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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마시기

잡기 2007. 9. 17. 09:23
자전거 바퀴에서 소리가 심하게 났다. 여름내내 온도에 따른 팽창 정도를 감안해 바퀴에 바람을 조금 덜 넣었는데 가을이 되면서 주행할 때면 바람이 덜 들어간 바퀴가 주저앉아 스레드가 아스팔트에 폭넓게 닿아 요란한 소리가 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며칠 전 출근 길에 바퀴를 살펴보니  스레드가 많이 닳았다. 타이어 교체 시기가 된 것 같다. 일단 바퀴가 딱딱해질 정도로 바람을 꽉 채워넣어 소리를 줄였다.

공기가 빠지면 지면과 타이어 사이의 마찰 면적이 커져 주행이 버겁게 된다. 마찰 면적은 마찰력과 상관없다. 마찰 면적이 넒어지면 마찰력이 커지는 이유는, 마찰 때 발생하는 열이 타이어를 녹여 전체 마찰면의 응착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마찰 면적은 마찰력과 상관없는데, 마찰 면적이 넓으면 마찰력이 커지는 것이다 -_-

꿈은 신경 회로의 잡음과 찌꺼지를 제거하기 위한 자발적 정화 메카니즘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름답고 불가능한 환상과 얼토당토 않은 스토리가 말하자면 '잡음과 찌꺼지'인 것이다. 비교적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꿈을 연재 만화처럼 꾸는 나같은 사람에게 꿈이 잠재적 욕망의 해소가 맞다. 성적 욕망이 아니라, 합리성의 타이트한 결계를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적당한 그럴듯함만을 갖춘 이야기들, 말하자면 자작극, 이성의 빛이 미처 닿지 않아 쌓여만가는 어둠의 총 질량을 감소시키 위한.

요즘 꿈에선 매운찜용 닭처럼 도마 위에서 사지절단 당하는 각종 인간과 mc로 만들어지는 이상한 공산품들이 단연 돋보였다. 희대의 걸작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들이 무의식의 성적 욕구를 상징화한 것이라고 했을 때, 그 책을 읽던 어린이/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욕구 또는 욕망 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나,깨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비전에 대한 욕망이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그걸 알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도 알았다. 외설스럽게도, 무함마드처럼 꿈을 통해 비전과 어둠을 보게 된 것이다. 그걸 어떤 책에서 오줌 마시기 라고 말했다. 비유적인 표현인데, 자기 똥 먹기 보다는 표현이 덜 폭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오줌 마시기가 건강에 좋다는 myth는 꾸준히 인기가 있어왔다.

아내는 머리를 밀은 후로 희희락락이다. 알고 지내던 스님을 모셔 면도날로 머리털을 모두 제거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웃었다. 스님은 전날밤 날더러 아내 머리를 깍아도 괜찮냐고 물었다. 외모 따위를 평생 신경 써본 적도 없는 탓에 못생긴 여자더러 못생겼다고 말하는데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다 -- 올바른 평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평을 들을 자격을 갖추던가 상대가 워낙 싸가지가 없어야 한다. 아내는 만족했고 아내가 만족하므로 나도 만족했다.

과거 아내가 나와 사귈 흑심을 품은 이유는 내가 '똑똑해 보여서' 였다.  결혼하고 보니 그렇지 않아 불만이 많다. 잘못 알고 있다. 법과 질서, 정의와 도덕 등 이 세계-사회 체계를 이루는 위대한 형평성과(자유,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만세!) 제약조건을 제거할 경우, 말하자면 이 세계가 어둠으로 가득차면 운석의 도움이 없이도 백악기의 포유류가 어떻게 진화사상 먹이사슬의 최고위층에 속하게 되었는지를 재현해 줄 자신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새벽 하늘의 찬란한 루시퍼처럼 명석하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자발적인 합의 아래 생산성을 담보로 시스템에 깊고 폭넓게 편재한 폭력을 유연화시킨 그간의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인 '진보'였다. 물론 진보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인류는 교미와 번식을 장려하는 연가를 즐겨왔다.

인류의 꾸준한 영속성을 답보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50억중 49억 이상은 종교에 귀의한 자를 포함해 강인간주의가 유의미하다는 희안한 견해를 갖고 있다(삶은 기적이고, 우주는 여섯 개의 우연히 완벽하게 들어맞는 상수에 의해 생명체에게 적합하도록 창조되었다,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인본주의와 타협한 과학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류의 자기모순적인 견해를 자기 입으로 얘기할 때 (양심이 있는 한) 사견임을 밝히는 것이다 -- 과학은 너무 연약해서 견해를 가지기 힘들다.

하여튼, 별일 없는 한 삶은 신의 부재를 절로 짐작케 되는(그 반대로서도 논증이 불가능하므로 논박되지 않아 참이 되는) 기적이다. 게다가 자기 기만, 자기 모순, 자기 합리화, 아이러니 등  자기 오줌을 마시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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