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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1 제주도 여행 3/3 2
  2. 2010.11.17 제주도 여행 1/3
11/21

오늘 계획은... 음... 어젯밤 술 마시다가 얘기한 대로 두 가족이 함께 돌아다니며 여기저리 오름에 갔다가 우도에 들어가기로 했다. 술김에 뭔 얘기를 했었지? 제주도 와서 오름 안 올라가는 건 말도 안된다 뭐 그런 얘기였던가?

11시쯤 서귀포 외곽에 있는 중국집 아서원에 도착. 군만두, 짜장, 짬뽕을 시켜 먹었다. 각종 해물과 돼지고기에 특이하게도 숙주를 넣고 끓인 4천원짜리 짬뽕인데 느끼하지 않고 뒷끝이 깔끔하다.

차 타고 출발. 며칠 전에 갔던 길이라고 길이 낯익다. 다랑쉬 오름에 도착한 게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다랑쉬 오름 월랑봉
다랑쉬 오름(월랑봉) 382m. 가파른 오르막길은 폐쇄하고 지그재그로 다시 길을 낸 것이란다.  어른들이 뒤쳐져 있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게 올라간다. 낮은 봉우리라 내 발걸음도 가벼웠다. 이런 산은 몇 개씩 올라도 별로 힘이 안 든다. 그나저나 우리 애 체력이 꽤 괜찮다. 북한산에서 조기교육을 한 덕택이다.

다랑쉬 오름
클릭=확대. 다랑쉬 오름이 오름의 여왕이란다. 아래에 아끈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야트막한 동산인데 사방이 확 트여서 뭐라 말할 수 없이 풍광이 장쾌하다.

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정상. 아내가 걸어오고 있다. 저 뒤로 성산 일출봉이 보였다.

다랑쉬 오름
클릭=확대. 아래쪽은 며칠 전 스쿠터 타고 지그재그로 돌아다녔던 길들. 저 멀리 제주도의 북부해안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다랑쉬 오름 분화구
분화구(클릭=확대). 정상에서 분화구를 빙 에두르는 등산로(산책로?)가 있다. 갈대와 억세가 많고 홀씨만 남은 엉겅퀴가 바람에 흔들렸다. 눈 내리면 눈썰매 타고 분화구 밑바닥까지 내려가고 싶어지는데... 다랑쉬 오름에서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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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가족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다.

아끈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에 올랐다(클릭=확대). 아끈이 작다는 뜻이었던가? 앞에 보이는 것이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오는 길. 2:25pm.

시간이 별로 없어 아부 오름이나 용눈이 오름은 포기했다. 주인장 자가용은 성산 선착장까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오후 세 시 배를 놓치면 네 시 배편을 기다려야 한다.

제주도 와서 무슨 계획을 가지고 움직인 적이 없었다. 자동차를 내버려두고(열쇠도 꽂아둔 채! 그래도 괜찮단다) 배를 타고 무작정 우도로 들어섰다. 요일에 따라 기착지가 달라진다. 오늘은 하우목동항에 배가 닿았다.

 배를 타기 전에 선착장에서 받은 광고지 한 장 들고 카트를 빌리러 갔다. 마침 항구 앞에 있었다. 첫번째 가게에서는 협상 결렬, 두 번째 가게에서 두 시간에 4만원이라는데 잘 깎아서 대당 2만원에 카트 두 대를 빌려 두 가족이 각각 탔다.

어 근데 한 15년 된 장농 면허증이 있을 뿐,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전동 카트가 자동차와 조작이 비슷하다. 15년 전에 운전 면허 연습장에서 1톤 트럭을 닷새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몰아본 경험이 있어 그거 믿고 몰았다. 핸들이 한 쪽으로 쏠리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카트 몰고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숙소를 알아봤다. 비수기에 일요일 저녁이라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을씨년 스럽다. 아내가 4만원 짜리 팬션을 알아놨다.

우도 카트
카트가 재밌는데? 내가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불안해 했다. 기껏해야 최고 속도가 25kmh 정도 밖에 안 나와 사고가 날 일은 없어 보였지만 박씨 가족 차를 앞으로 보내고 뒤따라 갔다. 그랬더니 길을 잃고 산으로 가더라. 하하.

우도 카트
제주도에 네 번이나 와 보았지만 우도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우도 해안 도로는 줄곳 바다를 끼고 이어졌다. 카트를 몰며 올레 1-1길을 쉽게 쉽게 돌아다니니 참 좋다.


제주해녀
길에서 지나가는 해녀를 봤다. 법환동 숙소 옆에서 해녀들이 자맥질을 하며 소라고둥을 따 오는 모습을 어제 아침에 봤다. 젊은 해녀가 점차 줄어 해산물 가격이 점점 비싸질 것만 같다. 옛날에 JPNEWS에서 젊은 미녀 해녀가 등장해 일본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놈에 인기 때문에 물질을 그만뒀다는 기사를 봤다.

내 카트 모는 솜씨가 일취월장해 이제는 안심한(포기한?) 아내가 인어공주가 드라마가 아니고 영화라고 말해줬다. 채취한 소라 한 상자에 50만원 이상 한다던데 아내가 고소득 전문직 노가다인 해녀가 되면 어떨까 싶다. 고사리 채취보다 낫지 싶다. 감귤 채취는 돈이 안 된다.

우도를 한 바퀴 다 돌 때쯤 카트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박씨 가족 카트에 짐을 몰아 싣고 졸고 있는 아이들을 태워 숙소로 먼저 보냈다. 박씨 남편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해안길을 걸어 팬션에 다다랐다. 팬션에서 자전거를 공짜로 빌려 준단다. 자전거를 카트에 실었다.

카트를 반납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횡단하여 내륙 중심에 있는 마트에서 술과 안주꺼리를 샀다. 한가하게 자전거를 몰아 우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팬션으로 돌아왔다. 주문한 동태탕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치킨 한 마리 시켜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은 그새 잠들었다.

달근달근 취해 한밤중에 아내와 해변을 산책했다.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7시에 일어나 씻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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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러 가는 길. 날이 흐리고 바람이 살살 불지만 춥지 않았다.

서빈백사
서빈백사. 제주도에 와서 스쿠터 타고, 카트 타고, 자전거 타고, 올레길 걷고, 오름을 오르는 등, 참 다양하게 즐기면서 보람차게 휴가를 보내는 것 같다.

법환동으로 돌아와 박씨가 소개해준 식당에서 해물 뚝배기와 갈치국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문켠에는 손님더러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으라고 감귤을 박스채 쌓아놓았다. 원하는 만큼 배낭에 쓸어담았다. :)

11시쯤 박씨 가족과 헤어졌다. 저녁에 박씨 남편을 공항에서 만나 짐을 건네 받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올레 10길로 가기 위해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화순리에서 내렸다. 김밥과 물을 샀다.

화순 해수욕장
화순 금모래해변.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바람에 날린 모래가 볼을 따갑게 때렸다. 아이 옷을 입히고 아내와 나도 바람막이를 착용하고 12:00pm 출발했다.

소금막 너덜지대에서 아내가 발을 삐었다. 두고봐야 알겠지만 별다른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 신발끈을 묶어주고 계속 걸었다.

소금막
여기가 소금막? (클릭=확대).

소금막
여기도 소금막? (클릭=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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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나쁜 버릇인 역광에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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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기슭에 거의 다 올라왔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닐 땐 이런 길을 본 적이 없었다.

산방연대
산방연대.

용머리 해안
용머리 해안. 입장료를 받아 굳이 가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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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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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인지 셰일인지가 보여 혹시 발자국 화석 따위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표지판에 화석 발견지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아니고...

사계화석 발굴지
클릭=확대. 사계화석 발굴지 부근. 멀리 보이는 것은 형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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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인근. 무슨 드라마 촬영지라는데 모르겠다. 실제로 팬션으로 운영된단다. 이런 곳엔 어김없이 여자애들이 떼로 몰려와 사진을 찍느라 야단 법석을 떨게 마련. 아니나 다를까...

모슬포까지 4km쯤 남았다. 아내는 발목이 아픈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콜택시 불러 돌아가잔다. 아쉽지만 아내 말을 순순이 들었다. 택시로 모슬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다음,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향했다. 공항에서 박씨 남편을 만나 짐을 찾아야 하므로 한라병원 앞에서 내려 공항까지 걸었다.

버스에서 까무룩 잠이 든 아이를 깨워 걷게 했더니 아이가 춥고 배고파서 칭얼댔다. 오뎅을 사 먹이러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가 우리 모습을 보더니 본인이 제주 횡단을 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2박 3일이면 동쪽 끝 성산에서 서쪽 끝 협재 해수욕장까지 갈 수는 있는데 하루에 오름을 10개씩 오르기도 하는 등, 무척 지루하단다. 그럼 잠은 어디서 자요? 캠핑하지요. 캠핑장 아니래도요? 끄덕끄덕. 그러고보니 여늬 국립공원처럼 내륙 산간에서 캠핑한다고 잡으러 다닐 산림감시원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캠핑은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지 싶다 -- 하고 싶다. 다음 제주 여행은 횡단 트래킹으로? 몹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왠지 득템한 기분이다.

아내가 우리 묵을 숙소가 있는 용두암 근처에 맛있는 횟집 있냐고 물으니 김해횟집을 가르쳐주고 자기가 전화해 주겠단다. '깔끔하게' 나온단다.

2010년 11월 22일 저녁 여섯시,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저렇게 큰 보름달은 오랫만에 본다.

4km쯤 걸어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박씨 남편을 만나 짐을 건네 받고 감귤잼을 한 통 얻었다. 비행기 떠나기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누고 배웅했다.

택시를 타고 용두암 해수랜드 앞에 내렸다. 아내가 택시가 멀리 돌아가는 것 같단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제주 몇 번 왔더니 제주 지리를 대충 알아 택시가 제대로 최단 코스로 왔다고 말했다. 휴대폰 지도를 보고 김해횟집을 찾아갔다.

작은 가게인데 관광식당 분위기라 왠지 내키지 않았다. 선입견이었다. 오뎅집 아저씨 말대로 정말 깔끔하게 나왔다. 서귀포에 있을 때 그 유명한 쌍둥이 횟집에 가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츠키다시가 나오는데 먹기 부담스러울 뿐더러 괜히 이것 저것 줏어먹다가 본래 먹어야 할 회는 못 먹고 남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런데 쌍둥이 횟집도 예전같지 않아 돗대기 시장에 불친절함으로 악명을 떨치는가 보다.

하여튼 이 집에서는 부담스러운 양의 츠키다시 대신, 젓갈 네 접시, 갈치 회, 고등어 구이, 그리고 초밥용 밥과 김, 두툼한 회 한 접시 가득 나왔고 고추냉이를 직접 갈아 냈다. 뭐 하나 '빠짐없이'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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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1cm, 길이 15cm 짜리 회 한 점. 무슨 물고기인지 말해줬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아내는 너무 크다며 가위로 잘라 먹었다. -_-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취해 첫날 나 혼자 묵었던 용두암 해수랜드로 향했다. 보통은 제주도에 오면 시내 중심의 밸리스 찜질방에서 묵었지만,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이(관광객 말고...) 일부러 묵으러 용두암 해수랜드에 찾아 간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처음 와 봤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면 여기 묵고 다음 날 용두암 근처에 여기 저기 있는 스쿠터 대여점에서 스쿠터를 빌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도 괜찮지 싶다. 안 그래도 연인 둘이 달짝 달라붙어 20-30kmh 속도로 달달 거리며 달리는 모습을 간혹 봤다. 제주도가 작아 보여 맘 같으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주도가 의외로 넓다.

굳이 추천하자면 해안 도로 일주만 고집할게 아니라, 성산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관광하다가 1136번 국도로 나와 제주시로 돌아가면 완벽할 것 같다. 오르막이 7~800m에 이르는지라 자전거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어려울 뿐더러 헉헉 거리며 자전거 몰기 바빠 풍광을 즐길 여유가 별로 없다. 또, 자동차는 폭 1.2m 짜리 돌담길 사이로 돌아다닐 수 없다.

용두암 해수랜드
저 창 안에 사우나와 해수온탕이 있고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아침에 찜질방에서 부시시 일어나서 고개를 돌리면, 그렇다. 바다가 보인다.

아내를 일부러 끌고가 용두암을 지나 용연에 갔다. 첫날 와서 밤에 보던 용연과 분위기가 달랐다. 바위 투성이 개천? 그런데 밤에 오면 조명빨 때문에 좀 괜찮은데. 아내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왠만한 풍경에 잡스처럼 어썸 따위 연발하지 않는다. 그런 아내는 아구아 아술 같은 걸 본 적이 없다. 난 이과수를 본 적이 없고.

용연에서 택시 잡아 타고 도라지 식당에 갔다. 시청 옆에 있을 때와 달리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어놨다. 갈치국과 해물 뚝배기를 주문했는데 음식이 예전만 못해 부러 찾아와 먹은게 아깝다. 맛없는 해물뚝배기 한 그릇이 12000원이나?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으나, 다시 가고 싶지 않다.

공항 면세점에서 25000원 하는 담배를 18000 가량에 두 보루 사고 12시에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탔다. 올 때보다 좌석 간격이 더 좁았다. 비행기 내부가 흡사 닭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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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부근 (클릭=확대). 신기하다. 비행기 창 밖으로 우리 집이 보였다 -- 화질이 꽝이라 사진으로는 안 보임.

아내 발목이 부어 지하철 타고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다.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의왕 고천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봤다. 저녁으로 어묵탕을 시원하게 끓여 아내와 아이를 먹였다.

휴가가 끝났다.

여행기 끝내며 정리
  • 스쿠터 여행이 짱이다.
  • 조씨 말 듣고 11월 26일 추가: 주의: 이거 읽고 다섯살 박이 애 데리고 가서 하루도 빠짐없이 8~10km씩 애를 걷게 하는게 가능하다고 여기면 아마 안될 것 같다. 
  • 아내 말로는 항공료 포함해서 일주일 동안 총 경비가 50만원 가량 들었단다(횟집에서 회 먹은 것 빼고). 경비 적게 들어서 좋다.
  • 당신 생각이나 사고 방식에 관심없으니 나불나불 생략하고 사진이나 잔뜩 올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충고를 예전에 들었고, 그렇게 했다.
  • 휴대폰으로 대충 사진을 찍어도 풍광이 받쳐줘서 안심이다.
  • 하루도 빠짐없이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 8년 만에 처음으로 GPSr 쳐다보지 않고 여행했다.
  • 제주도 여행은 스마트폰에 여분 배터리와 충전기만 있으면 대충 다 해결될 것 같다. 지도, 웹 검색, 사진, 동영상, 문서 뷰어 등
  • 아내와 박씨가 만든 감귤잼이 꽤 맛있다.
  • 휴대폰에 넣어간 소설 볼 시간은 채 한 시간도 없었다.
  • 딱히 맛집 기행 안 했다. 다만 회를 덜 먹은 것이 아쉽다.
  • 아내와 아이에게 괜찮은 등산화가 필요하다.
  • 제주도가 좋았지만, 다음에는 꼭 인도네시아에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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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부드르 유적과 화산을 보러 인도네시아에 가야 하는데...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화산이 터지고, 쓰나미가 몰려오더니 이번에는 화산 폭발/지진/쓰나미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렇게 재수가 없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윙버스 제주 미니 가이드 pdf 파일과 제주 시외/시내버스 노선 정보 파일을 넣고, 버그 투성이 adobe pdf viewer를 설치했다. google 지도로 제주 맛집과 숙소 정보를 황급히 정리하고 휴대폰의 구글 지도와 연동되는지 확인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여행 계획을 짠 것이 아니라서 그냥 그 정도만 정리하고 말았다.

김포공항까지 공항 리무진 비용은 편도 6천원에 80분 걸리고 공항 리무진 타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지하철도 80분 걸리고 버스+지하철 환승해서 1500원이다. 후자가 낫다.

이스타 항공기 보잉 737
ESTAR 항공의 제주행 보잉 737 항공기. 터보프롭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트기네? 평일 편도 19900원. 얼마 전 대구에 다녀올 때 새마을-KTX 환승 편도 가격이 25300원이었다. 가격에 맞추느라 항공권을 아내와 따로 끊었다. 별로 제주도에 갈 생각이 없지만 막상 쉰다고 갈 데가 없어 아내가 제주 놀러가는데 꼽사리 끼었다.

아내는 내리자마자 셔틀 버스를 타고 박씨네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할 일이 없어 제주 공항의 관광객 안내 센터에서 올레길 팜플렛을 얻고, 제주 공항 안에 있는 시내버스 키오스크에서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터치 스크린을 누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스타 항공 제주 공항 내 카운터에서는 올레 패스포트를 15000원에 판다는데, 굳이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국경을 이리저리 건너면서 출입국 스탬프 찍는게 재밌긴 한데, 여기가 무슨 외국이라고 애들 숙제 검사 맡듯이 스탬프 찍으러 동네방네 위치 찾아 돌아다니는게 우스워 보였다.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를 배회했다. 대부분의 버스 후불 신용카드가 안 먹는단다. 버스로 환승하려면 제주시 전용 T money 카드를 구입해야 하는데 카드 가격이 5천원이던가? 제주 시내/시외 버스를 자주 타는게 아니라서 딱히 쓸모가 없어 보였다.

92번 버스를 타고 돌고돌고 돌아 종착지 부근인 제주항에서 내렸다. 다섯시 반이 넘자 해가 지고 어두어졌다. 컴컴해질 무렵에야 사람들이 없는 을씨년한 길을 걸어 사라봉에 오르기 시작. 인적 없는 곳에서 배낭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이 예전에 배낭여행 하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제주항
사라봉 중턱에서 휘황한 항구의 불빛을 보았다. 서울/경기와 달리 날씨가 따뜻해 점퍼는 일찌감치 벗었다. 예쁘게 생긴 산지 등대를 지나 내친 김에 별도봉까지 갔다. 야트막한 정상에 서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땀을 식히며 내일 타고 갈 97번 국도의 궤적을 눈으로 쫓아 갔다.

별도봉에서 다시 사라봉 정상에 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훌륭한 산책 코스다. 휴대폰을 꺼내 구글 지도를 열고 숙소로 정한 '용두암 해수랜드'를 찾아보았다. 약 6km 가량? 내일 스쿠터 빌릴 가게가 용두암 근처에 있고, 제주도에 놀러올 때마다 구경하지 못한 용연도 보고, 가다가 밥도 먹어야 해서 겸사겸사 더 걷기로 했다.

삼성혈 부근의 삼대국수회관에서 5천원짜리 고기국수를 시켰다. 돼지뼈로 육수를 내서인지 순대국에 수육 몇 점 얹고 국수를 말아 놓은 것 같다. 맛도 딱 순대국에 말아먹는 국수 맛이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 배가 든든하다. 계산할 때 아줌마가 잘 가라며 노래를 불러줘서 웃었다.

배낭을 메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가 있으니 길을 헤멜 일이 없어 좋다. GPSr은 귀찮아서 꺼놨다. 아내, 딸 보내놓고 혼자 무슨 궁상이냐 싶겠지만 이 편이 한가해서 좋다.

용연
용연에 도착. 조명 때문인지 이무기 열 마리 쯤은 튀어나와 아웅다웅 다툴 것 같은 분위기다. 용연 부근이 올레길이라서 빨간색/파란색 리본이 보였다. 11월 중순의 늦은 시각이라서인지 관광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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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으로 가는 길. 길바닥에 적힌 제주 방언. 한글은 한글인데 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혼저옵서예' 하면, 그래 혼자 왔다 낄낄, 하고 말지. 인적 없는 용두암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관광했다. 갯바위에 걸터앉아 한치 회에 소주 한 잔 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떤 할아버지가 비닐봉투를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아... 맛있겠다. 하지만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 될 것 같아 소주는 관뒀다.

용두암 해수랜드
오션뷰가 호텔 뺨치는 용두암 해수랜드 찜질방에서 정신없이 자다 깨보니 10시가 넘었다. 어제 배낭 매고 한 12km쯤 걸었더니 피곤했나 보다.  이럴 때 요즘 애들은 '시망'이라고 탄식하던가? 7시엔 일어났어야... 뭐 그렇다고 무슨 변변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시망=시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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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길거리 아이템. 태양전지 LED 조명등.

스쿠터 대여점에 도착. 면허증을 안 가져왔다. 하여튼 면허증 상관없이 빌려주는 것 같지만, 125cc는 무리고, 야마하 줌머를 고르니까 주인 아저씨가 속도가 50kmh 밖에 안 나온다며 다른 걸 권해줬다. 중국제인데 80kmh까지 나온단다. 이틀 쯤 스쿠터를 임대해 타다가 중문에서 반납하면 좋을 것 같아 물어보니 중문에 반납하려면 반납료 2만원을 따로 내야 한단다. 스쿠터 24시간 임대료는 2만원.

옛날에 처음 스쿠터를 타 보다가 울퉁불퉁한 논길에 자빠져서 발등 뼈가 부서졌다. 그리고는 태국의 어떤 섬에서 20여분 타본 것이 경험의 전부다. 속도가 좀 빠른 자전거하고 다를 것이 없어 겁이 나진 않았다.

배낭을 짐받이에 매고 조작 방법을 잠깐 배우고 시험 주행 해보라기에 몰고 나왔다. 나와서 가게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갔다. 속도 좀 내다가 택시와 충돌할 뻔 했다. 아무래도 속도감이 없어 불안하다. 하지만 여자들도 스쿠터 쯤은 탄다. 가다가 시동 거는 연습을  했다. 익숙해지니 자신감이 생긴다.

자전거 타던 버릇 때문에 번번이 도로 가장자리에 붙었다. 시내에서는 차량에 막혀 50kmh 이상 밟기가 쉽지 않지만 시내를 벗어나자 쉽게 70kmh까지 올라간다. 97번 국도에 들어섰다. 오르막에서는 55kmh 이상 나오지 않았다. 아, 이래서 다들 125cc를 타는구나.  

투어에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이 간다던 황씨가 오름에 가고 싶어해 그럼 스쿠터 임대해서 돌아다니자, 뭐 그런 막연한 생각을 어젯밤에 했다. 옛날에 자전거 타고 성산에서 1112번 국도 타고 성판악 근처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꾸준한 오르막길이라 힘은 들었지만 풍광이 멋져 다음에 다시 제주에 오면 꼭 다시 그 길을 가고 싶었다. 사실 그땐 비가 쏟아져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황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 비행기표를 환불했다.

배가 고파서 수퍼에 들러 바나나 우유 한 병, 김밥 한 줄, 500ml짜리 물 한 병을 샀다. 목장갑도 하나 샀다. 스쿠터를 좀 타 보니 익숙해져서 속도는 낼 수 있지만 손이 시리다. 목 장갑을 끼고, 마침 가방에 버프가 있어 목에 둘렀다.

변변한 지도가 없어 툭하면 스쿠터를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구글 맵으로 어디쯤인지 확인했다. 장갑을 끼고 있어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건드릴 수 없어 좀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어떤 업체에서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장갑을 판매한다는 걸 며칠 전 기사에서 보았다.

97번, 1118번, 1112번 국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덜덜 떨면서 경치 관람하다가... 목적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바보스러워 휴대폰을 꺼내 거문 오름, 비자림, 만장굴, 다랑쉬 오름, 아부 오름, 용눈이 오름 정도로 코스를 잡았다. 사려니 숲길도 넣었다가,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이 내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적이 없어 뺐다(맨날 산에 가서 하던 거잖아?).

웹 브라우저로 검색해 보니 거문 오름은 가기 전에 예약을 필히 해야 한다더라. 전화하니 이틀 전에 예약을 했어야 한단다. 스쿠터 타고 다니는 김에 이번 여행의 테마를 황급히 정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지정 기념 관광이다. 테마 때문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산굼부리, 거문 오름, 만장굴,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를 비롯한 남서부 해안 따위 였는데... 안가본 곳이 거문 오름과 만장굴, 이중 거문 오름은 아쉽지만 제끼고 일단 다른 오름들이 가까운 비자림 부터 가자.

비자나무
비자나무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풍성하게 뿜어낸다고 선전하는데 코가 안 좋아서인지 잘 모르겠다. 집 진드기 등으로 아토피가 유발된 아이에게는 피톤치드가 직빵인데, 피톤치드가 잔벌레와 박테리아를 잡아줘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젠가 TV 다큐로 본 적이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는 일종의 독소니까... 숲길이 생각보다 비주얼이 훌륭하다.

새천년 비자나무
일가족이 놀러와 '새천년 비자나무'를 한참 쳐다본다. 신선한 숲길을 걸으며 슬쩍 김밥을 꺼내 먹고 물을 마셨다. 사람이 거의 없어 더 좋았다.

비자나무
비자나무(클릭=확대). 분위기가 멋진 나무다. 번개맞은 비자나무가... 작년인가? 1억쯤에 팔렸다는 얘길 나중에 들었다. 번개가 100번 치면 100억이다. 번개 많이 맞길 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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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은 비자림에서 밥 먹고 흐뭇해서 셀프샷. 어? 근데 스쿠터 열쇠가 어디갔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아차 싶었다. 스쿠터에 그냥 꽂아두고 왔다. 주차장에 가보니 잘 서 있다. 휴대폰을 켜고 어디로 갈지 찾아 보았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마킹해 놓은 지도 보고 웹질 하며 갈 곳을 정하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방식의 여행이다.

다랑쉬 오름
길 건너편은 390m 짜리 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입구까지 갔다가 올라갔다 내려오면 한 시간은 족히 잡아먹을 것 같아 포기.

용눈이 오름
용눈이 오름. 스쿠터를 입구에 파킹해두고 멀거니 쳐다보다가 스쿠터 타는 것도 의외로 지치는데 괜히 올라갔다 내려오면 피곤할 것 같아 포기.

오름을 열댓 개쯤 지나 제주 동부 해안의 지미봉에 다다랐다.

지그재그로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참 가다보니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몰랐다. 어쩌다가 올레1길 해안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한가하게 걷고 있다. 김밥을 먹은데다 오름에 안 올라서 체력이 남아 있어 '계획상' 전복죽을 먹고 가려던 오조 해녀의 집을 그냥 지나쳤다. 주유소를 찾았다. 성산 일출봉 부근에는 주유소가 없었다. 물어물어 읍내에 나와 기름을 넣었다. 밑바닥에서 꽉 채우니 4200원이다.

오름을 안 오르고 다 지나쳤더니 시간이 남는다. 어쩌다 성산까지 왔는데, 온 김에 올레1길 중간에 있는 멀미알 오름에는 올라가 보자고 마음 먹었다. 시흥초교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스크터를 타고 올라갔다. 걸었다.

올레 1길 멀미알 오름
잘못 왔나? 오름에 오르는 길이 막혀(줄로 막아놓아서) 되돌아가는 중 마누라의 전화를 받았다. 딸 애와 잘 지내고 있단다. 가족이 함께 놀러와서 혼자 돌아다녀 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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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스쿠터 타기가 의외로 재밌다. 속도를 70kmh까지 올리면 볼이 얼얼하고 양 눈에 바람을 맞아 따갑고 괴롭지만, 50kmh 정도면 달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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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와 자전거 탈 때 착용하던 선글래스 때문에 그나마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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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가는 길. 1132번 국도를 타다가 세화 해수욕장 부근에서 좌회전해 1112번 국도, 1136번 국도로 갈아타서 소로를 쫓아갔다. 만장굴에 가는 행로가 왜 이리 복잡하냐면, 순환도로(동회로)인 1132번 국도는 재미가 없어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륙의 소로가 워낙 멋지다.

다만,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 일단 춥고, 장갑을 벗어야지 휴대폰을 조작할 수 있어서...

만장굴 입구
만장굴 입구. 유감스럽게도 동굴 내부의 조도가 낮아 굴 안을 찍은 휴대폰 사진은 엉망이다.

만장굴 덕택에 화산섬의 내장을 들여다본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20~10만년전 점성이 낮고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가 흐르면서 용암동굴이 생성되었는데 용암유선(용암이 흐르면서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바위에 새겨진 수평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곳곳에 표석(천정에서 떨어진 굳은 바위가 용암을 따라 흐르던 것)이 널려 있었다. lava roll(용암이 지나간 후 바닥에 동글동글 말린 자국) 때문에 하이힐 따위를 신고는 걸을 수 없는 곳이다. 내부가 굉장히 넓다. 관람 가능한 만장굴의 마지막 지점에는 끝판왕으로 용암석주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드라마틱하다!!

지식은 물론 경험이 일천해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배우지 못했지만 만장굴 때문에라도 제주지역이 마땅히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만 했다. 다만 동굴 내부의 조명이 별로 안 좋아 제주관광청에 민원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이다. 붉은 조명을 썼더라면 눈이 덜 피로하고 용암이 흘렀던 지옥같은 분위기도 제대로 났을텐데... 부글부글 크르릉 텅 철썩 쩌쩍 하는, 용암이 흐르고 표석이 움직이고 천정에서 녹은 광석이 흘러내리는 괴기스러운 소리로 분위기를 북돋아주면 금상첨화다. 이거 정말 민원 넣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관광자원'을 이왕이면 제대로 전시해야지.

오후 네 시가 넘었다. 숙소가 많은 성산에서 1박 하고 내일 서귀포로 갈까 하다가 가족이 함께 여행 와서 따로 떨어져 돌아 다니고, 모처럼 휴가인데 아이한테 아빠 노릇 못하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등등 사소한 문제들도 있지만,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게 많이 추운데다 생각보다 피곤하다. 스쿠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쯤 해서 반납하고 편하게 버스를 타고 아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미로공원과 김녕사굴을 지나쳤다.

김녕 해수욕장
김녕 해수욕장 (클릭=확대). 소로만 찾아 달리는 것에 지쳐 1132번 국도로 나왔다.

김녕 해수욕장
김녕 해수욕장. 여름에 제주에 여행 오면 여기 오고 싶었다. 에머랄드 빛 파도와 새하얀 백사장.

제주시에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밟았다. 시내에서 유턴하던 자가용과 충돌할 뻔 했다. 스쿠터 대여점에 도착하니 6시 30분. 약 7시간 동안 탔는데 피곤하고 다리가 후덜덜하다. 스쿠터 대여 때 일일 150km 이상 달리면 안된다는 조건이 있었고 연료도 빌릴 당시보다 많이 부족했지만 일찍 반납해서 점원과 타협하고 잘 넘어갔다. 어 정말 피곤하다.

시내 괜찮은 식당까지 걸어가다가 지도를 안 본 탓에 길을 잘못 들었다. 피곤해서 다시 돌아가기 뭣해 시외버스터미널 까지 걸었다. 빵 두어 봉 사먹고 오뎅으로 차가운 위장을 달랬다. 버스에 올랐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내려 emart에서 술과 안주를 사들고 아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터덜터덜 걸었다.

늦은 밤에 아내는 감귤잼 만든다고 장작불을 피워 놓고 커다란 주걱으로 가마솥을 휘적휘적 저으며 올레길을 찾은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랫만에 본 박씨는 메두사 머리를 하고 있었다. 썩 괜찮아 보였다.

딸애는 아빠가 왔는데 반기지도 않고 박씨 아들과 노느라 바쁘다. 어 젠장 그냥 성산에서 자고 슬슬 스쿠터를 몰고 올 껄 그랬나?

숙소 바깥에서 맥주와 통닭을 먹고 마셨다. 잔디밭 건너편으로 범섬이 보였다. 숙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씻고나서 지쳐 정신없이 잤다.

하루 종일 스쿠터 타고 싸돌아다닌 것 밖에 한 일이 없지만 하루를 참 잘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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