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14.02.12 we all have baggage 2
  2. 2014.01.29 생물 다양성
  3. 2014.01.22 라스 프리마스 그란 파밀리아 1
  4. 2013.12.16 주말에 놀기
  5. 2012.08.15 et voila!
  6. 2012.08.15 touch wood
  7. 2012.04.03 fate always finds a way
  8. 2012.02.22 तत्त्वमसि
  9. 2012.02.05 hunt the cunt 2
  10. 2012.01.10 nitrogen cycle 1
  11. 2011.12.16 reason will prevail! 2
  12. 2011.11.01 DBAA
  13. 2011.10.01 who cares wins
  14. 2011.09.04 joie de vivre
  15. 2011.08.16 you can't handle the truth 1
  16. 2011.07.31 the answer, my friend 1
  17. 2011.06.29 to infinity, and beyond 1
  18. 2011.06.02 should be more?
  19. 2011.05.26 취미 생활 3
  20. 2011.05.17 Zero Tolerance
  21. 2011.05.01 수경재배 3
  22. 2011.03.09 히와르 아인
  23. 2011.03.04 2nt4 1
  24. 2011.02.14 villianaire
  25. 2011.01.24 mistletoe 2
  26. 2011.01.02 hic et nunc
  27. 2010.12.06 put a baby in your bally? 3
  28. 2010.11.12 Why Mars?
  29. 2010.11.01 daddy's gonna tell you no lie... 1
  30. 2010.10.21 we should buy a bar 1

we all have baggage

잡기 2014. 2. 12. 18:06


딸아이한테 가끔 밤마다 들려주던 작년 여행 얘기는 거의 끝났다. 일년이 걸렸다. 딸 외엔 내 얘기에 관심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편하다.

Paris


딱히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Camino De Santiago


신발 끈이 끊어지고 가져갔던 양말들이 모두 구멍이 나고,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으며 몸도 젖고 영혼도 쫄딱 젖은 채 걸었던 길,


Camino De Santiago


울던 사람들, 웃는 사람들, 지쳐서 포기한 이들, 여행 중에 죽은 이들...


Camino De Santiago


애가 커튼 만들겠다니 아내가 십 년 전에 쓰던 내 룽기를 아이에게 줬다. 내 밀레 배낭은 쓰레기라고 버리면서 아내는 자기 배낭은 버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내가 날더러 애와 둘이 놀러가고 자기는 저 혼자 놀러 가겠단다. 암, 여행은 혼자 개고생 해야 제맛이지. Travel의 어원이 개고생이다. 


Porto


술을 마셨다. 52일 중 이틀만 빼고 매일 마셨다.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게 언제부터 생활이 되었을까?


Budafest


작년 말 딴지 인터뷰에 환타님이 나왔다. 재밌기도 하고, 남 얘기 같지 않다. 제작년 마누라 여행 사진 정리 중에 환타 아저씨랑 찍은 사진을 보니 서로 아는 것 같다. 라가 까페 내외와 소울이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 바닥에서 셀러브리티인 환타님이나 심바나 엘리가 여행하던 시절에 마누라나 나도 인도에 있었다. 소위, 세계로 가는 기차 시절? 마누라는 열댓 번쯤 인도에 갔고 나 같이 인연에 흥미가 없는 자폐증 히키코마리와 달리 그 바닥의 알만한 사람을 거의 알았다. 


Budafest


인터뷰의 환타 아저씨 말대로 인도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서로 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알록달록하고 지저분한 싸롱을 입은 채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시골 벤치에 배낭을 대충 던져두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나와 비슷한 복장을 한 옆자리의, 어느나라 사람인지 딱히 관심은 없지만, 아무튼, 외국 거지의 낌새를 드디어 눈치채고  통성명 없이 어디가 제일 좋았다느니 하는 얘기나 나누고... 말해 뭣 하나 싶은 무수한 경이와 아름다움과 인연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고생. 


Plitvice


별별 일이 다 있었지만 애써 생각하긴 어렵고, 요새는 추억이 거의 꽃포장이 된 채 각색되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를테면 요새 꽃보다 누나로 유명해진 플리트비체에서 얼음장 처럼 차가운 물에 수몰된 산책로를 고생하며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외국 여자애 둘이랑 아침저녁으로 싸돌아다니기도 했다. 


Barcelona


한국남자애들을 찌질한 마초에 눈치없고 매너없는 머슴 취급하는 부류가 많아 한국 여자들을 피했는데, 예전에(지금도?) 한국 여자들은 비교적 기대 수준이 높아 사귀면 삶이 견조하지 못하니까 차라리 외국 여자를 사귀라고 권고하는 글을 동호회에 썼다가 다구리를 당한 적이 있다. 한국 여자들은 괜히, 소득이 낮고 피해의식에 쩔어 있고 현실적으론 병신 주제에 과대망상에 빠진 개마초같은 한국남자에게 시간낭비할 것 없이 매너 좋은 선진국의 여유있고 잘 생긴 외국 남자랑 사귀는게 적절하다. 세계는 넓다. 그게 맞고, 한국남자들은 원래 돈 없고 찌질한데다 생긴 것도 오징어 주제에 결혼해서 여자 고생시키며 자기도 힘들게 사는 등, 괜히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혼자 행복하게 살던가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길. 울지 말고. 그리고 이 흉흉한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이십 년을 아이에 메어 사는 것은 자기학대이자, 이기적인 동시에, 죄악에 가깝다. 


Split


십 년 전 쯤에 별 생각없이 지껄인 이런 말이 여전히 웃겨 보일지도. 병적인 허영과 금전만능의 시대인데 그래도 사랑과 낭만이 있다고 믿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Lisbon


지금은 십 년 전과 생각이 다르다. 히피들과 어울린다고 생노병사가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 Live light니 respect simplicity 같은 '생각'이 생활과 일치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혜능 말대로 맑은 거울같은 내 마음엔 티끌 한 점 없어 갈고 닦을 것도 없어서? 그런데 리스본에서 먹은 음식들은 맛있었다. 


Lisbon


그리고 한국 여자와 결혼한 지 십 년 째인데다가 심지어 애를 낳아 기른다. 나는 위선자인가? 그러게. 술 마실 때 남들 안 들리게 기도삼아 중얼거리곤 했다; One for the road. 실은 흥겹다.



Barcelona


말과 생각과 염원과 기도의 덧없음은 그렇다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앞으로도 세상이 이해가 안 갈 것 같으니 여행을 더 많이 해 봐야 한다. 돈 없고 못 생긴 오징어에게 세상은 쓰디 쓰지만, 그래도 낭만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여행하는 여자와 만나길 적극 권하는 글이 있다: Don't date a girl who travels.


Madrid


은하수를 보기 힘들 뿐더러 반닷불이의 집단 동조를 보기도 힘들다. 빙하를 만져보거나 용암을  보기도 어렵당!~~><귀염~~!!다람 !!~~~ 이거 쓰는 중에 딸이 끼어 들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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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

잡기 2014. 1. 29. 20:44

우동을 만들어 먹기 위해 키우는 쑥갓과 된장국에 넣어먹기 위해 키우던 근대 외에 집 여기저기 잡다한 식물이 살고 있다. 죽이지 않을 뿐더러, 죽지 않았으면 죽지는 않도록 한다는 방침 때문에 살아 있는 것들... 수조에도 꽤 많은 물고기들이 살아있다. 엊그제 한 3년 산 구피들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죽은 구피는 죽지 않았으면 부러 안 죽이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화분에 묻었다.


그러다보니 달팽이가 달팽이 같지 않게 되었다. 


딸애가 좋아하는 일명, 누룽지 케잌. 전기밥솥이 시원찮아 자주 냄비밥을 만들어 먹다 보면 숭늉이 먹고 싶어 누룽지를 만들면 딸애와 아내가 모두 먹어 버렸다. 나는?


기념비적으로 엿 같았던 2013년의 마지막 저녁.


올 해는 좀 나아지길, 운을 바랬던 2014년 1월 6일.


새우 파스타. 언제부터 파스타를 잘 하게 되었지?


맥주 안주로 만들어 먹다 보니... 맥주 안주로 먹으려고 집에서 밀가루 반죽부터 해서 피자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무려 일곱 번 고장나서 일곱 번 수리해서 아직도 쓰고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 


비슷한 경우로 안경을 들 수 있는데, 안경은 지난 1년간 여섯 번 정도 부러졌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경은 우수한 내열성과 내냉성, 내충격성 따위를 겸비하고 있으나, 힌지 부분이 약해 사람 몸무게 정도에 안경이 접히는 힌지가 부러지곤 했다. 플라스틱이라 강력 접착제로 붙이길 무려 일곱 번. 잠자리에 누워 태블릿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지쳐 안경을 벗지 못한 채 잠이 들다 보면 아침에 안경알이 튀어나오고 힌지가 부러진 안경을 보게 된다... 망가지면 수리하고 하는 짓이 오래되니 궁상이다.


출근하다가 찍은 패랭이꽃. 뜬금없지만...


니제르의 젊은 여인이 있었다네.

호랑이를 올라탄 채로 미소짓던.

그들은 산보에서 돌아왔다네.

여인을 배 속에 넣은 채로.

그라고 호랑이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네.


이 싯귀의 일부나 전부를 어쩌다 책에서 읽을 때마다 검치호를 타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꿈을 떠올렸다. 


사무실에서 근무 중 머리 식히러 나왔다가 내가 왜 이런 엄한 곳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했다. 산속에서 길이 끊겨 돌아왔다. 이것도 마찬가지:


수만의 낮과 밤 동안을 달려서

세월이 그대 머리에 흰 눈을 덮을 때까지.

그대는 돌아와서는 내게 말하리니

그대가 마주친 모든 기이한 일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잊어버렸을 것이다. 2012년 11월. 교통사고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이 흥미롭게 생긴 전기자극기를 사진 찍었다.


캡쳐한 사진을 버리기 전에...


아쿠에리온. 이런 장면을 보면 내가 다 쪽팔렸다.


에우레카 7 AO. 지금까지 본 드라마나 애니들 중 뭔가 할 말이 있었던 장면에 토를 달려고 장면을 캡쳐해 뒀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다.


마르독 스크램블. first impression.


소드 아트 온라인. 우울한 시기였다. 이런 걸 재밌게 봤다고 할 수도 없었던 시기.


마제스틱 프린스. 재미 없음.


취성의 가르강티아. 뭐 이래?


악의 꽃.


한니발.


한자와 나오키. 


House of Cards. 2기를 기다리는 중.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보던 중 발견한 장면. 


Naked and Afraid. 발가벗은 남녀 둘을 어디 오지에 떨구어 놓고 살아 날 수 있나 보자고 만든 리얼리티쇼. 설정이 그리 좋은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음.


Naked Castaway. 네이크드 앤 어프레이드와 비슷.


파닥. 마무리가 애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


Person of Interest. 여전히 보고 있는 드라마.


The Good Wife. 여전히 보고 있고, 취향에 맞아 재밌다.


Newsroom. 극작가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드라마.


나인. 재밌다.


Veep. 재밌다.


고독한 미식가. 잘 먹어댄다.


슈타인즈 게이트. 이래서 일본 애니가 점점 식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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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ost Human. 뭔가 좋게 시작하다가 극작가가 누구인지 욕이 나오기 시작.


라스 쁘리마스 그란 빠밀리아가 안 보임. 근래 먹었던 와인 중 가성비 갑이었는데. 에스빠냐, 가볍고 프루티, 대기에서 하늘거리는 보랏빛 베일 저편에 비치는 텅스텐 백광. 잘 마셔대긴 하지만 와인맛 따윈 모른다. 비노 베리타스에 관심없다. 엘에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와인 댓병 쌓아놓고 퍼마셔대고 맛이 간 여행자들이 가관이 아니었다. 나도 와인을 병나발 부는 축에 속했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로스 아미고스와 기꺼이 합류했다. 그러고 샌디에고에 어떻게 갔는지 통 기억이 안 난다. 


한 달 전에 딸애 교통카드를 만들어 주려고 GS25에서 pop카드를 청소년용으로 구입.

구입 당시에 청소년 용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사용.

그런데 버스 찍을 때마다 성인 요금이 과금됨.

청소년은 교통 카드 등록하는게 생각나, pop 카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pop카드 발급한 다음에 10일 이내에 popcard.co.kr에서 등록해야 한다고 함. 10일이 지나면 성인 요금이 부과됨(그럼 구입할 때 그렇게 고지를 하던가!).


pop카드 교통카드 등록 시도.


본인인증을 받으려니 딸 명의 휴대폰이 없어 인증 안 됨.

혹시나 해서 내 명의로 인증 시도 하나 안 됨.

회원 가입하면 되는가 싶어 회원 가입 했으나 안 됨.


위엣 과정을 한 30분간 뺑뺑이 돌면서 궁리.

FAQ 검색했으나 뭔 소린지 중언부언.

뭐 이런 발로 만든 웹사이트가 다 있는지?


휴대폰 대신 아이핀 인증 시도를 하기로 함.

딸이 미성년자라서 실명확인 오류 (주민번호와 이름이 매칭이 안된다네)

인터넷 실명 등록 시도.

밤에는 등록이 다음날로 밀림. 어쨌거나, 등록 시도.

법정 대리인 등록 해야 함.

휴대폰,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인증 중 공인 인증서 선택

JRE(자바) 설치했으나 공인인증서로는 안됨.

휴대폰으로 변경

나이스아이디 나와서 실명등록 요청 신청됨. 내일 다시 시도하기로.

이 모든 과정을 여러 악명높은 액티브 엑스들이 함께 해 주심.


연말정산 때문에 오늘 관공서 사이트를 여기 저기 오락가락 하다보니 수십 개의 액티브 엑스가 설치되어 컴퓨터가 더럽혀졌다.


액티브 엑스 태동기(?)에 안기부의 등신 짓거리에 하도 화가 나서 한껏 젊음을 발산했지만 젊음이 다 그렇듯이 소득은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의 보안 수출 제한 때문에 액티브 엑스 외의 수단이 없었고 보안 수단으로써 참 웃기는 것이었지만 당장 사용할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는 현실론을 받아 들였다. 지난 5년은 범국민적 차원에서 액티브 엑스 제거에 발벗고 나서야 했으나(그 쓸모없이 평화적인 촛불 시위는 이럴 때 제격이다), 보안 업체가 정부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탓인지 이 놈에 액티브 엑스는 왠만한 개발도구 보다 수명이 길었다.


뭣 때문에 요즘 영재 얘기로 시끄러운지 모르겠지만 어린 아기가 영재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 중에 직선 긋기가 있다. 신경전달 피드백에 의한 근 조절이 사고와 동기되는가를 보는 것인데 그와 유사한 여러 종류의 표지(?)가 있지만 이게 제일 간단. 아이가 영재라면 그때부터 헬게이트가 열리니 좋을 것도 없겠고. 지능이 높은 것은 진화상 쓸모없는 돌연변이나 팔 하나 없는 병신이라고 생각하면 잘 맞았다. 그런 것보다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사랑받고 삶을 즐겼으며 언제 떠나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것이 의미있지 않을까?

3주째 두통. 타인의 태업과 무능함을 상처받지 않게 가공포장 하는 무의미한 잡일에 20일이 걸렸다. 마냥 좆같지. 저번 토요일에 이어 이번 토요일에도 마누라가 보내준 무슨 수업에서 재활용 예술가에게 재활용 예술을 배우고 실시했다. 쓰레기를 가져갔다. 아이들에게 동네 쓰레기통을 뒤져 쓸만한(?) 것을 줏어와 뭔가 작품 같은 걸 만들어보게 하다가 부모들의 반발로 강좌가 폐지된 작자였다. 연도를 언제로 잡아야 할까 다소 논란이 있지만 1998년 즈음 부모들이 그 이전 세대의 부모보다 더 속물스럽고 병신같아 진 것은 사실. 언젠가 솟대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노인네가 나와 딸을 위해 솟대를 만들어 줄 때 자기는 돈 때문에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예술가들이 다 그렇단다. 


Being understood is an underrated pleasure. 몇 년 전에 제인이 그렇게 종알거릴 때면 반사적으로 혹시 내가 사람들에게 이해받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나 검색했다. 어렸을 적에 싸이코 소리를 듣다가 요새는 정상인이 되었다. 내가 변했다지만 그보다는 세상이 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언제 끈이 잘려도 후회할 것 같지 않았다. 최근 십년새 변한게 있다면 농담을 잘 안 하게 된 것, 멘탈 갑에 그릿 인덱스 만땅의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그럼 또라이 수량 보존 법칙에 따라 근처에 일정 수의 또라이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자신이 또라이인지 의심해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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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놀기

잡기 2013. 12. 16. 20:28

11/24 여우길. 수원 둘레길 중 일부. 바람이 쌩쌩 불었고 아이가 지쳐서 코스의 반쯤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지동 시장에 가서 호떡과 어묵을 사 먹었다. 23일에는 대형마트에서 풍선을 사서 공원에서 놀았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 나오면서 풍선 입구에 있는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간단한 기구인데 아이가 재밌어 했다.


11/30. 왕십리-수원 복선 전철 개통. 하릴없이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왕십리까지 갔다. 


12/7 알루미늄 포일과 성냥개비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성냥 로켓. 아이가 발사 후 떨어진 착지점에 표시 중. 발사대는 페이퍼 클립으로 만들었다.



12/8. 국립박물관. 모처리 방문. 아이가 삼국시대에 관심이 많아 1층 절반 가량을 관람. 통일신라부터는 지쳐서 더 데리고 다니지 못했다. 3층까지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듯. 예전에도 박물관을 한 바퀴 도는데 나흘, 즉, 2주 동안 주말을 다 보냈다.


12/14. 눈 내리는 날. 광교산(582m) -> 백운산(567m) -> 고분재 -> 바라산(428m) -> 425봉(425m) -> 하오고개 -> 청계산 국사봉(542m) -> 이수봉(545m) -> 청계사 . 올 봄에 눈을 맞으며 까미노를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오고개를 넘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 환상적이군. endomondo가 워낙 battery를 많이 소비하는 app이라서 사용을 중지. 대신 GPSr로 로깅을 했고, GPSr의 SD 카드를 뽑아 휴대폰에 장착한 후 트랙로그를 가져와 endomondo 사이트에 트랙로그를 올렸다. 휴대폰은 블루투스로 5 시간 동안 음악을 들었는데도 50% 가량이 남았다. 


눈밭에 우뚝 서 있는 저 철탑을 작년에도 지나갔다. 그때는 눈이 많이 와서 고압선 주변으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밀양 송전선 생각이 났다.


앞선 발자국은 내린 눈에 덮였지만 그래도 흔적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조용하다. 사람이 별로 없는 오후의 능선길.


청계사로 내려가기 전. 이수봉 부근. 눈도 그치고, 청계산 망경대까지 오르려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5시간 동안 15.53km를 걸었고, 1300m를 오르락 내리락.


12/15. 올 여름에 눈이 내리면 여길 가야지 하고 있다가, 마누라가 마침 아이 탈 썰매를 구입했다. 집에서 20분 거리. 화성이 에두른 팔달산 자락은 차량 통행이 통제되어 있고, 눈이 오지 않은 날에는 용기차가 지나다니는 한적한 길인데, 눈이 내리면 이렇게 좋은 썰매 코스가 된다. 거의 100m에 달하는 길.


12/15. 화성행궁에서 서장대로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 아이한테 손으로 방향 트는 방법과 발로 썰매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가르쳐 주니 처음 타고 속도 제어가 안되 덤불에 쳐박혀 무섭다고 엉엉 울던 애가 좋아라고 썰매질. 위/아래 코스를 합쳐 오르락 내리락 한 고저차를 합치면 못해도 6-700m는 될 듯. 왠만한 산 하나 오를 정도의 높이를 올랐는데도 아이가 지친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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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voila!

잡기 2012. 8. 15. 18:10
엊그제 일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다. 아내의 미니벨로 뒷자리에 딸을 태우고 하이브리드건 싸이클이건 신나게 앞서 달리는 자전거들을 추월. 평속 30kmh 가까이 나왔지만 엔도몬도에 기록이 안 되어 허무(휴대폰이 저혼자 리부팅). 유일하게 나를 추월한 사람이 있었는데 등짝에 GRD ASKY. 를 큼지막하게 새겨놓은 스르륵 당 사람. 여의도와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약 30km 가량 달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이 갤탭으로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놓았던 걸 오늘 발견하고 허걱. 


페이스북을 블로그처럼 쓰려니 기능이 한심하다. 날짜를 알아보려고 내가 쓴 글을 찾아보려니 그것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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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라그랑쥬.


The Office.



김종욱 찾기.


The Newsroom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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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wood

잡기 2012. 8. 15. 18:10

대충 쓰고 올리자. 언제까지 이 엔트리를 내버려둘 수도 없고. 2012년 4월 6일 이후부터.

'모던 가야그머'의 음악을 들었다. 어렸을 무렵에 현을 스물네 줄로 늘려놓은 모던 가야금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을 늘려서 크게 달라진 걸 느끼지 못했다. 현악기에서 모더니티 하면 대뜸 스티브 바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tender surrender 같은 '구닥다리'를 요새 듣는 사람이 있을까? 장르로써의 락이 패션과 마찬가지로 유행이라니까, 필경 세월이 흐르면 복고풍이 다시 찾아올 날도 있겠지. 이를테면 내 딸애와 연기가 가득한 어두컴컴한 카페에서 wish you were here를 들으며 하시시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휴대폰 벨소리를 두어 소절 듣자마자 알아 차린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자리에서 두 명이나! cause we've ended as a lover 회사 CEO는 내 휴대폰 벨 소리가 괴상하단다. 난 소녀시대도 알고 지미 페이지도 알고 펀자비도 듣고 소카도 듣고 지글거리는 카세트로 남도 타령도 들었다. 편견으로 바벨탑을 쌓은 내 관점으로 보자면, 평생 나비처럼 팔랑팔랑 영혼 돋는 기타 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세상에는 본의 아니게 평생 드가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고, 취향과 고집으로 눈을 가린 채 비좁고 시시한 세계에서 쳇바퀴를 도는 사람도 있다. 평생 꾸란을 들어본 적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나 평생 이사야기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평생 리스트의 피아노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이 죽은 사람들이나... 

재차 말하건대, 편견으로 바벨탑을 쌓은 내 관점으로, 그렇게들 살다 간다.

4/27. 급조된 회사 체육대회에서 열심히 뛰는 직원들을 관람했다. 오전을 보내며 낮술을 마시다가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와 몇몇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 데드스타 공략하듯이 한 달이란 주어진 시간 동안 합리적으로 말이 안되고 이성적으로 미친 것 같은 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일은 일이고, 노동절을 끼고 4박 5일 일정으로 직원들끼리 돈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약 4개월간 직원들끼리 돈을 모았지만 내심 회사에서 지원이 있길 바랬다. 지원은 개뿔. 덤으로 그 전에 있었던 회사 체육대회에서 얻은 눈병으로 두 눈이 팅팅 부은 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최소한 2주 동안 아침이면 말라붙은 고름 때문에 눈을 뜨기도 고통스러울 꺼란다. 

그래서 모처럼의 제주 여행이 나름 비참했다. 계획은, 자전거를 빌려 3일 동안 혼자 돌아다니는 것. 비가 왔고, 눈에서 고름이 났다. 직원들과 함께 간다지만 사실 제주도에 도착하면 각자 알아서 노는 일정이었다. 

(클릭=확대). 그래도 이런 해수욕장을 돌아다녔다. 비가 줄기차게 와서 뭐...


비바람 속에서 다랑쉬 오름을 오르고...

갯깍 주상절리에서 황소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고...

(클릭=확대) 비자림에서 폭우를 맞고 쫄딱 젖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거 말고. 바빠서 잊고 있다가 여행 후 한 달쯤 지나 그 사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자전거 타고 인근에 갈 데가 없어 용인에 갔다. 안내 표지판에 따르면 이 선돌이 쓰러지면 마을이 멸망한단다. 왠지 넘어뜨리고 싶었다. 용인의 관광꺼리 중 하나인 경전철을 보러 간 것이다. 난해한 설치 미술품 같은 경전철의 전 코스를 그대로 돌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경탄사가 나왔다. 

XBMC로 TED 보기. 유일하게 TV로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면 이것 뿐. 이것 하고 Boston Big Pictures. 컴퓨터로 봐도 되는데, 거실에 반쯤 누워 보는 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심심해서 만들어본 파운드 케익.

2012/05/08. 수경재배 중인 양액통의 수조에 물을 자동 공급하기 위해 궁리했다. 

수조에 자동 급수 하는 방식 리뷰:

  • 마이크로 스위치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니플 15A (1/2") -> 8A (1/4"):  15A 수도관 호스 한쪽을 이경 니플에 달고, 다른 쪽에는 8A 내압 호스를 달아 솔레노이드 밸브에 연결. 솔레노이드 밸브의 개폐는 수위 감지용 부이를 달아놓은 마이크로 스위치로 한다. 문제점: 마이크로 스위치의 방수 처리, 수명과 관련된 접점 노이즈. 
  • 오뚜기 스위치(또는 플로트 스위치)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 니플: 마이크로 스위치 구성보다 덜 번잡. 플로트 스위치는 220V 내압에 필요한 것을 구하기 힘들다. 오뚜기 스위치는 가격이 비싼 편이나 구성은 간단.
  • 전극봉 + 수위조절기 + 솔레노이드 밸브 + 이경 니플: 3점 수위 조절이 가능. 수위 감지부의 전극봉에는 AC 220V를 24V로 분압하여 공급. 
  • 15A(1/2") 수도관 어댑터 + 볼 밸브(또는 감압 밸브) + 수평(수직) 볼탑 : 정수기용 수도관 어댑터와 감압 밸브 사이를 8A 내압 호스로 연결하고 수조에 볼탑을 설치해 볼탑의 부이 위치에 따라 수돗물의 공급을 제어. 장점: 전기적 구성이 배제된 기계적 구성으로 비교적 저렴(대략 2만원 이하).

어느 방식을 택하던 물고기 키우는 수조와 양액 수조에 모두 사용 가능하다. 볼탑을 사용하는 방식은 볼탑 자체의 부피 때문에 조그마한 수조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것도 있다. 문제는 감압이다. 안그래도 수도관의 압력이 있는데다 15A에서 8A로 도관이 좁아지면서 압력이 더 커진다. 감압 밸브는 10~20kgf/cm^3을 3kgf/cm^3 가량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솔레노이드 밸브 방식에서도 감압 밸브는 필요하다.

수위조절기를 제외한 다른 방식은 2점 수위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위가 조금만 낮아져도 끊임없이 개폐가 되면서 물이 질질 흘러 들어간다. 이런 면에서는 수위 조절기 방식이 훨씬 낫지만 대규모 양액조가 아닌 소규모 재배에는 구성이 더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상, 자동 급수 방식을 검토하다가 예산 상의 문제로 15A(1/2") 수도관 어댑터 + 볼 밸브 + 수평 볼탑 방식을 적용. 

수도관 어댑터. 15A 에서 8A로 변환 후 개폐 밸브를 달아 놓았다.

양액 수조내 수평 볼탑. 수위가 낮아지면 수돗물이 자동 공급되다가 수위가 일정 선에 다다르면 멈춘다.

발아용 배양조. 이 때는 생각이 없어서 씨앗을 양액에 담가놓았다. 씨앗은 싹틀 만큼의 양분은 가지고 있으므로 양액에 넣어둘 필요가 없다. 

2012/7/24. 여러 가지 잡다구리한 수경재배 환경. 작년에 쓰던 배양토 재배조에 미련이 남아(아까워) 거기에도 작물을 재배했다. 한편으로는 수경 재배와 비교도 할 겸. 작년의 경우 별 차이가 없었지만 수경재배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니 수경재배 쪽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이상기후 탓인지, 아니면 종자 탓인지 꽃씨들 대부분이 발아하지 않아 아쉽다. 나팔꽃만 잘 자랐다. 

물의 저항은 500~5000ohm 가량. 간단한 전자회로(또는 MCU 내부의 comperator)를 사용해 수위조절기처럼 수위 검출이 가능. 물의 저항역수는 EC(또는 TDS)와 관련이 있으므로 수온과 물의 저항을 측정하면 TDS 미터가 구현된다. 다시 말해 수위 조절과 TDS 측정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EC 관련 수식 찾는 중. 하여튼 덕택에 이래저래 공부를 많이 한다.

수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2/5/3. 어디서 흘러들어 왔는지 개구리밥이 이상 증식. 수조에서 걷어낸 개구리밥을 별도로 작은 대야에 넣어 키웠더니 대야를 꽉 채운다.

2012/5/7 붉은양뿔달팽이들이 수조에 버글버글해서 잎사귀를 다 파먹었다. 달팽이들이 이끼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아 개구리밥 대야로 옮겼다. 수초 중 밀리오 필름그린과 미니클로버는 이끼에 뒤덮여 전멸했다. 

2012/6/10 딸애가 잡아온 올챙이들도 자리를 잡고... 서호에서 잡아온 한 떼의 모래무지들이 바닥을 차지했다. 모래무지 새끼들은 자라면서 점점 포악해져 올챙이를 잡아먹고 구피 수컷을 모두 잡아 먹었다. 앞 다리, 뒷 다리 다 자라나서 살아남은 개구리들은 딸애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 보냈다. 죽은 물고기들 일부는 딸애가 장사 지냈다. 그래도 수조에는 온갖 생물들이 버글버글 살고 있다.

2012/4/1 한강은 참, 지겹게 뺑뺑이 돈다. 팔당대교로 가는 중. 팔당대교 근처의 소나무집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내 취향엔 행주산성 잔치국수가 낫다.

2012/4/8 모처럼 마음 먹고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로 했다. 아침에 두 시간쯤 충주행 버스를 탔다. 12:30pm 출발. 탄금대는 구경하지 않고 바로 남한강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사진 찍으려고 잠깐 서 있는데 방송이 들린다. '충주댐이 방류를 시작하오니 대피해 주십시오'  자전거 길이 바로 강 옆이다. 여긴 선착장으로 쓸 모양.

충주댐은 안 들렀지만 충주댐 방류 때문에 조정지댐도 방류하는 것 같다.

클릭=확대. 굳이 개발 안 하고 내버려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충주-양평간 자전거 도로에서 힘겨운 오르막길은 여길 포함해 두 군데 정도. 양평에 도착한 후 더 가면 지하철을 타기 어려울 듯 싶어 양평에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2012/6/6. 모처럼 한강에 갔다. 한강이 지겹지만 생각날 때 당장 가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여기뿐. 어쩐지 다람쥐 뺑뺑이 도는 쳇바퀴같지만. 최근에 한강에서 자전거 사고가 워낙 잦아 자전거 최고 속도를 20kmh로 제한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2/6/9 사진은 화옹방조제의 간척지. 시화방조제처럼 화옹방조제 역시 오염이 심해져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넓은 지역은 아직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화성시는 시화호의 악몽을 반면교사 삼아 해수 유통을 주장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는 2015년까지 담수화를 추진할 계획. 이날 대략 120km 정도 주행했다. 평택-화옹방조제-대부도-시화방조제-안산 코스. 

시화방조제의 시화 조력발전소 옆 공원.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조력발전소는 시화호 수문 대신 설치되었고 날개 회전 때 물고기를 썰어버리지 않기 위해 크게 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세계 최대 규모? 그런 것에 관심없다. 조력발전소 건립 비용을 언제쯤 뽑을 수 있을지 데이터를 보고 싶다. 어쨌거나 이 공원의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시원하다.


Cowboys and Aliens. 이해가 안 가는 망작.

Dream Home. 홍콩의 주택난을 고어물로 만든 그로데스크한 영화. 생각해보니 이 영화 본 적이 있는데 본 건지 잊어버리고 두 번째 봤다. 그런데도 재밌다.

Taken.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t. If you're looking for ransom, I can tell you I don't have money... but what I do have are a very particular set of skills. Skills I have acquired over a very long career. Skills that make me a nightmare for people like you.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 will be the end of it -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Grey. Taken을 보고 나서 바로 본 리암 니슨 주연의 두 번째 영화. 'Once more into the fray.'

'In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or die on this day. Live or die on this day.'

그저 대사 밖에 기억 안 난다. Taken은 두 번 봤다. 


Dhoom 2. Dhoom 1이 재미있었다. 


얼마나 흥겨워?

내가 과연 볼리우드 영화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B.A.P. No Mercy. 둠 보다가 생각이 나서 첨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움직이는 전체 팀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걸 인도 볼리우드 뮤비보다 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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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always finds a way

잡기 2012. 4. 3. 23:30

Raspberry Pi는 나오자 마자 매진되었다. 5월 중에 다시 나온다는데 감질맛 나서 어디 기다리겠나? 5월에도 나오자 마자 다 팔릴텐데. 라즈베리 파이 구입은 운에 맡기기로 하고...

2012/3/13 어쩌다보니 회사에 방치해뒀던 PC가 저절로 업그레이드가 되더니 AMD Athlon X2 260 + Asrock 880GM-LE가 AMD A4 3400 Llano + Asrock A75M-HVS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HDD와 Power Supply가 있으므로 케이스만 사면 HTPC를 꾸밀 수 있다. 

mATX 보드와 mATX 파워를 장착하고 TV 밑에 설치가 가능한 케이스를 찾으려니 선택의 폭이 무척 좁았다. 그러다보니 트리플나인 T-20을 골랐는데, 내 평생 가장 비싼 컴퓨터 케이스를 산 셈. 집 메인 PC의 케이스는 7년 전에 2-3만원 주고 산 싸구려. 내부의 모든 부속이 다 바뀌어도 케이스는 바뀌질 않으니 케이스는 좋은 걸 써야 할지도.

여기에 16GB SSD를 달고, Windows 7 diet 버전(설치 완료 후 OS 용량이 약 4GB)을 설치하고 XBMC Windows 버전을 설치했다. 

전력 소비량을 측정해 보니 대기 모드에서 2W 미만, XBMC에서 1080p 비디오를 재생할 때 40W 가량으로 라즈베리 파이보다 상당히 전력소비량이 많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메모리가 1GB x 4 ea = 4GB인데 전력소비량을 줄여보려고 2GB를 뺐지만 별로 줄지 않아 도로 끼워놓았다. 내부 온도가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소음이 거의 없어 썩 괜찮은 HTPC가 되었다.

안드로이드폰에 XBMC Remote를 설치하고 WOL을 사용해 절전 상태의 HTPC를 껏다 켰다. 9만원 가량 들어 HTPC를 장만했지만 내가 TV를 볼 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죽어 있다.  아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잔뜩 들어있는 HTPC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차라리 무선 키보드+마우스를 하나 사둬서 아내가 웹질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할까?  딸애 애니메이션 보여줄 땐 쓸만한데 아내가 거의 못 보게 한다. HTPC를 왜 만들었는지 몰라... 하여튼 훌륭한 XBMC에 설치한 플러그인들:

사진

  • Picasa : 피카사 앨범과 연동. PC의 피카사 프로그램으로 태그 정리해서 업로드한 앨범을 슬라이드쇼 형태로 보기 편함. 
  • The Big Picture -- 그 유명한 빅피쳐스. 꽤 쓸만함.

비디오

  • YouTube -- 계정 연동된 비디오 또는 유튜브 검색, 유튜브 추천 비디오등을 볼 수 있음
  • The Trailers -- 개봉 에정 영화의 트레일러(프리뷰) 구경
  • NASA Videos -- 생각보다 구린 화질. 
  • National Geographic -- 생각보다 구린 화질.

음악

  • AudioPodcatcher -- 팟캐스트 청취. 딴지라디오, 나는 꼽사리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은 xml 형식이 달라 되지 않음. 두시탈출 컬투쇼와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은 된다.
  • Radio -- 전 세계 라디오 스테이션 청취

프로그램

  • Facebook Media -- 페이스북 친구들의 사진 등을 열람
  • rTorrent -- 리모트로 토렌트 큐 관리 (사용 안함)
  • Advanced Wake On Lan -- NAS 서버 등을 켤 때 사용
  • TV Show - Next Aired -- 관람중인 드라마를 검색해 다음 에피소드 일정을 화면에 표시
  • RSS Feeder -- 화면에 뉴스 플로우가 흐르도록 하는 플러그인. 국내 뉴스의 RSS를 받아서 티커로 뿌림.

2012/3/12까지 여섯 번 뜯어먹은 청상추. 이제 좀 그만 자라면 안 되나... 다른 것도 좀 심어보고 싶은데... 년 중 채 2개월도 노는 틈이 없다.

2012/3/12 무럭무럭 자라는 열무. 두어 번 뜯어 먹었다.

2012/3/20 작년처럼 베란다 텃밭을 시작. 누추한 베란다 텃밭 시즌2가 되는 것이다. 작년보다 잘할 수 있을까? 3만원 주고 샀던 수경재배용 양액통 세트는 재배할 때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을 유발했다.  흙은 또 어떻고? 허구헌날 벌레가 꼬이고 사방에 흙이 튀어 지저분... 이게 최선인가?

2012/3/12 먹고 남은 파 뿌리를 대충 박아놓으니 잘 자라서 꽃을 피웠다. 꽃을 피웠으니 이제 사그러 들지도. 파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원...

2012/3/20 흙에서 작물을 키우다 보면 벌레들이 많이 꼬였다. 양재 꽃시장에 놀러 갔다가 끈끈이주걱을 사왔다. 징그러울 정도로 벌레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시간 나는 대로 양액 재배(수경 재배) 방법을 궁리했다. 결론은 제작. 한숨. 작년 연말 정산 후 지급된 환급금 일부를 떼어 취미생활을 하기로 하고, 가능한 싸게 만들자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PVC 파이프를 사용해 비교적 간단한 순환형 양액재배 방식을 구상했는데 공사판에서 PVC 배관을 토치불로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들만큼의 기술이 없을 뿐더러 PVC 파이프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서 구상만 하고 포기했다. 그것 말고도 도시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Window Farm 이란 것도 있다. 윈도우팜이 꽤 재밌고 간단해서 시간 나면 한 번 해 보기로.

식물 재배용 LED light를 구성하기 위해 포맥스(fomax)를 사용해 등기구를 만들었다. 원래는 고반사 형광등 등기구를 개조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포맥스 조립 보다 가격이 비싸고 등기구를 사용하면 죽는 공간이 많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형광등은 식물 재배에 적합한 파장대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작년에 해보니 백색광은 밤낮으로 켜놓기 좀 부담스럽다.

안쪽은 알루미늄 호일로 도배했다. 엉성하지만, 디퓨저도 없고 해서, 대충 목적에 알맞았다. 500mm 짜리 삼성의 5252 LED Bar를 설치한다. Red:Blue 비율은 4:1로 500mm Red LED Bar 2개를 양쪽에 배치하고 가운데에 250mm Blue LED Bar를 하나 설치. 

전원은 옥션에서 판매하는 개중 가장 싸고 용량 큰 SMPS 어댑터를 사용. 어댑터 (12V x 5A = 60W) > (LED 전력 소비량 7.5W x 2 + 3.75W ~= 19W) LED Bar는 방열판에 설치한 후 등기구 안쪽에 양면 테잎으로 부착. Lens cap을 달아 광원의 조사각을 좁히는 방법도 있는데, 랜즈캡을 수백 개 단위로 판매해서 가격이 부담스럽다. 

LED Bar는 500mm 짜리 하나가 8500원 가량. 이런 등기구를 2개 구성하고 나중에 필요하다면 LED Bar를 더 가설. 그래서 어댑터 용량을 넉넉하게 잡았다. 전력량을 실측해보니 21W로 무부하시 어댑터가 2W 가량을 먹으니 LED 소비 전력은 정격대로다. 

문제는 포맥스의 재질 때문에 여름에는 열 방사가 잘 안 될 것 같은 구조. 포맥스의 한쪽 벽에 에어홀을 뚫고 12V짜리 PC용 fan을 설치하면 되긴 하나, 이게 참 귀찮아서...

수경재배용 양액 재배조

재배조 역시 5T 짜리 포맥스로 설계. 내적은 83cmx23cmx12cm=22908cm^3 = 23litter. 오른쪽위에는 입수구 홀, 오른쪽 아래에는 출수구 홀을 설치. 양액은 오른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흘러 출수구로 빠져 나가는데, 고저차를 만들기 위해 입수구 쪽에는 5T짜리 밑판을 접착한다. 

체적이 23리터라도 재배조 내부에 꽉 차게 흐르는 것은 아니고 급수통의 펌프 출류량을 조절하여 체적의 약 70%, 즉, 23 x 0.7 = 16.1리터만 흐르게 할 생각. 어느 정도가 알맞은 지는 좀 더 고려하기로.

상판에는 지름 68mm 타공을 하고(포맥스를 재단하는 곳에 치수를 건네주면 알아서 해 준다. 안 해줄 것 같으면 hole saw를 구매하려고 했다. 돈 굳었다) 타공된 곳에 윗지름 70mm짜리, 높이 80mm짜리 거름망을 설치. 거름망에는 하이드로볼을 채우고(계획) 타공된 홀 위에 넣는다. 또한 에어레이션을 위해 상판에 에어펌프에서 나온 공기가 흡입되는 홀을 설치하고 배관 끝에는 콩돌을 달아놓는다. 

사실 에어레이션을 한다고 산소가 양액 속에 잘 녹는 것은 아니다. 공기를 발생시켜 수류에 파도를 만들면 공기와 접촉하는 수면의 면적이 넓어지고 산소가 보다 더 많이 녹게 되는 것. 산소는 거름망 속의 하이드로 볼에 있는 미세기공에 포획되어 뿌리에 원활한 산소 공급을 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 

양액 급수통

양액 급수통 내적은 49.5cm x 30cm x 25.5cm = 37868 cm^3 = 37 litter > 재배조 23 litter. 밑판은 일단 8T로 하고 벽면은 모두 5T 두께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양액 재배조에서 양액을 순환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하니까 작년에 문제가 있었다. 양액을 모두 교체해야 할 경우 재배조의 상판을 들고 물을 뽑아낸 다음 다시 양액을 채워야 하는데 그러다가 토마타 줄기가 부러져 부목을 대는 등 난감한 적이 있다. 

포맥스를 록타이트 401로 접착하고 실리콘으로 내부를 기밀했다. 양액 급수통의 벽 두께가 5T로 얇은 편인데, 37리터의 분량의 물을 채우고 들어올릴 수 있을까? 망가지지 싶다.

에어레이션을 한다고 양액에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거름망에 뿌리를 지지하기 위해 충진하는 재료가 산소를 얼마나 포획하고 있는가와 수류가 있어  물 표면으로 산소가 얼마나 용이하게 흡수되는가가 중요할 것으로 짐작된다(별다른 측정기구나 실험없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양액의 농도를 맞추기 쉽고, 양액 교환이 쉽고, 산소 공급이 비교적 좋다는 면에서 순환식 양액 재배를 결정한 것이다.

순환식 양액 재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액 급수통에서 공급되는 양액의 농도가 균일하므로 재배조에 키우는 작물은 모두 동일한 EC(또는 TDS) 범위에서 재배가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잎채소 하나를 키우면 재배조의 모든 구멍에서 잎채소를 키워야 한다. EC가 비교적 높아야 하는 열매채소를 섞어서 키우기는 어렵다. 그래... 풀이나 뜯어 먹자.

1차 계획. 수중펌프가 양액 급수통에서 양액을 재배조까지 끌어올리고. 재배조에서는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양액통으로 환수된다. 에어펌프는 재배조의 에어레이션을 해 주고 LED Light는 재배조 상부에 불을 밝힌다. 에어펌프와 LED Light는 하루 중 7~9시간만 가동하고 수중펌프는 일단 24시간 가동한다 -- 항상 양액을 순환시킬 필요는 없지만.

양액 급수통 오른쪽에는 수납함을 만들어 뒀는데 여기에 전기기구와 배선을 수납.

1차 계획안은 비교적 쉽게 구현이 가능하므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 평소처럼 계획만 짜면서 희희락락 하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안 만들게 뻔하니까. 3/27 퇴근해서 밤 늦게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입. 포맥스는 http://mango23.com/ 에서 설계대로 재단해서 구입, LED는 http://www.ledforyou.co.kr/ 에서 구입, 어댑터, 접착제, 실리콘 등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조립은 3/31 오후 1시쯤 시작해 6시가 다 되어서야 완성. 중간에 경첩 따위 필요한 부속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실리콘 칠한 양액통 등이 마르기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고, 물을 채워 기밀 테스트를 하다가 실리콘을 덜 바른 부분을 발견해 물을 빼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다음 다시 실리콘을 바르는 등 부산을 떨었다. 

수중펌프의 성능이 떨어져 물을 약 40cm까지 간신히 끌어올린다. 보통은 수중모터의 표면에 시간당 및 리터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표기되어 있는데 워낙 싸구려라서(3천원)인지 아무 표시가 없다. 대략 100리터는 되지 싶은데... 그래도 재배조 용량의 70%에 해당하는 16리터의 물이 모두 순환되려면 9.6분이 걸린다. 

휴대폰 GPS Status app의 조도 센서로 측정한 다소 흐린 날 조도는 512 lux, LED 등을 켰을 때 2048 lux 정도 나왔다. 형광등을 켠 실내의 밝기가 600~1200 lux 였고(광원에서 약 1.5m 떨어진 곳) 흐린 날은 조도가 300 정도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상대적인 조도로 40cm 아래 닿는 LED 광원의 밝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알려줄 뿐이다. 최근에 햇볕이 쨍쨍한 날이 없어 LED 광원이 햇볕에 대비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가는 아직 가늠이 안된다.

컴컴한 밤중에 LED 등만 켰을 때 포트에서 측정한 휴대폰 조도는 1600 lux 가량. 붉고 푸른 나이트클럽 등 같아서 보긴 좀 그렇지만 식물은 잘 자라주겠지.

입수구(오른쪽 위), 원래 출수구(왼쪽 아래). 양액 환수통에서 2W짜리 작은 수중 펌프로 끌어올린 물은 입수구로 들어가 낙차로 인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출수구로 빠져 나오는데, 이럴 경우 수중 모터가 정지하면 수위가 유지되지 않고 출수구로 몽땅 물이 빠져나오게 된다. 좀 바보같은 실수를 해서, 출수구를 수위 유지선까지 올려 새 출수구(왼쪽 위)를 만들었다. 

아래 출수구는 나중에 통째 물갈이를 할 때 배수구로 사용하면 되니까 아예 바보짓을 아니다(정신 승리). 입수 및 출수량은 밸브를 돌려 조절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수위 조절도 가능. 상단으로 지나가는 관은 기포기에서 나온 것으로 물에 기포를 발생시켜준다. 


2차 계획. 급수통의 물도 조금씩 증발하여 손실이 발생하게 마련. 작년 경험으로 볼 땐 방울 토마토 한 포기를 양액통에서 재배할 때 한 여름에는 4일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해 줘야 할 정도로 왕성하게 물을 소비했다. 수위 감지 스위치에서 수위가 떨어진 것을 감지하여 솔레노이드 밸브를 개폐해 수도관에서 직접 물을 공급 받는다.

여기서 기포기(에어펌프)의 또 다른 탁월한 역할이 있다. 누군가의 실험에 따르면(URL은 잊어버림) 기포기가 수돗물의 염소를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감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염소 중화제 따위는 기포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마도 기포가 물 속을 주회하면서 물에 녹은 염소를 물 표면으로 끌어올려 공기 중으로 방출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인 것 같다.

2차 계획을 당장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 수도관(15A)에서 구입이 용이한 8A 짜리 지름의 솔레노이드 밸브에 맞게 바꿔주는 뭐라고 부르는 것을 어디서 구해야 할 지 찾고 있는 중이라...

이왕 계획을 짜는 김에 어디 까지 갈 수 있나 일단 해 보았다. 3차 계획은 히터를 추가해 양액의 온도를 유지해 가을-겨울 재배가 가능한지 테스트해 보는 것도 있고, 1차와 2차와 현저하게 다른 점이 자동 제어 회로를 통해 기온, 습도, 수온, 수위(물 소비량)를 측정하고 LED, 에어펌프를 자동 제어 회로를 통해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이들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로드해 트랜드를 볼 수 있다. 

전문 재배가 아닌 한 사실상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계획인데, 3차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될까? 글쎄다. fate always finds a way.

자동 제어 회로에 사용할 칩은 앞으로 득세할 것이라 추측되는 Cortex-M3 타잎 칩으로 할 생각인데, 요새 MCU에는 ethernet phy가 내장되어 있어 네트웍 구축이 쉽다.

주산 숙제 중인 딸아이. 머리가 별로고 미모는 좀 떨어지고 미적 감각이 그저 그렇고 예술가로써는 아직 모르겠고... 

이게 바람직한 인생인데, 애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인생이 쉽게 정해졌다. 달리 그보다 재밌는 것이 없기도 했고.

2012/02/12 모처럼 아내와 산행. 광교산. 딸애가 산에서 라면 먹는 재미를 안다. 

2012/03/24 의왕시 자전거 도로에 있는 대나무 숲. 사무실을 옮겨서 앞으로 여기로 지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2012/3/25 대형마트에서 세일하는 맥주 중 맛있는 것들은 일찌감치 동나고 찌꺼지들만 모아 왔다. 산 미구엘이 이렇게 맛이 없었나? 닭가슴살로 샐러드를 만들고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 먹으라고 만든 걸 좀 남겼다가 배가 고파서 그냥 다 먹어 버렸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다.  

Dexter Season 6 final. 어머나!

White Collar. 카메라를 이렇게 찍는 이 감독의 의도는... 양키 스타디움에 대한 사랑, 뉴욕에 대한 사랑인가?

Being Human UK. 무척 찌질한 떨거지들에 관한 드라마. 70년대에 죽은 사람은 집에서 담배를 피운다. 아니면 아직도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바빠서 드라마 볼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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तत्त्वमसि

잡기 2012. 2. 22. 17:53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참조하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나인지를 인식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세계 참조가 필요하지 않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을까?사띠암. 네가 걷는 길. 내가 가는 길. 마누라를 얻고 아이를 키우고 수억 개의 우주를 따라 영혼을 품는 길? 웃음.


오씨와 술을 마시면서 입가에 맴돌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수메르였다. 술집 주인이 우리 자리에 주저않아 에게해 문명부터 페니키아의 무역 경로, 알렉산더가 갔던 길이 실크로드라느니 라는 따위로 티격태격했다. 요새는 어디서나 예상치 못한, 별난 사람들을 만났다. 이 우주에 새겨진 하찮고 일시적인 글자들, 또는, 글자로 만들어진 사람들.

딸이 쓰고 거실에 붙였다. 볼 때 마다 우파니샤드가 생각났다.

Raspberry Pi의 XBMC 데모가 워낙 훌륭해서 $35불짜리 라즈베리 파이 보드를 구입해 멀티미디어 센터를 구축할 기획을 만들었다.


NAS : 기존 PC를 그대로 활용하는게 아무래도 낫겠지? 돈 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거실에 저전력, 저소음 multimedia pc를 놓게 된다면 TV의 HDMI와 연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PC 버전의 XBMC를 설치하는게 좋겠지만... 이런 기기는 초전력으로 돌리는게 바람직하므로 NAS 서버를 별도로 꾸민다면 십중팔구 FreeNAS로 꾸미게 될 것 같다. 2GB 내외의 값싼 USB Memory stick에 OS 구현이 가능하고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NAS를 절전 모드로 전환. NAS 구축을 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os를 타지 않는다거나, 파일 스토리지의 관리가 용이하며 파일 시스템 크래시에도 여러 가지 대책과 옵션이 가능하단 점 등등. 이미 cloud 서비스를 통해 주요 파일을 백업, 분산시켜 놓았고 앞으로 추세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인데 이게 무슨 장점이겠냐마는... 빠른 엑세스가 가능 -_-

Raspberry Pi: NAS의 CIFS Server를 mount하여 access. 1080p는 다소 무리라 하더라도 720p 재생은 가능할 듯. XBMC의 미덕은 수많은 플러그인을 통해 상당히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  XBMC 가 이 정도까지 진화(?)했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PC에서 테스트해 보고 이 정도면 multimedia center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 google picasa, youtube 연결 등이 가능하여 거실 tv의 대형 화면으로 그 동안 모아 놓았던 컨텐츠를 완벽하게 활용 가능. 

IPTV Set-top box: LG의 셋탑 박스가 PC의 file share를 이용할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PC용 프로그램은 작동한 적이 없고 누군가의 경험을 따라, 또는 공유폴더와 guest 계정을 이용한 접속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 파일 공유 뿐 별로 쓸만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

Android Phones & Tablets: 안드로이드 폰은 실사용이 2대(아내, 내것), 딸애 장난감으로 준 공기계 하나, 갤럭시 탭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wbmc의 무선 리모컨으로 사용 가능하고, NAS의 CIFS File server를 wifi로 마운팅하여 MX player 등으로 동영상 및 음악 따위를 직접 플레이가 가능.

2월 말에 라즈베리 파이가 출시되길 기다리며...

2012-2-10 

2012-2-16 무성한 수초가 숲을 이뤘지만...

수초들은 지금 이끼와 경합중이다. 2012-2-19 수초 중 일부를 분양. 수초가 7000원씩 한단다. 풀이 왜 그리 비싼 거지?

2012-2-19 성장속도가 느린 미니머슈룸의 잎사귀를 완전히 뒤덮은 이끼. 아내는 수초를 뒤덮은 이끼를 보고 나름 운치있단다.

2012-2-5 이끼 제거를 위해 투입한 생물병기, red lambshorn snail. 구피들에게 먹이를 덜 줬더니 이끼를 뜯어 먹으며 연명한다.

2012-2-19 이끼가 오죽 심하면 렘즈혼의 껍질에도 이끼가 하늘거렸다. 잘 안보이는군. 달팽이들이 먹어치우는 양보다 이끼가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은  아직 개체수가 적어서 그런가? 

2012-2-16 그랬는데, 빨간양뿔 달팽이가 알을 낳았다. 수조에 지금까지 약 10만원 가량의 돈을 썼다. 노력은 액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쩌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감당 안 되는 달팽이보다 값싼 생이 새우를수십 마리 투입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내 수조의 이끼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이끼 폭탄 맞은 수조 사진을 올린 걸 보니 이 정도는 약과다.

2012-2-21. 알을 낳은 지 5일차. 달팽이 유충이 자라 어렴풋이 형체가 보이기 시작.
 

올 해는 눈이 안 와 화성 성곽에서 작년에 했던 비닐봉투 눈썰매질은 글렀다. 대신 만석거에서 녹아가는 얼음 위를 딸애 손 잡고 걸었다.
 

딸애와 만든 쿠키는 절반을 먹고 절반은 바스러뜨려 비둘기 모이로 줬다.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귀찮은 나머지 계량을 안 하고 대충 어림짐작 만으로 빵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한 달쯤 주말이면 딸애와 빵이나 케잌, 쿠키 따위를 만들었다.


Bones. S02E19. 무중력 체험 중인 주인공 여자는 잘 생긴 편이 아니지만 이 여자 웃는 모습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흡사 해골이 웃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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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 the cunt

잡기 2012. 2. 5. 23:26


2012/1/14 서울대공원의 펠리컨. 딸애 인형을 집어 삼키려 했으나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아 컥컥 거렸다. 인형을 빼앗자 딸애 머리를 입 속에 넣었다. 쏙 들어가더라. 간신히 떼어내니 내 다리를 물어 뜯으려고 용을 썼다. 엉엉 울던 아이를 다독였다. 딸애는 눈을 뭉쳐 펠리컨에게 던져서 맞췄다. 사정을 모르고 그 광경을 나중에야 지켜보던 젊은 부부가 뜨악한 표정으로 우리 부녀를 쳐다봤다. 왜 동물을 괴롭히냐 이거겠지. 펠리컨이 애를 머리부터 집어 삼키는 진귀하고 스릴 넘치는 광경을 목격하면 그렇게 되더라고. 배가 많이 고팠나?

미술관옆 동물원을 찍었다는 긴 산책로를 처음 걸어봤다. 그러고보니 먼 옛날 여자친구가 그 영화를 좋아했다. 심은하를 좋아했다. 어렸을 적에 현대 미술관에 데이트하러 가끔 가긴 했는데 세월이 흘러 딸아이와 거길 다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딸애가 펠리컨에게 잡아먹힐 뻔한 일이 벌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딸애 이마에 난 피를 닦아내고 날이 추워진 탓인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대공원을 히히덕 거리며 돌아다녔다. 내가 가보지 못한 갈림길의 다른 쪽은 그나름의 인과로 빚어진 역사적 두께를 지녔을 것이고 그 무수한 분기는 아인슈타인 깔데기처럼 되돌릴 수 없다.
 

2012/1/22. 딸애와 머핀과 깨찰빵을 만들어서 설날에 처가에 가서 식구들에게 나눠줬다. 우리 부녀는 주말이면 함께 놀러 다니고 영화 보고 음식을 만들고 도서관에 가고 미술관에도 가고... 

연을 날렸다. 2012/1/29. 동네 문방구에서 얼레와 가오리 연을 3500원 주고 샀다. 주인 아줌마가 요즘 연들은 잘 난다고 말했다. 가오리연은 대충 만들어도 잘 난다. 제어하긴 쉽지 않아 연 싸움 할 땐 방패연이 낫지만. 연 날리기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거의 삼십년 전? 토요일엔 바람이 없어 재미가 없다가 일요일에 바람이 좀 불어(풍속이 0.8~1.5m/sec 정도로 약간만 아쉬운 편) 얼레 줄이 다 풀릴 때까지 올릴 수 있었다. 딸애는 누가 뭘 잘 한다고 칭찬해도 개무시하는 쿨함이 있다. 아빠 닮았다.

작년 회사 야유회 때 만든 청자 컵. 이제야 밀린 사진을...

2012/2/5 광교산과 청계산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눈은 녹았지만 음지가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녔다. 구정을 낀 근 한 달 동안 운동을 안하고 피둥피둥 살이 붙어서인지 산행 중 지치고 힘들어서 이수봉을 코 앞에 두고도(1.5km) 곧 해가 질 것 같아 그냥 청계사 방면으로 내려왔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굳이 올라갔다가 발걸음을 돌렸던 국사봉. 

산행을 마치고 얼마나 지치고 배가 고팠던지 집에 돌아와서 빵을 두 조각 먹고, 아이스크림 케잌을 먹고, 그러고 치맥을 먹은 것도 모자라 라면을 끓여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청상추가 이 겨울에 무럭무럭 자란다. 별 일이다. 두 번쯤 뜯어먹었다.

2012/1/10 수조 세팅 후 백탁이 찾아와 며칠 째 뿌연 상태

2012/1/12 백탁이 가셨다. 이탄 발생기 때문인지 수초가 금새 자랐다.

2012/1/29.  수초를 한 번 트리밍 하면서 중간 쯤을 잘라서 줄기채 다시 심었다. 미니머슈룸도 러너를 뻗기 시작.

2012/2/4 이틀 전 수조에 먹이통을 쏟아 전체 물갈이를 하다시피 했다. 내가 무식하고 무감하여 이런 작고 미묘한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많다. 

왕성하게 광합성 중인 밀리오필름 그린. 전등이 켜지는 오전 8시에 밤새 오무렸던 잎들이 활짝 벌어지기 시작해 약 2시간 30분 후부터 이산화탄소+물로부터 산소를 만들기 시작. 전등은 오후 6시에 꺼진다. 잎사귀에 알알이 맺힌 산소 기포도 사라진다. 

피둥피둥 살찐 네온테트라(좌하)와 한 달 전에 새 식구가 된 백운산(white cloud mountain)이란 희한한 이름의 민물 고기.  잎에 맺힌 산소 기포를 따 먹으며 논다. --> 뒤져보니 저 물고기는 백운산이 아니고 Cherry Barb다. 

드래곤 구피들의 사이좋은 한 때? 나이든 구피 한 마리를 괴롭히는 그의 자식들.

수조의 새 식구가 된 체리 새우. 싸게 팔아서 늘 죄송해 하는 비지떡에서 주문한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살아서 택배로 도착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생이 새우는 허물 벗는 중에 구피들의 공격을 받고 시름거리다가 죽었다. 

2012/2/4 10.00am 무렵. 처음 보는 현상. 구피들이 종교라도 배웠나? 하긴 며칠 전에 외계인이 그들 중 엘더를 포함한 일곱 마리를 납치했다. 그 일곱 마리의 구피는 다른 행성, 딸애 친구네 집 수조로 끌려갔다. 이들 중 가임기가 가까워지는 암컷을 포함한 몇 마리는 납치해서 다른 곳에 분양해 줘야 할 것 같다. 

Modern Family. S03E12. 루크는 항상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곤 했다.

Bones. 모처럼 보는 제정신인 여자. 그런데 어째 요새 미드 중에 보는 여자들은 모두 사각턱인 듯. 문재인의 책 제목처럼 이것이 운명인가?

Sherlock Homes. 1기를 본 후  저 해석과 캐스팅이 영화와 달리 흘륭하다고 생각했다. 심심해서 찾아본 The Adventures of Sherlock Homes에 등장하는 Jeremy Brett의 홈즈를 보기 전까지는. 

Sherlock S02E02. The Hounds of Baskerville. 2기 1화와 달리 영 김이 새는 2화.

Homeland. 모처럼 재밌게 보는 스릴러. 이라크에서 간신히 구출된 군인이 어쩌면 조국을 배신한 테러리스트일지 모른다? 

창생의 아쿠아에리온. '시인의 혼을 잃어버린 문명은 멸망한대.' 마저. '아름다운 건 더러워' 그렇다니깐~ '질투변성검!' 콜록! '불행최저권!' 으아악!

호모섹슈얼 러브라인에 합체장면은 그야말로 쓰리썸 정도야 뭐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저 잘 못 만들어 영 떨어지는 이 애니를 끝까지 보게 된 것은... 음악의 힘? 

창성의 아쿠아리온 엔딩 송.  Omna magni. 그리스어 같다고 생각했지만 칸노 요코는 음악을 위해 언어를 하나 만들었다. 그게 에스카플로네 부터였던가?


창성의 아쿠아리온 타이틀송. 이 재밌는 노래는 오타쿠 아저씨들 백명이 모여 악을 쓰며 합창해야 제맛일 것 같다. 가사가... 1만년 하고 2천년 전부터 사랑했네.  8천년 지났을 때 즈음부터 더욱 그리워졌네. 1억년 하고 이천만년 후에도 사랑하리.

Aquarion Evol. 대단한 작화 퀄리티. 전작에 비해 개그 비중을 한껏 높였다.
  

Iblard Jikan. 어쩌다 우연히 본 그림 동화책.

안구정화되는 느낌

마치 내가 꾸기라도 한 꿈처럼 쉽게 소화가 된다.

얼핏 트윗에서 본 것 같은데, 진중권이 어렸을 때 음악을 즐기지 않았다고 한 것 같다. 그림만 봤다나? 나도 그랬는데.

멋진 그림은 감동을 주지만, 그래도 이런 낯익고 포근한 그림을 더 선호.

그런데 이 작자 그림에 뭐가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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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ogen cycle

잡기 2012. 1. 10. 00:36
성장과 변화의 핵심이 모험을 감수하는 의지와 지적 호기심이고, 그 둘이 적은 사람들은 보통 타력에 의해 자신을 상실하거나 그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나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언젠가는 유로테크노비트가 뉴런의 발화를 딱딱 끊어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여 유도된 사고단절을 유발한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이 겨울에 모험심과 지적 호기심이 없어보이는 상추는 무럭무럭 자랐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파가 자라고 열무 싹이 돋았다. 딸기 모종을 한 포기 구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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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키우는 작물이 없어 심심한 나머지 주말에 '물생활'로 시간을 보냈다.

수조 개선 작업

아내의 안 쓰는 휴대폰을 중고시장에 팔아 52000원을 벌었다. 이자르폰인데 요즘 기준으로 보면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말하자면 거지같은 휴대폰이라 누가 그런걸 중고로 살까 싶었는데 팔리더라. 그 돈으로 숙원이던 물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용품을 구입했다. 일단 바닥재와 시끄럽고 여러 모로 귀찮은 측면 여과기를 교체하려고 동네 수족관에서 흑사(4천원) 구입, 인터넷으로 저면 여과기(2000원)와 무소음 공기발생기(16000원) 구입, 호스, 역류방지기, 2분류 밸브 조절기 따위 작은 부속도 빼먹지 않고 구매.

첫 세팅 후 찍은 사진. 수초는 밀리오필름 그린, 미니머슈룸, 루디지아 몇 촉씩. 저면 여과기를 설치하고 바닥재로 흑사를 깔고 검게 썩은 수초는 모두 제거. 공기 발생기로 콩돌을 통해 충분한 산소 공급, 저면 여과기에서 출수되는 물을 코너 여과기로 한 번 더 걸러줬다가... 공간을 무척 많이 차지하는 코너 여과기는 나중에 제거.

이전 수조 사진. 눈부신 바닥재에도 불구하고 PL등(형광등)의 수명이 거의 다되어 조명이 어둡다.

뒤져보니 저면 여과기에 관해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저면여과기가 뿌리의 활착을 방해한다나? 수중 식물의 뿌리는 대충 지지 목적도 있고 다공질의 바닥재(소일이나 기타 등등)로부터 분해된 미량 미네랄 및 양분을 흡수하는데 쓸모가 있다. 이 두 조건은 저면 여과기의 여과 방식과는  상관없지 싶다. 두번째, 여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박테리아 활착을 유도하려면 여과솜 등을 설치한다는데, 여과솜을 설치하면 수류의 흐름을 저해해 사실상 여과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 세번째, 저면 여과기는 박테리아 활착을 빠른 속도로 유도하고 부유물질의 제거가 빠르다는데, 전자는 바닥재의 재질에 의한 거고 후자만 의의가 있는데 그거야 바닥재를 처음 사용할 때 잔존 부유물질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저면 여과기를 통한 여과 효율을 높이는게 아니라 바닥재의 충분한 세척이지 싶다.

저면 여과 방식에 관해 내가 듣기에 유의미한 지적이 하나 있었다: pre-filtering을 거치지 않으므로 부유물에 대한 처리가 미흡하다는 것. 그래서 역저면여과 방식도 있고, 저면 여과와 함께 다른 여과 방식을 곁들여 사용하기도 한단다.

출수구를 수면 위로 노출시키고 출수구에 요구르트 병을 하나 매달았다. 요구르트 병에는 몇가지 여과재를 넣고 바닥에 구멍을 뚫었으며 출수구의 물이 여과재 사이를 통과해 바닥을 통해 빠져나가게 했다. 말하자면 pre-filtering이 아닌 post-filtering이 되겠지만, 찌꺼지들이 제거되기만 하면야...

물생활 초짜라 이래저래 말많은 저면 여과기에 관해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나, 저면 여과기가 가장 싸게 구현할 수 있는 여과 방식이라 주저없이 선택. 

별 것 아닌 일 같지만 수조 작업 하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그만큼 대공사라 인도네시아 여행 갔다와서 1주를 별렀고 그 동안 틈틈이 작업 계획을 구상하며 공부를 많이 했다.

일단 사이폰으로 수조의 물을 커다란 대야로 옮기고 물고기를 일일이 뜰채로 떠내 강제이주시켰다. 수초도 물론 뽑아내고 깨끗이 정리했다. 수조에 수돗물을 붓고 락스를 풀어 이끼를 비롯한 수조내 생물을 몰살했다. 여러 차례 물에 행궈 락스끼를 완전히 제거하는 동안 흑사를 세척. 저면 여과기를 깔고 바닥재를 넣은 후 묵혀 두었던 새 물을 수조에 채우고 예전 수조의 물을 두 컵 정도 부었다. 측면 여과기의 스펀지에 있던 액체를 빼낼까 하다가 대신 박테리아 활성액을 부었다.

물고기를 전부 옮겼다. 그중 네온 테트라 한 마리가 용궁에 갔다. 성질 죽이고 좀 버티지 수조에서 대야로 옮긴 후 혼자 여기저기 머리를 박아대더니 뇌가 터졌는지 픽 죽어버리더라... 어쨌건 애석하다.

하루가 안 지나 수조에 백탁이 찾아왔다. 덜 세척된 흑사에서 나온 잔존 부유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니셜 스틱 조각을 흑사 밑에 넣어두었는데 그게 분해되면서 물이 뿌옇게 변했던가, 아니면 암모니아 및 아질산염 분해를 하는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정착하지 못해 물 속을 부유하고 있던가 둘 중 하나 같다.

박테리아 정착 문제 때문이라고 일단 추정했다. 다음 날 반 정도 물갈이를 했지만 백탁은 잡히지 않았다. 잔존 부유물이었다면 백탁이 차도를 보여야 하는데... 박테리아 문제가 맞는 듯. 그렇다면 박테리아 활성액을 더 붓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 같고, 박테리아가 정착할 때까지 물고기 먹이를 줄여 똥오줌을 덜 배설하게 해 놓아 암모니아 및 아질산염 생성을 줄이고 그 기간 동안 서서히 박테리아가 자연스럽게 정착하여 백탁이 천천히 사라질 때까지 물고기들이 자기들 배설물에 질식해 죽는 일만 막으면 될 것 같다. 아울러 용존 산소량을 늘이기 위해 콩돌로 방출되는 공기량을 늘렸다. 나흘 정도 더 지켜보고 조금씩 물갈이를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백탁이 지속되면 스펀지 여과기를 사용해 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여과 사이클의 완성, 수조의 자가 생태계 구성이다. 지난 몇 개월 간 물생활을 하면서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것만 알게 되었고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수조를 별다른 노력 없이 운영할 수 있을까 수조 주인들에게 존경심 마저 생겼다.

전등 교체

신형 아마존 PL HQ Light (PL 등 커버) 를 작년 9월 중순 무렵에 3W 짜리 PL 램프 포함해서 2만원에 구입했다. 3개월이 안 되었지만 광속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 같다. 그만큼 램프 수명이 짧던가 질이 나쁜 램프였다. 램프를 새로 사서 가느니 LED Bar를 사용해 개조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조등 제작할 때 대부분 포맥스를 사다가 자르고 붙여서 조립하는 것 같은데, 아마존 PL 등 커버는 상판이 알루미늄이라 별도의 방열 대책이 필요없다. 포맥스는 LED의 장점인 긴 수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방열에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power LED로 조명을 구성하고 포맥스로 등기구를 꾸민 다음 어쩔 수 없이 팬까지 달아 놓았다 -- 컴퓨터 CPU에 팬 설치하는 것 같아서 원...

내 목표는 이전의 13W PL등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낮은 소비전력으로 높은 조도를 얻는 것이다. 아래는 제작 과정.

분해 전. 13W PL등인데 조도가 많이 떨어져 마음마저 흐려진다. 조도, 광도, 광속 등 용어를 정확히 써야 하는데 귀찮으니 조도로 통일.

PL등 및 안정기 어셈블리 분리. 이걸 다시 쓸 일이 있을까? 일단 LED로 교체한 후 조도를 측정해보고 결정하기로.

LED Bar로 교체.  수초 생장이 마음에 걸려 식물성장용 LED Bar와 삼성에서 만든 10K 짜리 LED Bar를 함께 구입했다. 삼성 것에 비해 식물성장용 LED Bar의 조도가 매우 낮았다. 다시 말해 식물성장용에 별 도움이 안 되어 보이는데 가격은 비싸다. 성장등은 660nm과 440nm 파장을 4:1로 섞어 놓았더라. 차라리 삼성의 blue LED와 red LED를 조합해 내가 원하는 대로 파장비를 구성하고 조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50cm LED bar를 2등분 해서 둘을 연결하기 위해 땜질. 전원으로 어딘가 굴러다니던 12V 3A 짜리 어댑터를 사용. LED는 각각 7.2W, 7.5W의 전력이 필요. (7.2W + 7.5W = 14.7W) < (12V x 3A = 36W)로 어댑터 용량은 충분. 

테스트. 카메라가 못 쫓아갈 뿐, 실제로는 눈부시게 밝다. 조립 전후로 해서 조도 측정을 위해 휴대폰에 있는 조도 센서를 사용했다. 앱 중에 GPS Status를 실행해 그중 밝기(lux)를 측정. 10cm 떨어진 아래에 휴대폰을 놓고 각각의 전등을 켰다. PL등은 5900 lux, LED는 19600 lux로 거의 4배에 달한다. 휴대폰의 조도 센서의 측정값은 믿을건 못 되고, 단지 두 발광원 사이의 상대적 비율(4배)만 의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쯤 되니까 작년에 식물 키울 때 빛이 부족해 값싼 형광등을 산 것이 몹시 후회되었다. LED로 등기구를 아주 작게 만들 경우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알루미늄 막대와 그것을 감싸는 아크릴 커버 정도면 굉장히 밝고 아름다운 성장등을 내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데(예를 들면 빨래 건조대에 양측에 알루미늄 포일 커튼을 설치하고 건조대 바에 LED 등을 배치하고 건조대를 내렸다 올렸다 한다던가), 전원장치는 방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을 PC 파워 서플라이의 12V 라인을 사용하면(350W 짜리라도 12V 총 전류 용량이 15A는 넘는다) 베란다를 야구장처럼 밝혀 괴물 호박마저 재배할 수 있다. 가격은 6만 3천원 가량? LED Bar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이번 조명기구 제작에서 돈과 시간이 없어(?) 실험해 보지 못한 것은, 빨간 LED(주로 식물의 생장에 관여하며 광합성의 명 반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680nm 전후의 파장대)와 파랑 LED(주로 발아 및 배엽의 생성에 관여하는 440nm 전후의 파장대) 의 펄스 제어다.

광합성은 실제로 명반응과 암반응으로 이루어져 있고 LED를 400usec 주기의 펄스파로 끄고 켜기를 200usec마다 반복하면(duty=50%) 이론적으로 소비전력은 1/2로 줄고 명반응과 암반응을 교대로 이끌어낼 수 있어 광합성의 효율이 이론적으로 20% 이상 좋아진다.

저압 이산화탄소 발생기 자작

빛 문제가 해결되었고, 양분 역시 양액을 저농도로 물에 타면 쉽게 해결되는데(이중 필수 미네랄은 물 보충 / 환수 과정을 통해 공급 되기도 한다), 박테리아들이 암모니아->아질산염->질산염 사이클을 제대로 하면 식물 생장에 필요한 3대 요소 중 이산화탄소 공급만 남게 된다. 

이산화탄소(이하, 이탄) 발생에 관해 웹을 통해 여러 가지 자료를 보았으나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쓸모있는 정보는 낭후닷컴의 오래된 게시물에서 얻었다. 요점 정리까지 해 주더라.

고압 이탄이 여러 모로 간편하다. 하지만 레귤레이터, 버블 카운터, 디퓨저, 솔레노이드 밸브 등을 한 세트로 구입하는 비용이 많이 비싼 편. 고압 이탄이 좋은 점은 이탄 발생량 조절이 쉽고,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밤에는 전동 솔레노이드 밸브를 잠궈 이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

고압 이탄용 간단한 레귤레이터는 eBay에서 20$ 짜리도 구할 수 있긴 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를 포함한 그나마 쓸만한 것은 65$ 가량이니 비싸다고 볼 수 없는 건가? 국내에서 뒤지면 못해도 15만원 이상은 들던데... 

지금 당장은 돈 들이고 싶지 않아 저압 이탄 발생기 자작 쪽으로 진행. 집에서 굴러다니던 게토레이 1.5리터 병과 역시 굴러다니는 호스를 사용하면 금방 만드니까. 실제로 제작 시점에 돈이 한 푼도 안 들었다.

PET 병의 플라스틱 뚜껑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호스를 넣은 다음 밀봉을 위해 뚜껑 양쪽을 접착제와 본드로 붙이고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32brix의 설탕물을 만들어(1리터의 물 + 320g의 백설탕) 33도가 될 때가지 식혔다. 디지털 온도계가 있어 정확히 온도를 잴 수 있었다. 온도가 이스트를 죽이지 않고 빠르게 활성화시키는 지점을 찾기 위한 것이고, 사실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면 온도 검측에 큰 의미는 없다. 그저 미지근한 물로 작업하면 된다.

접착제가 다 굳었을 때, PET 병에 마개를 꽉 닫고 온 힘을 다해 호스에 입김을 불어 넣어 뚜껑 부근에서 새는 곳이 없는지 간단히 기밀 테스트를 했다. 

커피포트에서 물을 조금 따라내어 32도 무렵까지 식히고 설탕 약간을 넣은 다음 드라이 이스트를 4g 쯤 넣어 서서히 녹였다. 식은 설탕물은 PET 병에 넣고 적당히 녹은 드라이 이스트의 걸죽한 국물을 병입. 

언급한 여러 작업을 하는 동안 자투리 시간이 남아 배가 고파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서 라면에 계란 투입하고, 계란 껍질은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순 다음 병에 미리 넣어 두었다.

한 달 전후 해서 효모가 알콜에 빠져 다 죽고 나면 PET병에는 최종 산물로 10%~12% 무렵의 알콜이 생성되는데,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어디서 양조용 효모를 구하면 술도 만들고, 일거 양득이 되지 않을까?

호스 끝에 역류 방지용 밸브를 달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 달았다 -- 별 필요 없어 보였다. 다만, 효모가 빛을 싫어하므로 검은색 비닐봉투로 PET병을 싸고 끝을 묶어 PET 병에 빛이 닿는 일이 없도록 했다.

하루쯤 놔두어 이탄 발생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Up사의 Co2 심플형 확산기를 호스 끝에 달아 수조에 넣었다. 

이끼 문제

저면 여과기를 설치하면 수조를 쉽게 뒤집어 엎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끼 폭탄이 찾아온다면(벌써 두 번이나 이끼가 끼었다) 대책은?

수조 살균을 위해선 자외선 살균이 최고. 그래서 자외선 살균램프를 알아봤더니... 3W 짜리가 18000원이나 했다. 비싼 램프 값에 한숨 쉬다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착한 친구같은 eBay를 하릴없이 뒤져봤더니 3W 짜리 aquarium uv sterilizer가 18.94$ 에 free international shipping이다. 상황이 그래서 어떤 바보가 램프 사서 자작하겠나 싶다. 솔직히 내가 좀 바보같아서 칫솔 살균기를 개조할 생각을 하고 그림도 그려봤었다 -_-

주말 하루가 다 갔다. 뭔가 할게 몇 가지 더 남았고 물고기들이 죽지만 않길 바랬다.

수조 온도를 2도쯤 올렸다. 지금까지는 20도였는데 그걸 22도로. 히터가 작동할 때면 물고기들이 히터 주변으로 모였다. 아무래도 예전 측면 여과기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레인 바를 통해 물 표면과 저면이 빠르게 순환했는데 저면 여과기를 사용하면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사이의 열교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 

이럴 때가 아닌데 식물을 키우고 물고기를 기르고 있다.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안되어 답답하니까 그쪽으로 투사되는 것 같다. 핑계는 딸애 정서를 위해서, 그리고 감기 잘 걸리는 딸애를 위해 겨울철 방안의 습도 유지를 위한다지만...
   

Karas. 1화의 인트로 빼곤 볼 게 없었다. 시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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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son will prevail!

잡기 2011. 12. 16. 00:29

9월, 10월 무렵부터 휴대폰의 인터넷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십초~수분의 지연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wifi로 접속할 땐 그럭저럭 속도가 나와 기기 문제는 아니었다. 유플러스의 2G/3G 망에 문제가 있다고 볼 밖에.

휴대폰 사려고 두어달 장터 잠복을 시작했다(당초 계획은 WM7 휴대폰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 기다리다보면 옵티머스Q의 약정기간 2년이 지나리라 생각). 소니에릭슨의 익스페리아, 모토롤라 아트릭스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았다. 10월 14일 할부원금 9.9만원, 3무, i밸류 요금제, 3개월 유지 조건의 KT 아트릭스로 결정. 조건이 워낙 좋은 버스폰이라 뽐뿌에 판매광고가 올라오자 마자 물량이 바로 소진되었다.

18일, 해피콜 없이 이전 전화기는 해지된 상태인데 개통이 안된 휴대폰을 받고 멍하니 기다리다가... 19일 아침에 웹질을 해서 손수 개통했다.  246791538*#** 누르고 WCDMA-Security 메뉴의 첫째, 둘째 항목 체크하고 세째 항목을 uncheck한 다음에 리부팅하니 간단히 개통된다.

며칠 사용해 보니, 1900mAH 배터리 덕분에 적당히 사용할 경우 1.6~2일 가량은 충전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겠다. 내친 김에 10월 28일 아내 휴대폰도 아트릭스로 바꿨다. 액정이 별로긴 하나, 그외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잘 샀다.

10월 28일 갤럭시 탭이 2년 약정, 할부원금 10.8만원, 월 1만원 요금제로(기기할부금 월 4500원, 와이브로 30GB 사용료 5500원) 싸게 풀렸다. 회사 SW팀에서 나를 포함해 4명이 갤럭시 탭 구매를 신청했다. 나는 딸애 장난감 용으로 샀다. 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년 1월 중으로 갤럭시 탭의 OS를 Icecream Sandwitch로 업그레이드 해 주겠다는 삼성의 발표가 있었다.  빙고. 올 가을은 기기 운이 좋은 편... 이라고 해봤자, 쓰다가 재미없어 그냥 방치해두었다던 XBOX360+Kinect+10장의 타이틀을 중고가 30만원에 판매한다는 기가 막힌 매물을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안타깝게도.

10월, 일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18일을 보냈다. 43:2의 경쟁율이었으니 코딱지만한 중소업체에서 꽤 많은 지원자가 있던 셈. 면접을 팀원들과 같이 보고 몇 차례 협의 후 두 사람을 합격시켰다. 무려 4년 만에 신입사원이라니... 이왕이면 여자가 들어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분위기 칙칙하게 이건 뭐 늘 남자들 뿐이라... 

모회사가 외국 벤처의 투자를 받았다. 경사가 났는데 PS는 언급 없으니 달나라 얘기랄까? 나야 뭐 평범한 개발자지만 이사는 이사질을 하고, 개발자는 개발질을 하고 영업직은 영업질을 하는, 수평적인 역할분담을 하는 사회주의적인 회사가 되길 강력히 원한다. 뭘 원한다는 건 뭘 하겠다는 것과 같아 의지의 실현에는 피와 땀과 영혼이 불가피하게 개입된다. 오랜 시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PS가 없으면 대부분의 영혼은 토라지고 지치는 것 같다. 내가 소시오패스라서 인간 삶의 중요한 모티브를 형성하는 관계와 균형과 타산에 별로 영향받은 적이 없지만 책임자로서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게 워낙 중요해서...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다. 약 없이 일주일 쯤 버티다가 외근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해서 하는 수 없이 약을 먹었다. 감기가 나을 때 쯤, 딸애가 후두염에 걸려 말을 제대로 못했다. 신기하게도 한밤중에 찬 바람을 쐬니 후두염이 호전된다. 아이가 낫자마자 내가 다시 감기에 걸렸다. 한 3주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이건 뭐...
늦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자 베란다에서 재배하던 작물이 시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방울토마토는 끈질기게 잘 자랐다. 재배 작물을 싹둑싹둑 잘라 정리하고 수경재배통을 깨끗이 청소했다. 3개의 수경재배기 중 바질이 자라는 수경재배기만 남겨두었지만 기온이 낮고 광량이 적어 거의 자라지 않았다. 방치해 두었던 스티로폼의 흙 위로 상추 싹이 올라와 무럭무럭 자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내년에 작물 심으려고 흙에 유기비료를 섞어 놓았더니 적당히 서늘한 기온에 상추가 싹을 틔우고 양분 덕택에 잘 자라는 것 같다. 가끔 물을 줬다. 말라죽을 때까지, 살아서 버티고 있을 때까지 물을 줄 것이다.

토마토가 사라진 베란다가 몹시 삭막해 보인다. 마땅히 키울만한 작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딸애와 함께 놀러갔다가 솔방울을 한 바구니 따왔다. 뭐에 쓰나 봤더니 솔방울을 물에 담궜다가 소쿠리에 건져내 방 안에 놔두면 천연가습기가 된단다. 물을 머금은 솔방울은 단단하게 뭉쳐있다가 습기를 다 발산하고 나면 꽃 피듯이 활짝 벌어졌다. 그럼 다시 물에 담궜다가 빼내 방안에 놓아둔다. 물을 적신 수건보다 낫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진 후에 이런 종류의 천연 가습기가 인기인가 보다. 

집에는 양액으로 재배하는 스킨답서스 화분이 많았는데 아내가 몇몇 화분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이 다섯 개, 그 외 두 개의 화분, 작지만 꾸준히 물이 증발하는 수조와 솔방울 가습기(?)까지 있어 특별히 가습기를 돌리지 않아도 집안이 건조하지 않았다. 

수경재배 비료를 구입. 올봄에 산 것에 비해 포장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dS/m이 수정된 친절한 설명서가 포함되었다.
 

9월 중순 무렵. 아내가 아는 사람에게 한 자 짜리 조그마한 수조와 구피 몇 마리를 얻어와 소위 '물생활'을 시작했다. 측면 여과기, 히터, 조명 까지 풀세트로 얻었다.

에고 내 팔자야. 살짝 배가 부른 암컷 한 마리, 수컷 한 마리. 새끼 세 마리. 암컷이 얼마 안 되어 새끼를 한 마리 낳았다. 루디지아 세 포기를 심고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다.

food timer라고 시간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물고기 먹이를 공급해주는 장치. 내부에 시계가 있어 원반이 회전하다가 노치가 상단 마이크로 스위치를 건드리면 먹이통이 회전하며 사료를 떨군다. 뭔가 좀 어설프지만 3주쯤 사용해 보니 그럭저럭 작동에 불만이 없다. 다만 피딩량을 세심하게 조절하기 힘들고 건전지를 넣어 동작하므로 건전지가 떨어지면 물고기들이 굶는다. 하루 세 차례 먹이를 공급하도록 설정해 놨다. 
 

2011/10/18 이끼가 많이 껴 알지이터 두 마리를 대형마트에서 구입해 수조에 넣었다. 한 동안 갈색 이끼를 잘 먹어대다가 더 먹을 것이 없자 저렇게 루디지아 잎사귀에 앉아 있던가,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 짱박혀 시간을 보내곤 했다. 밤이 되면 조금씩 뭔가를 먹긴 하는 듯. 녹색 이끼는 구미에 안 맞는지 잘 안 먹어서, 녹색 이끼가 줄지 않았다. 햇빛이 닿지 않도록 차단하고 전등 켜는 시간을 줄였다. 

2011/11/02 새끼 구피 중 한 마리가 죽었다. 미안했다. 길을 걷다가 개미나 지렁이를 밟을까봐 조심하는 편이고 딸애한테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 생명이 소중하다기 보다는, 생명을 일 없이 죽이지 말라고.

2011/11/10 어미 구피가 새끼를 낳았고 그 중 열여섯 마리를 아내가 일일이 건져 양육통(?)에 넣었다. 수초가 잘 자란 상태고 열 여섯마리나 되는 부담스러운 새끼 구피들 중 절반 가량은 자연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뭐 살아 있는 이상 살려야지.

2011/11/27 수조를 청소했다. 눈부시게 번쩍인다. 청소 전에 물고기를 작은 대야에 옮기고 추가로 먹이를 줬다. 아무래도 배가 불러야 딴 생각들을 안 하지 싶어서...

돌에 앉은 이끼는 아무리 문질러도 없어지지 않았는데 대야에 물을 붓고 락스를 용기 뚜껑으로 둘 정도 부어 몇 시간 놔두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조를 닦을 때도 락스를 썼다. 헹구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통에 미리 받아둔 물을 수조에 붓고 수질 개선제와 박테리아제를 넣어 수질을 안정시켰다. 처음 키워보는 거라 다소 우려가 되었지만 수조에 물고기를 옮겨 담았다. 

구피 성어 5마리, 구피 새끼 16마리, 알지이터 2마리, 생이새우 1마리 = 24마리. 물고기 사진 찍기가 힘들다던데 정말이다. 조그만 녀석들이 픽픽 움직여대니 포커스를 맞추기 힘들다. 

2011/12/15 딸애 성화로 이 좁은 수조에 네온 테트라 세 마리를 추가했다. 구피 어미가 한 달 만에 또 새끼를 낳았는데 다들 잡아 먹혔는지 그중 다섯 마리만 살았다. 네온 테트라 중 한 마리는 다음 날 사라졌다. 내 실수로 수조 정비 후 자동공급 먹이통을 빼먹고 장착하지 않아 물고기들이 하루 종일 굶었다. 그래서 병약한 네온 테트라 한 마리가 죽자(물이 바뀐데다 원래 약한 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체를 뜯어먹고 구피 수컷들은 암컷 꽁무니에 입을 대고 쫓아다니다가 구피 새끼들이 나오자마자 잡아 먹은 것 같다.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보름 새 24마리에서 7마리가 추가되어 33마리가 수조를 돌아다닌다. 

바닥재를 슬슬 휘저으면 물고기들을 싼 똥이 허옇게 올라왔다. 잘들 먹고 똥을 하도 싸대서 수조 물을 자주 갈아줘야 했다. '물생활'을 하는 어떤 사람들은 수조 물을 년중 갈아주지 않아도 물고기들이 잘 산단다. 아무래도 우리 수조는 생태계 구성에 무슨 문제가 있던가 내가 너무 설치는 것 같다.

암모니아와 똥들을 먹고 질산염으로 정착시키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의심스럽다. 박테리아 의 활동은 온도에 비례한다. 수조 온도를 21-22도 사이에서 유지하고 있다. 구피는 24~26도 사이에서 생육이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테리아 및 물고기들을 위해서도 온도를 조금 더 올리는 것이 좋겠지만, 온도를 올리면 히터 가동 시간이 길어진다. 히터의 소비전력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60~100W 사이로 상당한 편이다.

수초들이 한 동안 잘 자라다가 근 한 달 새 까맣게 타기 시작하고 수조를 청소한 지 겨우 2주가 지났는데 다시 녹색 이끼가 끼기 시작했다. 수초와 이끼는 서로 영양분을 두고 경쟁한다. 몇 가지 추측을 해 봤다. 영양소 결핍, 이산화탄소 결핍, 장시간의 조명.

수초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의 보충: 암모니아를 정착시키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충분한 질산염이 수조에 공급될 터이지만 인과 미량 원소는 보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실 수돗물에도 미량 원소는 어느 정도 들어 있다. 그래도 양액 배양을 하거나, 스틱 류를 구입해 수조 물에 적당량의 양분이 녹아있게 한다.

이끼, 이산화탄소, 광량: 약 10시간 가량 조명을 켜 두었는데, 광량을 줄인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친 광량이 주어져 광합성을 하자니 능력이 딸려 잎들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 및 광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수초를 심거나, 이산화탄소를 보충해 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이스트와 설탕으로 이산화탄소 공급기를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배웠는데, 맥주 만드는 것과 같았다.

11월 27일 찍은 동영상.


2011/10/9 서울랜드

이제 곧잘 하는데? 쉬워보이지만 어른 여자들도 쉽게 자빠지곤 한다.

때마침 할로윈이라...
  

2011/10/30 과천과학관 앞에서 윈드 다이빙 체험을 하고 있다. 대기하다가 간단한 교육을 받고 점프복을 입었다.

EOS 400D 가지고 이거 밖에 못 찍나?

외국인에게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빠/엄마가 지나가는 방글라데시인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고 지하철에서 굳이 아무도 앉지 않는 흑인이나 베트남 사람 옆에 앉혀 놓아서인 듯. 인도식당에선 주방에 들어가 인도 요리사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기도 한다. 술집에 방치해 두면 옆 테이블에 가서 놀다가 용돈을 얻어 오기도. 기특하지... 돈이 되잖아?

2011/11/12 아라뱃길이 11월초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봤다. 멀리 행주대교가 보인다.

한강 자전거도로의 끝인 행주대교를 조금 더 지나 아라뱃길과 연결되는데 자전거 길을 한심하게 만들어 놨다. 90도씩 꺽어지는 좁은 오르막길은 사고나기 딱 좋게 생겼다. 

아라뱃길 상징탑에서 인천쪽으로 뻗은 물길. 자전거 도로는 여기서 잠깐 끝났다가 일반 도로를 타고 다리를 건너야 저 맞은편 자전거 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역시 한심하게 만든 자전거길.

아직 공사가 덜 끝난 흉흉한 양변 사이로 유람선이 운행 중. 내년 봄이 되면 볼꺼리가 생길까? 글쎄다. 좁은 자전거 도로가 마음에 안들어 아라뱃길과 병렬로 이어진 한산한 국도를 달렸다.

클릭=확대. 산을 깎아 물길을 냈다. 기껏 만들었다는 자전거 도로가 좀...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나면 파묻혀버릴 것 같다.

딱 중간쯤 지났을 무렵 공사중인 인부가 길을 막아 인천까지 가지 못하고 자전거를 되돌렸다. 별 감흥이 없었다. 

2011/11/13 오랫만에 산에 갔다. 광교산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서 경기대입구에서 오르기 시작. 어제 모처럼 탄 자전거로 뭉친 다리 근육을 풀 겸 편하게 올랐다. 새로 생긴 화장실인 것 같기도 하고... 전에 못 봤던 건물. 

늦가을 정취.

클릭=확대. 보호수.

16km쯤 걸은 듯. 

11월 25~11월 26일 회사 야유회 -- faceboot이나 twitter보다 내 취향엔 Google+가 낫다.

Breaking Bad S02E11. 추천받아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high 상태.
 

Breaking Bad S03E13. 생활고에 시달리는데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을 날이 머지 않았던 화학교사가 전공을 살려 매우 품질이 우수한 메쓰암페타민을 제조, 판매. Weeds와 다른 점이라면 매우 찌질하고 절망적이며 카메라 시야가 시원하고 우수하다는 것.

Breaking Bad S04E04. 개성만점의 캐릭터들까지...

Breaking Bad S04E11. 절망에 빠진 주인공. 연출이 맘에 든다.


Last Exile 2011. 2기(?). 배경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찌질한 인류는 쌈박질에 여념이 없고...

 Last Exile. 1기(?) 2기 나온 김에 1기를 다시 봤다. 세월이 흘렀다.

Last Exile Ginyoku no Fam. 

Last Exile. 2011년 버전보다 전 버전의 스팀펑크가 더 정감 가고 색감도 좋아 보이는 건 뭐... 저 윗 사진의 녀석들은 비행 중에 보안경도 안 썼다. 개념이 없다.

Big Bang Theory S05E08. 누구나 한 번 쯤은 만들고 싶어하는 데스스타

Castle S04E08. 그다지 긍정적인 평이 안 나오는 여주인공.

Good Wife S0E07. 미드를 이것저것 연달아보다 보면 캐슬의 여주인공과 굿와이프의 여주인공처럼 강렬한 대비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고보면 못봐줄 정도로 관리(?)가 안된 상태가 아니면 여자들 외모에 내가 무감한 건 아닐까 싶기도... 그래서 잘 생겼건 못 생겼건 공평하게 무시했다.

World's Fastest Indian. 저 노인네가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건 그냥 흔해 빠진 세상 어딘가에나 있는 노인네 똥고집일 뿐이다. 10대 머저리, 20대 정신병, 30대 또라이, 40대 꼰대, 50대 골통, 60대이상 똥고집이라는 스테레오타잎?

영화 덕택에 솔트레이크에 이런 길이 있다는 거, 아 그래서 솔트레이크였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화장실은 왜 저 모양일까?

황해. 표정이 근사하다. 재밌다.

추격자. 일관성 있네?

아저씨.

아저씨. 꽤 멋진 장면. 태국 아저씨의 매우 언어적인 표정: 이런 씨발...

In Time. 의외로 재밌게 봤던 SF 영화. 아무래도 시간을 소재로 한 말 장난이 재밌어서인 듯.

Strike Back S02E05. 영국드라마(1기에 해당)치고 스케일이 있었다. 밀덕용, 아니 FPS 유저 상대로 만든 컨텐츠 같다. 교본대로(제대로) 총질하는 특수부대원들 덕에 극의 사실성이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사소한 결점이라면 주인공들이 람보류. 2기는 무의미한 섹스신이 나오는 성인물. 재밌게 봤고 혹시 나올지 모를 3기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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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AA

잡기 2011. 11. 1. 14:06

술자리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단 3분 만에 창틀 밑의 틈새에 고이 숨겨두었던 금붙이만 귀신 같이 훔쳐갔단다. 경찰이 와서 말하기를 요새 도둑들이 금 검출기를 들고 다닌단다. 믿을 수가 없는데? 헤롱거려서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으쓱. We haven't found any valuable items with our detector but I hope you do.

마누라가 구해온 토마토 모종을 수경재배기에 키웠더니 열매가 일곱 개 달렸고 다 죽은 줄 알았던 오이가 열매를 맺었다. 그 동안 바빠서 양액을 레시피 대로 만들지 않고 대충 만들고 물만 채웠음에도 방울토마토는 여전히 트리피드처럼 자랐다(2011.10.10일 무렵). 한 번은 재배기 통의 물이 다 말라 식물들이 거의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수경 재배를 한 번 해봐선 모르겠다. 곧 겨울이라 마땅히 키울 작물이 없다. 딸기 모종 역시 당장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바질과 스킨답서스는 여전히 무럭무럭 자란다.

바질로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나 피자 외에는 뭘 해 먹을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떤 생이건  본래 쓰임이 없던 것 아닌가? 살다가 죽는 것 뿐.

power manager를 구입했다. 인스펙터2는 배송료 포함 4만원 가량, 파워매니저는 할인 받아 45000원에 구매 가능. 한 번 쓰고 다른 용도를 찾기 어려운 계측기라 오랜 기간 구매를 망설였다 -- 예상대로 한 번 써 보고 서랍에 처박혔다.

그 동안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 2년간 한달 전기료 평균값은 30155원, 공용전기료를 빼면 21308원으로 더 줄일 여지가... 있어 보였다. 파워매니저로 계측 시작.

집의 냉장고 소비전력부터 측정해 보았다. 냉각이 된 상태에서(그러니까 '평소') 냉장고 소비전력은 평균 60W이하로 의외로 작아 놀랍다 -- 다시 생각해 보니 놀랍지 않았다.

집의 29인치 TV의 소비전력이 170W 가량인데다 사용한지 10년이 넘었다. 평소에 내가 볼 일이 없는 TV지만 에너지 효율이 그 보다 나은 TV로 교체할 때가 되어 LED TV 를 알아보았다. 75만원 짜리 중소기업의 42인치 LED TV를 구매. 스피커가 매우 거지같다는 평을 들어 음향에 아무 기대를 안 했는데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안 좋았다. 

42" LED TV의 소비전력은 128W로 표기된 170W보다 낮았으나, LG의 비슷한 42인치 LCD TV(95만원)의 실측 소비전력이 130W가 나와 LCD TV의 소비전력이 좀 더 클 꺼라는, LED TV가 좀 더 에너지 효율적이란 편견이 사라졌다. LED TV의 전원 오프시 대기전력은 0.45W로 굳이 플러그를 빼 두고 다니지 않아도 될 듯. 

24시간 켜 두는 집 PC의 평상시 평균 소비전력은 120W, 최대 145W(PC 및 모니터 17" + 23" 소비전력 합산한 것), HDD off/Monitor off 상태(idle)에서 47W가 나와 기겁했다. PC를 사용하지 않을 때 20W 형광등 2개를 하루 종일 켜두는 것과 마찬가지라... PC를 절전모드로 변경하고 공유기에 Wake On Lan 기능을 활성화 했다. 어차피 집 PC를 켜 두는 이유는 원격지에서 집 PC에 접속해 뭔가 할 일이 있거나, 부팅없이 손쉽게 PC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노트북은 충전 중 사용시 약 60~70W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프로세싱 파워와 여분의 모니터를 생각하면 집 PC가 노트북보다 '효율면에서'만 낫다. 만약 아이패드 따위의 태블릿을 사용한다면, 그리고 집에서 하는 일이 웹 서핑 정도라면 태블릿은 전력 절약에 필수적인 선택일 것이다.

절전 모드에서 PC+2대의 모니터 대기 전력은 monitor off 상태에서 6W, monitor on(but display off) 상태에서 7W로, 모니터 2대를 끄나 안 끄나 별 차이가 없었고, 대기전력은 6~7W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편견 하나가 더 제거되었다 -- display off 상태라면 모니터 전원이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소비전력에 별 차이가 없다. 

PC를 절전모드로 켜고 끄니 무선 키보드/마우스 세트가 어떤 때는 작동하고 어떤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 키보드의 키 중 몇몇 키는 사다리형 지지대의 텐션이 안 좋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숫자패드의 키와 교체하기도 했다. 싼 맛에 산 irocks의 무선 키보드인데, 다시는 사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상시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냉장고(60W), 김치 냉장고(50W), 2대의 3W 짜리 공기펌프, 각각 대기전력이 1W 가량 되는 전화 충전기, USB 유전원 허브, 카메라 어댑터. LED 스탠드. 

음... 150x70cm 짜리 태양광 패널(오픈 전압 21V, 6A, 110W) 다섯 개 정도를 연결하면 7.5x0.7m가 되는데 패 널 비용만 350만원, 설치 기구물, 인버터 및 축전지 세트까지 몽땅 구매하면 800~900만원 가량 나오고 정부 지원금을 120만원 한도에서 10%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태양광 발전이 수 년 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  

TV를 사는 김에 TV 전후좌우 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다가 아이 책장을 사려고 보니 거실 벽면에 딱 맞출만한 기성가구를 구하기 어렵다. 별 뾰족한 수가 안 보여 소프시스의 조립식 가구를 주문했다. 몇몇 부품들이 빠져 반 조립한 상태로 방치하게 되었는데, 조립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퍼즐 맞추기?) 생각보다 무거운데다 조립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려 6시간을 조립.

배송한 부품을 제대로 다 받는데 일주일이 걸렸고 한 주가 지나서야 조립을 마칠 수 있었다. 책장 자체를 조립하는데는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지만, 서랍 8 개 조립하는데만 2.5시간이 걸렸다. 그나마도 전동 드라이버가 없었으면 더 걸렸을 것이다.

귀찮기도 하고 바빠서 블로그를 안 썼다.
 

2011/9/24 쌀국수 먹으로 자전거 타고 안산에 갔다가 본 안산중앙도서관. 강변에 있어 꽤 운치있다.

2011/9/25 아이 데리고 경마공원에 놀러갔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워낙 많아 뭐 하나 타려면 두어 시간씩 기다리는 단점이 있지만 대부분 대여 시설이 무료다. 딸애는 신기할 정도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았다.

경마공원의 카페 테라스가 명당 자리. 

딸애가 좋아하는 친구. 얼핏 보면 자매같달까.

Big Bang Theory S05E02. 이러고 싶을까?

Protector S01E05. 넌 뭐하는 년이야? 라고 물으니까 I'm a bitch with a badge 라고 대꾸. 

Warehouse 13 S03E08. 목소리 들으니 반갑구랴, 그런데 살 찌셨네요 제인웨이 선장. 원로회의 아티팩트 수호자로 나왔다. 

버디버디 E10.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산에 들어가 물 기르고 도끼질을 한다. 주연 맡은 저 귀여운 애가 유이였구나.

Terra Nova S01E01. 잔뜩 기대했는데... 이건 뭐...

Good Wife. S03E01. 사랑에 빠져 품위를 잃은 걸까, 아님 품위가 없어 사랑에 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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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cares wins

잡기 2011. 10. 1. 14:06
상황은 우리에게 아주 불리하다. 별은 멀고 인생은 짧으며 도박장은 항상 수수료를 떼어간다. -- 데이먼 나이트가 쓴 하인라인의 '미래사' 서문 중.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건 사실이죠?"
"내가 말했잖아, 응? 네가 상관할 바도 아니라고 말이야"
"그렇다면 다른 것을 믿나요?"
"물론이지! 나는 사람이란 약자에게 자비를,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어야 한다고 믿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관대해야 한다고 믿어. 만약 필요하다면 형제들을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고 믿어. 하지만 이런 것들을 증명할 생각은 전혀 없어. 증거도 필요없고. 그리고 너더러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지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야."

...

나는 속옷까지 모두 벗어버렸다.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남자를 무력한 느낌이 들게 하려면 옷을 모두 벗겨버리는 것만 한 일이 없다.
하인라인, 코벤트리. 새삼스레 하인라인스러움을 느껴 보려고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으쓱. 피임에 신경쓰는 사원의 창녀에게도 품위는 있다 -- 내 얘기다. 게다가... 별은 멀고 인생은 짧고 도박장은 늘 수수료를 뗀다.

모처럼 하인라인이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라는 말을 했으니 나도 한 마디 거들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수구꼴통은 진보진영에서 흔히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간주되고, 우리 이웃의 장애인을 대하는 알맞은 행동은 편견없이 배려와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것, 아무래도 병신이다 보니 만사가 불편할 테니까. 아, 그리고 아무리 수구꼴통이라도, 수구꼴통에게도, 관용(똘레랑스)을 베푸는 것이 아무렴, 한 줄 이라도 더 배운 소양인의 미덕이다. 똘레랑스는 관용, 용인, 화이부동 따위로 번역된다는데, 내가 아는 똘레랑스(tolerance)의 또 다른 뜻은 (설사 그것이 더럽고 추잡하더라도) 잘 참고 견디는 것, 버팀성, 개김성이다. 정리하자면,

하인라인: 바보들에게 참을성을 베풀자!
...: 온갖 병신들의 꼴값과 추잡스러움을  꾹 참고 그들을 사랑과 배려로 보살펴 주자!!!
 
로써, 하인라인보다 한 단계 진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쯤 한 차원 고매해지다보면 열 예수가 안 부러운데, 나나 많은 사람들이 곧 먼 길 떠나시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수구꼴통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보 중 말빨이 좀 되는 이들 중 주로 정신나간 여자애 같은 논리를 막무가내로 사용하면서 바지에 똥 싸고 해맑게 웃는 흔한 인문 계열도 있는데... 하여튼 그분들도 사랑과 배려로 보살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사랑과 관용이 넘치다 보면 결과적으로 만사가 다 잘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랑, 배려, 보살핌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지? 
간단하다. 넌 장애인이니까 사랑, 배려, 보살핌이 꼭 필요하다고 우긴다.

 하인라인의 하인라인스러움을 다시 보려고 저런 책을 출간한 게 재미가 없다.

자전거를 타며 팟캐스트로 지난 방송을 듣다가; 장한나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교향곡에 관해, 오케스트레이션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대규모의 인간 연주자가 그 모든 음을 서로에게 맞추는 기적.... 과 부카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매스 게임에 동원된 사람들의 싱크로율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다 태워 버렸다는 박경철이 경제 포커스를 그만 두면서 프로그램 중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인용했다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평소 늘 얌전하고 인간에 관심이 없어 오지랍질을 통 안 하는 내가 잘난 척 하자면, 그보다 더 좋은 묘비명이 있다. NON FUI, FUI, NON SUM, NON CURO. 나는 존재하지 않았고, (한 때) 존재했으며,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나, 신경쓰지 않는다. 그가 젊은이들 상대로 청춘 콘서트를 한 것이 왠지 감사했다. 흡사 내 짐을 덜어준 것처럼.
 
명색이 라이프로그인데 삶은 없고 글자만 있잖아?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블로그까지 하다보니 this->virtual_life->fragmentation_level이 높아졌다. 하지만 남들은 그러고도 잘 산다. 그들 두뇌에 내장된 Completely Fairness Scheduler 때문일까? 상관없다. 궁극적으로 나는 온라인 저편의 배경 잡음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존재했다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2011/8/20. 집 근처 저수지에서 아이와 숨바꼭질 중. 15kg 가량의 배낭을 메고, 땀에 절어서. 수원시는 별로 돈이 없어서인지 둘레 2.4km쯤 되는 이 멋진 저수지를 더 멋지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2011/8/21. 안양천 벛꽃길. 안양천 자전거 도로 중에 이런 길이 있다. 서울시는 돈이 없어서인지 이 멋진 길을 더 멋지게 만들지 않았다. 

2011/8/21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과천 부근의 양재천에서 발 담그고 놀았다. 행정부 이전으로 아파트 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과천시는 앞으로 돈이 없을 전망인데다, 개천이 더 이상 완벽해질 수는 없기에 그냥 내버려둘 생각인가 보다.

2011/9/4. 여의도 물빛공원.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빚을 져서라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한강 르네상스에 몰빵했고, 애들 밥값으로 드잡이질을 하다가 빅엿을 먹고 사임했다. 설마 이거 유지관리비 많이 안 나오겠지? 이명박 전 시장의 작품처럼 이것도 수도꼭지 컨셉인가?

2011/9/4 여의도 물빛공원. 애들은 물과 친하게 지낸다. 무척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런 것 없어도 애들은 기어코 놀이를 발명한다. 딸애가 잘 놀고  있는 동안 벤치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선잠이 들었다. 

2011/9/4 딸애 목욕시키기. 커서 나처럼 재밌게 살았으면...

2011/9/10 양재천 자전거 도로에서 본 삼성 타워 팰리스. 무수히 하트코스를 돌았지만 한 번도 이 곳 사진을 찍지 않았다. 

2011/9/17 서울랜드 팽이그네. 딸애가 혼자 타도 안 무서워 해서 신기. 갓난애를 들쳐없고  가파란 북한산을 오르락내리락한 때문이겠지.

2011/9/17 서울랜드 워터워크. 장담하건대 너도 자라는 동안 밸런싱 문제를 겪으면서 온갖 바보같은 실수를 하고 한두 번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은 다음 후회하게 될 꺼야.

2011/9/17 과천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스카이리프트

2011/9/18 미사리까지 자전거 타기. 하남 인근. 벌써 9월이다.  

아침에 자전거 바퀴를 만져보니 또 펑크가 났다. 올해 들어 일곱번 째. 아내 자전거는 하도 자주 펑크가 나서 아예 튜브를 교체했다. 튜브의 구멍난 곳을 찾기 힘들어 타이어에서 튜브를 완전히 빼서 대야에 물을 담고 물방울이 올라오는 곳을 확인했다. 소위 미세한 '실빵구' 펑크를 때우고 나서 아빠와 놀고 싶다는 아이를 놔두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모처럼 100km 이상 달려보려고 아랫배에 힘을 줬다. 세 시간 동안 맞바람에서 21~22kmh로 달리니 지친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늘(?) 가는 초계국수 집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멍하니 줄 서서 기다렸다. 별로 감탄스런 맛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집이라 신기하다. 다음부턴 그 옆에 있는 동치미 막국수를 먹어야겠다. 언젠가 간 적이 있는데 그거 먹고 술이 깼다. 

2011/9/18 양재천 잠실 한강 합수부. 바람을 등에지고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도착.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떤 아줌마랑 경쟁했다. 아줌마의 MTB는 아무리 바람을 등졌다지만 경사가 만만찮은 오르막길을  굉장한 속력으로 올라갔다. 아줌마와 엎치락 뒤치락 하다보니 평속 30kmh가 넘었고 사이클을 추월하기도 했다.

2011/9/18. 양재천 자전거도로에서 본 관악산. 출발 후 약 84km 지점. 작년에 비해서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젖산의 축적과 분해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기쯤 오니 속력이 많이 떨어졌다. 다음 주말엔 모처럼 자전거를 분해 정비해야 할 것 같다. 

MOMA 관람료 공짜  -- 현대카드이기만 하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고 심지어 특별전도 입장 가능하단다. 나이 들어 기력이 쇄하면 할 일이라곤 박물관, 미술관 투어 뿐일텐데...

Raajneeti. 뭔지도 모르고 다운받아 오래 묵혀뒀다가 볼게 없어 본 인도 영화. 싱크 맞는 자막이 없어 참 어렵게도 봤다. 선거 때만 되면 인도 정치판은 말 그대로 피비린내가 났다. 집단폭행, 살해, 협박, 폭탄 테러, 매수, 부정부패... 그게 소재다. 굉장한 리얼리티랄 밖에.

저런 군중 씬을 실사로 찍을 수 있는게 인도라서 CG인지 진짜 군중인지 잘 모르겠다. CG보다 인력 동원이 싸지 싶다. 

베나레스(바라나시)의 가트 같은데, 오른쪽 구석에 있는 작자들이 사두.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배우가 아니라 진짜 사두들이다. 세로줄은 비쉬누파. 

두 시간 사십분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마하바라타? 인디라 간디 집안의 비극? 저 아이는 설마 아르주나? 정말 그랬다. '아트만은 생멸하지 않는다. ... (이하 기억이 안나 생략) ... 죽여라! 저들을 살육하라!' 또한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활대를 들고 괴로워하던 아르주나에게 전쟁터에 나온 사촌들을 살해하라고 독려하는 크리슈나다. 파란만장한 한국 드라마처럼 굉장히 재밌었다.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는 어린 시절 읽었는데(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그거 읽었다고 인도 여행이 심오해지거나 더 흥미로워 지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과 논쟁을 했고... 진중권이 미학을 했으니 인도 사두와 철학 논쟁을 벌이면 무척 재밌을 꺼란 생각이 가끔 들었다. 
 

당연히 여신도 한 마리 나왔다. 흡사 인디라 간디처럼. 이거 참 대단한 맛살라 짬뽕 영화라 엄청 성공할 것 같다.

탑기어 코리아. 차덕은 아니지만 탑기어 UK의 전설적인 명성은 물론, 그저 재밌어서 가끔 보기도 했다. 탑기어 코리아는 좀 약한 편. 신형 국산차를 소개하면서 차가 한심하면 망치로 때려부수는 센스는 있어야지...

탑기어 코리아. 회가 거듭될수록 실망스럽다. 그럴 거면 때려치우던가. 웹질하다가 발견. 탑기어 코리아, 상업적 블로거와 다른게 뭔가? 트랙에는 가끔 피아노 비가 내린다.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모름지기 해적선의 돛줄에는 죽은 선원들이 박쥐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보기 좋다.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여러 차례 팀 파워즈의 원작 소설을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접곤 했다. 그런데 이런 인어 사냥 '그림'이 나오면 보고 싶어지는데? 어 이거...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그림을 베낀 거 같다?  이 그림을 어디서 봤더라?

Eureka. 유레카 마을에 경사가 났다. 첫 FTL 항행의 자원자를 모집 중. 이왕 할꺼면 우주선 디자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오덕을 초청하지... 저건 흡사 오리가미로 만든 우주선 같다. 어휴 촌스러워. 중국의 텐궁만큼 촌스럽군.

Green Lantern. 내가 난독증이라도 있는 건지 이상스레 이해가 안 가는 수퍼히어로 설정.

Suits S01E11. 멘토가 멘티를 걸고 내기를 한다. 

Sherlock Holmes. 내 심상의 홈즈와 일치. 살짝 데까당하고 시건방진 눈빛과 입가를 스치는 가벼운, 영국식 아이러니와 위선(또는 품위)을 담은 조소. 소설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후까시를 다 잡고, 일 없으면 자신의 예리한 정신을 약물로 타락시키는 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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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잡기 2011. 9. 4. 23:06


Flitter Fairy 를 사주면 애가 좋아할까? 얘길 들어보니 air swimmer와 함께 애들이 이거 보면 아예 자지러진다던데... 


Duck Song. 아이에게 llama song을 들려주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중독성이 강해서 아이나 나나 멍하니 이 노래를 열댓 번 틀어놓고 들었다.

Social Network. 떠난 전 애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릴없이 릴로드하며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저 작자가 마크 주커버그? 흑형이니 동남아니 쪽발이니 게이니 여자니 그런 거 잘 안 가리는 편이지만 이런 인간은 차별했다. 자명한 사실은, 본인의 보잘것 없는 다단계 합리화 과정을 거쳐도 자기가 병신 같고 찌질한 건 사회 탓이 아니다. 드디어 복지사회가 찾아와도 병신은 그냥 주욱 병신으로 남는다. 예: 돈 많은 병신, 잘 나가는 병신, 공부 많이 하고 머리 좋은 병신, 운 좋은 병신, 친구가 많은 병신, 적과 적인 병신, 기타 등등... 사실 페이스북의 UI나 UX가 뭐가 좋다는 건지, 내가 보기엔 그저 그 회사가 망하는게 수순이지 싶었다.

이 시대의 젊은이가 기가 죽어 지낼 일은 워낙 많은데, 일단 돈 못 벌지, 변변한 이성 친구 없지, 머리 나쁘고 얼굴 못 생기고 성격은 그저 주옥같지, 머리에 든 생각은 늘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하지... 남은 건 자존심? 미혼남성의 10%가 40대까지 결혼하지 못했단다 -- 고자도 아니고, 그 흔한 짝짓기도 제대로 못한다. 그래서 선배로써 굳이 충고하는 건 그나마 젊음도 한 때에 불과하여 때가 지나면 일평생을 궁상스럽게 살 게 뻔하니 삶에 미련을 두지 말고 타인에게 이로운 굵직한 거 한 방 터뜨리고 인기스타가 되라는 것. 가령 대통령 암살 같은... 가진게 없으면 버릴 것도 없다. 당신 시체를 딛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왠만한 시련은 신앙을 통해 극복해 나가면 된다.

홈플러스 포인트 적립 카드를 만들면 쇼핑백 준다고 가입하란다. 0.5% 적립되는데 이런 걸 사람들이 뭣하러 만드는지 모르겠다. 당 업체에 개인 이력과 쇼핑 패턴이란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자기 돈 백만원씩 써가며 기껏 챙기는 이익이 겨우 5천원이다. 신용카드 할인도 이 지경으로 괴이하지는 않았다. 박씨는 그건 대다수의 업체가 소비자가 멍청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그런 것들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릎을 탁 쳤다. 그럼 그렇지! 우린 기본적으로 멍청해!
1인당 5,000파운드! (혹은 그 이상)
부자가 되면 차별도 없다
큰 돈을 벌 마지막 기회!

제국 전함 폴리크레스트 호가 조지 국왕의 모든 적들이 설치는 바다를 평정하기 위해 곧 출항한다. 역풍과 조류를 거슬러 항해하도록 설계된 이 배는 독재자의 무력한 전함을 무자비하게 나포하고 침몰시키고 파괴하고 그의 해상 무역을 마비시킬 것이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폴리크레스트 호가 출항하기만 하면 부도덕하고 사치스러운 찬탈자의 궁전에 들어갈 보물과 보석, 실크, 공단, 값비싼 진미를 실은 비대한 프랑스 선박과 겁쟁이 네덜란드 상선은 더 이상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과학적 원리에 따라 건조된 이 놀라운 신형 선박의 지휘관은 그 유명한 오브리 함장!

오브리 함장의 브릭 소피 호는 뱃전 포격량 28 파운드로 지난 전쟁 당시 10만 파운드 상당의 적함들을 나포했다. 고작 28 파운드 포로. 폴리크레스트 호는 양쪽 뱃전에서 가각 384 파운드를 발포한다! 이런 규모라면 그 성과가 어떠하겠는가? 열두 배 이상! 적은 곧 파산할 것이다. 종말이 가까워졌다. 너무 늦기 전에 함께 기쁨을 누리자. 그리하여 큰 뜻을 세우라!

오브리 함장은 선원을 추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신이 매우 또렷하고 총명한 자들만 환대받을 것이며, 1윈체스터부셀의 금을 들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행운아일지 모른다! 서둘러라,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____ 에서 면접이 있으니 서둘러라. 바로 당신이 이 배를 탈 행운아일지 모른다!

국왕 폐하 만세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포스트 캡틴 1권을 읽었다. 마스터&커맨드를 읽은게 몇 년 전이다. 뒤져보니 때마침 2011년 8월 15일 H.M.S 서프라이즈도 번역 출간되었다. 포스트 캡틴 책 전반부는 작정하고 우울한 육지 생활을 기술했는데, 작가의 우수한 연출력 때문에(?) 지상에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미치도록 어서 빨리 바다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달까.
"당장 여관으로 달려와, 알겠나? 올라오라고. 보트 발판도 갖고 와."
"알겠습니다, 함장님."
순식간에 론치가 텅 비었다. 보트의 기다란 나무 발판을 가져오라는 말은 한바탕 드잡이를 의미했다. 정장은 선원들을 재촉했고, 재촉당하는 선원들도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한시도 놓칠 마음이 없었다.
길 끝에서 우르르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뒤에서는 의자가 휘둘리고 부서지고, 욕설이 난무하고, 승패를 알 수 없는 전투가 계속됐다.
"여기, 여기! 창문 바로 아래."
잭이 소리치자 물에 젖은 선원들이 나타나 헐떡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원을 만들어. 거기 아래 서 있어!"
잭이 창문에서 뛰어내린 뒤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소리쳤다. "보트 쪽으로 내려가! 힘내, 어서!"
거리에 있던 일당은 처음에는 주춤거렸지만, 포리 대장과 그의 보하들이 쏜살같이 여관에서 빠져나오며 고함을 지르자 다시 덤벼들었다.
"법의 이름으로! 멈춰라, 법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러자 거칠고 냉혹한 주먹 세례와 으르렁대는 소리,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좁은 길을 가득 채웠다. 선원들은 잭을 에워싸고 바다 쪽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법의 이름으로!"
포리 대장이 다시 외치면서 필사적으로 길을 뚫으려 했다.
"법 좋아하시네!"
선원들이 소리치자 포리와 맞붙어 싸우던 본든이 곤봉을 빼앗아 집어던졌고 곤봉은 길을 따라 굴러가 곧장 바다에 빠졌다. 본든이 말했다.
"이제 자넨 권표도 잃어 버렸어, 친구. 나도 이제 자넬 때릴 수 있으니 조심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얼간아. 안 그러면 뼈저리게 후회할 테니까."
포리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단검을 뽑아 들고 잭에게 달려들었다.
"어쭈, 제법인걸?"
본든이 보트 발판으로 포리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가 진창에 쓰러지자 여관에서 쏟아져 나온 풀링스와 그의 친구들이 포리를 짓밟았다. 이것을 보고 기가 꺽인 일당은 싸움을 멈추고 달아나면서 동료들과 야경꾼, 군인을 데려오겠다고 소리쳤다. 땅바닥에 뻗은 두 명은 내버려 두고 갔다.
"풀링스, 저자들을 끌고 와."
보트에서 잭이 소리쳤다. "진창에 쓰러진 저 친구도. 두 명이 늘어난 셈인가? 좋아. 모두 승선했나? 박사는 어디 있지? 박사를 불러와. 아, 거기 있군. 배를 밀게. 이제 모두 노를 젓도록, 힘껏 저어. 우리 방식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저 친구 아주 훌륭한 선원이 될 거야, 틀림없어. 정말 불독같은 사내야."
쫓기던 경제사범 주제에 법 집행관을 폭행하고 납치해서 채찍질하며 선원으로 써먹는 로맨틱한 시대다. 요새 불독같은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들어 나도 저러고 싶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번역하면서 번역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번역자의 변을 들어보니 이런 말이 눈에 띄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방대한 스케일, 혼돈의 시기를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짜릿한 인생 여정, 삶과 자연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그리고 그 바탕에 깔린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

책에서 인용한 저 부분이 잭 오브리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해적떼와 현역 해군 장교가 하는 짓거리가 구분이 안가던 시절의 신나는 해양 모험 소설인데 오타쿠들이나 읽을 것 같은 소설을 번역해서 번역자 본인도 충만한 기쁨을 누렸으니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원서로 몇 장 들추다가 보는게 고역스러워 포기했던 나같은 독자를 기쁘게 해줘서 감사하다.
"모든 현실이 게임입니다. 가장 근본이자 우리 우주의 밑바탕을 이루는 구조라 할 수 있는 물리학은 무척 단순한 법칙과 확률들의 상호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도출되는데, 가장 우아하고 지적, 미학적으로 만족스러운 최고의 게임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미래는 불가지하고, 또한 아원자 레벨에서 완벽하게 예측할 수없는 사건들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는 늘 유연한 상태에 있으며 변화 가능성과 언젠가는 우세하게 되리란 희망, 즉 멋없는 단어를 쓰자면 승리의 희망을 안고 있지요. 이렇게 볼 때, 미래는 곧 게임입니다. 시간은 게임 규칙 중 하나고요."
이언 M 뱅크스, 게임의 명수. 뱅크스 소설 중에 이처럼 우울하고 찌질한 것도 있구나 싶었다(이전에 읽은 것들과의 차이라면 우수의 강도랄지 운명의 잔인함이랄까...). 역사적으로는 팬들로부터 가장 인기있는 소설이자 대표작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혹시 번역 때문일까? 그래도 뱅크스의 글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소재가 시시한 걸 뭐 어쩌겠나.

War Photographer. 우연찮게 다시 봤다. 지나치게 드라마적인(말하자면 연출된 것처럼 강렬한) 사진을 찍어대는 James Nachtwey가 내 취향에 맞은 적이 없었다. 낙트웨이가 대단한 사진가일까? 그 업계에서는 그랬다. 

 이하 사진들:

좋군.

평범하지?

명암비를 좀 더 높였으면 좋겠다.

나라면 눈썹 아래 부터 잘랐을 것.

이런 걸로 돈을 받으면 솔직히 쪽팔리지 싶은데?

흥. 연출.

이런 사진은 나같은 범부도 찍는다. 게다가 시선이 영 밥맛. 인도네시아의 가난이라... 

현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동료가 죽으면 먼저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고통의 도서관이 있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서리얼리스틱한 르포르타쥬를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그것들은 저질 포르노에 가깝다고 여겼다. 사진 찍기 바쁜 저 작자는 시체를 헬기로 나르는 것을 돕는다.

사진 찍는 놈들은 사진만 찍고 떠난다. 위선이 아니라도 시선이 역겨울 때가 있다. 저 작자 사진에 좀 혐오감을 느껴서 때마침  EIDF에서 나온 한 다큐를 부러 소개하자면;

Position Among the Stars. 인도네시아의 가난에 관해 이런 시선도 있다. 배운 것 없고 가난하지만 '이 세상에 국민을 섬기는 정부는 없다'는 걸 알 정도의 지능과 개념을 탑재하고 빈민구제를 받기 위해 서류 조작을 서슴치 않으며 여차하면 뇌물이라도 먹일 기세인 사람들이다. 카메라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Position Among the Stars. 하나 밖에 없는 조카는 할머니가 집문서를 팔아 대학에 보내주려는데 남자애를 만나 희희덕거리기나 한다. 삼촌은 조카에 실망해서 그녀를 두들겨 패고 망연자실한다. 

Position Among the Stars. 할멈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장작을 구하러 돌아다니지 않도록 가스렌지와 가스를 구해 주지만 친구는 문명의 이기를 거절한다. 그들은 소녀같이 별을 바라보며 어렸을 적에 배운 노래를 부른다.

Position Among the Stars. 은하수가 반짝이는 들판에서, 할멈이 말했다 '춤을추고 싶어.' 은하수와 송전탑이 멋졌다. 다큐 만든 작자들은 이걸로 무슨 아이러니를 만들고 싶어했겠지만 송전탑과 은하수가 조화를 이를 수 있는 시대가 진심으로 도래하길 희망한다.

Position Among the Stars. 거리에서 댕기열 소독약을 뿌릴 때 백수나 다름없는 삼촌은 제 아내 브래지어로 코를 막고 자기가 키우는 전투 물고기들을 돌본다. 이 다큐 보면서 무척 좋은 카메라로 찍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war photographer에서 느꼈던 재수없는 냄새를 깔끔히 날려줬다.

'세상에 외치다(Be the voice)'가 주제였던 올해의 EIDF 다큐 중 일곱을 보았고 그 중 '내 별자리를 찾아서'나, '마라톤 보이', '보이지 않는 현', '그린 웨이브' 등을 재밌게 봤다. '보이지 않는 현'의 연주자 솜씨가 훌륭하지만 국내 주자들도 저 정도는 다 했다, 이를테면 각종 공쿠르에서 떨어지고 지금은 어디 촌구석에서 음악학원 운영하는 노다메 비슷한 여자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재 소리 좀 듣던 흔한 한국 여자들이 그랬다. 아참, '보이지 않는 현'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워낙 구리긴 했다.

미국을 한 동안 들끓어오르게 했던 타이거맘이 우글거리는 한국에서 노다메들은 스파르타식으로 벼려지고 자유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절절하게 느낄 터였다. 그런 절박감에 드라마가 더해지면 대단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긴 한국에서 누군들 드라마처럼 살지 않았겠는가.
'나는 평범하게 살았어요' 라고들 말하지만, 12년 동안 수용소나 다름 없는 교육 시설에서 강제 교육을 당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렸고 일부 남자들은 2년 남짓 국가에 강제로 징집당해 국가안보에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희생당한다. 그리고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중 일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갔고 대다수는 십수년의 세뇌교육도 말끔하게 잊어버릴 정도로 혹사를 당한다. 술김에 산다. 정치적으로는 다이너믹하고 우라질 일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지고 세계 경제 환경에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지독한 생존압에 시달려 왔다. 북한은 정례 행사처럼 포질을 해대고 일본과 중국은 사실상 경제적 주적이자 끊을 수 없는 동반자다. 나라의 생존이 세계 열강들과의 미묘한 외교정치적 줄타기에 달려 있다.

그러니 공쿠르 출전 자격에서 떨어지고 백수 생활 하다가 시골로 이주해 아이들 음악 학원 강사로 근근히 입에 풀칠하며 사는 노처녀의 삶도 그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영 다이나믹 해서 어쩔 수 없이 파란만장하달 밖에.

Falling Skies. 맥 빠지는 액션 뿐만 아니라 맥 빠지는 시즌1의 결말. 떡밥이라도 좀 던졌어야지 싶다.

이름을 잃어버린 여신.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일본 아줌마들. 아이를 통해 자기 위신을 세우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니 놀랍고도 신기했다. 마치 남편의 직위가 남편의 삶과 별 상관없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라도 되는 냥 거들먹거리는 한국 사회의 천박스러움처럼? 70~80년대 한국도 아니고... 일본의 한 정치가가 몇 년 전에 일본의 전업주부들 더러 기생충(parasite)이라고 떠들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드라마는 용두사미격. 이 여자들이 끝까지 마녀였고 철저한 피의 복수가 이어졌더라면 명작 반열에도 낄 만한 소재였다. 그게 참, 일본 답게 좋은 주제, 소재를 생매장하는데는 확실히 일가견이 있다.

Suit S01E08. Good Wife와 더불어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드라마. Good Wife와 더불어 무척 실용적(?)인 내가 굳이 HD급 화질로 다운받아 보는 드라마. 저 작자랑 나는 캡틴 제임스 커크가 남자 중에 남자 라는 것에 생각이 일치.

Suits S01E09. 이 양반 일 하는 거 보면 시원시원하다. 나랑, 굿 와이프랑, 우울한 덱스터랑, 함께 일하면 무척 재밌을 것 같은 작자. 물론 내가 프로젝트 팀장.

vandread 극장판. 설마 이것도 안 본 걸까? 싶어서 부러 관람하니 1,2 편 보고 남/녀가 편갈라 싸운다는 컨셉이 마음에 안들어 관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1,2화만 그랬고 그들을 돼지처럼 키워 장기와 피부를 벗겨 먹고 사는 그들 공동의 적, 지구인을 무찌르는데 힘을 합친다. 사출무기도 아닌 빔 무기가 저런 아름다운 리사쥬를 그린다는 것에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건담 시리즈 중 끝끝내 안 봤던 것이 턴에이와 윙이었는데, 더 볼 것이 없어 하는 수 없이 턴에이 건담을 봤다. 시발스런 공돌이나 밀덕 마인드로 점철된 여타 시리즈와 미술에서(아니 시선) 현격한 차이가 났다. 하도 오래되다 보니, 기름칠이나 잘해야 할 공돌이 프로그램 중에도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림이 훌륭해서...

건담도 진화를 한건가? 착각하다가...

혹성탈출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인상을 한, 전쟁에 미친 원숭이를 보니... 역시 일본 애니답다.

부다의 환생. 여늬 성화처럼 기분 나쁜 해석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 장면. 워낙 종교가 끼친 해악이 크다보니 종교를 인정하려는 수십년간의 의식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이런 장면을 보면 배멀미가...

Outcasts. 닥터 후를 비롯해 뭘 봐도 기대 이하인 영국 SF 중 하나. 어떤 자식들이 만들었는지, 이걸 SF라고... 하는 한숨만 나왔다.

EIDF. Green Wave. 이슬람 혁명 후 비밀경찰이 판을 치는 이란에서 2년전, 그러니까 2009년 선거가 있었다. 무사비는 당선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이맘 하메네이는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원했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비밀경찰은 시위대를 두들겨 패서 죽였다 -- 사복 비밀경찰은 내세에 천국을 약속받았다. 요구르트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가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어 거리에 쓰러졌고, 네다가 이때 길에서 죽었다.

2002년과 달라진게 없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석유 판 돈을 국민에게 분배한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메네이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과 다수당은 대규모 시위가 이란의 분열을 획책하는 서구열강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고, 그들은 나라를 바꿀 기회를 놓쳤다. 최근(2011) 하메네이는 아흐마디네자드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다시 기회가 오게 될까?

마리아가 사는 방법(Maria's way). 마리아의 길이다. 까미노 델 산띠아고를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어머니 때부터 내려온 대로 도장을 찍어주고, 때가 맞으면 무화과를 대접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머리 수를 센다. 죽을 때까지. 마침 흔한 미국인 여행자들이 지나갔다. 

15분 남짓한 다큐는 그게 다였다. 그게 마리아의 인생이었다. 대체 왜 찍었는지 모를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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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t handle the truth

잡기 2011. 8. 16. 00:17

수원 맛집 구글 지도 정리 중 -- 수원 시내 돌아다닐 때 구글맵으로 보려고 만든 지도. 대체로 수원 시민에게 알려진 곳.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데... 가진 자료가 빈약해 많이 썰렁하지만 업데이트를 해 볼 생각.

잦은 비로 기온이 떨어지고 빗물에 모기 유충이 쓸려 내려가 올 여름엔 유난히 모기가 없었다. 지난 5월 삽질을 시작하면서 구입했던 타이머 중 하나를 21시부터 다음날 05시까지 홈매트를 켜기 위해 사용했으나 별 쓸모가 없었달까. 

Atmel의 ATTiny Chip Series를 사용하여 타이머 스위치를 회로 설계해서 만들 생각을 했는데, 5300원 주고 산 저렴한 중국산 타이머 스위치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스스로 흡족해 하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스스로 흡족하기? 

박씨 아저씨가 키네틱 아트에 관심이 있다길래 arduino를 소개해 준 적이 있다. 정작 나는 그걸 사서 뭘 해 볼 생각이 없었다. 시대가 이토록 빨리 변화하는데 여전히 전통적인 재료로 구닥다리 오브제를 만드는 녀석들도 많긴 하지만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arduino 따위 반쯤 만들어진 전자회로를 사용해 자신의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심지어 XBox 키넥트를 사용하는, 키넥트 SDK를 사용해 한 사람이 추는 춤을 시차를 두어 가공해 집단 군무로 만들어 사방의 벽에 투사하는 뭔가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튼 현대의 예술가가 요즘 기술을 모른다는 건 좀 ...

저렴한 중국산 타이머 스위치의 내장 시계는 아웃렛 전원의 60Hz을 tick source로 사용하여 정밀도가 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아웃렛에 꽂아둔 채로 방치했는데 시계가 여전히 (대충은) 맞았다 -- 저렴한 레조네이터나 수정 발진자 따위를 대체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  실용적으로 저 정도면 충분히 24시간 동안 5분 단위 자동으로 기기를 on/off 시키는 용도로 충분하다. 의외로 이런 스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오디오 매니아들이 전원 소스의 주파수 때문에 음질 차이를 느낀다는 말을 듣고 그게 말은 되는지 하릴없이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들 말로는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마다 수차의 회전에 약간의 오차가 있기 마련이라 정확히 60 Hz가 안 나오는데 이걸 전원 소스로 사용하면 전원 주파수를 기본으로 하는 고조파 하모니의 영향으로 음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 애널로그 앰프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긴 한데, 59.9Hz와 60.0Hz의 영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건 포도주 맛을 보고 보르도 어디 어디 농가 무슨 귀퉁이  북측 34cm 지점에 있는 포도 덩굴이라고 테루아르를 정확히 맞추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인간의 귀가 저걸 구분할 수 있을까? 절대음감을 지녔다는 작자들 상대로 261.6 Hz(다장조의 도)와 261.16Hz(261.6 * 59.9 / 60.0)를 서로 구분할 수 있는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고 싶은데, 매니아 층에서도 가장 미친 것 같은 오디오 매니아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그게 구분이 되는 것 같아 더더욱 해보고 싶다. 하여튼 이건 SATA 케이블의 품질에 따라 차이가 나지 말아야 할 디지털 입출력의 음질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놀리지 말자. 그들은 진심인 것 같고, 그들을 공격해 상처를 준다고 내가 행복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겉으로 보기엔 흡사 정신이 나간 것 같아도 감성은 기술을 초월한다지 않나.

연초부터 말러 사이클을 시작했는데 진도가 아직 반도 못 갔다. 어렸을 적에는 번스타인만 들었고 그것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말러 사이클이 지휘자들에게는 일종의 성배 같은 거라서 꽤 많은 작자들이 도전. 아는 이름만 해도... 부르노 발터, 라파엘 쿠벨릭, 불레즈, 솔티, 아바도, 하이팅크 등을 구해서(뭐 토런트 뒤지면 다 나오지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 들어보려고... 내 취향엔 아바도와 하이팅크 같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개중 솔티는 처음 부터 끝까지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이 왠지 밥맛이었는데 다른 지휘에 워낙 오염(?)된 탓도 있고, 또 몇몇 개별 교향곡은 딱히 말러 사이클을 완성한 사람이 아니라도 특정 지휘자 것에 길들여져 있다.

세계 민속 음악은 몇 년 전에 시원하게 때려 치웠다. 그 많던 인디아, 아랍, 남아메리카의 신나는 음악들, 수집하기도 어려운 그것들을 모두 깔끔하게 하드 디스크에서 지웠다. 아트락은 십여년 전부터 특별히 귀를 쫑긋하고 들을만한 밴드 없이 개죽을 쑤고 있어 그저 옛날 명반(?) 듣는다는게 추억의 팝송처럼 되어 버린 듯.  그래도 귀에 착착 감기는 슬레이어즈나 메탈리카 따위를 안 들으려고 애썼다. 

돌고 돌고 돌아 어린 시절 듣던 음악으로 복귀하는 거, 연초에 그게 내 어리석은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내 삶은 대부분 어리석은 판단 미스와 무수한 실패로 점철되었고, 찢어진 깃발처럼 너절했다. 철새처럼 여기저기 떠돌며 알 낳고 신나게 놀다가, 문득, 어?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지? 하면서 다시 구질구질한 고향으로 돌아온 것처럼.


2011/08/14. 두 달쯤 비가 계속되니까 뱃살이 슬슬 붙기 시작한다.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갔더니 다시 비가 내렸다. 안양천 어느 다리 밑에 앉아 한가하게 개울 물이 불어가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2분 만에 30cm 가량 수위가 높아졌다. 50cm 더 높아지면 자전거 도로가 물에 잠기는 관계로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한 시간 쯤 지나 비가 그쳤고 늦은 저녁까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았다. 최근 잦은 비 때문에 여러가지로 농락당한 느낌.

2011/08/15. 4월 무렵 뽀로로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한테 넌지시 뽀로로 테마파크 얘기를 하니 발딱 일어서서 척척 나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성지순례의 일환으로 방문. 뽀로로의 등장인물들은 뭐, bastard orphan이다. 부모 간섭없이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이 소녀시대처럼 개떼같이 나와 감정이입이 가능토록 캐릭터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성공했던 어린이 대상 TV 프로그램의 정석을 따랐다. 


뽀로로 테마파크에 별로 인상이 좋지 않았다; 한심한 컨텐츠의 재활용에 뽀로로 껍데기를 썼다 뿐 판박이처럼 똑같은 애들 놀이터의 재현이라, 참신함은 찾아볼 수 없다. 뭐 이런...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테마파크에는 좋아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부모들이 나처럼 한 시간 반 동안 줄 서서 기다려 입장해 제한 시간 두 시간 동안 놀다가 여전히 기력이 남아있는 아이들과 함께 떠났다. 여기저기 앉을만한 자리에는 지쳐 축 늘어진 부모들이 앉아 있고... 아, 이건 흔한 광경인가?

20분 짜리 무슨 만들기 강좌 같은 곳에 딸 애를 넣어두고 페트릭 오브라이언의 신나는 해양모험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뽀로로가 어린 시절 그렇게 욕 해대던 텔레토비보다 나을까?  텔레토비가 방송되던 시절의 아이들이 자라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 당시엔 무척 궁금했었다. 세월이 흘렀다. 어쩌면 그걸 보고 자란 청년들과 일할 기회가 생길지도.

수경재배: 방울토마토가 끝물에 이르자 희안한 현상을 보았다 -- 양액의 EC가 높아졌다. 아마도 방울토마토가 더 이상 양분을 흡수하지 않고 물만 흡수하면서 EC가 올라간 것 같다. 방울토마토를 키워본 분이 가지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알고 있다. 일부러 그랬다. 베란다 창문 하나를 가득 덮을 정도로 무성한 잎사귀로 뒤덮는게 목적이었고 소귀의 성과를 얻었다. 열매는 고작해야 50~60 알 쯤 수확한 것 같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면 익은 방울 토마토를 하나씩 따 먹었고, 그거면 만족한다. 

아내가 어디선가 토마토 모종을 얻어와 달랑 하나 수확하고 죽은 파프리카가 있던 자리에 놓고 새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잘 키울 수 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놈에 비는 참...

다 뽑아 먹은 입채류 대신 (또는 황폐한 재배박스에) 근대, 열무, 시금치 씨앗을 파종. 이중 높은 온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금치는 싹이 트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10월에는 딸기를 키워야 하는데, 그때 까지 소식이 없으면 갈아 엎어야지.

수경재배 하는 것들과는 달리 한정된 체적의 흙에서 키우는 것들은 양분이 부족하면 잎 끝이 말라갔다. 수경재배 할 때 사용하는 양액을 줄 수 있지만 문제는, 액체라서 흙 속에 잔류하지 않고 쉽게 빠져 나가던가, 물을 주면 쓸려 나간다. 조금씩 흙에 양액을 공급하는 뭔가를 만들어 놔야 해서 2600에 20개 붙어있는 식물영양제를 구입해서 흙에 꽂았다.

식물생장에 필요한 무기염류를 공급해 준다는 차원에서 식물 영양제는 수경재배에 사용하는 양액과 구성 성분이 비슷하다. EC 미터로 측정해보니 2.3 dS/m 정도가 나왔다. 다 사용한 식물영양제 통에 다시 양액을 주입하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 이게 목적이다.

바질과 라벤더를 각각 화분에 심었다. 나흘 후에 바질 싹이 돋았지만 라벤더는 싹트지 않았다. 뒤져보니 라벤더는 광발아종인 듯. 이젠 씨앗 심기 전에 공부 좀 하자.

양액조에서 스펀지에 키운 완두콩 씨앗이 발아했다. 이전에 발아시키려던 것들이 싹이 트지 않았던 이유는 의심했던 대로 완두콩이 암발아종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지씨는 아직 발아하지 않았다.

대충 포기했던 오이는 하나 더 열렸다. 따먹고 나니 세 번째 오이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붓으로 수꽃을 긁어 암꽃에 발라줘서 오이가 열린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열매가 달리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왜냐하면 세 암꽃에 그렇게 붓질을 해댔는데 둘은 말라 비틀어지고 하나만 무럭무럭 자라났으니까. 꽃이 지고 6일도 안되어 따 먹을만한 크기가 된다. 무척 빨리 자란다. 딸애가 따도록 했다.

얼마 전에 출간된 '채소의 진실'이란 책을 알라딘에서 앞 몇 장쯤 읽었다. 사람이 먹는 채소 및 과실을 세 종류로 분류하는데, 농약/비료를 먹여서 키운 것, 비료를 먹여서 키운 소위 유기농 채소, 자연 그대로 재배한 것 따위. 안 봐도 뻔한 전개지만 자연재배만이 살 길이란 주장.

유기농 채소는 썩지만 자연재배 채소는 발효한다고 말한다. 그쯤에서 마음에 안 들어 읽다 말았다. 이왕이면 육각수도 보태지. 식물도 가급적이면 육각수로 키우고, 생장유도 때 특히 귀가 좋은 수박과 참외와 호박들에게는 모짜르트를 들려줘야 튼실하고 아름답게 자란다던지. 그거 다 사실이라잖아? 

질소 비료 사용으로 생긴 과영양화가 박테리아, 세균, 벌레, 인간 모두에게 먹음직스럽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채소와 열매가 썩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무엇보다, 발효와 부패에 무슨 차이가 있지? 같다. 발효는 인간이 먹고 즐기기도 하는 썩은 음식에 사용하는 단어일 뿐인데... 그리고, 자연재배라... 흠...

옛날에 읽은 글이 생각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수이자 성과는 재배종의 종자 개량을 쉽게 하기 위해 다년생 식물을 일 년 씩만 키우게 된 것이란다. 일 년만 키우다 보니 인간이 키우는 대부분의 작물은 토양에 길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표토(지표에서 약 30cm 까지)에서만 무기영양소를 흡수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매년 표토를 갈아 엎어줘야 하고, 비료(천연비료든 합성비료든)와 웃거름이란게 생겼고, 매년 작물 순환을 시켜야 하고 식물의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한 표토가 매년 쉽게 유실된다. 이쯤에서 오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일년생 재배가 다년생 재배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환경에 유연하게 변용할 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다.

농약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서 웃거름이나 비료마저 안 주겠다고? 식물 자체에 내재된 자연의 위대한 힘을 믿어보겠다고? 그러려면 이제는 말 그대로 씨가 말라버린 야생종을 찾아보던가 수확은 일단 포기하고  재배종을 기약없는 세월 동안 진화(?)시켜 야생종으로 만들어야 된다 -- 하여튼 이런 바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배작물을 다년생으로 키워야 한다는게 요점이다. 다년생 작물은 수 미터까지 땅 속에 뿌리를 내리며 토양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자연의 균형이란 건 정말 대단하고 소름끼치게 기계적이라서(deus ex machina?),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개량 종자는 야생 잡초와 경쟁하면 십중팔구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종자를 그렇게 만들어 놨다.

문화면에서 '채소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 이유가 SES의 맴버였다는 유명한 아이돌이 번역한 책이라서 그런 모양. 책은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으나(연구자 같지는 않고, 사실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자나 번역자가 나보다는 채소 재배를 잘 하지 싶다. 채소 재배에 정성을 기울여야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 아침에 물 주고 양액 배합해서 수조에 채우는 것만  해도 30분은 후딱 간다. 

딸애는 우리가 퇴비를 만들고, 퇴비로 거름을 만들고 땅과 퇴비를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 지렁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예전에 생각해 봤는데, 음식물 쓰레기와 죽은 식물의 사체를  순환시키는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작물 재배에 관한 학습 정리:

가지: 첫번째 꽃 바로 아래의 곁 가지 2개를 키우고 나머지 곁가지들은 가급적 일찍 없애준다.  여름철 건조기에는 진딧물이 생기기 쉽다. 수확기의 청고병은 반드시 방제해야 한다. 가지는 바람에 넘어지기 쉬워 지주를 세워 유인한다. 과실은 개화 후 20일 전후에 수확 가능하다. 영양이 충분할 때: 꽃에서 암술의 길이가 수술들보다 길다. 영양이 불충분할 때: 암술이 길이가 짧고 가지가 잘 맺히지 않음. 충분한 양분 공급.

오이: 충분한 햇빛과 물. 5-6월 모종을 구입해 옮겨 심을 것. 같은 흙에 다시 심는 것을 싫어한다. 오이는 모종을 키우기가 가장 어렵다. 꽃이 피고 20일 내외에 수확. 생육이 왕성할 때는 12~13일. 생장이 빨라 초여름에는 파종후 45일이면 수확가능. 오이는 줄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며 무성하게 자라 집안에서 여러 포기 키우기는 힘듬.

딸기: 무조건 모종으로. 모종 키우기가 대단히 어렵다. 모종은 10월 중순 옮겨삼기. 딸기 꽃눈은 반드시 겨울(5도 이하)을 거쳐야만 깨어나 꽃대가 자람. 너무 추우면 안됨. 3월 상순~중순에 웃거름을 준다.

상추: 파종에 적당한 온도: 15~20. 낮으면 발아가 늦어지고 높으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6cm 간격으로 파종. 파종후 7일이면 싹이 튼다. 질소 비료가 많이 필요하다. 뿌리가 약하다. 15~20도에서 잘 자라며 더위에 약하다.

시금치: 고온에 잘 안 자란다. 저온에서는 잘 자란다. 여름에 평지에 키우면 꽃대가 올라와 버려 잎을 못쓰게 된다. 깊은 재배상자가 좋다. 산성 토양을 싫어한다: ph 7~8 정도를 좋아함. ph 5.5이하에선 잎이 누렇게 변하며 죽는다. 발아 온도 15~18 무렵이 가장 좋다. 4일 정도 걸린다. 온도가 높으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씨 뿌리고 마르지 않게 젖은 신문지를 덮어주는게 요령이다. 건조하지 않게 주의한다. 싹이 트고 1~2주 무렵테 솎아준다. 2주 후 포기 사이를 4~5 cm간격으로 솎아줌. 본잎이 6~7장 자랐을 때 크게 자란 것부터 솎아 먹는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50~60일 가량. 

근대: 싹이 트면 2~3회 솎아준다. 자라는 기간이 비교적 길다. 가리는 것 없이 대체로 잘 자라 재배가 쉽다. 

TO 공생행성. 에피소드가 적어 아쉽다. 모처럼 보는 SF.

Super. 곧 아내를 잃을 남자. 전형적인 ASKY인데 용케 결혼을 했다.

아내를 뽕쟁이한테 빼앗기고 정의가 없는 썩은 사회에 분노한 나머지, 본인이 직접 악인을 응징하기로 결심. The Office의 드와이트가 그 성격 그대로 나온 셈인가 -_- 

수퍼 히어로에 버금가는 힘은 없으므로, 악당을 응징하는 방법은 무척 치사한 편.

악당이 지나가다가 나쁜 짓을 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해피 엔딩, 또는, 가능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재밌게 봤다.

Alphas. Syfy 채널의 또다른 수퍼히어로물. 아직 정리가 안 된다. 한심해지기 쉬운 소재를 어떻게 연출하느냐... 

Kill The Irishman. 본류 개마초물. 전설적인 아이리시 마피아에 관한 실화. 시원시원한 폭력을 구사.

Oceans. 어쩌다 보니 올 여름에도 HDD에 남아있는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게 되었다.

Oceans. 보라문어의 유영.

Oceans. Smart Swarm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는 멍청한 정어리떼. 개체들이 저마다 죽기 싫어서 발버둥치느라 저런 포메이션이 만들어진다.

미적 소양이 부족한 돌고래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정어리 떼를 몰아 사냥 하고...


물 밖에서는 갈매기떼가 마치 ICBM처럼 수면 아래로 내리 꽂으며 정어리떼를 낚는다. 지나가는 대형 고래들도 합세했다. 시원한 장면 덕에 더위가 가셨다. 아마도 작년에 올해 생각해 HDD에 내가 일부러 남겨 놓은 모양이다.


Shaolin. 금성무 웃는 모습을 보니 많이 늙은 듯. 그리고 이건 변치않는 손오공 변주인가? 한국처럼 중국에도 대승불교와 호국승들이 역사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었나 싶다. 아니면 중국 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사회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종교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동원된 계몽 국수주의인지. 내가 기억하는 현 시대의 소림사는 그 명성을 잘 활용해 비즈니스를 잘 하는 유사 종교집단이라 영화가 딱히 와닿지 않았다. 중국에는 인민 민주주의 같은 것이 없지 않았나?

Suits. S01E07. 삼십대 초에 얻을 것 얻고 챙길 것 챙기고 논쟁에 지는 방법을 조금 배웠다. 대개의 사람들은 본인 자존심이 딱히 훼손되지 않으면 뭐든 거래가 가능하고 합의가 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거래가 안 되는 게 있다.

Welcome to the Space Show.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체 왜 만드는 걸까?

도쿄 Dogs. 형사개그물. 옆 친구 하는 짓이 한국인 같아서 뒤져보니 일본인이다. 저렴하고 어설픈게 한국 드라마를 닮아서 혹시 한국 드라마를 벤치마크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러브라인은 확실히 한국계가 아니다.
 

Get Him to the Greek. 사장이 직원에게 mindfucking(정신승리로 번역하면 딱이지 싶은데)을 시전 중. 정말정말 알아먹기 쉬운 훌륭한 성인 코메디.
 

뉴욕타임즈 블로그에 가끔 그가 올리는 글을 보는 관계로 얼굴이 낯이 익었다. 보시다시피 폴 크루그먼이 Get Him to the Greek에 까메오로 출연했는데, 그건 별로 놀랍지 않았고, 라스 울리히가 나와서 입이 쩍 벌어졌다. 실은 지난 이십여년 동안 울리히의 얼굴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고 라이브 앨범은 못 본 것은 아닌데... 좀 과장하자면 당신 같으면 베토벤 얼굴에 관심이 가나? 인생을 짧고 인연은 부질없으니 음악이나 즐기기 바쁘지.
 
아... 졸면서 이 글을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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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 my friend

잡기 2011. 7. 31. 22:28

시국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밥 딜런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a cannon ball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2011/06/28 오산에서 외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영빈루에 들렀지만 문을 닫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근처 인화루를 방문해 혼자 먹은 고추고기짬뽕. 이건... 그냥 옛날 짬뽕 맛이잖아? 어쨌거나 맛있으면 된 거다.

2011/07/02 행주산성 아래 멸치국수 먹으러 갔다가 모처럼 한강 둔치를 타고 달렸다. 행주대교에서 성산대교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어느새 완공된 것 같다.

2011/07/02 불광천 합수부 부근의 수영장. 이 날 유난히 안개가 심했지만 나와서 놀 사람은 나와서 놀았다. 

2011/07/23. 딸애가 물향기 수목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곳에 놀러가잔다. 몇 년에 걸쳐 물향기 수목원에 가끔 놀러왔는데, 이제야 수목원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클릭=확대. 개쉬땅나무. 수목원으로 딱히 눈에 띄는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근처 오산 시민들이 도시락을 싸 들고와 쉬다 가는 곳.

2011/07/30. 안산에 쌀국수 먹으러 가는 길에 경기 미술관에 들렀다. 큐레이터의 정성어린 설명을 들었지만 특별 전시실의 여러 작품들에서 거의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왠지, 짝통스럽고 진부하달까... 그 옆에서 무료로 하는 광고전이 더 재미있었다.


집 근처 수퍼에서 우연히 발견한 팔도라면의 부산밀면. 이 여름이면 늘 언급되는 팔도 비빔면을 안 먹은 지 몇 년 되었다 -- 팔도 비빔면 보다 국수 삶아 양념장 만들어 비빔면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부산밀면은 맛있다, 맛없다 하기에 참 싱숭생숭한... 흡사 팔도 비빔면처럼. 육수를 만들 수 있으면 그냥 집에서 만들어먹고 말지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사진을 왜 찍었지? 아마도 유전원 USB 허브를 쓰는데 일곱 개의 확장 포트 중 여유분이 고작 하나라는 걸 기록하려고. 저 빈 소켓은 블루투스 송수신기가 놓일 자리지만 포트가 부족해 빼 버렸다. pc에 5천원짜리 블루투스 송수신기를 달고 알맞은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을 설치하고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고씨가 페이스북에 무릎 아프다는 댓글을 달아 생각난 김에 졸라맨 통증 모델을 그렸다. 자전거 피팅은 여러 가지 팩터 및 정서(?)가 결합된 복잡한 문제라서 어디 자전거 사이트에서 키, 팔길이, 자전거 지오메트리만 입력해서 수치로 나오는 것으로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피팅이 잘 안되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클릭=확대.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통증의 원인은 거의 90% 이상이 안장의 높이와 포지션(앞,뒤로 밀어 안장 위치 조절) 때문이다. 평균보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은 프레임의 지오메트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여튼 꼭 맞추기가 5mm~1cm 단위라서 공구 들고 다니며 장시간 주행하며 끊임없이 수정해 봐야 안다...
 
주행방법: 케이던스를 높이는데(페달질을 많이 하기) 주력하는 편이 여러 모로 좋은데, 계속 그렇게 타다보면 관련 근육이 발달해 젖산의 축적과 분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이 편해지고 운동 효과가 크다 -- 허벅지가 쓸데없이 두꺼워지지 않아 바지 구입비를 줄일 수 있다. 케이던스는 보통 90rpm을 추천하는데 그거 유지하려고 무리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굉장히 힘들 뿐더러(24단 자전거의 2-7기어로 평속 30~34kmh)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비한다. 70~90rpm 정도의 윈도우가 적당하지 싶다. 업힐이나, 바람의 저항이 심할 때 무리하게 속도를 유지하려고 심박을 높이면 심혈 장애가 오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주행에서는 충분한 물과 탄수화물(곡물 바나 주먹밥 따위)을 섭취하면 주행이 편해진다.

장마로 한 달 가량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저번 달에 꽤 여러 번 자전거를 타면서 평속이 많이 늘었다. 작년에는 평지에서 22kmh 정도로 1-2시간 연속 주행이 가능했는데 올해는 두어시간 동안 25kmh 유지가 가능했다. 25kmh^2 / 22kmh^2=1.29. 엔진 성능이 약 30% 향상되어서 뿌듯해야 하지만...

내 체력이 그렇게 좋아졌을 리가 없으니 아무래도 올 봄에 한 자전거 정비 탓인 것 같다. 정비를 잘 해서 2년 동안 잔 소음 하나 없이 구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파워 트레인(체인, 체인링, 스프라켓, 폴리, 뒷바퀴 베어링)의 세심한 정비 말고도, 변속 타이밍을 잘 잡고 에너지 분배를 잘 해서 파워 트레인에 무리를 주지 않아 전과 달리 자전거 수명이 길어진 것 같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자전거를 그다지 많이 탄 것은 아니지만.
 
펑크가 났다. 올해 들어 두 번째, 그래서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는 모두 셋. 당연한 얘기지만 그 모든 펑크는 뒷바퀴에 났다. 또 났다. 아내의 미니벨로에 딸애를 태우고 가다가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묘하게도 두 군데에 동시에 펑크가 났다. 

요새 자전거를 손 볼까 싶어 한가할 때면 여기저기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 원래 기본 장착되어 있는 26x1.95 타이어도 좋지만 26x1.75는 더더욱 좋을 것 같다 -- 타이어의 마찰면적이 작아져 구름 저항이 줄면 속력이 더 오를 것이다.
*  도로를 타는 일이 잦아 핸들바 끝에 후미경도 달아야 할 것 같다.
* 속력이 늘면서 지금 사용하는 헤드라이트의 가시 거리가 짧은 것이 걱정이다.

 베란다 채소밭 1/3 가량이 망했다. 파프리카 과실은 하나만 달렸다. 잎새 사이에 이상한 곰팡이가 피어 잎사귀가 툭툭 떨어지며 시름시름 말라 죽었다. 봉숭아도 마찬가지다. 오이 역시 하나 따 먹고 말았다 -- 수분이 안되었는지 과실이 통 달리지 않았다. 그저 방울토마토만 튼튼하게 자라 토마토를 가끔 따 먹는데, 그것도 가지치기(?)를 잘 안 해서 잎사귀만 무성하게 달리고 요새는 통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수박씨가 다섯 개 중 두 개가 발아했지만 무리하게 떡잎만 돋은 그것을 수경재배 칸에 옮기다가 죽였다. 이래저래 가슴 아프다. 씨앗을 좀 사서 발아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밀가루도 만드는 CJ가 오죽하면 올렸겠어요 -- 빠리 바게트와 뚜레쥬르 빵은 왜 이리 맛이 없을까, 이런 빵이 어떻게 장사가 될까, 늘 궁금했다. 동네 시장통 구석에 있는 작은 빵집은 냉동 생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광고하는데 그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집 빵은 맛있다. 가격에 비해 빵이 비교적 크고, 구매 전에 대부분의 빵을 맛 볼 수 있다. 이건 별 상관 없겠지만 작년에 어떤 제빵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뚜레쥬르 / 빠리 바게트에서는 옥수수 식빵 정도만 샀었다. 하여튼 궁금한 것은 뚜레쥬르나 빠리 바게트 같은 맛없는 빵가게가 어떻게 과점하게 되었는가다. 공급이 용이한 냉동 생지 때문일까? 또는 김씨 말대로 이 땅의 한국인, 특히 아이들과 젊은 여자들의 한심한 허영심과 형편없는 입맛 때문일까. 그렇게 사 온 맛있는 빵을 안 먹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다. 으쓱. 여러 가지 정황으로부터 제대로 만든 빵이란 걸 더더욱 확신해서 앞으로 빵은 그 집에서 사겠다는 생각을 굳혔을 뿐. 아내 덕택에 재래시장이 옆에 붙어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거, 이거 정말 축복이다.

2011/07/17 세상이 그냥 일 없이 존재하고 당신도 일없이 그냥 존재하기 때문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굳이 축복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꽃 더러 왜 피었냐고 굳이 욕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딸애를 데리고 과천과학관의 플라네타리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레이터는 어느 날부터 어느 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은 사자자리에 속하고 그 사자자리는 여름에 볼 수 있다며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여름에 태어난 사자자리 딸애는 특별히 기뻐보이지 않았다(육식동물답게 시시한 야채를 잘 안 먹는다 뿐?) 단지 우주가 얼마나 가혹한 곳인지 실험한다며 우주비행사를 지지고 질식시키고 방사능 오염시키는 광경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딸애는 인간성의 시시한 축복들로부터 눈을 돌리고 위대한 숫자들의 규칙과 우주를 보게 될까? 기껏해야 지금은 기크나 너드의 무해한 취미나 취향 따위로 전락한 것들이지만... 

"배 타고 브라질에나 가고 싶다." 구로키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웬 브라질?" 지로가 묻는다.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거기는 '스트리트 칠드런' 이라는 게 있어서 학교도 안 다니고 구두닦이 같은 걸 하면서 길거리에서 산대."
"너, 구두닦이 같은 거 하고 싶어?"
"그게 아니고, 대낮에 길에서 빈둥거려도 아무도 잔소리를 안 한다는 얘기야."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모처럼 즐겁게 보고 심지어는 권하고 싶은 소설. 왜 이 나라에선 좌파에 환멸을 느끼고 전향한 아나키스트가 날뛰는 흥겹고 정다운 이런 사회파 소설이 잘 안 나오는 걸까? 교육 때문일까? 얼마 전에 들었던 얘기: 앞에 지나가던 고등학생이 이런 얘길 하더란다. "태풍은 좋겠다. 진로가 결정되어 있어서."

복지사회란 그 누가 아무리 멍청하거나 별나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짜증나고 귀찮은 것들(사회, 교육, 노동, 인권 문제 따위, 아참 보편적인 약자이자 아직까지는 보편적으로 멍청한 여성들의 문제도?)은 누구나 조금씩만 참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면 아침마다 청소차가 조용히 쓰레기를 치우듯이 소위 '사회'가 지저분한 문제들을 공동/분담 처리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짜증나고 귀찮아도 사회구성원인 당신의 참여는 필수다. 그에 걸맞게 인류는 제한된 자원을 극단적인 효율과 성스러운 자연애호와 아무 개하고나 접붙는 것처럼 여기저기 갖다 붙이기 좋은 인도주의와 견고한 합리성으로 운영하는, 내 생애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개소리 또는 SF같은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 고작 한두 무리가 그 짓을 잘해 왔다고 전지구적인 보편 복지가 실현되지 않으니까. 알고 있다. 내가 복지사회(아님 사회복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 검색해보면 복지사회에 관한 내 몰이해처럼 진부하고 밥맛 떨어지는 수많은 견해를 볼 수 있다. 이런 몽니나 부리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야겠지만, 

' 메뉴판에 오른 것들한테 소스가 무슨 상관이랴.' -- 데이비드 미첼, 클라우드 아틀라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미첼은 흡사 여기저기 배낭여행 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그저 짱박히기 좋은 포카라나 마날리, 또는, 치앙마이의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체류하며 낮에는 소설 좀 쓰는 척 하다가 밤에는 맥주 한 병 붙들고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빈둥거리며 (여행자답게) 가보지도 않은 곳에 관한 그리움과 인상 등 개뻥을 늘어놓을 듯한 소설가다. 한국에 와서 영어교사질 하며 빈둥거렸다면 이 갑갑하기 그지없는 전체주의 마초 국가에 관해 좀 더 잔혹하고 피카레스크한 SF를 썼을 것 같다 -- 전작들처럼 환생과 인연을 중시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한국'은 그저 invisible metropolitan이었고, 그것의 과장이 SF가 된 인상.

아참,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SF 쓰는 캐나다 작가(이름을 깜빡!)를 홍씨 환영 파티에서 만났다. 그는 나더러 왜  SF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고 it's not profitable이라고 성의 없이 대꾸했더니 놀란 눈치. '돈이 안 된다' 정도로 이해한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다가 문득 중단했는데, 처음 한 대꾸가 군더더기 없는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며 영어로 말하니까 훨씬 쉽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자평하고 만족했다. 그가 제조한 맥주는 꽤 맛있었고 붙박이처럼 술병 근처에 붙어있던 날 부러 끌고가 그 작가에게 소개하는 김씨는 영 마뜩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곳 거실을 어슬렁거리던 김보영님이 마침 보여 '팬입니다. 장편 안 써요?' 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니 '죄송합니다' 란다. 수긍이 간다. 행복하고 죄송하게 잘 사는 것 같았다. 

어느 개체가 먹이경쟁 등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치르는 비용이 혜택을 초과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언제든 떠난다는 대안을 갖게 되며, 아마 홀로 먹이를 찾아나설 것이다.


쿠진은 말했다. "내가 정말로 충격을 받은 부분은 이 행동이 이전 사례들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겨우 두세 마리가 그렇게 한다고 물고기 떼가 어떻게 포식자 앞으로 곧장 나아가느냐는 겁니다. 정말로 그들은 자신의 정보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회적 맥락을 중시했지요." 물론 이것은 개체들이 주로 서로에게 단서를 얻는 계의 단점이었다. "잘못될 때는 정말로 크게 잘못되지요."

피터 밀러, 스마트 스웜. 잘못될 때는 정말로 크게 잘못된다...라... '나는 꼼수다'에서는 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법과 질서와 인본주의를 무시한 기현상이 '배려심 가득한 동료애와  가족애를 지니신 섬세한 각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정말 천적을 향해 돌진하는 물고기떼와 흡사했다. 글로벌 호구 이명박 정부의 가장 바보같은 점은 누가 뭐래도 어처구니 없는 대북정책이라고 생각. 철학도, 논리도, 전략도, 이권도 없는... 

Game of Thrones. 마지막 화. 아직도 적응 안 되는 대너리스. 드라마를 잘 만들어놔서 2기 나오면 계속 보게될 듯. 번역본의 번역 논란엔 그냥 귀를 닫았다.  

White Collar. 둘 사이는 톰과 제리 같달까? 제리는 아무리 봐도 게이 같았다. 저 게이 같은 녀석은 도대체 못하는게 없다.

White Collar. 공처가 주제에 'World's Greatest FBI Agent' 라니... The Office가 생각난다. 정작 두 주요 배역이나 메인 플롯이나... 영 약빨 안 받는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라인 보다는 뭐하나 버릴 것 없는 여자 조연들 덕에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Falling Skies.  S01E06 까지 봤는데 차도가 영 안 보인다.  SF라서 꾸역꾸역 참고 봤다. 슬슬 떡밥 하나쯤 던질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직 낚시질을 안 한다. 연출이 멍청하다고 밖에... 솔직히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다. 한국 SF영화가 수준 이하다 싶을 정도로 개판이라 여러 사람들의 경멸과 조소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건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 싶다. 

Suits. 천재 소년이 멘토를 통해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첫 에피소드가 매력적. S01E05 쯤 되니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 그것과는 별개로 저 멘토가 하는 짓들이 이해가 간다. 늘 뻔한 얘기겠지만, 1. 사람 마다에게는 특정한 자질이 있고 대개는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고 사는 것 같다 -- 종종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자질이란게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설령 그게 있다 하더라도 계발하는데 상당한 의식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자기 혼자서라면 절대 못했을 꺼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 뿐 멘토가 없어도 되지 싶다. 2. 사람들은 인정 받길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원한다,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얻길 애처러울 정도로 갈구한다. 3. 도둑은 후배 도둑으로부터 얼마든지 존경받는다 -- 멘토는 그들 세계 나름의 라이프 밸런싱과 페어니스를 전수.

유아사 마사아키. 케모노즈메.  우습게도, 즐겁게 보았던 이 애니 제목을 몰랐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된 셈. 여전히 훌륭. 
 

우주전함 야마토. 자국의 향수병같은 국수주의에 관심 없듯이 옆 나라의 정신 상태에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없다. 극화의 품질만 놓고 본다면, 망할 일본 작품들이 대개 그런 것처럼 시망.
 

Chaos. 라틴계 미국인이  CIA가 되어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CIA의 공식 인가가 없는 수상한 작전들을 수행. 캐릭터가 지나치게 저렴해 보였다. 이거 정말 제대로 하겠다고 돈 쳐발라 캐스팅 하고 로케이션에도 투자했더라면 꽤 괜찮았을텐데... 돈 적게 들여 날로 먹겠다고 작심한 듯.

Halo Legends E08. 헤일로 팬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할까? 

Warehouse 13. 돌아왔다. 못 본 새 얼굴이... 하여튼. 대사. I want to introduce you to a new world. Yeah, what kind of world? A world of endless wonder. 제발 좀 그렇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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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finity, and beyond

잡기 2011. 6. 29. 22:29
내 삶은 의지로 이루어져 있다. 의지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고 글자는 시냅스의 접합 강도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변했다. 의지가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주문이 떨어진 골렘처럼, 누더기를 기워붙인 사내처럼. 그래서 더럽게 기분이 나빴다.

Slutwalk -- 창녀처럼 입고 다니면 강간당할 수 있단다, 그래서 발끈한 여자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 

2011/5/30 구로. 가산디지탈단지역에서 내려 삼팔교자관을 찾아가는 길. 재개발 때문에 여기 모였던 조선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단다. 칭따오를 마시고 신림역 근처에서 양꼬치를 먹고 다시 맥주를 마셨다. 선배는 15년만 버티면 된단다. 성격이 워낙 좋은 사람이라, 굳이 존버정신으로 버틸 것 같지는 않았다. 즐기겠지.

2011/6/4 모처럼 산에 갔다. 상광교동 광교산 입구의 무허가 보리밥집들은 강제 철거될 운명. 북한산과 달리 상인들의 저항이 그리 거세 보이지 않는다.

2011/6/4 산에 올라가는 길에 애벌레를 보았다. 나비 애벌레 같은데? 꼬리에 긴 실을 매달고 등산로 복판에서 실낫같은 삶을 흔들흔들... 

맞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모처럼 방문한 안산습지공원 근처. 변함 없다. 저번에 저 맞은 편 공룡알 화석지에 갔다온 것이 생각났다. 기상청 자료를 뒤지다가 우연히 본 바람장미(windrose)에 따르면 예상대로(?) 수원엔 주로 서풍이 불었다. 

오이도 도착. 잠깐 들러 자전거에 기름칠을 하고 안산 시내로 향했다. 유명한 고향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어 보려고... 베트남 청년이 주문을 받았다. 쌀국수에 고수를 안 가져다 준다. 달랄까 하다가 말았다. 매운 베트남 고추를 넣어 먹었다. 치킨스톡을 넣은 것 같은 닭육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펑크가 났다. 난감. 공단역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지만 문이 닫혀 펌프를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역에서 펌프로 공기를 넣어 보니 타이어의 탄성이 유지되었다. 펑크가 아닌가? 타다 만 것이 억울해 좀 더 타 보니 타이어가 살금살금 주저 앉는다. 다시 바람을 넣고 집까지 간신히 타고 가서 펑크를 붙였다. 튜브에 전에 붙였던 패치가 보였다. 이것으로 두 번째다.

2011/6/12 몸이 근질거려서 다시 자전거를 탔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 근처에 있는, 작년에 갔던 초계국수집을 다시 방문했다. 전보다 닭 냄새가 덜 나고 덜 비리고 양이 어째 늘어난 것 같다. 닭고기 가슴살이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지만...

이로써 내 나름의 Noodle Triangle을 완성. 행주산성: 잔치국수(왕복 80km 가량), 미사리: 초계국수(왕복 100km 가량), 안산 중앙동: 베트남 쌀국수(왕복 70km 가량).

동네 수퍼에서 우연히 팔도에서 나온 부산밀면을 발견. 가끔 밀면이 생각나곤 했는데 잘 되었다. 먹어보니 그럴 듯 했다. 밀면 집이 수원에 하나, 안양에 하나 있었다. 수원에 있는 밀면집에서 밀면을 포장해 와 아내와 먹어봤는데, 아내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난 좋았다.

데리고 하도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인지 딸은 구내염에 걸려 일주일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생. 딸애는 아빠가 자기랑 집에서 놀아줬으면 한단다. 집에서 뭘 하지? 딸애는 실사 앵그리버드를 좋아한다; 이불을 방바닥에 깔아놓고 내가 배개로 몸을 가린 채 꿀꿀 거리고  있으면 팔짝 뛰어 부딪혀 아빠를 쓰러뜨리는 놀이다. 딸이라 힘이 없어 늘 감사했다.

서호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수 년간 애쓰던 사람들이 축제를 벌였다. 재미가 없지만 사람들은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광교산으로부터 서호에 이르기까지 변변한 토종 생물 하나 없지만 어쩌다 맑은 개천물을 한 번 보니 속이 시원해졌던 기억.

아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본 시 낭송 축제. 민주당 출신의 수원 시장이 내 옆에서 비서관, 부인과 함께 막 자리를 뜨려고 하는 참이었다. 그쪽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Happy 수원을, 뭔가 기억하기 힘든 이상한 구호로 바꿔놓은 거지 같은 센스 때문.




이제부터 나오는 사진들은 소위, 베란다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을 여러 날짜에 걸쳐 찍은 것이다.

2011/6/4 나팔꽃, 봉선화, 분꽃. 딸애가 키우는 화분들. 햇볕이 부족해 웃자라는 듯. 아침이면 아이와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작물을 돌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2011/6/17. 봉선화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딸애는 환호작약.

2011/6/4 양은 냄비 바닥에 구멍을 뚫고 흙을 넣어 부추씨를 뿌렸다.  작아서 못 쓰는 신발에도 역시 구멍을 내고 흙을 넣어 나팔꽃을 키웠다. 

2011/6/14. 나팔꽃을 햇볕에 놔뒀더니 덩굴을 뻗기 시작. 

2011/6/14. 부추도 싹이 돋았다. 흡사 잔디, 아니 초록색 머리카락처럼 자란다. 

2011/6/4 대파를 다 잘라 먹고 뿌리를 심었더니 잘 자란다. 아내가 재미가 들렸는지 흙을 사와 이것 저것 더 심었다. 흙에 작물을 키우는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에 해 봤고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흙에 키우면 벌레가 많이 꼬인다.

2011/6/14. 대파가 웃자라는 건지, 아니면 성장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잘 자라던 줄기들이 축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쓰러진 것들은 잘라서 조리할 때 써 먹었다. 

2011/6/14에 찍은 것. 6월 4일, 아내가 감질맛 난다며 엽채류를 더 키우잔다. 이왕 하는 김에 남은 흙을 통에 담고 남은 청상추 씨앗을 뿌렸더니 7일 후에 싹이 돋았다. 하지만 직사광을 못 쬐서인지 다들 비실비실. 왠지 실패한 것 같아 씨앗들에게 미안하다. 며칠 베란다 바깥에 놓아 두었다. 좀 더 지켜보고 굳이 자랄 것 같으면 얼마쯤은 솎아낼 생각.



2011/6/4 방울토마토에 세 번째 꽃이 피었다. 방충 덧문이 달려 있는데, 방충 덧문을 닫아 두면 햇볕이 덜 닿는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할 때면 덧문을 열어놨는데, 저녁에 닫지 않아 모기가 날아 들어왔다. 아이가 여기 저기 물려 아내의 잔소리를 들었다.

2011/6/4 방울 토마토의 크기는 120cm. 햇살이 잘 닿으면 방울 토마토는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뿌리로부터 빨아들인단다. 10리터 가량의 굴 상자라 아직까지 그날 그날 물을 대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흐린 날에는 증산작용도 덜하고 물의 소비량도 적었다. 방울 토마토는 가지가 약해 줄에다 묶어 주어야 하고, 곁가지가 중구난방으로 자라는 편이라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책을 보고 공부 한다고 할만큼은 했는데 가지치기를 하려고 보니 어디를 자를 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클릭=확대. 왼쪽은 6월 4일, 오른쪽은 6월 24일. 사진으로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오이와 방울 토마토가 엄청나게 자랐다. 오이는 내 키를 훌쩍 넘겼고(약 2m), 방울 토마토 왼쪽은 120cm, 오른쪽은 180cm까지 자랐다. 가지치기를 꽤 했는데도 잎과 가지가 무성했다. 어떤 방울 토마토는 한 뿌리에서 2만과를 수확하기도 했단다.


2011/6/4 첫 번째 방울 토마토. 단단하고 푸릇푸릇. 

2011/6/24 여물기 시작. 꽃이 지고 약 한 달. 아내가 방울 토마토 넷 중 하나를 따 먹었다. 때마침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춘향전은 춘향이 따 먹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2011/6/4 오이 꽃이 피었다. 암꽃.


2011/6/17 오이꽃은 줄기 마디마다 하나씩 피기 시작했다. 모종을 사서 흙에서 키우며 신경을 썼다; 가끔 양액을 물 대신 줬더니 무럭무럭 자란다. 오이 중 몇 개는 말라 비틀어지더니 툭툭 떨어졌다. 오이 수정에 관해 알아보니, 자가 수정이라 굳이 수정을 할 필요가 없단다, 아니, 수정을 해 주면 안 된단다. 오이꽃이 둘 그렇게 결실없이 떨어지는 꼴을 안타깝게 바라 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붓으로 수꽃에서 화분을 취해 암꽃에 발랐다. 둘을 그렇게 했는데 잘 한 짓인지 모르겠다. 

2011/6/24. 불과 3일 만에 이렇게 자란 오이가 생겼다. 이건 제대로 자랄 것 같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내가 수정을 시켜준 꽃인지 아니면 저절로 저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_-



2011/6/14 수박을 먹고 남은 씨앗을 발아시켜 보려고 스펀지에 씨앗을 묻고 양액에 담궜다. 6월 24일까지 싹이 트지 않았다. 종자에 무슨 조작을 가한 걸까?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다.

2011/6/4. 수경재배에 재미가 붙어 동네 꽃집에서 스킨답서스 화분을 3천원에 구입해 난도질을 해서 여섯 개의 물통에 양액을 넣고 키우기 시작. 음지에서 잘 자라고 넝쿨을 드리우면 그럴듯 해 보일 것 같아 시작했는데, 자라는 속도가 느려 감질맛 났다. 

 
Workaholics. 이런 jerk들을 봤나. 난 왜 jerk가 좋지?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일까?
 

Sinbad and the eye of tiger. 어린 시절에 아빠 손 잡고 극장에 가서 처음 본 영화. 검치호 외엔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Sinbad and the eye of tiger. 이런 조잡한 아티팩트가 골렘을 움직이는 심장... 재미가 없어 연신 하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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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uld be more?

잡기 2011. 6. 2. 01:12
eBay에서 여러 종류의 GPS Jammer를 구경했다. GPS 뿐만 아니라 CDMA, wifi도 함께 재밍하는 디바이스도 있었다. 생각을 살짝 바꾸면 쓸모가 있어 보였다. 착하게 살자.

eBay와 국내 옥션에서 비슷한 아이템을 판매하더라도(우송료를 포함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커서 최근에는 eBay에서 물건을 자주 구입했다. 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중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미국 등지에서 대량 판매하기 때문이지 싶다. 물건은 주로 중국 어딘가에서 배송되었다. 그런데 근 한 달 동안의 구매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가격은 모두 International shipping cost 포함).

  • 40Kg Hanging Weight Scale: 4/27 6.35$에 구입. ok

  • 15pcs Screwdriver Torx Tool Set: 5/6 2.48$에 구입. ok

  • Moisture pH Light Meter : 5/30 3.53$에 구입. ok

  • Plantronics BackBeat 903 Bluetooth Headeset : 4/18 65$에 구입, 5/7 입수, 5/10 클레임 이슈, 5/19 반품, 언제 오려나...

  • Garmin eTrex Vista HCx Handlebar Bike Mount: 5/7 25.9$에 구입. 5/17 입수. 5/18 클레임 이슈. 5/30 refund 받음.

저렴한 제품들, 각각 6.35$, 2.48$, 3.53$ 에 구입한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우수했다. 이런 것들은 충동구매였다. 사고 나서 사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는 웃기지도 않는 수작질을... 걸이저울은 자전거 무게 다는데 한 번 써 봤다 -- 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계량은 언제나 유익하니까. 별 드라이버는 아직 분해할 만한 전자기기가 없어 구석에 쳐박혔다.


블투 헤드셋은 중고가 왔는데, 1. 왼쪽 푸시 버튼이 눌리지 않았고, 2. 완전 충전 후 재생 시간이 보증 스펙보다 짧고, 3. 어댑터에 쥐가 파먹은 자국과 인두질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refurbished인 건 알지만(90% newer 라고 선전) 제품이 참 무성의해서 반품 요청했다. 반송료는 구매자 부담인데 우체국 EMS를 이용, 홍콩에 보내는데 14000원이 들었다.

배송에 14일 가량 걸리니 제품 구입 및 debate에 한 달을 소비한 셈. 더 비싸더라도 차라리 국내에서 판매되는 10만원 가량 하는 새 제품을 사는게 나았을 것 같다. 몇 푼 아끼려다 지뢰 밟은 꼴.


가민 GPS 자전거 마운트는 제품이 잘못 왔고, 맞는 제품으로 교환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판매자와 몇 차례 email 상담을 주고 받은 후 case open 하고 escalating 하니 그제서야 full refund를 해줬다. eBay customer service와 seller와 얘기하느라 2주를 기다렸다. 


반품에 관해선 말이 없어 25$ 짜리를 날로 먹은 셈. 하지만 원래 안 맞는 제품이라 써먹을 구석이... GPSr의 자전거 마운트 클립이 부러진 후 이전 케이스의 맞지 않는 부분을 갈아내어 전지를 교환한 다음엔 케이스에 테잎을 감아 사용했다. 마운트 클립만 다른 자전거에 설치해 두고 GPSr을 이 자전거, 저 자전거로 옮길 때 사용해야겠다.

구질구질한 독서생활. 재미없고 도움이 안되는 책들.

블라인드 사이트: 오랫만에 스릴감을 느끼며 읽은 SF. 안 그래도 이런 SF를 어떻게 분류할까 하다가 심연 위의 불꽃에서 착안해 high speed SF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SF에 등장하는 첨단기술은 어느 정도 장르 내부에 고착되었다. 하지만 SF 독자 사이에서도 장르에서 유통되는 과학기술을 소화 흡수하는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큰 강이 있고 폭이 좁고 속도가 빨라 쉽게 붕괴되는 지류가 있다. 심금을 울리는 서사와 인문적 사유에 천착, 의미의 가소성 따위, 환유와 은유를 선호하며 SF의 위대한(?) 사회 실험에 집착하는 것들은 '예의상' 큰 강의 흐름에 해당하는 medium speed, SF 장르 자체가 이미 문화에 내재되거나 융합되었다고 믿고(영화 따위?) 시시한 인간 서사의 불편함 그대로 기계물 판타지스럽게 멍하면서 때때로 지저분한 계몽주의적 시각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천한 것들은 low speed, 이미 산전 수전 다 겪은 21세기 독자를 대상으로 작가가 귀찮은 부연 설명 없이 논문에서나 보는 전문 용어로 떡칠하며 자기 할 얘기를 마음껏 해대는 종류를 high speed라고...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저속은 등신 같아 더 할 말이 없다. 중속은 사유의 칼레도스코프 유람에 가깝다. 그 쪽 방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재미도 없는 말들을 많이 늘어놓았고 독자 속도에 맞춰 최적화되어 인기가 많다. 나야 뭐 SF 세례 요한이 아니라 그쪽을 칭송할 일은 없다. SF의 가치니, 문화적 침습이니, 과학기술과 서사의 화학적 결합 강도니, SF의 참맛 이라느니, 숙고할 가치 따위를 별 재미도 없는 SF를 상대로 열병 걸려 헛소리하듯 늘어놓는 건 영 취향과 동떨어져서...

그저 즐기자면 고속 SF가 장땡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고 영롱하게 반짝이며 순식간에 지나가서 한눈 팔다가 핸들을 살짝 꺾으면 맥락을 놓친다 -- 독서 경험이 방해된다. 실수를 안 하려면 집중해서 봐야 하고, 집중해서 보려면 문맥을 원액 그대로 그 엑기스를 빨아 먹어야 하고, 그러려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 이미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의 변용이 작가의 기교이자 역량이지 싶다. 쓸데없는 얘기를 했군.

"탐사기가 타버렸어." 어맨더가 보고를 했다. "마지막에 불꽃이 튀었지. 꼭 파커 나선하고 부딪히는 것 같았어. 하지만 바람이 너무 쎘다고."
...
"그건..." 어맨더가 입을 열었다가 최종 수치가 '교감'에 뜨자 말을 멈췄다. 11.2 테슬라였다.
...
장축의 길이가 400미터였다.
...
"빠른 것들은 급선회를 하면서 50G의 힘을 받아." 아이작이 지적했다. "고깃덩어리들은 그걸 견딜 수 없지. 그러니까 저건 무인기야."
"고깃덩어리들도 강화할 수 있다." 주카가 말했다.


와아.. 우아...  

"별들은... 따가워." 미셀이 대답했다. "고개를 돌리면 피부 속에서 아주 작은 바늘 뭉치가 물결치면서 굴러다니는 것 같아. 하지만 하나도 안 아파. 따끔할 뿐이지. 전류 같아. 멋지지."

찌릿찌릿 따가운 별들을 본 적이 있다. 딸애가 보고 싶어하면 기회를 주겠다.

나를 묶어두고 있던 개줄이 팽팽해졌고 내 몸은 뒤로 낚아채진 후 허공에서 갑자기 멈췄다. 나는 1,2초 가량 최전선에 서 있었다. 1, 2초 가량 나 자신이, 기록자이며 실험용 쥐이고 오해의 전문가인 시리 키튼이 최전선이었다. 

좌뇌를 들어내고 그 빈자리에 기계를 채워놓은 시리 키튼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서사는 좀 개판이고(작가  말로는 실험이란다) 소설은 찌질하게 끝났다. 역자는 원문 맛을 지대로 보여주겠다며 꽃장식을 아예 안 했다(역자의 고집은 이해가 가지만 몇몇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남들이 무겁다, 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의식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심장 찾겠다고 헤메이는, 손 좀 본 현대판 오즈의 마법사 같았고 칡넝쿨처럼 칭칭 감긴 여러 차원의 대위적 변주는 낯선 해변가의 드라이브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매칭거는 그런 겁쟁이들보다 우월했다(겁쟁이들=핑커, 코흐). 매칭거는 핵심에 곧바로 접근했다. 그가 주장하는 '무의 세계' 가설은 인간이 스스로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현상뿐 아니라 그와 같은 환상 속의 1인칭 서술자의 존재가 왜 특정인식 체계 안에서 창발적인 속성인지를 우선적으로 설명한다. 

나는 4인방 가운데 한 사람을 공감각자로 설정하면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교차 감각을 느끼는 사람은 이질적인 감각 양식을 지닌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는 데 이점이 있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 다음 '블라인드 사이트'를 끝냈을 때 공감각이 형태 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문이 등장했다. (Beeli, G., et al. 2005. Nature 434:38)


피터 와츠는 심지어 핑커를 겁쟁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신선한 견해: '의식은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다, 의식은 생존과 진화에 방해가 된다, 의식은 어쩌면 미학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 또는 진화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우왕좌왕의 산물인 것 같다.'

감사의 말(또는 변명) 뒤에는 인용한 논문 리스트가 있었다. 그중 '공감각이 형태 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블라인드사이트에 관한 평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당연히 휴고, 네뷸러 감은 아니고(이쪽 부류는 스노비시한 중속 SF의 항구적인 정박지이지 싶다) 평들이 별로 라서 샐쭉. alt.sf의 재밌지만 재미가 없다는 편집자의 횡설수설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SF들 중에서 가장 단단한 SF가 아닐까요. 출판사의 무모함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주관적 추산이지만) 기껏 300여 명 정도나 온전히 즐길까 말까한 작품을 번역 출간하다니, 거의 자선사업 수준이로군요.

출판사는 자결할 결심으로 자선사업을 했는지 몰라도, SF독자이자 SF작가이기도 한 SF역자가 그간 너저분했던 한국 SF 공동묘지의 정비사업 같은 당연한 무료 사회봉사활동을 한 거라고 믿고 싶다.

댄 시먼즈나, (보다 정교하고 고급스럽지만 대중친화적인 면도 없지 않은) 이언 뱅크스라면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신나게 읽어 치울 수 있을ㅡ그리고 포만감에 배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모던 스페이스오페라를 매끈하게 뽑아냈을 텐데, 그러나 피터 와츠는 불행하게도, 예술이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예술? 아하, 자위행위!! '감사의 말'만 봐도 그렇다. 글에서 묘사된 우주전과 탐사는 심지어 내가 십여년 전에 읽었던 '최근' 우주 활극 SF류에 비해 많이 고전적이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피터 와츠가 고전적라는 것은 댄 시먼스나 이언 뱅크스처럼 우주전에 관해 아는게 별로 없어 시시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분들이 사냥개처럼 수십 마리 쯤 달라붙어도 불필요한 장식과 수사를 생략하고 인간 의식의 본질에 관한 여우사냥 또는 의도적인 외삽을 시도했던 이 소설처럼은 안된다. 왜냐? 아는게 없어서다. 댄 시먼즈나 이언 뱅크스가 잘 하는것은, 우주가 방대하다는 느낌을 텍스트로 찰지고 쫄깃하게 재생해 주는 작가로써의 역량이지 하드SF 특유의 하이테크가 지닌 날카로운 코히런트 빔의 리사쥬 댄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럴꺼면, 서사는 덤이라고 여기지만, 서사도 완벽한 와츠를 보고 싶으면 와츠의 우뇌를 들어내고 댄 시먼즈의 우뇌를 갖다 붙여 머리속에서 바람직한 태풍이 휘몰아치게 하는게 낫지 싶다. 잘 안되면 될 때까지 예술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되고, 잘 되면 우리는 대뇌를 상호 교환한 대단한 SF 작가 둘을 가지게 된다.

플롯은 뒤죽박죽이고 서술은 지극히 불친절하며, 미지의 외계 생명과의 접촉이라는 매혹적인 주제를 돌리는 엔진인 핵심 서사가 결정적으로 진부한 성장소설!!!!!!입니다.

고속 SF는... 있어주기만 해도 고맙다. 그건 그렇고, SF는 그만큼 진전했는데 SF 독자는 이박사 뽕짝 메들리 같은 서사 타령이나 흥얼거리며 십년 굴린 똥차처럼 중저속으로만 탈탈 굴러가니 시리 키튼 같은 방관자 소시오패스인 내가 다 안타깝다. 혹시 읽다보면 찍어낸 글자가 반짝반짝 하는 것이 안 보이는 건가? 난 보인다. 그리고 외계 생명과의 접촉은 소설에서 지겹게 늘어놓았다. 예: 초반부터 후반까지 내내 진행되는 외계생명과의 전략 게임, 후반부에서는 뱀파이어-인간 사이의 피식/포식을 범우주로 확대한 진화론과 의식의 의미. 만일 와츠가 수사로 이 글을 포장했더라면 간단히 말해, 엿된다.

피터 와츠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한 길을 의연히 걸었고 그 결과, 이 뒤죽박죽 혼합물에는 아마 지금의 우리 장르소설 시장에서라면 결코 두 번 다시 접할 수 없을 기묘한 맛이 숨어 있습니다. 낯설고 이상하고 불편하지만 한 번 맛들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감. 그게 SF지. 작가의 역량이 걸린 예술적 딸딸이에는 두 종류가 있다. 감동과 흥분이 없는 중저속 딸딸이와, 참된(찰진) 고속 딸딸이. 그 산출물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I Am Number Four. SF라고 하기엔 뭣한 청소년 판타지물. Twilight 유사품 같다. 청소년들이 자가정의하는 coolness가 이런 건가? 똥멋 든 우리 세대와 다를게 없었다. 성장에 부모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라는 영혼의 북소리가 새삼스러웠다. 소울아 너는 혼자 자라라. 아빠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Ishiqiya. 첫 시퀀스부터 어? 왜? 어? 어? 하다가.. 인도에서처럼 자막 없이 끝까지 보니 무슨 얘긴지는 간신히 알아 먹겠다. '인도' '느와르'의 감칠맛이 독특했다. 왠만한 인도 영화보다 음악이 좋았다.

가외로, 칸 나오는 영화는 이제 안 보고 싶다. 캐릭터가 참 지겹다. 이게 벌써 몇십년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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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

잡기 2011. 5. 26. 02:02
A가 취미가 뭐냐고 묻길래, 당황했다.  취미란 것이 뭘 해도 오덕질처럼 변해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다리를 붙들어 매고 혀를 자유롭게 하고 심장을 새삼 뛰게 하고 죽은자들과 친구가 되고 어두운 전등 아래서 비전을 까발리며 가시광선 바깥의 스펙트럼에 심취하고 문맥을 운유한다. 로렌츠 수축의 정서적 경험, 몰두할 수 없어서 더 이상은 취미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음주.

세상에 후련하게 등을 돌리고 친구를 만나지 않으며 더불어 적도 만나지 않으니 구름처럼 부실하게 뭉글어진 채 흘러가는 조각난 기억과, 흡사 변기에서 떠내려가는 토사물처럼 소용돌이치고 우뢰처럼 아우성치며 휘말려 들어가는 고통과, 눈을 태워버릴 듯한 햇살 아래 타다 남은 뼈다귀를 추스려 삐걱삐걱 줄이 풀린 피노키오처럼 거리를 걷던 나날들, 이름도 얼굴도 없는 바기나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토성에 여문 여름이 있었나? 없다.

2011/3/26 자전거를 타고 광교산에 갔다. 광교산 빨래판 코스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업힐 대회가 두 차례 열리기도 했다. 작년 11월엔 다운힐 중 누군가 심하게 다쳤다(처음엔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 그 코스가 폐쇄될까봐 걱정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있었다. 수근수근 걱정걱정... 산책 하러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어떨까, 정말 위험한가? 나도 다칠까? 호기심이 일었다.

경사가 심해 앞바퀴가 들렸다. 수습하려고 서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근력/탄력 부족으로 거의 정지 상태에서 자전거 몸체가 바들바들 떨었다. 턱 밑으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한 번에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두 번 내렸다가 다시 탔다. 경사가 심해 자전거에서 한 번 내리면 다시 타고 오르긴 힘들어서 지그재그, 비틀비틀 힘겹게 올라갔다. 업힐이 언제나 그렇듯 오른다고 무슨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광교산 헬기장 까지 올라가 안양 백운호수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헬기장에서 백운호수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안 보였다. 눈 앞엔 빤히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데, 진흙길을 산악 잔차질 한다고 내려가려니 내키지 않았다. 돌아섰다.

빨래판 코스의 다운힐은 공포스러웠다. 35~40kmh 가량 끼다만 방구처럼 찝찝한 속도를 내는게 고작. 대체 여기 경사도가 얼마나 될까? 30~40도는 나올 것 같은데, 다음에 가면 경사도를 재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쉬운 코스란다. 산에는 가지 말자.  

3월, 날이 풀리고 나서 주말이면 하트 코스를 돌았다. 그래도 자전거 주행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자출은 취미가 아니다. 땀 나는 출근이지.

평속 20kmh에서 22kmh로 오른 후 평속이 거의 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탈 시간이 별로 없다. 기초대사량만 조금씩 늘어 나날이 밥만 축냈다.

자전거의 센터페시아? 저기에 별게 다 있다. 휴대폰의 GPS를 이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 때문에 자전거를 타게 되면 그나마 믿을만한 GPSr이 꼭 필요했고, GPSr에서 사용할 지도를 만들려고 약 1년 동안 삽질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당당하게, '제 취미는 지도 제작이에요' 라고 말했다. 지금은 지도 제작할 시간이 없다. 지도 제작은 굉장한 노가다다.

수경 재배(Hydroponics) : 아이 교육이 목적이었다. 식물을 재배해서 뜯어 먹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작했다. 양액 주고 대충 길렀더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수확이 나오더라...를 상상하고 시작했는데 그렇지가 않아 공부했다. 내 팔자에는 뭐든 자동으로, 대충 해서, 되는게 없다. 그렇다고 (늘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 따위를 해서 잘 되느냐 하면, 남들 하는 평균 수준에 간신히 도달하는 정도? 그리고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잉여 지식만 잔뜩 늘어났다.

수경재배를 취미라 할 수 없다. 맨날 듣는 음악을 취미라 할 수 없듯이, 그것들은 생활에 가까웠다. 설령 1년 52주 중 아이를 데리고 40 주 이상을 여행해도 그걸 취미라 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생활에 가까웠다. 단순하고, 주기적으로 반복 되며, 내 직업처럼 언제나 뭔가를 배워야 하고 여늬 무형 자산처럼 머리와 손 끝이, 시간과 노력이 다 필요했다. 

다른 일처럼 또 잊어버리기 전에 수경재배 얘기나 적어둬야겠다. 

옥션에서 구입한 만능 수경재배기의 구조.  


온도

작물 재배에 적합한 기온은 15~26C 사이. 

 2010년 수원 월별 기온.

겨울에 간혹 실내/와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기 위해 온습도 측정기를 집에 설치해 두었다.  작년 겨울 집안의 실내 평균기온은 16~18도 정도였다. 아이가 자란 다음에는 아이 때문에 실내 온도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이 사라졌다. 그래서 아내의 의지로 집안이 시베리아 스러워졌다.

겨울에도 신선한 야채를 먹기위해 작물 재배를 하고, 이를 위해 실내 온도를 조금 더 올리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식물은 흐뭇하게 자라고, 난 좀 따뜻하게 자고, 아이는 감기에 덜 걸리고; 앵그리 버드 한 마리로 돼지 세 마리를 때려 잡는 꼴이다.

수경 재배시 양액의 온도는 22도 정도가 적당하다는데, 이게 좀 이해가 안 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식물이 자라는 땅의 연 평균 대지 온도는 20도를 넘지 않는데 식물은 그래도 행복하게 잘 자란다. 왜 양액 재배할 때는 땅보다 높은 온도여야 할까? 좀 더 뒤져봐야겠지?

대부분의 씨앗은 25C 부근에서 잘 발아한다. 귀찮아서 모종으로 시작했지만 굳이 모종으로 할 이유도 없고, 다음엔 발아부터 제대로 해 볼 생각.

일반적인 발아 조건: 온도 25C 가량, pH는 6.0, 양액의 EC는 1.8~2.0 dS/m 사이, 상대 습도는 70~80%. 양액에 적신 스펀지에 씨앗을 꽂아두고(심고) 놔둔다. 별 일 없으면 발아한다. 발아된 모종을 조금 더 키우다가 스펀지 채로 수경재배 포트에 옮겨놓고 재배하면 된다. 발아가 1~2주 걸리는데 그걸 못 참고 옥션에서 주문했더니 모종이 1주일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럴 바엔 그냥 동네 꽃집에서 파는 모종을 사올껄 그랬다.

재배 작물의 적정 양액 농도(EC 또는 TDS 값)는 대개 양액의 기온이 25C일 때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온도가 그보다 낮다면 농도를 높이고, 온도가 높으면 농도를 낮추는게 맞다. 스티로폼 안에 양액은 일평균기온과 거의 같다.

양액의 농도와 온도 사이 관계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수치 보정을 할 수는 없지만,양액 농도 보정은 대충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4월: 생육기 EC 보다 1.5배 이상의 농도의 양액을 사용. 날이 지나면서 온도가 상승하고 부족한 물을 보충할 때마다 양액의 농도가 차츰 낮아진다(대충 생육기 양액 농도와 같아진다) 잎채류는 계속 그 상태로 유지하면 되고, 7,8월 과실이 열릴 무렵에는 대기 온도가 올라간 여름이므로 양액 농도를 짙게 한다. 수확기에 이를 동안 기온이 같이 낮아지므로 양액에 물을 타서 희석하면 될 것 같다.

5월 1일 심고, 5월 14일 무렵 첫 수확한 쌈채류. 만족스러운 양이 아니고 적은 일조량 탓에 비실비실하지만 먹을만 했다.

일조량

수원의 지난 10년간 일조량

생각보다 일조 시간이 많지 않다. 일조시간과 별도로 일출/일몰의 태양 방위각 정보를 구했다 -- 기상청 어딘가 제대로 된 자료가 있을 것 같은데 못 찾았다.

계산은 생략하고 집의 위치와 일출/일몰 각도, 방위각을 고려해 자 대고 그려보니 어림짐작으로 일조시간의 약 70% 정도가 유효하다. 유감스럽게도  한여름에도 오후 1시가 넘으면 직사광선이 작물에 닿지 않는다 -- 관측과 일치. 따라서 방위각을 고려하면 일출 후라도 오전 8~9시가 넘어야 제대로 빛 다운 빛이 잎에 닿는다. 하루에 기껏해야 4~5시간 가량의 햇빛을 쬐는 셈. 

일조량 면에서 베란다에서 키운 작물은 뻥 뚫린 대지에서 태양빛을 온전히 받고 자란 것들과 차이가 크다. 베란다에서 키운 채소는 밭에서 키운 것과 달리 대부분 비실비실하다. 대부분의 식물은 빛이 없으면 비실거리지만, 시금치는 빛 없어도 잘 자란다고 한다.

직사광이 아니라도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이 매우 낮다. 이산화티타늄 따위 광촉매를 사용하면 자외선으로 광합성의 명반응과 동일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은 강수량이 많단다. 가을에는 무덥고 비가 많이 온단다. 평년보다 일조량이 줄어들 것 같다.

부족한 일조량을 채워주기 위해 이런 저런 grow light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백색 형광등, 전구 류는 파장이 안 맞아 상당량의 에너지를 낭비하여 정작 식물 재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대규모 플랜트에서는 PG 램프라고 하여 파장을 맞춘 형광등을 사용). 과거에 Metal Halide 램프와 High Pressure Sodiym Lamp를 사용했나 보다. 와트당 광량이 많긴 한데, 소비 전력이 크고 열손실도 크다. 대규모 플랜트를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면, 효율이 좋은 LED grow lamp가 적합해 보인다.

위키피디아의 grow light 항목에서 이들 램프에 관해 잘 설명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광원의 파장은 대략 수확기에 630nm(적색에 가까움), 생육기에 467nm(푸르스름한 흰색) 전후다. 푸른색 파장과 붉은 색 파장의 비율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위키피디아 항목에서는 이상적인 비율이 적색 대비 푸른색 6~8% 정도 란다. 정말? 뭘 근거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LED grow lamp는 값 비싸고 품질이 의심스러웠다. 900 LED grow light -- 한 눈에 봐도 무척 거지 같아 보이는 이런 광원이 무려 100$ 씩이나 한다. 차라리 만드는게 낫겠다. 12V 출력이 있는 micro ATX 타잎의 값싼 컴퓨터 power supply와 LED, 방열판, 지지대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슈퍼플럭스 또는 하이플럭스 타잎 LED의 광량이 별로 좋지 않아서 (~4 lm 가량) 자전거 전조등으로 많이 쓰이는 파워 LED 쪽을 알아봤다. Photron의 1W 짜리 LED datasheet를 보니 45 lm, 3W 짜리가 70 lm 정도였다.  가격과 광량이 하이플럭스 LED 10개와 비슷하지만 배선을 감안하면 파워 LED가 낫다. 뭐가 되었든 LED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구상: 파워 서플라이의 12V 파워 레인에 red LED 6개를 직렬로 연결(LED 당 2.0V씩 * 6 = 12V), 다른 12V 레인에 blue LED 3개를 직렬로 연결(LED당 4.0V씩 * 3 = 12V). 파워 서플라이는 시중에 판매하는 값싼 타이머 스위치 리셉터클에 연결해 지정한 시각에 자동으로 켜졌다가 꺼지게 셋업. 

하여튼 값싸게 만들 방안을 궁리:

Power Supply (PC micro ATX) 남는 PC 파워나 12V 2A 이상 어댑터 아무거나 = \0
LED용 정전류 드라이버 IC : AMC7140 = \2,000
LED 방열판 2m x 10mm x 1ea = \6000 + \2500 (배송료)
타이머 스위치 1ea = \5166 + \2500 (배송료)
고조도 반사판이 달린 형광등 갓등 1ea = \17,500 + \6000 (배송료)

합계: 69,300원. 많이 비싸다. 이러지 말고 그냥 비실비실 자라게 내버려둘까? 

타이머 스위치 1ea = \7,500 + \2,500
15W 식물성장용 PG 램프 + 3M 집게 스탠드 = \13,500 + \2,500

합계: 26,000원. LED를 포기하니 대폭적인 구매가 하락. 언제나 그렇지만 만들려고 하기 전에 제품을 찾아보면 왠만한 건 다 있다. 사는 김에 타이머를 하나 더 주문했다. 액상 모기향의 타임 스위치로 사용 예정.

직사광이 닿지 않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5시간 켠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 전력은 15w * 30일 * 5시간 = 2.25kWh. 1.7kW짜리 헤어 드라이어를 하루에 5분 사용했을 때 1.7*5/60*30 = 4.25kWh. 헤어 드라이어 사용을 멈추고 식물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모발은 물론 환경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난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낮에 생장 촉진을 위해 등을 켠다는게 우습긴 하다. 하지만 밤에 등을 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공해: 도시 대부분에서 생기는 야밤의 광공해는 식물 생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광합성에는 휴지기가 필요.  도달하는 광량이 적어 내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여덟시 반이 넘으면 집안의 불을 모조리 꺼 버리고 스탠드 불빛만 남으니까.

깻잎은 밤이 되면 잎을 접었다. 마치 자는 것처럼.

5/1일, 5/14일. 생육 정도 비교. 수경재배중인 잎채류는 뿌리가 약한 탓인지, 아니면 다섯개를 한 양액조에 키워서인지 안타까울 정도로 성장이 더디다. 잎채류는 수분의 증발이 빨라 몇 차례 부족한 물을 보충했으나 파프리카와 방울 토마토는 양액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부은 것 뿐, 물 보충을 하지 않았다.

요점:
NEARLY ZERO MAINTENANCE.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는 성질이 있어 고층 아파트에는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므로 식물 생장에 지장을 준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있다.

양액(Nutrient Solution)
 
뭐니뭐니 해도 수경재배의 핵심은 양액. 수경재배의 역사: 600 BC 경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최초. 그후로 톨텍, 마야, 구대륙, 기타 등등 개나 소나 수경재배를 다 해 봤다고들 한다. 그러나 양액을 이용한 재배는 근대 유럽에서 실험된 것. 역사는 별로 안 궁금하다. 

대단히 많은 양의 작물을 상업적으로 수경재배하는데, 그 대표격이 토마토다. 수경재배는 대부분의 작물에서 가능하다. 당근도 될까? 당근 된다. SF에서는 우주선이던 거주모듈이건 늘 수경재배가 기본이라... 어렸을 때부터 참, 지긋지긋하게 봐왔다. 수경재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양액을 흘리는 방식, 고정된 양액조에 키우는 방식. 양액을 흘리는 것은 상업 플랜트에서 생육기에 따라 양액의 성분에 쉽게 변화를 줄 수 있어 선호된다. 

양액은, 양액의 성분은, 주로 질소, 인, 칼륨, 칼슘, 황, 철분, 마그네슘, 아연, 몰리브덴, 구리 등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식물에서 질소, 칼륨(가리), 인은 필수이고 따라서 양액 구성 성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 당연한 얘긴가? 양액의 pH 수준은 6.0~7.5 사이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 대부분의 작물에 적합한 pH 수준은 6.0이고 콩과 양배추는 6.4 정도.

뿌리에 필요량의 산소를 공급하고 뿌리와 줄기를 지지하기 위해 펄라이트 등의 다공질의 암석 부스러기를 흙 대신 사용하던가, 거치대에 고정하고 뿌리의 일부분을 공기 중에 노출시키거나, 양액에는 산소를 녹이기 위해 어항에서 사용하는 종류의 산소 발생기를 사용한다.

 

5월 1일, 5월 14일. 생육 정도 비교. 수확하고 난 다음이라 정확한 비교는 안될 듯. 아내가 파를 심었다. 오래 먹기 위해서란다. 


양액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녹아 있으며 햇빛 등의 광원에 노출되면 조류가 발생할 수 있다. 조류는 물을 알칼리화 한다. 따라서 양액을 광원으로부터 차단하던가, 양액을 순환시키던가 물의 pH값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pH가 높으면(알칼리화) 식초를 넣어 낮추고 pH가 낮으면(산성화) 베이킹 소다를 넣어 pH를 높인다... 는 좀 뻔한 얘기. 아예 재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희석액이 시판되고 있다.

흙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염류가 녹아 있고 작물을 계속 재배하다 보면 염분이 생성될 수 있다. 양액에 소금을 넣는 경우는 없지만 어쩌다가 염분이 생성되면 EC 값이 높아지고 이 때는 양액을 전체 교환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 그런 경우가 있긴 할까?

양액은 작물마다 이상적인 배합이 다르다. 예를 들면 토마토는 '생육기'에 질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하고 과실이 열린 다음 수확기까지 칼륨을 많이 소비한다. 당연한 얘기다. 토마토에는 칼륨이 무척 많으니까 -_-;

양액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기 전도도(Electric Conductivity. 단위는 dS/m, mS/cm 등등)를 측정한다. 전기 전도도는 TDS(Totla dissolved solids, 단위는 mg/l 또는 ppm)와 연관이 있다. 전기 전도도가 높다는 것은 양액에 녹아 있는 각종 요소 성분량이 많다는 뜻이 된다.

양액의 농도를 낮추니까 방울 토마토의 줄기가 왕성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양액 뿐만 아니라 물의 전기 전도도는 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보통 수돗물의 경우 TDS가 100 ppm 미만, 약수는 200~300 ppm 가량, 전에 공부하다가 말았지만  400 ppm 이상이면 음용수가 아니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서 TDS 또는 EC 측정기를 들고 야산에 가서 먹을만한 물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EC 측정이 양액의 품질을 보증하는가? 그렇진 않다. EC는 말 그대로 전기 전도도일 뿐이다. EC는 양액의 양분 구성에 관해 알만한 정보가 없다. 제대로 측정하고 싶으면 양액 자체를 분석하던가 식물 생장과의 상관 관계를 알고 싶으면 잎을 말려 성분 분석을 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수경재배를 제대로 하려면 다음 항목을 모니터링 한다: EC, PH, 양액의 온도, 한낮의 실내 온도, 한밤의 실내 온도, 식물의 성장 정도.

EC를 TDS로 변환하는 것은 책이던, 사이트던 중구난방이라 왠만하면 EC로 통일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아래 표는 보편적인 양액의 EC 값.

   과일 잎채류 
초기  1.6~1.8 1.4~1.6 
평균  2.5  1.8 
과실  2.4~2.6   
저조도(겨울) 2.8~3.0  2.0 
고조도(여름) 2.2~2.4  1.6 
 * 양액의 온도가 25C일 때를 기준.

성분 결핍 또는 과잉에 따른 작물의 변화: 

  

실내에서 키울 때 진동기나 토마토톤으로 수정을 촉진해야 과실이 맺힌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토마토톤을 안 바르고도 방울 토마토가 맺혔다. 아무래도 베란다의 창문을 죽 열어 놨더니 바람이 진동기의 역할을 한 것 같다(추측). 첫마디에서 자란 과실은 가능한 키우는게 좋단다. 그래야 다음 마디에서 열리는 방울토마토가 튼실하다나? 

양액의 농도를 낮춘 후로 방울 토마토에 꽃이 피지 않았다. 양액의 적정 EC는 식물 생장 및 수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노력이 가상하긴 하나, 작물 재배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간 공부한 걸 잊지 않기 위해 끄적여 두었다. 아마 한 달도 안 되어 잊어버릴 테지만 시간이 생기면 이 엔트리를 틈틈이 업데이트 해야겠다.

클릭=확대 회사 야유회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본 광경. 옛 경춘선 철로 위를 기어가는 칡넝쿨. 햇빛을 듬뿍 받은 칡 넝쿨은 물을 찾아 줄기를 이리저리 뻗으며 기어갔다. 

  

The Office S07E25. 마지막 회에 피둥피둥 살찐 제임스 스페이더가 나왔다. 떠난 지점장의 성스러움을 뒷받침 해주기 위해 작당하고 찌질해진 이 작자들은 유감스럽게도 별로 웃기지 않았다.

소녀혁명 우테나 극장판. 마지막 장면. TV판을 보다 만 것이 아마도... 

그래, 백합물이라서. 하지만 이번엔 끝까지 봤다. 그림이 좋으면 닭살 돋는 것도 어지간히 참고 볼 수 있는 듯. 전혀 주저하지 않고 번지점프를 하고, 심지어 조선일보 정치면을 일 년 넘게 읽어봤는데, 으쓱, 못할게 뭐가 있겠나. 어디까지 가 봤니? http://rotten.com 

Tiger & Bunny. 수퍼히어로물. 월급 받고 PPL 광고를 한다. 세상을 구하는 과정이 생중계 되며 사람들이 구경하면서 수퍼히어로 랭킹을 업데이트 한다. 최근 트렌드는 다 갖췄다. 첫 화를 피식피식 웃으며 봤다. 
 
 
Castle S03E24. 시즌 파이널. 이런 직업을 가진 여자는 보통 테스토스테론이 돋아 종종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진(또는, 자폐증적인) 눈빛이 번쩍인다. 이 배우에게는 극 내내 그게 없었다. 뛰는 것, 액션이나 눈빛, 말투 따위가 평범한 계집애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강력계 형사를 맡은 이 배우에게 느낀 혐오감의 정체다. 코스프레 하는 바비인형 같달까. 시즌 초반부터 저런 멍한 눈초리를 자주 봐서 더더욱 그랬다. 제발 교체 좀 했으면 했는데...

Good Wife S02E23. 굿와이프가 시즌 피날레를 맞았다. 언제 봐도 극의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 23화 마지막 부분은 서비스인 듯 한데, 그런 거 안 해 줘도 괜찮다. 그 동안 재밌게 봤다. 할 얘기는 다 끝났지 싶지만, 다음 시즌이 나오면 멋진 등장인물들 때문에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Mentalist S03E23. 1,2기에서 페트릭 제인은 줄기차게 레드 존에게 엿 먹었다. 이번 시즌 피날레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반전을 구경. 그랬구나, 그래서 여태까지 제인이 그랬던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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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Tolerance

잡기 2011. 5. 17. 01:26
양액의 EC에 관해 안이하게 생각했다. EC가 높으면 뿌리를 통한 식물의 수분 흡수가 저지된다. 그 결과로 생장이 느려지고 세포벽이 두꺼워진다 -- 일반적으로 수분이 부족한 식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잎이 마르다가 타 버린다. 

잎채류만 넣어두었던 스티로폼 박스에서 며칠 새 양액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하루 만에 거의 800ml가 증발했고(바람과 햇볕의 힘!) EC가 높아 생장이 더디던 식물들의 뿌리가 양액에 닿지 않아 상태가 더 나빠졌다. 

EC가 높자 방울토마토는 살겠다고 지레 꽃을 피웠다. 자연수분 된다기에 멍하니 쳐다보다가 두 송이 꽃이 떨이졌다 -- 물론 과육은 없었다. 자연수분은 야외에서 기를 때 얘기고, 실내에서는 토마토톤 같은 호르몬제를 100배 희석해 꽃송이를 푹 담구거나 진동기를 사용해 꽃가루를 내보내야 한단다.

EC 를 낮추려고 양액에 물을 섞었다. 

잎채류: 2.0 dS/m --> 1.7 dS/m
방울토마토: 3.2 dS/m --> 2.0 dS/m
파프리카: 4.0 dS/m --> 2.8 dS/m

바깥의 대기 기온은 23도 안팎이지만 실내는 19~21도를 유지했다. 양액은 불투명한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 있는데(뿌리에 햇빛이 닿지 않아야 하므로) 양액의 온도는 대략 20도를 유지했다. 온도가 조금 낮아 양액의 농도를 높일까 망설였지만 일단 이 상태로 생육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작물보다 배양토에 키우는 작물이 더 잘 자라 아내의 핀잔을 들었다. 내 잘못이 있어 아직은 두고 봐야 알 일인데, 하여튼 트리피드처럼 2미터씩은 자라줘야 재배할 맛이 날 것 같다.

아이 책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책을 뒤적이던 중에 내가 구입한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어느 일본인의 수경재배조를 발견했다. 다들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수경재배 자체가 그다지 많은 다양성을 지닌 것은 아닌 듯. 요거트 병이나 물병에 키우는 사람도 있고, 접시 받침에 양액을 깔아 키워, 흙을 안 쓴다 뿐,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키우는 과정이 화분에 키우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

집이 남향이고 앞이 트여 있지만 태양의 입사각 때문에 실제 태양광이 조사되는 시간은 5시간 이내로 짧은 편인데, 그나마도 황사니 벌레니 하면서 아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창문을 닫아두니 햇빛과 바람이 적어 잎이 튼튼하지 않다. 양지바른 텃밭처럼 씨 뿌리고 물 뿌리고 가끔 웃거름 던져주면 대충 잘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서... 유기농이 참 대단한게 한 3개월 그렇게 기르다가 병충해를 입어 상당한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약을 안 쓰고 끝까지 키우는  것이다. 농부라면 어디 욕심이 없겠고 고생해서 키운 작물이 픽픽 죽어가는데 괴롭지 않겠나...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작물 키우는 것들을 보면 지금과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무척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병해에 강하고 생산이 우수한 종자를 세대를 거듭하며 골라낸 탓일께다. 한국의 종묘사 대부분은 외국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eBay를 뒤적이며 LED grow lamp를 알아봤다. 주문하긴 비싼 편이라 부품을 구해서 조립할까 생각했다. LED grow lamp는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기존의 다른 등에 비해 전력 소비가 작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파장을 배합하기 쉽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리화나를 수경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

딱 2주 만에 첫 작물을 수확했다. 비록 생장이 더디고 키운 작물 수가 적어 얼마 안 되는 쌈채를 수확했지만 그것으로 저녁을 만들어 즐겁게 잘 먹었다. 

 만화 '신과함께'에서 본 대목: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넋이로세.
신이로세 신이로세 신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 진도 씻김굿 중.

1월 초 사장님 장례식장에 오신 거래처의 a사장님은 진도 출신이다. a사장님은 내게 씻김굿의 절차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고 나는 줄 담배를 입에 문 채 설명을 들었다. 

3월 무렵 직원들과 함께 납골당에 가서 사장님을 다시 찾아뵙고 인사했다. 별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내 프리랜서 생활은 끝났다. 매일 밤 술을 마시던 생활도 접었다.

유난히 긴 봄이었다.

4월 16일 안양예술공원의 한 식당. 희안하게도 여기만 벚꽃이 피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개울에서 올챙이를 잡았다 놓아줬다 하면서 놀았다.

4월 23일. 서울대공원에 놀러갔다. 모처럼 잘 찍은 사진. 여전히 주말이나 휴일이면 딸애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서울대공원. 벚꽃이 피었다. 클릭=확대. 딸애 데리고 돌아다니는 건 그래도 운동이 안 된다. 4km 걸으면 70kcal 정도 빠질까? 

4월 24일. 서호에 그늘막을 처놓고 놀았다. 벚꽃이 잔뜩 피었다. 클릭=확대.

5월 5일. 그늘막을 들고 놀러갔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잔뜩 피었다. 

딸애는 이제 꽃을 꺾지 않았다. 엄마가 꽃을 꺾으면 꽃이 아파한다고 가르쳤다. 사물의 의인화는 유아적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아기 땐 그래도 된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동네 앞 개천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하다못해 녹조류 한 가닥... 부영양화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아서... 심지어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고 텃새로 정착할 것처럼 보이는 철새들까지...

지하철에서 산 천 원 짜리 반짝이는 고무공을 며칠 동안 잘 숨겨놨다가 어린이날 선물로 줬다. 무척 만족해 했다. 원래 계획은 아이패드2를 주는 것이지만, 으쓱, 그거나 그거나 그게 그거지. 생각보다 아이패드에 유아용 컨텐츠가 적고 품질이 떨어진단다. 그거 살 돈이면 뒤로 보고 옆으로 보고 집어던지거나 부욱 찢거나 쌓아서 집을 만들 수 있는 책을 수십 권 사줄 수 있다나? -- 주변에 아이 교육용으로 아이패드를 구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아빠들이 몇 명 있었다. 

딸애가 공부 한다며 책과 연필을 들고 쫄래쫄래 안방으로 들어가면 엄마가 공부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내 여섯 살 때와는 다른 삶이다. 풍족하고 덜 야생이고 쓸데없는 문명의 이기가 사람 틈을 벽으로 갈라놓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삶이 처절하다.

아내의 소망은, 아이 키우는 컨셉은, 평범한 사람. 그런데 보통 사람의 정의가 돈 없고 머리 나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귀 얇고 신념 없고 비전 없고 침을 튀기며 호박씨를 까고 욕설을 늘어놓으며 자존심을 세운다지만 실은 권력에 빌빌 대면서 시시한 제 욕심 때문에 누워서 자기 토사물을 뒤집어 쓰는 사람이지 싶은데? 아닌가? 

zero tolerance: 어린 시절에 욕심쟁이 위선자를 상대할 때 내 원칙이었다. 다 지난 얘기다.

2010년 11월 17일. 유시민은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11년 4월 27일 보궐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은 완전히 새되고, 유시민은 시민에게 사과했다. 강연에서 베블렌의 유한계급론을 읽어보라고 학생들에게 권한다. 어렸을 적에 읽었다. 당시 나는 제3세계 임금노동자의 무려 100배가 넘는 소득을 버는 걸 애지간히도 죄스럽게 생각했었다. 강연 좋았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굳이 분류하고 싶으면 기분파다.' --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말. 나도요.
 
아이 데리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느라 자전거 탈 시간이 없다. 조카애 주려고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배달되어 온 자전거 바퀴가 휘어져 있다. 이 놈에 싸구려 부속들, 군시렁 군시렁 거리며 휠을 정렬하고 브레이크 간격 조정하고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았다. 13만원짜리 어린이 자전거인데 주행 시험을 해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집 근처에서 살살 타고 다닐 자전거인데 비싼게 뭐 필요있나. 

자전거를 탈 때 요령이 붙어서 차도를 이용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인도로 가게 되면 요새는 오른쪽 자전거 도로를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왼쪽 보행자 도로도 사용하지 않았다. 띠처럼 얇은 가운뎃 길로 달린다. 마찰이 적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속도가 빠르며 덜 덜컹거린다.

우동 (영화). '웃음은 소화를 돕는다. 위산보다도 월등히 강하다 -- 칸트' 이런 우동을 먹어본 적이 있다. 노른자에 비벼먹는... 그땐 그게 우동이 아닌 줄 알았다. 

우동. 여행 프로그램에서 사누키 우동 먹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저 동네에서는 저렇게 서서 먹기도 하는 듯. 

우미자루 3편 마지막 메시지. 재난 영화. 한중러가 공동 출자한 천연가스 채취선에서 사고가 발생. 일본 영화 중에 이런 블록버스터물이 있다니 놀랍다. 

우미자루 (해원). 이 촌발 날리는 포세이돈 어드벤쳐 류의 포스터. 이거 일부러 이런거 맞지? -_-

그래서 1,2편을 찾아봤다.
 

우미자루(해원). 이게 아마 1편. 보다가 재미가 없어 중단.

우미자루 2편? 영 재미가 없어 이상하다 싶어 만화책을 찾아봤다. 만화책이 훨씬 나았다.

C -- The Money of Soul and Possibility Control. 이걸 무슨 장르라고 해야 하나? 경제 활극 SF? 특이한 애니. 한두 편 본 걸론 아직 파악이 안 된다. 

Rang De Basanti.  인도 영화. '인퀼랍 진다바드(Inquilab Zindabad)'는 '혁명 만세'. 날라리들이 정신 차리고 애국하는 줄거리. 두 친구가 맥주 보텀 업 시합을 하면서 진 녀석이 저수지에 등 뒤로 뛰어내린다. 상당한 높이다. 굉장히 재밌어 보여, 혁명도 좋지만, 나도 젊었을 때 그 짓을 해봤어야 했다고 부러운 한탄. 어렸을 때는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막 나갔는데.
 

Sol Bianca. 본 줄 알았는데 못 본 것. 시대에 걸맞지 않게 세련된 애니. 90년대 치고 비주얼이 좋은데 스토리는 좀 많이 구질구질. 
 

솔 비앙카. 망할 고대 지구. 알고보니 솔 비앙카 오리지널은 90년대 초에 방영되었고 이건 regacy라고 99년에 같은 감독이 또 만든 것이다.

Hawaii Five-0. "what kind police are you.",  "new kind." 모종의 부실한 토론에 따르면 짭새는 자연의 법칙을 벗어난 특이종으로 전혀 진화한 적이 없단다. 양덕들이 환장하는 그레이스 박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빼고는 이 드라마가 히트칠  구석이 없어 보였다. 일단은(5화까지 본 지금으로썬) 뭐 이렇게 식상한 짭새 캐릭터들인지. 리메이크 버전. 그랬구나. 어째 귀에 익은 타이틀송이라니.

 얼음과 불의 노래. 책에 묘사된 그대로의 장벽(wall). 몇몇 캐릭터에 적응이 안 된다. 차차 나아질까? 아님 끝까지 엉성해 보일까. 두고 보자.

Gandahar.그 당시에는 뭘 만들어도 세계적인 유행인 히피스러움을 피할 수 없었겠지.

 간다하르. 이거 말고도 르네 랄루(Rene Laloux)의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이거 꼭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인데.

SG:U S02E18. 개그하는 과학자들. SG:U에서 잔재미를 준다. 대령이 발광 하지 않으니  드라마가 훨씬 볼만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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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

잡기 2011. 5. 1. 23:49

3월 4일, 5일 북한의 GPS 방해 전파 발사로 서울시 강서구, 양천구 등지에서 간헐적인 에러가 발생했다. 자전거를 몰고 강서구 가까이 지나갔기 때문에 GPS 로그를 분석해 보니 지상에서는 산 그림자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중국산 GPS 방해전파 발사기를 eBay 등지에서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상용 GPSr은 수신 전파의 다중 경로로부터 노이즈를 분리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이 적지만, 그렇지 않은 GPS 칩들은(같은 HW일텐데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한 휴대폰의 GPS는) 영향을 받은 듯. 군사용 GPSr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고 한다.

위성들과 4면체를 형성하는 체적이 크면 클수록 정밀도가 높아지는데, 위성 4개 중 하나만 안 잡혀도 HDOP가 상승해 위치 정밀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위성과 같은 캐리어로 위성 신호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면 위성 신호가 묻혀 버려 사실상 위성 수신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한반도 지표 뒤죽박죽됐다. -- 어 그럼 3.11 일본 강진 때문에 어쩜 측지계 설정부터 다시 하는 건가? 안 그래도 한반도의 시골땅의 실제 면적이나 소유주 사이의 경계선이 측지계 때문에 어긋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라 분쟁이 콩 볶듯이 자주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사회 문제화 되지는 않는 듯.
 

얘는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란다. 

한 일을 메모랜덤으로 적어야 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졌고 그래서 블로그를 적는다. 4/20 쯤 수경 재배를 해 보려고 만능 수경재배기를 구입했다. 3개의 스티로폼 굴 상자, 어항에서 사용하는 공기발생기, 공기 분배기와 호스, 휴가토 난석, 재배포트, 수경재배 비료 등속을 합쳐 3만원, TDS 측정기 3만 5천원 가량, 그리고 모종 8개를 만 3천원에 샀다. 

몇 년 전에 '내가 아이를 다 키우게 될 줄이야!' 라고 경탄한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식물을 다 키우게 될 줄이야!' 라고 탄식했다.

시장통에서 우연히 아이에게 사 준 과자에 붙어 있는 씨앗을  꽃 피우기 위해 화분에 자갈을 깔고 흙을 구해 분꽃 씨앗을 심어놓고 싹이 틀 때까지 기다렸다. 싹이 텄다. 어느 새 새끼를 친 봉숭아 화분과 함께. 아내는 베란다에 화분 같은 것을 들여놓아 흙 깔고 식용 식물을 재배할 구상을 했다. 이왕이면 수경재배기가 손이 덜 간다고 설득해 구입.

주문한 모종은 일주일이 다 가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동네 꽃집에서 파는 모종을 살 껄... 아니면 씨앗을 불려 싹을 틔울 걸 후회했다. 예천에 갔다 온 다음 밤 늦게 집에 돌아와 경비실에 맡겨놓은 묵직한 모종 박스를 보니 판매자가 참, 정성이다.

마침 노동절 일요일이라 모종을 씻고 수경재배기에 설치했다. 

아침 먹고 딸애와 작업 하는데 이것도 일이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티로폼 박스에 비닐을 깔고 비료를 녹여 양액을 만들고 공기 발생기를 설치. 화분에 심으면 삽질 한 번 하고 모종을 심으면 끝이었을 작업이지만 수경 재배를 하기 위해, 모종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뿌리에 달라붙은 흙을 떨어내고 조심스럽게 옮기는 작업이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번성하던 말라죽던 나중에 다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려고 사진을 찍었다. 살려고 애써봐라. 도와주겠다.

여기서 끝내면 좋았을 텐데... 원래는 파프리카, 방울 토마토, 쌈야채 6종만 주문했는데, 판매자가 모종을 여섯 개나 더 보내줬다. 한 일주일 배송이 늦은 탓일까? 농사일이라(농사일이 다 그런 지라) 한 번 재촉하고 말았는데... 왠지 판매자에게 미안하다. 얼마 안 하는 모종이지만 씨껍질을 뚫고 살아보려고 버둥거리는 놈들을 고사시킬 수도 없어, 아이와 함께 배양토와 자갈을 사러 동네 꽃집에 갔다.

꽃집 아가씨는 자갈 대신에 스티로폼 조각을 깔란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간 김에 300원 짜리 오이 모종을 충동구매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남는 스티로폼 박스에 구멍을 뚫고 집안 어딘가에 돌아다니던 모기장을 겹쳐 깔고, 수경재배기에 딸려온 남은 휴가토 난석을 깔고 스티로폼 박스의 높이를  3cm 쯤 잘라내 부숴 깐 다음 흙을 깔고 남은 모종을 심었다. 잘 자랄까? 모르겠다. 수경재배 양액을 물 줄 때 섞어 넣어주면 잘 자라긴 할 것 같다.

실험맨의 베란다 수경 재배 -- 블로그를 보면 수경 재배를 하려고 노력하다가 '만능 수경 재배기'를 옥션에서 판매하기 시작하셨다. 적은 비용과 아이디어로 효과적인 수경 재배기를 만든 이 분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다.

수경재배기에서 사용할 양액을 만들 때 참고하려고 TDS 미터를 구입했는데, 이건 그냥 전기 전도도를 측정해 변환하는 것이었다. 전도도의 단위는 지멘스, 옴의 역수. 어렴풋이 어린 시절 공부하다 마주친 기억은 나는데 써 본 적이 없었던... TDS <-> EC 간 변환 팩터를 찾아보니 미국, 유럽, 호주가 사용하는 값이 달랐고 판매자는 유럽에서 자주 사용하는 640을 변환 팩터로 알려줬다.

이상하다 싶어 구입한 TDS-3 미터의 미국 제조사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역시나, 망할 미국 답게 변환 팩터는 자기들 맘대로 500이었다. 그냥 EC 단위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튼 수경재배기 판매자가 양액 제조할 때 제시한 값은, 이를테면, TDS 미터로 1200ppm이 나왔을 때 1200/640=1.875 dS/m이라고 적어 놨는데, 실제로는 1200/500=2.4 dS/m 이다.

양액 제조한 후 TDS 미터로 측정한 값을 다시 계산.

파프리카: (권장값 3.0 dS/m) 4.34 dS/m (20cc) --> 3.98 dS/m으로 낮춤.
방울토마토 (권장값 2.0 ~ 2.5 dS/m): 3.58 dS/m (15cc) --> 3.22 dS/m으로 낮춤.
쌈채류(권장값 1.5~2.0 dS/m): 2.5dS/m (10cc) --> 2.22 dS/m으로 낮춤.

다시 계산한 양액 제조법 (굴 상자 높이의 1cm만 남기고 물을 가득 부은 다음, 비료 A제, B제를 1:1로 넣을 때 각각의 비료의 투입량):

5cc 1.0 dS/m  --> 1.28 dS/m
8cc 1.5 dS/m --> 1.92 dS/m
10cc 2.0 dS/m --> 2.56 dS/m
13cc 2.5 dS/m --> 3.2 dS/m
15cc 2.75 dS/m --> 3.58 dS/m
20cc 3.4 dS/m --> 4.34 dS/m

양액의 농도가 과하면 어떻게 될까? 별일 없을 것 같다 -- 판매되는 식물 영양제의 양액 농도가 4.2 dS/m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래도 별 일 생길까 봐 내일쯤 물을 더 부어 양액  농도를 맞출 생각.

그 동안 알아본 것들:

* 수돗물로 수경 재배해도 되나? 물에 녹아 있는 염소는 하루 정도 지나면 자연 소멸한다.
* 수경재배가 흙으로 재배하는 것보다 쉽나?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 수경재배의 장점은? 제대로만 하면 대단히 효과적이며 그야말로 fruitful하다. 물(양액)만 만들어 주면 별 관리가 필요없다. 흙 자체가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데 수경재배는 핵융합처럼 깨끗하다.
* 비용과 노력은? 비용/편익으로 보면 내 경우 투입 비용 약 10만원에 산출은 미지수다. 농사가 다 그렇지 뭐... 유아 때부터 교육 받은 것처럼 농사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들은 햇볕과 물과 양분인데, 물과 양분은 노력과 정성으로 어떻게 되지만 햇볕은 그렇지가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일조량을 채울 수 있을까? 아직 해 보기 전이라 모르겠다.


암굴왕. '죽음은 확실하며 때는 불확실하니...' 

텍스타일의 텍스쳐를 움직여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렇게 패셔너블한 애니는 무척 오랫만. 그 전에 뭐가 있었더라... 기억 날 리가 없지만.

SF끼가 있고...

사무라이 귀신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겠다.

복수 찌질계 몽테 크리스토. 복수를 위해 영혼을 팔았다.

사랑 노래를 거의 안 듣는다. 장 자크 브루넬의 타이틀 송 we were lovers은 꽤 좋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뷔시, 차이코프스키 등이 줄줄이 튀어 나왔는데 씬과 잘 어울렸다.

뭘 잘못 봤나 싶어 캡쳐한 장면. 언젠가 '타이거! 타이거!' 표지에서 본 것 같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를 애니화 하려고 했지만 저작권 때문에 포기했단다. 니뽄 갈라파고스 히키코마리라면 타이거 타이거를 도스토에프스키 분위기 물씬 풍기는 훌륭한 싸이코 드라마로 소화했을텐데... 정말 아쉽다.

그림을 보니, 풋... 이거야 원... 다 보고 나서 재삼 생각해 봤다. 이게 과연 볼만한 애니였을까? 무엇 때문에? 욕 안 하고 편하게 봤다. 

Fringe. 날이 갈수록 짜증나고 찌질한 드라마. 

Stargate: Universe. 그렇게 욕을 퍼부었는데 S02E11, S02E12이 재밌었다. 

 외교관 쿠로다 코사쿠.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료가 된 게 아니야!'

외교관 쿠로다 코사쿠. 서로 똥꼬나 핥아 주다가 끝나더라.

미친 형사. 메멘토를 연상. 좋았다. 내가 본 대만 영화들은 대부분 싸이코가 주인공이었던 듯.

건담 유니콘 01. 로마의 휴일 오마주. 추억의 건담을 이죽이면서 볼 수 있어 꽤 재미있었다. 

No Ordinary Family S01E18. 오타쿠 주제에 초능력 가지고 뭘 그리 놀란 척은. 이 오덕 아가씨 되게 귀엽다.

Tangled. 표정 때문에 몇몇 장면 캡쳐. 나이가 드니 이제 어린 여자애들이 짓는 이 표정이 뭔지 알 것 같다.

Tangled. 아니야, 아닐 꺼야...

Tangled. 시대가 흘러도 여자애들이 짓는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Castle. 평균적인 재미는 늘 보장하지만, 여형사만 카메라에 나타나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영 마음에 안 들어 배우를 갈아치웠으면 좋겠다.

The Office. S07E19. 마이클 지부장이 드디어 청혼을...


The Office. 역시나...

라제폰. 여태까지 본 줄 알고 안 봤던 애니.

라제폰. 보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몇 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하던 남자의 손에 죽어가면서도 도시의 전등을 점멸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절규하던 조연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무수한 SF애니 중에서도 길이 남을 장면이다.

라제폰. SF 연애물. 과도한 휴머니즘으로 일본 SF애니는 사랑을 지구인이나 외계인 모두가 고민하는 우주적 고뇌로 만들어 놨다.

라제폰. 도쿄 목성. 라제폰이 무척 재미있었다. 허나, 얼토당토 않고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덕지덕지 갖다 붙인 서사가 무척 해괴하다는 점에서 일본 SF 애니만큼 통째로 '앞서 나간' 문화가 있을까 의문이다.

The Day Of The Triffids 2010. 트리피드니까 봤다.

일본침몰. 311 일본 대지진 후 토런트에세 인기리(?)에 유통되던 고마스 사쿄 원작의 일본 SF 영화. 영화 속의 센다이. 지진으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Battle Los Angeles. 지구 정복도 못하는 멍청한 외계인들이 쳐들어 온 이유는 미해병대의 진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시간이 잘 가서 후속편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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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와르 아인

잡기 2011. 3. 9. 00:35
이번엔 아이패드2를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꿈 속에서 나는 사막 한 가운데, 네 개의 실금같은 강이 모인 장소에 있었다. 전설적인 히와르 아인이 아이패드를 대형 프로젝터에 HDMI로 연결하여 천막에 영사하고 펀다멘탈리스트들 상대로 어떻게 하면 천당에 갈 수 있는지, 천당에서 어떻게 자기를 만날 수 있는지 당연한 PT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자색 토브에 검정색 아갈을 쓰고 모래에 몸뚱이의 2/3가 파묻힌 단봉낙타에 앉아 나눠준 말린 무화과와 대추야자를 씹으며 그걸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모래밭에 야자수처럼 대가리만 나온 낙타에게 대추야자를 나눠줬다. 낙타가 게걸스레 무화과에 달려드는 바람에 내 손에 낙타침이 흥건히 묻었다. 여자는 PT를 멈추고 물끄러미 그 꼴을 쳐다 보다가 베일을 벗어 들고 다가와 내 손에 묻은 낙타침을 베일로 닦아줬다. 낙타는 벌떡 일어서서 퉤퉤 침을 뱉었고 여자는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나는 무화과가 든 접시로 낙타 대가리를 마구 때려 진정시켰다. 이게 대체 무슨 개꿈이지? 

출근길에 전후좌우를 꼼꼼히 따져 궁리한 결과, 아이패드를 사는 것은 알라의 뜻이며, 그게 가장 저렴하다는 계시다. 아이패드2는 내게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 없지만 딸애 교육에는 꼭 필요하며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굳이 아내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친절한 주석이 달린. 

두 말 하면 잔소리. 알라흐 아크바르!

뭘해야 보잘것 없는 삶에 광영이 쬘까? 내 물욕은 법정 스님 수준이라 아이패드 따윌 산다고 행복해지진 않았다. 아이패드가 공짜여야 행복한데(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니 그 소소가 제로로 수렴해야 행복이 극대화 되는 것은 자명한 수리다), 사실 정말 행복해지려면 버마 북부의 소수민족 아이가 정부 지원으로 태양광 발전 타블렛을 무상으로 얻어 집에서 우리 딸애처럼 히히덕거리며 재밌게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어디가나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얘기를 들어서 읽어본 것 같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났다. 별 생각없이, 이런 고색창연한 칸트주의가 새삼스레 회자될 정도로 사람들이 생각없이 살던가, 책을 안 읽긴 안 읽는구나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났다(그렇다고 책을 이것 저것 아주 많이 읽어 어쩌다보니 계보 따라 지젝까지 읽고 나대는 녀석들의 꼴은 영 마뜩찮고). 하여튼, 정언명령과 공리주의는 배치되는가? 저걸 어린 시절에 생각해 봤고(답 없다, 선택이다) 지금 와서 다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버마 북부의 가난한 소수민족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자연인은 값어치가 낮다. 하도 낮아서 주위에서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그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인데 인류의 생존술 중 가장 강력하다. 당신의 욕심과 위선에서 비롯된 찌질하고 메스꺼운 견해도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겠다. 참고 들어주지 못할 땐 아무래도 주먹이 나갈 것 같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짹짹끝-

세미나 참석하고 받은 태양광 발전 모듈은 휴대폰을 300mAh 정도 충전할 수 있었다. 비상시에도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있으나 마나한 가젯. 태양광 발전 모듈과 연결된 Celltide의 보조 배터리팩 AnyCharge 4는 5200mAh 용량. 

7만원대에서 판매되는 애니차지4를 소셜 커머스를 통해 배송료 포함 3만8천원에 구입했다. 24pin TTA 차저로 충전할 수 있고 출력은 표준 USB Type A 커넥터. 테스트:
  • 유전원 USB Hub에 연결하는 어댑터는 5V, 1.5A 출력. --> USB Hub에 USB to TTA 24pin 변환 케이블을 사용해 애니차지4를 충전. 게이지로 확인해 본 바로는 400mA/h 정도로 충전된다. 즉, 5200mAh를 모두 충전하려면 13시간 가량 걸린다. 이게 TTA 케이블 탓인지 유전원 허브 탓인지 알아보려 다시,
  • 유전원 USB Hub --> 옵티머스Q 충전할 때는 540mA/h 로, 만충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보조 배터리 팩은 4.7V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5V를 출력하므로 변환손실이 있다. 효율을 90% 정도로 가정하면(아마도 벅 컨버터의 효율 및 손실을 감안하면 그쯤 나올 것 같다) 1350mAh인 옵티머스Q의 배터리를 3.5회 가량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옵큐로 약 5시간 동안 GPS logging이 가능한데, 여기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 4시간이 빠듯하다. 배터리팩으로 수혈하면 GPS+블투 플레이 시간이 이론적으로 4.5배(18시간)가 된다. 20000mAh 에네루프 전지 4개 가격이 만원 가량 하니까, 이런 걸 득템이라고 할만.


System Panel로 본 배터리 사용량. 좌측: 약 1주일 동안의 배터리 사용 패턴. 일반적인 용도로 약 이틀이면 완전 방전. 우측: 3월 1일 관악산 트래킹 중 배터리 사용 패턴. GPS 트래커 앱인 endomondo 및 MP3를 플레이 하면서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청취. 로그스케일의 엄청난 CPU 사용량. 추세대로면 오후 4시 무렵에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어야 하나 보조 배터리팩으로 충전하면서 사용. 충전량 > 사용량 이라 그래프가 업슬로프. 야호!

LG U+는 3월부터 점진적으로 CDMA Rev.B 망을 확대해 갈 예정이란다(LG는 LTE하기도 바쁠텐데?). Rev.B는 음성 통화 중에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데이터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동호회 회원들 평가에 따르면 옵티머스Q에서 Rev.B로 전환하는 간단한 세팅으로, 심지어, 배터리 시간도 늘어난단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프로요 업데이트 후(LU230053) 블루투스 헤드셋과 페어링할 때 있던 사소한 버그가 사라지면서 나침반에 오차가 생기고 A-GPS 데이타를 제 때 다운받지 않아 위치 오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다. 

LU230054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A-GPS 데이타를 정상으로 수신할 뿐더러, 나침반 오차가 적어졌다. LG에서 적어놓은 개선 사항에는 일부 동영상 재생 문제 개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옵큐의 프로요 소스가 공개된 후, 소위 F4 들의 활약으로 커널 소스 자체를 변경하는 커스텀 커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2011.03.02 현재). 
  • ext4 및 CIFS 마운팅 -- 와이파이로 집안 네트웍에 붙여 동영상 실시간 재생하는 목적으로 CIFS를 마운팅하는 것인데, 애플의 에어플레이와 비슷하지만 720p를 무리없이 재생하는 옵티머스Q다 보니 에어처럼 인코딩이 필요없다.
  • 터치 패널 응답성 및 n 점 터치 개선
  • 리누스 토발즈도 놀랐다는 200줄의 기적 -- 커널 스캐줄러 개선
  • 오버 클로킹
  • 초당 프레임수 패치
  •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 살리기 등 
별별 작업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 가만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하늘에서 꿀떡이 비처럼 내린다. 심지어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커펌 작업을 거의 원터치로 처리해주는 옵큐마이저란 프로그램도 있었다. 옵티머스Q는 심지어 교과서에서 스마트폰의 모델로 등장한다.

교훈: 남들이 정열적으로 사용하는 폰을 구매하면 덕 본다. N5800 때는, 기기 자체가 좋았지만, 열정적인 유저들 때문에 덕 많이 봤다. 옵큐도 마찬가지다. 내가 갤럭시S나 아이폰을 구입했더라면 이만큼 만족했을까? 만족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0원). 

unionFS류의 유틸리티를 사용해 옵큐의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를 /sdcard에 마운팅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기는 귀찮아 대충  적어두기만 하자. 누군가 해 보고 잘되면 정리해서 알려주겠지. 예:

# cat /etc/install-recovery2.sh 
/system/bin/fsck_msdos -y /dev/block/mmcblk0p4 
mkdir -p /mnt/sd2/sd2 
mount -t vfat -o /dev/block/mmcblk0p4 /mnt/sd2/sd2 
mount -t unionfs -o dirs=/mnt/sd2,/sdcard none /sdcard


요새 옵큐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tweetdeck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이 두 프로그램만큼 사용량이 많지는 않았다. 좌측: Google Listen. 매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팟캐스트로 박경철, 손석희만 들어도 무려 2.5시간. 특히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에서는 시중 뉴스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뉴스 언저리 얘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우측: gReader. RSS 리더. 

이 좋은 휴대폰을 2월 14일 저녁 8시 15분에 잃어버렸다. 블투 헤드셋으로 박경철을 들으며 퇴근길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20m쯤 진행하자 소리가 끊겨서 알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일어설 때 비쭉 튀어나와 좌석에 떨어진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버스를 따라가고 싶지만 택시가 안 온다. 안절부절 하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쫓아가며 기사에게 같은 회사 버스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정류장에서 내려 같은 번호 버스를 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앞 버스에 떨어진 휴대폰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전에 기사 아저씨 휴대폰을 빌려 문자를 먼저 보내고 통화 시도를 해 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앞 버스는 여덟 정류장 쯤 앞서 가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부탁해 운수회사를 경유해 앞 차 버스 기사와 연락이 닿았지만 해당 좌석에는 이미 휴대폰이 없단다. 일단 차고지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를 뒤져보니 휴대폰이 없다. 

차고지에서 전화를 빌려 내 휴대폰으로 연락하니 연락이 닿았다. 4거리에서 내 휴대폰의 벨 소리가 울렸지만 어떻게 전화를 받아야 할 지 몰라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벨이 끊겼단다. 짧은 시간에 전화기를 찾아 사례하려니 손사례 치고 달아나신다. 달아나느라 무단횡단 하다가 차에 치여 다칠 뻔 하셨다. 머쓱.

짧은 시간이지만 휴대폰을 잃고 식은땀을 흘렸다. 일정이나 연락처는 늘 구글 서버에 백업이 되어 있지만 백업이 안 된 중요 자료가 몇 개 있었다. 떠난 버스를 잡으려고 쫓기보다는 집에 얼른 가서 인터넷으로 휴대폰의 파일을 삭제했어야 했다. 

주말에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블투 헤드셋으로 컬투쇼를 들으며 미친놈처럼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보조 배터리 팩을 2월 14일에 구입했으니 벌써 3주가 되었다.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되니 편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Nokia Bicycle Charger Kit DC-14를 구입할까 망설였다. 허브 다이나모는 발전이 필요없을 때도 주행 중 일정한 드래그를 만든다. 게다가 값비싸다. DC-14같은 bottle dynamo는 필요없을 땐 부하가 되지 않고, 회전속도가 빨라 저속에서 발전이 가능하고 더 소형화가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단점은 타이어를 갉아먹고 눈비 올 땐 사용하기 어려우며 도난에 취약.  보틀 다이나모의 단점이 모두 허브 다이나모의 장점이 된다. 그런데 타이어란게 어차피 소모품이고(내 경우 2-3년에 한번씩 교체) 옆줄 갈리는 건 주행에 영향을 안 끼치니 굳이 단점이 되지 않는다. 

eBay에서 DC-14를 구입했다가 결재 안하고 취소했더니 eBay에서 경고를 먹었다. 나온지 얼마 안 되었고, 당장 필요하지 않으며, 기다리다보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아내는 미니벨로를 동생에게 주고 자기에겐 새 자전거를 사달라고 말했다. 자전거가 불편하단다. 쇼핑몰을 뒤졌지만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자전거를 찾지 못했다. 아내가 다시 얼마간 자전거를 타 보더니 굳이 자전거를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단다.  

딸아이는 지난 3개월 동안 2cm 가량 자랐다. 벌써 세 번째로 자전거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간단한 정비도 했다. 전보다 아이의 힘이 좋아져 네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딸애 자전거를 쫓아가느라 숨이 찰 지경. 어떻게 하나 보려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 벤치에 앉아 아빠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성격이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기다리지? 혼자 그렇게 앉아 햇볕 쬐고 있으면 지겹거나 무섭지 않나? 

몸을 풀 겸 자전거를 두 번 타 보고, 아이 자전거를 헐레벌떡 쫓아다닌 것 빼고는 2월에 운동이라고 한 것이 없다. 3월 1일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처럼 관악산에 갔다. 

과천역 도서관 앞에서 출발. 눈은 거의 다 녹았고 개울물이 흐르기 시작. 경칩이 머지 않았다.

마하반야바라밀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 연주대에 올라가 컵라면을 먹고 내려오기로 내심 목표를 정했다.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데다 길이 많이 막혀(등산객들로 붐벼) 정상까지 오르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연주암. 산을 좀 오르니 눈이 쌓여 있다. 아이젠을 안 가져왔다. 생각해 보니 이 사진들은 아빠가 어디 돌아다니는지 보고 싶다고 아이가 찍어오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사진 따위야... 뭐... 직접 가서 봐야지.

연주대.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기온이 올라 증발한 수증기로 대기가 뿌연 상태. 레이더 관측소가 몇 년 전부터 일반에게 개방되었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다. 컵라면 다 먹고 바람 맞으며 챙겨온 사과를 씹었다. 사당으로 갈까 팔봉능선을 탈까...

연주대에서 바라본 사당 방면. 클릭=확대. 아이젠이 없으니 좀 쉬운 길로 가야겠다. 사당으로.


클릭=확대. 이렇게 보니 눈이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아이 보여주려고 별 걸 다 찍는다. 

레이다 관측소에는 별다른 볼꺼리가 없었다. 인터넷으로도 기상청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레이다 사진을 PC로 보여준다. 창밖에 망원경을 설치해 볼 수 있게 해 주지. 그리고 이 지점의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던가. 그러면 GPSr이나 기압계가 달린 시계를 들고와 제대로 교정할 수 있는데...

사당 쪽으로 내려오다가 뒤돌아 찍은 사진. 아이젠 없이 소복히 눈이 쌓인 길을 걸으려니 엉거주춤 오리 자세로 뒤뚱뒤뚱 하다가 미끄러져 거의 썰매 타듯이 내려왔다. 알 배기겠군.

사당역 앞 서울 시립 박물관 사당분관. 별 생각없이 들렀다.

100년 되었다는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니 커플 지옥이 펼쳐졌다. 전시 주제가 도시 풍경이었던가? 지저분한 urban sprawl이 뻗어가는 광경을 한두 번 보면 재밌긴 하지만 자꾸 보면 질린다. 

4시간 동안 10.3km를 걸었다. 요새는 산길 10km 걸은 것으로는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연초에 산길을 걸을 때 평속이 8kmh가 나왔던 것은 안드로이드 앱인 엔도몬도의 버그 때문인 것 같다. 

3월 5일. 모처럼 자전거를 탔다. 약 74km 가량 되는 염통길을 돌기로 했다. 오랫만에 제대로 자전거를 타는 거라 무리하긴 힘들다. 만날 가는 곳만 가게 되니 많이 지겹다. 어쩌겠나? 겨울내 떨어진 체력을 틈틈이 보강해 두어야 여차하면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아내 말로는 서울-원주간 기차 구간을 없애고 자전거 도로를 만든단다. 작년마냥 우울한 다람쥐처럼 같은 코스를 쳇바퀴 처럼 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상급식을 결사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던 플로팅 아일랜드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도 '디자인 서울'의 일환일까? 또는... 여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하이힐이 빠진다며 보도블럭의 틈새를 없애 장마 때 물이 빠져 나가지 않아 도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한강이 범람하면 이 구조물이 뜬다고 했던가? 흙탕물이 범람하여 가로등 꼭대기만 간신히 콩나물 대가리처럼 물 위에 떠 있을 때 고고하게 홀로 둥실 떠서 디자인 서울을 빛내줄 플로팅 아일랜드가 어쩐지 기괴할 듯. 

안양천-과천-잠실-반포대교를 지나 한강으로... 오세훈 시장이 한강변 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가했다는게 사실일까? 

맞바람 때문에 평속이 확 떨어졌다. 다리가 무겁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살 것 같다.

안양천 합수부. 여기 도착할 때까지 계속 불어오던 맞바람이 수그러들어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가양대교. 둔치길을 오가는 자전거가 나날이 늘어간다. 

가양대교. 요트가 다닌다. 언젠가는 중고 요트를 구입해 거기서 먹고 자고 할테다.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각도로 찍는다. 한숨. 컵라면을 먹는 바람에 배가 불러 행주산성 아래 잔치국수 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온다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자전거를 돌렸다. 맞바람을 맞으며 20kmh로 비실비실 달리다가 자전거를 돌리니 금방 27kmh가 나온다. 

사진 대부분은 photoworks로 변환해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에는 photoworks 대신 imagefree라는 몇 가지 특허를 가진 국산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다. 화질 손상 없이 상당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후보정을 할 수 없는게 단점이고 UI는 만들다 만 것처럼 완성도가 떨어졌다.

엔도몬도 기록은 86.45km, 20.1kmh, 4h13m, 2905kcal. GPSr에는 84km, 19.8kmh로 나왔다. 앱이기에 훨씬 더 발전할 여지가 있지만 아직 GPSr을 대체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자세하게 얘기하려니 귀찮아서 생략.

보조 배터리와 휴대폰을 자전거 사이드 포켓에 넣어두고 전류를 철철 흘리면서 주행시간 4시간 및 부수적인 이동 시간(사실 주행거리를 다 합치면 100km쯤 나온다) 등을 포함해 5.5시간 동안 배터리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돌아다녔다. 보조 배터리 구입하길 잘했다.

good wife. 처음 보는 광경. "일라이, 후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뭔줄 알아요? 트렌디하지 못한 거에요. 2008년의 힐러리를 봐요." S02E13 에피소드에 멋진 반전이 둘 있었고 good wife는 내 기준으로 명작 반열에 들었다. 

Black Swan. 조류떼가 나와 춤추는게 재밌던 적이 없지만 발레로 두 번쯤 보고 이번엔 영화로도 본 셈. 흡사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기라도 한 건지 감독이 작정하고 카메라로 오직, 이 배우만 비춘다. 말하자면, 배우로는 '복받은 년!' 이러고도 상을 못 받으면 이상한 거지 싶다. 취향에 안 맞아 영 재미가 없었다.

세기말 오컬트 학원. 작중 설정은 2012년 멸망. 노스트라다무스의 키를 찾아 파괴해 세계 멸망을 막아야 한다.

이 애니에서 소위 '서비스컷' 없이 지나가는 꼴을 못 봤다. 진짜 오컬트 오타쿠 하나 붙여서 warehouse 13처럼 괜찮은 오파츠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하면 좋았을텐데, 첫 1,2 화 지나고 마지막 화까지 갈수록 김이 새는 전개. 개그로 대충 때우고 작화도 대충 해 버리고 시나리오는 기대 이하고. 

Tron: Regacy. 스팍스테이션의 솔라리스에서 레이저 작업 하는 진짜 레거시한 광경. 내가 트론을 언제 봤지? 메타암페타민류의 환각에 빠진 컴퓨터 너드가 창조한 네온의 세계. 따라서 해커 자곤에 나올법한 용어들이 환유되고 그 의미가 내포된 개체가 팔팔하게 살아 상호작용 하는 꼴을 환호성을 지르며 보았다. '당시' 퓨처리스틱한 컨셉을 디자인한 이가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시드 미드였다. 트론은 그야말로 해커 테크널로지를 다룬 20세기판 마네였고 모네였다. 그래서 트론 레거시는 트론의 복원판, 트리뷰트일 꺼라고 짐작했다... 완전 똥 밟았다. 원 세상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잖아?  요점(pointer)이 공허(NULL)하고 문맥이 무의미하다(out of context). 

문득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 다소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한국에서 소설에 과학기술을 반드시 친절하게 설명하고야 말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문민을 계몽하겠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이를테면 정재승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SF를 쓰는 작가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트론의 레거시를 보전하지 못할 것 같으면 이름을 빌지 말고 새걸 만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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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t4

잡기 2011. 3. 4. 18:00
심심할 때 즐겨보는 얼트에스에프에서 작년 국내 출간된 SF를 대상으로 순위놀이를 했는데 이언 뱅크스의 대수학자가 2등, 어슐러 르귄의 하늘의 물레를 1등으로 꼽았다. 

좌빨 신문기자가 술 잘못 마시고 체해 변기에 머리를 박고 토하면서 헤겔을 웅얼거리는 듯한 이언 뱅크스의 무척 독특하고 난해한 문체 때문에 번역이 좀 거슬린다 싶지만, 서양 사람들이 동양철학을 이해하려고 애만 쓰다가 변죽을 울리는 꼴을 자주 보았던 탓인지 르귄의 장자 인용은 보고 있자니 귀는 물론 온 몸이 간지러웠다(허나 헤세의 싯달타는 그 지경은 아니었다).

동양사상이 서양인에게 이해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몇 년 전에 외국인에게 부디즘과 노자를 그들의 언어로 설명할 때 묘한 경험을 했다. 영어를 사용해 영어가 일정 정도 강제하는 사고의 틀로 기술하다 보면 중요한 뭔가가 슬슬 새어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꾸란의, 뭘 어떻게 번역하던 어설픈 영역판(여섯 종류를 비교하면서 읽은 적도 있다)을 읽으면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따라서 동양인인 나는 노자나 장자를 읽고 뭔 소린지 알고 천만가지 은유가 함축된 글자와 글자사이의 은하만큼 벌어진 공간에 관해 적확하게는 아니더라도 그것이 존재함을 대충 알아 먹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번역'이 안되는 것들이 좀 있지 싶어졌다. 두번 째로, 소재 운용 면에서 르귄은 젤라즈니와 비교가 되었다. 그리하여 하늘의 물레는 내 경우 대수학자에 한 끝발이나... 두 끝발 아래였다.

이언 M 뱅크스와 이언 뱅크스 사이에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관계로  성명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뱅크스는 대단해서 나오는 족족 쪽쪽 빨면서 읽어주겠다. 최씨 일가는 그의 스펙타클한 사가를 몇 권쯤 낼 꺼라고 몇 년 전 말한 바 있어 굳이 원서 찾아 읽지 않고 기다렸다. 그래서 언제 나오는 건가,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은? 설마, 출판사 사정으로 원고가 산에 가 있는 것일까? 킨들 설치하고 아마존에서 ebook을 구입해 읽어야 하나? 한 번 클릭으로 전자화된 돈이 가뿐하게 날아가는데.

이해할 수 없는 꿈을 꾸었다.  한 번은 내 손가락에 결혼 반지가 없는 꿈을 꾸었고(결혼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데 그게 왜 꿈에 나타나지?), 검은 옥으로 된 두 개의 반지를 결합해서 인피니티 모양을 만들고 손가락을 넣었더니 이상한 행성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20년 후에 서로 알게 된 어떤 사람에 관한 꿈을 꾸었다 -- 꿈 속에서 미러세이드를 통해 타자화 되는 것은 기괴한 경험이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 늘면서 개꿈도 늘어갔고 꿈이 늘어가면 나는 성마르고 공격적이 된다. 비몽사몽 살아가는 것도,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꿈을 꾸는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가 한 동안 반복되었다. 그래서 밤마다 술을 마셨다. 

닭이야 두 개의 날개로 홰를 친다. 치킨집에서 시킨 치킨 날개는 가끔 세 개였다. 아이가 궁금하면 알려줘야 하므로: 갑각류는 다리가 열 개, 거미는 여덟 개로, 여섯 다리를 가진 곤충과 분류가 다르다. 동물들, 곤충들, 날아다니는 것들. 이제 아이는 새들이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뼈 속이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을, 화이트 팁 같은 벨로키랍토르가 털로 뒤덮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새 눈은 또 어떻고. 8천만년 전의 포식자 눈알은 저렇게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새의 이름을 열심히 되뇌었다. 참매를 좋아했고 참매와 황조롱이와 수리를 구분하기가 나한테는 까다로웠다. 가끔 산에서 꿩과 딱따구리를 본 적은 있지만 때까치의 기괴한 습성을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중대백로와 왜가리와 두루미의 차이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아이가 여자애라서 그런건지 유아기의 본성적인 습성으로 말미암은 카피캣이라서인지 아이가 알고 싶어하면 알려주고 나도 알게 되면 그 덕에 공부를 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고 그러다보면 아이가 점점 오타쿠가 되는 것 같았다 -- 맹금을 다루는 최신작 EBS 다큐프라임 306, 307 사냥의 기술을 구해 함께 봤다. 나레이션은 영 안 어울렸다.

한동안 facebook 소셜 게임인 City Of Wonder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불필요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게임을 하면서 짠 전략을 정리하자면:
  • 현실과 마찬가지로 요점은 돈.
  • allies를 많이 확보할수록 레벨업에 유리. -> 돈과 xp
  • 금은 marvels를 건설하거나 reserch에 투입하기 보다는 bounary(영토) 확장에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안 그러면 지었던 건물 저장해 두거나 똥값에 되파는 일이 생기게 된다.
  • 인구를 늘리기 위해 초기에 많은 residential를 확보. residential를 많이 확보하려면 cultural building과 decoration이 많아야 하는데, 저 레벨에서는 cultural->scribe, 중간 레벨에서는 temple과 granary가 제일 가격대 성능비가 나았고 레벨이 올라가면 clean up에 많이 시간이 걸리므로 cloaca maxima나 modern sewer를 지어놓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expedition을 cultural exchange로 줄기차게 지속하고 레벨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건물을 지을 때 가격과 획득하는 점수를 비교해보면 가성비가 좋은 몇몇 아이템이 눈에 띈다.
  • 돈을 많이 벌려면 생산을 많이 해야 한다. 생산을 많이 하려면 farm을 늘려야 한다. farm을 늘리려면 인구를 늘려야 한다. 생산 중 으뜸은 4시간에 3000 이상씩 버는 것들이지만 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저 레벨에서는 5분이나 30분으로 걸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4시간 짜리를 점차 늘린다. 
  • expeditions에는 세 가지 타입이 있다.
    • cultural exchange: level up에 필요한 xp를 확보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푼돈만 나간다. 
    • trade는 푼돈 밖에 모으지 못하는 것 같고 생각보다 실패율이 높다. goods에서 farm과 mine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낫고 아울러 xp도 확보할 수 있다.
    • attack은 얻는 것이 사람이고 잃는 것도 사람이다. 인구는 resident로 조달하고 아울러 xp도 얻는 것이 낫다.
  •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city of wonder 플레이어들이 attack과 trade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 따라서 expeditions에서 cultural exchange가 가장 유리하다.
  • expedition할 때 자기보다 레벨이 낮고 won 보다 lost가 큰 상대를 공략하면 거의 지는 일이 없다.
  • reserch는 이에 맞춰서 진행.
  • 요약하면, 인구 늘리기->cultural/decoration 많이 짓기->farm 짓기->돈 벌어서 residental/cultraul/decoration에 투자->expedition(cultural exchange)으로 추가 xp 확보->레벨 업
  • 하다가 지겨워서 언제 관둬야 하나 뭐 그런 생각만 들었다.
2/2 광교산에 아이와 같이 갔다. 별로 산 같지 않아 산책하듯 다니는 곳이지만, 아직 눈이 덜 녹은 산길을 함께 꾸역꾸역 걷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딸애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다가 중심을 잃고 진흙탕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으로 바지에 묻은 진흙을 털어냈다. 어쩌다 보니 인적이 없는 산길로 갔다. 딸애가 무서워해서 일찌감치 내려가기로 했다. 

길을 찾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프로요 업그레이드 후 휴대폰의 나침반을 매 번 교정해 주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을 가르켰다. 지오마그네틱 센서의 교정은 휴대폰의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3축 방향에 따라 각각 두 바퀴씩 회전시켜 주면 된단다(일부는 평면 8자 회전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휴대폰의 나침반이 엉뚱한 방향을 가르켰다. 이럴 때면 GPSr이나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 겸 전자나침반이 그립다. 휴대폰의 나침반 때문에 최근에 여러 번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간 적이 있다. 맑은 날이 아니면 생각보다 방향 잡기가 어렵다. 

2/5. 날이 풀렸다기에 모처럼 미니벨로를 타고 한강에 나갔다. 저 멀리 행주산 아래에 있는 잔치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 먹었다. 현금이 한 푼도 없어 카드로 결재했다. 오랫만에 자전거를 몰았더니 다리가 뻣뻣하다. 며칠 후 어떤 바이크 라이더의 사진을 통해 국수 가격이 500원 오른 사실을 알았다. 얼음은 녹고 인플레는 필연적으로 보였다.

신기해서 찍었다.

안양천에서 미니벨로를 몰고 가던 나이든 아저씨가 쉬고 있는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날더러 왜 미니벨로를 타냐고 물었다. 그 분은 자기 아들의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가 사람들에게 사정없이 추월당하고 딱딱하고 작은 안장과 낮은 핸들 때문에 어깨와 엉덩이가 쑤셔서 그만 팔아 치우고 MTB를 구입하고 싶단다. 

아들의 자전거라는 티티카카를 보니 돈을 들인 흔적이 여럿 보였다. 드롭바 핸들과 전체 소라 구동계, 값비싼 스탠드, 고압 타이어로 교체 등등... 그 아저씨더러 나는 한강변에서 13만원짜리 싸구려 미니벨로를 타며 왠만한 MTB는 추월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미니벨로의 장단점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해 주니 MTB 살 생각은 접은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잘한 짓 같지 않았다. MTB로 바꿔봤자 똑같이 어깨와 엉덩이가 쑤시다는 것을 알고 그런 잠시 동안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2.16짜리 두꺼운 타이어와 무식한 스레드 패턴 때문에 자전거가 잘 안 나가야 당신의 심장과 엔진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6~7년 전이던가? 아무 생각없이 처음 자전거를 타던 무렵이 생각났다. 그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폐활량 확보 때문에 담배를 줄였다. 다리에 근육이 약간 붙었고 그 때문에 체중이 2kg 가량 늘었다. 그 뿐이다. 

수원(역사) 박물관에 갔다. 경기대 내에 있는 줄 알았는데 경기대 후문 쪽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있었다. 생각해 보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몇 번인가 박물관 입구를 봤는데 전혀 엉뚱한 곳으로 착각했다. 딸애와 걸으며 육포를 씹었다. 광교 저수지에서 경기대의 한적한 캠퍼스를 지나 한 시간쯤 이리저리 한가하게 헤메다가 도착했다. 

옛날 수원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눈에 띄는 것이 이 화춘옥. 수원갈비가 시작된 역사적 장소. 수원에 이사 와서 아직도 수원갈비를 먹어보지 못했다. 화춘옥이 이름을 바꿔 몇 년 전에 다시 문을 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게 이름이 뭐 였더라? 

여자 화장실에는 당연히 있겠지만 남자 화장실에 아이용 변기 커버가 있는 걸 처음 봤다. 어린 여자아이를 아빠가 데려가 오줌을 누이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 탓인지 무수한 공공건물에서 이런 배려는 참 드물게 보았다. 이왕이면 아이 키에 맞는 낮은 변기였으면 더 좋을 뻔 했다 -- 의왕시의 어떤 공공건물에서 본 적이 있다. 세면대에 발판 있는 건 양반이고, 계단 난간에 가이드 레일을 어른 키와 아이 키에 맞춰 각각 만들어 놓는 배려 역시 보기 드물었다. 

딸애는 퍼즐을 잘 하는 편이다. 200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기도 했다. 경기도 박물관 옆에 별도로 마련된 건물이 통째로 어린이 체험관이다. 칠교 놀이를 몇 번 해보고 나서 아내가 아이에게 칠교를 두 세트 만들어줬다. 

음... 그런데 박물관 건축 디자인이 영 마음에 안든다. 

2/10 목요일 밤에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아내와 교대로 돌봤다.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이 내렸다. 잠을 못 잤다. 여전히 24시간 깨어 있는 기분이다. 영혼은 어딘가 어두운 구석을 방황하는 것 같았다.

2/13, 아침에 청국장을 끓여 먹었다. 꽤 맛있다. 간식으로 팝콘을 만들고, 저녁에는 해물칼국수를 만들고, 밤에는 내 술안주 꺼리로 이런 저런 야채를 튀겼다. 뭘 만들어도 맛있었고, 성공했다. 아내는 딸애와 음식을 함께 만드는 일이 드물었다. 아내의 친척 아이가 주방에서 알짱대다가 펄펄 끓는 기름을 뒤집어 썼단다. 그래서 아이가 주방에서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막는다. 

집에서 공주처럼 자란 여자애가 학교 졸업해서 집에서 먹고 자며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저 혼자 밥 한끼 차려먹지 못하는 안쓰런 꼴을 안 보려면 음식 만들어 먹는 걸 좀 가르쳐야지 싶다. 최소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게 그리 힘든 일이 아니고, 심지어 재미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아내야 뭐, 음식 만들기를 노동으로, 귀찮게 여겼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음식을 만들지만 언제나 음식 만들기를 즐겼다. 아내와 나는 이념의 차이로 김치찌게를 끓이는 방식이 다르다. 아내는 김치찌게에 설탕을 넣지만 나는 양파로 단맛을 냈다. 아내는 김치를 그냥 볶다가 끓이고 참치 캔을 대충 넣지만 나는 참치액에 김치를 볶다가 나중에 참치 건더기만 넣어 끓였다. 된장찌게를 끓이는 방식이나 콩나물국, 된장국을 끓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아내는 끼니를 때우고 나는 요리를 즐긴다.  

결혼 전 십여년 자취생활을 했지만 음식은 뭘 해도 꽝이었다. 자포자기한 채 대충 해 먹으며 살다가 작년 어느날부터 내가 하는 음식이 맛있어졌다. 그래서 음식 만드는게 즐거워졌다. 양식은 계량 대로만 하면 거의 실패하는 일이 없지만 한식은 계량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같은 재료를 써도 소위, 손맛이 안난다;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에 딱히 레시피라 할 것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음식을 잘하게 되었는지 바깥에 나가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이 맛없다.

휴일 하루종일 집에 붙어 있으면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딸애는 갖가지 감정 상태를 오락가락했다. 93.1 FM을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아이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곡을 흥얼거리며 다시 듣고 싶다며 컴퓨터로 찾아달라고 졸랐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행진곡과 Mozart Piano Sonata No. 11 A Major, KV 331, Alla Turca (allegretto), 소위 터키 행진곡. 아이가 음악을 찾아달라는게 신기했다. 듣고 싶으면 뭐든 퍼부어줄 수도 있다. 뭐라도 하나 취향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127 Hours. 대니 보일의 영화. 좋은 감독이다. 저질 중국제 칼로 바위 틈에 낀 자기 팔을 썰어 살아났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돌아다니는 짓을 다시 안하게 될까? 주인공은 이때의 경험 때문에 어디 갈 땐 가는 곳을 메모로 남긴단다. 주인공과 비슷한(혼자 돌아다니다가 죽을뻔한)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싱크로율이 높았다. 

Dead Space Aftermath. 게임을 영화로 만든 거란다. 똥 밟았다. 

Eat, Prey, Love. 책을 안 봐도, 영화만 봐도, 별로 정이 안 가는 드라마.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 만나기라는 생각에 별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여행 중에 아쉬람은 일부러 피했다. 아쉬람에 틀어박혀 공염불 한다고 인생이 개선되는 팔자가 아니다 보니까. 아마도 (소위 섹스구루인) 오쇼 라즈니쉬 영향 탓일께다. 난 그 놈이 별로였다. 마찬가지로 라엘도 별로였다. 루머에 따르면 라엘은 라즈니쉬로부터 영향을 받았단다. 그래서 라엘이 젊은 처녀(무슨 엔젤단이라고 하더라)들에 그리 집착하는구나...

Endhiran. 80년대 계몽영화 필이 나지만, 후반부는 기차게 흥겹다. 몇몇 사람들은 이 영화를 심형래의 영화와 비교하기도 했다. 전자는 재밌는데 후자는 왜 재미없을까? 같은.

Lost Girl. 서큐버스가 주연인 미드. 서큐버스 역을 맡은 주인공 뒷조사를 해보니 저 여자가 무려 40대였다. 남자들 기를 빨아먹어서 피부가 저런가? 가끔 보긴 하는데 재미는 별로. 뱀파이어물, 수퍼내추럴류, 이런 것들에 취향이 없는 탓인데, 그런 종류의 미드들이 주로 여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만든 거라고 굳게 믿었다.

Misfits. 십대 찌질이들이 이상현상으로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 No Ordinary Family에서 이미 시사한 것처럼, 착한 사람들은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착하게 살고 악당은 악당답게 살고 찌질이는 찌질이답게 산다. 2기 다운 받아놓고 문맥도 없고 드라마도 없는 이 드라마를 볼까 말까 망설였다. 

Mr. Nobody. 미셀 우엘벡과 비교된다더니 그도 그럴듯 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류에서 보곳하던 접힌 시공간? 불사자 틈에 깨어나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사나이. 별로 드라마틱한 구석이 없고 소재도 SF 팬이라면 늘 보던 종류라 별 감흥이...  

Dexter Season 5. 시즌 프리미어 때부터 5기가 다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몰아서 봤다. 쿨한 싱글남 살인마로 살다가, 연애를 하고, 이혼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까지가 4기였다. 5기는 아내가 살해되고 자식들을 부양하며 힘겹게 살인마의 길을 걷는 과정을 보여줬다.

Dexter Season 5. 아내를 보내고나서 새로 만난 여자가 말했다 'It's a fucking miracle' 네 말도 맞다. 삶은 기저귀다.

Dexter Season 5. 피날레. make a wish for children. 참 꾸역꾸역 살아간다. 

Outsourced S01E14. 와 노래 잘 부르는데?

Outsourced S01E14. 다른 남녀는 인도인같지 않은데, 이 남자 만큼은 인도에서 만난 무척 철학적인 삐끼들과 많이 닮았다. 하루종일 나불거리는 그 삐끼들이 가끔 그립다. 그들과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_-

The Office US. S07E14. 영국판 오피스의 지점장이 등장해 주셨다.

Le Cercle Rouge. 오랫만에 '다시' 보는 느와르. 그것도 알랭 들롱이 주연인... 이루 말할 수 없지. 명작은 세월이 지나도 명작이다.

간츠. 일본 영화의 미래가 이처럼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듯.

King of Thorn. 나무랄데 없는 일본 SF 애니. 그러니까 극의 긴장감의 제일 원인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유니버셜 정신질환으로부터 유래하는게 당연하다.

The Spirit. 그냥 봤다.

Twilight Saga New Moon. 청소년 뱀파이어물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본 여자애들한테서 이런 말 나올만 하다: 복 받은 년! 난 그저 저런 경치좋은 곳에 배낭 메고 놀러가서 캠핑하면 어떨까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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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ianaire

잡기 2011. 2. 14. 00:22

갑갑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약 일주일에 걸쳐 홈페이지를 정리했다. 텍스트큐브에서 ttxml을 export하니까 xml의 closing tag가 종종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왠일인지 tistory로 옮기려고 할 때면 멎어버려 파일 크기를 줄이는 등의 삽질을 하고 나서야 그 문제를 발견했다.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 ttxml 포맷을 좀 알아보고 간단한 xml parser를 만들어 변환 작업을 진행했다. 

이틀쯤 걸려 tistory로 블로그를 모두 옮겼더니 다른 문제가 있었다. 이미지가 기사의 첨부 파일이 아니라 url link라서 이전 도메인이 셧다운 되면 이미지가 몽땅 엑박이 뜨게 될 것 같다. 기사 수가 700개 가량인데 이걸 일괄적으로 변환할 방법이 뾰족히 없어 일일이 잘못된 링크를 손으로 고쳤다. 2008년 이전 블로그 엔트리들은 다들 그 모양이다. 시간나는 대로 블로그 기사 수정하느라 사흘을 그렇게 보냈다.

블로그 이전을 거의 완료하면서 이번엔 트위터, 페이스북 연동 때문에 기사를 저장하기만 하면 무조건 notify가 날아가는 일이 생겼다. 담벼락이나 타임라인에 줄줄이 블로그 링크가 올라가버려 얼굴이 화끈거렸다.

tistory는 import 과정에서 referer 기록과 hit counter 등은 모두 무시했다. 

혹시나 해서 tistory에서 export한 다음(이미지를 포함해 약 380MB), tistory의 다른 블로그를 임시로 만들어 import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 내버려 두고 하룻밤을 보냈는데 여전히 import중이다. 아무래도 tistory 역시 ttxml export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textcube나 tistory나 에러 메시지라도 보여주면 어떻게 대책을 세워보겠는데, 이건 뭐... 괜히 블로그 옮긴다고 삽질한 것 같다. 

일 때문에 대용량 텍스트 파일(예컨대 GB 단위)을 편집할 일이 있어 여러 에디터를 벤치마크한 적이 있었다. 많은 에디터를 사용해 보았지만, 결론은 EmEditor 외엔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 블로그 옮기려고 xml 편집하는데 EmEditor를 사용했다.

개발 과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Subversion 대신 다른 툴을 알아본 것이 작년초였다.  Subversion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branch와 merge였다. 개발자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말하는게 그것이다. Subversion을 사용하면서 branch를 안 하게 된 게 언제적 일인지 조차 잊어버렸고 tag나 branch 문제 때문에 development version과 release version 사이의 build가 엉망이 될까봐 개발자들이 커밋을 두려워했다. 

작년 초에 Subversion 다음에 사용할 후보로 git, Bazaar, Mercurial 를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 Mercurial을 사용하기로 결정만 했다. 많은 피처를 가지고 있는 git는 리눅스에서나 좋지, win32에서 사용하려면 다소 불편하고 Bazaar는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Mercurial에 비해 딱 한 가지 장점 밖에 없었다. 하여튼 Mercurial은 windows 환경에서 TortoiseHg 하나만 설치하면 그걸로 끝이었던 것으로 기억.

좋은 회사, 좋은 CEO를 만났던 단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모두 CEO가 제 명을 다 하지 못했다. 저번에는 인생이 바뀌었다.


보잘 것 없는 취향으로 주접 떨지 말고 일단 명작 소개만. 20대 무렵에는 저런 그룹들이 지금의 소녀시대나 아이유와 등가했는데, 지금의 걸그룹보다는 비주얼이 많이 약한 편이다. 가창력은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준이 비슷하고 주술적인 후렴구나 무대의 열창에 흥분한 나머지 g랄하며 헤드벵잉하는 것은 똑 같았고, 아저씨 팬들이 엄청나게 많을 뿐더러, 물론, 좋아하는 곡은 따라 부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이란게 시대를 초월해 비슷한 거지.

옵티머스Q를 프로요로 업그레이드 한 후 문제점

1. 배터리 소비량이 늘었다.
2. 나침반 캘리브레이션을 앱 실행때마다 매 번 해줘야 하는 것 같다.
3. GPS 오차가 늘었다.

이것들이 왜 프로요 업그레이드와 관련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는 상태.

1/23 광교산에서 청계산으로 가다가 길을 잃고 헤멨다. 그럴만도 한게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등산로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고 공교롭게도 가져갔던 GPSr의 액정이 추위 때문에 맛이 가고 휴대폰의 GPS는 쏟아지는 눈 때문에 터치가 마비되었다. 장시간 추위와 눈에 노출되었더니 옷의 표면은 뻣뻣하게 얼어붙고 눈이 달라붙어 눈사람이 따로 없었다.

내려와보니 청계사. 마침 출발하려던 버스가 있어 올라탔다. 덜덜 떨면서 인덕원역에 내려 추위를 물리칠 요량으로 컵라면을 하나 사먹었다. 눈이 많이 와서 산행이 즐거웠다. 

1/30 수원종합운동장 눈썰매장. 어른 9천원, 아이 8천원. 딸애는 나즈막한 곳은 재미가 없다며 무거운 튜브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슬로프를 선호했다. 덕택에 두 개의 튜브 들고 30여번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녹초가 되었다. 그렇다고 힘없는 딸애가 튜브를 혼자 들고가지는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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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악당. '저 원래 글 쓸 때 과일만 먹어요', '아저씨, 여기 원 모어', '당신은 내 사파이어, 에메랄드 그리고 크리스탈이에요. 아유 이 사랑스런 비관론자!' 따지자면 굉장히 별 볼 일 없는 영환데 재밌게 봤다. 저 숫자를 김혜수가 쓴 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캘리그래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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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E. MIB와 비슷한... '기생'이란 컨셉의 웃기는 SF 애니. 그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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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2009. 왜 시즌 1기 1화부터 이런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을까? 외계인 혐오증이 흡사 판데믹 수준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TV 드라마 였지 싶다. 다이아나가 생쥐를 꿀꺽 삼키는 장면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옛날 V의 다이애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배우가 하도 외계인스럽게 생겨서 경력을 조사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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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mind. 권력을 얻으면 권태로워지고, 권력을 얻으면 싸이코가 된다? 인기에 환멸을 느낀 수퍼 히어로는 잠적하고, 악당은 심심한 나머지 수퍼히어로를 만들려 했는데, 문제가 좀 있는 친구라 어쩔 수 없이 폐기 처분한다. 이 애니를 보면 새삼 악당들에게 동정심을 가져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당이나 병신, 또라이, 사이코패쓰가 되는 걸 환경이나 유전자 탓으로 돌릴 수도 있고 개과천선도 가능하지만, 이 애니의 악당(+병신 +또라이 +소시오패스)은 하고 싶은 일 다하고 평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을 뿐더러 예쁜 여자친구를 만들고 자기가 벌인 일을 자기가 수습하는 과정에서 명망과 평판을 얻는다. 밥맛인 컨셉의 애니였다.

Adrift in Tokyo. 오다기리 죠가 사채 빚을 탕감하기 위해 아내를 죽인 살인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쿄를 산책한다. 소재가 좋은데 진행이 비실거렸다. 한국에서 만들었으면 좀 달라졌을 것 같다. 이게 두 국민간 기질의 차이일까? 라스트 씬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니다. 기질 차이라기 보단 피식 웃움이 나도록 하는게 이 영화의 의도인 것 같다.

My name is Khan. Kajol은 참 곱게 나이를 먹는다. 샤룩 칸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NRI(None Resident Indian) 무슬림 자폐증 환자로 등장한다. 이혼녀(까졸)과 결혼했다가 911 이후 무슬림에 대한 인종혐오로 사랑하는 아이를 잃는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일종의 얄팍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에 거슬렸다.

Swades - We the people. 샤룩 칸의 영화를 한 주에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런 '일상적인 모습'을 자주 본다. 스와데스는 카스트 차별과 가난을 다뤘다. 인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보통은 인도가 보팔과 카길, 코튼 산업의 멸망, 댐 건설, 타밀 반군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식수, 환경난, 대물림 되는 가난, 카스트와 여성 권리, 낙태, 종교 전쟁, 부패 등등 인도답게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문제가도 종합선물셋이다.

Swades-We the People. 성공한 NRI는 카스트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인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듯. 주인공은 가난이나 카스트를 어떻게 하지는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모아 소수력 발전소를 건설한다. 소수력 발전은 일정 정도의 낙차와 수량만 확보되면 산간오지에서 상당히 쓸모있는 발전 방식으로 굳이 복잡한 로켓 사이언스 없이도 만들 수 있다. 그거야 전기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맥락에서는 그렇지만도 않겠지만.

Swades-We the People. 무대가 되는 찬디푸르라는 곳이 아름다웠다. 보고나서 뭔가 남는게 있으면 좋겠는데, 다른 나라 일에 오히려 우울해졌다. 이런 산간오지의 가난한 주민들을 도와주기 위해 수많은 종교단체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데 기독교인들의 지원 규모가 가장 크고 왕성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대표적인 오해가 저런 곳에 교회 겸 학교부터 짓고 주민들 교화를 한다는건데 사실 가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선교활동 안 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다가 뚝닥뚝닥 건물 다 지으면 공책, 연필 박스 들여놓고 떠난다. 그게 참 무책임해 보이겠지만 조직적인 지원활동이 아닌 한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베트남, 인도 가서 자원봉사자 주제에 부패를 뿌리뽑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할 수도 없는 거고... 가서 보면 참 심난하고 갑갑하다. 아무튼, 선교단체의 봉사활동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을 내가 옹호하거나 변명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 더 기분을 안좋게 했다. 기독교 선교단체 중 상당히 많은 수가 욕먹을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사실이니까.

Speed Racer. 이제야 본 영화. 환상적인 비주얼. 성이 레이서이고 이름이 스피드라서 별난 집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있을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

Speed Racer. 환상적인 비주얼도 30분 보면 질리긴 하지만 CG의 색감이 워낙 좋았다. 어 그런데 스토리는 생각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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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letoe

잡기 2011. 1. 24. 22:52
크리스마스 전후해서 필드 데모가 시작되어 송년회고 뭐고 챙길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이럴텐데... 연말연초인데 겨우살이 아래 지옥 문 앞에서 일과 키스한 기분.

24일 밤 공짜표로 아이 데리고 뮤지컬 애니 관람. 25일에는 공원, 26일에는 경기도 박물관에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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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1. 광교산 백운봉을 지나다가 뒤돌아서서... 신년산행 인파를 피하려고 사람들이 적을 것 같은 길을 찾았다. 효행공원에서 출발, 백운봉을 거쳐, 하오고개를 넘어 청계산에 갔다가 내려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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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청계산이 보인다. 날씨가 별로 안 춥다. 오히려 땀이 뻘뻘 날 지경이라 외투를 벗었다. 언더레이어 한 장 입고 그 위에 폴라폴리스 셔츠를 걸친 상태로 산행. 물론 이러다 멈추면 저체온증으로 바로 골로 갈 수 있다. 라면을 끓여먹으며 잠깐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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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얼어붙은 백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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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하오 고개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지만 청계산에 오르기엔 너무 늦은 시각.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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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옥수수 스프나 끓여먹고 돌아가기로. 눈밭에 털썩 주저앉아 보온병의 뜨거운 물에 스프를 녹여 호호 불다가 후루룩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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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은 얼어붙었지만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 들렸다. 돌을 들추면 개구리 몇 마리쯤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어렸을 적에 떼로 산을 돌아다니며 토끼 잡던 생각이 난다. 토끼 고기는 구워 먹던 끓여먹던 맛이 없었다. 질기고 냄새 나서 뛰어다니며 잡은 보람을 못 느꼈다. 그래서 토끼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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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고리(왜가리?) 눈썰매장. 이런 걸 뭣하러 찍었지? 논에 물대서 얼린 것. 강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요즘 날씨는 따뜻한 편인데, 뉴스만 보면 춥다고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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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암문. 1월 2일 강추위가 시작되어 부러 아이를 데리고 화성에 놀러갔다. 눈이 적당히 있어 썰매를 태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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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팬은 길들이기가 어렵고... 해서 스테이크 구울 땐 이 팬을 사용했다. 그릴에서 구운 자국도 그럴듯하게 생긴다. 요새 유행하는 다이아몬드 코팅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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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통후추를 갈아 뿌리고 월계수 잎을 얹어 한 시간쯤 재웠다. 동네 정육점에서 구입한 손바닥 두 개 넓이의 한우 1등급 등심인데 고기가 별로 였다. 차라리 그보다 싼 호주산을 먹을 껄 그랬다.

대형 마트에 가면 싼 와인을 가끔 샀다. 와인 붐 덕택에 매대에 놓인 품종이 다양해 졌고, 와인 붐이 속절없이 꺼지면서 떨이로 판매되는 제품이 늘어 좋았다. 딱히 와인 매니아는 아닌데다 선호하는 제품도  없다. 맥주 마시자니 배 부르고, 혼자 소주 마시자니 한 병 따면 그걸 다 마시는게 부담스럽고, 와인이라면 저녁에 퇴근해 홀짝홀짝 한두 잔 마실 수 있어 별 부담이 안 되어 좋았다. 그나저나 와인과 궁합이 맞는 한국 음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와인과 삼겹살이 궁합이 좋다지만 소주와 삼겹살에 비할 수 있을까? 와인에는 그저 치즈와 스테이크, 몇 종류의 샐러드, 느끼한 파스타 류가 맞는 것 같다.

1월 3일부터 1월 5일까지 엄청난 속도로 프로그래밍을 했다. 1월 6일 테스트 러닝 성공.  저녁 무렵에 사장님과 통화하면서 일이 잘 되간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장님이 퇴근 중 뇌일혈로 쓰러지셨다. 직원들이 도로에 정차된 차에서 사장님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모셨다.

1월 7일 온사이트 일 좀 하다가 병원 방문. 중환자실 내방 시간을 넘겨 얼굴을 못 뵈었지만 별 걱정 안 했다. 1월 8일 아침 사장님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임종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눈이 내렸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혈압이 다시 올라갔단다. 의식을 찾기만 하시면 된다.

사무실에서 일없이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 사모님으로부터 사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을 뒤져 연락처를 챙겨 단체 문자를 보내고 당장 영정으로 쓸 사진을 뒤져서 찾았다. 담배를 연신 피웠다.

정신없이 삼일장을 치렀다. 대부분 알만한 거래처 사람들인 조문객들을 맞아 죽음을 매 번 설명했다. 월요일 아침 발인 전에 인사 드렸다. 울컥했다. 운구해서 화장장에 도착. 두 시간 동안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시고 나서야 슬픔과 함께 피로가 밀려왔다.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간단히 대책회의를 하고 주주와 만날 회사측 대표자를 선임했다. 장례 기간 동안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할 말을 잃고, 집에 돌아와 누웠다.

일주일 동안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그래도 일은 계속 했고, 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병이 낫길, 슬픔이 가시길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2011-01-16. 여전히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오늘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뉴스를 보고 집을 나왔다.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마실 가는 기분으로 명학역에서 내려 수리산에 올라갔다. 날이 추운 탓인지 등산객이 거의 없어 좋았다. 관모봉-태을봉-병풍바위-칼바위-슬기봉 아래. 머플러로 입을 가렸는데 입김이 금새 얼어붙었다. 캡을 잠깐 벗은 동안에는 머리카락이 얼었다. 등산 기록 두 개:

광교산: 21.08km, 3h02m, 6.9kmh
수리산: 13.65km, 1h37m, 8.4kmh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인데도 어떻게 평균 속도가 저렇게 나올 수 있을까? 조금 있으면 지나가는 토끼를 앞서갈 기세다. 작년에는 등산이나 자전거 주행을 별로 하지 않아서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아니면 신년 들어 반쯤 미친 상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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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그라운드 제로를 배경으로 오토바이 경주하러 터덜터덜 걸어가는 주인공. 버블로 시작해서 버블로 끝났다. 뭘 하자는 영화인지 모르겠다. 자본주의의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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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란 영화. 재미없고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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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traordinary Adventures of Adele Blanc Sec. 나는 이런 걸 왜 보고 있을까? 시간을 때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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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하루히 시리즈는 뭘 봐도 재미가 없었다. 이유는, 음. 작화가 밥맛이라서?  보다 말고 더 안 봐도 될 것 같아 지워버릴까 몇 번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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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SF란다. 그건 아무래도 농담 같다. 책은 국내에도 번역된 댄 시먼즈의 히페리온. 한국판 표지가 모처럼 나쁘진 않았지만 일판하고 표지가 비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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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Wars. 스즈미야 하루히의 똥같은(평범한) 그림을 보다가 이걸  보고 안구정화 했다. 스토리야 뭐... 대충 아구만 맞으면 되지. 최근 들어 일본 드라마/애니에 뭔가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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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만화책의 스타일리시한 그로데스크함은 다 어디로 가고... 200분 짜리 평범한 드라마/추리극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장 캐스팅은 영... 적응이 안된다. 설레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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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가 재미있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영화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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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ndables. 낯익은 액션 스타들이 대거 등장. 단순한 줄거리에 노구를 이끌고 액션을 '거행'했다.  사실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이 먹어 터미네이터 다시 보면 재밌을 것 같지만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록키나 퍼니셔도 재미가 없었다. 디어 헌터는 다시 봐도 재미 있었고 엔젤 하트나 이지라이더도 재미있었다 -- 감흥이 무뎌졌다기 보다는 자기 취향에 대한 견해가 뚜렷해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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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Theory. S04E12. 빅뱅이론에서 이웃집 처녀를 통해 너드/기크와 일반인 간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은 영 재미가 없지만, 카메라 들이대 수식을 인식하고 아마도 울프람 알파같은 엔진으로 해를 구해주는 앱을 작성하는데 열을 올리는 이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저거 만들면 정말 괜찮은 앱이 될꺼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요는 뭐... 그런데 저 앱은  화난 새대가리들로 돼지를 때려잡는 게임보다 쓸모있고 공공의 이익에 큰 기여를 하잖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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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찌질 돋는 잉여물. 소 팔아서 여행이나 하려던 작자가 우여곡절을 겪는 홍상수 스런 이야기(홍상수 보단 궁상이 덜 하지만 오십보 백보 같다). 간혹 그림 좋은 배경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혹할 정도로 멋있지는 않았다. 절 이름이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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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동선이 좀 오락가락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 대신에 돼지나 닭, 말을 데리고 돌아다녀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영화 같았다. 하지만 벚꽃 뜯어먹는 이 장면은 돼지로는 못해 먹겠지? 그러다가 감독이 뭔 생각이 있어서 소가 꽃 뜯어먹는 장면을 찍은게 아니라 소가 어쩌다 꽃을 뜯어먹는 장면을 찍은 것 같았다. 말하자면 돼지가 땅파서 뱀 잡아 먹는 광경이나 멧돼지와 고구마를 두고 다투는 장면을 의도한 연출로 찍을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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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검새와 짭새가 나와 누가 더 썩었나 자웅을 겨루는 영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그러게 말이다. 호의를 계속 퍼 줘서 그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알게 되는 '복지사회'를 만들어야지. 왕개미. 카메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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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핵심장면에는 맥주크림샤워. 오, 이렇게 술마시는 방법이 있었어! 감탄해서 뒤져보니 디겔러들이 벌써 따라 했고, 결론 냈다. 석 잔 정도 따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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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양아치 검새가 백 마디 쳐바르는 것 보다 류승완의 딱 이 각도가 딱 마음에 들었다. 이것하고 검새한테 끌려와 새벽까지 취조받고 검찰 빌딩을 터덜터덜 나오며 흩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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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 et nunc

잡기 2011. 1. 2. 21:17
놀기 바빠 늦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이 엔트리를 퍼블리시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푸코 이후로는 어... 프랑스 철학과 견해 차이가 심하던가, 취향에 안 맞았다. 그 후로 오랫동안 지금, 여기서 쓸만한 통찰과 직관을 철학이 건넨 적이 없었다.

아이에게 자이로스코프를 사줄까 해서 한가하게 ebay를 뒤졌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 시절 저것과 똑같은 것을 봤지만 내 소유였던 적은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아 놀랍다. 소울이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저걸 바란다면 사 주는데 의미가 있을 테지만, 평생 자이로스코프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바라지 않는 걸 선물로 주는 것이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자이로스코프는 접어 두고(아니면 내 추억을 먹여 살리고 한풀이도 할 겸 구입하던가)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알아봤다. 앨리스 인 더 원더랜드 아이패드 판을 보고 사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내 생각은 달랐다. 아이패드같은 게 왜 필요하냐고 여겼다.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꺼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시대'란  소설을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마존의 킨들3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이 밀려 2010년 내에 받기는 글른 것 같다. 사실 원서 보기가 고단하다. B815를 알아보다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ebook 컨텐츠가 많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ebook reader에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구매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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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미술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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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박물관 요령 고대 유물전에서 본 청동기 주조 틀. 돌을 깎아 만들었다.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그리고 저만한 낚싯바늘에 끼울 미끼는 무엇이고, 어떤 고기를 낚으려고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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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59피자에서 사온 9900원짜리 불새(불고기와 새우) 피자.  도우가 밀가루가 아니란다. 배달을 안 하지만 동네 저질 피자(유사(?) 치즈를 사용하는, 먹고 나면 왠일인지 꼭 설사를 하게 되는...) 보다 나았다. 그러다가, 피자가 흡사 목성같이 생겼구나! 하고 경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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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가장이 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용기' 1시간짜리 60편 짜리 드라마. 자이언트 보다가 얼핏 황석영 소설 강남몽이 떠올랐다. 자이언트는 빈틈이 꽤 많은 수상쩍은 드라마지만 보는 재미가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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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king Dead의 원작 만화책을 우연히 구했다. 약 3시간에 걸쳐 68권을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더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좀비물이란게 거기서 거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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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의외로 비주얼이 시시한 편. 머리아픈 영화라고 해서 긴장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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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에셔(여기선 펜로즈로 언급)의 계단 역시 독창적이라기보단... 솔직히 데이빗 린치의 The Fall이나, TV 드라마인 Warehouse 13의 에셔 볼트 보다는 멋져야 할 비주얼이 겨우 이 모양이라... 좋은 각본과 배우가 빛이 바랜달까? 감독의 연출 솜씨엔 유감이 없다. 그래도 컴퓨터 그래픽스 운영이 그거 밖에 안된다니 이건 상상력의 부재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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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처음 소개받았을 땐 메멘토와 매트릭스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했는데 로저 젤라즈니의 dream master(he who shapes)와 디카프리오의 전작,  셔터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주연배우의 저 표정, 시지푸스의 삽질을 연상시키는 저 표정 정도가 나와줬으니 재밌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얼마후 우연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을 제작할 때 CG를 얼마 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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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시. 이걸 CG가 아닌 세트로 만들었단다. 경탄하거나, 존경스럽지 않았다. 21세기에 타자기로 글 쓰는 걸 선호하는 소설가를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별난 작자군' 하는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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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난 애드립 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연애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치하고 재밌는 것인데 성인이 되어서야 그 짓을 하려니 쪽팔리고 우스운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연애를 못해 본 녀석들이 가장 불쌍했다.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심지어 별점을 준다면 인셉션과 큰 차이가 안 날 듯. 인셉션 류의 '장르 영화'에는 워낙 익숙해서 뭘 봐도 그저 그랬다. 다만 21세기 hard SF라면 파블로프의 똥개처럼 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현실은, SF영화란 것들이 한 30년은 시대에 뒤쳐진 것 따위나 대량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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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man. 이제 와서야 문득 깨우친 것은 SF와 소위 메카닉 물은 다르다는 것. 바퀴벌레 외계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주제다.

기동전사 건담 00 극장판. 외계인의 침공에 본의 아니게 단합하는 인류? -- 정치적으로 그렇게 나이브하게 살면서도 욕을 제대로 안 먹는 것은 어쩜 일본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 특권인 듯.

건담00 극장판. 뉴턴 사이언스의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장면. 적색거성이 어쩌다 갑자기 백색왜성이 되는 과정인건지, 갑작스러운 초신성의 폭발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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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 a baby in your bally?

잡기 2010. 12. 6. 00:14
리영희씨가 돌아가셨단다. 누군데 난리인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전환 시대의 논리'를 쓴 분이다. 허걱. 몰라뵈서 죄송. 어린 시절에 교과서 대신 읽던 책이다. 어렸을 때 책 돌려 읽던 당시 분위기를 살려서 말하자면, 살아있는 레전드가 결국 별이 되셨다!!! 우어어!!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트위터를 읽던가(이렇게 자주 지껄이는 걸 보면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야 말로 수십메가 바이트 분량의 글자를 개인당 몇 달치씩 봤다)  남의 씁쓸한 인생을 보느라 두 달째 책을 전혀 안 읽었다. 그나마 읽고 본전 생각나서 입맛을 안 다시는 건 유행이 지난 블로그 뿐인가?

트위터는 공감하기 위한 미디어란다. 나처럼 공감이 잘 안되는 사람은 트위터가 좀 많이 모자라 보인달까. 사람들은 과격하고, 논증은 140글자로는 짧고, 한국인의 위대한 유머감각은 여전하시고, 좌파는 예나 지금이나 심각하게 재미없는 족속들이고. 삶은 부질없이 지속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 앞에 언제고 떳떳하기 위한 내 방법이자 수단은 '이해'에 가까웠다. 이해하려면 수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내게는 없는 겸손함으로는 안 되니까 당신을 알기 위해 당신이 쓴 글, 당신이 한 일 전체를 일단 읽고 알아본다. 그래서 당신 견해가 왜 그리 과격한가를 이해하기 위해 희노애락이 증거물에 핏자국처럼 배인 트위터의 짹짹거림부터 뇌내 잡음 같은 공허한 헛소리들, 당신 영혼과 진심이 서린 언어의 조각들을 전부 열람해야 한다. 참 피곤한 일인데 그러고 알게 된 작자가 그냥 (그저 그런 것도 아니고) 한심해서 그런 거면... 이건 뭐...

불혹의 나이가 미혹에 휘둘리지 않는 건 정력이 시들고 눈이 나빠지고 미각이 둔해진데다 책을 안 읽고 숙고할 시간 없이 남의 생각으로 몸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느라 머리에 든 게 없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이러다가 빠가야로 오지상이 될 것 같다. 그렇게나 비웃고 모욕을 줬던 개체가 되었으니 똑같은 욕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다 --> 예: 세상에 민폐 끼치지 말고 나가 뒤져라! 등신같은 꼰대 새꺄!!

유씨가 이 사이트의 타이틀인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를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불알을 주지 않으셨다'로 읽었단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유씨처럼  불알이 썩 그럴듯해 보였다.

집에 파키스탄을 떠돌 때 구한 꾸란이 있다. 꾸란은 구약 대부분을 거의 베낀 것처럼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려고 그렉 이건의 단편 제목보다(reason to be cheerful)  좀 나아 보이는 저 문장을 썼다. 시련과 고통과 등딱지에 붙은 귀신의 무게로 축 쳐져 있거나, 용기 없는 자칭 병신이거나, 밥벌레라도 먹고 싸고 기도하며 사는 것에 전혀 부담 갖지 말자고.

원 문장을 가능한 원래 단어로 나열하면 이렇다. 신은 어느 영혼에게나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지 않으셨다. -- 꾸란 2:286 (문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뒷 구절은... 흠... 아무렴, 성경은 멋대로 한 구절씩 뜯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용도로 정말 그만인 '고전'이지)

어디로 굴러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혹의 불알이 달린 갸날픈 영혼의 떨림도 중요했다. 하이쿠;

인생은 한 방.
한 방에 훅 가기도.

뎅.

볶음밥을 잘 만들려면...
식은 밥을 데운다.

뎅.

아내가 집에 배달되어 온 우편물을 보더니 풉! 한다. 하림에서 보내온 주주총회 참석장인데, 얼마나 치킨을 좋아했으면 닭 회사 주식을 샀을까 싶어서 웃은 것이다. 하림 주식으로 번 돈으로 가끔 치킨 시켜 먹고도 아직 수익율이 50%다. '니가 닭 맛을 알어?' 라고 다소 겸면쩍게 말할 수준은 된다. 아내한테 비슷한 액수의 금액으로 한 번 원하는 대로 투자해 보라고 할까? 풉!

영 시간이 안 나서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올 겨울엔 수영을 좀 배워보고 싶다. 스노클 기어나 구명의가 없으면 물에 후련하게 뛰어들지 못해서... 늘씬한 미녀들이 날더러 같이 수영하자는데 수영복이 없다느니, 머리가 아프다느니 궁상스런 변명을 늘어 놓고 자리를 떠날 때, 좌절감을 넘어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 쓸모없는 불알이 달린 빠가야로 오지상이 된 후론 부질없는 얘기지만.

얼굴이나 몸매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남들처럼 미녀를 사귀는 것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거나, 아름다움을 가까이 두어 더욱 삶이 즐겁다거나, 하다 못해 데리고 다니면서 과시 등의 장식적 기능으로 활용해 본 적도 없다. 아름다운 것들이야 이 우주에 찾아보면 널렸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여자가 잘 생겼다고 잘해 준 적도 없고 쫓아다닌 적도 없다. 한 이십 년 걸려서야 나름 자기 여자 취향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면, 똑똑한 남자처럼 똑똑한 여자가 장땡인 듯. 아울러 보노보처럼 귀찮게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술이나 한 잔 하며 농담따먹기나 할 수 있으면 딱이지. -- 적고 보니 더더욱 2차 없는 살롱에서 아가씨들 끼고 브랜디나 홀짝이며 히히덕거리는 빠가야로 오지상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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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8. 추워도 애 데리고 놀러 다녔다. 아내는 아이한테 공부시킬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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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산에도 올라갔다. 밧줄 잡고 형제봉 꼭대기까지 암벽을 오르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줬다. 별로 기대하진 않지만 어쩌면 먼 훗날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함께 밟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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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le. 미국에선 술집 선전을 저렇게도 하는구나. 다들 다양성 좋아하지. 그나저나 아마존에서 니키 히트 시리즈가 정말로 책으로 나온 걸 우연히 봤다. 작가는 물론 Richard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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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Theory. S04E08. 주변에 저런 걸로 같이 짹짹거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 에피소드 보다는 9화가 더 재밌었는데 뭐가 재밌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사정이 이렇다보니 팬들끼리 뭘 얘기하려도 기억이 안나서 그냥 맞장구나 치는 등, 미치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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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야간식당 이후 볼만한 일본 드라마 없을까 뒤적이다가 찾은 것.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TV시리즈로 만들었다. 추리물치고는 거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나 연출에 몸을 맡기고 보게 된다. (그래 본 적이 없지만) 리모 뒷좌석에서 와인 한 잔 홀짝이며 창 밖을 바라보거나 졸면서 목적지까지 한가하게 달리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즐겼으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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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Target. S02E02. TV 드라마에서 이런 액션이 나오는데 눈 뜨고 외면하기는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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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rdinary Family. 남미 여행 중 물에 빠졌다가 체질 개신을 이룬 '별로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  몸빵 아빠, 수퍼 스피드 엄마, 마음을 듣는 딸, 천재 아들이 몹시 지루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The Shield를 통해 엄청난 수의 광팬을 얻은 대머리 Michel Chicklis가 주연이라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재미는? 글쎄다 Episode 8까지 봤는데 아직 워밍업이 덜된 듯 해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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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Wife. 이번주 드라마 기행의 백미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2기쯤 되면 막장 드라마가 될꺼라 예상했던) 수퍼 현모양처 변호사의 이야기. 법정 드라마로써도 썩 괜찮은 편인데 각본과 배우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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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Wife. S02E03. 캠페인 매니저 앨리 골드. 섬세하고 세련된 전문가인데 항상 안절부절, 좌불안석인 이 댄디 아저씨를 보면 킥킥 웃음이 나왔다. 굿 와이프의 캐스팅이 워낙 뛰어나고 어떤 에피소드이던 평균 이상의 재미가 보장된다는 점 등의 이유로 누구에가나 자신있게 보라고 권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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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king Dead. S01E04. 항상 언제 봤는지 잊어먹는 좀비물이라 기록 차원에서 언급(인기는 대단히 좋은 것 같지만). 병원에서 눈떴더니 어느새 좀비 세상이 되었더라. 생존을 위해 열심히 날뛰고 있는, '도입 단계'라서 '좀비물로써는' 아직까지 딱히 재밌는 구석이 안 보였다. 이젠 좀 신선한 좀비물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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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Mars?

잡기 2010. 11. 12. 20:57
화성에서 단조롭고 숨막히는 종신형을 살게 될 사람들에게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 바이오스피어2는 과학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좀 그런게, 옛날에 관련 문건을 검색해서 볼 때는 흡사 사식 넣어 일곱 명의 히피를 먹여 살리는 프로젝트 같았다.

화성에 보낼 4명의 이상적인 성비는, 1:3이 좋아 보였다. 성교와 임신을 별개로 생각하고, 정자를 얼려 가끔 화성에 택배로 부치면 그들이 번식에 성공할까? 재원이 바닥나거나 또다른 금융위기로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공급'을 만장일치로 중단하여 그들더러 자력갱생 하라며 죽이는게 빠를까, 피크닉이라고는 자료 조사나, 낙하산 타고 떨어진 '선물'을  찾으러 로버 끌고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게 전부인 화성인들이 생애 어느 시기에 서로를 악의적인 독설로 1차 살해하고 원격 감시 체계를 우회하여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거나, 견해와 이데아의 차이로 동료를 잡아먹는게 더 빠를까?

어쩌면 그들은 먹을 것이 떨어진 나머지 지하 깊숙히 숨어있던 고대의 박테리아(또는 스파이스)를 먹고 깨달음을 얻어 예언자의 길을 걸으며 모래충을 몰고 다니는 프레멘이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처럼(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나노테크 슬러지의 자발적 진화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성공할 지도 모른다. 오버는 그만하고, 화성에서 평생 살겠다고 자원할 사람들이 인류에 대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화성에서 벌어지는 무척 지루한 트루먼쇼를 감상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굳이 말이라도 그렇게 하자면, '희생은 불가피하다'.

오바마가 'to the mars'를 대안으로 들고 나온 때부터 화성 계획에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지구-달 라그랑지안 점에 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중국-인도-EU를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달부터 먼저 가면 안 되나 했는데 IEEE 스펙트럼에서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을 해 놓았더라. 스페샬 리포트 제목이 Why Mars? Why now? -- 무척 간단히 요약하자면 달 또는 궤도 전진기지를 통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훨씬 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서 뽀대가 안 난다. IEEE 스펙트럼에는 추진체계부터 우주복에 이르기까지 볼만한 'write stuff'가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가서 뉴턴 과학 잡지라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류를 틈타 Kim Stanley Robinson의 Mars Trilogy가 한국에 번역되길 기대해 보겠다. 그 삼부작을 다 읽긴 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 2권은 스토리 보니까 대충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3부는 통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올해 초부터 우리 팀이 시작한 프로젝트 명이 ares였고 작년에는 eris 였다. 그게 다 달 건설(?) 계획을 포기한 오바마에 실망해서 그랬다. -_-

오랫만에 GLXP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어느새 참가 팀이 22개로 늘었다. 구글의 공식 지원을 받는다는 루머가 있는 Oddyssey Moon 팀이나 NASA와 천만불 짜리 수주 계약에 성공한 Astrobotic팀의 우승이 유망하다는 소리가 있다.

상관없다. 행성 탐사에 관한 여러 우울한 설문이나 처참하게 가엾은 지구의 현실은 일단 제껴두고, 비열하게 달러 펑펑 찍어 경기부양하고 개도국들 사다리 걷어차면서 grephene으로 궤도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외계인 살해하고 UFO 뜯어내서 야금야금 배운 기술로 나노테크 물질 컴파일러도 만들고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얼른 링 월드도 만들고 다이슨 스피어도 만들고 eon ship의 양자 컴퓨터에 가속된 의식들의 공동체를 담아 이 시골스러운 은하 변두리를 좀 벗어나 보자. 감질나 죽겠다(그렇지만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를 uplifting 해주는 건 김 새고 입맛에 안 맞는다).

구글 별지도
이건 요즘 밤거리를 걷다가 가끔 휴대폰으로 띄워보는 구글 별지도. 꽤 좋다. 아이에게 가스지성체가 우글거리는 목성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집 근처는 광공해가 심해 망원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가끔 쌍안경으로 자원 채취용 SCV가 오락가락하는 보름달이나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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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다 찍었네? 술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잠 들었다. 소위, 절전 모드. 아내 말로는 내가 술에 취해 심씨에게 (평소처럼)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단다.

며칠 후, 오픈을 하루이틀 앞둔 인도 식당에서 까졸과 샤룩 칸이 오랫만에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보며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쿠치 쿠치 호타 헤를 같이 흥얼거리며 늘 먹던 그런 것(알루 고비 커리, 치킨 커리, 달, 난과 갈릭 난, 탄도리 치킨)을 먹었다. 요리사를 파하르 간즈에서 데려왔단다. 주인장이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온 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맨날 사람들 불러다가 집에서 파티할 때 였던 것 같다. 아아... 그러고보니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사람들 불러놓고 옥상에서 우산 쓰고 숯불 갈비를 구워먹은 적도 있었다. -_-

세계 등 축제
밥 먹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청계천에서 하는 세계등축제에 가서 아이랑 놀았다. '세계'자 붙은 축제치고 빈약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애가 아이와 내가 노는 꼴을 무척 부럽다는 듯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결혼하고 싶겠지, 애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겠지, 인파로 북적이는 이런데 와서 가족이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겠지, 굶주리는 사람도 많은데 화성 계획은 돈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겠지, 소원을 적은 등불을 띄우고 있던 옆 남자 친구는 믿을만할까? 생각하겠지.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책/영화 제목처럼 지구 위 미답지를 걸으며 eat pray love. 그런데 애 낳고 키워서 이런데 놀러와 히히덕 거리는게 뭐가 부럽지?

흠... 얼마 전에 GPSr의 트랙로그를 정리해 보니 지난 892일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포함해 106번의 자전거 주행 또는 짧은 여행을 했다. 자료만 보면 평균 8.4일에 한 번은 돌아다닌 셈인데, GPSr로 안 찍은 것들까지 감안하면 참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아이를 업고 북한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애 키우면 인생 쫑난다고 생각한 것도 엊그제 같다. 결혼을 왜 하냐고 빈정거리던 때가 엊그제 일 같다. 그 동안 아내 인생은 영 시원찮았다. 한국과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육아는 리스크가 참 큰 망할 벤쳐 비즈니스다(하지만 번식 성공율은 높았다).

엊그제가 잘 기억 안나서 그런데, 어렸을 적에 '순간을 살라'는 말을 듣고 삶을 미분 하자는 말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르마는 적분처럼 쌓이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하루 하루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파동 함수의 끝없는 붕괴가 되고?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문자문화를 통해 이성적 마인드셋을 갖춘 서양과 달리 한국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끈끈한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개인주의 및 개인간 거리를 숭상(?)한다고 믿어지는 서양인들 대개는 나를 막론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집적거리거나 싫어하거나 하여튼 무슨 감정을 가지느라 바빴다. 집적거리는 한국인들 만큼이나 그들을 멀리 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집적거린다. 그래서 人間이란다. 인간은 서로 집적거리는 걸 무척 즐긴다. 그놈에 합리성과 개인주의와 전혀 상관없이 혼자 있다 보면 서양이고 동양이고 간에 뭐라도 집적거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같다.

'3 idiots'를 보고 난 후, 나도 가끔 가을을 타거나 의기소침할 때(그럴땐 가을이 왜 이렇게 춥냐고 화가 나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것 같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건 실패하고 못 생기고 재산도 없고 아내와 딸애는 나 없이도 잘 산다. 따라서 (잃을 것이 없으니) 화성에 가서 눈알이 튀어 나와 죽건, 무슨 시도건 두려워할 것도 없다' 굉장한 실존적 부조리가 느껴지는 이런 취지의 말을 박씨에게 끼얹으며 집적거렸더니, 나를 위로해 줄 생각은 안 하고 그건 인류 중 무려 45억에 대한 더러운 경멸과 모독이자,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올바르지 않다고 대꾸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 중 45억은 가진게 없고 매번 실패하는 병신들이며 45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존재론적 회의와 수치심 때문에 자신의 환경과 삶을 개선하고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행동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밥벌레들이기도 했다. 오...!!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신선한데? 놀라서 박씨에게 내가 방금 당신 말을 맞게 컴파일 했냐고 확인하자 그렇게 바보같은 논리로 따지다보면 밑도 끝도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길래 내가 농담한 걸로 댁이 농담을 하면 나도 농담을 한다니깐...

그래서 그 다음에는 박씨에게 '잉여'에 관해 말한 것 같다. 술 마시고 절전 상태라 뭔가 또 허튼 소리를  한 것 같은데 아까 사진에 나온 자세로 딱 필름이 끊겨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잉여와 인연과 45억의 밥벌레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떠들었을까? 나도 그 점이 몹시 궁금한데, 내면의 꿍한 외침을 제대로 되새겨보고 앞으로는 입 닫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을 줄여야겠다.

Big Bang Theory S04E07
Big Bang Theory S04E07. 'To the metric system!' (미터법을 위해 건배). 왠일로 쉘던이 이런 귀여운 짓을 하나 싶다. 하지만 타이슨에게(찬조 출연한 물리학자로, 한국에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이란 저서로 소개된 적 있음) 명왕성 퇴출의 책임을 물었을 땐 평소의 또라이 기크로 돌아왔다. 명왕성이 왜 행성이냐?

Modern Family S02E07
Modern Family S02E07.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딸 애가 얼마 전에 거리 캐스팅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연락이 왔고 마누라가 만약 딸 애를 미디어에 노출시켰다면 내가 아마 발광했을 것 같다. 다행히 아내가 잘 처리했다.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편협하고 어두운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딸 잘 키워서 화성 이주민으로 보내고 싶지만 얘도 자라서 평범한 지구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Black Thunder
Black Thunder. 수식으로 이름을 적은 특이한 타이포가 인상적.

Black Thunder
Black Thunder. 러시아판 SF 영웅물? 나노메틱 엔진을 단 볼가 자동차가 하늘을 누비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모스크바를 한방에 날려 버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한다. 마블 코믹스 같다.

Magadheera
Magadheera. 기본적인 인간 감정만으로 인디아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맛살라 영화 보고 지금까지 딱히 실망한 적이 없다.

Magadheera
2시간 40분 짜리 영화인데 화면에 '10분 쉬고 400년 전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적혀 있다.   남인도 영화는 (북인도 영화에 비해 인기가 없는 탓인지 몇 편 보지 못했지만 주어진 경험만으로 지극히 어설프게 일반화하자면) 징후와 예언으로 가득찬 심각한(?) 영웅 서사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인디아의 신/고 문화가 보통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기도 했다 -- 소재나 주재가 인민영웅, 힌두이즘, 윤회, 계급 갈등, 거기에 덧붙여 예언의 실현, 윤리관의 충돌, 선악의 대결, 충성과 신의 등, 이를테면 문자문화와 다른 구술문화에서(생산성이 무지 떨어지고 가족과 혈맹이 그래서 중요했던 봉건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이 자주 반복되었다. 마치 고대 유럽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닭대가리 기사들처럼 합리성 보다는 뜨거운 열정과 무대포스런 용맹과 기타 잡것들이 주성분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고 피비린내 나게 재밌어서 아무 생각없이 주말에 늘어져 보는 오락용으로 딱이다.

Magadheera
물론, 인도영화에 등장하는 주연 여배우는 대부분 '여신'급이다. 흡사 결혼식 들러리처럼 그 주변은 한 떼의 오크로 가득 채워 여신의 아우라를 도드라지게 했다. 그러고보니 데브다스의 그 보석들에 완전히 넋을 잃었던 작자가 기억났다. 사실 그 보석들이 영화용 짝퉁 소품인 줄 알았다. 저것도 진짜일까? 인도인들이 중국인들처럼 금붙이를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Magadheera
춤추고 노래하고... 환타지물인데 남인도에 유우니의 소금사막 같은 저런 지역이 있었나? 설마 미처 못 보고 지나갔나 싶어 구글링을 해봤다. 인도의 몇몇 도시는 영화에 나오는 CG와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 자연환경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The Other Guy
The Other Guys.  보는 내내 어정쩡하게 웃기는 이 코메디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 찾아봤다. 마이클 키튼은 뭐하러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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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라... 온라인 여기저기서 개떼처럼 몰려 다니며 엇비슷한 껀수에 지겹고 매력없는 문구가 리트윗 되는 꼴이 영 못마땅해서 이걸 '매체'나 소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용기(?)있는 사람들이 있을 지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십년 전에도 인간 사이의 피어 네트워킹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관계의 일상소사에, 들불처럼 지인 네트웍을 통해 번지는 기사에, 지금처럼 가십 위주의 형태가 될 꺼란 건 꽤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예언한 셈이다. 묘하게도 8년 전 쯤에는 위키나 블로그와 트랙백이 그 역할을 할 꺼라 생각했는데(내 생각이 아니고...), 구성, 관리, 서비스가 어려우니 자연 도태된 것 같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메시업과 스마트폰 보급 덕택에 볼륨이 커진 듯.

트위터가 살아남을까? 아니... 지금은 SNS라 불리는 것들이 대세지만 피어 네트워킹은 그보다 더 나아질 것 같은데? 아직 SF가 현실이 되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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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서울 신포니에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e 마이너. 다행히 아는 곡들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 어린 소녀의 솜씨가 좋았다. 젊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많이 찾는 것이 놀랍다. 옆 콘서트 홀에서는 금난새가 차이코프스키를 지휘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휴대폰으로 차이코프스키를 들었다. 그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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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찰코아툴루스가 프테라노돈을 사냥하고 있다. 알로 사우루스, 하나는 이름을 모르겠고, 파라사우롤로프스, 이구아노돈,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등 이 그림에서 주목할 부분은, 종 다양성이다. 적절한 특징을 빼놓지 않고 묘사해서 아이가 그린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자전거 박람회에 가서 3천만원짜리, 많이 구려 보이는 자전거 따위를 구경했는데, 고생스럽게 KINTEX에 가서 박람회를 보고 별 소득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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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역할; 자전거 박람회장 야외에서 한시간 좀 넘게 줄 서서 기다려 간신히 딸 애의 캐리커쳐 한 장 그렸다. 캐리커쳐를 그리는 작자는 내키는 대로 몇 가지 소품을 그림 마다 첨가했는데(꽃이나 잎사귀 따위), 저 하트는 아이와 내가 꽤 다정한 꼴을 보고, 풍선 두 개는 우리 부녀가 한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던 하늘 높이 올라가는 헬륨 풍선을 잊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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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과 턱을 제외하고는 제 엄마를 거의 빼다 박다시피 닮았다. 아빠 및 엄마와 마찬가지로 외모로 가외 편익을 얻을 팔자는 아닌 것 같다. :) 아이에게 '공주님' 같은 뭔가 애지중지하는 호칭을 붙인 적도 없고 뽀뽀 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한두 번은 해 봤다). 워낙 정나미 떨어지는 인간성 탓이지 싶지만 애비가 자기 좋아하는 줄 잘 알고 있으면 되었다.

자전거 박람회에서 뭐 하나 건지지 못해 실망하고, 다음 날은 혹시 단풍이 내려왔을까 싶어 도시락 싸 들고 물향기 수목원에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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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향기 수목원의 늪지. 이젠 이런 늪지가 흔해져 늪지가 똥물은 아니라는 정서가 보편적으로 형성되었을 것 같다. 푹푹 잠기고 물컹거리며 발을 잡아 끌어 당기는 늪지에서 고꾸라지거나 자빠지길 서너 차례 반복하다 보면 갖은 욕설과 함께 늪지가 똥물과 다름없다는 것을 재삼 깨닫게 되지 싶다. 정부 만큼이나 환경주의자들은 인민을 마인드 컨트롤 하여 자연을 자연이 아닌 환상으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것 같다. 도시 및 도시 근교의 '자연 및 생태계'는 지극히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이란 점만 잊지 않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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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향기 수목원. 타조와의 거리가... 바로 눈 앞이다. 내가 본 대부분의 타조는 미쳤던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식자는 아니지만 사냥당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인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멍청해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미니벨로 (하운드 MV20)을 타고 나갔다. 별 계획이 없어서 안양천에서 시작해 하트 코스나 돌아다니기로. 만만한 게 하트코스니까. MTB는 슬슬 패달을 밟아 부드럽게 추월했다. 눈에 띄는 대로 메리디안, 티티카카, 브롬톤 따위 자전거를 추월했다.

안양천변,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30kmh 이상 밟기는 힘들다. 붐벼서 속도 내기에 적합한 도로가 아닌데다 대다수 인근 주민이 샤방 모드로 대충 마실 가듯 달리는 코스라 30kmh 언저리면 적당히 외롭게 달릴 수 있다. 순위권은 외로우니까. 그렇다고 잘 달리는 짐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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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샛강 생태공원과 뒷편의 트럼프월드 빌딩. 샛강 생태공원은 익히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자전거로 달리다가 우연히 빠졌다. 북적이는 한강변과 달리 호젓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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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 건너편의 저 물방울 모양 구조물은 말 많은 오세훈 시장의 작품, 플로팅 아일랜드. 거의다 지은 것 같다. 담배 한 대 피울까 하다가 관뒀다. 이왕 주말에 담배 안 피우기로 한 거, 그대로 유지해 보자. 반포대교 횡단 중 자전거의 체인이 잠깐 풀렸다. 자전거를 살펴볼 겸 잠시 여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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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하나 먹고 계속 달려 잠실에서 양재천으로 들어섰다. 지나가다보니 잠실 합수부 공사가 거의 끝난 모양이다. 2주 전에도 여기서 쉬었다. 아내에게 자전거를 맞추느라 안장을 약간 숙여 놓았더니 안장이 앞으로 쏠려 불편하다. 핸들이 평균 보다 약간 낮아 이 자전거는 180cm 넘어가는 사람이 타기에 불편할 것 같다. 핸들 스템의 길이가 고정되어 있고 개조할래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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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 공기압 범위 상한까지 바람을 넣었다 -- 아마 65psi 정도 될 것 같다. 타이어가 얇고 바람을 꽉 채워놔서 타이어 접지면이 작아 마찰이 적기 때문에 꽤 잘나가긴 하는데 케이던스를 90-100 가량 유지할 때 최고단(앞 2단, 뒷 7단)에서 약 31kmh 가량 나왔다.  기어비 때문에 그 이상 속도를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뒤쪽 기어는 MTB와 달리 각 단의 톱니수가 별 차이가 나지 않아 뒷단 기어가 7단이긴 하지만 실효 범위로는 2-3단 정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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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천국립과학관에 들렀다. 사진은 UFO 추락씬으로 센스있게 만든 과천국제SF영화제의 매표소.

국제SF영화제에서 러시아 영화 두 편 정도 빼고 행사 기간 중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대부분 본 것들이기도 하고). 플라네타리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아침에 준비하다가 아이가 변심해 나 혼자 맨날 지겹게 도는 하트 코스나 자전거 타고 빙빙 돌러 나왔다가 들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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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으로 돌아왔다. 기어 구성 때문에 패달 밟는 힘이 적게 든다. 더불어 바퀴가 작기 때문에 평지에서 가속은 MTB보다 나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지만  역시 기어 때문에 각도가 높은 업힐은 등판할 때 힘이 들 것 같다(한강변은 딱히 각도가 높은 업힐이 없어 실험하지 못했지만 이전에 타던 미니벨로와 거의 비슷한 기어 구성이나 바퀴 크기로 미루어 짐작). 다운힐에서 최속이 45kmh를 넘지 못해 의외다.

1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 13만원짜리 자전거가 한강변에서는(한강변에서만) 200여만원하는 자전거와 거의 동급 성능이거나 낫다는 뜻이다. 싼 값이라 부품이 별로 믿음이 가지 않지만 1000km 쯤 달리고 다시 한 번 리뷰 해야겠다.

10월 31일, 10월 마지막날 일요일엔 아이가 딱히 일정이 없어 전날 가지 못했던 과학관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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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어제 자전거를 타서 피곤했는데 늦게까지 안 일어났다. 애 깨워서 밥해 먹이고 집을 나섰다. 실험을 좋아하고, 설령 그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과정에서 뭔가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매우 안 좋은 아빠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지. 설령 네가 못 생기고 머리가 나쁘고, 평발에, 남자같은 성격과,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례가 있어 걱정할 것 없다. 제 애비 닮았으면 자연과 예술과 과학기술을 골고루 좋아할 것 같은데, 그냥 애비의 까칠한 성격만 닮았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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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과학관. 과천국제SF 영화제 때문인지 과학관 전체가 몹시 붐볐다. 30분쯤 줄서서 표를 사서 입장하자마자 서둘러 플라네타리움으로 향했다. 줄의 바로 내 앞앞에서 오늘 오후 6시까지 전 좌석이 매진되어 김이 샜다. 아내더러 평일에 애 데리고 이거 보러 오라고 해야겠다. 천체투영관은 과천과학관에서 볼꺼리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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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타리움은 글렀고, 무궁화 위성을 보낸 델타 로켓과 KSLV-I 로켓부터 보러 갔다. 나중에 아이한테 화약(고체) 로켓이나 만들어 줄까? 아빠는 애들 과학시간에나 하는 시시한 물로켓 따윈 거들떠 보지 않고 흑색 화약을 직접 제조하고 성능 개선에 열을 올리면서 로켓과 폭약을 만들어 어린 시절을 보람있게 보냈다. 아이가 그런 짓을 벌이겠다면 적극적으로 반대해(필요하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부모의 반대 같은 시련을 통해 얻는 성공이 그 어느 것보다 보람차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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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과천과학관에 처음 와봤다. 고장난 것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전시 및 체험이 잘 구성되어 있어 보통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할 때보다 편안하다 -- 뭘 해도 체계가 잡혀있는 과학자/기술자 집단이 과학관 전시 배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테니까. 그 중에도 명예의 전당이 꽤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볼꺼리가 많고, 놀기 좋아 과천과학관 첫인상이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뭘 찬찬히 살펴보며 다니긴 어려웠다. 평일이면 괜찮겠지 싶다. 돗데기 시장 같은 과천과학관을 빠져 나와 만원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즐거워해서 다행이다. 가끔 데려가고 싶지만 뜻대로 될 지 모르겠다. 아빠는 전시물 대부분에 잘난 척하며 한 마디씩은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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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할 껀 다하고 대안 제시까지 해주는 애니. 모처럼 작품 자체가 괜찮은 SF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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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저 여자의 인생을 제멋대로 꽃칠한다. 제목 대로라면 '혐오스런' 부분도 충분히 보여줬어야 했다. 일본 영화, 드라마는 대체로 정 붙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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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ourced. 인도의 아웃소싱 외주 업체에 파견 나온 미국인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 가보기는 한 작자들이 각본을 쓴 것 같았다. 아무래도 1기로 쫑날 것 같지만 즐겁고 웃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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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 Who. 극장판. 극장판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영화판도 재미가 없었다. 이 영화는 심지어... 요새 애들 말로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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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hould buy a bar

잡기 2010. 10. 21. 17:58
9/28 10:56 컵라면 사러 잠시 가게에 들어갔다가 3분도 채 안되 나와 보니 누가 자전거를 훔쳐갔다. 상가 근처의 CCTV를 뒤져봤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외로 별로 속이 안 쓰렸다. 자전거 구입 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깨끗이 잊어버리기로 하고, 새 자전거를 알아 봤다. 아내의 폼팩터(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티티카카 라이프 M2가 마음에 들었다. 몇 개 후보를 압축해 아내더러 고르라고 보여줬더니 그게 그거 같단다. 아내가 탈 자전거인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선택이 자유로울 땐 미니멀리즘 쌈마이 스피릿으로 늘 싼 것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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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구입한 자전거: 삼천리 하운드 MV20. 12만 8천원+배송비 5천원. 1.375 인치 타이어에 무게 11kg짜리 미니벨로. 하지만 저렴한 자전거는 싼 이유가 있다... 집에 놀러온 애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주위에서 활기차고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자전거 조립을 돕겠다고 손을 벌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조립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손 볼 것들이 많다. 가지고 있던 부품으로 핸들 그립 교체, 안장 교체, 그리고 뒷짐받이를 달았다.

구입하고 일주일 동안 주행 실험을 못 하다가 10/16이 되어서야 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가볍고 잘 나간다. 드롭바를 달면 평속 28~30kmh도 문제 없겠다. 이래서 요새 미니벨로 스프린터가 인기구나. 예쁘고, 가볍고, 잘 나가고... 고압 타이어, 소라 앞/뒤 디레일러, 뒷 바퀴 QR 레버, 페달, 핸들 바 등을 교체하고 싶지만... 여러 자전거 중고 시장에서 며칠쯤 잠복하다가 관뒀다. 매물이 별로 없을 뿐더러 좋은 물건은 귀신같이 빨리들 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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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행거의 베이직 폴 행거 두 개(개당 7500원)와 선인장이라 불리는 가지 중 아래에 달 수 있는 것을 추가 4개(개당 천원) 구입해서 베란다 아이 장난감 쓰레기장 옆에 설치했다 -- 왕자 행거로 저렴한 자전거 행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숙원 사업을 하고 나니 만족스러웠다.

10/16 오랫만에 자전거를 손보려고 미니벨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체인 청소를 하려고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세 주유소에서는 판매를 안 했다. 한 곳은 깔데기가 없어 1.5리터 PET 물병에 등유를 담을 수 없었다. 천원샵에서 2리터짜리 뚜껑 달린 물통을 부러 사서 다시 주유소로 찾아가 간신히 등유를 구했다. 내친 김에 천원샵에 들렀을 때 PB-1도 구입했다.

체인링크를 풀고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등유를 덜어낸 후 체인을 넣고 병 뚜껑을 닫고 열심히 흔든 다음 체인을 꺼내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체인을 청소하는데, 이렇게 해도 체인이 속까지 깔끔해지지 않았다. 말린 체인을 바닥에 놓고 PB-1을 살살 뿌리며 못 쓰는 칫솔로 체인을 청소했다. PB-1으로 등유를 벗겨 내면서 2차 세정을 하는, 나름대로 머리 굴린 작전인데 결과가 괜찮았다. 다시 체인을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디레일러를 뜯어내 흙먼지를 벗겨내고 기름걸레로 닦고 PB-1과 칫솔로 세척하고 말린 다음 구동부에 그리스를 발라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째로 물청소했다. 바퀴의 허브 축 볼 베어링 청소와 그리스 칠은 생략했다. 체인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건식 오일을 뿌렸다. 요즘은 습식 오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습식 오일은 기름/먼지/때가 많이 달라붙는 편이라 체인이 쉽게 더러워져 그만큼 체인 청소도 자주 하게 된다.

말로 하면 간단한 작업인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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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점심 먹으러 자전거 타고 행주산성으로 가는 길에 찍은 안양천변 코스모스 밭.

자전거를 모처럼 정비해서인지 동력 전달이 잘 되었다. 하지만 내리막인데도 맞바람이라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심심해서 석수역에서 한강에 다다를 때까지 몇 대를 추월할 수 있나 세어봤다. 68대, 한강변에서 행주대교까지 추가로 20대 정도 더 추월했다.

집 나오기 전에 얼마 전에 구입한 기모 언더레이어를 져지 안에 입었다. 언더레이어가 생각보다 보온이 잘 되고 투습성이 좋은 것 같다. 거의 입은 것 같지 않고 섬유 자체가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니 봄/가을 살근살근한 추위에 입고 겨울에는 내복처럼 받쳐 입고 다니면 되겠다. 산행할 때도 괜찮을 것 같다. 구입하고 나서 모처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디자인만 받쳐 준다면야, 기능성 의류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자전거쟁이들의 성지인 행주산성 국수집에 오후 한 시쯤 도착했다. 의외로 손님들이 적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국수집(안동회관?)은 전업해서 3900원 짜리 콩나물 해장국을 팔았다. 3천원 짜리  국수를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에 먹으니 맛있다. 그러고보니 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집 국수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국수를 최근에 먹어본 적이 없다.

다리를 건너 성산대교 까지 가서 안양천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배 채우고 겨우 60km 달리는 셈이다. 여의도를 거쳐 잠실로 무작정 달렸다. 드롭바를 단 미니벨로가 내 자전거를 슬슬 추월했다. 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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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지쳐 양재천에 앉아 계단식 보에서 떨어지는 물살을 바라보았다. 엔도몬도에 찍힌 odometer에는 66.6km.

4시간 넘게 98km 쯤 달렸다. 평속 21kmh. 쉰 시간까지 합하면 5시간 30분 가량. 엔도몬도 주행기록에 표시된 칼로리 소비량은 3200kcal 가량. 기초대사량 때문에 가만히 있을 때라도 보통은 1시간당, 체중 1kg 당 소비되는 칼로리가 1kcal 정도. 몸무게 70kg x 5 시간 x 1kcal = 350kcal 니까 3240-350 하면 약 2900kcal를 달리는데 썼다는 얘기로군.

뱃속의 국수는 애저녁에 소화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하니 지쳤다. 맥주에 치킨을 먹고도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 사과와 아이스크림 따위를 찾아 먹었다. 겨우 100km 달리고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100km 가량 거리를 주행할 때 평속 개인기록을 넘었다. 그 전 기록은 20.4kmh 였고 보통은 20kmh 이내였다.

타이어를 1.95 짜리로 갈면 속도가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 돈 드니까 나중에 여행갈 때나 해야지.

요새는 케이던스에 연연하지 않고 고단 기어에서 근육을 펌프질 하는 무식한 주행을 하는데, 근육을 좀 키워보려고 했지만, 주행을 자주 하지 못해(운동이 안되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허벅지만 살짝 두꺼워져 예전 바지가 꼭 끼게 되어 귀찮았다. 예전처럼 분당 70~90회 정도의 케이던스 위주로 주행 스타일을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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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별로 안 좋아하는 그림체. 만화가가 어떻게 성장하는가... 대뜸 꿈이 이루어지면 결혼해 달라는게 웃겼다. 꿈이 안 이루어지거나, 꿈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거나 뒷끝이 별로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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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모처럼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오래전부터 만화책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드라마로 보게 되었다. 도시를 멍하니 달리는 타이틀 씬과 왠지 멍한 타이틀 송 모두 좋았다. 너무 '잔잔해서' 보고 나면 통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다. 그리고 까메오처럼 가끔 등장하며 '세상은 신 것도 단 것도 좋다'고 말하는 친구는 오다기리 조 맞지?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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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4화. 일본 식당이 무대가 되므로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보통 음식 만화/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요리와 거리가 멀고 만들어 먹기 쉬운 무등급판(?) 단품 음식들이 나왔다는 정도? 만들어 먹기가 쉬워 보여 고양이밥이나 버터밥 따위는 한 번쯤 시도해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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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 10화. '이게 진정한 silent night 지'. 구운 게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느라 말을 잊은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주인장이 말했다. 이렇게도 말했다 '유랑하고 헤메이고 돌아온다. 인생 얕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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