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에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09 더위
  2. 2009.05.14 바람을 피하는 법

더위

잡기 2009. 7. 9. 20:02
대부분 판단과 숙고가 필요한 잡일로 이래저래 바쁜데다가 더위에 돌아다니려니 지친다. 저번주 토요일 모처럼 자전거를 타러 갔다. 섭씨 32도의 도로에서 40km 가량 달렸는데, 후끈한 열파에 당했다. 얼음과자를 먹어도 먹어도 지친다.  중간에 벤치에 누워 30분을 쉬었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길을 물었다. 능숙하게 자전거 길을 알려주는 자신에게 좀 흠칫했다.

어떤 기사에 따르면, 자전거를 20kmh의 속력으로 20분쯤 탈 때 평균적으로 140kcal 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25kmh로 1시간 타면 720kcal가 소모된다. 25kmh로 4시간을 타면 2900kcal다. 이거 의외로 열량 소비가 엄청나서 살찔 틈이 없겠다.

NASA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지도’ 공개 -- 기쁜 소식! 어딘가 미심쩍은 지금의 등고선 지도 대신, 고해상도 등고선 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도 이런 사업 좀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이것으로 작업해봐야겠다. 지금은 사용자가 몰리는지 다운받기가 좀 힘들어서... 사이트는 여기

택시비 인상: 집을 나서 도서관 올라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20분 동안 남의 집 차고 처마 밑에서 폭우가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기본료 2400원, 지하철 역까지 움직인 거리는 350m. 지하철 역 앞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한 달 교통비가 10만원 안팎.

얼마 전에는 지하철 타고 가던 중 김씨 아저씨를 만났다. 서울에 사는 동안 아는 사람을 길 가다가 만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다. 김씨 아저씨나 이씨 아저씨나 날더러 트위터질 안 하냐고 물었다. 할까?

EBS 세계테마기행의 얼마전 주제는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캄차카 반도였다. 일요일 오전에 재방송하던 것을 일요일 저녁으로 옮겨 좀 아쉽다. 오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밥맛을 돋구었는데...  주말에 아내는 어디로 놀러가고 아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세계 테마 기행 캄차카 반도 편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나도 저기 가고 싶다' 고 말했다. 나도 가고 싶다. 아이는 요즘 날고 싶어했다. 아내가 가겠다면 애와 함께 보내야지 생각했다.

아파토사우르스(브론토사우루스)의 몸무게가 알려진 38t 보다 작은 18t 가량으로 밝혀졌다. 이건 좀 충격인데?

Ronald L. Mallett, 시간여행자(Time Traveller): 링 레이저를 이용해서 닫힌 시간 곡선을 만들면 frame dragging에 의해(시공간 변형)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만든 흑인 과학자의 수필. 어쩌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본 책이다. 어린 시절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가 읽거나 본 책과 영화의 대부분이 SF라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몰렛 박사는 타임머신을 특허 내기도 했다. 이하:
미국 특허 지침을 조사하면서 타임머신 그 자체로 특허를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 Laser Optical Time Machine and Receiver Transmitter) 로 2003년 7월 2일 미국 특허 상표 사무소에 출원한 특허 신청안에서 다음 정보를 세부사항 아래 제시했다.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는 신호 송수신 장치와 연결된 단방향 순환 광선으로 이루어진 통신장치다. 타임머신 수신기는 특정 용도로 구축된 외부 송신 장치의 장거리 신호를 지정된 미래의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할 수 있다. 그래서 타임머신 내부 송신기는 후속 외부 조건에 관한 정보와 함께 신호를 닫힌 시간 선들을 따라 이전 순간으로 보낼 것이다. 일례로, 불특정한 미래에 행성 우주 비행이 성공하면 신호는 착륙 모듈로부터 지구 지향의 원통형 광 타임머신으로 전송될 것이다.

청구항에서는 LOTART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 순환 광선의 중력장에 관련된 닫힌 시간 고리들과 불특정 미래 시간에서 발신하여 현재로 전송될 신호의 수신을 발생하는 방법.
* 적절한 광학 매질에서 단방향 원통 광선을 구성하는 방안으로, 원통형 구성 방안은 광자수정이나 광섬유, 단방향 링 레이저 다수의 중첩 배열로 근사할 수 있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그 타임머신을 가동한 시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몰렛 박사는 자신이 과학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한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부터 과거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을 맞이한 적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렇게도 답할 수 있다. 최초의 실용 타임머신을 아직 작동시키지 않아서 시간 여행자들이 안보이는 거라고 말이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이 가능하건 말건, 그를 과학자로 이끈 동기는 과학자들이 특히나 애지중지하는 '우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여쁜 아가씨 앞에서 시선을 못 떼는 것처럼 그들 역시 우아함에는 정신 못 차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몰렛의 책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놀랍게도 원자 폭탄 제조의 동기는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펜하이머의 단언에 따르면, 그 연구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달콤했고', 그 부분이 끝내는 전쟁을 종식하는 새로운 종류의 폭탄을 만들어내고 만 과학자 대다수에게 진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언 뱅크스, 다리: 그러고보니 국내에 번역된 뱅크스의 글은 빠짐없이 읽은 것 같다. 다리, 말벌공장,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공범. 이렇게 독특하고 운치있는 작가가 왜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의문이다. 카프카를 베이스로 여러 종류의 모더니즘 문학과 누보로망의 적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SF를 쓰건 순문학 소설을 쓰건 그 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설령 괴롭고 무거운 주제라도 그의 소설은 명랑함을 잃지 않았고, 위트가 넘친다. 매 소설마다 매력적인 여자가 등장한다. 평균 30페이지마다 입으로 곱씹을만한 문장을 가판의 얼음방석에 얹은 싱싱한 고등어처럼 늘어놓는다. 번역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다리'는 이전 그의 소설에 비해 훨씬 감칠맛 나게 읽혔다. 다리의 번역자가 이왕이면 그의 SF도 번역해줬으면 하고 내심 바랬다. 그런데 한국에 이언 뱅크스의 팬이 있을까?
나는 등으로 팔을 뻗어 다시 어둠을 켠다.

물론 그건만 준 건 아녀찌. 마녀들이 말야. 침대서도 마법을 제대로 쓰거든.

"어찌 됐든. 내가 못 견뎌 하는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말대꾸하는 기계일세. 침묵하라!"

지금 나는 장소가 되어버린 사물, 위치가 되어버린 연결 고리, 결과가 되어버린 수단이자 목적지가 되어버린 길 위에 주저앉아 있다.

브릭은 소금을 눈보라처럼 치고, 후추를 화산재처럼 끼얹었다.

모두들 암석의 생을 살고 있다. 처음 어린아이일 때는 화성암으로, 한창 때는 변성암으로, 굼뜬 노망기에는 퇴적암으로(그리하여 섭입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진상은 이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 별인 것이다.
'이끼'가 끝났다. 첫 몇 편을 보고 감질맛 나서 잼겨놓고 보려 했다. 그러고보니 몇 개월 전에 김씨 아저씨가 날더러 이끼를 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시간날 때 몰아서 봐야지.

그랜드 펜윅 시리즈를 작년에 두 권 봤는데 뭘 봤는지 잊어버려서 같은 책을 다시 빌렸다. -_- 개중 안 읽은 석유시장 쟁탈기를 읽었다. 이런 번잡한 유머 코드는 이상하게 잘 안 맞는다. 체질상 슬랩스틱 개고생 아니면 희비 공감회로가 작동하지 않아서일까?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꽤 재밌는 단편 두셋, 피갑칠하는 호러소설이야 뭘 봐도 시큰둥하지만 피의 책에서 두세 편이나 건졌다는 건 의외였다. 보고 2주가 지났는데 파도를 타고 시체가 뒤집히며 오락가락하고, 섬에서 희생양을 키우는 단편은 두고두고 생각났다. 나중에 더 출간되면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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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애가 많이 컸다. 찰떡같은 호기심과 강한 집념, 인간과 짐승에게 공감하는 뛰어난 감정이입 능력, 높은 지능과 학습 능력 등이 설마 부모, 특히, 엄마를 잘 만난 탓이라고 극화가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 딸이 이런 여자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세상을 구할 수 있는 보살같은 자질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했다. 스포츠천재 김연아 같은 건 좀 시큰퉁한 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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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아이와 걷고 있노라면 젊은 처자들이 아이가 귀엽다며 '발광'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저체중에 키가 작아 애가 인형같아 보이는 것 같다. 미운 성격이라 제 엄마는 아이와 두어 시간만 걸어도 녹다운이 된다. 그렇게 예쁜 애도 아니고, 지능도 평범한 수준이라 거리에서 딱히 주목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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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에덴에는 눈에 띄는 벤처 아이템이 하나 등장한다. 그건 그렇고, 초식남/건어물녀 니트족들이 보기에는 몹시 허당같아도, 힘을 합치면 이렇게 일본을 구한다. 동쪽의 에덴 설정: 어느날 난데없이 천억원과 그 천억원을 맘대로 쓸 권한이 주어지고 그 돈으로 장래가 암울한 일본을 구하라고 한다면?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주저없이 개인의 영달은 접어두고 사천만의 일상이 치대는 이 나라의 장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 하겠다. 돈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지혜로운 이를 부러워한 적도 없었다. 존경하는 스승마저 없다. 어? 갈수록 점입가경일세? 이쯤에서 없는 궁상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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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rain. 기무라 타쿠야. 김 새는 드라마.  첫 화의 연출이 영 글러먹었고 뇌과학 어쩌구를 늘어놓는 추리극은 갈릴레오 만도 못했다. 과학실험 열심히 하는 갈릴레오가 그나마 성의 있어 보일 정도랄까? 배우 면상으로 꾸역꾸역 안되는 극 이어갈 생각하지 말고 왠만하면 그냥 집어치는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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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중반부쯤 되니까 좀 시시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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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작년인지 제작년에 Blood: The Last Vampire 애니판을 봤다. 우리나라 여배우 주연으로 영화화했다길래 호기심에 다시 봤는데, 어? 본 것이다. 재미가 없어서 기억이 안났던 모양. 영어 더빙인지 아니면 애초 영어로 녹음한 것인지, 듣고 있으면 징그럽다. 두 번째 봐도 딱히 건질 것 없고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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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법

잡기 2009. 5. 14. 16:57
젊은이들이 남자, 여자를 '남자 사람', '여자 사람'으로 부르나 보다. 성별에 굳이 '사람'을 붙이면 화자에게는 상대 성을 존중하는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청자중 일부(물론 본인)는 그렇지 않다; 내 탓도 네 탓도 부모 탓도 아닌 성차에 존중을 담을 이유가 없어서. 아울러 남자 새끼, 여자 새끼 라고 부르며 욕하거나 히히덕거릴 것도 없지만. 그냥, 애들 하는 행동이 희한스러워서.

이 나라 저 나라 일없이 돌아 다니다가 굳이 그들의 가난이 비참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이 동네에 전등불이 있으면 아이들이 저녁 때 공부해서 40년 후 이 나라에서 달 탐사선을 띄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전세계 오지에서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피코수력발전기(Pico Hydro)에 관해 알아봤다. 조그만 저수지(10m^2 정도?)로 낙차를 만들고 지름 15cm의 5-10m 길이의 플라스틱 도관으로 물을 집중해서 흘려 보내 중국제 20$ 짜리 발전기의 수차를 돌려 200~500W의 가량의 전력을 얻어 오지의 불을 밝힌다. 설치나 구성이 쉽다. 작은 시냇물 하나만 있으면 그런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데, 문제는 저질 부품을 사용해서 부속 중 고정자와 터빈의 고장이 잦다는 것. 싼게 비지떡이지. 달리 말하자면 100$ 내외의 제대로 된 부속을 사용하면 컴컴한 밤에도 전구 2-3개와 TV, 라디오, 노트북, 휴대폰 등을 장기간 사용 가능한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발전기의 정비라고 해봤자 이물질 제거, 터빈 청소, 베어링 교체, 그리스 먹이기 정도? AVR이나 PIC 따위 프로그래밍과 전력 제어 회로 구성 따위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KSLV-I 이름이 '나로'로 결정되었다. 예쁜 이름이다.

이것저것 바빠서 요즘은 주마간산 격으로 읽는 '신문'에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레잡기 -- 누군가 했더니 닭아이님이구나. 스트로스의 엑셀러란도는 글에 쓰인 것처럼 막가는 소설인데 굉장히 웃겼다. 하여튼 그가 쓴 소설들은 다 웃긴데다 읽고난 한참 후에도 다시 생각나는 것들이다. 스트로스나 닥터로우의 장편은 아예 번역된 적이 없어서 아쉽다고 해야할 지...  근근이 주어지는 SF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진 마징가Z
최근 시작한 '진 마징가 Z'의 나레이션: "팔이다! 가슴이다! 거대한 얼굴이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흑철의 성. 마징가 Z!!"

그저 좋다.

동쪽의 에덴
동쪽의 에덴. 오프닝송을 오아시스가 불렀다. 귀여운 그림체. 이거 SF인가? 재미없어 보인다.

옛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삽질하는 자를 삽으로 두들겨 팬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개되어 있는 전국 국도, 지방도 shp 파일을 보고 그간 OSM에서 도로 그리느라 삽질한 것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반포대교 앞에 뭔가를 만들어 놨다. 반포대교에 만들어놓은 분수쇼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한강 부근의 강한 바람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탓에 그걸 전부 틀어놓으면 잠수교 밑을 지나가는 시민이나 차량은 홀딱 젖게 생겼다. 개장식 때 잠깐 틀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모양이다. 멋있을진 모르지만 설계할 때부터 뭔가 좀... 물값도 많이 들어서인지 하루 중 제한된 시간에만, 그것도 풍향을 고려해서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얼마전 반포대교 앞에서 개장식을 하는지 인파가 버글버글 한 가운데  잠수교 길을 통제했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다리 위로 낑낑매고 올라가지 않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잠수교를 행사 한답시고 통제하니 여기저기 실랑이가 벌어졌다. 뭐 나야.. 생까고 기도같이 생긴 것들이 만들어놓은 통제선을 밀고 들어가 잠수교를 건넜다. 몇몇은 나처럼 건넜지만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들이라 실랑이만 벌이다가 물러난다.

자전거 도로 건설하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다.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서 일반도로에 자전거  병행 도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행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자전거 도로(향후 추산 교통분담량을 10%로 잡았단다. 연중 맑은날 220일 기준 140일 가량 비게 될 도로)를 위해 1m 폭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놓으면 차도를 줄이던가 보행자도로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일반 도로의 경우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도 큰 쓸모는 없어 보였다. 자전거 2대가 나란히 지나갈 길도 안되면서 십중팔구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일 것이고 버스/택시의 승하차 때문에 자전거 운행자들 안전하라고 만든 자전거 도로가 어차피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한국, 특히 서울 도심은 애당초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시피 하다.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연결로/연계 도로를 만드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멀쩡한 도로의 일정 용적에 자전거 통행 전용도로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했다. 만일 그런 자전거 전용 도로라면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주행자, 행인들끼리 각자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결국 손해보는 쪽은 자전거가 되지 싶다.

마누라한테 핀잔을 들으면서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탔다. 방문할 때마다 행주산성의 원조 국수집에서 한 번 국수를 먹고, 다음에 그 옆 가게에서 다시 국수를 먹었다. 총 세 번 국수를 먹었다. 원조국수집 국물이나 면이 좀 더 나았다. 어디 갈데가 없어서 한강만 죽어라고 뺑뺑이 돌고 있는 신세가 좀 처량하다. 한강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자전거 타면서 언제나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맞서면 힘들다. 바람은 주행의 제1조건처럼 일반적이었다. 근육이 단단해지자 내가 바람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알드는 우리 신들에게 침을 뱉어요"
"뱃사람은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

르귄의 소설 '보이스' 중.  자전거 타는 사람도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이스는 뭔가를 자꾸 생각나게 했다. 마음에 걸려서 한켠에 두고 생각하다가 꿈 속에서  hafez를 봤다. 하페즈는 이란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무덤에 적힌 싯구를 옮겨 적었던 생각이 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완전한 싯구를 찾았다. 구글에서는 영어로 번역된 그 싯구가 이 세상에 두 페이지 밖에 없음을 알려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I swear, wilt Thou Thy servant name me, by all my love sublime
Higher than my desire of lordship o'er space and time to rise.
 
Vouchsafe, Lord, from Thy cloud of guidance to pour on me thy rain,
Ere Thou command me as an atom from man's domain to rise.
 
Bring minstrels and the wine-cup with thee, or at my tomb ne'er sit:
Permit me in thy perfume dancing from the grave's pit to rise.
 
Though I am old, embrace me closely, be it a single night:
May I, made young by thy caresses, at morn have might to rise!

mausoleum of hafez at shiraz
쉬라즈에 있는 하페즈 무덤. 당시에는 뭐하는 작자인지도 몰랐고 젊은 여자들을 비롯한 이란인들이 무덤에 경배하며 그의 싯구를 읽는 것을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7년 전에 찍은 사진.

설마 르귄이 보이스 쓰면서 하페즈를 떠올린 것은 아니겠지?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디반을 좋아했다. 하페즈의 재능(gift)은 광범위한 감정이입으로 유의에서 유의로 이어지며 마치 레이저같이 결맞은 마법으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것... 설령 그것이 파르시가 아니어서 외계인에게 완전한 감각의 폭풍을 경험케 해주지 않을지언정 -- 워즈워드의 싯귀가 굳이 한글이었더라도 크게 상관없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르귄의 gift에서는 아이러니도, 비극도, 장대한 서사의 발자취도,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문장도 구경하지 못했다 -- 두 촌뜨기가 깝깝한 고향집을 떠나 개고생하러 간다는 평범한(별 거지같은) 서사였다. 반면 voice는 읽기 편했고, 좋았다. 다음 권인 파워를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약오르게도 신청해놓으면 누군가 덥썩 먼저 물어갔다. 한두 번이 아닌데, 소이어의 멸종을 그래서 아직도 못 읽었다. 아이는 스미소니언 공룡 전집을 즐겨 읽고 공룡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데, 난 이게 뭐냐?

예전에 이씨가 배명훈 소설이 읽을만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그 반대로 그 작가가 그저그런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알라딘에서 얼마전부터 연재중인 그의 소설, '타워'를 읽었다. 그리하여, 왜 그의 글을 재미없어 했는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 별로 웃기거나 재밌지 않은 개그 나부랑이를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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