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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전쟁

잡기 2007. 11. 23. 18:11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할 수 없는, '혼자 밥먹기 최상위 레벨'이란 글에 달린 리플들에 대한 해당 사항 체크:
  • 삼겹살집 -- ok
  • 패밀리 레스토랑 -- ok
  • 부페 -- ok
  • 모텔방에서 맥주와 족발 -- ok
  • 유명 음식점 줄서서 기다리다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먹기 -- ok
  • 프랑스 요리집 풀코스 -- ok
  • 중국음식 풀코스 -- ok
  • 도시락 -- ok
  • 길가에 주저앉아 먹기 -- ok
  •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 ok
  • 구걸 -- ok
  • 무전취식 -- ok
  • 산속에서 굶주리다가 이것저것 줏어먹기 -- ok
  • 결혼정보회사 주최 디너쇼 소개팅 이벤트에서 혼자 먹기 -- 여기서 좌절
볼 마음이 없었지만 나아졌다길래 하우스 4기를 보기 시작. 3기에서 워낙 찌질거려 문 닫을 줄 알았던 드라마가 4기에서 별난 병력으로 다시 차도를 보인다. 2화 제목은 Right stuff(같은 제목의 영화에 등장하는 앗싸가오리판쵸클럽(자막 번역 센스가 훌륭)이나 원숭이와 경쟁하는 정신병자 척 예거가 지금도 생각난다),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병을 감추고 어처구니 없는 유방확대 수술을 받는 테스트 파일럿 얘기다. 2화를 감상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평했다(2화를 보기 전에 그의 평을 먼저 보았다). 테스트 파일럿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그 자신 때문에 기회를 잃게 되는 누군가를 생각지 못한 것 같다. 글쎄다, 기회를 균등하게 주려고 인간이 할 만큼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까닭은 기회가 애당초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그의 평은 여러 모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번에 버그 잡은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 기획했던 일들은 사실상 모두 끝났다. 연말쯤 '책임과 반성의 시간'이 온다. 경험상 선의가 사람들에게 이해될 정도로 쉬웠던 적은 평생 없었다.
 
작년 9월에 SW팀을 별도의 사무실로 독립하여 연구소를 설립하고 그쪽의 실질적인 운영책임을 맡았다. (그러니까, 서류상으로는 이사고, 직함은 과장이며, 실제로는 프리랜서인데 하는 일은 연구실장이자 프로젝트 메니저였고 거래처 사람들은 나를 '관계자외 출입금지' 라고 적힌 문 앞에 서 있는 안드로메다 다크호스로 알았다) 연구소를 만들면서 약속한 것은 1년 안에 지정한 과업을 완수하겠으며, 그 기간 동안 내게 연구소의 전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 2개월 지체로 끝맺지 못했다. 그간의 과정과 지체 사유야 어떻든 책임질 시점이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올 연말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만 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런 짓을 하면 당신들 엿 먹어보라는 수작 밖에 안되니까 타이틀을 반납하고 예전처럼 개별 고용된 용병 자격으로 일하며, 제반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9월부터 어떻게 해야 이것을 부드럽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장님에게 9월부터 언질을 줬더니 굳이 책임 안 져도 된다고, 연구실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렸다. 사임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일단 연구실을 접고 연구원들은 본사로 귀속된다 -- 본사의 개발부서로 편입된다. 업무 결정권이 소실되므로 사실상 나는 자유의 몸이 된다. 연봉은 변화가 없다. 즉,  무척 좋은 일이다. 작업량이 1/2로 줄고 연봉은 그대로면서 가외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반드시 책임을 지고 싶다.

나이 들면서 고집이 늘었다. 안타까운 것은 나만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의 고집이 더 센가 자웅을 겨루는 꼴이랄까. 내 견해를 관철시키기가 그래서 어렵다.

11월 10일 토요일 밤에 먹은 멕시카나 치킨은 최악이었다.
 
John Scalze의 Old man's war. 하인라인의 적통을 잇는 훌륭한 밀리SF란다. 웃길 줄 아는 소설가와 웃길 줄 모르는 소설가 중 웃기는 소설가는 글을 좀 못써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후자는 글을 못쓰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자연의 섭리다. 스칼지는 웃기는 소설가다.

첫 30페이지까지 살만큼 산 노인들의 자발적인 고려장 내음이 물씬 풍기지만, 노인들의 끝없는 사르카즘과 위트가 SF로써는 지루했어야 할 전반부를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해 준다. 시트콤 풍의 아메리칸 조크라서 크게 기대할 것은 아니었다. 스칼지의 첫 작품이라는데, 당황스러운 노련미를 풍길 뿐더러 완급 조절이 수준급이고 글 자체가 무척 재밌다. (Conquering the universe was beginning to get to me <-- 일본 개그 아니메에 나올법한 문장이 천연덕스럽게 등장)

그리 많은 SF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40p쯤에서는 이들에게 시술될 기똥찬 의술이 어떤 것인지 감 잡을 수 있었다 -- 그나저나 홍씨나 김씨 처럼 일평생 많은 SF를 읽고도 정신이 멀쩡할 수 있음을 평소 무척 신비스럽게 여긴다. 농담. 

SmartBlood,  CatsEye, UncommonSense, HardArm, BrainPal 등을 장착한 노인네들이 외계인과 땅따먹기를 하며 묻지마 살육전을 벌이는 스토리인데 밀리SF치고 SF novice와 오타쿠들 양자를 잘 배려했으며 (나중에 그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아하, 무릅을 쳤다) 첫 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SF가 지녀야 할 미덕(SF가 SF인 이유)을 유지한다.

김씨 말에 따르면 작가 본인이 SF 왕팬이란다. 그래서인지 SF에 등장하는 여러 가젯을 매우 능숙하게 다룬다. 얼마 전에 김씨와 그런 얘기를 나눴다. 나올만한 가젯은 이미 다 나왔다. 그것들을 조합해 어떻게 짜맞추어 그럴듯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가가 21세기 SF의 대중적 성공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Old man's War를 읽은 것이다. 대박날 작품이다.

2년 전부터 노인의 전쟁이 대박감이란 걸 알고 있던 김씨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놓쳤는지 의아하다. 지금 말하는 대박은 팬덤에서 2-3천권 소비되고 2쇄 간신히 찍는 대박(?)이 아니라 스타쉽 트루퍼급, 은영전급 대박을 말한다. 작가가 아예 작정하고 그렇게 쓴 소설이다. 김씨 사정을 들어보니 단순히 게을렀던 것 같다.

한국은 합리적인 이성이나 문장을 틀리지 않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작가는 물론, 문화란 것이 거의 없는 야만국가인 관계로 국가의 형태를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서구문명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처지인데 국민성이 천박하고 교활하여 체면을 엄청 따지고 개개인의 인격이  본인의 수입과 광활한 학식과 인맥의 폭으로 측정된다. 그중에서도 서구 문물에 대한 감응도 랄까, 감수성이 높고 서구 문명에 대한 깊이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존경받는다. 말하자면, 좋은 작가를 선별하고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소개/번역하는 역자들이 명망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김씨가 그나마 지금까지 '명망'을 누릴 수 있던 것은(명망은 종종 기회를 뜻한다) 옛날 옛적에 번역한 젤라즈니의 소설 몇 권 때문이다. 이제 약빨이 다 닳아 새로운 보약이 필요한데, 최근에 소개 번역한 것들 대개는 그저 그렇거나, 시시껄렁하거나, 단순히 재미가 없다. 예를 들면 pern은 한 권만 내긴 뭣한 책이라 세 권을 내다 보니 엄청난 두께가 되었으나 그 두께만큼의 포스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게다가 Science Fantasy라지만 Fantasy쪽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고 1권에서 나올만한 설정과 장치는 모두 끝난 상태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첫 권 역시 마찬가지, 또 경계소설인지 뭔지 추리소설도 아니고 스팀펑크 흉내 조금 낸 소설류도 마찬가지. 유일하게 쓸만한 글이랄 수 있는 것이 테드 치앙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테드 치앙을 대체로 기묘한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흥미로운 작가임에도 그의 글을 읽으면 흡사 영혼이 빠진 락 음악을 듣는듯한 기분이 든다. djuna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느낌이기도 하다.

주제 넘게 이러쿵 저러쿵 떠들 얘기는 아니지만 김씨가 명망있는 번역기획자로서 명망을 유지해 줄만한 '메이저급' 작품은 당분간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김씨가 명망을 따지는 부류인지는 의문이다.
 
“북극곰 멸종위기 허풍” -- 신문 과학기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철지난 얘기를 잊을만하면 내보낸다. 몇 개월 전, 심하게는 몇 년 전 외국에서 나온 얘기를 올리는 기자는 정말로 낯 뜨겁지도 않은 걸까?

‘한때 위대했다·영국’냉소적 국가 모토 속출 -- 찌질국가가 되가도 과연 영국이다. 기대 이상의 모토들:  
  • 최소한 프랑스는 아니다!
  • 내 온 힘을 바치겠습니다. 뭘 해도 잘 안되는 나라니까!
  • 실컷 술 쳐먹고 로또나 사자!
관음증적 '미녀들의수다'와 경박한 미디어  '자밀라의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미녀들의 수다’가 한국사회가 외국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 우즈베키스탄 처녀들은 예쁘다는 대중적 편견을 조장했다는 뜻이지? 애인 구하기가 힘들어 울부짖는 한국 청년에게 우즈베키스탄은 꿈의 나라가 되었다. 사진에서 도미니크의 가슴 크기를 보면 그런 안 좋은 편견이 마구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진 올려놓은 센스가 뛰어난 경박한 미디어다.

우즈베키스탄이란 전설의 나라를 묘사하는 말: 김태희가 소 몰고 한가인이 밭 메고 샤라포바가 감자 캐는 나라.  어떤 유학생의 또 다른 증언. '우즈벡은 김태희 정도 되면 (외모가 안 따라주므로) 고등학교때 공부에 모든 걸 겁니다. 한가인 정도 되면 기술을 배웁니다.  옆집 전지현씨랑 매일 눈인사 하고 다녔어요. 김아중 정도급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노처녀입니다'  -- 훌륭한지고.

스타트렉 TNG를 다시 보기 시작.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타이즈를 입고 한물간 고물같아 보이는 우주선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저 정다운 촌스러움이란... 김C란 연애인은 시골 춘천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레 생각했다. 나도 그렇다. 날 때부터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인생에 길이 남을 경험을 그닥 많이 접해 보지 못한 것 같다.
도로로
영화 '도로로'의 한 장면. 어린 시절에 반딧불이로 가득한 저런 계곡을 하릴없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반딧불이를 한 가득 모아 그 빛 아래 책을 읽었다는 개뻥을 일찌감치 비웃을 수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서야 저런 반딧불이 떼를 본 사람들이 지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말이 안 통하는 것일께다. 어린 시절에는 반딧불이를 못 봤거나, 스타트랙을 안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

도로로
꽃미남이 나와도 영화가 재미 없다. 내가 네 애비다. 나는 네 애비가 아니다. 다 자라서 이런 말을 듣고 심란해진 아이들은 제대로, 올바르게 성장해 자신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가 시련이라니 우스운데, 아임 유어 파더 변주극들은 60년대 양육을 제대로 못한 부모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던 행동주의자나 프로이트주의자들의 견해를 반영했을 뿐, 순 거짓말이라고 여겼다. 또는 60-70년대 미국에서 문란하고 자유로운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 차 뒷좌석에서 벌인 우연한 섹스로 태어난 아이를 훗날 찾아간 남자가 할 법한 대사일 것이다. 자신과 부모의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 및 희비극이 고대 그리스 비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신화서사적 원형으로 지지되는 것을 그래서 꼴 같잖게 여기는 편이다. 간단한 이유 때문에; 애들은 보통 그리스 비극 속에서 처럼 잠재의식 속에 영원히 뿌리 박힌 트라우마를 지닌 채 성장 장애를 겪으며 자라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이 자란다.

도로로
도로로는 데츠카 오사무 원작의 만화다. 2편, 3편을 연달아 제작한단다. 기대감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일본인은 원작을 망치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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