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4.15 NASA 2

NASA

잡기 2007. 4. 15. 01:54
'지구에서 달까지'를 다시 봤다. 여전히 훌륭한 드라마다. '마녀 사냥은 그만하고 어서 달에 보내주쇼', '마누라는 빵을 구워. 난 달에 갔다 올테니' 과거의 나사는 꿈을 현실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던 곳이지 싶다. NASA는 Never Absolutly Sure Anything의 약어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 제대로 지었다.

오랫만에 인도 음식을 먹어본다. 이제는 동호인도 뭐도 아닌 사람들(겉은 멀쩡한데 사회생활에 실패한 오타쿠 분위기도 다소 풍긴다)과 이태원의 뉴델리 식당의 만 몇천원짜리 커리 부페식을 먹었다. 대여섯 종류의 커리, 밥과 난, 치킨 탄두리, 사모사, 짜이 등을 제공했다. 음식의 맛과 질은 평범한 수준. 커리에 사용한 향신료가 약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접시를 채 비우지 못한 듯. 밥먹고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왕복거리는 41.5km.


야밤의 한강 풍경은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 비하면 한심스러운 편. 서울시청도 그걸 알아서 몇 년전 다리에 조명을 설치했다. 예전보다 덜 을씨년스러워 졌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아니다.


한강 고수부지 및 강변 산책로의 진미는, 세계적인 대도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강변 풍경이 아니라 거친 콘크리트의 노출이 주는 도회적 부조화(피폐함?)와 난개발 이후 적당히 방치된 들쑥날쑥함이다. '괴물'을 찍은 박감독은 그걸 잘 포착했다. 영화는 강변산책로를 포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점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그 영화의 로케이션을 속속들이 이해할 것이다.


각도가 조금 바뀌면 서울 같지도 않아서 개발도상중인 어떤 국가의 강기슭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거짓말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저 멀리 다국적 기업이 세운 고층빌딩 만이 을씨년스러운 도심의 스카이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던지. 저 흐릿한 실루엣 만으로 짜오프라야와 한강을 구별할 수 있을까?


강변산책로의 음침한 구석구석에는 노숙자가 머물지 않는 것 같다. 돈 없고 갈 데 없는 중삐리, 고삐리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채 소주 한잔씩 빨면서 회포를 푸는 듯. 한 녀석을 잡고 다구리중. (농담)


yes, yes, yes, yes, oh yes.
베로니카, 빅토리아, 베아트리체, 또는 007 제임스 본드.


괴낚사 회원인 듯. '한강에 괴물이 살지 않는다는 것은 현저한 공간의 낭비다' -- 강 태공.


밤의 강변로는 낮의 강변로와 다르다. 낮에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한강의 진행 방향이나 진행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그늘 한 점 없는 산책로로 햇빛이 작렬하고 온갖 종류의 장애물들이 돌아다닌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종잡을 수 없는 강아지들 때문에 자전거 속도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밤이 되면, 아홉시가 넘으면 그것들이 거의 사라진다. 피부를 스치는 선선한 공기와 바람의 냄새, 그리고 도심의 불빛이 수면에 현란하게 반사된다. 도로는 텅 비어있다.


불광천과 홍제천 갈림길을 앞에 두고. 노출시간이 1/4초. 이런 사진을 삼각대 없이 부실한 똑딱이 카메라로 거침없이 찍어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수색역.


강변 산책로의 야경은 여러 모로 혐오스러운 서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나 인라인이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아마도 적절한 수단이지 싶다. 자전거를 타면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었다. Tchaikovsky, Swan Lake, Waltz 중 클라이막스 (2:20)

술을 잘 못 마시게 되었다. 술, 여자, 도박 중 두 가지가 인생에서 멀어졌다. 이제 도박을 할 차례가 된 셈인가? 도박은 할만큼 했다. 더 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 마누라, 아이, 어둠의 핵심처럼 짙은 고독과 재테크 밖에 남지 않았다. 선배가 말했다; '너나 나나 인생이 관리가 안 되는 놈들이지. 그게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고' 가슴에 징하게 와닿는 말이다.


3월이 다 가기 전에 마누라를 데리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마그리트 전시회에 갔다. 미술관에서 진중권을 보았다. 진중권이 예전에 마그리트에 관한 책을 썼던 것 같은데? 아내는 진중권이 누군지 잘 모른다. 유명인사임에도 저자대로에서 고개 뻣뻣이 세우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썩 부러운 일이다. 더 좋은 것은 유명해지지 않는 것이다.


결혼한 친구들 중에 나처럼 집에서 애보고 밥하고 빨래 너는 남편은 없는 것 같다. 마누라의 친구, 후배들은 사사건건 트집잡고 간섭하면서 가사를 돕지 않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 풀렸다 하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부류가 많은 것 같은데, 마누라는 감사해 할 줄을 모른다. 옛말이 그르지 않다. 마누라한테 잘해줘봤자 개김성만 늘어난다.


마누라의 사진 찍는 솜씨는 전보다 나아졌다. 노출 부족이 태반이지만 소발에 쥐잡기 격으로 가끔 건질만한 사진이 나왔다. 사진은 많이 찍어봐야 는다.


그러는 나도 아이 덕택에 꺼려하던 인물 사진을 다 찍어본다. 이랬던 얘였는데,


헤어스타일을 바꿔줬다. '아빠는 제가 미우신 거죠?'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여러 사람 입에서 좋은 소리 못 들었다. 멀쩡한 애 다 버려놨단다. 언제는 개성이 중요하다더니만. 루머에 따르면 다음 스타트랙 시리즈는 스팍의 어린 시절 얘기란다. 소울이는 영혼을 찾아 고뇌하는 스폭의 어린 시절 모습을 연기하기에 제격이다. 너는 이제부터 스팍이다.

스팍, 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