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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만들기

잡기 2009. 2. 26. 20:18
인기절정(?)인 F4를 보다가... 여자애가 왜 저렇게 늙었지? 어휴 재미없어라.

제 4회 2008년 올해의 과학도서 10권(2008.12.2일 선정)  -- 보고 싶거나, 봐야할 책만 링크를 걸어뒀다.
2월 22일, 올 들어 두번째로 자전거를 탔다. 강변로에서 잠실 방면 양재천 합수부를 통해 과천까지 가서 과천에서 안양으로, 안양천을 따라 다시 한강 합수부까지 이어지는 속칭 'Heart Course'. 실제로 관악산을 빙 두르는 심장 모양의 코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에서 한강변까지 약 9km를 제외하면 하트 코스의 길이는 69km 가량. 주행거리 77.6km, 주행 시간 4h50m, 쉰 시간 1h25m, 평균속도 15.9kmh. 꽤 한심한 기록이다.

35km 부근부터 이상하게 패달이 무거워 뒷바퀴를 흘낏 살펴 보니 바람이 없어 타이어 접지면이 넓다.헉! 저번에 자전거 타면서 바람 넣어야지... 하고 잊어버렸다. 어찌나 힘이 들던지 약 50km 주행해서 안양천에 도달했을 때는 근육 사이에 송송이 맺힌 젖산 때문에 다리가 뻣뻣해져서 중도 포기하고 마침 가까운 사무실에 자전거를 놔두고 돌아갈 생각을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완주하자, 가다 보면 타이어 바람 넣을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평속 12~14kmh 노인네 관광 유람 속도로 두 시간 가량을 달렸지만 끝내 바람을 넣지 못했다. 다리는 점점 굳어가고, 저녁 무렵이 되면서 날은 추워지고(손이 시려서 기어 바꾸기가 힘들다), 먹은 거라고는 500ml 짜리 생수 뿐이라 배가 고파서 안양천 자전거 도로변 노점에서 2천원 짜리 컵라면을 사 먹는데, 주인이 날더러 '잘 생겼다'며 슬며시 삶은 달걀 두 개를 공짜로 줬다.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월드컵 경기장 부근에서 할아버지를 추월할 때, 할아버지가 핸들을 잘못 틀어 내 자전거 뒷바퀴를 박고 길에 엎어지셨는데, 멈춰서 일으켜 드리고 괜찮으시냐고 물으니 별로 안 괜찮다고 막 욕설을 퍼붓다가 내 '잘 생긴 얼굴'을 보시더니 난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말씀 하셨다.

성수대교를 건너고 인상 긁으면서 힘겹게 패달을 밟아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샤워 하고 나서 활활 타는 것 같은 다리 근육 때문에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아무 생각 안 난다. 아무리 맞바람을 맞았다지만 평지 70여 km를 이렇게 고생스럽게 주행한 것은 오랫만이다. 바람 빠진 타이어 탓이 크지만, 조만간 다시 그곳을 주행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리뷰하기로 했다.

술 마시면서 십여 년 만에 본 박씨와 등산 얘기를 하다가 그가 등산학교 가자고 말했다.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이 공포심을 느낀 장소는 두 번 다시 안 간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곳에 몇 번씩 가지 않았나(실은 그렇긴 한데, 알아주니 고맙지 뭐). 고로 겁이 없던가 극복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산등성이 하나만 더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그러게 말이다.

박씨에게  차가 지나지 않는 한적한 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상태를 상상하고, 눈을 감은 후 20초 동안 걷고 나서 눈을 뜨고 자기가 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추측해 보라고 말했다. 그게 내가 느끼는 무지와 감각차단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나이 들수록 점점 심해졌다. 일찍부터 싸돌아 다니길 좋아해 사고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반사 신경과 균형 감각의 부족. 의지는 누구 못지 않지만.

밍밍한 맥주 범인은 탄산수?
-- 비단 이런 기사 때문은 아니지만 우연히 기회가 닿아 맥주 만들기 동호회 초보 교육에 참석했다. 조교의 잠언은, '라면 끓이는 정도면 맥주도 만들어 먹는다'. 아내한테는 아무 말 안하고 갔다.
 
1.7kg 내외의 캔 맥주(beer kit)를 설탕(또는 맛을 좋게 하려면 드라이몰트)과 23리터(21리터가 좋단다) 정도의 물에 섞은 다음(물은 그냥 수돗물. 잡세균이 있는 생수 류의 미네랄 워터는 곤란)  깨끗이 소독한 발효조에 넣어 섞고, 물의 온도가 20~25도 부근일 때 효모를 넣고 뚜껑을 닫아 공기를 차단한 다음, 일주일쯤 상온에서 발효한다. 비중이 1.01 정도면 발효가 끝난 것이다.

PET 맥주병 같은 빈 내압용기에 설탕을 5-7g 쯤 넣고 발효된 맥주를 병입한 후 뚜껑을 밀폐해 상온에서 며칠 동안 발효시키면 효모가 산소+당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때 쯤 되면 PET 병이 벽돌처럼 딱딱해진다. 이후 냉장고에 넣고 1주 이상 숙성시켰다가 마신다. 이것이 그날 교육의 전부다. 쉽다는 건 주워들은 풍월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고 들으니 어처구니 없이 쉬웠다. 하지만 다년간 홈 브류어리를 해 온 '전문가'의 짬밥과 경험 역시 쉬울까?

21리터 정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비어 킷 33000원 가량, 설탕 한 봉지(얼마나 될까?). 초기 투자비(자재비)는 6만원 가량. 매달 3-4만원 정도 투자하면 전문가가 제대로 만드는 시내 하우스 비어 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망할) 카스 생맥주보다는 나은 맥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교육 참가비는 2만 원이었는데, 네 종류의 각기 다른 맥주와 꽤 잘 만든 훈제 돼지고기, 훈제 닭 안주와 함께 시음했다. 그리고 1차 발효가 끝난 앰버 에일(Amber Ale), Dark Ale, Mii 뭐라는 맥주 각각 1리터씩 세 병을  받았다. 2주 쯤 후 개봉해서 기분좋게 마시란다. 교육장에서 맛 좋은 안주와 함께 썩 괜찮은 맥주를 1리터 쯤 들이마신 탓에 알딸딸했는데, 맥주도 세 병씩이나 주니, 교육비 2만원이 하나도 안 아까워 흐뭇하다.

여름에는 맥주를 잘 안 만든단다. 만들어봤자 6월까지라고. 아마도 효모 활동에 적합한 온도 때문인 것 같다. 라거 종류의 하면 발효 주조는 낮은 온도를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18~25도 사이에서 발효시키는 에일, 스타우트 같은 상면 발효 맥주가 간단하고 쉬운 홈 브류어리의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그냥 추측이다). 뭐, 에일 보다는 필스너나 라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집에 돌아와 즐겨먹는 하이트 맥스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비교할 겸 한 병을 사와 마셨다. 교육장에서 마신 것이 여러 모로 낫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서 혹시 실패하지는 않을까? 저 제작 과정 어디서 어떻게 해야 실패할 수가 있지? 실패하기가 무척 어렵진 않을까?

직접 제작과 시중 판매 맥주 사 먹는 비용 사이에 경제성을 비교해 보았다. 1.6리터 PET가 4300원이라 가정할 때,

시중 맥주 판매가 = 2687원/리터.
초기 투자비(자재비) = 6만원 (발효조, 비중계, PET 병 따위들 세트로 판매)
1회 제작비 = 비어 키트 33000원 + 설탕 2000원(추정).

2687원/리터 > ((33000 + 2000) * n + 60000)원 / (21 * n)리터  일 때,
n=3회 이상. n=3일 때 제조단가는 2619원/리터

맥주를 10회(210리터) 만들면 제조단가는 1952원/리터로 떨어진다. 맥주 한 번 만드는데 1개월 걸린다고 치고, 3월 중순부터 만들기 시작한다고 치면, 상반기 3개월 동안 16만5천원을 들여 4월 중순부터 63리터의 맥주를 그야말로 배터지게 마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 5일, 하루 1리터씩 매일 마실 수 있다. 주 3일로 하고 하루 2리터로 할까? 음...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비용을 줄이면서 첫 21리터를 합리적으로 소비할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 당장은 보관용 냉장고가 문제라서.

전업주부랍시고 집에서 놀고 있는 마누라 시켜서 맥주 제조해 판매할까?
오...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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