯤 다른 사람들이 자맥질을 하며 스노클링을 즐기는 동안 배안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내 뒷 자리에는 높은 파도가 무서워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남녀 젊은이가 묵묵히 앉아 있었다. 


아이에게 스노클링에 대한 안 좋은 트라우마를 심어준 것이 아닐까? 그게 걱정되었다. 왠 걸?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앞 바다에서 신나게 돌아다닌다. 


딸애 디즈니 공주님들 방수 밴드에이드로 도배한 한쪽 발. 다른 발도 저만큼 밴드에이드를 쳐발랐다. 내 처지가 좀 한심해 졌다. 발바닥, 허벅지, 손에 난 상처 때문에 기대거나 걷기가 힘들다. 어처구니 없어 웃음만 나왔다. 여기 와서 아침 저녁으로 신나게 스노클링을 하자는 계획은 반 나절 만에 날아가 버렸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텐트 앞에 설치해 둔 해먹. 내가 누워있지 않은 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 있었다. 그렇게 해서 공공해먹이 되었다.


아내가 내 사진을 찍었다. 앞바다에서 딸애가 놀고 있고 난 저러고 뭘 읽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가 깨어서 읽다가 다시 잠이 들길 반복... 원숭이가 식당에서 식사중인 사람의 달걀을 훔쳐갔고, 그 원숭이가 누군가의 콜라와 먹거리를 훔쳐 나뭇가지 위에서 먹고 남은 찌꺼지를 아래로 던진다더라. 텐트에서 음식을 훔치는게 아마도 사람이 아닌 저 원숭이였지 싶다. 원숭이는 돈에 관심이 없으니까.


함께 꼬 쑤린에 도착한 한국인 내외 중 남자는 빅뱅이론의 레너드를 닮았다. 섬에는 샐든을 닮은 친구도 오락가락했다. 해먹에서 한가하게 흔들리며 잡지 따위를 보는 동안 아내나 한국인 내외 중 여자는 먹거리를 교환하면서 여행할 때 짐만 되는 남자들에 관한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았다. 여자들이란... 


아침 산책중, 고운 산호사가 깔린 해변에 게 다리 두 쪽만 남아 있었다. 산새가 게를 잡아 먹은 흔적이었다. 이 해변에는 소라게가 엄청나게 많다. 상어도 돌아다니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게도 있고 별별 물고기들이 해변가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


섬에서 잠을 잔 지도 이틀째. 이제 나갈 때가 되었다. 오후 배를 타고 쿠라부리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환대해 주는 여행사에서 샤워를 하고 방콕에 숙소 예약을 했다. 아내 주장대로 이번에는 1650B 짜리 호텔로 간다. 예약은 수월하게 끝났다. 


여행사 직원이 우리 버스표를 미리 예약해 주고,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버스표 예약하고 수수료를 챙긴게 아니라 예약 대행을 무료로 해 준 것. 저렇게 영업하니 매년 단골이 생길 수 밖에. 다음에 쉬러 온다면 다시 이곳에 들를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무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고 싶은 곳이다.


이번 밤 버스는 VIP, 춤폰의 대규모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뻐 능과 VIP 버스는 티켓에 저녁이 포함되어 있다. 간단한 간식꺼리와 물을 나눠주고, 하룻밤 숙박비도 절약하게 해 준다. VIP 버스는 과연 편안했다. 


태국에 오면 맨날 쌀국수만 먹어대고 망고스틴에 집착하는 아내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해 줬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보람스럽다. 


오전 5시 방콕 남부 터미널 도착. 11시 이전엔 체크인이 안 되니 미리 가 있을 수는 없고 방콕 근교 투어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에 가서 시간을 때우리고 했다. 플랫폼에서 엔진을 공회전 시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담넌 싸두악 행 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두당 73밧, 아이 요금은 받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태국 여행하면서 받아본 가장 긴 버스표를 받았다.


두 시간 가량 졸면서 버스를 탔다. 해가 떠오를 무렵 피어오르는 낮은 안개 위로 야자수가 마치 신기루처럼 평원에 둥실 떠서 흘러갔다. 


세 식구가 배 한 척 전세내려니 800B을 부른다. 아내가 500B 까지 깎았지만 아내가 협상에 별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내 기억에 두당 150B 정도 였으니 500B이면 뭐 그냥 수긍하고 말자.


9시 무렵의 수상시장에는 별로 배가 많지 않았다.


80B 가량 하는 망고 라이스를 사서 아내에게 맛을 보여줬다. 입 짧은 것은 두 모녀가 비슷한데 아내는 딸애가 음식을 잘 안 먹는다며 맨날 자기 가슴을 쳤다. 내가 보기엔 아내도 만만치 않았다. 망고 라이스가 맛이 없다니, 참 까다로운 입맛의 모녀다.


한 시간 가량의 수상시장은 예상대로 재미가 없었다. 관광객이 관광객을 구경하러 가는 곳이랄까? 암파와는 여기보다 좀 나으려나? 이번 여행에도 암파와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한다. 


방콕으로 돌아오는 편은 100B 짜리 롯뚜(미니버스)를 탔다. 1시간 10분이 채 안 되어 아눗싸와리 롯뚜 터미널에 도착. 호텔은 롯뚜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이 안 걸리는 곳. 체크인 하고 잠깐 눈 좀 붙이며 쉬었다. 모녀는 잠이 들었고 나는 태블릿에서 크레마를 띄워 얼마 전에 구입한 소설을 읽었다. 크레마는 언제봐도 참 거지같은 앱이다.


내일 밤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늘과 내일 오전엔 그래서 쇼핑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8일 동안 여행하느라 바빴다. 모녀를 데리고 걸어서 월텟 옆 BigC로 향했다. 아내는 빠두남 시장을 본체만체 지나쳤다. BigC에서 한국에 가져가 먹을 것 따위를 잔뜩 사고 아내는 심지어 호텔에서 먹겠다며 두리안까지 샀다. 호텔에서 두리안은 갖고 들어오지 말라는 사인을 못 봤단다. 어이구...


BigC에서 쇼핑만 하는데 거의 3시간을 보내고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는 씨얌까지 걸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아홉시. 모녀를 데려다 놓고 보니 정작 맥주 안주로 먹을 것이 없어 아눗싸와리 쪽으로 걷는데, 문득, 숙소로 바로 가지 말고 매 번 방콕을 방문할 때면 들르곤 하는 섹소폰에 갈까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이 시간이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할텐데... 하지만 아내와 딸을 내버려두고 나만 갈 수도 없으니... 오징어 꼬치를 사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내는 오징어 꼬치를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아내도 나 못지않게 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어쩌면 식생활에서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까오만까이 처럼 값싸고 어디에서나 흔한 음식조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아내가 신기했다. 


다음 날 11시 무렵에 체크아웃 하고 짐을 호텔에 맡기고 씨얌에 왔다. 아내는 쇼핑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명품을 보는 눈도 없다. 무작정 시얌 부근의 백화점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뭐라도 걸리겠지 하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는데, 당연히 성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방수백 하나 달랑 건졌다.


방콕 번화가의 백화점 1층 무대에서 고산족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자선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갑내기 태국 아이.


'We need reform before election' 태국의 정치 상황을 설명하자니... 귀찮다. 관두자.

이 시각 무렵 바로 윗 거리에서 폭탄 테러로 어린이 둘이 사망했다. 


아내 수준(?)에 맞춰 MBK에 갔다. 맛있게 먹고, 배불리 먹고. 가열차게 쇼핑도 하고.


시간이 되어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바로 그 앞에 있는 파야 타이 역으로 향했다. 공항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인데 아내더러 먼저 역에 올라가 있으라고 하고 아이와 마지막으로 수박쥬스와 꼬치를 먹어보자며 길거리 노점을 찾아 다녔다. 일요일이라서인지 그 많던 노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섭섭하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파야타이에서 city line을 타면 두당 45B. 태국에서 지금까지 찾은 돈이 모두 30000B, 남은 돈이 1150B 이었는데 city line 표를 세 장 끊고 나니 1000B 짜리 지폐 한 장과 각각 10B, 5B 동전 하나 씩이 남았다. 완벽한 예산이었다. 


수하물을 붙이려고 배낭 무게를 재보니 두 배낭을 합쳐 15Kg. 사실 나 혼자 였다면 이것보다 짐을 절반 가량 더 줄였을 것이다. 귀항편이 지연되었다. 비행기는 10pm 뜨려던 것이 1am으로 밀렸다.


항공사에서는 지연 이유로 250B 짜리 식당 이용 바우처를 두당 1매씩 제공했다. 우리 세 식구 것을 합쳐(750B) 피자 컴퍼니에서 피자와 샐러드와 치킨을 시켜 먹었다. 나는 공항 라운지에 가서 음료수 몇개를 가방에 넣어 가지고 나와 모녀를 먹였다. 아내와 나는 맥주를 한 잔씩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도 나아진 것 없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지 지연 사유는 강한 맞바람 때문이란다. 그 시각대에 한국 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중 결항편은 우리가 타는 그 한 편 뿐이었는데, 내 생각에는, 연료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지연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튼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매우 피곤한 상태. 한국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씻고 사무실로 곧바로 가려고 했는데, 아뿔사, 바람막이 점퍼를 수완나품 공항에서 시간 보낼 때 그 자리에 두고 왔다. 그리고 샤워 좀 하려고 보니 출국장에는 priority pass를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보이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 꾀죄죄하고... 할 수 없이 집에 들러 샤워하고 출근해야겠다.


방콕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천공항에서 아내와 나는, 겨우 10일 여행했을 뿐인데 어째 한 6개월 장기여행하다가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공감했다. 하늘이 뿌옇다. 나라 꼴도 그랬다.


내 몸은 대충 이해한다. 한국 음식을 먹고 설사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 


정리


  • 여행 경비 총계: 269만원 (9박 10일)
  • 항공권을 제외한 1일 생활비: 29000B/10일 = 2900B (9만 6천원/일)
  • 항공권: 인천-방콕 3인 138만원, 치앙마이-방콕 3인 21만원
  • 현지에서 찾은 돈: 30000B (997,002원, 33.23 won/B)
  • 숙박비: 3750B (3박) 
  • 교통비: 3557B 
  • 투어비: 13800B
  • 식비 및 쇼핑비: 789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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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내와 태국에 가자고 약속했고,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라 휴가를 내서 10일 동안 태국을 여행했다. 결혼 10주년, 아내 생일, 발렌타인 데이, 딸애 봄방학. 뭐라도 액션을 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항공편은 아내가 마련. 이스타 항공,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포함해 두당 대략 50만원 가량, 3인 150만원. 비슷한 라인을 운영하는 제주 항공보다 이스타 항공이 조금 더 나은 점은 기내식. 이스타 항공의 기내식은 달랑 오이절임 하나를 속에 넣은 김밥 도시락. 


두꺼운 옷을 코트룸 서비스에 맡길까 하다가... 그다지 부피가 크지 않아 배낭에 패킹했다. 아내것과 내 배낭을 수하물로 보냈는데 합쳐서 12kg 가량. 이스타 항공은 두당 15kg 까지 수하물로 보낼 수 있다.


비행기가 착륙. 수완나품 공항에서 첫번째로 한 일은 ATM으로 돈 찾기. 얼마 전에 씨티은행의 국제현금카드 수수료가 많이 올랐다. 그래서 여행 오기 전에 은행에 들러 현금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고 EXK 연동을 신청했다. ATM에서 20000B를 현금으로 뽑으니 수수료가 고작 500원! 와우!


그 다음에, AIS에서 판매하는 299B 짜리 1GB data SIM을 둘 구입해서 하나는 아내 휴대폰에, 하나는 내 휴대폰에 꽂았다. 개통은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이 카드는 1주일 동안 3G로 1GB data를 사용할 수 있고 무료 통화를 85B 제공한다. 1GB 데이터를 다 쓰고나면 속도가 느려지지만 그래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했다. 여행 8일차 되는 날, 잔여 데이터가 700MB 가량 남아 있었지만 얄짤없이 통신사가 데이터 통신을 끊어 버렸다.


공항에서 카오산으로 가는 길: 3인 기준으로 (ARL 45B + 버스 30B) * 3 = 225B인데 뭐하러 밤 11시가 다 된 시각에 배낭을 메고 애 데리고 고생할까 싶어 400B 짜리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여행을 한 1주일 한 기분이라고 말하니 아내가 공감한다. 매년 어떤 식으로든 해외여행을 하다보니 여행이 반쯤은 생활의 일부인 것 처럼 여겨진다.


2년 만에 방문한 카오산 로드. 여전하다. 카오산에 도착하자 마자 아내는 팟타이를 먹고, 예전에 태국에 온 경험이 있는 아이가 수박쥬스를 기억해서 그걸 사러 거리를 걸었다. 


홍익인간 지기와 안면이 있는 아내가 거길 통해 숙박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보통 나 같으면 도미토리에서 묵지만 3인 도미토리 비용이 600B 인데, 에어컨 잘 나오고 화장실 딸린 트리플 룸이 800B. 아마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널찍한 스파르탄 더블룸을 주는 파아팃 거리의 피치 게스트하우스로 가거나, 삼쎈 거리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갔을 것 같다.


거의 십여년간 탈카오산을 부르짖었지만 카오산만한 곳이 없다. 이건 뭐 숙명같은 거랄까? 숙소에서 샤워하고 빈둥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문 연 식당을 찾다가 뿌라 쑤멘 거리에서 쪽을 시켜 먹고 홍익여행사에 들러 Siam Ocean World 표를 예약했다. 홍익인간 아저씨가 아내더러 오션월드에 왜 가냐고, 한국이 훨씬 낫다고 말했단다. 


택시 타고 싸얌으로 가려니 막힐 것 같고, 모처럼 방콕에 왔으니 수상보트를 타고 멀리 빙 둘러 가기로 했다. 파아팃 선착장에서 사톤 선착장 까지는 꽤 긴 거리였고, 거기서 BTS를 타고 싸얌 까지 갔다.


Siam Ocean World. 동남아시아 최대의 수족관은 아주 좋았다. 1200B 짜리 티켓을 여행사를 통해 구매하면 500B에 해 준다. 세 식구가 저녁까지 시간 때울 꺼리가 마땅치 않았는데 세 시간 보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망고탱고에서 망고 아이스크림을 사 주려니 다들 싫단다. 망고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망고 아이스크림보다 맛있는 것은 두리안 아이스크림인데, 이거 파는 데가 별로 안 보였던 기억.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고 감탄했던 것이 십년도 더 전, 달랏의 시장에서 였다.



싸얌 스퀘어 부근, 내셔널 스타디움 역 앞에서는 Bangkok Shutdown protest가 한창 진행 중. 한국으로 치면 싸얌 인근은 서울광장 같은 곳이다. 'No more election, No more corruption'이란 문구가 곳곳에 보였고 사람들은 연설이 끝날 때마다 호각을 요란하게 불거나 손뼉 치는 소리가 나는 작대기를 흔들었다. 시위 현장 출입구에 보안요원들이 인원 통제를 하고 있었고 현지인들의 짐을 검사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반기는 미소와 함께 시위 장소로 마음껏 진입 가능했다. 


방콕 여행할 때 빨간 셔츠나 노란 셔츠는 입지 말란다. 이들은 말하자면 반탁신파인 노란 셔츠 쪽인데, 보시다시피 노란 셔츠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테러 염려 때문에 이들도 노란 셔츠를 안 입는 것 같다. 시위장 인근은 인파와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가판대로 북적였고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카오산으로 돌아와 밤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로. 여행자 버스 티켓은 두당 500B, 1박 2일 트래킹 티켓은 1300B. 뭐하러 이렇게 하냐 싶기도 하지만 이 더위에 북부 터미널에 가서 치앙마이 티켓을 사고 치앙마이 도착해서 아침에 문을 연 여행사를 찾아다니며 트래킹 예약을 하는 과정이 식구들을 데리고 다니며 하기엔 뭔가 번거로웠다. 하여튼 치앙마이 행 여행자 버스에 올랐다.


새벽 5시 무렵 버스가 도착한 곳은 치앙마이 인근의 어떤 주유소 앞. 여행사 픽업을 기대했으나 썽태우 운전수는 서로 자기네는 픽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황당하달까. 구글맵을 살펴 보니 배낭 메고 터덜터덜 걸어서 10km 가까이 떨어진 시내에 가기엔 무리다. 어쨌든 시내엔 가야 하니 두당 60B 씩 내고(어린이는 40B?) 썽태우를 탔다. 자기들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세 이탈리아 처녀들의 길을 GPS로 찾아주고, 뉴욕 아가씨를 도와줬는데 아내는 우리 처지가 제일 한심한데 남들 돕기 바쁜 남편을 질타했다. 


썽태우 기사가 내려준 곳은 Nice guesthouse 앞. 영어가 안 통하니 썽태우 기사더러 뭐라 할 수도 없고 손짓으로 그가 가리키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서 우리는 트래킹 예약을 했는데 여기다 내려 주더라, 여기가 맞냐 하니까 어디서 트래킹을 예약했냐고 묻는다. 홍익 여행사 라니까 알았단다. 아홉시 무렵에 픽업이 올테니 그걸 타고 가면 된단다. 그리고 샤워장은 2층에 있으니 사용하란다. 참 마음에 드는 주인이다. 널직한 수영장이 딸린 게스트하우스도 좋아 보였다. 숙소 예약을 하려니 full이란다.  


샤워하고 짐을 맡겨놓고 성곽 안쪽의 북동쪽 게스트 하우스 밀집 지역을 한가하게 걸어갔다. 내일 계획은 트래킹이 끝나자 마자 방콕행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 아내는 사람 잡을 일 있냐며 치앙마이에서 하루 묵잔다. 그래서 아침을 먹을 식당을 찾을 겸, 게스트 하우스도 알아볼 겸 걷는 중인데 찾고자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안 보였다.


치앙마이는 세 번째. 저번에 라오스 여행할 때는 님만헤만 부근의 우유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묵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성곽 안쪽이 여전히 좋다. 아내는 여기서 며칠 묵었으면 바랬지만 우린 장기 여행자도 아니고 며칠씩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낼만큼 여유도 없었다.


이 여행은 아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되었다. 고전적인 코스인 태국 북부에 갔다가 남부에 가는 것. 아내나 나나 트래킹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위해서 트래킹을 신청했다. 내가 트래킹을 안 하려는 이유는 뭐 별 건 없었다. 고산족을 관광 상품화 하고 코끼리를 괴롭혀서? 


트래킹 첫 코스는 이렇게 코끼리를 타는 것. 누구 말마따나 코끼리 먹이 주기 같았다. 아내가 기억하는 치앙마이 트래킹은 코끼리를 타고 강을 건너고 밀림 속을 걷는 것이었는데, 조그만 야산을 이렇게 코끼리 등짝에 편히 앉아 30분 가량 한 바퀴 도는 것이 다였다. 투어 맴버가 조촐해서 우리 가족 세 명과 한국인 대학생 두 명. 대학생들과 우리가 서로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교환했다. 

그리고 걷기 시작. 건기의 막바지라 떡갈나무 잎사귀처럼 보이는 낙엽이 잔뜩 쌓인 길을 헉헉 대며 올라갔다.


우리 가이드는 샘, 48세 였던가? 카렌족. 목 긴 카렌족 말고 그냥 카렌 족. 아이에게 낙엽 모자를 만들어 주더라. 애는 더운데도 씩씩하게 잘 걸었다. 


중간에 만난 폭포. 폭포 아래서 물을 뒤집어 쓰고 물속에 푹 담궜다 나왔다. 학생 중 한 명은 감기로 골골 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억지로 트래킹에 참가했단다.


10km 가량 걸어서 오늘 밤 묵을 카렌족 마을에 도착했다. 이 촌락은 15년 전에 버마에서 건너온 카렌족들이 만들었고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 것은 5년이 안 되었단다. 


아이는 닭, 병아리, 풀어 키우는 돼지 새끼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주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흑돼지 잖아? 


아이가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을 때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장닭 한 마리를 가르키며 지금 모이를 주는 닭들 중 저 놈은 오늘 당신들의 저녁식사꺼리란다. 아이에게 알려주니 신이 나서 그놈에게만 모이를 준다.


화장실 겸 샤워실. 해가 져서 기온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샤워부터 했다. 샤워 꼭지가 달려있고 모터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쓴다니, 이 정도면 럭셔리 아닌가?


숙소. 매트리스를 깔았고 모기장을 쳐 놨다. GPS로 고도를 보니 1000m. 모기가 없단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벼룩, 빈대류가 염려스러워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깔개와 역시 폴리에스테르제 침낭을 들고 왔다. 벼룩, 빈대로부터 자유로워 지려면 아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폴리에스테르로 도배하면 장땡이다. 


부엌


골골대던 젊은 친구에게 약을 줬었다. 아세트 아미노펜 계열의 타이레놀과 오래된 인연을 끊기로 하고, 이번엔 이부프로펜 계열의 '이지엔6'를 가지고 다녔는데, 약효가 신속하고, 아이 한테도 먹일 수 있으며,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저녁 먹을 무렵엔 젊은이가 기운을 차렸다. 트레킹 중 너무 힘들어 해서 샘이 오토바이를 태워 미리 마을에 보냈었다. 산속 깊은 곳이라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이들의 삶은 오토바이로 문명과 연결되었고 멧돼지에게 먹이를 줘서 집돼지로 키우던 수쳔년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만, 화전은 안 했다. 


저녁을 먹으며 카렌족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별달리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 아편 농사니, 카렌 반군이니, 미얀마에서 쫓겨나고 태국 정부에서도 쫓겨나고 유엔 캠프에서도 쫓겨나는 얘기들. 그런데 왜 소는 안 키워요? 뭐라고 그러는데 잘 못 들었다. 잠깐 빠져나와 어른들 얘기에 심심해 하는 아이를 데리고 어두운 길섶을 거닐며 은하수를 구경했다. 구글 별지도로 별자리 이름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모닥불 피워놓고 고기 궈먹게 시장에 들렀을 때 삼겹살을 사올껄, 후회되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일찌감치 잠에서 깼다. 어젯밤에 8시에 출발하자고 말했다.


아침을 먹었다. 모이를 줬던 닭 요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사탕외교. 마누라가 고산족 준다며 집에 있던 사탕을 그러 모으더니... 샘의 딸 중 하나는 아파서 밤새 고생했다더라. 샘은 장모님과 함께 살았다. 아, 모계사회였던가? 잊어버렸다.


대략 8km의 길을 걸어서 내려가는 도중 샘이 아내와 나를 위해 풀반지를 만들어줬다. 샘에게는 딱히 우리 부부가 결혼 십년차 기념으로 여행 중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풀반지를 재밌어 했다.


대나무 뗏목을 타고 내려오기. 물에 엉덩이가 잠긴 채 한가하게 40분쯤 떠내려 갔다. 바람이 불자 낙옆이 하늘에서 춤을 추며 떨어졌다. 나같은 어른이야 이런 트래킹이 많이 시시하지만 아이는 코끼리도 타고 뗏목도 타고 아빠와 여행하는 것이 신이 났다. 


아내는 젊은 친구들에게 여행 정보나 팁을 알려줬다. 그들더러 맥주를 사란다. 내가 사오려니 말리며 눈치 빠른 젊은 친구들이 싸가지가 있단다. 아내가 하는 꼰대질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젊은 시절 돌아다닐 때 받은 은혜를 나이 들어서 젊은 여행자들을 돕는 것으로 갚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니 자기는 은혜를 입으면 그때 그때 바로 바로 갚았단다. 


치앙마이로 돌아와서 어제 예약해 두었던 호텔로 갔다.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무한도전의 메뚜기 아저씨를 좋아하며, 한국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하는 아가씨가 리셉션에 있었다. 딸애가 수영장에서 노는 동안 벤치에 앉아 한가하게 책을 읽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거리로 나왔다. 


여행은 내게 영구적인 뇌손상에 버금가는 변화를 준다. 그것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약, 술, 실연 정도? 나열 가능한 항목 중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것이 여행이다. 


야시장 까지는 걸어가기 애매한 거리라서 사원이나 돌자고 올드 시티를 한가하게 걸었다.


왓 쩨디 루앙. 아이에게 머리를 만지면 안 된다고, 왜 안 되는지 가르치고 와이도 가르쳤다. 태국도 많이 변해서 왠만한 시골이나 서비스 업종 종사자가 아니면 와이를 하지 않았다. 


왓 쩨디 루앙. 밤에 오니 분위기가 달랐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죽은 선사의 밀납인형을 봉납당 문틈으로 구경했다. 부처와 마찬가지로 깨달은 자는 태국에서 존경받으며 그래서 그의 밀납인형을 만들고 인형 앞에 그가 죽으면서 남긴 투명한 사리 항아리를 진열하고 기복한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태국인은 점잖다. 그들이 서양인을 칭하는 파랑이란 단어에는 그런 점잖음과 다소의 모호한 경멸과 갖가지 향신료 같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내가 까올리라고 말하면 친니를 대하는 태도와는 다른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중국인은 정말 많았다. 트래킹 중에 샘에게 중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오냐고 물으니 그들은 대개 치앙마이에서 머문단다. 적은 수의 중국인 배낭 여행자들이 산간오지를 방문한단다.


아내가 사원 관람이 진력이 났는지 나이트 바자에 가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야시장에 갔다. 돌이켜보면 나나 사원 관광을 좋아했지 아내는 좋아한 적이 없다. 야시장엔 볼만한 물건이 별로 없었다. 주말시장은 어제 끝났고 치앙마이의 나이트 바자는 십수년전의 팟뽕 야시장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패션프룻과 드래곤프룻을 헷갈려서 마누라가 엉뚱한 쥬스를 마셨다. 아이는 변함없이 수박쥬스로 배를 채웠다. 


이번 여행에서 계획, 기획, 숙소 예약, 일정,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내가 했고 아내는 주로 협상을 했다. 아내가 내게 여기서 택시값은 보통 얼마야? 물으면 적정한 택시값을 알려주고, 아내가 흥정하는 식. 


아내는 날더러 길치라고 했지만 나처럼 길을 잘 찾는 여행자는 지극히 드물다. 길에 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달까? 그래서 바라나시의 좁은 골목에서도 길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의, 무미건조하고 어디가나 똑같이 거지같은 도로에서는 길을 잃었다. 파리의 도로는 사선으로 비스듬히 누워있고 교차로 다섯 개 정도를 지나면 각 계산이 잘못 되어 옵티멀 패스에서 벗어나 어떤 식으로든 긴 우회 경로가 되어 버렸다. 문화예술의 도시인지 문화관광의 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거지같은 도로 계획이 수백년째 이어지는 걸 보면 프랑스인들의 두뇌 구조가 의심스러워 진다. 반면 바라나시는 길의 접속과 분기가 예측 가능했고 거리마다 미묘하게 특색이 있어 분류가 가능했다. 


아내는 아마도 라오스 일주를 할 생각이었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늦은 저녁 무렵에 라오스 국경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 여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려고 했다. 나와 딸은 따로 여행하면서 남부의 한적한 시골 해변 마을을 한 바퀴 돌 생각이었다. 방콕에서 헤어졌다가 방콕에서 만나 귀국하는. 아내와 나는 여행 하는 스타일이 워낙 다른데다 피차 개성이 강해 같이 다니면 보통 티격태격 싸움이 났다. 


대부분 만실이라 한참을 여기 저기 걸어다니며 간신히 숙소를 구했던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나이  든 한국인 부부가 값싸게 유럽을 여행하는 방법이라며 까미노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라오스 여행 중 빈대에 심하게 당했고 한쪽 눈을 다친 남편을 아내가 보살피고 있었다. 부부의 말이 계기가 되어 작년에 까미노를 걸었다. 숙소에서 그날 밤 나는 주인장과 라오스의 땅 값, 사업 아이템 따위를 늦은 밤까지 얘기했고, 그 다음 날 몇 명의 여행자들을 그러모아 썽태우를 임대해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 폭포에서 한 친구가 거머리에 피를 빨렸다. 힘겹게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떼어내고, 일행 중 한 명이 호기심에 통통해진 거머리에게 콜라를 부었더니 먹은 피를 다 토해내고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콜라에 이런 효능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왜 갑자기 콜라에 말라죽은 거머리  생각이 났지?


아침을 먹으러 들른 식당. 어제, 오늘 두 끼를 여기서 먹었다. 따지기 좋아하는 마누라가 주인장에게 쪽에 계란을 넣었느니 마느니 옥신각신 하는 동안 슬그머니 애를 데리고 나왔다. 


치앙마이 공항 가는 길. 썽태우 적정가는 60B라고 생각했지만, 100B 달라는 거 80B 주고 탔다.  


숙소에서 전날 밤 아내 얘기대로 고생해서 버스나 기차 타고 방콕에 가지 않기로 하고 녹에어의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했다. 작년까지는 별 문제 없었던 기억인데, 결재 창에 갑자기 한국 페이지가 나타나 인증서 암호를 요구해서 결재가 안 된다. 망할 대한민국 정부다. 세금이 아깝다. 하는 수 없이 회사 컴퓨터에 원격 접속해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다. 두당 1650B짜리 항공권. 


방콕까지는 1시간 비행. 737-800. 빵과 음료수를 줬다. 터불런스 때문에 비행기가 요동을 치고 착륙을 참 지지리도 못 했다. 태국인들은 쿨해서 스페냐드처럼 착륙에 성공했다고 박수를 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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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ll have baggage

잡기 2014. 2. 12. 18:06


딸아이한테 가끔 밤마다 들려주던 작년 여행 얘기는 거의 끝났다. 일년이 걸렸다. 딸 외엔 내 얘기에 관심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편하다.

Paris


딱히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Camino De Santiago


신발 끈이 끊어지고 가져갔던 양말들이 모두 구멍이 나고,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으며 몸도 젖고 영혼도 쫄딱 젖은 채 걸었던 길,


Camino De Santiago


울던 사람들, 웃는 사람들, 지쳐서 포기한 이들, 여행 중에 죽은 이들...


Camino De Santiago


애가 커튼 만들겠다니 아내가 십 년 전에 쓰던 내 룽기를 아이에게 줬다. 내 밀레 배낭은 쓰레기라고 버리면서 아내는 자기 배낭은 버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내가 날더러 애와 둘이 놀러가고 자기는 저 혼자 놀러 가겠단다. 암, 여행은 혼자 개고생 해야 제맛이지. Travel의 어원이 개고생이다. 


Porto


술을 마셨다. 52일 중 이틀만 빼고 매일 마셨다.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게 언제부터 생활이 되었을까?


Budafest


작년 말 딴지 인터뷰에 환타님이 나왔다. 재밌기도 하고, 남 얘기 같지 않다. 제작년 마누라 여행 사진 정리 중에 환타 아저씨랑 찍은 사진을 보니 서로 아는 것 같다. 라가 까페 내외와 소울이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 바닥에서 셀러브리티인 환타님이나 심바나 엘리가 여행하던 시절에 마누라나 나도 인도에 있었다. 소위, 세계로 가는 기차 시절? 마누라는 열댓 번쯤 인도에 갔고 나 같이 인연에 흥미가 없는 자폐증 히키코마리와 달리 그 바닥의 알만한 사람을 거의 알았다. 


Budafest


인터뷰의 환타 아저씨 말대로 인도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서로 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알록달록하고 지저분한 싸롱을 입은 채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시골 벤치에 배낭을 대충 던져두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나와 비슷한 복장을 한 옆자리의, 어느나라 사람인지 딱히 관심은 없지만, 아무튼, 외국 거지의 낌새를 드디어 눈치채고  통성명 없이 어디가 제일 좋았다느니 하는 얘기나 나누고... 말해 뭣 하나 싶은 무수한 경이와 아름다움과 인연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고생. 


Plitvice


별별 일이 다 있었지만 애써 생각하긴 어렵고, 요새는 추억이 거의 꽃포장이 된 채 각색되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를테면 요새 꽃보다 누나로 유명해진 플리트비체에서 얼음장 처럼 차가운 물에 수몰된 산책로를 고생하며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외국 여자애 둘이랑 아침저녁으로 싸돌아다니기도 했다. 


Barcelona


한국남자애들을 찌질한 마초에 눈치없고 매너없는 머슴 취급하는 부류가 많아 한국 여자들을 피했는데, 예전에(지금도?) 한국 여자들은 비교적 기대 수준이 높아 사귀면 삶이 견조하지 못하니까 차라리 외국 여자를 사귀라고 권고하는 글을 동호회에 썼다가 다구리를 당한 적이 있다. 한국 여자들은 괜히, 소득이 낮고 피해의식에 쩔어 있고 현실적으론 병신 주제에 과대망상에 빠진 개마초같은 한국남자에게 시간낭비할 것 없이 매너 좋은 선진국의 여유있고 잘 생긴 외국 남자랑 사귀는게 적절하다. 세계는 넓다. 그게 맞고, 한국남자들은 원래 돈 없고 찌질한데다 생긴 것도 오징어 주제에 결혼해서 여자 고생시키며 자기도 힘들게 사는 등, 괜히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혼자 행복하게 살던가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길. 울지 말고. 그리고 이 흉흉한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이십 년을 아이에 메어 사는 것은 자기학대이자, 이기적인 동시에, 죄악에 가깝다. 


Split


십 년 전 쯤에 별 생각없이 지껄인 이런 말이 여전히 웃겨 보일지도. 병적인 허영과 금전만능의 시대인데 그래도 사랑과 낭만이 있다고 믿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Lisbon


지금은 십 년 전과 생각이 다르다. 히피들과 어울린다고 생노병사가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 Live light니 respect simplicity 같은 '생각'이 생활과 일치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혜능 말대로 맑은 거울같은 내 마음엔 티끌 한 점 없어 갈고 닦을 것도 없어서? 그런데 리스본에서 먹은 음식들은 맛있었다. 


Lisbon


그리고 한국 여자와 결혼한 지 십 년 째인데다가 심지어 애를 낳아 기른다. 나는 위선자인가? 그러게. 술 마실 때 남들 안 들리게 기도삼아 중얼거리곤 했다; One for the road. 실은 흥겹다.



Barcelona


말과 생각과 염원과 기도의 덧없음은 그렇다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앞으로도 세상이 이해가 안 갈 것 같으니 여행을 더 많이 해 봐야 한다. 돈 없고 못 생긴 오징어에게 세상은 쓰디 쓰지만, 그래도 낭만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여행하는 여자와 만나길 적극 권하는 글이 있다: Don't date a girl who travels.


Madrid


은하수를 보기 힘들 뿐더러 반닷불이의 집단 동조를 보기도 힘들다. 빙하를 만져보거나 용암을  보기도 어렵당!~~><귀염~~!!다람 !!~~~ 이거 쓰는 중에 딸이 끼어 들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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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

잡기 2014. 1. 29. 20:44

우동을 만들어 먹기 위해 키우는 쑥갓과 된장국에 넣어먹기 위해 키우던 근대 외에 집 여기저기 잡다한 식물이 살고 있다. 죽이지 않을 뿐더러, 죽지 않았으면 죽지는 않도록 한다는 방침 때문에 살아 있는 것들... 수조에도 꽤 많은 물고기들이 살아있다. 엊그제 한 3년 산 구피들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죽은 구피는 죽지 않았으면 부러 안 죽이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화분에 묻었다.


그러다보니 달팽이가 달팽이 같지 않게 되었다. 


딸애가 좋아하는 일명, 누룽지 케잌. 전기밥솥이 시원찮아 자주 냄비밥을 만들어 먹다 보면 숭늉이 먹고 싶어 누룽지를 만들면 딸애와 아내가 모두 먹어 버렸다. 나는?


기념비적으로 엿 같았던 2013년의 마지막 저녁.


올 해는 좀 나아지길, 운을 바랬던 2014년 1월 6일.


새우 파스타. 언제부터 파스타를 잘 하게 되었지?


맥주 안주로 만들어 먹다 보니... 맥주 안주로 먹으려고 집에서 밀가루 반죽부터 해서 피자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무려 일곱 번 고장나서 일곱 번 수리해서 아직도 쓰고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 


비슷한 경우로 안경을 들 수 있는데, 안경은 지난 1년간 여섯 번 정도 부러졌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경은 우수한 내열성과 내냉성, 내충격성 따위를 겸비하고 있으나, 힌지 부분이 약해 사람 몸무게 정도에 안경이 접히는 힌지가 부러지곤 했다. 플라스틱이라 강력 접착제로 붙이길 무려 일곱 번. 잠자리에 누워 태블릿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지쳐 안경을 벗지 못한 채 잠이 들다 보면 아침에 안경알이 튀어나오고 힌지가 부러진 안경을 보게 된다... 망가지면 수리하고 하는 짓이 오래되니 궁상이다.


출근하다가 찍은 패랭이꽃. 뜬금없지만...


니제르의 젊은 여인이 있었다네.

호랑이를 올라탄 채로 미소짓던.

그들은 산보에서 돌아왔다네.

여인을 배 속에 넣은 채로.

그라고 호랑이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네.


이 싯귀의 일부나 전부를 어쩌다 책에서 읽을 때마다 검치호를 타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꿈을 떠올렸다. 


사무실에서 근무 중 머리 식히러 나왔다가 내가 왜 이런 엄한 곳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했다. 산속에서 길이 끊겨 돌아왔다. 이것도 마찬가지:


수만의 낮과 밤 동안을 달려서

세월이 그대 머리에 흰 눈을 덮을 때까지.

그대는 돌아와서는 내게 말하리니

그대가 마주친 모든 기이한 일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잊어버렸을 것이다. 2012년 11월. 교통사고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이 흥미롭게 생긴 전기자극기를 사진 찍었다.


캡쳐한 사진을 버리기 전에...


아쿠에리온. 이런 장면을 보면 내가 다 쪽팔렸다.


에우레카 7 AO. 지금까지 본 드라마나 애니들 중 뭔가 할 말이 있었던 장면에 토를 달려고 장면을 캡쳐해 뒀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다.


마르독 스크램블. first impression.


소드 아트 온라인. 우울한 시기였다. 이런 걸 재밌게 봤다고 할 수도 없었던 시기.


마제스틱 프린스. 재미 없음.


취성의 가르강티아. 뭐 이래?


악의 꽃.


한니발.


한자와 나오키. 


House of Cards. 2기를 기다리는 중.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보던 중 발견한 장면. 


Naked and Afraid. 발가벗은 남녀 둘을 어디 오지에 떨구어 놓고 살아 날 수 있나 보자고 만든 리얼리티쇼. 설정이 그리 좋은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음.


Naked Castaway. 네이크드 앤 어프레이드와 비슷.


파닥. 마무리가 애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


Person of Interest. 여전히 보고 있는 드라마.


The Good Wife. 여전히 보고 있고, 취향에 맞아 재밌다.


Newsroom. 극작가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드라마.


나인. 재밌다.


Veep. 재밌다.


고독한 미식가. 잘 먹어댄다.


슈타인즈 게이트. 이래서 일본 애니가 점점 식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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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Human. 뭔가 좋게 시작하다가 극작가가 누구인지 욕이 나오기 시작.


라스 쁘리마스 그란 빠밀리아가 안 보임. 근래 먹었던 와인 중 가성비 갑이었는데. 에스빠냐, 가볍고 프루티, 대기에서 하늘거리는 보랏빛 베일 저편에 비치는 텅스텐 백광. 잘 마셔대긴 하지만 와인맛 따윈 모른다. 비노 베리타스에 관심없다. 엘에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와인 댓병 쌓아놓고 퍼마셔대고 맛이 간 여행자들이 가관이 아니었다. 나도 와인을 병나발 부는 축에 속했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로스 아미고스와 기꺼이 합류했다. 그러고 샌디에고에 어떻게 갔는지 통 기억이 안 난다. 


한 달 전에 딸애 교통카드를 만들어 주려고 GS25에서 pop카드를 청소년용으로 구입.

구입 당시에 청소년 용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사용.

그런데 버스 찍을 때마다 성인 요금이 과금됨.

청소년은 교통 카드 등록하는게 생각나, pop 카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pop카드 발급한 다음에 10일 이내에 popcard.co.kr에서 등록해야 한다고 함. 10일이 지나면 성인 요금이 부과됨(그럼 구입할 때 그렇게 고지를 하던가!).


pop카드 교통카드 등록 시도.


본인인증을 받으려니 딸 명의 휴대폰이 없어 인증 안 됨.

혹시나 해서 내 명의로 인증 시도 하나 안 됨.

회원 가입하면 되는가 싶어 회원 가입 했으나 안 됨.


위엣 과정을 한 30분간 뺑뺑이 돌면서 궁리.

FAQ 검색했으나 뭔 소린지 중언부언.

뭐 이런 발로 만든 웹사이트가 다 있는지?


휴대폰 대신 아이핀 인증 시도를 하기로 함.

딸이 미성년자라서 실명확인 오류 (주민번호와 이름이 매칭이 안된다네)

인터넷 실명 등록 시도.

밤에는 등록이 다음날로 밀림. 어쨌거나, 등록 시도.

법정 대리인 등록 해야 함.

휴대폰,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인증 중 공인 인증서 선택

JRE(자바) 설치했으나 공인인증서로는 안됨.

휴대폰으로 변경

나이스아이디 나와서 실명등록 요청 신청됨.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이 모든 과정을 여러 악명높은 액티브 엑스들이 함께 해 주심.


연말정산 때문에 오늘 관공서 사이트를 여기 저기 오락가락 하다보니 수십 개의 액티브 엑스가 설치되어 컴퓨터가 더럽혀졌다.


액티브 엑스 태동기(?)에 안기부의 등신 짓거리에 하도 화가 나서 한껏 젊음을 발산했지만 젊음이 다 그렇듯이 소득은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의 보안 수출 제한 때문에 액티브 엑스 외의 수단이 없었고 보안 수단으로써 참 웃기는 것이었지만 당장 사용할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는 현실론을 받아 들였다. 지난 5년은 범국민적 차원에서 액티브 엑스 제거에 발벗고 나서야 했으나(그 쓸모없이 평화적인 촛불 시위는 이럴 때 제격이다), 보안 업체가 정부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탓인지 이 놈에 액티브 엑스는 왠만한 개발도구 보다 수명이 길었다.


뭣 때문에 요즘 영재 얘기로 시끄러운지 모르겠지만 어린 아기가 영재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 중에 직선 긋기가 있다. 신경전달 피드백에 의한 근 조절이 사고와 동기되는가를 보는 것인데 그와 유사한 여러 종류의 표지(?)가 있지만 이게 제일 간단. 아이가 영재라면 그때부터 헬게이트가 열리니 좋을 것도 없겠고. 지능이 높은 것은 진화상 쓸모없는 돌연변이나 팔 하나 없는 병신이라고 생각하면 잘 맞았다. 그런 것보다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사랑받고 삶을 즐겼으며 언제 떠나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것이 의미있지 않을까?

3주째 두통. 타인의 태업과 무능함을 상처받지 않게 가공포장 하는 무의미한 잡일에 20일이 걸렸다. 마냥 좆같지. 저번 토요일에 이어 이번 토요일에도 마누라가 보내준 무슨 수업에서 재활용 예술가에게 재활용 예술을 배우고 실시했다. 쓰레기를 가져갔다. 아이들에게 동네 쓰레기통을 뒤져 쓸만한(?) 것을 줏어와 뭔가 작품 같은 걸 만들어보게 하다가 부모들의 반발로 강좌가 폐지된 작자였다. 연도를 언제로 잡아야 할까 다소 논란이 있지만 1998년 즈음 부모들이 그 이전 세대의 부모보다 더 속물스럽고 병신같아 진 것은 사실. 언젠가 솟대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노인네가 나와 딸을 위해 솟대를 만들어 줄 때 자기는 돈 때문에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예술가들이 다 그렇단다. 


Being understood is an underrated pleasure. 몇 년 전에 제인이 그렇게 종알거릴 때면 반사적으로 혹시 내가 사람들에게 이해받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나 검색했다. 어렸을 적에 싸이코 소리를 듣다가 요새는 정상인이 되었다. 내가 변했다지만 그보다는 세상이 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언제 끈이 잘려도 후회할 것 같지 않았다. 최근 십년새 변한게 있다면 농담을 잘 안 하게 된 것, 멘탈 갑에 그릿 인덱스 만땅의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그럼 또라이 수량 보존 법칙에 따라 근처에 일정 수의 또라이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자신이 또라이인지 의심해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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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자작 2014. 1. 4. 15:36

무려 1년이 걸린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관한 노트. 원래는 뭔가 좀 그럴듯하게 PT 자료를 만들 생각이었으나... 그렇게 한가한 편이 아니다.


1년에 하나씩 프로젝트를 해 보자, 해서, 2012년에는 수경재배, 2013년에는 태양광 발전을 시도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마누라에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할 말은 좀 있는게, 마누라의 주장은 수경재배가 전기요금이나 소비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가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 여덟 번 정도의 전기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돈이 안 든다. 물은? 1년 동안 소비한 물의 양은 샤워 여섯 번 할 정도의 분량이다. 제 남편이 미련한 바보인 줄 안다.


수경재배의 경우 소규모로 하다보니 수확량이 많지 않아 일 년 농사를 지어보니 먹을게 별로 없었다. 2012년에는 진딧물 퇴치로 고생하고(갖은 약이 소용이 없다가 무당 벌레 두 마리 잡아 풀어놓으니 해결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2013년에는 곰팡이로 키우던 식물이 전멸했다. 두 해 동안 일조량과 일사량 때문에 실내에서 식물 재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LED 광원은 전기를 일정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한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LED 전등은 광속이 낮아 사실 형광등에 비해 별 매릿이 없다. 우리 집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LED 조명으로 교체할 때 드는 비용으로 본전을 뽑으려면 약 12년이 걸렸다. 수경 재배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다음에는 노지 재배를 시도해 볼까 했는데, 노지 재배는 수경재배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서 망설여진다. 내가 주말에 그렇게 시간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물 보충해 주고 가끔 양액만 보충해 주는 수경재배가 수많은 장점을 지녔다.



이런 풀떼기를 잔뜩 재배했고...



과천 과학관에서 얻은 보리도 키워보고... 집에서 보리를 수경재배해 본 사람 있나? 없을껄? 그런데 내가 한 3개월 놀러가는 바람에 양액 공급이 안되어 쭉정이만 자랐다.



배추도 발아부터 시작해서 몇 포기 수확해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확량이 보잘 것 없었다. 블로그에 재배해서 뭐 해먹는다는 사람들 말을 대체로 믿지 않는다. 풀떼기 재배해 봤자 서너 번 먹으면 끝인데 농사는 3개월 지어야 한다. 재래 시장에서 천원 짜리 모듬 야채 사먹는게 싸게 먹힌다.


하지만 수경재배는 계속할 것이다.


수경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수경재배 설비에서 소비하는 전기를 생산해 보자는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을 기획했다. 때마침 (2012.12월) 와트당 1$ 가량 하는 70W 짜리 태양광 패널을 구할 기회가 생겼다. 패녈은 2개월만에 도착했지만 여하한 사정으로 설치와 실험은 9월로 밀렸다.



패널 설치는 9월에 했다. 




패널 거치용 앵글을 구매하려고 알아보다가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를 오픈마켓에서 구입하여 개조했다. 이 편이 비용도 적게 들고 노가다가 적었다.





별 일 없으면 계산대로,



태양전지에 관해 이런 저런 공부를 틈틈이 하고,



계절에 따른 발전 효율 예측을 했다. 



어딘가 동호회에서 공동구매한 buck converter의 변환 효율 측정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 효율과 소비 전력량을 산정했다.



아울러 배터리의 데이터시트를 참조해 방전 심도(Depth of Discharge)를 고려하여,



DOD를 대략 40%(충방전 1000회 = 3년)에 맞춰 Deep cycle 배터리 용량을 40A로 계산했다. 40A 짜리 배터리를 구매해서 배송 받은 것을 보니 50A 짜리여서 흐뭇했다. 한 4년은 쓸 수 있겠다.


아래 표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물품 구매 목록이다. 추가 지출이 있었고 왜 구매했나 후회되는 물건도 있었다. 



eBay에서 MPPT를 구매했다가 2개월이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아 클레임을 걸고 길고 귀찮은 debate 후에 전액 환불 받고 aliexpress에서 다시 구입했다. 그것은 2주 만에 도착했다.


MPPT 모듈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대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충전 효율이나 실제 부하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MPPT 외에도 몇 가지 추가 회로가 필요했다. 마침 회사에서 굴러다니던 Beagle Bone Black Board를 사용하여 칩 메이커에서 샘플 주문한 칩을 사용하여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했다.



MPPT가 먼저 도착해 태양 전지 패널과 MPPT, 배터리만 연결한 상태로 간단한 회로를 구성해 휴대폰 등을 충전했다. USB cable 어셈블리를 사다가 USB DCP 규격대로 만드니 충전 안 되는 휴대폰이나 타블렛은 없었다. USB 스펙을 만든 녀석들은 워낙 늑장을 잘 부리다가 fire wire를 비롯한 몇몇 케이블 규격의 맹 추격에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bluetooth SIG도 마찬가지였다. 4.0 규격에 이르러서야 그제서야 쓸만해졌다.


저 회로는 테스트 끝나고 일 때문에 바빠 한 동안 방치했다가 집에서 설치 중에 회로를 실수로 잘못 연결해 다 태워먹었다. 망연자실.


간단한 회로라서 기억에 의존해 만들다보니 기판 뒷면은 점퍼선 투성이고 고치려고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 당장 PC에 eagle CAD를 설치하고 회로도를 그렸다. PCB도 만들었다. 중국의 샘플 PCB 제작 업체를 통해 배송료 포함 $29 짜리 PCB를 만들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껄 그랬다. 오랫만에 eagle cad를 다시 학습하고(2시간) 회로도 그리고(2시간) PCB 만들어서(3시간) 5매의 샘플 PCB를 받기까지 (2주) 15일이 걸렸다. 2시간 동안 납땜하고 30분 정도 테스트했다. 회로가 간단하니 그리 쉬웠다.



PCB를 기다리는 동안 코딩을 했다. Beagle Bone Black 보드가 끝내 주는 점이 $45짜리 치고 상당한 퍼포먼스가 나와서 크로스 툴 체인 없이 넉넉한 eMMC와 SD 메모리에 ssh, gcc, samba를 설치해서 PC에서 소스를 에디팅하고(요즘은 sublime을 주로 쓰게 되더라) 보드에서 바로 컴파일해서 돌려볼 수 있다는 점. 처음에는 nod 따위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gpio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nod용 c interface를 만들어야 하고 뭐하러 wear leveling 걱정하게 eMMC나 SD를 스토리지로 사용하고, 부하가 많이 걸리는 웹 서비스와 sql 서버 따위를 임베디드 보드에서 실행하나 회의가 들어,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고 있는 내 도메인에 mysql 최신 버전과 php, 그리고 javascript 등으로 간단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래서 BBB 보드에서는 샘플링된 데이터를 wget 등의 외부 유틸리티를 사용해 웹 서버에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php는 그것을 mysql 서버에 저장하고 웹으로 서비스하게 되었다.


BBB Board에 USB WLAN을 달아서 wifi로 데이터를 전송하려고 했는데, BBB 보드의 커널이 3.8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특정 USB WLAN 동글(8192CU)이 작동하지 않았다. 커널 빌드부터 디바이스 드라이버 빌드를 하다가 시간 낭비만 했다. 


그 와중에도 리빙박스 속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훌륭한 충전 스테이션 역할을 해줬다. 마누라 휴대폰을 제외하고 집안의 모든 휴대용 기기는 이걸로 충전했다.



수경재배용 전력 생산은 미뤘다. 아직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얼마만한 발전과 로드 용량이 필요한 지 판단이 안 선다. 리빙 박스 안에 NAS도 넣을까 생각했다. 발전량 평가 후 생각해보기로.


코딩 중 발견한 문제는, 태양전지 패널의 발전 효율 계산에 필요한 몇 가지 파라미터, 예를 들자면 운량(cloud cover), 이슬점, 적설량, 기온 등의 정확한 정보를 어디서 구할 데가 없다는 점. 기상청 관측 자료는 아무 쓸모가 없었고 외국 업체에서 얻은 정보는 한국의 공군기지에 설치된 관측 스테이션의 데이터로는 실제 기상과 차이가 있었다. 


살고 있는 도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상 관측 스테이션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한국의 기상청은 이것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상청에서 실측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기상청을 위시하여 한국의 공공 정보 서비스 수준에 욕이 절로 흘러 나왔다. 뭘 해보려면 걸리적 거리는 한국 정부의 영혼없는 짓거리나 얼어죽을 IT 강국 따위의 공허한 구호들 따위의 등신스러움... 내가 사는 곳의 정보를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게 맞을 리가 있나? http://www.netatmo.com 의 weather station을 사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기상청에 분개한 나머지 나라도 뭐 하나 만들어서 세계 기상 네트웍에 참여하자, 이왕 하는 김에 사람들도 끌어모으고, 뭐 그런 글로발스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남)


어쨌거나 태양광 발전 설비는 실사용 목적 보다는 실험 목적이 강하다. mysql 5.0부터 추가된 event 기능으로(이게 주요 코딩의 전부?) 적산 전력량을 산출하고 그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는 등의 코딩은 사흘 쯤 걸렸다. 이때가 딱 크리스마스였다.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일단은 돌아가고 단순 자료 수집만 하는 중.


http://pyroshot.pe.kr/pm/




통계를 보니 12/25부터 1/4까지 912Wh 발전했다. 마누라가 청소하다가 공유기 전원 플러그를 무심결에 빼버린 바람에 엊그제 발전 로그가 비었다. -_-;


개선할 점

  • 고생해서 기껏 산 MPPT 컨버터가 가짜 같다. 어째 싸더라.
  • 조도 측정 센서에 방수 대책 세워서 설치
  • 온도 계측에 관한 보다 나은 대안
  • Beagle Bone Black 보드 대신 Cortex-M3로 재설계
  • 웹 서비스 개선: 기온, 운량, 조도에 따른 발전효율 평가 (그래프로 실시간 비주얼라이즈), 월간 발전량 리포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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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glebone Black 보드에서 LM92TMP513 칩을 테스트해 보았다. 이전 센서와는 달리 칩 형태라 납땜 하기 힘들어서 예전에 엘레파츠에서 구입한 SOIC 변환 보드를 사용했다. LM92는 몇 핀 안되어 간단히 테스트 해 볼 수 있지만 TMP513은 배선이 조금 있는 편이고 breadboard에서 하기는 좀 어려운 편.


칩 수급은 LM92와 TMP513은 Texas Instruments에서 샘플 오더한 것을 사용했다. TI는 샘플 오더하면 주문한 칩당 3개씩을 DHL로 배송해 주는데 3-4 business days면 도착. 요새 뭘 돈 주고 산 기억이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부속을 긁어모아서... -_-;


LM92는 단순해서 HT11과 마찬가지로 전원과 I2C만 연결하면 되고, TMP513은 내부 온도 센서 외에도 외부에 PNP TR을 다이오드처럼 사용하여 온도 센서로 사용하기에 이글 캐드로 연결 관계를 간단한 회로로 그렸다. 데이터시트에 따르면 TR은 hfe가 50~150인 아무거나 사용하면 될 것 같다(추천하는 것은 자기들이 검증한 2N3904지만).

TMP513은 온도 계측 외에 INA219 칩처럼 current와 bus voltage sensing이 가능해서 태양광 모듈 회로 설계에 넣어 예전에 열심히 테스트 한 적이 있다. INA219나 TMP513 같은 칩들은 전력 회로에서 analog 파트 계측을 매우 간단하게 구현 가능한 참, 좋은 칩들이다.


오늘 목표는 TMP513 및 HT11 칩의 온도 정밀도가 원하는 수준이 나오는 가를 LM92 칩 기준으로 검측하는 것이 목표. 하여튼 회로는 참고용이고, SOIC 변환 보드에 두 칩을 대충 납땜한 사진이 아래.



I2C가 편해서 소스 작성하는데 대충 30분이면 뚝딱. 취미 생활 중 일부는 업무에 활용.


lm92.c source

#include <stdio.h>

#include <unistd.h>

#include <time.h>

#include <sys/ioctl.h>

#include <linux/i2c-dev.h>

#include <fcntl.h>


#define I2C_DEV "/dev/i2c-1" // device driver name for linux i2c interface

#define LM92_ADDR 0x48


// INA219 register address

#define LM92_REG_READ 0x00

#define LM92_REG_CONFIG 0x01

#define LM92_CFG_FQUE (1<<4)

#define LM92_CFG_INTP (1<<3)

#define LM92_CFG_CRITP (1<<2)

#define LM92_CFG_INTMODE (1<<1)

#define LM92_CFG_SHUTDOWN (1<<0)

#define LM92_REG_CRIT 0x02

#define LM92_REG_TLOW 0x03

#define LM92_REG_THIGH 0x04

#define LM92_REG_MFGID 0x05


int lm92_measure()

{

static int fd = -1;

unsigned char buf[10];

int t;

if (fd == -1) {

if ((fd = open(I2C_DEV,O_RDWR)) < 0) {

printf("LM92: open error\n");

return 0;

}

if (ioctl(fd, I2C_SLAVE, LM92_ADDR) < 0) {

printf("LM92: can't set address\n");

return 0;

}

}


buf[0] = LM92_REG_READ;

if (write(fd, buf, 1) != 1) {

printf("LM92: write error\n");

return -9999;

}

if (read(fd, buf, 2) != 2) {

printf("LM92: read error\n");

return -9999;

}

int v = ((buf[0] << 8) | buf[1]) >> 3;

if ((v & 0x1000) != 0) 

t = (0x1fff-v) * -625;

else

t = v * 625;


return t;

}


#if 0

int main(int argc, char* argv[])

{

time_t st = time(NULL);

while(1) {

if (time(NULL) == st) {

usleep(1000);

continue;

}

st = time(NULL);

printf("t=%6.2f\n", lm92_measure()/10000.0);

}

return 0;

}

#endif



tmp513.c source


source에서 주의 사항

  • power measure 때문에 몇 가지 셋업이 추가되었는데, 굳이 제거하지 않았다. 파워 계측할 때는 션트 저항(R_SHUNT) 및 계측하고자 하는 전압의 예상 최대 값(TMP513_VMAX) , 예상 최대 전류(TMP513_AMAX)를 설정해 주면 그에 맞는 파라미터를 설정해 준다.
  • TMP513_VOFS 및 TMP513_AOFS는 계측 장비로 전압 및 전류를 측정한 후 캘리브레이션에 사용하는 값으로 처음에는 0을 지정해 주고, 계측 장비와의 오차만큼을 지정하면 보상하는 형태. 
  • 마찬가지로 TMP513_TEMP_* 시리즈의 define 역시 LM92와의 온도 오차를 측정한 후 측정치를 보상해 주기 위해 사용했다.
  • TMP513을 초기화 하기 위해, tmp513_measure() 함수에서 configuration value를 hard coding 했다. 회로도처럼 내부 온도 센서 및 외부의 두 개 온도 센서를 계측하기 위해 cfg 값의 몇몇 비트가 enable 되어 있다.


#include <errno.h>

#include <string.h>

#include <stdio.h>

#include <stdlib.h>

#include <unistd.h>

#include <linux/i2c-dev.h>

#include <sys/ioctl.h>

#include <sys/types.h>

#include <sys/stat.h>

#include <fcntl.h>

#include <time.h>


// circuit & measure constant


#define R_SHUNT (0.01) // Rs


#define TMP513_VMAX (15.0)

#define TMP513_AMAX (8.0)

#define TMP513_MAX_TEMP 4


#define TMP513_CAL ((0x7FFF * 4.096) / TMP513_VMAX)


// calibrated values

#define TMP513_VOFS (-0.0)

#define TMP513_AOFS (-0.0)


#define TMP513_TEMP_L_OFS (1.31353)

#define TMP513_TEMP_R1_OFS (1.31353)

#define TMP513_TEMP_R2_OFS (1.31353)

#define TMP513_TEMP_R3_OFS (0.0)


// i2c devices


#define I2C_DEV "/dev/i2c-1" // device driver name

#define TMP513_ADDR 0x5D // TMP513 default address


#define TMP513_REG_CONFIG 0x00

#define TMP513_CONFIG_MODE 0x7 // shunt and bus, continuous

#define TMP513_CONFIG_SADC 0xf // 128 samples for current

#define TMP513_CONFIG_BADC 0xf // 128 samples for bus voltage

#define TMP513_CONFIG_BRNG 0x1 // 32V FSR

#define TMP513_REG_CONFIG2 0x01

#define TMP513_REG_STATUS 0x02

#define TMP513_REG_VOLT 0x05

#define TMP513_REG_CURRENT 0x07

#define TMP513_REG_TEMP_L 0x08

#define TMP513_REG_TEMP_R1 0x09

#define TMP513_REG_TEMP_R2 0x0A

#define TMP513_REG_TEMP_R3 0x0B

#define TMP513_REG_CAL 0x15

#define TMP513_REG_NF1 0x16

#define TMP513_REG_NF2 0x17

#define TMP513_REG_NF3 0x18


// generic register functions for INA219, TMP513


static int rd_reg(int fd, int rn)

{

unsigned char buf[10] = { 0 };

buf[0] = rn;

if (write(fd, buf, 1) != 1) {

printf("write error: %s\n", strerror(errno));

return -1;

}


if (read(fd, buf, 2) != 2) {

printf("read error: %s\n", strerror(errno));

return -1;

}

return ((buf[0] << 8) | buf[1]) & 0xffff;

}

static int wr_reg(int fd, int rn, int v)

{

unsigned char buf[10] = { 0 };


buf[0] = rn;

buf[1] = (v >> 8) & 0xff;

buf[2] = v & 0xff;

if (write(fd, buf, 3) != 3) {

printf("write error: %s\n", strerror(errno));

return -1;

}

return 1;

}


// get program gain for INA219, TMP513


int get_pg(double Vrs)

{

if (Vrs < 0.040) 

return 0;

else if (Vrs < 0.080) 

return 1;

else if (Vrs < 0.160) 

return 2;

else if (Vrs < 0.320)

return 3;

else {

printf("setup: out of range. check R_SHUNT, V_MAX & A_MAX\n");

return 3;

}

}


int tmp513_measure(double* t, double *v, double *a)

{

static int fd = -1;

static int t_reg[TMP513_MAX_TEMP] = { TMP513_REG_TEMP_L, TMP513_REG_TEMP_R1, TMP513_REG_TEMP_R2, -1 };

static double t_ofs[TMP513_MAX_TEMP] = { TMP513_TEMP_L_OFS, TMP513_TEMP_R1_OFS, TMP513_TEMP_R1_OFS };

int temp, i, iv, ia;

if (fd == -1) {

if ((fd = open(I2C_DEV,O_RDWR)) < 0) {

printf("TMP513: open error\n");

return 0;

}

if (ioctl(fd, I2C_SLAVE, TMP513_ADDR) < 0) {

printf("TMP513: set address failed\n");

return 0;

}


int cfg;

double RL = TMP513_VMAX / TMP513_AMAX;

double Vrs = (R_SHUNT / (R_SHUNT + RL)) * TMP513_VMAX;

printf("TMP513: Vmax=%.2f, Amax=%.2f, Rl=%.2f, Rs=%.3f ohm, Vrs=%.3fV, PG=%d\n", TMP513_VMAX, TMP513_AMAX, RL, R_SHUNT, Vrs, get_pg(Vrs));

cfg = (TMP513_CONFIG_BRNG << 13) | (get_pg(Vrs) << 11) | (TMP513_CONFIG_BADC << 7) | (TMP513_CONFIG_SADC << 3) | TMP513_CONFIG_MODE;

wr_reg(fd, TMP513_REG_CONFIG, cfg);

wr_reg(fd, TMP513_REG_CAL, (int)TMP513_CAL);

cfg = (1 << 15) | (0 << 14) | (1 << 13) | (1 << 12) | (1 << 11) | (1 << 10) | (0x7 << 7);

// 15: continous conversion

// 14: remote channel 3 enable

// 13: remote channel 2 enable

// 12: remote channel 1 enable

// 11: local temp enable

// 10: resistance correction

// 9:7: conversion rate. 0=0.0625, 1=0.123, 2=0.25, 3=0.5, 4=1, 5=2, 6=4, 7=8

wr_reg(fd, TMP513_REG_CONFIG2, cfg);

wr_reg(fd, TMP513_REG_NF2, 0<<8);

printf("CONFIG: %04X (%d)\n", cfg, cfg);

printf("CAL   : %04X (%d)\n", (int)TMP513_CAL, (int)TMP513_CAL);

printf("\n");

}

iv = rd_reg(fd, TMP513_REG_VOLT);

if (iv == -1) 

printf("TMP513: voltage read error\n");

else 

*v = (iv >>3) * 0.004 + TMP513_VOFS;

ia = rd_reg(fd, TMP513_REG_CURRENT);

if (ia == -1) 

printf("TMP513: current read error\n");

else

*a =  ia / (TMP513_CAL / 4.096) + TMP513_AOFS;


for (i = 0; t_reg[i] != -1; i++) {

temp = rd_reg(fd, t_reg[i]);

if (temp == -1) {

printf("TMP513: temp%d read error\n", i);

continue;

}

if ((temp & 2) != 0) 

printf("temp%d: PVLD error\n", i);

if ((temp & 1) != 0)

printf("temp%d: diode open error\n", i);


double m = 0.0625;

if ((temp & 0x8000) != 0) {

temp = (~temp + 1) & 0x7fff;

m = -m;

}


t[i] = (temp >> 3) * m + t_ofs[i];


}


return 1;

}


#if 0

int main(int argc, char* argv[])

{

time_t st = time(NULL);

double temp[TMP513_MAX_TEMP];

double load_v, load_a;

while(1) {


if (time(NULL) == st) {

usleep(1000);

continue;

}

st = time(NULL);


tmp513_measure(temp, &load_v, &load_a);

printf("%.2f %.2f\n", temp[0], temp[1], temp[2]);

}

return 1;

}

#endif



HT11, LM92, TMP513의 온도 계측치를 logging 했다 (TMP513은 calibration을 한 값이 적용된 상태)


2013-12-17 21:29:28,1,0.43,0.10,34,25,25.56,25.56,25.31,25.25

2013-12-17 21:29:29,0,0.43,0.10,34,25,25.56,25.56,25.25,25.06

2013-12-17 21:29:30,2,0.43,0.10,34,25,25.62,25.56,25.25,25.25

2013-12-17 21:29:31,2,0.43,0.10,34,25,25.56,25.56,25.31,25.25

2013-12-17 21:29:32,2,0.43,0.10,34,25,25.62,25.56,25.44,24.94

2013-12-17 21:29:33,2,0.44,0.10,34,25,25.62,25.56,25.44,25.31

...

2013-12-17 21:30:01,2,0.43,0.10,34,25,25.62,25.56,25.31,25.06

2013-12-17 21:30:02,1,0.43,0.10,34,25,25.56,25.56,25.25,25.13

2013-12-17 21:30:03,2,0.43,0.10,34,25,25.62,25.56,25.19,25.38

2013-12-17 21:30:04,1,0.43,0.10,34,25,25.62,25.56,25.25,25.31

2013-12-17 21:30:05,1,0.43,0.10,34,25,25.62,25.56,25.25,25.06


측정 결과의 각 컬럼은 datetime, HT11 error, HT11 bit transfer error rate, HT11 checksum error, HT11 humidity, HT11 temp, LM92 temp, TMP513 local sensor temp., TMP513 ch#1 temp., TMP513 ch#2 temp. 순서. 정리하면,

  • HT11의 온도 값은 스펙에 의하면 ±1℃로 LM92와 대체로 일치.
  • TMP513의 내부 센서 역시 온도 오차가 ±1℃인데 calibration value를 적용하니 비교적 정밀
  • TMP513의 두 외부 센서는 약간의 오차가 보임
25℃ 에서는 LM92 대비 두 센서의 온도 정밀도가 매우 실용적인 수준이나, -40~100℃에서는 온도 드리프트가 꽤 있을 것으로 짐작됨.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 볼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대략 10시간 동안 logging을 해서 온도 변화에 따른 계측치가 선형으로 나오는 가를 검사할 것이다.

2013-12-18 30초당 한 번씩 logging을 해서 10시간 동안 모은 데이터로 그래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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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놀기

잡기 2013. 12. 16. 20:28

11/24 여우길. 수원 둘레길 중 일부. 바람이 쌩쌩 불었고 아이가 지쳐서 코스의 반쯤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지동 시장에 가서 호떡과 어묵을 사 먹었다. 23일에는 대형마트에서 풍선을 사서 공원에서 놀았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 나오면서 풍선 입구에 있는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간단한 기구인데 아이가 재밌어 했다.


11/30. 왕십리-수원 복선 전철 개통. 하릴없이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왕십리까지 갔다. 


12/7 알루미늄 포일과 성냥개비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성냥 로켓. 아이가 발사 후 떨어진 착지점에 표시 중. 발사대는 페이퍼 클립으로 만들었다.



12/8. 국립박물관. 모처리 방문. 아이가 삼국시대에 관심이 많아 1층 절반 가량을 관람. 통일신라부터는 지쳐서 더 데리고 다니지 못했다. 3층까지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듯. 예전에도 박물관을 한 바퀴 도는데 나흘, 즉, 2주 동안 주말을 다 보냈다.


12/14. 눈 내리는 날. 광교산(582m) -> 백운산(567m) -> 고분재 -> 바라산(428m) -> 425봉(425m) -> 하오고개 -> 청계산 국사봉(542m) -> 이수봉(545m) -> 청계사 . 올 봄에 눈을 맞으며 까미노를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오고개를 넘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 환상적이군. endomondo가 워낙 battery를 많이 소비하는 app이라서 사용을 중지. 대신 GPSr로 로깅을 했고, GPSr의 SD 카드를 뽑아 휴대폰에 장착한 후 트랙로그를 가져와 endomondo 사이트에 트랙로그를 올렸다. 휴대폰은 블루투스로 5 시간 동안 음악을 들었는데도 50% 가량이 남았다. 


눈밭에 우뚝 서 있는 저 철탑을 작년에도 지나갔다. 그때는 눈이 많이 와서 고압선 주변으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밀양 송전선 생각이 났다.


앞선 발자국은 내린 눈에 덮였지만 그래도 흔적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조용하다. 사람이 별로 없는 오후의 능선길.


청계사로 내려가기 전. 이수봉 부근. 눈도 그치고, 청계산 망경대까지 오르려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5시간 동안 15.53km를 걸었고, 1300m를 오르락 내리락.


12/15. 올 여름에 눈이 내리면 여길 가야지 하고 있다가, 마누라가 마침 아이 탈 썰매를 구입했다. 집에서 20분 거리. 화성이 에두른 팔달산 자락은 차량 통행이 통제되어 있고, 눈이 오지 않은 날에는 용기차가 지나다니는 한적한 길인데, 눈이 내리면 이렇게 좋은 썰매 코스가 된다. 거의 100m에 달하는 길.


12/15. 화성행궁에서 서장대로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 아이한테 손으로 방향 트는 방법과 발로 썰매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가르쳐 주니 처음 타고 속도 제어가 안되 덤불에 쳐박혀 무섭다고 엉엉 울던 애가 좋아라고 썰매질. 위/아래 코스를 합쳐 오르락 내리락 한 고저차를 합치면 못해도 6-700m는 될 듯. 왠만한 산 하나 오를 정도의 높이를 올랐는데도 아이가 지친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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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처럼 TSL2561 조도 센서를 테스트 했다. 직원에게 얻었기에 가격은 모르겠고,  adafru.it에서 구매한 것 같다.


사진의 우하단에 있는 모듈로 T-package type. 




TSL2561 모듈에서 BBB 보드로 연결:

  • Pin 1(GND) --> P9.1 (GND)
  • Pin 2(ADDR) --> open
  • Pin 4(SCL) --> P9.19 (I2C2_SCL) with pull-up 10Kohm
  • Pin 5(SDA) --> P9.20(I2C2_SDA) with pull-up 10Kohm
  • Pin 6(VCC) --> P9.3 (3.3V)


결선 후 칩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


# apt-get install i2c-tools 

...

# i2cdetect -y -r 1

     0  1  2  3  4  5  6  7  8  9  a  b  c  d  e  f

00:          -- -- -- -- -- -- -- -- -- -- -- -- -- 

10: -- -- -- -- -- -- -- -- -- -- -- -- -- -- -- -- 

20: -- -- -- -- -- -- -- -- -- -- -- -- -- -- -- -- 

30: -- -- -- -- -- -- -- -- -- 39 -- -- -- -- -- -- 

40: -- -- -- -- -- -- -- -- -- -- -- -- -- -- -- -- 

50: -- -- -- -- UU UU UU UU -- -- -- -- -- -- -- -- 

60: -- -- -- -- -- -- -- -- -- -- -- -- -- -- -- -- 

70: -- -- -- -- -- -- -- --                         


i2cdetect로 확인한 결과 0x39에 장치가 발견되었다. TSL2561 datasheet를 확인해 보니 slave address가 일치한다.


TSL2561 datasheet에는 조도 계산하는 소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을 참조로 프로그래밍.


실행결과

# lux

2013-12-13 16:17:46 lux=298

2013-12-13 16:17:47 lux=296

2013-12-13 16:17:48 lux=298

2013-12-13 16:17:49 lux=297

2013-12-13 16:17:50 lux=297

2013-12-13 16:17:51 lux=57

2013-12-13 16:17:52 lux=38

2013-12-13 16:17:53 lux=36

2013-12-13 16:17:54 lux=39

2013-12-13 16:17:55 lux=288

2013-12-13 16:17:56 lux=299

2013-12-13 16:17:57 lux=297

2013-12-13 16:17:58 lux=297

^C


중간에 조도가 바뀌는 부분은 손바닥으로 센서를 가린 것이다. 반도체의 제조 공정에 따른 칩의 편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조도 값은 믿을만 해 보인다.


아래는 작업한 소스


Makefile

.SILENT: 


CC = gcc

STRIP = strip

INCLUDES = 

LIBS = 

CFLAGS = -Wall -O2 

LFLAGS = 


COMPILE = $(CC) $(INCLUDES) $(CFLAGS)

LINK = $(CC) $(LFLAGS)


BIN = lux


all: $(BIN)


clean:

rm -fr *.o $(BIN)


.c.o:

@echo compiling $< ...

$(COMPILE) -c -o $@ $<


lux: lux.o

@echo link $@

$(LINK) -o $@ lux.o

$(STRIP) $@

lux.o: lux.c



lux.c

#include <errno.h>

#include <string.h>

#include <stdio.h>

#include <stdlib.h>

#include <unistd.h>

#include <linux/i2c-dev.h>

#include <sys/ioctl.h>

#include <sys/types.h>

#include <sys/stat.h>

#include <fcntl.h>

#include <time.h>


#define I2C_DEV "/dev/i2c-1" // device driver name

#define TSL2561_ADDR 0x39


#define LUX_SCALE   14    // scale by 2^14

#define RATIO_SCALE 9     // scale ratio by 2^9


#define CH_SCALE          10    // scale channel values by 2^10

#define CHSCALE_TINT0     0x7517 // 322/11 * 2^CH_SCALE

#define CHSCALE_TINT1     0x0fe7 // 322/81 * 2^CH_SCALE


//---------------------------------------------------

// T Package coefficients

//---------------------------------------------------

// For Ch1/Ch0=0.00 to 0.50

// Lux/Ch0=0.0304-0.062*((Ch1/Ch0)^1.4)

// piecewise approximation

// For Ch1/Ch0=0.00 to 0.125: Lux/Ch0=0.0304-0.0272*(Ch1/Ch0)

// For Ch1/Ch0=0.125 to 0.250: Lux/Ch0=0.0325-0.0440*(Ch1/Ch0)

// For Ch1/Ch0=0.250 to 0.375: Lux/Ch0=0.0351-0.0544*(Ch1/Ch0)

// For Ch1/Ch0=0.375 to 0.50: Lux/Ch0=0.0381-0.0624*(Ch1/Ch0)

//

// For Ch1/Ch0=0.50 to 0.61: Lux/Ch0=0.0224-0.031*(Ch1/Ch0)

// For Ch1/Ch0=0.61 to 0.80: Lux/Ch0=0.0128-0.0153*(Ch1/Ch0)

// For Ch1/Ch0=0.80 to 1.30: Lux/Ch0=0.00146-0.00112*(Ch1/Ch0)

// For Ch1/Ch0>1.3: Lux/Ch0=0

//---------------------------------------------------


#define K1T  0x0040       // 0.125 * 2^RATIO_SCALE

#define B1T  0x01f2       // 0.0304 * 2^LUX_SCALE

#define M1T  0x01be       // 0.0272 * 2^LUX_SCALE

#define K2T  0x0080       // 0.250 * 2^RATIO_SCALETSL2560, TSL2561

#define B2T  0x0214       // 0.0325 * 2^LUX_SCALE

#define M2T  0x02d1       // 0.0440 * 2^LUX_SCALE

#define K3T  0x00c0       // 0.375 * 2^RATIO_SCALE

#define B3T  0x023f       // 0.0351 * 2^LUX_SCALE

#define M3T  0x037b       // 0.0544 * 2^LUX_SCALE

#define K4T  0x0100       // 0.50 * 2^RATIO_SCALE

#define B4T  0x0270       // 0.0381 * 2^LUX_SCALE

#define M4T  0x03fe       // 0.0624 * 2^LUX_SCALE

#define K5T  0x0138       // 0.61 * 2^RATIO_SCALE

#define B5T  0x016f       // 0.0224 * 2^LUX_SCALE

#define M5T  0x01fc       // 0.0310 * 2^LUX_SCALE

#define K6T  0x019a       // 0.80 * 2^RATIO_SCALE

#define B6T  0x00d2       // 0.0128 * 2^LUX_SCALE

#define M6T  0x00fb       // 0.0153 * 2^LUX_SCALE

#define K7T  0x029a       // 1.3 * 2^RATIO_SCALE

#define B7T  0x0018       // 0.00146 * 2^LUX_SCALE

#define M7T  0x0012       // 0.00112 * 2^LUX_SCALE

#define K8T  0x029a       // 1.3 * 2^RATIO_SCALE

#define B8T  0x0000       // 0.000 * 2^LUX_SCALE

#define M8T  0x0000       // 0.000 * 2^LUX_SCALE

//---------------------------------------------------

// CS package coefficients

//---------------------------------------------------

// For 0 <= Ch1/Ch0 <= 0.52

// Lux/Ch0 = 0.0315-0.0593*((Ch1/Ch0)^1.4)

// piecewise approximation

// For 0 <= Ch1/Ch0 <= 0.13 : Lux/Ch0 = 0.0315-0.0262*(Ch1/Ch0)

// For 0.13 <= Ch1/Ch0 <= 0.26 : Lux/Ch0 = 0.0337-0.0430*(Ch1/Ch0)

// For 0.26 <= Ch1/Ch0 <= 0.39: Lux/Ch0 = 0.0363-0.0529*(Ch1/Ch0)

// For 0.39 <= Ch1/Ch0 <= 0.52: Lux/Ch0 = 0.0392-0.0605*(Ch1/Ch0)

// For 0.52 < Ch1/Ch0 <= 0.65: Lux/Ch0 = 0.0229-0.0291*(Ch1/Ch0)

// For 0.65 < Ch1/Ch0 <= 0.80: Lux/Ch0 = 0.00157-0.00180*(Ch1/Ch0)

// For 0.80 < Ch1/Ch0 <= 1.30: Lux/Ch0 = 0.00338-0.00260*(Ch1/Ch0)

// For Ch1/Ch0 > 1.30: Lux = 0

//---------------------------------------------------

#define K1C  0x0043 // 0.130 * 2^RATIO_SCALE

#define B1C  0x0204 // 0.0315 * 2^LUX_SCALE

#define M1C  0x01ad // 0.0262 * 2^LUX_SCALE

#define K2C  0x0085 // 0.260 * 2^RATIO_SCALE

#define B2C  0x0228 // 0.0337 * 2^LUX_SCALE

#define M2C  0x02c1 // 0.0430 * 2^LUX_SCALE

#define K3C  0x00c8 // 0.390 * 2^RATIO_SCALE

#define B3C  0x0253 // 0.0363 * 2^LUX_SCALE

#define M3C  0x0363 // 0.0529 * 2^LUX_SCALE

#define K4C  0x010a // 0.520 * 2^RATIO_SCALE

#define B4C  0x0282 // 0.0392 * 2^LUX_SCALE

#define M4C  0x03df // 0.0605 * 2^LUX_SCALE

#define K5C  0x014d // 0.65 * 2^RATIO_SCALE

#define B5C  0x0177 // 0.0229 * 2^LUX_SCALE

#define M5C  0x01dd // 0.0291 * 2^LUX_SCALE

#define K6C  0x019a // 0.80 * 2^RATIO_SCALE

#define B6C  0x0101 // 0.0157 * 2^LUX_SCALE

#define M6C  0x0127 // 0.0180 * 2^LUX_SCALE

#define K7C  0x029a // 1.3 * 2^RATIO_SCALE

#define B7C  0x0037 // 0.00338 * 2^LUX_SCALE

#define M7C  0x002b // 0.00260 * 2^LUX_SCALE

#define K8C  0x029a // 1.3 * 2^RATIO_SCALE

#define B8C  0x0000 // 0.000 * 2^LUX_SCALE

#define M8C  0x0000 // 0.000 * 2^LUX_SCALE


typedef unsigned int uint;


// lux equation approximation without floating point calculations

//////////////////////////////////////////////////////////////////////////////

// Routine:     uint CalculateLux(uint ch0, uint ch0, int iType)

//

// Description: Calculate the approximate illuminance (lux) given the raw

// channel values of the TSL2560. The equation if implemented

// as a piece-wise linear approximation.

//

// Arguments:   uint iGain - gain, where 0:1X, 1:16X

// uint tInt - integration time, where 0:13.7mS, 1:100mS, 2:402mS, 3:Manual

// uint ch0 - raw channel value from channel 0 of TSL2560

// uint ch1 - raw channel value from channel 1 of TSL2560

// uint iType - package type (T or CS)

//

//    Return:   uint - the approximate illuminance (lux)

//

//////////////////////////////////////////////////////////////////////////////


uint CalculateLux(uint iGain, uint tInt, uint ch0, uint ch1, int iType)

{

// first, scale the channel values depending on the gain and integration time 16X, 402mS is nominal.

// scale if integration time is NOT 402 msec

uint chScale = (1 << CH_SCALE);

uint channel1;

uint channel0;

uint ratio, ratio1 = 0, b = 0, m = 0, temp;

uint lux;


if (tInt == 0) // 13.7ms

chScale = CHSCALE_TINT0;

else if (tInt == 1) // 101ms

chScale = CHSCALE_TINT1;

// scale if gain is NOT 16X

chScale = (!iGain) ? chScale << 4 : chScale;  // scale 1X to 16X


// scale the channel values

channel0 = (ch0 * chScale) >> CH_SCALE;

channel1 = (ch1 * chScale) >> CH_SCALE;

// find the ratio of the channel values (Channel1/Channel0)

// protect against divide by zero


if (channel0 != 0) 

ratio1 = (channel1 << (RATIO_SCALE+1)) / channel0;


// round the ratio value

ratio = (ratio1 + 1) >> 1;

switch (iType)

{

case 0: // T package

if ((ratio >= 0) && (ratio <= K1T)) {b=B1T; m=M1T;}

else if (ratio <= K2T) {b=B2T; m=M2T;}

else if (ratio <= K3T) {b=B3T; m=M3T;}

else if (ratio <= K4T) {b=B4T; m=M4T;}

else if (ratio <= K5T) {b=B5T; m=M5T;}

else if (ratio <= K6T) {b=B6T; m=M6T;}

else if (ratio <= K7T) {b=B7T; m=M7T;}

else if (ratio > K8T) {b=B8T; m=M8T;}

break;

case 1:// CS package

if ((ratio >= 0) && (ratio <= K1C)) {b=B1C; m=M1C;}

else if (ratio <= K2C) {b=B2C; m=M2C;}

else if (ratio <= K3C) {b=B3C; m=M3C;}

else if (ratio <= K4C) {b=B4C; m=M4C;}

else if (ratio <= K5C) {b=B5C; m=M5C;}

else if (ratio <= K6C) {b=B6C; m=M6C;}

else if (ratio <= K7C) {b=B7C; m=M7C;}

break;

}

temp = ((channel0 * b) - (channel1 * m));


// do not allow negative lux value

if (temp < 0) 

temp = 0;

// round lsb (2^(LUX_SCALE-1))

temp += (1 << (LUX_SCALE-1));


// strip off fractional portion

lux = temp >> LUX_SCALE;

return(lux);

}


void msleep(int n)

{

usleep(n*1000);

}


int tsl2561_write(int fd, unsigned char adr, unsigned char data)

{

unsigned char buf[10] = { 0, };

buf[0] = (1<<7) | adr;

buf[1] = data;


if (write(fd, buf, 2) != 2) {

printf("TSL2561: write error\n");

return 0;

}

return 1;

}


int tsl2561_measure(void)

{

static int fd = -1;

unsigned char buf[10] = { 0 };

unsigned int ch0, ch1;

if (fd == -1) {

if ((fd = open(I2C_DEV,O_RDWR)) < 0) 

return 0;

if (ioctl(fd, I2C_SLAVE, TSL2561_ADDR) < 0) {

printf("TSL2561: can't set address\n");

return 0;

}


tsl2561_write(fd, 0x00, 0x03); // power up

tsl2561_write(fd, 0x01, 0x02); // low gain(1x), integration time of 402ms

}


buf[0] = 0xAC;

if (write(fd, buf, 1) != 1) {

printf("TSL2561: write error: %s\n\n", strerror(errno));

}


if (read(fd, buf, 2) != 2) {

printf("TSL2561: read error: %s\n\n", strerror(errno));

return -1;

}

ch0 = (buf[1] << 8) | buf[0];

buf[0] = 0xAE;

if (write(fd, buf, 1) != 1) {

printf("TSL2561: write error: %s\n\n", strerror(errno));

}


if (read(fd, buf, 2) != 2) {

printf("TSL2561: read error: %s\n\n", strerror(errno));

return -1;

}

ch1 = (buf[1] << 8) | buf[0];


return CalculateLux(0, 2, ch0, ch1, 0);

}


int main(int argc, char* argv[])

{

char s[256];

struct tm* tp;

time_t st = time(NULL);

while(1) {


if (time(NULL) == st) {

msleep(1);

continue;

}

st = time(NULL);


tp = localtime(&st);

strftime(s, sizeof(s), "%Y-%m-%d %H:%M:%S", tp);

printf("%s lux=%d\n", s, tsl2561_measure());

}

}







,

Beaglebone Black Board ($45)에서 HT11 ($0.5)를 간단하게 테스트 해 보았다.

HT11은 Aliexpress에서 10개 떨이로 무료 배송하는 것을 구입. 배송에 대략 2주가 걸렸다.


BBB 보드에 debian-7.2-console-armhf-2013-10-25.tar.xz 파일을 설치. emmc에 자동으로 플래싱을 해주는데, X windows 등을 사용하지 않아 원래 설치되어 있던 angstrom distribution보다 가벼워 선택. ubuntu를 설치할까 하다가 말았다. debian이 낫다. ssh는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develop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패키지를 설치하고 samba도 설치. 


samba만 셋업하여 PC와 연결. PC에서 소스를 에디팅.


HT11의 vcc는 P9.3번 핀, gnd는 P9.1번 핀에 각각 연결. 

HT11의 data pin은 cape의 P9 커넥터 16번 핀(GPIO1_19)에 연결. vcc와의 pull-up 저항 5Kohm을 연결.  사진의 중앙 상단의 파란색 4pin 짜리. 우하단은 조도센서로 다음에...



HT11의 온도 정밀도나 습도 정밀도가 낮으나 막 쓰기에는 좋아 보여 샀는데, measure 중에 갖가지 에러가 뜨더라. 정밀도는 정말로 의심스럽고. 데이터 전송 에러는 주로 bit 전송 중 중단되는 것과(대략 40% 가량), checksum error(대략 10% 미만), 합쳐서 50% 가량 나온다. 그래서 마지막에 읽은 값을 보전하고 있다가 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문제점

  • 커널의 usleep() 함수는 정확한 usec 단위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이밍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리눅스 커널보다는 아무래도 arduino 등의 MCU 보드가 차라리 낫겠다. 
  • 데이터 전송 에러의 원인은 아무래도 kernel의 switch latency 때문에 input data capture 타이밍을 놓쳐서 인 것 같다. 이 때문에 소스에서 1과 0을 판정하는 부분은 loop counter를 관찰해서 임의로 정했다.
  • HT11의 one-wire connection은 SPI나 I2C 인터페이스에 비해 다루기가 귀찮고 에러에서 자유롭지 않다. 
  • HT11의 습도 계측은 정전식인데, 이게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마침 눈이 내리는 날에 측정을 했는데 이때의 RH(relative humidity)는 거의 100%에 가깝게 나와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실내 환경이 눈 내리는 바깥보다는 건조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kernel에서 export한 /sys/class/gpio는 간단한 IO질에는 괜찮아 뵈지만, 실용적으로 매우 속도가 느리고 거추장스러워서 AM3359 AP datasheet를 참조하고 kernel의 /dev/mem을 이용하여 gpio direct access를 구현했다(gpio.c 및 gpio.h).


실행 결과 (50회 계측)

bits=39: 21 32 3A -> 53  : 2: h=0% t=0 (bit error:1.00, chksum error:0.00)

bits=39: 22 32 3B -> 54  : 2: h=0% t=0 (bit error:1.00, chksum error:0.00)

bits=40: 22 19 3B -> 3B  : 1: h=34% t=25 (bit error:0.67, chksum error:0.00)

bits=40: 22 19 3B -> 3B  : 1: h=34% t=25 (bit error:0.50, chksum error:0.00)

bits=40: 91 8C 9D -> 1D  : 0: h=34% t=25 (bit error:0.40, chksum error:0.20)

bits=39: 22 32 3B -> 54  : 2: h=34% t=25 (bit error:0.50, chksum error:0.17)

bits=40: 21 09 3A -> 2A  : 0: h=34% t=25 (bit error:0.43, chksum error:0.29)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38, chksum error:0.25)

bits=34: 40 00 02 -> 40  : 2: h=33% t=25 (bit error:0.44, chksum error:0.22)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40, chksum error:0.20)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36, chksum error:0.18)

bits=39: 42 32 3A -> 74  : 2: h=33% t=25 (bit error:0.42, chksum error:0.17)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38, chksum error:0.15)

bits=28: 22 32 00 -> 54  : 2: h=33% t=25 (bit error:0.43, chksum error:0.14)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40, chksum error:0.13)

bits=40: 21 19 2A -> 3A  : 0: h=33% t=25 (bit error:0.38, chksum error:0.19)

bits=40: 21 11 3A -> 32  : 0: h=33% t=25 (bit error:0.35, chksum error:0.24)

bits=37: 20 48 1A -> 68  : 2: h=33% t=25 (bit error:0.39, chksum error:0.22)

bits=37: 20 64 1A -> 84  : 2: h=33% t=25 (bit error:0.42, chksum error:0.21)

bits=38: 20 32 3A -> 52  : 2: h=33% t=25 (bit error:0.45, chksum error:0.20)

bits=39: 21 34 3B -> 55  : 2: h=33% t=25 (bit error:0.48, chksum error:0.19)

bits=39: 21 34 3B -> 55  : 2: h=33% t=25 (bit error:0.50, chksum error:0.18)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48, chksum error:0.17)

bits=39: 21 12 3A -> 33  : 2: h=33% t=25 (bit error:0.50, chksum error:0.17)

bits=40: 21 09 3A -> 2A  : 0: h=33% t=25 (bit error:0.48, chksum error:0.20)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6, chksum error:0.19)

bits=40: 21 19 3A -> 3A  : 1: h=33% t=25 (bit error:0.44, chksum error:0.19)

bits=39: 21 32 3A -> 53  : 2: h=33% t=25 (bit error:0.46, chksum error:0.18)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17)

bits=38: 22 34 3B -> 56  : 2: h=33% t=26 (bit error:0.47, chksum error:0.17)

bits=38: 22 32 3A -> 54  : 2: h=33% t=26 (bit error:0.48, chksum error:0.16)

bits=40: 20 1A 3B -> 3A  : 0: h=33% t=26 (bit error:0.47, chksum error:0.19)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18)

bits=39: 21 1C 3B -> 3D  : 2: h=33% t=26 (bit error:0.47, chksum error:0.18)

bits=39: 42 32 3A -> 74  : 2: h=33% t=26 (bit error:0.49, chksum error:0.17)

bits=40: 90 8D 9D -> 1D  : 0: h=33% t=26 (bit error:0.47, chksum error:0.19)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6, chksum error:0.19)

bits=39: 21 34 3B -> 55  : 2: h=33% t=26 (bit error:0.47, chksum error:0.18)

bits=40: 90 8D 9D -> 1D  : 0: h=33% t=26 (bit error:0.46, chksum error:0.21)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20)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4, chksum error:0.20)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3, chksum error:0.19)

bits=37: 24 68 1B -> 8C  : 2: h=33% t=26 (bit error:0.44, chksum error:0.19)

bits=39: 22 34 3B -> 56  : 2: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18)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4, chksum error:0.18)

bits=40: 20 1A 3B -> 3A  : 0: h=33% t=26 (bit error:0.43, chksum error:0.20)

bits=39: 21 34 39 -> 55  : 2: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19)

bits=40: 90 8D 9D -> 1D  : 0: h=33% t=26 (bit error:0.44, chksum error:0.21)

bits=39: 42 34 3B -> 76  : 2: h=33% t=26 (bit error:0.45, chksum error:0.20)

bits=40: 21 1A 3B -> 3B  : 1: h=33% t=26 (bit error:0.44, chksum error:0.20)



Makefile

.SILENT: 


CC = gcc

STRIP = strip

INCLUDES = 

LIBS = 

CFLAGS = -Wall -O2 

LFLAGS = 


COMPILE = $(CC) $(INCLUDES) $(CFLAGS)

LINK = $(CC) $(LFLAGS)


BIN =  ht11


all: $(BIN)


clean:

rm -fr *.o $(BIN)


.c.o:

@echo compiling $< ...

$(COMPILE) -c -o $@ $<


ht11: ht11.o gpio.o

@echo link $@ with $?

$(LINK) -o $@ $?

$(STRIP) $@

ht11.o: ht11.c gpio.h

gpio.o: gpio.c gpio.h


ht11.c

#include <stdio.h>

#include <unistd.h>

#include "gpio.h"


// #define HT11_DEBUG


#define HT11_PORT 1 // GPIO1_19 (P9.16)

#define HT11_BIT 19 // GPIO1_19 (P9.16)


#define BIT0 82 // experimental value


#define HT11_INPUT() GPIO_SET_DIR_IN(HT11_PORT, HT11_BIT)

#define HT11_OUTPUT() GPIO_SET_DIR_OUT(HT11_PORT, HT11_BIT)

#define HT11_SET() GPIO_SET(HT11_PORT, HT11_BIT)

#define HT11_CLEAR() GPIO_CLEAR(HT11_PORT, HT11_BIT)

#define HT11_GET() GPIO_GET(HT11_PORT, HT11_BIT)


int dht_measure(int* temp, int* humi)

{

unsigned char data[8] = { 0, };

int counter, bit, chksum;

#ifdef HT11_DEBUG

int i, n = 0, ca[100] = { 0, };

#endif


// start measure. condition: force high 250ms, and then low ~20ms


HT11_OUTPUT();

HT11_SET();

usleep(250*1000);

HT11_CLEAR();

usleep(10*1000);

HT11_SET();

usleep(1); // small sleep for transition

// wait for beginning of HT11 response


HT11_INPUT();

for (counter = 0; HT11_GET() == 1 && counter < 10000; counter++) ;

// wait 80us for start condition low from HT11

for (counter = 0; HT11_GET() == 0 && counter < 10000; counter++) ;

// wait 80us for start condition high from HT11

for (counter = 0; HT11_GET() == 1 && counter < 10000; counter++) ;


// read 40bits

for (bit = 0; bit < 40; bit++) {

// check start transfer condition

for (counter = 0; HT11_GET() == 0 && counter < 10000; counter++) ;

if (counter >= 10000)

break;

// measure high or low

for (counter = 0; HT11_GET() == 1 && counter < 10000; counter++) ;

#ifdef HT11_DEBUG

ca[n++] = counter;

#endif

if (counter >= 10000)

break;

data[bit/8] <<= 1;

if (counter > BIT0)

data[bit/8] |= 1;

}


chksum = ((data[0] + data[2]) & 0xff);

printf("bits=%02d: %02X %02X %02X -> %02X  : ", bit, data[0], data[2], data[4], chksum);

#ifdef HT11_DEBUG

for (i = 0; i < n; i++) 

printf("\t%02d : %d %d\n", i, ca[i] > BIT0 ? 1 : 0, ca[i]);

#endif

if (bit == 40) {

if (data[4] == chksum) {

*temp = data[2];

*humi = data[0];

return 1;

}

return 0;

}

else

return 2;

return 0;

}


int main(int argc, char*argv[])

{

int temp = 0, humi = 0;

int e;

int tries = 0;

int ebit = 0;

int echk = 0;

gpio_init();

while (1) {

switch ((e = dht_measure(&temp, &humi))) {

case 0: echk++; break;

case 2: ebit++; break;

default: break;

}

tries++;

printf("%d: h=%d%% t=%d (bit error:%.2f, chksum error:%.2f)\n", e, humi, temp, (double)ebit/tries, (double)echk/tries);

if (tries == 50)

break;

}

return 0;

}


gpio.h

#ifndef __GPIO_H__

#define __GPIO_H__


extern volatile unsigned int* gpio_base[];

extern int gpio_init();


#define GPIO_REG_OE 0x134 // output enable 0=output, 1=input

#define GPIO_REG_IN 0x138 // input

#define GPIO_REG_SET 0x194 // write '1' set

#define GPIO_REG_CLEAR 0x190 // write '1' clear


#define GPIO_PTR(port, ofs) ((volatile unsigned int*)(((unsigned char*)gpio_base[port])+ofs))


#define GPIO_SET_DIR_IN(port, bit) (*GPIO_PTR(port, GPIO_REG_OE) |= (1<<bit))

#define GPIO_SET_DIR_OUT(port, bit) (*GPIO_PTR(port, GPIO_REG_OE) &= ~(1<<bit))

#define GPIO_SET(port, bit) (*GPIO_PTR(port, GPIO_REG_SET) = (1<<bit))

#define GPIO_CLEAR(port, bit) (*GPIO_PTR(port, GPIO_REG_CLEAR) = (1<<bit))

#define GPIO_GET(port, bit) ((*GPIO_PTR(port, GPIO_REG_IN) >> bit) & 1)



#endif


gpio.c

#include <stdio.h>

#include <fcntl.h> 

#include <unistd.h>

#include <sys/mman.h>


#define MAX_PORT 4


#define GPIO0_BASE 0x44E07000

#define GPIO1_BASE 0x4804C000

#define GPIO2_BASE 0x481AC000

#define GPIO3_BASE 0x481AE000

#define GPIO_IO_SIZE (4096) // 4KB


static int gpio_fd = -1;

static int gpios[MAX_PORT] = { GPIO0_BASE, GPIO1_BASE, GPIO2_BASE, GPIO3_BASE };

volatile unsigned int* gpio_base[MAX_PORT];


int gpio_init() 

{

int i;

if ((gpio_fd = open("/dev/mem", O_RDWR)) == -1) {

printf("can't open /dev/mem\n");

return 0;

}

for (i = 0; i < MAX_PORT; i++) {

gpio_base[i] = mmap(0, GPIO_IO_SIZE, PROT_READ | PROT_WRITE, MAP_SHARED, gpio_fd, gpios[i]);

if (gpio_base[i] == MAP_FAILED) {

printf("mmap gpio%d failed\n", i);

return 0;

}

}

return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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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띠아고 길을 걷기에 앞서 올레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보고 이게 쓸모가 있을까 싶어 한 번 사용해보기로 했다. 마침 체험단 신청을 받길래 체험단 신청을 했더니 선정되었다.

2주 유효기간, 50MB 데이터 사용 가능한 요금제가 3만원이다.

공항에서 출국 전에 개통을 했고 파리에 도착해서 통신사를 vodafone으로 변경하니 데이타망이 작동하는 걸 확인했으나, 숙소에서 wifi가 사용 가능해서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껴 꺼 두었다.

스페인에 넘어와서 다시 통신사업자를 vodafone es로 변경하니 작동되는 걸 확인. 역시 숙소에서 wifi가 되니 딱히 사용 안 하고 있다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길에서 가족에게 카카오톡으로 안부 인사를 문자로 보내거나 페이스북 앱으로 사진을 업로드할 때 잠깐 사용했다.

50MB라는, 코딱지만한 용량은, 하룻밤 데이터망을 모르고 켜 두었더니 각종 푸시 앱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올레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사용량을 문자로 통보해 주었고 50MB가 초과되는 순간 데이터망을 바로 차단했다.

산띠아고 길을 걷는 동안 와이파이가 안 되는 숙소가 종종 있어 갑갑하던 차에 vodfafone 대리점에서 SIM 카드와 데이터 플랜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중 하나를 구입했다. 유효 기간이 90일, 1GB 제공하며 가격은 세금 포함해 19유로인데, 한화로 약 25000원 가량이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스페인 체류 기간이 대략 한 달 정도 되고, 다국가 로밍이 필요치 않으며, 3만원에 50MB짜리 코딱지 같은 서비스를 굳이 비싼 돈 주고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주윗 사람들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현지 SIM이 짱이다.

올레 데이터 로밍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으려면, 아니 단지 합리적인 서비스가 되려면, 일단 용량과 유효기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나 같으면 현재 상태의 올레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쓸 일이 앞으로는 없겠다.

이상 체험단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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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하기

여행기 2013. 2. 27. 22:59
개인 관리용 위키를 알아보려고 http://www.wikimatrix.org/ 에서 여러 조건을 비교해보니 내게 맞는 것이 DocuWiki였다. 사용해 보려고 열심히 익히다가... 아참, 그러고보니 내 여행 위키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가보니 여전히 작동한다.

씨티에서 발급한 카드는 세 장으로 그냥 체크카드, 국제 현금 카드, 신용카드가 있는데 그중 국제체크카드에 VISA 마크가 새겨져 있어 대만 호텔 결재할 때 사용해 봤더니 안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 물어보니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호텔 같은 곳에선 아마 사용이 안 될 꺼란다. 기존 신용카드에 국제 현금 카드 기능을 추가하길 추천하더라.

Paris -> Saint Jean Pied de Port 까지 가는 TGV+TER 기차표는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했다. 성수기에 보통 110 EUR 정도 하다가 간혹 68 EUR 짜리가 나왔다. 티켓 가격이 15만4천원에서 9만5천원으로 차이가 5만 9천원 가량, 그래서 날짜에 따른 변동이 별로 크지 않은 항공권을 기차표에 맞췄다.

항공권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러시아 항공은 108만원, 네덜란드 항공이 118만원, 그외 110~160만원까지 다양한데, 외환 크로스마일 카드로 결재가 가능한 것은 네덜란드 항공 뿐. 암스테르담에서 스탑오버 하려고 했더니 하룻밤을 묵어야 하고 시간도 별로 안 좋아 스탑오버는 관두고... 음... 돌아오는 길에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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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로밍 체험단

여행기 2013. 2. 27. 22:44
올레 로밍 운영 담당자 입니다
올레 로밍 체험단에 응모 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귀하는 올레 로밍이 모집하는 체험단에 선정 되셨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 드리며,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체험단 혜택을 꼭 누리시길 바랍니다

< 신청 내역 확인 >

ㅇ 신청 부가서비스 : 데이터 로밍 3만원 무료
ㅇ 서비스 상세 내용 및 제곡 국가 확인
☞ http://mobile.olleh.com/roaming/_service/service/charged/dr3.asp
http://smartblog.olleh.com/2262

※ 방문 국가가 해당 서비스 지원 가능 여부는 출국 전 커버리지 확인 후, 이용하세요
서비스 신청은 각자 일정에 맞게끔 개별 신청 하세요

< 체험 후기 작성 방법 >

ㅇ 필수 포함 내용 ( 이미지 포함 )
- 서비스 신청 방법
- 서비스 사용 방법
- 사용 후기 및 느낀 점
- 그 외 자유롭게 기술 가능

ㅇ 포스팅 방법
- 개인 운영 블로그 및 각종 사이트 ( tistory 등 ) 포스팅
- 블로그 포스팅 Short URL 포함된 SNS 홍보

ㅇ 혜택 수여 방법
- 로밍 이용 후기 확인 후, 익월 (4월) 로밍 요금에서 차감
*2월 말 / 4월 초에 걸쳐서 사용한 부분은 미포함


ㅇ 주의 사항
- SNS에 블로그 Short URL 없이 단순한 텍스트 나열식의 글은 채택 불가
- 컨텐츠 내용이 부실하여 채택되지 못할 경우 체험단 제공 혜택 수혜 불가
- 사용 후기는 신청한 부가서비스 위주로 작성 필 ( 타 서비스 같이 이용 시 같이 내용 기술 해도 무관 )
- 사용 후, 컨텐츠를 roaming2013@kt.com 으로 3월 내 송부
- 3/29 13시까지 미도착 분에 대해서는 혜택 지원 불가


추가로 궁금한 점은 언제든 문의 주세요 !
그밖에 추가 전달 할 내용은 메일로 다시 전달 드리겠습니다

올레 로밍과 함께 즐거운 여행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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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mand

여행기 2013. 2. 22. 10:58
open street map을 사용하는 Gps program으로 쓸만한 것들을 찾다가 osmand를 발견. 이 이상 가는 프로그램은 없을 것 같다.

Osm 벡터 지도를 다운받아 offline 상태에서 사용 가능하다. Bitmap tile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많고 대충 쓸모가 있지만 poi 검색이나 routing은 online으로 연결되어야지만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구글맵인데 외국 여행할 때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맵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구글맵은 스케일링이 자유롭지 않고 온라인 상태에 매우 민감해 인터넷이 안되는 지역에서는 오프라인 캐시에 의존하고 내가 설정한 poi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export가 안 되고 수정하기도 어려워 여러 모로 불편하다.

같은 free map이라도 자유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osm 지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글맵을 압도한다. 일단 풍부한 맵 데이터와 이러한 맵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무수한 프로그램, 맵을 사용하는 무수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중에 osmand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나은 점이라면 벡터맵의 처리 속도가 빠르고, tracking이 가능하며, poi검색이 되고, routing이 되고, wikipedia poi 정보와 연동이 되고,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contour map(등고선 지도)도 볼 수 있다.

사실상 gps계의 끝판왕. 업데이트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앱 구매는 일종의 후원인 셈이라 두 말 않고 구입. 가격은 8000원 가량.

구름은 바람없이 못 가고 인생은 사랑없이 못 가네.

예전에 만든 한국 지도가 나와 흐뭇. 예전에 정리한 Poi 정보를 한 번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어느덧 2년이 흘러 버렸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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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voila!

잡기 2012. 8. 15. 18:10
엊그제 일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다. 아내의 미니벨로 뒷자리에 딸을 태우고 하이브리드건 싸이클이건 신나게 앞서 달리는 자전거들을 추월. 평속 30kmh 가까이 나왔지만 엔도몬도에 기록이 안 되어 허무(휴대폰이 저혼자 리부팅). 유일하게 나를 추월한 사람이 있었는데 등짝에 GRD ASKY. 를 큼지막하게 새겨놓은 스르륵 당 사람. 여의도와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약 30km 가량 달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이 갤탭으로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놓았던 걸 오늘 발견하고 허걱. 


페이스북을 블로그처럼 쓰려니 기능이 한심하다. 날짜를 알아보려고 내가 쓴 글을 찾아보려니 그것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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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라그랑쥬.


The Office.



김종욱 찾기.


The Newsroom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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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wood

잡기 2012. 8. 15. 18:10

대충 쓰고 올리자. 언제까지 이 엔트리를 내버려둘 수도 없고. 2012년 4월 6일 이후부터.

'모던 가야그머'의 음악을 들었다. 어렸을 무렵에 현을 스물네 줄로 늘려놓은 모던 가야금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을 늘려서 크게 달라진 걸 느끼지 못했다. 현악기에서 모더니티 하면 대뜸 스티브 바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tender surrender 같은 '구닥다리'를 요새 듣는 사람이 있을까? 장르로써의 락이 패션과 마찬가지로 유행이라니까, 필경 세월이 흐르면 복고풍이 다시 찾아올 날도 있겠지. 이를테면 내 딸애와 연기가 가득한 어두컴컴한 카페에서 wish you were here를 들으며 하시시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휴대폰 벨소리를 두어 소절 듣자마자 알아 차린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두 명이나! cause we've ended as a lover 회사 CEO는 내 휴대폰 벨 소리가 괴상하단다. 난 소녀시대도 알고 지미 페이지도 알고 펀자비도 듣고 소카도 듣고 지글거리는 카세트로 남도 타령도 들었다. 편견으로 바벨탑을 쌓은 내 관점으로 보자면, 평생 나비처럼 팔랑팔랑 영혼 돋는 기타 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세상에는 본의 아니게 평생 드가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고, 취향과 고집으로 눈을 가린 채 비좁고 시시한 세계에서 쳇바퀴를 도는 사람도 있다. 평생 꾸란을 들어본 적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나 평생 이사야기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평생 리스트의 피아노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이 죽은 사람들이나... 

재차 말하건대, 편견으로 바벨탑을 쌓은 내 관점으로, 그렇게들 살다 간다.

4/27. 급조된 회사 체육대회에서 열심히 뛰는 직원들을 관람했다. 오전을 보내며 낮술을 마시다가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와 몇몇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 데드스타 공략하듯이 한 달이란 주어진 시간 동안 합리적으로 말이 안되고 이성적으로 미친 것 같은 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일은 일이고, 노동절을 끼고 4박 5일 일정으로 직원들끼리 돈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약 4개월간 직원들끼리 돈을 모았지만 내심 회사에서 지원이 있길 바랬다. 지원은 개뿔. 덤으로 그 전에 있었던 회사 체육대회에서 얻은 눈병으로 두 눈이 팅팅 부은 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최소한 2주 동안 아침이면 말라붙은 고름 때문에 눈을 뜨기도 고통스러울 꺼란다. 

그래서 모처럼의 제주 여행이 나름 비참했다. 계획은, 자전거를 빌려 3일 동안 혼자 돌아다니는 것. 비가 왔고, 눈에서 고름이 났다. 직원들과 함께 간다지만 사실 제주도에 도착하면 각자 알아서 노는 일정이었다. 

(클릭=확대). 그래도 이런 해수욕장을 돌아다녔다. 비가 줄기차게 와서 뭐...


비바람 속에서 다랑쉬 오름을 오르고...

갯깍 주상절리에서 황소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고...

(클릭=확대) 비자림에서 폭우를 맞고 쫄딱 젖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거 말고. 바빠서 잊고 있다가 여행 후 한 달쯤 지나 그 사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자전거 타고 인근에 갈 데가 없어 용인에 갔다. 안내 표지판에 따르면 이 선돌이 쓰러지면 마을이 멸망한단다. 왠지 넘어뜨리고 싶었다. 용인의 관광꺼리 중 하나인 경전철을 보러 간 것이다. 난해한 설치 미술품 같은 경전철의 전 코스를 그대로 돌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경탄사가 나왔다. 

XBMC로 TED 보기. 유일하게 TV로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면 이것 뿐. 이것 하고 Boston Big Pictures. 컴퓨터로 봐도 되는데, 거실에 반쯤 누워 보는 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심심해서 만들어본 파운드 케익.

2012/05/08. 수경재배 중인 양액통의 수조에 물을 자동 공급하기 위해 궁리했다. 

수조에 자동 급수 하는 방식 리뷰:

  • 마이크로 스위치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니플 15A (1/2") -> 8A (1/4"):  15A 수도관 호스 한쪽을 이경 니플에 달고, 다른 쪽에는 8A 내압 호스를 달아 솔레노이드 밸브에 연결. 솔레노이드 밸브의 개폐는 수위 감지용 부이를 달아놓은 마이크로 스위치로 한다. 문제점: 마이크로 스위치의 방수 처리, 수명과 관련된 접점 노이즈. 
  • 오뚜기 스위치(또는 플로트 스위치)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 니플: 마이크로 스위치 구성보다 덜 번잡. 플로트 스위치는 220V 내압에 필요한 것을 구하기 힘들다. 오뚜기 스위치는 가격이 비싼 편이나 구성은 간단.
  • 전극봉 + 수위조절기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 니플: 3점 수위 조절이 가능. 수위 감지부의 전극봉에는 AC 220V를 24V로 분압하여 공급. 
  • 15A(1/2") 수도관 어댑터 + 볼 밸브(또는 감압 밸브) + 수평(수직) 볼탑 : 정수기용 수도관 어댑터와 감압 밸브 사이를 8A 내압 호스로 연결하고 수조에 볼탑을 설치해 볼탑의 부이 위치에 따라 수돗물의 공급을 제어. 장점: 전기적 구성이 배제된 기계적 구성으로 비교적 저렴(대략 2만원 이하).

어느 방식을 택하던 물고기 키우는 수조와 양액 수조에 모두 사용 가능하다. 볼탑을 사용하는 방식은 볼탑 자체의 부피 때문에 조그마한 수조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것도 있다. 문제는 감압이다. 안그래도 수도관의 압력이 있는데다 15A에서 8A로 도관이 좁아지면서 압력이 더 커진다. 감압 밸브는 10~20kgf/cm^3을 3kgf/cm^3 가량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솔레노이드 밸브 방식에서도 감압 밸브는 필요하다.

수위조절기를 제외한 다른 방식은 2점 수위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위가 조금만 낮아져도 끊임없이 개폐가 되면서 물이 질질 흘러 들어간다. 이런 면에서는 수위 조절기 방식이 훨씬 낫지만 대규모 양액조가 아닌 소규모 재배에는 구성이 더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상, 자동 급수 방식을 검토하다가 예산 상의 문제로 15A(1/2") 수도관 어댑터 + 볼 밸브 + 수평 볼탑 방식을 적용. 

수도관 어댑터. 15A 에서 8A로 변환 후 개폐 밸브를 달아 놓았다.

양액 수조내 수평 볼탑. 수위가 낮아지면 수돗물이 자동 공급되다가 수위가 일정 선에 다다르면 멈춘다.

발아용 배양조. 이 때는 생각이 없어서 씨앗을 양액에 담가놓았다. 씨앗은 싹틀 만큼의 양분은 가지고 있으므로 양액에 넣어둘 필요가 없다. 

2012/7/24. 여러 가지 잡다구리한 수경재배 환경. 작년에 쓰던 배양토 재배조에 미련이 남아(아까워) 거기에도 작물을 재배했다. 한편으로는 수경 재배와 비교도 할 겸. 작년의 경우 별 차이가 없었지만 수경재배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니 수경재배 쪽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이상기후 탓인지, 아니면 종자 탓인지 꽃씨들 대부분이 발아하지 않아 아쉽다. 나팔꽃만 잘 자랐다. 

물의 저항은 500~5000ohm 가량. 간단한 전자회로(또는 MCU 내부의 comperator)를 사용해 수위조절기처럼 수위 검출이 가능. 물의 저항역수는 EC(또는 TDS)와 관련이 있으므로 수온과 물의 저항을 측정하면 TDS 미터가 구현된다. 다시 말해 수위 조절과 TDS 측정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EC 관련 수식 찾는 중. 하여튼 덕택에 이래저래 공부를 많이 한다.

수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2/5/3. 어디서 흘러들어 왔는지 개구리밥이 이상 증식. 수조에서 걷어낸 개구리밥을 별도로 작은 대야에 넣어 키웠더니 대야를 꽉 채운다.

2012/5/7 붉은양뿔달팽이들이 수조에 버글버글해서 잎사귀를 다 파먹었다. 달팽이들이 이끼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아 개구리밥 대야로 옮겼다. 수초 중 밀리오 필름그린과 미니클로버는 이끼에 뒤덮여 전멸했다. 

2012/6/10 딸애가 잡아온 올챙이들도 자리를 잡고... 서호에서 잡아온 한 떼의 모래무지들이 바닥을 차지했다. 모래무지 새끼들은 자라면서 점점 포악해져 올챙이를 잡아먹고 구피 수컷을 모두 잡아 먹었다. 앞 다리, 뒷 다리 다 자라나서 살아남은 개구리들은 딸애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 보냈다. 죽은 물고기들 일부는 딸애가 장사 지냈다. 그래도 수조에는 온갖 생물들이 버글버글 살고 있다.

2012/4/1 한강은 참, 지겹게 뺑뺑이 돈다. 팔당대교로 가는 중. 팔당대교 근처의 소나무집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내 취향엔 행주산성 잔치국수가 낫다.

2012/4/8 모처럼 마음 먹고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로 했다. 아침에 두 시간쯤 충주행 버스를 탔다. 12:30pm 출발. 탄금대는 구경하지 않고 바로 남한강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사진 찍으려고 잠깐 서 있는데 방송이 들린다. '충주댐이 방류를 시작하오니 대피해 주십시오'  자전거 길이 바로 강 옆이다. 여긴 선착장으로 쓸 모양.

충주댐은 안 들렀지만 충주댐 방류 때문에 조정지댐도 방류하는 것 같다.

클릭=확대. 굳이 개발 안 하고 내버려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충주-양평간 자전거 도로에서 힘겨운 오르막길은 여길 포함해 두 군데 정도. 양평에 도착한 후 더 가면 지하철을 타기 어려울 듯 싶어 양평에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2012/6/6. 모처럼 한강에 갔다. 한강이 지겹지만 생각날 때 당장 가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여기뿐. 어쩐지 다람쥐 뺑뺑이 도는 쳇바퀴같지만. 최근에 한강에서 자전거 사고가 워낙 잦아 자전거 최고 속도를 20kmh로 제한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2/6/9 사진은 화옹방조제의 간척지. 시화방조제처럼 화옹방조제 역시 오염이 심해져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넓은 지역은 아직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화성시는 시화호의 악몽을 반면교사 삼아 해수 유통을 주장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는 2015년까지 담수화를 추진할 계획. 이날 대략 120km 정도 주행했다. 평택-화옹방조제-대부도-시화방조제-안산 코스. 

시화방조제의 시화 조력발전소 옆 공원.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조력발전소는 시화호 수문 대신 설치되었고 날개 회전 때 물고기를 썰어버리지 않기 위해 크게 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세계 최대 규모? 그런 것에 관심없다. 조력발전소 건립 비용을 언제쯤 뽑을 수 있을지 데이터를 보고 싶다. 어쨌거나 이 공원의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시원하다.


Cowboys and Aliens. 이해가 안 가는 망작.

Dream Home. 홍콩의 주택난을 고어물로 만든 그로데스크한 영화. 생각해보니 이 영화 본 적이 있는데 본 건지 잊어버리고 두 번째 봤다. 그런데도 재밌다.

Taken.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t. If you're looking for ransom, I can tell you I don't have money... but what I do have are a very particular set of skills. Skills I have acquired over a very long career. Skills that make me a nightmare for people like you.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 will be the end of it -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Grey. Taken을 보고 나서 바로 본 리암 니슨 주연의 두 번째 영화. 'Once more into the fray.'

'In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or die on this day. Live or die on this day.'

그저 대사 밖에 기억 안 난다. Taken은 두 번 봤다. 


Dhoom 2. Dhoom 1이 재미있었다. 


얼마나 흥겨워?

내가 과연 볼리우드 영화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B.A.P. No Mercy. 둠 보다가 생각이 나서 첨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움직이는 전체 팀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걸 인도 볼리우드 뮤비보다 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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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always finds a way

잡기 2012. 4. 3. 23:30

Raspberry Pi는 나오자 마자 매진되었다. 5월 중에 다시 나온다는데 감질맛 나서 어디 기다리겠나? 5월에도 나오자 마자 다 팔릴텐데. 라즈베리 파이 구입은 운에 맡기기로 하고...

2012/3/13 어쩌다보니 회사에 방치해뒀던 PC가 저절로 업그레이드가 되더니 AMD Athlon X2 260 + Asrock 880GM-LE가 AMD A4 3400 Llano + Asrock A75M-HVS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HDD와 Power Supply가 있으므로 케이스만 사면 HTPC를 꾸밀 수 있다. 

mATX 보드와 mATX 파워를 장착하고 TV 밑에 설치가 가능한 케이스를 찾으려니 선택의 폭이 무척 좁았다. 그러다보니 트리플나인 T-20을 골랐는데, 내 평생 가장 비싼 컴퓨터 케이스를 산 셈. 집 메인 PC의 케이스는 7년 전에 2-3만원 주고 산 싸구려. 내부의 모든 부속이 다 바뀌어도 케이스는 바뀌질 않으니 케이스는 좋은 걸 써야 할지도.

여기에 16GB SSD를 달고, Windows 7 diet 버전(설치 완료 후 OS 용량이 약 4GB)을 설치하고 XBMC Windows 버전을 설치했다. 

전력 소비량을 측정해 보니 대기 모드에서 2W 미만, XBMC에서 1080p 비디오를 재생할 때 40W 가량으로 라즈베리 파이보다 상당히 전력소비량이 많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메모리가 1GB x 4 ea = 4GB인데 전력소비량을 줄여보려고 2GB를 뺐지만 별로 줄지 않아 도로 끼워놓았다. 내부 온도가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소음이 거의 없어 썩 괜찮은 HTPC가 되었다.

안드로이드폰에 XBMC Remote를 설치하고 WOL을 사용해 절전 상태의 HTPC를 껏다 켰다. 9만원 가량 들어 HTPC를 장만했지만 내가 TV를 볼 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죽어 있다.  아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잔뜩 들어있는 HTPC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차라리 무선 키보드+마우스를 하나 사둬서 아내가 웹질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할까?  딸애 애니메이션 보여줄 땐 쓸만한데 아내가 거의 못 보게 한다. HTPC를 왜 만들었는지 몰라... 하여튼 훌륭한 XBMC에 설치한 플러그인들:

사진

  • Picasa : 피카사 앨범과 연동. PC의 피카사 프로그램으로 태그 정리해서 업로드한 앨범을 슬라이드쇼 형태로 보기 편함. 
  • The Big Picture -- 그 유명한 빅피쳐스. 꽤 쓸만함.

비디오

  • YouTube -- 계정 연동된 비디오 또는 유튜브 검색, 유튜브 추천 비디오등을 볼 수 있음
  • The Trailers -- 개봉 에정 영화의 트레일러(프리뷰) 구경
  • NASA Videos -- 생각보다 구린 화질. 
  • National Geographic -- 생각보다 구린 화질.

음악

  • AudioPodcatcher -- 팟캐스트 청취. 딴지라디오, 나는 꼽사리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은 xml 형식이 달라 되지 않음. 두시탈출 컬투쇼와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은 된다.
  • Radio -- 전 세계 라디오 스테이션 청취

프로그램

  • Facebook Media -- 페이스북 친구들의 사진 등을 열람
  • rTorrent -- 리모트로 토렌트 큐 관리 (사용 안함)
  • Advanced Wake On Lan -- NAS 서버 등을 켤 때 사용
  • TV Show - Next Aired -- 관람중인 드라마를 검색해 다음 에피소드 일정을 화면에 표시
  • RSS Feeder -- 화면에 뉴스 플로우가 흐르도록 하는 플러그인. 국내 뉴스의 RSS를 받아서 티커로 뿌림.

2012/3/12까지 여섯 번 뜯어먹은 청상추. 이제 좀 그만 자라면 안 되나... 다른 것도 좀 심어보고 싶은데... 년 중 채 2개월도 노는 틈이 없다.

2012/3/12 무럭무럭 자라는 열무. 두어 번 뜯어 먹었다.

2012/3/20 작년처럼 베란다 텃밭을 시작. 누추한 베란다 텃밭 시즌2가 되는 것이다. 작년보다 잘할 수 있을까? 3만원 주고 샀던 수경재배용 양액통 세트는 재배할 때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을 유발했다.  흙은 또 어떻고? 허구헌날 벌레가 꼬이고 사방에 흙이 튀어 지저분... 이게 최선인가?

2012/3/12 먹고 남은 파 뿌리를 대충 박아놓으니 잘 자라서 꽃을 피웠다. 꽃을 피웠으니 이제 사그러 들지도. 파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원...

2012/3/20 흙에서 작물을 키우다 보면 벌레들이 많이 꼬였다. 양재 꽃시장에 놀러 갔다가 끈끈이주걱을 사왔다. 징그러울 정도로 벌레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시간 나는 대로 양액 재배(수경 재배) 방법을 궁리했다. 결론은 제작. 한숨. 작년 연말 정산 후 지급된 환급금 일부를 떼어 취미생활을 하기로 하고, 가능한 싸게 만들자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PVC 파이프를 사용해 비교적 간단한 순환형 양액재배 방식을 구상했는데 공사판에서 PVC 배관을 토치불로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들만큼의 기술이 없을 뿐더러 PVC 파이프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서 구상만 하고 포기했다. 그것 말고도 도시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Window Farm 이란 것도 있다. 윈도우팜이 꽤 재밌고 간단해서 시간 나면 한 번 해 보기로.

식물 재배용 LED light를 구성하기 위해 포맥스(fomax)를 사용해 등기구를 만들었다. 원래는 고반사 형광등 등기구를 개조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포맥스 조립 보다 가격이 비싸고 등기구를 사용하면 죽는 공간이 많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형광등은 식물 재배에 적합한 파장대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작년에 해보니 백색광은 밤낮으로 켜놓기 좀 부담스럽다.

안쪽은 알루미늄 호일로 도배했다. 엉성하지만, 디퓨저도 없고 해서, 대충 목적에 알맞았다. 500mm 짜리 삼성의 5252 LED Bar를 설치한다. Red:Blue 비율은 4:1로 500mm Red LED Bar 2개를 양쪽에 배치하고 가운데에 250mm Blue LED Bar를 하나 설치. 

전원은 옥션에서 판매하는 개중 가장 싸고 용량 큰 SMPS 어댑터를 사용. 어댑터 (12V x 5A = 60W) > (LED 전력 소비량 7.5W x 2 + 3.75W ~= 19W) LED Bar는 방열판에 설치한 후 등기구 안쪽에 양면 테잎으로 부착. Lens cap을 달아 광원의 조사각을 좁히는 방법도 있는데, 랜즈캡을 수백 개 단위로 판매해서 가격이 부담스럽다. 

LED Bar는 500mm 짜리 하나가 8500원 가량. 이런 등기구를 2개 구성하고 나중에 필요하다면 LED Bar를 더 가설. 그래서 어댑터 용량을 넉넉하게 잡았다. 전력량을 실측해보니 21W로 무부하시 어댑터가 2W 가량을 먹으니 LED 소비 전력은 정격대로다. 

문제는 포맥스의 재질 때문에 여름에는 열 방사가 잘 안 될 것 같은 구조. 포맥스의 한쪽 벽에 에어홀을 뚫고 12V짜리 PC용 fan을 설치하면 되긴 하나, 이게 참 귀찮아서...

수경재배용 양액 재배조

재배조 역시 5T 짜리 포맥스로 설계. 내적은 83cmx23cmx12cm=22908cm^3 = 23litter. 오른쪽위에는 입수구 홀, 오른쪽 아래에는 출수구 홀을 설치. 양액은 오른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흘러 출수구로 빠져 나가는데, 고저차를 만들기 위해 입수구 쪽에는 5T짜리 밑판을 접착한다. 

체적이 23리터라도 재배조 내부에 꽉 차게 흐르는 것은 아니고 급수통의 펌프 출류량을 조절하여 체적의 약 70%, 즉, 23 x 0.7 = 16.1리터만 흐르게 할 생각. 어느 정도가 알맞은 지는 좀 더 고려하기로.

상판에는 지름 68mm 타공을 하고(포맥스를 재단하는 곳에 치수를 건네주면 알아서 해 준다. 안 해줄 것 같으면 hole saw를 구매하려고 했다. 돈 굳었다) 타공된 곳에 윗지름 70mm짜리, 높이 80mm짜리 거름망을 설치. 거름망에는 하이드로볼을 채우고(계획) 타공된 홀 위에 넣는다. 또한 에어레이션을 위해 상판에 에어펌프에서 나온 공기가 흡입되는 홀을 설치하고 배관 끝에는 콩돌을 달아놓는다. 

사실 에어레이션을 한다고 산소가 양액 속에 잘 녹는 것은 아니다. 공기를 발생시켜 수류에 파도를 만들면 공기와 접촉하는 수면의 면적이 넓어지고 산소가 보다 더 많이 녹게 되는 것. 산소는 거름망 속의 하이드로 볼에 있는 미세기공에 포획되어 뿌리에 원활한 산소 공급을 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 

양액 급수통

양액 급수통 내적은 49.5cm x 30cm x 25.5cm = 37868 cm^3 = 37 litter > 재배조 23 litter. 밑판은 일단 8T로 하고 벽면은 모두 5T 두께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양액 재배조에서 양액을 순환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하니까 작년에 문제가 있었다. 양액을 모두 교체해야 할 경우 재배조의 상판을 들고 물을 뽑아낸 다음 다시 양액을 채워야 하는데 그러다가 토마타 줄기가 부러져 부목을 대는 등 난감한 적이 있다. 

포맥스를 록타이트 401로 접착하고 실리콘으로 내부를 기밀했다. 양액 급수통의 벽 두께가 5T로 얇은 편인데, 37리터의 분량의 물을 채우고 들어올릴 수 있을까? 망가지지 싶다.

에어레이션을 한다고 양액에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거름망에 뿌리를 지지하기 위해 충진하는 재료가 산소를 얼마나 포획하고 있는가와 수류가 있어  물 표면으로 산소가 얼마나 용이하게 흡수되는가가 중요할 것으로 짐작된다(별다른 측정기구나 실험없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양액의 농도를 맞추기 쉽고, 양액 교환이 쉽고, 산소 공급이 비교적 좋다는 면에서 순환식 양액 재배를 결정한 것이다.

순환식 양액 재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액 급수통에서 공급되는 양액의 농도가 균일하므로 재배조에 키우는 작물은 모두 동일한 EC(또는 TDS) 범위에서 재배가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잎채소 하나를 키우면 재배조의 모든 구멍에서 잎채소를 키워야 한다. EC가 비교적 높아야 하는 열매채소를 섞어서 키우기는 어렵다. 그래... 풀이나 뜯어 먹자.

1차 계획. 수중펌프가 양액 급수통에서 양액을 재배조까지 끌어올리고. 재배조에서는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양액통으로 환수된다. 에어펌프는 재배조의 에어레이션을 해 주고 LED Light는 재배조 상부에 불을 밝힌다. 에어펌프와 LED Light는 하루 중 7~9시간만 가동하고 수중펌프는 일단 24시간 가동한다 -- 항상 양액을 순환시킬 필요는 없지만.

양액 급수통 오른쪽에는 수납함을 만들어 뒀는데 여기에 전기기구와 배선을 수납.

1차 계획안은 비교적 쉽게 구현이 가능하므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 평소처럼 계획만 짜면서 희희락락 하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안 만들게 뻔하니까. 3/27 퇴근해서 밤 늦게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입. 포맥스는 http://mango23.com/ 에서 설계대로 재단해서 구입, LED는 http://www.ledforyou.co.kr/ 에서 구입, 어댑터, 접착제, 실리콘 등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조립은 3/31 오후 1시쯤 시작해 6시가 다 되어서야 완성. 중간에 경첩 따위 필요한 부속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실리콘 칠한 양액통 등이 마르기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고, 물을 채워 기밀 테스트를 하다가 실리콘을 덜 바른 부분을 발견해 물을 빼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다음 다시 실리콘을 바르는 등 부산을 떨었다. 

수중펌프의 성능이 떨어져 물을 약 40cm까지 간신히 끌어올린다. 보통은 수중모터의 표면에 시간당 및 리터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표기되어 있는데 워낙 싸구려라서(3천원)인지 아무 표시가 없다. 대략 100리터는 되지 싶은데... 그래도 재배조 용량의 70%에 해당하는 16리터의 물이 모두 순환되려면 9.6분이 걸린다. 

휴대폰 GPS Status app의 조도 센서로 측정한 다소 흐린 날 조도는 512 lux, LED 등을 켰을 때 2048 lux 정도 나왔다. 형광등을 켠 실내의 밝기가 600~1200 lux 였고(광원에서 약 1.5m 떨어진 곳) 흐린 날은 조도가 300 정도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상대적인 조도로 40cm 아래 닿는 LED 광원의 밝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알려줄 뿐이다. 최근에 햇볕이 쨍쨍한 날이 없어 LED 광원이 햇볕에 대비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가는 아직 가늠이 안된다.

컴컴한 밤중에 LED 등만 켰을 때 포트에서 측정한 휴대폰 조도는 1600 lux 가량. 붉고 푸른 나이트클럽 등 같아서 보긴 좀 그렇지만 식물은 잘 자라주겠지.

입수구(오른쪽 위), 원래 출수구(왼쪽 아래). 양액 환수통에서 2W짜리 작은 수중 펌프로 끌어올린 물은 입수구로 들어가 낙차로 인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출수구로 빠져 나오는데, 이럴 경우 수중 모터가 정지하면 수위가 유지되지 않고 출수구로 몽땅 물이 빠져나오게 된다. 좀 바보같은 실수를 해서, 출수구를 수위 유지선까지 올려 새 출수구(왼쪽 위)를 만들었다. 

아래 출수구는 나중에 통째 물갈이를 할 때 배수구로 사용하면 되니까 아예 바보짓을 아니다(정신 승리). 입수 및 출수량은 밸브를 돌려 조절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수위 조절도 가능. 상단으로 지나가는 관은 기포기에서 나온 것으로 물에 기포를 발생시켜준다. 


2차 계획. 급수통의 물도 조금씩 증발하여 손실이 발생하게 마련. 작년 경험으로 볼 땐 방울 토마토 한 포기를 양액통에서 재배할 때 한 여름에는 4일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해 줘야 할 정도로 왕성하게 물을 소비했다. 수위 감지 스위치에서 수위가 떨어진 것을 감지하여 솔레노이드 밸브를 개폐해 수도관에서 직접 물을 공급 받는다.

여기서 기포기(에어펌프)의 또 다른 탁월한 역할이 있다. 누군가의 실험에 따르면(URL은 잊어버림) 기포기가 수돗물의 염소를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감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염소 중화제 따위는 기포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마도 기포가 물 속을 주회하면서 물에 녹은 염소를 물 표면으로 끌어올려 공기 중으로 방출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인 것 같다.

2차 계획을 당장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 수도관(15A)에서 구입이 용이한 8A 짜리 지름의 솔레노이드 밸브에 맞게 바꿔주는 뭐라고 부르는 것을 어디서 구해야 할 지 찾고 있는 중이라...

이왕 계획을 짜는 김에 어디 까지 갈 수 있나 일단 해 보았다. 3차 계획은 히터를 추가해 양액의 온도를 유지해 가을-겨울 재배가 가능한지 테스트해 보는 것도 있고, 1차와 2차와 현저하게 다른 점이 자동 제어 회로를 통해 기온, 습도, 수온, 수위(물 소비량)를 측정하고 LED, 에어펌프를 자동 제어 회로를 통해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이들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로드해 트랜드를 볼 수 있다. 

전문 재배가 아닌 한 사실상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계획인데, 3차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될까? 글쎄다. fate always finds a way.

자동 제어 회로에 사용할 칩은 앞으로 득세할 것이라 추측되는 Cortex-M3 타잎 칩으로 할 생각인데, 요새 MCU에는 ethernet phy가 내장되어 있어 네트웍 구축이 쉽다.

주산 숙제 중인 딸아이. 머리가 별로고 미모는 좀 떨어지고 미적 감각이 그저 그렇고 예술가로써는 아직 모르겠고... 

이게 바람직한 인생인데, 애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인생이 쉽게 정해졌다. 달리 그보다 재밌는 것이 없기도 했고.

2012/02/12 모처럼 아내와 산행. 광교산. 딸애가 산에서 라면 먹는 재미를 안다. 

2012/03/24 의왕시 자전거 도로에 있는 대나무 숲. 사무실을 옮겨서 앞으로 여기로 지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2012/3/25 대형마트에서 세일하는 맥주 중 맛있는 것들은 일찌감치 동나고 찌꺼지들만 모아 왔다. 산 미구엘이 이렇게 맛이 없었나? 닭가슴살로 샐러드를 만들고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 먹으라고 만든 걸 좀 남겼다가 배가 고파서 그냥 다 먹어 버렸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다.  

Dexter Season 6 final. 어머나!

White Collar. 카메라를 이렇게 찍는 이 감독의 의도는... 양키 스타디움에 대한 사랑, 뉴욕에 대한 사랑인가?

Being Human UK. 무척 찌질한 떨거지들에 관한 드라마. 70년대에 죽은 사람은 집에서 담배를 피운다. 아니면 아직도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바빠서 드라마 볼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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तत्त्वमसि

잡기 2012. 2. 22. 17:53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참조하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나인지를 인식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세계 참조가 필요하지 않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을까?사띠암. 네가 걷는 길. 내가 가는 길. 마누라를 얻고 아이를 키우고 수억 개의 우주를 따라 영혼을 품는 길? 웃음.


오씨와 술을 마시면서 입가에 맴돌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수메르였다. 술집 주인이 우리 자리에 주저않아 에게해 문명부터 페니키아의 무역 경로, 알렉산더가 갔던 길이 실크로드라느니 라는 따위로 티격태격했다. 요새는 어디서나 예상치 못한, 별난 사람들을 만났다. 이 우주에 새겨진 하찮고 일시적인 글자들, 또는, 글자로 만들어진 사람들.

딸이 쓰고 거실에 붙였다. 볼 때 마다 우파니샤드가 생각났다.

Raspberry Pi의 XBMC 데모가 워낙 훌륭해서 $35불짜리 라즈베리 파이 보드를 구입해 멀티미디어 센터를 구축할 기획을 만들었다.


NAS : 기존 PC를 그대로 활용하는게 아무래도 낫겠지? 돈 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거실에 저전력, 저소음 multimedia pc를 놓게 된다면 TV의 HDMI와 연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PC 버전의 XBMC를 설치하는게 좋겠지만... 이런 기기는 초전력으로 돌리는게 바람직하므로 NAS 서버를 별도로 꾸민다면 십중팔구 FreeNAS로 꾸미게 될 것 같다. 2GB 내외의 값싼 USB Memory stick에 OS 구현이 가능하고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NAS를 절전 모드로 전환. NAS 구축을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os를 타지 않는다거나, 파일 스토리지의 관리가 용이하며 파일 시스템 크래시에도 여러 가지 대책과 옵션이 가능하단 점 등등. 이미 cloud 서비스를 통해 주요 파일을 백업, 분산시켜 놓았고 앞으로 추세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인데 이게 무슨 장점이겠냐마는... 빠른 엑세스가 가능 -_-

Raspberry Pi: NAS의 CIFS Server를 mount하여 access. 1080p는 다소 무리라 하더라도 720p 재생은 가능할 듯. XBMC의 미덕은 수많은 플러그인을 통해 상당히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  XBMC 가 이 정도까지 진화(?)했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PC에서 테스트해 보고 이 정도면 multimedia center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 google picasa, youtube 연결 등이 가능하여 거실 tv의 대형 화면으로 그 동안 모아 놓았던 컨텐츠를 완벽하게 활용 가능. 

IPTV Set-top box: LG의 셋탑 박스가 PC의 file share를 이용할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PC용 프로그램은 작동한 적이 없고 누군가의 경험을 따라, 또는 공유폴더와 guest 계정을 이용한 접속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 파일 공유 뿐 별로 쓸만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

Android Phones & Tablets: 안드로이드 폰은 실사용이 2대(아내, 내것), 딸애 장난감으로 준 공기계 하나, 갤럭시 탭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wbmc의 무선 리모컨으로 사용 가능하고, NAS의 CIFS File server를 wifi로 마운팅하여 MX player 등으로 동영상 및 음악 따위를 직접 플레이가 가능.

2월 말에 라즈베리 파이가 출시되길 기다리며...

2012-2-10 

2012-2-16 무성한 수초가 숲을 이뤘지만...

수초들은 지금 이끼와 경합중이다. 2012-2-19 수초 중 일부를 분양. 수초가 7000원씩 한단다. 풀이 왜 그리 비싼 거지?

2012-2-19 성장속도가 느린 미니머슈룸의 잎사귀를 완전히 뒤덮은 이끼. 아내는 수초를 뒤덮은 이끼를 보고 나름 운치있단다.

2012-2-5 이끼 제거를 위해 투입한 생물병기, red lambshorn snail. 구피들에게 먹이를 덜 줬더니 이끼를 뜯어 먹으며 연명한다.

2012-2-19 이끼가 오죽 심하면 렘즈혼의 껍질에도 이끼가 하늘거렸다. 잘 안보이는군. 달팽이들이 먹어치우는 양보다 이끼가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은  아직 개체수가 적어서 그런가? 

2012-2-16 그랬는데, 빨간양뿔 달팽이가 알을 낳았다. 수조에 지금까지 약 10만원 가량의 돈을 썼다. 노력은 액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쩌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감당 안 되는 달팽이보다 값싼 생이 새우를수십 마리 투입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내 수조의 이끼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이끼 폭탄 맞은 수조 사진을 올린 걸 보니 이 정도는 약과다.

2012-2-21. 알을 낳은 지 5일차. 달팽이 유충이 자라 어렴풋이 형체가 보이기 시작.
 

올 해는 눈이 안 와 화성 성곽에서 작년에 했던 비닐봉투 눈썰매질은 글렀다. 대신 만석거에서 녹아가는 얼음 위를 딸애 손 잡고 걸었다.
 

딸애와 만든 쿠키는 절반을 먹고 절반은 바스러뜨려 비둘기 모이로 줬다.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귀찮은 나머지 계량을 안 하고 대충 어림짐작 만으로 빵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한 달쯤 주말이면 딸애와 빵이나 케잌, 쿠키 따위를 만들었다.


Bones. S02E19. 무중력 체험 중인 주인공 여자는 잘 생긴 편이 아니지만 이 여자 웃는 모습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흡사 해골이 웃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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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 the cunt

잡기 2012. 2. 5. 23:26


2012/1/14 서울대공원의 펠리컨. 딸애 인형을 집어 삼키려 했으나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아 컥컥 거렸다. 인형을 빼앗자 딸애 머리를 입 속에 넣었다. 쏙 들어가더라. 간신히 떼어내니 내 다리를 물어 뜯으려고 용을 썼다. 엉엉 울던 아이를 다독였다. 딸애는 눈을 뭉쳐 펠리컨에게 던져서 맞췄다. 사정을 모르고 그 광경을 나중에야 지켜보던 젊은 부부가 뜨악한 표정으로 우리 부녀를 쳐다봤다. 왜 동물을 괴롭히냐 이거겠지. 펠리컨이 애를 머리부터 집어 삼키는 진귀하고 스릴 넘치는 광경을 목격하면 그렇게 되더라고. 배가 많이 고팠나?

미술관옆 동물원을 찍었다는 긴 산책로를 처음 걸어봤다. 그러고보니 먼 옛날 여자친구가 그 영화를 좋아했다. 심은하를 좋아했다. 어렸을 적에 현대 미술관에 데이트하러 가끔 가긴 했는데 세월이 흘러 딸아이와 거길 다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딸애가 펠리컨에게 잡아먹힐 뻔한 일이 벌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딸애 이마에 난 피를 닦아내고 날이 추워진 탓인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대공원을 히히덕 거리며 돌아다녔다. 내가 가보지 못한 갈림길의 다른 쪽은 그나름의 인과로 빚어진 역사적 두께를 지녔을 것이고 그 무수한 분기는 아인슈타인 깔데기처럼 되돌릴 수 없다.
 

2012/1/22. 딸애와 머핀과 깨찰빵을 만들어서 설날에 처가에 가서 식구들에게 나눠줬다. 우리 부녀는 주말이면 함께 놀러 다니고 영화 보고 음식을 만들고 도서관에 가고 미술관에도 가고... 

연을 날렸다. 2012/1/29. 동네 문방구에서 얼레와 가오리 연을 3500원 주고 샀다. 주인 아줌마가 요즘 연들은 잘 난다고 말했다. 가오리연은 대충 만들어도 잘 난다. 제어하긴 쉽지 않아 연 싸움 할 땐 방패연이 낫지만. 연 날리기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거의 삼십년 전? 토요일엔 바람이 없어 재미가 없다가 일요일에 바람이 좀 불어(풍속이 0.8~1.5m/sec 정도로 약간만 아쉬운 편) 얼레 줄이 다 풀릴 때까지 올릴 수 있었다. 딸애는 누가 뭘 잘 한다고 칭찬해도 개무시하는 쿨함이 있다. 아빠 닮았다.

작년 회사 야유회 때 만든 청자 컵. 이제야 밀린 사진을...

2012/2/5 광교산과 청계산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눈은 녹았지만 음지가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녔다. 구정을 낀 근 한 달 동안 운동을 안하고 피둥피둥 살이 붙어서인지 산행 중 지치고 힘들어서 이수봉을 코 앞에 두고도(1.5km) 곧 해가 질 것 같아 그냥 청계사 방면으로 내려왔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굳이 올라갔다가 발걸음을 돌렸던 국사봉. 

산행을 마치고 얼마나 지치고 배가 고팠던지 집에 돌아와서 빵을 두 조각 먹고, 아이스크림 케잌을 먹고, 그러고 치맥을 먹은 것도 모자라 라면을 끓여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청상추가 이 겨울에 무럭무럭 자란다. 별 일이다. 두 번쯤 뜯어먹었다.

2012/1/10 수조 세팅 후 백탁이 찾아와 며칠 째 뿌연 상태

2012/1/12 백탁이 가셨다. 이탄 발생기 때문인지 수초가 금새 자랐다.

2012/1/29.  수초를 한 번 트리밍 하면서 중간 쯤을 잘라서 줄기채 다시 심었다. 미니머슈룸도 러너를 뻗기 시작.

2012/2/4 이틀 전 수조에 먹이통을 쏟아 전체 물갈이를 하다시피 했다. 내가 무식하고 무감하여 이런 작고 미묘한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많다. 

왕성하게 광합성 중인 밀리오필름 그린. 전등이 켜지는 오전 8시에 밤새 오무렸던 잎들이 활짝 벌어지기 시작해 약 2시간 30분 후부터 이산화탄소+물로부터 산소를 만들기 시작. 전등은 오후 6시에 꺼진다. 잎사귀에 알알이 맺힌 산소 기포도 사라진다. 

피둥피둥 살찐 네온테트라(좌하)와 한 달 전에 새 식구가 된 백운산(white cloud mountain)이란 희한한 이름의 민물 고기.  잎에 맺힌 산소 기포를 따 먹으며 논다. --> 뒤져보니 저 물고기는 백운산이 아니고 Cherry Barb다. 

드래곤 구피들의 사이좋은 한 때? 나이든 구피 한 마리를 괴롭히는 그의 자식들.

수조의 새 식구가 된 체리 새우. 싸게 팔아서 늘 죄송해 하는 비지떡에서 주문한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살아서 택배로 도착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생이 새우는 허물 벗는 중에 구피들의 공격을 받고 시름거리다가 죽었다. 

2012/2/4 10.00am 무렵. 처음 보는 현상. 구피들이 종교라도 배웠나? 하긴 며칠 전에 외계인이 그들 중 엘더를 포함한 일곱 마리를 납치했다. 그 일곱 마리의 구피는 다른 행성, 딸애 친구네 집 수조로 끌려갔다. 이들 중 가임기가 가까워지는 암컷을 포함한 몇 마리는 납치해서 다른 곳에 분양해 줘야 할 것 같다. 

Modern Family. S03E12. 루크는 항상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곤 했다.

Bones. 모처럼 보는 제정신인 여자. 그런데 어째 요새 미드 중에 보는 여자들은 모두 사각턱인 듯. 문재인의 책 제목처럼 이것이 운명인가?

Sherlock Homes. 1기를 본 후  저 해석과 캐스팅이 영화와 달리 흘륭하다고 생각했다. 심심해서 찾아본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mes에 등장하는 Jeremy Brett의 홈즈를 보기 전까지는. 

Sherlock S02E02. The Hounds of Baskerville. 2기 1화와 달리 영 김이 새는 2화.

Homeland. 모처럼 재밌게 보는 스릴러. 이라크에서 간신히 구출된 군인이 어쩌면 조국을 배신한 테러리스트일지 모른다? 

창생의 아쿠아에리온. '시인의 혼을 잃어버린 문명은 멸망한대.' 마저. '아름다운 건 더러워' 그렇다니깐~ '질투변성검!' 콜록! '불행최저권!' 으아악!

호모섹슈얼 러브라인에 합체장면은 그야말로 쓰리썸 정도야 뭐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저 잘 못 만들어 영 떨어지는 이 애니를 끝까지 보게 된 것은... 음악의 힘? 

창성의 아쿠아리온 엔딩 송.  Omna magni. 그리스어 같다고 생각했지만 칸노 요코는 음악을 위해 언어를 하나 만들었다. 그게 에스카플로네 부터였던가?


창성의 아쿠아리온 타이틀송. 이 재밌는 노래는 오타쿠 아저씨들 백명이 모여 악을 쓰며 합창해야 제맛일 것 같다. 가사가... 1만년 하고 2천년 전부터 사랑했네.  8천년 지났을 때 즈음부터 더욱 그리워졌네. 1억년 하고 이천만년 후에도 사랑하리.

Aquarion Evol. 대단한 작화 퀄리티. 전작에 비해 개그 비중을 한껏 높였다.
  

Iblard Jikan. 어쩌다 우연히 본 그림 동화책.

안구정화되는 느낌

마치 내가 꾸기라도 한 꿈처럼 쉽게 소화가 된다.

얼핏 트윗에서 본 것 같은데, 진중권이 어렸을 때 음악을 즐기지 않았다고 한 것 같다. 그림만 봤다나? 나도 그랬는데.

멋진 그림은 감동을 주지만, 그래도 이런 낯익고 포근한 그림을 더 선호.

그런데 이 작자 그림에 뭐가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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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ogen cycle

잡기 2012. 1. 10. 00:36
성장과 변화의 핵심이 모험을 감수하는 의지와 지적 호기심이고, 그 둘이 적은 사람들은 보통 타력에 의해 자신을 상실하거나 그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나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언젠가는 유로테크노비트가 뉴런의 발화를 딱딱 끊어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여 유도된 사고단절을 유발한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이 겨울에 모험심과 지적 호기심이 없어보이는 상추는 무럭무럭 자랐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파가 자라고 열무 싹이 돋았다. 딸기 모종을 한 포기 구해 심었다.

...

별로 키우는 작물이 없어 심심한 나머지 주말에 '물생활'로 시간을 보냈다.

수조 개선 작업

아내의 안 쓰는 휴대폰을 중고시장에 팔아 52000원을 벌었다. 이자르폰인데 요즘 기준으로 보면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말하자면 거지같은 휴대폰이라 누가 그런걸 중고로 살까 싶었는데 팔리더라. 그 돈으로 숙원이던 물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용품을 구입했다. 일단 바닥재와 시끄럽고 여러 모로 귀찮은 측면 여과기를 교체하려고 동네 수족관에서 흑사(4천원) 구입, 인터넷으로 저면 여과기(2000원)와 무소음 공기발생기(16000원) 구입, 호스, 역류방지기, 2분류 밸브 조절기 따위 작은 부속도 빼먹지 않고 구매.

첫 세팅 후 찍은 사진. 수초는 밀리오필름 그린, 미니머슈룸, 루디지아 몇 촉씩. 저면 여과기를 설치하고 바닥재로 흑사를 깔고 검게 썩은 수초는 모두 제거. 공기 발생기로 콩돌을 통해 충분한 산소 공급, 저면 여과기에서 출수되는 물을 코너 여과기로 한 번 더 걸러줬다가... 공간을 무척 많이 차지하는 코너 여과기는 나중에 제거.

이전 수조 사진. 눈부신 바닥재에도 불구하고 PL등(형광등)의 수명이 거의 다되어 조명이 어둡다.

뒤져보니 저면 여과기에 관해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저면여과기가 뿌리의 활착을 방해한다나? 수중 식물의 뿌리는 대충 지지 목적도 있고 다공질의 바닥재(소일이나 기타 등등)로부터 분해된 미량 미네랄 및 양분을 흡수하는데 쓸모가 있다. 이 두 조건은 저면 여과기의 여과 방식과는  상관없지 싶다. 두번째, 여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박테리아 활착을 유도하려면 여과솜 등을 설치한다는데, 여과솜을 설치하면 수류의 흐름을 저해해 사실상 여과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 세번째, 저면 여과기는 박테리아 활착을 빠른 속도로 유도하고 부유물질의 제거가 빠르다는데, 전자는 바닥재의 재질에 의한 거고 후자만 의의가 있는데 그거야 바닥재를 처음 사용할 때 잔존 부유물질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저면 여과기를 통한 여과 효율을 높이는게 아니라 바닥재의 충분한 세척이지 싶다.

저면 여과 방식에 관해 내가 듣기에 유의미한 지적이 하나 있었다: pre-filtering을 거치지 않으므로 부유물에 대한 처리가 미흡하다는 것. 그래서 역저면여과 방식도 있고, 저면 여과와 함께 다른 여과 방식을 곁들여 사용하기도 한단다.

출수구를 수면 위로 노출시키고 출수구에 요구르트 병을 하나 매달았다. 요구르트 병에는 몇가지 여과재를 넣고 바닥에 구멍을 뚫었으며 출수구의 물이 여과재 사이를 통과해 바닥을 통해 빠져나가게 했다. 말하자면 pre-filtering이 아닌 post-filtering이 되겠지만, 찌꺼지들이 제거되기만 하면야...

물생활 초짜라 이래저래 말많은 저면 여과기에 관해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나, 저면 여과기가 가장 싸게 구현할 수 있는 여과 방식이라 주저없이 선택. 

별 것 아닌 일 같지만 수조 작업 하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그만큼 대공사라 인도네시아 여행 갔다와서 1주를 별렀고 그 동안 틈틈이 작업 계획을 구상하며 공부를 많이 했다.

일단 사이폰으로 수조의 물을 커다란 대야로 옮기고 물고기를 일일이 뜰채로 떠내 강제이주시켰다. 수초도 물론 뽑아내고 깨끗이 정리했다. 수조에 수돗물을 붓고 락스를 풀어 이끼를 비롯한 수조내 생물을 몰살했다. 여러 차례 물에 행궈 락스끼를 완전히 제거하는 동안 흑사를 세척. 저면 여과기를 깔고 바닥재를 넣은 후 묵혀 두었던 새 물을 수조에 채우고 예전 수조의 물을 두 컵 정도 부었다. 측면 여과기의 스펀지에 있던 액체를 빼낼까 하다가 대신 박테리아 활성액을 부었다.

물고기를 전부 옮겼다. 그중 네온 테트라 한 마리가 용궁에 갔다. 성질 죽이고 좀 버티지 수조에서 대야로 옮긴 후 혼자 여기저기 머리를 박아대더니 뇌가 터졌는지 픽 죽어버리더라... 어쨌건 애석하다.

하루가 안 지나 수조에 백탁이 찾아왔다. 덜 세척된 흑사에서 나온 잔존 부유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니셜 스틱 조각을 흑사 밑에 넣어두었는데 그게 분해되면서 물이 뿌옇게 변했던가, 아니면 암모니아 및 아질산염 분해를 하는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정착하지 못해 물 속을 부유하고 있던가 둘 중 하나 같다.

박테리아 정착 문제 때문이라고 일단 추정했다. 다음 날 반 정도 물갈이를 했지만 백탁은 잡히지 않았다. 잔존 부유물이었다면 백탁이 차도를 보여야 하는데... 박테리아 문제가 맞는 듯. 그렇다면 박테리아 활성액을 더 붓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 같고, 박테리아가 정착할 때까지 물고기 먹이를 줄여 똥오줌을 덜 배설하게 해 놓아 암모니아 및 아질산염 생성을 줄이고 그 기간 동안 서서히 박테리아가 자연스럽게 정착하여 백탁이 천천히 사라질 때까지 물고기들이 자기들 배설물에 질식해 죽는 일만 막으면 될 것 같다. 아울러 용존 산소량을 늘이기 위해 콩돌로 방출되는 공기량을 늘렸다. 나흘 정도 더 지켜보고 조금씩 물갈이를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백탁이 지속되면 스펀지 여과기를 사용해 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여과 사이클의 완성, 수조의 자가 생태계 구성이다. 지난 몇 개월 간 물생활을 하면서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것만 알게 되었고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수조를 별다른 노력 없이 운영할 수 있을까 수조 주인들에게 존경심 마저 생겼다.

전등 교체

신형 아마존 PL HQ Light (PL 등 커버) 를 작년 9월 중순 무렵에 3W 짜리 PL 램프 포함해서 2만원에 구입했다. 3개월이 안 되었지만 광속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 같다. 그만큼 램프 수명이 짧던가 질이 나쁜 램프였다. 램프를 새로 사서 가느니 LED Bar를 사용해 개조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조등 제작할 때 대부분 포맥스를 사다가 자르고 붙여서 조립하는 것 같은데, 아마존 PL 등 커버는 상판이 알루미늄이라 별도의 방열 대책이 필요없다. 포맥스는 LED의 장점인 긴 수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방열에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power LED로 조명을 구성하고 포맥스로 등기구를 꾸민 다음 어쩔 수 없이 팬까지 달아 놓았다 -- 컴퓨터 CPU에 팬 설치하는 것 같아서 원...

내 목표는 이전의 13W PL등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낮은 소비전력으로 높은 조도를 얻는 것이다. 아래는 제작 과정.

분해 전. 13W PL등인데 조도가 많이 떨어져 마음마저 흐려진다. 조도, 광도, 광속 등 용어를 정확히 써야 하는데 귀찮으니 조도로 통일.

PL등 및 안정기 어셈블리 분리. 이걸 다시 쓸 일이 있을까? 일단 LED로 교체한 후 조도를 측정해보고 결정하기로.

LED Bar로 교체.  수초 생장이 마음에 걸려 식물성장용 LED Bar와 삼성에서 만든 10K 짜리 LED Bar를 함께 구입했다. 삼성 것에 비해 식물성장용 LED Bar의 조도가 매우 낮았다. 다시 말해 식물성장용에 별 도움이 안 되어 보이는데 가격은 비싸다. 성장등은 660nm과 440nm 파장을 4:1로 섞어 놓았더라. 차라리 삼성의 blue LED와 red LED를 조합해 내가 원하는 대로 파장비를 구성하고 조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50cm LED bar를 2등분 해서 둘을 연결하기 위해 땜질. 전원으로 어딘가 굴러다니던 12V 3A 짜리 어댑터를 사용. LED는 각각 7.2W, 7.5W의 전력이 필요. (7.2W + 7.5W = 14.7W) < (12V x 3A = 36W)로 어댑터 용량은 충분. 

테스트. 카메라가 못 쫓아갈 뿐, 실제로는 눈부시게 밝다. 조립 전후로 해서 조도 측정을 위해 휴대폰에 있는 조도 센서를 사용했다. 앱 중에 GPS Status를 실행해 그중 밝기(lux)를 측정. 10cm 떨어진 아래에 휴대폰을 놓고 각각의 전등을 켰다. PL등은 5900 lux, LED는 19600 lux로 거의 4배에 달한다. 휴대폰의 조도 센서의 측정값은 믿을건 못 되고, 단지 두 발광원 사이의 상대적 비율(4배)만 의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쯤 되니까 작년에 식물 키울 때 빛이 부족해 값싼 형광등을 산 것이 몹시 후회되었다. LED로 등기구를 아주 작게 만들 경우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알루미늄 막대와 그것을 감싸는 아크릴 커버 정도면 굉장히 밝고 아름다운 성장등을 내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데(예를 들면 빨래 건조대에 양측에 알루미늄 포일 커튼을 설치하고 건조대 바에 LED 등을 배치하고 건조대를 내렸다 올렸다 한다던가), 전원장치는 방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을 PC 파워 서플라이의 12V 라인을 사용하면(350W 짜리라도 12V 총 전류 용량이 15A는 넘는다) 베란다를 야구장처럼 밝혀 괴물 호박마저 재배할 수 있다. 가격은 6만 3천원 가량? LED Bar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이번 조명기구 제작에서 돈과 시간이 없어(?) 실험해 보지 못한 것은, 빨간 LED(주로 식물의 생장에 관여하며 광합성의 명 반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680nm 전후의 파장대)와 파랑 LED(주로 발아 및 배엽의 생성에 관여하는 440nm 전후의 파장대) 의 펄스 제어다.

광합성은 실제로 명반응과 암반응으로 이루어져 있고 LED를 400usec 주기의 펄스파로 끄고 켜기를 200usec마다 반복하면(duty=50%) 이론적으로 소비전력은 1/2로 줄고 명반응과 암반응을 교대로 이끌어낼 수 있어 광합성의 효율이 이론적으로 20% 이상 좋아진다.

저압 이산화탄소 발생기 자작

빛 문제가 해결되었고, 양분 역시 양액을 저농도로 물에 타면 쉽게 해결되는데(이중 필수 미네랄은 물 보충 / 환수 과정을 통해 공급 되기도 한다), 박테리아들이 암모니아->아질산염->질산염 사이클을 제대로 하면 식물 생장에 필요한 3대 요소 중 이산화탄소 공급만 남게 된다. 

이산화탄소(이하, 이탄) 발생에 관해 웹을 통해 여러 가지 자료를 보았으나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쓸모있는 정보는 낭후닷컴의 오래된 게시물에서 얻었다. 요점 정리까지 해 주더라.

고압 이탄이 여러 모로 간편하다. 하지만 레귤레이터, 버블 카운터, 디퓨저, 솔레노이드 밸브 등을 한 세트로 구입하는 비용이 많이 비싼 편. 고압 이탄이 좋은 점은 이탄 발생량 조절이 쉽고,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밤에는 전동 솔레노이드 밸브를 잠궈 이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

고압 이탄용 간단한 레귤레이터는 eBay에서 20$ 짜리도 구할 수 있긴 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를 포함한 그나마 쓸만한 것은 65$ 가량이니 비싸다고 볼 수 없는 건가? 국내에서 뒤지면 못해도 15만원 이상은 들던데... 

지금 당장은 돈 들이고 싶지 않아 저압 이탄 발생기 자작 쪽으로 진행. 집에서 굴러다니던 게토레이 1.5리터 병과 역시 굴러다니는 호스를 사용하면 금방 만드니까. 실제로 제작 시점에 돈이 한 푼도 안 들었다.

PET 병의 플라스틱 뚜껑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호스를 넣은 다음 밀봉을 위해 뚜껑 양쪽을 접착제와 본드로 붙이고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32brix의 설탕물을 만들어(1리터의 물 + 320g의 백설탕) 33도가 될 때가지 식혔다. 디지털 온도계가 있어 정확히 온도를 잴 수 있었다. 온도가 이스트를 죽이지 않고 빠르게 활성화시키는 지점을 찾기 위한 것이고, 사실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면 온도 검측에 큰 의미는 없다. 그저 미지근한 물로 작업하면 된다.

접착제가 다 굳었을 때, PET 병에 마개를 꽉 닫고 온 힘을 다해 호스에 입김을 불어 넣어 뚜껑 부근에서 새는 곳이 없는지 간단히 기밀 테스트를 했다. 

커피포트에서 물을 조금 따라내어 32도 무렵까지 식히고 설탕 약간을 넣은 다음 드라이 이스트를 4g 쯤 넣어 서서히 녹였다. 식은 설탕물은 PET 병에 넣고 적당히 녹은 드라이 이스트의 걸죽한 국물을 병입. 

언급한 여러 작업을 하는 동안 자투리 시간이 남아 배가 고파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서 라면에 계란 투입하고, 계란 껍질은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순 다음 병에 미리 넣어 두었다.

한 달 전후 해서 효모가 알콜에 빠져 다 죽고 나면 PET병에는 최종 산물로 10%~12% 무렵의 알콜이 생성되는데,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어디서 양조용 효모를 구하면 술도 만들고, 일거 양득이 되지 않을까?

호스 끝에 역류 방지용 밸브를 달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 달았다 -- 별 필요 없어 보였다. 다만, 효모가 빛을 싫어하므로 검은색 비닐봉투로 PET병을 싸고 끝을 묶어 PET 병에 빛이 닿는 일이 없도록 했다.

하루쯤 놔두어 이탄 발생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Up사의 Co2 심플형 확산기를 호스 끝에 달아 수조에 넣었다. 

이끼 문제

저면 여과기를 설치하면 수조를 쉽게 뒤집어 엎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끼 폭탄이 찾아온다면(벌써 두 번이나 이끼가 끼었다) 대책은?

수조 살균을 위해선 자외선 살균이 최고. 그래서 자외선 살균램프를 알아봤더니... 3W 짜리가 18000원이나 했다. 비싼 램프 값에 한숨 쉬다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착한 친구같은 eBay를 하릴없이 뒤져봤더니 3W 짜리 aquarium uv sterilizer가 18.94$ 에 free international shipping이다. 상황이 그래서 어떤 바보가 램프 사서 자작하겠나 싶다. 솔직히 내가 좀 바보같아서 칫솔 살균기를 개조할 생각을 하고 그림도 그려봤었다 -_-

주말 하루가 다 갔다. 뭔가 할게 몇 가지 더 남았고 물고기들이 죽지만 않길 바랬다.

수조 온도를 2도쯤 올렸다. 지금까지는 20도였는데 그걸 22도로. 히터가 작동할 때면 물고기들이 히터 주변으로 모였다. 아무래도 예전 측면 여과기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레인 바를 통해 물 표면과 저면이 빠르게 순환했는데 저면 여과기를 사용하면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사이의 열교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 

이럴 때가 아닌데 식물을 키우고 물고기를 기르고 있다.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안되어 답답하니까 그쪽으로 투사되는 것 같다. 핑계는 딸애 정서를 위해서, 그리고 감기 잘 걸리는 딸애를 위해 겨울철 방안의 습도 유지를 위한다지만...
   

Karas. 1화의 인트로 빼곤 볼 게 없었다. 시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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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ta

여행기/Indonesia 2011. 12. 30. 12:00
아침에 깨보니 6.30am. 세수만 하고 어제 사온 물을 마셨다. 짐을 정리하고 내려와 아침으로 토스트, 계란 프라이, 커피 따위를 먹고 마셨다. 어제 먹은 팬케잌과 더불어 정말 맛이 없다. 아침 식사를 안 줘도 좋으니까 방값이나 깎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7.30am쯤 숙소를 나와 Monkey Forest를 향해 걸었다. 도착해 보니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듯. 무료 입장.

인디애너 존스 분위기가 나는 작은 사원과 밀림이 펼쳐졌다. 원숭이들이 코코넛 껍질을 깨먹고 뛰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9.10am. 걸었다.

왕궁에 가서 구경할 것도 없는 내부를 하릴 없이 돌아다니다가 북쪽 길을 슬슬 걸어가는데, 앞서가던 서양남녀가 갑자기 서로를 부등켜 안더니 키스를 한다. 보기 민망해서 돌아섰다. 이건 뭐... 우붓에서 열렬한 사랑을 찾아낸 또 다른 쥴리아 로버츠?

어제 못갔던 Dewi Warung이 맛있다길래 그 식당을 찾으러 Jl. Hanuman까지 갔다가 길을 잠시 잃고 헤멨다. 우붓의 중심가는 부띠끄, 마사지샵, 채식주의자 카페, 여행사가 전부인 것 같다. wifi 접속이 안되도 wifi를 켜놓고 있으면 GPS assist data를 인근 wifi ap로부터 다운받아 비교적 빠르게 위치를 찾아주어 여행이 그 동안 편했다.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Dewi warung에는 wifi가 없었고 전반적인 메뉴가 어제 밥을 먹었던 warung lokal보다 약간 비싼 편. 그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이 잠겼다. warung lokal에 다시 들러 mie goreng을 시켜 먹었는데 어제 먹었던 나시 고랭과는 달리 영 아니었다. 그래도 무성의한 인스탄트보단 나았다. 어떤 외국인 라면 전문가는 내가 자카르타의 잘란 작사에서 먹었던 인스턴트 미에 고랭을 세계 10대 라면 중에 하나로 꼽았다. 그 미원 덩어리의 맛대가리 없는 비빔면이 뭐가 그리 맛있다는 건지 믿겨지지 않는다. 이 나라 저 나라 온갖 라면을 섭렵해 본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 라면은 면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자국의 면음식을 단순히 인스탄트화한 것에 불과하다면 한국 라면은 제2의 창조라 불러도 될만큼 독자적인 음식 장르다.

마누라와 딸과 skype로 잠시 통화했다. 딸애는 어젯밤에 아빠가 보고 싶어 자다 깨어나 흑흑 울었단다.

11.30am이 다 되어 숙소에서 도착해 샤워하고 체크아웃했다. 관광 안내소의 벤치에 앉아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방금 관광 안내소를 찾은 여자는 숙소의 옆 방에 묵고 있던, 혼자 여행 온 인도네시아 아가씨였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마치 생쥐처럼 금새 방 안으로 들어가 숨던... 아침에 주인 할머니의 손자로 보이는 정신지체아 소년이 내게 집적거릴 때(사실 우리 둘이 놀았다) 옆 방의 문이 달그락 거리며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 숙소에는 낮이면 마사지를 하는 젊은 아가씨들이 계단 맡에 걸터 앉아 있었다. 손톱을 손질하고 매니큐어를 만지작거리며... 마치 음란한 마사지 샾이라도 되는 것처럼(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미소 한 번 없이 그들을 스쳐갔다. 친절하지만 피곤에 절은 것 같은 표정이 얼핏 얼핏 지나가곤 하던, 서빙을 보고 방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던 점원들. 나이를 먹어도 영민한 눈동자가 반짝이던 주인 할머니. 맛없는 음식, 젤라또 가게에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 길을 가득 메운 차량, 서양 여행자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차와 오토바이 사이에 다리가 끼어 있는 걸 빼냈다. 시장에서 3,000rps란 대단히 저렴한 가격에 타이거 밤을 팔던 아줌마에게 깍아 달라고 말했다가 혼줄이 나기도 하고, 한국인 신혼여행자들이 북새통의 시장에서 뭐 사갈만한 거 있나 둘러보는 모습을 보았다. 시장통의 과일 가게 앞에서 서성이다가 과일을 내게 하나 주며 먹어보라던 아줌마의 웃는 얼굴, 싸롱을 입지 않고 시내의 사원에서 기다란 장대를 들고 과일을 따던 아저씨, 공사중인 사원 앞에서 담배를 바꿔 피웠던 아저씨 등등이 생각났다. 우붓에는 혼자 온 여자 여행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여기 며칠 더 머물렀어야 했다. 조그맣고 사건 당시엔 금새 잊어버렸던 인상들이 광합성하는 수초들의 잎사귀 뒷면에서 풀풀 피어오르는 산소방울처럼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광안내소에는 에코 트래블을 주관하는 무수한 여행사들의 팜플렛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MTB를 타고 논 사이로 난 길을 달리고 건강식이라는 채식을 먹고 마시며 로컬리 마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놀다가 불편한 침대에 누워 잔다던가... 차가 도착했다. 운전사가 내가 들겠다는데 굳이 짐을 들어 차로 옮겨줬다.

차량은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인도네시아 여행자가 한 명 탔다. 그는 자와섬에서 전국일주 중이다. 길거리에 트렁크를 놔두고 우두커니 앉아있던 미국인 여자가 두 번째로 탔다. 승객은 그걸로 끝이다. 두 명 이상이 안되면 미니버스를 운항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세 명이라 참 다행이란다. 이게 과연 5만 루피아나 주고 탈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냥 로컬리들이 타는 미니버스를 타고 덴파사르 북부 터미널에 갔다가 거기서 쿠타행 미니버스를 다시 타는게 낫지 않았을까? 난 내가 그렇게 내켜하지 않았던, 여행사나 전전하는 서양 여행자처럼 돌아다니는 중이다. 차는 이제 시작된 교통체증 속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미국 여자는 덥다고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탄소 풋프린트를 적게 남기려고 에어컨을 일부러 고장낸 것 같다고, 인도네시아 어디가나 에어커이 맛간 차들 뿐이라고 말하니 자기는 발리에만 왔고 자와 섬에는 안 가봤단다. 

애리조나 출신. 친구가 내일 쿠타 해변에 도착하고 자기는 해변 근처의 어떤 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았단다. 뻥 같다. 혼자 다니는 것 같다. 운전사는 지금이 성수기라 쿠타 해변에서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되겠지. 이번 여행은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저번 미얀마 여행처럼 가이드북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포인트만 잡고 되는대로 돌아다니는 중. 졸립다. 땀을 흘리며 늘어진 채 선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다. 

인도네시아 배낭 여행자는 미국인 여자와 어디가 더 더운지 경쟁했다. 애리조나는 무려 150F 란다. 다만 건조해서 여기처럼 덥지는 않다고... 운전사가 숙소 위치를 묻더니 자기는 쿠타 해변 앞에 차를 세우는데 거기서 미국 여자가 예약한 숙소까지는 꽤 거리가 멀다고 원한다면 웃돈을 주면 거기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200,000rps. 놀랍군. 휴대폰으로 구글 지도를 띄워 그 숙소를 찾아보니 쿠타 해변에서 약 3km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더워서 저 거대한 트렁크를 질질 끌며 가긴 무리같기도 하고... 운전사가 장사하겠다는데 참견하기 뭣해 입을 다물었다. 

지긋지긋한 교통체증 때문에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던 쿠타 해변에는 3pm, 그러니까 3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했다. 참 희안한 것은 그때까지 대화하는 동안 운전사와 인도네시아 여행자는 내가 인도네시아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단다. 운전사는 내게 행운을 빌어줬다. 숙소를 얻길 바란다며.

내린 곳은 Jl. Legian 남쪽 입구. 레지안 길은 쿠타해변로와 남쪽에서 북쪽으로 몇 킬로미터 가량 주욱 평행하게 이어진다. Kuta 해변은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3K중 하나로 불리던 곳이다. Kaosan, Katumandu, Kuta. 약 20년 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같았던 곳. 

행운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저가 숙소가 몰려있는 Poppies Gang이란 귀여운 이름의 길거리 근처에 있는 거의 모든 숙소가 full이었다. 거의 모든 숙소란? 골목이 하도 복잡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 '모든' 숙소에 들러보진 못했다. 어쨌든 배낭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차츰차츰 북쪽으로 떠밀리듯 이동하다 보니 쿠타 해변의 북쪽 끝까지 올라왔다. 250,000짜리 fan room, 250,000짜리 a/c룸 등을 지나쳤다. 더 뒤져보니 150,000짜리 fan 룸이 있다. 삐끼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삐끼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찾기도 했다. 지친다. 비싸면서도 방이 너무 구질구질해 북쪽으로 더 올라가니 150,000짜리 그럭저럭 괜찮은 방이 나왔다. 협상이 안 된다. 내일 예약이 걸려 있단다. 그냥 150,000에 잡았다. 숙소 잡는데 무려 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어느새 5pm. 피부에서 소금이 벅벅 긁힌다. 짐을 내려놓고 일단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한 후 해변으로 걷다가 외국인이 현지 여자애를 오토바이로 치는 사고를 봤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아이를 병원에 보낸다. 어제 우붓에서도 사고를 봤다. 심한 교통 체증에 자동차 두 대 사이를 무리하게 헤집고 가던 오토바이가 끼었다. 서양 아줌마를 오토바이에서 빼내고 다리를 살피니 멀쩡했다. 남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긁힌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연신 살폈다. 자동차 운전수들은 괜찮다며 두 사람을 길섶으로 옮겼다. 

해변은 지저분했지만 surfing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하고 싶다. 한 시간쯤 눈여겨보니 어떻게 타는지 알겠다. 서핑을 할 처지가 아니라서 심난. 해변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일몰을 보았다.

야시장을 찾아갔다. 새우 버터구이 30,000, 빈탕 맥주 큰 병 30,000. 밥 3,000. 총 63,000 밥을 먹었다. 새우는, 달랑 새우만 기름에 튀겨 가져오더라. 홛앟나 나머지 하하 웃고 말았다. 맥도널드 세트 메뉴가 35,000인데 그것보다 더 비싸면서 맛은 별로.

Kuta square에서 뭐 쇼핑할 것 없나 뒤지다가 아내와 내 t-shirt를 카드로 긁었다. 하루가 심심하게 가 버렸다. 내일은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matahari 내부의 super에서 몇 가지 선물꺼리를 장만하기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mini mart에서 차 7,500짜리를 하나 사서 마시며 wifi를 좀 했다. 왠지 재미가 없다. 

12월의 마지막 날 아침, 7.30am. 딱히 할 일도 없고 checkout time이 11am이라 애매해서 10.30am까지 밍기적거렸다. 드라마 두 편 보고 짐 정리하고 샤워. 나가는 길에 숙소에 짐을 맡기고 해변에 가려니 비가 온다. 살살 온다.

오늘은 쇼핑하는 날이다. 아내는 cinger chocolette가 있으니 사오란다. 까르푸를 찾으러 갔다가 못 찾았다. 엉뚱한 곳에서 길을 헤멨다. discovery mall에 들러(배가 고파서) 점심 세트를 시켰는데 28,000 짜리가 간에 기별도 안 가고 흡사 사기당한 느낌. 엿같은 식사. 까르푸 대신 mall galeria를 찾아 출발. 

일단 아까 먹은 점심이 부실해서 다시 밥을 먹었다. es teh 5,000, nasi soto ayam 10,900. 훨씬 낫다. 샌들 때문에 난 발의 상처가 아파서 밴드에이드 5,000 구입. 인니인으로 안다. 하긴 foot stall에서도 그랬고 인니 여행 며칠 후부터는 죽 인니인으로들 알았다.

수퍼에서 가면 2개를 각각 15,000에 구입. 달걀 부침은 30,000.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ace shop에서 집 꾸미기 용품들을 구경. 우리니라와 달리 직접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많은 지 싱크대부터 욕조까지 온갖 것을 다 판다. MTB는 최고가가 한화 60만원 가량.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인니에는 자전거 바람이 불고 있다. 

여전히 비가 와서 mall galeria에 들러 duty free shop에 갔는데 기념품 단가가 너무 비싸 살 엄두가 안 났다. tiger balm이 2.5$, 우붓 시장에서는 3,000. 공시 환율이 9,600인데 여행자 거리에서는 9,300~9,500까지 봤지만 갤러리아 환전소는 8,800. 갤러리아 앞에서 모터바이크를 타고 가던 서양인이 걸렸다. 벌금이 백만 루피아라던가?

꾸따 해변을 향해 걸었다. 여전한 바다. circle k에서 맥주 한 병 16,000 사들고 wifi 사용.wifi 속도가 느려 별로 할만한게 없다. 옆 자리의 십대 애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놀고 있다. 

숙소로 가서 샤워하고 짐을 찾았다. 길리언 도로를 따라 내려 가다가 마타하리의 수퍼에 들러 쇼핑하기 전에 저녁을 먹기로. 빈탕 맥주 한 병, 야채 샐러드, 포모도르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132,250이 나왔다. 카드로 긁었다. 뭔가 이 곳 해변은 나하고 코드가 안 맞는다.

마타하리 수퍼에서 물고기(60,000) arak, 젓가락, 초콜렛 따위를 사니 552,750. 왠지 쇼핑이 마음에 안 든다. 길거리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 소음 공해다 싶을 정도로 골목마다 쾅쾅 울리는 음악. 

공항까지 걷는다. 중간중간 인도에 구멍이 나 있다. 

Tuban 길에 있는 Krisna Oleh-Oleh Khas Bali 라는 가게에 우연히 들렀다. 9.00pm. 대단한 곳이다. 정신없이 쇼핑. 그래도 286,000 밖에 안 들었다. 기운이 나서 씩씩하게 걸었다. 하늘은 온통 폭죽의 불꽃이고 매케한 연기 속에서 사람들은 새해를 축하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난 것 같다.

걸어서 공항에 도착하니 9.40pm, 세수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국 절차를 마치니 10.10pm. launge에서 유로 launge(100,00)에 들어가 죽치고 앉아 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여행이 끝났다. 

수원은 여전히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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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d

여행기/Indonesia 2011. 12. 29. 12:00
며칠 동안 새벽에 일어나곤 했더니 7am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을 먹으려고 밖에 나가보니 내가 묵은 곳이 식당 겸 숙소다. 그것도 monkey street의 중심가였다. 아침으로 팬케잌과 티를 주문해 먹는데 Kuchi Kuchi Hotahe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인도에 가고 싶다. 주인 할머니는 내가 자기 숙소에 묵은 몇 안 되는 south korean이란다. 우붓의 어디가 볼만하냐고 물었다. Gunug Kawi에 가보란다. 가이드북을 뒤져 보았다. 있다. 거기 가려면 대중교통으론 무리고 자전거로 가려면 상당히 멀다. 투어나 오토바이 밖에 옵션이 없어 보인다.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하고 그쪽 중심으로 어디 갈껀지 미리 경로를 잡았다. 방에 돌아와 샤워하려는데 샤워기가 말을 안 들어 물이 안 나왔다. 샤워기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두 말 없이 2층 방으로 바꿔준다. 어젯밤에 잡은 방보다 더 좋다. 

ubud에서 새벽 1시가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잡은 숙소. 방 크기가 거의 30평대. 내 평생 배낭여행 중 이런 넓이의 숙소는 처음.

숙소 가격 대략 16$(150000rp). 좀 비싸긴 한데 이렇게 럭셔리한 안마당을 가진 숙소라니...

1층 숙소의 샤워 꼭지로 물이 제대로 안 나와 2층으로 옮겼다. 더 좋다. 그런데 우붓에서는 이런 숙소가 그냥 배낭여행자의 숙소일 뿐이고... 아, 생각났다. 쥴리아 로버츠 주연의 eat, pray, love란 영화에서 그 여자가 발리에서 묵었던 숙소가 딱 이랬다.

세상에 무슨 화장실이 내가 평소에 묵던 싱글룸 크기냐...

9am, 별 생각없이 거리에 나왔다.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으니 어떤 삐끼가 다가와 자전거 빌릴 꺼냐고 묻는다. 스쿠터는? 스쿠터도 있단다. 얼마? 하루에 70,000rps. 좋아요 40,000rps로 합시다. 50,000rps가 좋겠어요. 그럽시다. 라이센스 있냐고 묻는다. 없어요. 나를 다른 가게로 데려갔다. 조용히 말했다. 만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경찰을 만나면, 수납통을 열어 꾸깃꾸깃 접힌 종이 쪼가리를 가리키며, 이걸 보여주라고 말했다. 이게 뭔데요? 그거에요. 그게 뭔데요? 라이센스 페이퍼요. 마음에 드는 헬멧이 나올 때까지 이것저것 써봤다. 다행히 냄새는 안 났다. 삐끼를 잡고 Gunung Kawi(Gunung은 산이란 뜻)에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일단 기름을 여기 여기 가서 넣고, 거기서 죽 가다가 삼거리 만나면 좌회전해서 죽 올라가면 된단다. 거참 헷갈리는군. 해 보자.


그 전에 근처 저가 숙소 골목에 들렀다. 세 군데는 리셉션에 물어보니 방이 없고 다른 곳들은 full 팻말을 걸어 두었다. 하이 시즌이라 방 구하기가 어렵단다. 어젯 밤에 벨지움 부부는 방을 구했을까? 두세 군데 더 들러보니 150,000~200,000rps 가량 했다. 몇 군데 숙소를 잡아보니 이제 감이 잡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방값을 적어놓은 tarif를 의무적으로 비치하게 되어 있다. 메뉴판은 성수기 가격과 비수기 가격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까 이들이 비수기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잘못 내놓았다가 서둘러 바꿔도 딱히 사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침에 방이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굳이 옮길 필요 없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둘러본 숙소들이 자와섬 보다는 훨씬 나았다. 엊그제 브로모에서 만난 여행자 중에 한 명이 발리 섬이 숙소는 같은 가격이라면 자와섬 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그는, 엄청나게 비싼 물가와 특히 오버차징에 내내 시달려야 했던 발리섬에서 탈출하길 정말 잘했다고 주장했다. 어제 택시 생각하면... 으...

작년에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타 봐서 쉽게 타겠거니 했는데, 왠걸, 덕지덕지 기운듯한 1차선 도로에서 쫓기듯이 달리다보니 불알이 오그라들어 속도를 못 내겠다. 도로 왼쪽에 바짝 붙어(맞다 여긴 좌측통행이다) 슬금슬금 달렸다. 속도가 60kmh를 넘지 않았다. 주유소에 들러 꽉 채워서 기름을 넣으니 16,000rps. 고작 2천원이라니!

비가 내렸다. 점점 빗발이 거세졌다. 헬멧을 쓴 머리만 빼고 쫄닥 젖었다. 두리번 거리다가 처마 밑에 스쿠터를 세우고 비가 그치길 멍하니 기다렸다. 건너편에서 젊은 처자들이 깔깔 대며 웃는다. 자와 섬에서는 저런 발랑까진 무슬림 여자애들이 여행객에게 시시덕 거릴 리가 없었다. 내 꼴이 한심해서 담배를 물고 뻑뻑 빨았다. 비가 잦아 들어 다시 스쿠터를 탔다. 40분쯤 달리니 비가 멎었다. 도로가 미끄러워 속도를 내기 겁난다. 

구능 카위에 도착. 주차료는 2,000rps. 싸롱을 파는 삐끼들을 물리치고 입구에서 싸롱을 빌렸다. 입장료는 무려 15,000rps. 밀림 속에 바위를 파서 만든 사원이다.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부러 찾아갈만 한 곳인지는 의문이다. 아내 말대로 인도에서 볼 걸 다 보고 나면 다른 어떤 관광지에 가도 시큰둥해지게 마련인지 모르겠다. 

오토바이 타고 비 맞으면서 gunung kawi에 갔다. 입구에서 본, 인도네시아 주요 관광자원 중 하나인 terrace rice paddy. 그러니까 계단식 논. -_-

이렇게 보니 베트남 분위기인데? 아, 그러고보니 계단식 논은 베트남의 주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계단식 논의 관광자원화가 시급하다. 어쩌다가 쌀농사 포기하고 대농 정책 중심으로 나가다가 이런 귀중한 관광자원 개발을 소홀히 하게 되었을까 -_-


암면을 깎아 만들었다. 정글 한 가운데서 이걸 보니 인디애너 존스 분위기

인디아의 아잔타 석굴과 비슷. 단지 여긴 정글이고, 물이 풍부하다.


manual은 몰 줄 몰라 automatic을 빌렸다. 오토바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든 곳.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자전거는 우붓 지형 및 열대의 기온 때문에 좀 힘들어 보인다. 실은 자전거 투어가 있는데 그게 명칭이 'eco tour'라고... 전세계 어디가나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의 사업수완이란 정말...

다음 목적지는 Pura Samuan Tiga. 입장료 받는 곳에 사람이 없다. 관광객도 없다. 그늘에 한가하게 앉아 이끼에 뒤덮인 석상과 여기저기 떼지어 몰려다니는 닭들, 어슬렁 거리며 닭을 노리는 고양이들을 구경했다. 어떤 여행자가 자전거를 타고와 인사했다. 그의 사진을 찍어줬다. 멍하니 앉아 그가 사원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작고 방치된 듯한 사원이다. LP에 따르면 이들 사원은 축제 때가 되어야 사람이 찾아오고 활기를 띤단다.

Pura Samuan Tiga 입구의 도깨비. 힌두교에 이런 도깨비가 있었던가?


역사적으로는 천년이 넘은 사원이지만 지진 이후 복구 대신 renewal을 택함. 따라서 이 사원의 역사는 실질적으로 100년 정도?


Yeh Pulu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다. 동쪽으로 가다가 남쪽으로 틀어 서쪽으로 가서 다시 북쪽으로 가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할텐데, 동쪽으로 가다가 남쪽으로 쭉 가서 다시 동쪽으로 교차로 하나 없이 한 없이 이어진 도로를 달리다가 남쪽으로 틀어졌다가 동쪽으로 가다가 비스듬한 북쪽 길을 따라 가며 몇몇 교차로를 지나치고 외통수를 만나 갑자기 좁은 논길이 끝나면... 이런 젠장. GPS를 켰다. 아까 Pura Samuan Tiga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waypoint를 찍어 놨다. 이건 정말 좋은 버릇이다. 예전에 중남미에서 종종 길을 잃고 헤메던 잊지못할 기억 때문. 그래서 원래 있던 길로 안 가려고 다른 길로 헤멨다. 두어 시간 그렇게 헤메니 진이 다 빠졌다.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뼈저리게 느꼈달까? 가난한 시골 모습을 제대로 구경했다. 사람들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았는데 내가 외국 여행자란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았다. 단지 이런 곳에 올 사람이 아닌 타지인이 길을 잃고 헤메는 모습을 구경했던 거랄까? 어쩌면, gps가 없었더라면, 그들과 교통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해서 두 시간 만에 다시 처음 삼거리로 돌아왔다. 삼거리 옆에 Goa Gajah가 있었다. 주차장 크기로 미루어 보건대 유명한 관광지 같다. 대뜸 삐끼가 접근해 자기를 따라가면 고아 가자의 숨겨진 밀림의 신비를 구경할 수 있단다. 어느쪽인데? 저기 저쪽에서 시작해서 저쪽 끝까지. 고마워요 내 힘으로 한 번 가볼께요. 혼자 가면 길을 잃는단다. 내겐 gps가 있어요. 휴대폰이에요? 아뇨 gps에요.

싸롱을 빌려 입고 우편엽서에서 보았던 동굴 입구의 거대한 바위 상을 보았다. 이전 사원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링감이 모셔져 있다. 이런 몹시 작은 링감이면 우주적인 신심이 제대로 우러나질 않을텐데, 발리의 힌두교에 의문이 생겼다. 

발리 엽서에 등장하곳 하던 동굴 사원의 입구. 아, 나도 가이드 끼고 설명 좀 들어봤으면 좋겠건만...


고아 가자 내 작은 사원에서 뿌자 중인 할아범(모처럼 보는 시바파였다) 옆에서 하레람! 하레람! 두 팔을 벌리고 꽥괙 소리 지르며 요란하게 기도했다. 이마에 빈디를 찍어주며 박시시를 요구했다. 거적데기를 들추니 관광객들이 선뜻 기부한 100,000rps 지폐가 보여 인도인에 버금가는 발리 힌두교 삐끼들의 역량에 감탄했다. 대체 어떤 미친 관광객이 영빨이 영 안 받는 보잘 것 없이 이런 작은 사원에서 이마에 빨간 점 하나 찍어줬다고 사제(사원 관리자)에게 100,000rps 씩이나 기부하겠나. 그런 거다; 남들이 이만큼 냈으니 너도 이만큼 내라. 지갑에 1,000rps 짜리가 있었지만 그걸 주면 모욕감을 느낄 것 같아 관뒀다.

'밀림으로 가는 길(way to the jungle)'이란 푯말을 보고 주저없이 들어갔다. 콸콸 흐르는 시냇물, 미끌미끌한 길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왠 삐끼가 버르장머리 없는 어떤 늙은 서양 관광객이 자기들의 성소에 짐을 올려놓았다고 불평과 욕설을 늘어놓았다. 그것도 잠시뿐, 이 밀림은 하도 복잡해서 혼자 다니면 길을 잃으니 자신의 가이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갔다. 내게 관심을 돌리더니 자신의 가이드를 받으라고 말한다. 필요 없을 것 같아 사절했다. 길이야 늘상 잃는 거고.

나무 뿌리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아이스 박스를 내 놓고 음료수를 팔고 있는 처자를 만났다. 콜라? 노. 사이다? 노. 그런데 여기 길이 있어요? 이쪽으로 쭉 가면 되요. 인상이 좋아 보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일어섰다. 아침 바람부터 비맞으며 싸돌아다녔더니 피로가 밀려온다. 그래도 걷자.

정글로 향하는 길

정글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만난 음료수 파는 아가씨.

그저 산책로 정도에 불과한 밀림의 끝자락(?)에서 마을을 만났다. 어깨폭 정도의 미로를 이리저리 걷다가 길을 잃었다. 막다른 골목 끝에 가정집이 나타나 인기척을 냈다. 쪼르르 달려온 젊은 여자애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 오! 와! 오! 와! 대박!(한국어로 번역하면 그쯤 된다) 그러더니 자기는 슈쥬를 좋아한다며 혼자서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다. 휴대폰에 있던 멜론 TOP 100 히트곡 중 소녀시대나 원더걸즈, 2PM 따위를 몇 곡을 들려주니 이거 최신이냐며, 다운해달라고 성화다. 마루에 걸터 앉아 그 아이의 email을 적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최신 히트곡을 보내주마고 약속했다. 아이가 내 주위를 끌더니 거실 TV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여준다. 그 가족은 나도 모르는 무슨 한국 사극을 보고 있었다. 황당하군.

물 한 잔 얻어먹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보니 길을 물으러 들어갔었지. 소득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미로 같은 골목을 헤메는데 아까 그 '신비로운 밀림'에서 만났던 처자를 다시 만났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란다. 입에 손을 대며 먹는 시늉을 한다. 밥 먹으러 가는 길이군. 어떻게 해야 고아 가자로 돌아갈 수 있어요? 이쪽 길을 따라 가면 되요. 여기 아스팔트 길이요? 네. 이 길을 따라 빙 돌아가면 고아 가자 입구가 나와요. 처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음료수를 하나 샀다. 5,000rps를 부르길래 깍아줘요 했더니 3,000rps로 깎아준다. 내가 마음에 드는걸까? 나도 마음에 든다. 유부남이라 이걸로 끝이지만. 마누라 걱정대로 난 여행지만 가면 어떻게든 여자들을 만났다. 내가 못 생기고 나이 들어 보잘 것 없건 말건, 화학작용이 없을 뿐.

싸롱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보니 Yeh Pulu라고 씌어진 표지판을 보았다. 그렇게 찾아 헤멜 땐 보이지도 않더니... 사원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대략 150여명 가량의 사람들이 차양 밑 의자에 차분히 앉아 있다. 내부로 들어가려니 어떤 젊은이가 부드럽게 길을 막았다. 여긴 지금 장로들의 회합이 벌어지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단다. 누군가가 나서서 설명해준다. 자기들 계급은 크샤트리아인데(황급히 부연설명하길, 요새는 계급 안 따지고 정말 중요한 것은 교육이란다) 지금 2012년 이 지역 마을을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원로회가 안에서 '민주적으로' 벌어지고 있단다.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면서 연신 비디오를 찍었다. 음료수는요? 친절하게, 저 밖에 있는 가게에서 사 먹으면 된단다. 

30분쯤 걷자 고아 가자 주차장이 나타났다. 싸롱을 그대로 가져가도 될 것 같지만, 고아 가자 입구에 다시 반납했다. 지친다. 밥도 못 먹고. 아까는 몇 차례나 길을 잃고 헤멨지만 돌다보니 의외로 우붓 중심가가 가까워져서 돌아가는 길은 15분이 채 안 걸렸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오토바이를 더 끌고다니자니 지친다. 3pm에 오토바이를 반납했다. 

우붓의 관광명소(?) 기념품 시장. 꽤 크다.

쉽게 찾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소득이 없다. 엊그제 헤어졌던 뉴질랜드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한 눈에 봐도 할 일 없이 무작정 거리를 헤메고 있다. 지독히 고독한, 나같은 타잎의 나이 든 여행자, 어쩌면 그게 그와 별로 말을 주고 받지 않았던 이유일 지 모르겠다, 인도나 페루의 깡촌 오지 같은 곳에서 로칼 버스를 전전하며 한가하게 돌아다니다 만났더라면 함께 히히덕거리며 돌아다녔을 지도 모르겠다. 나나 그나 이런 곳에서 편하게 관광객 요금 주고 투어 버스나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별로 같이 다니고 싶지 않을 것 같으니까. 나처럼 그도 나를 슬며시 외면했다.

LP에는 도움되는 정보가 없다. 무려 10,000rps에 세금 10% 별도인 스프라이트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주변 정보 검색. Dewi warung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warung Lokal('로칼' 식당)에 우연히 들렀는데(메뉴판을 보고 자동으로 멈췄다) 나시 고랭이 9,000, ice tea 3,000. 지금껏 먹어본 나시고랭 중 가장 양이 많고 맛있다. 게다가 무선 인터넷이 된다. 아내와 skype로 통화했다. 식당 참 좋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천정에서 돌아가는 팬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상하게도 열대 지방에 오면 에어컨은 '추워서' 안 틀게 된다. 잠시 그렇게 누워 쉬다가 다시 나왔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 내일 Kuta 행 suttle bus 표를 예약하고 시장을 하릴없이 돌아다녔다.

벌써 해가 졌다. 피곤에 지쳐 아까 식사를 한 거리에서 눈에 띄는 아무 가게나 들어가 한 시간에 60,000rps 가량 하는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아로마 오일을 몸에 발라줬다. 마사지 자체는 생각보다 별로 였지만 피곤한 탓인지 선잠이 들었고, 몸이 나른하다. 8pm. bintang supermarket에 가 보기로 했다. 그리 멀지 않아 뵈는데 시 중심가에서 무려 25분을 걸었다. 빈탕 맥주 큰 것과 음료수 등속을 사서 완전히 껌껌한 거리를 걸어 중심가로 돌아왔다. 낮 동안 교통혼잡으로 도로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는데, 발리의 각지에서 머물다가 민속 공예품 따위를 사러 우붓에 잠시 들러 쇼핑을 마친 사람들이 저녁이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우붓 시내의 저녁에는 왕궁을 중심으로 고급 레스토랑들이 널려 있고 식당 마당에서 디너쇼가 벌어졌다. 그럴 돈도 없고, 디너쇼는 재미없어 보이고, 그래서 이렇게 시내 중심가에서 한참 떨어진 수퍼까지 힘들게 걸어가서 사온 맥주를 숙소에 돌아와 혼자 마신다. 샤워하는데 마사지 가게에서 칠한 기름이 잘 안 진다. 바보 같으니라고. 마사지샵에서 샤워를 하고 나올 껄.

맥주 마시며 내일 계획을 잡았다. 계획이랄 것도 없었다. 쿠타 해변에 도착하면 숙소 잡고 해변에 가서 논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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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mo

여행기/Indonesia 2011. 12. 27. 12:00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했다. 주인이 안 보여 할머니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4대가 한 집에 살고 있는 듯 한데, 일가족이 모두 친절하다. 성수기라서인지 숙소 가격이 더럽게 비싸고 구질구질한 화장실에 샤워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다른 숙소는 다 주는 아침 식사가 없지만, 복도에 놓인 공짜 차 한 잔 마시면 그런 거 다 부질없어진다.

8.15am 여행사 앞 벤치에 앉아 있으니 어제 투어를 같이 했던 스리랑카 출신 변호사와 네덜란드에서 온 남자가 왔다. 네덜란드인은 고향에서 차 팔아서 여행 경비를 마련했단다. 1.5리터 짜리 생수통만 여섯개. 하루에 두 통을 마신단다. 2년째 여행 중. 무척 비싼 차였나 봐요 하니 그게 자기 전 재산이었단다. 2년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인도만 안 갔다. 직업이 뭐에요? 회사를 관뒀단다. 회사를 관두고 차를 팔고. 다른 여행자들은 주로 겨울 휴가로 10일 짜리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에 왔다. 그는 오랫만에 보는 장기여행자였는데 플라워 파워 아우라가 전혀 없었다. 세상이 변했다.

8.30am. 새침떼기 뉴질랜드 여자가 쇼핑한 짐을 차 뒷 칸에 한 가득 싣고 끙하며 올라탔다. 나는 스리랑카 남자와 8년 전에 스리랑카에 가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얘기했다. 그 망할 크리켓 시즌 때문에 항공권이 없어 캔디에 못 간 사연을. 당신도 크리켓 좋아하냐? 물으니 그 병신같은 크리켓에 왜들 그렇게 환장하는지 모르겠다는, 상당히 영국인스러운 답을 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미친 스코티시들은 할 짓이 없어 골프같은 희안한 놀이를 발명했지. 옛날 옛날에 내가 만난 영국 여행자들은 대개 입이 거칠고 술을 미친듯이 쳐마셨다.

길고 지루한 버스 여행 중. 인도네시아의 주요 관광 자원중 하나가 바로 이 논(rice paddy)라니 좀 웃기지도 않아서...

미니버스를 타고 지루한 여행 시작. 인도네시아에는 정녕 고속도로가 없단 말인가? 죽어라고 1차선만 달린다. 그런데 이 미니버스, 좌석이 꽤 넓어 편하다. 에어컨은 뭐... 이젠 포기했다. 내가 탄 좌석열에 스페인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원이 한 명 탔다. 전공이 Artificial Intelligence다. 왠지 이 친구에게만큼은 별로 말을 걸고 싶지 않다. 창백한 얼굴로 LP에 코를 박고 있다. 앞 자리에는 노르웨이인 남녀가 탔는데 하루에 물을 3리터씩 마시는 네덜란드 호걸이 여자에게 수작 걸다가 진실이 밝혀졌다. 노르웨이 남자가 그녀의 연인이었다. 버스에 정적이 감돌고, 왠지 웃겼다. 스리랑카 변호사만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연신 떠들어댔다. 

맨 앞 자리에 말레이지아인이 탔다. 붙임성 좋은 중국인인데 말하는게 흡사 개똥지빠귀가 우짓는 것처럼 6성조로 영어를 했다.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곧잘 알아 듣는 것 같다. 나? 나는 스리랑카인과 네덜란드인하고만 주로 떠들었다. 어디어디 갔는데 어디가 좋았다느니 하는 평범한 여행 얘기들... 영어가 잘 안되니 정말 갑갑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말벙어리가 된 걸까? 하긴, 한국에서도 업무 관련 얘기 외에는 말벙어리나 다름없었다.

두어번 차가 설 때마다 서양인들끼리 어울려 놀았다. 나하고 스페인 친구는 겉돌았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노르웨이 여자와 식사 중 인도네시아 음식 애기를 했다. 난 점심으로 나시 참푸르를 먹었다. 여러 가지 반찬이 밥과 함께 나오는 부페 같은 음식이다. 저녁은 먹지 않았다. 프로볼링고까지 지루한 여정. 간간히 GPSr을 꺼내 위치를 확인했다. 

8pm 사무실에 차량이 서고 내일 일정을 작전 회의 하듯이 설명한다. 물론 작전 지도도 있었다. 필요한 물품을 사라고 근처 수퍼에 차를 세웠다. 오렌지 쥬스와 물만 샀다. 다시 차를 갈아 타고 9pm 무렵에 브로모 산 중턱의 어느 호텔에 섰다. 날씨가 쌀쌀하다. 기온은 6도. 호텔의 불빛을 빼고 사위가 잠잠하고 칠흑같이 어둡다. 안개처럼 축축한 공기가 볼을 핥았다.

무작위 선정으로 중국계 말레이인과 같은 방에 배정되었다. 말레이 아저씨는 투어 예약할 당시의 호텔과 다르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난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인도네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호텔 프론트(말이 호텔이지 그냥 게스트 하우스)에서 수건을 두 장 얻어와 내게 한 장 나눠주고 수완을 발휘해 온수 샤워가 나오게 했다. 난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휴대폰이 갤럭시S인데 플러그가 맞지 않아 충전을 할 수 없단다. 내 여행용 멀티 어댑터를 빌려줬다. 자기가 사온 맥주를 나눠 마시잔다. 사양했다. 그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멍하니 벽에 기대 앉아 얘기했다. 옛날 말레이지아 여행 하던 때가 생각났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회사를 관두고, 생명보험을 해약하고 생긴 돈으로 아무 생각없이 동남아시아로 갔다. 말레이 아저씨와 말레이 음식과 인도네시아 음식의 차이점에 관한 얘기를 했다. 이름은 같지만 요리 방식이 다르다. 그는 요리사였다. 아 맞다, 당신들 요리엔 항상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지요? 그렇단다. 말레이 사람들 싱가폴에 많이 가지요? 그렇단다. 싱가폴 여자를 둘 사귀었다. 그중 한 명과 보트키에서 죽어라 술을 마셨고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고 왠지 부아가 치밀어 나 혼자 숙소로 돌아가다가 길을 잃고 밤거리를 헤멨다. 간신히 숙소를 찾아 맛이 간 채로 문을 두들겼다. 말레이지아에서 처음으로 마스지드를 방문했다. 거기 관리자가 내게 손을 씻고 발을 씻고 들어오라고 가르쳐줬다. 반질반질한 회교 사원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한국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대단히 지쳐버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여행을 했다. 말레이지아 음식 중에 사태가 가장 맛있었어요. 한국에 와 본 적 있어요? 싱가폴 여자가 한국에 찾아왔다. 일주일쯤 함께 지냈다. 그 당시 나는 여러 외국인 여자를 사귀었다. 중국계 말레이 아저씨 앞에서 이 말은 차마 안 나왔다; 당신들, 중국인 역차별로 말레이인들의 미움을 받지요? 말라카에서 베드웜에 당해 그때 인도네시아 행 배를 타지 못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마치 에이즈 환자처럼 무거운 걸음으로 병원을 찾아 말라카 시내를 돌아다녔다. 내 팔다리에 돋은 흉칙한 붉은 반점 때문에 사람들이 피했다. 난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랬었구나...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이유가. 심층 무의식에 남은 미련 말이다. 그럼 언젠가는 내가 자전거로 큐슈와 오키나와를 돌아다니겠네? 무시무시한 심층 무의식에 남은 미련, 또는 악착같이 찌질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옛날 때문에? 남들 말로는 오래된 기억은 색이 바래지며 미화된다는데... 나는 마치 뱃사람처럼 마카오에서 도박을 하고 어떤 가게의 쇼윈도에 진열된 여자 중 하나를 돈 주고 사서 잤다. 그런데 그 세부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이국의 거리에서 마치 뱃사람처럼 혼자 술 먹고 취해서 골목을 전전했다. 그래서 이 망할 블로그질을 계속 하는 것이다. 찌질한 과거를 기록하려고. 하다못해 이 여행기조차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수첩에 끄적여 놓았다. 

이불 속에 목만 내놓고 한가하게 얘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말레이 아저씨가 맥주를 다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돌아와 불을 껐나 보다. 

전등이 번쩍 켜져 눈을 떠 보니 3.30am. 세수는 생략하고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숙소 로비 앞의 마당으로 나갔다.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꾸역꾸역 사람들이 나타났다. 멍하니 기다렸다. 그렇게 춥지는 않았지만 공기가 축축하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짚차를 타고 떠났다. 

말레이 아저씨와 나는 뒤늦게 네덜란드인 부부가 타고 온 짚차에 합승했다. 짚차의 헤드라이트로 낙타털 같은 빗줄기가 희끗희끗 어스름에 춤을 췄다. 다른 짚차의 후미등을 따라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짚차의 행렬이 이어졌다. 잠이 덜 깬 승객들은 말없이 의자에 기댔다. 경사로가 끝나고 차가 멈췄다. 내려보니 인파가 꾸역꾸역 비포장 도로를 올라간다.

기사가 안되는 영어로 유 고, 워크, 아이 웨이트 등등 어렵사리 Viewpoint#1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부부는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지불을 했으니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우기며 내릴 생각을 안 한다. 이 부부는 어젯밤 브리핑 때 도대체 뭘 듣고 있었던 거야? 6인승 짚차의 뒤에 앉아 있던 나와 말레이 아저씨는 앞 좌석에서 내려 의자를 접어줘야 차에서 나갈 수 있다. 네덜란드 부부에게, 다른 사람들도 걸어가니 내리자고 말했다. 말레이 아저씨와 내가 내린 다음에도 납득이 안 되는지 기사를 다그치다가 지나가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는다. 짚차론 이 경사의 비포장 도로를 오를 수 없다. 그들을 내버려 둔 채 혼자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가 오다 말다 했다. 길은 질척질척하고 어둡다. 삐끼들이 말을 데리고 다가와 말을 타겠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헤드 라이트를 배낭에 두고 왔다. 안 하길 잘했다. 이 어둠 속에서 강렬한 LED 불빛은 오히려 민폐가 될 것 같았다. 

꾸역꾸역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지점까지 올라왔다. 커피와 따뜻한 음료를 파는 가판대가 몇 보이고 털옷으로 중무장한 인도네시아인들이 서성이며 깔깔거렸다. 외국 여행자 반, 현지인 반 정도?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다. 하지만 시야가 막막하다. 절벽 끄트머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솜털같은 안개 뿐... 갑자기 강한 돌풍이 훅 불어 뒤로 떠밀렸다. 쎈데? 잘못하면 추락하겠군. 거리를 두었다. 

gunning bromo(브로모 화산)을 보기 위해 소위 view point #1 지점에 올라왔다. 아직 날이 밝질 않아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왠걸. 빗발이 잦아들질 않는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 아래 사람들이 펭귄떼처럼 뭉쳐 웅성거렸다. 그 틈에 끼어 내키지 않는 채취와 비 냄새를 맡기보다는...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산으로 난 길을 보고 꾸역꾸역 올라갔다. 영국인 청년 친구들이(아니면 aussy겠지?) 서로를 향해 정답게 욕설을 주고 받다가 정상 부근에서 막막한 안개와 비바람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oh shit! fuck! 고개를 돌렸다.

인도네시아 아줌마와 아저씨가 나란히 서서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윽고 흙바닥에 깔아놓은 러그에 무릅을 꿇었다. 기도한다. 나도 기도하고 싶다.

끝까지 올라갔지만 비바람 외엔 아무 것도 볼 것이 없었다. 다시 내려왔다. 말레이 아저씨와 네덜란드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날이 완전히 밝았다. 운무에 숨은 브로모 화산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간혹 돌풍이 불었고 안개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안개가 잠깐 동안 사라지면 저 아래 쪽 땅바닥이 살짝 보이곤 했다. 

안개가 강한 바람에 휩쓸려 사라진 틈에 잠시 나타난 칼데라

그렇게 30분쯤 기다렸지만 안개는 가시지 않았다. 내려 오는 길에 경치가 좋은 곳이면 말레이 아저씨의 갤럭시S로 그의 인증샷을 찍어줬다. 나더러 찍겠냐고 물었다. 히죽히죽 웃으며 안 찍겠다고 말했다. 어두울 땐 잘 몰랐지만 내려오는 길이 온통 비에 뭉개진 말똥 투성이였다. 차라리 말을 탔더라면 찝찝하지나 않지. 아! 그래서 말을 타는 거구나...

짚차의 다음 행선지는 브로모 화산 아래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단다. 더치 부부가 버럭 화를 내며 자기들은 입장료가 포함된 투어를 신청했단다. 그야 우리도 마찬가지고. 기사의 부탁으로 표를 꺼냈지만 정작 입구에서는 표 검사를 하지 않고 차를 통과시켰다. 더치 부부가 머쓱해졌는지 자기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의 거짓말과 삐끼질,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이중 요금에 분노가 치밀고 피곤해 죽겠단다. 이해가 간다. 마누라가 워낙 깐깐해서 당한 적은 없을 것 같다. 짚차에서 그렇게 욕하던 기사를 끼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낄낄거린다. 활달한 부부다.

마치 달 표면 같은 칼데라에 발을 내렸다. 쓱쓱 검은 토사에 발을 비볐다. 입자가 굵지만 모래보다는 가늘었다. 빗물을 머금어 진흙창처럼 미끌거릴 줄 알았는데 접지가 썩 괜찮다. 

칼데라는 넓고 시원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그리운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운 이질감? 말레이 아저씨와 같이 걷다가 우리는 서로 할 말도 없고 각자의 감상에 젖어 차차 거리가 벌어졌다. 칼데라 한 복판에 사원이 있다. 저번 화산 폭발 때 여기 있던 사람들은 무사했을까? 그나저나 활화산 옆에 사원을 차려놓다니 기개가 대단하다.

칼데라로 내려와 브로모 화산으로 가는 길. 브로모 화산은 수 차례 폭발로 산의 형체가 거의 사라지고 분화구 밑둥만 남은 상태

수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말을 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폭발 후 corn이 날아간 bromo 화산 남쪽으로 향했다. 야트막한 야산 같아뵈던 브로모 화산의 밑둥은 다가갈수록 높아졌고 구릉을 따라 단단한 검은 땅을 밟고 차근차근 오르다가 마지막에 가파른 계단을 접했다. 좁은 계단은 둘로 나뉘어 한쪽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꾸역꾸역 오르고 상대적으로 한산한 내리막길로는 사람들이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저 멀리 계단까지는 말을 타고 갈 수도 있다. 갈길이 별로 안 힘들어 설렁설렁 걸어갔다. 아참 이거 활화산이다. 여차하면 터진다. 2011년 분출 사진: http://photoblog.msnbc.msn.com/_news/2011/03/11/6244672-indonesias-mount-bromo-continues-to-erupt


이렇게 보니 흡사 피난민 행렬 같은데? 화산은 이걸로 세 번 째인데 언제나 비가 내릴 때 방문하게 되는 셈.

내 걸음으로 한 150m 되는 이 정도 야산은 성큼성큼 오를만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람들로 앞이 꽉막힌 계단을 지루하게 올라 정상에 섰다. 난간이 없다. 급경사를 이룬 분화구 안쪽과 역시 급사면을 이룬 바깥쪽 사이에 폭 1m 가량의 길을 두고 사람들이 교차했다. 여차하면 떨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하지만 사람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다. 분화구 아가리는 여전한 비바람과 안개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분화구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돌풍과, 갈수록 좁아지는 길 때문에 엄두가 안 났다. 십 분쯤 멍하니 분화구를 노려보고 있는데 누가 툭 친다. 말레이 아저씨다. 걷다가 지쳐 계단까지 말을 타고 왔단다. 뒤를 돌아 남쪽을 바라봤다. 짚차가 일렬로 죽 서 있는 저기 주차장까지 2km는 되어 보였다. 말레이 아저씨의 전용 찍사가 되어 그의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주었다. 앉아서 찰칵, 서서 찰칵, 기대서 찰칵, 현지인과 어깨동무하며 찰칵.

폭 1m 미만의...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길. 엄청 으시시한게, 바람도 쌩쌩 분다.

칼데라의 저 굴곡은 화산탄이 파헤친 땅으로 빗방울이 시내를 이뤄 사면을 타고 내려가면서 물길이 만든 흔적

안개가 다 걷히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탁한 색깔의, 미동도 않는 물이 고여 있다. 으시시. 누군가 칼데라에서부터 걸어 남서쪽 사면을 꾸역꾸역 올라갔다. 워낙 멀어 흰점과 노란점으로만 보였다. 애당초 사람들로 붐비는 돗대기 시장 같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저렇게 오르는 편이 나았을 껄 그랬다. 

분화구가 아까보다 잘 보인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외국인(백인)만 보면 사진 같이 찍자고 우루루 몰려들곤 했다. 뭐 나한테는 사진 같이 찍자는 인도네시아인이 하나도 없었다. 저 검은 머리의 유럽계 외국인도 별로 외국인스럽지 않아 나와 같은 신세. 여기서 한 삼십분 비바람을 맞으며 혼자 온 저런 외국인들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어느 소외받고 용감해진 검은 머리 외국인이 기어코 모험을 하러 간다. 그가 리오의 예수같은 십자가 자세를 취하자 인도네시아인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그의 사진을 찍었다. 나도 해볼까?

30분쯤 서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시시해져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칼데라 여기 저기 빗물이 내를 이루며 흐르다가 깊이 파인 땅 아래로 내려갔다. 사람이 없어 아늑하고 좋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 소리쳐서 내 시선을 끌었다. 더 이상 갈 수 없단다. 무너지는 흙더미를 기어 올라가니 멀리 떨어진 주차장까지 걸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처음에 같이 차를 타고 이곳에 왔던 스리랑카 변호사와 떡대 좋은 더치 청년은 우리와 같은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둘이 함께 걸어서 뷰포인트에 올라갔다 내려왔단다. 세 시간쯤? 그들은 비바람과 안개에 허탕치고 내려와서 브로모 화산에 갈 생각은 접었고 더치 청년은 하루 더 묵다가 가기로 했단다. 수염을 밀어버리니 말끔한게 어제 저녁에 인도네시아에 왔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밭에 키우는 작물은 무려, 파! 파가 고냉지 식물이었구나!

함께 투어를 온 사람들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더치 청년이 노트북을 꺼내 보여주며 자기가 이걸 사기 당해 사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삐끼를 통해 여행 중에 노트북을 구입한 사람은 처음 봤다. 다들 말 없이 이런 바보는 처음 본다는 깊은 이해의 눈초리로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더치 청년은 브로모에 하루 더 묵기로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미니버스를 타고 떠났다. 말레이 아저씨와 나는 어제처럼 마지막 차를 탔다. 그들의 장례를 보았고, 산비탈에 이어진 밭과 논을 보았고 숲을 태워 연기가 자욱한 길을 통과했다. 창 밖으로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어떤 숙소에서 교통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곳곳에서 집을 짓는다. 기초라고 할만한 것 없이 맨 땅을 대충 다져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한편에서 삽과 시멘트로 모르타르를 만들었다. 긴 비탈을 내려가는 동안 두어장 사진을 찍다 말았다. 

브로모 화산 투어를 끝마치고 프로볼링고로 돌아가는 길. 산등성이, 사면의 비교적 심한 경사에서 작물을 재배. 아마, 파?

길가의 어떤 허름한 집 앞에 미니버스가 섰다. 이틀 동안 함께 투어를 했던 사람들과 여러 명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져 있는 여행자들 사이로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망고스틴 접시를 내 놓았다. 스리랑카 변호사가 그중 하나를 까서 내게 건네 주었다. 먹어보니 짓무르고 썩은 내가 나서 마당에 버렸다. 망고스틴 접시는 금새 비었다. 주인이 우리 곁에 와서 먹었으면 돈을 내야 한다고, 돈을 내라고 말했다. 손님에 대한 호의로 생각하고 무시했다. 

수라바야로 가는 사람들과 헤어질 시간이다. 대만 아저씨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내 드러운 인상 때문인지 가끔 무심결에 Sir라고 경칭을 붙이던 스리랑카 변호사와도 헤어질 시간이다. 내가 스리랑카에 꼭 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당신 나라에서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어디를 추천하겠어요? Sigiriya, Rock Palace가 있는 곳, 그의 주장대로라면 스리랑카의 마추픽추. 휴대폰에 발음나는 대로 적었다.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빌었다; godspeed fellas. 

안내인이 나타나 사람들을 그러모아 커다란 관광버스로 옮겨 태웠다. 족자에서 봤던 여행자들을 다시 만났다. 그에 더해 열댓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차에 올랐다. 내 앞과 옆에는 이탈리아 여자들이 탔는데 무척 시끄러웠다. 매번 이탈리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성정이 흡사 한국인 같다고 여겼다. 자리가 많이 남아 옆에 앉았던 이탈리아 아저씨는 뒤로 가고 나도 좀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비가 오다말다 했다. 해변에 화력 발전소가 있었다. 길이 좁아 차가 서행을 하는 동안 어떤 원숭이가 철조망에 기어올라 바다를 뚜러지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딸애는 어린이집에서 짐승은 생각을 하지 못 한다고 배웠단다. 나는 딸애에게 짐승도 조금이나마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멍멍이가 아무나 보고 꼬리를 흔들지는 않잖아? 수조의 물고기는 먹이가 나오는 아침이면 수면에서 서성이잖아? 의식과 인식의 기원에 관해 여러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원숭이가 바다를 보는 동안 그 짐승의 두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간마냥 이입할 수 없다. 다만 원숭이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득하고 광활한 바다가 주는 평화로운 감정과 그 너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할 뿐이다.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지녔던 원시 인류와 마찬가지로 원숭이는 이 놀랍고 마술적인 세계에 두려움과 경이,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과 한없는 무기력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무기력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로 엿같은 경우가 생긴다. 9.30am에 출발한 버스는 5pm 무렵이 되어서야 Bali행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가 통째로 여객선에 들어갔다. 비가 올 날씨다. 찬 바닷바람이 불었다. 웃통을 벗은 젊은이 몇 명이 여행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의를 끌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것을 바다로 던지는 시늉을 하고, 헤엄치는 시늉을 한다. 당신이 바다에 동전을 던지면 찾아 오겠다는 것이다. 구걸이잖아?

다정한 게이로 보이는 이탈리안 남자 둘이(사실 둘씩 무리지어 다니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다들 게이 같아 보인다) 낄낄거리며 동전을 던졌다. 반짝이는 동전을 건져왔지만 그들은 인도네시아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완 유로! 완 유로! 1 euro는 12000rps. 12000rps면 미 고랭 한 접시와 박소 한 그릇, 그리고 쌀과자 두세 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83개의 1 euro 동전을 주으면 족자행 미니버스에서 만났던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요리사의 월급과 같아진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동전을 모을까? 이 배에서만 여러 개(6~8개 가량?)의 동전과 지폐가 바다로 날아갔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몇 년과 달리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낮췄다. 성장 피로가 찾아왔단 뜻일게다.

이들에 관해 예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볼 때는 애들이었는데, 어느새 자라 이렇게 늠름한 거지들이 된 걸까?

어? 한글? 바닷바람이 차가워 선실로 들어가려는데 문 옆 탁자에 웅크리듯 앉아 LP 위에 종이를 얹어 두고 메모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인이세요? 그렇단다. 배가 출발할 무렵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모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그 친구는 자카르타에서 만난 현지인을 따라 족자행 버스에서 중간에 내려 보르부두르 유적지 인근의 현지인 집에서 하루를 머물렀고, 하루 밖에 안 머무른 것을 후회했다. 그 집 아줌마가 떠날 때 먹으라며 여러 가지 과자를 바리바리 챙겨주었다. 우리는 얘기를 나누면서 그 과자를 나눠 먹었다. 그는 브로모 화산에 이틀을 묵었지만 일출을 보지 못했단다.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광활한 칼데라를, 칼데라의 북쪽을 둘러 보았단다. 나도 그럴껄. 


그런데 발리의 어디로 가요? Tulamben이요.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다 -- 하긴 내가 인도네시아에 관해 아는게 뭐가 있겠나. 툴람벤에는 2차 대전 당시 거대한 화물선이 바다에 침몰했단다. shipwreck은 다이버들이 환장하는 장소다. 그럼 혹시 다이빙 하러요? 그는 수십 차례 다이빙한 경력이 있었다. 툴람벤에는 다이버들 모으려고 작달만한 배를 일부러 침몰시키는 곳이 아니라 정말로 거대한 좌초선이 널부러져 있단다. 그러더니 같이 가잔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데요? 난 Ubud에 가요. 거긴 관광객들이 가는 곳 아니에요? 맞아요. 말은 안했지만 이것도 말해줄 뻔 했다; eat, pray, love란 영화에서 쥴리아 로버츠가 짱박혔던 곳이죠. 망할 뉴욕 된장녀가 돈을 펑펑 써가며 채식과 요가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날 자전거 사고로 왕자님을 만난 행운의 장소죠. 난 왜 거기 가는 걸까? 그야 뭐... 우붓에서 이틀 편히 묵고 Kuta 해변에서 빈둥거리며 하루 편히 묵고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차 타고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무려 18시간에 걸쳐 이동하는게 지겨워 졌다. 

배가 항구에 닿았다. 조용한 Lovina 해변에서 빈둥거리며 돌고래 구경하러 가는 여행자들은 차에서 내렸다. 족자에서 본 캐나다인 청년과, 함께 브로모 투어를 했던 스페인 컴퓨터 공학자와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는 내게 로비나 비치가 사람들이 돌고래 구경하러 가는 곳이라고 얘기해줬다(아, 나도 가이드북이나 제대로 읽어볼껄). 그들을 안내원이 나눠준 갈아탈 버스표를 들고 비를 맞으며 어두운 길 건너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버스가 출발하자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버스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7시쯤이면 도착한다더니, 또 연착인가? 

살다보면 여러 가지로 엿같은 경우가 생긴다. 6pm에 항구를 떠난 버스는 11.20pm 무렵이 되어서야 Denpasar 북부 터미널 Udung에 도착했다. 얼마 남지 않았던 여행자들은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빗속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내가 여기서 Ubud행 미니버스를 잡을 수 있는가다. 아까 배에서 만난 한국인이 서성이는게 눈에 띄었다. 믿을 수 없게도 모든 지역으로 가는 미니버스가 끊겼다. 혹시나 싶어 터미널에 있는 경찰서에 들러 물어보니 끊겼단다. 글쎄다. 툴라벤으로 가는 한국인 친구의 택시를 잡아주려고 동분서주했다. 200만루피아란 터무니없는 가격이 나왔지만(220$) 더 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그 가격에 가겠다고 오케이 했다. 이놈들이 담합을 했군, 경찰까지 돕는 것 같은데? 날더러 같이 난파선 다이빙하러 가자고 재차 설득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를 보내고 이제 내가 택시를 잡아야 할 차례. 자정이 넘었다. bromo 투어때 불평을 늘어놓던 벨지움 부부가 택시 협상이 잘 안되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들도 우붓에 간단다. 택시 쉐어를 하기로 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나이 지긋한 미니버스 운전수가 백만 루피아를 불렀다. 허거덕!! 벨지움 부부가 지친 나머지 수긍한다. 날더러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두당 33만 루피아(36$)인데!!? 망설이니까 그들이 같이 안 갈꺼면 자기들끼리 가겠단다. 미니버스에 짐을 내려 놓았랐다. 운전수가 다른 여행자를 찾아 보겠다며 차를 떠나 주변을 돌아다녔다. 말리지 않았다. 한두 명 더 태우면 단가가 싸지니까. 그 동안 빗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갑을 뒤져 보았다. 수중에 있는 돈은 260,000rps. 택시비가 모자란다. 으쓱. 우붓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

남편은 왠지 풀이 죽어 아무 말도 안했다. 나와 그의 아내가 이런 저런 여행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들 부부는 일 년에 두 번 휴가를 받아 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자기들이 가본 곳 중 인도네시아는 이집트 만큼 최악이란다. 인도는요? 인도엔 아직 안 가 봤단다. 인도 가면 삐끼질의 경이로운 신세계가 열리는데... 남편은 회계사고 아내는 교사다. 유럽은 비싸고 재미가 없어서 안 돌아다닌단다. 그래도 전혀 이질적이라 말이 안 통할 것 같은 이 부부와 공통점 하나는 있는 셈이군.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차를 탄 것 중 가장 시원하게 달린다. 시속 100kmh는 족히 나올 것 같은데 운전사 할아범 만큼 나이를 먹은 것 같은 미니버스의 미터기가 맛이 가서 속도를 알 수 없다. 얼마나 시원하게(서늘하게) 달리냐면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는게 눈에 보였다. 다행히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는 하나도 없었다. 차 안에 침묵이 흘렀고 놓아 둔 우리 세 여행자의 배낭이 이리 자빠졌다 저리 자빠졌다 바닥을 돌아다녔다. 남편은 그것을 주섬주섬 챙겼다. 가는 길 모퉁이에 편의점과 ATM이 보여 운전사의 어깨를 두들겨 차를 세웠다. ATM에 citi 카드를 넣어 돈을 찾으려 했으나 잔액 부족으로 실패. 깜빡 잊고 월급 통장에서 씨티은행 통장으로 이체를 안 시켜놓은게 기억났다. 눈물을 머금고 수수료가 비싼 비자카드로 1,500,000rps를 찾았다. 

우붓에 도착한 시각은 12.55am. Central Ubud은 매우 한산했다. 밤 늦게 도착하니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터번을 두른 흑인이 우붓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숙소를 찾고 있냐고 물었다. 벨지움 부부는 삐끼 노이로제 때문인지 행운을 빈다며 자기들은 자기들 끼리 숙소를 잡겠다고 걸어가 버렸다. 알아본 숙소가 있는 모양. 나? 난 아무 생각없었다. 삐끼에게 숙소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150,000에 double, a/c, include bath, include breakfast, 방 값이 비싸요. 그는 손가락으로 벨지움 부부를 가르키며 저들이 간 방향에 싼 숙소가 몇 개 있는데 100,000 정도면 방을 잡을 수 있을 꺼라고 말한다. 그들을 따라가겠냔다. 좋아요 일단 당신이 말한 방을 보러 갑시다. 

그가 나를 안내했다. 문을 쿵쿵 두들기자 인터폰으로 나이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래시가 이리저리 비추더니 문을 빼꼼히 연다. 아저씨가 어둠 속에서 주섬주섬 키를 챙기더니 1층 방에 안내해 줬다. 여태까지 본 숙소 중 가장 럭셔리하다. 5만 아끼려고(약 6$) 이 새벽에 가이드북 펴 들고 문 두들기며 돌아다니느니 하루만 여기서 묵자. 내일 다시 숙소를 잡으면 되지. 키를 받고 짐을 내려 놓았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부터 비 맞으며 화산을 싸돌아다니고 16시간 동안 잠 한 숨 못 자고 돌아다녔더니 파김치가 되었다. 씻기 귀찮아 불 끄고 바로 누워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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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budur

여행기/Indonesia 2011. 12. 26. 12:00
늦잠을 잤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깼다. 어둑어둑하다. 숙소로 여행사 직원이 나를 데리러 찾아왔다. ISTI 게스트하우스에는 방 번호가 없다. 그래서 여행사 직원이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마다 문을 두드렸나 보다.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그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 보니 투어 시작 시간인 5am.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 직원을 따라 여행사 앞으로 뛰어갔다(여행지에 있을 때면 불이 나도 곧 바로 뛰쳐나갈 수 있게 짐을 미리 정리해 두고 자는게 버릇). 이미 차량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때문에 늦어진 것 같아 낯 뜨거워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더 잤다.

Borbudur 유적지에 도착하니 6am. 투어 비용에 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외국인 전용 창구에서 입장권을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 입장권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내외국인 차등 입장료로 외국인 뜯어먹고 입 닦는 여러 나라의 관광지야 한두 번 방문한 것도 아니니 식상한 성토는 접어두고, 특이하게도 외국인 전용 매표소에서 커피와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500ml 짜리 물병도 나눠줬다. 왠지 싸가지가 있어 보인다.

8.20am까지 자유 관람하고 음식점이 있는 이 자리로 돌아오란다. 반바지라 나눠준 싸롱을 입고 매표소를 지났다. 화장실에 들러 세수하며 눈꼽을 떼었다. 4am에 출발하는 Borbudur sunrise tour를 신청하지 않아 기쁘다; 해돋이 투어는 더 많은 투어 비용을 치루고 해가 뜨기 전에 유적지에 도착해 유적지에서 해돋는 모습을 관람하는 고생을 자진하는 것이라 취향에 안 맞았다.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볼 때처럼 두근거리지 않았다. 바간에서 마차 타고 투어할 때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광활한 평원에 불쑥불쑥 튀어나온 스투파를 볼 때처럼 신비스럽고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계단을 하나둘 오르며 서서히 유적이 나타났다.  마치 경주의 불국사처럼 자연스럽게 유적지가 나타났다. 시야각 120도를 살짝 넘어서는 길이와, 굳이 목이 뻐근해져라 고개를 들지 않아도 상하가 한 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유적지, 족자를 강타한 지진에도 인도네시아의 자존심처럼 무너지지 않은 곳. 언덕 위의 사원은 근처의 산등성이에 아직 고여 있는 아침 안개 속에서 차분히 아침햇살을 받았다. 

일출투어를 신청할 껄 그랬다.

5층으로 된 사원을 뺑뺑이 돌아 정상까지 가면 약 2.5km란다. 두 바퀴 돌았다. 

Borbudur 입구. 투어는 4.00am부터 시작. 2시간 동안 투어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지금 시각은 6.10am. sunrise tour는 이보다 비싸고 3.00am에 시작.

꿈에 그리던 보르부두르 사원이 보이기 시작.

아무 부조가 없는 기단부에 도착. 아쉽게도 유적 복구는 박정희 스타일로 한 듯.

회랑. 인도네시아의 높은 습도에 부조들 대개가 많이 손상되었다.

부조가 비교적 덜 손상된 곳은 해가 드는 쪽. 해가 들지 않거나 회랑의 안쪽은 높은 습기와, 돌 속으로 침투한 이끼의 침략으로부터 무사할 수 없었다.

곳곳에 난간에 올라가지 말라고 적어놨는데, 유적 보호 보다는 인명상해 때문인 듯. 일부 난간의 모르타르는 부식이 심각해 잘못 발을 디디면 바로 추락할 듯.

보르부두루의 최상단 meru(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을 상징). 사원의 상단 꼭대기는 천계에 해당하는데, 불교에서는 이런 형태로 meru를 stupa로 형상화한 듯... 아마도... bagan 유적지에서도 이것과 동일한 형태의 크고 작은 스투파를 무수히 볼 수 있었다.

저기 30여km 떨어진 곳에 보이는 위협적인 gunung merapi (메라피 화산). 메라피 화산은 활화산이라 입산이 통제되고 있으며 아직도 분화구에서 김이 모락모락... 여차하면 불을 뿜는 화산 인근 30km도 안된 곳에 사람들이 잘들 살고 있다.

부조의 표현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났다. 아마도 아티스트가 수십 명 동원되었을테고, 그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하도록 허락되지 않았겠지만 어떤 것은 멋있고 어떤 것은 그저그렇고...

차라리 이끼를 긁어내지 않던가, 복구를 하려면 많은 시간 공 들여서 하던가 했으면 좋았을 껄... 아쉽다.

보르부두르 투어에서 관람에 허용된 시간은 2시간. 2시간에 이걸 어떻게 자세히 볼 수 있겠냐마는... 한 바퀴 더 돌며 이 멋진 부조를 다시 찍었다. 아쉽다. 관광버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

시간이 얼마 없어 같이 온 일행이 대기하고 있는 집합 장소로 돌아왔다. 투어에 아침 식사가 포함된 사람들은 토스트와 간단한 과일로 된 아침식사를 먹고 나는 어젯밤 수퍼에서 사온 빵과 오렌지 쥬스를 먹고 마시며 얘기에 끼어 들었다. 

12인승 도요타 승합차에 탄 사람들 중 넷은 스웨덴에서 온 젋은 친구들로 영어를 거의 못 하고 마치 한국인들처럼 뭉쳐서 우르르 몰려다녔다. 한 명은 뉴질랜드 출신 생물학자인데 박사 학위는 environmental science(환경과학?)으로 받았다. 여행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새침한 편인데 이 여자는 투어 후에도 발리까지 가는 길 내내 나와 줄기차게 다시 만났다(나처럼 여행자와 얘기하는 걸 별로 즐기는 타잎은 아니다). 차에서 내 왼편에 앉았던 프랑스에서 온 늙은 여행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작해 보르네오와 칼리만탄을 거쳐 자바섬에 다다랐다. 족자에서 장기체류할 생각이고 발리섬을 거쳐 파푸아 섬 끝까지 갈 생각이란다. 내 오른편에 앉았던 친구는 싱가폴 출신 어머니와 캐나다 출신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이다.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며 마초티를 많이 내는 젊은 친구다, 다른 친구는 말레이지아의 쿠알라캉사르(?)에서 온 대학생 배낭여행자인데 영국에 사는 스리랑카 출신의 변호사와 투어 내내 붙어 다녔다. 이름은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밥 먹는 중에 캐나다 젊은이가 앙코르와트와 보르부두르를 비교하며 미주알고주알 보르부두르가 후졌다고 평했다. 뭔가 좀 길게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왠걸 몇 년 동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혓바닥이 굳었는지 말이 잘 안 나와 무척 당황했다. 전에는 대체 어떻게 말했지?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했다. 그런데 지금 말할 때는 생각은 모국어로 하고 말은 영어로 하니 머리가 희안하게 뒤죽박죽이 되더라. 영어로 말하느라 진땀을 흘렸지만 참을성 있게 들어주더라. 그에게 인도에 반드시 가보라고 말했다. 인도에 가면 끝내주는 자연경관과 당신 좋아하는 사원들이, 엄청난 사원들이 소똥 범벅인 채로 흔하게 널려있다고...

9am 쁘람바난 사원으로 이동하는 중 작은 힌두 사원과 불교 사원에 차가 잠시 멈췄다. 그때쯤 비슷한 시각에 투어를 시작한 다른 차량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여행자들은 서로의 여행 얘기로 꽃을 피웠고 난 재미가 없어 보리수 그늘에 앉아 쿠알라캉사르 출신 말레이인과 그의 캐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창 복구중인 힌두 사원과 거대한 보리수


쁘람바난 사원에 가는 길 내내 왼쪽, 오른쪽의 프랑스, 캐나다인은 연신 사진을 찍고 이죽이며 그걸 굳이 보여주며 나와 얘기를 나눴다. 흡사 여행 처음 하는 사람들처럼 천진난만하달까? 차가 족자 시내에 들어서고 보르부두르 유적지 투어만 하기로 한 사람들이 내렸다. 말레이인만 내렸다. 다시 출발. 차 옆으로 곡예하듯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치며 충돌 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다들 감탄했다. 

10.50am 무렵 쁘람바난에 도착. 12pm까지 관람하고 다시 모이기로. 지진 때문인지 복구하다가 말았는지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화산암들. 보르부두르 유적처럼 아마도 저 멀리 보이는 메라피 화산 근처에서 돌을 날라와 가공한 것 같다. 

Candi Prambanan(짠디 쁘람바난. Candi=사원) 입구


복구가 덜 되었거나 무너진 것들. 아무래도 지진 때 무너진 것 같다. 복구가 덜 된 형태가 아니라서...

주 사원의 압도적인 위용.

자세히 보면 벽감 속의 신상들이 거의 없다. 국립박물관의 수장고에 있겠지? 아니면 누군가 훔쳐가서 어느 부호의 집 장식으로 쓰이고 있던가...


사원의 규모는 놀라웠지만 부조는 조악했고 벽감의 deity는 누군가 도굴한건지 거의 다 사라진 상태다. 자와섬을 지배한 과거의 인도 출신 힌두교도들이 정신줄을 놓은 건지 내부성소로 이어지는 기나긴 회랑도 없고 사원 전체의 바닥을 뒤덮는 판석도 없이 흙바닥(!)에 기초공사만 한 채 사원을 올리고 성소의 조각을 짝퉁스럽게 만들어 실망스럽다. 그렇다는 얘기는 힌두 지배 시기가 그렇게 강력하고 찬란하거나...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힌두인들은 신앙심이 돈독해서 카스트로 있는 힘껏 착취해서 사원을 꽃치장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이니까. 

그런데 왜 여기에 쁘람바난 사원을 지었을까? 저 멀리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메라피 화산을 보고 고향의 히말라야를 연상했던 이주 인도인들이 메라피 화산을 메루산의 아바타 쯤으로 생각한 건 아닐까? 인도에서 유명한 힌두사원은 그 지역의 중심에서 지역생활의 신앙 중심 역할을 하던가, 그냥 의미심장하고 특별한 장소에 사원을 지었다. 강줄기가 둘로 합쳐지는 곳은 엄청나게 중요한 곳이다. 쁘람바난 사원 역시 보르부두르처럼 19세기 무렵 당시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던 더치가 발굴한 건가? 무슬림은 이런 유적에 관심이 없을 테니까.

사원 옆의 박물관에서 가멜란 연주를 하고 있다. 독창하는 아줌마를 비롯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공연... 건기 저녁 무렵이면 국립 박물관 뒤쪽 식당에서 쁘람바난 사원을 배경삼아 디너쇼가 벌어진단다. 무척 로맨틱할 것 같다.

캐나다인이 옆에 달싹 붙어 같이 다녔는데 내가 영어가 잘 안 되니까, 사내 흉내 내며 bro, huh 하며 말 붙이는게 불편하고 귀찮았다. 그래도 쁘람바난이 인도의 힌두사원과 하나 닮은 건 있었다. 햇살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사원 유적지에 그늘이 하나도 없었다. 사원 관광을 끝내고 설렁설렁 투어 차량이 정차해 있는 주차장으로 걸었다. 연휴라서 유적지는 관광 온 인도네시아인들로 버글버글했다. 

운전사는 어디갔는지 안 보인다. 누군가, 햇볕을 피하느라 잎사귀가 다 말라버린 나무 한 그루에 달싹 붙어 뭉쳐 있는 우리를 보더니 운전사를 데리러 갔다. 그새 뉴질랜드 박사 여자는 출구의 시장통에서 뭔가 잔뜩 쇼핑해 와서 가판 벌리듯 늘어놓고 이건 얼마 짜리, 저건 얼마 짜리 설명했다. 네고 참 잘 한다. 마누라 생각이 났다. 운전사는 독실한 무슬림인지 사원 입구 근처에 마련해둔 기도소에 머물러 있었나 보다.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아임 쏘리, 아임 쏘리를 연발. 인샬라 하니까 낄낄 웃는다.

족자에 돌아오니 12pm.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북을 뒤져 말리오보로 거리 시작 즈음에 위치한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사 사무실을 찾았고 투어 차량이 여행사 앞에 서자 마자 항공사 사무실로 갔다. 에어컨이 망가져 창문 열어 놓고 다니는 차에 있다가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 오니 살 것 같다. 바깥 기온은 32도, 건기인데도 습도가 높아 등짝이 땀에 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항공권 프린트 물과 라이온 항공표를 보여주며 사정 설명하고 귀국항공편의 날짜를 하루 앞으로 댕기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 불가능하단다. 그날 좌석이 전 시간 모두 여유 좌석이 없고 웨이팅도 할 수 없단다. 라이온 에어 항공사 위치를 아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여행사 가면 라이온에어 항공권 날짜를 변경할 수 있을까 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무척 미안해 한다. 사탕 하나 먹고 물 한 잔 마시고 빙글빙글 웃으며 나왔다. 이 나라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는 기분이 참 좋다.

빌어먹을 더위에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잡고 물어물어 여행사를 하나 찾았다. 라이온 항공권을 보여주며 일정 변경이 가능한지 물었다. 워낙 싼 항공권(promotion)이라 불가능할꺼란다. 자기들은 그런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미안해 한다. 그럼 혹시 환불은? 항공사에 직접 가야 한단다. 시내에 항공사가 있나? 없다. 족자 외곽의 공항에 사무실이 있단다. 이게 영어로 한 얘기가 아니지만 뜻만 통한다면 뭐...

하아... 덥다. 옵션이 하나 밖에 안 남았다. 굶으면서 이게 무슨 꼴이지? 얼른 이것저것 볼 일 끝내고 어제 못 본 끄라톤을 보러 가야 하는데. 인도네시아의 관광지들이 다 그런 것 같은데, 2.30pm이면 문을 닫았다. 그러니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덥다. 

어제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denpasar to jakarta 인도네시아 국내선 항공표는 전 시간 매진되었다. 마지막 남은 옵션은 가루다 항공권의 출발지를 jakarta에서 denpasar로 변경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되면 라이온 항공권은 환불해야 한다. 가루다 인도네시아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아까 그 친절하고 예쁜 아가씨가 맞아 주었다. 출발지 변경이 가능한지 물었다. 2-3분쯤 터미널을 검색하더니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 항공권의 발권을 한국에서 한 것이라 한국에서만 변경이 가능하단다. 시스템이 후진 거니 미안해 할 만 했다. 국제전화를 해야 하나?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한국에서 귀국편 출발지를 변경하려고 전화하니 추가비용 얘기를 했다. 여기선 결제를 할 수 없다. 천상 아내한테 얘기해야겠다. 라이온 항공편은 환불해야 하니 공항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종이에 적어준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Indo Mart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려고 1700rps 짜리 가장 싼 비누 하나를 달랑 사니 카운터 아가씨가 낄낄 웃는다. 나도 웃겼다. 마침 아내와 스카이프 통화가 되었다. 출발지 변경을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잘 되야 할텐데... 딸애가 아빠 보고 싶다고 전날밤 울었나 보다. 떠나기 전날 대형마트에 들러 떨이 판매하는 강아지 인형과 카드를 사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걸어놓은 양말에 넣어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카드에는 '다음엔 아빠, 엄마랑 함께 여행가자' 라고 적었다. 마누라가 나랑 같이 가려고 할까? 인도 가자고 하면 미끼를 덥썩 물 것이다.

공항에 가자. 트랜스족자 버스를 타러 말리오보로 거리의 버스 정류장에 갔다. 왠 서양인이 길을 묻길래 친절하게 알려줬다. 내가 인도네시아인인 줄 알았던 모양. 버스 매표원이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른단다. 그러면서 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 교통체증. 길 옆 식당에서 어제 얘기 들은 나시 구덱을 시켰다. 별로인데? 하지만 3000rps 짜리 얼음을 잔뜩 넣은 사탕수수 쥬스는 무척 좋았다. 

밥을 먹으며 현지인과 낄낄 대며 놀다가 교통체증이 좀 완화된 걸 보고 버스정류장에 갔다. 말리오보로 거리는 일방통행이라 버스정류장을 헷갈릴 염려가 전혀 없다. 내 얼굴을 기억한 매표원이 저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줬다. 쁘람바난행 1A 버스다. 버스는 콩나물 시루 같았고 에어컨은 대충만 작동했다. 50분 정도 땀을 줄줄 흘리며 공항에 도착했다. 오히려 바깥이 더 시원하다.

라이언 항공표를 refund하기 전에 아내가 항공권 스케쥴을 변경했는지 통화해 봐야 한다. 아니면 이 표를 그냥 들고 가서 자카르타에서 하루 버린다 치고 더 묵어야 하니까. 공항 안내소에 와이파이 사용가능한 곳을 물으니 depature launge에서만 사용가능하단다. 역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아내에게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떻게든 솔루션을 찾을테니 믿고  도박을 하기로.

아침에 함께 투어했던 스웨덴 친구들이 짐을 맨 채 멍하니 서성였다. 눈인사만 하고 항공사 창구에 가서 항공권의 refund를 요구. 영어를 잘 못 알아 듣지만(내 영어도 뭐 시원찮으니 상관없다) 어찌어찌 의사가 통했다. 55% 정도만 환급이 가능했지만 그게 어디야. 

족자로 돌아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누가 허덕허덕 쫓아오며 등을 건드린다. 어? 아까 봤던 스웨덴 사람들 중 그나마 영어가 되는 친구다. 날더러 혹시 surabaya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묻는다. 공항에 오니 surabaya행 항공권이 매진이란다. 지금 bus나 기차표, 항공권은 아마 구할 수 없을 것이다, holiday season이나 완전히 매진되었다고 하니 다 죽어가는 표정이다. 

수라바야에는 왜 가는데요? 물으니 내일 오후에 수라바야에서 자카르타 가는 항공권을 미리 끊어 놓았단다. 그거 못 타면 엿(totally screwed up)된단다. 그 편을 타야 자카르타에서 집에 가는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어제부터 표를 구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못 구하고 공항에 오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현지인 충고를 듣고 여기 왔지만 표를 구할 수 없었단다. 딱 한 장, 창구에서 낙장 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넷이서 고민하다가 함께 왔으니 끝까지 함께 가자고 얘기하다가 그래도 한 명이라도 보내는게 낫다고 가장 나이 어린 친구를 보내기로 합의하고 표를 사러 갔더니, 그새 팔렸단다. 사정이 딱해서 낄낄 웃었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솔루션이 안 나올 것 같기에, 어떤 상황에서건 마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 마누라를 시뮬레이션해 봤다(그러니까 잔머리를 굴렸다). 묘안이 떠올랐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게 뭐냐? 족자로 돌아가 여행사에서 브로모 화산 투어표를 끊는 것이다. 여행사 투어 버스는 언제나 있다(비싼 비용을 치루니까). 브로모 화산 투어가 프로볼링고를 거쳐 가는데 거기서 수라바야가 가깝다. 아마도 프로볼링고에서라면 대충 아무 버스나... 또는 히치하이킹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친구들을 데리러 간다며 공항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불쌍한 녀석들. 아참, 나도 불쌍하지. 여전히 그 친구들 이름을 모른다. 난 왜 사람 이름이 머리에 남지 않을까? 숫자처럼 여행자가 균등해 보여서? 여늬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무의미해서? 비록 친절한 편도 아니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행자들을 도왔다.

버스를 탔다. 이번엔 에어컨이 작동한다. 그래도 땀을 흘렀다. 산유국이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연비가 안 나오면 일단 에어컨을 끄는 안 좋은 관습이 있는 듯. 더더욱 사람을 힘들게 하는 관습은 관공서와 관광지가 입장을 2.30pm까지만 받는 것.

말리오보로 거리에 도착하니 어느새 5pm. 허탈한데? 아까 비누를 산 Indo Mart에서 오렌지 쥬스를 한 병 사서 마시며 아내와 통화. 항공권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러니 다들 마누라 없으면 못 산다고 그러지. 열심히 땀 흘려 삽질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흡족하고 씁쓸하고 노곤하다. 

트윗질 몇 번 하고 구글맵으로 브로모 일대와 발리섬 지도를 다운 받고 생각난 김에 여행사에 들렀다. 숙소에 묵고 있던 일본인 여자가 무려 통역을 데려와 투어를 예약하고 있었다. 아는 척 하니 어디 가냐고 묻는다. 내가 유부남만 아니면 오늘 보르부두르 간 사실을 숨기고 내일 당신이 가는 보르부두르 선라이즈 투어를 신청할 것이다. 사원에 떠오르는 멋진 해돋이를 보며 하루살이처럼 살자고 거듭 다짐할 것이다. 농담이고... 어렸을 때 일본 여자애들과 참 많이 돌아다녔지...

일본 여행자를 보내고, 브로모+이젠 투어를 예약하려니 유독 가스와 화산탄 때문에 이젠 화산은 아직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단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없어요. 꼭 가고 싶은데요? 제가 죽을 병에 걸렸거든요? 킥킥 웃는다. 정말 안되요. 그래서 브로모 투어만. 일정: 짚차를 타고 view point#1에 올라 일출을 보고 내려와, 브로모 화산까지 걸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 공항에서 헤메던 스웨덴 청소년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해가 졌다. 숙소에 들러 샤워하고 다시 나왔다. 배가 고파 밥을 먹어야겠다. 오늘 한 일이 대체 뭐지? 아, 여행을 했구나. 말리오보로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거리에 돗자리를 펴고 사람들이 앉아 노점에서 파는 밥을 먹는다. 거리에서? 재밌어 보여 밥을 주문하고 먹었다. 낮에 먹은 것처럼 10,000rps에 나시 구덱과 사탕수수 쥬스를 시켰는데 굉장히 맛있어서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족자카르타의 유명한 식사 방법: 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나시 구덱을 먹는단다. 나도 해봤다.

길거리 노점상. 아까 돗자리 깔고 먹던 곳 옆자리.

Mal Malioboro 지하 수퍼에 들러 맥주와 샌달 따위를 샀다. 식빵도 샀다. 내일 아침부터 이틀 동안 다시 강행군이다. 거리에 인터넷 가게가 보여 들렀다. 한 시간에 4000rps. 휴대폰에 찍어놓은 사진을 백업 차원에서 올리려고 했으나 너무 느리다. 값이 싸서 그런가? 항공권을 프린트 하는데 인터넷 까페에 프린터가 없단다. 하는 수 없이 어제 갔던 인터넷 까페에 들러 한 시간에 7000rps 짜리 인터넷을 사용하고 1000rps 주고 일정이 변경된 항공권을 프린트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속도가 느렸다. 

Gang 1 어귀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안주꺼리로 1200rps짜리 쌀과자를 샀다. 아까 거리에서 옆에 앉아 함께 밥을 먹던 현지인이 내가 워낙 게걸스럽게 먹는 것이 웃겼는지 쌀과자를 나눠줬는데 무척 맛있던 기억 때문이다.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숙소 거실의 소파를 치워놓았다. 방바닥에 앉아 동네 노인네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다. 나더러 함께 먹자고 했지만 배가 찼다고 거절. 아줌마가 나를 주방에 데려가 굳이 밥을 퍼주려고 한다. 비닐봉투를 열어 맥주를 보여주니 히죽 웃는다. 맥주가 팔리는 걸 보면 인도네시아 무슬림이 맥주를 마시는 것 같긴 한데... 하여튼 그 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으면 먹었을 지도 모르겠다. 

샤워하고 맥주를 마시며 일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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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yakarta

여행기/Indonesia 2011. 12. 25. 12:00
한 삼십분 달리더니 차가 선다. 짐칸에 재봉틀을 실으려고 한다. 재봉틀이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옥신각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재봉틀은 포기했다. 승객들이 꾸역꾸역 차에 올랐다.

삼십분 쯤 차가 달리더니 승객을 태운다. 그렇게 해서 네 시간 동안 12명의 승객을 태우고 자카르타 시내를 빠져나간 시각이 12am. 그때쯤 간식으로 빵과 물을 줬다.

아마도 자카르타 시내를 돌며 승객을 모집하는 것 같다. 미니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내가 앉은 열에 4명이 앉았다. 아이 둘, 어른 둘. 앞에 앉은 아이 엄마가 사탕을 준다. 줄 게 없어 민망했다. 여자애한테 말을 걸어봤지만 말이 뚝뚝 끊겼다. 그 옆 자리 아이는 차멀미로 연신 게웠다. 먹은 걸 다 게웠는지 지쳐서 잠이 들었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아 불편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날이 밝아올 무렵 바깥을 보니 정글 한 복판에 난 1차선 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가 없는 건가? 중간에 차가 멈추더니 아침을 먹잔다. gps를 간신히 잡아 살펴보니 족자까지 100km 쯤 남았다. 8am. 넉넉잡아 두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하지 싶다.

비가 쏟아졌다. 밥은 조금 있으면 도착할 족자에서 먹기로 하고 내 옆에 앉은 아저씨와 장쾌하게 쏟아지는 비를 구경하며 손짓 발짓으로 얘기를 나눴다. 48세, 자식은 다섯. 자카르타와 고향을 한 달씩 오가며 생활. 요리사. 푸딩을 잘 만든단다. 한달 월급은 백만 루피아. 집 없고 차 없다. 임대한 좁은 방에서 아이 셋과 자카르타에 산다. 그래도 히죽히죽 잘만 웃었다. 저 아이들이 당신 딸이냐? (내 옆에 앉아있던 아이들) 아니다. 딸들은 자카르타에 있고 그 중 하나는 대학에 보냈다. 등 허리가 휘어지시겠군. 담배를 교환해서 피웠다. 내 담배가 좋단다. 비가 잦아 들었고 다시 미니 버스에 올랐다.

미니버스가 보르부두르 부근에서 빙빙돌더니 아저씨를 이름 모를 시골 마을에 떨구었다. 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12.30pm 무렵 미니버스는 족자카르타 시 어귀에 닿았다. 그런데 시내로 안 들어가고 시 외곽으로 주욱 빠져 나간다. 어어... gps를 켜서 보여주며 내가 내릴 곳은 족자 시내 tugu stasiun이라고 손짓발짓을 동원해 알렸다. 그저 내 휴대폰의 gps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걱정 말란다. 투구역에 내릴 때까지 족자카르타를 뺑뺑이 돌며 모든 손님을 내려주고 거의 마지막에 내렸다. 그 때가 2.10pm. 징하다. 무려 18시간을 비좁은 미니버스를 타고 간신히 이곳에 도착. 운전사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welcome to jogja! 하면서 함박 웃으며 손을 흔들고 떠났다.

대낮부터 마사지 하고 가라는 손길을 뿌리치며... Yogyakarta Tugu Stasiun(족자카르타 투구역) 남쪽길 숙소 밀집 거리를 찾아 가는 중.

투구역 앞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골목을 돌았다. 여러 숙소를 전전했지만 마음에 들거나, 가격이 싼 곳은 보이지 않았다. 연말이라 방이 꽉 차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골목길을 한 시간쯤 전전하다가 twin bed, bathroom inside를 100,000 루피아에 얻었다. ISTI 라는 곳. 



음... LP를 안 봤다. 봐도 별 무소용이라 그냥 발로 뛰는 형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과 대화를 하는데 숙소에 묵고 있던 일본인 아가씨 둘이 옆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다. 주인장은 지금 쁘람바난에 가면 늦을 꺼란다. 오후 다섯시면 돌아오는 버스 타기가 힘들고 연휴라 관광지인 그곳에 사람이 지금 엄청나단다. 한숨... 아닌게 아니라 오는 길에 본 족자 시내는 엄청난 차량과 인파로 미어터졌다. 

주인장에게 여행사 추천을 부탁했다. 대부분 여행사들의 투어 가격이 비슷하지만, Sosro tour가 수익 일부를 떼어 지역 사회에 환원(기여)한단다. 일본 여자애 둘은 각자 따로 와서 족자에 장기 투숙 중이다. 특별히 어디 돌아다닐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난 지금 투어 예약하러 가려는데 같이 가겠어요? 물으니 어물어물한다. 하긴 나 같은 아저씨랑 누가 같이 가고 싶겠어.

미로같은 숙소골목을 돌아 소스로 투어에 찾아 가서 투어 상품을 찾아봤다. 아가씨가 친절해서 이래저래 여러 가지 얘길 나눴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끄라톤과 따만사리를 구경하고 내일 하루 날 잡아서 보르부두르와 쁘람바난 투어를 하는게 낫단다. 디엥고원은? 투어로 가지 말로 근처 도시에 하루 묵으며 1박 2일 정도로 가는게 좋다 -- 투어 비용도 비싸고 하루종일 차만 탄단다. 아가씨가 추천한 투어에서 아침식사를 뺀 것으로 예약했다. 히죽 웃으며 말한다; 그래요 식사는 숙소에서 주니까 필요없죠. 내가 묵은 숙소는 식사 대신 무한 리필 차만 준다. 투어 가격은 60,000rp. 보르부두르 입장료 120,000 + 쁘람바난 입장료 105,000. 한 방에 285,000루피아를 썼다.

Jalan Malioboro(말리오보로 거리)의 인파로 붐비는 상점들. 연말연시 탓인지, 아니면 족자카르타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인지 하루종일 인파로 북적거렸다.

박물관과 kraton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숙소거리에서 약 1.6km 정도. 인파로 미어터진 Jalan Malioboro를 걷다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사람이 방글방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반겼다. 지금 가봤자 kraton이 문을 닫았을 꺼란다. 영어가 유창하고 사람 좋게 생겨서 한 동안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자기가 아는 사람이 하는 어떤 바틱 전시장에 가서 훌륭한 예술품을 감상하라는 것. 바틱에 관심이 없어 그냥 가겠다고 했다. 아까 듣기론 끄라톤은 그래도 따만사리는 그냥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고 들었다.



마스지드에서 기도 중인 사람들. 손과 발을 씻고 신발을 마당에 벗고 마스지드에 들어갔다. 기도할 시간. 같은 이슬람 국가인 옆 나라 말레이지아와도 사뭇 다른 내부 분위기. 마치 흔한 동남아의 불교 사원 분위기랄까...

끄라톤은 문을 닫았다. 배가 고파서 자리를 접고 떠나려는 미 아얌 포장마차를 잡아 음식을 시켰다. 맛 없다. 마스지드에 들러 손발을 씼고 잠시 쉬다가 따만사리로 가니 자칭 경비(security)라는 친구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더니 날 안내해 주겠단다. 혼자 가면 길을 잃는다나?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무료란다. 한 눈에 봐도 삐끼인데 이렇게 아는 척 해주시니 고맙다. 난 삐끼가 없으면 여행이 안 되는 타잎이라서...

삐끼의 아버지는 끄라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government officer)인데 여전히 잘 살고 있으며 족자에서 심하게 존경 받는 술탄을 위해 봉사하고 있고(공무원이?) 엄마는 와양극 가수란다. 자기 집은 따만 사리 옆에 있단다. 

그림자 인형극에 사용하는 인형을 만드는 장인. 버팔로 가죽에 세공


따만사리의 목욕탕. 술탄의 부인들이 여기서 목욕.

길을 잃기 딱 좋은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술탄의 목욕탕을 구경하고 골목 어귀의 kakilima에서 과일을 사서 나눠 먹었다. 까끼리마는 다섯(lima) 다리(kaki)라는 의미로 노점의 두 바퀴와 스탠드, 그리고 주인의 두 다리를 뜻한다. 나시 고랭, 미에 고랭, 박소(bakso, baksu), 과일 등을 파는 간단한 노점상인데 인도네시아 어디 가나 널려 있다. nasi는 rice, mie는 noodle, goreng은 볶았다는 뜻. 논에서 자라는 벼는 padi라고 부르고 시장에서 파는 쌀은 beras, nasi는 찐(끓인) 쌀.

따만사리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가다가 만난 과일장수 아저씨. 1달러 정도(10000rp)면 한끼 식사 대용으로 열대 과일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삐끼가 족자에 왔으니 Nasi Gaduk을 먹어 보란다. 한참 친절하고 싹싹하게 군 다음 가족이 운영한다는 바틱 매장에 나를 데려갔다. 자기 친형님이란 분이 나와(그럴 리가 없겠지만) 물건을 이것저것 보여주신다.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지만 바틱이나 그림자 연극 소품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형님이란 사람은 하지만 왜? 왜 물건을 안 사냐? 이렇게 훌륭한데? 라고 의아해 하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눈으로 찰칵찰칵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찰칵찰칵. 조카, 아우가 운영하는 다른 매장을 두어 군데 더 돌며 찰칵찰칵 눈으로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하니까 삐끼는 실망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가이드해 줘서 고마웠다.

길 잃은 미아처럼 두리번거리며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다. 따만사리 근처 어딘가에 새시장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새소리를 따라 가니 여러 명의 심사위원이 새장을 하늘에 매달고 맵시와 울음소리를 듣고 새를 품평하고 있다. 새 주인들은 새들을 북돋아 자기가 키우는 새들이 좀 더 아름답게 짖도록 촉구하고, 구경꾼 무리가 미소띤 얼굴로 광경을 바라본다. 한 켠에는 까끼리마에서 박소를 팔고 있다. 한가하고 기분 좋은 광경이다. 

지나가다 본 인터넷 가게(wartel). 30분에 보통 2000rp. 정도, 1시간에 3000~4000rp 가량인데, 여행자 거리에서는 시간 당 7000~10000rp 사이. 256 Kbps ADSL 라인이라 속도는 어느 정도 나온다.

왕궁 앞 광장으로 천천히 걸었다. 놀이기구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장터에 널린 자자난(길에서 파는 여러 종류의 간식꺼리를 총칭)을 몇 개 사 먹었다. 하나당 2000~4000rps. 시골 장터 구경하는 기분. 티셔츠 하나가 10000~20000rps. 품질이 조악. 단기 여행이라 굳이 옷을 살 필요가 없었다.

놀이터에서 파는 잡다한 간식꺼리들(대개 0.5달러 미만)을 주워 먹으며 한가하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70~80년대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도 21세기다.

해 질 무렵 동네 한 바퀴 도는 기분으로 말리오보로 거리를 벗어나 크게 외곽으로 걸었다. 거리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볐고 어제처럼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1차선 도로에 한데 뒤엉켜 심한 교통체증으로 정체되어 있다. 가는 길에 과학관으로 보이는 건물을 바깥에서 구경했다. 


족자카르타(Yogyakarta)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같은 고적지이자, 문화예술의 중심 도시. 한낫 신호등 제어기에도 까꿍 괴물같은 수묵 그래피티를 그려놨더라. 그 때문에 도시가 지저분해 보였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한 복판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Mal Malioboro) 꼭대기 층의 food court에서 박수 세트 메뉴를 주문. 1층에서 바비걸 경진대회가 벌어졌다. 조그만 아이들이 저마다 미를 뽐내며 날카롭게 짹짹 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거리에서 먹는 음식보다 현저하게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삼켰다. 테이블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카운터에서 재떨이를 들고와 딱히 할 일도 없고 담배 한 대 빨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쁘람바난과 보르부두르 유적지에 관한 책을 사려고 쇼핑몰 지하의 서점에 들렀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서점만한 곳이었고 유적지에 관한 책은 없었다. 지하에 있는 수퍼에서 내일 아침 꺼리와 맥주 따위를 사고 거리에서 안주로 먹을 간식꺼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에 젖고 땀에 젖고 먼지와 분진으로 누더기가 되다시피 한 옷가지들을 모아 빨래를 하고 맥주를 들이키며 일정을 점검했다.

가져온 전자항공권의 날짜를 보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마침 일 층에 앉아 있던 주인장에게 물어 근처 인터넷 까페를 찾아갔다. 떠나기 전날 밤, 웹질을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12/31 Denpasar(Bali) to Jakarta 항공권을 덥썩 산 생각이 났다. 일정이 꼬여 디엥 고원에 가는 여정을 포기했음에도 자카르타에서 족자행 교통편을 구할 수 없어 하루를 보낸 덕에 발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로 돌아와서 자카르타에서 하루 묵으며 관광하려던 계획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냥 발리에서 1/1 아침이나 점심 비행기(라이온 에어편?)를 타고 자카르타로 가서 1/1 밤 23:30에 출발하는 자카르타 to 인천 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옵션은 넷이다. 만날 이런 저런 기획을 하다보니 옵션이 이렇게 많을 땐 왠지 기쁘다.

  • 라이온 에어 항공권의 스케쥴을 12/31에서 1/1로 변경. 
  • 가루다 인도네시아의 귀국 항공편 스케줄을 12/31로 하루 댕기기.
  • 그게 안되면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환불하고 1/1 다른 항공편으로 자카르타로 간다. 연휴인데 가능할까?
  • 그마저 안되면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환불하고 인천행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편을 jakarta to incheon에서 denpasar(bali) to incheon으로 변경한다. 생각해보니 가루다 인도네시아에 출발지 변경을 문의했었고 답변을 준다고 했는데 답변이 없었다. 바빠서 다시 연락할 틈이 없어 떠나기 전 날 밤 갑자기 생각나서 백업으로 라이온 에어 항공권을 구입한 것이다  -- 요새 하도 바빠서 경황이 없다.
인터넷 가격이 30분에 5000rps로 비싼 편. 256K ADSL 라인은 꽤 속도가 잘 나와 옆 자리의 여행자는 헤드셋으로 스카이프 음성 통화 중. windows server 2003이 설치되어 있다. 한글을 볼 수는 있지만 korean ime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한글 타이핑은 할 수 없다. 예전에는 인터넷 까페이 들르면 카메라 사진을 업로드하고 사진을 올리는 동안 한글 설치한 다음 블로그 따위를 썼다. 와이파이 되는 휴대폰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간단히 올리면 되니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이온 에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환불 신청하는 메뉴가 없다. 어떡하지? 내일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가자. 18시간 동안 불편한 버스를 타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족자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 숙소로 돌아가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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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arta

여행기/Indonesia 2011. 12. 23. 12:00
새벽 5시에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짐은 그저께 밤에 챙겨뒀다. 어제는 송년회가 있었고 신입사원에게 엔지니어링은 마인드와 소울을 단련하는 과정이라고 뻘소리를 한 것이 기억 나서 민망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민망한 얘기는 아니었다. 꼰대스러울 뿐이지.

자고 있는 아이와 아내를 놔두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어렴풋한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발발 떨다가 버스를 타고 서수원 터미널로 갔다. 생뚱맞은 위치에, 이용객이 별로 없는 터미널. 매표소에서 공항버스 표를 12000원 주고 샀다. 한 시간 걸려 공항에 도착. 짐을 붙이고 항공좌석표를 찾았다. 

자동출입국 심사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권을 스캔하고 지문을 찍으면 등록이 끝난다. 자동출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지문을 검사하니 광속으로 통과. 하지만 수속을 밟고 공항 대기실까지 가는데 무려 2시간이 걸렸다. 공항이 사람들로 몹시 붐볐다. 공항에 두 시간 전에 도착했으나 항공기 탑승까지 15분 정도의 여유 밖에 없었다. 

공항 라운지에는 naver wifi가 무료다. 인도네시아 정보를 적어둔 파일을 회사 컴퓨터에 놔두고 온 게 기억난다. androidvnc로 회사 컴퓨터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안 붙는다. 출근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이 다운되었단다. 그 파일을 google docs로 옮겨야 하는데... 포기. 남은 10여분 동안 휴대폰의 Locus App으로 600MB 분량의 인도네시아 지도 tile 파일을 다운로드 했지만 해상도가 떨어져 쓸모없는 수준. 괜히 휴대폰 배터리만 낭비한 것 같다. 미련없이 로커스 앱과 데이타를 지웠다. 
 

인도네시아 국적기(?)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기. A330

항공기 탑승. 기내에서 LP 인도네시아 가이드북을 잠깐 공부. 여행 준비할 시간이 없어 루트조차 제대로 못 짰다. 어디로 갈까. 계획은 이렇다;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셔틀 버스를 타고 Gambir train stasiun에 가서 Yogyakarta행 기차표를 산다. 기차표를 구할 수 없으면 Pasar Senen Stasiun역으로 걸어가서 가격이 싼 bisunis class 기차를 시도해본다. 자바섬을 가로질러 여행하다가 Surabaya까지 가서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와 하루쯤 자카르타 시내 관광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중간 과정은 여행하면서 차차 생각해 보기로. 플랜B까지 짰으니 잠이나 자자.

도착 1시간 전. 자와해 보르네오 섬 부근

깨보니 기내식을 나누어 주고 있다. Garuda Indonesia 항공기 기내식은 halal을 따랐고 그래서인지 맛이 없었다. 순한 필스너인 bintang 맥주 한 캔 마셨다. 자바 커피는 맛있었다. VOA(visa on arrival)을 기내에서 받았다. 25$. 인천공항 가루다 인도네시아 카운터 옆에서 바우처를 구매하고 그걸 내밀면 기내에서 비자를 주는 식. 아니면 공항에서 긴 줄을 기다려 비자를 받아야 한다.


공항 도착. 후덥지근. Baggage Claim으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겨울옷을 벗고 배낭에 넣었다. 반바지에 반팔. 이 동네에선 반바지 입고 돌아다니면 이상하게 본다는데? 나와보니 어디에서 짐을 찾는지 몰라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친구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데려다 주고 짐을 찾아준다. 그러더니, '모니'를 요구. 히죽 웃으며 거절. 

환전소의 환율이 형편없어 ATM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arrival에 있는 한 ATM에서 거래에 실패. 더 이상 ATM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헤메다가 물어보니 2F Depature에 있단다. 씨티 국제 체크카드로 200만루피아를 찾았다. 이걸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Gambir Stasiun행 Damri 버스 티켓 가격은 20,000루피아.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기다리다가 4.40pm 쯤 버스에 올랐다. 지랄맞은 교통체증 때문에(안 그래도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두 시간이나 걸려, 6.40pm이 되어서야 도착. 가는 길 내내 samsung, LG, SK, Lotte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별 감흥이 없었다.

감비르역의 매표 창구에는 보아뱀처럼 구불구불한... 기나긴 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표 구하긴 글른 것 같은데? 안내센터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 물어보니 holiday season이라 기차표를 내일까지 구할 수 없단다. 파사르 세넨 역에서는? 마찬가지란다. 혹시 버스표는 구할 수 있을까요? 고개를 설레설레. 거기도 아마 마찬가지일 꺼란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7.30pm.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오니 비가 쏟아진다. 어떻게 할까... 별 수 없다. 자카르타에서 하룻밤 묵으며 여행사에서 가는 교통수단이 있는지 알야봐야지. 예정에 없던 플랜 C다.

모자를 눌러 쓰고 비를 맞으며 어두운 밤거리를 터덜터덜 걸었다. 현지인들은 차가 오건 말건 무단횡단을 했다. 나도 그렇게 했다. 비가 와서 가이드북을 꺼내볼 형편이 아니라서 순전히 감을 믿고 내려가면... 안 되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Jalan Jaksa(작사길)을 찾아갔다. 잘란 작사는 조용한 버전의 카오산 같달까? 

숙소부터 잡자. 첫번째 게스트하우스는 8.5만을 불렀다. 침대 하나 선풍기 하나 달랑. 네고가 안된다. 다음 GH는 7만. 상태가 더더욱 안 좋다. 처마 밑에서 LP를 꺼내 뒤적여 Hostel 35를 찾아갔다. 12.5만 싱글. 비싸서 포기하고 다른데 가보니 24만. 

인니인들은 숫자를 말할 때 아래 천 단위는 잘랐다. 그래서 24만은 two hundred forty. 뉴스에서 내년쯤 인도네시아에서 화폐의 denomination을 한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천 단위 이하 절삭? 

그곳의 친절한 매니저가 싼 GH를 소개해 준다. 이쪽 골목으로 죽 들어가면 있다고. Kresna Hostel은 8만에 spartan room. 그 옆의 bloem steen은 single이 다 나가고 double을 8만 달란다. patio도 있고 해서 햇볕은 절대 안 들 것 같은 그 방으로 잡았다. 샤워하고 게스트하우스 정원에 나와 담배 한 대 빨고 있으니 비가 멎었다.

Bloem Steen Hostel. Jalan Jaksa 북쪽 입구에서 얼마 안 가서 왼쪽 골목(Gang) 안쪽에 있는 숙소. 휴일 성수기라 방이 없어 double 80,000rp에 잡았다. 옆 Kresina Hostel은 거지같은 single room이 80,000rps.

배 고프지만 여행사부터 들렀다. 족자행(Yogyakarta니까 욕야카르타 라고 해야 하는데 족자카르타 또는 jogja로 부르더라) 내일 저녁 출발하는 투어버스(A/C 달린 미니버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를 알아봤다. 240,000rp. 매우 비싸다. 일반적인 버스 가격이 90,000rp인데... 그건 가이드북에 적힌 작년 가격이고 인도네시아의 엉망진창인 경제 사정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12만 이상은 안 나올 것 같은데... 다른 여행사도 같은 가격을 불렀다. 담합같다. 족자까지는 12시간쯤 걸린단다.

첫번째 여행사로 돌아와 예약. 길거리에서 나시 고랭을 파는 노점을 발견. 8,000rp. 아직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감이 안 잡힌다. 말레이지아와는 조리 방법이 조금 달랐다. 웍에 기름 두르고 익은 쌀과 시금치 같은 야채를 썰어 볶다가 소스를 좀 치고 계란 하나 풀어 같이 볶아 접시에 내 주는게 끝. 소스의 주성분은 MSG. 동남아시아 여행하면서 MSG를 피할 수는 없겠지. 맛있게 먹었다. 

노점상 근처의 24시간 편의점 Circle K에 들렀더니 창문에 free wifi라고 써 있었다. 편의점에서 물 한 병(1800rp) 사고 어떻게 wifi를 사용하냐고 물으니 암호가 적힌 종이를 준다.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트윗질을 좀 하고 아내와 skype로 영상통화를 한 다음 정보를 뒤졌다. jakarta는 볼 것 없는 도시란다. 

오늘 하루 종일 휴대폰의 GPS가 잡히지 않다가 wifi가 되니 GPS가 바로 잡힌다. GPS 화면을 보면서 걷다가 숙소 근처 까페의 의자에 앉아있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았다. 숙소에 돌아와 담배 한 대 피웠다. 휴대폰을 충전시키고 잠들었다.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방문해 주신 모기에 뜯기다가 8am 기상. 샤워하고 체크아웃하면서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맡기고 National Monumentum(일명 Monas)까지 걸었다.

출입구를 찾아 한참 헤멨다. 친절한 현지인들 도움으로 남서쪽에 있는 입구를 찾았다. 볼게 없었고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학생들의 긴 줄이 서 있어 올라가지 않았다.

National Monumentum. 줄여서 Monas. 입구는 지도상 좌하단 하나만 개방되어 있다. 입구 찾아 돌아다니느라 진이 다 빠졌다. 개구멍이 있다는데 수선을 다 해놨는지 안 보이고... 왼쪽의 빨간 차는 유료 화장실.


거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시끄러웠다. National Museum까지 걸어갔다. 아무렴 여행의 시작과 끝은 박물관이지! 아이들이 바글거려서 신관부터 구경. 말로만 듣던 Homo Florensis를 감동적으로 쳐다봤다. 

Homo Floresiensis. 2003년 Flores의 Liang Bua 동굴에서 발견된 이 난쟁이 유골은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이 인간 진화의 연결 고리로 추정되어(9만년에서 10만년 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옆에 적힌 설명이 그렇다는 얘기고...). 내가 알기론 플로레시엔시스는 현재는 현생인류와 다른 종류로 분류된 걸로 알고 있음. 어쨌거나 박물관에 온 보람을 느낀 화석


국립박물관 구관. 카이로 박물관처럼, 박물관의 유물 보관하는 유리 케이스가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온 듯. 저게 모두 티크목.


아담한 국립박물관을 나와 근처의 Inscription park까지 걸었다. 입장료를 안 받는다. 하지만 볼 것이 없다. 공원 근처의... Masakan Padang이라 씌어진 식당에 들어갔다. 마사칸 파당은 아마도 부페를 말하는 것 같다. 접시에 밥을 담고 원하는 반찬을 접시에 담아서 먹는 것 같다. Es teh(ice tea)까지 합쳐 18,000rp. 죽어라고 나시 고랭만 먹게 될 줄 알았는데 이런 음식이 있다니... 꽤 먹을만 했다. 

박물관 앞으로 돌아왔다. TransJakarta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과일 모듬을 10000rp에 파는데 양이 부담스러워서 먹지 않았다. 버스는 3500rp로 정액이며 무제한 환승이 가능. 지하철이 없는 이 대도시에 지하철을 대체하는 대중교통수단. kota에 도착. 더치 시대의 식민지풍 건물들이 조그만 광장을 중심으로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근처에 박물관이 네 개쯤 있었다. 

Cafe Batavia에 들어가 무선랜을 사용(wifi 암호는 cafevatavia 1085). es kopi(Ice Coffee)가 무려 37,500rp.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하는 말은 영어에서 차용해 온 것이 많은데 음가만 비슷. 한 동안 인도네시아의 어떤 부족이 한글을 문자로 사용한다는 한국 기사가 인기를 끌었다. 수천 개의 섬에서 살아가는 300여개의 ethnic group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문자인 영어를 사용 중. 표음문자인 한글이 굉장히 우수하다고 하지만 한글로도 꽤 많은 음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한글이나 영어나 음가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별 차이를 못 느낄 뿐더러, 또 어떤 문자가 다른 문자보다 더 우수하다는 견해엔 별로 공감이 안 간다. 나중 기사를 보니 한글 사용하는 댓가로 돈을 주기로 했단다. 흔한 삽질?

watch tower까지 걸어가다가 더워서 멈췄다. kota 중심가로 돌아와 노점상에서 파는 시원한 과일 쥬스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입장료 20000rp를 내고 Wayang Museum에 들어갔다. 한국인이라고 반가워한다. 인형 박물관이 무척 만족스럽다.

마하바라타의 한 장면. 크리슈나가 마차를 몰며 활을 쏘는 아르주나를 재촉한다. 죽여라, 저들을 모두 죽여라




무대인사 중인 배우들. 인도네시아 여행 중에 인형극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가멜란 음악이나 와양극을 어린 시절에 본 적이 있어서... 본 적이 있다는 이유로, 니벨룽겐의 반지나 오페라의 유령 등도 직접 보는 일은 없지 싶어지는데?


도자기 박물관과 자카르타 역사 박물관은 가지 않았다. Mandiri bank Museum에서 오래된 컴퓨터를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애플 ][다. ][+도 아니고! caps lock이 없어 대문자만 가능했던 기억이...


kota역에서 버스를 탔다. 수퍼마켓에 들러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요량으로 Plaza Indonesia에 가보려고 Sarinah에 내렸다. 문간에서 경비원이 가방을 검사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심상치 않은데? 플라자 인도네시아는 부자들만 오는 곳 같다. 별로 볼 것이 없어 나왔다. 

Plaza Indonesia 부근의 skyscraper. 부러 열흘 휴가를 내서 이런 곳을 관광하는 타잎은 아니라서...

Plaza Indonesia 내부를 헤메다가 발견한 서점의 romance 코너. paperback을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비닐로 포장해 놔서 페이지를 열어볼 수가 없다 -_-


다시 버스를 타고 Monas 근처에서 내려 잘란 작사까지 걸었다. 


거리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미에 고랭을 시켜 먹으며 동네에서 축구하던 애들과 얘길 나눴다. 계산할 때 아저씨가 8000rp를 부르니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나도 눈치가 있다. 오버차징이구나. 수퍼에서 산듯한 인스탄트 라면을 끓여 풀데기 몇 개 얹은 것을 외국인이라고 비싸게 받으니 같이 먹던 애들이 할 말을 잃어 조용.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지금 먹고 있는 이 인스탄트 미에 고랭은 어떤 작자가 세계 10대 라면 중 하나라고 꼽던 것이다. 계산하고 어제 묵었던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으며 샤워 좀 하자고 부탁했다. 개운하다.

길가에서 망고를 좀 사 먹고 여행사에 짐을 내려놓고 Circle K 앞에서 인터넷으로 아내와 딸과 얘기했다. 옆에 앉은 인도네시아 여자가 어떤 서양 남자를 걷어차는 중이다. 자기는 예쁘지도 않고 기혼에 애까지 있으며 남자를 온 마음으로 사랑했으나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련단다. 그리고 자기는 섹스를 정말 좋아해서 별별 사람들과 다 자 봤다. 하지만 섹스 외에 자기에게는 something inside가 있단다. 듣고 있자니 그걸 맞장구 치며 듣고 있는 서양 남자가 무척 불쌍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겨우 겨우 회사 컴에 접속해서 모아놓은 인니 정보 텍스트 파일을 Google Docs에 올리고 폰의 문서도구를 열어봤다. 인코딩이 안 맞아 글자가 깨진다. 텍스트 파일을 utf-8로 변환하고 구글 닥스에 다시 올렸다. 이번엔 된다. 그런데 적어놓은 정보가... 워낙 빈약해서 도움이 안된다. 이걸 대체 왜 적어놨지?

차가 온다는 6pm에 맞춰 여행사에 들어갔다. 아직 차가 안 왔단다. 담배를 두어 대 피우는 동안 게이 같아 보이는 손톱이 긴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300만루피아를 주면 섹스 마사지가 가능하단다. 관심없다. 인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얘기를 나놨다. 한국 기업이 큰 건물을 많이 지어 놨단다.

출발 예정 시간에서 시간 반을 기다리며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하릴없는 얘기를 나누다보니(과일장수, 어제 나시고랭 먹었던 포장마차 아저씨, 인니에 정착해 관광객 상대로 술집을 하는 잘란 작사의 독일인 아저씨 등등) 기사가 도착했다. 드디어 출발인가? 미니 버스에 아무도 없다. 뒷좌석에 다리를 뻗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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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son will prevail!

잡기 2011. 12. 16. 00:29

9월, 10월 무렵부터 휴대폰의 인터넷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십초~수분의 지연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wifi로 접속할 땐 그럭저럭 속도가 나와 기기 문제는 아니었다. 유플러스의 2G/3G 망에 문제가 있다고 볼 밖에.

휴대폰 사려고 두어달 장터 잠복을 시작했다(당초 계획은 WM7 휴대폰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 기다리다보면 옵티머스Q의 약정기간 2년이 지나리라 생각). 소니에릭슨의 익스페리아, 모토롤라 아트릭스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았다. 10월 14일 할부원금 9.9만원, 3무, i밸류 요금제, 3개월 유지 조건의 KT 아트릭스로 결정. 조건이 워낙 좋은 버스폰이라 뽐뿌에 판매광고가 올라오자 마자 물량이 바로 소진되었다.

18일, 해피콜 없이 이전 전화기는 해지된 상태인데 개통이 안된 휴대폰을 받고 멍하니 기다리다가... 19일 아침에 웹질을 해서 손수 개통했다.  246791538*#** 누르고 WCDMA-Security 메뉴의 첫째, 둘째 항목 체크하고 세째 항목을 uncheck한 다음에 리부팅하니 간단히 개통된다.

며칠 사용해 보니, 1900mAH 배터리 덕분에 적당히 사용할 경우 1.6~2일 가량은 충전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겠다. 내친 김에 10월 28일 아내 휴대폰도 아트릭스로 바꿨다. 액정이 별로긴 하나, 그외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잘 샀다.

10월 28일 갤럭시 탭이 2년 약정, 할부원금 10.8만원, 월 1만원 요금제로(기기할부금 월 4500원, 와이브로 30GB 사용료 5500원) 싸게 풀렸다. 회사 SW팀에서 나를 포함해 4명이 갤럭시 탭 구매를 신청했다. 나는 딸애 장난감 용으로 샀다. 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년 1월 중으로 갤럭시 탭의 OS를 Icecream Sandwitch로 업그레이드 해 주겠다는 삼성의 발표가 있었다.  빙고. 올 가을은 기기 운이 좋은 편... 이라고 해봤자, 쓰다가 재미없어 그냥 방치해두었다던 XBOX360+Kinect+10장의 타이틀을 중고가 30만원에 판매한다는 기가 막힌 매물을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안타깝게도.

10월, 일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18일을 보냈다. 43:2의 경쟁율이었으니 코딱지만한 중소업체에서 꽤 많은 지원자가 있던 셈. 면접을 팀원들과 같이 보고 몇 차례 협의 후 두 사람을 합격시켰다. 무려 4년 만에 신입사원이라니... 이왕이면 여자가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분위기 칙칙하게 이건 뭐 늘 남자들 뿐이라... 

모회사가 외국 벤처의 투자를 받았다. 경사가 났는데 PS는 언급 없으니 달나라 얘기랄까? 나야 뭐 평범한 개발자지만 이사는 이사질을 하고, 개발자는 개발질을 하고 영업직은 영업질을 하는, 수평적인 역할분담을 하는 사회주의적인 회사가 되길 강력히 원한다. 뭘 원한다는 건 뭘 하겠다는 것과 같아 의지의 실현에는 피와 땀과 영혼이 불가피하게 개입된다. 오랜 시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PS가 없으면 대부분의 영혼은 토라지고 지치는 것 같다. 내가 소시오패스라서 인간 삶의 중요한 모티브를 형성하는 관계와 균형과 타산에 별로 영향받은 적이 없지만 책임자로서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게 워낙 중요해서...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다. 약 없이 일주일 쯤 버티다가 외근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해서 하는 수 없이 약을 먹었다. 감기가 나을 때 쯤, 딸애가 후두염에 걸려 말을 제대로 못했다. 신기하게도 한밤중에 찬 바람을 쐬니 후두염이 호전된다. 아이가 낫자마자 내가 다시 감기에 걸렸다. 한 3주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이건 뭐...
늦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자 베란다에서 재배하던 작물이 시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방울토마토는 끈질기게 잘 자랐다. 재배 작물을 싹둑싹둑 잘라 정리하고 수경재배통을 깨끗이 청소했다. 3개의 수경재배기 중 바질이 자라는 수경재배기만 남겨두었지만 기온이 낮고 광량이 적어 거의 자라지 않았다. 방치해 두었던 스티로폼의 흙 위로 상추 싹이 올라와 무럭무럭 자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내년에 작물 심으려고 흙에 유기비료를 섞어 놓았더니 적당히 서늘한 기온에 상추가 싹을 틔우고 양분 덕택에 잘 자라는 것 같다. 가끔 물을 줬다. 말라죽을 때까지, 살아서 버티고 있을 때까지 물을 줄 것이다.

토마토가 사라진 베란다가 몹시 삭막해 보인다. 마땅히 키울만한 작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딸애와 함께 놀러갔다가 솔방울을 한 바구니 따왔다. 뭐에 쓰나 봤더니 솔방울을 물에 담궜다가 소쿠리에 건져내 방 안에 놔두면 천연가습기가 된단다. 물을 머금은 솔방울은 단단하게 뭉쳐있다가 습기를 다 발산하고 나면 꽃 피듯이 활짝 벌어졌다. 그럼 다시 물에 담궜다가 빼내 방안에 놓아둔다. 물을 적신 수건보다 낫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진 후에 이런 종류의 천연 가습기가 인기인가 보다. 

집에는 양액으로 재배하는 스킨답서스 화분이 많았는데 아내가 몇몇 화분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이 다섯 개, 그 외 두 개의 화분, 작지만 꾸준히 물이 증발하는 수조와 솔방울 가습기(?)까지 있어 특별히 가습기를 돌리지 않아도 집안이 건조하지 않았다. 

수경재배 비료를 구입. 올봄에 산 것에 비해 포장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dS/m이 수정된 친절한 설명서가 포함되었다.
 

9월 중순 무렵. 아내가 아는 사람에게 한 자 짜리 조그마한 수조와 구피 몇 마리를 얻어와 소위 '물생활'을 시작했다. 측면 여과기, 히터, 조명 까지 풀세트로 얻었다.

에고 내 팔자야. 살짝 배가 부른 암컷 한 마리, 수컷 한 마리. 새끼 세 마리. 암컷이 얼마 안 되어 새끼를 한 마리 낳았다. 루디지아 세 포기를 심고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다.

food timer라고 시간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물고기 먹이를 공급해주는 장치. 내부에 시계가 있어 원반이 회전하다가 노치가 상단 마이크로 스위치를 건드리면 먹이통이 회전하며 사료를 떨군다. 뭔가 좀 어설프지만 3주쯤 사용해 보니 그럭저럭 작동에 불만이 없다. 다만 피딩량을 세심하게 조절하기 힘들고 건전지를 넣어 동작하므로 건전지가 떨어지면 물고기들이 굶는다. 하루 세 차례 먹이를 공급하도록 설정해 놨다. 
 

2011/10/18 이끼가 많이 껴 알지이터 두 마리를 대형마트에서 구입해 수조에 넣었다. 한 동안 갈색 이끼를 잘 먹어대다가 더 먹을 것이 없자 저렇게 루디지아 잎사귀에 앉아 있던가,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 짱박혀 시간을 보내곤 했다. 밤이 되면 조금씩 뭔가를 먹긴 하는 듯. 녹색 이끼는 구미에 안 맞는지 잘 안 먹어서, 녹색 이끼가 줄지 않았다. 햇빛이 닿지 않도록 차단하고 전등 켜는 시간을 줄였다. 

2011/11/02 새끼 구피 중 한 마리가 죽었다. 미안했다. 길을 걷다가 개미나 지렁이를 밟을까봐 조심하는 편이고 딸애한테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 생명이 소중하다기 보다는, 생명을 일 없이 죽이지 말라고.

2011/11/10 어미 구피가 새끼를 낳았고 그 중 열여섯 마리를 아내가 일일이 건져 양육통(?)에 넣었다. 수초가 잘 자란 상태고 열 여섯마리나 되는 부담스러운 새끼 구피들 중 절반 가량은 자연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뭐 살아 있는 이상 살려야지.

2011/11/27 수조를 청소했다. 눈부시게 번쩍인다. 청소 전에 물고기를 작은 대야에 옮기고 추가로 먹이를 줬다. 아무래도 배가 불러야 딴 생각들을 안 하지 싶어서...

돌에 앉은 이끼는 아무리 문질러도 없어지지 않았는데 대야에 물을 붓고 락스를 용기 뚜껑으로 둘 정도 부어 몇 시간 놔두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조를 닦을 때도 락스를 썼다. 헹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통에 미리 받아둔 물을 수조에 붓고 수질 개선제와 박테리아제를 넣어 수질을 안정시켰다. 처음 키워보는 거라 다소 우려가 되었지만 수조에 물고기를 옮겨 담았다. 

구피 성어 5마리, 구피 새끼 16마리, 알지이터 2마리, 생이새우 1마리 = 24마리. 물고기 사진 찍기가 힘들다던데 정말이다. 조그만 녀석들이 픽픽 움직여대니 포커스를 맞추기 힘들다. 

2011/12/15 딸애 성화로 이 좁은 수조에 네온 테트라 세 마리를 추가했다. 구피 어미가 한 달 만에 또 새끼를 낳았는데 다들 잡아 먹혔는지 그중 다섯 마리만 살았다. 네온 테트라 중 한 마리는 다음 날 사라졌다. 내 실수로 수조 정비 후 자동공급 먹이통을 빼먹고 장착하지 않아 물고기들이 하루 종일 굶었다. 그래서 병약한 네온 테트라 한 마리가 죽자(물이 바뀐데다 원래 약한 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체를 뜯어먹고 구피 수컷들은 암컷 꽁무니에 입을 대고 쫓아다니다가 구피 새끼들이 나오자마자 잡아 먹은 것 같다.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보름 새 24마리에서 7마리가 추가되어 33마리가 수조를 돌아다닌다. 

바닥재를 슬슬 휘저으면 물고기들을 싼 똥이 허옇게 올라왔다. 잘들 먹고 똥을 하도 싸대서 수조 물을 자주 갈아줘야 했다. '물생활'을 하는 어떤 사람들은 수조 물을 년중 갈아주지 않아도 물고기들이 잘 산단다. 아무래도 우리 수조는 생태계 구성에 무슨 문제가 있던가 내가 너무 설치는 것 같다.

암모니아와 똥들을 먹고 질산염으로 정착시키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의심스럽다. 박테리아 의 활동은 온도에 비례한다. 수조 온도를 21-22도 사이에서 유지하고 있다. 구피는 24~26도 사이에서 생육이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테리아 및 물고기들을 위해서도 온도를 조금 더 올리는 것이 좋겠지만, 온도를 올리면 히터 가동 시간이 길어진다. 히터의 소비전력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60~100W 사이로 상당한 편이다.

수초들이 한 동안 잘 자라다가 근 한 달 새 까맣게 타기 시작하고 수조를 청소한 지 겨우 2주가 지났는데 다시 녹색 이끼가 끼기 시작했다. 수초와 이끼는 서로 영양분을 두고 경쟁한다. 몇 가지 추측을 해 봤다. 영양소 결핍, 이산화탄소 결핍, 장시간의 조명.

수초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의 보충: 암모니아를 정착시키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충분한 질산염이 수조에 공급될 터이지만 인과 미량 원소는 보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실 수돗물에도 미량 원소는 어느 정도 들어 있다. 그래도 양액 배양을 하거나, 스틱 류를 구입해 수조 물에 적당량의 양분이 녹아있게 한다.

이끼, 이산화탄소, 광량: 약 10시간 가량 조명을 켜 두었는데, 광량을 줄인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친 광량이 주어져 광합성을 하자니 능력이 딸려 잎들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 및 광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수초를 심거나, 이산화탄소를 보충해 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이스트와 설탕으로 이산화탄소 공급기를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배웠는데, 맥주 만드는 것과 같았다.

11월 27일 찍은 동영상.


2011/10/9 서울랜드

이제 곧잘 하는데? 쉬워보이지만 어른 여자들도 쉽게 자빠지곤 한다.

때마침 할로윈이라...
  

2011/10/30 과천과학관 앞에서 윈드 다이빙 체험을 하고 있다. 대기하다가 간단한 교육을 받고 점프복을 입었다.

EOS 400D 가지고 이거 밖에 못 찍나?

외국인에게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빠/엄마가 지나가는 방글라데시인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고 지하철에서 굳이 아무도 앉지 않는 흑인이나 베트남 사람 옆에 앉혀 놓아서인 듯. 인도식당에선 주방에 들어가 인도 요리사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기도 한다. 술집에 방치해 두면 옆 테이블에 가서 놀다가 용돈을 얻어 오기도. 기특하지... 돈이 되잖아?

2011/11/12 아라뱃길이 11월초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봤다. 멀리 행주대교가 보인다.

한강 자전거도로의 끝인 행주대교를 조금 더 지나 아라뱃길과 연결되는데 자전거 길을 한심하게 만들어 놨다. 90도씩 꺽어지는 좁은 오르막길은 사고나기 딱 좋게 생겼다. 

아라뱃길 상징탑에서 인천쪽으로 뻗은 물길. 자전거 도로는 여기서 잠깐 끝났다가 일반 도로를 타고 다리를 건너야 저 맞은편 자전거 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역시 한심하게 만든 자전거길.

아직 공사가 덜 끝난 흉흉한 양변 사이로 유람선이 운행 중. 내년 봄이 되면 볼꺼리가 생길까? 글쎄다. 좁은 자전거 도로가 마음에 안들어 아라뱃길과 병렬로 이어진 한산한 국도를 달렸다.

클릭=확대. 산을 깎아 물길을 냈다. 기껏 만들었다는 자전거 도로가 좀...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나면 파묻혀버릴 것 같다.

딱 중간쯤 지났을 무렵 공사중인 인부가 길을 막아 인천까지 가지 못하고 자전거를 되돌렸다. 별 감흥이 없었다. 

2011/11/13 오랫만에 산에 갔다. 광교산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서 경기대입구에서 오르기 시작. 어제 모처럼 탄 자전거로 뭉친 다리 근육을 풀 겸 편하게 올랐다. 새로 생긴 화장실인 것 같기도 하고... 전에 못 봤던 건물. 

늦가을 정취.

클릭=확대. 보호수.

16km쯤 걸은 듯. 

11월 25~11월 26일 회사 야유회 -- faceboot이나 twitter보다 내 취향엔 Google+가 낫다.

Breaking Bad S02E11. 추천받아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high 상태.
 

Breaking Bad S03E13. 생활고에 시달리는데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을 날이 머지 않았던 화학교사가 전공을 살려 매우 품질이 우수한 메쓰암페타민을 제조, 판매. Weeds와 다른 점이라면 매우 찌질하고 절망적이며 카메라 시야가 시원하고 우수하다는 것.

Breaking Bad S04E04. 개성만점의 캐릭터들까지...

Breaking Bad S04E11. 절망에 빠진 주인공. 연출이 맘에 든다.


Last Exile 2011. 2기(?). 배경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찌질한 인류는 쌈박질에 여념이 없고...

 Last Exile. 1기(?) 2기 나온 김에 1기를 다시 봤다. 세월이 흘렀다.

Last Exile Ginyoku no Fam. 

Last Exile. 2011년 버전보다 전 버전의 스팀펑크가 더 정감 가고 색감도 좋아 보이는 건 뭐... 저 윗 사진의 녀석들은 비행 중에 보안경도 안 썼다. 개념이 없다.

Big Bang Theory S05E08. 누구나 한 번 쯤은 만들고 싶어하는 데스스타

Castle S04E08. 그다지 긍정적인 평이 안 나오는 여주인공.

Good Wife S0E07. 미드를 이것저것 연달아보다 보면 캐슬의 여주인공과 굿와이프의 여주인공처럼 강렬한 대비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고보면 못봐줄 정도로 관리(?)가 안된 상태가 아니면 여자들 외모에 내가 무감한 건 아닐까 싶기도... 그래서 잘 생겼건 못 생겼건 공평하게 무시했다.

World's Fastest Indian. 저 노인네가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건 그냥 흔해 빠진 세상 어딘가에나 있는 노인네 똥고집일 뿐이다. 10대 머저리, 20대 정신병, 30대 또라이, 40대 꼰대, 50대 골통, 60대이상 똥고집이라는 스테레오타잎?

영화 덕택에 솔트레이크에 이런 길이 있다는 거, 아 그래서 솔트레이크였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화장실은 왜 저 모양일까?

황해. 표정이 근사하다. 재밌다.

추격자. 일관성 있네?

아저씨.

아저씨. 꽤 멋진 장면. 태국 아저씨의 매우 언어적인 표정: 이런 씨발...

In Time. 의외로 재밌게 봤던 SF 영화. 아무래도 시간을 소재로 한 말 장난이 재밌어서인 듯.

Strike Back S02E05. 영국드라마(1기에 해당)치고 스케일이 있었다. 밀덕용, 아니 FPS 유저 상대로 만든 컨텐츠 같다. 교본대로(제대로) 총질하는 특수부대원들 덕에 극의 사실성이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사소한 결점이라면 주인공들이 람보류. 2기는 무의미한 섹스신이 나오는 성인물. 재밌게 봤고 혹시 나올지 모를 3기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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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AA

잡기 2011. 11. 1. 14:06

술자리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단 3분 만에 창틀 밑의 틈새에 고이 숨겨두었던 금붙이만 귀신 같이 훔쳐갔단다. 경찰이 와서 말하기를 요새 도둑들이 금 검출기를 들고 다닌단다. 믿을 수가 없는데? 헤롱거려서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으쓱. We haven't found any valuable items with our detector but I hope you do.

마누라가 구해온 토마토 모종을 수경재배기에 키웠더니 열매가 일곱 개 달렸고 다 죽은 줄 알았던 오이가 열매를 맺었다. 그 동안 바빠서 양액을 레시피 대로 만들지 않고 대충 만들고 물만 채웠음에도 방울토마토는 여전히 트리피드처럼 자랐다(2011.10.10일 무렵). 한 번은 재배기 통의 물이 다 말라 식물들이 거의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수경 재배를 한 번 해봐선 모르겠다. 곧 겨울이라 마땅히 키울 작물이 없다. 딸기 모종 역시 당장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바질과 스킨답서스는 여전히 무럭무럭 자란다.

바질로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나 피자 외에는 뭘 해 먹을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떤 생이건  본래 쓰임이 없던 것 아닌가? 살다가 죽는 것 뿐.

power manager를 구입했다. 인스펙터2는 배송료 포함 4만원 가량, 파워매니저는 할인 받아 45000원에 구매 가능. 한 번 쓰고 다른 용도를 찾기 어려운 계측기라 오랜 기간 구매를 망설였다 -- 예상대로 한 번 써 보고 서랍에 처박혔다.

그 동안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 2년간 한달 전기료 평균값은 30155원, 공용전기료를 빼면 21308원으로 더 줄일 여지가... 있어 보였다. 파워매니저로 계측 시작.

집의 냉장고 소비전력부터 측정해 보았다. 냉각이 된 상태에서(그러니까 '평소') 냉장고 소비전력은 평균 60W이하로 의외로 작아 놀랍다 -- 다시 생각해 보니 놀랍지 않았다.

집의 29인치 TV의 소비전력이 170W 가량인데다 사용한지 10년이 넘었다. 평소에 내가 볼 일이 없는 TV지만 에너지 효율이 그 보다 나은 TV로 교체할 때가 되어 LED TV 를 알아보았다. 75만원 짜리 중소기업의 42인치 LED TV를 구매. 스피커가 매우 거지같다는 평을 들어 음향에 아무 기대를 안 했는데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안 좋았다. 

42" LED TV의 소비전력은 128W로 표기된 170W보다 낮았으나, LG의 비슷한 42인치 LCD TV(95만원)의 실측 소비전력이 130W가 나와 LCD TV의 소비전력이 좀 더 클 꺼라는, LED TV가 좀 더 에너지 효율적이란 편견이 사라졌다. LED TV의 전원 오프시 대기전력은 0.45W로 굳이 플러그를 빼 두고 다니지 않아도 될 듯. 

24시간 켜 두는 집 PC의 평상시 평균 소비전력은 120W, 최대 145W(PC 및 모니터 17" + 23" 소비전력 합산한 것), HDD off/Monitor off 상태(idle)에서 47W가 나와 기겁했다. PC를 사용하지 않을 때 20W 형광등 2개를 하루 종일 켜두는 것과 마찬가지라... PC를 절전모드로 변경하고 공유기에 Wake On Lan 기능을 활성화 했다. 어차피 집 PC를 켜 두는 이유는 원격지에서 집 PC에 접속해 뭔가 할 일이 있거나, 부팅없이 손쉽게 PC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노트북은 충전 중 사용시 약 60~70W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프로세싱 파워와 여분의 모니터를 생각하면 집 PC가 노트북보다 '효율면에서'만 낫다. 만약 아이패드 따위의 태블릿을 사용한다면, 그리고 집에서 하는 일이 웹 서핑 정도라면 태블릿은 전력 절약에 필수적인 선택일 것이다.

절전 모드에서 PC+2대의 모니터 대기 전력은 monitor off 상태에서 6W, monitor on(but display off) 상태에서 7W로, 모니터 2대를 끄나 안 끄나 별 차이가 없었고, 대기전력은 6~7W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편견 하나가 더 제거되었다 -- display off 상태라면 모니터 전원이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소비전력에 별 차이가 없다. 

PC를 절전모드로 켜고 끄니 무선 키보드/마우스 세트가 어떤 때는 작동하고 어떤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 키보드의 키 중 몇몇 키는 사다리형 지지대의 텐션이 안 좋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숫자패드의 키와 교체하기도 했다. 싼 맛에 산 irocks의 무선 키보드인데, 다시는 사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상시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냉장고(60W), 김치 냉장고(50W), 2대의 3W 짜리 공기펌프, 각각 대기전력이 1W 가량 되는 전화 충전기, USB 유전원 허브, 카메라 어댑터. LED 스탠드. 

음... 150x70cm 짜리 태양광 패널(오픈 전압 21V, 6A, 110W) 다섯 개 정도를 연결하면 7.5x0.7m가 되는데 패 널 비용만 350만원, 설치 기구물, 인버터 및 축전지 세트까지 몽땅 구매하면 800~900만원 가량 나오고 정부 지원금을 120만원 한도에서 10%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태양광 발전이 수 년 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  

TV를 사는 김에 TV 전후좌우 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다가 아이 책장을 사려고 보니 거실 벽면에 딱 맞출만한 기성가구를 구하기 어렵다. 별 뾰족한 수가 안 보여 소프시스의 조립식 가구를 주문했다. 몇몇 부품들이 빠져 반 조립한 상태로 방치하게 되었는데, 조립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퍼즐 맞추기?) 생각보다 무거운데다 조립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려 6시간을 조립.

배송한 부품을 제대로 다 받는데 일주일이 걸렸고 한 주가 지나서야 조립을 마칠 수 있었다. 책장 자체를 조립하는데는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지만, 서랍 8 개 조립하는데만 2.5시간이 걸렸다. 그나마도 전동 드라이버가 없었으면 더 걸렸을 것이다.

귀찮기도 하고 바빠서 블로그를 안 썼다.
 

2011/9/24 쌀국수 먹으로 자전거 타고 안산에 갔다가 본 안산중앙도서관. 강변에 있어 꽤 운치있다.

2011/9/25 아이 데리고 경마공원에 놀러갔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워낙 많아 뭐 하나 타려면 두어 시간씩 기다리는 단점이 있지만 대부분 대여 시설이 무료다. 딸애는 신기할 정도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았다.

경마공원의 카페 테라스가 명당 자리. 

딸애가 좋아하는 친구. 얼핏 보면 자매같달까.

Big Bang Theory S05E02. 이러고 싶을까?

Protector S01E05. 넌 뭐하는 년이야? 라고 물으니까 I'm a bitch with a badge 라고 대꾸. 

Warehouse 13 S03E08. 목소리 들으니 반갑구랴, 그런데 살 찌셨네요 제인웨이 선장. 원로회의 아티팩트 수호자로 나왔다. 

버디버디 E10.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산에 들어가 물 기르고 도끼질을 한다. 주연 맡은 저 귀여운 애가 유이였구나.

Terra Nova S01E01. 잔뜩 기대했는데... 이건 뭐...

Good Wife. S03E01. 사랑에 빠져 품위를 잃은 걸까, 아님 품위가 없어 사랑에 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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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cares wins

잡기 2011. 10. 1. 14:06
상황은 우리에게 아주 불리하다. 별은 멀고 인생은 짧으며 도박장은 항상 수수료를 떼어간다. -- 데이먼 나이트가 쓴 하인라인의 '미래사' 서문 중.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건 사실이죠?"
"내가 말했잖아, 응? 네가 상관할 바도 아니라고 말이야"
"그렇다면 다른 것을 믿나요?"
"물론이지! 나는 사람이란 약자에게 자비를,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어야 한다고 믿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관대해야 한다고 믿어. 만약 필요하다면 형제들을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고 믿어. 하지만 이런 것들을 증명할 생각은 전혀 없어. 증거도 필요없고. 그리고 너더러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지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야."

...

나는 속옷까지 모두 벗어버렸다.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남자를 무력한 느낌이 들게 하려면 옷을 모두 벗겨버리는 것만 한 일이 없다.
하인라인, 코벤트리. 새삼스레 하인라인스러움을 느껴 보려고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으쓱. 피임에 신경쓰는 사원의 창녀에게도 품위는 있다 -- 내 얘기다. 게다가... 별은 멀고 인생은 짧고 도박장은 늘 수수료를 뗀다.

모처럼 하인라인이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라는 말을 했으니 나도 한 마디 거들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수구꼴통은 진보진영에서 흔히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간주되고, 우리 이웃의 장애인을 대하는 알맞은 행동은 편견없이 배려와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것, 아무래도 병신이다 보니 만사가 불편할 테니까. 아, 그리고 아무리 수구꼴통이라도, 수구꼴통에게도, 관용(똘레랑스)을 베푸는 것이 아무렴, 한 줄 이라도 더 배운 소양인의 미덕이다. 똘레랑스는 관용, 용인, 화이부동 따위로 번역된다는데, 내가 아는 똘레랑스(tolerance)의 또 다른 뜻은 (설사 그것이 더럽고 추잡하더라도) 잘 참고 견디는 것, 버팀성, 개김성이다. 정리하자면,

하인라인: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자!
...: 온갖 병신들의 꼴값과 추잡스러움을  꾹 참고 그들을 사랑과 배려로 보살펴 주자!!!
 
로써, 하인라인보다 한 단계 진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쯤 한 차원 고매해지다보면 열 예수가 안 부러운데, 나나 많은 사람들이 곧 먼 길 떠나시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수구꼴통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보 중 말빨이 좀 되는 이들 중 주로 정신나간 여자애 같은 논리를 막무가내로 사용하면서 바지에 똥 싸고 해맑게 웃는 흔한 인문 계열도 있는데... 하여튼 그분들도 사랑과 배려로 보살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사랑과 관용이 넘치다 보면 결과적으로 만사가 다 잘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랑, 배려, 보살핌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지? 
간단하다. 넌 장애인이니까 사랑, 배려, 보살핌이 꼭 필요하다고 우긴다.

 하인라인의 하인라인스러움을 다시 보려고 저런 책을 출간한 게 재미가 없다.

자전거를 타며 팟캐스트로 지난 방송을 듣다가; 장한나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교향곡에 관해, 오케스트레이션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대규모의 인간 연주자가 그 모든 음을 서로에게 맞추는 기적.... 과 부카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매스 게임에 동원된 사람들의 싱크로율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다 태워 버렸다는 박경철이 경제 포커스를 그만 두면서 프로그램 중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인용했다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평소 늘 얌전하고 인간에 관심이 없어 오지랍질을 통 안 하는 내가 잘난 척 하자면, 그보다 더 좋은 묘비명이 있다. NON FUI, FUI, NON SUM, NON CURO. 나는 존재하지 않았고, (한 때) 존재했으며,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나, 신경쓰지 않는다. 그가 젊은이들 상대로 청춘 콘서트를 한 것이 왠지 감사했다. 흡사 내 짐을 덜어준 것처럼.
 
명색이 라이프로그인데 삶은 없고 글자만 있잖아?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블로그까지 하다보니 this->virtual_life->fragmentation_level이 높아졌다. 하지만 남들은 그러고도 잘 산다. 그들 두뇌에 내장된 Completely Fairness Scheduler 때문일까? 상관없다. 궁극적으로 나는 온라인 저편의 배경 잡음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존재했다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2011/8/20. 집 근처 저수지에서 아이와 숨바꼭질 중. 15kg 가량의 배낭을 메고, 땀에 절어서. 수원시는 별로 돈이 없어서인지 둘레 2.4km쯤 되는 이 멋진 저수지를 더 멋지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2011/8/21. 안양천 벛꽃길. 안양천 자전거 도로 중에 이런 길이 있다. 서울시는 돈이 없어서인지 이 멋진 길을 더 멋지게 만들지 않았다. 

2011/8/21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과천 부근의 양재천에서 발 담그고 놀았다. 행정부 이전으로 아파트 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과천시는 앞으로 돈이 없을 전망인데다, 개천이 더 이상 완벽해질 수는 없기에 그냥 내버려둘 생각인가 보다.

2011/9/4. 여의도 물빛공원.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빚을 져서라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한강 르네상스에 몰빵했고, 애들 밥값으로 드잡이질을 하다가 빅엿을 먹고 사임했다. 설마 이거 유지관리비 많이 안 나오겠지? 이명박 전 시장의 작품처럼 이것도 수도꼭지 컨셉인가?

2011/9/4 여의도 물빛공원. 애들은 물과 친하게 지낸다. 무척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런 것 없어도 애들은 기어코 놀이를 발명한다. 딸애가 잘 놀고  있는 동안 벤치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선잠이 들었다. 

2011/9/4 딸애 목욕시키기. 커서 나처럼 재밌게 살았으면...

2011/9/10 양재천 자전거 도로에서 본 삼성 타워 팰리스. 무수히 하트코스를 돌았지만 한 번도 이 곳 사진을 찍지 않았다. 

2011/9/17 서울랜드 팽이그네. 딸애가 혼자 타도 안 무서워 해서 신기. 갓난애를 들쳐없고  가파란 북한산을 오르락내리락한 때문이겠지.

2011/9/17 서울랜드 워터워크. 장담하건대 너도 자라는 동안 밸런싱 문제를 겪으면서 온갖 바보같은 실수를 하고 한두 번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은 다음 후회하게 될 꺼야.

2011/9/17 과천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스카이리프트

2011/9/18 미사리까지 자전거 타기. 하남 인근. 벌써 9월이다.  

아침에 자전거 바퀴를 만져보니 또 펑크가 났다. 올해 들어 일곱번 째. 아내 자전거는 하도 자주 펑크가 나서 아예 튜브를 교체했다. 튜브의 구멍난 곳을 찾기 힘들어 타이어에서 튜브를 완전히 빼서 대야에 물을 담고 물방울이 올라오는 곳을 확인했다. 소위 미세한 '실빵구' 펑크를 때우고 나서 아빠와 놀고 싶다는 아이를 놔두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모처럼 100km 이상 달려보려고 아랫배에 힘을 줬다. 세 시간 동안 맞바람에서 21~22kmh로 달리니 지친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늘(?) 가는 초계국수 집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멍하니 줄 서서 기다렸다. 별로 감탄스런 맛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집이라 신기하다. 다음부턴 그 옆에 있는 동치미 막국수를 먹어야겠다. 언젠가 간 적이 있는데 그거 먹고 술이 깼다. 

2011/9/18 양재천 잠실 한강 합수부. 바람을 등에지고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도착.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떤 아줌마랑 경쟁했다. 아줌마의 MTB는 아무리 바람을 등졌다지만 경사가 만만찮은 오르막길을  굉장한 속력으로 올라갔다. 아줌마와 엎치락 뒤치락 하다보니 평속 30kmh가 넘었고 사이클을 추월하기도 했다.

2011/9/18. 양재천 자전거도로에서 본 관악산. 출발 후 약 84km 지점. 작년에 비해서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젖산의 축적과 분해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기쯤 오니 속력이 많이 떨어졌다. 다음 주말엔 모처럼 자전거를 분해 정비해야 할 것 같다. 

MOMA 관람료 공짜  -- 현대카드이기만 하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고 심지어 특별전도 입장 가능하단다. 나이 들어 기력이 쇄하면 할 일이라곤 박물관, 미술관 투어 뿐일텐데...

Raajneeti. 뭔지도 모르고 다운받아 오래 묵혀뒀다가 볼게 없어 본 인도 영화. 싱크 맞는 자막이 없어 참 어렵게도 봤다. 선거 때만 되면 인도 정치판은 말 그대로 피비린내가 났다. 집단폭행, 살해, 협박, 폭탄 테러, 매수, 부정부패... 그게 소재다. 굉장한 리얼리티랄 밖에.

저런 군중 씬을 실사로 찍을 수 있는게 인도라서 CG인지 진짜 군중인지 잘 모르겠다. CG보다 인력 동원이 싸지 싶다. 

베나레스(바라나시)의 가트 같은데, 오른쪽 구석에 있는 작자들이 사두.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배우가 아니라 진짜 사두들이다. 세로줄은 비쉬누파. 

두 시간 사십분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마하바라타? 인디라 간디 집안의 비극? 저 아이는 설마 아르주나? 정말 그랬다. '아트만은 생멸하지 않는다. ... (이하 기억이 안나 생략) ... 죽여라! 저들을 살육하라!' 또한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활대를 들고 괴로워하던 아르주나에게 전쟁터에 나온 사촌들을 살해하라고 독려하는 크리슈나다. 파란만장한 한국 드라마처럼 굉장히 재밌었다.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는 어린 시절 읽었는데(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그거 읽었다고 인도 여행이 심오해지거나 더 흥미로워 지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과 논쟁을 했고... 진중권이 미학을 했으니 인도 사두와 철학 논쟁을 벌이면 무척 재밌을 꺼란 생각이 가끔 들었다. 
 

당연히 여신도 한 마리 나왔다. 흡사 인디라 간디처럼. 이거 참 대단한 맛살라 짬뽕 영화라 엄청 성공할 것 같다.

탑기어 코리아. 차덕은 아니지만 탑기어 UK의 전설적인 명성은 물론, 그저 재밌어서 가끔 보기도 했다. 탑기어 코리아는 좀 약한 편. 신형 국산차를 소개하면서 차가 한심하면 망치로 때려부수는 센스는 있어야지...

탑기어 코리아. 회가 거듭될수록 실망스럽다. 그럴 거면 때려치우던가. 웹질하다가 발견. 탑기어 코리아, 상업적 블로거와 다른게 뭔가? 트랙에는 가끔 피아노 비가 내린다.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모름지기 해적선의 돛줄에는 죽은 선원들이 박쥐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보기 좋다.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여러 차례 팀 파워즈의 원작 소설을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접곤 했다. 그런데 이런 인어 사냥 '그림'이 나오면 보고 싶어지는데? 어 이거...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그림을 베낀 거 같다?  이 그림을 어디서 봤더라?

Eureka. 유레카 마을에 경사가 났다. 첫 FTL 항행의 자원자를 모집 중. 이왕 할꺼면 우주선 디자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오덕을 초청하지... 저건 흡사 오리가미로 만든 우주선 같다. 어휴 촌스러워. 중국의 텐궁만큼 촌스럽군.

Green Lantern. 내가 난독증이라도 있는 건지 이상스레 이해가 안 가는 수퍼히어로 설정.

Suits S01E11. 멘토가 멘티를 걸고 내기를 한다. 

Sherlock Holmes. 내 심상의 홈즈와 일치. 살짝 데까당하고 시건방진 눈빛과 입가를 스치는 가벼운, 영국식 아이러니와 위선(또는 품위)을 담은 조소. 소설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후까시를 다 잡고, 일 없으면 자신의 예리한 정신을 약물로 타락시키는 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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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잡기 2011. 9. 4. 23:06


Flitter Fairy 를 사주면 애가 좋아할까? 얘길 들어보니 air swimmer와 함께 애들이 이거 보면 아예 자지러진다던데... 


Duck Song. 아이에게 llama song을 들려주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중독성이 강해서 아이나 나나 멍하니 이 노래를 열댓 번 틀어놓고 들었다.

Social Network. 떠난 전 애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릴없이 릴로드하며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저 작자가 마크 주커버그? 흑형이니 동남아니 쪽발이니 게이니 여자니 그런 거 잘 안 가리는 편이지만 이런 인간은 차별했다. 자명한 사실은, 본인의 보잘것 없는 다단계 합리화 과정을 거쳐도 자기가 병신 같고 찌질한 건 사회 탓이 아니다. 드디어 복지사회가 찾아와도 병신은 그냥 주욱 병신으로 남는다. 예: 돈 많은 병신, 잘 나가는 병신, 공부 많이 하고 머리 좋은 병신, 운 좋은 병신, 친구가 많은 병신, 적과 적인 병신, 기타 등등... 사실 페이스북의 UI나 UX가 뭐가 좋다는 건지, 내가 보기엔 그저 그 회사가 망하는게 수순이지 싶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가 기가 죽어 지낼 일은 워낙 많은데, 일단 돈 못 벌지, 변변한 이성 친구 없지, 머리 나쁘고 얼굴 못 생기고 성격은 그저 주옥같지, 머리에 든 생각은 늘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하지... 남은 건 자존심? 미혼남성의 10%가 40대까지 결혼하지 못했단다 -- 고자도 아니고, 그 흔한 짝짓기도 제대로 못한다. 그래서 선배로써 굳이 충고하는 건 그나마 젊음도 한 때에 불과하여 때가 지나면 일평생을 궁상스럽게 살 게 뻔하니 삶에 미련을 두지 말고 타인에게 이로운 굵직한 거 한 방 터뜨리고 인기스타가 되라는 것. 가령 대통령 암살 같은... 가진게 없으면 버릴 것도 없다. 당신 시체를 딛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왠만한 시련은 신앙을 통해 극복해 나가면 된다.

홈플러스 포인트 적립 카드를 만들면 쇼핑백 준다고 가입하란다. 0.5% 적립되는데 이런 걸 사람들이 뭣하러 만드는지 모르겠다. 당 업체에 개인 이력과 쇼핑 패턴이란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자기 돈 백만원씩 써가며 기껏 챙기는 이익이 겨우 5천원이다. 신용카드 할인도 이 지경으로 괴이하지는 않았다. 박씨는 그건 대다수의 업체가 소비자가 멍청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그런 것들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릎을 탁 쳤다. 그럼 그렇지! 우린 기본적으로 멍청해!
1인당 5,000파운드! (혹은 그 이상)
부자가 되면 차별도 없다
큰 돈을 벌 마지막 기회!

제국 전함 폴리크레스트 호가 조지 국왕의 모든 적들이 설치는 바다를 평정하기 위해 곧 출항한다. 역풍과 조류를 거슬러 항해하도록 설계된 이 배는 독재자의 무력한 전함을 무자비하게 나포하고 침몰시키고 파괴하고 그의 해상 무역을 마비시킬 것이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폴리크레스트 호가 출항하기만 하면 부도덕하고 사치스러운 찬탈자의 궁전에 들어갈 보물과 보석, 실크, 공단, 값비싼 진미를 실은 비대한 프랑스 선박과 겁쟁이 네덜란드 상선은 더 이상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과학적 원리에 따라 건조된 이 놀라운 신형 선박의 지휘관은 그 유명한 오브리 함장!

오브리 함장의 브릭 소피 호는 뱃전 포격량 28 파운드로 지난 전쟁 당시 10만 파운드 상당의 적함들을 나포했다. 고작 28 파운드 포로. 폴리크레스트 호는 양쪽 뱃전에서 가각 384 파운드를 발포한다! 이런 규모라면 그 성과가 어떠하겠는가? 열두 배 이상! 적은 곧 파산할 것이다. 종말이 가까워졌다. 너무 늦기 전에 함께 기쁨을 누리자. 그리하여 큰 뜻을 세우라!

오브리 함장은 선원을 추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신이 매우 또렷하고 총명한 자들만 환대받을 것이며, 1윈체스터부셀의 금을 들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행운아일지 모른다! 서둘러라,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____ 에서 면접이 있으니 서둘러라. 바로 당신이 이 배를 탈 행운아일지 모른다!

국왕 폐하 만세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포스트 캡틴 1권을 읽었다. 마스터&커맨드를 읽은게 몇 년 전이다. 뒤져보니 때마침 2011년 8월 15일 H.M.S 서프라이즈도 번역 출간되었다. 포스트 캡틴 책 전반부는 작정하고 우울한 육지 생활을 기술했는데, 작가의 우수한 연출력 때문에(?) 지상에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미치도록 어서 빨리 바다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달까.
"당장 여관으로 달려와, 알겠나? 올라오라고. 보트 발판도 갖고 와."
"알겠습니다, 함장님."
순식간에 론치가 텅 비었다. 보트의 기다란 나무 발판을 가져오라는 말은 한바탕 드잡이를 의미했다. 정장은 선원들을 재촉했고, 재촉당하는 선원들도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한시도 놓칠 마음이 없었다.
길 끝에서 우르르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뒤에서는 의자가 휘둘리고 부서지고, 욕설이 난무하고, 승패를 알 수 없는 전투가 계속됐다.
"여기, 여기! 창문 바로 아래."
잭이 소리치자 물에 젖은 선원들이 나타나 헐떡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원을 만들어. 거기 아래 서 있어!"
잭이 창문에서 뛰어내린 뒤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소리쳤다. "보트 쪽으로 내려가! 힘내, 어서!"
거리에 있던 일당은 처음에는 주춤거렸지만, 포리 대장과 그의 보하들이 쏜살같이 여관에서 빠져나오며 고함을 지르자 다시 덤벼들었다.
"법의 이름으로! 멈춰라, 법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러자 거칠고 냉혹한 주먹 세례와 으르렁대는 소리,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좁은 길을 가득 채웠다. 선원들은 잭을 에워싸고 바다 쪽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법의 이름으로!"
포리 대장이 다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길을 뚫으려 했다.
"법 좋아하시네!"
선원들이 소리치자 포리와 맞붙어 싸우던 본든이 곤봉을 빼앗아 집어던졌고 곤봉은 길을 따라 굴러가 곧장 바다에 빠졌다. 본든이 말했다.
"이제 자넨 권표도 잃어 버렸어, 친구. 나도 이제 자넬 때릴 수 있으니 조심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얼간아. 안 그러면 뼈저리게 후회할 테니까."
포리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단검을 뽑아 들고 잭에게 달려들었다.
"어쭈, 제법인걸?"
본든이 보트 발판으로 포리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가 진창에 쓰러지자 여관에서 쏟아져 나온 풀링스와 그의 친구들이 포리를 짓밟았다. 이것을 보고 기가 꺽인 일당은 싸움을 멈추고 달아나면서 동료들과 야경꾼, 군인을 데려오겠다고 소리쳤다. 땅바닥에 뻗은 두 명은 내버려 두고 갔다.
"풀링스, 저자들을 끌고 와."
보트에서 잭이 소리쳤다. "진창에 쓰러진 저 친구도. 두 명이 늘어난 셈인가? 좋아. 모두 승선했나? 박사는 어디 있지? 박사를 불러와. 아, 거기 있군. 배를 밀게. 이제 모두 노를 젓도록, 힘껏 저어. 우리 방식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저 친구 아주 훌륭한 선원이 될 거야, 틀림없어. 정말 불독같은 사내야."
쫓기던 경제사범 주제에 법 집행관을 폭행하고 납치해서 채찍질하며 선원으로 써먹는 로맨틱한 시대다. 요새 불독같은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들어 나도 저러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번역하면서 번역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번역자의 변을 들어보니 이런 말이 눈에 띄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방대한 스케일, 혼돈의 시기를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짜릿한 인생 여정, 삶과 자연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그리고 그 바탕에 깔린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

책에서 인용한 저 부분이 잭 오브리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해적떼와 현역 해군 장교가 하는 짓거리가 구분이 안가던 시절의 신나는 해양 모험 소설인데 오타쿠들이나 읽을 것 같은 소설을 번역해서 번역자 본인도 충만한 기쁨을 누렸으니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원서로 몇 장 들추다가 보는게 고역스러워 포기했던 나같은 독자를 기쁘게 해줘서 감사하다.
"모든 현실이 게임입니다. 가장 근본이자 우리 우주의 밑바탕을 이루는 구조라 할 수 있는 물리학은 무척 단순한 법칙과 확률들의 상호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도출되는데, 가장 우아하고 지적, 미학적으로 만족스러운 최고의 게임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미래는 불가지하고, 또한 아원자 레벨에서 완벽하게 예측할 수없는 사건들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는 늘 유연한 상태에 있으며 변화 가능성과 언젠가는 우세하게 되리란 희망, 즉 멋없는 단어를 쓰자면 승리의 희망을 안고 있지요. 이렇게 볼 때, 미래는 곧 게임입니다. 시간은 게임 규칙 중 하나고요."
이언 M 뱅크스, 게임의 명수. 뱅크스 소설 중에 이처럼 우울하고 찌질한 것도 있구나 싶었다(이전에 읽은 것들과의 차이라면 우수의 강도랄지 운명의 잔인함이랄까...). 역사적으로는 팬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소설이자 대표작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혹시 번역 때문일까? 그래도 뱅크스의 글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소재가 시시한 걸 뭐 어쩌겠나.

War Photographer. 우연찮게 다시 봤다. 지나치게 드라마적인(말하자면 연출된 것처럼 강렬한) 사진을 찍어대는 James Nachtwey가 내 취향에 맞은 적이 없었다. 낙트웨이가 대단한 사진가일까? 그 업계에서는 그랬다. 

 이하 사진들:

좋군.

평범하지?

명암비를 좀 더 높였으면 좋겠다.

나라면 눈썹 아래 부터 잘랐을 것.

이런 걸로 돈을 받으면 솔직히 쪽팔리지 싶은데?

흥. 연출.

이런 사진은 나같은 범부도 찍는다. 게다가 시선이 영 밥맛. 인도네시아의 가난이라... 

현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동료가 죽으면 먼저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고통의 도서관이 있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서리얼리스틱한 르포르타쥬를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것들은 저질 포르노에 가깝다고 여겼다. 사진 찍기 바쁜 저 작자는 시체를 헬기로 나르는 것을 돕는다.

사진 찍는 놈들은 사진만 찍고 떠난다. 위선이 아니라도 시선이 역겨울 때가 있다. 저 작자 사진에 좀 혐오감을 느껴서 때마침  EIDF에서 나온 한 다큐를 부러 소개하자면;

Position Among the Stars. 인도네시아의 가난에 관해 이런 시선도 있다. 배운 것 없고 가난하지만 '이 세상에 국민을 섬기는 정부는 없다'는 걸 알 정도의 지능과 개념을 탑재하고 빈민구제를 받기 위해 서류 조작을 서슴치 않으며 여차하면 뇌물이라도 먹일 기세인 사람들이다. 카메라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Position Among the Stars. 하나 밖에 없는 조카는 할머니가 집문서를 팔아 대학에 보내주려는데 남자애를 만나 희희덕거리기나 한다. 삼촌은 조카에 실망해서 그녀를 두들겨 패고 망연자실한다. 

Position Among the Stars. 할멈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장작을 구하러 돌아다니지 않도록 가스렌지와 가스를 구해 주지만 친구는 문명의 이기를 거절한다. 그들은 소녀같이 별을 바라보며 어렸을 적에 배운 노래를 부른다.

Position Among the Stars. 은하수가 반짝이는 들판에서, 할멈이 말했다 '춤을추고 싶어.' 은하수와 송전탑이 멋졌다. 다큐 만든 작자들은 이걸로 무슨 아이러니를 만들고 싶어했겠지만 송전탑과 은하수가 조화를 이를 수 있는 시대가 진심으로 도래하길 희망한다.

Position Among the Stars. 거리에서 댕기열 소독약을 뿌릴 때 백수나 다름없는 삼촌은 제 아내 브래지어로 코를 막고 자기가 키우는 전투 물고기들을 돌본다. 이 다큐 보면서 무척 좋은 카메라로 찍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war photographer에서 느꼈던 재수없는 냄새를 깔끔히 날려줬다.

'세상에 외치다(Be the voice)'가 주제였던 올해의 EIDF 다큐 중 일곱을 보았고 그 중 '내 별자리를 찾아서'나, '마라톤 보이', '보이지 않는 현', '그린 웨이브' 등을 재밌게 봤다. '보이지 않는 현'의 연주자 솜씨가 훌륭하지만 국내 주자들도 저 정도는 다 했다, 이를테면 각종 공쿠르에서 떨어지고 지금은 어디 촌구석에서 음악학원 운영하는 노다메 비슷한 여자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재 소리 좀 듣던 흔한 한국 여자들이 그랬다. 아참, '보이지 않는 현'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워낙 구리긴 했다.

미국을 한 동안 들끓어오르게 했던 타이거맘이 우글거리는 한국에서 노다메들은 스파르타식으로 벼려지고 자유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절절하게 느낄 터였다. 그런 절박감에 드라마가 더해지면 대단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긴 한국에서 누군들 드라마처럼 살지 않았겠는가.
'나는 평범하게 살았어요' 라고들 말하지만, 12년 동안 수용소나 다름 없는 교육 시설에서 강제 교육을 당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렸고 일부 남자들은 2년 남짓 국가에 강제로 징집당해 국가안보에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희생당한다. 그리고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중 일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갔고 대다수는 십수년의 세뇌교육도 말끔하게 잊어버릴 정도로 혹사를 당한다. 술김에 산다. 정치적으로는 다이너믹하고 우라질 일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지고 세계 경제 환경에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지독한 생존압에 시달려 왔다. 북한은 정례 행사처럼 포질을 해대고 일본과 중국은 사실상 경제적 주적이자 끊을 수 없는 동반자다. 나라의 생존이 세계 열강들과의 미묘한 외교정치적 줄타기에 달려 있다.

그러니 공쿠르 출전 자격에서 떨어지고 백수 생활 하다가 시골로 이주해 아이들 음악 학원 강사로 근근히 입에 풀칠하며 사는 노처녀의 삶도 그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영 다이나믹 해서 어쩔 수 없이 파란만장하달 밖에.

Falling Skies. 맥 빠지는 액션 뿐만 아니라 맥 빠지는 시즌1의 결말. 떡밥이라도 좀 던졌어야지 싶다.

이름을 잃어버린 여신.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일본 아줌마들. 아이를 통해 자기 위신을 세우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니 놀랍고도 신기했다. 마치 남편의 직위가 남편의 삶과 별 상관없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라도 되는 냥 거들먹거리는 한국 사회의 천박스러움처럼? 70~80년대 한국도 아니고... 일본의 한 정치가가 몇 년 전에 일본의 전업주부들 더러 기생충(parasite)이라고 떠들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드라마는 용두사미격. 이 여자들이 끝까지 마녀였고 철저한 피의 복수가 이어졌더라면 명작 반열에도 낄 만한 소재였다. 그게 참, 일본 답게 좋은 주제, 소재를 생매장하는데는 확실히 일가견이 있다.

Suit S01E08. Good Wife와 더불어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 Good Wife와 더불어 무척 실용적(?)인 내가 굳이 HD급 화질로 다운받아 보는 드라마. 저 작자랑 나는 캡틴 제임스 커크가 남자 중에 남자 라는 것에 생각이 일치.

Suits S01E09. 이 양반 일 하는 거 보면 시원시원하다. 나랑, 굿 와이프랑, 우울한 덱스터랑, 함께 일하면 무척 재밌을 것 같은 작자. 물론 내가 프로젝트 팀장.

vandread 극장판. 설마 이것도 안 본 걸까? 싶어서 부러 관람하니 1,2 편 보고 남/녀가 편갈라 싸운다는 컨셉이 마음에 안들어 관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1,2화만 그랬고 그들을 돼지처럼 키워 장기와 피부를 벗겨 먹고 사는 그들 공동의 적, 지구인을 무찌르는데 힘을 합친다. 사출무기도 아닌 빔 무기가 저런 아름다운 리사쥬를 그린다는 것에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건담 시리즈 중 끝끝내 안 봤던 것이 턴에이와 윙이었는데, 더 볼 것이 없어 하는 수 없이 턴에이 건담을 봤다. 시발스런 공돌이나 밀덕 마인드로 점철된 여타 시리즈와 미술에서(아니 시선) 현격한 차이가 났다. 하도 오래되다 보니, 기름칠이나 잘해야 할 공돌이 프로그램 중에도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림이 훌륭해서...

건담도 진화를 한건가? 착각하다가...

혹성탈출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인상을 한, 전쟁에 미친 원숭이를 보니... 역시 일본 애니답다.

부다의 환생. 여늬 성화처럼 기분 나쁜 해석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 장면. 워낙 종교가 끼친 해악이 크다보니 종교를 인정하려는 수십년간의 의식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이런 장면을 보면 배멀미가...

Outcasts. 닥터 후를 비롯해 뭘 봐도 기대 이하인 영국 SF 중 하나. 어떤 자식들이 만들었는지, 이걸 SF라고... 하는 한숨만 나왔다.

EIDF. Green Wave. 이슬람 혁명 후 비밀경찰이 판을 치는 이란에서 2년전, 그러니까 2009년 선거가 있었다. 무사비는 당선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이맘 하메네이는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원했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비밀경찰은 시위대를 두들겨 패서 죽였다 -- 사복 비밀경찰은 내세에 천국을 약속받았다. 요구르트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가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어 거리에 쓰러졌고, 네다가 이때 길에서 죽었다.

2002년과 달라진게 없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석유 판 돈을 국민에게 분배한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과 다수당은 대규모 시위가 이란의 분열을 획책하는 서구열강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고, 그들은 나라를 바꿀 기회를 놓쳤다. 최근(2011) 하메네이는 아흐마디네자드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다시 기회가 오게 될까?

마리아가 사는 방법(Maria's way). 마리아의 길이다. 까미노 델 산띠아고를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어머니 때부터 내려온 대로 도장을 찍어주고, 때가 맞으면 무화과를 대접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머리 수를 센다. 죽을 때까지. 마침 흔한 미국인 여행자들이 지나갔다. 

15분 남짓한 다큐는 그게 다였다. 그게 마리아의 인생이었다. 대체 왜 찍었는지 모를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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