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9.17 오줌 마시기 1
  2. 2007.08.30 본 울티마툼

오줌 마시기

잡기 2007. 9. 17. 09:23
자전거 바퀴에서 소리가 심하게 났다. 여름내내 온도에 따른 팽창 정도를 감안해 바퀴에 바람을 조금 덜 넣었는데 가을이 되면서 주행할 때면 바람이 덜 들어간 바퀴가 주저앉아 스레드가 아스팔트에 폭넓게 닿아 요란한 소리가 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며칠 전 출근 길에 바퀴를 살펴보니  스레드가 많이 닳았다. 타이어 교체 시기가 된 것 같다. 일단 바퀴가 딱딱해질 정도로 바람을 꽉 채워넣어 소리를 줄였다.

공기가 빠지면 지면과 타이어 사이의 마찰 면적이 커져 주행이 버겁게 된다. 마찰 면적은 마찰력과 상관없다. 마찰 면적이 넒어지면 마찰력이 커지는 이유는, 마찰 때 발생하는 열이 타이어를 녹여 전체 마찰면의 응착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마찰 면적은 마찰력과 상관없는데, 마찰 면적이 넓으면 마찰력이 커지는 것이다 -_-

꿈은 신경 회로의 잡음과 찌꺼지를 제거하기 위한 자발적 정화 메카니즘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름답고 불가능한 환상과 얼토당토 않은 스토리가 말하자면 '잡음과 찌꺼지'인 것이다. 비교적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꿈을 연재 만화처럼 꾸는 나같은 사람에게 꿈이 잠재적 욕망의 해소가 맞다. 성적 욕망이 아니라, 합리성의 타이트한 결계를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적당한 그럴듯함만을 갖춘 이야기들, 말하자면 자작극, 이성의 빛이 미처 닿지 않아 쌓여만가는 어둠의 총 질량을 감소시키 위한.

요즘 꿈에선 매운찜용 닭처럼 도마 위에서 사지절단 당하는 각종 인간과 mc로 만들어지는 이상한 공산품들이 단연 돋보였다. 희대의 걸작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들이 무의식의 성적 욕구를 상징화한 것이라고 했을 때, 그 책을 읽던 어린이/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욕구 또는 욕망 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나,깨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비전에 대한 욕망이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그걸 알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도 알았다. 외설스럽게도, 무함마드처럼 꿈을 통해 비전과 어둠을 보게 된 것이다. 그걸 어떤 책에서 오줌 마시기 라고 말했다. 비유적인 표현인데, 자기 똥 먹기 보다는 표현이 덜 폭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오줌 마시기가 건강에 좋다는 myth는 꾸준히 인기가 있어왔다.

아내는 머리를 밀은 후로 희희락락이다. 알고 지내던 스님을 모셔 면도날로 머리털을 모두 제거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웃었다. 스님은 전날밤 날더러 아내 머리를 깍아도 괜찮냐고 물었다. 외모 따위를 평생 신경 써본 적도 없는 탓에 못생긴 여자더러 못생겼다고 말하는데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다 -- 올바른 평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평을 들을 자격을 갖추던가 상대가 워낙 싸가지가 없어야 한다. 아내는 만족했고 아내가 만족하므로 나도 만족했다.

과거 아내가 나와 사귈 흑심을 품은 이유는 내가 '똑똑해 보여서' 였다.  결혼하고 보니 그렇지 않아 불만이 많다. 잘못 알고 있다. 법과 질서, 정의와 도덕 등 이 세계-사회 체계를 이루는 위대한 형평성과(자유,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만세!) 제약조건을 제거할 경우, 말하자면 이 세계가 어둠으로 가득차면 운석의 도움이 없이도 백악기의 포유류가 어떻게 진화사상 먹이사슬의 최고위층에 속하게 되었는지를 재현해 줄 자신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새벽 하늘의 찬란한 루시퍼처럼 명석하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자발적인 합의 아래 생산성을 담보로 시스템에 깊고 폭넓게 편재한 폭력을 유연화시킨 그간의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인 '진보'였다. 물론 진보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인류는 교미와 번식을 장려하는 연가를 즐겨왔다.

인류의 꾸준한 영속성을 답보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50억중 49억 이상은 종교에 귀의한 자를 포함해 강인간주의가 유의미하다는 희안한 견해를 갖고 있다(삶은 기적이고, 우주는 여섯 개의 우연히 완벽하게 들어맞는 상수에 의해 생명체에게 적합하도록 창조되었다,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인본주의와 타협한 과학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류의 자기모순적인 견해를 자기 입으로 얘기할 때 (양심이 있는 한) 사견임을 밝히는 것이다 -- 과학은 너무 연약해서 견해를 가지기 힘들다.

하여튼, 별일 없는 한 삶은 신의 부재를 절로 짐작케 되는(그 반대로서도 논증이 불가능하므로 논박되지 않아 참이 되는) 기적이다. 게다가 자기 기만, 자기 모순, 자기 합리화, 아이러니 등  자기 오줌을 마시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출근해야지
,

본 울티마툼

잡기 2007. 8. 30. 01:13
웬델 베리의 '삶은 기적이다' 를 읽다가 심란해지고 말았다. 저자 스스로 과학에 문외한임을 밝혔고, 에드워드 윌슨의 Consilience 에 문제가 좀 있다고 하지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작가와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우울해져서 책을 더 이상 읽지 못하겠다. 그의 대부분 견해는 논박이 가능하지만 무슨 소용이겠나... 그게 정말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심슨 더 무비에서 바트(던가?)가 이렇게 외쳤다; life well spent!!

자기기만.

'삶은 기적이다' 때문에 이상한 상처를 입어(저자의 주장이, 소수에 불과한 건강한 회의주의자가 아닌, 인류 일반이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과학은 오만하다)과 다르지 않다는 것 때문에) 한 동안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것 같다.  정말 대미지가 크다. 그래서 책을 접어두고 영화와 애니메이션만 줄창 봤다.

약자를 위해 싸우는 것은 짜증난다. 누구나 한번은 해 봤을텐데, 요령은 엮이기 전에 재빨리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다. -- Burn Notice

간만에 건진 미국 드라마. 번 노티스 1화를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9화까지 다운받아 줄창 봤다. 한 마디 얘기도 없이 짤린 스파이가 마이애미 해변에서 약간 머리가 돈 전 여자 친구와 그를 FBI에 팔아넘긴 친구, 그리고 항상 어디가 아픈 엄마, 문제아 동생과 함께 궁상스럽게 먹고 사는 얘기다. 그 와중에 자기가 대체 왜 짤렸는지 조사하기 위해 애쓴다. 주인공의 스파이 시절 써먹던 '기술'은 흥미로왔고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발 이 미친 여자 좀 어떻게 해 줘! -- 주인공의 전 여자친구에게 하는 말. 매력적인 아가씨다.

본 울티메이텀 -- 재밌다. 본 씨리즈 완결판으로써 손색이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추후 두 편을 더 제작한단다. 멧 데이먼이 출연하는 영화는 본 울티메이텀을 포함해 최근 세 편을 연달아 보았다. 오션스 써틴(2편에 비해 반전의 묘미가 약함), 그리고 Good.Sheepherd. 멧 데이먼은 입 다물고 액션만 해야 영화가 산다. 소재가 좋아보였던 굿 쉐퍼드는 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본 시리즈가 멧 데이먼을 구원했다.

듀얼코어에서는 컴파일 시간이 1/2로 주는 것을 확인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회사에 가는 대신  용산에 가서 부품을 구입했다. 2005년 10월 20일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 후 거의 2년이 된 셈이다. 계산해 보니 용량이나 성능을 2배로 향상시키는데 꼭 1/2만큼의 비용이 든다.

AMD 애슬론64-X2 브리즈번 BE-2350 79000
E5MEMORY EK DDR2 1G PC2-6400 RED x 2 76000
ASRock Alive NF7G-HD720P 에즈윈 58000
WD SATA2 320G (7200/16M) WD3200KS 정품 75000
288000

흠. 엑셀에 쇼핑 목록을 정리해 놓은 것을 복사해오니 url까지 그대로 긁어오네? tattertools가 의외로 편하군. 다나와 최저가보다 2천원 비싸게 한 매장에서 부품을 모두 구매했다. 좀 더 저렴한 유니텍 보드를 살까 하다가 유니텍 홈페이지에 가보니 A/S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 포기했다. 나도 유니텍의 악명높은 A/S에 몇번인가 경험이 있다.

적어도 6개월동안 업그레이드를 미뤘는데 새로 조립하는 컴퓨터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사용할 것이다. 더 값싼 브리즈번 4000을 사려다가 BE-2350을 샀다. 65nm 공정에 TDP가 45W로 65W짜리 브리즈번 4000보다 소비전력이 작고 발열도 적다. 브리즈번4000을 저전압으로 동작시키면 2350과 다르지 않다는 말들이 있다. 글쎄다.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부품을 구입한 용산의 나진상가에 있는 한 매장에 젊은 연인이 찾아와 램을 교체해달라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매장 주인은 쩔쩔 맸다. 램 모듈을 보니 cap 3개가 일렬로 납땜이 들린 채 부러져 있었다. 사용자가 모듈 삽입할 때 실수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부러질 리가 없지만,  그래서 언성을 높이는게 꽤 우습게 여겨졌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다. 연인이 갖은 엄포를 놓으며 매장을 떠난 후 주인은 인상을 구긴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전자상가는 금연구역인데, 담배를 피우다가 상우회에 걸리면 벌금을 문다. 50만원이던가?

두 연인같은 개싸가지에게도 삶은 기적이다.

집에 있는 250GB의 SATA2 HDD를 새로 구입한 320GB로 교체하기 위해 Acronis True Image를 사용하여 disk cloning을 했다. 디스크 크기가 달라도 파티션 복제가 가능했다. 대략 1시간 걸려서 HDD를 통째로 복사하고 새 HDD로 부팅을 확인한 후, 새로 구입한 보드에 이전에 사용하던 250GB HDD를 달고 windows xp sp2 black edition을 다시 설치했다.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와 블랙 에디션의 도움으로 교체 및 설치는 3시간만에 끝났다. 그 동안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고 와인 한 잔 곁들여 식사를 하며 노트북으로 플래시 고든을 봤다. 며칠 혼자 밥먹으니 참 구질구질하다.

어젯밤 백형에게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애 돌잔치가 언제냐고 묻는다. 돌 잔치는 하지 않고, 그보다 마누라를 몇 대 때렸더니 처가로 도망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농담했다. '여전하군' 이라고 대꾸한다. 여전하다니? 성질 더럽게 마누라를 두들겨 패야 평소대로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뜻인가? 예전처럼 사람들의 심장에 칼을 꽂고 비틀어대야 여전한걸까?

가까운 친지들과 애 돌잔치를 하긴 했다. 아내가 한식당에 친지를 불러모으고 돌상을 차려놓은 다음 나를 불렀다. 내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비꺽이건, 마누라는 마누라의 실천의지가 있는 것이다. 아이는 돈을 잡고 흔들다가 집어 던지고 연필을 집어 들었다.

돌 잔치 안했다고 이래저래 욕을 들어먹었다.
소울아, 네 삶은 기적이 아니다. 자연사다.
아빠는 자연사에 굳이 미주알 고주알 축하를 늘어놓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