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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 is poor execuse

잡기 2007. 8. 6. 23:59
괴수영화 전문 매니아로서 '디워'를 평가한다 -- 특히 이 말이 감동적이다; '괴수영화는 기술 선진국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이다. 기술 후진국은 오로지 시나리오로만 승부한다' -- 그러게 말이다. 수많은 평을 상대화해보니, D-war는 '아나콘다'나 '킹콩'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선교사들이 납치된 이후로 정부 욕하는 글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테러 위험이 있는 줄 알았으면 아프간 정부에 양해를 구해 입국을 금지시켰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 술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선교사들이 죽는 편이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테러리스트와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현실적으로 탈레반을 상대로 제제나 보복을 가할 수 없다. 구호/봉사활동이 앞으로 입을 타격을 생각해보면 정말 우울해진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준다고 세계가 사정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 구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이면 그 지역 사람들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들은 그저 운이 없어서 납치된 것 뿐이다. 방학을 맞은 초딩처럼 그런 사람들이 '죽는게 낫다'고 말한 것이 후회스럽다.

Garmin eTrex Vista HCx의 평이 비교적 좋은 편. 사소한 버그가 좀 있는 정도(WAAS off)인데 업뎃용 소프트웨어가 나와줄 것이다. 흥미롭게도 SiRF III보다 수신율이 낫다는 평을 듣는 MTK의 32채널 gps 모듈을 사용한다. 실내에서도 3-4개의 위성이 잡힌단다(경악). 기대했던 갈릴레오 위성 지원은 안하기로 했다. 미국의 gps보다 10배 이상의 정밀도로 설계된 갈릴레오 위성이 계획대로 2012년까지 궤도에 뜰 지도 의문이다.

다운받은 매뉴얼을 읽다보니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SD 카드의 여분 용량에 매일 매일의 트랙로그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gpx 포맷이라 여러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여행 기간에 상관없이 사진과 트랙로그의 동기를 맞출 수 있다. gpx 포맷은 파일 크기가 큰 편이라(xml text) 장기간의 여행에는 부적합하지만...

일본 자전거/모터 바이크 여행자들의 성서나 마찬가지라는 mapple의 디지털 버전인 700MB 짜리 super mapple digital을 대략 일주일에 걸쳐 어둠의 경로로 천천히 다운받았다.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여행하는 수많은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니 한결같이 중간에 길을 헤멨다. 이 지도만 있으면 길을 헤메는 것이 불가능하다.

관세청 웹페이지를 뒤져보았다. gps는 8526.92 (무선측정장치)에 해당하기도 하고 8526.91-9000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 8471.30(PDA등의 자동 자료처리 기계)에 해당하기도 한다. 관세율이 모두 다른데 8471.30으로 분류되면 무관세가 가능하다. gps의 입력장치, 처리장치, 출력장치(lcd)를 감안하건데 8471.30의 기타 장치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불친절한 관세청 웹페이지는 그러나, 8%에 상당하는 '기본세율' 이란 것이 국가간 교역관세에 더해지는 것인지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 같다(못 찾았던가). 250$ 미만의 기기를 수입해올 때는 무관세가 적용된다는데(전에는 100$로 알고 있었는데 바뀐건가?) 부가세 10%와 '기본세율' 8%, 우송료 60$ 가량을 감안하면 Garmin eTrex Vista HCx(250$ 가량) 구매 비용은 대략 33만원 수준. 원가에 10만원이 더 붙는다? 허걱!

gift 표시해서 관세 안 물고 수입하면 28만원 가량. 출시된지 며칠 밖에 안되어 기기 단가의 디스카운트는 고려할 수 없으므로 일본 여행을 당장 갈 것이 아닌 이상 gps를 지금 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garmin의 정식 수입판매처인 네베상사에서는 60CSx를 110만원에 판매한다. 한국 디지털 지형도(11만원)와 도로지도(5만원)을 합친 것인데, 순수한 기기 단가는 94만원. ebay에서는 330$(대략 31만원)에 판매하는데 우송료 60$을 합치면 대략 37만원 가량. 국내 판매가격이 무려 2.5배.

네베상사가 하는 일은 기기의 한글화(별 의미없음)와 애프터서비스 정도? 초기불량 없으면 기기에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은 튼튼함이 가민 gps의 장점이므로 별 의미 없음. 수요가 적어 가격이 그 모양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저 가격은 좀... 네베상사가 지금 가격의 절반 정도로만 판매하고 마케팅, 영업을 좀 열심히 한다면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속도계 시장 말아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garmin의 forerunner 시리즈나 etrex 시리즈는 그만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 달리 말해 시장 개척을 제대로 안 하면서 그 단가의 상당 부분을 구매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예전 한국 애플처럼 망하기 딱 좋은 방향이다.

여행할 때 들고다닐 소형 컴퓨터로, 곧 출시 예정인 ASUS eee가 상당히 쓸모있어 보인다. 막 굴리며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 200$ 미만의 완전한 컴퓨터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주중에 한두차례 출근길 자전거 주행을 했다. 책을 읽으려면 건강을 포기해야 한다. '책이란 건 너무 많이 읽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여자는 시집을 늦게 가고 남자는 근성이 없어지거든.' -- 미야베 미유키, 마술은 속삭인다. 에서. 같은 책에 이런 귀절도 있다. '구사카, 난 유전을 믿지 않는다. 개구리의 자식이 전부 개구리가 된다면, 주위는 온통 개구리투성이라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거야. 난 평범한 체육 교사라서 어려운 건 잘 모른다' -- 이 세상이 다양성으로 충만한, 다양성으로 충만해야 한다는 의지와 환상은 체육교사 뿐만이 아니다.

퍼언 시리즈를 발간한 북스피어의 글을 찾아 읽다보니(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의 글을 읽었다) 번역의 변에 이런 것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번역할 기회를 주신 북스피어의 대표님, 편집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다고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다 리쿠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은 열매'도 읽었다. (거지같은) 소녀 미스테리 판타지는 취향에 안 맞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가방을 잃어버렸다. 평소처럼 100원짜리 동전이 없어 열쇠사물함 위에 가방을 휙 던져놓고 책을 고르고 나와보니 가방이 없어졌다. 그 가방에는 반쯤 피운 담배 한 갑과 라이터, 안경닦이, 휴대폰 이어폰 밖에 없었다. 닳고 닳은 빈 가방을 훔쳐간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마누라가 스님에게 얻은 그 가방이 그 동안 정말 마음에 들었다. 크기에 비해 대단한 내용적, 수많은 주머니들, 이중 지퍼 때문에 여행할 때 보조가방으로 그만이었는데, 아깝다. 시장에서 좋은 가방을 찾기가 참 어렵다.

마누라, 애한테 잘 보이려고 주말에는 가급적 자전거를 안 탔다. 타봤자 2-3시간 거리의, 바람이나 쐬며 녹슨 근육을 풀어주는 정도였다. 마누라가 불편하다고 이사 가자고 하는데, 부동산에 관해 전혀 아는 것이 없고, 하다못해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벌어오고 그 돈이 어떻게 분배되고 소비되는지 몰라, 집 장만이나 앞으로 수 년 동안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누라 입장에서는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자산과 현금 흐름 경향 쪽은 문서로 정리해두고 시간날 때 보라고 했지만 마누라가 부러 찾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마누라는 지난 3년간 한 달 평균 생활비가 얼마인지 모르는데, 나는 안다. 나는 일 때문에 바빠서 집 보러 다닐 시간도 없고 집 장만 등등의 장기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검토할 시간이 없다. 집이야 마누라가 편한 것이 좋은데 늘 내 눈치만 봤다. 마누라는 집A와 집B의 장단점을 늘어놓고 집B가 집A보다 왜 나은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기가 앞으로 살아야 할 집이 이혼했을 때 반타작할 재산이라는 개념이나, 굳이 책임을 져서 욕 먹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러고 보면 마누라는 직장 생활은 물론 각종 분쟁과 분투, 격렬한 감정과 이성이 오락가락하며 얻을 것(사람), 잃는 것(사람), 지킬 것(사람), 버릴 것(사람), 시간을 들일 것(사람)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공주님 이다.

내가 일없이 종횡사해하던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한 것이다!
대략 감개무량.

평지라면 대략 하루에 100~300km를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렴풋이 지금 이 몸으로 그게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일주일 이내? 올 가을에는 바빠질 것 같아 어디 놀러다닐 생각은 접은 상태. 관리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처지라 작년 가을부터 꼬박꼬박 출퇴근을 했다. 대체로 웃겼다. 프리랜서인데 출퇴근이라니...

올해도 기계 3-4대 납품하는 정도로 끝날 것 같다. 먹고 살 수는 있지만 몇년 후 먹고 살기 위한 연구비용 조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다. 가을에 인원을 둘쯤 더 늘리고 작업할당을 조절해서 3개의 조직을 만들어 한 팀은 전방지원, 한 팀은 연구개발, 한 팀은 TFT 하려고 하는데 프로그래밍은 가끔 하거나 멘토링 하는 정도고 요새는 매니징과 문서 작업, 교육 등을 주로 했다.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탓에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다. 엊그제는 직원들 10일 정도 교육 보내는 문제로 좌절스런 디베이트를 해야 했다. 한달 전에는 사원들 강제로 휴가계를 쓰게 했다. 이걸 주고 저걸 잃고 저걸 주고 이걸 잃고... 내 월급은 안 올려도 좋으니 직원들 월급이나 올려주세요, 저 친구는 인센티브를 받아야 해요, 앞으로는 지금 현업으로 회사를 먹여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회사를 먹여 살릴 것입니다, 놀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안 나와요, 이런 따위의 말을 진심으로 한다고 해서 회사 및 직원들이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반대로 현실과 괴리가 심한 이상을 쫓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란 착각을 하지 않았다. 4명을 교육 보내려고 했는데 2명 밖에 보내지 못한다. 못 가는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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