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22 Big Bang 1
  2. 2007.12.19 Year Song

Big Bang

잡기 2009. 7. 22. 20:34
DDoS 공격 진원지로 몇몇 언론이 북한을 집더라.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시장주의를 찬미하던 어떤 언론은 포이즌 필을 옹호하기도 했다. 콧방귀를 뀌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즈음에는 그런 언론더러, 'you are not 언론' 이라고 말하더라.

술 먹고 집에 가기 위해 늦은 시각 택시를 잡으러 도로변에 나왔다. 마침 비가 내려 일행을 먼저 택시에 태우려고 얼른 앞에 보냈는데 그들을 안 태우고 내 앞에 서서 나를 태운다. 택시 기사에게 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안 태우냐고 물으니 비 오는 날 우산 안 쓰고 있는 사람은 택시가 보통 태우지 않는단다. 밤새 영업해야 하는데 비맞은 사람 태우면 시트 젖고 냄새 밴다고. 내리자마자 승차거부로 다산 콜센터에 신고할까... 하다가 기사 양반 사연이 기구해 관뒀다: 얼마 전에 강도를 당했고, 저번 주 금요일 밤에는 택시 영업해서 번 돈 23만원을 털렸다. 억울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요즘은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 택시 번호를 알려주면 택시기사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승차거부에 관한 전화를 하지 않았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 '개발자들이 피고름 짜내고 각혈하고 팔 한쪽 잘라서 맞바꾸면서 '신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는 쌍팔년도 '신화창조의 비밀'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이라고 믿는 좀 순진한 견해지 싶지만(만선의 기쁨 운운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욕이 되진 않겠지), 개발자가 된 동기가 돈벌이인 사람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은 양심의 질량 얘기를 자주 했다. 한 번도 전체 스토리를 말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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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으니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데?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행주산성에 갔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처음 일반도로를 달릴 때는 신경이 곤두섰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편. 서울의 도로사정이 뻔한데 일반도로에 아이 태우고 돌아다니는 건 정신나간 짓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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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짓인 줄 알면서도 북한산성 탐방로 옆 골짜기에 아이를 태우고 갔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이가 꽤 좋아한다. 자전거 타면 집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고향에서나 보던 종류의 계곡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덕택에 산행도 거의 못하고, 자전거도 별로 못 타서인지 뱃살만 늘었다. 아니 사실은 최근 몇 주 동안 자주 술을 마신 탓일께다. 허리를 수그리면 뱃살의 두께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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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대피 개념도. 잘 그렸다. 개념사진이다.

OSM에 도로를 올리고 2주가 지났다. 서울 시내 도로를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소한 한국의 유명 산 트래킹 코스를 OSM에 시간나는 대로 넣어보려고 노력중이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설악산, 수리산, 청계산 코스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 여러 개의 GPS 트랙로그를 합쳐 올린 다음 편집하면 오차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튼 그중  북한산 및 도봉산 트래킹 코스는 그야말로 대작이다.

북한산 작업만 일주일이 걸렸다. 아는 지식이 일천하고 데이터가 부족해 능선 코스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도 약도 수준의 paran 등산지도 보다 낫고 네이버, 다음 맵에는 없는 지도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흐몽족에게는 미국이 좋아요. 여자애들은 대학에 가고 남자애들은 감옥에 가죠.' -- Gran Torino.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치고 재미가 없었다.

닐 게이먼, 인터월드: 그저그런 애들용 동화. 별 감상 없다.

로버트 하인라인: 므두셀라의 아이들: '우주선은 대기권 재진입을 끝낸 다음 길고 단조로운 불완전연소 활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불완전 연소 활강? 그게 뭐지?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저는 독자여서 어머니께서 계속 따라다니셨습니다. 저를 찾으시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착륙선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더 젊어지지 않을 거고요. 타십시오."
"하지만..."
"한심한 놈!"
젊은이는 라자러스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딱 한 번 걱정스러운 눈으로 비탈 쪽을 돌아보았다. 라자러스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체외수정에 대해서 논란이 참 많았지.'
체외수정이 마마보이를 만들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므두셀라의 아이들에서 늘어놓는 과학기술 묘사는 고색창연하기 그지없었다.

"... 우주 전체에 인간이 코를 들이밀 수 없는 일은 있어선 안 되지.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맞아. 어쩌면 그냥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농담일지도 모르지. 아무 의미도 없는."
라자러스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다음 갈빗대를 긁었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네, 리비, 해답이 뭐건 간에 나무가 서 있는 한 계속 기어올라서 구경거리가 뭐 있나 하고 끝없이 둘러볼 원숭이 한 마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 말이야."
하인라인은 원래 이랬다. 아니면 그 시절 SF가 전부 저랬던가. 역자후기에서 하인라인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무지하고 단순하며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다는 비난을 듣기로 작정하고, 사건의 전개 양상과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에 따라 과학소설이라는 이름의 수평선을 그어보자. 선의 왼쪽에는 두뇌 중시형 주인공이 등장하며, 독자는 이쪽 작품들의 참맛을 알기 위해 지적 추리 능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 한다. 반면 오른쪽 주인공들은 뛰고 날고 행동하며 독자들은 그들의 운명을 좇아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과학소설을 양분한다면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단연코 우측에 몰려 있다.
내 취향은 그럼 중도좌파 모더니스트라고 해두지.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옛날 SF답게 고리타분해서 '최신 유행'에 민감한 나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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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작전을 이렇게 말했다: "숨어있는 저평가주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거지." 배우들이 많이 풋풋하지만 재밌게 봤다. 주변에서 보고 듣던 얘기들이라서 친근감마저. 배합을 매끄럽게 유지해 숨결대로 따라가기 편한 영화 였다. 캐릭터 구현도 좋았고 대사가 느끼하지 않았으며 메시지가 적당했다. 그런데 matching transaction이 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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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장면. 한쪽에선 포대로 시체 말고 한쪽에서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개자식이 장 마감을 몇 분 앞두고 매도할지 말지 고민하고. 술자리에서 '작전'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게타카'와 '남자 이야기'란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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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매력적인 컷 분할. 졸지 않고 완샷에 읽어버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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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eapple Express. "이게 바로 대마초의 미래야. 동시에 세 군데에 불을 붙여. 그럼 연기가 모여서 세 배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지. 네 손자들은 이걸로 피울 꺼야." 저렴한 예산에, 되는대로 갖다 붙인 무의미한 스토리 라도 천사와 악마보다 재밌다. 보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것이 진정한 주말 시간 때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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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매그니튜드 8.0. '본 작품은 수도권에서의 거대 지진 발생을 가정하여, 방대한 리서치와 검증을 기반으로 제작된 픽션입니다.' 라고 말했다.  주인공 아이들이 어려서 앞으로의 내러티브를 우연과 운의 도움없이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저 슬프고 가엾은 이야기라면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재앙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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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제목이 참... 촌스럽다. 일루미나티 흉내내는 것들이(초반부터 사기란 걸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심한) CERN의 LHC에서 만든 반물질로 바티칸을 날려버릴 궁리를 한다는 설정  -- 안 그래도 영양가 없고 그저 생각만 해도 얼토당토 않고 정 떨어지는  소재. 원작은 얼마나 거지같은 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최소한 각본과 연출이 쓰레기 같아 왜 저 따위로 밖에 못 만들었을까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 영화 본 사람들은 화살표를 다음 장소를 가르키며 간발의 차이로 지정한 장소에 찾아가는 이 영화가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그래서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차원에서 적었다.

사이먼 싱, 빅뱅: 역시! 사이먼 싱의 글은 뭘 봐도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다. 이제까지 과학저술가들의 입을 빌어 알던 빅뱅을 대단히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바꿔 놓았다. 정말 재밌다. 첫장의 인용문: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삶을 코미디 수준보다 조금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극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스티븐 와인버그.

코메디는 이해하겠는데, 무슨 비극? 인생의 목적에 관한 독특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경에 살았던 급진적인 사상가로 인생의 목적은 "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책의 서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에라스토테네스가 시에네의 우물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기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월식을 이용해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손톱을 이용해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아리스타르쿠스가 반달일 때 태양과 지구가 직각을 이루는 것을 알고,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그리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이용해 태양의 크기를 측정한 방법
이미 알만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명쾌하게 해내는 것이 글쟁이의 재주다. 그 다음 장도 마찬가지. 단조로운 사실 관계로 지루해질만한 글을, 발로 뛰면서 수집한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총기와 익살을 곁들여 드라마타이즈한다.
역사학자들은 Giordano Bruno가 별들이 각자 행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다고 한 '무한한 우주와 세상에 대하여 On the Infinite Universe and Worlds'라는 책을 쓴 것에 교회가 분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루노는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마 형을 선고하는 당신들이 형을 받는 나보다 더 큰 공포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00년 2월 17일 그는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로 옮겨져 발가벗겨진 후 화형당했다.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내가 한 때 SF 단편을 쓰려고 했던 소재였다. 아울러 빅뱅에는 재치있는 농담꺼리가 즐비했다.
천문대로 운전해 가고 있던 천문학자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경찰을 속이려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붉은 신호등인데도 지나가다가 걸린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신호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청색편이가 일어나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 신호 위반 딱지를 취소했다. 그 대신 속도 위반 딱지를 떼고 벌금을 두 배로 물렸다.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일 정도의 도플러 편이가 일어나려면 그 천문학자는 시속 2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싱어 부인은 아들 앨비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앨비는 의사에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렇다면 주변의 모든 것도 팽창하여 결국은 모두 파괴되어 버리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싱어 부인이 끼어든다. "우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 그리고 브루클린은 팽창하지 않아." 싱어 부인의 말이 확실히 옳다.

후테르만스는 외조부모 한 사람이 유대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반유대적인 말을 들으면 "당신 조상이 아직 나무 위에서 살고 있을 때 내 조상은 이미 수표를 위조하고 있었어" 라고 반격했다.

후테르만스는 자신과 앳킨슨이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들의 연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별 내부의 핵융합에 관한 연구 논문을 완성한 날 밤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밤, 논문을 완성하고 여자 친구와 산책을 나섰다. 어두워지자 별이 하나둘씩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참 아름답지?" 여자 친구가 소리쳤다. 나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어제부터 별이 왜 빛나는지 알게 됐어."

그의 여자 친구 카를로테 리펜슈탈은 확실히 감동 받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후테르만스의 여자 친구는 혹시 착각하지 않았을까?
과학자 대부분은 빅뱅에 관한 교황의 지지는 진지한 과학적 토론에서 인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황의 지지 발표 후 오래지 않아 빅뱅 지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반격이 시작되었다. 경쟁 이론인 정상우주론 지지자들이 교황의 연설을 빅뱅 모델을 모욕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물리학자 Williamson Bonner는 빅뱅 이론은 기독교를 선전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프레드 호일 역시 빅뱅 이론은 기독교적 기반 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정상우주론자인 토머스 골드도 동조했다. 교황 비오12세가 빅뱅 이론을 지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골드의 반응은 짧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교황은 정지해 있는 지구도 지지했었다."
읽다가 너무 웃겨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쳤다.
'마법의 용광로 The Magic Furnace'의 저자 Marcus Chown은 별 연금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수십 억, 수백 억, 심지어는 수천 억 개의 별이 죽어야 한다. 우리 피 속에 있는 철, 뼈 속의 칼슘, 숨을 쉴 때마다 우리 폐를 채우는 산소는 모두 지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죽어간 별의 용광로 속에서 만들어졌다."
 저번에 읽은 이언 뱅크스의 '다리'에서 이와 유사한 대목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이 다음 문단은 이랬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별의 먼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하고 커트 보네것은 후자였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모자를 벗고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빅뱅의 열기를 느껴보라. 아주 성능이 좋은 FM 라디오를 가지고 있고 방송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쉬-쉬-쉬-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미 이런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마음을 달래준다. 때로는 파도소리 비슷하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수백억 년 전부터 오고 있는 잡음의 0.5% 정도이다.
어린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고 나가 컨택트의 여주인공처럼 백색잡음을 멍하니 듣곤 했다.하여튼 빅뱅과 정상우주론의 스코어보드 전쟁 덕택에 오랫만에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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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Song

잡기 2007. 12. 19. 02:40
  • 이보디보 -- 교재 빼고 발생생물학 책은 거의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기회.
  • 만들어진 신 -- 읽다가 졸려서 좀...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온 사방에서 핀커, 핀커 해대니 최근 핀커의 책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낌. 안 그래도 읽을껀데 자꾸 들으니까 부아가 나서 안 읽고 개기는 중...
  • 소수의 음악 -- 소수에 관해선 대충 낯 익을 만큼 본 것 같은데 뭐가 더 있을까.
  • 스트링 코스모스 -- 안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또는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성과라도 있다면 모를까.
  • 스피노자의 뇌 -- 안 봐도 내용이 뻔할 것 같은 (초심자용) 마음과 인식의 가이드북으로 보임.
  • 인간 없는 세상 -- 얼마 전에 소개받은, 헐리우드 재난 영화 같다는 책. 암, 두통약은 걸러도 블럭버스터물이라면 꼭 봐줘야지.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걸렸는지 흥미로워 보임
  • 칼 세이건 -- 그의 왠간한 에피소드는 이미 보고 들을만큼 경험한 것 같은데... 파인만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닌 노력형 범생이라서...
  • 특이점이 온다 -- 가끔 지인에게 권해주긴 하지만 (광기어린 문장으로 가득찬) 그 두께에 다들 질려버리는 것 같음.
서점에서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책에 돈 들이는 것이 점점 아깝다는 조잔한 생각),  2007년에는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흥미로운 과학교양서적이 적은 것일까? 이보 디보, 인간 없는 세상 정도를 일단 구해봐야겠다.

길 가다가 '느리게 살자'는 문구를 보고 웃었다. 0.5x 나 0.1x 정도로 살면 느리게 사는 것일까?  '나'를 세상에 갖다 맞추지 말고 세상을 내게 갖다 맞추자는 부류의 얘기지 싶다. 또는, 느리게 살자는 말은 그저, 건강을 생각해 가끔 게으름 피우고 지내자는 뜻일께다.

중천에 뜬 달이 질 때까지 해변에 누워 달 쳐다본 적 여러 번 있다. 정말 느리게 살다보면 쓸데 없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명상 한다고 앉아 있으면 텔로미어도 그만큼 멍하니 짧아지게 마련. 하루 6시간 자고 14시간씩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총알이나 말뚝이 몇 개 뚫고 지나간 것 같은 가슴으로 인생을 허비하여 후회하노라고 말하는 거야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 즉, 조건에 들어맞는 인간 누구나 언제든지 내키면 할 수 있다.

산을 넘는 달이나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짧지만, 생활 속도는 1x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 멈추거나 느려지면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 멍청할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뇌가 놀 시간이 없어 굳이 느려져야 자기 자신을 명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평소에 자기 자신에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대개 인간의 두뇌는 8g 이상의 중력 가속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심박이 낮으면 저혈압을 동반한 갖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신경의 반사속도가 0.7s 이상이 되면 길에서 걷는 사람과 충돌하여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느린 인간은 인간의 맞대면 소통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제스쳐, 얼굴변화, 톤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어 소통 장애에 시달리며  때로는 상대의 감정 변화를 제때 읽지 못해 사랑(교미와 번식)의 실패로 이어진다. 아울러 이 사회는 자폐아를 격리하려 하고 사고 속도가 느린 사람을 정신지체라는 장애로 취급한다.

또는, (웃음을 머금고) 난 주변에서 1x 이상의 가공할 스피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1x였고 보통은 0.7~ 0.9x의 속도로 살아간다. 나쁘게 보자면 인간은 대체로 게으르다.

마음을 데우는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소수의 초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필요한 경우 주변의 시공간을 축퇴시켜 시간을 멈추거나 느리게 흐르도록 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끔 스스로에게 되뇌이듯이  '느리게 살면 참 좋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생략하고, '느리게 살아보세'에 대한 내 정서는 보통 '엿이나 쳐드삼'에 많이 가깝다.

애를 업고 일요일에 북한산에 올랐다. 멀리는 안 가고 약 한 시간쯤 능선까지 기어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등에 진 것이 무생물 배낭과 달라서 산길을 걷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어려웠다. 아이는 바짝 쫄았는지 등 뒤에서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얌전히 앉아 있었다. 숨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겁 먹은 것 같다. 환영할만한 분위기 인지라 애를 겁주기 위해 가끔 데려와야겠다.

청와대
영욕의 역사 현장을 증언하는 듯('20년전 저 앞은 피바다였어') 인상을 긁는 소울이는 며칠 전 제 엄마와 관광차 청와대를 방문했다.

아무튼. 항간 등산객들의 욕설처럼 등산로 조성한다며 등산로에 바윗돌을 박아놨다. 이런 길을 몇 시간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 노인네들 무릅 다 나간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해 놓은건지. 그러다가.... 연신내 역이던가, 아니면 구파발 역이던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당신 한 사람 북한산에 안 올라와 주시면 산이 살아납니다' 비슷하게 적힌 커다란 광고판을 본 기억이 난다. 등산로 조성 사업은 이렇게 조금만 앞뒤를 살피면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산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많이 훼손되었다. 비교적 산세가 험해 매 주 사고가 생겨 다리가 부러지거나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최근 수 년 새에 무슨 까닭인지 북한산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 연초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주5일 근무제 때문인 것 같다. 이건 뭐, 겨울에도 산 꼭대기가 바글거리니 점점 산타기가 내키지 않는다.

일리움, 트로이, 헬렌 오브 트로이, 오 브라더 웨얼 아 유?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일주일을 일리아드 오딧세이 속에서 허부적거렸다. 일리움 -- 댄 시먼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훌륭한 장편 시대 서사물을 썼으나(그는 서사의 대가다. 이야기로써뿐만 아니라 문장력으로써도) 문제는 일주일 동안 그 무거운 책을 한 손에 받쳐들고 지하철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를 오락가락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헬쓰보이'가 되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을 젠장맞을 낚시질로 끝냈을 뿐만 아니라, 후속편인 올림포스는 2008년 출간 예정이라는 더더욱 엿같은 선전 찌라시로 막장을 닫았다. 출판사나 역자의 순수한 호의와 친절이 두 배로 울컥 치밀어 오르게 했달까?

이건 뭐, 묵향도 아니고.

형제여 너는 어디 있나? 라는 코헨 형제의 영화 중 한 장면.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목가적인 저 풍경 아래서 두들겨 맞는다. 조지 클루니가 왜 뭇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조지 클루니의 표정을 봤다. 아, 저 느끼한 양반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동네 어귀의 이명박 포스터는 통산 다섯 번 찢어졌다. 웃동네 포스터도 역시 몇 번 찢긴 흔적이 있다. 다른 동네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왜 이 동네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다. 공약의 질은 권영길이 제일 낫지만 대통령 당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자가 차기 총선에서 민노당의 생존을 보장하는 그럴듯한 차선책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 내년 총선에서 과연 의석이나 확보할 수 있을런지. 정동영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이탈을 조장한(방관한) '배신자'라서 안 뽑을 것이고, 공약이라고 내세운 여러 정신 나간 헛소리와 부패비리로 썩은 이명박과는 애당초 인연이 없고, 출마하면서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늘 겉도는 우직한 애국애족 수구꼴통 이회창을 찍을 일도 없다. 대선 쇼핑의 가격대 성능비 및 감상적 지지 성향을 따져보면 역시 문국현이다. 문국현의 공약은 그저 그랬다.

오랫만에 만난 김씨 아저씨와 술 한 잔 하면서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약 2개월에 걸쳐 HW 개선 아이디어를 수십개 정리한 67페이지 짜리 pt 자료를 연례 발표 했다. 내용이 워낙 안드로메다적이고 전문적이라 참석자의 90%가 졸았다. 대충 하고 송년회 하러 갔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소주 2.5잔, 맥주 1000cc. 날이 갈수록 술맛을 잃었다. 술 좀 마시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거의 멀쩡한 정신에 노래방에서 2시간 반 동안 꽥꽥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물론 노래방에도 가지 않는다.
 
사실을 수식하는 쓰잘데 없는 잔털을 깨끗이 제거하면 태어날 때부터 오류 투성이인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독버섯처럼 우후죽순 곡해와 오해가 꽃핀다 -- 편의상 21세기 오캄의 전기 면도기 정의 --  진실과 사실은 '따라서' 사과 껍데기 벗겨 먹듯이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수식을 일정 정도 필요로 한다. 

John G. Hemry says:  As a writer, too, I wanted to see what the replies in this discussion said. I have some marketplace evidence that the opinions here do reflect what a lot of people want. When the first book in my latest series came out (Dauntless, under the pen name Jack Campbell) one magazine reviewer complained that it could have been serialized in John Campbell's Astounding. This attempted put-down helped my sales, as a number of people have told me they sought out the book because that's the kind of story they were looking for. In terms of science I put in something that isn't normally done, including light-speed limitations and relativistic effects in engagements ranging over light minutes and light hours of distance. Far from complaining about that level of complexity, many people have praised it. So pay attention to the posts here, Greg. Readers want good, intelligent space opera.
잭 캠벨,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의 What do you think is missing from today's SF?에 대한 주절주절 늘어놓는 코멘트 중 밑줄 친 부분 100% 공감.  게시판에는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빌어먹을 인권 및 환경 문제 보다, 단 한 권의 읽을만한 SF가 없다는 서글픈 결론에 투정을 부리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블로그들 사이에 떠도는 설문.
 
【1】당신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유명한 동화지만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떨 것같습니까? 인어공주가 살아있는 삼치를 먹는 이야기
 
【2】책장을 넘기니 한 장만 색깔이 다릅니다. 그것은 전체의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합니까? 첫장 바로 뒤
 
【3】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인어공주가 달빛 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삼치 뼈로 된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부른다.
 
【4】당신은 지금, 다이아몬드를 한 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다이아몬드입니까? 되도록이면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손톱 반 정도의 핑크빛 다이아몬드 원석.
 
【5】당신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누군가가 뒤에서 훔쳐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요? 거울에 비친 내 뒷모습
 
【6】당신은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가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떤가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졌나요? 아니면 변화가 없나요? 여전히 아름다우나 그 가치에 관해 의문을 가짐.
 
【7】당신은 그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 건가요? 누르
 
【8】당신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시내에 나갑니다. 집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1차선 도로
 
【9】시내에 도착해서 당신은 인형을 사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집은 인형을 보고 "저거 갖고 싶어!"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몇 살 정도의 사람입니까? 20대 초반. 흔해빠진 오타쿠.
 
【10】당신은 인형을 포기하고 수제 케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자, 완성된 케익을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해주세요. 보기보다는 맛있을 꺼야
 
【11】선물을 건네주기 위해 당신은 택시를 타려고 합니다. 택시를 타려고 하니까 기사가 승차거부를 합니다. 멀어져 가는 택시에게 한마디 한다면? 할 말 없음.
 
【12】책장에서 뽑은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거기에 마녀그림이 있었습니다. 그 마녀는 어떤 성격, 어떤 마법을 쓰나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조용히 최음제를 만듬. 특별한 마법은 없으나 사람들은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듯한 투명한 눈알을 보고 마녀라 부른다.
 
【13】그 마녀가 사는 성의 지하에는 사람이 갇혀있었습니다. 몇 명의 사람이 잡혀있을까요? 해악을 끼치며 존재해서는 안될 오크-인간 하이브리드 두어마리
 
【14】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갇혀 있는 걸까요? 나뭇꾼을 잡아먹었음
 
【15】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마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가 구해준 마을 사람이 자신을 저주받은 마녀라 부르며 달아남.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거 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해본 기억이 남.

Mike Resnick이 썻다길래 빌린 책,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Alien)'은 말투부터 내용까지 아동용 전기물 같았다. 키리냐가와 너무 달라 황당했다. 읽는 내내 지루해서 지하철에서 졸다 읽다를 반복.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드라마타이즈된 다빈치 미니 시리즈를 본 기억이 난다. 새장에서 새들을 꺼내 하늘로 날리고 공원에 앉아 그들의 비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던 다 빈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묘하게도 주인공 얼굴은 잊어 버렸지만 그가 그린 새 그림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처럼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살고 싶은 소망. 다 빈치를 보면서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여자와 인연이 없고(할 일이 많아 관심이 안 가는 것임) 채식을 주로 하며 들판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인간. 그래서 친근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천재였다.

사이먼 싱의 '코드북' 이후 '암호의 과학'을 오랫동안 읽으려고 기다렸다. 결국 엊그제 읽긴 읽었다. 어째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 반쯤 읽다가 결론을 내렸다. '암호의 과학'은 '코드북'과 같은 책이다. -_-

유씨가 모성본능의 본질에 관해 물었다. 옥시토신 이라고 간단히 대꾸했다. 뭔가 설명할 줄 알았더니, 그래요 하고 대화를 끝낸다. 이제 한두 달 밖에 안 남았다. 한두 달 후면 아이 말문이 트인다. 기억이 한동안 늘어나고 뇌량이 보다 조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울이가 3-4살 무렵에 저 혼자 한글과 영어를 학습할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 지능은 110~120 사이로 평범할 것이다. 후천적으로 변위가 너무 커서  키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공간지각이나 제어조응은 또래 평균 수준. 체중 및 신장 미달. 자폐 증세는 없고 체형, 얼굴 윤곽, 성격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 엄마는 자기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른다. 둘 다 서로를 괴롭히며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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