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1.11 2010

2010

잡기 2010. 1. 11. 20:01
2010년 올해 소망도 전과 같다. 살람 팔레스티나!

그다지 깔끔하고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가 내 인생이 한 해 만에 이렇게 찌질해진 것일까?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안다. 원인: 내 탓이다. 해결책: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으니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포기한다. 설령 찌질해졌어도 하던 거나 제대로 잘 하자.

'번역의 탄생'이 알라딘의 독자가 뽑는 2009 올해의 책 후보로 선정되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만, 내 눈에는 후보 중 문학 분야에서 의외로 볼만한 책이 없었다. 실은 다섯 권 빼고는 뭐 이런게 후보일까 싶은 지경? 책을 예전만큼 읽지 못하는 형편이라 교양과는 거리가 멀어 불감증에 걸린 외계인 몽크 아저씨처럼 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눈을 천안에서 맞았다. 눈 오는 밤에 직원들과 망년회를 했다. 눈이 온 날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망년회를 몇 번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대략 6~7번 한 것 같다. 연말인데 우울해서 술을 적게 마셨다. 12월 30일 종무식을 마친 다음 직원들을 데리고 횟집에 갔다. 12월 31일 쉬는 날이지만 회사에 나와 지도 작성으로 시간을 보냈다.

12월 31일 밤 시장 떡집에서 떡국떡과 만두를 샀다. 1월 1일 아침 떡만두국을 끓여 먹었다.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만들고 국간장 약간과 소금으로 간을 보고 만두를 넣고  만두가 떠오를 때까지 끓이다가 건져내고, 떡국떡을 넣고 역시 떠오를 때까지 끓이다가 만두와 떡, 파를 넣고 끓이다가 그릇에  내어 황백지단과 김을 고명으로 얹었다. 떡국떡은 괜찮지만 만두맛이 별로다.

쓰레기더러 쓰레기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

1월 2일 효행공원에서 출발해 지지대 고개를 거쳐 광교산을 종주했다. 이번에도 GPSr의 충전지가 방전되어서 경로를 잡지 못했다. 14.5km를 3시간 30분 걸려 주파했다. 인상적인 속도이긴 하다. 눈이 와서 아이젠을 착용했고, 아이젠 때문에 무릎이 아팠다. 아이젠을 벗고 두 번쯤 눈길에서 나자빠졌는데 그러다가 왼쪽 손목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 자빠질 때 왼손으로 받치는 나쁜 버릇을 없애야지 이거원 다친 데 또 다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의 10여년쯤 쓴 것 같은 4 점 아이젠을 버리기로 하고 제대로 된 아이젠을 스패츠와 함께 구입했다. 1월 9일 관악역에서 출발해 삼성산을 넘었다. 1주일째 녹다 말은 눈이 남아 있었다.

삼성산 바로 아래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보온병의 진공이 깨져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미지근한 물을 컵라면에 붓고 혹시나 해서 가져간 밥을 미리 먹은 다음 전혀 익지 않은 컵라면의 면발을 부숴 억지로 위장에 밀어넣었다. 옆에서 오뎅 장사 하는 할머니 곁으로 어떤 등산객이 지나가며 '와 돈 많이 벌으셨겠네요'  라고 말하자 할머니가 버럭 성을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눈은 내리는데 삶이 고단하고 팍팍한 할머니가 말을 건넨 또 다른 등산객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관악산에서 어떤 사람이 사고로 죽었단다.

배를 채워도 배를 채운 것 같지 않다. 잠깐 움직이지 않으니 춥다. 눈이 녹은 바짓가랭이와 땀범벅이 된 모자는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삼성산에서 내려가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해가 오후 5.30pm에 진다. 4.30pm까지만 연주대에 도착하면 사당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다. 4.30pm 까지 연주대에 도착하지 못하면 두 말 없이 서울대 쪽으로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상예보와는 달리 오후 1시 출발할 때부터 눈이 왔다. 앞산이 안 보일 정도로 시야가 뿌옇다. 오후 4시가 넘으니 등산객들이 거의 없다. 약수물을 떠먹고 잃어버린 장갑을 찾으러 잠깐 돌아갔다가 무너미 고개 부근에서 관악산으로 향했다. 쉬지 않고 학바위 능선을 넘었다.  하얗게 눈이 얼어붙은 연주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쉬지 않고 사당 쪽으로 가다가  시계를 흘낏 보니 이런... 벌써 5시 30분이다. 해가 진 것이다. 사당 방면으로 하산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내린 눈 때문에 등산로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릎까지 잠기는 눈 속을 헤치며 하산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서두를 수 없고, 서두르지 않을 수도 없다. 눈발로 얼어붙은 GPSr의 액정 화면에 생명선처럼 가느다랗게 뻗은 등산로를 따라 박명에 그저 하얗게만 반사되는 눈밭에서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발을 디뎠다. 절벽을 지나고 눈밭에서 고꾸라지고 넘어졌다. 사지를 모두 사용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부르며 내려갈 길이다. 전화가 몇 번 왔다. 아내가 전화해서 저녁밥을 앉힐까 물었다. 제 남편은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한가하시군. 먼저 밥 먹으라고 말했다. 어 지금 목숨 걸고 내려가는 중이야 라는 말은 생략했다. 그러고 보니 상황이 몹시 안 좋을 때면 어김없이 아내의 전화를 받고 일상과의 심한 괴리를 느꼈다. 전에도 비봉에 오도가도 못하고 매달려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응급실에서 엑스레이 찍을 때도 수화기를 통해 왜 전화를 안 받냐는 질책을 들었다.

금요일 저녁에 GPSr의 지도를 업데이트했다. 그간 꽤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이번이 업그레이드 후 처음으로 지도를 검증하는 것이다. 만약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면 조난 상황이다. 지도의 등고선이 올바르지 않으면 눈으로 확인이 안되는 형편이니 아래는 절벽인데 절벽이 아니라서 떨어질 수도 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300m 이상을 내려가야 한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발을 뗄 때마다 되뇌였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니 집을 나설 때부터 있던 편두통마저 사라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질이나 기타 등등은 무시하고, 그저 매우 의미심장한 기념사진. 제목은 살았다! 서울대 공학관 불빛이 보여서 안도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15분쯤 푹푹 빠지는 눈 속을 내려갔다. 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를 때까지 멍하니 걷다 보니 아이젠을 벗지 않았다. 절그럭절그럭 쇠소리를 내며 걸었다. 몸에서 김이 펄펄 나고 물방울이 둑둑 떨어졌다. 꼴이 말이 아니다.

사당역에서 오뎅 국물로 속을 덥히고 유난히 오지 않는 버스를 줄서서 기다렸다. 채 마르지 않은 신발에서 발이 얼어갔다. 벌벌 떨면서 30분쯤 기다리다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길이 막혀 한 시간 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했다. 아홉 시가 다 되었다. 통닭을 사들고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맥주와 통닭을 먹었다. 새로 산 아이젠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일주일 새 눈이 반쯤은 녹았으리라 생각하여 스패츠를 안 가져간 것이 후회되었다. 죽을 뻔해서 그런지 정신이 또릿또릿하다.

GPSr의 로그를 살펴보니 5시간 동안 12km를 걸었다. 연주대에서 서울대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미만, 거의 미친 속도다. 작년 이맘 때도 관악산에 갔다. 내년에 또 갈까? 위기에 처하니까 리프레시가 제대로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뻐근했다. 어디에 부대꼈는지 허벅지에 멍이 들어 있다. 어제 일이 꿈만 같다. 아이를 데리고 일월 저수지로 놀러갔다. 아이를 눈밭에 굴릴 겸,  근육도 풀 겸 일월 저수지에서 emart까지 걸었다. emart는 며칠 전부터 할인행사가 시작되어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아이를 놀이터에 맡기고 매장 안을 여기저기 정처없이 헤멨다. 보온병을 사야 되는데... 어제 물에 말은 라면 스넥을 먹은게 한이 맺힌다. 대략 4시간쯤사람들에 치대면서 걸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해준 홍게에 라면을 끓여 먹고 맥주 한 잔 하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야말로 통나무처럼 쓰러져 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꿈을 이룬 것과 꿈을 이루지 못한 것. 내 비극은 꿈을 이루지 못한 쪽. 아내는 아이와 함께 터키와 그루지아에서 즐겁고 신나게 지냈지만 난 인도네시아행 티켓 조차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왜 그렇게 어리석은 삶을 살았을까? 이유가 많지 않았다. 내가 한 약속을 지켰다. 올해는 지켜야 할 약속이 없지만 돈이 없다. 한 사장이 올해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정신줄 놓고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해도 탄약과 계획은 늘 챙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생의 두 가지 비극보다 실감나는 경구는 덱스터에 나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다. 그들은 절대로 휴일에 당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덱스터가 멀티 열심히 뛰는 4기가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소재가 절여놓은 양념갈비니 만큼 특별한 기교 없이도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는데, 이 시나리오 작가가 매 시즌의 피날레를 흡족스럽게 끝내는 것을 3년째 못 봤다. 마지막은 충격과 경악, 죄의식과 피바다였어야 했다(TV 드라마라서 그럴까?). 시즌 내내 인성 교육 하다가 deux ex machina와 하등 차이가 없는 '카르마'라니... 설령 '일정 품질'이 나와 청자 입장에서 불만스럽지 않더라도, 점입가경을 구현했어야 할  '게으른 작가'는 때려 죽여도 할 말 없어 보였다.

GD의 heartbreaker가 표절이라고 한 동안 떠들썩했다. 훌륭한 표절(?)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반성하는 차원에서 룸싸롱을 방문해 술 마시고 행패 부리다가 깨어보니 집이었다는 뮤직 비디오에 희안하게 공감이 간다(뮤직비디오는 그 옛날 에어로스미스 표절 같은데?).

2009년 내내 흥겹게 풍악을 울려대던 걸그룹들이 많았지만 2NE1 빼곤 그저 그랬다. i don't care i don't care 소녀시대, 원더걸즈, 카라, 모두 화무십일홍 같았다. mp3 무료로 듣기가 어려워 보였는데, youtube 따위 동영상 사이트 가니 인기곡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가 좋아졌다기 보다는 뮤직비디오나 사운드 프로듀싱 솜씨가 대단했다 -- 전면에 내세운 메이크 업 걸 그룹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정하고 기획하고 프로듀싱하는 이면의 존재감을 훨씬 더 묵직하게 느낀다. 요점을 제대로 짚은 예술적인 타깃 마케팅을 보는 것 같달까? 그러니까 거국적으로 먹혀 들어가는 것이겠지.

Jeff Beck이 내한공연 온단다. 다른 뮤지션이나 그룹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대충 넘기고 말았지만... 젠장 갈 수 있을까? GD나 2NE1 등의 어린 애들 사랑 타령 따위를 아무리 들어도 제프 벡의 기타소리에서 느끼던  영혼의 솔리톤적인 떨림을 경험할 수 없으니까. 그게 라이브라고! 1월 20일 티켓 오피스가 열린단다. 고민하자...

서울, 세계 최악의 도시 3위? -- LP 설문에서 최악의 도시 3위가 나왔다고 서울시가 발끈할 이유가 없는데 이 기사가 나온 며칠 후 서울시는 NYT 선정, 꼭 가봐야 할 도시 3위에 올랐다. 무슨 로비라도 한 건 아닐까 싶었다. 가난한 여행자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는 정붙일 구석이 없는 도시다. 멍하니 죽때릴만한 데가 없고 어딜 가든 사람에 채이고 어딜 가든 쇼핑몰이니까. 청계천? 녹조가 낀 청계천 개울에 발 담그고 건너편 콘크리트 벽을 쳐다보고 있으면 괜히 처량해질 것 같은데... 맛이 갈 때까지 술 마시고 흥청망청 놀아도 밤거리가 안전한 도시라는게 뭐 대단한 장점일 리는 없고.

떠난 이상 서울에 관심 끊자. 여기 수원은 가진 떡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바보같은 도시다. 방만한 경전철 계획과 예산안으로 시의원에게 질타받던 수원시장은 단순히 열이 뻗친 나머지 경전철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뭐야 이건?). 이왕 그렇게 말한 것, 그대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1번 국도를 중심에 둔 수원 시내 도로 사정 상 경전철로 2-3년 공사하면 아비규환이 되고 만다. 여러 국책 연구 평가결과에서도 경전철보다는 BRT(Bus Rapid Transit) 도입이 수원의 도시계획 면에서 유리하다고 추천한다.

예전에 먹었던 인스탄트 짜장면 이름이 기억나지 않다가 마트에 가서 제품을 보고야 알았다. 팔도 일품짜장인데 그냥 먹으면 신맛이 나지만 양파를 미리 볶은 다음 짜장을 섞고 볶다가 면을 섞으면 먹을만 했다. 짜파게티의 면발은 꾸준히 적응이 안된다. 요즘은 짜파게티나 신라면이나 너구리나 쌀국수 뚝배기나 농심에서 나온 것들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라면 안 먹었다.

스티븐 핑커, 언어본능: 한국인 중에 이 책의 전반부를 재밌게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전반부가 흥미롭긴 하지만 영미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 아닌 이상 나와 상관없는 순수하게 학술적인 내용이다. 핑커는 사멸되어가는 언어의 죽음을 멈춰야 하는 이유로 언어학자로서의 자신의 욕심을 말했다. 다양한 언어가 있어야 자기가 제대로 학문할 수 있다나?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리는 석기 시대를 떠나지 않았어도 된다. 중간계층에 속할 필요도 없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필요가 없다. 심지어 학교에 갈 만큼 자랄 필요도 없다. 부모의 언어 세례를 받을 필요도 없고, 부모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도 된다.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지적 수단이나, 집과가정을 꾸려나가는 기술이나, 확교한 현실 이해능력도 필요없다. 사실 이 모든 이점들을 다 가졌다 해도 유전자가 두뇌 일부에 결함이 있으면 우리는 유능한 언어 사용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게 말이야.

자연어 처리 등의 인공지능의 역사는 컴퓨팅의 역사와 동일한데, 지난 40여년 동안 컴퓨터 공학자는  핑커의 책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지 못했다:
여자: 나 떠날 꺼야.
남자: 어떤 놈이야?
사람의 두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해석하는 정교한 신경계가 존재한다. 지극히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고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므로 여러 인종간 신경계에 차이가 없어 보이고 따라서 영미 문화권과 계통상 거의 고립어로 간주되는 한국어와 오스트로네시안 등의 언어를 사용하는 두뇌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S+O+V 형 문장과 S+V+O 형 문장은 인간의 두뇌에서 처리과정이 같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그리고 문법 상 차이 역시 그리 크지 않다. 핑커가 써 놓은 것이 공교롭게도 EBNF다 :
S := NP VP, NP := [det] N [PP], VP := V NP [PP], PP := P NP
명사구(NP)와 동사구(VP)는 거의 전문화권에서 동일한데, 동사구는 한 문장에서 단일하지만 명사구는 재귀되며 반복될 수 있다.

EBNF는 유한상태기계라 노이먼 머신에서 처리가능하다. 그런데 왜 자연어 처리가 어려울까? 앞으로 십 년 이상 자연어를 인식하고 발화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가망은 거의 없다. 자연어가 어려운 것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연어 조합 가능성과 불규칙, 광범위한 상식과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화용 면에서 의미구조를 해석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희재가 번역의 탄생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어는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많은 영어와 달리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구, 전치사구가 많고  격조사와 어미 변화가 심하다. 차이가 심대해 보이지만 번역의 탄생에서 보여준 변환 테이블은 그 변환 테이블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이 어렵지(정리가 어렵지) 실제로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탄스러웠다. 한국어가 영어보다 우월한 것도 없고 영어가 한국어보다 나은 것도 없다. 다만 아이의 두뇌는 어느 언어의 한 문법을 정확하게 익히면 다른 언어의 문법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과, 아이들 조기 교육은 주로 발성법을 가르치는 것이란다.

물론 영어는 한국어로 완벽히 기계적으로 번역될 수 없다. 인지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 살 미만의 아이들이 문법은 90% 이상 정확하단다(나도 가끔 애 키우면서 잘못된 문장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 남은 10%의 오류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고 한단다. 10년 전 아이디어회관 문고를 전자화하던 작업에서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OCR 프로그램의 글자 인식율은 평균 95% 가량 되는데, 수치상으로 높아 보이지만, 이것은 평균 100글자당 5 글자가 틀린 것이다 -- 따라서, 거의 엉망진창인 문장으로 여기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Moon. 싸고 질좋은 SF 영화. 왜 공포물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걸까 의아해하며 영화의 중반까지 봤다. 고전SF다. 그래서 시시한 트릭이나 추리물같은 반전을 사용하지 않은 것 뿐이다. 순리대로 진행해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으니까. 오랫만에 깔끔한 멸치국수같은 SF를 봐서 기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erminator: Salvation. 옛날 옛날 처음 나온 터미네이터가 등신 인증 러다이트를 흥분시키는 공포물이었다면, 그 후속작들은 전작의 후광으로 빌어먹고 살았달까. 전작보다 점점 다운그레이드 되가는  모습이 특히나 애처러웠는데 salvation이 이 괴상한 시리즈물을 그나마 똥통에서 구제한 것 같다. 감독의 서비스 정신 덕택에(아, 플롯도 있다고 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CG로 재현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andorum. SF로는 싼 티가 나는 전형적인 케이스. 청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똥대가리 취급해 미스테리와 공포를 떠먹여줄 때, 또는, 감독이 그냥 똥대가리 라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을 때. 그럴 때 싼 티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우레카 극장판. 아네모네와 에우레카7. '인간은 어리석어. 안이한 상상으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렸어. 그 결과가 이 세계야.' 엔딩 크레딧이(엔딩 크레딧만) 멋지다. 에우레카7 TV판도 일제애니에서 느끼던 구린내를 느끼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세상이 망하건 말건 내 사랑을 위해 적이건 아군이건 닥치는 대로 죽여도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은 '구린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vatar. 보는 내내 포카혼타스가 생각나서 잡친 영화. 디지탈 3D나 아이맥스로 보지 않아도,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인데, 이 영화는 좋은 영화 같지 않았다. 현란한 그래픽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캠 버전으로 봤기 때문인지 예전에 본 어떤 스패니시 개잡종의 남미침공기만 못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재미가 없다. 페라리처럼 생긴 빨간 새 몰고 오면 여자들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한방에 훅 간다는 알만한 교훈을 반복했을 뿐이랄까? 어처구니가 없는 2012는 재밌었는데 이 영화가 재미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영화의 메시징을 외면하기 힘들어서 였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Up. 초반 할아버지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인상적인 부분, 중/후반부는 평범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atchman. 미국 코믹스라서 로르샤흐(Rorschach)를 로어세크라고 읽는 건가?  주인공이 찌질해서 별론데...? 이게 그 유명한 왓치맨이구나 하고 봐서 그런 듯. 기회 되면 만화책을 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르고 윈치. 붉은 돼지에 나올법한 섬으로 향하는 요트. 요트가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자, 마치 날개를 활짝 편 것 같은 모양새.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 몇몇 장면 때문에 인상에 남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래그 미 투 헬. 오랫만에 보는 전설의 고향 류의 클래식 공포물. 요즘 공포물은 인과관계를 배제한 채 물어 뜯고 썰고 다지는데 초점을 맞춰 재미가 없어 부러 찾지 않았다. 감독 이름만 믿고 본 영화 치고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