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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잡기 2007. 9. 12. 16:37
홍보 자료 하나 대충 만들어 달래서 대충? 대충 하면 안되지, 그 정신상태로 며칠 내내 비디오를 만들었다. 기밀자료들도 많고, 그러다보니 자료가 거의 없어 머리가 아팠다. 달랑 디지탈 카메라 하나 들고 8분이 넘는, 나름 열혈 비디오를 만들었다(제목이 burning life, 첫곡은 chariot of fire, 마지막 곡은 kiss of fire. 등장하는 장비는 burn in tester. 불,불,불). 마누라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사실 주변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내는 비디오가 구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음악이 구리단다. 자막 만들다가 너무 힘들어서 자막 만드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여튼 넌더리가 나서 이제 그만 하련다.

 

Just like a torch you set my soul within me burning. I must go on along the road, no returning. And though it burns me, it turns me into ashes... My whole world crashes, without your kiss of fire

책을 서너권 더 읽고, 도서관에서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를 빌렸다. 대략 1년 동안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출 신청을 하려던 책을 이제야 손에 쥐었다. 예전에 '아인슈타인을 넘어서'는 일찌감치 절판되었고(누구에게 빌려줬는지 잊어버렸다), '초공간'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SF 친화력이 매우 높은 물리학자로 종종 SF를 그의 책에 인용하거나, SF 같은 이론을 일반교양 수준에서 쓸데없이 이상한 비유없이 간략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솜씨가 뛰어나 알만한 내용을 재독해도 유머가 곁들인 감칠맛이 좋아 졸립지 않다. 종종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비유되기도 하는 듯.

신입사원이 연봉협상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는다. '회사가 당신에게 절대 맨입에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과 유사한 제목) 같은 처세술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긴 사측에서 직원을 평가하는 방법은 때로 째째하고 지저분하기 까지 해서 기여도나 업무수행능력 따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기 보단 얼마나 상급자에게 충성도가 높은가, 얼마나 성실해 보이는가(성실한 것과 성실해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 출퇴근은 잘 하는가? 같은 것도 무시못할 변수다. 업무 수행 평가는 비교적 좋았지만(주로 연구개발이다 보니) 대인관계에 항상 문제가 있었고 출퇴근을 내키는 대로 한 탓에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연봉협상에 관해 물어봤자 도움이 될 리가...

그런데 며칠 후 사장님이 연봉협상에 참고할 팀원들의 직능평가서를 달라고 말했다. 이런 문서 작성하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다. 항목 분류로 업무 이해력, 적응력, 할당량, 수행능력, 업무 성실성, 상호작업 및 협동, 개발 능력, 생산성 기여, 문서화, 체계 순응, 대외 서비스, 교육, 시간외 근무, 학습 참여 따위를 넣고 가점요소는 그저 그런 것들을 넣고 감점 요소에 업무외 사적 활동과 출퇴근, 지시 불응, 초과 경비 지출, 개발일정 지체 등의 항목을 넣고 거창한 스코어보드를 만들고 점수를 메겨보니, 아, 나는 참 마음씨 좋은 중간 관리자구나 싶었다. 특별히 편애하지는 않았는데 한 친구의 점수가 유난히 높았다. 사장님에게 연봉 10% 인상과 인센티브 제시를 메모로 남겼다. 나머지는 물가 상승율 수준. 내 연봉은 동결이다. 더 받을 이유도 없고, 더 받은 만큼 마누라, 애 내팽개치고 일하고 싶지 않다.

연봉이 꾸준히 상승하면 복리 효과가 생겨 매년 10%씩 상승한다고 보면 2500만원 받는 신입사원이 7년차면 연봉이 5300만원이 된다. 능력있으면 실제로 그보다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연봉협상을 꼭 해야 하고, 제대로 미친듯이 일해야 하고,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해주는 회사를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협상 할 때 맨 몸으로 가서 대충 때우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충고해줬다.

이명박은 법인세를 인하한다, 부동산 세제를 완화한다, 대운하 건설한다, 친북좌파 운운, 남북회담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느니(찬성이면 찬성이고 반대면 반대지, 별 견해도 없으면서 '원칙적'은 또 뭐지?)  류의  말을 줄줄이 늘어 놓아 흡사 정신병자 같아 보였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정신병자가 대통령이 되는 셈인가? 재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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